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은지

위은지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랩 전략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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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히어로콘텐츠와 같은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 기획을 맡고 있습니다. 지면에 비해 제약이 적은 디지털 공간에서 어떻게 독자들에게 기사를 더 효과적이고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wizi@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검찰-법원판결44%
사회일반23%
정치일반10%
사건·범죄7%
사법7%
우주/천체3%
정당3%
기타3%
  • 보수 우위 美대법원, 反이민정책 손들어줘… 트럼프 “와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반(反)이민 정책’의 상징인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논란은 26일 연방대법원이 해당 정책의 효력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5 대 4로 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행정명령에 무슬림 인구 비율이 높은 5개 나라(이란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한다고 명시했지만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책 결정권은 어디까지나 행정부에 있고 해당 정책을 꼭 ‘종교 차별’로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소송 원고 측인 하와이 주정부의 주장과는 다르게 이 행정명령이 ‘미국 이민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의원들과 백악관에서 만난 자리에서 “대법원 판결은 헌법의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행정명령의 입국 제한 대상국엔 북한과 베네수엘라도 포함됐지만 하와이 주정부는 이 두 나라는 소송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같은 날 대법원은 낙태에 반대하는 기독교계 단체도 낙태수술 기관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토록 의무화한 캘리포니아 주정부 정책도 위헌으로 판단했다.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는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법관들의 의견은 역시 보수 의견이 앞선 5 대 4로 나뉘었다. 이처럼 26일은 보수 진영 전체에 승리의 날이었다. 여러 의제를 두고 10여 년간 이어질 ‘보수 우위’의 대법원 구도를 분명히 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반이민 행정명령’ 두고 ‘언쟁’ 붙은 대법원 보수 성향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행정명령 반대 측은) 무슬림 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들이 지목됐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그 사실만으로 종교적 적대감이 유추되지는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은 한 세기 넘도록 외국인의 입국과 추방이 ‘근본적으로 사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정부의 주권적 권한’이라고 인식해 왔다”고 적었다. “(반이민) 행정명령은 ‘미국 이민법’에 규정된 대통령 권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의견을 읽으며 해당 행정명령이 특정 종교를 겨냥한 위헌적 요소를 담았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슬람은 우리를 혐오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무슬림 때문에 문제를 겪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있는 그대로 읽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소토마요르 대법관의 어조는) 강경하고 단호했다”며 “시끌벅적하던 법정이 침묵에 휩싸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양측은 법리로 다투는 차원을 넘어 대법원 내 상대 이념 진영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이번 판결은)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인의 강제구금을 합법화한 대법원 판결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반대 측이 어떤 수사적 이점을 얻으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2차대전 당시 판결은) 이번과 아무 관계없다”고 소토마요르 대법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갈수록 짙어지는 美 진보 진영 ‘2016년의 악몽’ 미국 진보 진영은 연이은 ‘5 대 4’ 판결을 바라보며 ‘2016년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보수 법조계의 거두’ 앤터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이 2월 별세하자 중도 진보 성향의 메릭 갈런드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장을 대법관으로 지명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좌절됐다. 결국 그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이듬해 보수 성향 닐 고서치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서 현재의 ‘보수 우위’ 대법원 구도가 굳어진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임보좌관을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대법원의 연이은 ‘5 대 4’ 판결로 공화당의 비겁한 인준 방해 전략의 의미가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진보 진영은 앞으로 더 큰 ‘대법원발 쇼크’가 다가올까 숨죽이고 있다. 중도 보수 성향의 ‘캐스팅보트’로 평가받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82)의 은퇴설이 심심찮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은퇴할 경우 더 젊고 더 보수적인 대법관 임명이 유력하다. 뉴욕매거진은 27일 “보수층에 케네디 대법관의 은퇴 소식은 강력한 흥분제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한기재 record@donga.com·위은지 기자}

    • 201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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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크쇼 마이크 잡는 ‘트럼프 첫 백악관의 입’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숀 스파이서(47·사진)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를 7월 중 촬영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숀 스파이서의 공통점(Sean Spicer‘s Common Ground)’이라는 가제를 단 이 토크쇼는 스파이서가 유명 인사와 함께 동네 술집이나 카페에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NYT가 입수한 이 프로그램 기획안은 “(동네 술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는 스파이서가 출연자에 대해 잘 알게 되는 이상적인 환경이다. 그들(스파이서와 출연자)은 언론에 대한 것부터 결혼 생활까지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침대를 정리하는 것의 장점을 두고 논쟁할 수도 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어느 방송사가 방영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제작은 오토바이 개조 회사를 운영하는 부자(父子)의 이야기를 다룬 ‘아메리칸 초퍼’ 등 다수의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필그림미디어그룹이 맡는다. 이날 스파이서는 NYT에 “오늘날의 이슈에 대해 정중하고, 존경받을 수 있고, 정보가 있는 토론이 가능한 플랫폼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스파이서가 백악관 대변인 재직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중한 토크쇼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조롱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첫 출연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제작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성추문 스캔들 당사자인 포르노 스타 스토미 대니얼스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아베나티에게 출연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아베나티는 트위터에 “제작팀이 출연료로 2500달러(약 278만 원)를 제시했으나 거절했다”며 “나는 스파이서의 토크쇼가 흥행하도록 돕는 데 관심이 없다”고 썼다. 지난해 7월 백악관을 떠난 뒤 같은 해 9월 에미상 시상식에 깜짝 게스트로 등장하기도 했던 스파이서는 23일 시사 이슈를 다루는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다음 달 24일에는 자신의 백악관 생활 6개월을 담은 책 ‘더 브리핑’을 내놓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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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밑에서 일하는 사람 사절” 식당서 쫓겨난 백악관 대변인

    ‘불법 입국자 부모-자녀 격리 수용 지침’ 논란으로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을 받아 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외식을 하러 식당을 찾았다 봉변을 당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트위터에 “나는 미국 대통령을 위해 일한다는 이유로 어젯밤 버지니아주 렉싱턴의 식당 ‘레드 헨’의 주인으로부터 나가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나는 정중히 식당을 떠났다”고 썼다. 이어 “그의 행동은 나보다 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며 “나는 의견이 다른 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정중히 대하려 최선을 다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당 주인인 스테퍼니 윌킨슨은 2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전날 오후 8시경 집에 있었던 그는 셰프로부터 샌더스 대변인이 손님으로 왔으며 직원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그가 식당을 떠났으면 좋겠다”는 종업원들의 의견을 들은 윌킨슨은 샌더스 대변인을 따로 불러 “우리 식당은 정직, 연민, 협동심 등을 중시한다”며 “식당에서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샌더스 대변인은 “괜찮다. 떠나겠다”고 말한 뒤 소지품을 챙겨 나갔다. 레스토랑에 동행했던 샌더스 대변인의 아버지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나중에 트위터에 “레드 헨 레스토랑 메뉴에 편협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윌킨슨은 WP에 “샌더스 대변인은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정부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대통령의 잔인한 정책들을 공개적으로 옹호해 온 점을 견딜 수 없었다”고 퇴장 요구 이유를 밝혔다. 앞서 불법이민 무관용 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안보부의 키어스천 닐슨 장관도 19일 밤 워싱턴의 한 멕시칸 음식점을 찾았다 봉변을 당했다. 닐슨 장관이 동행인과 함께 1시간 정도 식사를 했을 때쯤 약 15명의 시위대가 식당에 들이닥쳐 “미국에 난민 신청을 하기 위해 오는 수천 명의 사람을 기소하는 당신이 어떻게 멕시칸 요리를 즐길 수 있느냐”고 외쳤다. 닐슨 장관은 20분 이상 시위가 계속되자 식당을 일찍 떠났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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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무기폐기국제운동 핀 사무총장 “北-美비핵화 회담, 기대 못미쳐도 의미있어”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나빴지만, 몇 달 전 북-미 양국이 서로 핵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던 상황보다는 훨씬 낫죠.”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베아트리스 핀 사무총장(36)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공동합의문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해 출범한 ICAN은 세계 101개국의 468개 비정부기구(NGO)로 구성된 연합체다. 지난해 7월 유엔총회에서 핵무기 개발, 보유, 사용 위협을 전면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핀 총장을 19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핀 총장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언급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북-미 정상회담 당시 싱가포르를 찾기도 했던 그는 “회담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 같진 않았지만 최소한 인도주의에 입각한 핵무기 사용은 금지했어야 했다”며 “북한 핵능력을 완전히 파괴하기 위한 공격이 발생하면 서울이 방사능 낙진으로 뒤덮이는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회담이 (외교적 접근법의) 시작점이라고 믿는다”며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노력에 큰 의미를 뒀다. 특히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한 문재인 대통령을 ‘용감한 리더’로 높이 평가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치적 긴장감과 한국이 마주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북-미 양측에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며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을 초청하는 등 그의 노력으로 북-미 정상회담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핀 총장은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사람의 범위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뿐 아니라 (북한의) 핵폐기를 검증할 수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등이 합의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한의 TPNW 가입이 시급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조약은 핵무기 개발, 보유뿐만 아니라 핵사용 위협도 금지한다. 핀 총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국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TPNW 가입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조약에 따라 미국이 제공하는 핵억지 전력도 공식적으로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한과 일본, 미국 등 69개국은 TPNW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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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수상 ICAN 사무총장 “한반도 비핵화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나빴지만, 몇 달 전 북-미 양국이 핵 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던 상황보다는 훨씬 낫죠.”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베아트리세 핀 사무총장(36)은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공동합의문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해 공식 출범한 ICAN은 세계 101개국의 468개 비정부기구(NGO)로 구성된 연합체다. 이 단체는 지난해 7월 유엔총회에서 핵무기 개발·보유·사용 위협을 전면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e메일 인터뷰해 통해ICAN을 이끌고 있는 핀 총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가 가야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핀 총장은 여러 한반도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합의문에 언급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북-미 정상회담 당시 싱가포르를 찾기도 했던 그는 “회담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인도주의에 입각한 핵무기 사용은 금지했어야 한다”며 “북한의 핵능력을 완전히 파괴하기 위한 공격이 발생하면 서울이 방사능 낙진으로 뒤덮이는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회담이 (외교적 접근법의) 시작점이라고 믿는다”며 협박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에 큰 의미를 뒀다. 특히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용감한 리더’로 높이 평가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치적 긴장감과 한국이 마주하고 있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북-미 양측에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며 “평창 올림픽에 북한을 초청하는 등 그의 노력으로 북-미 정상회담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핀 총장은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두 사람의 범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유엔뿐 아니라 핵폐기를 검증할 수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등이 합의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한의 TPNW 가입이 시급하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 조약은 핵무기 개발, 보유뿐만 아니라 핵사용 위협도 금지한다. 핀 총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국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TPNW 가입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해당 조약에 따라 미국이 제공하는 핵억지 전력도 공식적으로 거절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한과 일본, 미국 등 69개국은 TPNW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핀 총장은 “미국은 이 프로세스에 계속 반대해왔고, 미국의 동맹국들은 TPNW에 가입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말하는 CVID가 바로 TPNW가 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한의 TPNW 가입은 ICAN이 북-미 정상회담 전날 발표한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 5단계’의 일부기도 하다. 핵전문가, 국제 핵무기 관련 기구 및 외교관들의 의견을 토대로 만든 로드맵 5단계는 △핵무기 사용 시 발생하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인지하고 △남북한 모두 TPNW 가입해 핵무기를 거부하고 △정해진 시간 내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고 △북한, 미국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가입한 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는 것이다. 핀 총장은 “북-미 양국만이 아닌 국제사회의 감독 아래 비핵화가 진행될 때 CVID가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며 “5단계를 통해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북한의 핵무기 사용 위협을 막는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타진 중이라는 그는 “시민 사회의 목소리가 비핵화 프로세스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비핵화의 민주화’를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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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라

    아직 엄마 젖도 떼지 못한 두 살배기 아이는 장갑을 끼고 엄마의 몸을 수색하는 낯선 남자를 바라보며 서럽게 울었다. 고향 온두라스를 떠난 지 한 달 만에 미국 국경에 도착한 모녀의 운동화엔 신발끈이 없었다. 감금 시 자해나 타인을 위협하는 것 등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의 신발끈마저도 미국 국경 경비대의 압수 대상이기 때문이다. 달빛 한 줄기 없던 12일 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를 흐르는 리오그란데강을 건너다 단속에 걸린 엄마는 경비대 트럭의 헤드라이트를 맞으며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이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한 게티이미지의 존 무어 기자는 “그곳엔 프라이버시(사생활 존중과 보호)는 없었다”고 18일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이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대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의 현실을 상징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 5월부터 밀어붙이고 있는 불법 이민자 ‘무관용 정책’을 두고 미국 내 논란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미국-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모든 이민자는 난민 신청 사유가 있더라도 불법 입국죄로 기소된다. 미국에선 부모가 범죄 혐의로 체포될 경우 자녀와 격리시키는데, 이에 따라 불법 이민자 아이들은 정부의 보호시설에서 미국에 있는 아이의 후견인을 찾을 때까지 몇 주 혹은 몇 달간 지내게 된다. 그런데 일단 부모와 자녀가 분리되면 향후 재회가 쉽지 않다는 게 이민단체 측의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때는 아이와 함께 밀입국하다 적발된 부모는 구금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에 참석하도록 배려해줬다. 부모와 격리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하루 종일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부짖는 일뿐이다. 이날 미국 비영리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는 미국-멕시코 국경지대 보호소에 격리 수용된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7분 47초 길이의 파일을 공개했다. 4∼10세로 추정되는 중남미 출신 아이들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몇 번이고 “마미(엄마)”와 “파파(아빠)”를 외쳤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자 한 경비대 요원은 “여기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지휘자는 없다”며 농담을 던졌다. 엘살바도르 출신 6세 아이는 “제발 미국에 있는 이모에게 전화 한 통만 하게 해 달라”며 애원했다.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서 “이들 미성년자는 잘 보살펴지고 있다. (비판하는) 언론을 믿지 말라”고 항변했다. 국토안보부는 텍사스주 매캘런의 불법 이민자 격리 시설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지만 인권 침해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민자들은 콘크리트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절연담요를 덮고 잠을 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BC는 “수백 명의 젊은 이민자가 개집처럼 보이는 철망 안에 갇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뿐만 아니라 미셸 오바마, 로라 부시 등 전 대통령 부인, 민주당 인사들과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화당 일부 의원도 비판 공세에 가담했다. 공화당 팻 로버츠 상원의원(캔자스)은 “이민법 시행은 강하게 지지하지만 부모-자녀 격리를 불법 이민 억제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18일 폴리티코는 이 문제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갈등까지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우주위원회(NSC) 관계자 등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이민자 캠프도, 난민 수용 시설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일 오전 트위터에 “민주당은 범죄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불법 이민자를 원한다”고 썼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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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배달 중국계 소년, LA타임스 주인되다

    “저에게 이번 언론사 인수는 이민자가 꿀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의 정점에 있는 일입니다.” 미국 6대 일간지 중 하나로 136년 전통을 가진 LA타임스를 18일(현지 시간) 최종 인수한 억만장자의 중국계 외과의사 패트릭 순샹(66·사진)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순샹이 이날 LA타임스와 샌디에이고 지역 최대 신문인 샌디에이고 유니언 트리뷴, 스페인어 일간지 호이 등이 소속된 캘리포니아뉴스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LA타임스를 포함한 3개 매체 인수대금은 5억 달러(약 5525억 원)로 알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 침략을 피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주한 중국계 가정에서 태어난 순샹은 요하네스버그 소재 비트바테르스란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이주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로 채용되는 등 외과의사로 성공했다. 이후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어 억만장자가 됐다. 농구광인 그는 미국프로농구(NBA) 구단 LA레이커스 지분 4.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의 재산이 8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순샹은 취임을 앞두고 17일자 LA타임스 전면 광고를 통해 독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LA타임스의 열렬한 독자로 수십 년간 지켜봐온 그들의 진실성과 솔직함,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회사를 인수했다”며 “오늘부터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독립적인 저널리즘을 보호하고 새로 짓는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썼다. 그는 인수 이유에 대해 “14세 때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지역신문을 배달한 적이 있다”며 “인쇄된 신문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지나갈 때의 소리와 냄새를 지금도 기억한다”고 편지에 썼다. 이어 “신문을 읽으면서 인종차별이 불러오는 악마 같은 결과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며 “그때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저널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가짜 뉴스와 싸우는 동시에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신문 경영을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가짜 뉴스는 우리 시대의 암덩어리이고, 소셜미디어는 이를 전이시키고 있다”며 “LA타임스 같은 기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신문 산업은 압박을 받을 테지만 나는 신문이 독자 생존할 수 있고 여전히 필수 요소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면서도 “지역과 세계의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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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사회, 北 WTO가입 이끌어야”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일 경우 국제사회에 편입될 수 있도록 관련국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미국 유력 싱크탱크가 제안했다. 중도 성향의 미국신안보센터(CNAS)는 21일(현지 시간) 공식 발표에 앞서 동아일보-채널A에 먼저 공개한 ‘위태로운 합의: 회담 후(後) 지형 탐색’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물론 북한의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개선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게 조건이다. 이 보고서 작성에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보좌관,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과장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입안에 참여하는 고위 관계자 다수가 도움말을 제공했다.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해당 보고서의 의견이 반영될지 주목된다. CNAS는 이 보고서에서 “북한의 무역을 다변화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선 국제무역 시스템에 편입돼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적절한 시기에 북한의 WTO 가입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CNAS는 “북한이 WTO에 가입한다면 자국 경제와 관련된 통계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며 “이는 광범위한 경제개혁 조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의 WTO 가입이 북한 내부 변화를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AS는 또한 북한의 통화 및 금융시스템을 재건하는 방안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CNAS는 “많은 북한 사람은 예금 대부분을 미국 달러나 중국 인민폐로 보관하고 있다”며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당근’으로 중앙은행의 관리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제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위 ‘돈주’로 불리는 북한 내 신흥 중산층 세력은 북한에 상업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은행이 없어 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며 “실질적인 경제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금융 분야가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법 제도의 개혁 필요성도 언급됐다. CNAS는 “북한에 투자했던 많은 외국인 사업가는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며 “북한은 국제적인 무역중재 제도가 시행되도록 허용해 무역 분쟁과 관련해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CNAS는 “꾸준한 압박이 없는 외교는 과거 실수의 반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 같은 보상 방안이 제한적인 경우에만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동 대(對) 행동’ 원칙은 전진을 위한 상식적인 원칙”이라면서도 “북한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행동을 보일 경우에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이 협상 초반에 핵무기와 핵물질, 그리고 관련 시설 등의 내용을 공개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위은지 기자}

    •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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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드大, 아시아계 지원자 차별”

    세계적인 명문 대학인 미국 하버드대가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의 개인적 특성 평가점수를 다른 인종 지원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주는 방법으로 차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 보도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A)’은 보스턴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송자료에서 2000∼2015년 하버드대에 지원했던 16만 명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의 긍정적인 성격, 호감도, 용기, 친절함 등 특성에 지속적으로 낮은 점수를 매겼다고 주장했다. SFA는 하버드대가 인위적으로 아시아계 미국인 입학자의 비율을 낮추고 있다며 민권법 위반 혐의로 학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다른 인종 지원자들에 비해 입학 점수, 학교 성적, 과외활동 점수가 높았으나 하버드대가 개인적 특성 점수를 낮게 매겨 이들의 입학 기회를 제한했다고 SFA는 주장했다. 하버드대는 학업성적, 특별활동, 운동, 개인적 특성, 종합 평가 등 5개 항목을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SFA는 2013년 하버드대 자체 조사에서 학업성적만 고려하면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 비율이 43%까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시아계 비율이 18% 수준에 머문 것은 인구통계학적 항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 측은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인종차별은 없으며 학교는 학생을 뽑을 때 다양성을 매우 중시한다”며 “지난 10년간 아시아계 미국인 입학자 수가 29% 증가했다”고 반박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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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차 가죽시트로 만든 백팩… 지구가 웃어요

    《동아일보는 전 세계 50여 개 언론사가 같은 날 동시에 세계 사회 문제에 대한 각국의 해결책을 보도하는 임팩트 저널리즘 데이(IJD·Impact JournalismDay)에 3년째 한국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버려지는 차량 가죽 시트로 백팩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 ‘모어댄’의 이야기를 조명해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지난달 1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모어댄 폐차 가죽 시트 보관 창고를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빳빳한 새 가죽과 눅눅한 오래된 가죽이 묘하게 섞인 냄새. 약 230m² 넓이의 창고에는 약 20t 분량의 차량 가죽 시트가 거의 2m 높이만큼 가득 쌓여 있었다. 폐차장에서 받아온 가죽, 차량 시트를 개발하는 연구소에서 받아온 연구용 가죽, 차량 시트를 재단하고 남은 자투리 가죽 등 종류가 다양했다. 창고 한쪽에는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포대에 가득 담긴 2.5t 분량의 에어백을 색깔별로 분류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대량 리콜 사태를 겪었던 에어백 회사로부터 못쓰게 된 에어백을 받아온 것이다. 차량 탑승자 안전과 직결된 에어백은 재사용이 아예 불가능하다. 흰색, 회색, 하늘색 등 파스텔 톤의 에어백은 이제 여름용 가방 소재로 쓰인다. 2015년 6월 5일, 환경의 날에 설립된 주식회사 모어댄은 폐자동차에서 수거한 가죽 시트, 안전벨트, 에어백 등을 이용해 가방, 지갑 등 액세서리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업체다. 쓰레기 매립장에 그대로 묻혔을 차량 폐기물들이 가방 장인의 손을 거쳐 프리미엄 가죽 백팩 및 지갑 브랜드 ‘컨티뉴’로 재탄생한다. ○ ‘가방이 된 자동차’ 모어댄을 설립한 최이현 대표(37)는 영국 유학 시절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정말 아끼던 차가 있었는데 주차해 놓은 사이 누군가 뒤에서 심하게 받고 도망을 가 폐차해야 할 상황이었다”며 “너무 아까워서 차량 시트를 뜯어와 집에서 소파처럼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을 공부하던 친구들이 이걸 보고는 ‘가죽이 정말 좋다’며 다른 걸 만들어 보라고 해서 그때 가방을 만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리즈대에서 공부했던 최 대표의 석사 논문 주제도 ‘한국 자동차 업계의 사회적 책임’이었다. 그는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400만 t의 자동차 폐기물이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환경오염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매연 문제를 떠올리지 폐기물 문제를 언급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자 가죽 시트, 안전벨트, 에어백 등 재활용되지 않는 폐차 쓰레기를 이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게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2013년 말 귀국한 최 대표는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며 폐차장을 돌아다녔다. 폐차장 사장들은 ‘차량 시트를 달라’는 부탁을 들은 척도 하지 않거나 터무니없는 가격을 내고 가져가라며 코웃음을 쳤다. 주변에서도 ‘프라이탁’처럼 비슷한 제품이 이미 있지 않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직접 전문가에게 평가받고 싶어 2014년 소셜벤처 경진대회에 나가 장려상을 받았다. 큰 상은 아니었지만 사업의 가능성을 봤다. 팀원을 모아 2015년 6월 모어댄을 창업했다. 창업 후 8개월 만인 2016년 2월 백팩 100개를 시범적으로 만들어 판매했는데 사흘 만에 다 팔렸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당장 가방을 더 만들어 낼 여건이 안 됐다.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가방 대량 생산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했고 같은 해 9월에 10개의 제품을 선보였다. 가방을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가 좋다’는 호평이 이어졌고, 지난해 10월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모어댄의 컨티뉴 백팩을 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착한 가방’으로서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올해 3월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컨티뉴 백팩을 구매했다. 지금은 약 70개 종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올해 들어 월 매출 2억 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 ‘재활용품=질 나쁜 싸구려 제품’ 인식 타파 최 대표는 “우리 가방의 품질만큼은 어디서나 인정받는다”고 자신했다. 양질의 가죽을 재활용해 수작업으로 가방을 만들기 때문이다. 차량용 시트에 사용하는 천연 가죽은 일반 가죽보다 4배 비싸다. 사람이 매일 앉아야 하니 내구성이 강하고 생활 방수도 된다. 구김이 가지 않은 의자 등 쪽 가죽과 헤드레스트(머리 받침 부분)를 사용한다. 수거된 가죽들은 세척-다림질-분류 등의 과정을 거쳐 국내 유명 가방을 제작하는 공장에 전달한다. 그곳에서 가방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가방을 만든다. 재료 준비 2개월, 가방 생산 2개월. 하나의 백팩을 만들기 위해 총 4개월이 걸린다. 버려질 뻔한 가죽을 재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죽 제품에 따라 붙는 동물 학대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보통 가죽을 염색할 때는 다량의 화학약품이 사용되고, 냄새가 심해 물 세척을 대여섯 번 정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컨티뉴’ 제품에 사용되는 가죽은 따로 염색을 하지 않고 가죽의 원래 색상을 살린다. 가죽에 밴 담배 냄새 등을 지우기 위해 베이킹 소다, 울샴푸 등을 이용한 세제로 가볍게 한 번 물 세척을 할 뿐이다. 최 대표는 “백팩 하나를 만들 때 물 1642L가 절약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가방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자투리 가죽도 다시 재활용한다. 최 대표는 “쓰레기를 없애기 위해 만든 가방인데, 가방을 만드는 과정에서 또 쓰레기가 나온다는 걸 알았다”며 “가방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가죽으로 재생 가죽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투리 가죽을 분쇄해 라텍스와 섞어 압축해 천을 뽑아내듯 가죽 원단을 만들어 낸다. 이외에도 안전상의 이유로 차에 재사용하지 못하는 에어백·안전벨트도 가방 제작에 활용한다. 나일론 소재의 에어백은 여름용 백팩에, 쉽게 끊어지지 않는 안전벨트는 가방끈으로 쓴다. 컨티뉴 백팩의 가격은 20만 원대. 다소 비싼 가격 때문에 ‘재료를 무료로 구하는데 왜 이렇게 비싸게 파냐’란 비판도 받는다. 이런 비판 뒤에는 그동안 소비자들이 업사이클링 제품의 품질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도 판단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업사이클링 업체가 재활용에만 초점을 둬서 가격만 비싸고 품질이 좋지 않은 제품을 팔아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잘못도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환경 보호보다는 품질로 승부를 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용품이면 싸야 한다’는 인식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해외에서는 오히려 ‘품질 좋은 가방을 왜 이렇게 싸게 파느냐’란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경쟁 상대는 타 업사이클링 업체가 아니라 다른 가방 회사들”이라고 설명했다.○ 탈북민·경력단절여성에게도 일할 기회를 모어댄의 철학 중 하나인 ‘쓸모없는 것에서 쓸모 있는 것으로(useless to useful)’는 자동차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다. 최 대표는 “자신이 사회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할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고용취약계층에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용취약계층 중에서도 직업의 선택 폭이 가장 한정적인 이들 중 하나가 탈북민이다. 그는 “특히 새터민(탈북민) 여성들은 공장에서 일하기도 어려워 취업 기회가 극히 제한된다”고 말했다. 탈북민을 돕는 비영리기관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면접을 통해 현재까지 탈북민 여성 2명을 채용했다. 두 명 모두 매장에서 판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다. 2명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했다. 그는 “매장 운영의 경우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경력단절 여성들도 오전에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어댄의 꿈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지금까진 희망적이다. 7월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올해 안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팝업 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그는 “우리의 솔루션은 어느 나라에서도 접목 가능하다. 가죽 시트 폐기물 처리는 자동차 회사의 영원한 숙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양=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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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阿 아동 위한 ‘자라나는 신발’… 미래를 꿈꿔요

    러시아에는 일반적인 가상화폐 채굴기로는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가상화폐가 있다. 이 가상화폐를 채굴하려면 컴퓨터를 가동시키는 대신 삽을 손에 쥐고 돼지 농장을 청소해야 한다. 모스크바 남동쪽으로 약 125km 떨어진 작은 농촌 마을 콜리오노보에 사는 농부 미하일 실럅니코프 씨(54)가 직접 발행한 가상화폐 콜리온(KLN) 이야기다. 올해 ‘임팩트 저널리즘 데이’에 참여한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세상을 바꾸는 기발한 아이디어 사례로 가상화폐 콜리온이 어떻게 콜리오노보의 삶을 바꿀 수 있었는지를 조명했다. 스스로를 ‘나이 든 무정부주의자’라고 지칭하는 실럅니코프 씨가 콜리오노보에 이사 온 것은 2007년. 사업가였던 그는 수술이 불가능한 암 진단을 받고 농사를 지으며 여생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농사일이 쉽지 않았다. 특히 돈이 문제가 됐다. 농사를 짓기 위해선 봄에 돈이 필요했는데, 농산물 판매 수익은 가을에 얻을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돈을 빌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은행은 12%대의 고율 이자를 요구했고, 정부 대출은 문턱이 너무 높아 대부분 대형 농장 지주들에게 돌아갔다. “2014년 어느 날, 이웃과 술을 마시면서 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한탄했어요. 그러다가 우리는 술 취한 채로 인쇄소에 전화해서 새로운 화폐를 찍어줄 수 있냐고 물어봤죠.” 화가 난 실럅니코프 씨는 직접 새로운 지역화폐 콜리온을 발행하기로 결심했다. 1콜리온의 가격을 감자 10kg의 가격으로 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듬해 콜리온 유통을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스스로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꺾이지 않았다. 그가 눈을 돌린 곳은 한창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가상화폐 시장이었다. 2016년 가상화폐공개(ICO)를 추진해 80만 루블(약 1400만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들에겐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보내줬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2017년 4월 가상화폐 콜리온을 발행했다. 올해 6월 14일 기준 콜리온의 시가총액은 약 7억4800만 원으로 1콜리온의 가격은 약 1068원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처럼 컴퓨터로 채굴할 수는 없고, 농장에서 노동을 해야 얻을 수 있다. 가상화폐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콜리오노보 지역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실럅니코프 씨는 콜리온으로 주변 농장주들과 거래했다. 농장 일을 돕는 사람에게 콜리온으로 임금을 지불하고, 콜리온으로 결제할 경우 할인 혜택도 줬다. 실럅니코프 씨는 급격한 가격 변동성으로부터 콜리온을 보호하기 위해 보험을 도입하는 등의 보완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어린이신문 몽코티디앵은 빈곤국 아이들을 위한 신발을 만드는 미국 기업 ‘자라나는 신발(The Shoe That Grows)’을 혁신 사례로 소개했다. 창업자인 켄턴 리 씨(34)는 10년 전 케냐의 보육원에서 일하던 시절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 소녀가 길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신고 있던 신발이 너무 작아 앞코가 다 뜯어져 발가락이 다 보일 정도였다. 그는 “아이들의 자라나는 발에 맞게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신발이 있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고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 6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리 씨는 압축 고무밑창에 인조가죽 끈이 달린 샌들을 개발했다. 끈을 조절할 수 있어 발 사이즈가 커져도 신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샌들 한 켤레의 가격은 12유로(약 1만5240원). 4∼8세 아이용과 8∼12세 아이용 등 두 모델이 있다. 기부자들 덕분에 97개국에 14만 켤레가 지원됐다. 빈곤국 어린이들에게 신발의 중요성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리 씨는 “맨발로 걸어 다니거나 맞지 않는 신발을 신으면 아이들이 다치기 쉽다”며 “놀랍게도 아이들은 멋진 신발을 신을 때 더욱 자신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간단한 행동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유력 일간 라나시온은 2015년부터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산마르틴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요가를 가르치는 봉사단체 모크샤를 소개했다. 봉사자 20명이 250여 명의 재소자를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2시간 요가 수업을 하며 내면의 평화를 찾고 인생에 책임감을 갖는 법을 가르친다. 맨발로 교도소 마당에 모인 재소자들은 요가 수행을 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찾는다. 이 교도소에 8년째 수감 중인 루카스 롤단 씨(33)는 “요가를 하는 2시간 동안 모든 문제를 잊고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요가를 통해 인생에 또 다른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수감자 가브리엘 라미레스 씨(24)는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을 씻어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며 사회에 돌아가면 요가 강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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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유권자 51% “트럼프 대북협상 잘했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12일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을 잘했다고 평가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회담으로 북-미 핵전쟁 위험이 줄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3분의 1 정도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은 13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미국 성인 유권자 1000명(민주당·공화당 지지자 각 400명, 무당파 2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1%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을 잘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을 잘했는지에 대해 30%만 ‘그렇다’고 답했지만 이는 이들의 트럼프 대통령 국정 지지율(12%)보다 18%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으로 핵전쟁 위험이 낮아졌다고 평가한 유권자는 39%였다. 37%는 “이번 회담으로도 변한 것은 없다”고 평가했고, 나머지 24%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또 북-미 양국 간 ‘완전한 비핵화’ 약속이 끝까지 지켜질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26%인 반면, 이보다 14%포인트 많은 40%가 “양국이 약속을 지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북-미 회담 성사에 누구의 공이 가장 컸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0%는 트럼프 대통령을, 11%는 문재인 대통령을, 7%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꼽았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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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전문가 “알맹이 빠진 합의… 北 과거 약속에도 못미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지켜본 한반도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북-미 정상의 사상 첫 만남’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경우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공동성명에 대해선 “기대에 못 미친 빈약한 내용”이란 비판이 적지 않았다. 특히 과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직접 관여했던 전문가들은 ‘알맹이 없는 합의’라고 꼬집었다.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는 MSNBC 방송에 나와 “서류가 서둘러서 입안된 것처럼 보인다”며 “‘검증됐다(verified)’는 단어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이날 CNN에 출연해 “(공동성명은)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혹평했다. 워싱턴 조야의 다른 한반도 전문가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CNN에 출연한 애덤 마운트 미국 과학자연맹(FSA) 선임연구원은 “과거 북한이 했던 약속에 비해 매우 빈약하다. 솔직히 이것보단 더 강한 내용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마이클 맥폴 전 주러시아 미국대사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다”고 혹평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공동성명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대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 국장은 이날 트위터에 “비핵화를 북한의 손에 모두 맡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적인 주장에 문제가 있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액턴 연구원은 “북한의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일방적인 비핵화를 뜻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미국보다 더 큰 실익을 얻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북한은) 체제 보장을 받았고 ‘완전한 비핵화’는 말했지만 CVID까지는 넣지 않았다”며 “(미국이) 구체적인 데까지 가지 않은 채 먼저 체제 보장을 제공해버린 듯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래리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는 “북한 독재자를 인정하는 대가로 우리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우리는 깨닫기 시작했다”며 “만약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런 합의를 내놨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반면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다. 제임스 캐러파노 헤리티지재단 부소장은 트위터에 “공동성명에 한발 더 진전된 내용은 없었지만 적어도 후퇴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 우리는 활발한 외교 과정을 갖게 됐으며 ‘최대의 압박’ 전략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후속 조치의 이행을 촉구했다.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유용한 조치의 최소 기준은 충족한다”며 “(회담) 결과는 미국과 북한이 두 정상이 수립한 기본틀에 기반해 구체적인 대화에 신속하게 나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판문점 등에서 북한과 실무회담에 나섰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는 두 정상의 성명 서명 이후 기자들에게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후속 논의의 필요성을 거론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1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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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한인 조성준-조성훈씨, 주의회 동시 입성

    7일(현지 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실시된 주의회 선거에서 보수당 소속으로 출마한 한인 후보 조성준 씨(82)와 조성훈 씨(40)가 당선의 영예를 얻었다. 한인 2명이 캐나다 주의원에 동시에 당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보궐선거로 주의원에 당선됐던 조성준 씨는 이번 선거에서 스카버러 북부 선거구에 출마해 50%가 넘는 지지를 얻고 재선됐다. 그는 1991년 한인 최초로 토론토 시의원에 당선된 뒤 내리 8선에 성공하기도 했다. 윌로데일 선거구에서 당선된 조성훈 씨는 한인 2세로는 처음으로 주의회에 입성했다. 그는 현역 4선 의원이자 주정부 장관인 데이비드 지머를 7000여 표 차로 눌렀다. 조성준 씨는 “한인 사회의 든든한 뒷받침이 없었으면 이룰 수 없었던 일”이라며 “앞으로 4년 동안 또 다른 한인 정치인 배출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성훈 씨는 “조성준 의원이 한인 차세대들의 정계 진출 문을 열었다”며 “후배들이 더 많이 정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닦겠다”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한 조성준 씨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다 1967년 캐나다에 이민했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가 이끈 일본 거주 한국인 지문 날인 반대운동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1988년 연방의원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그러나 3년 뒤 토론토 시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소수인종으로는 처음으로 당선됐다.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한 아버지 아래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 조성훈 씨는 토론토대를 졸업한 뒤 아버지가 운영하는 부동산중개업을 도우며 지역일꾼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 왔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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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행사 능숙한 싱가포르, 텔레그램으로 실시간 취재 안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의 뜨거운 폭염도 ‘세기의 회담’에 걸맞게 달아오른 전 세계 매체들의 ‘취재 열기’보다 뜨겁지 않았다. 10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포뮬러원(F1) 경기장 건물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 2500여 명이 등록했다. IMC는 당초 오전 10시 개장할 예정이었지만 기자들의 줄이 길어지자 1시간 당겨 오전 9시에 개장했다. 약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IMC는 그 규모가 워낙 커 내부엔 빈자리도 듬성듬성 보였으나 2층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는 이미 자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선착순으로 자리를 맡는 방식이어서 책상마다 자신이 소속된 회사명을 표기해 붙여 놓을 정도로 자리 쟁탈전도 치열했다. 테이블 전체가 대규모 취재단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 BBC, 일본 NHK 등이 적힌 종이가 책상을 뒤덮어 시선을 끌었다. 이날 IMC에 가장 활기가 돌았던 순간은 낮 12시 리셴룽 총리가 하얀색 고급 세단을 타고 도착해 준비 상황을 점검하던 때였다. 그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소감이 어떠냐는 등 즉석에서 질문이 쏟아졌지만 리 총리는 현장에서는 입을 굳게 닫았다. 케이 샨무감 싱가포르 내무장관은 ‘앞으로 회담 준비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항상 최악의 상황에 준비해야 된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싱가포르 당국은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2000명에 달하는 취재진에 회담 관련 정보를 일괄적으로 보내는 등 뛰어난 행정 능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4일 개설된 ‘북-미 정상회담’이란 제목의 텔레그램 대화방엔 현재 1200여 명의 취재진이 등록돼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발표한 공식 성명과 촬영한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대화방에 게재되고 있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도착할 때마다 거의 실시간으로 관련 자료와 사진 및 동영상을 텔레그램으로 전송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몰려든 기자들이 타전하는 뉴스로 전 세계 주요 언론은 메인 기사를 시시각각으로 바꿔가며 현지 상황을 생중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며 트럼트 대통령의 도착을 두고 “전투적이었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하는 모습은 현저한 대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영국 왕실 결혼식만큼 인파가 몰리진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이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출발하는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기자들과 함께 호기심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묘사했다. 영국 BBC방송은 “김 위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리더와 만나는 것 자체로도 이미 승리를 쟁취했다”고 평가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도 북한과 미국 정상의 싱가포르 도착 관련 소식을 신속하게 전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일요 주례미사에서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회담이 한반도와 전 세계를 위한 평화로운 미래를 보장하는 긍정적인 길로 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사랑하는 한국인에게 특별한 우정과 기도를 거듭 보낸다”며 성공을 기원했다.싱가포르=한기재 record@donga.com / 주성하·위은지 기자}

    •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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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셴룽 총리 “회담비용 161억원 기꺼이 부담”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10일(현지 시간) 이틀 뒤 자국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리 총리는 이날 ‘F1 피트 빌딩’에 차려진 북-미 정상회담 국제미디어센터(IMC)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드는 비용이 2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61억1700만 원)에 이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 총리는 “이 비용을 우리가 기꺼이 부담하겠다”며 “이는 싱가포르의 깊은 관심사인 국제적 노력에 대한 우리의 기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체 비용의 절반은 보안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회담 개최가 싱가포르에도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요청하지 않았는데 회의 장소로 선정됐다는 사실은 싱가포르가 북한, 미국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 미국 양측에서 회담을 개최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안 된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아주 중요한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반도와 비핵화 문제 등 동북아시아의 상황은 지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 좀 더 넓게 본다면 전 세계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이번 만남은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9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와의 인터뷰에서 “북측은 자기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전액 부담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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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퀘벡의 결투… 트럼프 벼르는 G6 vs 설교 필요없다는 G1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아주 어려운 토론이 될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6일 연방하원에 나와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하고 다자간의 공정한 무역질서를 위해 헌신하기로 한 이전 합의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8일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개막하는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에 잔뜩 독이 올라있는 G6 정상들이 항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동의 적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다. 샤를부아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막은 올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6일 정상회담을 갖고 “글로벌 도전에 맞서 다자주의를 지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마침 두 사람은 G7 정상회의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회담이 예정돼 있다. 두 정상이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를 놓고 “처참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큰 이견을 보였다. 트뤼도 총리도 지난달 25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말싸움을 벌였다. CNN에 따르면 당시 통화에서 트뤼도 총리가 “국가 위협을 이유로 관세를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1812년 전쟁을 언급하며 “당신들은 백악관을 불태우지 않았느냐”고 농담조로 받아쳤다. 그러나 백악관을 불태운 건 캐나다군이 아닌 영국군이었다. 미국 역시 양보할 뜻이 전혀 없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G7 내 이견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고수할 것이고 다른 국가들에 이를 말할 것”이라고 팽팽한 긴장을 예고했다. 정상회의 전초전 성격으로 지난주 열렸던 G7 재무장관회의 때 미국과 G6가 대립해 공동합의문 도출에 실패했던 것처럼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합의문 도출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실무진이 작성한 합의문 초안을 본 뒤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G6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G7 회의에는 별 관심이 없고,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불만도 흘러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곧바로 싱가포르로 날아갈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보좌관들에게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에서 이틀을 보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불평해 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정상들로부터 설교를 듣고 싶지 않으며 G7 회의가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방해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윗에서 “무역에 관한 국익을 지키기 위해 G7 회의에 갈 준비를 하고 있고, 그 다음 싱가포르에서 북한을 만나 핵문제를 논의한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마녀 사냥을 이끄는 13명의 성난 민주당원이 있다. 역설적이지 않은가”라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위은지 기자}

    •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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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팔로어 생겼네 어디 보자… 헉, 시어머니!

    ■ 며느리 인스타그램 시어머니가 찾아내 몽땅 팔로했어요 ‘kim****님이 회원님을 팔로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스마트폰을 보는데 모르는 아이디가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하기 시작했다는 알람이 떴어요. 아이디를 눌러보니 프로필 사진에 유채꽃밭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시어머니 얼굴이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시어머니가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내신 것이었죠. 깜짝 놀라 꼬투리 잡힐 만한 사진은 부랴부랴 다 지워버렸어요.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였어요. 얼마 뒤 시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제 인스타그램을 다 둘러보셨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얘, 우리한테는 말도 없이 너희들끼리 언제 여행을 갔었니?”, “맨날 외식하면 돈은 언제 모아? 집에서 밥은 안 해 먹니?” 등 질문을 쏟아내셨거든요. 어찌나 당황했던지. 어떻게 둘러댔는지 기억도 안 나요. 통화 말미엔 “왜 그동안 인스타그램 한다고 말 안 했어? 나도 페이스북도 하고 다 하는데…”라고 섭섭한 듯 말씀하시더라고요. 참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가족 눈치 보면서 해야 하나요?   ■ 부모님이 여친 사진 보고 훈계… 이젠 ‘자기검열’ 해요한때 젊은 세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SNS는 이제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흔히 쓰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SNS 이용률 조사에 따르면 50대 10명 중 6명이 SNS를 사용하고 있다. SNS가 일상화되다 보니 친구나 동료는 물론 가족, 친척들과도 SNS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SNS를 통한 가족 교류 중 뜻하지 않은 사생활 침해로 갈등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필라테스 강사인 김미연(가명·40·여) 씨는 최근 카카오톡(카톡) 프로필 사진을 본인의 비키니 사진에서 꽃 사진으로 바꿨다. 얼마 전 만난 시댁 식구들이 “나이가 들어도 몸매가 확실히 좋네”라며 지나가듯 말한 게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직업상 찍은 사진인데 시댁 식구들에겐 안 좋게 비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사진을 바꿨다”며 “집안 어른들이 내 SNS를 본다고 생각하니 프로필 사진이나 글을 올릴 때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양모 씨(29)도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최근 SNS에 올린 사진을 모두 지웠다. 양 씨는 “여자친구와의 일상을 SNS에 올렸는데 그걸 부모님이 발견하셨다”며 “‘결혼할 만한 애는 아닌 거 같다’, ‘빨리 선을 봐라’며 간섭하시는데 화가 나서 사진을 다 지워버렸다”고 말했다. 정치 이슈가 가족 간 SNS에 끼어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친척들과 제례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단체 카톡방을 만든 이준희 씨(45)는 “선거철이 되자 단체 카톡방이 ‘선거 운동방’으로 변질됐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큰아버지가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 동영상 등을 공유하면, 작은아버지가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려 싸움이 붙는다는 것. 이 씨는 “정치는 친한 친구는 물론 부모 자식 간에도 이야기하기 민감한 주제”라며 “아버지가 ‘누구 찍을 거냐’고 SNS로 물을 때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선한 의도로 공유한 좋은 콘텐츠가 가족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시점과 빈도가 문제다. 지방에 있는 부모와 떨어져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양모 씨(26·여)는 “새벽잠이 없는 아버지가 매일 오전 6시면 가족 카톡방에 ‘오늘의 좋은 글귀’를 올려 아침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 씨(25)는 “한번은 아버지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효란 무엇인가’란 글을 올리신 적이 있다”며 “아버지는 감동해서 보내신 것 같은데 읽고 나니 괜히 ‘내가 부족하다는 뜻인가’란 생각이 들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SNS를 통해서라도 가족과 가까워지고픈 기성세대의 순수한 마음을 젊은 세대가 몰라준다는 항변이 나오기도 한다. 고등학생 딸을 둔 이모 씨(46·여)는 “얼마 전 사춘기 딸이 SNS 프로필에 남자와 찍은 사진을 올려 놨길래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신경 쓰지 말라’며 화를 냈다”며 “딸이 남자친구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서 궁금해 물어본 것뿐인데 섭섭하다”고 말했다. SNS로 가족 간 얼굴이 붉어지는 상황에 대해 이남옥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은 “부모는 부모끼리, 자녀들은 자녀들끼리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법”이라며 “자녀가 먼저 SNS를 알려주기 전까지 찾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메시지는 보내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받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받는 쪽이 불편해하면 그건 불편한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가족으로부터 원치 않는 SNS 팔로 요청을 받았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상담 전문가인 김유정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는 “모르는 척 둘러대면 서로 더 불편하다. ‘어머님 거긴 친구들이랑 찍은 장난친 사진이 너무 많아요’ 같은 말로 완곡하고 솔직하게 사정을 설명하는 게 낫다”며 “‘카톡으로 저희 부부 사진 자주 보내드릴게요’처럼 대안을 제시하면서 부드럽게 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위은지 wizi@donga.com·노지현 기자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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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사회]시어머니가 내 SNS 팔로우를? 부랴부랴 사진 지웠지만…

    ‘kim****님이 회원님을 팔로우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스마트폰을 보는데 모르는 아이디가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기 시작했다는 알람이 떴어요. 아이디를 눌러보니 프로필 사진에 유채꽃밭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시어머니 얼굴이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시어머니가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내신 것이었죠. 깜짝 놀라 꼬투리 잡힐 만한 사진은 부랴부랴 다 지워버렸어요.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였어요. 얼마 뒤 시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하는데 제 인스타그램을 다 둘러보셨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얘, 우리한테는 말도 없이 너희들끼리 언제 여행을 갔었니?”, “맨날 외식하면 돈은 언제 모아? 집에서 밥은 안해 먹니?” 등 질문을 쏟아내셨거든요. 어찌나 당황했던지. 어떻게 둘러댔는지 기억도 안나요. 통화 말미엔 “왜 그동안 인스타그램 한다고 말 안했어? 나도 페이스북도 하고 다 하는데….”라고 섭섭한 듯 말씀하시더라고요. 참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가족 눈치 보면서 해야 하나요?한 때 젊은 세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SNS는 이제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흔히 쓰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SNS 이용률 조사에 따르면 50대 10명 중 6명이 SNS를 사용하고 있다. SNS가 일상화되다보니 친구나 동료는 물론 가족, 친척들과도 SNS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SNS를 통한 가족 교류 중 뜻하지 않는 사생활 침해로 갈등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필라테스 강사인 김미연 씨(가명·40·여)는 최근 카카오톡(카톡) 프로필 사진을 본인의 비키니 사진에서 꽃 사진으로 바꿨다. 얼마 전 만난 시댁 식구들이 “나이가 들어도 몸매가 확실히 좋네”라며 지나가듯 말한 게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직업상 찍은 사진인데 시댁 식구들에겐 안 좋게 비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사진을 바꿨다”며 “집안 어른들이 내 SNS를 본다고 생각하니 프로필 사진이나 글을 올릴 때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양모 씨(29)도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최근 SNS에 올린 사진을 모두 지웠다. 양 씨는 “여자친구와의 일상을 SNS에 올렸는데 그걸 부모님이 발견하셨다”며 “‘결혼할만한 애는 아닌 거 같다’, ‘빨리 선을 봐라’며 간섭하시는데 화가 나서 사진을 다 지워버렸다”고 말했다. 정치 이슈가 가족 간 SNS에 끼어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친척들과 제례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단체 카톡방을 만든 이준희 씨(45)는 “선거철이 되자 단체 카톡방이 ‘선거 운동방’으로 변질됐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큰아버지가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 동영상 등을 공유하면, 작은 아버지가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려 싸움이 붙는다는 것. 이 씨는 “정치는 친한 친구는 물론 부모 자식간에도 이야기하기 민감한 주제”라며 “아버지가 ‘누구 찍을거냐’고 SNS로 물을 때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선한 의도로 공유한 좋은 콘텐츠가 가족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시점과 빈도가 문제다. 지방에 있는 부모와 떨어져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양모 씨(26·여)는 “새벽잠이 없는 아버지가 매일 아침 6시면 가족 카톡방에 ‘오늘의 좋은 글귀’를 올려 아침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 씨(25)는 “한번은 아버지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효란 무엇인가’란 글을 올리신 적이 있다”며 “아버지는 감동해서 보내신 것 같은데 읽고나니 괜히 ‘내가 부족하다는 뜻인가’란 생각이 들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SNS를 통해서라도 가족과 가까워지고픈 기성세대의 순수한 마음을 젊은 세대가 몰라준다는 항변이 나오기도 한다. 고등학생 딸을 둔 이모 씨(46·여)는 “얼마 전 사춘기 딸이 SNS 프로필에 남자와 찍은 사진을 올려놨길래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신경쓰지 말라’며 화를 냈다”며 “딸이 남자친구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서 궁금해 물어본 것뿐인데 섭섭하다”고 말했다. SNS로 가족 간 얼굴이 붉어지는 상황에 대해 이남옥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은 “부모는 부모끼리, 자녀들은 자녀들끼리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법”이라며 “자녀가 먼저 SNS를 알려주기 전까지 찾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메시지는 보내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받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받는 쪽이 불편해하면 그건 불편한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가족으로부터 원치 않는 SNS 팔로우 요청을 받았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상담전문가인 김유정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는 “모르는 척 둘러대면 서로 더 불편하다. ‘어머님 거긴 친구들이랑 찍은 장난친 사진이 너무 많아요’ 같은 말로 완곡하고 솔직하게 사정을 설명하는 게 낫다”며 “‘카톡으로 저희 부부 사진 자주 보내드릴게요’처럼 대안을 제시하면서 부드럽게 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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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인 여성의 첫 가방’ 디자이너 떠나다

    “케이트 스페이드 핸드백을 산다는 것은 미국 여성들에겐 성인이 된다는 의식과 같았다.”(뉴욕타임스) 실용적이면서도 발랄한 디자인으로 ‘성인 여성들의 첫 가방’으로 사랑을 받아온 미국의 유명 핸드백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의 창립자인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가 5일(현지 시간) 미 뉴욕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55세. 뉴욕경찰(NYPD)은 “초기 조사 결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962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난 스페이드는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언론학을 공부한 뒤 뉴욕에서 마드무아젤 잡지의 어시스턴트 패션 에디터로 일했다. 그는 당시 시대를 풍미하던 요란한 장식이 가득한 핸드백에 불만을 느꼈다. 남편 앤디 스페이드와 멕시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던 중 “단순하면서도 현대적인 가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털어놓던 그에게 남편은 “핸드백 회사를 차려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 직후 스페이드는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에 나섰다. 스페이드 부부가 1993년 설립한 핸드백·액세서리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 뉴욕’은 눈에 띄는 색감과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금세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첫 패션쇼 이후 스페이드는 가방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안감에 붙어 있던 금속 사각형 브랜드 라벨을 가방 밖에다 붙였는데 이는 브랜드의 상징이 됐다. 100∼400달러(약 10만7000∼42만8000원)의 가격대에 판매돼 고가의 명품 가방을 사기엔 부담을 느꼈던 10대 후반∼20대 중반 여성들에게 ‘첫 핸드백’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스페이드 부부는 브랜드가 한창 잘나가던 1999년 지분의 56%, 2006년엔 나머지 지분 44%를 고급 백화점 니먼마커스에 팔았다. 2016년에는 남편과 함께 액세서리 브랜드 ‘프랜시스 밸런타인’을 출시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딸인 첼시 클린턴은 이날 트위터에 “대학생 때 할머니가 나에게 첫 케이트 스페이드 가방을 선물했고 그 가방을 아직도 갖고 있다”고 썼다. 할리우드 배우 리스 위더스푼도 트위터에 “훌륭하고 재능 있는 여성이었던 그를 매우 그리워할 것”이라며 추모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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