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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동영상’을 구해서 보려고 했는데 그건 못 구하겠더라.” 동국대 경주캠퍼스 시간강사 A 씨는 16일 자신의 교양수업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가수 정준영 씨(30)가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을 아이돌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 등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난 이틀 뒤였다. 학생들은 “몰카 범죄에 동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했다. 동국대는 18일 A 강사를 해촉했다. 19일 서강대에서는 이 대학 B 교수가 강의 도중 “친구가 ‘사라지기 전에 빨리 보라’며 버닝썬 무삭제 영상을 보내주더라. 몰래 보려고 버스를 안 타고 택시를 탔다”고 말했다는 비판 대자보가 붙었다.○ ‘정준영 동영상’ 좌표 달라는 사람들 정 씨가 상대 여성의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찍어 유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이른바 ‘정준영 동영상’은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승리’, ‘정준영 동영상’ 등의 제목으로 대화방이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일부 남성들은 ‘정준영 동영상 좌표 좀 찍어달라’며 노골적으로 불법 동영상 공유를 요구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여성 연예인의 얼굴과 불법 촬영물이 합성된 동영상이 퍼지기까지 했다. 또 ‘정준영 동영상’에 등장하는 피해자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허위 정보들이 SNS를 타고 무분별하게 확산됐다. 동영상과 무관한 여성 연예인들의 이름까지 ‘지라시(사설 정보지)’에 담겨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여기에 거론된 여성 연예인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따로 입장을 발표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몰렸다. 일부 소속사는 “악성 소문 배포자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촬영물 시청도 가해 행위”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불법 촬영물을 시청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불법 촬영을 하거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에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물을 단순 시청하는 행위도 성폭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국장은 “불법촬영물 시청은 ‘2차 가해’가 아닌 ‘새로운 가해’”라며 “몰카는 소비되기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소비까지 가해 세트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진희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불법 촬영물을 시청하는 행위 자체가 피해 여성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이므로 불법적 속성이 있다”며 “그런 영상을 보는 게 정당화될 경우 피해 여성들은 누군가 언제든 내 몸을 몰래 보고 있다는 일상적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법 촬영 및 유포된 동영상을 찾아다니고 돌려 보는 건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하고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잘못된 남성 문화의 결과라는 지적도 많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일부 남성들 사이에선 ‘아내나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을 찍어서 보는 경우도 많은데 왜 이렇게 난리냐’는 반응이 많았다. 이는 ‘야동’을 공유하고 소비하는 것이 남성연대 안에서 하나의 문화처럼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김재희 jetti@donga.com·신아형 기자}
이희진 씨는 2012년부터 증권 전문 방송 등에 출연하며 ‘주식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증권정보를 다루는 인터넷 업체로부터 수익률이 높은 우량주를 추천한 ‘베스트 파트너’로 선정되는 등 인지도를 쌓아 나갔다. 이후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자신의 고급 주택, 고가 외제차 사진 등을 올리며 ‘청담동 주식부자’ 이미지를 굳혔다. 포털사이트 개인 블로그에는 ‘등록금이 없어 대학 입학을 포기한 뒤 낮에는 100만 원으로 주식 투자를 하고 밤에는 웨이터로 일하며 비상장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다’, ‘청담동에 1000억 원 상당의 빌딩을 소유하게 됐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SNS를 통해 한 대에 30억 원이 넘는 외제차를 갖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 씨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채 2014년 9월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설립해 불법으로 주식을 거래하고 투자를 유치한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4월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200억 원, 추징금 130억5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씨를 기소한 서울남부지검은 300여억 원 상당의 추징보전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법원은 현재까지 추징보전 집행이 가능한 이 씨 재산은 10억 원 안팎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씨 소유의 청담동 건물에는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고, 고가의 외제차 역시 법인 소유이거나 리스 차량이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 씨는 부모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구속 상태를 잠시 풀어 줄 것을 18일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에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22일 오후 9시까지 구속집행을 정지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 씨(30)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인사는 경찰청의 총경급 간부인 A 씨(49)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A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승리와 정 씨 등 이른바 ‘승리 단톡방’ 멤버들과의 관계와 이들의 민원을 해결해줬는지를 조사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14일 승리와 정 씨, 클럽 버닝썬의 모회사인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 씨, 승리 친구 김모 씨를 소환 조사해 단톡방의 ‘경찰총장’이 A 총경이라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 씨는 2016년 7월 이 단톡방에 ‘어제 ○○형(유 씨)이 경찰총장이랑 문자하는 것도 봤다. 누가 찌른 것도 다 해결될 듯’ ‘총장님이 다른 업소에서 시샘해서 찌른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 해결해준다는 식으로 (말했다)’ 등의 글을 올렸다.○ ‘경찰총장’은 청와대 근무했던 총경 A 총경은 2015년 1∼12월 서울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장(당시 경정)으로 근무하며 관내 클럽과 주점 등 유흥업소 단속을 총괄했다. 경찰은 당시 A 총경이 유 씨 등 승리와 가까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A 총경은 2016년 총경으로 승진한 뒤 2017년 7월 청와대로 파견돼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노무현 정부 말기 민정수석실 근무에 이어 두 번째 청와대 파견이었다. A 총경은 지난해 8월 경찰청의 핵심 요직 과장으로 경찰에 복귀했다. 승리 단톡방 참가자들이 “‘경찰총장’이 해결해 줄 것”이라며 거론했던 사안은 승리가 운영했던 클럽의 불법 영업에 대한 이웃 경쟁 업소의 줄기찬 신고였다. 15일 본보가 인터뷰한 승리의 측근 B 씨에 따르면 승리는 2016년 7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라운지클럽인 ‘몽키뮤지엄’을 개업했다. 몽키뮤지엄은 일반음식점으로 구청에 신고돼 있어 유흥업소처럼 특수 조명을 설치하거나 손님들이 춤을 출 경우 식품위생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었다. 몽키뮤지엄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인근의 경쟁 업소가 몰래 내부를 촬영해 경찰과 구청에 여러 번 신고했다고 한다. 승리의 단톡방에 이 문제와 관련된 대화가 오간 때는 몽키뮤지엄 창업 직후인 2016년 7월 28일이다. 이 단톡방 멤버들이 공동 창업한 주점 ‘밀땅포차’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업소가 바로 몽키뮤지엄이다. 두 업소 모두 승리의 소유였으며, 단톡방 멤버들 상당수가 두 업소의 경영에 관여했다. 몽키뮤지엄의 안정적인 운영이 이들의 공통된 관심사였던 것이다. A 총경은 2016년 7월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으로 총경 승진 교육을 받고 있었다. 경찰은 A 총경이 유 씨로부터 “신고를 무마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과거 부하들이었던 강남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아이돌 음주운전’ 보도 무마 의혹도 조사 ‘승리 단톡방’ 멤버인 아이돌 그룹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 씨(29)는 2016년 3월 단톡방에서 ‘저는 다행히 ○○형(유 씨) 은혜 덕분에 살았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경찰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지만 유 씨가 경찰에 손을 써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최 씨는 단속될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가 0.097%로 확인돼 면허정지 100일과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16일 경찰에 소환돼 불법 영상물을 촬영해 유포한 혐의 외에 음주운전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는다. 경찰과 클럽 버닝썬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모 씨(44)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강 씨는 지난해 7월 미성년자 출입 문제로 버닝썬이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 씨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조동주 djc@donga.com·김재희·김자현 기자}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전직 경찰관 강모 씨(44)가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수감 됐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버닝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강 씨에 대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같은 날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지난해 7월 버닝썬에서 벌어진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무마하고, 그 대가로 클럽으로부터 2000만 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강 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뇌물 공여자인 클럽 이모 대표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장을 반려한 바 있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14일 오후 7시 22분경 서울 도봉구 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과 수락산역 사이 장암 방면 선로에서 열차가 도봉산역 진입을 500m 앞두고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이날 밤늦게까지 7호선 장암∼수락산 사이 양방향 운행이 중단돼 퇴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승객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와 서울교통공사 차량복구반은 현장에 출동해 승객 292명을 도봉산역으로 대피시켰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열차 탈선 당시의 마찰열 때문에 발생한 연기가 열차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를 맡은 70대 남성 승객 1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탈선에 놀란 승객들이 전하는 현장 사진과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날 사고는 모두 8개 칸으로 이뤄진 열차 중 2번째 칸의 좌측 바퀴 2개가 선로 안으로 20cm가량 빠지면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2번째 칸 위치가 뒤틀렸다. 장암과 도봉산을 오가는 7호선 열차는 모두 수락산에서 회차했다. 공사는 이 구간에 임시버스를 투입해 승객을 수송했다. 구조를 위해 도봉과 강북, 노원소방서에서 119명이 출동하면서 도봉산역 주변 도로에 혼잡이 빚어져 주변 버스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회사 직원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던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50)가 13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투신했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송 대표는 이날 오전 4시 40분경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아파트 12층 송 대표의 집에서는 A4 용지 6장 분량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고 유서를 남긴 점으로 미뤄 송 대표가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송 대표는 회사 직원 양모 씨(34)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상해를 입힌 등의 혐의로 지난해 11월 고소당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상습특수폭행, 특수상해, 공갈, 특수협박, 강요 등의 혐의로 송 대표를 수사해왔다. 송 대표는 13일 오전 10시 반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로 돼 있었다. 송 대표의 어머니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수사 때문에 최근 힘들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의 사망으로 경찰은 ‘공소권 없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로 넘길 예정이다. 송 대표가 양 씨를 무고와 배임, 횡령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경찰이 계속 수사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회사 직원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던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50)가 13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송 대표는 이날 오전 4시 40분경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아파트 12층 송 대표의 집에서는 A4 용지 6장 분량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고 유서를 남긴 점으로 미뤄 송 대표가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송 대표는 회사 직원 양모 씨(34)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상해를 입힌 등의 혐의로 지난해 11월 고소를 당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상습특수폭행, 특수상해, 공갈, 특수협박, 강요 등의 혐의로 송 대표를 수사해왔다. 송 대표는 13일 오전 10시 반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로 돼 있었다. 송 대표의 어머니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수사 때문에 최근 힘들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의 사망으로 경찰은 ‘공소권 없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로 넘길 예정이다. 송 대표가 양 씨를 무고와 배임, 횡령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경찰이 계속 수사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또 그놈들이다.” 지난달 19일 오전 1시. 경기 의정부시에서 무인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박모 씨(36)는 노래방 내부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다 중얼거렸다. 화면 속 4명의 소년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고 검은색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이날도 그들 손에는 호미처럼 생긴 쇠꼬챙이와 드라이버, 절단기가 들려 있었다. 이 중 1명인 오모 군(13)이 노래방 기기 오른쪽에 있는 돈 넣는 구멍에 쇠꼬챙이를 끼운 뒤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박 씨는 “또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노래방에 있던 4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박 씨는 아이들이 경찰서로 끌려갔다는 연락을 받고도 한숨을 내쉬었다. “저놈들 오늘 바로 풀려나 또 찾아올 거예요.” 박 씨의 노래방이 오 군 일당의 먹잇감이 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다. 1월 박 씨는 노래방 지폐교환기 한쪽 틈이 벌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CCTV를 확인해 보니 오 군 일당은 호미로 기기를 부수던 중 망을 보던 한 명이 손님이 온다는 손짓을 하자 그대로 달아났다. 2월 3일 오 군 일당 중 2명이 또 박 씨의 노래방을 찾았다. 범행은 1월보다 더 과감했다. 이날 2명의 소년은 입구에 설치된 지폐교환기 두 대를 모두 부쉈다. 황모 군(13)은 끝이 휘어진 쇠꼬챙이를 기계 오른쪽 틈에 넣고 흔들었다. 다른 한 명은 기계를 함께 흔들었다. 이들은 벌어진 틈으로 손을 넣어 40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박 씨는 “무인 노래방이어서 CCTV로 관리를 하는데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말했다. 이들이 절도를 일삼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이유는 ‘촉법소년’이기 때문이다. 소년법상 만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없이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된다.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1∼10호)을 받는데 대부분 수강명령, 보호관찰 등에 그친다. 처벌이 아닌 교화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 군 등 4명은 모두 2005년생으로 범행 당시 생일이 지나지 않아 13세였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은 경찰에 잡혀가도 금세 풀려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기세등등하다. ‘너넨 나 못 잡아’ ‘짭새들아, 빨리 풀어줘’라고 비아냥거리면서 바닥에 침을 뱉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촉법소년들이 노래방 등 유흥점포에서 절도를 시도하는 시간대는 주로 오후 10시 이후다. 이때는 업주들이 절도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망설인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오후 10시 이후에 미성년자를 출입시켰다는 이유(청소년보호법 위반)로 업주가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래방 업주 최모 씨(37·여)는 지난해 12월 A 군(13) 등 8명이 실로 꿴 동전을 노래방 기기 투입구에 넣은 뒤 노래가 끝나면 다시 동전을 빼내는 장면을 CCTV로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 일로 최 씨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A 군 등은 경찰에서 간단한 조사만 받고 풀려났지만 최 씨는 영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 정부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7년 부산 여중생 폭행, 서울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 등의 가해자 중 일부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처분에 그치자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김재희 jetti@donga.com·신아형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7·수감 중) 탄핵 2주년 당일인 10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국회의 탄핵 소추안을 받아들여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000만 국민운동본부’(석방운동본부)는 9일에 이어 10일 서울역광장에서 이틀 연속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시작한 집회에는 경찰 추산 3000여 명, 주최 측 추산 2만여 명이 모여 ‘탄핵 무효’를 외쳤다.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태극기와 성조기, ‘탄핵 무효’가 적힌 풍선과 근조 리본을 든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무대가 마련된 서울역 1, 2번 출구 앞까지 참가자들이 몰리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출구를 이용하지 못했다. 석방운동본부는 서울역광장 양옆에 부스를 차리고, 시민들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무대에 오른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가 “우리 국민은 오로지 대한민국과 국민을 생각하는 자랑스러운 지도자를 지키지 못했다. 우리는 속았다”라고 소리치자 참가자들이 ‘맞다’라고 외쳤다.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와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일파만파) 등 보수단체 회원 700여 명은 오후 1시부터 헌재 앞에서 ‘3·10항쟁 순국열사 2주기 추도식’을 열었다. 박 전 대통령 파면 당일 시위를 벌이다가 4명의 보수단체 회원이 사망한 것을 추도하기 위한 것이다. 민중홍 국본 사무총장은 “박 전 대통령의 복권만이 유명을 달리하신 순국열사에 대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했다.김재희 jetti@donga.com·신아형 기자}

2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모텔 6층의 객실 한 곳에서 우당탕 소리가 몇 분간 이어졌다. 모텔 주인이 방문을 열어 보니 아수라장이었다. 투숙객 A 씨(46)와 B 씨(38·여)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듯 괴성을 지르며 전화기, 컵 등을 바닥에 내던지고 있었다. 창문이 깨져 바닥은 유리투성이였다. 커튼과 이불자락에는 불에 그을린 흔적이 있었다. 남성이 두루마리 휴지에 불을 붙였다가 옮겨붙은 것이다. 불길에 놀란 남성이 바로 끄긴 했지만 자칫 방 전체로 불이 번질 뻔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방에 도착해 보니 남녀의 동공은 이미 풀려 있었다. 경찰은 마약 복용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두 사람을 체포했다. 조사 결과 연인 관계인 두 사람은 전날 밤 모텔에 투숙한 뒤 이날 오전 5시 반경부터 필로폰을 0.03g씩 투여한 뒤 환각 상태에서 난동을 부린 것으로 밝혀졌다. 둘 다 마약 투약 전과가 있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A 씨와 B 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재물손괴 및 현주건조물방화미수 등 혐의로 5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텔에서 몰래 마약을 맞으려다가 오히려 소란을 피워 경찰을 불러들인 셈이 됐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모 모텔 6층의 한 객실에서 우당탕 소리가 몇 분 간 이어졌다. 모텔 주인이 방문을 열어보니 아수라장이었다. 투숙객 A 씨(46)와 B 씨(38·여)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듯 괴성을 지르며 전화기, 컵 등을 바닥에 내던지고 있었다. 창문은 깨져 바닥은 유리투성이였다. 커튼과 이불자락에는 불에 끄슬린 흔적이 있었다. 남성이 두루마리휴지에 불을 붙였다가 옮겨 붙은 것이다. 불길에 놀란 남성이 바로 끄긴 했지만 자칫 방 전체로 불이 번질 뻔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방에 도착해보니 남녀의 동공은 이미 풀려있었다. 경찰은 마약 복용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두 사람을 체포했다. 조사 결과 연인 관계인 두 사람은 전날 밤 모텔에 투숙한 뒤 이날 오전 5시 반경부터 필로폰을 0.03g씩 투여한 뒤 환각상태에서 난동을 부린 것으로 밝혀졌다. 둘 다 마약 투약 전과가 있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A 씨와 B 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재물손괴 및 현주건조물방화미수 등 혐의로 5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텔에서 몰래 마약을 맞으려다가 오히려 소란을 피워 경찰을 불러들인 셈이 됐다”고 말했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5층 옥상. 기자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도로 바닥에 흰색 스프레이로 사람이 누운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1995년생 이윤혁 씨가 생의 마지막 순간 머물렀던 자리다. 이 건물 옥탑방에 살았던 이 씨는 지난해 10월 25일 옥상 난간에서 추락해 숨졌다. 난간 높이는 고작 92cm였다. 키가 180cm인 이 씨의 허리 정도까지 오는 높이다. 건축법상 옥상 난간은 최소 1.2m는 돼야 한다. 이 옥탑방은 월세가 주변 시세보다 10만 원 정도 쌌다. 밖에서 본 옥탑방은 마치 컨테이너 박스처럼 보였다. 화장실 벽면은 나무판자로 돼 있었다. 이 씨는 평소 여자친구에게 “사람 사는 것 같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컴퓨터그래픽(CG) 제작회사의 계약직이던 이 씨는 사고 당일 밤 12시 반쯤 퇴근했다. 하지만 곧바로 집으로 향하지 못했다. 상사와 함께 새벽 3시가 넘을 때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술에 취해 귀가한 이 씨는 아슬아슬한 난간 앞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타살 흔적이 없고 유서도 발견되지 않아 사고사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 씨는 광주에서 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스무 살이던 2015년 상경해 조그만 CG업체에 첫 직장을 얻었다. 그는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는 영화 특수효과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이 씨는 밤샘 야근을 숱하게 했다. 월급은 150만 원 남짓이었다. 이마저도 제때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생활비를 대느라 택배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했다. 여자친구는 “윤혁이는 새벽까지 알바를 한 날에는 회사에 지각할까봐 곧바로 회사로 가 쪽잠을 잔 적도 많다”고 했다. 이 씨는 2017년 회사를 옮겼다. 새로 들어간 곳은 국내 유명 CG회사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흥행작의 CG 작업에도 꽤 많이 참여한 곳이다. 큰 회사로의 이직으로 이 씨는 꿈을 실현하는 데 한발 더 다가선 듯했다. 직장을 옮겨서도 이 씨는 마감이 가까워오면 1주일에 100시간 넘게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가 받는 월급은 208만 원이었다. ‘우물 밑으로 들어가지 않을 거야. 우물 밖으로 나와서 맘껏 뛰어볼 거야.’ 이 씨는 사고 한 달 전 여자친구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여자친구는 “윤혁이가 퇴직금으로 비행기 삯을 마련하겠다면서 입사 2년이 되는 올해 4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겠다고 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학위수여식이 열린 20일 오전. 행사가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전 10시부터 사진을 찍기 위해 건물 앞에 모여 있는 무리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학사모에 졸업가운 차림이었지만 졸업생을 축하하러 온 부모님의 동년배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스타킹에 뾰족구두를 신고 삼삼오오 셀카를 찍고 있는 학생들과는 달리 주름진 손에 남색 표지의 박사논문을 든 채 자신이 공부했던 호텔관광대학 건물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었다. 안경 너머로 미소 짓는 여성의 눈가에 옅은 주름이 졌다. 유독 눈에 띄던 이 여성은 이날 학위(학사, 석·박사, 석박사 통합 포함)를 받은 경희대 학생 4723명을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금정 씨(70·여)다. 2007년 경희대 사회교육원에서 외식산업경영학과를 전공해 학사학위를 받은 김 씨는 이후 경희대 조리외식경영학 석사, 박사학위까지 따게 됐다. 58세에 처음 캠퍼스에 발을 디뎌 70세에 졸업하게 된 ‘만학도’다. 김 씨가 학업에 뛰어든 건 ‘공부하지 못한 한(恨)’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던 김 씨는 수재들만 진학한다던 경기여중, 경기여고에 다녔을 정도로 명석했다. 하지만 가난이 발목을 잡았다. 김 씨는 “어머니가 ‘돈 대줄 사람이 누가 있다고 대학 시험을 보냐’고 말씀하셨던 게 가슴에 사무쳤다”고 말했다. 김 씨가 다시 공부를 하게 될 기회는 환갑을 2년 여 앞둔 2007년에 찾아왔다. 김 씨는 1999년 경기도 양평에 한정식 식당을 열었다. 어렸을 적 외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전통 한정식 요리법이 기반이 됐다. 2007년 여름, 음식점에 배부되는 잡지 뒷면에 실린 경희대 사회교육원 프로그램 광고가 김 씨 눈에 들어왔다. ‘외식산업경영학과’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김 씨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김 씨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진학을 결정했다. 김 씨에게 사회교육원 프로그램과 석사과정은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박사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남들은 3년이면 끝내는 조리외식경영학 박사과정을 김 씨는 5년 만에 겨우 마쳤다.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난소를 드러내는 수술과, 폐암 수술 등 세 차례의 큰 수술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남편을 잃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면서 김 씨는 4학기동안 휴학을 했다. ‘늙어서 맘 편히 놀러 다니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공부를 그만두라는 주변의 만류도 많았다. 김 씨에게 박사과정을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자 ‘마음의 빚’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부모와 형제자매 없이 혼자 세상에 던져진 김 씨에게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많았는데 그 때 마다 손 내민 은인들이 많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천 원짜리 한 장 없던 김 씨에게 전세금 30만 원을 빌려준 ‘오 부장님’, 박사 진학 당시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들 자리를 뺏는다’며 비판하는 여론을 잠재워준 교수님 등이다.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주는 분이 있는데 내가 시시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책임의식이 컸다”고 말했다. 김 씨의 박사과정 성적은 4.3 만점에 4.275점. 총 12과목에서 한 과목만 제외하고 모두 A+를 받았다. 학위수여식이 열린 경희대 ‘평화의 전당’까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김 씨는 절반 정도 갔을 때 잠시 쉬자며 멈춰 섰다. 3년 전 폐암수술 후 폐기능이 급격히 저하된 탓이었다. 아직 폐암 완치판정을 받지 못한 김 씨는 당분간 건강을 챙기며 외국에 살고 있는 아들도 만나고 올 생각이다. 김 씨는 “요즘 맞벌이 부부,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만큼 한국 전통음식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식을 개발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16일 오전 2시 48분경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A고시원 404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입주자 박모 씨(74)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바닥에 휘발유로 추정되는 물질을 붓고 불을 질렀다. 입주자 대부분이 잠든 새벽이어서 자칫 피해가 커질 수도 있었지만 박 씨를 제외한 나머지 입주자 33명(건물주 부부 2명 포함)은 모두 무사했다. 지난해 11월 9일 오전 5시경 전기난로에서 시작된 실화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와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5층 건물인 A고시원 입주자 33명의 목숨을 구한 건 건물주 김모 씨가 자발적으로 설치한 스프링클러였다. 다중이용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소방법은 2009년 7월 개정됐다. A고시원은 2004년 지어져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 씨는 2011년 자비 3000만 원을 들여 33실에 모두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404호에서 화재가 시작되자마자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주변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았다. 김 씨는 17일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의무는 없었지만 건물 안전을 생각해 자발적으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광진소방서 관계자는 “옷장과 옷가지만 조금 탄 정도이고 불길이 바로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1983년 지어진 종로 국일고시원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화재 초기 진압에 실패했다. 고시원 주인이 2015년 서울시의 노후 건물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사업에 신청해 선정됐지만 건물주가 반대해 무산됐다. 당시 스프링클러만 설치돼 있었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A고시원 건물 각 방에 설치된 화재경보기가 화재 직후 곧바로 작동한 것도 입주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종로 국일고시원에도 방마다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입주민들이 대피하지 못했다. A고시원 건물주는 2004년 건물을 지을 당시 모든 방에 경보기를 설치했다. 화재가 난 404호 옆방 주민은 “새벽에 자다가 방 안에 설치된 화재경보기가 시끄럽게 울려 잠에서 깼다”며 “1, 2분간 경보기가 계속 울려 복도로 나갔더니 4층 거주자들이 거의 다 밖에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5층에 사는 건물주 김 씨는 화재경보를 듣자마자 바로 4층으로 내려와 자살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화재는 거의 다 진압된 상황이었다. 방화 후 흉기로 자해를 한 박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김재희 jetti@donga.com·이윤태 기자}

16일 오전 2시 48분경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A고시원 404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입주자 박모 씨(74)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바닥에 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성 물질을 붓고 불을 질렀다. 입주자 대부분이 잠든 새벽이어서 자칫 피해가 커질 수도 있었지만 박 씨를 제외한 나머지 입주자 33명(건물주 부부 2명 포함)은 모두 무사했다. 지난해 11월 9일 오전 5시경 전기난로에서 시작된 실화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와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5층 건물인 A고시원 입주자 32명의 목숨을 구한 건 건물주 김모 씨가 자발적으로 설치한 스프링클러였다. 다중이용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소방법은 2009년 7월 개정됐다. A고시원은 2004년 지어져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 씨는 2011년 자비 3000만 원을 들여 33세대에 모두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404호에서 화재가 시작되자마자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주변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았다. 김 씨는 17일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의무는 없었지만 건물 안전을 생각해 자발적으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광진소방서 관계자는 “옷장과 옷가지만 조금 탄 정도이고 불길이 바로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1983년 지어진 종로 국일고시원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아 화재 초기 진압에 실패했다. 고시원 주인이 2015년 서울시에 노후 건물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사업에 신청해 선정됐지만 건물주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당시 스프링클러만 설치돼 있었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A고시원 건물 각 방마다 설치된 화재경보기가 화재 직후 곧바로 작동한 것도 입주자들의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됐다. 종로 국일고시원에도 방마다 화재경보기가 설치돼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입주민들이 대피하지 못했다. A고시원 건물주는 2004년 건물을 지을 당시 모든 방에 경보기를 설치했다. 화재가 난 404호 옆방 주민은 “새벽에 자다가 방안에 설치된 화재경보기가 시끄럽게 울려 잠에서 깼다”며 “1~2분간 경보기가 계속 울려 복도로 나갔더니 4층 거주자들이 거의 다 밖에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5층에 사는 건물주 김 씨는 화재경보를 듣자마자 바로 4층으로 내려와 자살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화재는 거의 다 진압된 상황이었다. 방화 후 흉기로 자해를 한 박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1. 경영/원가기획 수행 직무: 친환경차 등 전략차종 수익성 검토 및 관리 지원 자격: 상경계열 또는 사회과학계열 전공자#2. 연구개발(R&D)/연료전지시스템 기술경영 수행 직무: 수소·연료전지 신기술 기획 꼭 지원해 주세요: 끈기를 가지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 13일 현대자동차 채용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공고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부터 R&D 직군과 경영관리 일부 직군에 대해서는 정기 공개채용(공채)과 별도로 상시 채용을 해왔다. 현대·기아차는 정기 공채를 폐지하는 대신 이 같은 상시 공채를 전 직군으로 확대한다. 현재 올라와 있는 신입사원 채용 공고는 부서마다 제각각이다. 필수 전공을 명시한 부서도 있고 ‘꼭 지원해 주세요’라는 항목에 팀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제시한 곳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뽑는 거라 우대사항, 자격조건이 제각각”이라며 “본사가 일괄해 뽑는 것과 달리 각 부서에 맞는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기 공채 폐지에 따라 사실상 ‘현대자동차인적성검사(HMAT)’도 사라지게 됐다.○ “상시 채용, 기업-취업자 만족 높아”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별 채용 인원은 밝히고 있지 않지만 매년 8000명 안팎을 채용하며 이 중 80%가량을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채로 채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수소차 분야 등 일부 직군에 상시 채용 제도를 시범 운영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사장단 인사에는 수시 인사 체제가 정착됐다. 계열사 중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 처음으로 현업 주도 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부서별 전문성에 따라 현업 부서가 직접 사람을 뽑다 보니 입사자도 원하는 직무를 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채용 제도를 두고 각종 실험을 시도한 배경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한 자동차 시장의 급변이 있다. 구글은 석 달마다 인사를 하고 팀이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한다. 그만큼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부서 체제가 아닌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애자일(Agile·민첩한) 경영 체제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정기 인사, 1년에 두 번 정기 채용이 불가능하다. 현대차는 정기 공채를 없애면서 애자일 조직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신년사에서도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문한 바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기업은 대졸 신입사원 대규모 공채 제도가 아예 없다. 최근에는 인재가 몰리는 지역에 연구소를 세우는 등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정보기술(IT) 분야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세운 사례가 대표적이다. ○ 채용 패러다임 바뀌나 주요 글로벌 기업이 이미 수시 채용으로 운용되는 상황에서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국내에서도 수시 채용 실험의 ‘총대’를 멨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견기업은 이미 수시 채용 체계로 바뀌었지만 대기업은 ‘채용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채용 제도에 손을 대지 못해 왔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수시 채용을 전면 도입함에 따라 다른 기업들도 정기 공채 축소, 수시 채용 확대로 채용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기업마다 정기 공채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거듭해 왔다. 정기 공채 때마다 청년 10만 명 가까이 지원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데다 기업 입장에서도 수많은 지원자가 동시에 몰리면 숨어있는 우수 인재를 골라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직률도 문제가 됐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대규모 공채 후 부서 배치 과정에서 원하는 직무를 맡지 못한 신입사원들이 이직하면 회사로서는 엄청난 비용 손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채용 규모 위축과 공정성 논란 우려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4년 1월 대학 총장에게 인재를 추천받는 ‘대학 총장 추천제’를 발표하며 정기 공채 위주의 입사 제도 개편에 나섰지만 대학 서열화와 지역 차별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전면 유보됐다. 삼성 계열사들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그룹 공채는 폐지했지만 계열사마다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는 동일하게 치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매년 1만 명 안팎의 공채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신입사원 채용을 ‘정기’에서 ‘상시’로 시기만 바꾸는 것일 뿐 채용 인원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업문 더 좁아질까 걱정” “지원기회 더 늘어날 것” ▼ 불안-기대 엇갈린 취준생들대졸 신입사원 채용의 ‘큰손’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정기 공개채용(공채)을 전격적으로 폐지한다는 소식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입사 시험이 각종 ‘스펙’이 필요한 대입 학생부종합전형(학종)처럼 변해 맞춤형 준비가 필요해질 것이란 불안감부터 채용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공채 폐지 소식을 접한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생 박모 씨(23)는 “대학 입시에서의 ‘학종’처럼 ‘이 직군에 붙으려면 이런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져 취준생들이 맞춤형 준비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입사하고 싶은 기업과 직무에 맞춰 수업을 듣고 동아리 활동도 그에 맞춰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어점수와 자격증 등 이른바 ‘필수 스펙’을 중심으로 취업을 준비해 온 대학 졸업반과 이미 졸업한 취준생들은 걱정이 더 컸다. 2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최근 취업 준비를 병행하기 시작했다는 한 국립대 재학생 A 씨(27)는 “이제 막 대기업 인적성 스터디를 시작했는데 나 같은 졸업 유예생이 지금부터 특정 직군의 전문성을 쌓는 건 불가능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찍부터 준비하려고 해도 기업이 요구하는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인턴 근무나 직무교육 여건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방 사립대 4학년 홍정민 씨(23·여)는 “그나마 직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인턴을 ‘금턴’이라 부를 정도로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인턴 기회는 늘리지 않으면서 다른 곳에서 일을 배운 경력자를 뽑겠다는 이기심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경력이 더 중요해지면 결국 가정환경이 좋은 이른바 ‘금수저’에게 유리한 채용 전형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와 함께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원하는 직무와 무관한 스펙을 쌓을 이유가 없어지고 본인 역량과 준비에 맞는 직무에 지원하는 채용 방식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본다. 면접에 인사 담당자가 참석하고 채용 이후 인사 부서가 직접 채용 과정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공정성을 담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시 채용으로 채용 기회 자체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기아자동차에 따르면 각 채용 공고의 서류심사 기간이 겹치지 않으면 여러 부서 채용에 지원해도 된다. 지난해 8월 졸업한 취준생 우영희 씨(27)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건 공채시즌이 끝난 뒤 찾아오는 상실감이었다”며 “상시 채용을 하면 지원 기회는 더 자주 생기기 때문에 경쟁률과는 별개로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김지현·김재희 jetti@donga.com·김도형 기자}

졸업식이 진행되는 75분간 박수 소리는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12일 오전 10시, 경기 안산시 단원고 강당. 졸업 가운을 입은 학생들 대신 머리가 희끗한 학부모들이 졸업생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의자 등받이엔 졸업생들의 이름표가 하나하나 붙어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이날 졸업하는 학생들 250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나갔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강당 곳곳에서는 울음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교장 선생님의 호명에 단상 앞으로 걸어 나온 졸업생은 아무도 없었다. 졸업장과 졸업앨범은 노란색 보자기에 싸인 채 부모들 품 안에 있었다. 주인 잃은 딸의 학생증을 쓰다듬던 한 어머니는 딸의 이름이 불리자 학생증을 가슴에 갖다 댔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의 명예졸업식이 이날 열렸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약 5년 만이다. 세월호에 올랐던 이 학교 2학년 학생 325명 중 75명만 살아 돌아왔다. 희생자 졸업식은 생존 학생들과 함께 2016년 1월 진행하려고 했지만 미수습 시신을 모두 찾은 뒤 아이들을 졸업시키겠다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졸업식이 미뤄져 왔다.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1년 후배인 단원고 졸업생 이희운 씨(21·여)는 이날 단상에 올라 편지를 낭독했다. “오늘이 오기까지 계절이 여러 번 바뀌고 제 친구들은 성인이 되었습니다. 선배님들과 함께 했던 사계절은 예뻤고, 갓 입학해 어색해하던 저희들에게 미소로 다가와 준 선배님들에게 감사합니다.” 졸업앨범에서 아들을 발견한 안주현 군의 어머니 김정해 씨(48)는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아들의 얼굴을 매만졌다. “우리 주현이가 인기 만점이었어요. 이건 검도 하는 사진이고, 이건 태권도 하는 사진이고….” 졸업식이 끝난 뒤에도 부모들은 자녀의 이름이 적힌 의자에서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오영석 군의 어머니 권미화 씨(45)는 의자에 붙은 아들의 이름표를 조심스레 떼어 내면서 “남들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건데 저는 두고 가기 마음 아파서 못 가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권 씨는 종이로 된 이름표가 찢어지려 하자 “이거 찢어져서 어떻게 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52)와 함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했던 방인성 목사는 김 씨가 딸의 이름표 떼는 것을 옆에서 도왔다. 이날 졸업식에는 유가족과 교사, 재학생, 졸업생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도 간간이 보였다. 올해 스물두 살이 된 생존 학생들은 친구가 없는 졸업식장을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거나 눈물을 흘렸다. 차마 졸업식장에 오지 못한 부모들도 있었다. 이날 의자 30여 개는 내내 비어 있었다. 유경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 외에 무엇이 위로가 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장준형 군의 아버지 장훈 씨(50)는 “이 강당은 세월호 사고 직후 부모들이 ‘탑승자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지켜봤던 곳이어서 트라우마가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졸업식이 끝난 뒤 부모들은 희생 학생 100명이 잠들어 있는 안산 하늘공원을 찾았다. 부모들은 자녀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는 가로 유골함 앞으로 하나둘 다가섰다. 그러고는 노란 보자기에서 졸업장을 꺼내 사진 앞에 펼쳐 보였다. “오늘이 신욱이 생일인데 졸업식과 겹쳤어요. 생일도 졸업도 축하해 줄 수가 없네요.” 강신욱 군 아버지 강두희 씨(59)는 “신욱이와 나중에 만나 못다 한 얘기를 나눠야겠다”고 했다. 어머니 김경아 씨(56)는 “바빠서 미역국도 못 끓여 왔다”며 졸업식장 의자에서 떼어 온 아들의 이름표를 손수건으로 꼭 감싸 쥐었다.안산=김재희 jetti@donga.com·신아형 기자}

8일 정오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고시촌. 전남 목포 출신인 경찰공무원(순경)시험 준비생 문모 씨(30)는 점심도 거른 채 ‘열공’ 중이었다. 그는 설 연휴에도 목포에 가지 않고 노량진 고시원과 학원을 오가며 공부했다. 문 씨는 “공시생은 설 연휴가 싫다. 상당수 식당이 문을 닫아 내내 편의점 도시락만 먹었다”고 털어놨다. 2년째 ‘공무원시험(공시)’을 준비하고 있는 신민정 씨(29·여)도 고향인 경북 경주에 가지 않았다. 4월 6일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을 앞둔 그 역시 연휴 내내 오후 11시까지 공부했다. 신 씨는 “대기업 입사는 바늘구멍인 데다 설사 합격해도 오래 다니기 어렵다”며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르지만 붙을 때까지 공무원시험을 보겠다”고 했다. 이날 노량진 컵밥거리에는 가게마다 줄을 서서 컵밥을 먹는 공시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4월엔 9급 공무원 외에 경찰공무원시험(27일)도 있다. 두 달이 남은 지금 공시생들은 1분 1초가 아깝다. 노량진 지언독서실 직원 김모 씨는 “집이 수도권인 학생들도 설에 집에 가지 않고 하루 이용권을 끊어 독서실에 오더라”며 “설 당일인 5일 이용 인원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았다”고 알려줬다. 지난해 3월 공개된 한 박사논문에 따르면 한국 공시생 수는 약 44만 명. 이 많은 젊은이들은 왜 공시에 목을 맬까.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이유는 ‘직업 안정성’이다. 신 씨는 “마흔 넘은 대기업 직원은 하루만 쉬어도 책상이 없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공무원은 박봉이지만 대기업보다 훨씬 안정적이지 않으냐”고 했다. 2년째 순경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김모 씨(24·여)도 “공무원 채용을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을 실감 못 하겠다. 학벌과 스펙이 좋은 경쟁자가 너무 많아 채용을 늘릴수록 경쟁률만 높아진다”며 한숨을 쉬었다. 유력 해외 언론도 이 현상을 주목한다. 특히 한국처럼 전국 단위의 공무원시험이 없는 서구 선진국에서는 더욱 생소하게 여긴다. 미국은 공공업무 종사자의 공석이 발생할 때 수시로 채용 공고를 내며, 지원자의 직무 관련 경험이나 과거 직장에서의 평판조회 등을 중시한다. 공무원뿐 아니라 사기업에서도 ‘공채’ 문화가 보편화된 한국과 다르다. 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6일(현지 시간) 3면 머리기사로 “미 최고 명문 하버드대 입학보다 한국의 공시 경쟁이 더 치열하다”며 “한국의 경제성장이 느려지고 수출 주도 산업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젊은이들이 경기침체 여파를 받지 않는 공공직에 몰린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4953명을 최종 선발한 한 공무원시험에는 20만 명이 지원해 합격률 2.4%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버드대 지원자 합격률(4.59%)의 절반 수준이다. 이 신문은 삼성, LG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일자리 격차도 주목했다. 높은 학점, 외국어 능력 등 대기업에 인상을 남길 만한 이력서가 없는 젊은이들이 공시로 눈을 돌린다는 뜻. 이어 “문재인 정부가 1년 전부터 취업난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청년 대다수는 민간 분야 일자리 전망이 금방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아 공시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한국은 과잉교육 사회(over-educated society)”라며 죽을 때까지 ‘공부의 연속’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시작에 불과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화이트칼라 직업을 얻기 위해 입사시험을 치러야 하고 입사 후에도 각종 승진 및 자격증 시험이 기다린다. 2017년 5월 미 공영라디오방송 PRI도 “20, 30대 한국 청년 중 3분의 2가 대학 졸업장을 소지했지만 대학을 졸업해도 삼성 같은 ‘꿈의 직장’에 입사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를 대체할 안정적 직장을 갖고 싶다는 욕구가 공시 열풍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또 “경제가 좋지 않아도 정부의 공무원 채용은 계속되며 한번 공무원이 되면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김재희 jetti@donga.com·위은지 기자}
해상 생존을 위한 수영 실습 도중 최고 수심 4.8m의 수영장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고교생이 설 연휴기간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숨진 학생은 발견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숨진 학생과 함께 수영 실습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사고 당일 강사 2명 중 1명은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6일 부산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영도구에 있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상급 안전교육’을 받던 중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부산해사고 1학년 나모 군(17)이 2일 숨졌다. 부산해사고는 항해사, 기관사 등 해양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국립 마이스터고교로 해양수산연수원에 상급 안전교육을 위탁하고 있다. 나 군은 지난달 25일 실습 후반부의 자유시간이던 낮 12시 반경 수영장의 수심 4.8m 지점에서 가라앉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실습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해양수산연수원 강사들이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사 2명이 실습교육을 맡았는데 실제 수영장 안에는 1명만 있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연수원 측이 배포한 ‘2019 부산해사고 상급 안전교육’ 커리큘럼에 따르면 사고가 난 수업의 담당 강사로 최모, 진모 씨 2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실습에 참여한 A 군은 “강사 중 1명은 수업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교육은 사실상 1명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나 군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될 당시에도 현장을 지키던 강사는 1명이었다고 한다. B 군은 “(강사가) 풀장에 남아 있는 학생 20여 명에게 ‘수영에 자신이 있으면 구명조끼를 벗어도 좋고 그렇지 않으면 입고 있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 C 군은 “자유시간에는 구명조끼를 벗어도 좋다고 했다. 실제 20여 명 중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학생은 2, 3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연수원 관계자는 “해당 수업에 주강사와 보조강사 2명이 들어가는데 보조강사는 구명조끼 수집 등 실습장 내부를 정리하거나 아이들이 샤워장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2명이 풀장에 상주하며 감독해야 한다는 안전수칙은 없다”고 했다. 구명조끼 착용 여부를 감독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수영에 자신 없는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지시했다. 혹시 모를 상황 때문에 풀장에 구명조끼 7, 8개를 띄워 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도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강사 최 씨와 진 씨를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박상준 speakup@donga.com·김재희 기자}

지난해 11월 ‘방팅(방에서 하는 미팅)’에 참가했던 윤모 씨(40)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방장 A 씨가 약속 장소인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점에 모인 방팅 참가자들에게 “참가비 3만 원씩을 내라”고 한 뒤 돈만 걷어 사라져버린 것이다. 당시 참가자는 윤 씨를 포함해 남자가 4명, 여자 3명으로 모두 7명이었다. A 씨는 6명한테서 모두 18만 원을 걷은 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뜬 뒤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방팅’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간과 장소를 정한 뒤 함께 시간을 보내는 문화다. 만나는 장소는 술집, 노래방, 모텔 등으로 다양하다. 2000년대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방팅 문화는 최근까지도 ‘스카이러브’ 등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온라인의 한 방팅 모집 사이트에는 ‘오늘 밤 10시 신림역 방팅 가즈아’, ‘술 한잔하실 분만 오세요’ 등 여러 시간대와 형식의 방팅 모집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점에서 진행된 방팅에서는 참가자들이 모이자마자 방장 전모 씨(38)가 참가비 3만 원씩을 걷었다. 참석자 중 한 명이 “참가비만 걷고 도망을 가는 경우가 많다던데…”라고 하자 전 씨는 “사기 방팅이 많다는 건 아는데 오늘 우리는 여자들이랑 재밌게 놀려는 자리”라며 안심시켰다. 방팅에서는 평소 알고 지내며 한통속인 일당이 다른 참가자들을 속이고 금전적인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일당들끼리 짜고 술값을 내지 않은 채 하나둘씩 슬그머니 사라지거나 내기를 하자면서 특정인이 계속 지도록 유도해 벌금 형식으로 돈을 뜯어내는 식이다. 여성 참가자를 경매에 부쳐 높은 액수를 부르는 남성에게 1일 데이트 권한을 주는 ‘경매팅’에서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남성이 액수를 잔뜩 높여 놓은 뒤 돈을 받은 여성과 함께 달아나는 일도 종종 있다. 방팅 참가자들은 서로의 신원을 밝히지 않기 때문에 모임에서 피해를 봐도 달리 손을 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 방팅 참가자들은 대부분 별명이나 가명을 사용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윤 씨도 참가비를 챙겨 달아난 방장 A 씨를 고소하지 못했다. 그 대신 윤 씨는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술 방팅 상습사기단을 잡아 달라’는 글을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방팅 사기의 경우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한 수사에 착수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박상준 speakup@donga.com·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