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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한 쌍이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 초저출산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국은 물론 어느 선진국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다. 출산 장려와 함께 ‘저출산 적응 대책’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6∼0.97명으로 추산됐다”며 “출생아 수도 32만5000명으로 2017년(35만7771명)보다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까지 통계청이 집계한 인구 동향을 토대로 추산한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 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통계청 집계가 시작된 1970년 이래 한 번도 없다. 1970년 합계출산율은 4.53명이었다. 1977년2.99명, 1984년 1.74명으로 각각 3명대와 2명대가 깨졌다. 이후 34년 만에 1명대마저 무너진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960∼2016년 회원국들의 합계출산율을 조사한 결과 1명대 미만으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2017년 기준 224개국 통계를 보면 싱가포르(0.83명)와 마카오(0.95명)뿐이다. 모두 작은 도시국가다. 한 인구학자는 “먼 옛날 로마가 망했을 때나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응은 더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수정한 ‘재구조화’ 방안을 발표했다. 저출산 추세는 ‘극복’이 아닌 ‘적응’의 대상이라는 인식 속에 정책 패러다임을 ‘출산 장려’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바꾸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 의료비 지원과 같은 상당수 정책은 2021년 이후 시행된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정책학과 교수)은 “인구 구조에 큰 상처가 났는데 정부와 국회는 돈 몇 푼 쥐여주는 응급처치만 하고 있다”며 “대수술이라고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좌절한 청년들을 일으켜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지만 결코 즐길 수 없는 미세먼지. 결국 조금이라도 피할 방법을 찾는 게 최선입니다. 여기에 검증된 미세먼지 예방법을 모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곧장 소파나 침대에 파묻히고 싶은 유혹이 듭니다. 그런데 잠깐, 외투에 묻은 먼지는 털었나요? 밖에서 먼지바람을 맞은 털옷은 미세먼지를 쭉 빨아들이는 ‘미세먼지 깔때기’나 다름없습니다. 대문 밖에서 봄날 이불 털듯 팡팡 털거나 솔이나 테이프클리너로 정돈한 뒤 옷장에 넣어두세요. 머리카락 사이사이와 두피에 붙은 미세먼지는 머리를 감아야 완전히 떨어집니다. 그전에 대문 밖에서 머리를 터는 것도 잊지 마세요. 고등어가 ‘미세먼지 주범’이란 오명을 쓴 건 다들 기억하시죠? 실제 조리할 때 프라이팬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6, 7m 떨어진 거실까지 날아갑니다. 그러니 레인지후드는 조리가 끝난 뒤 10분 정도 더 틀어두는 게 좋습니다. 미세먼지가 가라앉기까지 10분 이상 걸리거든요. 별도의 환기 시스템이 있다면 같이 틀어두세요. 청소할 때 진공청소기를 쓰면 빨아들인 먼지가 사방팔방 다시 날릴 수 있어요. 배기부에 미세먼지를 잡아주는 헤파(HEPA) 필터가 달렸는지 확인해보세요.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해보니 미세먼지 제거율이 99.95% 이상인 H13, 14 등급 필터는 전부 ‘합격’이었습니다. H10 등급(미세먼지 제거율 85%)인 제품 5개 중 2개는 규격 미달이었어요. 헤파 필터 성능이 낮다면 진공청소기 대신 물걸레로 청소하는 게 낫습니다. 공기청정기를 고를 땐 헤파 필터가 있는지는 물론이고 ‘표준 사용 면적’을 눈여겨보세요. 이 수치가 최소한 거실 크기 이상인 제품을 골라야 제 성능을 냅니다. 필터는 6개월마다 교체해주세요. 또 가습기를 같이 틀어 실내 습도를 50% 정도로 맞추면 물 분자가 미세먼지를 무겁게 만들어 공중에 덜 날리게 해줍니다. 미세먼지가 가시면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하는 게 좋습니다. 다만 창틀이나 방충망을 물걸레로 한번 닦아야 한동안 쌓인 미세먼지가 안으로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있어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외출할 때는 포장지에 ‘KF80’(평균 0.6μm 크기의 미세먼지를 80% 이상 차단)이나 ‘KF94’(평균 0.4μm 크기의 미세먼지를 94% 이상 차단)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세요. 3세 이하 영·유아는 외출을 삼가는 게 좋지만 꼭 나가야 한다면 KF80 마스크를 씌우세요. KF94를 쓰면 숨이 막힐 수 있어요.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자, 이제 본격적으로 내 소개를 하지. 다들 내 이름은 알지? 그래 맞아. 초미세먼지(PM2.5)! 근데 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더군. 먼저 나는 그냥 먼지가 아니야! 갈매기살이 갈매기 고기가 아니듯 난 네 책상 위에 내려앉은 그런 먼지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그런데도 한국인들이 멋대로 내 이름에 먼지를 붙였으니 내가 열 받지 않겠어? 내 영어 이름을 보자고. Particulate Matter. 그래서 약자가 PM인 거야. 이걸 한국말로 풀면 ‘작은 입자의 물질’ 정도겠지. 정확히 말하면 대기오염물질에 탄소 등이 섞인 화합물이라고. 우리 ‘미세먼지(PM10)’ 형은 입자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1μm은 100만분의 1m 이하)야. 난 지름이 2.5μm 이하로 훨씬 작지. 그래서 ‘초’미세먼지라고 불리는 거야.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니 너희들 눈엔 보이지도 않아. 그럼 이제 너희들이 궁금한 걸 물어봐. Q. 넌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거야? A. 헐~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너희 같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고선! 물론 꽃가루나 흙먼지 등으로도 만들어지긴 해. 하지만 보일러나 발전시설의 배기가스, 공사장의 날림먼지 등에서 훨씬 많이 만들어진다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지. 나의 사랑, 노후 경유차! 경유차에서 내뿜는 질소산화물이 나의 부모인 셈이지. Q. 네가 요즘 부쩍 많아졌다고 느껴지는 건 왜지? A. 하하하, 네 삶의 일부가 됐다니 기분이 좋네. 하지만 속상하게도 실은 내가 점점 줄고 있어. 못 믿겠다고? 수치상으로는 그래. ㎥당 서울시 초미세먼지 농도는 2000년 평균 46㎍(마이크로그램)에서 2017년 25㎍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오히려 1970, 80년대에는 스모그 현상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지. 네가 애독하는 동아일보를 찾아봐. 1989년 11월 27일자를 보면 ‘서울 스모그 갈수록 重症(중증)’이란 기사가 있잖아. 어쨌든 나는 줄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내가 많아졌다고 느낄까? 사실 나도 미스터리야. 사람들이 공기 질에 더 예민해진 탓이 아닐까? 또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바로 옆에 딱 붙어 있으니 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거야. Q. 스모그나 황사도 네 형제인 거야? A. 노노! 황사는 중국 내륙 네이멍구 사막에서 온 흙먼지야. 나랑은 차원이 달라. 비슷하게 생각 안 해줬으면 좋겠어. 스모그는 내 사촌쯤 돼. 스모그는 광범위한 대기오염 상태를 말하는 거거든. Q. 왜 남의 나라까지 와서 우릴 괴롭히는 거야? A. 남의 나라? 아, 중국! 우리도 모이면 어디 출신인지부터 물어봐. 보통 때는 30~50%는 중국에서 왔더라고. 13~15일처럼 전국이 ‘매우 나쁨’일 때는 최대 80%가량이 중국 애들인 경우도 있어. 하지만 그 애들이라고 여기까지 오고 싶었겠어. 그저 바람 따라 정처 없이 온 거지. 탓하려면 겨울철 중국에서 한국으로 불어오는 편서풍을 탓해야지. 나도 하나 물어보자. 중국 탓하면 뭐가 달라져? 아까 말했지. 난 석탄이나 석유를 태울 때 나오는 배기가스와 매연 등에서 많이 생긴다고. 한국에도 공장이 얼마나 많아? 화력발전소는 또 어떻고. 경유값 싸다고 경유차는 또 얼마나 많이 타고들 다니는지….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당장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보라고. Q. 넌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거야? A. 내가 너희들에게 얼마나 몹쓸 놈인지 설명하려니 좀 민망하네. 일단 난 중금속과 유해화학물질로 만들어져 있잖아. 근데 또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아요. 코나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곧바로 폐로 슝~ 들어간다고. 미세먼지보다 초미세먼지를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야. 나한테 오래 노출되면 기침이 잦아지고 천식,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수 있어. 그러니 어린아이나 노인, 임신부, 순환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나를 잘 피해 다니라고. 나니까 이런 얘기도 해주는 거야! 어때? 이제 나에 대해 파악이 좀 돼? 너희들이 나 싫어하는 거, 나도 알아. 나 때문에 어린애들이 귀여운 얼굴을 마스크로 다 덮고 다닐 때는 나도 좀 미안하더라. 그렇지만 뭐 어쩔 수 없잖아? 아직 겨울은 많이 남았다고. 이번 주말도 나와 함께 보내자고~.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주말 미세먼지 ‘나쁨’…검증된 미세먼지 예방법 6가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지만 결코 즐길 수 없는 미세먼지. 결국 조금이라도 피할 방법을 찾는 게 최선입니다. 여기에 검증된 미세먼지 예방법을 모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곧장 소파나 침대에 파묻히고 싶은 유혹이 듭니다. 그런데 잠깐, 외투에 묻은 먼지는 털었나요? 밖에서 먼지바람을 맞은 털옷은 미세먼지를 쭉 빨아들이는 ‘미세먼지 깔때기’나 다름없습니다. 대문 밖에서 봄날 이불 털듯 팡팡 털거나 솔이나 테이프클리너로 정돈한 뒤 옷장에 넣어두세요. 머리카락 사이사이와 두피에 붙은 미세먼지는 머리를 감아야 완전히 떨어집니다. 그전에 대문 밖에서 머리를 터는 것도 잊지 마세요. 고등어가 ‘미세먼지 주범’이란 오명을 쓴 건 다들 기억하시죠? 실제 조리할 때 프라이팬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6, 7m 떨어진 거실까지 날아갑니다. 그러니 레인지후드는 조리가 끝난 뒤 10분 정도 더 틀어두는 게 좋습니다. 미세먼지가 가라앉기까지 10분 이상 걸리거든요. 별도의 환기 시스템이 있다면 같이 틀어두세요. 청소할 때 진공청소기를 쓰면 빨아들인 먼지가 사방팔방 다시 날릴 수 있어요. 배기부에 미세먼지를 잡아주는 헤파(HEPA) 필터가 달렸는지 확인해보세요.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해보니 미세먼지 제거율이 99.95% 이상인 H13~14 등급 필터는 전부 ‘합격’이었습니다. H10 등급(미세먼지 제거율 85%)인 제품 5개 중 2개는 규격 미달이었어요. 헤파 필터 성능이 낮다면 진공청소기 대신 물걸레로 청소하는 게 낫습니다. 공기청정기를 고를 땐 헤파 필터가 있는지는 물론이고 ‘표준 사용 면적’을 눈여겨보세요. 이 수치가 최소한 거실 크기 이상인 제품을 골라야 제 성능을 냅니다. 필터는 6개월마다 교체해주세요. 또 가습기를 같이 틀어 실내 습도를 50% 정도로 맞추면 물 분자가 미세먼지를 무겁게 만들어 공중에 덜 날리게 해줍니다. 미세먼지가 가시면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하는 게 좋습니다. 다만 창틀이나 방충망을 물걸레로 한번 닦아야 한동안 쌓인 미세먼지가 안으로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있어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외출할 때는 포장지에 ‘KF80’(평균 0.6μm 크기의 미세먼지를 80% 이상 차단)이나 ‘KF94’(평균 0.4μm 크기의 미세먼지를 94% 이상 차단)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세요. 3세 이하 영유아는 외출을 삼가는 게 좋지만 꼭 나가야 한다면 KF80 마스크를 씌우세요. KF94를 쓰면 숨이 막힐 수 있어요.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내년부터는 국민연금이 임원 선임을 두 차례 반대했는데도 강행하는 기업은 ‘경영 참여권 행사’까지 가능한 중점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다. 중점 관리 대상이 되면 비공개 대화 등을 통해 개선을 유도하고,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임원 해임 등 경영 참여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투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17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국민연금기금 국내 주식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16일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후 이를 구체화한 기금운용위원회의 내부 지침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5년 내에 이사 및 감사 선임에 대해 국민연금이 2회 이상 반대했는데도 개선하지 않거나 △횡령이나 배임, 부당 지원(일감 몰아주기), 경영진의 사익 편취가 우려되거나 △경영 성과에 비춰 이사의 보수 한도가 지나치게 높은 기업을 ‘중점 관리 기업’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이사 선임에 2회 반대한 기업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선 국민연금이 단 한 차례만 반대해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0월 726회의 주주총회에 참석해 535건의 반대표를 행사했으며, 이 중 ‘이사 및 감사 선임’이 225건(42.1%)으로 가장 많았다. 기업 가치 훼손 여부의 판단 근거를 법원의 확정 판결이 아닌 ‘국가기관의 조사 등’으로 규정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검찰이나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국민연금이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조건희 becom@donga.com·박성민 기자}

중앙대 언론동문회(회장 임광기)는 제6회 중앙의혈언론인상 수상자로 한국일보 편집부 김소영 기자, YTN 기획이슈팀 이승배 기자,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문상돈 PD를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아울러 특별상은 성대석 중언회 초대 동문회장과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받았다. 시상식은 이날 오후 7시 중앙대 유니버시티클럽에서 열렸다. 이 상은 중앙대의 교육 이념인 의와 참을 실천하고 한국 언론 발전에 기여해온 인물을 발굴해 격려하기 위해 2014년 제정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고양이 목에 방울 달 사람이 안 보인다.” 국민연금 보험료 개편에 대한 한 전문가의 촌평이다. 지금처럼 ‘덜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면 기금 고갈이 불 보듯 뻔하지만 가입자 대다수가 반기지 않는 보험료 인상에 총대를 멜 인사가 없다는 얘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18일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을 보고받기로 했지만 벌써부터 “총선을 1년여 앞둔 여야가 보험료 인상을 강행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온다. 보험료를 둘러싼 쟁점과 전망을 짚어봤다.○ 보험료 그대로 두면 고갈 불 보듯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4일 국민연금 개편 정부안을 내놓으며 대국민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월 소득의 9%(직장 가입자는 절반을 사업주가 부담)인 현행 보험료조차 부담된다는 응답이 63.4%였다. 반면 소득대체율(은퇴 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현행 40%보다 높여야 한다는 응답은 53.9%였다. 연금을 더 받는 건 좋지만 보험료를 더 내긴 힘들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것이다. 현행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평균 소득자(월 227만 원)에게 적용하면 젊어서 낸 돈의 2.6배에 해당하는 연금을 노후에 받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수익비’라고 한다. 현재 노년층의 평균 수익비가 1을 넘으면 반대로 미래 세대의 향후 평균 수익비는 1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 덜 내면 누군가는 더 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637조 원인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1년 1778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줄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후에도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을 24.6%로 급격히 올려야 한다. 월 300만 원 소득자는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73만8000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연금 쇼크’를 피하려면 보험료를 차츰 올려 ‘낸 것과 비슷하게 받는’ 구조로 서서히 옮겨야 한다.○ ‘그때 올렸더라면’ 늦은 후회 반복 하지만 보험료를 인상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시도는 지난 22년간 번번이 좌절됐다. 1997년 5월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은 9%인 보험료율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3.6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밀려 보험료 동결을 택했다. 2003년 10월엔 정부가 보험료를 5년마다 1.38%포인트씩 올려 2030년 15.9%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듬해 5월 16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 자동 폐기됐다. 2006년 6월 정부가 한발 물러서 보험료율을 12.9%로 올리는 방안을 다시 국회에 냈지만 이조차 국회가 거부했다. 보험료가 20년 넘게 동결되면서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인상 폭은 점차 커졌다. 정부는 2013년 3차 재정계산 때 70년 후인 2083년까지 적립배율(그해 연금 지출 대비 적립금 규모) 5배를 유지하려면 2015년 보험료율을 13.48%로 높여야 한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지난해 4차 재정계산 때는 2088년 같은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이 17.05%로 뛰었다. 만약 이번에도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2023년 5차 재정계산 때는 더 값비싼 계산서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저소득 부담 경감”으로 인상 성공한 캐나다 캐나다는 2016년 6월 그 어렵다는 연금 보험료 인상 합의에 성공했다. 2003년 이후 줄곧 9.9%인 보험료율을 올해부터 매년 0.3∼0.5%포인트씩 올려 2023년 11.9%까지 인상하는 내용이다. 소득대체율을 25%에서 5년간 점진적으로 올려 2023년 33.3% 수준으로 올리는 ‘당근’도 함께 제시했다. 또 보험료 인상 부담이 클 저소득층에 세제 혜택을 줘 충격을 최소화했다. 은퇴를 앞둔 가구의 24%가 적정 생활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는 노후소득 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공적연금 확대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한 것도 보험료 개편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대 국회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연금 개편 논의를 완료하지 못할 게 뻔하다면 △국가의 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출산 크레디트 확대 등 상대적으로 쟁점이 적고 국민적 합의가 쉬운 내용부터 먼저 의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민연금 투자 수익률이 10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엔 투자처를 다변화하지 않고 기금운용 전문성을 높이지 못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익률 악화가 자칫 국민연금 적립금 고갈 시점을 앞당기면서 개편안 논의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투자 다변화 의견 간과하더니… 국민연금 투자 손실이 커진 결정적인 이유는 총 637조 원(지난해 10월 말 기준)의 기금 중 17.1%(108조9000억 원)를 투자한 국내 주식의 운용 수익률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0월 국민연금 국내 주식부문 수익률은 마이너스 16.57%를 기록했다. 11∼12월에도 코스피가 0.6% 오르는 데 그치면서 연간 수익률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수익률이 추락한 데는 해외 부동산 등 대체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지 않고 국내 자산 시장만 믿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월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선 “해외 투자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국민연금 측은 “2017년 국내 주식에서 26% 이상의 고수익을 올렸다. 투자처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최근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금의 18.7%(119조4000억 원)를 투자한 해외 주식의 수익률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1∼10월 해외 주식의 연간 수익률은 1.64%였다. 하지만 이후 두 달 동안 글로벌 주식시장이 부진해 수익률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해외 주식의 54.52%가 북미 지역에 몰려 있는데,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1∼12월 7.1% 하락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1조 원 넘게 보유한 미국 애플 주식은 이 기간에 가치가 27.9% 폭락했다.○ “기금운용 전문성 부족” 지난해 국내외 주식 시장의 부진을 감안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0.18%)보다 더 많은 손실을 본 것은 기금운용본부의 불안정성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임기 3년(기본 2년+1년 연장 가능)은 해외 주요 연기금보다 짧아 장기적 안목에서 자금을 굴리기가 어렵다. 국민연금이 본부를 전북 전주로 옮기면서 고급 인재들이 이탈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10월 안효준 CIO를 임명하기까지 1년 3개월간 기금운용의 수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위원들의 반대로 대폭 후퇴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각 단체가 추천하고 복지부 장관이 위촉하는 기금운용 외부위원 14명을 모두 ‘금융이나 경제, 자산운용, 법률, 사회복지 분야 경력 3년 이상’ 자격요건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외부위원 14명은 사용자 단체 3명, 근로자 3명, 지역가입자 6명, 국책연구원 2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12월 국회에 제출한 개편안에선 “외부위원 중 4명에게만 자격요건을 적용한다”며 당초 방침에서 크게 물러섰다.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를 현재 각각 3명에서 4명으로 늘리되 이 중 각 2명에게만 자격요건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수익률 하락의 ‘나비효과’ 연금의 수익률 악화는 현재 국회로 넘어간 국민연금 개편안 논의를 크게 흔들 수 있는 변수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는 2088년까지 연기금 투자 수익률이 평균 4.5%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국민연금 적립금이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12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3%로 인상해 고갈 시점을 5, 6년 늦추는 방안을 담은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따라서 투자 수익률이 정부가 가정한 것보다 조금만 떨어져도 연금에는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마이너스 수익률이 장기화하면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편안이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정추계위원회에 따르면 투자 수익률이 기본 가정보다 0.1%포인트 떨어지면 2057년 예상 적자 규모는 124조 원에서 243조 원으로 약 2배로 증가한다.조건희 becom@donga.com·이건혁 기자}

올해부터 모든 만 6세 미만 아동에게 지급되는 아동수당 신청을 15일부터 받는다. 지난해까지 부모가 ‘소득 하위 90%’인 아동에게 10만 원을 수당으로 지급했지만 올해부터는 부모의 소득과 상관없이 받는다. 태어난 달에 따라 다른 아동수당 수급 자격을 정리했다. 우선 자녀가 2013년 2월 이후에 태어났는데 아직 아동수당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3월 31일까지가 신청 기간이다. 4월 25일에 이달 치를 소급해서 받을 수 있다. 아동 주소지의 주민센터(보호자 신분증 지참)나 ‘복지로’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소득이 상위 10%에 해당해 탈락한 적이 있으면 주민센터 담당자가 직권으로 신청할 예정이기 때문에 다시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그 사이 지급받는 계좌번호가 바뀌었다면 보건복지부가 발송할 사전 안내문을 참고해 수정하면 된다. 9월부터는 지급 대상이 만 6세 미만에서 만 7세 미만으로 확대된다. 8월 아동수당은 2013년 9월생 아동까지 받을 수 있지만 9월 아동수당은 2012년 10월생 아동까지 받을 수 있다. 일부 아동은 ‘만 6세 미만’ 기준에 따라 아동수당이 끊겼다가 수급권이 회복되는 셈이다. 기존에 신청한 적이 있다면 다시 신청할 필요는 없다. 신청한 적이 없으면 7, 8월경 복지부의 안내에 따라 새로 신청해야 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올해부터 모든 만 6세 미만 아동에게 지급되는 아동수당 신청을 15일부터 받는다. 지난해까지 부모가 ‘소득 하위 90%’인 아동에게 10만 원을 수당으로 지급했지만 올해부터는 부모의 소득과 상관없이 받는다. 태어난 달에 따라 다른 아동수당 수급 자격을 정리했다. 우선 자녀가 2013년 2월 이후에 태어났는데 아직 아동수당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3월 31일까지가 신청 기간이다. 4월 25일에 이달치를 소급해서 받을 수 있다. 아동 주소지의 주민센터(보호자 신분증 지참)나 ‘복지로’ 홈페이지(www.bokjiro.go.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소득이 상위 10%에 해당해 탈락한 적이 있으면 주민센터 담당자가 직권으로 신청할 예정이기 때문에 다시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그사이 지급받는 계좌번호가 바뀌었다면 복지부가 발송할 사전 안내문을 참고해 수정하면 된다. 9월부터는 지급 대상이 만 6세 미만에서 만 7세 미만으로 확대된다. 8월 아동수당은 2013년 9월생 아동까지 받을 수 있지만 9월 아동수당은 2012년 10월생 아동까지 받을 수 있다. 일부 아동은 ‘만 6세 미만’ 기준에 따라 아동수당이 끊겼다가 수급권이 회복되는 셈이다. 기존에 신청한 적이 있다면 다시 신청할 필요는 없다. 신청한 적이 없으면 7~8월경 복지부의 안내에 따라 새로 신청해야 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이곳’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전국에 등록된 차량 2252만8295대가 내뿜는 것의 3배다. 대다수 국민은 이곳을 매일 지난다. 이곳은 바로 ‘도로’다. 지난해 도로에 깔려 있다가 차량이 지날 때 다시 날리는 미세먼지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에서 먼지가 가장 많이 날린 도로는 어디일까. 》 8일 오후 공사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20t 화물차가 줄지어 서울 관악구 쑥고개로로 쏟아져 나왔다. 흙먼지로 뒤덮인 아스팔트는 누런색에 가까웠다. 차량이 지나며 도로에 깔린 먼지가 날리자 한 어린이가 콜록댔다. 이 도로는 지난해 ‘도로 다시날림 미세먼지(PM10)’ 농도가 m³당 평균 298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 달했다. 이날도 먼지로 자욱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0일 한국환경공단의 수도권 도로 다시날림 미세먼지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쑥고개로는 지난해 서울 내 생활권 도로 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다. 서울 미세먼지 농도 1위는 강동구 상일로(545μg)이지만 아직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지 않아 보행자는 적은 편이다. 이는 지난해 3∼12월 주요 4차로 이상 도로 1336곳에서 총 7841차례 측정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쑥고개로를 ‘먼지 도로’로 만든 주범은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유입되는 먼지와 불법 정차한 차량이 내뿜는 공회전 매연이다. 8일 환경부가 공개한 관악구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0μg이었지만 취재팀이 쑥고개로에서 측정해 보니 302μg까지 치솟았다. 인근 관악초등학교와 어린이집 14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매일 이 도로로 통학한다. 영락유헬스고교에 다니는 박성우 군(19)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비슷한 시간 양천구 목동동로의 풍경은 전혀 달랐다. 불법 정차 차량이 한 대도 없는 데다 도로 표면도 확연히 깨끗했다. 이곳은 지난해 다시날림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5μg으로 수도권 도로 중 가장 낮았다. 8일 취재팀이 측정한 결과도 46μg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주변에 공원이 많고 안양천이 인접해 대기 흐름이 원활한 덕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도로 1336곳의 연평균 다시날림 미세먼지 농도는 2016년 56.8μg에서 2017년 34.5μg으로 줄어드는가 싶더니 지난해 65.3μg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평균 농도가 ‘매우 나쁨’(151μg 이상)인 도로는 108곳, ‘나쁨’(81∼150μg)인 도로는 139곳이었다. 요즘처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지방자치단체가 물청소를 할 수 없어 인근 주민들의 고통은 더 크다. 전문가들은 물 없이 청소가 가능한 분진 흡입차를 늘리고, 근본적으로는 공사 차량을 꼼꼼히 세척해 도로에 먼지를 흩뿌리지 않도록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5년 전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중 11.8%에 해당하는 2만7573t이 도로 다시날림 미세먼지였다. 공장 매연(30.4%)과 건설 공사장(16.4%)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해 전체 차량 배기가스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9583t(4.1%)인 점을 감안하면 도로에서 날리는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거 지역과 멀다는 이유로 관리되지 않는 서해안 공업단지 인근 도로도 정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가 인천 서구 북항로207번길(지난해 평균 농도 1542μg) 등 서해안 인근 도로에 쌓여 있다가 도심 지역으로 날아든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한국처럼 국토가 크지 않은 나라에서 ‘청소를 안 해도 되는 도로’란 없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아연 기자}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살해한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 환자 박모 씨(31)는 자신의 머리에 소형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망상에 시달리다가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병’ 정도로만 알려진 질환의 환자가 이처럼 극단적 행동을 하자 의료계뿐 아니라 시민들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조울증이 어떤 질환인지, 일상적인 기분 변화와는 어떻게 다른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에게 물었다.○ 혹시 나도 조울증? 조울증은 말 그대로 흥분 상태인 조(躁)증과 비통하고 불안해하는 울(鬱)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질환이다. 기분이 좋을 땐 쉽게 흥분하고 밤을 새워도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반대로 우울 증상이 나타나면 만사가 귀찮고 사소한 일에 신경질을 낸다. 사람은 누구나 기분이 들뜨다가 가라앉을 수 있다. 하지만 조울증 환자는 이런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아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고 직장생활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조증 초기엔 에너지가 넘쳐 일이나 공부가 더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점차 비현실적인 자신감으로 감당하지 못할 일을 벌이거나 다툼에 휘말린다. 돈벌이가 변변치 않은데도 클럽에서 골든벨을 울리거나 택시로 전국 일주를 나섰다가 입건되는 사례가 조증의 전형이다. 반대로 우울한 시기엔 극단적인 생각에 빠져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어떻게 진단하나 미국 정신의학회의 최신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 따르면 별다른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지 않은데도 조증과 울증이 각각 1주, 2주 이상 나타나면 조울증으로 진단한다. 양극단의 감정이 통제 불가능한 격렬한 상태로 1주 이상 이어지면 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큰 원인은 가족력이다. 조울증이 100% 대물림되는 유전병은 아니다. 하지만 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스트레스가 조울증을 촉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사례는 드물다. 심세훈 순천향대 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조울증 환자 65명을 조사해 보니 이들의 6∼17세 자녀 100명 중 무려 61명이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불안장애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등이었다.○ 실제 조울증 환자는 수십만 명? 조울증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17년 조울증으로 병·의원을 찾은 환자는 8만6362명이었다. 2013년 7만1627명보다 20.6% 증가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조울증 환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조울증 증세에도 병원을 찾지 않는 이가 많아서다. 2017년 인하대 등 국내 7개 대학 공동 연구팀은 전체 한국인 중 평생 한 번이라도 조울증을 앓는 사람의 비율을 4.3%로 추정했다. 결국 수십만 명이 조울증을 앓으면서도 평생 정신건강의학과를 한 번도 찾지 않는 셈이다. 물론 박 씨처럼 망상이나 환청에 시달리는 조울증 환자는 많지 않다. 박 씨는 오랜 기간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다가 병을 키운 경우다. 반면 제대로 치료를 받고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조현병 등 다른 정신질환보다 조울증은 예후가 좋다.○ 재발 위험 신호 눈여겨봐야 조울증 치료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이 균형을 찾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때까지 기분조절제를 복용하면서 심리 치료를 병행한다. 치료를 계속해도 재발 위험이 있지만 치료를 멈춘 경우에 비하면 재발 빈도가 훨씬 낮다. 고혈압 환자가 꾸준히 혈압약을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엇보다 재발 위험 신호를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일찍 알아채고 전문의에게 상의하는 게 중요하다.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잠을 자지 않고 돈 씀씀이가 커지면 의심해야 한다. 서정석 건국대 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자와 가족이 조울증 극복 경험을 터놓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대거 탈락하거나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는 ‘복지 난민’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행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부정확한 예측이라고 반박한다. 공시가격 상승이 실제 주택 보유자에게 미칠 영향을 팩트체크 형식으로 따져봤다.● 공시가격 30% 오르면 건보료 13.4% 인상?[×] 공시가격이 30% 오를 경우 집을 보유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가 13.4% 인상돼 ‘건보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소식에 특별한 소득 없이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노령층 ‘하우스푸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얘기가 나온 것은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단초였다. 공시가격이 30% 상승하면 집을 보유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286만 가구의 주택 가격(과세표준액 기준)에 붙는 ‘재산 보험료’가 평균 13.4% 오른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내용이 국회를 통해 보도되는 과정에서 전체 건보료 인상률로 잘못 알려지게 됐다. 결국 이는 ‘가짜 뉴스’다. 건보료 산출은 훨씬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주택과 토지, 전세금 등 재산 보험료를 60등급으로 나눠 부과하고, 여기에 월소득과 보유 자동차 등을 더해 전체 건보료를 산정한다. 재산 보험료가 전체 건보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4% 수준이다. 총 건보료 인상 폭은 주택 가격만 따졌을 때보다 줄어든다는 얘기다. 공시가격이 30% 상승해도 재산 보험료 등급이 그대로라면 건보료는 오르지 않는다. 복지부는 “재산 보험료가 가장 많이 오르는 구간은 공시가격 50억 원 이상 주택”이라며 “이 경우에도 건보료 인상 폭은 최대 월 2만7000원을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재산이 있는 지역가입자의 평균 보험료 인상률은 4%다. 전체 지역 가입자 750만 가구의 평균 인상률은 2%라는 게 복지부의 추계다.● 기초연금 수급 노인 10만 명 축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30% 오르면 기초연금을 받아온 9만5161명이 수급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추산된다. 별다른 벌이도, 금융재산도 없이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노인들은 졸지에 기초연금마저 받지 못하게 되면 생활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기초연금 수급자 전체 수는 변하지 않는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인 노인에게 주도록 설계돼 있다. 공시가격이 올라 10만 명이 탈락한다면 같은 수의 노인은 새로 수급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는 507만여 명이다. 올해 주택 공시가격은 2020년 수급자 선정 시 반영돼 올해는 아무 변화가 없다.● 6억 원 집 한 채만 있어도 기초연금 탈락?[○] 올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월소득 상한액은 단독가구 기준 137만 원이다. 내년엔 이 기준액이 150만 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을 보유한 경우 공시가격에서 일정액(대도시는 1억3500만 원, 중소도시는 8500만 원)을 뺀 금액의 4%를 ‘소득 인정액’으로 잡는다. 아무런 소득이나 예금이 없다면 내년 대도시 거주자 중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 소유자의 공시가격 ‘마지노선’은 5억8500만 원이다. 이 금액을 넘으면 기초연금 수급자에서 탈락한다는 얘기다. 현재 공시가격 4억6000만 원인 집을 갖고 있는데 공시가격이 30% 오른다면 내년 1월부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박성민 min@donga.com·조건희 기자}

올해 전국 수련병원 81곳에 지원한 외과 및 흉부외과 전공의(레지던트)가 정원보다 50명이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외과 및 흉부외과에서 레지던트 지원자가 176명으로 정원(226명) 대비 충원율이 77.9%에 그쳤다고 6일 밝혔다. 이 비율은 2017년 83.9%, 지난해 83.1%에 이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외과 전공의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주기로 했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다. 밤낮없이 어려운 수술을 맡아야 하는 데다 대형병원에서 퇴직하고 나면 갈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중증외상 환자를 최일선에서 치료하는 권역외상센터의 인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권역외상센터 9곳 중 필수과목(외과, 흉부·정형·신경외과) 전담의를 모두 정원대로 갖춘 곳은 1곳도 없다. 아주대병원에선 1명뿐인 흉부외과 전담의가 지난 5년간 24시간 온콜(on-call·비상대기) 상태로 지냈다. 다른 병원에선 일반 병동의 전문의가 대신 권역외상센터 당직을 서고 다음 날 졸린 눈을 부비며 정규 수술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금석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장(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권역외상센터 전담의의 인건비 지원액을 높이고 임상강사(펠로)에게 교수 신분을 약속해주는 등의 ‘당근’을 제시하지 않으면 10년 후엔 의사가 없어 응급 수술을 못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권역외상센터는 외과 의사가 기피하는 근무지다. 치료하기가 어려운 중증외상 환자가 몰리는 데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업무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탓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환자가 몰리는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당당히 도전장을 낸 새내기 임상강사(펠로)가 있다. 외과 지원자가 점차 줄어드는 세태 속에서 지난 5년간 이국종 외상외과 교수를 비롯한 아주대병원 의료진의 가르침을 받고 올해 3월부터 정식 임용될 박지예 씨(32·여)가 그 주인공이다. 3일 아주대병원에서 만난 박 씨는 체격은 깡마르고 눈 밑엔 다크서클이 짙었다. 그는 “전공의(레지던트) 4년을 거치며 살이 5kg 정도 빠졌다”며 웃었다. 날카롭게 보일 수도 있는 첫인상과 달리 동료 의료진은 박 씨를 ‘털털이’라고 부른다. 임상현 흉부외과 교수는 “고된 트레이닝을 꿋꿋이 버텨준 멘털(마음가짐)이 좋은 제자”라고 평했다. 박 씨는 2007년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수업 중 중증외상 환자의 응급수술을 참관하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중증외상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14년 “외상 치료를 가장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라는 주위의 권유에 아주대병원 수련의(인턴)로 지원했다. 이국종 교수는 “외과를 선택하는 의대생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상황에서 박 선생이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이 교수와 임 교수는 박 씨가 2015년 흉부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자 특별히 외상센터 파견 과정을 신설해 주기까지 했다. 박 씨를 설레게 했던 순간은 큰 부상을 입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환자의 숨을 다시 돌려놓을 때다. 고층에서 떨어져 골반이 부서졌던 40대 여성, 폐가 제 기능을 못 했던 50대 남성…. 수술이 고될수록 환자가 말짱하게 회복해 퇴원할 때의 보람은 더 컸다. 그랬던 박 씨도 3년 전 중증외상 치료의 길을 포기할 뻔했다. 눈앞에서 환자들이 숨져 가는데 자신의 실력은 늘지 않는 것 같은 좌절감 때문이었다. 그때 마음을 다잡아준 이가 이국종 교수였다. 이 교수는 병원 옥상에 새로 생긴 헬기장으로 박 씨를 데려가 “우리 외상팀이 포기했다면 이 헬기장은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박 씨가 상처 봉합을 어려워하자 이 교수 자신이 레지던트 시절에 익혔던 요령을 손수 가르쳐 주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나는 아직 서툴다. 한참 멀었다”며 한숨을 쉬던 박 씨는 “코드 블루(심정지 환자 발생을 뜻함)”라는 의료진 호출 방송이 나오자 돌연 말을 멈추고 집중했다. 그 순간 ‘털털이’ 박 씨의 눈은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수원=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권역외상센터는 외과 의사가 기피하는 근무지다. 치료하기가 어려운 중증외상 환자가 몰리는 데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업무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탓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환자가 몰리는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당당히 도전장을 낸 새내기 임상강사(펠로)가 있다. 외과 지원자가 점차 줄어드는 세태 속에서 지난 5년간 이국종 외상외과 교수를 비롯한 아주대병원 의료진의 가르침을 받고 올해 3월부터 정식 임용될 박지예 씨(32·여)가 그 주인공이다. 3일 아주대병원에서 만난 박 씨는 체격은 깡마르고 눈 밑엔 다크서클이 짙었다. 그는 “전공의(레지던트) 4년을 거치며 살이 5㎏ 정도 빠졌다”며 웃었다. 날카롭게 보일 수도 있는 첫인상과 달리 동료 의료진은 박 씨를 ‘털털이’라고 부른다. 임상현 흉부외과 교수는 “고된 트레이닝을 꿋꿋이 버텨준 멘털(마음가짐)이 좋은 제자”라고 평했다. 박 씨는 2007년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수업 중 중증외상 환자의 응급수술을 참관하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중증외상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14년 “외상 치료를 가장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라는 주위의 권유에 아주대병원 수련의(인턴)로 지원했다. 이국종 교수는 “외과를 선택하는 의대생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상황에서 박 선생이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이 교수와 임 교수는 박 씨가 2015년 흉부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자 특별히 외상센터 파견 과정을 신설해 주기까지 했다. 박 씨를 설레게 했던 순간은 몸의 형체가 온전히 남은 게 거의 없을 정도로 크게 다친 환자의 숨을 다시 돌려놓을 때다. 고층에서 떨어져 골반이 부서졌던 40대 여성, 폐가 제 기능을 못 했던 50대 남성…. 수술이 고될수록 환자가 말짱하게 회복해 퇴원할 때의 보람은 더 컸다. 그랬던 박 씨도 3년 전 중증외상 치료의 길을 포기할 뻔했다. 눈앞에서 환자들이 숨져 가는데 자신의 실력은 늘지 않는 것 같은 좌절감 때문이었다. 그때 마음을 다잡아준 이가 이국종 교수였다. 이 교수는 권역외상센터 옥상에 새로 생긴 헬기장으로 박 씨를 데려가 “우리 외상팀이 포기했다면 이 헬기장은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박 씨가 상처 봉합을 어려워하자 이 교수 자신이 레지던트 시절에 익혔던 요령을 손수 가르쳐 주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나는 아직 서툴다. 한참 멀었다”며 한숨을 쉬던 박 씨는 “코드 블루(심정지 환자 발생을 뜻함)”라는 의료진 호출 방송이 나오자 돌연 말을 멈추고 집중했다. 그 순간 ‘털털이’ 박 씨의 눈은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 인력난에 외과전공의 충원율 78%▼올해 전국 수련병원 81곳에 지원한 외과 및 흉부외과 전공의(레지던트)가 정원보다 50명이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외과 및 흉부외과에서 레지던트 지원자가 176명으로 정원(226명) 대비 충원율이 77.9%에 그쳤다고 6일 밝혔다. 이 비율은 2017년 83.9%, 지난해 83.1%에 이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외과 전공의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주기로 했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다. 밤낮없이 어려운 수술을 맡아야 하는 데다 대형병원에서 퇴직하고 나면 갈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중증외상 환자를 최일선에서 치료하는 권역외상센터의 인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권역외상센터 9곳 중 필수과목(외과, 흉부·정형·신경외과) 전담의를 모두 정원대로 갖춘 곳은 1곳도 없다. 아주대병원에선 1명뿐인 흉부외과 전담의가 지난 5년간 24시간 온콜(on-call·비상대기) 상태로 지냈다. 다른 병원에선 일반 병동의 전문의가 대신 권역외상센터 당직을 서고 다음 날 졸린 눈을 부비며 정규 수술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금석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장(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권역외상센터 전담의의 인건비 지원액을 높이고 임상강사(펠로)에게 교수 신분을 약속해주는 등의 ‘당근’을 제시하지 않으면 10년 후엔 의사가 없어 응급 수술을 못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364명 대 4명.’ 두 나라가 1년 동안 외래치료를 강제한 중증 정신질환자 수다. 외래치료 명령은 정신질환자가 퇴원한 후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아 증상이 나빠지는 걸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을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언뜻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무려 2364명(2013년 기준)에게 이 제도를 강제한 국가는 ‘인권 선진국’ 노르웨이다. 반면 한국은 2017년 한 해 동안 단 4명에게만 외래치료 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31일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박모 씨(30)는 2015년 조울증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제대로 된 외래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래치료 명령은 정신질환자가 박 씨처럼 강력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병이 깊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돕는 중요한 제도이지만 국내에선 사실상 사문화됐다. 한국과 노르웨이를 가른 것은 역설적이게도 ‘인권’이라는 같은 기준이다. 국내에 외래치료 명령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9년 3월이다. 현재는 △입원 전 자·타해 행동을 ‘실제로 한’ 환자에 대해 △보호자가 동의해야 △퇴원 시점에 외래치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완화하겠다고 지난해 7월 발표했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에 이 제도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노르웨이는 외래치료 명령 제도를 유럽에서도 가장 이른 1961년에 도입했다. 스스로 병원을 찾을 의지나 능력이 부족한 정신질환자에게 어느 정도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꾸준히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권 보호’라고 본 것이다. 노르웨이는 1999년과 2006년 관련법을 개정해 외래치료 명령을 퇴원 시점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주(州)를 제외한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도 환자의 자·타해 행동 전력과 무관하게 환자에게 외래치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외래치료 명령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의료진을 위한 보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선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주요 병원에 배치돼 있다. 경비 전문자격(CPP)을 취득한 사설 경비원은 총기까지 소지할 수 있다. 한국에선 주로 사설 경비업체의 보안요원이 병원 로비나 응급실 입구를 지키고 있지만 업무 중 형사 면책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행패를 부리는 환자나 보호자를 진압하다가 거꾸로 ‘쌍방폭행’으로 입건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적극적인 개입이 힘든 실정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진료 현장의 폭행으로부터 의료진을 지키기 위한 ‘임세원법’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병원 응급실 내 폭행사건이 잇따르자 의료기관 내 안전요원 및 청원경찰 배치, 처벌 강화 등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다. 여기에 의료계는 금속탐지기나 비상벨 설치, 전기충격기 비치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담은 ‘임세원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병원 내 참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보다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임세원법’의 각론으로 들어가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의료진 사이에선 청원경찰 배치나 비상벨 설치, 경찰과의 핫라인 마련 등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진료를 위한 일대일 면담 도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년 전 나도 면담 도중 환자가 휘두른 샤프에 이마를 찔려 10cm가 넘는 상처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며 “보안요원이 있다 하더라도 긴박한 상황에선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신호철 강북삼성병원장은 “의료진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다 보니 진료실 내 전기충격기나 가스총 비치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다만 이렇게 되면 환자 인권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사용 범위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병원 입구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흉기 반입을 애초 차단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선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속탐지기 설치나 청원경찰 배치 등과 관련해선 누가 비용을 부담할지도 쟁점이다. 청원경찰법에 따르면 청원경찰 배치는 의료기관에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대한병원협회나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는 “의료기관 내 폭력 등 불법행위를 막으려면 의료기관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만큼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의료진 폭행 시 처벌을 강화하고 심신미약 감경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도 찬반이 엇갈린다. 이미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에는 벌금형 삭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의료계는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면 가중 처벌하듯 의료 현장에서의 폭행은 다른 환자의 건강권까지 침해하는 만큼 더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과중한 처벌이나 심신미약 감경 배제는 법관의 양형 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강은지 kej09@donga.com·조건희 기자}

“유달리 기억에 남는 환자들은 퇴원하실 때 내게 편지를 전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20년 동안 받은 편지들을 꼬박꼬박 모아 놓은 작은 상자가 어느새 가득 찼다.” 지난해 12월 31일 진료 도중 정신질환자의 흉기에 숨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는 보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분들은 내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하시고 나 또한 그분들에게서 삶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전수되어 더 많은 환자들의 삶을 돕게 될 것이다. 모두 부디 잘 지내시길 기원한다. 이번 주말엔 조금 더 큰, 좀 더 예쁜 상자를 사야겠다.” 이 글에는 평소 환자들을 위했던 임 교수의 따뜻한 진심이 잘 녹아 있다. 평소 그를 지켜본 동료 의료진은 임 교수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 교수는 1996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를 거쳐 2006년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이후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에 뛰어들었다. 임 교수가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에 남긴 다른 글에는 그 계기가 적혀 있다. 전공의 시절 우울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한 노인 환자가 퇴원한 지 며칠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렇게 (환자 마음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아둔한 의사가 무슨 쓸모가 있나”라며 자책하다가 주변 사람의 자살 징후를 일찍 알아챌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그 고민의 결정판이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였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자살 예방 자원봉사자의 정식 교재로 쓰고 있다. 임 교수 본인도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2012년 허리 디스크로 생긴 통증이 낫지 않자 이듬해 어느 날 새벽에 차를 몰고 나가 난간을 들이받으려고 마음먹었던 것. 하지만 집에서 차 열쇠를 찾다가 잠든 가족의 얼굴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민찬 기자}

“진료 중이던 의사가 환자의 흉기에 찔려 죽다니요. 이제는 목숨 걸고 진료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7)가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을 접한 서울의 A대학병원 의사가 1일 한 말이다. 이 사건 직후 의료계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박모 씨(30)가 정신질환으로 격리 입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후 제대로 된 치료를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대형병원 의사는 “사실 정신과는 진료 중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진료실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고 긴급 상황이 닥치면 다른 직원의 도움을 요청하는 호출 버튼도 있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미리 흉기를 준비해 와 작정하고 찌르면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B종합병원 의사는 “난동을 부리는 환자를 말리다 다친 적이 있는데 이번 사건을 보니 환자 진료하기가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C정신병원 소속의 한 간호사는 “환자가 포크를 들고 동료 간호사의 머리를 찍어 두피가 벗겨지는 걸 본 적이 있다”며 “나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정신병동 근무자는 환자로부터 신체 손상을 입을 위험이 다른 외래병동 의료진보다 285.5배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정신과 의료진 사이에선 ‘3년 근무하면 (의료진도) 환자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환자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며 불안에 떨다가 거꾸로 의사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걸린다는 뜻이다. 한 대학병원에선 “환자를 돌보는 게 불안하다”고 호소하던 직원이 퇴직 후 조현병 환자로 입원한 사례도 있다. 이번 사건은 ‘부실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임 교수를 살해한 범인 박 씨는 2015년경 심한 조울증을 이유로 입원한 후 약 1년 반이 지나 퇴원했다. 하지만 박 씨는 이후 병원에 발길을 끊었다. 사건 당일까지 1년여간 외래진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공개한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 5만4152명 중 퇴원한 지 한 달 안에 한 번이라도 정신과에 들러 진료를 받은 환자는 3만4304명(63.3%)에 불과했다. 한 해 2만 명에 육박하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관리 사각지대’로 숨어든다는 의미다. 중증 정신질환자는 퇴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병원에 들러 치료받는 게 필수다. 반면 이를 강제하는 ‘외래치료 명령제’는 절차가 까다로워 거의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는 또 퇴원 후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등록해 관리를 받도록 권고된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퇴원 환자의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센터에 넘기는 것은 불법이다. 전체 중증 정신질환자 중 지역 정신건강 서비스에 등록된 환자의 비율이 약 30%에 불과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중증 정신질환자나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외래치료 명령을 내리거나 퇴원 사실을 지역 센터에 알릴 수 있도록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정부가 퇴원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의료진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올 8월 셋째 아이를 낳은 이모 씨(35·여)는 내년 복직을 위해 아이가 다닐 어린이집을 알아보다가 혼란에 빠졌다. 태어난 지 2년이 되지 않은 영아를 돌봐주는 만 0세반을 내년에 운영하겠다고 공고한 어린이집이 동네에 한 곳뿐인데 이미 정원이 차 버린 상태였다. 이 씨는 “아이를 낳았을 땐 ‘애국자’라는 칭찬을 들었지만 정작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복직을 포기할 판”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출생아 급감으로 ‘0세반 대란’ 조짐 올해 전국 어린이집 0세반 수와 0세반에 다니는 아동의 수가 지난해보다 모두 줄어든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최근엔 내년도 0세반 모집을 아예 포기한 어린이집이 늘어 복직 등을 위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부모들의 불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1월 말 기준 전국 어린이집 0세반이 2만7385곳으로 집계돼 지난해 말(2만8915곳)보다 5.3% 줄었다고 밝혔다. 0세반에 다니는 아동 수도 8만1469명에서 7만6749명으로 5.8% 줄었다. 0세반엔 직전 연도 1월 1일 이후 태어난 아이가 배정된다. 올해는 지난해 1월 1일 이후 태어난 아이가 이에 해당한다. 1세반은 2016년생, 2세반은 2015년생이 배정된다. 0세반 감소는 무상보육이 정착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된 이듬해인 2014년 전국 어린이집 0세반은 2만6373곳, 0세반 아동은 7만2585명이었다. 그 수는 지난해까지는 계속 증가했다. 이는 저출산 현상으로 0세반 규모가 줄었을 것이란 통념과 다른 결과다. 국내 출생아 수는 2015년 43만8420명에서 2016년 40만6243명, 지난해 35만7771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출생아가 줄었음에도 0세반이 꾸준히 늘어난 것은 육아휴직을 마치자마자 복직하려는 맞벌이 부부의 0세반 수요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런 0세반 증가 경향이 올해 처음으로 꺾인 것이다. 이는 출생아 감소세가 워낙 가팔라 0세반 수요를 압도한 결과로 분석된다. 신생아가 급격히 줄면서 0세반을 운영하기 힘든 어린이집이 늘어났고, 이에 신생아를 맡길 곳이 더욱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0세반은 앞으로 더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10월 출생아는 27만8500명으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30만5556명)보다 8.6%나 감소했다.○ ‘지역 소멸’ 위기 올 수도 일선 어린이집에선 적자를 보지 않고 0세반을 운영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0세반 아동 정원은 보육교사 1명당 최대 3명이다. 손이 많이 가는 영아의 특성상 1세반(5명)이나 2세반(7명), 3세반(15명)보다 적정 정원이 적다. 정부의 인건비 지원 대상이 아닌 민간어린이집은 0세 아동 1명당 월 87만8000원의 보육료를 지원받는다. 아동을 정원보다 1명만 덜 받아도 보육교사 1명당 월평균 인건비인 184만3000원(2015년 기준)을 맞출 수가 없다. 적자가 난다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해 주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0세반 정원인 3명을 1년 내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면 아예 0세반 모집을 포기하는 어린이집이 속출하고 있다. 장진환 전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장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보육교사 인건비가 오르면 0세반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김모 씨(34·여)는 “아이가 3명인 데다 맞벌이 부부라서 어린이집 입소순위 점수가 700점 만점인데도 0세반 대기 순번이 15번째”라고 호소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0세반이 줄어들면 아이를 맡길 수 없게 된 부부가 아예 살던 곳을 떠나 ‘지역 소멸’ 현상을 앞당길 수 있다”며 “신생아가 1명만 있어도 0세반을 운영하도록 정부가 적자를 보전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