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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아래 풀잎이 반짝이는 들판에서 자란 젖소는 그렇지 않은 소들에 비해 정말 양질의 우유를 생산해 낼까. 이런 가설을 확인하기 위한 흥미로운 실험이 러시아의 농가에 도입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실제 들판에서 실험한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VR) 기기를 ‘실험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27일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농식품부는 최근 모스크바 외곽의 농가에서 젖소에게 이상적인 생활환경이 펼쳐지는 VR 고글을 착용시키는 실험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VR 고글을 착용하면 젖소들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좁은 농장을 벗어나 드넓은 벌판에서 여름의 풀밭을 만끽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실험에 앞서 수의사와 VR 관련 전문가들이 젖소의 두상, 시력 등을 고려해 ‘젖소 버전’의 VR 고글을 설계했다고 CNN은 전했다. 실험 초기 결과는 긍정적이다. 아직 VR 고글이 우유 생산에 미치는 유의미한 변화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젖소의 불안감이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소 무리들이 차분해졌다는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러시아 농식품부는 VR 고글이 향후 우유의 양과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험이 성공적이라면 현실적인 이유로 많은 젖소를 넓은 들판에 풀어놓고 키울 수 없는 농가에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VR 고글을 벗었을 때 젖소들이 느낄 수 있는 정신적 충격과 고글의 한정적인 배터리 수명 등이 이 실험의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근본적인 질문에 해당하는 “왜 젖소를 들판에 자주 풀어놓을 수 없느냐”는 문제도 남는다고 CNN은 전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독일 폭스바겐의 고급차 브랜드 아우디가 2025년까지 독일 내 직원의 약 16%에 해당하는 9500명을 감축한다.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인수 합병 등 구조적 변화에 나선 것과 같은 맥락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브람 스홋 아우디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내고 “격변의 시대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아우디를 더 날렵하고 능률적인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감축 계획을 밝혔다. 아우디는 이번 인원 감축으로 2029년까지 약 60억 유로(약 7조7755억 원)의 추가 이익을 낼 수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전기차 생산 시설 구축에 쓸 예정이라고 WSJ는 전했다. 아우디는 또 전기차 기술 개발과 공장 디지털화를 목표로 관련 기술을 가진 인력 2000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이번 구조조정에는 아우디 노동조합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아우디는 해고보다는 이직, 조기 퇴직 등을 통해 인원 감축을 추진해야 하며 2029년 이전까지는 추가 감원을 할 수 없다. 전기차 관련 인력 2000명을 고용할 때는 재교육을 통해 감원된 이들을 우선 채용해야 한다. 또 2021년부터 직원 연금에 대한 사측의 기여도도 높이기로 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세계적 매출 둔화 속에 막대한 신기술 개발비용 마련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지난달 푸조 모회사인 프랑스 PSA와 합병 계획을 발표했고, 독일 BMW와 다임러는 무인차 기술 개발을 위한 합작 벤처를 만들었다. 일본 혼다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무인자동차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65·사진)는 “베트남은 한반도 비핵화와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남북미 대화 모멘텀 유지를 일관되게 지지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27일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각 주체들이) 합의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25, 26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27일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은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베트남은 ‘연대와 주도적 대응’을 내년 아세안의 주요 의제로 선택했다”며 “아세안 역내,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의 하노이에선 올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수교한 뒤 지난해 양국 교역액이 약 683억 달러(약 80조3139억 원)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히 교역량을 늘려왔다. 수교 당시보다 137배로 불어난 규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베트남 방문 시 양국 교역액을 2020년 1000억 달러까지 늘리기로 했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한국은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국 중 1위이며,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으로는 2위, 교역 규모로는 3위에 해당한다”고 양국의 돈독한 관계를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1%를 기록한 베트남은 한국의 4위 교역국이다. 그는 또 올해로 30주년이 된 한-아세안 관계를 두고 “인상적인 경제협력 성과를 냈으며 국가 안보와 민간 교류 측면에서도 포괄적인 협력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65)는 “베트남이 한반도 비핵화와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남북미 대화 모멘텀 유지를 일관되게 지지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27일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푹 총리는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각 주체들이) 합의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25일 부산에서 개막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27일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은 푹 총리는 “베트남은 ‘연대와 주도적 대응’을 내년 아세안의 주요 의제로 선택했다”며 “아세안 역내,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의 하노이에선 올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수교한 뒤 지난해 양국 교역액이 약 683억 달러(약 80조3139억 원)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히 교역량을 늘려왔다. 수교 당시보다 137배로 불어난 규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베트남 방문 시 양국 교역액을 2020년 1000억 달러까지 늘리기로 했다. 베트남은 2014년부터 4년 간 연평균 성장률 13.2%를 기록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푹 총리는 “한국은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국 중 1위이며,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으로는 2위, 교역 규모로는 3위에 해당한다”고 양국의 돈독한 관계를 설명했다. 한국의 기준에서도 베트남은 4위 교역국이며 아세안 국가 중에선 1위다. 상품 교역뿐만 아니라 기술, 문화예술, 인적 교류 등 폭넓은 분야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의 주요 파트너이기도 하다. 푹 총리는 “양국 관계는 30년에 걸쳐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며 “협력 관계를 한층 높이기 위해 외교·안보·국방·경제 분야의 대화 체계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회담을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의 답방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로 30주년이 된 한-아세안 관계를 두고 “인상적인 경제협력 성과를 냈으며 국가 안보와 민간 교류 측면에서도 포괄적인 협력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중국 정부가 ‘직업훈련소’라고 주장해 온 신장위구르 강제수용소에서 수용자들을 ‘미개한 존재’로 상정하고 비인간적 조치를 취했다는 내부 비밀문건이 공개됐다. 24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중국 내 소수민족의 탄압 실태를 심층 취재하는 프로젝트 ‘차이나 케이블스’는 중국의 수용자 탄압 실상이 포함된 2017년 수용소 내부 문건 3개를 공개했다. ‘전보’와 ‘공고문’이란 제목의 수용소 운영 관련 자료 두 건, 신장위구르의 형사법원 판결문 한 건이다. 문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7년까지 3년간 신장위구르 구금시설에 약 100만 명을 수용해 소위 ‘재교육’을 시행해 왔다. 100만 명은 나치의 유대인 강제수용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이 중 ‘전보’ 문건에는 ‘수감자는 최소 1년 이상 복역해야 한다’, ‘친척과의 주 1회 통화, 월 1회 영상통화를 보장해 수감자를 안심시키되 이는 규율 위반 시 불허된다’ 등 24가지 상세 규정과 강제 세뇌 교육, 중화주의 사상 주입 등 교육 지침이 적혀 있었다. 특히 ‘옷 갈아입기’ ‘목욕법’ 등 아동에게나 가르칠 법한 내용을 성인에게 지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고문’ 문건에는 ‘통합합동작전플랫폼(IJOP)’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규모 민간인 사찰 계획의 보고가 담겼다. 민간인 중 신장위구르 지역의 시민을 식별하고 검거하기 위한 총 4편의 상세한 정보보고가 실린 이 문건을 통해 중국이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 스마트폰 추적 등을 통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ICIJ는 “중국 경찰이 신장위구르 시민을 구금하기 위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문건인 판결문에는 직장 동료에게 “이슬람식 기도를 게을리하지 말고 불경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가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에 대한 형사법원의 판결 내용이 담겼다. 혐의의 불법성이 명확하지 않으며 처벌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들 문건은 주하이룬(朱海侖) 당시 신장위구르 자치구 공산당 부서기 겸 공안청장의 결재를 받았다. 류샤오밍(劉曉明) 주영 중국대사는 BBC에 “서방 일부 인사가 중국의 발전을 좌절시키기 위해 중국을 비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 결정에 주요 해외 언론 및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3일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한(한일)의 안전에 기여하는 협정(지소미아)이 겨우 구조됐다”며 “불합리한 사태를 반복하지 않도록 건전한 관계 회복에 제대로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7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대한 보복임에 틀림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에스컬레이터를 멈췄으니 일본 정부도 이성적인 사고로 돌아가 수출 규제에 대한 협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 시간) 한일 양국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소식을 전하며 “협정의 연장은 서울이 워싱턴, 도쿄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한국과 일본은 각국의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 연장에 합의했다”며 “오랜 기간 한일 양국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실패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는 이번 결정이 동아시아 역내 외교에서 미국의 역할 강화 신호일 수 있다”고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요미우리신문에 “한일 양국이 미국과 함께 전향적으로 현명한 외교를 전개해 나갈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교도통신이 23, 24일 이틀간 일본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2%가 “지소미아 연장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전채은 기자}

“모두가 핵심 일원이었다(Everyone was in the loop).”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가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 문제 수사를 우크라이나 측에 요구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믹 멀베이니 대행도 이 사실(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압박 지시)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하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이메일들을 하원에 제출했다. 그동안 국무부 직원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탄핵 국면에서 벗어나 있던 폼페이오 장관에게도 불똥이 튄 것이다. 그동안 많은 국무부 관리들이 탄핵조사에 증인으로 불려갔지만 손들랜드 대사는 폼페이오 장관 관련 언급을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이런 과정에 외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핵심 관계자인데도 탄핵조사에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폼페이오 장관이 근 20년간 미국 외교 정책상 가장 논란이 되는 사건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손들랜드의 폭탄 증언으로 트럼프의 공화당 동맹이 흔들거린다”고 전했다. 손들랜드 대사는 앞선 비공개 청문회에 이어 이날도 우크라이나 원조에 ‘대가성(quid pro quo)’이 있었다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의 대통령직이 위험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20일 CNN 등에 따르면 손들랜드 대사는 청문회에서 “나와 다른 참모들은 우크라이나가 2016년 미국 대선과 부리스마홀딩스(조 바이든 전 부통령 측과 유착 의혹이 제기된 에너지 회사)에 대한 수사를 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대통령의 명시적인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이에 대한 수사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까지 군사 원조를 지연시키는 것이 잠재적으로 대가성이 된다는 점을 우려했다”고도 밝혔다. 이번 탄핵조사의 핵심 쟁점인 대가성 유무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손들랜드 대사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내부고발이 발생한 이후인 9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우크라이나로부터)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고 앞선 지시와는 상반된 말도 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9월 9일 이뤄진 전화 통화만을 부각해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나는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젤렌스키에게 옳은 일을 하라고 말했다”는 내용의 자필 메모를 노출시켰다. 그러고는 이를 읽어 내려가며 “이것이 미국 대통령의 ‘마지막 말(final word)’”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우리가 이겼을 뿐만 아니라 (탄핵조사가) 끝나버렸다”고 말하며 탄핵조사가 미국에 큰 수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21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과 나는 어제 탄핵 장난질(hoax)에 당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변호인을 통해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에게 접촉을 시도했다고 WP 등 미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다만 실제로 만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고발자에 대해 “그는 완전한 허구이자 정치적 인물”이라고 비난했다.최지선 aurinko@donga.com·전채은 기자}
미국 대통령 탄핵 조사를 야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현장에 있던 두 당국자가 19일 공개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통화가 ‘부적절하다(improper)’며 ‘이례적(unusual)’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이 이어지자 대통령 본인은 물론 백악관도 공식 트위터 계정을 동원해 증인 비판에 나섰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담당 국장으로 근무 중인 알렉산더 빈드먼 육군 중령은 이날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 요청을 한 것은 “요청이 아니라 ‘명령(order)’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빈드먼 중령은 정상 간 통화를 직접 들은 당국자 중 처음으로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인사다. 그는 또 “당시 양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백악관 변호사들에게 보고해야 했다”며 “그 보고 의무와 대통령의 통화 내용 모두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요청은 미국의 국가 안보와 대(對)우크라이나 외교 정책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를 밝혔다. 이번 청문회에도 제복에 ‘퍼플 하트’(전사자 및 부상자에게 수훈되는 훈장)를 달고 등장한 그는 한 의원이 자신을 “빈드먼 씨(Mr. Vindman)”라고 부르자 “빈드먼 중령이라고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구소련에서 탈출한 이민자 출신인 빈드먼 중령은 앞서 비공개 청문회 당시 트럼프 지지층의 흠집 내기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언론과 트위터상의 공격은 나로 하여금 군으로부터의 소외감을 느끼게 했다”며 이 같은 요청의 이유를 밝혔다. 통화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증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유럽·러시아 담당 특별보좌관 제니퍼 윌리엄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조사와 군사 원조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즉각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화 내용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에는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대표와 팀 모리슨 전 백악관 NSC 유럽·러시아 담당 고문도 증인으로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청문회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올 때마다 트위터로 맞불 작전을 펼쳤다. 특히 백악관 공식 트위터 계정은 이날 “빈드먼 중령의 상사였던 모리슨 고문은 그의 판단력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증언했다”며 빈드먼 중령을 폄하하는 별도의 그래픽과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됐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 건립이 “더 이상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18일 AP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정착촌이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평화를 진전시키지 못했다”며 “이 분쟁에 법적 해결책은 결코 없으며 국제법상 누가 옳고 그르냐는 논쟁은 평화를 불러오지 못한다는 게 냉엄한 진실”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41년간 유지해 온 입장을 뒤집는 것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중심으로 한 강경 보수파 유대인들이 주장해 온 ‘서안지구 합병’ 방침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이에 팔레스타인과 요르단 등 아랍 국가들은 반대 성명을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곳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는 ‘전쟁으로 획득한 땅은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 아래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를 반대해왔다. 미국도 1978년 미 국무부를 통해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 건립은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법률적 의견을 냈다. 결국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중심이 돼 추진해 온 보수파들의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 및 이스라엘 영토 편입 움직임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9월 총선 이후 연정을 구성하지 못해 위기에 몰렸던 네타냐후 총리 진영에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와 다른 나라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해 온 유대인들을 서안지구에 정착시키며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왔다. 현재 서안지구에는 26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과 약 40만 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다. 이번 발언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위기를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 세력인 미국 내 보수 유대인들과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3월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다고 발표하는 등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여 왔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전채은 기자}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난맥상을 폭로한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19일 출간할 책 ‘경고’에서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의 뒤틀린 관계를 추가로 폭로했다. 신간 사본을 사전에 입수한 CNN은 17일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정보기관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것을 우려했다. 일부 측근은 그가 푸틴 대통령의 ‘주머니 안’에 있다고 여겼다”고 지적했다. 전 연방수사국(FBI) 직원이 특정 국가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보고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이 다르게 말했다”며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CNN은 이날 ‘트럼프는 러시아를 25번 감쌌다’는 별도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러시아에 가한 제재를 약화시키고, 2017년 5월 러시아 관리들과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관한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등 노골적 친러 행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보다 훨씬 나쁘다며 “당신과 함께하는 길은 푸틴으로 통한다”고 일갈했다. 저자는 일부 참모진이 “사보타주(고의 방해 및 태업)를 벌여 대통령의 사퇴를 촉발하자”는 의견까지 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의 파면을 시도했음에도 말리지 않고 오히려 부추겼다. 대통령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걷게 하기 위해 일부러 ‘해로운 간언’을 했다는 얘기다. 최근 회고록을 출간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도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자신에게 “대통령 사퇴 시도에 동참하라”고 회유했다고 공개했다.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에 대한 불신 또한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최측근 몇몇을 제외한 주요 직원들의 충성심을 늘 의심했고 자신이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늘 불안해했다고도 전했다. 이에 많은 백악관 직원들이 저마다 사직서를 한 장씩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NYT) 익명 기고로 백악관의 난맥상을 폭로한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신간 ‘경고(A Warning)’의 사본을 CNN이 사전 입수해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NYT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레지스탕스’를 자처하며 “돌발적이고 적대적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나라를 우선시 하는 이들의 ‘조용한 저항’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던 이 기고자는 19일 출간 예정인 이번 신간에서 두 번째 폭로를 이어갔다. CNN은 “익명의 책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eye-popping)의 세부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 중 일부는 그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머니 속’에 있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미국 정부 기관보다도 푸틴 대통령의 말을 더 신뢰했기 때문. 저자는 신간에서 “한 전직 고위 연방수사국(FBI) 관료가 특정 국가의 미사일 개발 능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그는 ‘푸틴 대통령은 다르게 말했다’며 FBI 관료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밝혔다. 저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뿐 아니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비롯한 각국의 다수 ‘스트롱맨’들에게도 약점을 잡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터키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사우디 기자 자말 카슈끄지 살인 사건을 사우디 왕실에 큰 문제 삼지 않았던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신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직원들 사이의 뒤틀린 관계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저자는 신간에서 참모진 사이에 “사보타주(sabotage·고의 방해 행위)를 벌여 트럼프 대통령의 사퇴를 촉발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며, 이 아이디어의 일환으로 참모들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파면을 부추겼다고 전했다. 대통령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걷게 하기 위해 일부러 ‘해로운 간언’을 했다는 얘기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직원들을 향한 불신이 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참모 외의 직원들의 충성심을 늘 의심했으며 특별히 보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닐 때도 종종 정무직 공무원만 불러 회의를 열었다.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많은 백악관 직원들이 저마다 사직서를 한 장 씩 품고 있다고 한다. 신간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행정 명령을 번번이 좌절시킨 연방 판사들의 규모를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 이 저자의 관료의 익명 기고문은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민낯을 폭로한 워싱턴포스트(WP)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내용 일부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NYT에 실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의 전직 또는 현직 고위 관료로만 알려진 이 저자를 두고 “익명의 기고문은 믿을 수 없을뿐더러 비겁하다”고 비난하는 한편 “NYT는 국가 안보를 위해 해당 인사의 신원을 백악관에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드워드 기자의 책이 발간됐을 때와 비슷한 종류의 파장이 일 가능성도 있다. ‘공포’에는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을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이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기며 등장인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매티스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 전격 경질된 데에는 이 책의 영향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73)이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73)에게 14일(현지 시간) “하원의 탄핵 조사가 당신의 국정 운영을 방해하게 둬선 안 된다”며 야당 및 의회와 협력하라고 조언했다. 두 사람은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이지만 1946년생 동갑내기, 재임 중 탄핵 위기를 맞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CNN과의 생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당신(트럼프 대통령)은 일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다. 이미 날려버린 날들을 되돌릴 순 없지만 매일 새로운 좋은 일을 만들어 갈 기회가 있다”라며 “나라면 그저 미국인들을 위해서 일할 것”이라고 권유했다. 대통령 휘하에 탄핵 조사에 대응할 변호사 및 직원들이 있으니 그들이 자신의 업무를 하게 두라고도 조언했다. 1993∼2001년 재직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 여러 건의 성추문에 휘말렸다. 이 성추문에 대한 위증 및 사법 방해 혐의로 탄핵 위기를 맞았다. 1998년부터 하원의 탄핵 조사가 시작됐고 하원은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지만 1999년 초 상원에서는 부결돼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CNN은 ‘탄핵 대응 대신 대통령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클린턴 전 대통령 외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중진의원들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탄핵될 가능성이 낮은데도 대통령이 초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빠져들어 피해를 자초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리타의 소거스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에도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용의자는 이 학교 재학생인 아시아계 16세 남학생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급우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으며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총기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라며 총기 규제 정책에 관해 야당과 손을 잡으라고 주문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73)이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73)에게 14일(현지 시간) “하원의 탄핵 조사가 당신의 국정 운영을 방해하게 둬선 안 된다”며 야당 민주당 및 의회와 협력하라고 조언했다. 두 사람은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이지만 1946년생 동갑내기, 재임 중 탄핵 위기를 맞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CNN과의 생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당신(트럼프 대통령)은 일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고 매일 좋은 일만 일어나길 바랄 순 없다”며 “나라면 그저 미국인들을 위해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휘하에 탄핵 조사에 대응할 변호사 및 직원들이 있으니 그들이 자신의 업무를 하게 두라고도 조언했다. 1993~2000년 재직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 여러 건의 성추문에 휘말렸다. 이 성추문에 대한 위증 및 사법 방해 혐의로 1998년 탄핵 위기를 맞았다. 하원은 그의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지만 상원에서는 부결돼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CNN은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야당과의 협력을 조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중진들이 “대통령이 탄핵 조사에만 지나치게 매달려 스스로 몰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탄핵 조사 와중에도 대통령 업무는 소홀히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편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리타의 소거스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사고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 학교 재학생인 16세 아시아계 남학생이 용의자로 지목된 이 사고로 현재까지 급우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번 총기 사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라며 총기 규제 정책에 관해 야당과 손을 잡으라고 주문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을 조사하는 하원 탄핵 조사의 첫 공개 청문회가 여론의 관심을 받으며 13일 열렸지만 탄핵을 이끌어낼 만한 ‘결정적 한 방’은 나오지 않았다. 증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압 의혹을 뒷받침하는 발언들을 내놨지만 이미 알려진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원 정보위원회는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를 출석시켜 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테일러 전 대행은 “우크라이나와의 비공식 외교 통로가 존재했다. 이 통로는 공식 통로와 빈번하게 상충됐다”고 말했다. 특히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포함됐던 공식 통로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을 수사해 주는 대가로 미국이 군사 원조를 해 주겠다’는 식의 거래가 전혀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테일러 전 대행은 “직원 한 명이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 대사에게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고 묻자 손들랜드 대사가 ‘그는 바이든 조사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켄트 부차관보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그림자 외교’ 정책이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그 정책은 잠재적 경쟁자(바이든)의 흠을 찾아 파헤치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는 비공개 청문회 내용을 전한 언론 보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필사적으로 비호했다. 데빈 누네스 의원은 “(공개 청문회는) 민주당이 무대에 올린 TV 연극 공연”이라고 비난했다. 짐 조던 의원은 테일러 전 대행에게 “당신이 들은 것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고 쏘아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청문회가 ‘트럼프 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조사 청문회가 열리는 동안 백악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는 “바빠서 (청문회를) 볼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백악관도 공식 트위터에 “증인들의 2차, 3차, 4차 설명에 의존하지 말라. 당신 스스로 (양국 정상) 통화록을 읽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원 정보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압 의혹을 최초 고발한 내부고발자의 증인 소환 안건을 찬성 9표 대 반대 13표로 부결시켰다. 공화당은 “내부고발자의 정치적 편향성을 검증해야 한다”며 그를 공개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CNN, 뉴욕타임스(NYT), WP 등 주류 언론은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알려진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알면서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조차 앵커와 패널들에게 “내부고발자 신원을 언급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트위터에서 언론을 겨냥해 “왜 눈감고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2016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72·사진)이 대권 재도전 가능성에 대해 미묘한 언급을 남겼다. 클린턴 전 장관은 11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나는 분명 좋은 대통령이 됐을 것이다. 언제나 머리 한쪽에 (대선 출마) 생각이 남아 있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확실히 은퇴시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을 두고 민주당 경선의 잠재적 경쟁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77)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고 8일 출마를 선언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클린턴 전 장관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거론하며 영국이 비슷한 처지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다음 달 12일 조기총선을 의식해 러시아의 영국 정치개입 문제에 관한 보고서 공개를 연기하고 있다며 즉각 보고서를 공개하라고도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하루 전 영국 런던 강연에서도 “소셜미디어가 여성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여성 정치인들은 소셜미디어의 모욕적 게시물 및 음모로 인한 후폭풍에 늘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6년 미국 대선에서도 여성 혐오가 작동했다”며 “여성은 늘 대중으로부터 외모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또 공손하고 온순하게 행동할 것을 강요받는다. 남성에게는 강요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내년 대선에 나선다면 세 번째 대선 도전이 된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패했고 2016년에는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에게 가로막혔다. 이후 줄곧 ‘대선 삼수’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의 태도 변화는 블룸버그 전 시장의 재출마 선언에 자극받은 것은 물론이고 현재 민주당 주요 후보군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회의감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때 독보적 1위였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76)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 의혹으로 지지율과 선거자금 모금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70)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7)은 지나친 진보 성향으로 중도층 유권자의 포섭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자신의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북한과의 협상에서 의도적인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했다고 밝혔다. 12일(현지 시간) 출간된 헤일리 전 대사의 회고록 ‘외람된 말씀이지만(With all due respect)’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북한에게 전하게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 하여금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게 만들라”고 말했다고 했다.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벌였던 설전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철저히 기획된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의 표현을 쓰며 한반도의 긴장을 끌어올렸다. 헤일리 전 대사는 저서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인 발언이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나로서는 실제로 도움이 됐다”며 “이를 토대로 중국에 공포를 주입하는 한편 한반도 위기를 피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겠다고 접근하는 방식으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의 협상 기술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말하는 ‘미치광이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대(對) 중국, 대 러시아 외교에서의 협상 카드도 공개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김정은 정권이 몰락하면 북한 주민이 집단 탈출에 중국으로 대거 유입될 게 뻔했다”며 “중국은 이런 점을 매우 위협적으로 여겼다”고 적었다. 또 북한 제재를 위해 러시아를 설득할 땐 먼저 중국과 합의한 뒤 러시아에 “혼자서만 김정은 정권과 손을 잡는 국제적 왕따가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이것이 2017년 8월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 2371호가 만장일치로 통과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북한의 인권 실상도 폭로했다. 그는 저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초반 6년 동안 처형한 숫자가 300명이 훨씬 넘는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체제 비판을 하거나 금지된 책이나 언론을 볼 경우 강제 수용소로 보내 고문을 하거나 굶겨 죽이고, 또 죽을 때까지 노동을 시킨다”며 “유엔은 수십만 명이 김정은 독재체제의 수용소에서 죽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2006년부터 14년째 집권 중인 중남미 최장수 좌파 지도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60)이 선거 부정 논란에 10일 사임했다. 경제지표 악화 속에 개헌까지 하며 무리하게 4선 연임을 시도해 민심에 불을 붙였다.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시작된 칠레 반정부 시위 등 중남미 전역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시위의 공통점은 경제난과 정권의 부도덕성이란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중남미가 시뻘건 분노로 달아오르고 있다”고 표현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지난 3주간 반정부 시위로 이미 시민 3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 시위는 지난달 20일 대선으로 촉발됐다. 당일 중간개표 결과 모랄레스 대통령은 45.3%를 득표해 야권 후보인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보다 약 7%포인트 앞섰다. 볼리비아 대선은 1위 후보의 득표율이 40%를 넘고 2위 후보와의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일 때 결선투표를 치르지 않는다. 이때 선거관리 당국이 돌연 개표 공개를 중단했다가 24시간 후 재공개했다. 그러자 모랄레스 대통령은 47.1%를 득표해 경쟁자를 10.6%포인트 차로 앞섰고 결선투표 없이 당선됐다. 야권은 거세게 반발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혈세로 대통령궁을 새로 짓고 생가를 자신의 기념관으로 만든 사실도 시민 분노를 자극했다. 수세에 몰린 그는 ‘대선 재실시’를 주장했지만 군 최고사령관과 경찰 수장까지 사퇴를 요구하자 백기를 들었다. 칠레에서도 지하철 요금 인상이 발표된 지난달 6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칠레의 최저임금은 월 426달러(약 49만4100원)이며 저소득층은 월급의 30%를 지하철 요금에 쓰고 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은 사태를 더 키웠다. 이미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시위 격화 후 2주간 180명이 고무탄 등에 맞아 심각한 눈 부상을 입었다. 눈 부상이 전염병처럼 번진다”고 전했다. 이 중 30%는 한쪽 눈을 실명했고 60%는 심각한 시각 손상에 시달리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70)은 이 와중에 가족과 최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했고 부인은 시위대를 ‘외계인’으로 폄훼했다. 최저임금 인상, 헌법 개정 추진 등 그의 개혁안에도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겉으로는 두 나라의 혼란이 선거 부정과 공공요금 인상이란 단편적 이유에서 기인한 듯하지만 배후에는 누적된 경제 실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주력 산업인 천연가스 수출이 호황일 때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의 지도자’란 평가도 받았다. 최근 천연가스 수출이 침체되고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까지 불어난 가운데 경제 성장 과실이 불평등하게 배분되자 도시 빈민이 급증했다. 현재 33개 중남미 국가 중 볼리비아와 칠레를 포함해 최소 8개 국가의 정국이 불안정하다. 우파가 집권 중인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민심이 분노했다. 중도좌파 레닌 모레노 대통령이 이끄는 에콰도르에서는 휘발유 경유 보조금 폐지로 지난달 3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불붙었다. 정권 교체도 빈번하다. 우파 정권이 89년간 집권했던 멕시코에서는 1월 좌파 대통령이 탄생했다. 우파 정권의 부패와 고질적 치안 불안이 낳은 결과였다. 4년 전 우파 정권을 출범시킨 아르헨티나 유권자들도 고물가, 고실업, 화폐가치 하락 등이 계속되자 지난달 27일 대선에서 좌파 후보를 선택했다. 과거 중남미에서 반미, 반제국주의 등 뚜렷한 정치색을 표방한 시위가 빈번했던 것과 달리 현재의 시위는 집권당의 정치 색깔에 별 관심이 없다. 좌파든 우파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든 정권을 갈아 치울 수 있다는 시민들의 경고가 준엄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시위의 ‘탈(脫)정치’ 색깔이 뚜렷한 데다 양극화를 단기간에 해소하기도 힘들어 상당 기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지니계수는 0.31이지만 이 8개국의 평균은 0.45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좌파 정권인 볼리비아, 우파 정권인 온두라스, 중도를 자처한 에콰도르에서 모두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 (경제)정책에 초점을 맞춘 정치인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중남미 전문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리드는 가디언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을 때는 불평등을 감수할 수 있었지만 나와 자녀의 임금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사라진 지금 분노가 폭발했다”고 분석했다.최지선 aurinko@donga.com·전채은 기자}

14년간 집권한 중남미 최장수 좌파 지도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60)이 선거 부정 논란으로 3주째 유혈 시위가 이어지자 10일(현지 시간) 사임했다. 경제지표 악화 속에 개헌까지 하며 무리하게 4선 연임을 시도한 것이 민심에 불을 붙였다.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시작된 칠레 반정부 시위 등 중남미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시위의 공통점은 경제 실패란 분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 더 이상 충돌을 원치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 이른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3주간 반정부 시위로 시민 3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다쳤다. 시위는 지난달 20일 대통령 선거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이 개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투표 당일 중간개표 결과 모랄레스 대통령과 야권 후보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 간 득표율 격차는 7%포인트였다. 하지만 선거관리 당국이 개표 결과 공개를 중단했다가 24시간 후 재공개하자 격차가 10.1%포인트로 벌어져 결선투표 없이 당선될 수 있었다. 야권은 ‘거대한 사기극’이라며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수세에 몰린 모랄레스 대통령이 “대선을 다시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군 최고사령관과 경찰 수장까지 사퇴 요구에 동참하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양극화와 경제난에 지친 칠레인들도 지난달 6일부터 한 달 넘게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칠레 최저임금은 월 426달러(약 49만4100원)이며 저소득층은 월급의 30%를 지하철 요금에 쓰고 있다. 시위대는 소수 엘리트 가문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며 빈부격차, 공공요금 상승을 방치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은 사태를 더 키웠다. 이미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시위 격화 후 2주간 180명이 고무탄 등에 맞아 심각한 눈 부상을 입었다. 눈 부상이 전염병처럼 번진다”고 전했다. 이 중 30%는 한쪽 눈을 실명했고 60%는 심각한 시각 손상에 시달리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70)은 16, 17일 예정됐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취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안을 제안하고 헌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두 나라의 혼란 원인이 선거 부정과 지하철 요금 인상이란 단편적 이유로 보이지만 그 배후에는 누적된 경제 실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빈국이던 볼리비아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한때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의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천연가스 수출이 침체되고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까지 불어난 가운데 경제 성장 과실이 불평등하게 배분되자 도시 빈민이 급증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몸살을 앓는 중남미 국가는 볼리비아와 칠레뿐만이 아니다. 현재 33개 중남미 국가 중 최소 8개 주요 국가의 정국이 불안정하다. 남미의 가장 안정적인 국가로 꼽히는 칠레부터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까지 요동치는 이유는 ‘경제’로 모아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지니계수가 0.31인 데 비해 이 8개국의 평균은 0.45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좌파 정권인 볼리비아, 우파 정권인 온두라스, 중도 표방 정권인 에콰도르에서 모두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 (경제)정책에 초점을 맞춘 정치인을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권 교체도 빈번하다. 우파 정권이 장기 집권했던 멕시코는 지난해 7월 89년 만에 좌파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한 세기에 가까운 우파 정권의 부패와 폭력이 약 8800만 명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향하게 했다. 4년 전 대선 당시 좌파 정권에서 우파에 표를 던졌던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은 지난달 27일 대선에서 빈곤과 실업 등 우파 정권에 대한 실망과 회의감으로 다시 좌파 성향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를 선택했다.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20일 넘게 이어진 대선 불복 시위에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재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주요 도시 경찰까지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항명을 선언하고 반정부 시위에 가세하며 시위가 격화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다. 2006년 대통령에 취임한 후 현 남미 지도자 가운데 최장기 집권 중인 모랄레스 대통령의 입지도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재선거 실시 의사를 밝히며 “우리는 볼리비아를 안정시킬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투표 과정에 참관했던 미주기구(OAS)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이 획득한 득표율에 부정 혐의가 있다며 재선거를 촉구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선거위원회를 전원 교체한다고 덧붙였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재선거 실시 결정의 직접적 요인은 최근 거세진 반정부 시위였다. 볼리비아 정부는 지난달 20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 결과 모랄레스 대통령이 47.08%의 득표율로 4선 연임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개표 개시 전부터 선거 부정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이후 모랄레스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행정수도 라파스 등 여러 도시에서 벌어졌다. 현재까지 20세 청년 등 3명이 시위 현장에서 숨졌으며 300명 이상이 다쳤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대는 급기야 9일 볼리비아 국영 방송사인 ‘볼리비아TV’와 라디오 ‘파트리아 누에바’를 점령하고 방송 송출을 중단시키는 공세적인 행보에 나섰다. 특히 최근 주요 도시의 경찰이 반정부 시위에 동참할 것을 선언해 현 정부에 타격을 줬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9일 대통령궁을 지키던 수십 명의 경찰을 비롯해 라파스와 수크레 산타크루스 등 주요 도시의 경찰이 대통령에게 항명하고 근무지를 이탈했다. 한 경찰관은 가디언에 “정부는 시민을 탄압하는 데 우리를 이용할 수 없다”며 “우리는 그 어떤 정당이나 정부에도 속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시위대는 “경찰,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이들을 환영했다.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초 반정부 시위대 대표는 트위터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시민의 편에 서 준 경찰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현재 볼리비아 군부도 대통령과 선을 그었다. 윌리엄스 칼리만 군 참모총장은 “정치 문제는 정치의 영역에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전채은 chan2@donga.com·조유라 기자}

13일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 공개 청문회가 시작된다.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은 6일 트위터를 통해 “13일에는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15일에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가 공개 청문회 증언자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은 9월 24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패 수사를 압박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관한 탄핵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껏 열린 청문회는 모두 비공개였고 핵심 증인들의 발언은 추후 언론 보도 및 증언록 공개로만 알려졌다. 이젠 전 국민이 보는 실시간 TV 생중계로 청문회 상황을 접할 수 있는 만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1998년 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진행됐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 조사 때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 공개 청문회에서 거세게 충돌했다. 이번에도 이런 장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집권 공화당은 이미 민주당 주도의 탄핵 조사 방식에 큰 불만을 제기해 왔다. 지난달 23일 “민주당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밀실에서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만 수집한다”며 비공개 청문회장에 난입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하원 정보위원회는 이날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관한 다섯 번째 증언록도 공개했다. 4일 요바노비치 전 대사와 마이클 매킨리 전 국무장관 선임고문, 5일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미국대사와 커트 볼커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의 증언에 이어 지난달 22일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의 증언이 이날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 일색이다. 장장 10시간에 걸쳐 증언에 나선 테일러 전 대행은 “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금이 그들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집행되지 않으리라고 명백히 이해했다”고 밝혔다. 그는 7월 10일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손들랜드 대사와의 회의 내용도 공개했다. 테일러 전 대행은 “손들랜드 대사가 (바이든) 조사를 언급하자 볼턴 보좌관은 ‘그 얘기를 하지 말자’며 회의를 종료했다. 당시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볼턴이 자신의 우려를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해달라고 했다”고도 밝혔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이 탄핵 정국에서 ‘국무부 수장’ 대신 ‘대통령 호위 무사’만 자처해 국무부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증언 거부 지시에도 국무부 ‘서열 3위’ 데이비드 헤일 차관이 이날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3일 워싱턴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와 터키의 시리아 북부 거주 쿠르드족 공격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열린다. 공개 청문회 시작일에 회담 날짜를 택한 것은 탄핵 정국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