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전 세계 40개국 정상이 화상으로 모여 기후변화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10대 소녀 환경운동가가 각국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일침을 가해 주목을 받았다. 22일(현지 시간)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국제 청소년 기후 운동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리더인 시예 바스티다(19)는 화상 발언을 통해 “세계 지도자들은 화석 연료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언제까지 모면할 수 있다고 믿나”고 말했다. 이어 “세계가 신재생에너지로 즉각 전환하고 화석 연료 보조금과 (석유 공급을 위한)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구축을 중단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해로운 시스템을 영구화하고 옹호하는 권력자들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해로운 시스템’을 “글로벌 문제에 대해 식민주의, 억압, 자본 지향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 원주민 출신인 바스티다는 2002년 아즈텍 원주민계인 아버지와 칠레-유럽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살던 고향 산페드로 툴테펙에는 2015년 큰 홍수가 났고, 이후 3년간은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결국 그의 가족들은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야 했고, 바스티다는 지난해부터 미 펜실베니아대에 입학해 공부 중이다. 2018년에는 환경보호 운동의 공로로 ‘유엔(UN)의 정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바티스다는 식량과 물 부족으로 고향에서 밀려난 ‘기후 이민자’들을 부유한 나라들이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의 경제, 정치체제가 제3세계 개발도상국들의 희생 덕분에 존재한다면서 “섬나라, 극지, 아프리카, 아마존 등 기후변화로 고통 받는 국가와 부족들의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은 우리가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말하겠지만, 야심 차지도 대담하지도 못한 해결책을 가지면서 비현실적, 비합리적인 자들이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화’ 할 것을 요구했다. 그의 발언을 듣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우리 모두가 경청하고 있다”며 호응했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도 이날 미 하원 감독위원회 환경소위에 화상으로 출석해 발언했다. 그는 “여러분과 같은 권력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기후위기를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정치인들의 무대응을 지적했다. 그는 “여러분은 지금 당장은 이를 외면할 수 있겠지만 조만간 사람들은 당신들이 항상 해오던 것을 깨닫게 될 것이고, 이는 불가피한 일이다”며 “여러분은 옳은 일을 하고 유산을 보존할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시간의 창’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젊은이들은 역사책에 여러분에 대해 쓸 사람들이다. 제 조언은 현명하게 선택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러분이 실제 이 일을 하리라고 한 순간도 믿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툰베리는 2019년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 그해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올해의 인물’에 올랐다. 프란시스코 교황도 기후정상회의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이 회의가 큰 성공이 되길 바란다”며 “팬데믹 이후가 환경을 지킬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는 환경이 더 깨끗하고 순수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고 그래서 자연이 우리를 보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은택기자 nabi@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백신 스와프를) 미국과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요청을 사실상 거절하면서 백신 수급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자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며 당분간 국내에 물량을 쏟아붓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캐나다 등 인접국과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 참가국과는 백신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백신을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을 숨기지 않은 것. 우리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는 쿼드에 참여하지 않고 미중 사이 ‘줄타기 외교’를 해왔지만 백신 사태로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쿼드’와는 협력 의사 밝힌 美미국이 백신 스와프와 관련해 거절 의사를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 우선 접종’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연설에서 “백신은 공짜고, 안전하며 스스로와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이라면서 “지금은 (다른 나라에) 백신을 줄 만큼 충분히 보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부스터 샷’(3차 접종)까지 접종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백신을 섣불리 해외에 나눠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그러나 이면으로는 백신 수급 문제를 외교 현안과 연결시킬 수 있다는 기류를 내비쳤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백신 수급 상황을 설명하던 중 “캐나다, 멕시코 및 ‘쿼드 국가’와도 논의해 왔다”고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트위터를 통해 “어제 미국이 주최한 쿼드 백신 전문가 그룹 회의에서 전 세계에 2022년까지 최소 백신 10억 도스를 제공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백신 접종을 강화하는 다음 단계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협의체인 쿼드가 백신 협력으로도 연계, 확대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미국의 줄기찬 쿼드 합류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다는 점이다. 정 장관은 전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미국과 백신 스와프를 하려면 쿼드에 가입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미중 갈등에서 우리 역할과 백신은 연관이 없다. 팬데믹 상황에서 양국 협력은 외교적 분야에서의 논의와는 별개”라고 했다. 다만 “분야에 따라서는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코로나19 방역이나 백신 분야에서는 쿼드 국가들과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백신 개발 기술을, 일본과 호주가 재정 지원을, 인도가 대량 생산을 맡으며 쿼드 내 백신 협력이 견고해지는 상황에서 참가국도 아닌 한국이 낄 자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외교가에서 “백신 문제의 핵심은 한미 동맹에 대한 백악관의 인식”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靑, 한미 정상회담 ‘백신 의제’ 위해 총력전백악관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계속해서 미국과 백신 공급 문제를 상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정 장관이 관훈클럽 토론회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현실적으로는 미국 측이 자기네 상황도 여유가 있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걸 두 차례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 외교부 입장에서는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다음 달 하순경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그때까지 최대한 물밑 협상을 통해 백신 논의를 진척시키고, 양국 정상 대화 테이블에 의제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날 NSC를 열고 “글로벌 백신 공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백신 물량의 추가 확보와 신속한 도입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에 앞서 미국을 찾았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행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가 총리는 방미에서 알베르트 부를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해 백신 추가 공급을 약속받은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처럼 미 행정부가 직접 발을 담그지 않으면서도 기업에서 결정하는 형태로 만드는 접근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정부를 직접적으로 끌어들이기보다는 비공개로 물밑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최지선 aurinko@donga.com·이은택 기자}

지난달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을 폭로해 큰 반향을 일으킨 영국 해리 왕손(37)의 아내 메건 마클 왕손빈(40)이 17일 시할아버지 필립 공의 장례식이 있기 전 시할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95)과 통화하며 필립 공의 죽음을 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초 왕실에서 독립한 후 자신의 고향인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남편과 함께 이주했다.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어 이번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21일 미국 연예매체 피플은 마클이 필립 공 장례식 참석 여부를 두고 여왕과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임신 때문에 장례식에 불참하는 사정을 설명하고 여왕의 양해를 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2월 해리는 자신과 아내, 아들 아치(2)가 종종 여왕 부부와 영상통화를 한다고 밝혔다.피플은 아직까지 영국에 머물고 있는 해리가 매일 아내와 통화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클은 지인과 측근들에게 “남편의 영국 방문이 그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또 그는 나와 아치를 홀로 남겨 두길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해리가 필립 공 장례식 후 여왕을 두 번 더 만나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해리는 이와 별도로 부친 찰스 왕세자(73), 형 윌리엄 왕세손과도 따로 만나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전기 작가 오미드 스코비는 “왕실 내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이은택 nabi@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백신 스와프를) 미국과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요청을 사실상 거절하면서 백신 수급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자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며 당분간 국내에 물량을 쏟아 붓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캐나다 등 인접국과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 참가국과는 백신 협력을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백신을 국제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을 숨기지 않은 것. 이에 따라 백신 수급은 물론 정부의 미중 사이 ‘줄타기 외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쿼드’와는 협력 의사 밝힌 美 미국이 백신 스와프와 관련해 거절 의사를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 우선접종’ 방침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백신은 공짜고, 안전하며 스스로와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이라면서 “지금은 (다른 나라에) 백신을 줄 만큼 충분히 보유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부스터샷(3차 접종)’까지 접종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백신을 섣불리 해외에 나눠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백신 수급 문제를 외교 현안과 연결시킬 수 있다는 기류를 내비쳤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백신 수급을 설명하던 중 “캐나다, 멕시코 및 ‘쿼드 국가’와도 논의해왔다”고 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트위터를 통해 “어제 미국이 주최한 쿼드 백신 전문가 그룹 회의에서 전 세계에 2022년까지 최소 백신 10억 도즈를 제공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백신 접종을 강화하는 다음 단계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협의체인 쿼드가 백신 협력으로도 연계·확대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가 지금까지 미국의 줄기찬 쿼드 합류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다는 점이다. 정 장관은 전날 관훈토론회에서 미국과 백신 스와프를 하려면 쿼드에 가입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미중갈등에서 우리 역할과 백신(협력)은 연관이 없다. 팬데믹 상황에서 양국 협력은 외교적 분야에서의 논의와는 별개”라고 했다. 다만 “분야에 따라서는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코로나19 방역이나 백신 분야에서는 쿼드 국가들과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백신 개발 기술을, 일본과 호주가 재정 지원을, 인도가 백신 대량 생산을 맡으며 쿼드 내 협력이 견고해지는 상황에서 참가국도 아닌 한국이 낄 자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외교가에서 “백신 문제의 핵심은 한미 동맹에 대한 백악관의 인식”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靑, 한미 정상회담 ‘백신 의제’ 위해 총력전 백악관의 이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계속해서 미국과 백신 공급 문제를 상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정 장관이 관훈클럽 토론회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백신 스와프) 관련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 측이 자기네 상황도 여유 있지 않다는 입장 표명 했다는 걸 두 차례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 외교부 입장에서는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다음달 하순 경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그때까지 최대한 물밑 협상을 통해 백신 논의를 진척시키고, 양국 정상 대화 테이블에 백신 문제를 의제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글로벌 백신 공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백신 물량의 추가 확보와 신속한 도입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에 앞서 미국을 찾았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행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가 총리는 방미에서 앨버트 블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해 5000만 회분의 백신 공급을 약속 받은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처럼 미 행정부가 직접 발을 담그지 않으면서도 기업에서 결정하는 형태로 만드는 접근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정부를 직접적으로 끌어들이기 보다는 비공개로 물밑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21일(현지 시간) 미국 주간지 피플에 따르면 메건 마클 영국 왕손빈(40)이 시할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95)과 필립공 장례식이 거행되기 전에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과 결별한 뒤 현재 남편 해리 왕손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시토에 살고 있는 마클은 임신 중이라는 이유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통화 사실이 알려지자 그간 대립해왔던 영국 왕실과 왕손 부부가 화해의 단계를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피플은 마클의 지인들을 인용해 “마클이 장례식 참석 문제를 놓고 해리와 이야기를 나눴다”며 “마클과 그의 아들 아치는 이 문제로 여왕과도 통화했다”고 전했다. 앞서 2월 해리 왕손은 과거에 자신의 가족들이 여왕, 필립공과 영상통화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조부모님들(여왕 부부)은 두 분 다 줌 영상통화를 하신다. 그들은 아치가 뛰어노는 모습도 영상으로 보셨다”고 말했다. 마클과 여왕의 이번 통화도 영상통화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클은 자신이 임신 때문에 장례식에 불참하는 사정을 설명하고 여왕의 양해를 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매체에 따르면 해리 왕손은 영국에 체류하는 동안 매일 아내 마클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클은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우리는 괜찮으니 당신은 걱정 말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메건은 “해리 왕손의 이번 영국 방문이 그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었으며, 나와 아치(아들)를 홀로 남겨두길 원하지 않았다”고 측근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7일 영국 윈저성 성조지 예배당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의 장례식이 거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소수만 참석한 장례식에는 여왕과 찰스 왕세자, 앤 공주, 에드워드 왕자, 앤드루 왕자, 윌리엄 왕세손, 해리 왕손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왕실과의 불화로 왕실로부터 독립해 미국으로 이주한 해리 왕손은 그간 사이가 틀어졌던 윌리엄 왕세손과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돼 ‘화해의 장’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8일 해리-마클 부부는 미국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영국 왕실 내에 인종차별적인 분위기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마클 왕손빈은 흑백 혼혈이다.이은택기자 nabi@donga.com}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가 최근 란제리 팬티 등 속옷이 담긴 항의 편지 수 백 통을 받았다고 미 CNN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필수 업종’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상점이 폐쇄됐는데, 필수 업종으로 지정되지 못한 속옷 업계가 집단 반발하며 ‘란제리 시위’를 벌인 것이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총리에게 발송 된 란제리 인증샷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프랑스 리옹에서 속옷 매장을 운영하는 나탈리 파레데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속옷 판매점 200여 곳이 단체 행동에 동참하고 있다”며 “이는 200벌의 팬티가 총리에게 발송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집단 행동에 참여한 속옷 매장들이 ‘필수적(Essentiel)’이라는 문구가 적힌 란제리와 총리에게 보내는 서신을 찍은 사진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필수 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의미다. 속옷 업계 측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프랑스 전역에는 수 백 곳의 속옷 매장이 있는데 코로나19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꽃 가게, 음반 가게, 미용실, 서점조차 필수 업종으로 지정돼 문을 여는데, 왜 속옷 매장은 지정에서 제외 됐냐”고 항의했다. 이들은 “속옷은 위생과 안전의 문제다. 당신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속옷을 입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프랑스 매체 진포스974는 속옷업계의 이 같은 단체 행동을 ‘액션 퀼로트(#actionculottee)’라고 부른다고 21일 전했다. 퀼로트는 프랑스어로 속옷, 또는 팬티를 의미한다. 다른 현지 매체 더로컬프랑스에 따르면 이 시위는 한 속옷매장 운영자가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에 제안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필수 업종으로 지정돼 영업이 허용된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속옷을 판매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같은 란제리 매장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했다. 매체는 “아직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5월 중순 비 필수 업종과 바, 야외 카페 등의 영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은택기자 nabi@donga.com}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가상화폐 도지코인의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4월 20일을 ‘도지데이(Dogeday)’로 정하고 집단 매입에 나섰으나 오히려 폭락했다. 올해 초 월가에서 ‘개미 대 헤지펀드’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며 주가가 요동쳤던 게임스톱 사태가 재연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복수의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에 따르면 도지코인은 20일(현지 시간) 전날보다 15∼30%가량 폭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앞서 미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는 대마초 흡연자들이 정한 ‘대마초의 날’인 4월 20일에 도지코인도 함께 기념하고 가격을 끌어올리자는 논의가 진행됐다. 레딧 이용자들은 게임스톱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것처럼 도지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려 했다. 이들이 매수에 나서며 도지코인은 20일 한때 코인당 42센트(약 470원)를 넘겼지만 이후 28센트(약 310원)까지 하락했다. 외신은 투자자들이 가격이 좀처럼 크게 오르지 않는 것을 본 뒤 실망감에 대거 매물을 던졌다고 분석했다. ‘가상화폐 전도사’로 불리는 마이클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20일 CNBC 인터뷰에서 “도지코인은 내재가치가 전혀 없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려면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했다. 비트코인은 2009년 출시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암호화폐이지만, 도지코인은 2013년 일부 개발자들이 재미삼아 만들었고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이유다. 20일 미 주식시장의 게임스톱 주가도 3.55% 떨어졌다. 비디오게임 유통업체인 게임스톱은 지난해 주당 가격이 5달러(약 5600원)도 채 되지 않았으나 올 1월 레딧 이용자들의 집단 매수에 힘입어 한때 483달러까지 폭등했다. 이후 관심이 줄어들자 큰 폭의 하락을 거듭하며 현재 158달러(약 17만6700원)까지 떨어졌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가상화폐 도지코인의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4월 20일을 ‘도지데이(Dogeday)’로 정하고 집단 매입에 나섰으나 오히려 폭락했다. 지난해 월가에서 ‘개미 대 헤지펀드’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며 주가가 요동쳤던 게임스톱 사태가 재현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복수의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에 따르면 도지코인은 전날(20일)보다 15~30% 가량 폭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앞서 미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는 대마초 흡연자들이 정한 ‘대마초의 날’인 4월 20일에 도지코인도 함께 기념하고 가격을 끌어올리자는 논의가 진행됐다. 레딧 이용자들은 지난해 게임스톱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것처럼 도지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려 했다. 이들의 매수에 나서며 도지코인은 20일 한 때 코인 당 42센트(약 470원)을 넘겼지만 이후 28센트(약 310원)까지 하락했다. 외신은 투자자들이 가격이 좀처럼 크게 오르지 않는 것을 본 뒤 실망감에 대거 매물을 던졌다고 분석했다. ‘가상화폐 전도사’로 불리는 마이크 노브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20일 CNBC 인터뷰에서 “도지코인은 내재가치가 전혀 없다. 암호화폐에 투자하려면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했다. 비트코인은 2009년 출시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암호화폐이지만, 도지코인은 2013년 일부 개발자들이 재미삼아 만들었고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이유다. ‘도지(Doge)’는 우리말로 ‘멍멍이’란 뜻이다.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가상화폐에 대한 풍자와 유머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20일 미 주식시장의 게임스톱 주가도 3.55% 떨어졌다. 비디오게임 유통업체인 게임스톱은 지난해 주당 가격이 5달러(약 5600원)도 채 되지 않았으나 올 1월 레딧 이용자들의 집단 매수에 힘입어 한때 487달러까지 폭등했다. 이후 관심이 줄어들자 큰 폭의 하락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고 현재 158달러(약 17만6700원)까지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지코인 열풍은 게임스톱 주식을 대거 매입했던 ‘레딧 개미’를 연상시킨다”고 진단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허구(scam)”라고 주장했던 극우 성향의 미국 유명 기타리스트 테드 뉴전트(73·Ted Nugent)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내 생각에 나는 죽어가고 있다”며 뒤늦게 탄식했다. 20일 미국 허프포스트 등에 따르면 뉴전트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열흘 간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머리와 몸이 아프다”며 “며칠 간 침대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평생 살면서 이렇게 아파본 적이 없다”, “개(dog)보다 아픈 것 같다”고도 했다. 뉴전트는 과거 자신의 페이스북 영상에서 인종차별 발언이나 백신에 관한 음모론을 언급했다. 매체는 뉴전트가 코로나19를 ‘사기’라고 불렀으며 정부의 방역 조치를 비난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거부했고 공중보건 전문가들을 무시하는 발언도 해왔다. 특히 백신을 가리켜 “그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며 불안감을 부추기기도 했다. 올해 예정됐던 자신의 투어 콘서트가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되자 제작사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뉴전트는 격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의 열성 지지자인 뉴전트는 미국에서 손 꼽히는 극우 인사다. 그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발 벗고 유세를 도왔다. 그는 “트럼프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 “그를 통해 미국이 더욱 위대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올 초 미 의회 폭동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극좌 세력이 트럼프 지지자를 가장해 폭동을 선동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2018년 플로리다 고교 총격사건 이후 총기 반대 집회에 나선 고교생들을 향해선 “그렇게 말하도록 세뇌당했다”고 비난했다. 또 해당 고교 학생들을 지목해 “별로 교육 수준이 높지 못하다”고도 막말을 했다. 미국 미시건 출신인 뉴전트는 록그룹 ‘더 엠보이 듀크’와 ‘댐 양키즈’의 멤버로 활동한 싱어 송 라이터이자 록 기타리스트다. 노골적으로 보수 성향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며 총기 소지를 옹호했다.이은택기자 nabi@donga.com}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결정에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인접한 중국이 가장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미국 알라스카는 태평양 지역에서 잡힌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 내에서도 정부의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해역에서 잡힌 조피볼락에서 과도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판매를 금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일본 정부가 오염 원전수에 대해 주장했던 것들이 거짓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앞서 일본 NHK는 1일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에서 13㎞ 떨어진 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에서 1㎏ 당 270베크럴(Bq)의 세슘이 검출됐으며 이는 식품위생법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해당 지역에서 잡힌 조피볼락에 대한 판매를 금지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현의 해산물 출하를 제한한 것은 201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대해 글로벌타임스는 “일부 일본 정치인들이 ‘오염수를 마실 수도 있다’고 자랑했지만, 이런 발언과 행동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최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깨끗하다고 주장하며 “(오염수를) 마실 수 있는 것 아니냐”, “그 물을 마시더라도 별 일 없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렇다면 그 물을 마셔보고 다시 이야기 하라”고 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도쿄전력 관계자에게 “(오염수를 정화처리한 물을) 마셔도 되나?”고 물었다. 도쿄전력은 ‘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스가 총리는 실제 그 물을 마시진 않았다. 당시 일본 아사히신문은 “도쿄전력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마실 수 있다면 해양으로 방출하지 말고 도쿄전력과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식수로 사용하면 어떨까”라고 지적했다.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 산하 국립환경보건연구소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방사능 물질을 희석시켜 배출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배출 총량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중국은 한국이 일본에 강경대응 할 것도 촉구했다. 류 차오 중국 랴오닝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방한(訪韓)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방류에) 확고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며 “그의 방한 뒤 한국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의 흔들리는 듯한 태도는 미국의 압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가 한국과 중국에 큰 피해를 입히는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도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20일 미국 알라스카 공영매체 AK에 따르면 알라스카주 환경당국은 19일 앵커리지의 주립 연구소에서 해산물에 대한 방사선 검사를 확대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매체는 이를 2011년 일본 해안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붕괴 때문이라면서 “그로 인해 태평양의 해산물 안전에 대해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최근 일본 정부이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며 “알라스카 해산물 산업은 수십 억 달러 규모”라고 전했다. 오염수 방류가 알라스카 대표 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내에서도 찬반 논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반대 측은 연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를 규탄했다. 2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남서부지역에서 수은 중독으로 미나마타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관련 환경운동가들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정부가 미나마타병의 사례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려 한다. 여기에 반대하고 항의한다”고 비판했다. 미나마타병은 과거 일본 화학공장이 바다에 수은을 내다 버려 발병했다. 1956년 일본 보건당국이 이를 공식 인정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자국 안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조사에 나섰다. 19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우리는 영국 기술산업의 번영을 지원하고 외국의 투자를 환영하고 싶지만, 이번 거래의 경우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영국 반독점 당국인 경쟁시장청(CMA)은 이번 인수 건이 영국의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과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7월 30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영국 정부는 인수를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미국 등이 ‘반도체 주권’ 지키기에 나선 상황에서 영국 정부도 자국 반도체 산업 지키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WSJ는 “반도체 제조 역량과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인수가 엔비디아에 불공평한 이득을 넘겨주는 결과가 될 것을 (영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ARM은 독보적인 반도체 설계회사다. 세계 스마트폰의 95%에 ARM의 기술이 채택됐고 삼성전자, 애플 등에 설계 기술을 제공해왔다. 지난해 9월 엔비디아가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ARM 지분 400억 달러(약 44조4600억 원)어치를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세기의 딜”이란 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막판에 그 미친 짓들(all the craziness)을 기억하나. 난 결코 잊지 않았는데.”(토마스 프리드먼 미 뉴욕타임스(NYT)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나도 잊지 않았지.”(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NYT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이 2002년 1월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을 때 겪은 일화를 18일(현지 시간) 칼럼에서 소개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수세식 변기도 없는 곳에 머물러야 했으며,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이 순탄치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방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스펠드가 바이든의 귀국 항공편 요청을 거절하자 바이든이 화를 냈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를 잊지 않았다고 전했다. 칼럼에 따르면 바이든은 9·11테러 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나서 약 3달 뒤인 이듬해 1월 아프간을 방문했다. 그는 유명 국제관계 칼럼니스트였던 프리드먼에게 함께 가자고 했고 프리드먼은 흔쾌히 응했다. 이때는 탈레반 세력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미군에게 패배하고 물러난지 몇 주 뒤였다. 프리드먼은 당시 아프간 첫 방문을 앞두고 바이든의 감정이 희망과 두려움 사이를 오갔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날아간 다음, 다시 아프간 바그람 미 공군기지로 향하는 유엔(UN) 구호기에 탔다. 현지에 도착한 뒤 바이든은 새로 연지 얼마 안 된 미국 대사관에 머물렀다. 프리드먼은 그곳에 수세식 변기도 없었고 수돗물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민간인인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스가 소유한 현지 거처에 머물렀다. 프리드먼은 당시 카불에 대한 첫 인상을 ‘중동의 그라운드 제로(대폭발의 중심지)’라고 표현하며 “차라리 달에 국가를 건설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바이든과 프리드먼은 함께 유누스 카누니 당시 아프간 임시정부 내무장관도 만났다. 두 사람이 장관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 벽에 걸려 있는 것은 아프간 대통령의 사진이 아니라 숨진 민병대 지도자의 사진이었다. 그 지도자는 9·11테러 전에 암살됐다. 현직 장관이 집무실에 무장조직 지도자의 사진을 걸어뒀다는 것은 그만큼 아프간이 복잡한 나라고, 부족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프리드먼은 전했다. 바이든 일행은 차량으로 이동하는 도중 아프간 거리의 모습을 마주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사람이 자전거 페달을 힘겹게 밟는 모습, 변기 물로 세차를 하는 사람들, 흰 당나귀가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이들은 봤다. 프리드먼은 “슬프고 기괴한 장면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아프간 정부는 돈이 없어 공무원들에게 월급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터졌다. 바이든과 프리드먼 일행이 귀국편에 오르기로 한 날 악천후가 심해 바그람 공군기지의 비행편이 취소됐다. 저녁 늦게서야 겨우 미군 수송기에 탑승하려 했지만 군인과 항공관제사가 이들을 가로막았다.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의 지시를 받은 이들이 “민간인(프리드먼)은 군용기에 탈 수 없다”며 제지한 것이다. 바이든이 현직 상원 외교위원장인데도 불구하고 럼스펠드는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고 프리드먼은 전했다. 바이든은 매우 냉정했고 짜증을 내진 않았지만 나지막하게 “화가 난다(pissed)”고 프리드먼에게 말했다. 럼스펠드는 미 국장방관을 두 번 지낸 인물이다. 43살 때 13대 장관을 지냈고, 69살 때 21대 장관을 지냈다. 미 역사상 최연소 국방장관, 최고령 국방장관 타이틀을 모두 가졌다. 그는 재임 중 이라크 전쟁을 치르면서 아프간까지 전선(戰線)을 넓혀 일각에서는 “미국을 전쟁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란 비판도 받았다. 러시아를 무너뜨리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고 백악관에 건의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바이든은 직접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콜린? 조 바이든입니다. 지금 아프간 바그람 공군지기 활주로에 서서 군 수송기를 타려고 하는데 국방부에서 민간인을 태우지 말라고 합니다. 폐를 끼쳐 죄송하지만 저희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라고 말했다. 파월은 “조!(바이든을 이렇게 불렀다) 내가 항공 관제사와 이야기 해볼게”라고 한 뒤 “관제사에게 전화를 좀 바꿔달라”고 했다. 예상치 못하게 전 합참의장이자 현직 국무장관과 통화하게 된 관제사는 ‘사색’이 됐다. 그는 통화가 끝난 뒤 “탑승하셔도 됩니다”고 했다. 바이든 일행은 이후 파키스탄을 거쳐 바레인으로 이동했다. 프리드먼은 “아프간에 들어가는 것보다 빠져나오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프리드먼은 지난해 미 대선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난 12월 바이든을 인터뷰했다. 그는 공식 인터뷰를 마친 뒤 바이든에게 “우리의 아프간 방문과 막판의 그 미친 짓들(all the craziness)을 기억하나. 난 결코 잊지 않았는데”라고 물었다. 이에 바이든도 “나도 잊지 않았다”고 대답했다고 프리드먼은 전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의 미군을 올 9월 11일까지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아프간 전쟁은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다. ‘20년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까지 미국 대통령만 4명이 나왔다. 2400여 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었고, 미국이 쏟아 부은 돈은 약 2231조 원에 달한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철군을 결정했지만 워싱턴 일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군이 빠져나오면 아프간의 상황이 불안정해지고 다시 테러 위협이 고개를 들 것이라는 우려다. 프리드먼은 “아프간을 변화시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가치가 있지만 큰 도움은 안 됐다”며 바이든의 입장을 옹호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처럼 부족 문화가 뿌리 깊고 남성 중심, 이슬람 근본주의가 강한 곳에 서구 정치 문화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어리석었다”고 했다. 이웃 나라인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의 서구화를 경계하며 미국이 실패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프리드먼은 “단기적으로는 미군 철수가 아프간에 재앙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베트남처럼 스스로 균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20년 전처럼 지금도 나는 아프간에 대해선 겸허하고 애증이 엇갈린다. 바이든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오세아니아의 이웃 나라이자 경제 교류가 밀접한 호주와 뉴질랜드가 19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역 및 격리 없이 자유롭게 상대 국가를 오갈 수 있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을 시작했다. 앞서 1일 대만과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 역시 트래블 버블을 시작했지만 미중 갈등 와중에 미국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고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성격이 커서 호주와 뉴질랜드가 세계 주요국 중 사실상 최초로 트래블 버블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19일 “호주인과 뉴질랜드인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말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역시 “가족과 친구에게 자랑스러운 날이자 신나는 날”이라고 말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지난해 3월 국경을 닫았다. 7개월 후 호주는 뉴질랜드 탑승객에 대해 격리 조치 없이 입국하도록 허용했으나 뉴질랜드는 호주의 코로나19 상황을 우려해 입국을 허락하지 않았다.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 뉴질랜드와 호주는 모두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독립했다. 같은 언어(영어)를 쓰고 한 국가처럼 혈맹을 유지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는 두 나라의 왕래, 체류, 취업 등이 매우 자유로웠기에 양국에 각각 흩어져 생활하는 가족들도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동안 상당수가 이산가족으로 지내야 했다. 이날 양국 주요 공항에서는 오전 2시부터 탑승객들이 열리지 않은 공항 문 밖에서 줄을 서서 탑승을 기다렸다. 항공사 역시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에어뉴질랜드는 승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2만4000여 명분의 스파클링 와인을 준비했다. 양국 언론 역시 승객들의 표정과 비행 상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양국 공항 곳곳이 사랑을 소재로 한 유명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촬영장이 된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양국의 트래블 버블을 가능케 했던 요인은 우수한 방역 성과로 풀이된다. 19일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2600만 명의 호주와 486만 명의 뉴질랜드는 누적 확진자가 각각 2만9000명, 2500명에 불과해 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호주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30명을 거의 넘지 않고 있다. 뉴질랜드는 올해 2월부터 거의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의 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자유 왕래를 통한 경제 회복 기대감을 높인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호주는 뉴질랜드의 2위 수출국 겸 2위 수입국이다. 코로나19 창궐 전에는 뉴질랜드의 외국인 관광수입 중 40%가 호주 관광객으로부터 나왔다. 남반구의 겨울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뉴질랜드의 스키 시즌이 개막했다는 점도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뉴질랜드에 호재로 꼽힌다. 뉴질랜드 관광객도 호주 경제에 매년 약 2조2352억 원을 기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확산되면서 트래블 버블을 택하는 나라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호주는 싱가포르, 미국 등과 트래블 버블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 또한 지난해 11월 무산됐던 자유여행을 재추진할 뜻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호주와 뉴질랜드는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 언제든 이번 조치를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맞섰다가 투옥 중인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건강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의 개인 주치의인 야로슬라프 아시크민은 17일 “나발니가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다”며 치료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아시크민은 페이스북에서 “나발니의 치명적인 부정맥 증상이 언제든 발현할 수 있다. 그를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다”고 러시아 당국에 호소했다. 아시크민을 포함한 나발니 주치의 4명은 교도소 측에 “나발니를 직접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교도소 측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다른 주치의 아나스타샤 바실리예바는 트위터에 “혈중 칼륨 수치가 L당 6.0mmol(밀리몰)을 넘어서면 중환자실로 옮겨야 하는데 나발니는 7.1mmol로 나타났다”며 “이는 신장 기능이 손상됐고 심장 박동과 관련해 언제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시도 “나발니가 죽어가고 있다. 지금 상태를 고려하면 며칠 내가 될 수도 있다”며 나발니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 나발니의 상태를 전해 들은 후 취재진에게 “아주, 아주 불공평하고 정말로 부당하다. 그는 독극물 중독을 겪고 단식 투쟁까지 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를 비판했다.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J K 롤링 등 세계적인 유명 인사 70여 명은 16일 푸틴 대통령을 향해 “나발니가 즉시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해달라. 푸틴 대통령은 법을 지켜야 한다”며 프랑스 르몽드,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을 통해 공개서한을 보냈다. 로이터는 미 스탠퍼드대에 다니는 나발니의 딸 다샤가 트윗으로 아버지의 치료를 간절히 요청했다고 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중국 금융당국이 앤트그룹의 최대 주주인 마윈(馬雲·사진) 알리바바 창업자의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나도록 요구했다고 17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앤트그룹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중국 정부를 비판했던 마윈을 향한 중국 정부의 압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런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마윈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마윈을 앤트그룹 경영에서 퇴출시킬 것을 알리바바에 요구했다. 마윈이 가진 지분을 중국 당국 측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안도 검토됐다. 중국 당국은 “마윈이 자신과 가까운 기업이나 개인에게 지분을 넘기진 못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앤트그룹은 “마윈의 지분 매각은 누구와도 논의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최소 세 차례 이상 매각 논의가 진행됐으며 당국의 압박 때문에 앤트그룹 내에서도 몇 개월 전부터 ‘마윈 퇴진’ 방안이 검토됐다고 전했다. 앤트그룹은 마윈이 창업한 전자상거래 그룹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핀테크 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마윈은 앤트그룹 지분의 10%를 보유하고 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한 행사에서 “중국 정부가 엄격하고 지나치게 보수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말해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났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발언을 전해듣고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을 중단시켰고 알리바바에 반독점법 위반을 적용해 3조 원대 벌금도 부과했다. 로이터는 마윈이 앤트그룹에서 손을 뗀다면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 상장을 허락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달성한 이스라엘이 18일(현지 시간)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방역 실패국’이란 오명을 썼던 이스라엘은 백신 확보에 명운을 걸고 총력을 기울인 끝에 세계에서 최초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실외 노 마스크’를 선언한 국가가 됐다. 이날 이스라엘에서는 거리와 해변 관광지 등에서 대부분의 시민이 마스크를 벗었다. 실외에서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도 있었다. 앞서 율리 에델스테인 이스라엘 보건장관은 “개방된 공간에서는 마스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18일부터 의무 착용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실내에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유지됐다. 학교도 완전히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현지 언론 예루살렘포스트는 “학생들은 더 이상 개방된 공간에서 식사할 때나 체육 수업 중에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보도했다. 이틀 전(16일) 이스라엘 교육부는 18일부터 ‘정상적인 전면 등교수업’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의 모든 학교가 주 6일 수업과 방과 후 수업까지 재개했고, 코로나19와 관련해 교사, 학생에게 내려졌던 의무 조치들도 해제됐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방역 책임자인 나흐만 아시 텔아비브대 의대 교수는 “추가적인 재확산이 없다면 내달부터 모든 경제가 완전히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시 교수는 “건물 내부로 들어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말했다. 그는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까지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선 현재 논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EPA통신은 ‘실외 노 마스크’ 조치가 시행되기 하루 전인 17일 이스라엘의 최대 도시 텔아비브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한가롭게 걷는 시민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들은 선글라스에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4월의 봄볕을 만끽했다. 수백 명 중 일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쓰지 않은 채였다. 서로 손을 잡거나 부둥켜안고, 얼굴과 입술을 마주 보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이스라엘 국민에게 일상을 돌려준 건 역시 ‘백신의 힘’이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16일까지 이스라엘 국민 534만1887명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그중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496만5696명이다. 이스라엘 총인구(878만9776명·2021년 유엔 통계)의 61%가 적어도 한 번은 백신을 맞은 셈이다.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어린아이들이나 임신부 등을 고려하면 대상 인구의 90%는 백신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19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1월만 해도 일일 확진자가 1만213명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빠르게 줄어 최근에는 150∼200명 사이를 오가고 있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일상 회복의 기쁨을 전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으로 고난을 이겨냈고 왕관을 되찾았다”며 해변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만끽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비키니 등 수영복 차림으로 춤을 추고 수영과 산책을 즐겼다. 세계 최대 코로나19 피해국인 미국도 ‘백신 속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8일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까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58만756명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7일까지 18세 이상 중 2차 접종을 끝낸 사람은 약 8220만 명으로 31.8%에 달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주에서 기저질환 유무나 연령 등에 상관없이 성인이면 모두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돼 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중국 금융당국이 앤트그룹의 최대 주주인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의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나도록 요구했다고 17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앤트그룹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중국 정부를 비판했던 마윈을 향한 중국 정부의 압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마윈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마윈을 앤트그룹 경영에서 퇴출시킬 것을 알리바바에 요구했다. 마윈이 가진 지분을 중국 당국 측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안도 검토됐다. 중국 당국은 “마윈이 자신과 가까운 기업이나 개인에게 지분을 넘기진 못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앤트그룹은 “마윈의 지분 매각은 누구와도 논의 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최소 세 차례 이상 매각 논의가 진행됐으며 당국의 압박 때문에 앤트그룹 내에서도 몇 개월 전부터 ‘마윈 퇴진’ 방안이 검토됐다고 전했다. 앤트그룹은 마윈이 창업한 전자상거래 그룹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핀테크 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마윈은 앤트그룹 지분의 10%를 보유하고 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한 행사에서 “중국 정부가 엄격하고 지나치게 보수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말해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났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발언을 전해듣고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을 중단시켰고 알리바바에 반독점법 위반을 적용해 3조 원 대 벌금도 부과했다. 로이터는 마윈이 앤트그룹에서 손을 뗀다면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 상장을 허락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맞섰다가 투옥 중인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건강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의 개인 주치의인 야로슬라프 애시크민은 17일 “나발니가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다”며 치료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애시크민은 페이스북에서 “나발니의 치명적인 부정맥 증상이 언제든 발현할 수 있다. 그를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다”고 러시아 당국에 호소했다. 애시크민을 포함한 나발니 주치의 4명은 교도소 측에 “나발니를 직접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교도소 측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다른 주치의 아나스타샤 바실리에바는 자신의 트위터에 “혈중 칼륨 수치가 리터당 6.0 m㏖(밀리몰)을 넘어서면 중환자실로 옮겨야 하는데 나발니는 7.1m㏖로 나타났다”며 상태가 위중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장 기능이 손상됐고, 심장 박동과 관련해 언제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슈는 “나발니가 죽어가고 있다. 지금 상태를 고려하면 며칠 내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 나발니의 상태를 전해들은 후 취재진에게 “아주, 아주 불공평하고 정말로 부당하다. 그는 독극물 중독을 겪고 단식 투쟁까지 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를 비판했다.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비치와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J. K 롤링 등 세계적인 유명인사 70여 명은 16일 푸틴 대통령을 향해 “나발니가 즉시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해달라. 푸틴 대통령은 법을 지켜야 한다”며 프랑스 르몽드,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을 통해 공개서한을 보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항공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 이후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올 1월 러시아에 귀국했다가 공항에서 체포된 뒤 투옥 중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단식 투쟁을 선언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초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핵 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미 의회 청문회에서 잇달아 제기됐다. 미군 고위 관계자와 정보수장들은 북한이 미국의 동맹을 약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핵 실험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14일(현지 시간) 글렌 밴허크 미 북부사령관은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자료에서 “북한 정권은 2018년 발표한 일방적 핵 및 ICBM 실험 모라토리엄(유예)에 더는 구속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또 “이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머지않아 새로운 ICBM의 비행 시험을 시작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이 핵무장 ICBM으로 미 본토를 위협하는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시도에서 ‘걱정스러운 성공(alarming success)’을 거뒀다”고도 했다. 이어 “(미국의) 차세대요격기(NGI)는 북한 탄도미사일 역량과 능력을 제압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 방안도 밝혔다. 이는 지난달 16일 밴허크 사령관이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제출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북한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담기진 않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주의깊게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부사령부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미 본토 방어 강화를 위해 2002년 설립됐다. 북아메리카 대륙을 책임 지역으로 담당하고 있으며 미 육해공군 및 해병대의 북부사령부를 총괄한다. 같은 날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가 개최한 ‘전 세계적 위협’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사이를 틀어지게 만들고 싶을 것”이라며 “그 시도에 핵무기 실험 재개와 ICBM 시험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자신의 안보 환경을 재구성하기 위해 공격적이고 잠재적으로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들을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을 미국에 대한 위협 세력으로 지목하며 그 중 중국을 ‘견줄 데 없는 미 정보당국의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DNI 국장은 미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자리다. 전날(13일)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도 ‘연례위협 보고서’에서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 내에서 이길 수도, 멈출 수도, 그렇다고 떠날 수도 없는 이른바 ‘끝나지 않는 전쟁(Endless war)’으로 불렸던 미국의 최장기 해외 전쟁인 아프가니스탄전이 9·11테러 20주년이 되는 올해 9월 11일에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 전쟁 중 재임한 미국 대통령만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까지 4명이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3일 “당초 5월로 예정됐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계획을 4개월 늦은 9월 11일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14일(한국 시간 15일)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에 관한 계획과 일정을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발표 후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아프간에서 전사한 미군을 추모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년간 아프간에서는 2400명의 미군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고 2만 명이 다쳤다. 미국이 아프간전쟁에 쏟아부은 예산이 2조 달러(약 2231조 원)가 넘는다. AP통신은 13일 백악관 고위 당국자 또한 “5월 1일 전에 잔여 병력의 질서 있는 감축을 시작하고 9월 11일 전에 모든 미국 병력을 빼낼 것”이라며 아프간 철군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탈레반(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 공격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철군 일정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집권 내내 해외 주둔 미군 철수를 주창했던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해 2월 탈레반과 올해 5월까지 철군을 마무리하겠다고 합의했다. 이후 당초 1만5000명이던 아프간 주둔 미군을 2500여 명으로 줄였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 미 정계 일각에서 가뜩이나 불안한 아프간 정세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며 철군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과감히 철군하지 않으면 아프간전쟁을 영원히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철군 결정을 밀어붙인 배경으로 풀이된다. 9·11테러 직후 당시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이 테러 배후인 수니파 무장단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며 “빈라덴을 미국에 넘기라”고 압박했다. 탈레반이 거부하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과 아프간을 침공해 전쟁이 발발했다. 탈레반의 집요한 저항과 다민족 다언어 국가인 아프간의 복잡한 국내 정세 등으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피로감이 상당한 상태다. 영국도 아프간 철군에 동참한다. 13일 영국 더타임스는 영국이 아프간 주둔 영국군의 훈련을 지원하는 ‘사막의 샌드허스트’ 작전 통제권을 아프간 정부에 넘길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아프간에는 영국군 약 750명이 주둔하고 있는데 미군의 시설과 지원이 없으면 독자 주둔은 어려운 상태다. 나토도 미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독일 국방장관은 14일 독일 ZDF방송에 출연해 “나는 질서정연한 철군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나토는 미국과 계획을 맞춰 9월 11일까지 아프간 철군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3일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감축 입장을 밝혔던 독일 주둔 미군을 오히려 500명 늘릴 뜻을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