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이씨 KEP전자도 주가조작 의혹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35분


지앤지(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가 올 1월 ‘보물선 주가조작’에 앞서 99년 53개 차명계좌를 통해 KEP전자의 주식 305억원어치를 매매하면서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99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KEP전자 주식의 이상거래 징후를 조사했으나 이용호씨 관련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검찰도 지난해 이씨를 석방한 뒤 확보했던 주가조작 관련 핵심자료를 금융감독원에 넘겨주지 않았다.

▽주가조작 의혹〓본보가 단독 입수한 지앤지 내부자료에 따르면 이씨는 99년 2∼12월 자신이 경영하는 KEP전자 주식에 대해 채모씨 계열사 직원 30여명의 차명계좌 53개를 빌려 300억원대 주식을 212차례에 걸쳐 사고 팔았다.

99년 KEP전자 주가는 연초 5000원대에서 11월 5만원까지 10배 가까이 올랐다. 검찰에 따르면 KEP전자는 이 같은 주가 오름세에 힘입어 그 해 5, 8월 국내외 전환사채(CB) 254억원 어치를 발행하고 같은 해 12월 400억원대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검찰은 이씨가 이 중 13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했다.

또 자료에 따르면 이씨는 305억원대의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S증권 반포지점, C증권 도곡지점, D증권 서초지점 직원 3명의 도움을 받았다.

이씨는 직원 차명계좌 외에도 사채업자 오모씨(여)에게 “KEP전자 삼애인더스 등 계열사 주식을 30억원어치 사달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이 때 KEP전자가 발행한 30억원짜리 어음을 담보(견질어음)로 맡겼다.

▽금감원과 검찰〓이 같은 음성거래가 진행되는 동안 금감원은 2차례 조사에 나섰지만 이씨의 주가조작 연루사실을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

증권거래소는 99년 7월, 2000년 4월 금감원에 “KEP전자 주가가 이상급등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99년 조사에서 이씨와 사업상 파트너였던 최모, 김모씨를 검찰에 고발했을 뿐 이씨의 개입 의혹은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이씨는 서울지검 수사과정에서 주가조작 혐의가 드러나 2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금감원 조사관계자는 “우리는 이씨의 개입 여부를 찾아내지 못했지만 검찰수사 때는 누군가 진정서를 넣는 바람에 덜미가 잡혔을 뿐”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2000년 조사 땐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무혐의 종결 처리했다. 또 서울지검은 지난해 5월 이후 이씨의 주가조작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은 25일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이씨를 석방한 것은 (횡령 사실이 일부 인정되지만) 횡령액 250억원을 모두 갚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앤지의 사정을 잘 아는 A씨는 “지난해 서울지검은 관련자료 일체를 확보했기 때문에 수사 의지만 있었다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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