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불안 증폭…美 금리인하-韓 동결 효과 미지수

  • 입력 2002년 11월 7일 18시 55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대폭 내리고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동결했지만 세계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의 향방에 따라 국내 경제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한국으로서는 내년 세계 경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강형문(姜亨文) 한은 부총재보는 7일 “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대폭 인하한 것은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어렵다는 뜻”이라며 “국내 통화당국으로선 물가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콜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 침체 장기화하나〓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해 대이라크전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제 불안은 가중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 등 미국 경제예측기관들은 미국 성장률이 3·4분기(7∼9월) 3.1%에서 4·4분기(10∼12월) 1%대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경제가 만성적 불황에 시달리는 데다 일본 역시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어 세계적 경제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해온 한국 경제도 최근 내수가 한계에 이르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3.4%로 8월의 8.5%에서 뚝 떨어졌으며 공장가동률은 급격히 둔화됐다. 삼성경제연구소가 6일 발표한 ‘4·4분기 소비자태도 조사’에 따르면 소비지출지수도 4분기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98.6으로 12개월 만에 기준인 100 밑으로 내려섰다.

▽FRB 금리인하 효과는 제한적이다〓한은은 FRB의 금리 인하가 침체된 미국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갖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현재 거품 붕괴에 따른 조정 과정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로 당장 경기회복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도 제한적일 전망이다. FRB의 금리인하 기대가 이미 증시에 반영됐기 때문. 다만 국내 주가의 하락을 방지하는 소극적 의미는 가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허진호 한은 정책총괄팀 차장은 “미 연방기금 금리가 1% 가까운 수준까지 하락함으로써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없어진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미국 경제의 침체가 계속되면 시장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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