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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천재’ 안세영(21·삼성생명)이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또 하나의 새 기록을 남겼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3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카롤리나 마린(30·스페인·6위)을 2-0(21-12, 21-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배드민턴이 세계선수권대회 단식 정상에 오른 건 이 대회가 창설된 1977년 이후 처음이다.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결승에 오른 것도 1993년 준우승을 한 방수현(51) 이후 30년 만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선수권 복식(남녀 복식과 혼합 복식)에선 모두 10차례 정상을 밟았지만 단식에선 남녀를 통틀어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남자 단식 역시 1995년 박성우의 준우승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안세영은 이날 마린에게 단 한 차례의 리드도 허용하지 않고 42분 만에 승부를 끝냈다. 2세트에선 10-10으로 맞선 상황에서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내리 11점을 뽑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린은 세계선수권에서도 3차례(2014, 2015, 2018년)나 우승한 베테랑 선수다. 마린은 아시아 외 국가 선수로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최초의 선수다. 마린과의 맞대결에서 5연승을 달린 안세영은 상대 전적에서도 6승 4패로 앞섰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는 챔피언 세리머니를 한 안세영은 “그냥 즐기니까 다 잘 되는 것 같다. 정말 잘 즐겼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새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안세영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실업팀 언니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고교 1학년이던 2018년 출전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첫 판 탈락의 쓴맛을 보기도 했지만 이듬해인 2019년 한국 선수 최초로 BWF 신인상을 받았다.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도 안세영이다. 안세영은 지난달 세계 1위이던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2위로 밀어냈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해 출전한 12개 대회 중 11차례 결승 무대를 밟아 8번 정상을 차지하면서 ‘무적’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우승하지 못한 나머지 4개 대회에선 준우승 3번, 3위 1번을 했다. 올해 3월 안세영은 세계 최고 권위 대회로 꼽히는 전영오픈에서도 1위를 했는데 1996년 방수현 이후 27년 만의 우승이었다. 이날 앞서 열린 혼합 복식에서는 서승재(26·삼성생명)-채유정(28·인천국제공항) 조가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충 조를 2-1(21-17, 10-21, 21-18)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서승재-채유정 조는 이날 경기 전까지 정쓰웨이-황야충 조에 9전 전패를 당했는데 10번째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세계선수권 혼합 복식 정상에 오른 건 2003년 김동문(48)-라경민(47) 조 이후 20년 만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피겨스케이팅 김유성(14·평촌중)이 메이저 국제대회 데뷔전에서 트리플악셀을 성공시키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유성은 25일 태국 방콕에서 끝난 2023∼20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여자 싱글 경기에서 쇼트프로그램(63.04점)과 프리스케이팅(126.88점) 모두 개인 최고점을 새로 쓰며 총점 189.92점으로 2위를 했다. 금메달은 총점 190.65점을 기록한 나카이 아미(15·일본)가 차지했다. 한희수(15·선일여중)는 총점 173.99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김유성은 이번 대회에서 전진 점프 후 공중 세 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악셀을 성공시키며 인상적인 경기를 했다. 한국 여자 싱글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트리플악셀에 성공한 건 유영(19), 김유재(14)에 이어 김유성이 세 번째다. 김유재는 김유성의 쌍둥이 언니로 역시 주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이었던 작년 1차 대회에서 트리플악셀을 성공시키며 동메달을 땄다. 김유성은 이번 대회 후 “트리플악셀을 성공하고 은메달을 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 “(쌍둥이 언니) 유재보다는 조금 더 잘한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김지니(16)-이나무(16·이상 경기도빙상연맹) 조는 26일 아이스댄스에서 총점 139.32점으로 3위를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팔꿈치 인대 손상 사실이 알려졌지만 타자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괴력은 여전하다.오타니는 27일 뉴욕메츠 방문경기에서 1회초 타석에서 2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상대 선발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36)가 던진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익수 뒤쪽 외야 관중석 상단에 달린 LED조명 광고 전광판을 맞췄다. 오타니의 타구가 닿은 부분은 공이 스치자 마자 불이 나갔다.이 타구는 폴대 바로 옆을 스쳐 조금만 왼쪽으로 떨어졌다면 홈런이 될 수도 있었다. 메츠로서는 솔로포로 선취점을 내줄 뻔했던 것. 그러나 메츠 구단은 중앙 전광판 선수 소개 자리에 “해당 건에 대해서 청구서를 보내겠습니다. 쇼헤이”라는 문구를 내보내며 상대 타자의 강한 파울홈런에 위트있는 대응을 했다.이후 두 세 차례 더 카라스코의 싱커,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파울로 커트해낸 오타니는 결국 카라스코가 던진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만들어냈고 후속적시타에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오타니는 3-0으로 달아난 뒤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선 두 번째 타석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큼지막한 3루타를 날렸고 이후 후속타에 또 홈을 밟았다.오타니는 23일 등판 도중 투구에 불편함을 느낀 뒤 팔꿈치 인대 손상 진단을 받아 남은 시즌 등판이 불가능하게 됐다. 또 향후 수술을 받게되면 타자로 복귀까지도 최소 5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올 시즌을 마친 뒤 오타니의 자유계약선수(FA) 몸값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자신의 타격 능력은 여전함을 증명하고 있다. 이날 오타니는 3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2득점으로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첫 타석에서 날린 2루타는 타구속도가 시속 176km에 달했다.투수 오타니의 등판은 올 시즌 44홈런을 날린 오타니는 맷 올슨(애틀란타·43홈런)에 1개차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NC가 투타에 걸쳐 LG를 압도했다. 선발 투수 페디가 7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LG 타선을 봉쇄했고 NC 타선은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9안타를 터뜨렸다.올 시즌 프로야구 평균자책점, 다승 1위를 달리는 NC 에이스 페디는 이날 5회 2사까지 LG 타자들에게 안타와 4사구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했다. 반면 NC 타선은 이날 LG가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을 위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발투수 최원태를 상대로 3회를 마치기도 전에 선발 전원 안타를 때리더니 4회를 마치기 전 선발 전원 득점까지 완성했다. 선발 전원 안타, 득점 동시 달성은 올 시즌 첫 번째 기록이다.LG는 4회초 공격에서도 한 점도 뽑지 못하고 0-7로 뒤진 채 4회말 수비를 시작했다. 4회까지 페디의 투구 수는 45구에 그친 상태였다. 염경엽 LG 감독은 주전 포수 박동원, 유격수 오지환, 중견수 박해민을 모두 경기에서 뺐다. 사실상 백기를 들고 주전의 체력안배를 택한 것이다.이날 LG 타선은 페디의 변화무쌍한 투심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에 꼼짝하지 못했다. 5회 초 2사 상황에서 김민성이 초구 카운트를 잡기 위해 들어온 시속 152km짜리 빠른 공을 노려 안타를 때려내면서 페디의 ‘퍼펙트’ 경기가 깨졌다. 이후 7회 오스틴에게 솔로포를 허용한 페디는 공 80개만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경기 전까지 2.01이었던 페디의 평균자책점은 1.97까지 떨어졌다. 페디는 현재까지 평균자책점, 승리(16승) 모두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오스틴의 홈런 덕에 무득점은 면했지만 1-14로 패한 LG는 올 시즌 들어 최다점수 패배를 당했다.○승패마진 -14에서 +13까지 올린 KT, LG 6.5경기 차 추격2위 KT는 사직에서 갈 길 바쁜 롯데에 3-1 승리를 거두고 LG를 추격했다. KT는 5월 18일까지 승패마진 -14였지만 이날 리그에서 두 번째로 60승(47패)을 달성하며 승패마진을 +13까지 끌어올렸다. 역대 프로야구 전체로 봐도 기록적인 반전이다. 이제껏 승패마진이 -10 이상 떨어졌다가 +로 돌린 기록 중 올 시즌 KT보다 더 큰 반전을 거뒀던 팀은 승패마진 35계단을 뛰어오른 2005년 SK(-11→+21)뿐이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KT는 이 기록마저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다.반면 롯데는 이날 패배로 5연패에 빠졌다. 7월 26일부터 롯데에 합류해 연일 호투 중인 월커슨은 이날도 7이닝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졌지만 득점 지원 부족으로 시즌 첫 패전을 안았다.○광주 ‘산체스 더비’ 승리는 안방 주인이광주에서는 19년 만에 ‘동명이인 선발 투수 맞대결’이 벌어졌다. 이날 안방 마운드에 오른 KIA의 선발투수 산체스는 한화를 상대로 7이닝 1실점(6탈삼진 2피안타)으로 호투해 한화 산체스(5이닝 2실점)에게 완승했다.〈역대 프로야구 동명이인 선발 맞대결〉경기 일자동명이인결과1996년 5월 14일김상진(OB, 해태)해태 김상진 승1997년 6월 22일김상진(OB, 해태)해태 김상진 승2003년 7월 1일이승호(SK, LG)LG 이승호 승2004년 5월 11일이승호(SK, LG)SK 이승호 승2023년 8월 25일산체스(한화, KIA)KIA 산체스7회 초까지 1점 차(2-1) 근소한 리드를 이어온 KIA는 7회말 최형우가 시즌 15포 홈런(2점)을 터뜨리며 4-1로 격차를 벌렸고 정해영이 시즌 11번째 세이브를 올리며 승리를 지켰다.○곽빈 8이닝 무실점 완벽투, 데뷔 첫 10승두산은 선발투수 곽빈이 8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잠실 SSG전 10-1 대승을 이끌었다. 곽빈은 데뷔 첫 10승을 달성했다. SSG는 선발 김광현이 4이닝 7실점(6자책)으로 흔들리며 초반부터 승기를 두산에 사실상 빼앗겼다. SSG로서는 최근 4경기 연속 안타로 타격감을 회복 중인 한유섬이 이날 9회 적시타를 포함해 멀티안타로 활약한 게 소득이었다. ○2회 홈런 포함 8안타로 6점 뽑은 키움, 3연패 탈출키움은 대구 삼성전에서 상대 선발 와이드너에게 2회에만 김수환의 2점 홈런을 포함해 8안타를 몰아치며 6점을 뽑아내고 7-4 승리로 3연패를 탈출했다. 넉넉한 득점 지원을 받은 에이스 안우진도 6이닝 2실점(1자책점) 호투로 시즌 9승을 신고했다.▽26일 선발투수△잠실: SSG 엘리아스-두산 김민규 △사직: KT 배제성-롯데 박세웅 △광주: 한화 페냐-KIA 양현종 △대구: 키움 후라도-삼성 백정현 △창원: LG 플럿코-NC 테너 임보미기자 bom@donga.com}

결승선 코 앞에서 넘어지는 건 한 번이면 족했다. 이번에는 두 다리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곧바로 활짝 웃었다. 펨키 볼(23·네덜란드)은 2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400m 허들 결선에서 51초70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네덜란드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혼성 1600m 계주에서 세계신기록 페이스로 달리다 결승선을 5m 앞에 두고 넘어진 지 닷새 만이다. 볼은 “이번 대회 전 다들 나를 우승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혼성계주에서 봤듯 모든 게 늘 예상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혼성계주에서) 내가 배턴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다들 우리(네덜란드)가 쉽게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번 경주를 앞두고 마음을 강하게 먹고 내 레이스를 하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원래 여자 400m 허들 최강자는 2021년 도쿄 올림픽과 지난해 미국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시크니 매클로플린(24·미국)이다. 이 종목 세계기록(50초68) 보유자도 매클로플린이다. 그러나 매클로플린이 무릎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서 볼의 우승은 떼어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뚜껑을 열어 보니 달랐다. 볼이 예선에서 52초95에 그칠 때만 해도 ‘혼성계주의 충격을 떨쳐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볼은 결선에서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51초대에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메이저대회 개인 첫 우승을 차지했다. 51초70은 올 4월에 세운 개인 최고기록(51초45)에 0.25초 뒤진 자신의 두 번째 기록이다. 늘 1위를 쫓다가 이제 경쟁자들에게 쫓기는 1위가 된 볼은 “모두가 우승을 꿈꾼다. 늘 우승할 수는 없지만 매년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한 단계 더 발전해 세계챔피언이 됐다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국 여자야구, 세계무대 도전기한국은 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 1, 2위를 다투는 나라지만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현생’(현실 생활)을 살면서도 야구라는 꿈을 놓지 않은 이들이 세계 여자야구 무대에 계속 흔적을 남기고 있다.》 한국 여자 야구 국가대표팀 ‘맏언니’ 신누리(37)가 야구 선수가 된 건 롯데 자이언츠 때문이다. 프로야구 경기를 보다가 ‘내가 뛰어도 저것보다는 잘하겠다’란 생각이 들었던 것. 그때 그의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신누리는 “그때만 해도 내가 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였다. 그 시절 여자 선수들은 공부, 취업 등 앞가림을 다 마치고 서른을 한참 넘겨서야 야구를 시작했다”면서 “요즘 리틀야구에서 뛰다가 사회인리그에 오는 친구들을 보면 여자 야구가 더 발전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리틀야구는 9∼12세 선수가 뛰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다. 한국에서도 남자 선수는 이 규정을 따르지만 여자 선수는 중3 때까지 리틀야구에서 뛸 수 있다. 초중고교에 ‘엘리트 팀’이 없는 사정을 고려해 생긴 소위 ‘김라경 룰’이다. 한국리틀야구 1호 여자 선수인 김라경(23) 때문에 이 규칙이 생겨 이런 이름이 붙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고교 진학 이후에도 야구를 계속하고 싶은 여자 야구 선수는 바로 사회인리그 문을 두드려야 한다. 남자 초등학생들과 함께 뛰다가 하루아침에 ‘이모뻘 언니들’과 함께 야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 것이다. 그 대신 고교 입학 후에는 여자 야구 선수에게 새로운 길이 하나 더 생긴다. 만 16세가 되면 국가대표 트라이아웃(선수 공개 평가)에 참가할 수 있다. 국가대표팀은 한국 성인 여자 야구 선수가 ‘엘리트 선수’로 뛸 수 있는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야구 하는 여자애한국 국가대표팀 ‘에이스’ 박민성(20)은 초등학생 시절 가방과 모자 등 눈에 띄는 모든 곳에 “내 꿈은 국가대표”라고 적었다. 부산이 고향인 박민성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세 살 터울 오빠를 따라 ‘동네 야구’를 하러 갔다가 야구에 빠지게 됐다. 마침 박민성이 다니던 초등학교(대연초)에 야구부가 있어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갔지만 “여자는 안 된다”란 답변만 들었다. 아쉬운 대로 리틀야구단 취미반에서 야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수반’ 입단 제의를 받자 박민성은 영어, 수학, 미술학원을 모두 끊고 야구에 ‘올인’했다. 박민성은 “남자애들처럼 프로 선수를 꿈꿀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막연히 알고 있었다”면서 “그래도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박민성은 부산 리틀리그에 딱 한 명 있는 ‘야구 하는 여자애’가 됐다. 경기에 나서면 어김없이 ‘여자한테 삼진을 먹었다’ ‘여자보다 못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박민성은 “다 내가 잘 던지니 나올 수 있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야구 경기를 하며 모진 말도 많이 들었는데 그 와중에 체력까지 뒤처지면 ‘여자라서’라는 말이 나올까 봐 더 몸을 던졌다”고 회상했다. 2019년 고등학생이 되면서 박민성은 드디어 꿈을 이룰 기회를 잡았다. 국가대표 트라이아웃을 앞두고 ‘과외’(개인 레슨)까지 받아 가면서 준비했지만 현장에서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박민성은 “떨어지면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다. 붙었다는 소식에 어머니와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말했다. 한 번 국가대표팀에 뽑혔다고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매년 초에 트라이아웃을 통과해야 태극마크를 유지할 수 있다. 트라이아웃에 지원하려면 물론 ‘야구 실력’이 제일 필요하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필요한 건 ‘시간’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야구 소녀 한국여자야구연맹은 △국제대회 참가 가능한 자 △상비군 선발전 참석 가능한 자 △상비군 훈련일 75% 및 대표팀 훈련 80% 이상 참석 가능한 자만 국가대표 선발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대표로 뽑혀도 선수들이 훈련, 경기 일정을 소화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맹에 따르면 한국에서 직접 야구를 하는 여자 선수는 약 1000명이다. 그중 리틀야구에서 뛰는 20명 안팎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본업이 따로 있는 ‘사회인리거’다. 올해 국가대표 20명 중에서도 박민성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배운 선수는 5명밖에 없었다. 박민성은 “내년에 국가대표에 합류할 수 있는 후배 가운데도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많다. 우리가 잘해야 여자 야구에 길이 열릴 테니 더 잘하고픈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 후배 중에는 국가대표 상비군인 손가은(17)도 있다. 손가은 역시 고교 입학과 함께 리틀야구를 떠나 사회인리그에 합류했다. 그러다 고교 클럽팀인 화성동탄베이스볼에서 연락을 받아 이 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손가은은 이달 19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은평구BC와의 봉황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회전을 통해 고교야구 데뷔전을 치렀다. 여자 야구 선수가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한 건 1999년 대통령배에서 선발 투수로 나섰던 안향미(42·당시 덕수정보고) 이후 24년 만의 일이었다. 모든 여자 야구 선수가 꿈을 이룬 건 아니다. 박민서(19)는 별명부터 ‘천재 야구 소녀’였던 선수다. 박민서는 국제대회에서 남자 선수가 던진 공을 받아 쳐 홈런을 때릴 만큼 장타력이 좋았고, 투수와 포수를 비롯해 9개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정도로 수비력도 빼어났다. 여자 야구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는 일본에서도 주목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박민서는 야구 방망이가 아니라 골프 클럽을 쥐고 훈련하고 있다. 시간이 그의 편이 아니었던 게 제일 큰 이유였다. 고교 진학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길이 막혔던 것. 결국 박민서는 타격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골프로 종목을 바꿨다.● 왜 하냐건 웃지요 국가대표 외야수 주은정(28)은 야구로 종목을 바꾼 케이스다. 주은정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13년간 소프트볼 선수로 뛰었다. 야구 국가대표가 되기 전에 이미 소프트볼 선수로 태극마크를 단 경험도 있다. 주은정이 야구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는 올해 6월 홍콩에서 열린 2023 아시아야구연맹(BFA) 여자 아시안컵이었다. 주은정은 한국이 동메달을 따낸 이 대회를 앞두고 훈련하느라 동생의 결혼식에 가지 못했다. 화가 난 부모님은 한 달 넘게 주은정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출국 전까지도 연락이 되지 않아 부모님은 주은정이 홍콩에 간 것도, 메달을 딴 것도 몰랐다. 소프트볼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인 데다 실업팀까지 있어 돈을 ‘받으면서’ 운동을 할 수 있다. 주은정도 실업 선수로 뛰었지만 3년 전 ‘번아웃’이 찾아오면서 스물다섯에 유니폼을 벗었다. 주은정은 “다 내려놓고 싶어 소프트볼을 떠났다. 그런데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다시 공놀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돈을 ‘쓰면서’ 해야 하는 야구가 주은정의 마음에 새 불을 지펴줬다. 주은정은 “프로는 돈을 받지만 이건(여자 야구) 정말 열정 하나로 움직인다. 나도 같은 선수지만 대표팀 선수들이 고생하는 걸 보면 ‘야구가 이 정도로 좋은가’ 하고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만약 (소프트볼) 엘리트 선수 시절 이 선수들을 봤다면 무시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직접 뛰어 보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게 된다. 그냥 그만큼 좋아하니까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한국 여자 야구의 ‘슈퍼스타’ 김라경도 마찬가지다. 김라경은 “여자가 야구를 한다면 ‘소프트볼이 낫지 않겠냐’고 말씀하는 분들이 계시다. 그런데 야구와 소프트볼은 완전히 다른 스포츠다. 투구야말로 두 운동의 꽃인데 소프트볼은 ‘밑으로’ 던진다”면서 “야구를 하면서 ‘여자가 야구를 해도 되는 거였어?’라고 묻는 후배들을 많이 만났다. 당연히 해도 된다. 야구를 이렇게 좋아하는 우리를 제발 그냥 야구 선수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김라경은 대학교에서 남자 선수들과 뛰고 싶어서 재수 끝에 대학 리그 출전이 가능한 서울대에 입학했다. 김라경은 지난해 일본 실업팀에 입단했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아 현재는 재활 중이다. 김라경은 팔꿈치가 낫는 대로 다시 일본 실업리그 진출에 도전할 계획이다.● 달걀로 바위를 쳐도… 한국은 아시안컵 동메달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여자 야구 월드컵 조별 예선 출전권도 따냈다. 예산 부족으로 새 유니폼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아무리 빨아도 얼룩이 다 지워지지 않는다”면서 홍콩에서 입었던 유니폼을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달 9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린 이 대회에 출전하느라 직장인 선수들은 연차를 ‘탈탈’ 털어야 했다. 박소연(22)은 비행기에 새 유니폼을 들고 탔다. 초등학생 때부터 오빠를 따라 리틀야구를 했던 박소연도 중학교에 가서는 소프트볼 선수가 됐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된 뒤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운동을 아예 그만뒀다. 하지만 가슴속으로는 불가능한 꿈을 계속 꿨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자마자 사회인야구에 등록해 다시 방망이를 잡은 박소연은 대학 시절 내내 야구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올해 대학교 4학년이 된 박소연은 해군 파일럿 지원을 앞두고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이 때문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아시안컵에 출전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월드컵 예선 진출이 확정된 뒤 코칭스태프는 그간 박소연이 대표팀에서 펼쳤던 기량을 인정해 교체 선수로 발탁했다. 6개월의 공백 끝에 대표팀 합류를 준비하면서 박소연은 소프트볼 선수 시절 은사님의 도움을 받아 주 7일 동안 야구 연습을 했다. 박소연은 “대회를 한 달 남기고 나를 믿고 뽑아주셨다. TV에서만 보던 코칭스태프께서 도움도 지원도 많이 해주셨는데 보답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한국 여자 야구가 이 정도였어?’라고 세상을 놀라게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출국길에 올랐지만 결과는 5전 전패였다. 이 대회에 출전한 나라 중 5전 전패를 당한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그러나 박민성은 “후회는 없다”고 했다. 이유가 아니러니하다. “너무 높은 벽을 마주했다고 느껴서요.” 박민성은 왼쪽 팔목에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age quod agis)’라고 라틴어로 문신을 새겼다. 박민성을 비롯한 한국 여자 야구 대표팀이 ‘지금 하는 일’을 누군가는 ‘달걀로 바위 치기’라고 할지 모른다. 실제로 달걀은 보란 듯 깨졌다. 그러나 아무도 달걀을 던지지 않았다면 달걀이 깨진 흔적조차 바위에 남지 않았을 일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지난해 12월 3일 중부지방 전역에 새벽눈이 내렸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62)은 롱패딩과 털모자로 무장하고 집을 나섰다. 한국여자야구연맹에서 마련한 ‘여자 야구 클리닉’ 행사에 참석하러 경기 고양시 NH인재원 야구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여자야구에 큰 애정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평생 야구를 하며 살았지만 그 역시 한국에 여자야구팀이 있다는 사실은 프로야구 LG 감독 시절(2014∼2017년) 처음 알았다. LG그룹이 후원한 여자야구대회가 이천 LG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여자야구는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었다. 이번 클리닉도 애초에 이틀이면 끝나는 단발성 행사였다. 하지만 이 이틀은 양 위원을 여자야구 국가대표 감독에 자원하게 만들었다. “눈도 와서 야구장의 눈을 쓸고 클리닉을 했는데 선수들이 ‘춥다’는 소리 한 번을 안 하더라.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던 모습이 눈에 밟혔다.” 클리닉을 마친 양 위원은 이 행사에 강사로 함께 참여했던 이동현 SBS스포츠 해설위원(40)에게 말했다. “동현아,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도 이렇게 열심히 야구하는 애들이 있었냐? 우리가 좀 도와주자.” 양 위원은 이 위원에게 투수코치를, 국가대표 2루수 출신 정근우(41)에게 타격 겸 수비코치를, 롯데와 SK에서 포수로 뛴 허일상(44)에게 배터리 코치를 부탁했다. 그렇다고 ‘수고비’를 챙겨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국가대표팀 훈련지인 경기 화성드림파크를 오가는 ‘기름값’ 정도만 겨우 챙겨줄 수 있는 정도였다. 사실상 재능 기부였던 셈이다. 그렇다고 ‘대충대충’은 없었다. 선수 시절 ‘로켓맨’으로 통했던 이 코치는 2019년 은퇴 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전력 투구를 하며 대표팀 타자들의 ‘빠른 공’ 대응 능력을 키워주기도 했다. 대표팀 ‘맏언니’ 신누리(37)는 “사회인 야구는 다 아리랑볼이라 우리가 쭉쭉 들어오는 볼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며 “또 정근우 코치님은 타격 때 손목 쓰는 디테일까지 세세하게 알려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허 코치도 본업인 배터리 코치는 물론이고 외야 코치까지 맡아 1인 2역을 해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상 최초로 공동 우승자가 나왔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케이티 문(32·미국)과 니나 케네디(26·호주)가 공동 금메달의 주인공이다. 두 선수는 2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4m90을 각각 3차 시기에 넘었다. 승부를 가리기 위해 바 높이를 4m95로 올렸는데 두 선수 모두 3번 연속 실패했다. 높이뛰기에서는 같은 높이를 같은 시기에 넘었을 경우 실패 횟수가 더 적은 선수가 이긴 걸로 한다. 그런데 두 선수는 이날 결선에서 4m90을 넘기 전 실패한 총 횟수도 나란히 3차례로 같았다. 이렇게 되면 ‘점프 오프’로 승부를 가려야 한다. 두 선수 모두 넘지 못했던 4m95에서 높이를 낮춰가며 한 명이 먼저 탈락할 때까지 계속 점프하는 것이다. 하지만 점프 오프는 의무 규정이 아니어서 두 선수가 모두 동의할 경우엔 공동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케네디는 문이 다가와 공동 금메달로 하자고 제안하자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좋아했다. 케네디는 경기를 마친 뒤 “믿기지가 않는다. 시상대에 오를 줄은 알았지만 금메달은 내게 기적과 같다”고 말했다. 이날 케네디는 자신이 갖고 있던 호주 기록(4m82)을 8cm나 더 높이는 인생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다리에 경련이 온 상태였다. 게다가 상대는 2021년 도쿄 올림픽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최강의 점퍼였다. 문의 개인 최고 기록은 4m95다. 문이 점프 오프를 택했다면 승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문은 “난 이미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적이 있지만 케네디는 타이틀이 없어 금메달을 바랄 것 같았다”며 “나도 지쳐서 더 뛰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문은 케네디에게 “이제 우리 베스트 프렌드 아닌가?”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시속 90마일(약 145km)을 넘기는 공을 하나도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상대 타자들은 타이밍을 잡지 못해 삼진을 7개나 당했다. 느리게 날아오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아리랑 커브’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토론토 구단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폼 미쳤다”(기량에 물이 올랐다)는 최신 한국어 유행어로 투구 내용을 칭찬했다. ‘블루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이 3경기 연속 무자책점 행진을 이어가며 2경기 연속 선발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21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방문경기에서 5이닝 동안 피안타 4개, 볼넷 하나로 2점(비자책점)만 내주고 팀이 9-2로 앞선 6회초부터 마운드를 넘겼다. 토론토가 결국 10-3 승리를 거두면서 류현진이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89까지 떨어졌다. 류현진은 이날 △빠른 공 38개 △체인지업 18개 △커브 16개 △커터 11개 등 총 83개 공을 던졌다. 투구 수에는 여유가 있었지만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7점 차이로 앞서고 있어 토론토 코칭스태프는 서둘러 불펜진을 가동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이날 류현진의 호투 비결로 ‘제구력’을 꼽으면서 “커브가 특히 좋았다. 체인지업과 섞어 쓴 타이밍도 절묘했다. 정말, 정말 잘 던졌다”고 말했다. 이날 류현진이 던진 커브 중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건 3회말 ‘괴물 신인’ 엘리 데라크루스(21) 타석에서 나왔다. 류현진은 속구와 체인지업을 번갈아 던져 볼 카운트 2스트라이크 2볼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시속 106km 슬로 커브를 결정구로 사용해 헛스윙 삼진으로 데라크루스를 요리했다. 데라크루스는 5회말 그다음 타석에서는 류현진의 커브를 지켜보다가 루킹 삼진을 당했다. MLB닷컴은 “류현진은 똑똑한 투구로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특히 타자 심리를 누구보다 잘 읽기 때문에 어린 타자를 상대할 때 더 무섭다”고 평했다. 류현진도 경기 후 ‘오늘 커브에 몇 점을 주고 싶나’라는 질문을 받자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며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슬로 커브를 결정구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이날 던진 커브는 평균 32cm가 떨어졌다. ‘슬로 커브 명장’으로 손꼽히는 클레이턴 커쇼(35·LA 다저스)의 커브 낙폭이 25cm 정도다. 류현진이 말 그대로 ‘폭포수 커브’를 던진 셈이다. MLB에서 통산 355승(227패)을 거둔 그레그 매덕스(57)는 “위대한 투수를 만드는 건 팔이 아니라 두 귀 사이에 있는 ‘두뇌’라고 불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신시내티 선발 투수 헌터 그린(24)은 최고 시속 161km에 달하는 빠른 공을 던졌지만 3이닝 9실점(8자책점)하며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류현진의 다음번 ‘두뇌 피칭 쇼’ 무대는 27일 클리블랜드전이 될 예정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60)의 아들과 조던의 ‘오른팔’이었던 스코티 피펜(58)의 전처가 부부가 된다.20일 미국 연예전문매체 TMZ 등에 따르면 조던의 둘째 아들인 마커스 조던(33)은 피펜의 전처인 라르사(49)와 결혼식 장소를 물색 중이다. 라르사가 손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운 모습이 미국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이 반지를 약혼 반지라고 추정하고 있다.라르사는 피펜과 1997년 결혼해 스코티 피펜 주니어(23) 등 네 자녀를 낳은 뒤 2021년 이혼했다. 아들 조던과 라르살은 지난해부터 교제를 시작했으며 올해는 아예 ‘공개 연애’ 모드로 바꿨다. 아들 조던은 “아버지도 물론 우리의 교제를 허락했다”고 말했다.아버지 조던과 피펜은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에서 함께 뛰며 총 여섯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시카고에서 함께 뛰던 시절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라스트댄스’가 2020년 4월 공개된 뒤 사이가 멀어졌다. 피펜은 2021년 회고록 ‘언가디드’에서 “라스트댄스를 보고 나와 팀원들은 모욕감을 느꼈다. 우승을 함께 일군 팀원들은 모두 조연으로 만들고 조던만 미화했다”며 “조던은 동료 선수들이 없었다면 절대 지금의 조던이 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피펜은 이후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조던에 대한 불만을 반복해 표현해왔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마법사 군단 KT의 8월 ‘요술 방망이’가 뜨겁다. KT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두산에 9-8 진땀승을 거두고 5연승을 달렸다.2위 SSG에 1경기 뒤진 채 경기를 시작한 KT는 이날 승리로 승패마진 +11(56승 2무 45패)을 기록했다.반대로 SSG는 이날 사직에서 롯데에 패해 55승 1무 44패가 되면서 역시 승패마진 +11이 됐다.승률에서는 KT(0.554)가 SSG(0.556)에 0.002 뒤지지만 승차는 제로(0)가 된 것이다.18일 경기 결과에 따라 KT가 2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반면 전날까지 5위였던 두산은 이날 패배로 순위가 7위로 고꾸라졌다.KT가 6월 2일까지 -14(16승 2무 30패)였던 승패마진을 +11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은 ‘선발’이다.6월 3일 이후 KT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3.19로 같은 기간 2위 삼성(3.94)과 비교해도 작지 않은 차이다.특히 8월 들어 치른 14경기에서 거둔 12승 가운데는 11승이 선발승이다.선발 투수가 유일하게 승리를 기록하지 못한 12일 안방 NC전에서도 KT 선발 고영표(32)는 7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한 가지 걱정스러운 건 제1 선발 벤자민(30)이 8월 들어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벤자민은 이날도 5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5회까지 7점을 뽑아준 타선 덕에 8월 첫 승이자 시즌 12번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벤자민에게 8월 첫 승을 선물한 건 포수 장성우(33)였다. 장성우는 이날 4번 타자로 나서 1회초 척 타석부터 3점 홈런을 치는 등 5타수 4안타 5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장성우는 “벤자민이 7월까지 8연승을 하면서 패가 없었다. 그동안 계속 잘 해줬으니 지금 안 좋아진 거라 생각한다. 누구도 1년 내내 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이어 “벤자민이 안 좋을 때 타자들이 점수를 좀 내서 편하게 던졌으면 했는데 5이닝을 마칠 수 있어 기뻤다. 벤자민은 그동안 믿음을 줬던 팀의 에이스다.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4연패에 빠져있던 두산은 9회말 2아웃까지 KT를 물고 늘어졌다. 로하스(30)의 솔로포, 김인태(29)의 적시타로 추격한 두산은 1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대타 박준영(26)이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를 치면서 8-9까지 쫓아왔다. 그러나 KT는 박영현(20)이 다음 타자 허경민(33)을 얕은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조수행(30)을 풀 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살얼음판 승부를 결정지었다.장성우는 “9회말 1사 주자 2, 3루가 됐을 때도 마음은 편했다. 우리는 4연승 중이었고 두산은 4연패 중이었다. 연패 기간에는 연패를 정말 끊기가 힘든 반면 연승 때는 경기가 좀 잘 풀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그러고는 “평소대로라면 허경민을 (고의4구로) 걸렀을 것이다. 보통 그런 상황에서 감독님도 고의4구 의사를 물어보시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으셨고 저도 이상하게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질 것 같지 않았다”고 말을 이었다.장성우는 “선수들끼리도 ‘-14에서 시작해 +11까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다. 감독님도 ‘꿈 같다’고 하신다. 하지만 우리는 -14때나 지금이나 하루하루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지금 한참 좋으니 또 언젠가 안 좋아지기도 하겠지만 늘 똑같이 매 경기 집중하다 보면 (시즌을) 높은 곳에서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가을 야구’ 진출을 목표로 후반기에 다걸기(올인)를 선언한 롯데는 사직 안방 경기에서 시즌 팀 최다인 20안타를 몰아치며 SSG를 15-4를 꺾었다.롯데는 이날 승리로 주중 3전을 싹쓸이하면서 4연승을 거뒀다.롯데가 SSG를 상대로 ‘스윕 승’을 거둔 건 2018년 6월 15~17일 이후 1887일 만이다.롯데는 이날 서튼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어지럼증 증세를 보여 이종운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다. 베테랑 전준우(37)가 4타수 4안타 2타점으로 타선의 중심을 잡았고, 옆구리 부상으로 지난달 28일 이후 3주 만에 복귀한 유강남(31)은 3번 타자로 나와 5타수 3안타 2득점 2타점 활약을 펼쳤다. 롯데는 이날 광주 안방 경기에서 최하위 키움을 잡고 5위가 된 KIA에 0.5경기 경기 뒤진 6위에 이름을 올렸다.슈퍼 루키 김서현(19·한화)의 선발 데뷔전으로 관심을 모은 한화와 NC의 창원 경기는 한화의 9-10 패배로 끝났다.김서현은 이날 제구 난조로 2회말에만 볼넷 네 개를 내주는 등 2이닝 3실점 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NC는 9회말까지 7-9로 뒤졌지만 손아섭(35)의 2점 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10회말 김수윤(25)이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치면서 승리를 챙겼다.선두 LG는 대구에서 삼성 선발 백정현(36)의 6과 3분의 2이닝 1실점 호투에 막혀 2-4로 패했다. 삼성 마무리 오승환(42)은 19세이브를 올렸다.▽18일 선발투수△잠실: NC 송명기-두산 곽빈 △문학: LG 최원태-SSG 맥카티 △대전: KT 이선우-한화 문동주 △대구: KIA 윤영철-삼성 와이드너 △고척:롯데 반즈-키움 맥키니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올겨울에 프랑스로 유학이라도 가야 하나 고민 중이다.”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서채현(20·노스페이스·서울시청)은 고교 시절 공부로 전교 1, 2등을 다퉜지만 대학에 가지 않았다. “당장은 클라이밍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랬던 서채현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종국클라이밍센터’에서 만난 기자에게 프랑스 유학 이야기를 꺼낸 건 ‘볼더링’ 때문이다. 양손에 미끄럼 방지용 탄산마그네슘을 잔뜩 바른 채 기자를 맞이한 서채현은 “프랑스가 볼더링을 정말 잘한다. 세계적인 루트 세터(문제를 내는 사람)도 많아 계속 새 루트로 훈련할 수 있어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리드’ 동메달을 차지한 서채현은 이날 오전 귀국한 뒤 곧바로 아버지 서종국 국가대표 감독(50)이 운영하는 클라이밍센터로 와 훈련을 시작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높이 15m 암벽에 매달려 6분 동안 더 높이 오르는 사람이 이기는 리드 △미리 정해둔 홀드(손과 발로 잡거나 디딜 수 있는 부분)만 활용해 가장 적은 횟수에 4, 5m 벽을 오르는 선수가 우승하는 볼더링 △15m 암벽 정상까지 가장 빨리 오르는 사람이 이기는 스피드 등 세 종목으로 나뉜다. 서채현은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에 데뷔한 2019년 바로 리드 세계랭킹 1위를 찍었다. 문제는 개별 종목이 따로 있는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과 달리 올림픽, 아시안게임 같은 종합 국제대회 때는 리드와 볼더링을 묶은 ‘콤바인’ 경기만 치른다는 점이다. 서채현은 “솔직히 내 볼더링 실력은 평균 이하”라면서 “국제대회 때 리드가 끝나면 내게 루트를 물어보려고 온다. 그런데 볼더링 때는 다들 나를 본체만체한다”며 웃었다. 서채현은 아버지 서 감독뿐만 아니라 어머니 전소영 씨(49)도 스포츠클라이머 출신이다. 서채현은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자연 등반을 다니면서 바위를 많이 탄 덕에 리드에 강한 것 같다. 바위에서는 벽 어디든 다 홀드가 된다. 키(163cm)가 작으면 뻗을 수 있는 길이도 짧아지지만 그만큼 남들과 다른 길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계속해 “리드는 나만의 루트를 만들면서 오를 수 있어 기술로 커버가 되지만 볼더링은 지정된 홀드를 따라가야 해 근력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클라이밍 세계에서 서채현은 별종에 가깝다. 서채현은 “클라이밍은 일단 근력이 좋아야 하는데 (월드컵) 결선에 올라가는 선수 사이에서는 내가 근력도, 손가락 힘도 가장 약하다”면서 “초등학교 때 나를 보고 ‘클라이밍으로는 절대 성공 못 한다’고 하셨던 동호회원도 있었다. 물론 나중에는 ‘내가 잘못 봤다’며 사과하셨다”고 말했다. 서채현은 비시즌 동안 하루 4, 5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근력을 길렀다. 그러면서 풀업 1RM(한 번에 들 수 있는 최대 무게)이 24kg에서 42kg까지 늘었다. 시즌 중에는 6, 7시간을 암벽에 매달려 ‘볼더링 실전 문제’를 푸는 데 썼다. 서채현은 “나는 특히 풀릴 때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원래 뭐든지 푸는 걸 좋아한다. 취미도 (숫자 퍼즐) 스도쿠”라면서 “너무 안 될 땐 다른 걸 하기도 하는데 찜찜한 마음이 남아서 결국 (풀던 루트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볼더링 훈련 비중을 높인 성과도 나왔다. 서채현은 이탈리아 브릭센에서 열린 올 시즌 6차 월드컵에서 4개 과제 중 3개를 3차례 시도 끝에 완등하면서 볼더링 2위에 올랐다. 서채현이 월드컵 데뷔 후 볼더링 시상대에 오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서채현은 24일부터 진천선수촌에 들어가 이번 시즌 남은 월드컵 2개 대회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비 훈련에 들어간다. 서채현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지금 제일 큰 목표다. 내년 파리 올림픽 때까지 최선을 다해 꼭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겠다”고 다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상금은 다 통장에 쌓여 있어요. 돈 쓸 시간이 없어서요(웃음).” ‘셔틀콕 천재’ 안세영(21·삼성생명)은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마련한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안세영은 올해 국제대회에 12번 참가해 우승 7번, 준우승 4번, 3위 1번을 차지하면서 상금으로만 42만8480달러(약 5억7427만 원)를 벌었다. 올해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상금랭킹 1위가 안세영이다. 안세영뿐 아니라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 모두 올해는 돈 쓸 시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날까지 배드민턴 대표팀의 공식 외박일은 ‘0일’이었다. 배드민턴 대표팀이 이날 미디어데이를 마련한 건 대한체육회에서 24일 개최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에 참석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배드민턴 대표팀은 18일 세계개인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떠난다. 김학균 국가대표팀 감독(52)은 “국제대회에 다녀오면 국내대회(에 나가야 했고), 나머지는 전부 진천선수촌에서 보냈다. 지옥 같은 스케줄이다. 앞으로도 11월 말까지 스케줄이 다 차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이렇게 고삐를 조인 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이 대회에서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노 메달’에 그친 건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이었다. 김 감독은 “항저우에서는 (7개) 전 종목 메달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가장 가까운 건 역시 ‘세계 1위’ 안세영이다. 안세영은 지난달 일본오픈에서 우승하며 1996년 방수현(51·은퇴) 이후 한국 선수로는 27년 만에 BWF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안세영은 “성지현 코치님(32)께서 항상 ‘(세계 1위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을 인정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라고 말해주신다. 또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그만큼 자신감도 늘었다. 랭킹 1위답게 내 배드민턴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데뷔전이었던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천위페이(25·중국·3위)에게 32강전에서 패해 서둘러 짐을 싸야 했다. 천위페이는 항저우가 고향이라 이번 대회 때도 안방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을 게 틀림없다. 올해 맞대결에서는 4승 2패로 앞서 있는 안세영은 “천위페이 고향에서 하든, 어디서 하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즐기다 보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자 복식에서도 금메달을 노린다. 올해 국제대회에서 4번 우승한 ‘킴콩 듀오’ 김소영(31·인천국제공항)-공희용(27·전북은행) 조는 세계랭킹 3위, 올해 인도네시아오픈 챔피언 이소희(29·인천국제공항)-백하나(23·MG새마을금고) 조는 이보다 더 높은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경원 여자복식 코치(43)는 “우리 선수들끼리 결승을 하는 게 목표다.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내년 파리 올림픽 때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진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류현진(36·토론토)이 부상 복귀 후 첫 승을 신고했다. 류현진은 14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안방경기에서 시카고 컵스 타선을 5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2실점(비자책점)으로 막은 뒤 팀이 8-2로 앞선 6회초부터 구원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전날까지 3연패에 빠져 있던 토론토가 결국 11-4로 이기면서 류현진이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이 MLB에서 승리투수가 된 건 지난해 5월 27일 이후 444일 만이다. 류현진은 당시 로스앤젤레스 방문경기에서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올렸다. 류현진은 지난해 6월 19일 흔히 ‘토미 존 수술’이라고 부르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으며 이달 2일 안방경기를 통해 MLB 무대에 복귀했다. 류현진은 볼티모어를 상대로 치른 복귀전에서 5이닝 9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8일 클리블랜드 방문경기에서는 타구에 무릎을 맞아 교체되기 전까지 4이닝 동안 ‘노히트 피칭’을 이어갔다. 복귀 세 번째 경기인 이날도 1루수 실책으로 1회초에만 2점을 내줬을 뿐 이후 4이닝 동안은 안타를 1개만 내주며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9이닝 동안 비자책 행진을 이어간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4.00에서 2.57로 내려갔다. 류현진은 “지난 경기부터 모든 구종의 제구가 예전처럼 잘됐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내가 원했던 지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첫 승 소감을 전했다. 류현진은 △속구 40개 △체인지업 24개 △커터 12개 △커브볼 10개 등 총 86개를 던져 승리를 낚았다. 부상 복귀 후 가장 많은 투구 수다. 이날도 류현진의 빠른 공 평균 스피드는 시속 142km에 그쳤다. 컵스 타자들은 류현진의 빠른 공을 상대로 평균 시속 154km짜리 타구를 날렸다. 류현진의 속구를 ‘받쳐 놓고’ 때린 셈이다. 그러나 2회초부터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몸쪽으로 파고드는 커터가 류현진이 원하는 대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컵스 타자들은 타격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포수 출신인 데이비드 로스 컵스 감독(46)은 “빠른 공 속도가 아직 다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류현진은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다. 특히 체인지업이 엄청났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이날 삼진을 3개 잡았는데 모두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쓴 헛스윙 삼진이었다. 컵스 타자들이 이날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때렸을 때 평균 타구 속도도 시속 119km밖에 되지 않았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43)은 “류현진은 복귀 후 첫 세 차례 등판에서 다치기 전 하던 모든 걸 하고 있다. 류현진이라 쉬워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 나이에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만 36세 4개월 20일이었던 류현진은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고령 선발승 기록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50)가 2009년 필라델피아 시절 LA 다저스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남겼던 35세 10개월 13일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무릇 있는 자는 더욱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있는 것까지도 빼앗기리라.’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이미 가진 사회적, 물적 자본이 많은 이들이 사회적, 경제적 성공을 이루는 경향이 높은 현상을 신약성서 마태복음 25장 29절 구절에서 따와 ‘마태효과’라 불렀다. 13일 서울 잠실구장에 열린 1위 팀 LG와 최하위 키움의 프로야구 경기는 이 마태효과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였다. LG는 안방에서 키움을 17-8로 꺾고 5연승을 달렸다. 반면 키움은 4연패에 빠졌다. LG는 2회말 박동원, 3회말 오스틴, 8회말 홍창기의 홈런 3방으로 5연승을 자축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 중 유일하게 홈런이 없던 홍창기는 시즌 마수걸이 홈런으로 이날 대승의 화룡점정을 찍었다.홍창기는 “저보다 팬들이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 홈런을 치고는 싶었는데, 신경은 안 쓰려고 했다. 넘어갈 수 있었던 타구들이 2루타가 되거나 펜스에 맞는 안타가 되었던 것 같다”며 “홈런은 없었지만 다른 공격 지표에서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올 시즌 홍창기는 출루율 리그 1위(0.450), 득점 1위(80점), 2루타 2위(28개), 타율 3위(0.330), 안타 3위(121개)에 올라있다.LG는 주장 오지환이 3회초 수비 때부터 허벅지 앞쪽 통증으로 정주현과 교체됐지만 넉넉한 점수 차 덕에 주전 유격수의 빈자리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7월 29일 트레이드 이후 LG 12승 2패, 키움 1승 13패 양 팀의 행보는 지난달 29일 트레이드 이후 극명히 갈린다.팀 평균자책점, 팀 타율 모두 1위에 투타 자원에 여유가 있는 LG는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 지명한 타자 유망주 이주형,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7순위에 지명한 장신(195cm) 투수 김동규 두 명을 내주고 3점대 평균자책점의 토종 선발 투수 최원태를 얻었다.LG는 트레이드 이후 올 시즌 팀 최다인 7연승을 이어가는 등 12승 2패를 달렸다. 2위 SSG와의 승차도 7월 30일 2.5경기에서 6경기까지 늘렸다. 반면 사실상 올 시즌 승부에 ‘백기’를 드는 트레이드 이후 키움은 8연패에 빠진 것을 포함해 이날 경기까지 1승 13패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물론 키움도 장기적인 실리를 충분히 챙긴 트레이드였다. 트레이드 직후 야구계에서는 외려 기회만 주면 ‘터지는 건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타자 이주형을 내준 LG의 조바심을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다. 이주형 역시 트레이드 이후 8월에만 2홈런을 터뜨리는 등 이날 경기 전까지 8월 OPS(출루율+장타율) 0.928을 기록 중이었다. 키움은 이날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타자 중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김혜성 딱 한 명이었다. 당장 이정후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하는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이주형 같은 장타력을 갖춘 타격 자원이 필요한 이유였다. ●빈익빈 부익부 두드러진 마운드 다만 키움은 이날 없는 마운드 살림이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에이스 안우진을 체력 안배 차원에서 엔트리에서 말소해 대체 선발자원이 마땅치 않았던 키움은 1군 경험이 3분의 1이닝 2실점(1자책점)이 전부였던 김동규를 선발 투수로 세웠다.홍원기 키움 감독은 김동규가 선발 데뷔전을 친정팀 LG 상대로 하게 된 것을 두고 “잔인할 수도 있고 어린 선수로서 부담이 클 수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두려운 감정이 자신감으로 바뀌면 에너지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말 2만 명 가까운 관중이 찬 잠실구장에서 데뷔 첫 선발 경기를 하게 된 신인 김동규는 2이닝 동안 실점으로 이어진 폭투 2개를 포함해 5실점 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반면 득점 지원만 13점을 받은 임찬규는 5이닝 5실점으로도 시즌 9승(2패)을 올리기 충분했다. 키움은 선발 타자 전원 안타를 기록했지만 승부의 추가 기운 뒤라 빛이 바랬다. ●LG 3회 7점 뽑는 빅이닝으로 일찌감치 확정한 스윕승 키움은 2-5로 뒤진 3회말 양현을 올리고 추격을 이어가려 했다. 그러나 LG 타선은 3회에만 4번 타자 오스틴의 솔로포를 시작으로 8번 타자 이재원까지 다섯 타자 연속 안타로 양현을 몰아붙였다. 양현은 9번 타자 박해민에게 인필드 플라이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이미 점수 차는 2-8까지 벌어진 뒤였다.수비 시간이 길어지자 호수비 필름의 단골이던 김혜성에게서도 실책이 나왔다. 1번 타자 홍창기의 평범한 2루 땅볼을 빠뜨려 1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LG는 신민재의 내야안타, 김현수의 희생플라이, 오스틴의 적시타로 4점을 더 뽑으며 3회에 10점 차(12-2)로 점수를 벌렸다. LG가 공들여 키우고 있는 유망주 이재원도 전날 경기를 포함해 두 경기 연속 멀티안타로 활약했다. 이재원은 이날 첫 타석부터 깔끔한 우중간 안타를 치고 나가 도루로 2루를 훔치고 이어진 상대 투수의 폭투 때 3루까지 간 뒤 홍창기가 2루를 훔치는 사이 이중도루로 홈을 밟는 등 방망이뿐 아니라 주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상대 투수 김동규를 흔들었다.이어진 두 번째, 다섯 번째 타석에서도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정타를 만든 이재원은 4타수 3안타 2득점 2타점으로 활약했다. 5월 16일 잠실 KT전 이후 약 석 달 만의 3안타 경기. 이재원은 “초반에 형들이 다 잘 쳐서 쫓아가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더 잘 안됐던 것 같다. 형들은 형들이고 저는 저대로, 순리대로 가려고 한다”며 “시합에 계속 나가다 보면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우타거포 유망주로 아직 잠재력을 다 펼치지 못해 타 구단에서 트레이드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이재원은 트레이드 이후 이주형의 활약을 보는 기분에 대해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미묘하다”고 웃으며 “솔직히 (팀에서) 잘하는 선수가 (경기에) 나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처럼 계속 준비하고, 기회가 오면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희비 엇갈린 두 산체스롯데는 사직 안방경기에서 선발 반즈의 7이닝 1실점(무자책)에 ‘구원 듀오’ 구승민-김원중의 무실점 피칭으로 KIA에 6-1 승리를 거뒀다.이날 반즈와 선발 맞대결을 벌인 KIA 산체스는 5이닝 1실점 호투 후에도 1점도 득점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반면 한화 산체스는 안방 두산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6승을 챙겼다. 두산은 선발 최원준이 1과 3분의 1이닝 동안 4실점해 조기 강판당한 뒤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3-8로 패했다. 양석환이 시즌 17호 포를 터뜨렸으나 패배에 빛이 바랬다.●페디 16승 도전은 다음 기회로시즌 다승 선두(15승), 평균자책점 선두(1.96) NC 페디는 수원 KT전에서 5이닝 3실점(1자책점)으로 시즌 4패를 안았다. KT는 선발투수 배제성이 6이닝 무실점 호투로 4-0 승리를 이끌었다. 3위 KT는 이날 승리로 4위 NC와의 경기 차를 2경기로 벌렸다.문학에서는 안방팀 SSG가 선발투수 김광현의 7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삼성을 4-0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지난달 NC에서 방출당한 뒤 삼성으로 유니폼을 바꿔입은 뒤 첫 선발 등판이었던 삼성 와이드너는 6과3분의2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홈런포가 8경기째 침묵을 지키는 사이 맷 올슨(애틀랜타·사진)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양대 리그를 통틀어 홈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올슨은 13일 방문경기로 치른 뉴욕 메츠와의 더블헤더 첫 경기에 1루수 4번 타자로 나서 홈런 2개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4타점 3득점의 활약으로 팀의 21-3 대승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 올슨이 한 경기 2홈런을 기록한 건 이번이 7번째다. 전날까지 40홈런으로 오타니와 홈런 공동 선두이던 올슨은 이 경기 6회초에 당겨 친 타구를 우중간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는 3점포를 쏘아 올리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왼손 타자 올슨은 8회초엔 밀어 쳐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로 시즌 42호 홈런을 기록했다. 2016년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고 MLB에 데뷔한 올슨은 2021년 기록한 39개가 한 시즌 최다 홈런이었다. 이날 올슨은 애틀랜타의 6-0 승리로 끝난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했지만 홈런은 없었다. 타점을 105개로 늘린 올슨은 팀 동료 오지 앨비스(90타점)에 크게 앞선 이 부문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3연승을 달린 애틀랜타는 75승(41패)째를 거뒀다. 내셔널리그의 애틀랜타는 MLB 전체 30개 팀 가운데 최고 승률(0.647) 팀이다. 이날 휴스턴과의 방문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6회초 우중간 쪽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려 보냈지만 펜스를 바로 때린 뒤 그라운드로 떨어져 2루타가 됐다.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오타니는 4일 시애틀전 이후 8경기 연속 홈런포가 침묵했다. 이 기간 올슨은 5개의 홈런을 추가했다. 아메리칸리그의 에인절스는 13일 휴스턴에 3-11로 패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는 13일 시카고컵스전 안방 경기를 앞두고 호세 바티스타(43)와 1일 계약을 맺었다. 바티스타가 토론토 구단 소속으로 공식 은퇴식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한 특별 이벤트였다. 바티스타는 “모두 내가 은퇴한 지 꽤 됐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지만 은퇴를 공식화하기 위한 자리다. 토론토에 돌아와 1일 계약을 한 뒤 진짜 은퇴를 선언하는 것만큼 공식 은퇴를 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라며 이날 1일 계약을 맺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토론토에서 뛰었던 바티스타는 2018년 애틀란타, 뉴욕메츠, 필라델피아까지 세 팀에서 뛴 후 다시 빅리그를 밟지 못했다. 이후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도미니카 대표팀 선수로 출전해 동메달을 땄다.마크 샤피로 토론토 구단 사장(56)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토론토 구단에서 바티스타를 대체할 수 있는 이름은 많지 않다. 바티스타가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고 공식적으로 은퇴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 필드에서 바티스타의 펀치력과 훌륭한 성실성(Work Ethic)을 보고 자란 팬들을 대표해 토론토에서 10년간 뛰어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바티스타는 2004년 볼티모어에서 데뷔해 2018년 필라델피아에서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기까지 빅리그에서 15년 뛰면서 그중 가장 오랜 10시즌(2008~2017)을 토론토에서 보냈다. 그중 2010년(54홈런), 2011년(43홈런)에는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다. 54홈런은 지금까지 토론토 구단 최다 홈런 기록이다. 바티스타는 토론토에서 6년 연속 올스타(2010~2015)에 선정되며 황금기를 맞았다.특히 토론토 팬들에게 그는 2015년 플레이오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5차전 3-3 동점이던 7회말 3점 홈런을 날린 뒤 호쾌한 ‘배트 플립’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 선수다. 바티스타는 2015, 2016년 토론토가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챔피언십 시리즈(ALCS)에 올랐을 때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이후 토론토의 포스트시즌은 와일드카드 진출(2020, 2022)이 최고 성적에 그치고 있다.13일 경기 전 바티스타의 은퇴를 기념하는 행사가 40분간 진행됐다. 바티스타는 안방 로저스센터를 가득 채운 4만2585명의 팬을 향해 “여러분은 나와 우리 가족을 가족처럼 품어줬습니다. 올스타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올스타처럼 대해주셨습니다. 내가 토론토 소속이었다는 것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늘 토론토에서 뛰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바티스타는 구단 자체 명예의 전당에 해당하는 ‘탁월함의 경지’에 이름을 올렸다. 바티스타는 구장 관중석 중앙부 외벽에 구단 전설들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나란히 새겼다. 이후 바티스타는 경기 전 시구에도 나섰다. 그의 공을 잡아줄 포수로는 같은 도미니카 출신으로 토론토에서 활약 중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4)가 맡았다. 게레로 주니어는 바티스타의 공을 받은 뒤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바티스타가 곧바로 기념구에 사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게레로 주니어는 “오늘은 그가 매일 경기장에서 쏟은 그간의 열정과 희생에 대한 보답이다. 은퇴하고 이렇게 구단이 그간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것을 보면 현역 시절에 정말 감사함을 느낄 것 같다”고 전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마이클 로렌즌(31) 같은 선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는 2021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뒤 이렇게 말했다. 오타니가 AL을 대표하는 ‘이도류’였다면 신시내티에서 뛰던 로렌즌은 내셔널리그(NL)를 대표하는 투타 겸업 선수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로렌즌은 지난해 에인절스에서 오타니와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타격을 접고 투구에만 매진했다. 디트로이트에서 시작해 트레이드 마감일(2일)에 필라델피아 선수가 된 올해도 투수로만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필라델피아가 워싱턴을 7-0으로 물리친 10일 안방경기에서 9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볼넷만 4개를 내주면서 오타니도 못 해 본 노히트 노런에 성공했다. 필라델피아는 로렌즌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안겨준 상대 팀이기도 하다. 로렌즌은 신시내티 시절인 2019년 9월 5일 필라델피아와의 안방경기에서 7회초에 구원 등판해 2이닝을 소화한 뒤 8회말에는 8-5로 앞서가는 2점 홈런을 날렸다. 그리고 9회초에는 중견수로 수비 위치를 바꿨다. 결국 신시내티가 8-5로 승리하면서 로렌즌은 1921년 6월 14일 베이브 루스(1895∼1948) 이후 98년 만에 한 경기에서 승리, 홈런, 야수 수비를 모두 기록한 선수가 됐다. 오타니도 이런 기록을 남긴 적은 없다. 로렌즌은 또 2018년 7월 1일 안방 밀워키전에서는 7회말에 대타로 나와 만루홈런을 치면서 1953년 5월 17일 토미 번(1919∼2007) 이후 65년 만에 대타 만루홈런을 친 투수로 MLB 역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역시 오타니에게는 아직 없는 기록이다. 오타니도 10일 로렌즌을 포함해 아무도 해보지 못했던 기록을 남겼다. 오타니는 이날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6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1실점(비자책점)으로 막고 팀의 4-1 승리를 이끌면서 시즌 10번째 승리를 챙겼다. 타자로 홈런 40개를 기록 중인 오타니는 이 승리로 15승, 34홈런을 기록했던 지난해에 이어 두 자릿수 승수-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남겼다. MLB 역사상 2년 연속으로 이런 기록을 남긴 건 오타니가 처음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수비와 주루는 데뷔 시즌부터 이미 정평이 나 있었지만 올 시즌 김하성(28·샌디에이고)의 방망이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연구 대상이다. 마크 데로사 전 미국 대표팀 감독(48)은 9일 MLB 하이라이트와 분석을 전하는 ‘MLB 센트럴’에서 김하성의 2021~2023년 시즌별 타격 준비 자세를 비교했다. 데로사 전 감독이 가장 주목한 것은 방망이를 잡는 손의 위치였다. MLB 데뷔 첫해였던 2021년 김하성은 타격 준비 때 방망이를 잡은 손이 턱 끝 위치까지 올라와 있었다. 2022년에는 손이 어깨 쪽에 가깝게 살짝 내려왔다. 2023년에는 손이 팔꿈치에서 살짝 위로 올라온 정도다. 결과적으로 2년 사이 손이 턱에서 가슴까지 내려온 것이다.데로사 전 감독은 “이제 손을 훨씬 밑에서 내려놓고 (타격을) 시작한다. 상대 투수들은 빠른 공으로 존을 공략해 타자를 윽박지르지만 김하성에게는 안 먹힌다. 김하성은 리그에서 빠른 공 대응을 가장 잘하는 타자 중 한 명”이라고 평했다.이어 “첫 2년보다 레그킥이 좀 더 과감해졌다. 김하성은 이제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축에 속하는 선수들의 시속 95마일(152.8km) 이상 공도 이겨낸다”고 말했다.데로사 전 감독은 김하성의 안정적인 타격 자세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데로사 전 감독은 “김하성은 안정적인 오픈 스탠스로 공을 기다린다. 이후 무게중심을 완벽하게 뒤에 둔다. 과하게 스트라이드를 하지 않고 빠른 공에 대응한다. 빠른 공에 대응이 되면 변화구에도 대응이 된다”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김하성의 개인 타격코치를 맡은 최원제 ‘더 볼 파크’ 코치는 “타격 자세가 바뀐 건 없다. 준비하는 자세만 바꿨다. (타격 전) 힘을 최대한 빼고 (빠른 공에) 반응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하성도 MLB에 처음 와서는 무브먼트가 심한 투심 패스트볼에 땅볼이 많이 늘었다. 한국에서처럼 변화구에 타이밍을 잡고 칠 수가 없다. 직구를 노리다가 변화구를 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공 대응력을 키운 김하성은 ‘스위트 스폿’에 공을 맞히는 비율이 MLB 첫 해 31.3%에서 2년 차 34%, 올해는 37.7%까지 늘었다.○리그 정상급 스탯이미 올 시즌 김하성의 스탯은 리그 정상급이다. 데로사 감독은 (방송일 9일 기준) 김하성이 출루율 10위(0.384), 도루 12위(24), wRC+(조정 득점 창출력)에서 16위(135)에 올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내야수 수비 기여도(DRS·Defensive Runs Saved)는 16으로 공동 1위고, 팬그래프스 기준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FWAR)도 4.2로 10위다.어어 6월 15일 이후 시점으로 한정하면 김하성의 wRC+는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220), 애틀랜타 맷 올슨(210)에 LA 다저스의 프레디 프리먼(185)과 함께 리그 공동 3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김하성은 공도 잘 본다. 타석 당 상대 투수에게서 뽑아내는 투구 수도 평균 4.36으로 리그에서 250타석을 이상 소화한 타자 중 4위다. 데로사 전 감독은 “김하성이 이렇게 상대 투수의 진을 빼놓고 스윙은 잘 하지 않는다”며 “김하성의 올 시즌 스윙 적극성은 37.1%로 샌디에이고 후안 소토(34.9%), 세인트루이스 라스 눗바(35.4%)에 이어 세 번째로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말을 빌리자면 ‘샌디에이고의 최우수선수(MVP)’는 바로 이 선수”라며 분석을 마쳤다.스튜디오에 패널로 출연한 루벤 아마로 주니어 전 필라델피아 단장(58)은 데로사 전 감독의 분석을 들은 뒤 김하성의 타격 준비 자세를 따라 하며 “(타격 준비 때) 손을 전혀 안 움직이는 게 정말 놀랍다(awesome). 꼭 폴 몰리터(67)를 보는 것 같다. 기다리고 있다가 ‘빵’하고 친다”는 감상평을 내놨다. 몰리터는 MLB에서 통산 3319안타를 친 전설이다. 한국에서는 박병호가 미네소타에서 뛰던 시절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결과가 좋아야 과정도 인정받는다.’ 프로야구 롯데 신인 타자 김민석(19)이 휘문고 재학 시절부터 마음에 새긴 좌우명이다. 8일 키움과의 방문경기를 앞두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김민석은 “사람들은 결과가 안 좋으면 노력하는 것도 인정을 안 해주지 않나. 고등학교 때는 그래도 과정에 나름 더 신경을 썼다. 하지만 프로 선수는 돈을 받으니까 결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과도 좋다. 김민석은 8일까지 8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5, 2홈런, 29타점을 기록 중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신인 타자 가운데 타율과 타점은 1위, 홈런은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김민석은 그러면서 문동주(20·한화), 박명근(19·LG), 윤영철(19) 최지민(20·이상 KIA) 같은 투수들과 함께 신인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민석이 올해 신인상을 받으면 롯데는 1992년 염종석(50·현 동의과학대 감독) 이후 31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한다. 김민석은 지난해 타율 0.544(68타수 37안타)로 고교 야구에서 한 해 동안 가장 높은 타율을 남긴 선수에게 주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 데뷔 첫 달이었던 올해 4월에는 타율 0.196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6월 말까지도 시즌 타율은 0.254에 머물렀다. 그러다 7월 이후로는 타율 0.358을 기록 중이다. 김민석은 “이렇게 빨리 적응할 줄 나도 몰랐다. 경기에 계속 나가다 보니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 정도로 잘하는 신인 타자라면 롯데 팬들도 아낌없는 애정을 쏟는 게 당연한 일. 김민석은 5월부터 구단 유니폼 판매 순위 1위로 올라섰고, 올스타 팬 투표 때도 92만5811표를 받아 신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베스트 12’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석은 안방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의 춤을 완벽하게 소화해 ‘베스트 퍼포먼스 상’까지 받았다. 김민석은 “롯데에 와서 행운이라 생각한다. 다른 팀에 갔으면 이 정도로 주목받지는 못했을 것 같다”면서 “올스타전이 끝나고 이제껏 야구를 하면서 가장 많은 연락을 받았다. (팀이) ‘가을 야구’에 가면 그때는 연락이 더 많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가을 야구에 가려고 다들 봄부터 준비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김민석은 7월 월간 타율 0.379를 기록했지만 롯데는 5승 12패(승률 0.294)로 월간 승률 최하위에 그쳤다. 팀 순위도 4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 이제 롯데 팬들에게 익숙한 ‘8치올’(8월부터 치고 올라간다)을 현실로 만들어야 할 시간이다. 김민석은 “야구는 장기 레이스다. 선배님들이 늘 ‘여름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무슨 소리인지 잘 몰랐다. 그런데 8월이 되어 보니 역시 8월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이날 전까지 4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프로 데뷔 후 이렇게 오랫동안 안타를 치지 못한 건 두 번째였다. 그래도 김민석은 태평했다. 김민석은 “똑같이 쳐도 배트 스피드가 안 나오고 파울이 많이 나오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면 그냥 밥을 더 많이 먹는다. 기술이 아니라 체력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밥 좀 더 먹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김민석은 이날 3안타 2볼넷으로 데뷔 후 첫 5출루 경기에 성공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