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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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장바구니에 담은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leemail@donga.com

취재분야

2026-02-24~2026-03-26
문화 일반25%
역사23%
미술21%
인사일반15%
문학/출판6%
음악4%
요리/음식4%
언론2%
정치일반0%
  • 관용이 메마른 사회, 어느 범죄자의 ‘출소 후 24시간’

    “신작을 자평하자면 ‘성의 있는 연극’. 서울시극단이 공립극단인 만큼 누가 봐도 쉽고 재밌도록 정성껏 만들었어요. ‘겟팅아웃’이 관객을 대하는 마음은 선량합니다.” 23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 연극 ‘겟팅아웃’의 연출을 맡은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55·사진)의 말이다. 이번 작품은 제52회 동아연극상 대상작인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을 통해 스타 연출가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가 지난해 9월 서울시극단 단장에 취임한 뒤 내놓은 첫 연출작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겟팅아웃’은 희곡 ‘잘자요, 엄마’로 1983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한 미국 유명 극작가 마샤 노먼(76)이 1977년 발표한 희곡이다. 부모에게도 보호받지 못한 10대를 거쳐 8년의 복역을 마친 주인공 알린이 출소 후 24시간 동안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알린은 과오로부터 벗어나려 고군분투하지만 쏟아지는 건 비난뿐이다. 어른이 된 알린 역은 배우 이경미가, 어린 알린은 유유진이 캐스팅됐다. 이 외에도 배우 강신구 정원조 등 서울시극단 단원 5명이 모두 출연한다.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고 단장은 “인간은 모두 작고 외로운 존재인데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단 서로 따지려 든다. 그렇다 보니 과오가 남긴 상흔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쉽지 않다”며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사회가 갈수록 너그러움을 잃어가는 게 아닌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 무대를 움직이는 중심축이란 점이다. 알린의 심경의 변화에 따라 주 무대 조명인 차가운 백색 조명이 주황색으로 바뀌었다가 창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빛으로 표현되는 식이다. 고 단장은 “흐르는 감정에 극을 의지하는 것이 만만찮았다”며 “보석 같은 단원들이 약속한 선을 잘 지켜준 덕에 안정감 있는 무대가 됐다”고 했다. 고 단장은 9월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데이트 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치환한 연극을 연출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을 본 관객들이 다음 작품인 ‘카르멘도 궁금한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게 목표예요. 서울시극단을 연극의 ‘스탠더드(standard )’로 만들고 싶습니다.” 7월 9일까지, 3만∼5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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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년 만에 연극무대 선 손석구… “너무 맑고 순수한 ‘신병’ 연기, 때묻은 내가 할 수 있나 고민”

    “5, 6년 전부터 연극 무대로 돌아오고 싶었어요. 다만 기회가 닿지 않았죠. 공연 첫날, 사랑하는 연기를 관객 앞에서 원 없이 해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20일 시작된 연극 ‘나무 위의 군대’로 9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대세 배우’ 손석구(40)가 말했다. LG아트센터 서울에서 27일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대본을 보자마자 너무 출연하고 싶었다”며 “오늘날 한국 관객들이 볼 때도 가장 와닿는 작품일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드라마 ‘D.P.’(2021년), ‘나의 해방일지’(2022년), 영화 ‘범죄도시2’(2022년)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손 씨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티켓 판매를 시작하자 전석 매진됐다. ‘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2년 동안 나무 위에 숨어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일본 대표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1934∼2010)의 유작을 극작가 겸 연출가 호라이 류타(47)가 대본으로 만들어 2013년 도쿄에서 초연했다. 살아남는 것에 부끄럼 없는 신병 역은 손 씨가, “살아남은 것은 수치”라며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상관 역은 배우 이도엽과 김용준이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두 병사는 낮에는 적군의 야영지를 살피고 밤에는 몰래 나무에서 내려와 식량을 구하며 목숨을 부지한다. 손 씨는 “신병은 상관이 옳다고 믿지만 진심으로 이해할 수는 없기에 마음속 부조리가 움튼다. 하지만 계급이 달라 싸우지도 못한다. 이건 가족과 직장, 학교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다. 지금껏 출연한 작품에서 보지 못한 주제라 강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캐나다에서 연극 ‘피라무스와 티스베’로 배우의 첫발을 뗀 연극인 출신이다. 그는 중학교 때 미국으로 가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연극 ‘오이디푸스의 왕’(2011년), ‘사랑이 불탄다’(2014년)에 출연하며 연기 생활을 이어갔다. 손 씨는 “상관 역을 맡은 도엽이 형이 연습 초반 ‘무대라고 해서 손을 다르게 쓰려 하지 말고 카메라 앞에서처럼 해라’라고 조언해줬다”며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섰지만, 연습 과정에서 알맞은 연기를 찾아 갔다”고 했다. 한때 코미디언을 꿈꿨다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느긋하고 순진한 신병 역을 매끄럽게 소화해낸다.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와 능청스러운 유머로 엄중한 서사에 여유를 더한다. 적군이 내다버린 쓰레기 더미에서 식량을 찾아 먹는 그에게 상관이 “맛있냐”고 호통치자 그는 한껏 쭈그러든 어깨로 “네, 맛있어요”라고 답하며 관객의 웃음을 유도한다. 손 씨는 “신병 캐릭터가 그간 해왔던 배역과 많이 달랐다”며 “나처럼 때 묻은 사람이 이렇게 맑고 순수한 사람을 연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나무의 혼령으로서 무대 위에 있지만 두 병사에겐 들리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여자’ 역은 배우 최희서(37)가 맡았다. 나무 둥치 사이사이를 그림자처럼 돌아다니며 두 병사를 관조하고, 짧지만 굵은 대사로 전쟁의 의미를 묻는다. 신병에게 살의를 느끼는 상관을 향해 “전쟁터에선 부끄러움을 모르는 괴물이 태어난다”고 읊조리는 등 사유의 깊이를 더한다. 최 씨와 손 씨는 9년 전 연극 ‘사랑이 불탄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최 씨는 “당시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각자 통장에서 100만 원씩 꺼내 5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5일 정도 공연했다. 이번 공연은 손석구 씨가 ‘다시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 함께 서게 됐다. 어마어마한 무대를 보며 매일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8월 12일까지, 6만6000∼7만7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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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양공주’ 낙인 피해 떠난 곳엔 ‘전쟁 신부’의 삶이

    ‘솔(soul) 푸드.’ 원래 미국 노예제 시대 흑인들의 애환이 깃든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간 이들은 싸구려 식재료를 고향의 방식대로 요리해 먹으며 폭력에서 살아남았다. 그들에게 음식은 그리움의 종착점이기도 했다. 책은 한국판 솔 푸드에 관한 이야기다. 1972년 미군 기지촌에서 일하던 31세 여성 군자는 백인 미국 남성을 만나 태평양을 건넜다.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던 워싱턴주의 시골 마을에서 미국인이 되고자 영어와 미국 요리를 배우며 고군분투했다. 딸이 한국 땅에서 ‘양공주 자식’이라고 놀림받는 대신 비교적 평범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딸이 열다섯 살이 되던 해, 군자는 마음의 문을 닫고 스스로를 완전히 고립시켰다. 갑자기 조현병이 온 탓이다. 발병 후 군자는 음식을 거부했고, 혼잣말을 반복했다. 일본으로 강제 징용된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군자가 미국에 오게 된 건 사실상 ‘미국인과 동침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군자는 이역만리에 닻을 내리려고 노력했지만 돌아온 것은 허망하게도 ‘전쟁 신부’, ‘차이나 돌’ 같은 혐오와 낙인이었다. 고국에서도, ‘자유의 땅’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군자를 두고 저자는 말한다. “결코 살아남을 운명이 아니었다”고, 그리고 그건 ‘사회적 죽음’이라고. 굳게 닫힌 군자의 세상을 비집고 들어간 건 다름 아닌 딸이 만든 한식이었다. 딸은 미국에서 들어본 적조차 없던 생태찌개를 끓이고, 생일 밥상에 갈비와 콩나물무침을 올렸다. “한국 음식은 엄마의 과거를 보드랍게 놓아줬고 단조로운 삶을 조직하는 봉홧불이 됐다.” 군자는 2008년 건강이 악화돼 67세에 세상을 떠났다. 짐작하겠지만 저자는 군자의 딸이다. 미국 브라운대와 하버드대를 거쳐 현재 뉴욕 시립 스태튼아일랜드대에서 사회학·인류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낙인으로 얼룩진 어머니의 삶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며 전후 한인 이주여성의 삶의 궤적을 탐구했다. 저자는 군자가 겪어야 했던 고난이 “미국 군사주의와 한국의 독재 정권, 외국인 혐오가 평범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조직적 폭력”이라고 말한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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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K팝 아이돌처럼”… 발레-축구 유니폼 패션 열풍

    K팝 아이돌이 주도하는 ‘코어패션’(발레복, 축구복 등 비일상적 옷을 활용한 패션)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뉴진스가 데뷔곡 ‘어텐션’ 뮤직비디오에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면서 스포츠 유니폼을 일상복과 같이 입는 패션 열풍이 분 데 이어 최근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선보인 바비 인형 스타일 패션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급부상한 건 바비 인형처럼 선명하고 화려한 분홍색을 앞세운 패션인 ‘바비코어’다. 22일 온라인 패션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한 달간 핑크 등 바비코어와 관련된 단어의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증가했다. 분홍색 가방과 신발 매출도 같은 기간 각각 35%, 50% 늘었다. 바비코어의 유행을 이끈 건 걸그룹 멤버들이다. (여자) 아이들은 ‘퀸카’ 뮤직비디오에서 핫핑크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현아, 소녀시대 출신 제시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핑크색 패션을 소화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발레 토슈즈 앞코를 빼닮은 메리제인 슈즈, 나풀거리는 짧은 치마 등 지난해 가을부터 유행한 ‘발레코어’는 올해 여름 시원한 소재로 만든 제품으로 변주되고 있다. 발레코어 열풍을 이끈 이는 블랙핑크 멤버 제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유명 브랜드의 발레코어 제품을 입은 모습을 자주 선보이고 있다. 트와이스 멤버 나연, 스테이씨 시은과 윤 역시 무대 의상으로 발레 의상인 튀튀 같은 풍성한 치마를 애용했다. 레드벨벳 슬기, 르세라핌 채원이 입어 화제가 된 등산화나 캠핑용 외투를 활용한 ‘고프코어’도 인기다. 고프코어는 야외 활동을 할 때 주로 챙기는 음식인 견과류를 뜻하는 ‘고프(Gorp)’에서 따온 말이다. 인스타그램에 ‘고프코어’ 해시태그로 올라온 게시물은 22일 현재 6만2000개다. 관련 제품의 매출도 늘었다. 미국 아웃도어 신발 브랜드 ‘킨(KEEN)’은 올해 1분기(1∼3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90% 증가했다. 스포츠 유니폼도 핫한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다. ‘블록코어’는 영국에서 사내를 뜻하는 속어 ‘블록(Bloke)’과 ‘놈코어(norm-core·평범하지만 포인트가 있는 패션)’를 합성한 단어로, 스포츠 유니폼에서 영감을 얻은 패션을 말한다. 지난해 7월 뉴진스 민지가 데뷔곡 ‘어텐션’ 뮤직비디오에서 하늘색 축구 유니폼을 입어 인기를 선도했다. 지난해 9월 블랙핑크 제니가 ‘핑크 베놈’ 뮤직비디오에서 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은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MZ세대의 특성과 아이돌에 대한 선망이 맞물리며 아이돌이 입는 옷을 일상에서도 즐겨 입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튀는 걸 곱게 보지 않는 우리 문화의 특성상 아이돌 콘셉트를 따라 하되 평소에 입을 수 있게 무난하게 변형하는 팬들이 많다”고 했다. 코어패션이 인기를 끄는 데는 분홍색 투피스,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스포츠 양말 등 몇 가지 아이템만 있으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패션 아이템이 구체적일수록 스타일을 따라 하기 수월하고, 기업은 비슷한 제품을 만들기 쉬워 유행이 빠르게 확산된다”며 “팬들이 SNS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스타 패션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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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세 워킹맘 강미선, ‘무용계 아카데미상’

    “아이에게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꿈이었어요. 시상식에 같이 오진 못했지만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춤추는 걸 남편과 아이가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봤으니 꿈을 이뤘죠. ‘이걸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큰 상을 받았습니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수상한 발레리나 강미선(40·사진)이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소감을 밝혔다. 그의 수상은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 발레리노 김기민(2016년), 발레리나 박세은(2018년)에 이어 한국 무용수로는 다섯 번째다. 강미선은 이들 가운데 ‘워킹맘 발레리나’로서 처음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내 양대 발레단 중 하나인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수석무용수다. 강미선은 20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중국 국립발레단의 추윈팅과 공동으로 상을 받았다. 함께 후보에 올랐던 파리오페라발레단(BOP)의 수석무용수 도로테 질베르,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메이 나가히사 등 세계적인 발레 스타들을 제친 것이다. 강미선은 올해 3월 선보였던 창작발레 ‘미리내길’에서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과부 연기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시상식 당일 열린 갈라 콘서트에서도 ‘미리내길’을 선보였다. 그는 “올해 발목 부상과 폐렴으로 입원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상으로 위로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어 “공연이 마음에 안 들면 절대 박수를 안 친다는 볼쇼이 극장장님이 어제 박수를 치셨다고 들었다. 한국적 정서가 잘 전달돼 감격스럽다”며 웃었다. 그는 선화예중·고등학교와 미국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를 거쳐 2002년 UBC 연수단원으로 입단했다. 2012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이듬해 UBC 동료인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결혼했다.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한 뒤 5개월 만인 지난해 3월 발레 ‘춘향’을 통해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강미선은 “결혼과 출산 후 춤추는 시간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낀다”며 “발레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전보다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모든 걸 쏟아붓는다”고 말했다. 문훈숙 UBC 단장은 “올해 후보들이 워낙 쟁쟁해 심사위원들이 두 번에 걸쳐 투표했다고 들었다”며 “강미선 발레리나는 어떤 작품이든 믿고 맡기는 무용수다. 풍부한 감정 연기와 표현력을 지녔고 작품을 연구하는 자세와 기술이 뛰어난 노력파”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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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A 다큐멘터리 ‘밤하늘 구하기’… 방심위 ‘이달의 좋은 프로’ 최우수상

    채널A 다큐멘터리 ‘지구는 엄마다2―밤하늘 구하기’(연출 김해영)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방심위는 21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시상식을 열고 “별, 은하수 등 다양한 볼거리를 과학적이면서도 예술적으로 재해석해 환경 문제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는 참신한 구성이 돋보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4월 19일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별이 가득한 세계 각지의 밤하늘을 담는 한편 오늘날 심각한 빛 공해 문제를 드러낸 다큐멘터리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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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 발레로 풀어낸 ‘백조의 호수’… 맨발 무용수 26인의 외침

    흰색 튀튀를 입은 맨발의 발레리나들이 원형으로 모여 선다. 오른팔을 동시에 들어올려 천천히 손목을 굴린 뒤 손가락을 오므리는 모습은 호숫가에서 주위를 경계하는 야생 백조와 꼭 닮았다. 16마리의 백조로 분한 무용수들은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중 ‘정경’ 선율에 맞춰 등을 둥글게 말았다가 펴기를 반복하며 강렬한 군무를 펼친다.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22∼25일 국내 초연되는 프랑스 프렐조카주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2막 원형 군무 장면이다. 발레단을 이끄는 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66·사진)는 19일 서면 인터뷰에서 “작품의 백미로 꼽히는 2막 원형 군무는 고전 발레의 클리셰를 해체한 자유의 송가”라며 “발레 역사상 기념비적인 작품에 도전하는 일은 두렵지만 동시에 나를 깨어 있게 한다”고 밝혔다. 1995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상, 1998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은 그는 ‘현대 발레의 거장’으로 불린다. 파리오페라발레단(BOP), 볼쇼이발레단 등 세계적인 발레단과 손잡고 여러 작품의 안무를 짰다. 2020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백조의 호수’는 그가 ‘로미오와 줄리엣’(1996년), ‘스노 화이트’(2008년) 이후 12년 만에 내놓은 스토리 발레다. ‘백조의 호수’는 26명의 무용수가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2019년 ‘프레스코화’ 이후 4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주인공 오데트와 지크프리트의 사랑을 다룬 원작은 오늘날 환경 파괴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악마 로트바르트는 부패한 사업가로 탈바꿈해 호수 속 화석연료를 캐내려 한다. 오데트와 지크프리트는 각각 환경운동가, 시추기 판매회사의 상속자로서 함께 로트바르트에 맞서 싸운다. 프렐조카주는 “사랑 이야기를 유지하되 산업과 금융의 세계로 치환하고 싶었다”고 했다. 춤은 19세기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 버전을 토대로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3막 무도회가 열리는 궁정은 칵테일 파티장으로 옮겨갔다. 검은 옷을 입은 25명의 무용수는 ‘ㄷ’자 대형으로 의자에 앉아 양팔을 벌려 크게 날갯짓한다. 프티파 버전에서 권력을 상징하던 지크프리트의 어머니는 아들과 2인무를 추며 지크프리트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안무에는 실제 동물의 행동이 녹아 들었다. 그는 “내면의 충동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강조하려 했다”며 “새가 날아오르기 전 땅에서 쉬고 있는 자태를 팔의 움직임과 뛰어오르는 동작 등에 담아냈다”고 했다. 음악 역시 일부 곡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그는 “공연의 90%는 차이콥스키 음악으로, 나머지는 뮤지션 ‘75D’가 작곡한 빠른 비트의 현대음악으로 채웠다”며 “발레곡 이외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서곡도 사용했다”고 밝혔다. 5만∼11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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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만 출연해야 연극?… 자연속 존재까지 비추고 싶어”

    무대 한가운데 작은 느티나무 분재가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 실제 나무인 이 분재는 소품이 아니라 주인공이 될 것이다. 반은 로봇, 반은 인간인 주인공 릴리는 인간을 “섬기지도, 섬멸하지도” 않으며 극을 이끈다.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27일 초연되는 연극 ‘너의 왼손이 나의 왼손과 그의 왼손을 잡을 때’에서 ‘비(非)인간’들은 병풍 같은 존재에 그치지 않는다. 인류가 멸망한대도 저들만은 살아남아 다시 지구를 밝힐 것처럼 무대 깊숙이 뿌리를 내린다. ‘너의 왼손이…’의 연출과 극작을 맡은 정진새 연출가(43·사진)를 14일 만났다. 그는 “팬데믹 이후 생태에 관한 책을 읽으며 그간 연극이 인간성을 과도하게 찬미해왔다고 느꼈다”며 “다양한 생물종을 통해 인류세를 돌아보는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극은 생태주의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로 쓴 노아의 방주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불타오르자 인간과 로봇, 동식물이 뒤섞여 탄 배 8척이 대피에 나선다. 하지만 배 한 척당 하나의 종(種)만 스발바르 종자저장고에 남을 수 있다. 장애인 과학자, 동물원의 비버 등은 후대의 생존을 위한 확률 게임을 한다. 정 연출가는 “이들은 비주류를 의미하는 왼손으로 악수를 하며 낯선 교감을 하게 된다”고 했다. “연극은 세상의 거울이에요. 그러나 인간만 출연한 왜곡된 거울이었죠. 그 거울을 넓혀 자연 속 존재를 비추고 싶어요. 공상과학(SF) 연극은 SF 소설이나 영화에 비해 제약은 많지만 관객이 눈앞의 배우를 통해 인간 이외 존재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칫 근엄해질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서사는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쓴웃음으로 균형을 맞췄다.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두고는 “열매를 맺으려면 두 그루를 심어야지. 자기 손으로 (나무를) 키워본 적 없는 멍청한 인간”이라 비꼰다. 정 연출가는 “연극은 재미있어야 한다. 조심스럽다고 유머를 포기하기보단 잘 웃기려 고민한다”고 했다. 정 연출가는 지난해 국립극단과 선보인 SF 연극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로 올해 1월 제59회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너의 왼손이…’는 물리학과 진화론, 생태학 등이 맞물려 세계관이 더 세밀해지고 방대해졌다. 그는 “마블 영화와 그래픽 노블, SF 문법을 잘 아는 양근애 평론가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했다. “과학자와 달리 예술가는 감각적 논리만 있고 근거가 없죠. 사회를 설득하려면 작품에도 근거가 필요해요. 언젠간 영화 ‘어벤저스’처럼 제 작품 간 세계관도 연결해보고 싶습니다.(웃음)” 다음 달 15일까지, 전석 3만5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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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관 출신 늦깎이 화가…김교식 첫 개인전

    김교식 작가(71)의 첫 개인전 ‘2023 시간과 공간의 재현’이 14~19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인사1010에서 열린다. 국내외 풍경화,극사실주의 인물화 등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미메시스-비상’ 등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한 작품도 전시한다.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김 작가는 10여 년 전 은퇴한 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기획관은 “추상과 재현의 경계를 넘나들며 신선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작가”라고 평했다. 무료.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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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도 공연 즐겨요”… 수어통역-무대 알려주는 모형 제작도

    “공연장으로 들어서면 무대 왼편의 불투명한 격자무늬 창문이 천장을 반 정도 덮습니다. 해가 지면 창문을 통해 석양이 비집고 들어오고, 그 아래 따뜻한 갈색 톤의 카펫이 깔려 있습니다. 카펫 위 가죽 소파의 재질은 모형 옆 샘플을 만져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앞에서 연극 ‘20세기 블루스’가 시작되기 전 시각장애인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이 진행됐다. 공연장 입구에서 실제 무대를 약 5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모형을 직접 만져 보며 음성 해설을 들을 수 있는 ‘무대 모형 터치 투어’다. 모형을 만지며 해설을 듣다 보면 등장인물의 동선과 작품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이청 접근성 매니저는 “무대 위 소품의 배치와 각 소품이 갖는 의미에 중점을 두고 해설한다”며 “전문 음성해설사, 무대디자이너와 2∼3개월간 함께 작업했다”고 말했다. 17일까지. 장애인도 감상할 수 있게 한 ‘배리어프리’ 공연이 다양해지면서 휠체어석이나 자막을 제공하던 것을 넘어 장애인 관객이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무대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22∼25일 공연되는 연극 ‘우리 읍내’는 모든 회차에서 수어통역사 5명이 배우들의 대사를 통역한다. 농인 배우 2명과 청인 배우 14명이 출연해 1980년대 경북 울진군에 사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다. 수어통역사 5명은 매일 최소 4시간씩 모여 연기를 연습한다. 새마을 회장 황혁찬 역을 통역하는 조유나 수어통역사는 “연기 톤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둔다”며 “대사에서 ‘뭐라카노’ 같은 경상도 말맛을 살리기 위해 수어 동작은 날리듯이, 표정 연기는 강하게 한다”고 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도 대사를 그대로 전하는 것을 넘어 인물의 감정에 따라 글자 크기를 조절하거나 말풍선 등 장치를 더해 배우의 연기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틴에이지 딕’에서는 주인공이 속마음을 말하는 독백 장면에서 기존 고딕체 자막을 손글씨로 바꿔 말풍선 안에 집어넣었다. 국립극단 연극 ‘몬순’을 비롯해 2018년부터 배리어프리 공연 57편을 제작해 온 강내영 사운드플렉스스튜디오 대표는 “배리어프리를 구현하는 방식이 하나의 창작물로 여겨지는 분위기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연극, 무용 등 창작자들이 음성해설의 경우 이어폰을 통해 원하는 사람만 들을 수 있게 한 기존 방식에서 더 나아가 해설이 필요한 부분을 작품에 녹여 누구든 들을 수 있게 하는 방식까지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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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석 명곡들 들려주는 뮤지컬 2편 무대에

    김광석(1964∼1996)의 명곡들로 구성된 뮤지컬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그날들’과 ‘다시, 동물원’이다. 두 작품 모두 ‘서른 즈음에’, ‘변해가네’, ‘사랑했지만’ 등 김광석의 대표곡으로 구성됐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다음 달 12일 개막하는 뮤지컬 ‘그날들’은 2013년 초연 후 누적 관객 수 55만 명을 넘었다. 1992년 청와대 신입 경호원인 정학과 무영, 그리고 한중 수교식의 비밀을 알고 있는 통역사 ‘그녀’를 둘러싼 실종 사건을 다룬다. 배우 유준상 엄기준 오만석 이건명이 정학 역을, 지창욱 김건우 오종혁 영재가 무영 역을 맡는다. 9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24일 개막하는 ‘다시, 동물원’은 밴드 동물원의 멤버들이 ‘그 친구(김광석)’의 기일을 맞아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988년 다섯 명의 친구가 밴드를 결성하고 데모테이프를 녹음하는 등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2015년 초연된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의 전반적인 내용을 유지한 채 일부 대사와 음악 연주 장면에 변화를 줬다. 그룹 빅스의 멤버 혁을 비롯해 최승열 송유택이 ‘그 친구’ 역에 발탁됐다. 9월 17일까지. ‘그날들’은 김광석 원곡을 오케스트라 선율로 웅장하게 편곡해 극적인 서사와 어우러지게 했다. 뮤지컬 ‘피맛골연가’에서 음악을 총괄했던 장소영 음악감독이 편곡했다. ‘다시, 동물원’은 동물원의 원년 멤버인 박기영 씨가 음악감독을 맡아 ‘혜화동’ ‘널 사랑하겠어’ 등 밴드 노래와 1집 멤버였던 김광석의 음악을 들려준다. 박 감독은 동물원에서 싱어송라이터로 보컬과 건반을 담당해 왔다. 기타, 건반, 드럼 등 밴드 악기 구성을 유지해 원곡의 색채를 살렸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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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전 ‘유성기’로 듣는 아리랑-조선아악

    태엽을 스무 번 남짓 감자 둥근 음반이 돌기 시작했다. 1925년 제작된 유성기(留聲機·사진)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연주한 아리랑 선율이 선명하게 흘러나왔다. 84년 전 녹음됐지만 최근까지도 존재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음반이다. 한옥 풍류방을 닮은 전시관에 삼삼오오 모인 관람객들은 가슴팍 높이의 유성기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국립국악원과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서울 종로구 아름지기 사옥에서 열고 있는 전시 ‘유성기집, 소리를 보다’를 1일 찾았다. 유성기음반(SP)은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집 열풍이 분 LP의 원조 격이다. 1900년대 SP가 조선에 들어오면서 우리 전통음악이 소리로 기록되기 시작했다. 당시 지금의 광화문 일대에서 유성기로 음악을 틀어주던 곳을 ‘유성기집’이라 불렀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유행가였지만 오늘날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음반 30여 점을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들어볼 수 있다. 전시는 SP가 많은 인기를 누렸던 1920∼1950년대를 집중 조명했다. 1층에는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궁중음악 녹음본인 ‘조선아악’(1928년) 음반이 전시됐다. 우리 궁중음악의 가치를 깨달은 미국 빅터사가 이왕직아악부의 연주를 녹음한 것이다. 2층 음악감상실은 전시의 백미다. 아리랑 등 민요 3곡을 틀어주는 유성기 건너편에선 국립국악원이 디지털로 복원한 고음반 음원을 태블릿PC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3층에서는 이희문, 우원재 등 동시대 예술가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우리 음악을 영상과 함께 들려준다. 30일까지. 무료.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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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세 현존 최장수 뮤지컬, 오리지널 ‘시카고’ 매력 속으로

    끈적끈적한 느낌의 금관악기 독주가 시작되자 곧장 빅밴드의 연주가 휘몰아쳤다. 절로 고개를 까닥이게 하는 드럼 비트와 함께 배우들이 느릿한 춤을 추며 등장했다. 무대를 여는 넘버 ‘올 댓 재즈’는 묵직함과 경쾌함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목소리로 객석을 메우며 미국 시카고의 화려한 클럽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세계 누적 관람객 수 3300만 명을 기록한 스테디셀러 뮤지컬 ‘시카고’의 오리지널팀 내한공연이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지난달 27일 개막했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난 ‘시카고’ 오리지널팀 공연의 매력을 5가지 키워드로 알아본다. ①최장수 뮤지컬: 올해 27주년을 맞은 ‘시카고’는 현재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중 최장 기간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1988년 초연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기존 최장수 작품이었지만 올 4월 경영난으로 폐막하며 ‘시카고’에 최장수 타이틀을 넘겨줬다. 뮤지컬 ‘라이온킹’(1997년 초연)이 ‘시카고’의 뒤를 잇고 있다. 오늘날 공연되는 ‘시카고’는 1996년부터 선보인 리바이벌 버전으로, 작품이 처음 세상에 나온 건 1975년 46번가 극장에서다. ②전설적 안무가: 리듬감 있는 동작과 섹시함이 특징인 ‘시카고’의 안무는 토니상 안무상을 총 8차례 수상하며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존재가 된 밥 포시(1927∼1987)의 손에서 탄생했다. 시카고에서 나고 자란 그는 10대 시절부터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며 자신만의 관능적인 안무 색채를 다져갔다. 그의 사후 제작된 리바이벌 버전에선 포시의 애제자인 앤 레인킹이 ‘포시 스타일’을 극대화해 재안무했다. ③관능적 무대: 1920년대 각종 유희와 타락으로 가득했던 시카고가 배경인 만큼 의상 역시 배우들의 관능미를 최대화한다. 당대 ‘플래퍼(신여성)’로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짧은 치마와 짧은 머리칼, 빨간 입술이 특징이다. 검은색 의상엔 속이 비치는 원단과 그물망 패치를 주로 활용했다. 윌리엄 아이비 롱 의상디자이너는 “100년 전을 풍미한 패션과 포시가 활동하던 1970년대 패션을 토대로 영원불변한 ‘시카고 스타일’을 찾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④실화: ‘시카고’는 실화를 바탕으로 미국 사회를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극작가이자 시카고트리뷴 기자였던 모린 댈러스 왓킨스(1896∼1969)가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 죄수들의 이야기를 취재해 1926년 희곡으로 재창작했다. 한때 잘나가던 보드빌 가수 출신 주인공 벨마 켈리는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는 실제 가수로 활동하며 아름다운 외모와 돈으로 법정과 언론의 환심을 산 벨바 게르트너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록시 하트의 모티브가 된 인물은 내연남을 총으로 살해한 뷸라 아난이다. 변호사 빌리 역은 게르트너와 아난을 변호했던 인물을 합쳐 만든 캐릭터다. ⑤올 댓 재즈: 대표곡 ‘All That Jazz’, ‘We Both Reached for the Gun’ 등의 넘버들은 작곡가 존 캔더가 시카고풍 재즈로 구성했다. 시카고풍 재즈는 속도감 있는 보컬과 두드러지는 솔로 기악 연주가 특징이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우리말과 영어는 문장 내 강세 구조가 정반대라 ‘시카고’는 원어로 부를 때 작품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며 “음악과 서사, 위트가 아주 미국적인 작품이기에 본토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에서 남다른 깊이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6일까지, 8만∼17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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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들, 남성 서사 위주 공연 편식 당해… 언니들도 보고 싶다는 요구에 호응할 것”

    “남성 서사 위주인 공연 시장에서 관객들은 편식을 당해 왔어요. 이제는 ‘오빠 말고 언니들도 볼래’라는 관객의 의지에 호응하고 싶어요.”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24일 만난 배우 정영주(52)가 말했다. 그는 다음 달 16일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주인공 알바 역과 예술감독을 맡았다. 2018년 국내 초연한 ‘베르나르다 알바’는 2021년 재공연 때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1930년대 스페인 남부, 남편의 8년 상을 치르는 권위적인 어머니 알바와 다섯 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스페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바탕으로 일부 각색했다. 알바는 딸들을 과잉보호하며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한다. 정 씨는 “어떻게 하면 관객이 억압된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30년 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으며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움을 맛봤어요. 너른 평야와 순례길 위 다정한 사람들을 기억해 내니 주인공들이 얼마나 괴로운지 이해할 수 있었죠. 알바가 막아선 문밖으로 단 5cm만 나가도 햇살과 공기가 얼마나 다른지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공연에선 다섯 딸 간의 관계가 달라졌다. 이전 공연에서 수직적 관계였던 장녀 앙구스티아스(이지현 김지유)와 둘째 막달레나(홍륜희 장보람)가 수평적인 입장에서 대립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캐릭터의 변화는 출연하는 배우들이 밤새 토론한 끝에 완성됐다. 등장인물인 여성 10명은 캐릭터별로 각각 더블 캐스팅해 여성 배우만 20명이 출연한다. 알바 역에는 정영주와 한지연이, 알바의 어머니 호세파 역은 강애심과 김희정이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배우들이 새벽까지 메신저로 작품 이야기를 해요. 가끔은 제가 ‘그만 자자’고 말해야 조용해질 정도로요.” 모든 배우가 여성 서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만큼 끊임없이 나아지려 애쓰고 있다는 것. 그는 “이 작품에 출연한 뒤 대박난 여배우들이 많다”면서 “스타 배우를 배출해 내겠다는 사명감이 커졌다”며 웃었다. 실제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이사라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김히어라,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의 엄마 양진 역을 맡았던 정인지가 ‘베르나르다 알바’를 거쳤다. 격정적인 플라멩코 춤사위는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엇박자로 치는 손뼉과 빠르게 10여 번씩 찍는 스텝 등 플라멩코 안무는 자유를 향한 갈망과 스페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중요한 장치다. “집에 가도 ‘탁탁탁’ 플라멩코 슈즈 찍는 소리가 생각날 정도로 연습하고 있어요. 관객이 작품에 깃든 한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6월 16일∼8월 6일. 전석 8만8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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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속 위태로움-취약성, 무용수 몸짓으로 표현

    “모든 게 겨우 실 한 가닥에 매달려 있어.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못 버티고 날아가 버리겠구나 두려웠어. 동시에, 자유로웠어.” 26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암전된 무대에 이 같은 독백이 울려퍼지며 무용 공연 ‘Kites’(연)가 시작됐다. 허공에 흔들리는 종이 연처럼 위태로운 삶을 표현한 작품이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빛을 반사하는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경사로 두 군데를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35분간 무용수들의 일사불란한 질주로 이어진 공연에 객석은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찼다. 북유럽 최대 규모 현대무용단인 스웨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가 이날과 이튿날 첫 내한공연을 펼쳤다. 1, 2부로 나눠 선보인 두 작품은 팝스타 마돈나, 유명 브랜드 디올과 협업한 스타 안무가 2명이 안무를 짰다. 1부 ‘Kites’를 안무한 다미안 잘레는 파리오페라발레단(BOP), 영화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과 호흡을 맞춰온 벨기에 출신 안무가다. 마돈나와 협업했다. 2004년 LG아트센터에서 세드라베 무용단 단원으로 공연한 후 19년 만에 직접 안무한 작품을 한국에 선보였다. 2부에선 2019년 디올 패션쇼를 연출해 스타덤에 오른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샤론 에얄의 ‘SAABA’가 45분간 무대에 올랐다. 목과 어깨, 손목까지 신체를 세밀하게 활용한 안무는 기하학 패턴을 연상케 했다. 무용수 이치노세 히로키는 “관객이 일종의 최면상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서사보다는 느낌 자체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며 “발끝으로 움직이는 동작이 많아 까다롭다”고 했다.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공연 의상을 디자인했다. 공연을 앞두고 24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 무용단의 카트린 할 예술감독은 “혁신적이고 시의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우리 무용단의 목표”라며 “두 작품은 인생 속 위태로움과 취약성을 강렬한 신체성으로 드러낸다”고 밝혔다. 현재 20개국 출신 무용수 38명으로 구성된 이 무용단은 오디션 공고를 낼 때마다 1200여 명이 지원하지만 선발 인원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내년에는 김다영 씨가 첫 한국인 무용수로 무용단에 합류할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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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무심코 지나친 풍경이 반짝이는 순간들

    커다란 버드나무 곁 봄바람을 맞을 때 살랑거리는 마음, 총총 별 박힌 겨울 밤하늘 아래 와락 끌어안은 품속 온기…. 일상 속 당연하게 여겼던 순간들을 그림으로 길어 올리자 잿빛인 줄 알았던 하루도 총천연색으로 물든다. 일상의 풍경을 담은 일러스트에 토막글을 곁들인 그림 에세이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2017∼2022년 작업한 일러스트 56점이 실렸다. 스스로를 ‘일상 여행자’라고 부르는 작가는 “하루하루 함께하는 풍경을 우리는 특별하게 인식하지 않는다”며 “같은 풍경과 사물이라도 낯설게 바라보면 특별한 것이 된다”고 말한다. 일러스트는 무심코 지나쳐 버린 소중한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했다. 친구들과 동네 공사 현장에서 숨어 놀던 어릴 적 추억부터 딸과 남해에 놀러가 섬을 바라보던 시간까지 다양하다. 빨강, 노랑, 초록 등 알록달록한 색이 한꺼번에 등장하지만 부드러운 색조와 둥근 붓터치, 그 위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종이 질감 덕에 촌스럽기보단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책은 한겨울 시골마을 등 계절과 자연에 관한 감상을 핵심 소재로 활용했다. 작가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지붕 밑 구수한 시골 밥상 냄새에 그리움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썼다. 미술관에서 엽서를 사면 마치 명화가 내 것이 된 것처럼 느껴지듯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겨울의 정취, 가없는 가을 들녘 등이 마음에 들어앉는다. 일러스트엔 수평선을 자주 사용해 탁 트인 듯한 해방감과 안정감을 선사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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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첫 여성 변호사 이태영의 삶, 다큐처럼 전할 것”

    “이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앞으로 계속 논의해야 할 이야기예요.” 음악극 ‘백인당 태영’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1914∼1998)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봉련(42)이 말했다. 그를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연습실에서 24일 만났다.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다음 달 18일까지 공연하는 ‘백인당 태영’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애쓴 이 변호사의 일대기를 담은 2인극이다. 이 씨는 7세부터 84세까지 이태영의 생애를 연기한다. 배우 백은혜가 같은 역을 번갈아 맡는다. 2005년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로 데뷔해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남행선(전도연)의 친구 김영주 역을 맡아 맛깔나게 표현하는 등 다채로운 연기로 호평받은 그에게 이번 작품은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태영의 드라마틱한 삶이 100분간의 공연에 밀도 있게 담겼기 때문이다. 그는 “태영의 나이와 상황이 쉴 새 없이 변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태영은 일곱 살 때 웅변대회에서 자기 생각을 처음 말하며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남편 정일형(1904∼1982)의 옥바라지를 하고, 여성 최초로 사법고시에 합격했지만 판사 임용을 거부당해 변호사가 된다. 여성법률상담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세우고 호주제 폐지 등 가족법 개정 운동을 하며 차별받는 여성들을 변호하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애쓴다. “대본을 외우는 동안 태영에 관한 책 3권을 반복해 읽으며 그의 삶을 헤아리려 했어요. 공연 첫날, 태영과 함께 기뻐하고 분노하는 관객들을 보며 행복했습니다.” 그는 연기할 때 자신의 감정을 싣기보다는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을 전달하려 한다고 했다. “역경과 장벽 앞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세상을 바꾸려고 온 힘을 다했던 태영에게 몰입하는 관객들을 보면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는 2019년 결혼한 배우 이규회 씨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남편은 컨트롤타워 같은 선배예요. 제가 배우로서 힘들어할 때마다 ‘네가 가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다독이며 용기를 주거든요.” 그는 요즘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고 했다. “공연 중 가장 짜릿하면서도 버거운 게 ‘이거 나 못 참아’라는 첫 대사예요.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태영의 삶을 전하려 노력할게요.” 전석 5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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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미-동유럽 극작가 작품 국내서 잇단 초연

    남미, 동구권 등 자주 접하기 어려운 지역 출신 극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국내 공연계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작은 극단이 아닌 실력과 자본력을 검증받은 중대형 프로덕션에서 해당 작품들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다음 달 28일 개막하는 연극 ‘테베랜드’는 우루과이 출신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2013년 우루과이 초연 후 영국, 미국 등 16개국에서 공연됐다. 뮤지컬 ‘헤드윅’ ‘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 선보인 공연 제작사 쇼노트가 제작을 맡았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자유극장에서 28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시티즌 오브 헬’의 희곡은 전 아제르바이잔 부총리이자 극작가로 활동 중인 엘친 아판디예프가 썼다. 구소련 독재 권력이 지배하던 1937년을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본능적 공포를 담아낸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칠레 출신 극작가 기예르모 칼데론의 연극 ‘키스’는 허를 찌르는 전개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칼데론은 미국 뉴욕 퍼블릭시어터, 영국 런던 로열코트시어터 등 세계 유명 극장에서 경력을 쌓아온 작가로 노련한 극작술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낯선 국가 출신 극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공연계 관계자들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젊은 연출가들이 늘어난 데다 신선하면서도 잘 만든 작품을 선호하는 관객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은경 연극평론가협회장은 “제국주의, 신자유주의 등으로 핍박받았던 국가들의 이야기가 서구권에서 인정받자 국내 공연계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역사 등 공통된 아픔이 있어 관객이 공감하기도 좋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테베랜드’를 총괄한 임양혁 쇼노트 프로듀서는 “대중이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작품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다. ‘생소한 작가’라는 점 역시 제작자 입장에서도 관객에게 내세울 만한 요소가 됐다”고 했다. 엄현희 연극평론가는 “탄탄한 극작과 유명 극장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는 낯선 국가 출신 작가 작품들은 웰메이드 작품을 선호하는 국내 관객 눈높이에도 맞다”며 “국내 관객의 시야가 넓어지는 추세와 맞물려 안정적인 자본을 가진 제작사들이 팬층이 있는 배우들을 내세워 공연을 제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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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배경 뮤지컬에 국악-오케스트라 협연… 힙합-재즈까지 등장

    우리나라 전통 예술을 토대로 해외 고전 소설, 힙합 음악 등을 결합한 공연이 다음 달부터 줄줄이 열린다. 고전 희곡을 재해석한 창극부터 태권도를 소재로 한 뮤지컬까지 다양하다. 국립창극단의 신작 ‘베니스의 상인들’이 다음 달 8∼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된다.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우리 소리로 재해석한 것. 오늘날 눈높이에 맞춰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베니스의 대자본가로, 상인 안토니오는 소상인 연대의 리더로 바꿨다. 스타 소리꾼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샤일록 역과 안토니오 역을 맡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도 만날 수 있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다음 달 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백성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목표를 가진 비밀 결사단이 시조(時調)를 읊으며 불평등한 사회에 반기를 들고 양반들의 악행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국악에 힙합, 재즈 등을 결합한 넘버로 구성돼 국악기와 서양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함께 연주한다. 민요 록밴드 ‘씽씽’ 출신 소리꾼 이희문은 ‘사이키델릭 민요’로 무대에 선다. 이희문은 2017년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다음 달 28일 공연되는 ‘오방신과(OBSG)-스팽글’에선 트럼펫, 기타, 드럼에 맞춰 경기민요를 댄스, 블루스로 재해석한 음악을 선보인다. 태권도를 소재로 만든 가족뮤지컬도 관객을 찾는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7월 14일 개막하는 ‘태권 날아올라’는 고등학생 태권도 유망주들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다. 미국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태권도 퍼포먼스로 골든버저를 획득한 엄지민 씨를 비롯해 14명의 태권도 시범단이 직접 무대에 올라 배우 11명과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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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발로 선 듯한 불안감 공연뒤 엄습할 상실감 어떻게 견뎌낼지 고민”

    “벚꽃 동산을 향한 라네프스카야의 마음은 제가 배우로서 항상 느끼는 감정과 닮았어요. 외발로 서 있는 듯한 불안감, 공연이 끝난 뒤 엄습할 상실감을 어떻게 견뎌낼지가 고민입니다.”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4일 개막한 연극 ‘벚꽃 동산’에서 주인공 라네프스카야를 맡은 배우 백지원(50·사진)의 말이다.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법무법인 한바다의 대표 한선영 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벚꽃 동산’을 통해 5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세계적인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유작인 ‘벚꽃 동산’은 ‘갈매기’ ‘세 자매’ ‘바냐 아저씨’와 함께 체호프의 4대 명작으로 꼽힌다. ‘벚꽃 동산’은 세습 귀족이 몰락하고 신흥 자본가가 성장하던 러시아 혁명기를 배경으로 무기력한 귀족 라네프스카야가 자신이 소유했던 벚꽃 동산을 경매로 잃는 과정을 그렸다. 28일까지 열리는 공연은 현재 모든 회차가 매진된 상태다. 명동예술극장에서 10일 열린 간담회에서 백 씨는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무대는 언제나 행복하면서도 두려운 곳”이라며 “첫 공연 때는 긴장돼서 아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가 ‘벚꽃 동산’ 연출을 맡은 김광보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과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9번째다. 김 단장이 체호프 작품을 연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라네프스카야 집안 농노의 아들이자 신흥 상인으로서 벚꽃 동산 경매에 뛰어드는 로파힌 역은 배우 이승주가, 로파힌과 미묘한 감정을 나누는 라네프스카야의 양녀 바랴 역은 정슬기가 맡았다. 5년 만에 무대에 선 백 씨처럼 라네프스카야 역시 5년 전 떠났던 고향에 돌아오면서 공연이 시작된다. 빈털터리가 된 채 돌아와 초라해진 벚꽃 동산을 바라보며 복잡다단한 심경을 표현하는 내용이 중심이 된다. 3막 무도회 장면에서 백 씨는 경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실성한 듯 울다 웃기를 반복하는 감정의 파고를 매끄럽게 표현해 냈다. 1996년 연극 ‘떠벌이 우리 아버지 암에 걸리셨네’로 데뷔한 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그에게도 ‘벚꽃 동산’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는 “오래전부터 체호프 작품은 어렵다고 느껴 이제야 처음 도전하게 됐다”며 “이번 공연에서 받고 있는 엄청난 사랑을 내가 어디 가서 또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3만∼6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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