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홍업씨 수사 선처' 압력설 반응

  • 입력 2002년 7월 9일 19시 13분


▽청와대〓청와대는 개각을 앞둔 시점에 법무부 일각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씨 수사에 관한 ‘청와대 압력설’이 제기되자, 그 배경에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측은 홍업씨의 검찰 출두를 앞두고 민정수석실과 법무부 간에 업무협조 차원의 협의가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 이를 압력행사라고는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9일 압력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대통령 아들의) 불구속을 요구한다고 불구속이 됐느냐. 이미 그런 세상은 지났다”고 말했다.

특히 민정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가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송정호(宋正鎬) 법무부장관의 뜻과는 다르겠지만, (법무부 일각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한 관계자는 “누군가 송 장관을 위한다는 취지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나 대통령의 인사권을 거론하는 것은 정도를 벗어난 행위로 오히려 장관에게 누를 끼칠 뿐이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러면서도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의 한 단면이 아니겠느냐”며 자탄하는 분위기이다.

▽정치권〓한나라당은 9일 청와대 측이 송 장관에게 홍업씨의 선처를 당부하는 압력성 전화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용서 못할 국정농단”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 논평할 사안이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대통령은 오직 국정에 전념하고 있다는 청와대의 말은 거짓말이다. 아들문제와 관련해 청와대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의혹도 있다”며 “대통령은 진상을 철저히 파악, 연루자를 가려내 엄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송 장관이 압력에 굴복하지 않자 청와대가 송 장관의 조직장악력과 업무추진력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경질론을 흘렸다면 이는 비열한 일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도 “법무장관에 대한 청와대 압력설은 법과 질서를 붕괴시키는 중대 사태이다. 법무장관 교체설의 진짜 이유는 ‘괘씸죄’라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홍업씨가 구속된 마당에 무슨 선처를 부탁하거나 압력을 넣었겠느냐. 또 청와대가 요즘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 봤느냐.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다”고 청와대 압력설을 일축했다.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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