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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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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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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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류3%
사회일반3%
  • 국립국어원, 개방형 웹사전 ‘우리말샘’ 개통

     국립국어원(원장 송철의)이 5일 국민참여형 개방형 웹사전인 ‘우리말샘’을 비롯해 ‘한국어기초사전’, ‘한국어-외국어 학습사전’ 등 3종 12개 사전을 개통했다. ‘우리말샘’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돼 있는 50만 어휘와 새로 구축한 일상어 지역어 전문용어까지 더해 총 100만 개의 어휘가 수록된 사전이다. 예를 들어 일상어로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는 ‘꽃청춘’ ‘힐링하다’ ‘그루밍하다’ 등의 단어가 포함돼 있다. ‘우리말샘’은 일반 참여자와 사전 전문가의 협업으로 끊임없이 다듬어지는 ‘위키피디아’ 방식의 사전이다. 일반 사용자가 첨삭한 정보는 표현·표기 감수를 거쳐 ‘참여자 제안 정보’로 표시되고, 이 정보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검토한 후에는 ‘전문가 감수 정보’로 표기된다. 또 이 결과는 다른 사용자가 재수정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은 이와 함께 ‘한국어기초사전’ ‘국립국어원 한국어-외국어 학습사전’도 내놓았다. ‘한국어기초사전’은 한국어 학습에 기본이 되는 5만 어휘가 실린 한국어 학습사전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를 위해 쉬운 뜻풀이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예문을 제공한다. ‘한국어-외국어 학습사전’은 미래 한류의 동력이 될 10개 언어(영어 러시아어 몽골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아랍어 프랑스어 등)로 ‘한국어기초사전’을 번역한 이중 언어화 사전이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국어사전 진흥 공모전인 ‘함께 만들어 가요, 우리말 사전’의 수상작 18점에 대한 시상식을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졌다. 수상작은 9일 제570돌 한글날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16 한글문화큰잔치’에서 전시한다.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은 “‘우리말샘’이 우리 사회의 소통과 문화 콘텐츠 생산의 보물창고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201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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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전승훈]밀정 황옥과 조선의 마지막 옹주

     “다음번엔 나도 내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 ‘밀정’에서 송강호가 읊은 대사다. 조선총독부 경무국 경부로서 독립군의 밀정 역할을 맡게 된 그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감동을 느꼈다. 영웅주의, 애국주의가 아닌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치열한 고뇌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21세기 현대인에게도 계속되는 고민의 주제다.     ‘밀정’은 1920년대 조선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의열단의 경성 폭탄반입 사건이 배경이다. 황옥 경부(영화 속 이정출)를 비롯해 김시현(김우진), 김원봉(정채산), 현계옥(연계순) 등 영화 속 주인공의 모델도 실존 인물들이다. 황옥 경부는 과연 의열단이었는지, 일제의 밀정이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당시 발간됐던 동아일보를 뒤져 봤다. 당시 경찰에 압수된 물품에는 폭탄 36개, 폭탄장치용 시계 6개, 권총 5자루, 실탄 155발, 뇌관 6개, 신채호의 ‘조선혁명선언문’ 900여 장이 들어 있었다. 1923년 7월 동아일보는 “이 사건에서 경기도 경찰부 경부 황옥이 함께 체포된 것은 가장 괴이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공판에서 김시현은 황옥의 도움으로 폭탄을 싣고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증언했지만, 황옥은 최후진술에서 “의열단을 일망타진하면 경시까지 승급을 시켜 줄 것으로 믿고 한 일”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읍소했다. 이에 방청객에선 비웃음이 쏟아지고, 의열단 단원들이 분함을 참지 못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그러나 결국 재판장은 김시현과 함께 황옥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내린다. “의열단원 황옥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호자식(虎子式) 병법’을 내세웠지만 법관의 안(眼)으로 보면 중대한 정치범인이 명백하다”는 이유였다.  독립운동가를 잡아넣던 황옥이 의열단 사건에서 유죄를 받자 조선 민중들의 시각은 크게 달라졌다. 동아일보 지면에는 “철창에 갇힌 ‘의열단원’ 황옥의 처와 굶주린 아이를 돕고 싶다”며 백미 대두 한 말, 또는 돈 일원을 보내왔다는 독지가들의 성원이 연일 답지했다. 일제강점기를 그린 영화에서 독립운동가가 아닌 일제 총독부의 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여유와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파브리스 비르질리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교수는 나치 점령기 독일군과 관계를 맺었던 프랑스 여성이 낳은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멸시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그는 “감추려고만 했던 우리 내부의 비극적 역사를 직시하는 데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힘겨운 현실에서 우리는 점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 한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서로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여 자신의 생각을 확인할 뿐이다. 영화 ‘덕혜옹주’를 보고 실망했던 점도 바로 이것이었다. 실제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희망사항을 그린 영화였기 때문이다.  일제의 보호하에 있던 영친왕이 독립운동을 위해 상하이 망명을 시도하고, 덕혜옹주가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한글학교를 세우고…. 안타까운 역사를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허탈한 자기 위로일 뿐이다. 당시 독립운동 지도자들은 영화에서처럼 왕정 복귀를 바라지 않았다. 임시정부 헌법에도, 동아일보 창간사에도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글귀가 선명하다.  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 20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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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속성장기업 한세예스24홀딩스]원단부터 브랜드까지 사업 확장… 글로벌 패션 트렌드 선도

    “한때는 ‘미국인 2명 중 1명은 한세실업 옷을 입는다’고 했는데, 요즘은 ‘미국 인구보다 더 많은 옷을 판다’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한세실업 관계자는 웃으며 말을 꺼냈다. 미국 인구가 대략 3억2400만 명인데 한세실업이 지난해 수출한 옷의 수량이 3억4900만 장이니 맞는 말이다. 1982년 11월 창립한 한세실업은 ‘한국과 세계를 잇는다’는 사명(社名)처럼 세계 유명 의류 브랜드들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글로벌 의류수출 전문기업이다.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을 전문으로 해온 한세실업은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한세실업은 나이키·언더아머·갭·핑크·H&M·Zara·아메리칸이글 등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유명 브랜드와 월마트·타깃 등 대형 할인매장의 자체상표(PB) 의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약 13억 달러어치의 의류를 수출하며 1조5865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한국 본사(700명)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니카라과, 과테말라 등 5개국 13개 해외법인에 총 3만6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역성장과 적자를 경험한 적 없는 한세실업은 동남아와 중남미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갖춰 매년 10%에 가까운 고성장을 지속해 왔다. 한세실업은 현재 미국 외에 유럽을 대표하는 3대 SPA 브랜드인 H&M, ZARA, Primark과 거래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 일본의 MUJI 무인양품과도 거래를 시작했다. 한세실업의 R&D 본부에는 본사 인원의 10%에 이르는 70명의 디자이너와 연구 인력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 명문 디자인학교 출신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패션 트렌드에 맞게 창의적인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나이키, 갭과 같은 세계 유수의 바이어들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경쟁력 때문이다. 최근 ‘애슬레저룩’(운동복처럼 편하고 활동성이 있는 일상복)이 글로벌 트렌드로 떠올랐다. 한세실업은 3년 전부터 이 같은 흐름을 감지하고 나이키, 언더아머, 가이암 등 스포츠웨어 브랜드와 거래하며 애슬레저룩 디자인과 원단을 개발해왔다. 한세실업은 중미의 니카라과, 과테말라 법인을 운영함으로써 미국 시장에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을 통한 무관세 혜택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납품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지난 해 10월 아이티의 수도인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소나피 섬유공단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내년부터 아이티에 직원 4000명 규모의 공장을 가동해 중미를 동남아에 이은 차세대 생산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세실업은 지난 2013년 초 베트남 염색공장 C&T Vina를 인수했다. 이 회사에서는 면 원단에서 합섬원단까지 생산범위를 확장시켜 하루 생산량을 현재 6만kg에서 향후 20만kg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한 2014년 3월에는 원단중개업을 하는 칼라앤터치를 설립해 C&T Vina에서 생산한 원단을 타 OEM, ODM 회사에도 판매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국내 패션회사 엠케이트렌드의 주식 40%를 인수하여 최대 주주가 됐다. 이 회사는 중국 내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미국 프로농구 NBA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의 브랜드 사용권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한세실업은 원단 사업, 패션 브랜드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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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과 폭력에 맞서는 생명의 에로티시즘

    뼈만 남은 손가락으로 형상화한 ‘승리의 V자’.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왕두(王度·59)는 이달 초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에 설치된 7m 높이의 자신의 조각품 ‘빅토리(Victory)’를 꼼꼼히 살폈다. 지난해 설치된 뒤 시민들의 촬영 명소가 된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의 대표작이다. 왕두는 “뼈만 남은 손가락은 광주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희생과 상처, 승리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왕두는 올해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에 초청돼 20년 지기인 한홍수 화백(57·재불현대화가협회 소나무회 대표)과 함께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1992년부터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에펠탑 거리에서 초상화 화가로 10년간 일하면서 만나 우정을 쌓았다. 늘 경찰에 쫓겨다니는 가난한 이방인 화가였던 두 사람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거리가 우리의 아틀리에(작업실)였다”고 회상했다.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온 두 사람은 지난해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유네스코 창립 70주년 특별전 ‘제3의 현실’에 함께 초청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체제 비판적인 작품 활동을 해왔던 왕두는 1989년 6월 중국 톈안먼 사태 당시 9개월간 감옥에 갇혔다가 국제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프랑스로 망명했다.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열린 해외 망명 중국작가 21명의 ‘후(後)89 예술’ 특별전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1세대 작가로 떠올랐다. 이번 전시회에서 두 사람은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위기로 고조된 동아시아의 상황에서 폭력과 죽음의 문화를 생명과 창조의 이미지로 극복하는 예술작품을 선보였다. 왕두는 전시장 한쪽에 신문지로 만든 미사일을 설치했고, 반대편 벽면에는 여성의 신체 뒷모습이 그려진 한 화백의 에로틱한 유화 작품이 전시됐다. 왕두의 ‘신문지 미사일’은 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 출품된 이후로 꾸준히 만들어 온 시리즈 작품. 왕두는 “코소보 전쟁 당시 르몽드, 르피가로,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의 신문들이 전쟁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확대재생산시키는 것을 보고 ‘미사일보다 더 공격적인 미디어’라는 의미에서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걸 보고 북한 핵과 미사일,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등을 느끼는 것은 관람객의 자유”라고 말했다. 한 화백은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1931∼32년 아인슈타인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전쟁과 폭력, 테러 등을 억제하기 위해선 삶의 순수하고 창조적인 에로틱한 욕망을 더 키워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며 “왕두의 미사일이 ‘타나토스’(죽음의 본능)를 상징한다면 내 작품 ‘기관 없는 신체’는 에로틱한 욕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영국의 설치미술가 애니시 커푸어가 베르사유 궁전에 여성의 성기를 은유한 작품을 전시해 논란이 벌어진 것도 테러와 전쟁의 시대에 죽음의 문화를 에로틱한 생명의 창조적 에너지로 극복하려는 예술적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덕 감독과도 친분이 있는 왕두는 한국의 대중문화에도 관심이 크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한중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데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때 일본과의 정치적 문제가 있을 때 일본산 차량을 불태우고, 대대적인 반일시위를 벌였지만 얼마 가지 않았다”며 “중국의 공산주의 교육과 집단적 애국주의 때문에 벌어지는 사회적 현상이지만, 개개인은 그런 감정이 없어 우려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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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속 영화관]거침없는 행동파 형사와 안하무인 재벌 3세의 자존심 건 한판 승부

    베테랑 광역수사대와 유아독존 재벌 3세의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을 다룬 영화다. 한번 꽂힌 것은 무조건 끝을 보는 행동파 형사 ‘서도철’(황정민)을 비롯해 겁 없고 못 잡는 것 없는 특수 강력사건 담당 광역수사대. 오랫동안 쫓던 대형 범죄를 해결한 후 숨 돌리려는 찰나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만난다. 의문의 사건을 쫓던 서도철은 조태오가 사건의 배후에 있음을 직감한다.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재발견하게 한 영화다. 누적 관객 수 1341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한국 영화 3위에 올랐다.}

    • 201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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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전승훈]‘헬조선’과 ‘국뽕’의 사이에서

    “엄마, 나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지난주 벌초를 다녀오면서 고교생 조카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깜짝 놀라서 귀를 기울이니 어느 대학에 들어갈지, 어떤 직장에 취업할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도대체 알 수가 없어서 고민이란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더. “헬조선에서 살기 싫어요.” 인터넷에서 유행한다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이란 신조어를 조카의 입을 통해 듣게 되다니…. 취업난을 겪는 20, 30대 청년세대들이 쓰던 말을 이제는 10대 고교생들도 “역시 헬조선은 안 돼” 하면서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형국이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에 불과 10∼20%를 살아보고 ‘이번 생은 망했다’고 말하는 것은 충격적이다. ‘헬조선’은 2010년 1월 디시인사이드의 한 갤러리에서 친일 성향의 누리꾼들이 쓴 ‘헬조센’에서 시작된 말이라고 한다. 처음엔 ‘조센징’ ‘엽전’ ‘민도(民度)가 낮다’ 등 일제가 조선인을 비하했던 말을 연상시켜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헬조선’이 점점 설득력을 얻더니 이제는 영화 소설 등 대중문화 전반의 코드로 자리 잡았다. 1200만 관객 기록을 눈앞에 둔 영화 ‘부산행’은 달리는 KTX에 수백 명의 좀비가 달려드는 아비규환 같은 지옥도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영화 ‘터널’도 세월호 사고로 무너져 내린 재난 같은 한국사회를 은유했다. 반면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군인들을 그린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국뽕’(과도한 애국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출판시장에서도 젊은이들은 더 이상 ‘멘토’를 찾으러 다니지 않는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에서 20대 여주인공은 불행하다는 생각이 드는 한국을 아예 떠난다. 주인공은 자신이 “아프리카 초원에서 사자한테 늘 잡아먹히는 톰슨가젤 같은 존재”라며 “잡아먹히기 전에 도망치고 싶다”면서 호주로의 이민을 선택한다. 3년간의 파리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지가 두 달 정도 지났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 묻는 것은 비슷했다. “지옥으로 돌아온 기분이 어때요?” “아이는 유럽에 두고 왔나요?”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하면 “왜 그랬느냐”며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유럽도 옛날의 유럽이 아니다. 현재 유럽의 청년 4명 중 1명이, 그리스는 2명 중 1명이 실직 상태다. 프랑스 대학생들이 한국에 취직하고 싶어 한국어 강좌에 몰려든다는 이야기를 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 눈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청년들은 큰 아픔을 겪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사회안전망이 무너지고, 파리에서는 잇따른 테러 위협에 시내 곳곳에서 몸수색을 당해야 하는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유럽에선 ‘헬프랑스’나 ‘헬그리스’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테러 때마다 온 도시가 대형 국기의 물결로 뒤덮인다. 우리 같으면 ‘국뽕’ 논란이 벌어질 상황이다. 과연 세계에서 어느 나라가 더 지옥일까. 절대적 기준은 없을 것이다. 경제적 통계보다는 사회적, 심리적 요인이 더 커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기 비하’ 세대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당시 ‘꿈은 이루어진다’고 외쳤던 젊은이들의 함성이 왜 그토록 빨리 사라지고 ‘헬조선’이 득세하게 됐는지 정치권은 먼저 깊이 반성해야 한다. “특혜만 있고 책임을 지지 않는 천민적인 지도층이 헬조선을 만들었다”는 송복 교수의 말처럼 사회 지도층부터 도덕성 회복과 희생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 201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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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파리의 노숙인, 엘리트 법관과 친구가 되다

    프랑스 파리를 걷다 보면 다양한 노숙인을 볼 수 있다. 함께 지내는 개의 목걸이에 ‘배고파요’라고 쓰인 팻말을 걸어 놓고 동정심을 유발하는가 하면, 낚싯대에 컵을 매달아 행인들이 주는 동전을 낚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르몽드지를 읽고 철학 논쟁을 즐기는 인텔리 노숙인도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장마리 루골도 20년이 넘도록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이다. 그는 어느 날 저녁 샹젤리제 거리에서 구걸하던 중 자전거를 타고 와서 쇼핑을 하려던 한 남자에게 자전거를 지켜주겠노라 제안한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던 이 사람은 헌법재판소장 장루이 드브레였다.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돈독한 신뢰와 우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노숙인의 삶을 통해 다른 세계를 발견하고 싶었던 드브레는 그에게 책을 쓸 것을 권한다. 맞춤법도 잘 모른다는 루골에게 드브레는 단 한 가지만 지키면 된다고 충고한다. ‘아무것도 감추지 말 것!’이다. 그렇게 루골은 2년여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두꺼운 공책 세 권에 써내려갔다. 드브레와 루골은 몇 달 동안 같이 읽고 대화를 나누며 공동 교정 작업도 해나갔다. 프랑스에서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헌법재판소장과 노숙인이 함께 TV 토크쇼에도 출연하는 등 화제를 낳았다. 루골이 들려주는 파리의 거리 생활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는 유머가 넘친다. 그는 쇼핑하는 사람들에게 주차 단속이 뜰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고, 자전거도 지켜주면서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제법 잘 알려졌다. 그는 거리에서 만났던 가장 끔찍했던 사람이 배우 알랭 들롱이었다고 회고했다. 그에게 다가갔을 때 그는 차갑게 손을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네가 뭘 원하는지 알아. 하지만 난 아무것도 주지 않을 거야.” 이 책에서는 거리에서 만나는 행인들로부터 당한 모욕과 욕설, 경멸, 혐오, 무례, 차별의 경험도 민낯 그대로 드러낸다. 그러나 그는 거리의 생활에 대해 “자유롭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는 책을 출간한 후 인세를 받고 유명해졌지만 다시 거리로 돌아온다. 노예처럼 구속된 삶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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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전승훈]‘꽃보다 남자’ 대만 드라마 몰락의 교훈

    올해 초 평소 잘 아는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지인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여기저기서 수십억, 수백억 원씩 중국 자본을 투자받고 지분을 내주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는데 과연 받아도 문제없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2013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대박을 친 후 차이나 머니의 공습이 본격화됐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알리바바로부터 355억 원, YG엔터테인먼트는 텐센트로부터 357억 원, ‘뉴(NEW)’는 중국 화처미디어로부터 535억 원, 키이스트는 소후닷컴으로부터 150억 원….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올해 상반기에 한 국내 투자 중 70%가 한류 연예산업 분야였다. 중국 자본이 한류 콘텐츠 확보에 나선 이유는 엄청난 수익률 때문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16부 누적 시청 횟수가 총 25억 뷰가 넘었다. 이 드라마는 중국의 한 동영상 사이트가 45억 원에 구입해 1000억 원 이상의 광고 수익을 올렸다. ‘별에서 온 그대’ ‘런닝맨’ ‘나는 가수다’ 등의 수익률도 비슷하다. 한류 콘텐츠의 헐값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다. SM, YG, JYP 등 3대 기획사는 중국 시장의 매출 비율이 현재 20∼30%대인데 5년 후엔 5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중국 의존도 심화는 한국이 ‘제2의 대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대만은 ‘판관 포청천’ ‘꽃보다 남자’를 제작한 아시아의 드라마 강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자본에 잠식되면서 대만의 제작 노하우를 갖춘 PD, 작가 등 고급 인력들이 중국으로 건너갔다. 스타들도 중국 활동에만 매달렸다. 결국 대만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고 문화산업이 붕괴했다. ‘쯔위 사태’에서 보듯 현재 대만은 중국에 문화적 주권을 빼앗긴 속국으로 전락했다. 중국은 한국에서도 드라마와 예능 PD, 작가, 배우 등의 제작 인력을 끌어들여 자체 제작능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이 자동차, 휴대전화 시장에서 약진했듯이 국내 지상파 방송에서 중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 날도 머지않았다. 중국이 저작권을 쥐고 있고 한국 배우, 작가, PD들이 만든 드라마가 국내 전파를 탄다면 콘텐츠 수출입 시장은 역전되는 것이다. 요즘 SBS의 주말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시청률은 5∼6%대에 머물고 있다. 경쟁 프로그램인 KBS의 ‘1박2일’ 시청률(13∼14%)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그러나 중국 TV에서 리메이크한 ‘달려라 형제’가 SBS에 큰 수익을 낳고 있기 때문에 ‘런닝맨’은 폐지될 가능성이 없다. 이제는 국내 TV채널의 편성권도 중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에 반발한 중국이 한류 제동 걸기에 나섰다. 그러나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중국 자본에 급속히 빨려들어가고 있는 한류 산업의 글로벌 다각화 전략을 재추진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은 미국의 팝 문화, 일본의 아이돌 문화, 유럽의 최신 음악 등 글로벌 문화를 한국 특유의 창의성 있는 스토리로 융합하면서 발전해왔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 50% 이상 의존하게 된다면 한류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매력은 떨어질 위험이 크다. 언젠가부터 중국인으로 가득 찬 제주도의 신비한 매력이 감소한 것처럼 말이다. 프랑스의 명품 기업은 구매력을 갖춘 중국 소비자들을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매장에 중국인 고객만 보이는 현상을 막기 위해 고심한다. 문화는 다양성이 생명이다. 사드 보복을 위한 중국의 ‘한류 제재’가 장기적으로는 위기만이 아닌 이유다.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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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다수결은 민주적’이라는 말의 함정

    최근 영국은 51.9%의 득표로 ‘유럽연합(EU) 탈퇴’라는 중대한 국가적 사안을 결정했다. 탈퇴파가 과반수를 넘기긴 했지만, 나머지 48.1%의 민의를 모두 ‘사표’로 만들었다. 심지어 1987년 한국 대선에서는 노태우 후보가 불과 36.6% 득표율로 당선됐다. 나머지 63.4%의 의견은 사장이 된 것이다. 다수결이 실제로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일까? 일본의 경제학자인 저자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고 생각하는 다수결의 원칙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특히 다수결은 양자 대결이 아닌 다자 대결에서 벌어지는 ‘표의 분산’에 무척 약하다. 다수결 선거에서는 유권자가 1순위 지지 후보에게만 투표할 수 있을 뿐, 2순위나 3순위 후보에게는 전혀 표를 줄 수 없다. 이 때문에 모든 유권자를 잡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을 쓸수록 불리해진다. 이기기 위해선 일정 유권자에게만 1순위로 지지를 받기만 하면 된다. 결국 다수결 선거에선 소수 집단을 위한 정치, 대립과 분열의 정치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보편성을 결여한 ‘막말 선거운동’에도 불구하고 백인 서민층의 열렬한 지지로 공화당 대선 후보에 오른 것도 같은 이치다. 저자는 다수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그중 하나는 ‘보르다 투표법’이다. 1위에 3점, 2위에 2점, 3위에 1점을 주는 식으로 점수를 매기고 그 합계로 전체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투표법에서는 극단적인 세력이 일부 점수를 얻더라도 합계에서는 높은 순위가 되지 못한다. 저자는 ‘사회계약’ ‘일반의지’ ‘인민주권’ ‘시민적 자유’ 등 근대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이념이 무엇이고, 어떻게 투표에 반영되는지를 설명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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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생을 빼앗긴 할머니들의 ‘환생’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화가 나지만 화난 표정이 아닌, 어리고 여린 소녀지만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는 눈빛…. 2011년 12월 14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어느덧 온 국민이 지켜 주고 싶어 하는 ‘국민 여동생’이 됐다. 수많은 사람이 소녀상의 맨발에 양말을 신겨 주고, 비올 때는 우산을 씌워 주고, 추울 때는 목도리를 둘러 준다. 이 책은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 김운성 부부 조각가가 들려주는 소녀상 이야기다. 처음에 두 사람은 일본대사관 앞에 세울 수요집회 100회 기념비 디자인을 의뢰받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기념비를 세우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 데 분개한 두 사람은 기념비는 물론 소녀상과 의자까지 형상화해 냈다. 작가는 소녀상에 담겨 있는 상징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소녀의 머리카락이 거칠게 잘려 있는 것은 그리운 가족과 고향 땅과의 인연이 무참히 끊겨 나간 것을 나타내고, 맨발의 소녀가 발뒤꿈치를 땅에 붙이지 못하고 앉아 있는 것은 전장에 끌려가서도,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차가운 시선에 불안하게 살아온 할머니들의 아픔을 표현한 것이다. 소녀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새는 자유와 해방, 평화의 상징이고, 그림자에 표현된 나비는 아픔을 겪은 할머니들의 ‘환생’을 뜻한다. 소녀상은 이후 국내의 공원과 학교는 물론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에 세워져 수많은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소녀상을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일본 정부는 위안부 재단에 10억 엔을 내놓는 대신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떼쓰고 있다. 그러나 13세에 위안부로 끌려가 ‘꿈을 잃은 소녀’로 비참하게 살아야 했던 길원옥 할머니는 이렇게 외친다. “일본을 다 준다고 해도 용서할 수 있을까? 내 인생 돌려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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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인 창작시대 ‘디지털저작권거래소’ 북적

    “저희 공방에서 이기철 시인의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의 시 구절을 프린트하고, 벚꽃을 자수로 놓는 수업을 하려고 합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싶습니다.”(프랑스 자수 공방을 하는 이소 씨) 바야흐로 ‘1인 창작시대’를 맞아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웹툰, 게임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된 저작물의 융·복합화가 가속화되는 글로벌 환경에서 음악, 영상, 뉴스 등을 허가 없이 함부로 사용했다간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저작권 정보를 온라인에서 쉽게 검색하고 저작권 이용 허락 계약도 체결할 수 있는 ‘디지털저작권거래소(KDCE)’가 인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07년에 도입한 이 온라인 저작권 거래 시스템은 8개 분야(음악, 뉴스, 영화, 방송, 이미지 등) 약 1904만 건의 저작권 이용 허락 계약 서비스를 하고 있다. 최근 경기 안산시 관광과는 홈페이지 배경음악으로 가수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이용하기 위해 전송권 음악감상형 계약을 체결했으며, 김한백 씨는 유치진의 산문 ‘토막’에 대한 이용 계약을 체결해 지난해 충남문화재단 신진예술가 선정 공연에 활용했다. 이처럼 그동안 개인 법인 정부기관이 맺은 저작권 이용 계약 건수는 총 2만2606건에 이른다. KDCE의 홈페이지(kdce.or.kr) 게시판에는 복잡한 저작권에 대한 상담도 이뤄진다. “인터넷 광고 배경음악으로 노래를 10초 정도 사용하려는데 저작권료가 발생하는지요?”(전성기 씨) “흔히 ‘10초 이내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아무리 짧아도 음원을 이용할 때는 저작권 이용 허락이 필요합니다.”(한국저작권위원회) KDCE 관계자는 “기존에는 저작권 이용 계약을 하려면 사무실까지 찾아와야 했다”며 “온라인 계약이 가능해진 이후로는 저작권 활용이 대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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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여자의 우정도 남자 못지 않게 뜨겁다

    “여자들 사이에도 우정(友情)이 있을까?”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3년 개봉)에 나온 두 여주인공의 우정을 생각한다면 요즘 세상에 이런 소리 하면 몰매 맞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시대 이후 서구 역사의 첫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정에 관한 기록은 오직 남자들만의 이야기였다. 경쟁심과 질투심이 강한 여성은 우정을 나누기엔 부적합한 존재로 여겨졌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 S 루이스는 1906년에 “남자들의 무리에 여자들이 끼어드는 것은 우월한 정신적 대화를 오염시켜 ‘우정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라고 썼다. 그러나 ‘유방의 역사’ ‘아내의 역사’를 쓴 저자는 “역사는 펜을 쥔 자의 것이고, 여성이 배제된 우정의 역사도 그와 다르지 않다”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성서부터 신화, 중세 수녀원의 편지 등 수많은 역사와 문학, 철학, 종교, 대중문화 문헌을 일일이 뒤져 가며 ‘여성의 우정’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았다. 17세기 영국의 문학 서클과 프랑스의 살롱은 여성이 주도하는 문화와 우정이 꽃피우기 시작한 계기였다. 또한 19세기 여성 참정권 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인 수전 앤서니와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턴 간의 일생 동안 변치 않은 깊은 우정은 ‘자매애(sisterhood)’의 상징처럼 남았다. 저자는 “19세기와 20세기에 이르면 우정이 남성의 일이라는 과거의 생각은 역전된다”라고 진단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남을 배려하고, 다정하기 때문에 우정에도 더 적합한 존재라는 것이다. 최근 김혜자 나문희 등이 출연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홀로된 노년의 여성이 남성보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훨씬 잘 살아 갈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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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 되살리고 일자리도 지키고 선진국 ‘국산품 열풍’

    2009년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제조업 부활의 상징’인 시놀라 시계의 미국 내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르 슬리프 프랑세’ ‘코뮌 드 파리’ 등 프랑스산임을 내세운 브랜드가 불티나게 팔린다. 이탈리아와 일본에서도 ‘메이드 인 이탈리아’ ‘메이드 인 저팬’ 부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선진국들이 사양산업으로 외면했던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산비 절감을 이유로 해외로 이전했던 공장을 자국으로 들여오는 리쇼링(reshoring) 현상도 뚜렷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비교우위가 낮은 제조업이라고 해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은 무너진 경제를 일으켜 세울 전략으로 제조업 부활을 선택했다. 비영리단체 ‘리쇼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10∼2015년 6년간 미국으로 돌아온 제조업체는 818개, 이 덕분에 ‘귀환한 일자리’도 12만4852개나 된다. 미 소비자들의 국산품 선호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미국산이라면 사고 싶어진다’는 답이 84%였다. 19세기 말∼20세기 초의 물산장려운동이 민족자본을 키우자는 약소국들의 저항운동이었다면 ‘21세기 물산장려운동’은 선진국들의 일자리 지키기 캠페인이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김대중 정부는 제조업을 굴뚝산업으로 폄하했고, 이명박 정부는 금융허브를 하겠다면서 리먼브러더스가 망하기 두 달 전에 산업은행이 인수를 검토했다”며 “그때 인수했다면 함께 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제조업은 아직도 경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파리=전승훈 기자}

    •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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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디다스, 23년만에 獨귀환 선언… 日 제조업 공장 속속 U턴

    “요즘 프랑스는 ‘메이드 인 프랑스’에 대한 향수와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프랑스 경제일간 레제코는 최근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에서도 제조업 부활 움직임이 뚜렷하다. 정부는 해외 이전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고부가가치 제조업 창업을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국산품 애용 운동으로 호응한다.○ 스마트폰도 양말도 ‘메이드 인 프랑스’ ‘신(新)메이드 인 프랑스’ 붐을 이끄는 브랜드의 특징은 창업주들이 20, 30대 젊은 세대라는 점이다. 이들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에게서 배우고 들었던 프랑스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48가지 색상의 ‘100% 메이드 인 프랑스’ 양말을 판매하는 ‘아르쉬듀셰스’는 실 염색부터 제품 생산까지 모두 프랑스에서 한다. 한국의 패셔니스타 지드래곤이 착용해 유명해진 액세서리 브랜드 ‘라몸비주’도 100% 프랑스산을 강조하고 있다. 브랜드에서부터 프랑스산을 내세우는 경우도 많다. ‘코뮌 드 파리’는 2009년 생겨난 패션 브랜드다. ‘르 슬리프 프랑세’는 2011년 창업한 속옷 전문 브랜드로 지난해 매출액이 359만7400유로(약 46억3800만 원)로 전년보다 221%나 늘었다. 파리 11구 지역에 매장을 둔 ‘프렌치트로터스’는 니트 브랜드로 매장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해 운송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다. 패션뿐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메이드 인 프랑스’가 선전(善戰)하고 있다. 2012년 5월 한국계 입양인 출신 플뢰르 펠르랭이 중소기업디지털경제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시작한 ‘프렌치테크’ 정책이 계기가 됐다. 정보통신 분야를 비롯해 환경과 바이오 등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랑스의 저가(低價) 스마트폰 ‘위코’는 2011년 마르세유에서 창업한 이후 3년 만에 프랑스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며 프랑스 ‘국민폰’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 언론은 “위코는 세련된 디자인과 애국주의 마케팅에 힘입어 돌풍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2015년 창립된 공기정화기 제조회사 ‘테코야’는 북부 노르망디 지역에서 제품을 만든다. ‘프랑스에서 만든 깨끗한 공기’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수출 물량의 절반이 중국에 팔린다. 2012년 대선에서는 경제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메이드 인 프랑스’ 육성이 화두였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초대 산업장관이던 아르노 몽트부르는 취임 직후부터 프랑스 삼색기를 배경으로 프랑스 제품 이용을 촉구하는 홍보전을 벌였다. 2009년 프랑스산 제품에 공식 라벨을 붙여 주는 ‘100% 메이드 인 프랑스’를 설립한 로맹 다비뇽은 “중국산 저가 제품에 프랑스의 패션, 구두, 자동차 등 모든 산업이 위태롭다”며 “프랑스에서 만든 질 좋은 제품을 인증해주는 것은 마케팅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로 돌아온 아디다스 독일에서는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귀환 발표가 화제다. 아디다스는 1993년 생산 라인을 아시아로 옮겼다. 내년부터는 독일에서 제품을 생산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부터 독일 자동차부품 및 의료기기 제조회사와 손잡고 로봇을 이용해 운동화를 생산하는 생산시설 ‘스피드 팩토리’를 갖췄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는 취임 후 ‘일자리 법안’을 통해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넓히면서 ‘메이드 인 이탈리아’ 브랜드를 부흥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규모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2년 3500만 유로(약 460억 원)에 불과했지만 3년 만인 지난해엔 7500만 유로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일본의 경우 2012년 말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통해 규제를 줄이고 국가전략특구를 만들며 제조업 기반 복원에 앞장섰다. 여기에 일본은행을 동원해 무제한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자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차츰 돌아오기 시작했다.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회장은 지난해 “생산 현장 인력의 질은 일본이 압도적으로 높다. 국내 생산 비율을 현재 40%에서 60%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파나소닉도 가전제품의 국내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도 앞다퉈 일본 내 생산을 늘렸다. 혼다는 지난해 9월 중국에서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 현으로 오토바이 생산기지를 옮겼고, 도요타와 닛산도 미국 유럽 등에서 만들던 차량을 일본 안에서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즈호종합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5월 제조업 국내 회귀를 다룬 기사는 매달 100건 이상 쏟아져 전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사회적으로도 ‘모노즈쿠리(장인정신)를 되살리자’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지난해 방영된 TBS 드라마 ‘시타마치(변두리) 로켓’은 일본 중소기업이 로켓 핵심 부품을 만드는 스토리로 연간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아베 총리도 올해 시정연설에서 이 드라마를 거론하며 “제조업 강국 일본을 만들어 낸 것은 이런 중소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신흥국 경제 둔화와 이에 따른 엔화 가치 급등이라는 암초를 만나 대기업들의 고민이 적지 않다.파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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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전승훈]‘뽀로로GO’를 만든다고?

    올해 ‘알파고’에 이어 ‘포켓몬고’ 게임 열풍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였을 때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담론이 팽배했다. 머지않아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에 식욕까지 없어질 정도였다. 그러나 현실과 게임을 접속한 ‘포켓몬고’ 열풍은 즐겁기 그지없다. ‘증강현실(AR)’ 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가득 찬 분위기다. 무엇보다 포켓몬고는 게이머들을 은둔의 골방에서 해방시켰다. 몬스터를 잡고, 부화시키려면 하루에 몇 km씩 걸어 다녀야 하기 때문에 ‘피트니스 게임’으로 불린다.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외신 보도도 들린다. 한 게이머는 “어머니가 20년 동안 내가 밖에서 노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셨는데, 포켓몬고는 이걸 하루 만에 해냈다”며 놀라워했다. 포켓몬고는 관광산업도 크게 바꾸고 있다. 포켓몬고를 즐길 수 있는 속초, 울릉도는 지역경제가 들썩일 정도다. 독도에서도 한국인이 첫 포켓몬 체육관을 개설했다는 인증샷이 올라왔다. 영화 ‘반지의 제왕’ ‘아바타’의 촬영지로 유명한 뉴질랜드는 호빗 마을에서 피카추 잡기, 눈 덮인 산에서 아이스몬 잡기를 관광상품으로 내놓았다. 게임은 수학, 물리학, 전자공학, 심리학, 사회학 등 각종 학문과 신화, 스토리 등의 콘텐츠가 결합된 상업적인 예술작품이다. 구글맵에 몬스터를 뿌려 하루아침에 전 세계를 사냥터로 만들어버린 포켓몬고야말로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다. 그러나 포켓몬고가 히트하자 국내에서는 “우리는 왜 ‘한국형 포켓몬고’를 먼저 만들지 못했느냐”는 질타가 거세다. 알파고가 충격을 던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형 알파고’를 만든다며 AI 육성 예산안을 부랴부랴 만들더니, 이번에도 국산 캐릭터를 이용한 ‘뽀로로고’ 개발 계획이 발표됐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게임산업을 진흥시키겠다며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제한을 4년 만에 풀겠다고 나섰다. 이처럼 우리는 늘 유행에 따라 구호만 앞선다. 정부는 최근 국가 브랜드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발표했다. 그러나 ‘다이내믹 코리아’ ‘코리아 스파클링’ ‘창조경제’ ‘하이 서울’ ‘I·Seoul·U’까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브랜드가 난무해 혼란을 가중시킨다. 마치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와 같은 정권 슬로건처럼 여겨진다. 이러니 국내 최대 굴지의 게임회사인 넥슨이 창조적 게임 개발보다는 권력에 줄을 대는 게임에만 골몰하지 않았을까. 한국도 AI, AR, 가상현실(VR) 기술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문제는 포켓몬과 같은 ‘킬러 콘텐츠’의 부족이다. 강력한 콘텐츠는 장기간의 지식재산권(IP) 육성에서 나온다. 비디오 게임으로도 성공한 적이 없는 뽀로로 캐릭터를 서둘러 AR 게임으로 내놓았다가는 졸속 복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과 조급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유럽에서도 이번 주말 포켓몬고의 공식 서비스를 앞두고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과 같은 관광 명소, 박물관 등지에서 포획한 포켓몬 인증샷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판, 영국판 포켓몬고’를 만들자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우리도 포켓몬고가 나오면 그냥 즐기자. 지루한 자책은 이제 그만, 설익은 ‘한국형 포켓몬고’도 더 이상 필요 없다. 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 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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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산업 키우려 ‘청소년 심야이용’ 규제 풀겠다는 정부

    정부가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청소년들의 심야시간대 인터넷 게임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18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등이 참여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청소년보호법에 규정돼 있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 등을 골자로 한 ‘게임문화 진흥계획안’을 심의 의결했다. 문체부가 보고한 이번 안에 따라 2012년부터 여가부가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심야시간대(자정∼오전 6시)에 인터넷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4년 만에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체부는 그 대신 부모가 청소년 자녀의 게임 이용을 요청하면 게임 접속 제한을 풀어주는 ‘부모 선택제’로 바꾸기로 했다. 부모 선택제가 시행되면 16세 미만의 청소년이라도 부모의 허락 절차를 거쳐 당국에 신청하면 미성년자의 ID로도 심야시간대에 온라인 게임에 접속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성희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은 “부모 선택제의 세부적인 신청 절차는 현재 여가부와 함께 논의 중”이라며 “그러나 심야시간대 청소년의 PC방 출입은 또 다른 법안에 따른 규제이기 때문에 당장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와 여가부는 막판 협상을 거친 후 20대 국회에서 부모 선택제를 내용으로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과도한 게임 몰입에 대한 사회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시류에 따라 국가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청소년 보호 단체들은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건강을 지키는 수면권을 보장해 주고, 게임으로 인한 부모와 아이들 간 갈등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실태 조사를 한국경제연구원이 종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제도 시행 이후 게임 과몰입군의 비중은 전년(2.50%) 대비 67% 줄어든 0.82%로 낮아졌다. 과몰입위험군 비중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헌법재판소도 2014년 셧다운제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소송에서 “청소년들의 높은 인터넷 게임 이용률과 게임 과몰입에 따른 부정적 결과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윤태용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이번 진흥계획안에 대해 “포켓몬 고, 알파고 열풍에서 보듯 게임은 디지털시대의 보편적 여가문화이자 주요한 콘텐츠 산업”이라며 “‘게임은 마약’이 아니라 ‘게임은 문화’로 보는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게임업계 측은 “셧다운제가 게임에 대한 이미지를 악화시켜 한국의 게임산업 발전을 크게 위축시켜 왔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희범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연합 사무총장은 “게임산업 진흥과 청소년과 가정의 보호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포켓몬 고, 알파고와 같은 세계시장에 내놓을 게임을 개발하려면 콘텐츠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지 심야시간대 게임을 하는 청소년 유저를 늘린다고 해서 과연 가능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교육부총리를 지낸 황우여 전 의원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소년 관련 법안은 ‘게임산업의 진흥’이라는 측면에서만 봐선 안 되며 청소년 보호와 교육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전문가들이 위험성을 인정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청소년 보호라는 국가적 임무를 부모의 선택에 떠넘기기보다는 국가가 법률로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학교 교육에도 게임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2019년까지 게임 관련 직업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게임 마이스터고가 설립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17∼2018년 게임 관련 맞춤형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초등학생의 방과후 학교, 중고교의 자유학기제·자율동아리활동과 연계해 게임을 활용한 창의성 교육 및 진로개발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전승훈 raphy@donga.com·이지은 기자}

    • 201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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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렉시트 불안 잠재운 메이… 두번째 女총리 유력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영국에서 두 번째 여성 총리 탄생이 유력시되고 있다. 영국 차기 총리를 정하는 보수당 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59·사진)이 압도적인 표차로 1위에 올랐다. 모두 5명의 후보가 출마한 5일 경선에서 메이 장관은 총 329표 중 과반수인 165표를 얻었다. 이어 ‘EU 탈퇴파’ 여성 후보인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차관(53)이 66표로 2위를 차지했다. 이 구도대로라면 최종 후보 2명 모두 여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메이 장관은 1차 투표 후 “당과 나라를 통합하고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에서 최선의 합의를 얻어 모든 사람을 위한 영국을 만들어야 하는 커다란 임무가 있다”며 “세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메이 장관은 지난달 23일 치러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에서 ‘EU 잔류’를 지지했지만 적극적으로 투표 운동에 나서진 않았다. 메이 장관은 경쟁 후보들이 ‘신속한 EU 탈퇴’와 ‘이민 통제’를 내세우며 영국의 고립주의 우려를 키우는 것과 달리 EU 탈퇴 속도 조절과 균형론을 내세워 불안감을 잠재우는 리더십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연내에 EU 회원국의 탈퇴 절차를 규정한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선 안 되며 사전에 충분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이 장관은 옥스퍼드대(지리학과)에 다니던 시절 보수당원으로 활동하다가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소개로 지금의 남편인 필립 메이를 만났다. 대학 졸업 후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영국지불교환협회에서 일하다 1997년 메이든헤드 선거구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인 2002∼2003년 보수당의 첫 여성 의장으로 활약했고 2010년부터 5년 넘게 내무장관직을 맡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정치적 배신이 난무하는 영국 정계에서 메이는 전혀 다른 종류의 정치인”이라며 “시끌벅적하고 흥분하기 쉬운 공립학교 남학생들로 가득 찬 교실에서 침착하게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는 여교장과 같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메이 장관을 지지하는 가이 오퍼먼 보수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메이는 강인하고, 친절하고, 성실하다. 때때로 지독하게 어려운 여자지만 최고의 총리가 될 것”이라고 올렸다. 독일 TV평론가인 볼프람 바이머는 “메이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처럼 초연하고 냉정한 태도로 일을 한다. 그러나 항상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남성들의 정치적 잿더미에서 여성들이 부상하고 있다”며 보수당뿐만 아니라 노동당에서도 여성 리더십이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당의 불신임을 받은 제러미 코빈 당수의 후임으로 앤절라 이글 부당수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알린 포스터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 린 우드 웨일스 민족당 대표 등 영국을 통치하는 지도자들이 모두 여성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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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남성들 또 ‘배신의 정치’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벌일 영국 차기 총리를 뽑는 보수당 대표 경선이 두 여성 정치인의 맞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영국의 보수당 의원 331명은 5일 대표 후보 5명을 놓고 1차 투표를 했다. 최저 득표자를 1명씩 걸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7일과 12일 추가로 투표를 해 최종 후보 2명을 정한다. 이후 당원 15만 명이 참여하는 우편투표를 통해 9월 8일 새 총리를 선출한다. 현재 보수당 내 의원들의 지지에서는 EU 잔류파에 속하는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59)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탈퇴파의 여성 후보인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차관(53)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두 후보는 영국의 EU 탈퇴 협상 속도를 놓고 맞서고 있다. 메이 장관은 “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EU 회원국의 탈퇴 절차를 규정한) ‘리스본조약 50조’를 연내 발동하지 않을 것이며 사전 협상을 충분히 한 다음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레드섬 차관은 “내가 총리가 되면 브렉시트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은 제로”라며 “이르면 내년 봄 영국이 EU를 떠날 수 있는 ‘패스트 트랙(fast-track)’ 일정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남부 이스본에서 태어난 메이는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뒤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에 들어갔다. 이어 민간기업에서 금융컨설턴트로 12년간 일했으며 1997년 하원에 입성했다. 메이는 1998년 예비내각에 기용된 이래 교육, 교통, 문화미디어, 고용연금 담당과 원내총무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0년 보수당이 정권을 탈환한 후 내무장관에 기용된 이래 최장 내무장관직 재임 기록을 유지해 오고 있다. 워릭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레드섬 차관은 바클레이스은행과 자산운용회사 등 금융업계에서 25년간 일했다. 2010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2013년 재무부의 경제담당 차관을 지낸 뒤 2015년 에너지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BBC 집계에 따르면 6일 현재 메이 장관은 전체 331명의 의원 중 115명을, 레드섬 차관은 40명을 지지 세력으로 확보했다. 이어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26명, 스티븐 크래브 고용연금장관 23명, 리엄 폭스 전 국방장관 9명 순이다. 118명의 의원은 아직 누구를 지지할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EU 탈퇴 캠페인을 이끌었다 최근 경선 불참을 선언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경선 하루 전인 4일 레드섬 차관 지지를 표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존슨의 레드섬 지지는 약속을 어기고 경선 출마를 발표한 고브 장관에 대한 보복이라고 전했다. 존슨은 측근인 고브 장관의 배신에 결국 총리 꿈을 접었다. 존슨의 지지를 받는 레드섬 차관이 2위로 올라설 경우 고브 장관이 최종 2인에 들어갈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다. 보수당 소속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메이 장관을 지지하고 있지만 결선투표가 두 여성 후보 대결로 갈 경우 팽팽한 대결이 예상된다. 의원 지지에선 메이가 압도적이지만 일반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레드섬에 대한 지지가 메이에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보수당 지지 활동가들이 만든 웹사이트 ‘컨서버티브홈’이 4일 1214명을 조사한 결과 레드섬 지지율은 38%로 오히려 메이(37%)보다 앞섰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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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인세 낮추겠다”… 기업들 붙잡는 英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기업들의 ‘탈(脫)영국 러시’에 대응해 법인세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브렉시트 충격에서 살아남으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20%인 법인세율을 15% 이하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영국이 법인세를 15% 수준으로 내리면 런던을 대체할 금융허브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일랜드 더블린(12.5%)보다 약간 높아지게 된다. 더블린이 유럽에서 최저 법인세율을 내세워 기업들의 절세 안식처로 각광받는 것처럼 파격적인 법인세 인하를 통해 브렉시트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25%다. 오즈번 장관은 법인세 인하 외에도 △중국발(發) 투자 유치 확대 △은행 대출 지원 확충 △잉글랜드 북부 지방 친기업화 투자 △영국 재정 신뢰도 개선 등 5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그는 다른 국가들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며 중국을 방문해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플랜도 밝혔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은행 임원들의 ‘보너스 상한선’에 대한 EU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점도 글로벌 금융회사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법인세 인하는 세수 감소를 초래해 영국 국민들이 부담하는 소득세와 상속세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찬성에 따른 재정 부담이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영국이 떠나려는 기업을 붙잡기 위해 법인세 인하라는 당근책을 검토하는 사이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프랑스 파리, 아일랜드 더블린 등 유럽 도시들은 브렉시트 이후 약화될 런던의 금융허브 지위를 뺏어 오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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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空約’으로 제발등 찍은 영국판 트럼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캠페인을 주도하며 영국의 차기 총리 ‘0순위’로 거론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52)이 지난달 30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국민투표 때 늘어놨던 ‘공약(公約)’들이 빈껍데기 ‘공약(空約)’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존슨 전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료들과 논의했고, 의회 여건을 고려해 내가 총리가 될 사람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 선언은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49)이 경선 참여를 깜짝 발표한 지 9시간 만에 나왔다. 옥스퍼드대 시절부터 30년 친구이자 브렉시트 캠페인 동지로 총리 경선에 러닝메이트로 나서기로 한 고브 장관은 막판에 존슨 전 시장이 자질이 부족하다며 비판하고 등을 돌렸다. 영국 언론들은 “카이사르를 배신한 브루투스처럼 고브 장관이 존슨 전 시장의 정면에서 칼을 찔렀다”고 표현했다. 고브 장관은 “EU 탈퇴가 더 나은 미래를 줄 것이라고 주장해온 존슨 뒤에서 팀을 이뤄 돕기를 원했지만 그가 리더십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고브 장관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의 자유를 끝낼 것이다. 호주의 포인트 방식(일정한 점수를 쌓아야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음)의 제도를 도입해 이민자 수를 낮출 것”이라고 공약했다. 존슨 전 시장이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남발했던 ‘장밋빛 포퓰리즘’이 ‘대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나자 보수당 내에서도 ‘보리스 빼곤 다 좋다(Anyone but Boris)’란 말이 나왔다. 그는 이민자를 대폭 줄이겠다는 공약과 EU에 지출했던 주당 3억5000만 파운드(약 5330억 원)의 분담금을 국민보건서비스(NHS)로 돌리겠다는 약속을 뒤집었다. 최근 일간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독립 영국의 비전’이란 칼럼에선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 EU 회원국 국민의 영국 이주를 제한하면서도 EU의 단일시장에 잔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가 EU 외교관들로부터 비웃음만 샀다. 보수당 원로 헤슬타인 경은 BBC에 출연해 존슨 전 시장이 “영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헌법적 위기를 불러왔으며 보수당을 찢어놓은 인물”이라며 “마치 병사를 전쟁터에 진군시켜 놓고 전쟁터를 떠난 치욕스러운 장군과 같다”고 비판했다. 존슨 전 시장은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59)에게 자신이 이번 보수당 당수 후보에서 사퇴하는 대신 2020년 경선에서는 자신에게 총리직을 양보해달라며 뒷거래를 제안했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더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존슨 전 시장의 낙마로 ‘제2의 마거릿 대처’ ‘영국의 메르켈’로 불리며 영국인들의 신임을 얻어 온 메이 장관이 유력한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영국 여성 총리를 노리는 메이 장관은 브렉시트를 반대했지만 지난달 30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재투표는 없다”며 국민의 뜻인 브렉시트를 진행할 뜻을 밝혔다. 메이 장관은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뜻한다”며 “국민이 결정을 내렸다. EU 잔류를 위한 시도는 없어야 하고, 뒷문을 통해 재가입하려는 시도도 없어야 한다. 제2의 국민투표도 없다”고 일축했다. 고브 장관, 메이 장관에 이어 리엄 폭스 전 국방장관(54), 스티븐 크랩 고용연금장관(43), 앤드리아 리드섬 에너지부 차관(53) 등 모두 5명의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고 총리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다. 이 중 고브 장관, 폭스 전 장관, 리드섬 차관 등 3명은 EU 탈퇴 운동에 적극 나섰던 후보들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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