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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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9~2026-02-08
문화 일반73%
인사일반18%
문학/출판9%
  • [책의 향기]“연대하는 모두가 당신의 그림자 되어 지켜줄게요”

    경찰서 앞에서 수없이 망설이며 돌아섰던 한 성폭력 피해자는 2010년 고소를 결심한다. 혼자였다. 가족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긴 법정 싸움 끝에 성폭력 피해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남은 건 단절된 경력과 사라진 인간관계, 악화된 신체와 정신건강이었다. ‘그때 내 옆에 지금의 내가 있었다면.’ 저자는 4년간의 고통을 겪은 뒤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가장 암담했던 것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인 자신이 위축됐던 경험이었다. 담당 경찰은 가해자와 ‘형’ ‘동생’으로 친밀하게 지냈다.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가해자가 거짓말을 해도 반박 자료를 만들어 보낼 뿐이었다. 저자는 이로 인해 연대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비슷한 처지의 이들이 모여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믿었다. 이 책은 힘겨운 경험을 한 후 2014년부터 시작한 저자의 연대 과정을 적은 기록물이다. 저자는 먼저 피해자와 일대일로 만났고, 수사기관에 함께 가고 재판 전략을 같이 모색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런 연대가 좀 더 폭넓게 이어지길 바랐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방법이 ‘방청연대’였다. 일반 시민들과 함께 관련 재판을 참관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 내용을 공유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운 성범죄 관련 법률에 대한 정보와 ‘N번방 사건’ 같은 여러 범죄의 재판 방청 기록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연대에 참여한 이들을 ‘피해자의 그림자’라고 불렀다.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하고 문제를 해결하되, 피해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면 때로는 방향을 권하기도 하는 존재. 저자는 피해자들에게 무엇보다 생존을 권한다. 사실 ‘생존자’는 살아내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본인도 싫어했던 표현이지만,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살아만 있어요. 제가 당신의 그림자가 될 수 있게. 당신을 위해 길을 찾고 다듬어 당신의 손을 잡아 함께 걸을 수 있게. 어떻게든 살아만 있으면 더 넓고 안전한 길을 만들겠습니다.” 저자는 법률전문가도 시민운동가도 아니다. 그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책을 썼다고 밝혔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다소 방만한 느낌이 없지 않으나 그의 진심은 오롯이 묻어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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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들아 미술관 가자, 맘껏 만들고 ‘갬성’ 키우고

    무더운 여름, 아이와 자연 속으로 떠나고 싶지만 그러기 어렵다면 ‘에어컨 빵빵한’ 전시장도 괜찮은 선택이다. 방학을 맞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근사한 전시들이 적지 않다.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인 ‘서도호와 아이들: 아트랜드’와 아이들이 직접 작품을 만드는 ‘샌드 캐슬, 꿈의 건축’, 부모들도 좋아할 만한 ‘인 메모리(In Memory)’를 소개한다.○ 세계적 작가가 자녀와 만든 이색적인 세계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참가 후 차곡차곡 국제적 명성을 쌓은 설치미술가가 어린이 전시를 한다? 살짝 갸우뚱하지만, 서 작가의 이번 전시는 두 자녀와 함께 2016년부터 만들어 온 것이라 한다. 영국 자택에서 어린이용 점토 슬라임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었고, 이를 ‘아트랜드’라 이름 지었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슬라임은 단순히 놀이기구가 아니다. 아트랜드에서 슬라임은 하나의 생명체다. 그들의 1년은 인간의 221년과 맞먹으며, 아침마다 ‘퐁용’이란 과일을 먹는다. 피해서 도망가야 할 때도 있다. 어른 입장에선 이런 설정이 선뜻 와닿진 않지만, 아이들은 금방 세계관에 익숙해져 몰입한다. 서 작가 가족이 만든 아트랜드 위에 자신들이 만든 점토들을 이어 붙인다.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선보인 전시는 반응이 뜨겁다. 3일부터 진행한 어린이 워크숍은 45명만 참가가 가능한데, 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워크숍이 아니더라도, 어린이들은 언제든 자신이 만든 슬라임 생물을 만들어 함께 전시할 수 있다. 내년 3월 12일까지. 무료. ○ 아이들이 짓는 모래도시&부모가 더 좋아하는 설치작품 어린이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전시라면 ‘샌드 캐슬, 꿈의 건축’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상상톡톡미술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아이들이 만들고 싶은 건물을 직접 설계도로 그리게 한다. 그리고 모래와 양동이, 삽을 들고 직접 모래 건물을 짓는다. 이 전시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퐁피두센터가 약 30년 동안 진행해온 어린이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국내에 들여온 것이다. 현지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한 최고의 참여 전시로 극찬을 받았다. 다음 달 12일까지 열리는데 주말은 이미 거의 매진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8000∼1만2000원.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일본 작가 시오타 지하루의 개인전 ‘인 메모리’는 아이보다 부모들이 더 좋아할 수도 있다. 어디든 카메라만 갖다대면 근사한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들을 앞에 세워놓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관람객이 무척 많다. 특히 전시회 제목으로 쓴 설치작품 ‘인 메모리’는 크기가 7m에 이르는 흰 배가 드레스 3벌과 떠 있어 인상적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설치하며 ‘기억의 바다에서 헤매는 인간’을 떠올렸다는데, 그리 복잡한 고민을 안 해도 즐기는 데 불편은 없다. ‘실을 엮는 작가’로 불리는 시오타의 작품 55점은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얼기설기 짠 실 사이로 오래된 책이나 놀이용 카드도 보인다. 인형놀이 소품을 붉은 실로 엮은 ‘State of Being’은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부모들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21일까지. 3000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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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창배 주례 선 김종영, 예술적 교감은…

    1975년 4월 봄. 서울대 동양화과에서 갓 석사 학위를 딴 한 졸업생이 결혼식을 올렸다. 주례는 같은 대학 조소과 교수가 맡았다. 이 인연은 47년이 지난 올해 하나의 전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신랑은 파격적인 화풍으로 ‘한국화의 테러리스트’라 불린 황창배(1947∼2001)였다. 주례는 한국 근대조각의 선구자인 김종영(1915∼1982).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초대전 ‘황창배, 접변(接變)’은 그런 뒷얘기를 듣고 나면 왠지 모를 깊이가 담박하게 다가온다. 같은 대학이라도 접점을 찾기 힘든 둘은 어떻게 이어졌을까.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전공은 달랐지만 황 선생이 김 교수의 교양 강의를 듣고 그의 예술 철학에 깊은 존경심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 거장의 관계는 그다지 밝혀진 게 없지만 닮은 점이 없지 않다. 둘 다 작품에 제목을 전혀 달지 않았다. 박 실장은 “두 작가 모두 작품은 그 자체로 해석의 폭이 넓어야 하고, 다양한 문화가 섞이며 새로운 변주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여겼다”고 했다. 실제 김종영은 “동서양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무엇을 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에 출품된 황창배의 작품 35점은 김종영의 예술관과 잘 맞아떨어진다. 한지에 아크릴로 말을 그린 ‘무제’(1992년), 글씨와 그림이 섞인 ‘무제’(1993년)가 대표적이다. 평생 단순한 이분법을 극복하려 했던 황창배의 실험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황창배는 궁극적으로 ‘현재성을 갖는 한국화’를 추구했다. 그는 “전통이란 옛것을 뜻하지 않는다. 지켜야 할 의미나 가치는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와 미래를 관통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 25일까지.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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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어있는 청와대, 어떻게 될까?[영감 한 스푼]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오늘 소개할 첫 번째 이야기는? 청와대가 복합문화공간이 된다는 소식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의 주요 건물을 전시장으로, 야외 공간을 공연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정을 두고 관계 부처간 불편한 잡음도 나오는데요. 어떤 일인지 살펴보겠습니다.한편 한 글로벌 갤러리가 서울에 갤러리 2호점을 냈네요. 바로 페로탕(Perrotin) 갤러리인데요. 1호점은 강북, 2호점은 강남에 자리합니다. 페로탕 측은 “강북과 강남의 중심지를 연결하며, 상호보완적인 위치에서 더 많은 프로그램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라는데요? 이곳이 어떤 갤러리인지, 왜 지금 2호점을 내놓는 건지 그 큰 배경을 알아보겠습니다.미술관이 된 청와대, “청와대를 베르사유 궁전처럼”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 본관 등 주요 건물을 전시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밝혔습니다. 정원에서는 야외 공연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청와대가 미술관이자 공연장으로 기능하게 되는 건데요.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청와대 아트 콤플렉스를 구축하겠다”며 “베르사유 궁전처럼 건축 원형을 보존하며 전시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습니다.국내에 2호점 낸 글로벌 갤러리 페로탕현재 서울 시내에는 글로벌 갤러리들이 꽤 입점해있습니다. 이중 글로벌 갤러리로써 국내에 처음 발을 들인 곳이 바로 페로탕입니다. 2016년 처음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1호점을 낸 페로탕이 다음달 서울 강남구에 2호점을 낸다고 합니다. 국내에 글로벌 갤러리가 복수 지점을 낸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미술관이 된 청와대21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청와대 활용방안을 밝혔습니다. 청와대 본관·관저·춘추관·영빈관이 ‘근·현대미술 전시장’으로 활용된다는데요. 올해 5월, 74년 만에 청와대가 일반에 개방되고 난 후 구체적인 활용방안이 나온 것은 처음입니다.어떤 전시장이 되나요?▲ 춘추관은 민간 대관: 전시장으로 단장되는 곳은 본관·관저·춘추관·영빈관입니다. 본관부터 살펴볼까요? 본관 1층 로비와 세종실, 충무실, 인왕실은 미술품 상설 전시장이 됩니다. 대통령 생활공간이었던 관저에서는 본채 거실과 별채 식당을, 출입기자 사무실이나 기자회견 장소로 사용됐던 춘추관 내에서는 2층 기자회견장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합니다. 특히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은 민간에 대관하는 특별 전시 공간으로 내어준다고 하네요.▲ 영빈관은 프리미엄 전시장: 영빈관은 조금 특별합니다. 문체부는 청와대 내에서도 면적 496㎡에 층고 10m인 영빈관이 프리미엄 근현대 미술품 전시에 최적의 공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박 장관은 “영빈관에서는 609점의 청와대 소장품으로 구성한 기획전을 비롯해 ‘이건희 컬렉션’ 등 국내외 최고 작품을 유치해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야외에서는 공연무대: 전시장만으로 구성되는 건 아닙니다. 청와대의 미적 자산인 야외공간은 조각공원, 수목원으로 탈바꿈합니다. 본관 앞 대정원은 종합 공연예술 무대로 활용되고요. 역대 대통령의 삶과 발자취를 들여다보는 대통령 역사문화공간도 본관과 관저, 1993년 철거된 구 본관 터를 중심으로 조성됩니다.▲ 첫 전시는 장애인문화예술축제: 첫 행사는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다음 달 열리는 ‘장애인문화예술축제(A+ 페스티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과 사저에 작품을 걸어 유명해진 발달장애인 화가 김현우,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해 화제가 된 화가 정은혜 등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된다고 합니다. ▲ 올 가을 청와대 컬렉션 특별전: 또 이르면 올 가을 ‘청와대 컬렉션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청와대 컬렉션이란 역대 정부에서 구매해온 청와대 소장 미술품으로, 현재 총 609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중 김기창 장우성 허백련 서세옥 등 한국화 거장 24인의 작품 30여 점을 추려서 공개 전시를 연다고 합니다.청사진 두고 관계 부처간 엇박자▲ 곤혹스러운 문화재청: 현재 청와대 운영 관리 주체는 대통령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입니다. 이중 문화재청이 임시 관리를 맡고 있죠. 이번 결정에 대해 문화재청은 다소 곤혹스러운 기색입니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이달 13일 청와대 방문객 1000명 중 40%가 “대통령의 삶과 역사가 살아있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자는 선택지를 골랐다”는 설문조사를 발표하기도 했죠.▲ 문화재청 “원형보존”: 문화재청은 청와대 내부 건물들이 역사적 상징성을 갖고 있는 만큼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청와대를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하거나 그보다는 활용이 자유롭지만 역사적 맥락을 강조하는 근대역사문화공간 등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수립한 상황이기도 했죠. 문화재청 노조는 25일 논평을 발표하면서 “문체부는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고자 하는 관계 전문가, 현재 청와대를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청의 의견을 묻고 들은 적이 있는가. 국민에게 물었는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관리 주체 두고 경쟁: 이러한 혼선이 빚어진 배경을 더 정확히 보려면, 청와대 개방 초반 분위기부터 살펴야 합니다. 당시 문체부, 문화재청, 서울시청은 ‘누가 청와대를 관리할 것인가’를 두고 경쟁하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문화재청은 ‘원형 보존’에 초점을 뒀다면, 상급 기관인 문체부는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체부는 미술관과 공연장으로 사용하자고 했죠. 서울시청은 청와대를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관광을 활성화하자고 했고요. ▲ 문체부 엇박자 진화: 이번 문체부가 이러한 청사진을 발표한 것도, 문화재청이 당황스러워한 것도 뜬금없는 건 아니었던 거죠. 하지만 문체부는 다소 오해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문체부는 26일 설명 자료를 내고 “청와대의 복합문화예술공간화 방안은 ‘문체부가 주도하면서 문화재청,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실과 협의해 추진’하기로 이미 정리됐다”고 했습니다. 박 장관도 “전시와 보존, 활용이 함께 가는 개념이란 점에서 (청와대) 원형이 손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요.▲ 미술계는 환영: 관리 주체들과 상관없이 미술계는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한국미술협회 등 54개 문화예술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서촌과 경복궁·청와대·북촌·창덕궁·종묘와 인사동을 연결하면서 역사와 미래, 근현대가 교차하는 신개념의 공간이 되는 큰 그림을 그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이죠.○ 국내 2호점 낸 글로벌 갤러리 ‘페로탕’글로벌 갤러리 페로탕이 다음달 27일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2호점을 엽니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갤러리 중 복수 지점을 운영하는 건 페로탕이 처음입니다. 지금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1호점을 두고 있는데요. 2호점까지 내게 된 경위를 살펴볼까요?페로탕 갤러리가 뭐하는 곳인가요?▲ 프랑스 기반 글로벌 갤러리: 페로탕 갤러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글로벌 갤러리입니다. 현재 홍콩, 미국 뉴욕, 대한민국 서울,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 7개 도시에 자리 잡고 있죠. 다음달에 개관하는 페로탕 서울 2호점 ‘페로탕 도산파크’는 페로탕이 11번째로 문을 여는 지점입니다.▲ 서울 상륙 첫 주자: 페로탕이 국내에 들어온 것은 2016년 4월. 글로벌 갤러리 중 정식 전시장을 열었던 첫 주자였습니다. 그 후로 같은 해 10월에 바라캇 컨템포러리가, 다음 해인 2017년 페이스갤러리와 리만머핀 갤러리가 서울에 입점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글로벌 갤러리들이 서울에 상륙하면서 현재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서울 용산구 한남동을 주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전속 한국작가 다수 확보: 페로탕은 글로벌 갤러리 중 한국작가를 가장 많이 후원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단색화가 정창섭(1927~2011)와 박서보, ‘설악산의 화가’ 김종학, ‘숯의 화가’ 이배를 전속작가로 확보하고 있기도 하죠. 기하학적 추상화를 그려온 이승조(1941~1990)를 홍콩에, 풍선 모양의 청동 조각으로 유명한 김홍석을 도쿄에 소개했다.왜 지금, 2호점을 낸 거죠?▲ 프리즈 서울 개최에 맞춰: 페로탕 서울 2호점 개관은 9월에 열리는 키아프·프리즈 개최 일정에 맞춰져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미술계 주요 큰손들의 입국이 기대되는 때이니 전시 효과를 배로 가져갈 수도 있는 거지요. 앞서 키아프·프리즈를 앞두고 글래드스톤, 탕 컨템퍼러리 아트 등이 올해 서울에 입점한 바 있습니다. 키아프·프리즈 기간에 맞춰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힘을 준 전시들을 대거 내놓는 이유기도 하고요.▲ 홍콩보다 한국?: 페로탕의 확장은 2019년 반정부 시위로 인해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홍콩의 위상이 약해지고, 한국이 성장하는 추세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분석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 글로벌 갤러리 디렉터는 “주변국의 불안정한 정세, 비트코인 등으로 인한 한국의 젊은 컬렉터 증가가 한국 미술 시장의 빠른 성장을 이끌었고 그 점이 눈에 띈 것은 맞다. 하지만 한국 미술 신의 기반이 탄탄한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의문을 가져야할 때”라며 “현재 한국 미술 신을 대표한다는 ‘단색화’의 호소력이 얼마나 갈지, 계속되는 경기 침체에도 젊은이들의 컬렉팅이 지속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 “더 많은 전시 제공”: 페로탕 측은 ‘소속 작가들에게 더 많은 전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실제 프랑스 파리 내에서도 5개의 갤러리를 두고 있습니다. 서울 2호점 개관을 기념해서는 영국계 미국 작가 엠마 웹스터의 개인전을 선보인다고 하네요.※‘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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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중국몽’ 꿈꾸는 그들의 다음 스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국장인 저자는 이 중국몽이 시 주석의 갑작스러운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고 본다. 저자는 중국 정부의 문서들과 고위 관리들의 연설 등을 분석해 중국의 ‘대전략’을 설명한다. 저자가 볼 때 대전략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1989∼2008년 ‘(스스로) 약화시키기’다. 당시 톈안먼 광장 사건과 소련의 붕괴는 크나큰 위기였다. 미국이 중국에 이념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때 중국은 몸을 낮추고 미국과의 경쟁을 피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두 번째는 2009∼2016년 ‘구축하기’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이 휘청거리자 중국은 아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찬찬히 패권 장악에 나섰다. 특히 이웃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 확대에 힘을 쏟았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출범을 이 시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그리고 2017년 이후엔 마지막 단계인 ‘확장하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현재 서구가 쇠퇴의 길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영국 브렉시트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지켜보며 중국이 글로벌 리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최근 중국이 “신시대가 왔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저자의 시각에 동의하느냐를 떠나서 미국의 현 정부가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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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히어로 7명이 주인공, 美마블 만화 나온다

    한국의 슈퍼 히어로 7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마블 만화 ‘타이거 디비전’이 출간된다. 마블은 28일(현지 시간) 대한민국 히어로 캐릭터로 구성된 ‘타이거 디비전’ 5부작 한정판 시리즈를 11월 출시한다고 밝혔다. 마블은 2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타이거 디비전’ 계획을 소개한 바 있다. ‘샌디에이고 코믹콘’은 만화와 관련된 책, 캐릭터, 영화 등에 대한 소식과 행사를 진행하는 대규모 박람회로 이달 21일부터 나흘간 열렸다. 이후 마블은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타이거 디비전’의 표지를 공개했다. 만화에는 황금 심장과 강력한 힘을 가진 ‘태극기’, 구미호 전설에 기반한 ‘화이트 폭스’, K팝 스타 히어로 ‘루나 스노’, 마법사 캐릭터 ‘레이디 브라이트’, 반신반인(半神半人) ‘미스터 이니그마’, 움직이는 장승맨을 형상화한 ‘더 제너럴’, 안드로이드 ‘건-R2’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 중 ‘태극기’는 달라진 비주얼로 눈길을 끌었다. ‘타이거 디비전’은 지난해 2월 마블 코믹스의 슈퍼 빌런 ‘태스크마스터’ 시리즈를 통해 일부 공개된 바 있는데, 당시 ‘태극기’ 캐릭터는 흰색 바탕에 가운데 태극 문양이 크게 그려진 옷을 입고 있었다. 반면 이번에 공개된 모습에선 가슴 한가운데 그려진 태극 문양을 중심으로 검은색, 파란색, 빨간색을 적절히 활용한 세련된 의상으로 교체됐다. 마블 코믹스의 한국계 여성 히어로 ‘실크’를 탄생시킨 작가 에밀리 김이 ‘타이거 디비전’의 스토리를 만든다. 또 아시아계 히어로 만화 ‘마블스 보이스: 아이덴티티’를 담당했던 크리스 리가 그림을 맡았다. 에밀리 김은 마블을 통해 “‘타이거 디비전’ 첫 한정판을 출시하게 돼 매우 기쁘다. 한국 히어로를 위한 글을 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타이거 디비전’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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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영우’ 해외서도 큰 인기…20개국서 넷플릭스 1위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9일 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이상한…’은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일본,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멕시코, 오만,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태국, 베트남 등 20개국에서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1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9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28일 기준으로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시청률 0.9%(닐슨코리아)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27일 9회 시청률 15.9%를 찍으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애인의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우영우(박은빈)와 주변의 편견을 물리치고 우영우를 향한 사랑을 지킨 이준호(강태오)의 정면 돌파가 그려진 10회의 시청률은 15.2%였다. 드라마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기를 그린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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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론가 떠날 ‘웃픈’ 얼굴, 자신과 닮은 이 마주하길”

    “‘스튜디오 렌카’는 저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활동명입니다. 제 미술 실험의 공간인 스튜디오와 고향 엘살바도르의 토착 민족인 렌카족를 합쳤어요.” 1980년 엘살바도르에선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벌어졌다. 12년간 이어진 내전에 수많은 국민이 국경을 건너 도망쳐야 했다. 미술가 스튜디오 렌카(36) 역시 서너 살 무렵 트럭 화물칸에 몸을 숨긴 채 미국으로 건너갔다. 작가에게 당시의 기억은 예술 활동의 자양분이다. 15일부터 서울 강남구 ‘탕 컨템포퍼리 아트’에서 열린 개인전 제목이 ‘I‘m working on leaving(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인 것도 이런 맥락에 바탕을 뒀다. 동명의 작품은 트럭에 올라타 어디론가 떠나는 이들을 담았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렌카의 개인전은 올해 4월 서울에 문을 연 탕 컨템포러리 아트의 첫 번째 기획전. 중국계 갤러리인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1997년 태국 방콕에서 시작해 중국 베이징과 홍콩 등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 화랑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영국 런던 골드스미스대에서 예술학 석사를 받은 렌카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개인전에 선보인 작품은 35점. 대다수 작품엔 인물 두 명이 등장한다. ‘Moving quickly’(2022년)는 두 사람이 가방을 쥔 채 이동하고 있다. 개막식에서 만난 작가는 “두 사람은 자신과 ‘또 다른 자신’이다. 현재 미국 문화권에 사는 나와 과거 엘살바도르에 살던 나다. 그 둘은 이어져 있으며 의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정면을 응시한다. 작가는 “보통 정면화가 권위적인 느낌을 주지만 제 그림은 편안하다고 하더라. 눈썹이 내려가 눈은 슬픈데 입은 웃고 있기 때문인 거 같다. 관객들이 작품에서 자신과 닮은 이를 마주하는 순간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달 24일까지 열리는 렌카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사전에 모두 팔리며 큰 관심을 모았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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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깨 힘 뺀 아트페어… MZ세대와 눈 맞추다

    “기존 예술품들은 솔직히 너무 비싸서 꿈도 못 꾸죠. 물론 여기서도 쉽게 고를 형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맘에 드는 걸 발견하면 돈 더 모아 과감히 지갑을 열지도 모르죠.”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에서 만난 김은정 씨(24)는 아트페어 ‘어반브레이크’에 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은 김 씨처럼 20, 30대 젊은 관람객들이 유독 많았다. 어반브레이크 관계자는 “가격이나 정보 측면에서 아트페어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여겼던 MZ세대들이 편안히 찾아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한국의 아트페어가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MZ세대들이 미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젊은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아트페어가 늘고 있다. 특히 개인 소장 욕구를 지닌 MZ세대를 위한 관련 ‘굿즈’ 상품도 많아졌다. 올해 3회를 맞는 어반브레이크 역시 이런 MZ세대를 주 타깃으로 생겨난 아트페어다. 그라피티나 일러스트 작품 등 젊은 세대에 친숙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문턱이 낮은 예술품들을 주로 다룬다. 어반브레이크 측은 “전통적인 미술에 비해 ‘서브 컬처’로 여겨지던 장르의 작품들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단 취지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어반브레이크가 선보인 미국 팝아티스트 맷 곤덱의 특별전도 같은 맥락이다. 미키마우스나 심슨 등 만화 캐릭터를 파격적으로 표현한 회화로 유명한 곤덱은 이번 전시에 아트토이 ‘하트 인 어 케이지’ 100점을 선보였다. 개당 230만∼330만 원인 작품들은 순식간에 완판됐다. 4∼5월에 열렸던 ‘더 프리뷰’와 지난달 개최한 ‘빈칸 아트페어’도 MZ세대의 주목을 받았다. 드로잉이나 일러스트, 아트토이 등이 전체의 20∼30%를 차지했는데, 가격대가 5만∼20만 원 정도인 작품들도 선보여 반응이 뜨거웠다. 예술경영지원센터도 7일 ‘2022년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 결산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아트상품이나 굿즈 등 MZ세대를 겨냥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꼽기도 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굿즈가 확대되고 있는 현상도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20년부터 선보인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2030세대의 구매 비율이 60∼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예약을 받았던 7차 판매까지 모두 조기 품절돼 올해 5월부터 상시 판매로 바뀌었다. 리움미술관은 공예작가들과 협업한 도자기나 금속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한정판 ‘미니어처 가구’를 내놓았으며, 작가 30여 명이 전시회를 열 듯 다양한 작품을 판매해 인기가 높다. 이정진 리움미술관 대외협력실장은 “최근 예술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관람객이 많아져 ‘내 생애 최초의 작품’이란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MZ세대의 미술시장 유입은 미술계에서도 반가운 흐름이다. 데뷔 무대를 찾기 힘들었던 신인 예술가들에게도 이런 아트페어 등은 좋은 기회가 되어준다. 장원철 어반브레이크 운영위원장은 “굿즈라고 폄하되는 아트토이나 일러스트도 예술 범주에 받아들여야 한다”며 “아트페어 등이 예술가와 관객들이 함께 자극받고 외연도 확장하는 ‘예술 놀이터’가 되어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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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영우의 ‘이상함’,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힘 있죠”

    “제목에 들어간 ‘이상한’은 우영우(박은빈)를 한마디로 보여줍니다. 이상하다는 단어는 부정적 의미도 있지만, 창의적인 생각과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힘이 있다고 봤으니까요.”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26일 열린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에서 문지원 작가가 말했다. 유인식 PD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가 변호사로 활동하는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들었다”며 “음식으로 따지면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편이어서 이렇게 반응이 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유 PD는 ‘낭만닥터 김사부’, ‘자이언트’를 연출했다. 지난달 29일 시청률 0.9%(닐슨코리아)로 출발했던 이 드라마는 21일 8회 시청률 13.1%를 기록하며 연일 화제의 중심에 오르고 있다. 넷플릭스에선 15일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5위에 올랐고, CNN비즈니스가 ‘우영우 신드롬’을 보도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반향이 크다. 드라마의 시작은 문 작가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 ‘증인’(2019년)이었다. 드라마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에서 “영화에서 자폐성 장애인으로 나오는 증인 지우(김향기)가 커서 변호사가 되는 설정의 드라마를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렇게 드라마가 탄생했다. 우영우는 회전문에서 나오지 못하거나 대화 도중 갑자기 고래 얘기를 꺼내는 등 느닷없지만 사랑스럽다. 문 작가는 “독특한 사고방식이나 엉뚱함, 강한 정의감, 올곧음, 특정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이나 기억력 등 자폐로 인해 강화되는 특성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다”며 “자문 교수님이 ‘자폐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초점을 맞추는 걸 지지한다’고 해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우영우와 이준호(강태오)의 러브라인도 중요한 장치다. 문 작가는 “자기 세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영우가 다른 사람을 자기 세계에 초대하고 발 맞춰 가는 건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준호도 장애가 있는 여성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영우를 향한 준호의 마음은 고양이를 산책시키며 한 발 뒤에 떨어져 위험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에는 악인이 나오지 않는다. 문 작가는 “영우는 천재적인 기억력이라는 극단적인 장점과 자폐라는 약점을 한 몸에 가졌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자폐와 그로 인한 편견이기에 특별히 악역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드라마 흥행을 이끈 일등 공신으로 박은빈을 꼽았다. 유 PD는 “박은빈 배우의 아이디어가 가미되지 않은 장면이 없을 정도다. 현장에 와서 연기하는 걸 보고 거기에 가감하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제작진에게 큰 힘이 된다. 유 PD는 “자폐아를 키우는 어머니가 ‘박은빈 배우가 연기하는 자폐의 특성을 사람들이 귀엽게, 매력 있게 봐주는 걸 봤다. 내 아이에게서 나만 느끼고 있다 여겼던 빛나는 부분과 귀여움이 사회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구나 생각했다’고 올린 댓글을 보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우영우는 고래를 너무나 사랑해 드라마에는 매회 고래가 나온다. 문 작가는 “감독님이 영우의 내면세계를 그리는 장면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룡 기차 자동차 중 시각적으로 미장센을 풍성하게 해 줄 것 같아 고래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소셜미디어 등에서 우영우의 말투와 행동을 따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 PD는 “캐릭터를 사랑하다 보니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다만 드라마를 만든 이로서 편안하진 않다.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니 조심성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른 자폐인의 고통이나 잠재된 영역까지 모두 표현하기에는 드라마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16부작인 드라마 전반부는 ‘우영우가 진짜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무게중심이 실렸다. “후반부는 ‘우영우가 훌륭한 변호사가 되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둡니다. 어떤 변호사가 훌륭한 변호사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상하고 남다른 존재로서의 영우 나름대로 대답을 찾아갈 겁니다.”(유 PD)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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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들이 캠핑장 운영?… “함께 인생 배우고 힐링 나눠드릴게요”

    “캠핑장을 찾는 분들을 힐링시켜 드리겠다고 다짐했는데, 오히려 저희가 힐링이 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승환이가 마지막 인터뷰에서 울었다는데 저도 사실은 울었어요.”(배우 박성웅) 사람들은 왜 굳이 도시를 떠나 캠핑을 할까. 누구나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상당수는 자연 속에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게 아닐까. 바로 이 점에 착안해 유명 배우들이 캠핑 온 시민들에게 소소한 위안을 건네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왔다. 25일 오후 10시 반 채널A와 ENA에서 첫 방송을 한 ‘배우는 캠핑짱’은 배우 박성웅과 신승환, 홍종현이 캠핑장 사장 역할을 맡았다. 강원도에 있는 캠핑장 7곳에서 각각 1박 2일 동안 직접 캠핑장을 운영하며 다양한 손님들을 맞는다. 평범하게 영업만 한다면 재미가 떨어질 터. 이들은 시민들에게 ‘고민 들어드릴게요’ ‘고기 구워드릴게요’ ‘아이 돌봐드릴게요’ ‘뒷정리해드릴게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정 금액을 받는다. 물론 수익금은 모두 기부할 예정이다. 일반 시민들로선 배우들과 만나고 특급 서비스도 누리는 셈이다. 첫 방송을 앞두고 25일 열린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출연 배우들 역시 ‘배우는 캠핑짱’의 강점을 주저 없이 소통으로 꼽았다. 박성웅은 “거리낌 없이 저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힐링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실제로도 4번째 촬영을 나갔을 때, ‘벌써 3번밖에 안 남았느냐’고 되뇌었어요. 촬영이 모두 끝난 뒤에는 배우들끼리 ‘적적하다’고 서로 말할 정도였죠.”(박성웅) “이제껏 제가 음식 먹는 것만 좋아하는 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대접을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됐습니다.”(신승환) 제작진은 ‘배우는 캠핑짱’의 또 다른 볼거리로 배우들의 ‘케미’를 들었다. 정은하 PD는 “박성웅 배우를 먼저 섭외한 다음에 그와 어울릴 만한 배우들을 고민했다. 뭣보다 신선한 조합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이어 “박성웅 신승환 배우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다. 친해지는 과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그간 볼 수 없는 반전 매력으로 시청자를 찾아간다. 카리스마 넘치던 박성웅은 은근 귀여운 캐릭터를 드러내고, 악역을 자주 맡았던 신승환 역시 남다른 친화력을 자랑하는 ‘소통왕’의 면모를 보여준다. 막내답지 않은 주도력을 뽐낸 홍종현은 “미션 중에서 ‘고기 굽기’가 가장 좋았다. 고기를 구우며 길게는 1시간 동안 사람들과 진득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배우는 캠핑짱’의 정체성은 함께 사람 이야기를 나눈다는 데 있어요. 캠핑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텐트를 치고 모여드는 곳이잖아요. 캠핑을 매개로 사람들이 서로의 인생을 배우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합니다. 실제 배우들은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시민들과 함께 계속 얘기를 나누곤 했어요.”(정 PD) “캠핑장을 갈 때마다 텐트도, 찾아오는 분들도 다 달라지잖아요. 그게 꼭 동화 속에서 하룻밤 생겼다가 사라지는 마법의 마을 같았어요. 그런 꿈같은 감동을 시청자들도 함께 느끼시면 좋겠습니다.”(신승환)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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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이길 포기(?)해보니 어때[영감 한 스푼]

    안녕하세요. 동아일보 김태언 기자입니다.약 2주 전 비보를 들었습니다. 제가 2년 전 취재했던 경찰견 ‘미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죠. 미르는 사건사고 현장에서 매장되거나 숨겨진 시체를 찾는 체취증거견이었습니다. 미르는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마도 미르의 동반자였던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최영진 경위와의 대화 덕일 겁니다.당시 최 경위는 미르와 눈을 맞추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미르)가 한번 되어보고 싶어요.” 그러다 “처음에는 미르가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니에요. 얘가 말까지 했으면 얼마나 성가시겠어요”하며 웃었죠. 최 경위는 미르와 같이 다니다 보니, 미르가 나무 주변을 돌면 “냄새가 흐르는 길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저는 그때 ‘교감’이라는 단어를 체득한 느낌이었습니다. 최 경위와 미르는 보호자와 피보호자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일정 부분 서로에게 동화되어 있는 듯했고, 저는 그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인간이 아닌 존재와도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든든하고 풍요로운 삶일까’ 하는 생각이었지요.오늘 소개해드릴 홍이현숙 작가(64) 또한 비(非)인간과의 교감을 시도해온 아티스트입니다. 이 교감의 경험을 관객과 공유하기 위해 작가는 7월 한 달,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사전에 예약한 관객에 한해 직접 퍼포먼스에 참여할 수 있는 전시를 열었습니다. 현재 마지막 회차까지 만석이라 참여가 어려운 점은 아쉽지만 생소한 형식의 전시라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대신 제가 그 후기를 최대한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럼 함께하시죠!잠시, 동물이 되어보기홍이현숙-12m 아래, 종(種)들의 스펙터클1.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여성’이란 존재를 탐구하던 홍이현숙 작가는 동물권 개념을 접한 뒤 사회의 모서리에 놓인 ‘동물’, ‘자연’ 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2. 작가는 비인간 생명체와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소리나 행위를 따라하는 등의 퍼포먼스를 지속하며 인간-비인간 간의 교감을 시도했다.3. 작가는 서로 다른 존재들을 이해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그들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감각을 경험하는 것이라 말한다.○ 암실에서 찾은 비일상적 감각들시작은 신발과 양말을 벗는 것이었습니다. 맨발이 된 상태에서 지하 3층, 그러니까 지상으로부터 12m 아래에 조성된 전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줄지어 내려간 참가자들은 한 명씩 암막 너머로 향했습니다. 눈을 떠도, 감아도 똑같을 정도로 아주 깜깜한 곳이었죠. 순간 확 겁이 났습니다.처음 길잡이 역할을 하는 건 얇고 긴 고무줄 하나. 10여 명의 참가자는 진행자 박선영 배우의 지시에 따라 그 줄을 함께 붙잡고 앞으로 걸었습니다. 저는 불안한 마음에 팔을 뻗어 앞 사람의 옷깃을 부러 쓸곤 했는데요. 평소에는 의식하지도 못했던 접촉이 굉장한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그러다 맞닥뜨린 곳은 차가운 벽이었습니다. 줄을 놓고 벽에 달린 암벽 등반 손잡이를 잡은 채 옆으로 옆으로 향했습니다.암벽 등반 손잡이가 있는 벽에서 90도가량 꺾인 벽으로 넘어가기 전, 작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이는 벽에 새겨진 점자의 내용이기도 합니다.“(앞부분 생략)…가자, 이 검은 어둠이 우리의 안내자가 될 것이다. 당신의 거친 숨소리와 노래가, 당신의 겨드랑이 발가락 몸의 마디 사이사이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바로 안내자가 될 것이다.” - 홍이현숙 선언문 중한 벽면을 둘러싼 점자를 모두 읽고 나면, 또 다른 벽면에 서서 자기소개를 시작합니다. 특이한 점은 ‘말’로 하지 않습니다. ‘소리’로 자신을 표현하죠. “그르르 그르르”“음머 음머”“뿌우우 뿌우우”“왜에엥 왜에엥”“휘이이 휘이이”“공간을 한 바퀴 돌아봤는데 어떤가요?” 진행자의 질문에 각자의 소리가 뒤엉킵니다. 옆 사람의 존재가 익숙해질 때쯤, 진행자는 “가운데로 나와 전체 공간을 느껴보라”고 합니다. 어떠한 접촉도 없이 어둠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것은 그때까지도 조금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손을 뻗어 높이를 가늠해보고, 나무 바닥의 결도 매만져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또 무서워지면 누군가의 숨소리를 쫓아 발을 옮기고, 톡 건드려보기도 했죠.가장 역동적인 퍼포먼스는 벽에서 맞은편 벽으로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었고, 또 누군가는 지렁이처럼 엎드려 기거나 게 자세로 돌진했습니다. 벽에 귀를 대어도 보고, 벽을 때렸다 어루만져보기도 하고, 코를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고요. 마지막에는 다 같이 바닥을 두드리거나 손뼉을 치고 공간을 돌아다니며 마음껏 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다 그 소리들이 잦아질 때쯤, 짠하고 불이 켜지죠.○ 인간이길 포기(?)해보니 어때여기까지 따라오시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게 무슨 짓인가 싶으시죠? 이 퍼포먼스는 “인간은 시각에 의존하는 존재”라는 작가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특히 작가 자신이 속해 있는 미술이란 영역은 시각에 치우쳐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완전히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인간이 다른 감각에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실험했던 겁니다.전시 장소가 지하인 것도 하나의 은유입니다. 작가는 이 공간을 연출하면서 마치 땅속에 머물고 있는 생물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참여자들은 냄새와 소리, 피부 등 온몸으로 감각하는 태초의 존재, 자연으로 잠시 회귀해본 거지요.결정적으로 일정 부분 ‘인간이길 포기한’ 행위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소리와 몸짓을 통해 자신을 드러냈죠. 사실 이 행위는 작가가 이전부터 해온 퍼포먼스와 맞닿아있습니다. 작가는 재개발로 살 곳을 잃은 고양이들의 서식처인 서울 은평구 석광사 근방에서 고양이처럼 높은 담벼락을 기거나 가파른 지붕을 탔습니다.또 사자의 모습과 소리를 흉내내거나 고래의 소리를 인간의 언어로 받아써보면서 동물을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출렁이는 벼에서도 바다를 발견하곤 논 속을 헤엄치며 바다를 느끼기도 하고요. 야생의 행위와 비언어적 표현법을 익히면서 비인간 생명체에게 경의를 표하는 겁니다.작가에게 인간-비인간 간의 공생은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직접 물어봤습니다. -‘인간 대 비인간’ 이분법을 벗어나는 것이 작가님께는 왜 중요한 건가요?=그전까지는 사회에서 가장 바깥에 있는 존재가 여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동안 작업을 멈추고 인문학을 공부하다가 동물권이란 개념을 접한 거죠. 그때 여성보다 더 바깥쪽에 있는 것이 동물, 자연과 같은 비인간적 존재들이란 생각이 든 겁니다. 인간이 가운데에 있다면, 가장자리에 있는 것들까지 끌어안고 싶어진 거죠.-동물이나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아도 이들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에게는 폐경 경험에서 출발한 퍼포먼스를 담은 사진·영상 시리즈인 ‘폐경 의례’(2012)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게 저한테는 중요한 변곡점이 됐어요. 뭔가 폐경을 겪고 나니 다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발목을 잡았던 것들을 많이 놔버린 거죠. ‘나나 가족 말고, 그렇다고 딱히 사회를 위해서는 아니지만 이전과는 좀 다르게 살아도 되는 시절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한 겁니다.-인간의 시선과 언어를 지워내는 경험이 지금 이 사회에 어째서 필요한 건가요?=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잖아요. 서로 같아지겠다는 게 아니죠. 그럼 나 말고 다른 존재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깊은 이해와 공감이 있어야 해요. 기후변화가 어떻다는 둥 지식과 생각이 아니라, 감각이 없으면 공감이 안 된다는 거죠. 어찌 보면 이 모든 게 뻘짓이죠. 그래도 ‘같이 뻘짓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네’하는 생각에 아직 살 만한 세상이라고 느껴요.실제로 이 퍼포먼스에 참가한 사람들은 비인간적 존재에 꽤 깊이 동화되어 있었습니다.한 관람객은 “어느 순간 저 빼고 다 진짜 동물인 것 아닐까, 깜짝 카메라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람객은 “시각이 퇴화한 다른 생물의 삶을 살아본 느낌”이라고 했고요.그리고 이 경험은 단순한 체험에 그친 것 같진 않습니다.“평소에는 남들에게 비추어지는 것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니까, 암흑 속에서 다른 존재가 되어본다는 게 일종의 해방감을 줬어요. 이 자유의 시간이 한동안 그리울 것 같습니다.”“인류애와 나의 사회적 가치까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둠이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비인간 생명체를 경험하면서 인간인 우리는 나에게 기대는 타인, 타인에게 기대는 나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또 서로가 있었기에 이 생경한 경험에 마음 놓고 뛰어들 수 있었죠. 우리는 모두 공생하고 연대할 수 있는 존재들이란 것을 이렇게 또 한 번 깨닫습니다. 전시 정보 12m 아래, 종(種)들의 스펙터클2022.07.08~2022.07.23코리아나미술관(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 827)1회당 10명의 관객 퍼포머 참여, 1회당 70분, 전 회차 마감.※‘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1199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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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들어진 낙인’이 한 사람의 이름을 지우려 할 때

    유방암을 진단받은 한 여성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 충격과 고통은 잠시 논외로 치고, 언제 어디서 살고 있는지에 따라 그의 처지는 크게 달라진다. 중세시대라면 신의 벌을 받았노라 손가락질할지 모른다. 현대문명에선 암이란 질병의 유전적 요인을 꼽으며 가족의 대물림을 우려할 가능성도 있다. 여성의 신체에 민감한 사회라면 치료나 수술 뒤 해당 여성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 그저 질병일 뿐인데도 어떤 시대나 사회는 이 여성에게 “불명예스러운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낙인’이다. 낙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형태로든 존재해왔다. 시점과 장소에 따라 대상은 바뀌지만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을 향한 비뚤어진 시각은 가장 일반적인 사회적 낙인 가운데 하나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는 “의학적 진보와 과학적 진보는 정신 질환의 낙인을 줄이지 못했다”며 인류사에서 이와 관련한 낙인이 형성되는 과정을 짚었다. 먼저 서구 자본주의는 정신 질환에 강력한 낙인을 찍은 매개체가 됐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는 사회의 이상적인 인간형을 “독립적인 개인”으로 정의한다. 타인에게 의지해 스스로 생산할 능력을 지니지 못하면 사회적 가치가 없는 실패한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으로 경제 활동이 어렵다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태될 대상으로 여겨진단 뜻이다. 반면 공동체의식이 살아있는 사회는 사뭇 다르다. 2017년 저자가 아프리카 남서부에 있는 부족 ‘준오안시’를 방문했을 때다.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는 이 부족마을엔 전형적인 자폐 증세를 보이는 게쉬라는 아이가 있었다. “당신과 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 게쉬를 누가 돌볼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이의 아버지는 이웃들을 쳐다보며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 “우리가 다 한꺼번에 죽지는 않겠죠.” 이들에게 장애를 가진 이는 함께 살아갈 사회 구성원이지, 낙인을 찍고 배제할 대상이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롭기만 한 전쟁이 낙인을 다소 상쇄시킬 때도 있다. 웬만한 이들은 모두 전쟁터로 끌려간 뒤 고용주들은 비어 버린 일자리를 장애인들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쟁이 끝나면 그들은 또다시 일터에서 밀려났지만. 정신의학적 장애가 질병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일명 ‘탄환 충격’은 총격이나 폭발로 겪는 정신적 상처를 일컫는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가운데 약 15%가 탄환 충격 진단을 받고 제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 이들은 나약함과 꾀병의 상징으로 지탄받기도 했다. 한 사회의 문화가 정신 질환에 대한 낙인을 고착시키는 경우도 있다. 네팔은 여러 전쟁을 겪으며 정신 질환을 앓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종교적인 특성상 이들은 정신 질환을 ‘전생의 업보’로 여기며 내버려두는 경향이 강하다. 저자는 네팔의 토속신앙을 활용해 정신병이란 언급을 피하고 마음에 대해 얘기하는 치료법을 권한다.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낙인을 벗어나기란 요원하기 때문이다. 자폐증 등을 주로 연구해온 저자는 가족사 자체가 정신 질환 연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증조할아버지는 19세기 후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활동했으며, 할아버지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설립한 장본인이다. 아버지 역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다. 4대에 걸쳐 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온 집안의 내공이 책 곳곳에서 진득하게 묻어난다. 뻔한 도덕적 잣대가 아니라 문화인류학적 고찰을 통해 낙인이란 한계를 극복하려는 저자의 진정성에 경의를 표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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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 7개 프로 유튜브 채널 먹통… “외부 해커 공격”

    ‘SBS 뉴스’ ‘TV 동물농장’ 등 일부 SBS 프로그램의 공식 유튜브 채널들이 해킹을 당해 접속이 정지되는 사고를 겪었다. SBS는 19일 “SBS 7개 프로그램의 유튜브 채널들이 18일 오후 9시경부터 접속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채널은 SBS 뉴스와 예능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 영상을 올리는 채널 ‘우와한 비디오’, ‘TV 동물농장’ 영상을 올리는 채널 ‘애니멀봐’, 드라마채널 ‘SBS 캐치’ 등 7개다. 19일 오후 현재 SBS 캐치 등 일부는 정상 복구가 됐다. SBS 측은 유튜브 채널이 동시다발적으로 먹통이 된 건 외부 해커 세력의 공격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SBS 관계자는 “이 채널들에서 한 가상화폐 관련 영상이 실시간 중계돼 해킹으로 벌어진 문제로 파악된다”며 “유튜브 정책에 따라 채널은 비활성화된 상황이며, 현재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13일 YTN의 유튜브 공식 채널도 해킹을 당해 4시간가량 접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해당 채널 역시 가상화폐 관련 영상이 올라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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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계천 랜드마크 ‘스프링’ 만든 올든버그 별세

    ‘소라’ ‘다슬기’로 불리며 서울 청계천의 랜드마크로 사랑받는 설치작품 ‘스프링’을 만든 미술가 클라스 올든버그(사진)가 18일(현지 시간) 숙환으로 미국 뉴욕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3세. 1929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올든버그는 1956년 뉴욕으로 이주해 정착한 뒤 팝아티스트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일상적인 장소에 흔히 접하는 매개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을 선보였다. 대표작으로는 1976년 미국 건립 200주년을 맞아 필라델피아에 세운 ‘빨래집게’(높이 13.7m)와 2001년 독일 쾰른의 한 건물 옥상에 아이스크림 모양으로 설치한 ‘떨어뜨린 콘’ 등이 꼽힌다. 2006년 청계광장에 설치한 ‘스프링’은 높이 20m, 무게 9t 규모로 제목처럼 용수철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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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위기 동물의 자화상 생명력 담은 눈에 공들여

    아프리카 사바나 어딘가를 달릴 것 같은 표범. 그 표범이 정면을 응시한 채 눈을 맞추고 있다. 그 영롱한 눈은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고상우 작가의 개인전 ‘Forever Free―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는 얼핏 대형 동물원에 와 있는 기분을 자아낸다. 물론 우리에 갇혀 지쳐 나가떨어진 동물이 아니라 관객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생명력을 담고서. 모든 작품이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설치된 것도 이런 동물과의 교감을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작가가 작품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위도 눈동자다. 표범의 눈을 다이아몬드로 그린 ‘레오(LEO)’(2022년)가 대표적. 그 밖에 호랑이와 늑대, 하마 등도 눈빛이 살아있다. 고 작가는 “동물원 등을 직접 찾아가 교감하며 스케치한 것을 바탕으로 그렸다”며 “사람의 얼굴 대신 동물의 정면을 그림으로써 동물에게 귀족적인 느낌을 부여하려 했다”고 했다. 이러한 전복적인 의미를 담은 또 하나의 포인트는 작품들을 관통하는 파란 색조다. “시작은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려진 동물은 자화상이라 할 수 있어요. 관람객이 슬플 땐 그들도 슬픈 눈으로, 즐거울 땐 즐거운 눈으로 바라보죠. 인간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는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 고통의 크기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닐까요.” 고 작가의 첫 미술관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2019년부터 이어져 온 동물 초상 시리즈의 연장선. 디지털 회화 34점과 드로잉 138점 등을 선보였다. 3500∼7000원. 다음 달 21일까지.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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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소비자 조종하는 그들의 ‘큰 그림’

    ‘한 달 무료 이벤트.’ 웬만하면 살면서 이런 말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다. 또 이런 이벤트에 혹해 넘어갔다가, 나중에 해지하려 해도 너무 방법이 험난해 애먹는 일도 꽤나 많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지쳐 나가떨어져 해지를 포기하기도 한다. 해지라는 목적지에 겨우 다다랐던 이라도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서비스 혜택을 자꾸만 보여주는 바람에 마지막 해지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인 저자는 이처럼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서 접하는 사용자를 기만하는 디자인을 ‘디자인 트랩’이라 부른다. 여기서 지칭하는 디자인이란 유비쿼터스 환경을 이용자가 보다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된 전반사항을 설계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한다. 저자는 우리가 가짜뉴스에 쉽게 낚이고 수많은 구독 서비스를 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디자인 함정(트랩) 때문이라고 봤다. 우리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함정 자체가 딱 빠지기 좋게 설계된 탓이다. 이 책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제 마케팅 사례를 통해 우리의 선택을 조종하는 디자인 트랩의 숨은 설계와 원리를 세세하게 안내한다. 현대인들의 소셜미디어 중독을 이끄는 대표적인 디자인은 ‘자동 재생’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한 영상이 끝나면 다음 영상이 자동 재생된다. 이는 단순히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기능이 아니란다. 동영상 광고는 얼마나 오래 시청하는지를 바탕으로 광고비가 책정되는데, 자동 재생 기능 덕에 관련 기업들은 이전보다 20∼50배까지 광고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문제는 자동 재생을 비활성화하는 방법이다. 플랫폼마다 다르고 대부분 찾기가 어렵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은 아예 비활성화를 할 수 없다. 한 발 더 나아가 넷플릭스는 지난해 ‘지금 바로 재생’ 기능을 마련했다. 사용자가 선택을 망설일 때 어떤 영상이든 곧장 시작하게끔 만든다. 이 기능으로 인해 사용자는 더욱 수동적으로 중독적인 시청을 하게 된다. 저자는 21세기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고민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구글이나 애플 등에서는 바람직한 알림 디자인에 대해 고민 중이다. 휴대전화 푸시 알림인 빨간 동그라미 알림은 긴장감과 중독을 동시에 유발한다. 이에 기업들은 중요도를 나눠 알림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안하고도 있다. 기업의 변화만 기다릴 게 아니라 사용자인 우리 역시 ‘옳은 디자인’에 대해 고민해 볼 때가 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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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겜’ 美에미상 작품상 후보… 비영어권 최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의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비(非)영어권 드라마가 작품상 후보로 지명된 건 최초다. 이정재 등 오징어게임의 출연 배우 4명도 한국 배우로는 사상 최초로 연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12일(현지 시간) 에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ATAS)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14개 부문에 후보를 배출했다. 외국어 드라마로는 최다 부문 후보 지명 기록을 썼다. 작품상은 그동안 영어로 제작된 드라마만 후보에 올랐는데, 오징어게임이 처음으로 장벽을 깼다. 오징어게임은 ‘석세션’ ‘기묘한 이야기’ ‘베터 콜 사울’ ‘유포리아’ ‘오자크’ ‘세브란스: 단절’ ‘옐로재킷’ 등 7개 작품과 작품상 수상을 놓고 경쟁한다. 오징어게임에서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는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이정재는 13일 소속사를 통해 “계속해서 오징어게임에 많은 사랑을 주시는 전 세계의 팬분들, 그리고 함께 땀 흘렸던 오징어게임 팀과 이 기쁨을 함께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상우’ 역을 맡은 박해수와 ‘오일남’을 연기한 오영수는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 후보에 동시에 올라 수상을 놓고 서로 경쟁하게 됐다. ‘강새벽’을 연기한 정호연 또한 드라마 부문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됐고, ‘지영’ 역의 이유미도 여우단역상 후보에 올랐다. 드라마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황동혁 감독(사진) 역시 한국인 최초로 드라마 부문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황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게임의 에미상 후보 지명을 계기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전 세계가 서로의 콘텐츠를 즐기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더욱 활짝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의 수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전망도 나왔다. AP통신은 “HBO 드라마 석세션이 올해 에미상 레이스에서 최다 후보작으로 선정됐으나 오징어게임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됐다”고 평했다. 한편 제74회 에미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시상식은 9월 12일 개최되며 NBC 방송을 통해 중계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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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아프-프리즈 공동개최… 9월 2000억 미술시장 열려

    하반기 미술계의 가장 큰 행사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와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Frieze)’의 공동 개최다.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키아프 서울 2022’(2∼6일)와 ‘프리즈 서울’(2∼5일)이 동시에 열린다.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되는 프리즈는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돼 2012년 뉴욕, 2019년 로스앤젤레스에 진출하며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을 통해 서울에 입성할 화랑은 21개국 119개(국내 화랑 12개·해외 화랑 107개)다. 이 가운데 미국 가고시안, 스위스 하우저앤드워스, 영국 화이트큐브 등 국내에 첫발을 딛는 세계 최고 갤러리들이 눈길을 끈다. 프리즈는 세 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주요 갤러리가 참여하는 메인 세션, 18개 갤러리가 고대 거장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작품으로 참여하는 ‘프리즈 마스터스’, 아시아에서 2010년 이후 개관한 갤러리의 대표 작가 10명을 소개하는 ‘포커스 아시아’다. 키아프도 몸집을 키웠다. 올해는 17개국 화랑 164곳이 참여한다. 이 중 해외 화랑은 60개로, 지난해(36개)에 비해 약 2배로 늘었다. 키아프는 강남구 세텍(SETEC)에 5년 이하의 신생 화랑이나 젊은 작가의 작품 위주로 소개하는 ‘키아프 플러스 2022’도 연다. 11개국 73개 화랑이 참여한다. 대체불가토큰(NFT)이나 미디어아트 작품도 여럿 소개된다. 키아프와 프리즈의 협업은 앞으로 5년간 이어진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지난해 키아프 매출은 650억 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프리즈와 함께 여는 올해엔 매출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해외 미술계 주요 인물이 입국할 예정이어서 국내 작가들이 세계로 나아갈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국내 작가들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키아프와 프리즈를 비교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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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터 같은… 도형과 원색의 향연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건물 외벽에 원색의 필름으로 띠를 두른 듯한 설치작품 ‘한국의 색’은 정말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이후 작업에도 큰 영감을 줬죠. 한국 관객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설렙니다.” 세계적 거장인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84)이 말했다. 그는 대구미술관에서 12일부터 열리는 개인전 ‘다니엘 뷔렌’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국내 국공립 미술관에서 처음 개최되는 뷔렌의 개인전으로 설치, 회화 등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대구미술관에서 11일 만난 뷔렌은 “이번 전시를 위해 대구미술관에서 약 일주일간 머물면서 작품의 공간과 관계성을 따지며 설치를 고민했다”며 “대구미술관은 전시를 위한 공간이 넓고 구조적으로 자유롭고 유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시작부터 즐거운 자극을 준다. 미술관 내 거실 같은 공간인 ‘어미홀’에 들어서면 대형 설치작품 ‘어린아이의 놀이처럼’(2014년)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시아권에선 처음 선보이는 이 작품은 블록 쌓기 놀이에서 영감을 받았다. 최대 6m 높이의 사면체, 정육면체, 원통형, 피라미드 모양의 모듈들이 대칭적으로 배치돼 있다. 관람객은 그 사이를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마치 가상의 게임 공간을 걷는 느낌을 받게 된다. 뷔렌은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은 돌아다니면서 작품을 각각 다른 각도에서 관람할 수 있다. 위층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뷔렌이 제작한 자신의 자서전과 같은 다큐멘터리 ‘시간을 넘어, 시선이 닿는 끝에’(2017년)도 상영된다. 영상은 총 6시간이 넘지만 뷔렌의 전체 작품 중 7%밖에 담지 못했다. 뷔렌이 얼마나 도전적이고 많은 작업을 한 작가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거울이 등장한다. 뷔렌은 1990년대부터 작품에 거울을 사용했다. 거울 중앙에 큐브가 튀어나와 붙어 있는 작품 ‘더블 블루 육면체, 위치 작업, 고부조 서울 13’(2015년)이 대표적이다. 뷔렌에게 거울은 작품이 놓여 있는 장소를 확대하거나 변형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특별한 도구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줄무늬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뷔렌은 줄무늬를 ‘시각적 도구’라 불렀다. 줄무늬 회화 작업인 ‘2개의 구성요소(L3-L4), 위치 작업’(1982년)에서 볼 수 있듯 그는 줄무늬를 공간에 전략적으로 배치시키면서 관람객의 시선을 빼앗는다. 그냥 줄무늬처럼 보이지만, 그 또한 하나의 풍경으로 보인다. “예술은 포장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한 뷔렌의 철학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동그라미, 네모, 마름모 등 기본적이고 단순한 도형을 사용한다. 색 역시 빨강, 초록, 주황, 노랑 등 원색을 주로 사용한다. 그는 “모든 형태나 색상은 소재로서 다 동등하다. 그것들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느냐는 관람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29일까지, 1000원. 대구=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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