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이냐 윤리냐" 되살아난 불씨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8시 50분


《미국 생명공학회사인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CT)가 25일 인간 배아(胚芽) 복제에 성공함으로써 각종 난치병 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렸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 복제’ 가능성을 성큼 앞당김으로써 과학과 윤리의 경계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ACT의 연구결과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여성의 난자세포만을 조작해 인간의 배아를 만들어냈다는 것. 여기서 다시 ‘줄기세포’를 추출해 인간의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지만 복제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면 복제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와 충격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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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난치병 치료 이정표 마련

‘인류를 괴롭혀온 수많은 난치병 치료를 위한 큰 진전.’

상당수의 생명공학자들과 미국의 제약업계는 이번 ACT사의 연구가 미래의학의 새 이정표로 기대되고 있는 ‘줄기세포’ 이식술에 신기원을 열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복제인간 탄생’이라는 극단적 상황에는 반대하지만 심장병 당뇨 암 등 특정세포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병의 정복을 위한 유전공학적 연구는 적극 장려되어야 한다는 것.

MSNBC 칼럼니스트인 아서 캐플란(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은 “인간생명체 복제는 물론 반대하지만, 치료 목적으로는 이용되어야 한다”며 줄기세포를 대량생산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복제 규제 법안이 상정돼 있는 미 상원 내에서도 과학적 의학적 의미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는 성급하게 규제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분위기이다.

공화당의 리처드 루거 의원은 “상원은 (규제법안 처리에) 좀더 신중해야 한다”며 규제에 앞서 좀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번 연구성과로 인해 상원은 종전 입장에서 양보해 과학의 발전을 더 이상 막을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럴드 내들러 뉴욕주의원도 “수백만명의 환자와 부상자에게 환자보다 세포덩어리가 중요하니 차라리 그냥 죽는 게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많은 의원들은 “만약 미국에서 연구가 금지될 경우 해외에서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며 국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찬반 논쟁에 대해 ACT사의 마이클 웨스트 대표는 “인간 배아 복제는 인간을 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우리는 그런 것엔 관심이 없다”며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이 같은 연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도덕붕괴” 부작용 우려

“아무리 순수한 의학적 동기라 해도 인간 복제는 결국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인간 배아 복제에 성공했다는 미 ACT사의 발표에 대해 미국 정부와 종교계는 즉각 강력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백악관의 제니퍼 밀러와이즈 대변인은 25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어떤 형태의 인간복제에도 반대한다는 것을 이미 100% 분명하게 밝혔다”며 “그는 모든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하원의 법안 통과를 지지하고 있다”고 못박아 말했다.

미 하원은 7월31일 인간배아 복제를 통해 다른 인간을 만들거나 난치병 치료 등 과학적 목적을 위해 배아를 복제하는 것을 일절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상원이 아직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아직 입법은 안된 상태. ACT가 연구결과를 다소 성급하게 25일 공표한 것도 의회의 입법 과정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8월 민간연구소 등이 파괴된 배아에서 이미 추출한 줄기세포 60여개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연구를 허용하고 연방정부의 예산을 엄격한 조건하에 지원키로 결정한 바 있다.

상당수 미 의원들도 인간 복제 실험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상원의 다수당 지도자인 톰 대슐 민주당 총무는 25일 “인간 배아 복제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으며, 공화당의 리처드 셀비 의원 역시 “엄청난 논란이 예상되지만 결국 인간복제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국가톨릭연맹의 레이먼드 플린 회장은 “일부에선 이번 연구를 의학적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하나 내가 보기엔 도덕적 붕괴일 뿐”이라며 “신의 손에 있어야 마땅할 인간의 생식이 이제 인간의 손에 놓이게 됐다”고 개탄했다.로마 교황청은 신중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대체로 우려가 담긴 반응을 보였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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