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노숙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후 잠적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숙인의 경우 대부분 연락 수단이 없고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데다 동선 파악이 어려워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에도 방역당국이 손놓고 있는 사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방역당국은 노숙인들의 확진 여부를 현장에서 바로 확인해 조치할 수 있도록 신속항원검사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현재 노숙인 지원시설인 ‘서울역 희망지원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노숙인 52명과 직원 2명 등 총 54명이다. 노숙인 3명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1일 이들 중 2명을 찾아내 방역당국에 인계했지만 A 씨(57)는 아직도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과 방역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노숙인 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와 보건소가 지원단체를 통해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노숙인들 상당수는 연락 수단이 없어 검사를 받을 때 지원단체 직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낸다. 문제는 검사를 받은 뒤 정해진 시설로 가지 않아 행방을 알 수 없는 노숙인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이 확진된 일부 노숙인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격리 조치와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많다. 주거지가 없다 보니 휴대전화를 갖고 있더라도 A 씨처럼 연락을 받지 않으면 소재 파악이 어렵다. 노숙인 확진자 중에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소재 파악이 안 되는 사이 지역사회로 전파될 우려가 높다. 하지만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확진 판정을 받은 노숙인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해 놓지 않은 상태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연락이 두절된 노숙인은 얼굴 등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지원단체의 도움을 받아 직접 찾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해진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팀장도 “노숙인 밀집지역으로 오지 않고 거리에서 계속 이동하고 있으면 확진자를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까지 동원돼 확진된 노숙인을 뒤늦게 찾아낸 뒤에도 문제는 남는다. 역학조사를 통해 동선을 파악하거나 밀접접촉자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신용카드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노숙인이 거의 없어 위치추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관계자는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의 경우 면접조사와 지원단체를 통해 동선을 파악하지만 일반 역학조사보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전국의 노숙인은 1만1000여 명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부터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등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전수 검사에 착수했다. 방대본도 전국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코로나19 선제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일 브리핑에서 “노숙인은 코로나19 검사 뒤 별도로 격리돼 지낼 곳이 없는 경우가 많아 30분 안에 결과가 나오는 신속항원검사 방식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숙인 지원단체 등은 방역당국과 지자체의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집단감염 사태가 터진 뒤에야 나온 뒷북 대책”이라며 “노숙인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격리된 채 안전하게 머물 공간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지민구 warum@donga.com·이상환·김소영 기자}

“한국전쟁 때도 지금보다는 손님이 많았어요. 4대째 장사하며 이렇게 손님이 끊긴 건 처음 봅니다.” 설 연휴를 2주가량 앞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뒷길에 위치한 낙원떡집. 예년 같으면 명절에 쓸 떡을 주문하려는 손님들로 가득 찼을 때인데 이날 가게는 손님이 뜸해 3대 업주인 이광순 씨(77) 홀로 지키고 있었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1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낙원떡집마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씨는 코로나19 얘기를 꺼내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해 하루 매출이 2019년과 비교해 절반도 안 돼요. 100명씩 왔던 손님이 요즘은 20명 정도밖에 안 오죠. 그렇게 1년을 보내니 이제는 빚 막는 것도 버겁습니다. 100년 가업이라고 명맥을 잇는 것도 한계에 이른 것 같습니다.”○ 무기한 휴업에 폐업 고민도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인 ‘노포(老鋪)’들도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한파를 혹독하게 겪고 있다. 식사 시간이면 긴 줄이 늘어서던 풍경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수익은커녕 운영비라도 줄이기 위해 수시로 가게 문을 닫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올해로 53년 된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한식당 선천집은 평일인 지난달 4일 오후 문이 닫혀 있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단골손님들 발길마저 뜸해지자 지난해 12월 15일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업주 박영규 씨(90)는 지난해 3월, 9월 등 총 세 차례 휴업 결정을 내렸다. 1968년 가게 문을 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휴업을 포함해 가게가 쉰 기간만 6개월이 넘는다고 한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도 잘 버텨냈는데 역병(疫病)이 이렇게 무섭네요. 영화나 소설로만 보는 상황을 겪는 것 같습니다. 무턱대고 가게를 열 수도 없고, 가게를 내놓아도 팔리지도 않으니 아예 문을 닫는 것도 고민이 되는데 가족처럼 지낸 직원들 생각에 도저히….” 박 씨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다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는 이날 오랫동안 비워둔 가게를 살펴보러 홀로 와 있었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맞은편에 있는 55년 전통의 중국집 ‘도일처’도 사정이 비슷했다. 2대 업주인 진가기 씨(55)가 운영하는 도일처는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항공사 승무원과 공항 직원 등이 하루 평균 200명 넘게 찾던 곳이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지난달 4일 낮 12시 이 식당을 찾았을 때 1층의 테이블 8개 중 손님이 있는 테이블은 2개에 불과했다. 손님은 예년의 3분의 1 수준인 70명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도일처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 초 열흘간 문을 닫았다. 가까스로 영업을 재개했지만 매출은 과거의 30∼40% 수준으로 줄었다. 진 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할 때는 한 달에 2400만 원의 적자를 보기도 했다. 직원 수를 줄이지 않는 대신에 급여를 낮출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얘기를 직원들과 할 때 정말 슬펐다”고 말했다.○ 전통 깨고 배달 나서며 활로 모색 일부 ‘노포’들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영업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금호시장에서 1966년부터 운영되어온 골목냉면의 경우 3대 업주인 진숙희 씨(63) 부부는 지난해 7월부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진 씨는 “냉면이 하루에 고작 5그릇만 팔려 떠밀리듯이 배달을 시작했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면 돈이 들어 남편이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1932년에 문을 연 서울 중구의 유명 추어탕집 용금옥은 포장 판매를 늘리고 영업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용금옥 3대 업주인 신동민 씨(59)는 “하루 평균 200그릇을 팔았는데 최근에는 60그릇이면 많이 나가는 편”이라며 “배달할 여력은 안 돼서 음식을 포장해드리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식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김태성 kts5710@donga.com·지민구 기자}

“필로폰을 투약했는데… 자수하러 왔습니다.” 23일 오후 4시 반경 청와대 앞길에 택시 한 대가 멈춰 섰다. 30대 남성이 비틀대며 차에서 내리더니 교통초소로 다가갔다. 해당 남성은 근무 중이던 경찰에게 다가가 횡설수설 마약을 투약했노라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이 그의 소매를 걷어보니 실제로 팔에 주사를 놓은 자국이 여럿이었다. 소지한 가방에도 필로폰 등이 들어 있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마약을 투약했다고 자수한 A 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3일 긴급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탈북민인 A 씨는 23일 낮 서울 강남 모처에서 필로폰과 대마초, 주사기 8개 등을 지닌 채 택시에 탑승했다. 그리고 곧장 청와대 인근 초소까지 와서 마약을 투약했다고 자백을 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마약 투약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두 차례나 마약 전과가 있었다. 23일도 마약 전과로 복역하고 출소한 지 5일밖에 되지 않은 날이었다. A 씨는 이날도 마약 간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약 10년 전 탈북해 한국에서 지내온 것으로 안다”며 “조사에서 ‘출소하고 나서 일자리도 없고 답답한 마음에 청와대로 갔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A 씨가 마약 운반이나 판매 등에 연루되진 않았는지 추가로 조사해나갈 방침이다.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지민구기자 waru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장에서 잘린 뒤 구직급여(실업급여)로 버텼는데 그마저 끝나버렸어요. 지원서를 수백 장 내도 불러주는 곳은 없고, 더는 신청할 정부 지원도 없어 어떡해야 할지….”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취업 상담창구 앞에 앉아 있던 정찬희(가명·30) 씨는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던 그는 지난해 6월 해고됐다. 코로나19로 사정이 어려워진 회사는 인력을 50% 가까이 내보냈다. 벼랑에 내몰렸던 그에게 정부의 구직급여는 한 줄기 빛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통장에 돈이 들어와 숨통이 트였다. 정 씨는 “매일 채용공고를 뒤지고 또 거절에 낙심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며 “하지만 6개월 구직급여가 끝난 뒤 코로나19로 단기 아르바이트도 없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고 구직급여에 기댔던 이들이 수급 기간이 끝나가며 절망의 터널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20, 30대 청년들은 구직급여 외엔 당장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가 사실상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재취업은 힘겨운데 모아놓은 자산도 없어 ‘최악의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이 제출받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구직급여 수급이 끝났거나 종료 예정인 이들은 66만7594명이다. 청년들은 구직급여를 고용보험 가입 기간 등에 따라 최장 240일까지만 받을 수 있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은 경력을 한창 쌓을 시기에 코로나19로 기회마저 잃어버렸다”며 “이들은 수입도 없이 생활고를 견디는 ‘신(新)보릿고개 세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업급여 6개월… 재취업 이력서엔 소식없고 빚만 쌓였다”[2030 ‘재취업 보릿고개’]고용복지센터서 만난 청년들카페매니저 실직한 28세 여성… “코로나로 콜센터 알바마저 끊겨”‘국민취업지원제도’ 노크 20대 청년… “구직급여 종료 6개월뒤 오라네요”전문가 “희망 줘야 보릿고개 넘어… 코로나 수혜 기업들 채용 앞장서야”“이젠 통장에 남아있던 돈도 다 떨어졌어요. 은행 대출이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요샌 그마저 쉽지 않다니 막막하네요.” 구직급여는 진즉 끝이 났다. 카페 매니저로 경력을 쌓아온 안수경 씨(28)는 이미 지난해 초 구직급여를 신청해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을 꼬박 채웠다. 그가 수년 동안 일했던 카페를 떠난 것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었다. 구직급여를 받는 김에 진로를 바꿔볼 생각도 했다. 컴퓨터그래픽 학원에 다니면서 관련 업종에 지원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국 지난해 말 콜센터에서 2개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코로나19로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 연장계약이 어려웠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안 씨는 “지금은 부모님 도움을 조금씩 받고 있는데, 부모님 형편도 좋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했다.○ 경력 대신 빚만 쌓여가는 청년들고용복지센터에는 최근 취업은 고사하고 생계가 막막한 청년들이 적지 않게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일자리를 잃어 구직급여를 모두 지원받았지만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올 1월 1일부터 시행된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지원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젊은이가 많았다. 21일 찾아간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도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신청을 권장하는데도 상담 창구 7곳이 가득 차 있었다. 한 20대 청년은 “지난해 구직급여는 이미 다 받았다. 카드 빚만 늘어 절박한 심정으로 지원 자격이 되는지 알고 싶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 청년은 상담 창구에서 지금 당장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지원하기는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 동안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구직급여를 받았더라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수급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나야 자격이 주어진다. 청년은 “지금 당장 막막한데 그 공백을 어떻게 버티느냐”며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센터를 떠났다. 20일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정은연(가명·27) 씨도 사정이 딱했다. 견실한 게임회사에서 그래픽 작업을 담당했던 그는 지난해 6월 계약 종료와 함께 짐을 쌌다. 코로나19로 인한 인건비 절감 차원이었다. 그때만 해도 정 씨는 큰 걱정을 하진 않았다. “솔직히 어디든 취직할 거라 자신했어요. 코로나 시대에 게임회사는 더 잘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지난해 7월부터 구직급여를 받으며 오랜만에 좀 쉬자는 안일한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여름, 겨울에 코로나19 대유행이 반복되며 아예 사람을 뽑지 않아요. 요샌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듭니다. 이달 15일에 구직급여도 끝나 앞이 깜깜하네요.”○ “청년들의 신(新)보릿고개 장기화될 수도”많은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 청년’들은 더 고달프다. 자신만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김영직(가명·26) 씨는 음식점에서 일하다 지난해 말 권고사직을 당했다. 하지만 고용보험에 들지 않아 구직급여도 신청하지 못했다. 경험을 살려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도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아버지가 몸이 편찮으셔서 일을 할 수 없어요. 어머니 수입도 적어 사실상 제가 부모님을 모셔야 합니다. 부지런히 일자리를 찾아봤는데 정말 이렇게 없을 수 있나요. 직장 구할 때까지 지원이라도 받고 싶은데, 센터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고만….” 문제는 청년 고용시장 위축이 금방 풀릴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부터 기업이 사람을 뽑지 않는 현상이 줄곧 이어졌고 실직자 지원을 위한 국가 재원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돼 올해 말부터 실물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고용시장에 빠르게 반영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청년세대의 코로나19 보릿고개가 장기화되면 사회 전체의 고용 시스템이 흔들릴 수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구직자에게 버티면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보여야 보릿고개를 넘기는데 고용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기업 등을 중심으로 청년 채용을 늘리는 등 정부가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이젠 통장에 남아있던 돈도 다 떨어졌어요. 은행 대출이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요샌 그마저 쉽지 않다니 막막하네요.” 구직급여는 진즉 끝이 났다. 카페 매니저로 경력을 쌓아온 안수경 씨(28)는 이미 지난해 초 구직급여를 신청해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을 꼬박 채웠다. 그가 수년 동안 일했던 카페를 떠난 것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었다. 구직급여를 받는 김에 진로를 바꿔볼 생각도 했다. 컴퓨터그래픽 학원에 다니면서 관련 업종에 지원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국 지난해 말 콜센터에서 2개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코로나19로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 연장계약이 어려웠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안 씨는 “지금은 부모님 도움을 조금씩 받고 있는데, 부모님 형편도 좋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했다.○ 경력 대신 빚만 쌓여가는 청년들고용복지센터에는 최근 취업은 고사하고 생계가 막막한 청년들이 적지 않게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일자리를 잃어 구직급여를 모두 지원받았지만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올 1월 1일부터 시행된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지원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젊은이가 많았다. 21일 찾아간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도 청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신청을 권장하는데도 상담 창구 7곳이 가득 차 있었다. 한 20대 청년은 “지난해 구직급여는 이미 다 받았다. 카드 빚만 늘어 절박한 심정으로 지원 자격이 되는지 알고 싶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 청년은 상담 창구에서 지금 당장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지원하기는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 동안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구직급여를 받았더라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수급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나야 자격이 주어진다. 청년은 “지금 당장 막막한데 그 공백을 어떻게 버티느냐”며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센터를 떠났다. 20일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정은연(가명·27) 씨도 사정이 딱했다. 견실한 게임회사에서 그래픽 작업을 담당했던 그는 지난해 6월 계약 종료와 함께 짐을 쌌다. 코로나19로 인한 인건비 절감 차원이었다. 그때만 해도 정 씨는 큰 걱정을 하진 않았다. “솔직히 어디든 취직할 거라 자신했어요. 코로나 시대에 게임회사는 더 잘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지난해 7월부터 구직급여를 받으며 오랜만에 좀 쉬자는 안일한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여름, 겨울에 코로나19 대유행이 반복되며 아예 사람을 뽑지 않아요. 요샌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듭니다. 이달 15일에 구직급여도 끝나 앞이 깜깜하네요.”○ “청년들의 신(新)보릿고개 장기화될 수도”많은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 청년’들은 더 고달프다. 자신만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김영직(가명·26) 씨는 음식점에서 일하다 지난해 말 권고사직을 당했다. 하지만 고용보험에 들지 않아 구직급여도 신청하지 못했다. 경험을 살려 서비스직 아르바이트도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아버지가 몸이 편찮으셔서 일을 할 수 없어요. 어머니 수입도 적어 사실상 제가 부모님을 모셔야 합니다. 부지런히 일자리를 찾아봤는데 정말 이렇게 없을 수 있나요. 직장 구할 때까지 지원이라도 받고 싶은데, 센터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고만….” 문제는 청년 고용시장 위축이 금방 풀릴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부터 기업이 사람을 뽑지 않는 현상이 줄곧 이어졌고 실직자 지원을 위한 국가 재원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돼 올해 말부터 실물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고용시장에 빠르게 반영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청년세대의 코로나19 보릿고개가 장기화되면 사회 전체의 고용 시스템이 흔들릴 수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구직자에게 버티면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보여야 보릿고개를 넘기는데 고용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기업 등을 중심으로 청년 채용을 늘리는 등 정부가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국가인권위원회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피해자에게 보낸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등은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25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어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면서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을 결정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이라고 의결했다. 전원위는 이러한 결론을 내며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등 증거 자료와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 조사(51명), 피해자 면담조사(2회) 시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는 “경찰, 검찰, 청와대 등 관계기관이 수사 중이거나 보안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피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경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서울시 비서실의 운용 관행에 대해서는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업무 등 사적 영역에 대한 노무까지 수행하는 등 잘못된 성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박 전 시장의 언동을 성희롱으로 판단한 것과 달리, 비서실 직원들이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을 묵인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인권위는 “전 비서실 직원들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행위를 알고도 침묵하는 등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박 전 시장과 피해자의 관계를 친밀하다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문제”라고 적시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4월 피해자가 또 다른 서울시 직원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도 언급하며 “해당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부서장이 사건 담당부서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고 서울시 파견경찰은 피고소인의 요청으로 지인에게 피해자와의 합의 및 중재를 요청하는 등 2차 피해가 있었다”고 봤다. 이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최근 법정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권위 결정을 통해 일각에서 부정하던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인정받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A 씨는 김 변호사를 통해 “단순히 피해 사실을 인정받은 것을 넘어 앞으로의 개선 방향까지 담은 결정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전했다.박종민 blick@donga.com·지민구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7·수감 중)에게 8600여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이상호 씨(56)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과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정치인이 라임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건 처음이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치인으로 투명하게 정치자금을 마련해야 했는데도 법에 어긋나게 3000만 원을 기부받았고, 부정한 청탁을 받아 동생이 5636만 원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서울에 최대 13.7cm의 눈이 쏟아져 ‘퇴근길 대란’이 벌어졌던 6일에 기상청은 오전 2시 20분부터 10여 차례나 5cm가 넘는 눈이 내릴 수 있다고 통보했는데도 서울시는 적설량이 5cm 미만일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오전 11시부터는 기상청이 서울의 예상적설량을 최대 8cm로 예보했으나 시는 4시간 반 뒤인 오후 3시 반경에도 “기상청이 1∼4cm가 온다고 예보했다”며 대비를 서두르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영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기상청은 6일 하루 총 18차례 대설(폭설) 관련 정보를 서울시에 통보했다. 기상청이 발표한 예보 등은 서울시 재난·재해 관련 부서에 이메일과 팩스로 즉시 전달된다. 기상청이 이날 처음으로 시에 예보 내용을 전달한 건 오전 2시 20분이다. 이때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수도권에 1∼5cm의 눈이 내릴 것”이라고 전달했다. 이는 5cm가량의 눈이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오전 4시 20분과 5시에도 같은 내용을 시에 전달한 기상청은 오전 11시엔 서울과 인천, 경기 남서부로 지역을 특정해 “예상적설량이 3∼8cm”라며 더 많은 눈이 내릴 것이란 단기예보를 보냈다. 10분 뒤엔 대설예비특보를 발표했으며, 오후 1시 20분에는 기동지상지원팀이 서울시 도로관리과에 이 내용을 전화로 전달하기도 했다. 기상청이 기상정보를 계속 전달했지만 시에선 폭설에 대비한 별다른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시 도로관리과장이 주재한 ‘폭설 관련 상황판단회의’가 열린 것은 오후 3시 20분이었다. 회의 뒤인 오후 3시 반경 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후 3시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 이날 1∼4cm의 눈이 올 것으로 예보했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기상청 발표와 전혀 다른 내용을 내부에 전파한 것이다. 결국 시는 5cm 미만의 눈이 오는 경우에 해당하는 1단계 제설대책 근무에 들어갔다. 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제설 대책은 기상청 예보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날씨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응 수위를 정한다. 6일 오후에는 눈이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내려 빠른 조치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다만 시 재난대책본부에서 기상청 눈 예보를 1∼4cm로 판단해 공지한 것에 대해선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의 대응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지난해 11월 공개한 ‘겨울철 제설대책 추진계획’에 따르면 적설량 5cm 이상 예보가 내려질 땐 인력 3495명을 투입할 수 있는 2단계 근무 조치를 발령해야 한다. 시는 오후 4시 2230명을 동원할 수 있는 1단계 근무를 시작했고 제설차량은 오후 5시부터 준비했다. 제설대책 1단계 근무 조치 후에도 시는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기상청이 오후 4시 반에 재차 서울의 예상적설량이 8cm가 넘을 수 있다고 발표했고 오후 5시엔 대설주의보까지 예고했다. 시가 2단계 근무 조치로 상향한 것은 오후 7시 20분이었다. 이때는 이미 서울 시내 곳곳에서 눈에 갇힌 차량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아비규환이 벌어진 뒤였다. 이영 의원은 “6일 폭설로 발생한 교통대란은 시의 안일한 대처가 초래한 명명백백한 인재(人災)”라며 “재난·재해 비상시스템을 기본부터 다시 점검해 이런 후진적인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민구 warum@donga.com·강승현 기자}

경기 파주에서 시내버스에서 내리던 20대 여성이 차문에 옷자락이 끼어 끌려가다가 버스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파주경찰서는 “하차하던 승객을 친 사고차량의 버스기사 A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안전의무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A 씨는 19일 오후 8시 29분경 파주시 법원읍에 있는 한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했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버스를 멈췄다. 차가 지나온 도로에 여성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지만 피해자는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는 버스에서 내리던 중 입고 있는 코트가 문에 끼어버렸다. 하지만 버스는 그대로 운행하는 바람에 피해자는 10m 이상을 문을 두드리며 끌려갔다. 결국 도로에 넘어진 여성은 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A 씨는 경찰 등에 “피해자가 뒷문을 치는 것 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긴 옷이나 목도리 등을 자주 착용하는 만큼 버스기사와 승객 모두 승하차 시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육본부 교수는 “경찰 수사가 초기라 예단하기 어렵지만, 승객이 안전하게 타고 내리는 걸 확인하는 것은 버스기사의 중요한 의무”라고 말했다.파주=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전직 국세청 공무원과 함께 유사수신업체를 차려놓고 ‘앵무새 분양’ ‘봉안당 분양’ 등의 사업에 투자하라고 속여 약 100억 원을 챙긴 전직 은행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용의자는 2017년 해외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2월에야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사수신업체 W사 대표이사인 A 씨(50)가 구속 수감됐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의 공소장과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은행원 출신 A 씨는 2016년 5월경부터 W사에서 이 회사의 회장직을 맡은 전 국세청 공무원 B 씨(63)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500만 원을 내야 가입할 수 있는 폐쇄형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최대 연 125%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며 동물테마파크나 봉안당 분양 등에 투자하라고 꼬드겼다. 피해자모임 측은 “30대부터 60대까지 300명이 넘는 이들이 가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W사는 제대로 투자한 사업이 없었다고 한다. 새로 투자를 받으면 이전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주는 ‘돌려 막기’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6월 자금 운용이 한계에 이르자 A 씨는 해외로 도주했다. 외국으로 나간 A 씨는 초반에 필리핀 마닐라 인근에 있는 고급 거주지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수배를 받고 여권이 무효화된 뒤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터키,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을 떠돌았다. 2019년 7월 조지아에서 붙잡힌 A 씨는 법무부의 범죄인인도청구 절차를 통해 지난해 12월 13일 국내로 송환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우선 A 씨가 투자자 20명에게서 96억59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적용해 6일 구속 기소했다. 피해자모임 측은 “전체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많다. 3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지민구 warum@donga.com·김태성 기자}
“자영업자 다 죽는다. 제한업종 영업을 자정까지 허용하라.”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 여부 결정을 앞두고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총연합회) 등 10개 자영업자 단체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집합금지·영업제한 명령에 반발하는 각종 집단행동이 최근 잇따르고 있지만 자영업자 관련 단체들의 공동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트니스센터, 볼링장, 당구장, 독서실 등을 대표하는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일부는 상복을 입기도 했다. 자영업자 단체들은 이날 “무작정 방역수칙을 완화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업종별 대표, 단체들과 충분히 협의해 결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선 음식점과 피트니스센터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밤 12시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오후 9시 이전에 이용객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발생해 방역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영업시간을 연장하더라도 시간당 인원 제한 등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하지 않은 각종 단체들과 협의해 조만간 정부와 국회에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집합금지 명령에도 영업을 재개하는 ‘오픈 시위’로 촉발된 자영업자들의 정부 방역수칙에 대한 반발이 법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대표 박주형)은 12일 서울서부지법에 정부를 상대로 2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 참여하는 실내체육시설은 203곳으로 업소당 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해 12월 30일 1차 소송 참여 업주 153명을 더하면 총청구금액은 17억8000만 원에 이른다. 카페 업주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변호사를 선임해 정부에 대한 민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1인당 청구금액은 500만 원으로 1차로 200여 명이 참여했다”고 12일 밝혔다. 연합회는 14일 고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하기로 했다.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회원 9명은 12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소복을 입고 나타나 1시간 가까이 999번의 절을 했다. 999는 방역당국이 실내체육시설에 ‘18세 미만 대상의 교습 목적으로 동시간대 9명 이하’ 영업만 허용한 데 반발하는 취지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원칙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큰 피해를 봤으니 국가가 보상하라.”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의 박주형 대표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법원에 정부를 상대로 2차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된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2차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실내체육시설은 모두 203곳. 1인당 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지난해 12월 30일 1차 소송에 참여한 업주 153명을 포함하면 총 청구 금액은 17억8000만 원에 이른다. 박 대표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로 피트니스센터 등은 월 평균 2000만 원의 손해를 봤다”며 “3차 재난지원금 300만 원으로는 피해를 회복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결국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합금지 명령에도 영업을 재개하는 ‘오픈 시위’로 촉발된 자영업자들의 정부 방역수칙에 대한 항의가 결국 법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까지 반발 움직임에 동참하며 분위기가 더욱 거세졌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는 건 실내체육시설만이 아니다. 카페 업주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변호사를 선임해 정부에 대한 민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1인당 청구금액은 500만 원으로 1차로 200여 명이 참여했다”고 12일 밝혔다. 청구금액은 10억 원이 넘는다. 연합회는 14일 고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하기로 했다. 고장수 연합회장은 “참여를 희망하는 업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2차, 3차 소송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전국 카페 업주 335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선 영하로 떨어진 매서운 추위에도 정부의 방역수칙에 항의하는 자영업자들의 시위와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회원 9명은 오전 11시 반경 국회 앞에서 소복을 입고 나타나 1시간 가까이 999번의 절을 했다. 999라는 숫자는 방역당국이 ‘18세 미만 대상의 교습 목적으로 동시간대 9명 이하’로 운영하는 실내체육시설에만 영업을 허용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취지다. 시위에 참여한 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인 정인웅 씨(25)는 “정부가 특정 업종에만 조건 없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각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도 자영업자들이 모였다. 오전 10시에는 수도권 지역의 학원과 교습소 원장들이 참여한 ‘함께하는 사교육 연합’이 교습 인원을 9명으로 제한한 조치 등을 비판했다. 전국당구장업주연합 회원들도 정오경 같은 장소에서 상복을 입고 ‘실내 체육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매일 나와도 2, 3일에 한 번 일거리가 생길까 말까예요. 날씨가 안 좋다고 안 나올 수 있겠어요.” 7일 오전 5시경 경기 성남시 지하철 수인분당선 태평역 근처. 한 인력사무소에서 호출을 기다리던 김영욱 씨(36)는 어깨가 축 처진 채 초조해했다. 사무소에서 일감을 기다리는 이들은 김 씨를 포함해 모두 8명. 대다수가 50대 이상이었다. 이 주변은 경기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력시장이 형성되던 곳이다. 지난해 봄까지 사시사철 500명 이상이 매일 몰려들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뒤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경기 둔화까지 겹치며 주요 일감인 건축 공사가 확 줄어 나와 봤자 일을 못 맡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등으로 다른 일도 구하기 힘든 근로자들은 헛걸음이 되더라도 매일 인력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최근 전국적인 폭설과 한파로 바깥나들이조차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감을 찾아 새벽 첫차를 타고 온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날 만난 김 씨가 이곳에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경. 이전까지는 그 역시 경기 평택에 있는 반도체공장에서 배전, 설비 등의 업무를 맡은 직장인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관둬야 했고, 결국 일용직에 나서게 됐다. “한 달에 25일은 나오는 거 같아요. 거의 출근 도장을 찍고 있죠. 막상 일감이 생기는 건 한 달에 10일도 안 돼요. 하루 대략 13만 원 받아 사무소에 10% 주고 나면 한 달 벌이가 100만 원 간신히 넘어요. 당연히 그걸로 생활은 어렵지만 이마저도 허탕 칠까 봐 가슴 졸이죠.” 새벽부터 인력사무소에 나온 이들은 표정이나 자세가 엇비슷했다. 일감을 얻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한 눈빛으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김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TV에선 ‘코스피 3,000 돌파’란 뉴스가 떴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도 김 씨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1시간쯤 지나 직원이 김 씨 이름을 부르며 “서울 아파트 공사에 가자”고 했다. 김 씨는 크게 심호흡하더니 그를 따라 나섰다. 옆에서 대기하던 이종상 씨(60)는 6시 반이 지나도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이 씨는 직원에게 가더니 “근처에서 밥이나 먹고 오겠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실은 여기서 뽑혀 현장에 가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기껏 갔는데 더 필요 없다며 돌려보내는 일도 부지기수예요. 진짜 열 받고 허탈하지만…. 가족들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별수 있나요.” 서울 구로구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에 형성된 인력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루 2000명이 몰리던 이곳도 인원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일용직을 찾는 이들은 날씨를 가리지 않았다. 일용직으로 20년 가까이 일했다는 김광진(가명·42) 씨는 “요즘처럼 경기가 나빴던 때는 처음이지만, 그래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일단 나와서 버텨야 일을 잡는다”고 했다. 그는 1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 일감을 찾지 못한 채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다. 구로구의 지원을 받아 일용직들에게 커피 등을 나눠 주던 홍병순 씨(70)는 이제 이런 풍경도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하루하루가 절박한 이들에겐 코로나19도, 한파나 폭설도 아무 상관없죠. 일 없으면 굶는 건 똑같잖아요. 내일 기온이 더 떨어진들 사람들은 또 나올 겁니다. 먹고살 길이 막막한데 어떻게 하겠어요.”성남=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매일 나와도 2, 3일에 한 번 일거리가 생길까 말까예요. 날씨가 안 좋다고 안 나올 수 있겠어요.” 7일 오전 5시경 경기 성남이 지하철 수인분당선 태평역 근처. 한 인력사무소에서 호출을 기다리고 있던 김영욱 씨(36)는 어깨가 축 쳐진 채 초조해했다. 사무소에서 일감을 기다리는 이들은 김 씨를 포함해 모두 8명. 대다수가 50대 이상이었다. 이 주변은 경기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력시장이 형성되던 곳이다. 지난해 봄까지 사시사철 500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뒤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경기 둔화까지 겹치며 주요 일감인 건축공사가 확 줄어 나와봤자 일을 못 맡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식당 등 다른 일도 구하기 힘든 노동자들은 결국 이런 인력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최근 전국적인 폭설과 한파로 바깥나들이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감을 찾아 새벽 첫 차를 타고 온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날 만난 김 씨가 이곳에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경. 이전까지 그 역시 경기 평택에 있는 반도체공장에 일하던 의젓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관둬야 했고, 결국 일용직에 나서게 됐다. “한 달에 25일은 나오는 거 같아요. 거의 출근도장을 찍고 있죠. 막상 일감이 생기는 건 한달에 10일도 안 돼요. 하루 대략 13만 원 받아 사무소에 10% 주고나면, 한달벌이가 100만 원 간신히 넘어요. 당연히 그걸로 생활은 어렵지만, 이마저도 허탕칠까봐 가슴 졸이죠.” 인력사무소에 나온 이들은 표정이나 자세가 엇비슷하다. 퀭한 눈빛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있다. 김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TV에선 ‘코스피 3000 돌파’란 뉴스가 떴지만 눈길조차 주질 않았다. 1시간쯤 지났을까. 그래도 이날 김 씨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직원이 김 씨 이름을 부르며 “서울 아파트 공사에 가자”고 했다. 김 씨는 크게 심호흡하더니 그를 따라나섰다. 옆에서 대기하던 이종상 씨(60)는 6시 반이 지나도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이 씨는 직원에게 가더니 “근처에서 밥이나 먹고 오겠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실은 여기서 뽑혀 현장 가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기껏 갔는데 더 필요 없다며 돌려보내는 일도 부지기수예요. 진짜 열 받고 허탈하지만…. 가족들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별 수 있나요.” 서울 구로구 지하철7호선 남구로역에 형성된 인력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루 2000명이 몰리던 이곳도 인원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용직을 찾는 이들은 날씨를 가리지 않았다. 일용직으로 20년 가까이 일했다는 김광진 씨(42·가명)는 “요즘처럼 경기 나빴던 때는 처음 보지만, 그래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일단 나와서 버텨야 일을 잡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그는 결국 일감을 찾지 못한 채 터벅터벅 돌아갔다. 구로구청 지원을 받아 일용직들에게 커피 등을 나눠주던 홍병순 씨(70)는 이제 이런 풍경도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하루하루가 절박한 이들에겐 코로나19도 한파나 폭설도 아무 상관없죠. 일 없으면 굶는 건 똑같잖아요. 내일 기온이 더 떨어진들, 사람들은 또 나올 겁니다. 먹고 살 길 막막한데 어떻게 하겠어요.” 성남=지민구기자 warum@donga.com}

“왜 (눈을 치우는) 공무원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 거죠?” 6일 오후 10시경 서울 서초구 신원지하차도. 왕복 4차선 도로는 차량 100여 대가 몇 시간째 눈이 내려앉아 얼어붙은 길을 오도 가도 못한 채 멈춰 있었다. 3시간 이상 고립됐던 운전자 1명은 차의 전기까지 방전돼 난방이 꺼지며 저체온증 증상을 호소하는 위급한 상황.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는 인근에 도착했지만 차량에 막혀 눈길을 뛰어가 운전자를 구해냈다. 하지만 이 현장에는 서울시 제설차량도, 담당 공무원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구조대 29명은 차량들을 뒤에서 손으로 밀어가며 차들을 안전지역으로 이동시켰다. 도로 위에 차들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이뤄진 뒤 약 4시간 만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눈이 쌓인 데다 도로가 결빙돼 접근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고 전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총체적 부실 대응 이날 폭설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었다. 기상청은 6일 오전 11시 수도권의 예상 적설량을 3∼10cm로 예보했다. 10분 뒤 서울 지역을 특정해 대설특보를 내리겠다는 ‘예비특보’도 발표했다. 심지어 기상청 관계자는 오후 1시 20분경 서울시 도로관리과 등 제설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대비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기상청 예보가 5시간이 지난 오후 4시경에야 제설대책 1단계 근무 조치를 내렸다. 제설차량도 준비했으나 시내 33곳에 위치한 대기소로 보내고, 결빙 위험 도로에는 미리 대기시키지 않았다. 오후 6시 반경부터 제설차량을 투입했지만, 이미 도심 주요 도로는 정체가 빚어진 뒤였다. 결국 제설차량은 비교적 눈이 적게 내린 강북 지역에선 작업을 진행했으나, 피해가 막심했던 강남 지역은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상청에서 6일 눈이 1∼4cm 온다고 발표해 기준에 맞춰 대응한 것”이라며 “예보보다 눈이 많이 내려서 제설 과정에서 한계에 이르렀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도 서초구와 강남구 지역에 6일 오후 9시부터 추가 인원을 투입했지만 이미 도로는 완전히 얼어붙어 차량은 제자리걸음 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폭설을 확인한 뒤에 주요 경찰서 교통 담당 인력 50%를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겨울 제설작업 체계를 가동 중이었지만 폭설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11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제설작업 준비체계 가동을 위한 점검회의를 가졌다. 이후 도로 제설작업을 상시적으로 진행했지만, 정작 폭설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119에 신고해도 해결책 없다고 해”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6일 오후부터 7일 오전까지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를 관할하는 강남·방배·수서 경찰서에는 폭설 관련 신고만 850여 건이 밀려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7시경부터 청담대교와 반포대교 등에서 폭설 관련 신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됐다”며 “경찰차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모두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피해는 시민들이 온전히 떠안았다. 6일 오후 8시경 경기 성남의 한 도로에서 11시간 동안 멈춰 있었던 택배기사 이효섭 씨(34)는 “눈 속에 혼자 갇혀 재난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112와 119에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로선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경기에서 견인차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6일 오후 차량 견인 요청이 100건 넘게 들어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대응을 못 하니 민간업체까지 찾은 건데 우리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제설작업은 7일 오전에도 마무리되지 않아 시민들이 출근길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시내 구간은 오후에도 정체가 이어졌다. 강남구 청담사거리에선 이날 오전 9시 40분경 택시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내리막길에서 신호 대기 중인 택시 1대가 미끄러져 앞 택시에 부딪쳤다. 사고를 낸 택시 기사 A 씨(66)는 “아침까지도 제설작업 상태가 완전히 엉망이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6일 오후 폭설 상황과 관련해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다가 7일 오전 6시 46분경 도로 결빙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처음으로 보냈다.지민구 warum@donga.com·박창규·김태성 기자}
6일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에 최대 15.6cm의 눈이 쏟아졌지만 서울시와 정부가 늑장 대처를 해 시민들이 퇴근길에 도로에 고립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 수도권 예상 적설량을 3∼10cm로 예보했다. 10분 뒤엔 서울지역에 대한 대설예비특보를 발령했다. 오후 1시 20분경엔 기상청 관계자가 서울시의 제설 주무 부서인 도로관리과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 제설 대비를 당부했다. 기상청은 오후 5시 약 2시간 뒤부터 대설주의보(적설량 5cm 이상) 발효를 예고했다. 하지만 오후 4시경 서울시와 자치구는 1∼4cm의 눈이 약 4시간 뒤부터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퇴근길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 제설 차량을 오후 5시부터 준비시켰지만 오후 6시부터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일대에 10∼13cm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고 퇴근 차량이 몰리면서 제설 차량을 투입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오후 8시 28분 폭설 관련 재난문자를 처음 발송했는데 내용은 “다음 날 출근길 대중교통 이용 권장”이었다. 정부의 공식 대응은 6일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이뤄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오후 11시 13분경 폭설 및 한파에 대한 총력 대응을 긴급 지시했다. 이때는 수도권에 내리던 눈이 거의 그친 상태였다. 버스운수회사 관계자는 “눈이 이렇게 쌓이는데 도로 위에 공무원, 제설 차량 하나 안 보여서 황당했다. 시민들이 알아서 대처하라는 이야기밖에 더 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지민구 warum@donga.com·강은지·이지훈 기자}

6일 수도권 퇴근길을 덮친 폭설에 도심 교통이 마비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경부터 서울 등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해 오후 10시 기준 3.8cm(공식 측정)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과천 11.6cm, 하남 9.0cm 등 경기 지역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특히 서울 서초구에 설치된 자동관측기(AWS)에는 11.7cm의 적설량이 기록됐다. 기상청은 퇴근시간대 큰 눈이 예상된다며 이날 오전 서울과 인천, 경기 대부분 지역에 대설주의보를 내렸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워낙 많은 눈이 내린 데다 강추위가 겹치면서 퇴근대란을 피할 수 없었다. 평소 2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2시간 넘게 걸려 이동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서초구 집으로 퇴근한 직장인 김모 씨(35)는 “오후 7시에 회사에서 나왔는데 2시간 반이 지난 9시 30분에 버스가 한남대교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남산 1호 터널이나 주요 교량마다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해야 했다. 또 언덕길에서 버스가 멈춰 서거나 승객들이 내려 차량을 미는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이번 폭설은 영하 50도 이하의 차가운 냉기가 한반도 북서쪽에서 내려오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상의 공기와 만나며 만들어졌다. 충청과 호남의 서해안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눈은 7일 오전까지 수도권과 중부 내륙지역에 3∼10cm, 경기 북부와 강원도에는 1∼5cm가 쌓일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 서해안과 전라도, 제주도, 울릉도 등에는 8일까지 최대 30cm 이상, 제주 산지에는 50cm 이상의 눈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7일 오전 출근길이다. 북극발 한파가 몰아치면서 밤사이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0도∼영하 5도로 하루 만에 수은주가 5∼8도 더 떨어진다. 바람이 강해 체감온도는 더 낮다.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15도로 예보됐지만, 체감온도는 영하 24도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7일 오전 출근시간대 지하철 운행시간을 평소보다 30분 연장해 오전 7시부터 9시 30분까지로 할 예정이다. 시내버스도 출근시간대 최소 배차간격 운행을 30분 연장하고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지민구 기자}

의류업체인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73·사진)이 성신여대에 발전기금으로 20억 원을 기부했다. 성신여대(총장 양보경)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중구 영원무역 명동빌딩에서 성 회장이 참석한 기부식을 진행했다”고 4일 밝혔다. 기부금은 성 회장의 뜻에 따라 의류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 첨단 실습실 구축,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성 회장은 1974년 영원무역을 설립해 경영해왔다. 성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등으로 어려운 시기지만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나는 멀쩡한데 확진자들이 있는 방으로 가게 됐다. 몇 번이고 구치소 직원에게 다시 확인해 달라고 소리 지른 뒤에야 이동할 수 있었다.” 서울동부구치소에 수용됐던 A 씨(28)는 지난해 12월 22일 여자친구 B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같은 상황을 전했다. 동부구치소가 18일 수용자 전원에 대한 1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수 검사를 한 직후였다. A 씨는 19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날 오후 10시경 직원의 실수로 양성 판정을 받은 수용자 10명이 모여 있는 방에서 4시간가량 함께 머물렀다고 한다. A 씨는 “다른 곳으로 옮겨진 후에도 너무 무서워서 누워만 있었다”며 “복도에 기침 소리와 욕설만 들렸고 수용자들이 음식물이나 쓰레기를 던지는데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A 씨는 나흘 뒤 2차 전수 검사에서 결국 확진돼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이송됐다. B 씨는 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22일 보낸 편지가 28일 도착했는데 그 전까지는 소식을 알 수 없어서 영치금이 빠져나가는 걸 보고 생사만 확인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동부구치소 안에서 일반 수용자와 확진자를 뒤섞어 방 배치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수용자는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제 끌려가서 도살당할지 모르고 기다리는 동물 같다”고 적었다. C 씨는 동부구치소에 수용된 남동생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1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찾았지만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C 씨가 보여준 동생의 편지에는 “아침마다 좁은 운동장에서 같이 운동하고 목욕도 같이 했는데 일부만 검사하고 우리는 검사를 안 해주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용자들 주장에 대해 현재로선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1일 오후 5시 기준 동부구치소 누적 확진자는 937명이다. 4차 전수조사에서 미결정이 나왔던 수용자 14명 중 13명이 추가 확진됐다. 직원 중 1명도 새로 확진됐다. 전국 교정시설 확진자는 982명에 달한다. 동부구치소는 2일 수용자와 직원 대상 5차 전수 검사를 진행한다.김태언 beborn@donga.com·지민구·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