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김동욱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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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누비며 올림픽, 월드컵 등 각종 스포츠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연주자, 무용수들의 공연을 보고 들으며 글로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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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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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쇼트트랙 똘똘 뭉친 팀워크, 가장 높은 곳에 서다

    에이스 최민정(20)이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했지만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경기 막판 혼전 상황에서 넘어진 선수까지 나오면서 최종 판정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 대기석에서 경기를 바라보던 막내 이유빈(17)까지 나와 빙판을 돌며 대형 태극기를 흔들었지만 시선은 천장에 달린 전광판을 향했다. 간절히 마음을 졸이길 5분여,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전광판을 통해 최종 결과가 전해지자 대표팀 선수 다섯 명은 둥글게 어깨동무를 한 채 환호했다. 이유빈, 김예진(19), 김아랑(23), 심석희(21)는 눈물을 흘렸고, 최민정은 환하게 웃었다. 7943명 관중도 일제히 환호했다. 두 대회 연속, 역대 여섯 번째 3000m 계주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한 여자 대표팀은 그렇게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다. 늘 ‘금메달은 당연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여자 대표팀 3000m 계주 도전은 부담과의 싸움이었다. 사상 첫 안방 겨울올림픽이라는 중압감과 역대 최강이라는 주변의 기대, 그리고 최근 코치의 폭행이라는 불미스러운 일까지 양 어깨에 짊어져야 했던 여자 대표팀은 그렇게 눈물과 함께 네 번째 금메달을 한국 선수단에 안겼다. 이날 결선에서는 맏언니 김아랑의 스퍼트가 빛났다. 팀의 세 번째 주자로 나선 김아랑은 6바퀴를 남겨놓고 터치도 거른 채 바깥 라인을 공략하며 앞선 캐나다 주자를 제쳤다. 팀을 3위에서 2위로 끌어올렸다. 바깥쪽에서 레이스를 펼치며 김예진과 터치 타이밍을 놓친 김아랑은 예정보다 1바퀴 많은 2바퀴 반을 돌았다. 터치의 순간 옆으로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김예진을 힘껏 밀었다. 박세우 여자 대표팀 코치는 “민정이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아랑이가 좋은 경기를 해줬다”고 칭찬했다. 김아랑이 넘어지는 과정에서 뒤에서 따라오던 캐나다 선수와 충돌해 넘어뜨리는 상황이 나왔지만 실격 사유로는 판단되지 않았다. 경기 뒤 김아랑은 “나 때문에 넘어진지는 몰랐다. 단지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우리 선수를 밀어주는 것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이경 본보 해설위원(싱가포르 대표팀 감독)은 “터치 이후에 신체접촉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김아랑의) 스케이트 날에 걸린 것이기에 실격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맏언니의 스퍼트로 2위로 올라선 대표팀은 막판 역전극을 완성했다. 대표팀을 이끌어온 쌍두마차 심석희, 최민정이 해결사로 나섰다. 마지막 3번째 바퀴에서 2위로 달리던 심석희는 마지막 터치에서 있는 힘껏 최민정의 엉덩이를 밀며 그를 선두자리에 올려놨다. 비록 4년 전 소치 올림픽 때처럼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는 팀의 에이스는 아니었지만 팀의 1번 주자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심석희의 힘을 온전히 추진력으로 받아낸 최민정은 중국과의 막판 경합을 뚫고 그대로 두 바퀴를 내달려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최근 코치의 폭행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주장 심석희는 계주 우승으로 이번 대회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대회를 앞두고 정신적으로 큰 충격에 빠졌던 심석희는 단거리 500m는 물론 자신의 주 종목인 1500m에서도 미끄러지며 예선 관문조차 넘지 못하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1500m 예선 탈락 다음 날인 18일 휴식스케줄에도 훈련을 자청하며 계주에 집중한 끝에 당당히 이번 대회 자신의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경기 뒤 심석희는 “저 말고도 다들 마음고생 많이 했다. 다 같이 고생하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나와서 좋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선보인 여자 대표팀의 깜짝 세리머니도 심석희의 아이디어였다. 이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대표팀은 줄줄이 순서대로 서로의 엉덩이를 민 뒤 다함께 양손 검지를 하늘로 찌르는 듯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땀과 눈물로 빚어낸 영광이었다. 오전 6시에 일과를 시작하는 대표팀은 많게는 하루 10시간까지 훈련을 소화했다. 빙상 훈련 4시간, 지상 체력 훈련 2시간 등 기본 훈련 6시간에 선수별로 개인 종목 훈련을 보완하거나 영상 분석 등에 집중했다. 빙상장에서 하루에 111.12m 길이 트랙만 200∼300바퀴를 돌았다. 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김동욱·김배중 기자}

    •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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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내린 27일 동행… 펑펑 운 단일팀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 남과 북의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항상 환하게 웃던 세라 머리 총감독도 눈물을 흘렸다. 머리 감독은 박철호 북한 코치를 껴안았고 이어 박 코치는 골리 신소정을 안았다. 남과 북이 함께한 27일간의 동행이 끝났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2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7, 8위 결정전에서 한수진이 골을 터뜨렸지만 1-6으로 졌다. 단일팀은 이번 대회 5전 전패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단일팀의 평창 겨울올림픽 마지막 경기로 일찌감치 입장권이 매진되는 등 6000석의 경기장에는 빈 좌석을 찾기 힘들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기로 예정됐던 북한 응원단은 응원을 취소했다. 북한 선수들은 25일 폐회식이 끝난 뒤 돌아간다. 지난달 2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머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과 박 코치의 북한 선수단이 만나면서 역사적인 첫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꾸려졌다. 올림픽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력이나 출전 시간 등을 놓고 많은 논란을 낳았다. 단일팀의 등장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북한 응원단이 응원전을 펼쳤고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많은 외신이 단일팀을 쫓아다니며 질문을 쏟아냈다. 경기 뒤 선수들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했다. 한수진은 “식사시간과 운동시간 외에는 만나지 못했다. 라커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며 “초반에는 서먹서먹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신소정은 “단일팀으로 치른 올림픽에서 압박이나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처음에는 북한 선수들이 무섭기도 했지만 그 친구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왔고 금세 친해졌다”고 밝혔다. 경기에 앞서 라커룸에 모인 남북 선수들은 서로 껴안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진을 인화해 북한 선수들에게 주겠다고 약속도 했다. 의도하지 않게 남북 단일팀을 이끌었던 머리 감독의 표정에는 홀가분함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머리 감독은 “언론 앞에 서는 순간에는 우리가 두 팀으로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한 팀이었다. 모두 선수들 덕분이다. 정치적인 결정으로 한 팀이 됐지만 한 팀으로 경기하는 건 우리들의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 선수들은 그 사이 친구가 됐다. 나중에라도 다시 단일팀으로 경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헤어질 때 북한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머리 감독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빙판 위에서 남북은 하나였다. 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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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랑 수백 번 들어… 은퇴해도 한국인”

    “정말 수백 번 아리랑 가사를 들었어요.” 평창 겨울올림픽 아이스댄스에서 민유라(23)와 함께 파트너를 이뤄 출전한 겜린 알렉산더(25·사진)는 ‘한국인’이 다 됐다. 민유라와 함께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특별 귀화를 했지만 평창 무대를 준비하면서 한국 사람이 됐다. 프리댄스에서 선보인 ‘홀로 아리랑’을 완벽하게 연기하기 위해 수없이 아리랑을 듣고 가사를 공부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출신인 그는 아리랑을 들으며 한국인의 감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일곱 살 때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은 그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아이스댄스를 시작했다. 여동생과 파트너를 이뤄 10년간 활동했다. 2015년 여동생이 은퇴했다. 한 집안에서 두 명이 스케이트를 타기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때 같은 코치 밑에서 배우던 민유라가 파트너를 제안했고 그렇게 짝이 됐다. 그때부터 한국어 공부도 시작했다. 케이팝을 듣거나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틈틈이 본다. 특별 귀화 면접을 위해 애국가도 4절까지 외웠다.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지만 김치는 먹을 수 있다. 겜린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겜린은 20일 아이스댄스 프리댄스 경기 뒤 “부모님이 날 위해 많은 걸 희생했다”며 울먹였다. 스폰서를 받지 못한 그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비용을 자비로 해결했다. 특히 부모님이 노후 자금까지 내주며 지원해 주었다. 이번 올림픽에 부모님을 한국에 모셔오고 싶었지만 비용 문제로 그러지 못했다. 겜린은 민유라와 함께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대표로 뛸 예정이다. 다만 훈련비용이 문제다. 매년 20만 달러(약 2억100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다. 겜린은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 펀드 미’에 사연을 올려 ‘민겜린코리아’()라는 이름으로 2016년 12월부터 모금을 받고 있다. 목표는 5만 달러(약 5400만 원)다. 20일 아이스댄스 경기 전만 해도 5000달러였지만 연기에 감동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2만3000달러(약 2400만 원) 정도가 모였다. 겜린은 은퇴 뒤에도 ‘한국인’으로 살 계획이다. 유소년을 가르치며 한국 아이스댄스의 저변을 넓히고 싶단다. 겜린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한국어로 자신의 소감을 나타냈다. “완전히 머리가 비었어요. 압도적이었어요.” 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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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랑, 올림픽 홀리다

    “메달보다 더욱 값진 경기 너무 멋있었어요.” “점수를 떠나 정말 마음이 뭉클해지는 경기였어요.” 차가운 얼음 위에 뜨거운 감동이 흘러넘쳤다. 약 4분간의 공연이 끝나자 4000여 관중은 기립 박수를 쏟아냈다.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 한국 선수 최초로 출전한 민유라(23)-겜린 알렉산더(25) 조는 피겨에서는 보기 힘든 한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이어 배경음악인 소향의 ‘홀로 아리랑’이 경기장 가득 울려 퍼졌다. ‘아리랑∼아리랑∼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다 함께 가보자’ 이들은 한국 무용을 떠올리게 하는 안무를 펼쳤다. 민유라와 겜린의 연기를 지켜본 관중과 시청자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서울에서 온 김경민 씨는 “피겨 경기에서 아리랑을 들을 줄 몰랐다. 굉장히 잘 어울리고 우아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아리랑과 한복을 처음 알았는데 피겨와 잘 어울렸다”는 반응이다. 민유라와 겜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수백 건의 댓글이 달렸다. 미국 ABC, NBC 등 방송과 로이터통신은 민유라와 겜린의 한복과 아리랑 음악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애처로운 아리랑 선율이 강릉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진 듯했다. 이날 관중석에서는 ‘아리랑’을 한 글자씩 큰 종이에 써서 흔드는 관중도 있었다.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중도 많았다. ‘피겨 여왕’ 김연아(28)도 직접 이들의 연기를 지켜봤다. 이들은 한국 아이스댄스 최고 성적인 18위를 기록했지만 성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아리랑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였던 민유라는 경기 뒤 “우리가 고집한 아리랑을 연기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며 “팬들의 응원이 너무 좋아 정말 쉽고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케이팝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려고 했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교포 민유라와 한국으로 귀화한 겜린이 한국적인 뿌리를 알리고 싶어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최종 선택했다. 겜린은 “한복을 입고 연기를 하는 것은 태극기를 달고 스케이트를 타는 기분이다. 한국 문화와 역사를 관객과 공유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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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영화처럼 날다… ‘국가대표’ 해피엔딩

    27년 전 좁디좁은 9인승 승합차에서 함께 ‘인간 새’의 꿈을 꾸던 스키점프 삼총사가 평창에서 다시 뭉쳤다. 영화 같은 ‘비상(飛上)’을 했다. 스키점프 단체전이 열린 19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한국의 최서우(36)와 김현기(35·이상 하이원)에 이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던 최흥철(37)까지 나섰다. 예견되지 않은 등장이었다.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주인공인 이들의 결합은 극적이었다. 최흥철은 월드컵 랭킹 점수가 낮아 평창 무대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날 국제스키연맹(FIS)은 “최흥철의 단체전 출전만 허용해 달라”는 대한스키협회의 구제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동안 대한스키협회는 안방 흥행을 위해선 스키점프 1세대인 그의 출전이 필요하다며 FIS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FIS는 결국 대회 전날 출전국 전원의 동의를 얻어내 이를 허용했다. 4명이 필요한 단체전 인원을 맞추기 위해 노르딕복합(크로스컨트리+스키점프)의 박제언(25)까지 합류했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단체전부터 시작된 최흥철과 최서우, 김현기 3인방의 6번째 올림픽(단체전) 비행은 이렇게 이뤄졌다. ‘국가대표’의 한 축 강칠구(34)는 2016년 은퇴 후 대표팀 코치로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최흥철의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올림픽 출전권이 없는데도 지난해 말부터 사비를 들여가며 국제대회에 출전해 경기 감각을 익혔다. 최흥철은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평창에서 동생들과 함께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맏형의 복귀에 최서우 김현기 또한 가슴이 벅차올랐다. 김현기는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함께 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20년 전 ‘한국 무대에서 꼭 함께 날자’라던 우리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감격했다. 이들은 27년을 동고동락하며 한국 스키점프의 역사를 써온 ‘역전의 용사’다. 스키점프로 맺어진 이들의 인연은 1991년 시작됐다. 무주리조트가 인근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스키점프 꿈나무를 모집했다. 그때 합격한 선수들이 지금의 세 선수다. 강 코치는 1994년 팀에 합류했다. 1996년 첫 유럽 전지훈련 때 코치가 몰던 승합차를 타고 10대 초반의 삼총사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유럽 대륙을 돌아다녔다. 주니어 스키점프 대회를 휩쓸었다. 차에서 쪽잠을 자며 버텼지만 세계무대에서 비행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웃음 짓던 시절이다. 당시 삼총사는 주니어 무대를 휩쓸며 차 한가득 트로피를 챙겼다. 스키점프를 시작한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유럽 무대 데뷔전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당시 이들의 여정을 이끌었던 이상오 국제스키점프 심판(52)은 “삼총사를 포함해 6, 7명의 선수가 저와 코치 한 명이 탄 승합차에 몸을 구겨 타고 유럽 곳곳을 돌며 꿈을 키웠다”며 “트로피가 쌓이면 그 추운 날씨에도 트렁크를 반쯤 열어 짐을 싣고 다녔다. 그래도 모두 가슴만은 뜨겁던 시절”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던 때였다. 하지만 국가대표가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비인기 종목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 훈련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대회에 나가 입상해야 했다. 1년에 한두 벌의 유니폼으로 대회를 치렀다. 찢어진 곳을 기우다가 도저히 안 되면, 그냥 옷이 찢어진 채로 비행했다. 김현기는 “선수들 모두 바느질 선수가 됐다. 조금 커도 바로 수선을 할 수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2008년 한국에 스키점프 실업팀(하이원)이 만들어지기까지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이런 환경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2003년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겨울유니버시아드에선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해 아오모리 겨울아시아경기 단체전에서도 정상을 밟았다. 이런 기적 스토리는 2009년 영화 ‘국가대표’의 주제가 됐다. ‘국가대표’는 해피엔딩이었지만 현실은 영화와 달랐다. 영화 흥행 직후 일부 기업체와 체결한 후원 계약(스폰서)은 몇 년을 넘기질 못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식어갔다. 기대감에 부풀던 삼총사의 가슴은 다시 멍들어갔다. 평창 올림픽은 그런 그들을 다시 비상케 한 원동력이었다. 안방에서 올림픽 비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찼던 삼총사다. 그 결전의 무대를 1년 앞둔 지난해 이들은 큰 위기를 겪는다. 스키점프는 대한스키협회가 뽑은 메달 유망 종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이들의 유럽 대회 출전비용은 턱없이 적게 배정됐다. 세대교체도 난항이다. 이 와중에 그동안 대표팀을 정신적으로 이끌어왔던 맏형 최흥철이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최서우만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고 개최국 출전권 한 장은 월드컵 포인트가 더 높았던 김현기의 몫이었다. 이런 시련에 대해 삼총사는 평창에서 단체전 비행을 하기 위한 서막이었다고 말한다. 이젠 웃을 수 있다. 비록 이날 단체전 1차 성적이 최하위(12개 팀 중)로 나와 결선(8팀 진출)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그들은 또 한번 함께 꿈꾸었다. 최흥철은 경기 뒤 “세 명이서 단체전에 출전한 것은 2016년이 마지막이었다. 언제 다시 단체전에 뛸지 모르는 만큼 오늘 경기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평창=김재형 monami@donga.com·김동욱 기자}

    • 20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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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위기 살리는 ‘흥부자’, 20일 한복 입고 ‘아리랑’ 무대 오른다

    “유라 씨. 사진 같이 찍을래요?” ‘빙속 여제’ 이상화가 다가왔다. 잠시 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도 사진을 같이 찍자며 말을 걸었다. 이어 다른 선수들도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모두 처음 만난 선수들이었다. 선수들은 말했다.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의 민유라(23)는 선수들 사이에서 ‘흥부자’로 통한다. 흥이 많기 때문이다. 7일 강릉선수촌에서 가진 입촌식부터 민유라는 특유의 끼와 흥을 발산했다. 비보이들이 춤을 출 때 먼저 나가서 춤을 추며 서먹한 분위기를 바꿨다. 그는 “다들 나가고는 싶은데 망설이는 것 같아서 먼저 나갔을 뿐이다.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진가는 11일 열린 팀 이벤트(단체전)에서 잘 드러났다. 팀의 주장을 맡아 선수들의 응원을 주도했다. 덕분에 선수들은 올림픽 경기라는 긴장감을 잊고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그는 “캐나다 피겨 남자 선수인 패트릭 챈이 친구다. 챈이 두 번 올림픽에 출전했는데 즐기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이 첫 올림픽이지만 경기는 경기대로 하고 나머지는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겨 페어 대표팀의 김규은(19)은 “유라 언니가 올림픽을 즐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덕분에 선수들이 부담감을 많이 덜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민유라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익살스러운 사진을 많이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피겨 선수라면 꺼릴 것 같은 사진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그것도 많이 자제한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피겨 선수인데 우아한 사진을 올려야 하나 싶어서 올리지 않은 사진들도 많다”고 말했다. 팀 이벤트에서 그는 의도하지 않았던 사건으로 영국 BBC, 미국 USA투데이 등 해외 언론에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겜린 알렉산더(25)와 파트너를 이뤄 쇼트댄스를 연기하다 상의 훅이 떨어져 나가면서 제대로 된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연기가 끝난 뒤에도 환하게 웃었다. 그는 “어차피 일어난 일인데 화를 내봤자 소용없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한국에도 아이스댄스 팀이 있다는 것을 많이 알린 것 같아서 기분 좋다”고 밝혔다. 전혀 울 것 같지 않던 민유라는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아이스댄스 쇼트댄스를 마치고 울음을 터뜨렸다. 전광판에 61.22점이 뜨자 두 손을 얼굴에 갖다대며 눈물을 흘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공인 최고점 61.97점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20일 열리는 프리댄스 진출을 확정했다. 총 24개 조 중 상위 18개 팀이 프리댄스에 진출한다. 이날 민유라-겜린 조는 16위를 차지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한국 아이스댄스 선수로는 처음 출전해 24위를 기록한 양태화-이천군 조를 넘어 한국 아이스댄스 최고의 올림픽 성적이다. 프리댄스 진출은 그에게 큰 의미가 있다. 프리댄스 배경음악이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이기 때문이다. 그와 겜린은 전 세계에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꼭 펼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혀왔다. 이를 위해 개량한복을 입는다. 그는 “코치들은 아리랑이 외국 심판들에게 낯선 곡이기 때문에 음악을 바꾸자고 했다. 하지만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민유라는 이날 “쇼트댄스를 통과해야 아리랑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 울음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댄스에서는 내 마음과 감정을 모두 표출해 특별한 아리랑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 말을 잊지 않았다. “점수는 상관없어요. 어떻게든 확실하게 즐기고 내려오겠어요.”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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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트트랙 銅 서이라 ‘악플폭탄’에도 꿋꿋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서이라(26)가 ‘악플 폭탄’을 맞고 있다. 서이라는 13일 남자 1000m 예선에서 한톈위(중국)의 반칙과 실격으로 구제를 받아 준준결선에 올랐다. 판정에 불만을 품은 중국 누리꾼들이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찾아 한글과 중국어로 수천 건의 욕설과 비난 글을 남겼다. 중국발 악플을 맞은 서이라는 17일 남자 1000m 결선 뒤에는 국내 누리꾼들의 악플에 시달렸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사오린 샨도르 류(헝가리)의 반칙으로 임효준(22)과 엉켜 넘어졌다. 서이라는 바로 일어나 역주한 끝에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일부에서는 서이라 바로 뒤에 있던 임효준이 치고 나갈 틈을 노렸지만 서이라에게 가로막히며 앞서 나갈 타이밍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쇼트트랙 관계자들은 “계주 등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난이다. 경기 도중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준준결선에서 서이라가 임효준, 황대헌(19)과 한 조에 편성돼 달리다 황대헌이 떨어지고 임효준과 그가 준결선에 올라간 것도 문제 삼았다. 두 명만 올라가는 규정 탓에 한 명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메달 기대주 황대헌이 떨어지자 서이라에게 비난의 화살을 쏟았다. 경기 뒤 밝은 미소를 잃지 않은 서이라는 중국 누리꾼들을 향해 “니하오, 워 아이 니(안녕하세요. 저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 명이 다 같이 선의의 경쟁을 해서 누가 됐든 축하해주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임효준은 경기 뒤 “안 넘어졌다면 해볼 만했는데, 아쉽긴 아쉽다. 그래도 (서)이라 형이 메달을 따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악플 폭탄에도 서이라와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흔들리지 않았다.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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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심 저격’, 평창 사로잡은 미모의 선수들

    15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과 일본의 예선 2차전. 한국이 5-7로 아쉬운 역전패를 한 가운데 시선을 사로잡은 일본 선수가 있었다. 일본 대표팀의 스킵 후지사와 사쓰키(27)다. 경기 당일과 다음 날 아침까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반환점을 돌았다. 메달 소식 못지않게 미모와 색다른 개성을 지닌 선수들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자 알파인스키의 린지 본(34), 미케일라 시프린(23·이상 미국)과 여자 스키점프 다카나시 사라(22·일본),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알리나 자기토바(16·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테사 버추(29·캐나다) 등은 일찌감치 실력과 미모를 겸비해 주목받았다. 후지사와는 이번 대회 도중 뜬 스타다. 일본은 후지사와의 활약으로 예선 다섯 경기에서 4승을 거뒀다. 국내 누리꾼들은 후지사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찾아 사진과 인적사항 등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그가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에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컬링 믹스 더블(혼성 2인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 아나스타시야 브리즈갈로바(26)도 경기 내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브리즈갈로바는 이번 대회에서 남편인 알렉산드르 크루셸니츠키와 함께 파트너를 이뤄 출전했다. 러시아 주니어 컬링대회에서 처음 만나 6년간의 열애 끝에 지난해 결혼했다. 여자 바이애슬론의 도로테아 비에러(28·이탈리아)는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유럽 언론들이 꼽는 미녀 선수로 유명하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혼성계주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비에러는 이번 대회 4개 부문에 출전했지만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다. 인스타그램에 23만여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고, 그를 위한 많은 팬 페이지가 있다. 노르웨이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헤예 뵈코(27)는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뒤 이번 대회가 세 번째 올림픽이다. 올림픽 때마다 매력적인 모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여자 쇼트트랙의 쉬자너 스휠팅(21·네덜란드)은 이번 대회 500m, 1500m에 출전해 이제는 낯이 익은 선수가 됐다. 아직 세계 정상급의 실력은 아니지만 네덜란드의 손꼽히는 유망주다. 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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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하나돼 싸운 한일전… 터졌다, 첫골

    올림픽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이 올림픽 첫 골을 기록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일본의 B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이 열린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 단일팀, 일본 모두 2전 전패를 기록한 상태에서 맞붙었다. 이날 북한 응원단 170여 명이 스위스, 스웨덴전에 이어 경기장을 찾았다. 빨간색 방한복에 하얀색 모자를 쓴 응원단은 이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응원을 펼쳤다.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우리는 하나다”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 등의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일본은 경기 전부터 자신감을 보였다. 22명의 경기 명단에서 주전 골리인 후지모토 나나를 제외했다. 부상이 없는 후지모토가 빠진 것은 그가 없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일본의 계산이었다. 일본은 한국이 8점 차로 진 스웨덴, 스위스에 1-2, 1-3으로 졌다. 후지모토는 두 경기 모두 주전으로 나서 92.31%, 88.64%의 세이브율을 기록했다. 일본은 주전 골리가 빠졌어도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세계 랭킹도 9위로 한국(22위), 북한(25위)보다 앞서 있다. 일본은 한국과의 역대 전적에서도 7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1골을 넣는 동안 일본에 106골을 내줬다.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경기에서는 무려 0-29로 졌다. 단일팀은 이날 황충금, 정수현, 김향미, 김은향 등 처음으로 북한 선수 4명을 출전 명단에 올렸다. 1, 2차전에서는 모두 북한 선수 3명을 기용했다. 1피리어드 초반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듯했지만 1분 7초 만에 첫 골을 허용했다. 이어 3분 58초에 두 번째 골을 내줬다. 기대하던 골은 2피리어드에서 터졌다. 9분 31초 때 하프라인에서 박윤정이 앞서 있던 랜디 희수 그리핀에게 펜스를 맞히는 패스로 정확하게 퍽을 배달했다. 그리핀은 아다치 유리에와 경합하며 골대 쪽으로 퍽을 몰고 갔다. 골대를 힐끗 쳐다본 그리핀은 골대로 퍽을 날렸다. 골리 오른쪽 다리 안쪽을 맞은 퍽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일팀이 만들어낸 역사적인 첫 골이었다. 경기장은 환호로 뒤덮였고, 선수들은 서로를 안으며 기뻐했다. 단일팀은 1-4로 경기를 마쳤다. 단일팀은 18일 5∼6위 순위결정전에서 4강 플레이오프 탈락 팀과 경기를 치른다. 첫 골을 넣은 퍽은 한국의 박윤정이 챙겨 그리핀에게 전했다. 한수진은 “감독이 ‘기적을 바라지 말고 기적을 이루자’고 했다. 한일전이기 때문에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하려고 모두가 노력했다”고 말했다.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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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건물 지붕 ‘훌렁’… 강릉까지 덮친 강풍

    추위에 이어 이제는 강풍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평창, 강릉 일대에 몸을 가누기 힘든 강풍이 불어 경기 진행뿐만 아니라 관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14일 영동지방에 강풍특보가 발효됐다.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평창에는 풍속 10.1m/s, 순간풍속 11.9m/s의 강풍이 불었다. 강릉도 풍속 8.5m/s, 순간풍속 13.4m/s를 기록했다. 여자 알파인스키 회전 경기는 강풍으로 연기됐다. 오전 10시 15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1시간 미뤄졌고, 결국 16일에 열린다. 이미 알파인스키는 강풍으로 일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11일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자 활강 경기가 15일로 밀렸다. 12일 용평 알파인경기장에서 진행하려 했던 여자 대회전도 15일로 조정됐다. 모두 강풍 때문이다. 강릉은 강풍 때문에 시설물이 파손되고, 경기를 보러 온 관중 일부가 돌아가기도 했다. 평창 올림픽 공식 제품을 판매하는 강릉올림픽파크 내의 슈퍼스토어는 지붕이 뜯겨나가 손님들을 대피시키고 한동안 영업을 중지했다. 슈퍼스토어는 천막으로 만든 임시건물이다. 올림픽파크 내에서는 “강풍으로 야외에서 활동은 위험하니 실내로 들어가 주길 바란다”는 안내방송이 계속 나왔다. 올림픽파크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과 시설물도 쓰러졌다. 취재진을 위해 경기장 부근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들도 폐쇄됐다. 프레스센터도 모두 천막으로 된 임시건물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대회가 열리기 전과 초반에는 추위가 화제였다면 이제는 강풍으로 경기 일정이 차질을 빚고 관중 안전까지 위협받아 난감하다”고 말했다.강릉=김동욱 creating@donga.com / 이미지 기자}

    • 201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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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깐깐해진 판정… 애매한 상황도 실격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상대방에게 손을 대거나 미는 ‘나쁜 손’에 대한 벌칙이 예전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예선과 여자 500m 준결선에서 중국 선수 4명이 반칙으로 무더기 실격됐다. 남자 1000m 예선 6조에서 중국의 한톈위는 한국의 서이라와 함께 출전했다. 다섯 바퀴째 서이라가 1위로 올라설 때 한톈위와 충돌하며 4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한톈위가 서이라를 손으로 밀친 것으로 확인돼 한톈위는 반칙으로 실격됐다. 서이라는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앞서 열린 예선 4조에서는 중국의 런쯔웨이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로베르츠 즈베이니엑스(라트비아)를 손으로 밀쳐 실격됐다. 중국은 1000m에 출전한 3명 중 우다징만 준준결선에 진출했다. 여자 500m에서도 중국 선수 2명이 실격됐다. 한국 선수들과 악연이 있는 판커신은 준결선 1조에서 최민정과 함께 출전했다. 최민정이 1위로 통과한 가운데 판커신은 3위에 올랐다. 어차피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반칙을 저질러 파이널B로도 가지 못하고 실격됐다. 준결선 2조 취춘위도 최하위인 4위를 기록했지만 반칙으로 실격 처리됐다. 한국은 중국의 ‘나쁜 손’과 악연이 많았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박승희를 결승선 통과 직전 잡아채려는 동작을 취했지만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갔다. 준결선에서는 심석희를 넘어뜨릴 뻔했다. 지난해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여자 500m 결선에서도 심석희의 무릎을 잡아 동반 실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상대 선수에게 손을 대 실격된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쁜 손’은 그동안 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전에는 선수가 넘어지는 등 확실하게 영향을 주는 상황이 아니면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문제가 자주 논란이 되자 좀 더 엄격한 쪽으로 판정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 쇼트트랙 관계자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예전에는 애매한 상황이면 그냥 넘어갔을 것도 이젠 무조건 실격 처리를 한다”고 말했다. 한번 비디오 판독으로 결정된 판정은 번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경기에서 적용된 벌칙이 다음 경기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강릉=김동욱 creating@donga.com·정윤철 기자}

    •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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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 모았던 그녀들, 이젠 ‘피겨 퀸 전쟁’

    ‘적과의 동침’은 끝났다. 1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단체전)의 최고 관심사는 금메달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 소속인 ‘피겨 공주’ 알리나 자기토바(16)였다.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자기토바는 환상적인 연기로 158.08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지난달 유럽피겨선수권에서 세운 개인 최고 점수(157.97점)를 넘어섰다. 2위를 기록한 미라이 나가스(미국·137.53점)보다 20점 이상 높았다. 자기토바는 “오늘 경기는 내 기준으로는 4점(5점 만점)짜리 경기였다. 보완점에 대해 연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자기토바가 21일 시작되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같은 나라 선배인 ‘피겨 최강’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의 강력한 적수로 떠올랐다. 메드베데바도 11일 쇼트프로그램에 나서 81.06점으로 자신이 보유한 세계기록(80.85점)을 경신한 바 있어 두 선수가 펼칠 자존심 대결이 볼만하게 됐다. 팀이벤트 금메달은 캐나다가 가져갔지만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은 자기토바와 메드베데바에게 쏟아졌다. 2015년부터 1인자로 군림했던 메드베데바에게 자기토바는 금메달을 위협하는 강력한 도전자다. 메드베데바는 지난해 말 오른쪽 발등 뼈 부상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과 러시아선수권에 불참했다. 그러는 사이 자기토바가 연달아 두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두 선수는 유럽선수권에서 맞붙었다. 자기토바가 238.24점으로 정상에 올랐고, 메드베데바는 232.86점으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ISU 세계 랭킹에서는 먼저 시니어로 데뷔한 메드베데바가 1위다. 이번 시즌 데뷔한 자기토바는 5위지만 시즌 랭킹은 메드베데바(5위)보다 앞선 1위다. 상승세를 타며 거칠 것 없는 자기토바와 부상을 떨치며 단체전에서 변함없는 기량을 선보인 메드베데바의 우승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선수는 라이벌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서로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했다. 메드베데바는 자기토바를 라이벌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자기토바는 내 팀 동료”라고 말했다. 자기토바는 “우리는 서로 응원하는 사이”라고 밝혔다.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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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화 아이디어 두번 빼앗겨… 개회식 90% 만족”

    《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박종아(한국)와 정수현(북한)이 최종 주자로 나서 김연아에게 성화를 넘겨주었다. 원래는 축구스타 안정환이 김연아에게 넘겨주기로 돼 있었지만 하루 전에 바뀌었고 개회식 1시간 전에야 두 선수에게 설명했다. 송승환 개·폐회식 총감독(사진)은 두 선수가 김연아에게 성화를 건네려 ‘빛의 계단’을 올라갈 때 몸무게 초과로 계단이 무너질까 마음을 졸였다. 화제를 모은 ‘인면조’는 고구려 벽화에서 힌트를 얻었지만 해외 제작자가 일본 사무라이 얼굴처럼 만들어 와 급히 한국형 얼굴로 수정했다. 평창 개회식 뒷얘기를 송 감독에게 들었다. 》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절대 기죽지 마세요. 우린 최선을 다했어요. 다들 후회는 없잖아요.”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을 앞두고 송승환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61)은 스태프와 출연진을 다 모아놓고 이야기했다. 송 총감독의 말처럼 기죽을 필요는 전혀 없었다. 개회식은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2015년 7월 총감독으로 선정된 뒤 2년 반 동안 개·폐회식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 2주 뒤 있을 폐회식만 남겨두고 있다. 11일 개·폐회식 장소인 올림픽스타디움이 보이는 강원 평창군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개회식에서 예정했던 것의 90% 이상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쉬운 10%는 무엇인가. “관객이 눈치채지 못한 두 가지 실수가 있었다. 태극을 만드는 장구춤 무대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입장한 뒤 자리에 앉을 때다. 관객의 시선이 그쪽에 쏠려 있는 사이 중앙 무대가 바닥에 내려가 연주자 180명을 태우고 올라가야 했다. 하지만 제 시간에 내려가지 못했다. 급하게 헬리콥터가 날아다니는 화면을 띄웠다. 비상용 4분짜리 영상도 준비시켰다. 다행히 무대가 작동했지만 예정보다 10초 늘어졌다. 10시간 같았던 10초였다.” ―또 예상 못한 다른 하나는…. “가수들의 ‘이매진’ 노래가 끝난 뒤 드론 300대를 띄우려 했다. 드론이 비둘기 모양을 만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드론은 뜨지 못했다. 날씨는 좋았지만 드론이 대기한 구역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띄울 상황이 아니었다. 하고자 했던 것을 다 못해 아쉽지만 그 외는 거의 완벽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승환 총감독께 작년에 제가 개막식 내용을 처음 설명 들으며 깐깐하게 굴었던 일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개·폐회식 연출안을 문서로 이 총리에게 보고했다. 이 총리는 ‘콘셉트만 좋으면 뭐 하냐, 잘 표현해야 하지 않냐.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우리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금 섭섭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모든 예술가들을 위해 사과와 감사를 전해준 것 같아 정말 고맙다.” ―부족한 예산이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예산으로 인한 고충은 없었나. “처음 총감독직을 맡았을 때 10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저비용 추구로 예산이 600억 원으로 줄었다. 굉장히 힘들었다. 평창은 큰 도시가 아니라 인프라가 약했다. 출연자와 스태프의 숙박, 운송, 식사 등을 예산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실제 공연을 만드는 금액은 200억∼300억 원 정도다. 다행히 개회식을 두 달 앞두고 100억 원 정도 증액이 됐다. 객석의 발광다이오드(LED) 설치도 그 증액이 없었다면 힘들었다.” ―예정대로 1000억 원이 지원됐다면…. “무대 전체가 리프트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굉장히 다채로운 연출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공사 전 오각형의 무대 설계를 부탁했고 리프트 설치를 위해 지하를 7m 파달라고 했다. 그러면 무대를 5m 위로 띄울 수 있다. 하지만 예산이 없어 리프트는 가운데 하나에 3m 깊이로만 파 설치했다. 소도구를 좀 더 좋게 만들지 못한 것도 아쉽다.” ―개회식에 등장한 인면조의 반응이 뜨겁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고구려 고분벽화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젊은층에서 신기해한 것 같다. 인면조를 포함해 백호 청룡 주작 현무 등 총 5개 동물 퍼핏(인형)은 뮤지컬 ‘라이언 킹’의 퍼핏 디자이너 니컬러스 머혼이 제작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제작해 한국에 들여왔을 때 인면조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머리 스타일과 얼굴색이 일본 사무라이나 가부키 배우 같았다. M자 머리를 일자로 바꾸기 위해 머리를 심고, 노란색으로 얼굴색을 바꿨다. 인면조 캐릭터 상품 출시 요청이 있는데 IOC에 저작권이 있어 힘들 것 같다.” ―개회식 성화 점화 리허설 사진이 사전 유출되기도 했는데…. “난 성화를 두 번 도둑맞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전에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미국의 키네틱 아티스트 앤서니 하우의 태양 모양의 작품을 성화 점화대로 점찍었다. 직접 브라질로 개회식을 보러 갔는데 그 모양의 성화 점화대가 등장했다.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놀랐다. 성화 점화의 리허설 유출은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와우 포인트’(감탄사가 나오는 장면)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120개의 계단과 빙판 위 김연아의 아이스댄스가 유출됐다면 정말 큰일이었다.” ―앞선 두 번의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는 모두 실수가 나왔다. 오륜마크 하나가 제대로 펴지지 않았고(소치), 성화대 하나가 올라오지 않았다(밴쿠버). “한국은 첨단기술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개회식에서 기술적인 실수가 생긴다면 국가적 망신이다. 1월 15일부터 3주간 매일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공연처럼 하는 연습)를 했다. 3초 단위로 콘티를 짰다. 2시간 동안의 TV중계 컷 하나하나 모두 계산된 것들이다.” ―개회식 전날 밤에 마지막 성화 주자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남과 북 선수 한 명씩으로 변경됐다던데…. “조직위의 제안에 당황스러웠지만 120개 계단을 남북한 선수가 성화를 들고 올라가는 모습이 괜찮을 것 같아 승낙했다. 하지만 문제가 많았다. 리허설이 필요했는데 두 선수가 직접 나와 연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제작진 중 체육과 출신 여성 두 명을 데리고 리허설을 하고 영상을 찍었다. 개회식 1시간 전 두 선수에게 영상을 보여주면서 설명해줬다. 또 다른 문제 하나는 선수들의 몸무게였다. 계단이 버틸 수 있는 하중은 100kg이었다. 두 선수가 한꺼번에 올라가니 몸무게가 걱정됐다. 부랴부랴 몸무게를 물어봤다. 다행히 두 사람 합쳐 120kg 정도였고 계단이 그 정도는 견딜 수 있었다. 발 사이즈도 걱정이었고, 몸에 맞는 성화 주자 유니폼도 구하기 쉽지 않았다.” ―120개 계단 오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두 선수에게 미리 인이어를 끼워줬다. 계단을 오를 때 ‘하나 둘’ 구령을 인이어를 통해 들려줬다. 10계단 정도 남았을 때 뒷모습을 보니 힘들어하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만 힘내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라고 소리 질러줬다.” ―그 역할은 원래 안정환의 몫이었나. “정환 씨에게 참 미안하다. 리허설 때문에 그 계단을 3일간 새벽마다 뛰어 올라갔다. 개회식 전날 만나 변경 사항을 말해주니 ‘나보다 남북한 선수가 올라가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얘기해줬다.”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왜 굳이 한국 가요를 부르지 않았느냐는 의견이 많다. “왜 음악을 고민하지 않았겠나. 평화를 주제로 한 노래를 선곡하기 위해 국내 음악평론가들에게 노래 10곡을 선정해 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매진’처럼 평화에 딱 들어맞는 가사를 가진 곡이 없었다. 다른 한 곡도 고려했는데 저작권료가 정말 비쌌다. 한국 노래가 좋더라도 외국인들이 처음 듣고 감동을 받기는 힘들다. 노래는 역시 널리 알려진 곡이어야 했다.” ―개·폐회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마운 사람은 누구인가. “조직위 개·폐회식팀의 오장환 부장은 내가 총감독이 된 뒤 지금까지 함께했다. 어렵고 힘든 고비마다 내 옆에서 조정자 역할을 많이 해줬다. 그 사람이 없었다면 중간에 그만뒀을 것이다. 얼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숨은 공신이다.” 이 말을 하다 송 총감독은 눈물을 흘렸다. 그 뒤 고생한 스태프 이야기에 다시 한번 목이 메어 인터뷰가 중단됐다.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제 폐회식만 남았다. 폐회식에서 주목할 점은 무엇인가. “오늘부터 폐회식 리허설에 들어갔다. 흥겨운 파티 분위기로 즐겁게 만들려고 한다. 여러 장르가 융합된 공연을 보여줄 예정이다. 폐회식 주제인 ‘넥스트 웨이브(Next Wave·새로운 미래)’에 맞게 역대 올림픽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독특한 음악이 흐른다. 케이팝 콘서트도 제대로 할 예정이다. 폐회식에서도 와우 포인트를 많이 마련했지만 개회식의 인면조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사람들이 어디서 크게 호응할지 모르겠다.” ―폐회식도 끝나면 무엇을 할 계획인가. “따뜻한 곳에서 한두 달 쉰 뒤 평범한 연기자, 제작자로 살고 싶다. 소극장에서 3명 정도 나오는 작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을 지휘하다 보니 정말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도 행복했다. 사람이 살면서 벅찬 순간을 경험해 보기는 쉽지 않다. 내가 제작한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가 처음으로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을 때 이후 개회식에서 벅찬 감정을 느꼈다.” 그는 앞으로 국가적 이벤트가 열리면 책임을 맡은 예술가들을 끝까지 믿고 맡겨주길 희망했다. 이어 이번 개회식 성공에 대해 그는 “하늘이 도왔다”고 말했다. 분명 하늘이 도왔지만 3000여 명의 출연진, 스태프들이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한 결과다. 평창=김동욱 creating@donga.com·최지선 기자}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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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오르다, 하나된 평창

    성화 릴레이의 끝은 차가운 얼음이었다. 그 위에서 여왕은 춤을 췄다. 그 손끝에서 어둠은 빛이 되었다. “여왕이 돌아왔습니다. 김연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9일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성화대 근처는 조명이 없어 어두웠다. 실루엣만 살짝 보였을 뿐인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관중들은 어둠 속에서도 그를 알아보았다. 이윽고 ‘김연아’ 이름을 불렀다. 이날 최고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연아는 하얀 천사였다. 코트, 드레스, 머리띠, 장갑, 스케이트화 등 김연아가 입은 모든 것이 흰색이었다. 전 세계 70억 명 앞에서 여왕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부드럽고 빛나는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빙판 위에 설치된 얼음꽃 모양의 점화 지점에 불을 붙였다. 30개의 링으로 덮인 기둥을 타고 불꽃이 솟아올랐다. 곧 달항아리 안에서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성화가 타올랐다. 30개의 링은 30년 전에 열린 1988 서울 올림픽의 성화가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이어져 다시 타오른다는 의미다. 개회식 전부터 가장 유력한 성화 점화자로 꼽혔던 김연아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최종 점화자로 나섰다. 김연아에 앞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박종아(한국)와 정수현(북한)이 앞선 주자들로부터 성화를 건네받을 때까지만 해도 남북 공동 점화가 이어지는 듯했다.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박종아와 정수현은 ‘빛의 계단’을 뛰어 올라가 성화대 앞에 섰다. 그러고는 어둠 속에 기다리고 있던 김연아에게 성화를 건넸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과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피겨 여왕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한국 겨울 스포츠의 상징적 인물이다. 김연아는 지난해 10월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신전에서 채화된 성화를 한국으로 가져와 비행기에서 내리는 역할을 맡았다.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의 시작과 끝은 김연아였다. 평창 올림픽을 지켜줄 성스러운 불꽃이 타올랐다.평창=김동욱 creating@donga.com·김재형 기자}

    • 201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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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화 최종점화자, 김연아? 깜짝카드?

    김연아? 아니면 누가?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이날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 최종 점화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떤 올림픽이든 개회식 최종 점화자는 극비 중의 극비다. 그동안 많은 올림픽에서 최종 점화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 있다 깜짝 공개로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많은 인물들이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피겨 여왕’ 김연아는 그동안 줄기차게 유력 주자로 꼽혀 왔다. 한국에서 열리는 첫 겨울올림픽에 한국 겨울 스포츠 역사를 새로 쓴 김연아만 한 성화 점화 후보를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 하지만 너무 당연해 보이기에 성화 점화자 낙점이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김연아는 개회식에서 성화 봉송 최종 주자로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올림픽 첫 남북 단일팀이 성사된 상징성을 고려하면 북한 선수와의 남북 공동 점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남자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와 북한 여자유도 영웅 계순희가 함께 성화 점화를 했다. 북한 겨울스포츠 선수로 1964년 인스브루크 겨울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3000m 은메달리스트 한필화가 김연아와 함께 나설 수도 있다. 남북 공동 점화 후보로는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으로 우승을 차지한 현정화와 이분희도 꼽힌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상징성으로 1988년생 스포츠 선수가 깜짝 등장할 수도 있다. 여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배드민턴 이용대, 양궁 기보배 등은 1988년에 태어난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로 개회식 때 어떤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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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선수들 처음엔 굳은 표정에 박수만 응원단 연주 시작되자 남북 함께 ‘춤판’

    굳어 있던 선수들은 북에서 내려온 80여 명의 응원단 취주악단이 연주를 시작하자 리듬을 타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춤을 추자 비보이팀 등 입촌식을 돕는 한국 퍼포먼스팀도 어우러져 춤을 추기 시작했다. 8일 강원 강릉선수촌 국기광장에서 열린 북한 선수단 입촌식에선 흥겨운 ‘남과 북의 춤판’이 벌어졌다. 빨간색 모자와 상의에 흰색 바지와 부츠를 착용한 악단은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아리랑, 풍년가, 쾌지나칭칭나네 등을 잇달아 연주했다. 일렬로 늘어서 있던 30여 명의 북한 선수단은 퍼포먼스팀과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췄다. 한 퍼포먼스 팀원은 “북한 선수들이 몸을 들썩거리며 흥겨워해서 먼저 같이 춤을 추자고 제안했다. 손을 붙잡자 뿌리치지 않고 좋아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선수들과 함께 춤을 추는 것을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관계자는 연주곡목 질문에 친절하게 곡명을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악단은 마지막으로 북한의 ‘청춘송가’를 연주했다. 어깨를 살짝 덮는 길이의 똑같은 헤어스타일로 통일한 이들은 아침에 정성스럽게 만진 듯 흐트러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은 입촌식 초반에는 굳은 표정이었다. 바로 앞에서 퍼포먼스팀이 흥겹게 춤을 췄지만 일부 선수만 박수를 치며 호응할 뿐이었다. 하지만 북한 악단이 연주하자 즐겁게 춤을 췄다.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은 악단의 공연 뒤 “우리 북한 인민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만들어낸 공연이 아주 잘돼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나 된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으냐”라고 말했다. 북한 선수단을 향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입촌식에는 3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다. 여기에 자원봉사자들과 일부 외국 선수도 북한 선수단을 보기 위해 몰리면서 식장 주변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북한 취재진 20여 명도 나타났다. 이들은 ‘은방울’이라는 상표가 드러나는 올리브색 외투를 입었다. 이들이 가져온 방송용 카메라를 두고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전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올림픽방송시스템(OBS) 관계자의 지적으로 취재가 불허된 것이다. 북한 취재진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의 요구로 다행히 20여 분 만에 문제가 해결됐지만 선수단의 입장은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한 취재진은 남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취재할 수 있었다며 “남북이 마음을 하나로 합치니 잘되지 않습네까”라고 말하기도 했다.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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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주인공, 고다이라와 비교 말라”

    “상화 언니, 사진 찍어요.”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가 6일 강원 강릉 올림픽선수촌에 입촌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과 함께 입촌한 그는 이날 단연 주인공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그에게 몰려들어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는 독일에서 마무리 전지훈련을 마치고 전날 귀국했다. 시차에 적응할 새도 없이 피곤한 몸이었지만 환한 웃음을 띠며 사진 촬영에 응했다. 겨울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그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주인공이 되리라 자신했다. 이날 그는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32·일본)와의 맞대결에 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미소를 띠었지만 대답은 단호했다. “더 이상 그 선수와 비교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고다이라와 그는 중학교 때부터 많은 대회에 나서며 친해졌다. 만날 때마다 서로의 안부를 물어볼 정도다. 그는 “최근 내 기사를 보면 고다이라 이야기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나한테 초점을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부터 2주간 진행한 독일 전지훈련에서 그는 인코스 훈련에 집중했다. 그는 “올 시즌 모든 월드컵에서 아웃코스로 뛰어 감을 잃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출전한 네 차례 월드컵에서 그는 모두 아웃코스에서 출발했다. 원래 아웃코스 출발을 선호하는 그이지만 고다이라와의 맞대결에서 모두 뒤처졌다. 다행히 훈련 성과는 좋았다. 4일 독일에서 출전한 한 대회에서 그는 인코스로 출발해 37초18의 트랙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그는 “기록이 그렇게 빠르게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빠른 기록이 나와 놀랐다”며 “충분한 예행연습이 됐고 올림픽에서 인코스든 아웃코스든 상관없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3연패를 노리는 500m뿐만 아니라 1000m에도 출전한다.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는 여자 500m가 먼저 열리고 이틀 뒤 여자 1000m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1000m(14일)가 500m(18일)보다 먼저 열린다. 1000m 출전이 500m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는 “1000m 출전 여부를 코치와 상의하겠다. 몸 상태가 꼬일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짐을 풀자마자 바로 훈련에 돌입했다. 약 1시간 동안 아웃코스에서 출발부터 첫 번째 코너까지 초반 150m 훈련에 집중했다. 그는 고다이라와 경기장에서 잠깐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고다이라는 “이상화를 만나 한국말로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했다”고 말했다.  강릉=김동욱 creating@donga.com·박은서 기자}

    •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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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해 “어린 나의 얘기도 늘 자상하게 경청… 인촌선생 은혜에 보답하게 돼 다행”

    “인촌 선생은 한번도 언성을 높이신 적이 없었어요. 저처럼 어린 사람의 말도 늘 경청한 다음 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목조목 말씀을 하셨지요. 그래서 요지가 분명했고 남다른 설득력도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인촌기념회를 찾은 오병해 씨(81)는 평생 간직해 온 인촌 김성수 선생과의 각별한 인연을 털어놓았다. 오 씨의 조부는 전라도 고부군 신림면 출신으로 인근의 부안면 인촌리(현 전북 고창군 부안면 봉암리 인촌마을) 출신인 인촌의 부친과 가깝게 지냈다. 그 인연으로 오 씨의 아버지는 인촌의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살며 집을 돌보면서 서기 일도 맡았다. 오 씨는 “인촌의 자택에서 태어나 3년간 함께 살았다”고 말했다. 6·25전쟁 때 부산 피란을 거쳐 대구로 거처를 옮긴 인촌을 따라 오 씨도 대구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오 씨는 “전쟁 중에 인촌이 부통령에 선출돼 초당적으로 나라를 지키려 힘쓰는 모습을 곁에서 많이 봤다”며 “인촌의 집에는 야당 인사들뿐만 아니라 여당 인사까지 인촌을 보기 위해 드나들었다. 인촌의 인품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오 씨는 인촌의 집을 자주 오간 사람 중 한 명이다. 바로 책 심부름 때문이다. 오 씨는 몸이 불편했던 인촌을 대신해 인촌이 읽고 싶은 책을 구해다 옆에 앉아 자주 책을 읽어줬다. 오 씨는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의 ‘25시’라는 소설을 읽어드릴 때 인촌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던 것이 기억난다. 약소국가 국민인 주인공의 기구한 운명이, 인촌에게는 이 나라 백성의 형편과 겹쳐져 보였으리라 짐작한다”고 밝혔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오 씨는 고려대 인근에서 살면서 인촌과 인연을 계속 이어왔다. 오 씨는 “내가 책을 보고 있으면 ‘병해야, 무슨 책이냐’ 하면서 살펴보곤 했다”며 “성적표가 잘 나오면 꼭 인촌에게 보여줬다. 칭찬을 받으면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나는 인촌 할아버지의 심부름 잘하는 손자였던 셈”이라고 회상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회사원으로 근무했던 오 씨는 이날 틈틈이 모아온 1000만 원을 인촌기념회에 기탁했다. 일반인으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오 씨는 “인촌은 참애국자이자 큰어른이었다”며 “여유가 되면 1억 원이라도 내놓고 싶었다. 어린 시절 내가 입은 은혜에 늘 감사했는데 늦게나마 보답을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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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촌장학생 동문회원들 모금… 인촌기념회에 500만원 전달

    인촌장학생동문회(회장 권순달 수원대 교수)는 24일 서울 종로구 인촌기념회를 방문해 회원들이 모금한 장학금 500만 원을 이용훈 인촌기념회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대학 시절 인촌기념회에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한 인촌장학생 동문들은 인촌 김성수 선생 탄생 120주년이었던 2011년부터 장학금을 모아 지원하고 있다. 인촌기념회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의 초석을 놓기 위해 민족교육운동을 전개한 인촌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재단으로 1967년부터 중고교생과 대학생,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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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에 푹 빠진 열일곱 “프로 되니 책임감 커져요”

    “학교보다는 발레 무대가 먼저 생각날 정도로 발레가 좋아요.” 유니버설발레단(UBC) 막내 단원 김유진 양(17)은 지난해 10월 발레단에 입단했다. 고등학교 1학년의 나이로 국내 양대 프로 발레단인 국립발레단, UBC 통틀어 역대 최연소 입단이다. 2001년 3월생으로, 만 16세 7개월 만에 UBC 정단원이 된 그는 2016년 만 18세 1개월로 당시 최연소로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이은서보다 빠르다. UBC 발레단 최고참인 강미선(35)과 무려 18세 차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5세 때 자세 교정을 위해 발레를 시작한 그는 2년 뒤 학원의 권유로 전문적으로 발레를 배웠다. 발레에 집중하기 위해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이후 홈 스쿨링으로 중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발레를 배울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이원국발레단의 이원국 단장님과 공연을 많이 했는데 이 단장님에게 본격적으로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어요. 다행히 단장님, 부모님이 허락해 주셨어요.” 2년 반 넘게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기본기를 다지며 수백 회 무대에 섰다. 이미 중학교 2학년 때 지젤 전막 무대에서 주역을 맡았다. 나이는 어리지만 무대 경험만은 20, 30대 무용수 못지않다. 덕분에 어떤 무대에서도 침착하다. “하루 종일 발레만 하는 생활이 정말 행복했어요. 하루하루 실력이 늘어가는 즐거움에 빠졌죠. 물론 학창시절을 경험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포기할 것도 있는 법이잖아요.” 문훈숙 UBC 단장의 눈에 띈 것은 2016년 수원발레축제 때였다. 지난해 3월 입단 제의를 받았지만 그는 남은 공연 때문에 10월로 입단을 미뤘다. UBC 입단 후 막내임에도 지난해 12월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 두 차례 주역으로 서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프로가 되니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아요.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저 스스로 해야 하고 어린 티를 내기보다 단원들 모두와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해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는 생각이 깊었다. 인터뷰를 하다 문득문득 17세 소녀라는 사실을 잊게 됐다. 별명을 물어보니 예상대로였다. “‘애늙은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실제로 별명으로 불리고요. 싫은 건 아닌데 아직 많이 어리다 보니 딱히 좋은 것도 아니에요.” 키 165cm에 작은 얼굴, 긴 팔다리 등 그는 발레를 하기에 최적의 신체조건을 지녔다. 꿈은 현실적이면서도 다부졌다. “아직 프로 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루하루 발전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다만 제 위치를 확인하고, 경험도 쌓고 싶어 내년에 해외 콩쿠르에 나가고 싶어요.” 그는 ‘발레’라는 말만 나오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나 좋을까? “발레가 좋으니 지금까지 하고 있죠. 물론 쉬고 싶은 날은 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어느새 몸을 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요. 발레에만 집중해도 모자라는 인생 같아요.(웃음)”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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