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승환수사 '원초적 부실'

  • 입력 2002년 1월 11일 18시 36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와 관련, 특검팀이 11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함에 따라 지난해 9월 이씨를 무혐의 처분한 검찰 수사의 부실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특검팀이 이날 신씨가 보관하던 현직 검사들의 명단이 적힌 비망록을 확보하고 신씨와 검사들이 만난 정황을 일부 포착함으로써 신총장의 거취 문제가 본격 대두되는 등 파문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또 신씨가 검찰총장인 형에게 이씨에 대해 선처를 부탁했거나 추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 조직 전체가 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비망록 파문과 구명로비 의혹〓특검팀이 확보한 신씨의 비망록은 지난해 신씨를 조사한 검찰 수사팀은 물론 신 총장의 거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소재가 될 수 있다.

이 비망록에는 신씨와 비슷한 나이의 현직 검사들의 명단과 이들을 접촉한 정황이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의 연령이 40대 후반이기 때문에 현직 검사들은 부장급 이상의 검찰 간부가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신씨가 이씨 사건 수사를 앞두고 검찰청에 출입한 흔적은 쉽게 포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이 사실로 확인되면 지난해 검찰 수사팀은 검찰총장 동생을 봐주기 위해 신씨의 구명로비 의혹을 덮었다는 비난을 모면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특검팀과 검찰 수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씨가 지난해 6월 이씨 회사에 취직하면서 받은 5000만원에 대한 판단. 검찰은 지난해 9월 신씨를 조사하면서 “스카우트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신씨의 말을 인정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특검팀은 ‘청탁의 대가성’이 있는 금품이라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신씨가 이씨 회사 사장으로 취임했지만 제대로 출근도 하지 않은 데다 고용계약서나 직원으로 일한 적도 전혀 없는 ‘이름 뿐인’ 사장이었던 만큼 신씨의 취업은 이씨의 청탁을 위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그러나 “신씨의 활동은 정상적인 회사 업무”라고 반박했다.

또 검찰은 신씨에 대한 계좌추적이나 이씨와의 대질신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특검은 정밀한 계좌추적과 대질신문,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신씨가 청탁을 조건으로 돈을 받았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사 전망〓비망록의 확보로 신씨에 대한 특검팀의 향후 수사는 ‘검찰 수사 무마’ 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신씨가 이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6월 중순 이씨 회사의 사장으로 영입된 뒤 이씨의 구속 직전인 8월 말까지 활동한 만큼 형인 신 총장에게 이씨 선처를 부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검 수사결과 이런 정황들이 사실로 드러나면 신 총장은 도덕성에 결정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신 총장은 지난해 9월 동생 문제에 대해 자신이 책임질 일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검찰과 특검의 신승환씨 수사 차이점
수사내용대검특검
신씨가 이씨에게서 받은
6666만원 중 5000만원의 성격
스카우트비 명목으로
받은 돈인 만큼 대가성 없다
금융기관 로비 등 청탁 명목으로
받은 대가성 있는 돈이다
부실채권 매입에 대한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 대한 접촉
정상적 회사 업무이씨의 청탁을 받고 한 로비 활동
신씨 계좌추적, 이씨와의
대질신문 여부
안함실시
추가 금품 수수 여부없다새로운 금전거래 흔적 포착해 수사중
신씨에 대한 최종 처분무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영장청구 방침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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