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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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느냐 사느냐… EU, 운명의 1주일

    유럽연합(EU)이 주요 회원국인 영국 탈퇴(브렉시트)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신속하게 체제 정비에 착수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통과 이후 EU 지도부와 주요국들은 영국에 대해 “10월까지 탈퇴 협상을 기다리지 말고 EU를 빨리 떠나라”고 촉구했다. EU 창설을 주도했던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 외교장관들은 “브렉시트로 생긴 금융 혼란과 정치적 불안정이 장기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도 “영국이 보수당 내 파벌 싸움에 유럽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난하며 조속히 떠나줄 것을 요구했다. EU는 다음 달 1일까지 영국 없는 EU 체제를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해 ‘운명의 1주일’ 동안 릴레이 회의를 연다. 가장 주목받는 회의는 28, 29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참석하는 EU 정상회의다. EU는 첫 탈퇴국인 영국에 대해 ‘본때’를 보이겠다며 벼르고 있다. 아울러 각국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유연화 개혁을 통해 브렉시트가 방아쇠를 당긴 ‘이탈 도미노’를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EU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강화뿐만 아니라 치안과 국방, 이민자들에 대한 국경 단속,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우리는 EU를 좀 더 공정하고 인간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 없이도 EU는 견딜 수 있다”며 EU가 외연을 확장하는 ‘더 많은 유럽’보다 개혁 조치를 동반한 ‘단단한 유럽’으로 향해 나아갈 뜻을 분명히 했다. 영국인들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재투표를 요구하는 의회 청원에 30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 영국 하원은 10만 명 이상이 서명한 안건에 대해 논의 여부를 검토해야 하지만 캐머런 총리가 재투표는 없다고 못 박아 재투표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런던에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EU에 합류해야 한다’는 청원에 16만1200여 명이 서명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은 “지금처럼 투표 결과를 되돌릴 마법을 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슬로바키아의 극우 정당이 ‘슬렉시트’ 투표를 주창하고 나선 것을 비롯해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 분열 움직임이 거세다. 영국도 350년 만에 ‘리틀 잉글랜드’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EU에 남기 위한 즉각적인 협상 개시를 추구할 것이며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 재실시를 위한 조치도 취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기로 함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영국이 주도했던 전후 세계 질서에 균열이 가고 ‘신(新)고립주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사설에서 “EU는 패배했다. 안으로 약해졌으며 밖으로도 쇠퇴하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논평했다. 런던=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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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은 EU 밖으로… 세계경제는 격랑 속으로

    영국 유권자들이 23일(현지 시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에서 전 세계 지도자와 동맹국의 잔류 바람을 저버리고 EU와의 결별을 선택했다. 영국이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한 지 43년 만의 일이다. 갑작스러운 영국의 EU 탈퇴 결과에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치는 등 충격이 전방위로 확산됐다. 잔류의 뜻을 이루지 못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전격적으로 사퇴를 선언했다. EU 내에서 국내총생산(GDP) 2위, 인구 3위인 영국이 ‘EU 탈퇴’라는 지도에도 없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면서 세계 질서에 대격변이 예상된다. 군사 강국이자 외교 강국인 영국을 놓친 EU도 나머지 27개 회원국이 동요하지 않도록 균열을 조기에 수습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제니 왓슨 영국 선거관리위원장은 24일 오전 “영국은 EU를 떠나기로 투표했다”고 선언했다. 이날 영국 382개 투표센터에서 개표를 완료한 결과 탈퇴가 51.9%, 잔류가 48.1%인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투표율은 1992년 총선 이후 가장 높은 72.2%였다. 국민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는 52∼54%가 잔류를 지지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탈퇴가 126만 표를 더 얻으며 승리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저교육층에서 탈퇴 의견이 쏟아져 이민자로 인한 일자리 상실 우려가 표심의 향방을 갈랐다. EU 잔류 진영을 이끌었던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월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은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고 EU 탈퇴 협상은 새 총리 아래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의 ‘10월 퇴진’ 발표로 영국의 EU 탈퇴 협상 개시는 상당 기간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누가 후임 총리가 될지도 관심사가 됐다. 탈퇴 진영을 이끌어 유력한 차기 총리감으로 꼽히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이날 “전 세계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며 “EU는 더 이상 우리나라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EU가 27개 회원국의 통합을 유지하는 한편 더 이상의 EU 탈퇴를 막겠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중 캐머런 영국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브렉시트 이후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EU 순회의장국인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 등 EU 고위 관계자들은 24일 긴급회의를 했다. EU 정상들은 28일 회담을 갖고 브렉시트 대책회의를 연다.런던=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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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어디로” 고개 떨군 잔류파… “EU는 죽었다” 탈퇴파 환호

    “영국 독립의 새로운 새벽이 열렸습니다! 우리는 총을 쏘거나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독립을 이뤄냈습니다.” 24일 오전 4시(현지 시간·한국 시간 24일 정오) 브렉시트 국민투표 ‘탈퇴(Leave)’ 캠페인 본부가 있는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국회의사당) 밀뱅크타워.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당수가 “EU는 이제 끝났다. EU는 사망했다”고 말하자 지지자들이 “아웃! 아웃! 아웃!”을 외쳐댔다. 이날 아침까지 국회의사당 광장에 몰려든 탈퇴파들은 샴페인 잔을 들고 환호하며 “지긋지긋한 브뤼셀이여 안녕!”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환호했다. 반면 런던 템스 강 건너편 사우스뱅크의 로열페스티벌홀에 있는 ‘잔류(Remain)’ 캠페인 본부는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TV 스크린을 보고 있던 지지자들 중 일부는 손으로 입을 가리거나 머리를 감싸기도 했다. 잔류에 투표한 줄리어스 벨트람 씨(39·여)는 “EU를 떠난 영국이 앞으로 어디로 갈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당황해했다. 여론조사 예측은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했다. 잔류 진영은 브렉시트가 되면 영국 경제가 망가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에 맞서 탈퇴 진영은 이민자 통제와 영국 주권 회복을 외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투표 일주일 전인 16일 발생한 조 콕스 하원의원(잔류 지지) 피살 사건 이후로는 잔류 의견이 근소하게 앞서기도 했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 보니 ‘콕스 효과’는 없었다. 결과는 콕스 의원이 염원했던 잔류와 통합이 아닌 ‘탈퇴’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막판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은 핵심 이슈는 ‘대량 이민’에 대한 통제권 확보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이번 국민투표는 지난 43년간 EU 단일시장과 자유무역에 대한 대가로 ‘자유로운 이동권’을 받아들였던 것에 대해 영국인들이 과연 행복했나를 묻는 투표가 됐다”고 지적했다. UKIP는 콕스 의원의 사망 직후 난민 행렬 사진에 ‘한계점(Breaking Point)’이라는 문구를 적은 포스터로 반(反)이민 정서를 노골적으로 자극했다. 탈퇴파는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고 임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주택난까지 불러오고 있다며 이민자 이슈를 힘껏 부각시켰다. 40대 젊은 총리의 ‘위험한 도박’은 완전한 통합을 꿈꾸던 EU뿐만 아니라 영국 사회를 완전히 갈라놨다. 이번 국민투표는 지역별, 소득별, 교육 수준별, 연령별로 쪼개진 영국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우선 지역별로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탈퇴’가 각각 53.2%와 51.7%로 우세했고, 런던과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에서는 ‘잔류’가 많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체제에서 자유무역의 이점을 고스란히 누려온 런던 스코틀랜드 등 부유한 지역은 EU 단일시장 ‘잔류’를 지지한 반면 경제가 침체된 옛 산업지대인 북부와 중부 도시는 ‘탈퇴’로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세대별로도 표심이 크게 갈렸다. 투표 직후 현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세에서 24세까지의 젊은층은 잔류 지지가 많았다. 하지만 65세 이상은 61%가 탈퇴를 지지했다. 가디언이 투표구별로 유권자들의 소득과 학력 수준을 분석한 결과 영국의 EU 탈퇴를 이끈 중심 세력은 저소득층과 저교육층이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주민이 35% 이상 있는 투표구의 주민은 거의 모두 잔류 성향을 보였다. 반면 고등교육을 받은 주민이 35% 미만인 투표구에서는 탈퇴 성향이 눈에 띄게 높았다. 잔류가 무려 75%에 육박한 런던의 금융가 ‘시티 오브 런던’ 투표구는 고등교육 주민의 비율이 70%에 육박했다. 소득을 보면 연봉 중간값이 2만5000파운드(약 4000만 원)를 넘어서는 투표구에서 잔류 성향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고소득자 비율이 전국 최고인 웨스트민스터는 잔류가 69%를 차지한 반면 고소득자 비율이 가장 낮은 블랙풀은 탈퇴가 67.5%였다. 특히 청년실업이 33%에 이르고 가장 궁핍한 지역인 잉글랜드 동부의 표심이 투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영국의 EU 탈퇴는 지난 4개월간의 브렉시트 탈퇴 캠페인 때문이 아니라 영국 내에서 40년간 쌓여온 ‘유럽 회의주의’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스코틀랜드의 투표율은 65.7%로 다른 지역보다 낮았다. 그러자 EU 잔류 진영인 노동당은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집권당인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이 스코틀랜드 독립을 다시 추진하려는 속내로 국민투표 캠페인에 소극적이었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실제로 앨릭스 새먼드 전 SNP 대표는 “영국의 브렉시트로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 투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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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4600만 햄릿 유권자들, 운명에 투표하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운명을 가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23일 오전 7시(한국 시간 23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됐다. 영국 전역에서 등록 유권자 4649만9537명이 참여하는 이번 국민투표는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일대에 천둥과 번개, 비바람을 동반한 악천후 속에 실시됐다. 국민투표는 지역에 따라 맑았다가 폭우가 쏟아지는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이날 오후 10시(한국 시간 24일 오전 6시)까지 이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투표율이 낮으면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날씨가 투표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오전 7시 런던의 버킹엄 궁 인근에 있는 빅토리아 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우산을 든 유권자들이 긴 줄을 섰다. 개를 데리고 온 유권자도 많아 트위터에는 투표소의 반려견 사진이 속속 게시됐다.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하는가? 아니면 EU를 떠나야 하는가?’라는 질문 아래 적힌 ‘잔류(Remain)’와 ‘탈퇴(Leave)’ 단어 중 하나를 선택했다. 투표소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잔류’에 투표했다는 변호사 크리스토퍼 씨(30)는 “일자리를 원하는 젊은이들은 세계화 시대에 더 이상 ‘섬’으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탈퇴’에 투표한 앤드루 마크 씨(36·자산관리 회계사)는 “EU는 정치적으로 실패한 연합”이라고 밝혔다. 투표 당일까지 현지 언론의 반응도 엇갈렸다. ‘탈퇴’를 옹호하는 더선은 1면에 지구 저편에서 동이 트며 영국이 환하게 빛나는 이미지와 함께 영화 ‘인디펜던스데이’를 패러디한 ‘독립기념일: 영국의 재기’라는 문구를 달았다. 반면 더타임스는 ‘청산의 날’이라는 제목으로 EU 잔류를 옹호했다. 개표는 투표 마감 이후 곧바로 진행돼 이르면 24일 오전 3시(한국 시간 24일 오전 11시)쯤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초박빙’일 경우엔 개표가 끝나는 24일 오전 7시(한국 시간 24일 오후 3시)나 돼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브렉시트 여론은 막판까지 ‘대혼전’이다. 여론 조사 결과들은 막판까지도 살얼음 판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브렉시트땐 파운드화 폭락 불보듯” 英 환전소 북적… 환전액 74% 급증 ▼투표 당일인 23일 영국 석간신문인 이브닝스탠더드가 여론조사회사 입소스 모리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에서 잔류 지지자(52%)가 탈퇴(48%)보다 4%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21일부터 투표 전날인 22일 오후 9시까지 조사한 것이다. 또한 22일 유고브가 발표한 여론조사(더타임스 의뢰)에서도 잔류가 2%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같은 날 오피니엄 온라인 조사와 TNS 온라인 조사에선 탈퇴가 잔류보다 각각 1%포인트, 2%포인트 앞섰다. 영국의 EU 잔류와 탈퇴를 놓고 유권자들의 표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부동층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이 적중할지는 미지수다.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와 지난해 총선에서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베팅업체들은 부동층에 주목하며 잔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10% 정도의 부동층은 일반적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 탈퇴보다는 잔류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자 일부 영국 국민은 브렉시트 때 파운드화 폭락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파운드화를 유로화나 달러화로 바꿨다. 영국 우체국의 경우 21일 환전액이 지난해 같은 날보다 74% 늘었다. 워털루의 국제 환전거래소에서 일하는 대니얼 프리오리 씨는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사람들이 투표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파운드화 가치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22일 오후 5시 28분 기준으로 파운드화 환율은 전날보다 0.9% 급등한 파운드당 1.4844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행여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파운드화 환율은 파운드당 1.35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2일 오후 버밍엄대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일자리, 경제, 아이들의 미래, 나라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자”며 잔류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대표적인 브렉시트 찬성파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이날 오전 4시부터 헬리콥터를 타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리가 민주주의와 이민정책에 대한 주권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며 탈퇴에 표를 던질 것을 요구했다. 영국 주변 EU 국가 정상들은 “이번에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한다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국 유권자들은 국민투표 이후에 어떠한 형태의 재협상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EU에서 나가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말했다. 런던=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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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니 대이동 대비하라” 잠못드는 런던 금융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틀 전인 21일 0시 무렵에 찾아간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쉽게 잠들지 못했다. 시티 오브 런던은 하루 2조 달러(약 2300조 원) 규모의 유로화가 거래되는 세계 최대 유로화 거래시장이다. 탈퇴로 결론이 난다면 유럽 금융의 허브로 불리는 이곳에는 감당하기 힘든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금융권 위상도 급격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클래식한 석조 건물과 최신식 유리 건물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시티 오브 런던은 자정이 다 됐는데도 대부분의 금융회사 건물이 불을 환하게 켜고 있었다. 넓이가 1.12제곱마일(약 2.9km²)에 불과한 시티 오브 런던에 영국 중앙은행(잉글랜드은행)을 비롯해 로열증권거래소, 스코틀랜드왕립은행, HSBC, JP모건, 도이체방크, 로이드보험그룹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몰려 있다. 국민투표 당일인 23일부터 24일 새벽까지는 직원들이 회사와 호텔방에서 대규모 철야근무 계획을 세웠다. 런던 지하철 ‘뱅크역’에서 만난 외환거래 트레이더 앤서니 씨(36)는 “브렉시트가 결정될 경우 영국은 물론이고 미국, 아시아의 외환시장에서 어마어마한 돈이 이동할 것에 대비한 전략을 짜기 위해 컨설팅팀들이 밤늦게까지 야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 탈퇴파 “독립기념일 될것”… 잔류파 “反난민 증오 프로젝트” ▼도이체방크 채권팀의 한국계 직원인 이용락 씨도 “영국에서 브렉시트에 가장 우려하고 있는 지역이 시티의 금융권”이라며 “조 콕스 의원 피살사건 이후 잔류 의견이 높아졌지만 박빙의 승부에서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어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금융회사 스프레덱스트레이딩그룹의 애널리스트인 코너 캠벨은 “23일 국민투표 결과가 어떤 쪽으로 나더라도 트레이더들에겐 가장 바쁜 날이 될 것”이라며 “만일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피바다가 된 주식시장을 걸레로 닦아내느라 정신없을 것이다. 만일 EU에 잔류하더라도 그동안 빠져나갔던 투자자가 한꺼번에 들이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시티 오브 런던에 있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업 활동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EU 국가로 옮기겠다고 공공연하게 경고해왔다. JP모건체이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다이먼은 “브렉시트가 될 경우 영국에서 일하는 1만6000명의 직원 중 4분의 1(약 4000명)을 다른 EU 국가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HSBC도 브렉시트가 될 경우 직원 1000명을 프랑스 파리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23일 오전 7시(한국 시간 오후 3시)부터 시작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같은 날 오후 10시에 마감되는 이번 투표의 결과는 개표를 거쳐 24일 오전 7시(한국 시간 오후 3시)경 발표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퇴(45%)와 잔류(44%)는 불과 1%포인트 차다. 투표일이 임박해서도 초박빙 판세가 지속되면서 누가 웃고 울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브렉시트 찬반 진영은 막판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1일 집무실 앞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연설을 자청해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했다. 캐머런 총리는 “여러분의 자녀와 손주들의 희망과 꿈을 생각해 달라”며 “탈퇴를 선택한다면 되돌릴 수 없다. 영원히 유럽을 떠나 다음 세대는 그 결과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EU 탈퇴 주요 지지층인 장·노년층을 겨냥한 발언이다. EU 탈퇴 진영은 선거 기간 동안 고위급 정부 관료가 공적인 자리를 이용해 특정 진영에 유리한 발언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을 총리가 어겼다며 비난했다. 21일 저녁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BBC 주최 브렉시트 찬반 토론은 방청객 6000여 명이 몰려들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전·현직 런던 시장을 포함한 찬반 진영 패널 6명은 각각 탈퇴해야 하는 이유와 잔류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며 격돌했다. 탈퇴 진영을 이끄는 보수당 출신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브렉시트가 확정된다면 그날은 우리나라의 독립기념일이 될 것”이라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존슨 전 시장은 특히 “지난해 EU로부터 유입된 이민자가 18만4000명이고 그중 일자리 제안도 없이 들어오는 사람이 7만7000명이라고 한다면 명백히 통제를 되찾아야 할 때”라고 이민 문제를 부각했다. 이에 노동당 출신 사디크 칸 현 런던 시장은 존슨 전 시장의 ‘난민 위협’을 내세운 브렉시트 캠페인을 “증오 프로젝트”라 불렀다. 그는 “존슨 전 시장이 이민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면서 터키가 곧 EU에 가입할 거라고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탈퇴 진영(39%)이 잔류 진영(34%)보다 더 토론을 잘했다고 답했다.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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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탈퇴 “Leave” 잔류 “Remain” 런던 아파트 ‘현수막 전쟁’

    21일 오전(현지 시간) 의회 민주주의 발상지로 자부하는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국회의사당) 인근 의회광장. 16일 극우주의자의 손에 피살된 조 콕스 하원의원(42·노동당)의 미소 띤 사진 한 장이 꽃다발에 둘러싸인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코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놓고 영국이 찬성과 반대로 양분됐지만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정치적 주장을 잠시 접은 채 기도하고 촛불을 켰다. 초등학생들을 인솔해 온 교사 루크 씨는 “학생들에게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하루 전 이곳 의사당에선 여야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콕스 의원을 추모하는 특별회기를 열었다. 하원 의원석은 가득 찼으나 주인을 잃은 한 자리만 비었다. 보수당 소속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그녀를 살해한 증오에 맞서 오늘 그리고 영원히 단합하자”고 강조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증오와 분열을 자극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영국 시민들은 정확히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23일 실시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영국 사회에 ‘증오의 먹구름’을 몰고 온 것이다. 이날 런던 시내를 둘러보니 아파트 발코니의 유리창에 ‘탈퇴(Leave)’ 또는 ‘잔류(Remain)’ 구호가 걸려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외신들은 이를 ‘발코니 전쟁’으로 표현했다. 한 주민은 ‘떠나는 데 한 표를(Vote Leave)’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고, 바로 옆집 주인은 ‘만일 당신이 노동자의 권리를 깎아내리고 싶다면(…if you want to cut workers‘ rights)’이라는 현수막으로 잔류 지지 의사를 밝혔다.   ▼ 50代 “EU는 규제 많아” 20代 “탈퇴 땐 자유이동 제약” ▼브렉시트 찬성과 반대 진영은 이날 부동층을 잡기 위해 시내 곳곳에서 홍보물을 나눠 주며 총력전을 펼쳤다. 공무원인 앤드루 길츠 씨(50)는 기자를 붙잡고 “EU는 규제가 너무 많다”며 “영국 경제를 좀먹는 이민 문제도 EU 탈퇴를 원하는 이유”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러나 정보기술(IT) 업종에 종사하는 숀 씨(22)는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EU 잔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면 자유롭게 다른 나라를 오가는 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세대도 갈라놓았다. 소득, 학력 수준, 지지 정당보다 브렉시트 의견이 명확하게 갈라지는 건 바로 청장년층과 중년층이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18일 조사한 결과 18∼24세, 25∼34세 청년층은 각각 86%, 78%가 ‘EU 잔류’를 지지한 반면 55∼64세, 65세 이상은 각각 51%, 72%가 ‘탈퇴’에 찬성했다. 노령층이 탈퇴를 지지하는 이유는 이민자 증가 때문에 은퇴 후 연금 수령에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청장년층은 영국의 실업률(5%대)과 성장률(2%대)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선방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만약 EU 탈퇴로 경제 혼란이 가중되면 그나마 확보해 놓은 경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 양분된 여론에 신이 난 건 베팅업체다. 가디언은 20일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영국 정치 이벤트 사상 최다 판돈을 끌어모은 종목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최대의 베팅업체 베트페어에 따르면 지금까지 베팅 금액만 무려 4050만 파운드(약 690억 원)에 이른다. 막판 표심은 잔류 쪽에 무게추가 좀 더 실리는 분위기다. EU 탈퇴 이후 경제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잔류를 외치다 숨진 콕스 의원에 대한 동정 여론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기관 ORB가 20일 발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적극 투표층의 경우 잔류가 53%로, 탈퇴(46%)에 7%포인트 앞섰다. 13일 같은 조사에서는 탈퇴가 49%로 잔류보다 1%포인트 앞섰었다. 사회연구조사기관 냇센이 20일 발표한 온라인과 전화 여론조사 결과도 잔류가 53%로, 47%에 그친 탈퇴보다 6%포인트 높았다. 베트페어는 국민투표 결과가 EU 잔류로 나올 가능성을 75%까지 끌어올렸다. 이 같은 잔류 여론 상승에 힘입어 영국 파운드화는 런던 외환시장에서 사흘째 오름세다. 특히 20일 하루 사이 파운드화 가치가 2.4%나 급등했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 하루 상승폭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축구 영웅’ 데이비드 베컴과 ‘해리 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 롤링이 브렉시트 반대 입장을 밝혀 잔류파에 힘을 실어 줬다. 베컴은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활기차고 접속된 세상에 살고 있다. 여기선 함께하면 강해진다”며 잔류 투표를 촉구했다. 하지만 21일 발표한 FT 여론조사에서는 EU 잔류와 탈퇴 응답이 44% 동률로 나왔고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타임스 의뢰로 조사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EU 탈퇴(44%)가 잔류(42%)를 앞서 섣부른 예측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립사회연구소의 수석연구원 존 커티스 씨는 FT에 “여론조사 결과들이 초박빙이라 한쪽이 우세를 보여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콕스 의원을 추모하는 기금이 100만 파운드(약 17억 원·20일 오후 8시 반경)를 넘어섰다. 3만5000명이 모금에 참여했다. 브렉시트 이후 다시 하나 된 영국을 만들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그 속에 숨어 있는 듯했다. 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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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분석]英-美 ‘쌍둥이 新고립주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EU 잔류파는 브렉시트 시 영국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탈퇴파는 ‘자주권 회복’ 등 정치적 자유가 확대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투표 결과에 따라 유럽과 세계 경제도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유럽 주요국 중 하나인 영국에서 EU 잔류론과 탈퇴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이민자에게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영국과 미국에서 21세기 ‘신(新)고립주의’ 돌풍이 불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외교노선으로 오직 미국의 국가 이익만 생각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웠다. EU 잔류를 원했던 조 콕스 영국 하원의원을 살해한 극우주의자 토머스 메어(52)도 범행 당시 브렉시트 찬성 슬로건인 ‘브리튼 퍼스트(Britain First)’를 세 차례나 외쳤다. 영국에서 EU 탈퇴론이 이처럼 큰 세력이 된 이면에는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에 대한 강한 향수와 유럽 대륙에 대한 우월주의가 깔려 있다. 섬나라 영국은 18세기 중반부터 유럽 대륙에서 주요 국가들 간에 세력 균형이 유지되는 한 유럽 내부 문제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고립주의 노선을 천명해 왔다. EU 탈퇴를 지지하는 영국 유권자들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EU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다. ▼ BBC “英 브렉시트땐 美 트럼프가 이길수도” ▼독일 프랑스 등 대륙 국가들이 주도하는 EU에 가입한 뒤 영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해외 군사 개입에 대한 철저한 고립주의를 바탕으로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을 천명한 것과 브렉시트 움직임은 궁극적으로 결을 같이한다. 한국 일본 독일 등 동맹국들이 적정한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을 경우 미군 철수도 불사할 것이라거나 멕시코 국경에 불법 이민을 막는 장벽을 설치하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극단적인 공약은 트럼프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트럼프는 19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EU를 탈퇴함으로써 복잡한 규제와 대량 이민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브렉시트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BBC는 20일 브렉시트와 트럼프 돌풍의 공통점으로 분노, 세계화, 이민, 자부심, 포퓰리즘 등 5가지를 꼽았다. 탈퇴파가 잃어버린 대영제국의 영광을 되찾자고 주장하는 것이나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로 불법 이민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분노하는 백인 서민층을 자극하는 포퓰리즘 선동이 매우 닮았다는 것이다. BBC는 “23일 실시되는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된다면 11월 미국 대선 본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예고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 대선을 앞둔 유권자들에게 고립주의 노선 선택 여부에 대한 가이드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BBC는 이어 “대량 난민사태와 함께 파리 테러, 브뤼셀 공항 테러 등이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우리가 먼저’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할 경우 유럽 각국에서 극우 정당의 고립주의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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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전승훈]“내 증오를 선물하지 않겠다”

    지난주 프랑스 대표팀이 출전하는 ‘유로 2016’ 축구 경기가 있는 날 파리 에펠탑 인근의 ‘팬 존’을 찾아갔다. 8만 명이 한꺼번에 모여 응원할 수 있는 샹드마르스 광장 입구는 경계가 삼엄했다. 무장 경찰로부터 몸수색을 2, 3차례 받은 뒤 팬 존에 들어서니 한 손에 맥주를 든 응원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겁이 나게 마련이지만 역시 프랑스인들은 어떤 위험에도 노는 것은 절대 포기할 수 없나 보다. 요즘 파리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경찰이 아닐까. 파리 테러 이후 국가 비상경계 태세 아래에서 파업과 시위, 훌리건 난동까지 하루도 쉴 날이 없다. 노동법 반대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경찰 ‘증오’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5월에는 경찰관이 탑승한 경찰차가 화염병에 불탔다. 시위 현장에선 ‘모든 이가 경찰을 증오한다’는 등 경찰 혐오 구호가 난무한다. 다음 달 초 3년간의 파리 특파원 생활을 마친다. 파리 테러, 브뤼셀 테러, 이집트 폭탄 테러, 시리아 난민캠프, 그리스 재정 위기 현장을 다니며 종군기자 같은 생활을 했다. 유럽은 5년 전 프랑스로 연수 왔을 때의 평화로움과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제3세계에서 벌어지던 야만적인 테러가 이제 유럽 한복판에서 일어난다. 북한에서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할 때마다 프랑스인들은 내게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날까 봐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내가 “적어도 한국에서는 카페에 앉아 있다가 총을 맞는 일은 없다. 파리가 더 불안하다”고 말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지난주 발생한 사건들은 과연 이곳이 민주주의와 이성이 빛나던 유럽이 맞나 싶을 정도다. 프랑스에서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테러리스트가 경찰관 부부 자택에 침입해 세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빠와 엄마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여성 정치인이 대낮에 총격을 받고 숨지기도 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증오가 쌓여 있기에 이렇게 인간성을 저버린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는 걸까. 증오 범죄란 인종, 피부색, 민족, 종교, 성(性) 정체성,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무차별 폭력이다. 시리아 내전 5년의 증오로 IS가 탄생했다.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고, 유럽이 문을 걸어 잠그는 과정에서 브렉시트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청년 실업, 부의 불평등에 대한 증오도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7년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가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총기 난사를 한 다음 날 나는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있었다. 당시 한국인이란 이유로 입국이 거절당할까 봐 불안에 떨었지만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올랜도 테러 사건 이후 “테러범 출신 국가의 이민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내가 받은 충격은 작지 않았다. 트럼프의 방식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특정 국가에 ‘이민 금지’ 딱지를 붙이는 일은 증오를 더 키울 뿐이다. 지난해 파리 테러 당시 아내를 잃은 앙투안 레리는 “그들은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 갔지만 나는 그들에게 내 분노를 선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16일 사망한 영국의 조 콕스 하원의원의 남편도 “모두 힘을 합쳐 내 아내를 죽인 증오와 맞서 싸워 달라”고 호소했다. 두 사람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은 유럽의 문명사회를 지킬 마지막 희망이다. 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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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EU 잔류 > 탈퇴’… 여론 역전

    《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와 탈퇴를 결정짓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국 내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18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EU 잔류가 탈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EU 잔류를 외치다 16일 극우주의자의 손에 피살된 노동당 소속의 여성 하원의원 조 콕스에 대한 동정론과 탈퇴 이후 경제적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7일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캠페인에 대한 여론 추이와 향후 영국의 행보에 대한 전망을 짚었다. 》  英여론 흐름 바꾸는 ‘콕스 쇼크’… EU잔류로 민심 이동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외치던 조 콕스 하원의원(노동당)이 16일 피살된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영국이 EU에 잔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EU 탈퇴 의견을 앞서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23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불과 사흘 앞두고 여론 흐름이 ‘탈퇴’에서 ‘잔류’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서베이션이 17, 18일(현지 시간) 실시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5%로 EU 탈퇴를 지지한다는 응답(42%)보다 3%포인트 앞섰다. 콕스 의원이 피살되기 하루 전인 15일 발표된 서베이션 조사에서 EU 탈퇴가 잔류에 3%포인트 우위였다. 이번 조사는 콕스 의원 피살 이후 실시된 첫 여론조사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16, 17일 실시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잔류 44%, 탈퇴 43%로 잔류가 근소하게 앞섰다. EU 탈퇴가 7%포인트 앞섰던 13일 유고브 여론조사에서 찬반이 뒤바뀐 결과다. 영국 내 최대 베팅 업체인 ‘베트페어’는 EU 잔류 가능성을 18일 현재 65%로 제시했다. 유고브는 최근 브렉시트 반대, 즉 EU 잔류 여론이 높아진 데 대해 콕스 의원 피살에 대한 동정론에다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2017년 영국 경제가 0.8%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탈퇴 땐 2019년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5%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영국이 EU에 남으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사라져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7일 CNBC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시) 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콕스 의원 피격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영국 경찰은 18일 용의자인 토머스 메어(52)를 살인과 상해, 총기 및 흉기 소지 혐의로 기소했다. 메어는 이날 오후 런던 웨스트민스터 형사법원에 출석해 자신의 이름을 묻는 법원 관계자의 질문에 “내 이름은 반역자에게 죽음을, 영국에 자유를”이라고 답했다.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한 콕스 의원을 반역자로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메어가 범행 전날 밤 버스톨에 있는 대체 요법 기관인 ‘버스톨 웰빙센터’를 찾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인터넷에서는 피살된 콕스 의원을 기리는 모금운동에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콕스 의원의 친구들과 가족이 만든 크라우드펀딩 페이지가 이날 개설 9시간 만에 20만 파운드(약 3억3500만 원) 이상의 성금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영국은 23일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하고 19일 콕스 의원 피살 이후 중단됐던 찬반 캠페인을 재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국민투표를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EU 탈퇴를 선택하는 것은 10년간 영국을 쇠약하게 하는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 독립당 당수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도 TV에 출연해 각각 찬성과 반대 연설을 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국민투표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영국 언론들도 잇따라 찬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더타임스에 이어 보수 성향의 일간 데일리메일의 일요판인 ‘메일 온 선데이’와 일간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가 18일 영국의 EU 잔류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반면 ‘선데이타임스’와 ‘선데이텔레그래프’, 일간지 ‘더 선’은 독자들에게 EU 탈퇴에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한 EU 주요 회원국 지도자들의 막판 호소도 절박해지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은 1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는 영국이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해협에 있는 ‘건지 섬’처럼 세계에서 보잘 것 없는 나라로 전락하는 것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의 마리오 몬티 전 총리도 이날 현지 뉴스 방송 SkyTG24에 “브렉시트 투표는 완전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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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의원 피살에 충격… 혼돈의 브렉시트

    영국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42·여)이 16일(현지 시간) 총격 테러로 사망하면서 일주일 앞(23일)으로 다가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26년 만에 발생한 현직 의원 피살 사건의 충격에 영국 정치권은 브렉시트 찬반 캠페인을 잠정 중단했고 국민투표 연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16일 “이 참담한 시기에는 캠페인 활동을 중단하고 모두가 콕스 의원의 가족과 지역 주민들의 슬픔에 동참하는 게 옳다”며 스페인과 영국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지브롤터를 방문해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벌이려던 일정을 취소했다. 브렉시트 찬성파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영국 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 당수도 캠페인 중단을 선언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EU 잔류 캠페인을 적극 펼치던 콕스 의원의 피격 사망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되면서 EU 잔류 여론이 우세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 우려로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파운드화는 콕스 의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17일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도 1.07% 오르는 등 세계 증시가 동반 상승했다. 콕스 의원은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된 후 노동당의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아 왔다. 남편 브렌던 콕스는 트위터 추모사를 통해 “모든 사람이 하나가 돼 아내를 죽인 증오와 싸워 달라”고 호소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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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풍맞은 브렉시트 표심… ‘英, EU 잔류’에 베팅 47%→64%

    영국 노동당의 신예 여성 정치인 조 콕스 하원의원(42)이 16일(현지 시간) 괴한의 총격 테러로 사망하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오늘은 영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탄식했다. 영국에서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1990년 남부 잉글랜드에서 보수당 이언 고 의원이 집 앞에 세워둔 차량에 설치된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은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문명국에서 미개국으로의 추락은 상상했던 것보다 빠르다”며 충격에 빠진 영국인들의 심정을 표현했다. 콕스 의원의 죽음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논쟁 열기는 삽시간에 꽁꽁 얼어붙었다. 영국 여야 정치권은 콕스 의원의 죽음을 계기로 영국 사회의 극심한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오랜만에 초당적인 연대에 나섰다. 브렉시트 찬반 진영은 18일까지 캠페인을 재개하지 않기로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와 함께 17일 오후 콕스 의원이 사망한 버스톨을 방문해 추모 장소에 헌화했다. 영국 하원도 20일 콕스 의원 추모를 위한 특별회의를 연다. 보수당은 콕스 의원 지역구의 보궐선거 때 콕스 의원을 기리는 뜻에서 보수당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기로 했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한 콕스 의원은 졸업 후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Oxfam)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개발도상국 빈곤과 차별 퇴치에 힘썼다. 3세, 5세 두 아이 엄마인 콕스 의원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당선된 후 ‘시리아를 위한 초당적 의원모임’을 이끌어 왔다. 16일은 자신의 42번째 생일(22일)을 일주일 앞둔 때여서 주변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콕스 의원과 함께 EU 잔류 캠페인을 이끌었던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을 돌아다녔던 그에게 반드시 피해야 했던 가장 위험한 장소는 결국 고향이었다”고 탄식했다. 콕스 의원이 지난 3개월간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극우 세력으로부터 수백 건의 협박 메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이번 사건이 브렉시트 표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가디언은 사설에서 “콕스 의원의 죽음은 수면 밑에서 소용돌이치던 국론 분열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브렉시트 찬반 진영의 어떤 유력 정치인들의 말보다 이번 투표에 더 큰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그동안 브렉시트 찬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10%가량의 부동표의 향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동반 상승은 콕스 의원에 대한 동정심으로 EU 잔류를 택하는 영국인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6일 파운드당 1.4201달러이던 파운드화는 사건 직후 1.4221달러로 급등했다. 16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전날보다 0.53%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팅업체들도 이번 사건 이후 영국의 EU 잔류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영국 최대 베팅업체 베트페어는 사건 전 ‘EU 잔류’에 돈을 건 사람이 47%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1시경 사건이 터진 후 오후 5시경에는 ‘잔류’에 돈을 건 사람이 63.7%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살해 용의자인 토머스 메어(52)의 범행 동기도 여론 향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살해범 메어가 범행 당시 “영국이 우선(Britain First)”이라고 세 차례 외쳤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오면서 반(反)이민 운동에 동조해온 영국 극우단체 ‘브리튼 퍼스트’가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펼쳐온 콕스 의원을 노린 범행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나 ‘브리튼 퍼스트’의 지도자인 폴 골딩은 성명에서 “용의자가 말한 ‘브리튼 퍼스트’는 우리 단체 이름이 아니라 단순한 구호일 것”이라며 “콕스 의원 피살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며 우리에게도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용의자인 메어는 이웃과 거의 교류가 없는 외톨이로 살아왔으며 인종차별주의와 신나치주의 성향을 보여 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그의 동생 스콧(49)은 메어가 “강박장애 병력이 있다”고 말했다. 메어는 나치 관련 서적 ‘나는 전쟁을 벌인다(Ich Kampfe)’를 구매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를 지지하는 극우단체 잡지를 10년 동안 구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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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업-테러공포-훌리건… 프랑스 ‘트리플 대란’

    14일 오후 노동법 개정 반대 시위가 벌어진 프랑스 파리 센 강 주변의 앵발리드 광장. 검은색 복면을 쓴 청년들이 경찰을 향해 돌과 유리병을 던지자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뿌연 최루탄 연기 때문에 나폴레옹 무덤이 있는 군사박물관의 황금색 돔이 잘 보이지 않았다. 휴지통과 타이어를 태우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에서 훌리건들의 난동과 테러, 노동법 반대 총파업과 극렬 시위까지 겹치면서 일대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리 연쇄 테러 이후 프랑스에선 국가 비상경계 태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다 전날 파리 교외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자에 의해 경찰관 부부가 잔인하게 살해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해 또다시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노조의 대규모 파업과 과격 시위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날 상원의 노동법 개정안 토론에 맞춰 최대 노동조합단체인 노동총동맹(CGT)은 버스 700대를 동원해 전국 각지의 시위 참가자들을 파리로 수송했다. 오후 1시 반경 파리 동남부 이탈리아 광장에서 출발한 약 8만 명(경찰 추산)의 시위대는 앵발리드 광장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 때문에 대표적 관광지 에펠탑도 문을 닫았다. 에펠탑 측은 “노조의 파업으로 관람객들의 안전을 유지할 수 없어 휴관한다”고 밝혔다. ‘카쇠르’(파괴자)로 불리는 과격 시위대는 돌, 병, 나무막대 등을 던졌고 경찰차와 공유 전기차에 불을 질렀다. 일부 시위대는 파리 12구에 있는 아동 전문병원 ‘네케르’를 점거해 유리창 수십 장을 깨뜨렸다. 마리솔 투렌 보건장관은 “참으로 부끄러운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일간 르피가로는 “이날 시위로 경찰 29명을 포함해 40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시위 주최 측은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이날 시위에 모두 130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으나 프랑스 경찰은 시위 참여자를 12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프랑스 정부는 약 25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유로 2016 기간만이라도 파업과 시위를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지만 노동단체들은 노동법 개정안 선(先)철회를 주장하며 맞섰다. 이날 철도 기관사 파업으로 고속철도(TGV)의 10%가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또 에어프랑스 조종사 파업으로 약 20%의 항공 노선이 취소됐다. 독일 축구 응원단인 페틀레프 슐츠 씨는 AP에 “우리는 축구 경기만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이 아름다운 도시를 관광하기 위해 왔다”며 “그런데 모든 곳이 파업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9∼11일 훌리건 충돌로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를 마비시킨 러시아와 잉글랜드의 또 다른 축구 경기를 앞두고 프랑스 북부 도시 릴과 랑스에 비상이 걸렸다. 15일엔 릴에서 러시아 대 슬로바키아 경기가 열리고, 16일엔 랑스에서 잉글랜드 대 웨일스 경기가 열린다. 두 도시 간 거리는 27km. 프랑스 치안 당국은 러시아의 ‘최강 훌리건’과 잉글랜드의 ‘원조 훌리건’ 사이 재충돌을 막기 위해 릴과 랑스에 각각 4000여 명과 2400여 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주류 판매를 금지시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4일 보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권재현 기자}

    • 20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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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서도 IS 추종자, 경찰관 부부 살해

    ‘유로 2016 축구대회’로 국가비상 경계가 내려진 프랑스에서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전해진 남성이 경찰관과 그 배우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파리 북서부 마냥빌에 위치한 경찰관 자택에 한 남성이 침입해 경찰관 한 명을 살해한 뒤 그 아내와 3세 아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됐다. 용의자가 경찰관을 살해할 당시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용의자는 25세의 라로시 아발라로 파키스탄에서 지하드로 가입해 활동한 혐의로 2013년에 3년형을 선고받았다. 아발라는 범행을 저지른 후 페이스북을 통해 공격 현장을 촬영한 13분 분량의 동영상으로 생중계를 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동정민 기자}

    • 201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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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북카페]“경쟁력을 키우는 개혁은 좌파에게도 이롭다”

    201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장 티롤 툴루즈대 교수가 ‘공익의 경제학’(사진)을 최근 출간했다. 학술잡지에 수많은 논문과 전문 경제학 서적을 발표한 그였지만 일반 독자를 위해 펴낸 첫 책이기 때문에 프랑스 언론과 독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 노동법 개혁안에 대한 반대 시위, 파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발간된 64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국가와 시장, 기업규제, 고용과 구조개혁 등의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 2017년 대선을 한 해 앞두고 프랑스의 당면한 개혁을 다뤘기 때문에 차기 대선을 위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책이다. 게임이론과 산업조직론의 대가인 그는 독과점 시장의 효율적 규제 방안을 연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이 책에서도 시장에 대한 국가의 규제, 세계를 휩쓰는 ‘우버리제이션’(스마트 공유경제), 기후변화와 탄소세 도입, 난민 문제와 유럽연합(EU)의 국경 세우기, 실업자 문제와 노동계약 등의 문제에 대해 열정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독자들에게 복잡한 경제현실을 설명한다. 티롤 교수는 “노동법 개혁안을 놓고 벌어지는 시위 사태는 프랑스에서 왜 ‘혁명’보다 ‘개혁’이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며 “현재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경제적 문화’”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인들은 경제 이슈에 대해 누구보다 쉽게 분노한다”며 “프랑스에서는 오랫동안 국가가 경제 시스템을 통제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의 ‘이중적인 시스템’에 대한 집착도 지적했다.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는 비정규직과 극단적으로 고용을 보장해주는 정규직, 경쟁이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일반 대학과 극단적으로 인재를 뽑는 명문 대학인 그랑제콜이 함께 존재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그는 “대학에 아무런 경쟁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불평등의 한 요인이다. 덜 준비된 상태에서 입학한 학생은 결국 대학에서 학위를 딸 수가 없어 결국 1∼3년을 낭비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장 티롤은 201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이후에도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논쟁가나 독설가, ‘경제학 구루(스승)’로 자처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는 그동안 프랑스의 상황에 침묵해 온 데서 벗어나 과감하게 발언한다. 그는 사회당 정부의 각종 경제개혁 조치에 대해 “경쟁력을 키우는 개혁은 좌파에게도 이롭다”고 말하거나,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노동개혁안에 대해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부(富)의 불평등 문제를 다룬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파리 경제대 교수)와 반대편에 서 있는 ‘안티 피케티’ 경제학자로 주목받아 왔다. 그는 일각에서 ‘극단적 자유주의자’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내가 노벨상을 받은 이유는 시장에 대한 국가의 규제방안 연구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국가는 시장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시장은 스스로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국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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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여론 EU탈퇴 찬반 팽팽… 도박업체는 ‘잔류’에 베팅

    23일 실시되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는 영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통합의 미래까지 달린 중요한 선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덴마크, 네덜란드, 폴란드 등 다른 EU 회원국들의 연쇄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 연방을 구성하는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독립으로까지 불똥이 튀어 영국이 ‘리틀 잉글랜드(Little England)’로 전락할 수도 있다. 1975년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EEC) 찬반 국민투표 이후 41년 만에 실시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여론조사와 베팅업체 예상은 일치하나. A. 여론조사는 ‘EU 잔류’와 ‘EU 탈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시계(視界) 제로의 ‘혼전’ 양상이다. 하지만 도박업체는 한결같이 잔류 가능성을 높게 본다. 민간 싱크탱크 ‘영국이 생각하는 것(What UK Thinks)’이 이달 3∼9일 실시된 최근 6개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부동표 제외), 잔류와 탈퇴 지지가 50%로 똑같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조사(9일)에선 탈퇴(55%)가 잔류보다 10%포인트나 앞섰다. 반면 11일 영국 ‘선데이옵서버’ 신문 여론조사에선 잔류(44%)가 탈퇴(42%)보다 앞섰다. 반면 브렉시트 종목을 개설한 유럽 베팅업체 20곳은 모두 잔류보다 탈퇴에 높은 배당률을 제시한다. 배당률이 높을수록 확률은 낮다는 뜻이다. Q. 찬성과 반대 누가 주도하나. A. 영국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모리에 따르면 55세 이상은 64%가 브렉시트에 찬성했으나 18∼34세의 청년층에서는 찬성 비율이 24%에 그쳤다. 소득별로도 중산층 이상의 찬성률이 저소득층보다 월등히 높다. 영국의 고소득 노년층이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것은 금융소득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EU가 금융규제를 강화해 영국의 금융산업이 위축된 것을 불만스럽게 여긴다. 반면 임금에 의존하는 저소득 청년층은 영국의 대외무역 중 절반을 차지하는 EU와의 교역이 위축되면 자신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돼 브렉시트에 반대한다. Q. 영국은 리틀 잉글랜드가 될 것인가. A.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독립 열망을 갖고 있는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영국 연방에서 분리될 수 있다. 실제로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최근 BBC 인터뷰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스코틀랜드는 영국에서의 독립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Q. 브렉시트가 EU 붕괴로 이어질까. A.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경우 ‘덴시트’(덴마크 EU 탈퇴), ‘첵시트’(체코의 EU 탈퇴)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등 유럽 전역으로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확산될 수 있다. 최근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EU 10개국 주민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EU에 ‘비호감’이라는 사람이 47%나 돼 회원국이 연쇄 이탈할 경우엔 EU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Q. 영국과 EU 관계는 어떻게 되나. A. 23일 EU 탈퇴 결정이 날 경우 EU의 기본법 격인 리스본조약 제50조에 따라 영국은 2년 동안 27개 EU 회원국들과 관계를 정립하는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영국은 EU 회원국들과 개별 협정을 맺고 EU 단일 시장에 참가한 스위스나 노르웨이 모델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영국이 스위스나 노르웨이 모델로 가는 혜택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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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유대인학살 재판기록 등재 추진

    독일이 과거 나치정권 당시 악명을 떨쳤던 강제집단수용소 아우슈비츠 운영에 관여한 이들에 대한 재판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쟁범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쪽에서 먼저 어두웠던 과거의 기록을 스스로 보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잊지 않겠다는 독일의 태도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같은 과거사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과는 뚜렷이 상반된다. 독일 헤센 주 정부는 9일(현지 시간) 아우슈비츠 수용소 운영을 도운 22명의 전범재판 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헤센 주 정부는 1963∼1965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진행된 아우슈비츠 재판 관련 문서 454건, 녹음물 103건을 유네스코에 이미 제출했다. 등재 여부는 내년에 결정되며 등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보리스 라인 헤센 주 학술장관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독일이 나치 범죄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책임을 계속 지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강하게 반발하는 등 경계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난징(南京) 대학살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다. 최근에는 한국과 중국 등 여러 나라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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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이대로 가면… 2060년 대기오염 사망률 OECD 1위”

    40여 년 뒤 미세먼지와 황사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한국의 조기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경고가 나왔다. 대기오염과 관련된 경제적 손실도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OECD는 9일(현지 시간) 발표한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에서 2060년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900만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0년 300만 명에서 3배가량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자가 급증하는데 국가별로 편차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조기 사망자는 2060년 1109명으로 늘어나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2010년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조기 사망자 수는 359명이다. 일본(468명)이나 유럽연합(EU) 주요 4개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412명)보다 낮다. 하지만 현재 추세대로 40여 년이 지나면 한국의 조기 사망률은 34개 OECD 회원국 중 1위가 될 것이라고 OECD는 분석했다. 2060년 한국의 조기 사망자가 2010년의 3.1배 수준으로 급증한다는 것이다. 미국(307명), EU 주요 4개국(340명), 캐나다(300명) 등 OECD 주요국의 2060년 조기 사망자 수가 현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기가 가장 맑은 호주와 뉴질랜드는 2060년 각각 95명에 그쳐 조기 사망률이 한국의 8.6%에 불과했다. 2060년 조기 사망자 수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나라로는 인도와 중국이 꼽혔다. 2060년 중국의 조기 사망자는 2052명으로 지금(662명)의 3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인도는 현재(508명)의 4배로 늘어난 2039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인도와 중국은 OECD 비(非)회원국이다. OECD는 2060년 국가별로 조기 사망자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에 대해 “미국과 서유럽 국가는 청정에너지와 저공해 교통수단 사용으로 조기 사망률이 낮아지는 반면 인도 중국 한국은 인구 집중과 도시화로 경유차량, 공장, 대형건물 냉난방 등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에 더 많이 노출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기오염에 따른 의료비용 급증과 노동생산성 저하 등 경제적 피해도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206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손실 규모는 0.63%로 미국(0.21%)이나 일본(0.42%), EU 주요 4개국(0.11%)을 크게 앞질렀다. 지구 전체로는 세계 GDP의 1%에 해당하는 연간 2조60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인구가 1인당 330달러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의료비는 지난해 210억 달러에서 2060년 1760억 달러로 늘어난다. 질병으로 인해 근로 가능 일수가 줄어들면서 경제적 피해도 12억 달러에서 37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이먼 업턴 OECD 환경국장은 로이터통신에 “대기오염으로 향후 40년 동안 벌어질 수명 단축 현상은 끔찍하다”며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당장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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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ECD 외교관들 울린 영화 ‘국제시장’

    전쟁의 상흔을 딛고 일어선 한국의 경제 발전상을 그린 영화 ‘국제시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외교관들의 심금을 울렸다. 7일 정오(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OECD 본부 콘퍼런스센터에는 OECD 회원국 대표부 외교관들과 사무국 직원들이 강당으로 몰려들었다. 주OECD 대한민국대표부가 한국의 OECD 가입 20주년을 맞아 국제시장을 상영했다. 이날 영화 상영에는 다마키 린타로(玉木林太郞) OECD 사무차장을 비롯해 OECD 사무국 직원과 한투 주프랑스 미얀마 대사 부부, 벨기에와 스위스의 주OECD 대표부 차석대사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주OECD 대표부 관계자는 “영화 상영 공지 후 관람 신청이 쇄도해 이틀 만에 좌석이 매진됐다”고 말했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OECD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은 6·25전쟁 당시 흥남 철수, 파독 광부·간호사, 베트남전쟁, 이산가족 상봉 등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처음 접했다는 듯 영화 속 장면에 빠져 들었다. 특히 주인공 덕수(황정민)가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여동생 막순이를 확인하고 오열하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상영이 끝나고 불이 켜지자 박수가 쏟아졌다. 다마키 사무차장은 “아주 슬프고도 감동적이고 매력적인 영화”라면서 “한국전쟁 이후 한국 역사와 한국민의 삶을 잘 요약해 보여줬다”고 말했다. 윤종원 주OECD 한국대표부 대사는 “지난 60년간 한국인이 경제 성장을 위해 감내한 고통, 인내, 희생 없이는 한국의 기적도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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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스의 전설’ 코르치노이 타계

    1976년 옛 소련에서 서방으로 망명한 체스의 전설 빅토르 코르치노이(사진)가 별세했다. 향년 85세. 6일(현지 시간) 러시아 체스연맹은 체스 그랜드 마스터 코르치노이가 수십 년간 거주해 온 스위스 볼렌의 자택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랜드 마스터는 체스 챔피언이 되지 못한 달인에게 주어지는 칭호다. 1931년 옛 소련 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코르치노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사자’로 불리며 4번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1965년엔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 지나치게 솔직한 언행으로 옛 소련 비밀경찰인 KGB로부터 수차례 경고를 받은 후 국제경기 출전이 제한되자 1976년 네덜란드로 망명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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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업계 불황에… “버버리 CEO 연봉 75% 삭감”

    영국 명품 패션브랜드 버버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75% 삭감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버버리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중국, 홍콩 등 중화권 시장의 판매량이 경기 침체와 강도 높은 반(反)부패 사정 드라이브로 인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버버리는 이날 2015~2016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보고서를 발표하고 베일리 CEO에게 190만 파운드(약 32억5000만 원)를 연봉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직전 회계연도에 750만 파운드(약 128억3000만 원)를 받았던 것에 비해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FT는 베일리 CEO의 기본급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성과급이 전액 삭감되면서 연봉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버버리 보수책정위원회는 “지난해는 명품업계에게 험난한 해였다”며 “주요 경영진이 실적 목표 달성에 실패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버버리는 지난해 매출을 전년보다 최고 11%까지 늘리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지난해 매출은 0.6% 감소해 6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버버리의 이익은 7% 감소했고 주가는 35%나 급락했다. 버버리는 지난 4월부터 인력 감원 및 매장 수 축소 등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영업 악화에 직면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CEO들의 과도한 연봉에 주주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석유회사 BP, 앵글로아메리칸, 스탠더드차터드, 씨티그룹, 르노 등도 주주들의 항의에 CEO 연봉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8일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는 세계 최대 광고업체인 WPP에서도 마틴 소렐 CEO의 연봉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렐 CEO는 지난해 1억200만 달러(약 1210억 원)를 벌어 직원 평균 임금의 1444배에 이르는 고액 연봉을 받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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