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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희 국세청장은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로버트 팍파한 인도네시아 국세청장을 만나 한-인도네시아 국세청장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양국 국세청은 두 나라 국세청장 회의를 매년 한 차례 정례화하기로 하고, 한국 기업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세청의 이중과세 방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인도네시아에는 2082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가운데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기업이 많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주장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가 4일 발표된 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해온 기재부 수장이 한발 물러난 셈이다. 하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김 부총리가 불참한 회의에서 내각의 기강 재확립을 강조하고 나서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씨 여전한 정부 내 갈등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총리·부총리협의회에서 “하위 1분위 저소득층 가운데 고용 밖 노동자와 자영업자 소득을 위한 특단의 지원 대책 마련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책 마련을 당부한 것이다. 이어 “2년 차 국정 운영의 본격 추진을 위해 내각 기강을 재확립하고, 긴장감을 가져 달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모든 것이 나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며 ‘속도조절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지만 김동연 부총리는 병가를 내고 불참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열린 헬스케어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논란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지혜를 모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날 KDI 보고서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갈등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취지로 보인다.○ KDI 발표에 대한 논란도 심화 정부 내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산파’ 격인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KDI가 전날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가 부정확하고 편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2년 동안 최저임금을 15.3%씩 올리면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국장은 “보고서는 한국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헝가리의 최저임금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가져다가 한국의 사례를 ‘짐작’했다”며 “남의 나라 추정치로 최저임금 효과를 예상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아울러 “KDI가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 한국과 비슷한 영국의 고용탄력성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을 계속해서 많이 올리면 고용 감소의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재반박했다. 당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눈에 띄게 줄지 않지만 매년 급격하게 인상할 경우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 내용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헝가리의 고용 감소 사례를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민간으로 번지는 정책 공방 KDI 보고서를 계기로 논란이 민간 학계로 번지는 모양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본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약간의 비용 상승도 감당하기 버거운 업체들로선 일단 버티기 위해서 고용 축소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KDI 보고서가 보다 정밀한 검증을 거쳤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최저임금 논란의 휘발성을 고려했을 때 경제 조건이 비슷한 국가를 찾아 한국에 적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의 여파 등 한국 상황을 고려한 분석 결과를 보고서에 담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책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제 임금을 주는 자영업자 등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이건혁·유근형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일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현 정부의 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목표를 밀어붙이면 일자리의 양과 질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경고다. 최저임금 수준이 전체 임금의 중간값에 이를 정도로 높아지면 자영업자의 고용 여력이 줄고 단순 기능인력의 취업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등 청와대 정책라인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여부를 두고 대립하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첫 분석이다. ○ 프랑스처럼 한국도 속도조절 필요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폭이 2018년 최대 8만4000명,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 등 점점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는 임금 인상 첫해에는 어느 정도 충격을 상쇄할 수 있어도 지속적으로 올릴 경우 노동시장이 일자리를 유지하기 힘든 한계에 이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올라 일자리 유지가 어려워지는 계층은 매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저소득 근로자다. KDI는 고용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큰 ‘최저임금 120% 미만’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 비중이 2017년에는 전체 근로자의 9%였지만 올해 17%로 늘어난 뒤 2019년 19%, 2020년 28%까지 급증할 것으로 봤다. 이렇게 되면 싼 인건비의 인력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에서 일자리를 줄이고 그 결과 실업자가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이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상대적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KDI는 내다봤다. 통상 국가별 최저임금 수준은 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에 있는 중간임금과 비교해 나타낸다. 이런 비교 결과 한국의 중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올해 55% 수준이다. 2020년에 최저임금이 1만 원에 이르면 최저임금 비율이 68%로 2016년 프랑스 수준(61%)을 넘어 OECD 최상위 수준에 이르게 된다. 최 연구위원은 “이렇게 되면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고, 경력이 쌓이더라도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등 임금질서 교란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도 최저임금이 중간임금의 60%를 넘어선 2005년 이후 추가 인상을 멈춘 만큼 한국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외에서 우려하는 최저임금 정책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KDI만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올해 2월 “한국이 최저임금의 ‘추가’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 해 최저임금을 크게 올린 것은 소비를 늘려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연이은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을 평균임금 수준까지 높여 실업률을 끌어올릴 것이란 예측이었다. OECD 역시 지난달 한국 경제에 대해 “생산성 향상 없이 최저임금만 급격히 올리면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국내외 지적에도 정부 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말하는 등 ‘속도 조절론’이 여전히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한국 경제의 당면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에 영향을 주는 정책이 혼선을 겪으면서 성장과 분배 정책이 전반적으로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국민의 살림살이를 펴 주기 위한 일종의 수단인데 지금 정부는 공약을 지키려 수단에 집착하는 모습”이라며 “공약에 얽매이지 말고 근본적인 경제 상황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지적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후 정부가 올해 하반기(7∼12월)에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쪽에 힘을 실어 주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주장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른바 ‘김동연 건너뛰기’ 논란이 불거져서다. 최저임금 정책뿐 아니라 규제 개혁, 보유세 개편 등 굵직굵직한 정책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기재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힘 잃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3일 경제부처에 따르면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먹히지 않는 상황은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처음 불거졌던 부총리 건너뛰기 논란을 연상시킬 정도다. 지난해 김 부총리는 “명목 세율 인상이 없다”고 말했다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이 주도한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안을 받아들였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을 제기한 것은 지난달 16일이다. 그는 국회 출석, 라디오 인터뷰, 기자 간담회 등 공식적으로만 4차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준다”거나 “(문 대통령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은 신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폭은 그해 경제 정책의 기본에 속한다. 한 경제부처 당국자는 “경제부총리가 내놓은 정책의 기초 추진방향을 대통령이 ‘각하’한 셈이어서 부총리가 다른 정책을 힘줘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기조 유지 발언이 이달 열리는 지방선거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지층 결속’을 위해 강경 발언을 한 것일 뿐, 실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시작되면 김 부총리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모든 경제정책 관련 간부들을 소집해 격론을 벌인 뒤 내놓은 것이라 이를 뒤집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보유세 개편, 규제개혁에 영향? 이런 상황에서 선임 경제부처인 기재부의 정책 장악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것인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다. 기재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해도 매년 여러 경로를 통해 최저임금 결정에 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고 관가는 보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16.4%를 올린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 당시에도 기재부는 국장급(2급) 간부를 최저임금위원회에 보내 “임금인상분 일부를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인상안 통과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올해 기재부는 최저임금에 관해 “최저임금위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고만 전했다. 김 부총리의 ‘구두 개입’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추가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 기재부가 보유세 인상, 규제개혁, 서비스업 개편 등 올해 결정해야 할 다양한 경제정책에서도 주도권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유세 인상은 이달 나오는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앞서 김 부총리는 여러 차례 “보유세 개편안은 재정특위 결정을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재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의 핵심 대책 중 하나인 규제개혁도 아직까지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정부 스스로도 1년 추진상황 점검을 통해 규제개혁에 대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총론으로는 찬성, 각론에는 반대’ 식의 기득권 반대에 막혀 있다”고 진단할 정도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최저임금을 높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를 부각한 반면 기업 활동을 돕는 혁신성장 분야에서 성과가 없다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질타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노동계에 치우친 채 기업을 압박하면서 기업 관련 규제를 풀어야만 가능한 혁신성장의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분배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에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늘어난 데다 상용직도 많이 늘고 근로자 가구 소득도 많이 증가했다”며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으로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당 부분 고령자인 비근로자의 소득 감소, 영세 자영업자 등에 따른 문제는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라며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기재부가 주도하는 혁신성장에 대해선 “1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하고 규제 혁파에도 속도를 내달라”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일부에서 재정전략회의 분위기와 관련해 김 부총리의 ‘판정패’나 ‘패싱’이라고 해석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수요 확대와 더불어 공급 측면의 규제 개혁이 지속 성장의 주요 요인인 만큼 정책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구조 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과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급을 개혁하는 혁신성장이 수요를 늘리는 소득주도성장에 비해 정책 추진 속도가 느린 상황”이라며 “다양한 경제 부문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성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최근 최저임금 급등의 여파로 일자리가 줄면서 영세 자영업자와 노년층의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 소득주도성장의 밝은 면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정부 경제정책의 또 다른 축인 혁신성장에 대해선 “성과가 없다”고 질책했다.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의 성과를 비판한 것은 지난해 11월과 이달 17일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문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 분발해 달라”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내에서 ‘성장’의 가치를 중시해온 부처 장관들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처의 소극적 대응 질타한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김 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 참모진까지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했다. 이는 소득주도성장 추진에도 저소득층의 소득이 되레 감소하며 양극화가 심해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소집한 지 2일 만에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현안 점검에 나선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성과를 부각하면서 직접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통계를 보면 고용시장 내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은 다 늘었다”며 “이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라고 했다. 올 1분기(1∼3월) 하위 20% 근로자 소득이 8.0% 줄었지만 전체 근로자 임금은 3.7% 늘어난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어 “정부가 대응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제부처의 미온적 태도를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부총리와 기재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대통령이 청와대 정책라인의 ‘소득주도성장 유지’ 쪽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복지 관련 재정지출 확대도 예고 이날 회의에서 여당 지도부와 대선 캠프 출신 장관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기우라고 보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지출을 늘리는 등 나랏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당국인 기재부에 대해 지금보다 더 확장적인 재정을 하도록 압박한 셈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저임금이 소득 분배 개선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며 “(소득 하위 20%의 소득 감소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가계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가세했다. 재정 확대 요구에 대해 김 부총리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의 재정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으로 답했다. 이미 기재부는 내년 예산을 5.7%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이 정도의 증액만으로도 내년 예산은 453조3000억 원 선을 넘게 된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이보다 더 높은 재정확대를 요구함에 따라 국가부채가 대폭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정부 내에서는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을 주장해온 김 부총리의 입지가 약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이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을 ‘소득주도성장 컨트롤타워’로,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 컨트롤타워’로 교통정리를 해 준 것이라는 엇갈린 해석도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애초 원고에는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해 주시고…’라고 돼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우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라고 말하며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경제수장으로서 김 부총리의 ‘영(令)’이 서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문 대통령이 핵심 경제정책마다 김 부총리 의견을 반영하지 않거나 성과가 미흡하다고 공개 질책했다”며 “청와대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문병기·최혜령 기자}
한국 증시가 이탈리아의 정세 불안과 미중 무역갈등 심화의 직격탄을 맞고 하루 만에 2% 가까이 하락했다. 코스피는 30일 전 거래일보다 48.22포인트(1.96%) 내린 2,409.03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전날보다 10.44포인트(0.42%) 하락 출발한 코스피는 오후 2시 35분 2,400 아래인 2,399.58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2,4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3월 26일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이날 종가는 지난달 4일(2,408.06) 이후 최저치이며 하락률은 3월 23일(3.18%)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외국인(6605억 원)과 기관(4295억 원)이 1조 원 넘게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은 1조83억 원을 매수해 2011년 8월 10일 1조5559억 원을 순매수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을 사들였다. 삼성전자(―3.51%), 셀트리온(―0.37%), 현대차(―1.79%), POSCO(―2.01%) 등 시가총액 상위주 대부분이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증권(―4.00%), 은행(―3.19%) 등 금융주의 하락세가 컸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14포인트(0.48%) 오른 874.22로 장을 마쳤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카드 단말기를 설치한 가맹점들이 7월 20일까지 결제용 단말기를 기존의 ‘긁는 방식’에서 ‘꽂는 방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최대 5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당국은 긁는 방식의 단말기가 보안에 취약하다고 보고 꽂는 방식으로 전환토록 유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단말기 31만 대는 긁는 방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신용카드를 꽂는 방식인 집적회로(IC) 단말기 설치 비율이 28일 기준 89.8%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이 비율이 71.1%였다. 카드 단말기는 긁어서 결제하는 마그네틱(MS) 단말기와 꽂아서 사용하는 IC 단말기로 나뉜다. 정부는 2014년 대규모 카드정보 유출 사태 이후 MS 단말기가 정보 복제 및 유출 위험이 크다고 보고 2015년 7월 21일부터 IC 단말기 사용을 의무화했다. 다만 영세사업자 등의 비용 부담을 고려해 3년간 유예했다. 올해 7월 20일로 유예기간이 끝난다.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의 IC 단말기 전환율이 89.8%에 이르는 반면 MS 단말기를 사용하는 곳은 10곳 중 1곳인 10.2%에 달한다. 단말기 대수로는 31만3000대다. 업체별로는 영세가맹점 가운데 구형 단말기를 유지하는 곳이 16만3000곳(9%), 일반가맹점 15만 곳(12%)으로 집계됐다. 금융위는 모든 단말기를 IC 단말기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금융위 당국자는 “휴·폐업 상태거나 영업을 그만두려는 가맹점도 있어 IC 단말기 100% 전환은 힘들 것”이라며 “유예기간 종료 시점에 전환율 98%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예기간 종료 이후까지 IC 단말기로 전환하지 않는 가맹점은 최대 5000만 원(개인 2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에서 카드 결제정보를 중개하는 밴(VAN)사에도 최대 50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금융위는 7월 20일 전까지 카드사 콜센터 등을 통해 가맹점주에게 직접 단말기 교체를 안내하기로 했다. 전환 의사가 없는 가맹점에 대해서는 점주의 동의를 받아 MS 단말기를 회수할 방침이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두고 정부 내에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경제부처 장관 및 청와대 수석 간의 격론이 벌어진 데 이어 30일에는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수단을 두고 정부 내에서 혼선을 빚으면서 일자리정책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은 그 말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이 겨냥한 ‘사람’은 경제 수장인 김 부총리다. 이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증적 분석 결과가 나온 다음에 속도조절을 판단해야 한다”며 “(속도조절론은) 책임 있는 정책당국자가 할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영세자영업, 소상공인들 일자리가 몇 개 줄어들었는지, 줄어든 이유가 손님이 없어서인지 최저임금 때문인지 아직 제대로 된 통계도 없다”며 “경제부총리가 신의 영역에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서도 “전권을 갖고 모든 부처를 통솔해 정책을 기획, 조정, 점검하는 완벽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 대신 자신이 정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이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 의견을 정리할지에 대해서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협의를 잘 해서 (부처 간 입장 일치를) 고려해 보겠다”며 “각 부처 입장이 항상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정책에 혼선을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기재부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전날 열린 소득주도성장 점검회의에 대해 “우리 부(기재부)의 분석과 입장을 토대로 충분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 경영계,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 중 5명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4명은 민노총이 추천해 고용노동부 장관이 위촉한다. 한국노총이 이미 불참을 선언한 상황이라 근로자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최저임금위는 당분간 파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법정시한인 다음 달 28일까지 결정해야 하며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물리적으로 연기가 가능하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한국이 생산성 향상 없이 최저임금만 급격히 올리면 고용 둔화와 국가경쟁력 약화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고했다. OECD는 30일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 5년 임기 동안 최저임금을 54% 올리기로 한 계획이 한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민간 소비가 살아날 수 있지만 생산성 향상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고용이 줄어들고 한국의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OECD는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에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는 추세인 데다 법정 근로시간이 7월부터 단축되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생산성 향상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제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업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들기도 했다. OECD는 또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2%에 못 미치는 데다 가계부채가 여전히 많은 점을 감안해 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국내 대출 규제로 주택 구입이 줄어들 수 있는 점은 경기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OECD는 수출 확대와 확장적 재정의 효과로 한국이 올해 3.0%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가 근로자의 임금을 높여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소득계층 간 양극화가 심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난 만큼 보완책을 마련하되 경제정책의 핵심 틀은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통해 “거시 경제 상황이 개선됐지만 최근 하위 20%의 가계소득 감소 등 소득 분배가 악화된 것은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가계소득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별도의 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는 최근 일자리 증가 속도가 급격히 둔화되고 저소득 가구와 고소득 가구의 소득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는 통계 지표가 잇달아 발표되자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검점하기 위해 마련됐다.○ “소득주도성장 기조 유지” 이날 회의에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한 원인으로 고령화, 최저임금 인상, 자영업 부진, 건설경기 부진 등을 지목했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고 그 여파로 저소득층이 타격을 입었다는 경제계의 지적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당국자들은 이 문제를 놓고 2시간 30여 분간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를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구체적인 대안은 밝히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앞으로 장하성 정책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 경제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회의를 계속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회의 결과를 보면 저소득층을 위한 보완책은 내놓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큰 틀은 바꾸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셈이다. 정책의 효과를 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궤도를 수정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단기 성과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자리 정책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가 국민 실생활에 구현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저소득층 위한 근로장려세제, 기초연금 확대 거론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리는 방안으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기초연금 추가 인상,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확대 등이 거론된다. 이 대책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추진할 수 있고 효과도 빠르게 나타나며 최저임금 연착륙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정부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EITC란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근로소득에 따라 근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근로연계형 소득 지원 제도다. 정부 내에서도 이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저소득층 소득을 높이려면 결국 정부 재정이 필요한데 이미 추경(추가경정예산안) 카드를 썼기 때문에 EITC 지원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금은 올해 9월부터 현행 20만6000원에서 25만 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다만 노인 빈곤율과 전체 노인 인구의 39%에 불과한 국민연금 수급자 현황 등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을 고려할 여지가 있다.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 확대 지원처럼 고령층, 무직자 등 저소득층 가구 특성에 따른 맞춤형 방안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궤도 맞는지 큰 틀에서 점검해야” 당초 정부가 주장한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부문 주도의 일자리 확대 등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면 이들이 소비를 늘려 기업 투자도 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실험은 결국 소득 위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고용을 줄이고 일자리 정책이 공공부문에 치우치는 바람에 민간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퇴보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기조를 고집스럽게 유지하면서 미시적인 보완책만 내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더 늦기 전에 정책 방향 자체가 맞는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정밀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 기업 투자부터 늘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투자 의욕이 꺾인 상태에서는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황태호·한상준 기자}

정부가 경기를 판단하려고 중점적으로 보는 10대 경제 지표 중 9개에서 불황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성장률이 양호하게 나오는 ‘반도체 착시’에 갇혀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9일 경제가 ‘상승, 둔화, 하강, 회복’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지 분석한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 국면은 소매 판매를 제외한 9개 분야에서 둔화나 하강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의 원천인 기업 생산과 관련된 경제지표는 모두 경기의 바닥과 가까운 하강 단계였다. 자동차와 조선업 등 주력 산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3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2016년 1월(―1.2%) 이후 2년 2개월 만에 생산이 가장 많이 줄면서 수출과 신규 일자리가 동반 감소하고 있다. 건설 기성액도 전월 대비 4.5% 감소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바닥권으로 진입 중임을 보여줬다.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지난달 77로 1년 전(83)보다 크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설비투자가 올 3월 8%에 가까운 감소세를 보였다. 이어 소비자기대지수, 서비스업 생산 등에서도 경기 둔화 징후가 나타났다. 민간소비 실태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올 3월 2.7%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재정이 대거 투입되면서 저소득층 소비가 일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는 경남 거제, 통영-고성, 전남 목포-영암-해남, 울산 동구, 경남 창원시 진해구 등 5곳을 1년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구조조정이나 신산업 육성에 나서지 못하고 또다시 진통제만 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김준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뼈대인 소득주도성장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28일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와 투자를 확대한다는 정부 구상에 문제가 생겼음을 시인하고 정책을 보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자리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하위 20%의 가계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득 분배가 악화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29일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주요 경제부처 수장이 대거 참석한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분배에 초점을 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고도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의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는 등 양극화가 되레 심해졌기 때문에 나 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단기 성과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도 “일자리와 소득의 양극화 완화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 청년일자리 추경,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등 경제정책의 큰 방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KBS1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양극화 문제가 심해진 원인을 면밀히 분석 중이며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한상준 alwaysj@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비공개로 만나 기업의 담합행위에 대해 공정위만 고발하도록 돼 있는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를 논의했다. 이런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카르텔 혐의와 관련된 고발이 늘면서 검찰의 기업 관련 수사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28일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찾아 문 총장과 면담했다. 문 총장과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17일 처음 회동한 뒤에 수차례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전속고발권 폐지 방안을 협의했다.○ ‘카르텔 범죄’ 수사 허용하나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표시광고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등 6개 법과 관련한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고발이 남발할 경우 기업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지만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한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 문제는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뜨거운 감자’였다. 공정위는 그동안 ‘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까지 설치해 이 문제를 검토했다. 일부 전속고발권 폐지는 거의 확정적이다. TF는 지난해 12월 중간 보고서에서 전속고발권이 부여된 공정위 소관 6개 법률 가운데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등 이른바 ‘유통 3법’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권고했다. 문제는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핵심인 공정거래법 개정 여부다. 현재로서는 기업 담합과 합병 등에서 불법 행위가 드러나도 공정위 고발이 없으면 수사 진행이 어렵다. 검찰도 담합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어야 강력한 단속과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의 전속고발권을 없애면 담합 자체를 적발하기 어려워진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담합은 기업 간 은밀한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신이 신고한 기업에 대해 처벌을 줄여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전속고발권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정위와 검찰 안팎에서는 양 기관의 수장이 법 위반 혐의가 분명한 카르텔 범죄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즉,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기업결합’ 등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는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되 가격이나 입찰 담합 같은 카르텔 행위에는 검찰의 강제 수사가 가능하도록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준다는 것이다.○ 공정위 “전문적 영역에는 전속고발권 필요” 공정위 내에선 여전히 전속고발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기류가 강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의 경제 활동에 바로 형법을 적용한다면 경영 위축 등 부작용이 작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가인 경쟁당국이 수사 대상을 미리 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속고발권 폐지가 대기업 담합을 적발하는 가장 강력한 ‘칼’인 리니언시의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까지는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면 고발 면제로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이유로 대표적인 전속고발권 폐지론자였던 김 위원장도 취임 이후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취임 당시에만 해도 “전속고발권 제도의 폐해를 가장 많이 경험한 게 바로 나”라며 전면 폐지를 거론한 바 있다. 전속고발권을 예외 없이 폐지할 경우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제도 수정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7월까지 TF의 공정거래법 개정 방안을 제출받아 검토할 방침이다. 공정위 최종안을 8월에 공개하고 연내 국회에 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다. 검찰과 공정위 수장이 전속고발권 문제를 논의한 것이 6월 지방선거 이후 개혁 조치를 내놓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국세청이 대기업 오너 일가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관세청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 수사에 나서는 등 정부 2년 차를 맞아 ‘사정(司正)’ 기류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황형준 기자}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의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것은 최저임금을 높이면 소득이 적은 쪽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정부의 생각이 현실에서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고용을 줄이면서 취약계층이 타격을 입은 반면 성과급이 늘어난 상위 계층의 소득이 급등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심해졌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려 그에 따른 부작용이 확인된 만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물가 오르는데 저소득층 수입은 감소 소득계층 간 격차가 벌어진 원인을 단순하게 말하면 저소득층이 과거보다 적게 버는 반면 고소득층은 많이 벌기 때문이다. 올 1분기 하위 20% 가구의 월 소득은 128만6702원으로 2012년(120만9247원)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이와 달리 고소득 가구는 가구원이 다니는 기업의 실적이 좋아져 성과급이 늘면서 소득이 크게 늘었다. 일부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급이 올라가면서 여기에 연동되는 성과급이 함께 오르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정부는 하위 20% 소득계층에 속하는 사람 중에 경제활동 참가율이 20∼30%에 불과한 70세 이상 고령층이 대폭 늘면서 저소득층의 수입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도·소매업과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줄어 수입 격감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올 1분기 이례적으로 증가한 70대 고령층 인구가 1분위에 많이 편입됐고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고용원이 없는 음식·숙박업 자영업자 등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1분위 소득 급감으로 이어졌다”며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도 인정하듯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저소득층이 많이 근무해온 임시·일용직, 도·소매 숙박업 등에서 일자리가 사라졌다. 사드 보복 여파로 서비스업 가운데 한계 상황에 직면한 자영업자가 많았는데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리는 바람에 일자리가 줄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정부는 건설업 일자리가 줄어 저소득층 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집값을 잡는 데 치중해온 정책의 영향으로 건설업이 위축된 측면이 있는 만큼 부동산정책의 나비효과가 양극화를 키운 셈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건설업이 구조조정 영향에 들어오자 지방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산업생태계를 재구성하고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면 소득 하위 근로자들에게 큰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임금 무차별 인상 대신 빈곤층 선별 지원 필요 저소득층의 수입이 이례적으로 줄어든 만큼 이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정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가계 동향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소득을 늘려주려 해도 민간에서 임금을 늘릴 여력이 없는 한 고용만 줄어드는 정황이 드러났다. 현재의 정책을 강행한다면 정책이 효과를 내기도 전에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이 쓰러질 판이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입증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부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이 비판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소득 감소와 일자리 감소는 단순히 기저효과로 설명할 수 없다”며 “당장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려면 일하는 사람에게 지원금을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 중에는 실제 빈곤 가구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은 만큼 저소득 가구를 선별해서 지원금을 주면 분배 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 중 70% 정도가 중산층에 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고용이 부진한 음식업과 도·소매업도 경기가 살아나야 일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근로자에게 초점을 둔 지원책 대신 기업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최혜령·박재명 기자}
최고소득 가구와 최저소득 가구 사이의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인 6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의 수입을 늘려주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추진했지만 분배가 되레 악화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통계청이 24일 내놓은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76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 원(3.7%) 증가했다. 전체 소득수준은 작년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늘었지만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128만67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1800원(8.0%) 줄었다. 이 같은 감소 폭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큰 것이다. 반면 상위 20%에 속하는 5분위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1분기 기준 1015만17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3% 늘면서 역대 처음 월소득 1000만 원 선을 넘어섰다. 상위 20% 가구의 가처분소득(세금 등 비용 제외)을 하위 20% 가구의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1분기 기준 5.95배였다. 최고소득층이 쓸 수 있는 돈이 최저소득층의 6배에 육박한다는 의미로 2003년 이후 소득계층 간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것이다. 최저소득층의 소득이 급감한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경제활동을 하기 힘든 70세 이상 고령층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데다 무직 또는 수입이 적은 일용직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규상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저소득층인 1분위에 새로 편입된 고령층이 늘면서 근로소득도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경제 전문가들은 올 초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린 것이 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보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늘면서 저소득층이 주로 일하는 숙박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고령층 일자리가 많이 사라지면서 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최혜령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연일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주장하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기조가 완화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자리 감소 등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정부 내에서 청와대 주도로 추진되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부총리는 24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 “신축적으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고용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 시장과 사업주가 느끼는 수용성(부담 수준) 등을 충분히 검토해 향후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 부총리는 전날에도 최저임금에 대해 “시장 및 사업주의 수용성을 고려해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사실상 난색을 표시한 것이다. 사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간간이 밝혀 왔지만 최근 부쩍 발언의 강도가 높아졌다. 16일에는 국회에 출석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줬다”며 자신의 종전 발언을 뒤집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김 부총리의 발언을 두고 경제부처 공무원들의 속내를 표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 내에는 청와대 정책라인 주도로 이뤄지는 최저임금 인상이 ‘지나치게 급격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재 국회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염두에 두고 김 부총리가 의도적으로 속도조절론을 부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종류를 너무 적은 수로 제한하면 기업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가 지난해 5월에 출범하고 6월에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충분한 논의 없이 대선 공약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며 “올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최저임금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만 해도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한국 경제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옹호했다. 하지만 일자리 감소,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 등 다양한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김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특별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 논의에 대해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됐으니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내에도 김 부총리의 속도조절론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문병기 기자}

“지난해가 바닥일 줄 알았는데 또다시 바닥이네요.”(통계청 인구통계 담당자) 정부가 출산장려 정책을 쏟아내는데도 저출산 쇼크가 이어지면서 당국자조차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금의 정책 기조로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3일 내놓은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 3월 국내에서 태어난 아이는 3만 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3200명(9.6%)이나 줄었다. 국내 출생아 수는 2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저출산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에서는 “그나마 작년에는 출생아 수가 매달 10% 넘게 줄었는데 올해는 감소율이 한 자릿수여서 다행”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지금까지 한국의 저출산 상황은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인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세계 최악의 출산 감소국’이라는 오명을 쓸 지경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인 합계출산율은 한국의 경우 올해 1분기(1∼3월) 기준으로 1.07명이다. 지난해(1.05명)보다 높지만 매년 출산이 상반기에 많고 하반기에 적은 점을 감안하면 연간 기준 합계출산율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국은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처음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2015년 기준 1.68명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인구학자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과 국가의 지원 등을 이유로 ‘합계출산율 1명’을 절대 깨지지 않을 수치로 봤다”며 “지금 추세로 간다면 올해 한국은 처음으로 합계출산율이 0.9명대로 떨어지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출생아 수 감소를 연 단위로 비교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3년 전인 2015년 3월에 태어난 아기는 4만329명이지만 올해는 3만 명에 그쳤다. 전쟁이나 기아를 겪은 것도 아닌데 3년 만에 출생아 4명 중 1명이 사라진 셈이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매달 인구 통계를 발표하면서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숫자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출생아 수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인구 전문가들은 올해 출생아 수가 33만 명대에 그치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산 가능성이 높은 국내 30∼34세 여성 인구는 1년 만에 5.6% 줄었다. 조 교수는 “30대 여성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전체 출생아 수는 2020년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기획재정부가 박근혜 정부 당시 선임된 KT&G 사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KT&G 지분이 있는 IBK기업은행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재부는 올 1월 이 같은 시나리오를 담은 문건을 작성했다가 바로 폐기해 ‘관치(官治)’를 시도한 뒤 관련 증거를 없애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 1월 ‘KT&G 관련 동향 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한 뒤 같은 달 폐기했다. 심 의원은 “정부가 경영 개입이 불가능한 민간기업인 KT&G 사장 선임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증거를 만들었다가 바로 폐기한 것”이라며 “문건 작성과 폐기를 누가 지시했는지, 실제 KT&G 사장 선임에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검찰 수사로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정부 문건은 국내 담배사업을 총괄하는 기재부 국고국 출자관리과가 작성했다. 여기에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백복인 KT&G 사장 재선임 동향과 향후 전망이 담겼다. 특히 문건에는 ‘대응 방안’이라는 소제목 아래 정부가 KT&G 사장 선임에 직접 관여하려는 듯한 표현이 적지 않게 나온다. 문건에서 기재부는 “현실적으로 정부의 사장 선임 개입은 불가능하지만 기업은행을 통해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투명 공정한 운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2월 2일까지 기업은행을 통해 주주 제안을 하겠다고도 했다. 또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 대행사인 ISS에 외부인사 최고경영자(CEO) 영입 필요성 설득”이라고 명시했다. 정부가 지분이 50%가 넘는 외국인 주주들을 설득해 KT&G 내부 출신인 백 사장을 교체하려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올 초 KT&G 안팎에서는 친문(親文) 인사가 사장에 선임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KT&G의 2대 주주(지분 6.98%)인 기업은행은 문건의 시나리오대로 사장 선임 절차에 참여했다. 기업은행은 기재부가 ‘경영권 참여일’이라고 명시한 2월 2일 공시를 통해 KT&G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사외이사 2명도 새로 추천했지만 실제 선임에는 실패했다. KT&G 1대 주주(지분 8.71%)인 국민연금공단은 주주총회 전날인 3월 15일 백 사장 연임과 관련해 중립 의견을 밝혔다. 백 사장은 결국 주총에서 연임안이 통과되며 2021년까지 사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1월에 만들어 1월에 없앤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공식 정책 자료가 아닌 만큼 문서 번호를 달거나 보고를 하는 등 폐기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문건 관련 조사가 시작된다면 해당 문건이 누구에게 보고됐고, 파기 지시는 누가 내렸는지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까지 보고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지만 기재부는 부인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 당국자는 “해당 문건은 실무진이 작성하고 폐기한 것이라 간부들이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기업은행이 KT&G 경영에 참여한 것도 기재부 지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이 21일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공기청정기 보급이나 지방 고속도로 건설 등 ‘선심성 사업’이 끼어들면서 추경의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21일 본회의에서 당초 정부안보다 218억 원 줄어든 3조8317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처리했다. 지난달 6일 국회에 정부안이 제출된 지 45일 만이다. 추경 심의 과정에서 국회는 정부가 책정한 사업예산 3985억 원을 감액한 반면 민생과 지역 현안과 관련된 3766억 원어치의 사업을 늘렸다. 문제는 ‘일자리 만들기’라는 추경의 취지에 맞는 사업이 많이 줄어든 반면 향후 본예산에 편성해도 상관없는 사업이 대거 포함된 점이다. 교통이 불편한 산업단지 재직 중소기업 청년들에게 주는 교통비 예산은 당초 정부안에서 976억 원이 책정됐지만 심의 과정에서 절반이 줄어든 488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청년 일자리 대책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꼽혔지만 1인당 교통비 규모(10만 원→5만 원)와 지급 기간(9.5개월→6개월)이 모두 후퇴했다. 중기 재직 청년들에게 연 1.2%의 낮은 이율로 전세보증금을 1인당 최대 3500만 원까지 빌려주려 했던 정부의 주거안정 대책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사용될 주택도시기금이 당초 3000억 원 규모였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2000억 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고졸 취업자에게 주는 ‘취업 축하금’ 역시 240억 원 감액됐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이번 심의를 통해 상당수 사업의 예산이 줄어들어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각 당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예산은 사업 성격과 관계없이 이번 추경에 새로 포함됐다. 경로당과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는 사업에 각각 314억 원, 248억 원 규모의 예산이 배정됐다. 당초 청년 실업 극복을 구호로 한 정부 추경안에 없던 내용이다. 이는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이날 “우리 당의 주장으로 미세먼지 사업 증액을 이뤄냈다”고 말하는 등 한국당 주장이 강하게 반영된 예산이라는 평가다. ‘드루킹’ 특별검사 법안 협상 당시 협상 조건으로 지역예산 편성을 내걸었던 민주평화당은 정부안에 없던 전남지역 예산을 따냈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목포·영암 관련 예산이 대부분이지만 △광주∼강진고속도로(100억 원) △보성∼임성리 철도사업(100억 원) 등 추경 목적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사업도 적지 않게 포함됐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