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간 갈등 ‘전쟁속의 전쟁’…북부동맹 약진으로 격화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37분


탈레반 군과 반(反)탈레반 무장세력인 북부동맹이 아프가니스탄 남북을 분점한 가운데 아프간 종족간 분쟁이 격화돼 ‘전쟁속의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자국내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과 다른 소수민족간의 갈등으로 16세기 이후 여러 차례 분쟁을 겪었다.

이번 대(對) 테러전쟁도 탈레반정권의 주요 기반인 파슈툰족과 북부동맹을 이루고 있는 우즈벡족과 타지크족 등 소수 민족간의 분쟁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북부동맹의 최근 거듭된 군사적 약진은 파슈툰족의 단결을 부추겨 종족간 분쟁을 더욱 격화시킬 수 있다고 시사 주간 타임 최근호는 분석했다.

파키스탄 거주 파슈툰족 1만1300여명이 탈레반군을 돕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간 것이나 북부동맹이 마자르이샤리프 등 주요 도시를 탈환한 뒤 파슈툰족을 상대로 보복조치를 취한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반영한다는 것.

이와 함께 미국과 파키스탄 등은 여러 종족으로 구성돼 결속력이 낮은 북부동맹이 향후 정부 구성 과정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 유혈분쟁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남부지역에서의 파슈툰족 내 내분 양상도 심해지고 있다. 특히 탈레반 지도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슈툰족 내의 길자이 부족에 맞서 모하마드 자히르 샤 전 국왕을 지지하는 두라니 부족이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는 게 미국측 분석이다. 실제로 12일 탈레반 군의 최후 보루인 칸다하르 외곽 공항을 점령한 세력도 두라니 부족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종족간 분쟁 조짐은 사실 미국의 ‘공작’에 기인한 측면도 크다. 미국은 이미 중앙정보국(CIA) 등을 이용해 파슈툰족의 탈레반 지원을 차단하고 두라니 부족을 중심으로 반 탈레반 세력의 규합을 시도해 왔기 때문이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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