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이건 노인 글씨체가 아닌데….” 5월 ‘로또 청약’으로 불렸던 경기 하남시 감일지구 포웰시티의 불법 청약을 가려내던 국토교통부 특별사법경찰관들의 시선이 한 청약서류(사진)에 꽂혔다. 65세 고령자인 A씨가 청약 당첨 후 쓴 서약서였지만 서류에 적힌 글씨는 젊은이의 필체에 가까워보였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에 묶여 분양 당시 3.3㎡ 당 평균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000만 원 이상 싼 1680만 원이었다. 여기에 입지 여건이 좋아 1순위 2603채 공급에 5만5000여 명이 몰렸다. 그만큼 불법 전매나 위장 청약이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국토부 단속반이 A씨가 남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 때는 아무도 받지 않았지만 건설사 콜센터가 전화하자 40대로 추정되는 사람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국토부는 해당 건을 불법 청약으로 보고 수사 의뢰했다. 국토부는 A씨와 유사한 하남 포웰시티 불법 청약 의심사례 108건을 적발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2일 밝혔다. 국토부가 이번에 적발한 108건은 해당 아파트 1순위 청약 당첨자의 4.1%다. 아파트 청약 당첨을 위한 불법 행위는 위장 이혼부터 위장 전입까지 다양했다. 이 아파트에 당첨된 여성 B씨는 1988년 남편 C씨와 결혼했다가 2013년 11월 이혼했다. 두 사람은 2014년 재혼 후 2017년 다시 이혼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편이 집을 가지고 있거나 과거 아파트 당첨 사례가 있어 자신의 청약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혼인과 이혼을 반복한 사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D씨는 3년 사이 주소지를 6차례 바꿨다. 그는 2015년 한 해에만 서울 송파구(5월), 강원 횡성군(7월), 다시 송파구(7월) 등으로 주소지를 바꾸다 지난해 3월 경기 하남시로 주소지를 옮겨 청약에 당첨됐다. D씨 역시 위장전입 사례로 수사 의뢰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적발된 108건 가운데 위장전입(77건)이 가장 많았다. 하남시 감일지구가 공공택지였기 때문에 하남시에 1년 이상 거주자에게 공급물량의 30%가 우선 공급됐기 때문이다. 통장매매 및 불법전매(26건), 허위 소득신고(3건), 해외거주(2건) 등도 적발됐다. 혐의가 확정되면 이번에 적발된 108명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남 포웰시티 청약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3~10년 동안 주택 청약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국토부는 앞으로 주택 청약 불법행위 단속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법 분양권 거래가 이뤄진다고 보고 이에 대한 단속 고삐를 죄기로 했다. 황윤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국토부 단속반이 SNS를 보고 전화했더니 ‘몇 동을 얼마에 팔겠다’고 제안하는 경우까지 있었다”며 “SNS 상의 불법 분양권 전매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한편 적극적인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바꿔 분양권 불법전매나 위장전입이 적발되면 사업시행자가 분양계약을 취소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지금은 시행자가 취소할 권한만 있을 뿐 취소가 의무는 아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SK텔레콤에 다니는 A 부장은 금요일이던 지난달 29일 퇴근 전 ‘7월 1∼14일 근무계획’을 사내 시스템에 입력했다. 이 회사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앞서 4월부터 2주에 80시간 범위 안에서 근무계획을 세우는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도입했다. A 부장은 “매주 금요일에 다음 2주간 요일별 근무시간을 본인이 입력하면 된다”며 “급한 당직이나 야근 등은 수정 입력할 수 있고 2주 근무가 끝나는 시점에 최종 확정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1일 본격 도입된 주 52시간 근로제는 한국 직장인들의 출퇴근 문화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늦어도 오전 9시까지는 모두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현재의 출근제도로는 주 52시간 내로 근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마다 자율출퇴근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자율출퇴근 확산, 사무공간도 혁신 효성그룹은 일주일 단위로 다음 주 출근계획을 세워 보고하도록 했다. 만약 월요일 불가피한 야근계획이 잡혀 있다면 화요일 늦은 출근을 선택하면 된다. 아시아나항공도 한 달 치 출퇴근계획을 미리 전산시스템에 올리도록 했다. 사내 전화 액정 창에도 해당 직원의 출퇴근 예정시간이 표시돼 서로 업무나 소통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직원 본인이 2시간 단위로 직접 신청해야 지급되던 초과근무수당을 1일부터 10분 단위로 사무실 출입기록 등에 따라 자동 지급되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이전까진 통상 1시간 반을 잔업하면 30분 더 버티다 퇴근했는데, 이젠 곧장 퇴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발직과 사무직을 대상으로는 출퇴근시간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제’를 도입해 각자 최대 주 52시간 내에서 출근시간을 조정하도록 했다. 전날 야근을 했다면 다음 날엔 정오 이후 출근하는 식이다. 현대차도 오전 10시∼오후 4시를 집중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부서별로 출퇴근시간은 경우에 따라 각각 달리 하기로 했다. 전날 불가피하게 야근이 길어지거나 해서 주 52시간 근무가 불가능할 경우 부서장과 상의해 출퇴근시간을 조정하도록 했다. 자율출퇴근제가 본격화됨에 따라 기존 사무실 풍경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SK그룹은 출퇴근 방식의 변화에 따라 일하는 공간 자체도 바꿔 보자는 취지로 계열사별로 ‘공유좌석제’를 도입하고 있다. 개인 책상을 없애고 그날의 업무와 출퇴근 상황에 맞춰 원하는 층과 자리에 앉아 근무하는 제도다. SK하이닉스, SK C&C 등 정보기술(IT) 계열사들부터 시작한 뒤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에너지 계열사들도 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 접대시간 인정 들쑥날쑥, 투잡 편법도 업무상 접대는 같은 회사 내에서도 계열사별로, 팀별로 제각각 상황이 다르다 보니 논란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회식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업무상 접대는 사용자의 지시 및 승인에 따른 경우에 인정이 가능하다. GS건설은 영업, 홍보, 대관 등 외부 접촉이 잦은 보직을 중심으로 외부 인사와의 ‘저녁식사 2시간’을 업무로 인정하기로 했다. 만약 이 회사 A 과장이 거래처 사람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 동안 저녁식사를 함께한다면, 2시간은 A 과장의 근무시간이고 1시간은 근무시간이 아닌 셈이다. GS건설 측은 “외부 식사비를 3만 원으로 제한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지킬 수 있는 식사시간을 2시간으로 보고 정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은 업무상 접대는 최대 3시간까지 인정하기로 했고, SK E&S는 2시간까지만 허용한다. 재계 관계자는 “같은 시간 동안 식사를 하더라도 A회사 직원은 근무 중이고 B회사 직원은 자기 시간을 희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거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늦어도 오후 9시면 급하게 자리를 파해야 하는 셈이니 통금시간이 부활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아직까지 내부 지침을 정하지 못한 회사도 적지 않다. 한화그룹은 “거래처와의 약속이나 해외 출장 시 근로 인정시간 등 세부안은 아직 검토 중”이라며 “정부가 6개월의 처벌 유예기간을 둠에 따라 현장 의견을 좀더 취합해 업무 지침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대차도 외부 업무식사가 많은 부서를 중심으로 대안을 짜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급적 저녁 약속은 점심으로 돌리고, 저녁이 불가피하다면 일찍 퇴근하거나 늦게 출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건설업체는 해외 건설현장에서 어떻게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근무자들에게 4개월에 한 차례 최대 15일가량 주던 휴가를 3개월에 한 차례로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 중이다. 휴가를 늘려 근로시간을 맞추는 것이지만 사실 임시 대책에 가깝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해외 현장마다 공사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적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나마 국내 건설사의 해외 현장이 3, 4년 사이 급감해 다행이라는 자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반 직원들 사이에선 주 52시간제 때문에 사측의 관리 감독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기업 차장은 “근무시간도 사전에 상사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고, 접대 자리도 상사의 지시가 있어야만 인정을 받는 구조이다 보니 상사와의 관계에 따라 근로시간 인정 여부가 달라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편법도 등장했다. 한 대기업은 야근 및 주말 근무가 많은 임원 기사들을 대리기사 운전업체에 이중으로 고용시킨 뒤 52시간이 넘는 부분에 대한 월급은 대리기사 업체가 지급하도록 했다. 동종 업체 간 인력 교차 활용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주 4일 정도만 원래 공장에서 정규직원으로 일하고 주말엔 다른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뛰는 방식이다. 초과 근로를 통해 연봉을 높여온 공장 근로자들도 환영하고, 회사로서도 주 52시간제 규정을 피해갈 수 있는 묘안으로 떠올랐다. 김지현 jhk85@donga.com·박재명·김현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가동 중단 방침을 밝혔던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사진)가 사용연한을 남기고 조기 폐쇄된다. 정부가 6·13지방선거 여당 승리 이후 대선 공약인 ‘탈(脫)원전’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원전 폐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와 신규 건설할 예정이던 원전 4기의 건설 중단을 의결했다. 한수원은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 날인 14일 이사회 개최를 결정하고 이사들에게 참석을 요청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을 검토한 결과 경제성이 떨어져 조기 중단하기로 했다”며 “월성 1호기가 국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6%이기 때문에 전력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곧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운영 변경 허가를 낼 계획이다. 정 사장은 “최종적인 폐쇄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삽을 뜨기도 전에 건설이 중단된 원전은 △천지 1, 2호기(경북 영덕군) △대진 1, 2호기(강원 삼척시) 등 4기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이미 예고됐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2022년 11월까지로 사용연한이 10년 연장된 월성 1호기의 폐쇄를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에도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재확인한 바 있다. 월성 1호기는 대선 직후인 지난해 5월 28일 계획예방정비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 1호기를 국내 발전설비 명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한수원 노조는 이번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수원 이사회가 정치 상황에 휘둘려 편파적 결정을 내렸다”며 “월성 1호기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수명이 연장된 만큼 이번 결정을 한 이사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사진이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승인함에 따라 회사에 64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가 2012년에 가동 중단된 뒤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등 안전성을 강화하는 데 2015년까지 5600억 원을 사용했고 이후 중단된 시점부터 10년 연장 허가를 받았다. 또 월성 1호기 사용연한을 연장하기 위해 한수원이 경주시에 납부한 지역상생협력금도 825억 원에 달한다. 한수원 노조 관계자는 “수많은 투자를 한 시설을 정치 논리에 따라 폐쇄한 경영진의 행동은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 각 부처가 458조 원 규모의 2019년도 예산안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올해보다 29조3000억 원(6.8%) 늘어난 대규모 예산안이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소득분배를 개선할 재원을 마련하겠다지만 성장 관련 사업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적잖은 규모의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재부는 정부 각 부처가 내년도 예산·지출 총지출로 458조1000억 원을 요구했다고 14일 밝혔다. 부처 요구액 기준으로는 2012년(7.6% 증가) 이후 7년 만에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연평균 재정지출 7% 증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향후 예산편성 과정에서 저소득층 소득 보전, 일자리 창출 등 각종 국정과제 사업이 추가될 경우 내년 예산안 규모는 460조 원대를 넘어서는 ‘울트라 슈퍼’ 규모가 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부처가 요구한 예산 총액은 기재부의 편성 과정을 거치면서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각 부처는 전년 대비 6.0% 늘어난 424조5000억 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당시 기재부는 이보다 4조5000억 원 늘어난 429조 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2017년 역시 부처 요구액(398조1000억 원)보다 정부가 국회에 낸 예산안(400조7000억 원)이 2조 원 이상 많았다. ▼ 소득분배-일자리 관련 증액 기조… 460조 넘을수도 ▼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저소득층의 소득하락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올해는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예산수요가 커졌다. 또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일자리 역시 증액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 내년 정부예산은 460조 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각 부처가 낸 예산안은 ‘복지 증대, 사회간접자본(SOC) 감액’ 기조를 나타냈다. 교육(11.2%), 국방(8.4%), 복지(6.3%), 외교·통일(6.2%) 등의 예산 요구액이 크게 늘어난 반면 도로·철도로 대표되는 SOC(―10.8%), 농림(―4.1%), 환경(―3.9%), 문화(―3.8%) 등은 예산 요구가 줄어들었다. 복지예산은 각 부처 요구안이 올해보다 9조1000억 원 늘어난 153조7000억 원에 이르면서 내년도 예산 150조 원 돌파를 예고했다. 기재부는 정부 예산안을 9월 2일 국회에 제출한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부처에 ‘기업 기(氣) 살리기’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정부 출범 이후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또 기업의 준공식 등 격려가 필요한 곳을 직접 찾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동안 대기업과의 접촉을 자제해온 문 대통령이 앞으로 대기업과의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나설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부가 기업과의 소통 및 애로 해소 등 기업 기 살리기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1월부터 매월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해 온 김 부총리는 이날 여섯 번째 월례 보고를 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하남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만난 뒤 대통령 정례보고 결과를 공개했다. 김 부총리는 “오늘 대통령에게 기업 소통 현황과 계획을 말했더니 굉장히 적극적으로 장려했다”며 “기재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도 적극 재계와 소통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김 부총리는 “대통령에게 신세계그룹을 방문한다고 하니 준공식, 기공식 등 필요한 곳을 직접 찾겠다는 의향을 밝혔다”며 “(문 대통령이) 기업의 건의 사항도 많이 들려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과 관련해 김 부총리에게 △드론, 전기차, 수소차 육성 등 세부계획 수립 △공론화를 통한 규제 개선 필요성 홍보 △대국민 경제 상황 소통 강화 등을 주문했다. 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역혁신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날 주요 기업육성 정책으로 평가되는 혁신성장 중 규제 개선 문제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3개월 내에 규제혁신의 가시적인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며 “그동안 이해관계 대립이나 사회적 이슈화로 혁신이 잘 안되는 것처럼 보인 분야에 대한 규제혁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해외에 없고 한국에만 있는 ‘한국형 규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9월 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경제부처 수장이 스스로 3개월이라는 시한을 정해 성과를 내겠다고 밝힌 것 외에 ‘정부의 의지’ 등의 단어를 사용한 것도 이례적이다. 김 부총리는 최근 불거진 저소득층의 급격한 소득 하락 역시 혁신성장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 부총리는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을 2019년 예산안에 반영하는 등 혁신형 고용안정 모델을 구체화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좋은 흐름을 유지하던 세계 경제가 앞으로 2년 동안 차츰 둔화될 것이라고 세계은행이 전망했다. 10개 경제 지표 중 9개가 이미 ‘둔화 또는 하강’ 상태인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계은행은 5일(현지 시간) 세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세계 경제는 3.1%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선진국 성장 둔화,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경제 회복세 약화 등의 요인으로 향후 2년 동안 점진적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세계 경제의 내년도 성장률을 3.0%, 2020년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매년 0.1%포인트씩 하락하는 추세를 예측한 것이다. 특히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 국가의 경제 성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올해 2.7%의 성장세를 보이지만 2년 뒤인 2020년 성장률이 2.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기간 동안 일본(1.0→0.5%), 중국(6.5→6.2%), 유로존(2.1→1.5%) 등이 모두 성장세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보고서에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포함되지는 않았다. 한편 세계은행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금융시장 변동성 △정치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향후 세계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 등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경고하면서 “신흥국들이 여기에 대비한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한승희 국세청장은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로버트 팍파한 인도네시아 국세청장을 만나 한-인도네시아 국세청장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양국 국세청은 두 나라 국세청장 회의를 매년 한 차례 정례화하기로 하고, 한국 기업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세청의 이중과세 방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인도네시아에는 2082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가운데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기업이 많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주장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가 4일 발표된 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해온 기재부 수장이 한발 물러난 셈이다. 하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김 부총리가 불참한 회의에서 내각의 기강 재확립을 강조하고 나서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씨 여전한 정부 내 갈등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총리·부총리협의회에서 “하위 1분위 저소득층 가운데 고용 밖 노동자와 자영업자 소득을 위한 특단의 지원 대책 마련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책 마련을 당부한 것이다. 이어 “2년 차 국정 운영의 본격 추진을 위해 내각 기강을 재확립하고, 긴장감을 가져 달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모든 것이 나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며 ‘속도조절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지만 김동연 부총리는 병가를 내고 불참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열린 헬스케어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논란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지혜를 모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날 KDI 보고서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갈등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취지로 보인다.○ KDI 발표에 대한 논란도 심화 정부 내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산파’ 격인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KDI가 전날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가 부정확하고 편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2년 동안 최저임금을 15.3%씩 올리면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국장은 “보고서는 한국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헝가리의 최저임금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가져다가 한국의 사례를 ‘짐작’했다”며 “남의 나라 추정치로 최저임금 효과를 예상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아울러 “KDI가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 한국과 비슷한 영국의 고용탄력성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을 계속해서 많이 올리면 고용 감소의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재반박했다. 당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눈에 띄게 줄지 않지만 매년 급격하게 인상할 경우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 내용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헝가리의 고용 감소 사례를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민간으로 번지는 정책 공방 KDI 보고서를 계기로 논란이 민간 학계로 번지는 모양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본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약간의 비용 상승도 감당하기 버거운 업체들로선 일단 버티기 위해서 고용 축소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KDI 보고서가 보다 정밀한 검증을 거쳤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최저임금 논란의 휘발성을 고려했을 때 경제 조건이 비슷한 국가를 찾아 한국에 적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의 여파 등 한국 상황을 고려한 분석 결과를 보고서에 담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책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제 임금을 주는 자영업자 등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이건혁·유근형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일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현 정부의 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목표를 밀어붙이면 일자리의 양과 질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경고다. 최저임금 수준이 전체 임금의 중간값에 이를 정도로 높아지면 자영업자의 고용 여력이 줄고 단순 기능인력의 취업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등 청와대 정책라인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여부를 두고 대립하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첫 분석이다. ○ 프랑스처럼 한국도 속도조절 필요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폭이 2018년 최대 8만4000명,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 등 점점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는 임금 인상 첫해에는 어느 정도 충격을 상쇄할 수 있어도 지속적으로 올릴 경우 노동시장이 일자리를 유지하기 힘든 한계에 이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올라 일자리 유지가 어려워지는 계층은 매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저소득 근로자다. KDI는 고용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큰 ‘최저임금 120% 미만’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 비중이 2017년에는 전체 근로자의 9%였지만 올해 17%로 늘어난 뒤 2019년 19%, 2020년 28%까지 급증할 것으로 봤다. 이렇게 되면 싼 인건비의 인력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에서 일자리를 줄이고 그 결과 실업자가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이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상대적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고 KDI는 내다봤다. 통상 국가별 최저임금 수준은 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에 있는 중간임금과 비교해 나타낸다. 이런 비교 결과 한국의 중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올해 55% 수준이다. 2020년에 최저임금이 1만 원에 이르면 최저임금 비율이 68%로 2016년 프랑스 수준(61%)을 넘어 OECD 최상위 수준에 이르게 된다. 최 연구위원은 “이렇게 되면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고, 경력이 쌓이더라도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등 임금질서 교란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도 최저임금이 중간임금의 60%를 넘어선 2005년 이후 추가 인상을 멈춘 만큼 한국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외에서 우려하는 최저임금 정책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KDI만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올해 2월 “한국이 최저임금의 ‘추가’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 해 최저임금을 크게 올린 것은 소비를 늘려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연이은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을 평균임금 수준까지 높여 실업률을 끌어올릴 것이란 예측이었다. OECD 역시 지난달 한국 경제에 대해 “생산성 향상 없이 최저임금만 급격히 올리면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국내외 지적에도 정부 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말하는 등 ‘속도 조절론’이 여전히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한국 경제의 당면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에 영향을 주는 정책이 혼선을 겪으면서 성장과 분배 정책이 전반적으로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국민의 살림살이를 펴 주기 위한 일종의 수단인데 지금 정부는 공약을 지키려 수단에 집착하는 모습”이라며 “공약에 얽매이지 말고 근본적인 경제 상황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지적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후 정부가 올해 하반기(7∼12월)에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쪽에 힘을 실어 주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주장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른바 ‘김동연 건너뛰기’ 논란이 불거져서다. 최저임금 정책뿐 아니라 규제 개혁, 보유세 개편 등 굵직굵직한 정책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기재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힘 잃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3일 경제부처에 따르면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먹히지 않는 상황은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처음 불거졌던 부총리 건너뛰기 논란을 연상시킬 정도다. 지난해 김 부총리는 “명목 세율 인상이 없다”고 말했다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이 주도한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안을 받아들였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을 제기한 것은 지난달 16일이다. 그는 국회 출석, 라디오 인터뷰, 기자 간담회 등 공식적으로만 4차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준다”거나 “(문 대통령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은 신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폭은 그해 경제 정책의 기본에 속한다. 한 경제부처 당국자는 “경제부총리가 내놓은 정책의 기초 추진방향을 대통령이 ‘각하’한 셈이어서 부총리가 다른 정책을 힘줘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기조 유지 발언이 이달 열리는 지방선거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지층 결속’을 위해 강경 발언을 한 것일 뿐, 실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시작되면 김 부총리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모든 경제정책 관련 간부들을 소집해 격론을 벌인 뒤 내놓은 것이라 이를 뒤집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보유세 개편, 규제개혁에 영향? 이런 상황에서 선임 경제부처인 기재부의 정책 장악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것인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다. 기재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해도 매년 여러 경로를 통해 최저임금 결정에 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고 관가는 보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16.4%를 올린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 당시에도 기재부는 국장급(2급) 간부를 최저임금위원회에 보내 “임금인상분 일부를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인상안 통과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올해 기재부는 최저임금에 관해 “최저임금위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고만 전했다. 김 부총리의 ‘구두 개입’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추가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 기재부가 보유세 인상, 규제개혁, 서비스업 개편 등 올해 결정해야 할 다양한 경제정책에서도 주도권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유세 인상은 이달 나오는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앞서 김 부총리는 여러 차례 “보유세 개편안은 재정특위 결정을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재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의 핵심 대책 중 하나인 규제개혁도 아직까지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정부 스스로도 1년 추진상황 점검을 통해 규제개혁에 대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총론으로는 찬성, 각론에는 반대’ 식의 기득권 반대에 막혀 있다”고 진단할 정도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최저임금을 높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를 부각한 반면 기업 활동을 돕는 혁신성장 분야에서 성과가 없다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질타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노동계에 치우친 채 기업을 압박하면서 기업 관련 규제를 풀어야만 가능한 혁신성장의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분배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에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늘어난 데다 상용직도 많이 늘고 근로자 가구 소득도 많이 증가했다”며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으로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당 부분 고령자인 비근로자의 소득 감소, 영세 자영업자 등에 따른 문제는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라며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기재부가 주도하는 혁신성장에 대해선 “1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하고 규제 혁파에도 속도를 내달라”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일부에서 재정전략회의 분위기와 관련해 김 부총리의 ‘판정패’나 ‘패싱’이라고 해석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수요 확대와 더불어 공급 측면의 규제 개혁이 지속 성장의 주요 요인인 만큼 정책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구조 개혁 없이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과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급을 개혁하는 혁신성장이 수요를 늘리는 소득주도성장에 비해 정책 추진 속도가 느린 상황”이라며 “다양한 경제 부문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청와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성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최근 최저임금 급등의 여파로 일자리가 줄면서 영세 자영업자와 노년층의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 소득주도성장의 밝은 면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정부 경제정책의 또 다른 축인 혁신성장에 대해선 “성과가 없다”고 질책했다.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의 성과를 비판한 것은 지난해 11월과 이달 17일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문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 분발해 달라”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내에서 ‘성장’의 가치를 중시해온 부처 장관들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처의 소극적 대응 질타한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김 부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 참모진까지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했다. 이는 소득주도성장 추진에도 저소득층의 소득이 되레 감소하며 양극화가 심해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소집한 지 2일 만에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현안 점검에 나선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성과를 부각하면서 직접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통계를 보면 고용시장 내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은 다 늘었다”며 “이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라고 했다. 올 1분기(1∼3월) 하위 20% 근로자 소득이 8.0% 줄었지만 전체 근로자 임금은 3.7% 늘어난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어 “정부가 대응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제부처의 미온적 태도를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부총리와 기재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대통령이 청와대 정책라인의 ‘소득주도성장 유지’ 쪽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복지 관련 재정지출 확대도 예고 이날 회의에서 여당 지도부와 대선 캠프 출신 장관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기우라고 보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지출을 늘리는 등 나랏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당국인 기재부에 대해 지금보다 더 확장적인 재정을 하도록 압박한 셈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저임금이 소득 분배 개선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며 “(소득 하위 20%의 소득 감소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가계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가세했다. 재정 확대 요구에 대해 김 부총리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의 재정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으로 답했다. 이미 기재부는 내년 예산을 5.7%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이 정도의 증액만으로도 내년 예산은 453조3000억 원 선을 넘게 된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이보다 더 높은 재정확대를 요구함에 따라 국가부채가 대폭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정부 내에서는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을 주장해온 김 부총리의 입지가 약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이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을 ‘소득주도성장 컨트롤타워’로,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 컨트롤타워’로 교통정리를 해 준 것이라는 엇갈린 해석도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애초 원고에는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해 주시고…’라고 돼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우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라고 말하며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경제수장으로서 김 부총리의 ‘영(令)’이 서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문 대통령이 핵심 경제정책마다 김 부총리 의견을 반영하지 않거나 성과가 미흡하다고 공개 질책했다”며 “청와대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문병기·최혜령 기자}
한국 증시가 이탈리아의 정세 불안과 미중 무역갈등 심화의 직격탄을 맞고 하루 만에 2% 가까이 하락했다. 코스피는 30일 전 거래일보다 48.22포인트(1.96%) 내린 2,409.03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전날보다 10.44포인트(0.42%) 하락 출발한 코스피는 오후 2시 35분 2,400 아래인 2,399.58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2,4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3월 26일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이날 종가는 지난달 4일(2,408.06) 이후 최저치이며 하락률은 3월 23일(3.18%)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외국인(6605억 원)과 기관(4295억 원)이 1조 원 넘게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은 1조83억 원을 매수해 2011년 8월 10일 1조5559억 원을 순매수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을 사들였다. 삼성전자(―3.51%), 셀트리온(―0.37%), 현대차(―1.79%), POSCO(―2.01%) 등 시가총액 상위주 대부분이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증권(―4.00%), 은행(―3.19%) 등 금융주의 하락세가 컸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14포인트(0.48%) 오른 874.22로 장을 마쳤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카드 단말기를 설치한 가맹점들이 7월 20일까지 결제용 단말기를 기존의 ‘긁는 방식’에서 ‘꽂는 방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최대 5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당국은 긁는 방식의 단말기가 보안에 취약하다고 보고 꽂는 방식으로 전환토록 유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단말기 31만 대는 긁는 방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신용카드를 꽂는 방식인 집적회로(IC) 단말기 설치 비율이 28일 기준 89.8%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이 비율이 71.1%였다. 카드 단말기는 긁어서 결제하는 마그네틱(MS) 단말기와 꽂아서 사용하는 IC 단말기로 나뉜다. 정부는 2014년 대규모 카드정보 유출 사태 이후 MS 단말기가 정보 복제 및 유출 위험이 크다고 보고 2015년 7월 21일부터 IC 단말기 사용을 의무화했다. 다만 영세사업자 등의 비용 부담을 고려해 3년간 유예했다. 올해 7월 20일로 유예기간이 끝난다.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의 IC 단말기 전환율이 89.8%에 이르는 반면 MS 단말기를 사용하는 곳은 10곳 중 1곳인 10.2%에 달한다. 단말기 대수로는 31만3000대다. 업체별로는 영세가맹점 가운데 구형 단말기를 유지하는 곳이 16만3000곳(9%), 일반가맹점 15만 곳(12%)으로 집계됐다. 금융위는 모든 단말기를 IC 단말기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금융위 당국자는 “휴·폐업 상태거나 영업을 그만두려는 가맹점도 있어 IC 단말기 100% 전환은 힘들 것”이라며 “유예기간 종료 시점에 전환율 98%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예기간 종료 이후까지 IC 단말기로 전환하지 않는 가맹점은 최대 5000만 원(개인 2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에서 카드 결제정보를 중개하는 밴(VAN)사에도 최대 50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금융위는 7월 20일 전까지 카드사 콜센터 등을 통해 가맹점주에게 직접 단말기 교체를 안내하기로 했다. 전환 의사가 없는 가맹점에 대해서는 점주의 동의를 받아 MS 단말기를 회수할 방침이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두고 정부 내에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경제부처 장관 및 청와대 수석 간의 격론이 벌어진 데 이어 30일에는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수단을 두고 정부 내에서 혼선을 빚으면서 일자리정책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은 그 말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이 겨냥한 ‘사람’은 경제 수장인 김 부총리다. 이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증적 분석 결과가 나온 다음에 속도조절을 판단해야 한다”며 “(속도조절론은) 책임 있는 정책당국자가 할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영세자영업, 소상공인들 일자리가 몇 개 줄어들었는지, 줄어든 이유가 손님이 없어서인지 최저임금 때문인지 아직 제대로 된 통계도 없다”며 “경제부총리가 신의 영역에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서도 “전권을 갖고 모든 부처를 통솔해 정책을 기획, 조정, 점검하는 완벽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 대신 자신이 정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이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 의견을 정리할지에 대해서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협의를 잘 해서 (부처 간 입장 일치를) 고려해 보겠다”며 “각 부처 입장이 항상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정책에 혼선을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기재부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전날 열린 소득주도성장 점검회의에 대해 “우리 부(기재부)의 분석과 입장을 토대로 충분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 경영계,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 중 5명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4명은 민노총이 추천해 고용노동부 장관이 위촉한다. 한국노총이 이미 불참을 선언한 상황이라 근로자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최저임금위는 당분간 파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법정시한인 다음 달 28일까지 결정해야 하며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물리적으로 연기가 가능하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한국이 생산성 향상 없이 최저임금만 급격히 올리면 고용 둔화와 국가경쟁력 약화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고했다. OECD는 30일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 5년 임기 동안 최저임금을 54% 올리기로 한 계획이 한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민간 소비가 살아날 수 있지만 생산성 향상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고용이 줄어들고 한국의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OECD는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에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는 추세인 데다 법정 근로시간이 7월부터 단축되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생산성 향상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제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업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들기도 했다. OECD는 또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2%에 못 미치는 데다 가계부채가 여전히 많은 점을 감안해 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국내 대출 규제로 주택 구입이 줄어들 수 있는 점은 경기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OECD는 수출 확대와 확장적 재정의 효과로 한국이 올해 3.0%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가 근로자의 임금을 높여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소득계층 간 양극화가 심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난 만큼 보완책을 마련하되 경제정책의 핵심 틀은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통해 “거시 경제 상황이 개선됐지만 최근 하위 20%의 가계소득 감소 등 소득 분배가 악화된 것은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가계소득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별도의 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는 최근 일자리 증가 속도가 급격히 둔화되고 저소득 가구와 고소득 가구의 소득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는 통계 지표가 잇달아 발표되자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검점하기 위해 마련됐다.○ “소득주도성장 기조 유지” 이날 회의에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한 원인으로 고령화, 최저임금 인상, 자영업 부진, 건설경기 부진 등을 지목했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고 그 여파로 저소득층이 타격을 입었다는 경제계의 지적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당국자들은 이 문제를 놓고 2시간 30여 분간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를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구체적인 대안은 밝히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앞으로 장하성 정책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 경제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회의를 계속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회의 결과를 보면 저소득층을 위한 보완책은 내놓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큰 틀은 바꾸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셈이다. 정책의 효과를 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궤도를 수정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단기 성과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자리 정책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가 국민 실생활에 구현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저소득층 위한 근로장려세제, 기초연금 확대 거론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리는 방안으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기초연금 추가 인상,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확대 등이 거론된다. 이 대책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추진할 수 있고 효과도 빠르게 나타나며 최저임금 연착륙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정부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EITC란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근로소득에 따라 근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근로연계형 소득 지원 제도다. 정부 내에서도 이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저소득층 소득을 높이려면 결국 정부 재정이 필요한데 이미 추경(추가경정예산안) 카드를 썼기 때문에 EITC 지원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금은 올해 9월부터 현행 20만6000원에서 25만 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다만 노인 빈곤율과 전체 노인 인구의 39%에 불과한 국민연금 수급자 현황 등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을 고려할 여지가 있다.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 확대 지원처럼 고령층, 무직자 등 저소득층 가구 특성에 따른 맞춤형 방안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궤도 맞는지 큰 틀에서 점검해야” 당초 정부가 주장한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부문 주도의 일자리 확대 등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면 이들이 소비를 늘려 기업 투자도 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실험은 결국 소득 위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고용을 줄이고 일자리 정책이 공공부문에 치우치는 바람에 민간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퇴보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기조를 고집스럽게 유지하면서 미시적인 보완책만 내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더 늦기 전에 정책 방향 자체가 맞는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정밀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 기업 투자부터 늘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투자 의욕이 꺾인 상태에서는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황태호·한상준 기자}

정부가 경기를 판단하려고 중점적으로 보는 10대 경제 지표 중 9개에서 불황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성장률이 양호하게 나오는 ‘반도체 착시’에 갇혀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9일 경제가 ‘상승, 둔화, 하강, 회복’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지 분석한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 국면은 소매 판매를 제외한 9개 분야에서 둔화나 하강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의 원천인 기업 생산과 관련된 경제지표는 모두 경기의 바닥과 가까운 하강 단계였다. 자동차와 조선업 등 주력 산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3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2016년 1월(―1.2%) 이후 2년 2개월 만에 생산이 가장 많이 줄면서 수출과 신규 일자리가 동반 감소하고 있다. 건설 기성액도 전월 대비 4.5% 감소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바닥권으로 진입 중임을 보여줬다.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지난달 77로 1년 전(83)보다 크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설비투자가 올 3월 8%에 가까운 감소세를 보였다. 이어 소비자기대지수, 서비스업 생산 등에서도 경기 둔화 징후가 나타났다. 민간소비 실태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올 3월 2.7%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재정이 대거 투입되면서 저소득층 소비가 일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는 경남 거제, 통영-고성, 전남 목포-영암-해남, 울산 동구, 경남 창원시 진해구 등 5곳을 1년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구조조정이나 신산업 육성에 나서지 못하고 또다시 진통제만 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김준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뼈대인 소득주도성장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28일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와 투자를 확대한다는 정부 구상에 문제가 생겼음을 시인하고 정책을 보완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자리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하위 20%의 가계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득 분배가 악화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29일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주요 경제부처 수장이 대거 참석한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분배에 초점을 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고도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의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는 등 양극화가 되레 심해졌기 때문에 나 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단기 성과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도 “일자리와 소득의 양극화 완화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 청년일자리 추경,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등 경제정책의 큰 방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KBS1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양극화 문제가 심해진 원인을 면밀히 분석 중이며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한상준 alwaysj@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비공개로 만나 기업의 담합행위에 대해 공정위만 고발하도록 돼 있는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를 논의했다. 이런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카르텔 혐의와 관련된 고발이 늘면서 검찰의 기업 관련 수사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28일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찾아 문 총장과 면담했다. 문 총장과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17일 처음 회동한 뒤에 수차례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전속고발권 폐지 방안을 협의했다.○ ‘카르텔 범죄’ 수사 허용하나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표시광고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등 6개 법과 관련한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고발이 남발할 경우 기업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지만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한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 문제는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뜨거운 감자’였다. 공정위는 그동안 ‘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까지 설치해 이 문제를 검토했다. 일부 전속고발권 폐지는 거의 확정적이다. TF는 지난해 12월 중간 보고서에서 전속고발권이 부여된 공정위 소관 6개 법률 가운데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등 이른바 ‘유통 3법’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권고했다. 문제는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핵심인 공정거래법 개정 여부다. 현재로서는 기업 담합과 합병 등에서 불법 행위가 드러나도 공정위 고발이 없으면 수사 진행이 어렵다. 검찰도 담합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어야 강력한 단속과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의 전속고발권을 없애면 담합 자체를 적발하기 어려워진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담합은 기업 간 은밀한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신이 신고한 기업에 대해 처벌을 줄여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전속고발권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정위와 검찰 안팎에서는 양 기관의 수장이 법 위반 혐의가 분명한 카르텔 범죄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즉,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기업결합’ 등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는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되 가격이나 입찰 담합 같은 카르텔 행위에는 검찰의 강제 수사가 가능하도록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준다는 것이다.○ 공정위 “전문적 영역에는 전속고발권 필요” 공정위 내에선 여전히 전속고발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기류가 강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의 경제 활동에 바로 형법을 적용한다면 경영 위축 등 부작용이 작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가인 경쟁당국이 수사 대상을 미리 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속고발권 폐지가 대기업 담합을 적발하는 가장 강력한 ‘칼’인 리니언시의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까지는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면 고발 면제로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이유로 대표적인 전속고발권 폐지론자였던 김 위원장도 취임 이후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취임 당시에만 해도 “전속고발권 제도의 폐해를 가장 많이 경험한 게 바로 나”라며 전면 폐지를 거론한 바 있다. 전속고발권을 예외 없이 폐지할 경우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제도 수정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7월까지 TF의 공정거래법 개정 방안을 제출받아 검토할 방침이다. 공정위 최종안을 8월에 공개하고 연내 국회에 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다. 검찰과 공정위 수장이 전속고발권 문제를 논의한 것이 6월 지방선거 이후 개혁 조치를 내놓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국세청이 대기업 오너 일가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관세청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 수사에 나서는 등 정부 2년 차를 맞아 ‘사정(司正)’ 기류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