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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또 다른 주인공은 7년 만에 아카데미의 부름을 받은 사회자 엘런 디제너러스였다. 인기 코미디언이자 토크쇼 사회자인 그는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서 건망증 심한 물고기 도리의 목소리 연기로도 유명하다. 역대 아카데미 사회자 중 여성 단독 진행은 디제너러스와 우피 골드버그뿐이다. 디제너러스는 이날 3시간이 넘는 시상식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그는 시상식 초반 “‘노예 12년’이 작품상을 탈 가능성이 있고, 또 우리 모두가 인종차별주의자가 될 수도 있다”고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여배우들의 외모를 칭찬하면서 트랜스젠더 역을 연기한 남성 배우 재러드 레토에게 “시상식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시상식 도중 “배가 고파서 피자를 시켜야겠다”고 하더니 얼마 후 피자 배달원이 찾아와 시상식장에서 피자를 나눠 먹는 이색 풍경을 연출했다. 브래드 피트는 턱시도 차림으로 피자 접시를 나르기도 했다. 디제너러스는 이어 “돈이 없는데 누가 팁 좀 달라”며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이 지켜보고 있지만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시청자들이 주목한 대목은 디제너러스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고 싶다며 배우들과 함께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3로 ‘셀카’를 찍은 장면이었다. 그는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브래드 피트, 앤젤리나 졸리, 제니퍼 로런스, 브래들리 쿠퍼 등이 함께 나온 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고, 이 게시글은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100만 리트윗을 기록했다. 이에 국내 누리꾼들은 “아카데미의 진정한 승자는 삼성” “삼성이 엘런에게 10억 원은 줘야겠다”등의 댓글을 남겼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2일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1000만 영화’ 기록을 세웠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올 1월 16일 개봉한 ‘겨울왕국’은 개봉 46일 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겨울왕국’ 이전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은 506만 명이 본 ‘쿵푸팬더2’(2011년)였다. ‘겨울왕국’은 또 외화로는 ‘아바타’(2009년) 이후 5년 만에 1000만을 넘긴 영화가 됐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겨울왕국’ 사랑은 유별나다. 미국 박스오피스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겨울왕국’은 전 세계적으로 9억8612만 달러(약 1조527억 원)의 흥행성적을 올렸는데 이 중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흥행수입이 높았다. 이런 성공엔 설 대목, 한국 영화 부진 등 ‘대진 운’도 따랐지만 ‘얼음공주’ 엘사 등 매력적인 캐릭터의 힘도 컸다. 엘사와 안나 등 ‘겨울왕국’ 캐릭터 디자인을 총감독한 디즈니 디자이너 빌 슈워브(41)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한국에서는 어린이 못지않게 성인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는데…. “내 부모님도 아이들만큼이나 ‘겨울왕국’을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겨울왕국’은 스토리뿐 아니라 예술적으로도 정교하다 보니 어른들도 매력을 느낀다. 의상이나 얼굴 표정 등 캐릭터 디자인 연구에 엄청난 시간을 쏟아부었다. 덕분에 영화는 판타지의 세계를 그렸지만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었다.” ―주인공 엘사와 안나 디자인에서 중점을 둔 것은…. “닮았으면서도 개성이 살아있어야 했다. 더빙 배우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의 성격과 특징도 애니메이션에 반영했다. 특히 다양한 머리스타일과 19세기 중반 노르웨이 복식을 기반으로 한 의상은 기술적으로 큰 과제였다. 여행을 떠난 안나가 드레스, 속치마, 스타킹, 큰 망토와 작은 망토 등을 갖춰 입은 채 바람을 뚫고 지나가는 모습은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쉽지 않았다.” ―기존 디즈니 공주와 다른 엘사의 섹시함도 화제였다. “극 중 엘사는 힘을 숨기기 위해 세상과 단절된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파워풀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신한다. 엘사의 외모나 행동은 삶의 변화를 강조하기 위한 것들이다.” ―‘겨울왕국’ 캐릭터 피규어도 큰 인기다. 작품 기획 단계부터 캐릭터 상품화를 고려하는가. “그렇다. 나는 항상 이 캐릭터가 장난감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나라면 어떤 장난감을 사고 싶어 할까를 생각한다. 감독이 생각하는 영화 캐릭터의 모습이 장난감이나 인형에도 그대로 담길 수 있게 상품담당 팀과 긴밀하게 협력했다.” ―디즈니 캐릭터가 오랜 기간 사랑받는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최고의 디즈니 캐릭터들의 공통점은 매력적인 가상 캐릭터이면서도 진짜 같은 면이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영화를 통해 관객이 캐릭터와 진심으로 교감을 나눌 때, 그 캐릭터는 쉽게 잊혀지지 않고 생명력을 얻는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KBS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월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이 ‘국회 승인’이라는 마지막 관문만을 남기게 됐다. 이번에 수신료가 오르면 1981년 이후 33년 만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체 상임위원 5명 중 여당 측 3명 찬성, 야당 측 2명 반대로 수신료 조정안을 의결했다. 조정안은 다음 주 국회로 넘어간다. 하지만 벌써부터 KBS가 수신료만 올리고 약속한 광고 축소 및 자구 노력을 제대로 안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신료 올리는데 광고 감축은 미적지근 KBS는 공영방송임에도 광고를 재원으로 하다 보니 민영방송과 시청률 경쟁을 벌이면서 ‘막장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는 일이 많았다. 방영 내내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최근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왕가네 식구들’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수신료 인상이 KBS의 광고의존도를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광고 철폐로 이어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KBS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방통위에 제출한 조정안에서 수신료를 올릴 경우 어린이 청소년 가족시간대 광고를 폐지해 연간 6200억 원의 광고 수입 중 2100억 원가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1500원을 올려 추가로 확보하는 3500억 원 중 60%가량을 광고 물량 축소에 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광고 없는 공영방송’에 대한 KBS의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황금시간대(오후 8∼10시) 광고와 주말 광고는 유지하기 때문에 KBS 안의 실제 광고 감축 효과는 2100억 원이 아니라 1500억 원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KBS가 조정안에서 향후 광고 폐지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약속한 대로 2019년 광고를 완전히 없애려면 2017년과 2018년 광고 추가 축소 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수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이를 두고 “수신료 올리고 광고를 일부 줄여 입 닫을 속셈 아니냐”고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기도 했다. 유일상 건국대 명예교수는 “수신료 수입과 광고 수입을 함께 올리는 KBS는 사실상 방송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매체를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광고 매출이 총 매출의 몇 %를 넘으면 안 된다’ 등의 명확한 기준을 정해 KBS 광고를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인건비 매년 올리겠다는 자구안 KBS는 2011, 2012년 2년 연속 적자를 냈으며 2013년 실적도 약 270억 원 적자로 예상된다. 경영난의 원인으로는 그동안의 방만 경영이 첫손에 꼽힌다. KBS의 1인당 평균 보수는 2012년 기준으로 9276만 원에 이른다. 전체 예산 중 인건비 비중은 2012년 기준 32.2%로 영국 BBC(28%), 일본 NHK(27%)보다 높다. 이 때문에 수신료 인상과 함께 KBS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이 없으면 수신료 인상의 효과가 일회성에 그쳐 몇 년 후 다시 경영난을 핑계로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거나 광고 물량을 슬쩍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KBS는 자구안에서 2013년 기준 4812명인 인력을 2018년까지 4651명으로 161명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예퇴직은 매년 5명씩뿐이고 나머지는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분이어서 ‘무늬만 자구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인건비를 매년 5%씩 올리겠다고 한 부분은 방통위원들로부터 ‘이해할 수 없다’는 지탄을 받았다. 방통위는 이날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하면서 인건비를 5% 절감하고, 2019년 광고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또 수신료 회계와 광고 회계를 분리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회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자구 노력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수신료 인상이 국민의 부담을 필연적으로 증가시키는 만큼 경영 효율화를 위해 더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렙A 설립인가 받아 한편 방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종합편성채널의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할 미디어렙A(채널A), JTBC미디어렙(JTBC), 조선미디어렙(TV조선) 설립을 허가했다. 채널A는 미디어렙 설치 유예 기간이 4월에 만료됨에 따라 자체 미디어렙 출범을 준비해왔다. 미디어렙A는 이달 자본금 납입을 마치고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4월에는 광고주 초청 설명회를 마친 뒤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한다.장원재 peacechaos@donga.com·구가인 기자}

올해 개국 40주년을 맞은 EBS가 봄철 개편에서 국내 애니메이션을 10편 편성했다. 이 중엔 모험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꼬마 두더지 두다의 숲 속 모험을 그린 ‘두다다쿵’, 팝업북 속 모험 이야기 ‘잭과 팡’, 아기 드래건 파오파오가 바오밥 할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모험담이 나오는 ‘바오밥섬의 파오파오’, 평화로운 바닷속 마을의 모험 이야기 ‘버블버블 마린’이 그렇다. 이 밖에 허풍선이 남작의 과학 버라이어티쇼 ‘허풍선이 과학쇼’, 페인트공과 팀파니공들이 리듬과 멜로디를 만들면서 창의력을 키워주는 ‘원더볼즈’, 서점을 배경으로 한 영어 동화 ‘책갈피 요정 또보’가 가세했다. ‘뽀롱뽀롱 뽀로로’ ‘로보카 폴리’ ‘꼬마버스 타요’ 등 인기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즌도 시작됐다. EBS는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왔다. ‘뽀통령’(뽀로로+대통령)과 ‘폴총리’(로보카 폴리+총리) 신드롬도 EBS에서 관련 프로가 인기를 얻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밖에 유아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퇴원하는 시간인 오후 3시 30분부터 ‘번개맨’으로 유명한 유아 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 스페셜 방송이 나간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나이가 깡패’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처음 쓰이기 시작했을 때는 주로 나이 많은 사람이 어린 사람보다 혜택을 입는 사례에서 ‘나이가 벼슬’의 유사어로 사용됐다. 그러나 요즘은 ‘한 미모’ 했던 여자 연예인이 나이 들어 예전만 못할 때 자주 쓰인다. 예컨대 30대 중반을 넘어선 이효리와 20대 중반인 ‘소녀시대’ 효연이 함께 있는 사진 아래 감상평으로 쓰는 식이다(이효리 씨, 그래도 그대가 최고). 어릴 때부터 노안이던 탓에 ‘나이 든다고 얼마나 달라지겠어’ 했던 나도 최근 짙어지는 팔자주름과 눈 밑 꺼짐, 볼 파임 등등을 경험하며 노화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27일 종영한 SBS ‘별에서 온 그대’에서 400세 외계인 도민준(김수현)의 초능력 중 눈에 들어온 건 그가 자랑했던 ‘시간을 멈추는’ 기술이 아니라 ‘불로장생’ 특질이었다. 영원한 삶을 원치 않으나(물론 한국인 평균수명은 지키고 싶다) ‘안티 에이징’ 체질만은 진심으로 부러웠다. 이런 생각은 영화 ‘수상한 그녀’를 보면서도 이어졌다. 이 영화에서 내가 얻은 교훈이란, 외모만 젊고 아름답다면 ‘할머니 애티튜드’도 괜찮다는 사실이다. 되레 그런 태도는 ‘빈티지’한 매력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차를 즐기며 고서를 읽고 “버티고개 앉을 놈들” 같은 조선욕을 쓰는 도민준은 얼마나 우아하고 품위 있나. 한동안 남녀의 몸이 바뀌거나, 먼 과거에서 현재로 혹은 그 반대로 시간을 건너뛰는 ‘타임슬립’류의 이야기가 유행했다. ‘별에서 온 그대’와 ‘수상한 그녀’는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오롯이 긴 인생을 살아 지혜로우면서도 늙지 않거나 ‘급격한 회춘’을 경험한다. ‘안티 에이징’에 목마른 관객은 이 작품들을 보며 ‘우리도 몸만 젊다면 저들처럼 한 인기 할 텐데’라고 생각하며 대리만족을 느낄지도 모른다(아니면 말고). 비록 김수현이나 심은경 같은 미모는 못 되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 20대의 아름다운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인생의 질은 달라질 것이다. 연애의 폭도 넓어질 듯하다. 아마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배회하는 종로 탑골공원이 홍대 앞 클럽 못지않은 ‘핫 플레이스’가 되지 않을까. 그냥 입맛 다시며 하는 얘기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요즘 TV 시청률 순위 1, 2위를 다투는 프로그램은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이다. 두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전지현(33)과 김희선(37)인데 1990년대에 데뷔한 이들은 오랜 공백기간에도 불구하고 브라운관에 복귀하자마자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개봉한 영화 ‘관능의 법칙’에서 엄정화(45) 문소리(40) 조민수(49)는 ‘수위 높은’ 로맨스 연기를 펼쳐 화제가 됐다. 김희애(47)는 ‘우아한 거짓말’의 주연을 맡아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다. ‘90년대 언니들’이 대중문화계를 20년째 꽉 잡고 있다. 이들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기반은 또래인 40대 여성들이다. 》 한때 ‘X세대’로 불렸던 요즘 40대 여성들은 20대부터 한국 대중문화의 트렌드를 주도해 왔다. 20대 시절엔 1990년대 트렌디드라마(‘마지막 승부’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주요 시청자였고, 2000년대 이후에는 자기 또래의 30대 골드미스 혹은 신세대 주부(‘내 이름은 김삼순’ ‘내조의 여왕’)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의 지지자였다. 연상녀 연하남의 연애가 한국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부각된 것도, 안방극장에 전에 없던 ‘19금 토크’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들이 30대 시절에 시작된 일이다. 40대가 된 이후에도 이들의 파워는 여전하다. 한 방송사의 관계자는 “최근 5, 6년 사이 대중문화 산업의 타깃층이 30대 여성에서 40대 여성으로 옮겨갔다”고 전했다. 20, 30대를 겨냥했던 케이블 채널 tvN은 40대까지 타깃층을 확대해 ‘응답하라 1994’와 ‘꽃보다 누나’를 히트시켰다. X세대 여성들의 장기집권 파워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우선 사람 수가 많다. 통계청의 2014년 추계인구 기준으로 40대 여성의 수는 419만5000명(전체 여성의 16.6%)이다. 30대보다 40만3000명, 20대보다 101만3000명 많다. 중간나이를 뜻하는 중위연령은 1990년 27세에서 올해 41세로 높아졌다. 40대 여성은 ‘본방 사수’를 하는 가장 젊은 세대이다. ‘라이프트렌드 2014’의 저자 김용섭 씨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더이상 TV로 시청하지 않는다. TV를 버리지 않은 사람들 중 가장 왕성한 소비력을 가진 세대가 40대이며, 이 중 남성보다 여가 시간이 많은 여성이 TV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계층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화적으로도 40대 여성은 이전의 40대와는 다르다. 20% 안팎이었던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지금의 40대가 대학에 들어갈 무렵인 1990년대부터 40% 이상으로 가파르게 높아졌다. 이들은 20대 시절 민주화된 사회에서 경제적 풍요를 누렸으며, 결혼 못지않게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은’ 첫 세대이다. 30, 40대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하는 케이블 채널 ‘스토리 온’의 최인희 총괄팀장은 40대 여성을 ‘세련된 레트로(복고)’ 세대라고 표현했다. 그는 “젊은 시절 풍요로운 문화를 경험한 40대 여성은 새로운 것에 개방적이다”라며 “취업난을 겪는 20, 30대에 비해 경제력이 있는 40대 여성은 확실한 트렌드세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0대 여성의 문화소비력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CJ E&M의 ‘2013년 영화 콘텐츠 이용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40대 여성의 극장 관람 경험률은 90%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 세대 여성들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대중문화의 파워 소비자로 군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광고주들이 소비력이 있는 40대 여성 시청자층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들이 50대가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40대 여성의 장기집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최근 젊은 여배우들의 출연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특정 세대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생산되다 보니 정형화되고 상투적인 콘텐츠가 반복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문과 4학년}

“훈남은 아니고 ‘흔남’인 게 매력 아닐까요.” 목이 긴 청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소를 지었다. 24일 종영한 SBS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김지수의 동생 민수로 나온 박서준(26)이다. 지난해 MBC ‘금 나와라 뚝딱’에서 부잣집 철부지 막내아들을 연기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애어른’ 같은 속 깊은 배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했다. “둘 다 저예요. 캐릭터를 만들 때 결국 저와 닮은 점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니까요. 다만 ‘따말’의 민수는 모든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리니까 좀 안타까웠어요. 꼭 그럴 필요 없다고 얘길 해주고 싶었죠.” 대본이 이해되지 않을 때는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볼 만큼 진지했다. 그 덕분에 하명희 작가로부터 “대사를 더 주고 싶을 만큼 잘하고 있다”는 칭찬도 받았다고. “제가 신인인데도 믿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죠. 작가님은 처음 만났을 때도 ‘배우가 대본의 아바타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전작과 다른 캐릭터를 만드는 데 작가님 도움이 컸어요.” 서울예술대 연기과를 나와 군대를 다녀온 후 ‘드림하이2’(2012년)로 데뷔했다. 이어 ‘금뚝딱’과 ‘따말’을 거쳐 4번째 드라마인 tvN ‘마녀의 연애’(4월 방영 예정)에서는 드디어 주연을 맡았다. 상대역은 19세 연상의 엄정화다. “제가 주변에서 만날 것 같은 평범한 얼굴이잖아요. 그런 밋밋함을 신선하게 봐 주시는 것 같아요. 첫인상이 강렬하진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을 주는?” 선배 배우들 중 누굴 닮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디캐프리오의 섬세함, 주드 로의 섹시함, 하정우 씨의 선구안까지 배우고 싶은 건 너무 많지만 ‘모창가수’가 되기보단 자기만의 색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신뢰를 주는 연기자가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좋은 선배가 되고 싶고요. 스스로 만족할 만한 연기를 하는 게 목표예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천송이 립스틱이 이브생로랑 제품인 줄 알았는데 아이오페 컬러핏 립스틱 체리 블라썸 17호라네요.”(인터넷 블로그 게시글 중)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천송이(전지현·사진)가 극 중에서 바른 립스틱 브랜드를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천송이 립스틱’은 처음엔 이브생로랑의 립스틱과 틴트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MBC ‘미스코리아’에서 주인공 이연희도 발랐다”는 소문이 나면서 백화점에서 대기 리스트를 받아놓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그런데 이 립스틱이 이브생로랑 제품이 아니라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 제품인 것으로 나중에 밝혀진 것. 전지현은 아모레퍼시픽의 기초화장품 브랜드 모델이며 이 브랜드는 ‘별그대’를 제작 지원하고 있다. 전지현의 소속사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전지현이 발랐던 립스틱이 이브생로랑 제품이란 사실이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천송이 립스틱’ 논쟁이 벌어진 후 드라마에서 아모레퍼시픽 계열 화장품의 노출도 급증했다. 천송이가 이 회사의 기초화장품은 물론이고 색조 화장품을 사용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정정된 천송이 립스틱’ 역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방송 이후 해당 립스틱의 판매량은 3∼4배 증가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만신(萬神)’은 장르가 모호한 작품이다. 중요무형문화재인 ‘큰 무당’ 김금화의 삶을 그린 이 영화는 그의 인터뷰를 비롯해 관련 기록을 꼼꼼히 담았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엔 김금화를 재연한 배우 김새론과 류현경, 문소리의 연기가 범상치 않다. 초현실적인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저는 ‘판타지 다큐 드라마’라고 부르죠.” 박찬경 감독(49)은 미술계에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미국 캘리포니아예술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한국 근현대의 흔적을 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미디어아트비엔날레인 ‘미디어시티 서울 2014’의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영화 ‘노예 12년’의 스티브 매퀸 감독도 미디어 아티스트죠. 두 분야를 넘나들고 싶어 하는 작가가 많아요. 영화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인 데다 앞으로 개척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고 생각해요.” ‘만신’은 촬영 기간만 2년 6개월이 걸렸다. 무속을 소재로 했지만 퇴마 의식보다 무속인 개인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짚어내는 데 주력한다. 박 감독은 “굿은 마을 공동체를 통합하는 축제 역할을 했다”면서 “사회적으로 오락과 위안의 기능을 가진다는 점에서 굿과 영화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무속은 성(聖)과 속(俗)을 빠르게 넘나들죠. 돼지머리에 돈을 붙이는 모습은 무척 솔직하다 싶다가도 작두를 타는 것을 보면 그렇게 엄숙할 수 없어요. 제의 절차나 무복, 굿판에서 쓰이는 소리도 정말 흥미롭죠. 알면 알수록 참 풍부한 문화구나 싶어요.” 박 감독은 영화인 집안 출신이다. 형은 ‘올드보이’(2003년) ‘친절한 금자씨’(2005년)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며, 매제는 ‘설국열차’(2013년) ‘아저씨’(2010년) 등을 제작한 오퍼스픽처스 이태헌 대표다. 박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한 ‘파란만장’(2010년), ‘청출어람’(2012년) ‘고진감래’(2013년)를 형과 함께 연출했다. 건축학과 교수이자 아마추어 화가였던 아버지(박돈서)의 영향을 받은 형제는 예술적 취향도 닮았다. 장르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만신’은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떠오르게 한다. 박 감독은 “(형과) 감각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작업할 때 전혀 갈등을 빚지 않는다”면서도 “영화 작업을 20년 넘게 한 형과 비교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다. “차기작으로 신내림 받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공포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로서 새로운 성격의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여왕이 나오면 시청률도 급이 다르다?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프리스케이팅 경기 시청률이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30%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1일 오전 3시 45분에 방송된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순간 시청률은 3사 통합 30.1%(SBS 13.7%, MBC 10.5%, KBS 5.9%)로 집계됐다. 앞서 20일 오전 2시 22분 방송된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순간 시청률도 3사 통합 33.2%(SBS 14.9%, MBC 11.2%, KBS 7.1%)를 기록해 평소 이 시간대 시청률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한편 김연아가 출전한 피겨스케이팅 중계의 ‘승자’는 SBS였다. 피겨스케이팅은 지상파 3사가 동시 중계한 유일한 종목이었다. 20일과 21일 새벽 방송한 SBS의 소치 특집 방송 ‘소치 2014’의 평균 시청률은 각각 11.2%와 10.2%로 같은 시간대 경쟁사의 프로그램보다 3∼5%포인트 높았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20일 개봉한 ‘찌라시: 위험한 소문’은 소재로 눈길을 끄는 영화다. 제목 그대로 ‘찌라시’로 불리는 증권가 사설정보지의 제작과 유통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은 연예인 매니저 우곤(김강우). 그는 자신이 키운 여배우가 정치인과의 스캔들이 담긴 찌라시로 목숨을 잃자 유포자를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정재계의 거물과도 엮인다. 배우 정진영이 사설정보지 유통업자로 나온다. 영화를 연출한 김광식 감독(42)은 촬영 전 시나리오를 각색하는 8개월간 사설정보지의 세계를 취재했다. 사설정보지 업자를 수사한 경찰, 관련 기사를 쓴 기자를 만나고 ‘정보회의’에 참석했던 대기업 직원과 사설정보지 업자도 인터뷰했다. 그는 “영화에서 사설정보지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는 허구지만, 사설정보지 생산과 유통 방식에 대한 묘사는 최대한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룸살롱에서 회의하는 풍경은 모두 전해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겁니다. 대기업 정보 담당자였던 지인은 영화를 보고 실제보다 정보회의 모습이 고급스럽다고 하더군요. 정보맨들도 그저 월급쟁이 회사원일 뿐이죠.” 영화에는 사설정보지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대기업 ‘정보맨’과 정치권 관계자, 정부기관 직원, 기자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정보회의를 열고 기브 앤드 테이크 식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때 공유된 정보의 일부가 사설정보지 전문 업체를 통해 문서화되며 개인과 기업 등에 수백만 원의 구독료를 받고 판매된다. 김 감독은 “진짜 고급정보는 쉽게 오픈되지 않는다”면서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떠도는 ‘찌라시발’ 정보는 그중 쉽게 떠들 수 있는, 자기 정보력을 과시하기 좋은 가십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주인공의 직업을 연예인 매니저로 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감독은 방송작가 출신이다. 고 김종학 PD의 제작사 제이콤에서 일했으며 송지나 작가와 SBS 드라마 ‘달팽이’를 집필했다. 황인뢰 PD가 연출한 MBC ‘돌아온 일지매’의 작가다. 연세대 국문과(91학번) 재학 시절 잠시 영화 제작에 관심을 가졌지만 “몸도 약한데 연출부로 무거운 장비 나르는 게 싫어” 포기했다. 그러나 결국 “글을 써도 늘 성이 안 차는 느낌이 남아” 영화 연출의 길을 걷게 됐다고.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2002년) 조감독을 거친 후 ‘내 깡패 같은 애인’(2010년)으로 데뷔했다. ‘내 깡패…’는 로맨틱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88만 원 세대’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르는 다르지만 이번 영화도 현실의 문제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김 감독은 “영화를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극의 리얼리티를 위해 현실을 담는 거지 현실 자체를 보여주는 게 목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저는 오락 영화를 추구해요. 다만 현실과 관계는 갖고 싶어요. 진정한 대중 영화는 현실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보니까요. 영화가 그냥 소비되기보단 사회와 삶을 보는 창이 될 수 있다면 더 좋겠죠.”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小田切讓·38·사진)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얼굴이다. 그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비몽’(2008년)과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2011년)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풍산개’(2011년)와 ‘미스터 고’(2013년)에도 출연했다. 영화 ‘행복한 사전’(20일 개봉)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미우라 시온의 소설 ‘배를 엮다’를 원작으로 한 ‘행복한 사전’은 14년간 사전을 완성하기 위해 애쓰는 출판사 사전편집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그는 영화에서 주인공 마지메(마쓰다 류헤이)의 출판사 동료로 나온다. ―이번 영화에서 비중은 작아 보인다. 사실상 조연인데…. “정해진 연기를 해야 하는 주연보다는 자유로운 조연이 좋다. 주인공 마지메는 고집 있고 딱딱한 성격이다. 하지만 내가 맡은 마시다는 정해진 게 없었다. 애드리브를 하고 감독과 상의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굉장히 미남인데, 잘생긴 얼굴을 활용해 멋진 배역을 맡은 적은 별로 없다. “‘나 멋있지’ 하는 거 부끄러워서 할 수 없다. 가끔 보는 사람들은 잘생겼다고 할 수 있지만 40년간 매일 거울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기 힘들다.” ―한국 팬이 많다. 인기 비결은…. “한국 남성의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 아닐까. 예의도 없고, 상황에 알맞은 옷을 입는 것도 아니고. 한국인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걸 안 하다 보니 ‘저게 뭐냐’ 하면서 관심을 가져준 것 같다.” ―돼지국밥을 좋아한다던데 사실인가. “정말 좋아했다. 보쌈도 좋아했고. 그런데 최근 ‘낮은 단계’의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했다. 그래서 한국에 오는 즐거움의 80%가 줄었다.” ―영화에서 사전에 수록될 단어의 뜻풀이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배우’라는 단어의 뜻풀이를 한다면…. “와우. 하룻밤 넘게 생각해야 할 질문이다. (한참 생각한 후) 배우(俳優)의 한자는 사람 인(人)과 아닐 비(非)가 더해진 단어에 빼어날 우(優)를 붙였다. 즉, 내가 아닌 인물이 되는 걸 잘한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배우의 감성이나 인성은 배역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문과 4학년}

“‘관능의 법칙’ 너무 안 나왔네요. 앞으로 여성 ‘멀티 주연물’은 기획조차 쉽지 않을지도….”(온라인 커뮤니티 엠엘비파크 게시글) 여배우 셋은 위험하다? 남자 배우들이 꽉 잡고 있는 국내 영화계에 최근 여배우 셋을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 두 편이 개봉했으나 흥행 성적이 말이 아니다. 13일 개봉한 ‘관능의 법칙’은 연기파 여배우 엄정화 조민수 문소리의 조합에, 숱한 흥행작을 내놓은 명필름이 제작해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공모전에서 1400 대 1의 경쟁을 뚫고 뽑힌 시나리오도 화제였다. 그러나 개봉 5일째인 17일 현재 약 50만 관객을 동원했을 뿐이다. 누리꾼들은 “남자들은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 “40대 여성 이야기를 정작 여자들은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설 연휴 개봉한 하지원 강예원 손가인 주연의 ‘조선미녀삼총사’도 누적 관객 수 50만 명에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으로 스크린에서 내려왔다. 한국판 ‘미녀 삼총사’를 표방했지만 허술한 만듦새로 흥행에 참패했다. 여배우가 주연을 맡는다고 다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심은경이 원톱으로 나온 ‘수상한 그녀’는 700만 관객을 넘어서 여성 원톱 영화 최고 흥행작인 ‘미녀는 괴로워’(662만 명·2006년)의 기록을 깼다. 여배우들이 ‘멀티 주연’으로 등장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로는 ‘써니’(736만 명·2011년)가 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불편한 영화다. 130분 내내 곳곳에서 뱉어내는 한숨과 탄식 소리가 무겁게 상영관을 메운다. 27일 개봉하는 ‘노예 12년’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840년대 노예제를 따르는 남부와 그렇지 않은 북부로 나뉘어 있던 미국이 배경이다. 뉴욕에서 자유인으로 태어난 흑인 바이올린 연주자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은 공연 제안을 받고 찾아간 수도 워싱턴에서 납치된다. 그는 노예수용소에 감금된 후 루이지애나 주로 보내지고 자유인 신분을 빼앗긴 채 12년간 ‘플랫’이라는 가짜 이름으로 살아간다. 노섭이 진짜 신분을 주장할수록 채찍의 강도는 세어진다. 루이지애나로 가는 배에서 또 다른 흑인은 “살아남고 싶다면 말을 아끼라”고 조언한다. 영화는 억압받는 흑인과 잔혹한 백인의 대결구도를 이어간다. 노섭이 만난 백인은 흑인을 인간으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비교적 선한 인물인 첫 주인 윌리엄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조차 노섭이 자유인 신분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빚을 탕감하기 위해 그를 악명 높은 농장주 에드윈 엡스(마이클 패스벤더)에게 넘긴다. 극 중 유일하게 노예제의 부당함을 말하는 백인은 브래드 피트가 맡은 캐나다 출신 떠돌이 베스뿐이다(그는 이 영화의 제작자이다). 노예제를 다루는 방식은 역대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가장 잔인하다 싶다. 흑인 남녀의 벗긴 몸을 전시하듯 세워 놓고 가격을 흥정하는 노예시장, 끊임없는 채찍질과 여성 노예에 대한 성폭행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여기에 노섭의 자유로웠던 예술가의 삶과 노예의 삶이 교차되며 노예제의 폭력성은 극대화된다. 비디오아티스트인 스티브 매퀸 감독은 ‘헝거’(2008년) ‘셰임’(2011년)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감각적인 영상을 자랑한다. 흑인 노예를 응시하는 듯 비추는 정지 장면이나 영화 중간중간 흐르는 이들의 노동요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미국에서 1853년 출간된 동명의 자서전은 당시 18개월간 2만7000부가 팔렸는데 비슷한 시기에 나온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다. 노섭의 목소리는 160년이 지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지금 더 큰 울림을 주는 듯하다. 지난달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16일 영국아카데미영화상(BAFTA)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다음 달 2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9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중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수상할 경우 매퀸 감독은 이 부문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감독이 된다. 15세 이상.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이 16일 막을 내렸다. 방영 내내 시청률 1위를 고수했던 ‘왕가네…’는 높은 인기만큼 막장 논란도 뜨거웠다. 온라인상에서는 등장인물의 극단적인 성격에 대해 “실제라면 전문가 치료가 절실하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현실이라면 어떨까. 문제 많은 ‘왕가네 식구들’을 비롯해 배우자의 정신적 불륜으로 위기에 처한 SBS ‘따뜻한 말 한마디’의 부부, 부모의 황혼재혼을 앞두고 갈등하는 MBC ‘사랑해서 남주나’의 자식 등 인기 드라마 속 ‘위기의 가족’을 뽑아 KBS ‘사랑과 전쟁’의 전문가 자문단에 조언을 구했다. 이 가족들, 어떻게 보셨습니까. 》 ● 왕수박과 고민중의 갈등, 초기에 진압했어야KBS ‘왕가네 식구들’“가족 구성원 모두 상처가 있다. 이앙금(김해숙)은 효자 남편과 시집살이로 인한 상처를 자식에게 왜곡된 방식으로 해소했다. 특히 상처가 많은 인물은 둘째 왕호박(이태란)이다. 그가 악착같이 사는 것도 가족에게 인정받기 위한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극에서 왕호박은 유산을 계기로 이앙금과 화해하지만 30년 묵은 감정을 해소하기엔 미흡하다고 본다. 가족 상담소를 찾는 남성들 중엔 큰 사위 고민중(조성하) 같은 캐릭터가 많다. 피해자처럼 보이지만 문제를 자초한 부분이 크다. 그는 참기만 할 뿐 갈등을 직면하는 걸 피했다. 아내 왕수박(오현경)이 문제 행동을 보였던 건 오래된 일이다. 갈등을 초기에 진압했다면 이 드라마의 막장 논란 역시 상당 부분 사라졌을 것이다. 향후에도 고민중의 무기력한 태도는 개선이 절실하다. 현재 성격이라면, 앞으로도 자식을 볼모로 왕수박에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가족상담전문가 김숙기) ● ‘마마보이’ 유재학 불륜은 병적인 독립현상SBS ‘따뜻한 말 한마디’“나은진(한혜진)의 불륜은 과거 남편 김성수(이상우)의 불륜에 대한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김성수도 최근 아내의 외도 문제를 덮은 듯 보이지만 이 태도가 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아내가 산후우울증을 겪었을 때 외도했던 경력이나 평소의 마초적 특성으로 미뤄보아 김성수는 자기애적 성향이 강하다. 이런 성격은 관계에 대한 반성과 자기 이해가 없다면 추후 반복적으로 아내의 외도에 대해 분노할 가능성이 높다. 유재학(지진희) 송미경(김지수) 부부는 성장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유재학은 어머니로부터 정서적 독립이 안 된 ‘마마보이’다. 그에게 헌신적인 아내는 또 다른 어머니다. 이 때문에 아내와 너무 다른 나은진과의 불륜은 병적인 독립현상으로서 해석할 수 있다. 또 외도한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있는 송미경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떼어놓고 남편의 불륜을 바라봐야 한다. 이혼이 최선 같진 않다. 송미경은 자신이 겪은 상처를 자식들에게 물려준다는 생각에 더 강박적인 성격으로 변할 수 있다.”(부부치료전문가 의학박사 강동우·백혜경) “나은진 유재학이 플라토닉한 관계였고 현재 헤어졌더라도 배우자로서 유책사유다. 송미경은 남편과 나은진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재산분할도 재산 기여도에 따라 30∼50% 정도 가능하다.”(이혼전문변호사 이명숙) ● 법적 배우자만 상속권… 사실혼 증명 불필요MBC ‘사랑해서 남주나’“정현수(박근형)의 자식들처럼 재혼하는 아버지의 혼인신고를 반대하는 건 실제 흔하다. 극 중 사실혼 계약서 얘기도 나오는데 만약 사실혼 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거라면 유산문제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법적 배우자만 재산상속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배우자는 1.5, 자식은 1의 비율로 상속받는다. 정현수의 자식이 셋이므로 그 유산은 1.5(배우자) 대 3(자식들)의 비율로 상속받을 수 있다.”(이혼전문변호사 이명숙) “정현수 가족은 5년 전 세상을 뜬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충분히 추스르지 못한 듯 보인다. 게다가 정현수가 과거 외도로 아들 재민(이상엽)을 데려온 적이 있기 때문에 두 딸은 그때 상처가 재현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결정권은 전적으로 결혼 당사자에게 있다. 자식이 성인이라면 부모의 재혼은 동의를 구할 문제가 아니라 양해를 구할 문제다.”(가족상담전문가 김숙기)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문과 4학년}

스웨터 가격을 60배로 올리는 김수현 프리미엄?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오는 김수현의 스웨터(사진)가 높은 경매가로 화제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은 전지현 유인나 신성록 박해진 등 이 드라마의 주요 출연진에게 소장품을 기증받아 자선 경매를 진행 중인데, 김수현이 내놓은 줄무늬 스웨터가 가장 높은 경매가를 기록 중이다. 이 스웨터는 경매 시작일인 11일 경매가 1000원으로 출발했는데 13일 오후 현재 가격이 650만 원으로 뛰었다. 김수현이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B브랜드의 제품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약 11만 원에 팔린다. 김수현 스웨터에 이어 전지현 가방(190만 원)과 박해진 운동화(70만 원)도 경매 가격이 오르고 있다. 최종 낙찰가는 14일 오후 4시 경매가 끝나고 낙찰자가 해당 금액을 입금하면 결정된다. 옥션 관계자는 “경매 도중 장난으로 입찰가를 올리는 사례가 있어 경매가가 지나치게 올라가면 전화로 확인한다. 650만 원의 입찰자는 실제 구매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김수현의 스웨터가 650만 원에 낙찰되면 2009년 시작된 자선경매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금까지 최고가는 ‘주군의 태양’(2013년) 주인공 소지섭의 트레이닝복으로 낙찰가는 505만1000원이었다. 이 밖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년)의 이종석 곰인형이 400만5000원, 이종석 피어싱이 141만 원에 낙찰됐다. 경매 수익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에 전달된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12일 마감한 MBC 새 사장 공모에 모두 13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김종국 현 사장을 비롯해 박명규 전 MBC아카데미 사장, 안광한 MBC플러스미디어 사장, 이상로 iMBC 이사, 정흥보 전 춘천MBC 사장, 최명길 인천총국 부국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원 사실을 밝혔다. 또 김영희 PD, 이진숙 워싱턴지사장, 전영배 MBC C&I 사장, 정준 전 제주MBC 사장, 최형무 전 MBC 기자, 하동근 재능교육·재능TV 사장, 황희만 전 MBC 부사장 등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17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지원자를 3명으로 압축하고 21일 면접과 이사회 투표를 거쳐 새 사장 내정자를 결정한다. 사장 임기는 3년이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신(新)대자보세대의 정치 성향은 어떨까. 이들은 부모 세대인 386세대처럼 정치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이들이 세대 간 화합을 가로막는 ‘분노의 세대’가 될 우려는 없을까. 먼저 신대자보세대 200명에게 자신의 정치 성향을 물었다. 이들은 중도(47.0%)-진보(31.5%)-보수(17.5%) 순으로 답했다. 지난해 10월 본보가 아산정책연구원과 공동 실시한 ‘한국인 의식조사’의 20대 이념 성향은 중도(41.4%)-진보(30.6%)-보수(28.0%) 순이었다. 20대 전체와 비교하면 진보의 비중은 비슷하고, 보수보다는 중도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지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없다’는 응답자가 72.0%나 됐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11.0%)-민주당(10.5%)-정의당(4.5%) 순으로 나타나 야당 지지율이 여당에 비해 약간 높았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는 ‘극단적 의견 대립’ ‘불통’ ‘언로 단절’ 같은 소통의 문제를 지적한 응답자(68명)가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릴레이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한국 사회의 ‘말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나 현 정부의 소통 방식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나라를 자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신은 엄한 아버지고요. 집회를 하면 그냥 떼쓰는구나, 회초리를 들어서 착하게 해야지 그런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국민과 대통령은 부자 관계가 아니잖아요.”(천모 씨, 서울 K대 3학년) 이들은 소통의 내용 못지않게 타인을 존중하는 소통 방식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녕들’ 대자보의 성공 비결도 20대가 선호하는 화법을 썼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기존 운동권 대자보는 거부감이 있어요.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온건하게 안부를 물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 같아요.”(김모 씨, 서울 S대 4학년) “학생회 일을 했지만 운동권이라는 말은 불편해요. 운동권이란 말은 낙인 같아요. 투쟁하고 바꾸겠다고 강하게 의사표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요.”(김모 씨, 경기 H대 3학년) 신대자보세대가 부모 세대와 같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구의 68세대나 한국의 386세대처럼 사회마다 정치 사회적 변혁을 이끄는 세대가 있다. 신대자보세대는 2000년대 초반 20대에 비하면 사회적 발언의 경험이 풍부해 앞으로 변화를 이끌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인구가 줄고 개인화 경향이 확산되는 만큼 과거처럼 강력한 세대의 출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20∼24세는 약 349만 명으로 부모 세대인 50∼54세(427만 명)보다 78만 명 적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는 “현재 20대는 386세대 같은 강력한 기억의 공유점이 없다”면서 “틈틈이 정치적인 ‘번개’는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상설적인 조직이나 제도적인 힘을 갖추기 위한 지구력이나 지속력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교수는 또 “사회적으로 불만은 꾸준히 있겠으나 불만 역시 개인화돼 있으며,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통신수단의 발달로 불만이 수시로 표출될 순 있어도 응집됐다가 폭발적으로 터지는 것은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좌절한 젊은 세대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빈번하게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한국처럼 압축 성장으로 역동적인 사회일수록 새로운 세대의 등장 주기도 짧아져 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안녕들’ 열풍처럼 징후적인 현상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을 경시해선 안 된다.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생각해 보면 지금 젊은 세대의 광범위한 분노와 좌절은 극단적인 반응으로 표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20대의 문제제기를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고, 사회학자인 오찬호 박사는 “기업과 일자리를 경제적 효용성으로만 다루기보다 세대 간 화합을 위한 문제로도 바꿔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으로도 대자보 같은 현상은 주기적으로 나타날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 삶이 절대 행복해질 것 같지 않거든요. 경제도 나아질 것 같지 않고, 취업도 잘 안 될 거 같고…. 한동안 잠잠하다가 또 견디기 어려운 시점에서 다시 터질 것 같아요.”(김모 씨, 서울 K대 2학년)신대자보세대 부모세대의 매체인 대자보를 이용해 새로운 형식의 대자보 열풍을 일으킨 20대 초중반(1990∼1995년생) 청년들. ‘386세대’의 자녀인 이들은 2002년 미선·효순 추모 촛불집회,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해 ‘촛불세대’로 주목받은 바 있다. ‘우리’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이들은 ‘나’의 문제에 빠져 소극적인 ‘88만 원 세대’와 다른 성향을 보인다.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 기자 박우인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신대자보세대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일까. 본보는 새 세대의 속내를 엿보기 위해 신대자보세대 8명을 심층 인터뷰한 뒤 소셜네트워크 분석업체인 트리움에 의뢰해 그 내용의 의미망을 분석했다. 이들 중 4명은 대자보를 써본 이들이었다. 분석 결과 이들은 사회와 공동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사람, 운동권, 공동체, 타인 등이 주요 키워드로 추출됐다. 대자보를 써본 학생들(대자보 집단)의 경우 ‘사회’라는 키워드는 ‘문제’ ‘대기업’ ‘자본주의’ ‘개인’ ‘파편화’ 같은 단어와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이들이 현 사회의 특징을 대기업 자본주의로 보고 있으며 사회의 파편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자보 제작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대학생들(비대자보 집단)의 경우 ‘사회’는 ‘타인’ ‘다수’ ‘타인의 시선’ ‘관심’ ‘분위기’와 연관성이 높게 나왔다. 이는 타인의 시선이나 다수의 견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운동권’에 대한 인식은 대자보 집단과 비대자보 집단 간에 차이가 있었다. 대자보 집단이 ‘운동권’을 ‘애매한 개념’이라고 보고 운동권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분위기를 안타까워한 반면, 비대자보 집단은 ‘운동권’을 ‘거부감’ ‘강경’ ‘유행’ ‘과시’ 등의 부정적인 단어와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대 트리움 이사는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은 대자보 참여 집단과 비참여 집단 간에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비참여 집단의 경우 ‘타인의 시선’을 중시하며 운동권 집단에 대해 강경하고 과시적이라고 보고 반감을 표했다”면서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의 운동권적인 특징이 완화됐다면 지금보다 더욱 확산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10일 서울 성균관대에서는 ‘대자보 백일장’이 열렸다. 대자보 운동을 벌여 온 대학생 모임 ‘대학, 안녕들하십니까’가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 보자며 마련한 행사였다. 지난해 말 ‘안녕들하십니까’로 시작되는 대자보 릴레이를 촉발했던 주현우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을 비롯한 이 모임 소속 학생들은 이달 중 대학 벽을 가득 메웠던 ‘안녕들’ 대자보를 책으로 엮어 낼 계획이다. 대학생들의 대자보 운동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감상적이고 선동적으로 공유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대자보 열풍은 젊은 세대가 개인주의적이며 무기력하다는 통념을 뒤집는 사건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대자보 릴레이에 대해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음을 알리는 전조로 본다. 20대 초중반인 이들은 1960년대생들인 ‘386’ 세대의 자녀들이다. 이미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2002년 미선·효순 추모 촛불집회,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촛불세대’로 주목받은 바 있다. ‘우리’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이들은 ‘나’의 문제에 빠져 소극적인 ‘88만원 세대’(20대 후반∼30대 초반)와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안녕들’ 대자보 열풍을 일으킨 이들을 ‘88만원 세대’와는 구분되는 ‘신(新)대자보세대’라고 명명했다. 1990∼1995년 출생한 20대 초중반의 청년들로 부모 세대의 매체를 이용해 새로운 형식의 대자보 열풍을 일으킨 세대라는 뜻에서다. 이들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신대자보세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세대에 속하는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주관식 설문조사를 했다. 또 ‘안녕들’ 대자보 릴레이에 참여한 8명을 포함해 대학생 12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386세대의 자식들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자주 사회문제 얘길 했어요.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나 노동 문제 같은 이슈가 많았죠.”(이모 씨, 서울 H대 2학년) 1990년 이후 태어난 신대자보세대는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성장했다. 조기영어교육, 조기유학에 따른 기러기 아빠 붐은 이들의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일어난 현상이다. 이들의 부모는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86세대에 속한다. 본보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신대자보세대 200명 중 67명은 자신의 정치 성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부모를 꼽았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부모와 자식이 지지하는 정당이 같은 정당일체감이 있지만, 과거 한국은 또래 집단의 영향력이 높은 편이었다”며 “민주화 이후 한 세대를 집단적으로 정치화할 만한 이슈가 사라진 데다 386세대가 특히 정치화된 세대여서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더 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묻는 문항에서도 응답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20명)이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26명) 같은 부모 세대가 관심을 가졌던 이슈를 많이 언급했다. 특히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는 가장 많은 응답자(60명)가 꼽은 사건이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시위의 주체는 당시 10대였던 386세대의 자녀였고 그들이 이제 20대가 됐다”면서 “10대 청소년기에 형성된 가치관이나 당시 사회적 발언을 했던 경험은 성인이 된 후에도 오랫동안 태도나 행동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대자보세대는 386세대의 판박이일까.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학과 교수는 “(현재의 20대는) 부모로부터 윤리·도덕적 가치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일부는 부모와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등을 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서 도덕주의적 태도에 대해 ‘X 선비질’이라고 조롱하는 것도 386식 도덕주의에 대한 비난”이라고 설명했다.○ 자기계발의 ‘벽’을 보다 “성공요? 눈앞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 앞으로 훌륭한 뭔가가 되는 것보다는 취업을 위해 인턴으로 뽑히는 게 더 중요해요. 그런데 하나를 이루면 금세 ‘이게 다가 아니다’ 싶은 느낌이 들어요. 이런 게 계속 이어지니까 불안해요.”(정모 씨, 서울 H대 3학년) 신대자보세대를 이해하는 두 번째 키워드는 ‘자기계발’이다. 이들은 유년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꼽았다(72명). ‘절약 포스터 그리기’ ‘금 모으기 운동’ 같은 단편적인 사건으로 IMF를 기억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실직을 해서 이사를 갔다”고 회상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이 시기 확산된 ‘적자생존’ 논리는 이들의 의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외국어 실력과 국제적 감각을 필수조건으로 여기며 자랐고, 대학에 들어온 후에도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국어 점수를 올리고 자격증을 따는 등 ‘스펙’을 쌓아 왔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199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자기계발서의 논리를 내면화해 자신을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데 주목한다. 사회학자 오찬호 박사는 “한국사회가 저성장 사회로 변화하면서 조금이라도 못한 사람을 계속해서 배제해야 하는 시스템이 됐다. 자기계발에 대한 강조는 모든 성과와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노력으로 돌리며 이 같은 배제와 차별을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대자보세대와 인터뷰에서는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강요받는 현실에 대한 ‘피로감’이 자주 표출됐다. 이들은 특히 ‘스펙을 위한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호소했다. 갈수록 ‘직업학교’가 되고 있는 대학환경을 비롯해 기업 자체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친구가 국토 대장정에 다녀왔어요. 이력서에 써야 한다고요.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진짜 취미나 특기를 쓰면 안 된대요. 하다못해 ‘찌개 끓이기’ 같은 것, 면접관이 관심 가질 만한 걸 써야 한 번이라도 더 물어본다고.”(모모 씨, 서울 K대 3학년) “대학생 앰배서더, 서포터스 같은 것 좀 그만 만들면 좋겠어요. 서포트는 기업에서 알아서 하고, 아이디어가 필요하면 나한테 돈을 내고 사야지. 착취당하는 것 같아요.”(김모 씨, 서울 K대 2학년)○ 내 문제 해결하려 연대를 이들은 인터뷰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 많지만 앞으로의 삶은 그만큼이 못될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설문조사에서도 67.5%가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면서도 68.5%는 ‘불안하다’고 답했다. 불안하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그 이유로 ‘불확실한 미래’와 ‘취업’을 들었다. “우리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최초의 세대라고 하잖아요. 부모님은 하루하루 세상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이젠 그런 걸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김모 씨, 서울 S대 4학년)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쓴 30대 논객 한윤형 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명문대에 가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갈수록 삶이 내려가는 느낌이 서로의 안녕을 묻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 대자보 열풍의 근저에는 자기계발의 벽에 부닥친 이 세대가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공동체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인식 전환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택광 교수는 “과거에는 ‘성공을 위한 OO가지 습관’ 같은 자기계발서가 유행했다가 나중엔 ‘무조건 믿으면 이뤄진다’는 ‘시크릿’ 같은 책이 인기를 끌었다. 요즘엔 그조차 안 통하니까 ‘힐링’이 유행한다”면서 “대자보 현상은 자기계발로는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보이는 자조이자 성찰”이라고 말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도 “계급상승의 실질적인 통로가 막힌 이들은 지금까지 ‘각자도생’을 꾀하는 방식으로 파편화돼 왔다. ‘안녕들’ 현상은 이들이 그와 정반대로 연대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조동주 기자 박우인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