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갑 표심분석]"黨이 아닌 인물보고 투표"

  • 입력 2003년 4월 25일 0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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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덕양갑 재선거에서 민주당과 연합한 개혁국민정당 유시민(柳時敏) 후보는 투표율(25.6%)이 낮으면 조직표가 많은 한나라당에 밀릴 것이란 예상을 깼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중산층의 표심이 승패를 결정지었고, 다양한 성향의 군소 후보간 득표 경쟁도 일정 부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중산층 아파트 밀집촌인 화정1, 2동에서 유 후보가 한나라당 이국헌(李國憲)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겼다.

개혁당 양순필(梁舜弼) 공보팀장은 “사전 여론조사에서 유 후보가 50, 60대 남성과 60대 여성에서만 6 대 4 정도로 지고, 40대에서는 5.5 대 4.0 정도로 꾸준히 이겼다”며 “40대 중산층의 선택이 승패를 갈랐고, 그들은 ‘변화’를 원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덕양갑지구당 윤용석(尹用奭) 정책실장은 “45평 이상의 아파트에 사는 고소득층이 몰려 있는 화정1동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었으나, 이번 선거에선 유 후보가 100여표(1%포인트) 이겼다”며 “정당 투표가 아닌 인물 투표 성향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선 때 화정1동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득표율 49% 대 47%로 앞섰었다. 특히 30평 안팎의 아파트촌인 화정2동은 지난 대선에서 노 후보가 5%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으나, 이번 선거에선 유 후보가 14%포인트(800여표)로 크게 이겼다.

반면 한나라당 덕양갑지구당 이은길(李殷吉) 사무국장은 “한나라당 당직자 출신인 하나로국민연합 문기수(文奇秀) 후보가 ‘지역 토박이론’을 내세우며 3위(8.0%)를 차지해 이국헌 후보의 표를 상당부분 잠식해 버렸다”고 다른 분석을 했다.그러나 개혁당측도 “민주당을 탈당한 이영희 후보(득표율 4.6%)가 ‘내가 진짜 민주당 후보’라며 호남표를 공략하고, 민주노동당 강명용 후보(2.7%)와 사회민주당 김기준 후보(2.4%)는 ‘유 후보는 사이비 개혁후보’라고 공격하는 바람에 득표전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나로국민연합 문 후보의 잠식효과는 승패의 주 변수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유 후보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 전부에서 이긴 것을 보면 선거 초반 돌출된 호남소외론도 큰 변수가 못 됐다는 게 중론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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