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행정수도 이전 공방

  • 입력 2002년 12월 17일 01시 49분


16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설전을 벌였다.

두 후보는 우선 행정수도 이전 비용을 놓고 맞섰다. 노 후보가 “서민을 위해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자는데 6조원이 비싸냐”고 말하자 이 후보는 “6조원은 노 후보가 주장하는 것이며 우리가 산정한 비용은 40조원이다”라고 맞받았다.

행정수도 이전의 파급 효과를 놓고 일진일퇴의 불꽃튀는 공방이 벌어졌다. 이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에 의한 수도권의 공동화(空洞化) 가능성을 제기했고 노 후보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노 후보는 “수도권 인구가 매년 25만명씩 늘어나고 매년 교통혼잡비용이 10조원, 매년 공해비용도 8조원에 달한다”며 “일본 도쿄(東京)의 과밀도는 36%, 서울은 48%다. 세계에서 가장 과밀화된 도시인 서울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행정수도의 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노 후보가 제대로 문제를 이해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 보라”면서 “청와대와 정부 1, 2청사, 국회가 옮겨가면 금융감독원 감사원 선관위 등도 따라서 옮겨갈 것이며 해당 지역의 상권이 무너지는 등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대전시청이 신도시로 옮겨가면서 대전 중구 일대가 공동화돼버렸고 전남도청 이전을 앞두고 광주에선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경남도청이 80년대 부산에서 창원으로 옮겨갔지만 공동화되지 않았다”며 “부산과 창원은 같이 잘 발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외국의 행정수도 이전 사례에 대한 시각차도 뚜렷했다.

노 후보는 “독일이 본에서 베를린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고 있지만 인구 30만명에 불과한 본은 조용하다”며 “일본도 행정수도를 지방으로 이전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독일의 본은 (수도 이전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일본은 14년째 수도 이전을 논의하고 있으나 어렵다고 한다”고 공박했다.

두 후보는 서로의 취약점을 적극 해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 후보는 노 후보가 수도권 과밀화 해소방안을 거론한 데 대해 “수도권을 죽여서 공동화시킨 뒤 교통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공격했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공동화 주장이 땅부자용이란 지적에 대해선 “서울을 옮기면 어렵게 내집을 마련한 서민이 어려워지고 상인 등 서민층은 공황을 겪게 된다”고 해명했다.

노 후보는 이 후보가 즉각 행정수도를 이전할 경우 빚어질 혼란의 가능성을 지적한 데 대해 “10년쯤 걸려 50만명 정도의 작은 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데 무슨 문제가 생긴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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