[화제의 지역구]부산 북·강서갑 정형근 이철 격돌

  • 입력 2004년 3월 19일 16시 52분


코멘트
‘정형근(鄭亨根·59) 대 이철(李哲·56)’, 이름에서부터 전운이 감돈다. 한나라당의 대표적 저격수인 정 의원과 민청학련 사건의 사형수 출신인 열린우리당 이 전 의원은 부산 북·강서갑에서 맞붙는다. 검사 출신으로 안기부 파견근무 때 용공사건 수사를 지휘한 정 의원이 1970년대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이 전 의원과 맞붙는다는 것 자체가 현재의 정치구도를 상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대결이 “싱거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흘러간 인물’이며 더구나 지역구에 기반도 없는 ‘낙하산’ 아니냐는 것. 2002년 대선 때 ‘국민통합21’에 참여해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다가 이번엔 친 노무현 정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게 된 전력도 문제 삼는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거당적으로 이 전 의원을 지원할 것”이라며 기세를 올린다. 양당의 결전의지는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두 사람을 각각 단수우세, 전략지역 후보로 공천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관련기사▼

- 부산 북-강서갑 "저격수 대 사형수" 大혈전

한나라당은 정 의원을 공천하면서 소장파의 반발을 샀고, 열린우리당도 일찌감치 표밭을 다져온 ‘진보시인’ 노혜경(盧蕙京) 중앙위원의 양보를 얻어내느라 애를 먹었다. 정 의원은 소장파 의원들이 5·6공 세력 공천배제를 주창할 때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장파 일부는 오렌지족”이라고 따지기도 했다. “저격수를 저격하겠다”며 북·강서갑에서 칼을 갈던 열린우리당 노혜경 중앙위원은 이 전 의원에게 표밭을 넘겨준 뒤 부산의 연제구 출마를 확정지어 한나라당 김희정(金姬廷) 당 부대변인과 여성 빅 매치전을 벌인다.

3선에 도전하는 정 의원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부터 부산 민심과 정통 보수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해왔고, 지역 발전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온 점을 강조하며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정 의원은 “이제 세월이 흘러 사형수였던 이철 후보는 기득권자가 된 반면 국가안보를 위해 젊음을 불살랐던 나는 정권에 쫓기고 박해받는 사람으로 바뀌었다”며 유권자들에게 읍소작전을 펴고 있다.

그는 “국가는 경륜과 경험이 축적된 사람들이 주축이 돼야 하고,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어 함께 논쟁을 벌이며 운영해 가는 종합예술”이라며 “지난 1년 내내 총선에만 몰두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때문에 한국이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북구의 상장기업 ‘광덕물산’을 기사회생시킨 점을 자랑으로 내세우며 ‘미래를 향한 북구 건설’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포역 광장조성사업 △만덕로 전선선로 지중화사업 △초읍터널 및 접속도로 축조공사 △주민 및 장애인 복지를 위한 종합사회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 건립 등을 지역 공약사업으로 내걸고 있다.

이철 전 의원은 최근 “가둔 자와 갇힌 자, 심판의 장에 서겠습니다”는 뼈 있는 총선 출마의 변을 내놓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는 “당으로부터 부산에서 새로운 정치를 해달라는 부름을 받고 출마를 결심했다”며 “‘개혁’ 대 ‘반개혁’으로 대립각을 세워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몸과 영혼을 던지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 의원은 “북·강서갑에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 부산지역, 나아가 영남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 한다”며 “부산 시민들도 자존심과 양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기대했다.

그는 특히 정 의원에 대해 “과거에 악연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행적은 문제 삼지 않겠다”고 ‘선의의 경쟁’을 제의하면서 생산적인 지역공약 제시에 주력하는 등 포지티브 전략으로 나설 계획이다. 부산을 동북아 물류 금융의 중심지로 발전시켜 공장과 항구, 시장 골목골목에 활기를 되찾게 하겠다는 게 그가 부산지역에 출마하며 기대하는 바다.

그는 민주화의 기수로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던 열정을 부산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 다 바치겠다는 각오다.

조용휘동아일보 제2사회부 기자 silent@donga.com

<신동아 2004.4월호에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