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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20%를 겨우 넘겨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자영업자 폐업이 늘어난 반면 기업 고용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63만2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808만9000명)의 20.1%에 그쳤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3년(37.2%)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다. 반면 임금 근로자 수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에는 2150만2000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기업 고용이 늘며 자영업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기간 자영업자 폐업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종사자를 합친 비임금 근로자 수는 658만8000명으로 취업자의 23.5%를 차지했다. 취업자 대비 비임금 근로자 비율로는 역대 최저다. 이는 지난해 무급 가족종사자 수가 95만5000명으로 100만 명 선이 처음 무너진 영향이 컸다. 무급 가족종사자는 임금을 받지 않고 자영업자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가족을 말한다. 종업원을 두지 않는 ‘나 홀로’ 자영업자는 426만7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446만8000명)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았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15일(현지 시간) 한국에 300억 달러(약 37조26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UAE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 간 투자 결정에 한국 정부는 민간기업을 포함한 한-UAE 투자협력 플랫폼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번 UAE 방문을 통해 ‘제2의 중동 붐’으로 경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이 구체화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 간 확대-단독회담을 진행한 뒤 투자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300억 달러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한국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UAE를 방문한 것은 1980년 양국 수교 후 처음이다. 이날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원자력·에너지·투자·방산 분야에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 13건이 체결됐다. 양국이 기후변화 대응, 정보기술(IT), 보건의료 등 신산업 협력에 대해 체결한 MOU까지 포함하면 한-UAE 간 체결된 전체 MOU 규모는 40여 건에 이른다. 양국 정부는 이날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 등 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쳐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내용의 ‘포괄적·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 공동선언(CSEP)’을 발표했다. 석유 공급 위기 시 UAE에서 생산된 원유 400만 배럴에 대해 한국이 우선 구매권을 확보하는 내용의 ‘한-UAE 국제공동비축사업’도 추진된다. 한국이 2009년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넷 제로 가속화 MOU’도 체결했다. UAE “약속 지키는 한국 신뢰”… 원전-방산 등에 오일머니 투자 UAE, 韓에 37조원 투자 당초 100억 달러 투자서 300억 달러로원전 확대-무기 공동개발 등 MOU무함마드 “韓은 제2고향… 곧 방한”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투자를 결정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300억 달러(약 37조2600억 원)의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 실무급 논의 100억 달러보다 크게 상회 무함마드 대통령은 또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계약을 이행해 내고 마는 한국 기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이 양국관계에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2 중동 붐’을 표방한 윤 대통령의 UAE 방문을 계기로 대규모 ‘오일 머니’를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UAE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대단히 고맙다”고 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투자 수익뿐만 아니라 UAE의 지속가능한 중장기 발전에 이 투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1980년 양국 수교 이래 첫 국빈 방문이 이뤄진 것은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양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무함마드 대통령의 방한을 요청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은 이미 마음속 제2의 고향”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UAE 측이 약속한 투자는 당초 실무급에서 논의되던 50억∼10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액수다.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한국 기업의 성장성과 우수성,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자”라고 말했다. 300억 달러는 UAE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결정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사 협력 사례를 감안해도 압도적으로 큰 (금액의) 결정”이라며 “UAE는 영국에 100억 파운드(약 15조1900억 원), 중국에 50억 달러(약 6조2000억 원)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고 전했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번 투자는 원전과 방산, 수소, 태양광, 에너지 분야 등 양국의 전략적 협력 분야에 고루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바이오·제약 등 생명과학,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했다.○ “양국 협력 핵심” 바라카 원전 확대 한국과 UAE는 이날 원전·에너지·투자·방산 등 4대 핵심 분야 등에서 40여 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협력 수위를 높였다. 특히 ‘넷 제로(탄소중립) 가속화 MOU’는 한국이 2009년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날 무함마드 대통령은 바라카 원전을 콕 짚어 “양국 협력 프로젝트의 가장 대표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전 세계에 모범이 되는 평화적인 원자력 에너지 사용의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원전 협력에 더해 석유 공급 위기가 발생할 경우 UAE에서 생산된 400만 배럴에 대해 한국이 우선 구매권을 확보하는 내용의 ‘한-UAE 국제공동비축사업’ MOU도 체결했다. 아울러 KDB산업은행과 아부다비 2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는 한국 유망기업 공동투자를 위한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국은 방위산업 협력 확대를 위해 전략적 방산 협력 MOU를 체결하면서 무기 공동 개발에 대한 협력 수위가 높아지게 됐다. 아부다비=장관석 기자 jks@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부가 전북 김제시와 경북 상주시에 54억 원을 들여 청년 농업인을 위한 스타트업 단지를 만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농업 스타트업 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농업 스타트업 단지 조성 사업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유휴 농지와 국·공유지를 매입해 스마트팜 영농이 가능하도록 정비한 뒤 청년 농업인에게 최장 30년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스마트팜 영농을 희망하지만 농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농업인을 위해 올해 신설됐다. 올해 국비 54억5000만 원을 투입해 김제, 상주에 각각 3ha 규모로 조성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각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농업 스타트업 단지 조성사업 대상지 공모를 진행했다. 지원 대상자는 농지 취득 이력이 없는 만 39세 이하 청년 농업인이다. 영농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서류심사와 현장평가를 거쳐 대상지를 정했으며, 참여 대상자는 올해 말에 선정한다. 재배면적, 작목, 농산물 판로 등을 정리한 영농계획서를 기준으로 대상자를 뽑는다. 지원 면적은 1인당 0.5ha 이내다. 이승한 농식품부 농지과장은 “청년 농업인의 창업과 영농 정착을 돕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을 통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외교부가 12일 처음 공식화했다. 정부는 우선 한국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할 기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혜택을 입은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을 통해 재단 기금을 조성한 뒤 추후 일본 정부를 설득해 일본 피고 기업들까지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 책임을 애꿎은 한국 기업의 팔을 비틀어 해결하려는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 공개토론회에서 “채권·채무 이행의 관점에서 피고인 일본 기업 대신 제3자가 변제 가능하다는 점이 (민관협의회에서) 검토됐다”며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바람직한 (변제) 주체라는 의견이 수렴됐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중공업 등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들의 채무를 제3자인 재단이 기금을 조성해 우선 대신 갚는 방식으로 배상 문제를 풀어 가겠다는 것이다. 서 국장은 법원의 배상 판결 대상인 피고 기업이 전체 강제징용 문제를 대표해 사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일본 정부가 이미 표명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을 성실히 유지,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고 기업이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이끌어 내기가 어려운 점을 피해자 측에서도 알고 계신 것으로 이해한다”고도 했다. 일본 총리관저 소식통은 이날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일본이 한국 정부의 해법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韓 “日정부-기업 징용 사과 어려워 제3자 통한 배상금 지급” 공식화한국 기업 16곳서 우선 기금 마련기업들 “정부 요청땐 적극 응할것” “(일본) 피고 기업들이 전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를 대표해 사과하기는 불가능하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2일 정부 산하 재단을 활용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일본 정부·기업의 직접적인 사죄를 받아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한 것이다.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들은 재단이 조성할 기금 마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아직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국장은 “피고 기업이 판결금을 지급하도록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본이 지원한 유·무상 자금의 혜택을 입은 한국 기업 16곳의 기부금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하는 기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후 일본 기업들의 배상 참여에 초점을 맞춰 일본 정부를 설득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기업의 사죄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 여부도 불확실해 피해자들을 만족시키는 해법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 韓 기업 16곳 통해 우선 기금 마련 정부가 이날 내놓은 해법의 핵심은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 가해 기업 대신 제3자인 재단이 마련한 재원으로 배상금을 받는 것이다. 재단이 기업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이를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나눠주는 형태다. 서 국장은 토론회에서 “모든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들이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로 충분한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태”라며 “현실적인 방안을 찾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법적 검토 결과 제3자로부터 배상금을 받는 것이 문제없다고 봤다”고도 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재판 3건의 피해자들부터 우선 배상금 지급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본의 피고 기업들이 기부금을 낼 의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포스코, 코레일, 한국도로공사 등 16개 한국 기업만 우선 참여시킬 방침이다. 심규선 재단 이사장도 토론회에서 “혜택 기업이 재단에 기부금을 낼 법적 의무가 없고, 재단도 기부금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면서도 “피해자들이 당연하게 참여를 요구하거나 기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들이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윈윈’ 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기금 조성 후보군으로 꼽히는 한국 기업들은 이날 동아일보의 질의에 대부분 “정부로부터 아직 재원 마련과 관련해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정부가 공식 협의를 요청하면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공기업 간부는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원 마련 협조를 요청한다면 사내 법률 심사를 거쳐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日 사죄-배상 불투명, 피해자 설득 난항서 국장은 이날 “그간 일본 내각이 여러 차례 과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지만 여러 번 번복됐다”며 “이미 일본이 밝힌 과거에 대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을 성실히 유지,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기 어려우니 그 대신 일본이 과거에 밝힌 사죄 입장을 재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일단 “재단이 우선 우리 기업들의 기부를 받아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기금을 마련한다”는 기본 방침만 정해졌을 뿐 최종안을 내놓기 전까진 일본과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오늘은 강제징용 해법 최종안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면서 “일본과의 협의를 보다 가속할 수 있는 유용한 계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피고 기업들이 배상에 참여하는 방안을 우선순위에 놓고 일본 측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피해자들 “배상보다 日사과부터… 韓 먼저 출연, 日에 면죄부 주는것”“정부안 강행하면 법적대응” 격앙野 “尹정부, 일본 기업 이익 대변” “왜 고개 숙여 그 돈을 받아야 합니까.”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 외교부가 주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방청하고 나온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대표는 “배상은 부차적 문제이고, 일본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며 “돈만 지급해도 된다는 생각은 그동안 싸워온 피해자들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짓누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받아야 할 손해배상금을 국내 재단이 국내 기업들의 돈을 받아 대신 지급하도록 하는 정부 배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피해자들은 토론회에서 공개된 정부안에 대해 “일본을 면책시켜 주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피해자들은 빼앗긴 청춘에 대해 사죄받고 정당한 배상을 받고 싶었던 것으로 빚을 청산하기 위한 민사 소송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이 먼저 출연하고 일본의 호응을 기대하겠다는 정부 안은 일본을 면책시켜 주는 것”이라고 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는 피해자들의 격한 반발로 급하게 마무리됐다. 박홍규 고려대 교수가 “이제 일본의 사죄와 (재단) 기금 참여 같은 것에 기대를 가져선 안 된다”고 말하자 방청석에선 “매국노다”란 야유가 터져 나왔다. 곳곳에선 “다른 사람들보다 피해자들, 유족 말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성이 들렸다. 피해자들은 정부안이 그대로 실현될 경우에는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는 “외교부가 피해자 동의 없이 (정부안을) 강행하고자 하면 최소 2, 3년 이상 법정 공방이 이뤄질 것”이라며 “민법에 따르면 진심이 아닌 의사표시는 무효로 볼 수 있다. 일본 기업에 진정한 배상 의지가 있는 것인지 확인할 자료를 (법원에)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피해자들의 요구를 짓밟고 일본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부는 ‘일본이 이미 표명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을 성실히 유지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을 두둔하고 나서 피해자들의 억장이 무너지게 했다”며 “피해자들은 들은 적 없는 일본의 사죄를 외교부만 들었단 말인가, 아니면 들은 걸로 치자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한 초단기 근로자 수가 지난해 역대 최대인 16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침체 여파로 고용 안정성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6만5000명 늘어난 157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2808만9000명)의 5.6%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 수는 2000년 전체 취업자의 2.1%인 43만6000명에서 2012년 한 해만 빼고 지난해까지 매년 꾸준히 늘었다. 최근 수년 새 증가세가 특히 가팔랐다. 2018년 109만5000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선 뒤 4년 만에 48만2000명이 늘었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주휴수당과 퇴직금, 유급 연차휴가를 받을 수 없는데다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 대상도 아니다. 초단기 근로자 수 증가를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는 이유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코로나 장기화와 경기침체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단시간 일자리를 주로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세종=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
지난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80만 명 넘게 늘어 22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고령층, 단기 일자리 위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08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81만6000명(3.0%) 늘었다. 이는 2000년(88만2000명)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통계청은 “팬데믹 국면에서 일상 회복에 따른 활동 증가 등으로 취업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0만9000명 늘어 지난해 5월(93만5000명)을 정점으로 월별 취업자 증가 폭이 7개월째 둔화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는 고령층이 이끌었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해 45만2000명 늘어 전체 증가분의 55%를 차지했다. 반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5000명)에 이어 12월에도 2만5000명이 줄어 두 달째 감소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청년층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고용 둔화가 시작돼 다른 연령층에 비해 고용 악화가 더 빨리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일자리가 대폭 늘어 고용의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주 36시간 미만 단기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9.7%(132만2000명) 늘어난 802만8000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반면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2.5%(49만9000명) 줄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80만 명 넘게 늘어 22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고령층, 단기 일자리 위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08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81만6000명(3.0%) 늘었다. 이는 2000년(88만2000명)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통계청은 “팬데믹 국면에서 일상 회복에 따른 활동 증가 등으로 취업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0만9000명 늘어 지난해 5월(93만5000명)을 정점으로 월별 취업자 증가 폭이 7개월째 둔화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는 고령층이 이끌었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해 45만2000명 늘어 전체 증가분의 55%를 차지했다. 반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5000명)에 이어 12월에도 2만5000명이 줄어 두 달째 감소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청년층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고용 둔화가 시작돼 다른 연령층에 비해 고용 악화가 더 빨리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일자리가 대폭 늘어 고용의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주 36시간 미만 단기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9.7%(132만2000명) 늘어난 802만8000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반면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2.5%(49만9000명) 줄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직장인 김모 씨(35·여)는 당초 계획보다 2년을 미뤄 올 초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전셋값이 뛰어 결혼자금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린 탓이다. 김 씨는 “주변에 결혼하지 않은 30대 후반 지인들이 많다 보니 결혼이 늦었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고 말했다. 결혼식장에 처음 발을 내딛는 30대 신부 수가 20대 신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30대 여성 초혼 건수는 7만6900건으로 전체 여성 초혼의 49.1%를 차지했다. 이어 20대(7만1263건·45.5%), 40대(6564건·4.2%), 10대(798건·0.5%), 50대(724건·0.5%) 순으로 여성 초혼 건수가 많았다. 30대 여성 초혼 건수가 20대를 넘어선 건 199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앞서 1990년 당시에는 30대 여성 초혼 건수가 1만8515건에 그쳐 20대 여성(33만3002건)의 5.6%에 그쳤다. 남성의 경우 2005년부터 30대 초혼 건수(12만501건)가 20대(11만9390건)를 넘어섰다. 2021년에는 30대 남성 초혼(9만9493건) 건수가 20대(4만4474건)의 2배를 웃돌았다. 초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건 경제적 영향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년 ‘저출산 현상에 대한 이해와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결혼 적령기 성인 남녀의 혼인건수가 줄어드는 요인으로 △불안정한 고용 상황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높은 주택 가격 등을 꼽았다. 만혼(晩婚)은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혼인 연령이 높아지면 첫아이를 낳는 시기가 늦어져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직장인 김모 씨(35·여)는 당초 계획보다 2년을 미뤄 올 초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전셋값이 뛰어 결혼자금을 모으는데 시간이 걸린 탓이다. 김 씨는 “주변에 결혼하지 않은 30대 후반 지인들이 많다보니 결혼이 늦었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고 말했다. 결혼식장에 처음 발을 내딛는 30대 신부 수가 20대 신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여성 초혼 건수는 7만6900건으로 전체 여성 초혼의 49.1%를 차지했다. 이어 20대(7만1천263건, 45.5%) 40대(6564건, 4.2%) 10대(798건, 0.5%) 50대(724건, 0.5%) 순으로 여성 초혼 건수가 많았다. 30대 여성 초혼 건수가 20대를 넘어선 건 199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앞서 1990년 당시에는 30대 여성 초혼 건수가 1만8515건에 그쳐 20대 여성(33만3002건)의 5.6%에 그쳤다. 남성의 경우 2005년부터 30대 초혼 건수(12만501건)가 20대(11만9390건)를 넘어섰다. 2021년에는 30대 남성 초혼(9만9493건) 건수가 20대(4만4474건)의 2배를 웃돌았다. 초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건 경제적 영향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년 ‘저출산 현상에 대한 이해와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결혼 적령기 성인 남녀의 혼인건수가 줄어드는 요인으로 ▲불안정한 고용 상황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높은 주택가격 등을 꼽았다. 만혼(晩婚)은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혼인 연령이 늦어지면 첫 아이를 낳는 시기가 늦어져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전국에서 영업 중인 커피·음료점이 10만 곳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만에 배 이상으로 늘어 치킨집 수를 넘어섰다. 커피 수입액은 지난해 10억 달러(약 1조2436억 원)를 처음 돌파했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영업 중인 커피·음료점은 9만8886개로 집계됐다. 1년 전(8만4240개)에 비해 17.4% 늘어난 규모다. 커피·음료점 수는 2018년 말 4만8935개에서 4년 만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서양 음식점은 80.9%, 한식집 33.9%, 치킨집은 31.3% 늘었다. 커피·음료점 수는 업종별 음식점 가운데 한식(36만2168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커피·음료점은 2020년 말 6만9602개로 치킨집(7만1232개)보다 적었지만, 불과 1년 뒤 8만4240개로 늘어 치킨집(7만6175개)보다 많아졌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커피 수입액은 11억9034만7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1% 늘었다. 커피 연간 수입액이 10억 달러를 넘은 건 처음이다. 커피 수입액은 커피를 볶았는지, 카페인을 제거했는지와 상관없이 커피, 커피 껍질, 커피를 함유한 대용물(포함 비율 무관)을 모두 합한 것이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전국에서 영업 중인 커피·음료점이 10만 곳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만에 2배 이상 늘어 치킨집 수를 넘어섰다. 커피 수입액은 지난해 10억 달러(1조2436억 원)를 처음 돌파했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영업 중인 커피·음료점은 9만8886개로 집계됐다. 1년 전(8만4240개)에 비해 17.4% 늘어난 규모다. 커피·음료점 수는 2018년 말 4만8935개에서 4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서양 음식점은 80.9%, 한식 33.9%, 치킨 31.3% 각각 늘었다. 커피·음료점 수는 업종별 음식점 가운데 한식(36만2168개)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커피·음료점은 2020년 말 6만9602개로 치킨집(7만1232개)보다 적었지만, 불과 1년 뒤 8만4240개로 늘어 치킨집(7만6175개)보다 많아졌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커피 수입액은 11억9034만7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1% 늘었다. 커피 연간 수입액이 10억 달러를 넘은 건 처음이다. 커피 수입액은 커피를 볶았는지, 카페인을 제거했는지와 상관없이 커피, 커피 껍질, 커피를 함유한 대용물(포함 비율 무관)을 모두 합한 것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글로벌 경기 등락을 먼저 체감하기에 ‘경기 선행지표’로도 불리는 철강과 해운업계 실적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특히 철강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70% 안팎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록적인 흑자를 낸 해운업도 올해 전망은 밝지 않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평균치는 각각 7866억 원, 1854억 원이었다.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66.79%, 75.99%씩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경기 침체가 자동차, 가전, 기계, 건설 등 전 산업 부문으로 확산하면서 철강 주문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요 철강 제품인 열연강판 가격은 지난해 4월 15일 t당 140만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낮아져 이달 6일 100만 원까지 내려왔다. 여기에 지난해 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으로 타격이 더해졌다.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피해 여파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해운 대표 기업인 HMM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은 하락세였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48.96% 감소한 1조3773억 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월 5109.60이었던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가 이달 6일 기준 1061.14로 1년 사이 80%가량 빠졌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 사업 등이 뒷받침되면서 포스코홀딩스는 그나마 올해와 비슷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대제철과 HMM은 올해보다 각각 18.49%, 72.20% 영업이익이 줄 것으로 예측됐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기 둔화 위험에 대한 경고 수위를 끌어올렸다. KDI는 8일 ‘1월 경제동향’을 통해 “수출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향후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능성’ 수준으로 언급했던 경기 둔화 위험을 더 직접적으로 못 박은 것이다. KDI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생산 측면에선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감소 폭이 확대돼 부진이 가시화됐다”며 “금리 인상 영향이 실물 경제에 점진적으로 파급됨에 따라 향후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GS리테일이 홈쇼핑 납품업체에 판매 촉진 비용 일부를 부당하게 떠넘겨 10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GS리테일이 GS홈쇼핑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대규모유통업법을 어기고 비용을 전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5억82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2017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홈쇼핑 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며 방송 전후 30분 동안 방송 시간과 동일한 조건으로 ARS 할인, 모바일앱 할인 등 판촉을 진행했다. GS리테일은 판촉행사를 방송 시간 전후로 연장한다는 사실을 납품업체 측에 알리지 않은 채 임의로 진행했고, 그 비용 일부(19억7850만 원)를 납품업체에 부담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판촉행사는 방송을 앞두고 미리 구매하는 고객과 방송이 끝난 후 주문을 이어가는 고객에게 본방송과 동일한 혜택을 주기 위해 진행한 것”이라며 “(공정위 시정명령은) TV 홈쇼핑 사업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지난해까지 국내 경기 둔화를 ‘가능성’ 수준으로 언급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달 만에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해 경고 수위를 높였다. KDI는 8일 내놓은 ‘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지난해 11월), “향후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지난해 12월) 등과 같이 ‘가능성’ 수준으로 언급하던 경기 둔화 위험을 더 직접적인 표현으로 언급한 것이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한국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4% 줄어든 데 이어 12월(―9.5%)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도체(―29.1%)와 석유화학(―23.8%)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했다. 대중(對中) 수출은 12월 전년 동기보다 27% 감소해 11월(―25.5%)보다 감소폭이 컸다. 생산은 지난해 11월 자동차(25%)가 큰 폭으로 늘며 반등했지만 반도체(―15%), 화학제품(―13.7%) 등 제조업 대부분에서 크게 감소했다. 제조업 부진에도 반도체 관련 투자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설비투자는 11% 늘어 10월(16.6%)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 특수산업용기계 수주가 36.5% 증가했다. KDI는 “제조업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부문의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향후 금리 인상 여파가 실물 경제에 퍼져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KDI는 “대내외 금리인상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점진적으로 파급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 둔화 우려로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9.9를 기록해 전월(86.5)에 이어 기준치를 밑돌았다.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에서 게릴라 시위에 나서면서 이틀째 경찰 및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과 정면충돌했다. 이날 오전 8시 반경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에선 전장연 관계자 10여 명과 이들의 지하철 탑승을 막으려는 경찰 및 공사 직원 간 몸싸움이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전장연 측은 이날 오전 8시경 4호선 성신여대역에서 시위를 한 뒤 삼각지역 방면으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했다. 이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렸다가 다시 탑승하려고 하면서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이 빚어졌다. 오전 11시경 몸싸움은 잦아들었지만 전장연 측은 시위를 이어갔고, 오후 2시 40분경에야 시위가 마무리됐다. 전장연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올해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약 260일 동안 매일 출근길 지하철 4호선에서 선전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 서울교통공사 간 대치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선 지하철을 타려는 전장연 활동가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 공사 직원 간 몸싸움이 2시간 이상 이어졌다. 삼각지역에선 삼각지역장이 전동 휠체어에 치여 119에 실려 가기도 했다.삼각지역장, 전동 휠체어 치여 병원 이송전장연 활동가 10여 명은 3일 오전 8시 20분경 서울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승차해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 30분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선전전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시간과 장소를 바꿨다. 이들은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하차한 뒤 다시 승차하려 시도했지만, 경찰과 공사 직원들이 이를 가로막았다. 공사 측은 “불법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나가달라”, “퇴거 불응 시 열차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삼각지역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왜 지하철을 못 타게 하느냐”며 반발했다. 이들은 “장애인도 시민이다”,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고 외치며 반복해서 탑승을 시도했다. 전동 휠체어를 탄 활동가가 밀고 들어가자 경찰 기동대가 방패로 이를 막는 등 상황이 반복됐다. 경찰들은 “위험하니 밀지 말라. 경찰도 사람”이라고 외쳤다. 이날 선전전은 오후 2시 40분경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전장연 측 결의대회와 함께 종료됐다. 이날 선전전엔 휠체어에 탄 활동가 8명을 포함해 70여 명이 참여했다. 오전 11시경부터는 지하철에 탑승하려는 시도 대신 활동가들이 항의 발언을 이어가는 방법으로 선전전이 진행됐다. 한 활동가는 “유력 정치인과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으니 하루만에 강경대응으로 바뀐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같은 시각 삼각지역에서도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다른 경로로 삼각지역으로 이동해있던 전장연 활동가 일부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이동하려는 과정에서 공사 측과 갈등을 빚은 것. 이 과정에서 삼각지역장이 전동 휠체어에 치여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타박상을 입은 삼각지역장은 오전 10시 28분경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받고 오후 1시경 복귀했다.전장연, “올해 260일간 선전전 할 것”공사 측은 전날에 이어 전장연 관계자의 지하철 탑승 자체를 차단했다. 경찰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경찰 200여 명을 투입해 길게 늘어서 탑승을 막았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전장연에 대해 열차 운행을 5분 넘게 지연시키는 선전전을 금지하는 강제조정을 결정했다. 전장연 측은 “법원 결정대로 5분 이내로 탑승하겠다”고 밝혔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서 “(지하철 운행은) 1분만 늦어도 큰일인데 5분이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2일 진행된 지하철 선전전은 약 14시간 동안 대치가 이어지며 밤 10시까지 시위가 계속됐다. 삼각지역에선 숙대입구역 방면 열차 13대가 무정차 통과했다. 전장연은 이날 성명을 내고 “2023년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260일 동안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원 조정안을 수용해 진행할 것이며 4호선을 제외한 다른 노선에서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와, 새해 첫 해가 떠올랐어요!” 1일 오전 7시 35분경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광장. 계묘년 첫 해가 떠오르자 관람객들은 환호하며 너 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또 새해 소원을 빌고 함께 해운대를 찾은 일행과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날 해운대를 찾은 이용헌 씨(55)는 “올 한 해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국민이 없게 해달라고 빌었다”며 “경제도 다시 살아나면 좋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이날 ‘해운대 해돋이 축제’에는 약 2만 명이 모일 것이란 해운대구의 예상을 넘어 약 5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행사는 오전 6시 반 시작했지만 많은 시민들이 그보다 이른 시각에 해수욕장을 찾았다. 특히 토끼 캐릭터 포토존에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일출 시간이 다가오자 특설무대의 대형 스크린에선 해운대뿐 아니라 송정해수욕장, 청사포, 장산 등의 일출 장면이 생중계됐다.○ 전국 400여 곳에 108만 명 운집1일 전국 해돋이 명소에선 3년 만에 재개된 일출 행사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찰은 이날 해맞이 행사와 전날 해넘이 및 타종 행사 등이 전국 400여 곳에서 열려 총 108만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동해안 주요 해변도 북적였다. 강원 강릉시에 따르면 경포 15만 명, 정동진 5만 명, 안목해변 5만 명 등 강릉 주요 해변에만 해돋이 인파 약 30만 명이 몰렸다. 이날 경포해변을 찾은 이다엘 씨(23·서울 서대문구)는 “가족 모두 건강하고 목표를 이루는 한 해가 되길 기원했다”고 말했다. 새해 일출 시각이 오전 7시 31분으로 한반도 육지에서 가장 빠른 울산 간절곶에는 약 10만 명이 모였다. 설악산과 지리산 정상에서도 3년 만에 신년 해맞이가 진행됐다. 탐방객들은 1일 오전 4시 등산로가 개방되자마자 산을 오르거나 전날 가까운 대피소에서 투숙한 뒤 정상에 올라 첫 해를 맞았다. 오전 7시 42분경 설악산 대청봉(해발 1707.9m)에 첫 해가 떠오르자 탐방객 400여 명의 입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해발 1915m 지리산 천왕봉에서도 탐방객 500여 명이 첫 해를 보며 소원을 빌었다. 서울 종로구 보신각 타종 행사엔 시민 6만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시민들은 1일 0시 카운트다운을 앞두고 휴대전화 손전등 기능을 이용해 일제히 머리 위로 불빛을 비추며 새해를 축하했다.○ “전국 해맞이, 타종 행사 안전사고 없어”전국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인파 밀집으로 인한 사고 대비에 적극 나섰다. 경찰은 보신각 타종 행사에 기동대 27개 중대 등 2000여 명을 투입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9시경부터는 경찰이 일대 도로를 통제하고 시민들이 멈춰 설 때마다 “서 있지 말고 이동하라”고 안내했다. 전국 해맞이 행사 현장에서도 인파 관리가 이어졌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해운대와 광안리, 다대포해수욕장 등 부산지역 13곳에 기동대 350명과 경찰서 자체 인원 381명을 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전국 해맞이 및 해넘이, 타종 행사 모두 인명 피해 등 안전사고 없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지역에선 해돋이 행사에 참석했던 시민 일부가 쓰레기를 그대로 놓고 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해돋이를 본 시민들이 한꺼번에 귀경길에 오르면서 서울양양고속도로 등이 오후까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9, 8, 7, 6, 5, 4, 3, 2, 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 6만여 명(경찰 추산) 시민들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2023년 새해가 시작됐다. 보신각 타종 행사를 보러 모인 시민들은 일제히 휴대전화 손전등 기능을 이용해 머리 위로 불빛을 비추며 새해 인사를 나눴다.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서로 끌어안으며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간 열리지 않았던 타종 행사가 3년 만에 다시 진행됐다. 서울시는 전날 오후 11시 30분부터 이날 오전 1시 35분까지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2023년 계묘년 새해맞이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열었다. 전날 오후 8시경부터 보신각 일대는 일찌감치 좋은 자리를 잡으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경찰은 오후 9시경부터 종각역 사거리 등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시민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들은 저마다 올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 소망을 빌었다. 경기 용인에서 온 남상헌 씨(64)는 “올해 있었던 가장 좋은 일은 손주가 태어난 일”이라며 “행사 끝난 뒤 서울에 있는 딸 집에 가서 손주를 보려고 한다”며 웃었다. 윤순이 씨(56)는 “올해는 형님 건강이 안 좋아서 가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내년엔 가족 모두가 건강한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경찰은 기동대 등 약 2000여 명을 투입해 인파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보신각 일대를 총 8개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별 인원을 15~20분 단위로 추산했다. 경찰에 따르면 31일 오후 11시 30분 3만5000명으로 추산됐던 인원은 11시 50분 5만 명, 11시 55분 6만 명으로 늘어나 불과 30분 안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인원 추산과 함께 ‘구역별로 밀집도가 높지만 경찰 인원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보신각 주변 반발 단체 등 집회는 없다’는 등 현장 상황을 수시로 공유하기도 했다. 보신각 앞 메인 무대 뿐 아니라 젊음의 거리 등에도 경찰 또는 서울시 소속 안전 요원이 1~2m마다 배치돼 안전 관리에 나섰다. 시민들이 길을 걷다가 잠시 멈춰 설 때마다 호루라기를 불며 “서 있지 말고 빨리 이동하라“고 안내하는 등 좁은 곳에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유지했다. 곽기민 씨(27)는 “사람이 많이 올 거라고 해서 조금은 걱정했는데 경찰 안전 관리가 강화된 것 같아 안심이 됐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온 패트리스 씨(53)는 “지난해 10월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발생했던 것을 알고 있다”며 “경찰이 아주 많이 나와 있어서 놀랐다. 조금 무섭지만 통제가 잘되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올 3월 9일. 닷새 전 시작된 불길은 바싹 마른 숲을 먹잇감 삼아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의 산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진화 작전을 이어오던 남부지방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특수진화대) 대원들은 탈진 직전이었다. 그런데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동해안 쪽으로 진군하던 산불이 갑자기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대왕소나무(수령 500년 이상)를 비롯해 200년 이상 된 소나무 8만5000여 그루가 잿더미가 될 판이었다. 기진맥진한 대원들에게 산불현장통제지휘본부로부터 ‘군락지로 이동해 방화선을 치라’는 긴급 무전이 날아왔다. 총 13명의 진화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다시 기합을 넣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금강송면 안일왕산(해발 819m)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불길은 군락지 핵심 지역에서 불과 300m 떨어진 지점에서 혀를 날름거렸다. 이달 28일 금강송 군락지에서 만난 특수진화대 김익태 대원(51)은 “마른 낙엽이 잔뜩 쌓여 있는데 바람이 워낙 강해 불붙은 솔방울 등이 수십∼수백 m까지도 날아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강추위 속 화마와 싸우며 지킨 대왕소나무대원들은 저지선을 만들기 위해 1.2km 떨어진 산 정상까지 각자 20kg짜리 호스를 들쳐 메고 두세 차례 산을 오르내렸다. 50∼100m 길이인 호스 10여 개를 이어야 산 정상에서 물을 쏴 저지선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속은 영하의 날씨인데 칼바람까지 몰아쳤다. 김 대원은 “수천 개의 바늘이 피부를 찌르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야 했다. 함께 만난 특수진화대 권호갑 대원(46)은 “산속에선 3월에도 10분 안에 물이 언다. 호스 안에서 물이 얼어붙으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2박 3일간 동료들이 교대하며 한시도 쉬지 않고 물을 뿌렸다”고 말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지속된 진화 작전에 몸이 휘청할 때마다 동료들을 보며 버텼다. 김 대원은 “동료들과 끝나면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자며 서로 용기를 북돋았다”고 말했다. 권 대원은 “말없이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료가 없었다면 못 버텼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마주한 산불은 213시간 43분 동안 산림을 태우며 1986년 산림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로 기록됐다. 불타 없어진 산림만 1만6300여 ha(헥타르)에 이른다. 그럼에도 대원들의 노력 덕분에 금강송 군락지 3700여 ha는 불타지 않은 채 온전하게 남을 수 있었다. 소광리는 조선 숙종 때였던 1680년부터 왕실에서 쓸 목재를 확보하기 위해 백성들의 출입을 금했던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다. 2001년 경복궁 복원에도, 2008년 불에 탄 숭례문 복원에도 이곳에서 자란 금강송이 사용됐다. 권 대원은 기자와 인터뷰하던 중 대왕소나무를 올려다보며 “내 손으로 이렇게 큰 나무를 지켰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롭다”면서도 “일부 불타 없어져버린 나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고 했다.○ 순식간에 번진 불길에 생명 위협도특수진화대원이 되기 전까지 두 대원은 산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했다. 송전탑 관리 업무를 하던 김 대원은 고압선 교체 작업을 하다 부상을 입고 퇴직했다. 그는 “재활 목적으로 오르던 산이 점점 좋아져 2019년 특수진화대에 지원했다. 어머니 품속 같은 산에 매일 오를 수 있어 만족하며 일한다”며 웃었다. 권 대원은 자영업자였다. 그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매일같이 이어지는 술자리에 회의를 느껴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고 특수진화대원이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2020년 채용돼 3년 차 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번 울진 산불 때 김 대원은 수색 업무를 하다 순식간에 번진 불길에 갇혀 하마터면 빠져나오지 못할 뻔했다. 그는 “갑자기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불길이 확 뻗어왔다”며 “정신없이 도망쳐 나오는 동안 휴대전화와 무전기까지 잃어버렸다. 연기를 흡입해 정신을 잃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다”고 아찔했던 상황을 돌이켰다.○ “새해에는 산불 없었으면”목숨을 위협받은 순간은 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무거운 호스를 계속 날라야 하다 보니 어깨, 무릎, 허리 등 관절마다 부상도 달고 산다. 하지만 산림청 소속 공무직인 이들은 기본급 250만 원과 식대 14만 원이 한 달 급여의 전부다. 위험수당이나 생명수당도 없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숲과 산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이들의 발길을 옮기게 하는 원동력이다. 김 대원은 “울진·삼척 산불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언제 어디서든 출동해 초기 진화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 상태를 새해에도 유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권 대원은 “산불은 위협적이지만 새해 정부와 지자체,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면 얼마든 이겨낼 수 있다”며 “국민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산불 예방에 동참해 달라”고 했다.울진=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택시기사를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겼다가 검거된 30대 남성 A 씨가 동거하던 전 여자친구도 살해했다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백했다. 27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 씨는 “전 여자친구인 50대 여성 B 씨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 씨는 20일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합의금을 주겠다’며 60대 택시기사를 유인해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아 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올해 8월 초 경기 파주시 B 씨 소유 아파트에서 B 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인근 공릉천변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이 A 씨 소유 차량 트렁크에서 혈흔을 발견하고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동대와 수중수색요원 등을 동원해 (B 씨) 시신을 수색 중”이라고 했다. 경찰 조사결과와 인근 주민 증언 등을 종합하면 A 씨는 B 씨 사망 전까지 수개월간 동거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동네 주민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올 초부터 두 사람이 함께 지냈는데, 자신들을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부부라고 소개했다”며 “최근에는 A 씨가 갑자기 다른 젊은 여자와 함께 다녀 불륜인 줄 알았다”고 했다”고 했다.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새벽에 남녀가 싸우는 큰 소리가 자주 났다”며 “관리실에 민원도 자주 들어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은닉, 증거인멸 등 혐의로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살해한 택시기사의 휴대전화와 신분증, 신용카드 등을 챙겨 대출을 받고 물건을 사는 등 5000만 원가량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 씨가 앞서 살해한 전 여자친구인 B 씨의 신용카드를 썼는지도 수사 중이다. B 씨 소유 파주시 아파트는 올해 10월 카드 회사 3곳이 청구액 약 1억 원 상당의 가압류를 한 상태다. A 씨는 이달 20일 오후 11시경 택시기사를 B 씨 아파트로 유인해 둔기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시신을 옷장에 숨기는 한편으로 택시를 공터에 버린 뒤 블랙박스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25일 현 여자친구가 “남자친구 집 옷장 안에 시신이 있다”며 신고해 덜미를 잡혔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파주=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