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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IB)의 상당수는 내년도 한국 경제가 2%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의 재정위기 위험이 내년에도 계속돼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이 이미 알려진 위기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그레이 스완(gray swan·회색 백조)’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주요 투자은행 10곳이 올해 11월 말 현재를 기준으로 전망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3.0%로 집계됐다. 투자은행별로는 노무라 2.5%, UBS 2.9%, 메릴린치 2.8%, 도이체방크 2.6%, BNP파리바 2.9% 등으로 투자은행의 절반이 2%대를 예측했다. 이들은 모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내년도 유로존 성장률은 평균 ―0.2%로 올해 추정치(―0.4%)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각국이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긴축재정에 돌입했지만 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했고 이어 위기국의 국채를 사들일 유로안정화기구(ESM)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도 악재다.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1.8%로 올해(2.2%)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재정절벽(급격한 재정긴축에 따른 경제적 충격) 위험이 사라지지 않은 탓이다. 다만 중국은 올해 두 차례의 금리 인하와 잇따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내년에 8%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은 “세계 경기 부양을 위한 카드가 소진되어 내년도 세계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여도 반등에는 한계가 있다”며 “유럽의 재정위기를 둘러싼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한 성장률이 크게 높아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 그레이 스완 ::기초체력에 별다른 변화가 없으며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고 발생하면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 사건을 의미한다. 니콜라스 탈레브 미국 뉴욕대 교수의 저서 ‘블랙 스완(black swan·검은 백조)’에서 따온 용어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발레리나는 축구선수만큼 강인한 체력과 프로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49)은 최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한국씨티은행빌딩에서 ‘발레에서 배우는 경영’을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는 것은 축구 경기 전·후반을 선수 교체 없이 치르는 것과 비슷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발레는 몸짓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인 만큼 아무리 힘들어도 인상을 쓰면 안 되고, 무대 위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공연을 계속해야만 한다”며 “부상당하면 경기 도중이라도 들것에 실려 나가는 축구선수보다 강인한 프로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레리나 출신인 문 단장은 2002년부터 유니버설발레단을 본격적으로 경영해온 최고경영자(CEO)이다. 최근에는 한국발레협회로부터 ‘발레CEO상’을 수상했다. 그는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정원 가꾸기와 비슷하다”며 ‘정원론’을 폈다. 그는 “식물마다 물과 비료, 햇빛의 필요량이 다르듯 조직 구성원도 마찬가지”라면서 “리더는 구성원에 따라 무엇이 더 필요한지 살피고, 필요한 점을 보강해줘 이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은) 무조건 지시하기보다 구성원에게 선택권을 주고 이들을 존중하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혁신은 핵심적인 것은 살리되 수단이나 표현을 달리해 창의성을 발현시키는 방식으로,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안무가 매슈 본이 연출한 백조의 호수다. 그동안 공연돼온 백조의 호수는 대개 왕자가 백조와 흑조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백조를 마법에서 구해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토대로 상체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고전적인 안무로 연출됐다. 하지만 본이 연출한 백조의 호수는 여성 백조 대신 남성 백조가 등장해 동성애를 다루는 파격을 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중국에서도 발레리나가 발레리노의 어깨 위에 서서 춤을 추는 등 서커스를 발레에 접목한 퓨전 발레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뮤지컬인 ‘심청’도 마찬가지다. 심청은 몸짓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발레의 핵심 가치를 살리면서도 토슈즈 대신 꽃신을 신고 나와 한국적인 스토리를 융합하는 방법으로 1986년 첫선을 보인 뒤, 10개국 40개 도시에서 150여 회 공연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는 “발레가 서양의 예술이지만 한국적인 것을 덧대는 혁신성을 발휘하면 ‘발레 한류’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국내에 송금하지 않고 현지에 다시 투자하는 금액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반면 국내의 외국계 기업은 본국 배당을 늘리면서 재(再)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가 줄어들면서 성장이 정체되고 일자리도 감소하는 ‘투자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내놓은 ‘수익재투자를 반영한 우리나라 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익재투자는 77억5000만 달러(약 8조3855억 원)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할 수 있는 2006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수익재투자는 외국에 직접 투자한 기업이 배당하지 않은 수익(유보금) 가운데 본국 투자가의 몫을 뜻한다. 수익재투자가 많다는 것은 이익금을 본국에 송금하지 않고 현지에 재투자한다는 의미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수익재투자는 지난해 54억1000만 달러로 2010년 90억2000만 달러에서 크게 줄었다. 이는 국내 외국계 기업이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배당을 늘리며 내부 유보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기업의 수익재투자(77억5000만 달러)는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수익재투자(54억1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국내 기업의 수익재투자에서 외국 기업의 수익재투자를 뺀 금액은 2006년 ―41억2000만 달러, 2007년 ―52억9000만 달러, 2008년 ―78억5000만 달러, 2009년 ―65억2000만 달러, 2010년 ―39억4000만 달러 등 5년 연속 마이너스였다 지난해 처음 플러스(23억4000만 달러)로 전환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대외경제팀장은 “국내 전자, 자동차 기업 위주로 해외에 생산기지를 만들면서 현지 투자를 점점 확대하고, 국내에 투자한 외국계 기업은 자사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 때문에 본국 송금을 늘리면서 투자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의 생산설비를 본국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온 쇼어링’ 정책을 통해 제조업체의 복귀 방안을 적극 마련하는 동시에 국내 투자 환경을 개선해 외국인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태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과장은 ‘장돌뱅이 은행원’이라고 불린다. 그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일이 드물다. 고객이 콜센터로 금융 서비스를 신청하면 곧장 출동한다. 하루에도 서울과 인천, 경기 용인 등 수도권 각지를 누비며 대출상담과 예·적금 가입, 환전, 투자상품 판매 등을 도맡는다.실적도 지점의 창구 은행원 못지않다. 최근에는 한 방송사 제작진 10여 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들을 SC은행의 급여 통장 고객으로 유치했다. 또 일부 고객에게는 기존의 연 7%대 대출을 연 4%대 초반의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도왔다. 그는 “국내 은행 산업이 정체됐지만 외근이 많아서 따로 시간을 내 은행을 방문하기 힘든 고객 같은 틈새시장을 노리면 얼마든지 성장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스마트뱅킹의 확산으로 은행 지점의 창구 거래가 10건 중 1건꼴에 그치면서 지점의 영업 형태가 바뀌고 있다. 은행들은 지점을 벗어나 영업 공간을 확장하는 동시에 지점의 상담 기능을 오히려 강화하는 ‘2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금융권은 앞으로 인구가 줄어 은행 지점의 덩치 키우기가 무의미해질 것으로 보고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창구거래 급감…점포 다운사이징SC은행에서 박 과장처럼 현장을 누비며 근무하는 직원은 ‘비즈니스 디벨롭먼트 컨설턴트(BDC)’라고 한다. 지점까지 찾아오기 불편한 고객들을 방문한다. 올해 1월 20여 명으로 시작해 29일 현재 185명으로 불었다. 이들이 올린 실적은 신규 고객 2만3000여 명, 대출 8660억 원, 예금 5250억 원에 이른다.SC은행은 지점을 ‘다운사이징(크기 줄이기)’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1, 2년 사이 전국 350여 개 점포 중 40여 곳을 330∼450m²에서 200∼250m²로 줄였다.이는 은행 지점을 찾는 고객 수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창구에서 하는 거래가 9월 말 현재 12.2%에 그친 반면 인터넷뱅킹이나 현금입출금기(ATM) 등 비(非)대면 거래가 87.8%에 이른다. 박종복 SC은행 소매채널사업본부 전무는 “기존에는 고객을 접하는 중심이 지점이었기 때문에 목 좋은 자리에 큰 점포를 내는 게 관건이었지만 인터넷뱅킹이 생각보다 빨리 확산되면서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즉시 찾아가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지난해 소매금융에 뛰어든 KDB산업은행도 당초 전국에 200여 개 지점을 개설할 계획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를 120∼135개로 낮춰 잡았다. 한국보다 빨리 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일정 수 이상의 지점을 내는 것은 과잉투자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수재 산업은행 종합기획부장은 “개설 지점 수는 최소화하는 대신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현재 산업은행은 고객이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원하는 장소로 은행 직원이 찾아가 예금 계좌를 개설해주고 있다. ‘KDB다이렉트뱅킹’으로 불리는 이 서비스의 전담 직원은 현재 100명에 육박한다. 산은금융지주 계열사인 KDB대우증권을 비롯한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재활용하고 있다. 하반기(7∼12월) 들어 서울 중구 명동과 인천 부평 등의 7개 증권사 객장 안에 ‘꼬마점포’에 해당하는 지점 내 지점(BIB·Branch in Branch)을 설치하기도 했다.▼ 金과장은 ‘장돌뱅이 은행원’ ▼IBK기업은행은 지점의 주요 기능을 ATM으로 대체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KT의 전화부스에 ‘월세’를 내고 ATM을 설치해 고객 접점의 ‘밀도’를 높였다. 기업은행은 인천시와 제휴를 맺어 시내 버스정류장에도 ATM을 설치하고 있다. 기업은행 측은 “지점 개설에 투입되는 임차료와 인테리어 비용 등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감안하면 ATM 설치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상담 비중 중요… 지점을 응접실로오프라인 지점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뱅킹이 확산될수록 은행원과 직접 얼굴을 맞대는 상담 역할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온라인 뱅킹의 역설’이다. 농협경제연구소가 고객 200명을 대상으로 은행 점포에 대한 고객 인식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금융상품을 구매할 때 ‘점포 방문’이 58.7%로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기존 점포를 응접실처럼 느낄 수 있게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하나은행은 서울 강남구 선릉역지점과 양천구 목동남지점 등 일부 점포를 라운지처럼 바꿨다. 대기 공간에 안락한 소파를 갖다놓고 TV도 설치해 응접실처럼 꾸몄다. KB국민은행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제금융센터(IFC)에 금융상담 위주의 지점을 개설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 지점에 들어서면 여느 지점과 달리 창구에 직원이 없고 기계가 고객을 맞는다. 통장 개설이나 재발급, 금융정보 확인, 현금카드 발급 등 단순 거래를 고객 스스로 할 수 있게 했다. 그 대신에 상담실 4개를 마련해 직원 5명이 응대한다. 프라이빗뱅킹이나 우수 고객이 아니더라도 독립된 공간에서 상담할 수 있다. 영업시간을 파괴해 고객과의 대면 접촉을 늘리는 은행도 늘어나고 있다.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라는 틀을 깨고 시간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회사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와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영업시간이 낮 12시∼오후 7시인 직장인 특화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업무 시간에 오지 못하는 회사원 고객을 붙잡기 위한 전략이다. 우리은행도 서울 동대문구 두산타워 쇼핑몰에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여는 점포를 개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인구구조가 바뀌고 스마트뱅킹 이용자가 늘어나는 등 은행 거래 형태의 변화에 따라 지점의 변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세계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가 10월에 조기 달성됐다. 한국은행이 28일 내놓은 ‘2012년 10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58억2000만 달러(약 6조2856억 원)로 역대 최대였던 7월 흑자 규모(61억4000만 달러)에 육박했다. 또 2월부터 시작한 흑자 행진을 9개월째 이어갔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10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341억3000만 달러로 한은의 연간 전망치(3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같은 성과는 석유제품과 화공품, 반도체, 정보통신기기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난 게 큰 몫을 했다. 10월 한 달 동안 수출액은 482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7월(483억1000만 달러)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수입도 430억 달러로 전월(420억8000만 달러)보다 소폭 늘었다. 국제수지 중 상품수지는 52억1000만 달러의 흑자를 보였으나 규모는 전월(54억9000만 달러)보다 다소 줄었다.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 적자폭이 줄어들면서 3억8000만 달러의 흑자를 내 전월(3억2000만 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상호금융조합의 몸집이 급격히 커지면서 연체 대출액이 10조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부실을 우려해 대출제한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호금융은 영업권 확대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호금융의 총자산은 올해 6월 말 현재 438조3000억 원이다. 2010년 말 401조4000억 원에서 1년 반 만에 36조9000억 원(8.4%)이 늘었다. 상호금융은 △농협 수협 축협의 단위조합 △산림조합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를 가리키며 각 조합원의 자금을 예탁받아 이를 조합원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한다. 자산이 급증하면서 부실도 커졌다. 연체대출 잔액은 7월 말 현재 10조6000억 원으로 2010년 1월 말(8조5000억 원)보다 2조1000억 원(24.7%) 증가했다. 연체율도 6월 말 현재 4.0%로 은행(1.09%) 신용카드(1.96%) 보험(0.82%) 등 다른 금융권역보다 훨씬 높다. 특히 신협의 연체율은 6.6%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상호금융의 부실에 대비해 대출 억제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자산이 100조 원을 넘는 새마을금고의 대출구역을 전국 9개 광역단위에서 시군구로 좁히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 또 새마을금고와 농수산림조합의 ‘비조합원 대출’을 전체의 3분의 1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관련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 이에 맞서 상호금융업계는 최근 금융위에 영업구역 확대를 요구했다. 대출 영업이 특정 지역으로 제한된 신협은 늘어난 자산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인접한 시군구에서도 대출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신청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상호금융이 지역에서 소규모 관계영업을 하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덩치를 키우려 한다”며 “상호금융의 부실을 방치하면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빚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금융사에서 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자가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처음 나왔다. 최소 5만여 명이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사를 대상으로 근저당권 설정비를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이번 판결이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이창경 판사는 이모 씨(85)가 경기 부천시의 한 신용협동조합을 대상으로 “2008년 9월 대출 당시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와 이자 등 70여만 원을 돌려 달라”며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법원은 “근저당권 설정 계약 때 적용한 약관에서 금융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금융사가 부담할 비용까지 고객에게 전가했다”며 “이런 불공정 약관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근저당권 설정비는 등기비와 법무사 수수료, 감정평가 수수료 등 담보대출 시 발생하는 부대비용으로 통상 대출금 1억 원당 60만∼80만 원 정도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대출자가 부담해왔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7월 금융사가 부담하도록 관련 규정을 바꿨다. 이후 한국소비자원과 금융소비자원의 주도로 각각 4만2000여 명과 1만5000여 명이 집단으로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김유영·인천=차준호 기자 abc@donga.com}
은행과 신용카드사에 대출 금리를 깎아 달라고 할 수 있는 조건이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고객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조건 등을 담은 ‘대출금리 모범 규준’을 의결했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취업이나 연봉상승 등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만한 변화가 생겼을 때 고객이 신용대출 금리를 내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개인은 △취업 △승진 △소득 증가 △신용등급 개선 △전문자격증 취득 △우수고객 선정 △재산 증가 등 7가지에 해당하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기업 역시 △회사채 신용등급 상승 △재무 상태 개선 △특허 취득 △담보 제공 등에 해당하면 금리를 내려 달라고 할 수 있다. 카드업계도 금융 당국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리 인하 요구권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금리 인하 요구권, 이용한도 증·감액 절차 등을 담은 카드론 표준약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약관이 제정되면 급여나 자산이 늘어나는 등 대출자의 신용도가 높아지면 카드사에 카드론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카드론 표준약관은 올해 말까지 시안을 마련해 관계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내년 3월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라이나생명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암 보험인 ‘무배당 실버암보험(갱신형)’을 판매한다. 고령자가 쉽게 가입할 수 있게 고령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사를 하지 않는다. 61세에서 75세까지의 고령자가 대상자다. 10년마다 계약을 연장할 수 있고, 최대 100세까지 보장 받을 수 있다. 라이나생명은 “무배당 실버암보험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이 어려운 고령자들을 위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암 보장 개시일 이후 최초 1회에 한해 위암, 대장암, 간암 등 일반 암(유방암, 전립선암 제외)에 걸린 것이 확인되면 치료 보험금을 최대 2000만 원을 보장받는다. 유방암과 전립선암은 각각 최대 400만 원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 백혈병이나 뇌암, 골수암 등은 특약을 가입하면 추가 보장이 가능하다. 또 치료가 비교적 쉽고 경제적으로 손실이 크지 않은 피부암과 제자리암(상피내암) 경계성종양 갑상선암(갑상선암 보장 개시일 이후 진단확정 받은 때) 등은 최초 1회에 한해 최대 200만 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보험 가입 후 만 2년 이내 지급할 사유가 발생하면 각 보장사항에 해당하는 치료보험금의 50%만 지급된다.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은 “무배당 실버암보험은 보험에 가입 못했던 고령자나 암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험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80-077-7070 ■ 차티스, 맞춤형 보험 설계로 큰 병 이긴다개그우먼 박미선 씨가 최근 보험설계사 시험에 합격하면서 차티스 광고모델이 돼 화제다. 박 씨는 지인들의 권유로 하나둘 보험에 가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재테크 수단으로 보험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보험설계사 시험 준비를 하면서 보장이 약하고 오래된 보험을 과감히 해약했다”며 “다양한 보장을 동시에 하는 보험으로 리모델링을 했더니 보험료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어떤 보험에 가입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고객에게 전문 상담원을 통해 가계 수입에 맞는 보험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특히 박 씨가 가입한 차티스손해보험의 ‘큰 병 이기는 보험IV’을 추천한다. 이 보험은 3년 만기 재가입 특약상품으로 15세부터 65세까지 가입이 가능하며 최대 80세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암, 뇌중풍, 급성심근경색 등이 발생하면 진단 확정 뒤 최초 1회에 한해 2000만 원을 지급한다. 또 입원비와 상해·질병 의료실비, 방사선치료비, 수술비 등 보장받을 보험금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설계도 가능하다. 골절, 화상, 장기 및 뇌 손상 등을 보장받는 기본계약에 암, 뇌중풍, 급성심근경색까지 지원되는 선택계약을 별도로 하면 월 보험료가 40세 남자는 1만7160원, 여자는 2만5260원이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080-432-0162)나 차티스 인터넷홈페이지(www.chartis.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학생은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게 마련이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등록금을 감당하기 벅차다. 그 때문에 재테크를 언감생심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본격 시작하기 전부터 올바른 재테크 습관을 길러야 남들보다 빨리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 또 아끼는 것도 재테크다.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서 라테를 사먹을 돈을 10년간 저축하면 1500만 원을 모을 수 있다. 김영웅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사진)이 최근 경북대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S20 만만(滿滿)한 특강’에는 대학생들이 참고할 재테크 정보가 많다. 김 팀장은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크 대구센터를 거쳐 사내의 ‘웰스 매니지먼트 사관학교’ 강사로도 활약한 자산관리 전문가다. 강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저축 먼저 하고, 소비하라 ‘깨알을 백 번 굴리는 것보다 호박을 세 번 굴리는 게 낫다’라는 격언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목돈을 모으기 전에는 재테크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좋다. 빠르게 돈을 굴리려고 무리한 주식 투자를 하거나 복권을 많이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보다는 일정 규모의 종잣돈부터 모은 뒤 더 큰 돈으로 운용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 저축할 때에는 용돈에서 일정 부분 저축할 몫부터 먼저 떼어놓고, 나머지로 소비를 해야 한다. 또 저축할 몫보다 10∼20%를 더 저축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용돈을 30만 원 받든 50만 원 받든, 막상 용돈을 쓰려면 모자라게 느껴지는 게 사람 심리다. 따라서 저축할 돈에 대해서는 스스로 엄격해지기 위해 목표 저축액을 보다 조금 더 높이 잡는 게 좋다. ○ 커피값 아껴 복리로 굴려라 저축할 돈이 없다는 것은 핑계다. 통신비나 커피 값만 아껴도 10년이면 1477만 원, 40년이면 1억1859만 원을 모을 수 있다. 매월 10만 원씩 연 4%의 복리(複利) 상품에 가입했다고 가정한 경우다. 이처럼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단리(單利) 상품과 달리 ‘원금+이자’에 또 이자가 붙는 복리 상품은 돈이 불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를 ‘복리의 마법’이라 부른다. 원금 2배를 벌 수 있는 기간을 쉽게 계산하는 ‘72의 법칙’도 기억하면 좋다. 예컨대 연 4%의 복리 예금에 가입했을 때 원금의 2배가 되는 시점은 72를 4로 나눈 18, 즉 18년 뒤가 된다는 식이다. 연 8%의 복리 예금에 가입한다면 9년으로 줄어든다. 요즘은 저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복리로도 원금의 두 배를 달성하는 기간이 오래 걸린다. 하루라도 빨리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게 낫다는 얘기다. ○ 동전 지갑을 갖고 다녀라 요즘에는 동전을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드물다. 대부분 ‘귀찮다’거나 ‘무겁다’고 생각해서다. 심지어 물건을 사고 받은 거스름돈을 책상이나 식탁 위에 그대로 두고 가는 일도 흔하다. 하지만 푼돈이 모여 큰돈이 된다. 실제로 부자라고 알려진 사람들은 작은 돈(동전)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이들은 생활 습관부터가 다르다. 사소한 치약도 끝까지 짜내서 쓰는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이들은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인데도 ‘1+1’ 행사를 하면 무조건 사지 않는다. 따라서 동전을 소중히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부자가 되기 위한 길이다. 이를 위해 동전 지갑을 갖고 다니는 것을 권한다. ○ 재테크는 책보다 신문이 유용 부자가 되기 위한 책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책 한 권으로 재테크 비법을 득도할 수는 없다. 돈과 친해지려면 신문의 경제면을 가까이해야 한다. 경제 기사가 어떻게 실물경제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꾸준하게 학습해야 한다. 이때 방송 뉴스보다는 신문 뉴스가 유용하다. 깊이 있는 정보나 분석을 싣기 때문이다. 신문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도 핑계다. 지하철에 타자마자 스마트폰으로 게임 대신 신문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신문을 읽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 경험을 쌓고, 자기계발에 충실하라 부자가 되려면 이런저런 지식이 필요하기보다는 자신이 알게 된 지식을 몸소 실천하고 꾸준히 교훈을 얻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느 상품이 좋다는 정보만 탐색하는 것보다는 은행이나 증권사의 창구에 직접 가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고 필요 시 상품도 가입해 보라는 이야기다. 대학생 시기에 돈을 모으고 경제관념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식을 쌓는 것도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다. 지식 자산을 쌓기 위해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가계소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가 11년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났다. 엥겔계수가 높아지는 것은 가계의 형편이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엥겔계수는 13.6%다. 2000년 하반기(1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엥겔계수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30∼40%를 오가다 1990년대에 접어들며 20%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감소세를 이어 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올해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주원인은 경기 침체다.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다른 소비를 줄이면서 식료품비 비중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면서 식료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가계의 식료품 지출은 2008년 상반기보다 33.3% 늘었지만 물가 등 가격 변동 요인을 빼면 실제 식료품 지출은 5.7% 증가에 그쳤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1997년 11월 21일 대한민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는 국민들의 삶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내로라하는 재벌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졌고, 직장인들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다. 제일은행 직원 4000여 명의 해직사태를 생생하게 담은 ‘눈물의 비디오’에 국민들은 눈시울을 붉혔지만 그해 12월 자발적으로 시작한 금 모으기 운동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려는 한국인의 굳은 의지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정부는 부실채권 상환기금을 만들어 환란 조기 극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15년이 지난 2012년 한국 경제는 안정을 찾았지만 빈부격차 확대와 경제성장 동력 저하라는 새로운 숙제를 떠안았다. 외환위기 당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눈물의 비디오와 금 모으기 운동, 부실채권 상환기금의 현재 상황과 한국경제의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 ‘눈물의 비디오’ 그 후 15년 외환위기의 한파가 몰아친 1997년 겨울, 국민들은 8분 분량의 비디오테이프에 눈시울을 적셨다. ‘눈물의 비디오’(원제 ‘내일을 준비하며’)로 불린 이 영상물은 제일은행 직원들이 주인공이었다. 지점 통폐합에 따라 은행을 떠나야 할 상황에 몰린 서울 테헤란로 지점 직원들이 마지막까지 부실기업 처리 업무를 담담하게 하는 일상이 담겨 있다. 제일은행은 한보 기아 대우의 연쇄부도로 공적자금 1조5000억 원을 수혈 받았고,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겪었다. 직원 약 1만 명 중 4000여 명이 은행을 떠나 흩어졌다. ‘명예퇴직’이라는 단어도 이때 처음으로 언론에 등장했다. 이 영상물을 제작한 이응준 당시 제일은행 대리(42·개인사업)는 “출연한 여직원의 퉁퉁 부은 얼굴을 가리려고 모자이크를 해야 할 정도였다”며 “지금도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외환위기를 극복한 힘으로 이제는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시중은행들의 부침도 심했다. 제일은행은 2000년 1월 미국계 사모펀드인 뉴브리지캐피털로 인수된 뒤 2005년 4월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았다. 이 과정에서 이름도 SC제일은행으로 바뀌었다가 올해 1월 ‘제일’을 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최종 변경됐다. 한미은행도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펀드를 거쳐 씨티그룹에 인수된 후 씨티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외환은행은 미국 텍사스에 기반을 둔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매각됐다가 올해 2월 하나금융지주의 품에 안겼다. ○ 20세기 판 국채보상운동 금 모으기 1997년 말 시작된 ‘금 모으기 운동’은 당시 1907년 국채보상운동이 90년 만에 재연됐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구국 운동의 형식을 띠었기 때문이다. 신혼부부의 결혼 반지와 돌 반지 등이 쏟아져 나왔고, 고 김수환 추기경은 금 십자가를 내놓았으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자신이 딴 메달을 보내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당시 주택은행 등 5개 금융기관을 통해 총 225t(21억7000만 달러)의 금이 모였고, 이 중 시가 18억2000만 달러 상당의 금 196.3t이 해외로 팔렸다. 이는 외화 획득과 무역수지 흑자로 이어졌다. 1998년 2월 32억 달러의 무역흑자 가운데 10억5000만 달러가 금 수출로 얻어졌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1997년 12월 38억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올 9월 말 기준 3220억 달러로 세계 7위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나 금 모으기 운동을 주도했던 가계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한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현재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3월 말 현재 911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인식될 정도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반 토막이 났고, 분배 구조는 더욱 나빠졌다. 1997년 6.1%였던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3.7%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 중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대적 빈곤 인구의 비중도 같은 기간 8.7%에서 15.0%로 커졌다. ○ 부실채권정리기금 역사 속으로 공적자금 부채 조기상환의 효자 노릇을 했던 ‘부실채권정리기금’은 15년의 활동을 마치고 22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법정 운용 기한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1997년 11월 24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설치된 부실채권정리기금은 국가보증부채권 발행, 회수자금 재사용, 정부와 금융회사의 공동 출연 등으로 마련한 39조2000억 원을 투입해 금융회사 부실채권 111조6000억 원을 인수했다. 그리고 9월 현재 투입액 39조2000억 원보다 7조 원가량이 초과된 46조7000억 원을 회수(회수율 118%)했다. 캠코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운용했던 외국의 공적자금 회수율이 50∼60%대인 점을 감안하면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공적자금 극대화 원칙에 치우쳐 부실기업 매각 속도가 지지부진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은 지 15년이 지났지만 부실채권정리기금이 투입된 쌍용건설(38.8%), 대우조선해양(19.1%) 등의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각이 늦춰지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경영이 방만해지고 일부 기업은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주인 없는 회사의 폐단이 속속 드러나는 것이다. 캠코 측은 “헐값 매각 혹은 특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을 우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황진영·김유영·김상운 기자 buddy@donga.com}
미국의 재정절벽(급격한 재정 긴축에 따른 경제적 충격)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연중 최저기록을 갈아 치웠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8원 내린(원화 가치 상승) 1082.2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9일(1077.3원)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날 환율은 2원 내린 1085원으로 출발해 오전 10시 22분 1081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재정절벽에 대한 낙관론에서 비롯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얀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의회가 (행정부와의 재정절벽 협상에서) 합의할 것”이라며 “재정절벽은 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주택 관련 민간지표가 일제히 호조를 보이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심리를 약화시킨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미주택건설협회의 주택시장지수는 2006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고, 미국부동산중개인연합회가 발표한 지난달 주택 거래건수도 479만 건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잇따른 호재에 역외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화를 매도하면서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당국이 1080원 선에서 미세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경계감이 커지면서 추가로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현대카드가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의 용역직원에 대한 처우를 대폭 개선해 화제다. 일반적으로 용역직원들은 화장실 청소 등 허드렛일을 주로 하면서 쪽방과 같은 열악한 휴게실에 머물며 차별 대우를 받기가 일쑤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널찍한 휴게공간에 온돌을 깔아주고 TV 등 가전제품과 옷에 밴 냄새를 제거하는 전자옷장 등을 갖춰줬다. 또 용역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출입증을 사무직원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줬다. 현대카드는 “기업의 품격은 말단에서 드러난다”며 “용역직원도 함께 일하는 동료인 만큼 이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회사원 안준상 씨(32)는 올해 초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으려다 포기했다. 돈이 발목을 잡았다. 2년간 외국에서 학비와 생활비로 지출할 비용 부담이 컸던 것이다. 결국 그는 올해 8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안 씨는 “국내 대학이 질적으로 뒤처지지 않는 데다 학비도 저렴해 유학을 포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왔던 해외 유학생이 7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학비 부담이 커진 데다 외국 학위에 대한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현재 외국 대학 및 대학원에서 학위과정을 밟는 학생은 15만4178명으로 지난해 말(16만4169명)보다 6.1% 감소했다. 해외 학위과정 학생은 2005년 10만716명에서 지난해까지 꾸준히 늘어왔다. 어학연수 중인 유학생도 올해 8만5035명으로 지난해 말(9만8296명)보다 14%가량 줄었다. 덩달아 유학생용 해외 송금액도 감소하고 있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유학생 및 어학연수생을 위해 해외로 송금된 금액은 모두 33억5000만 달러(3조6515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35억6000만 달러)보다 5.8% 줄었다. 유학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유학비 부담의 증가다. 여기에 최근 해외 석박사들이 넘쳐 나면서 일부 유명 대학 출신이 아니면 학위 가치를 높이 평가받지 못하는 국내 현실도 반영됐다. 대기업의 한 인사 담당자는 “10년 전만 해도 해외 석박사 학위를 따면 국내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보다 한두 직급 이상 높여서 채용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특혜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김유영·최예나 기자 abc@donga.com}

“미국이 막대한 국가 빚을 해결하려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금(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투자전략가 로버트 애스핀은 최근 방한해 서울 종로구 종로1가 SC은행 광화문프라이빗뱅크센터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세계 경기가 최악의 상황은 지났지만, 내년에도 경기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JP모건자산운용의 수석 애널리스트와 도이치증권의 신흥시장 통신리서치 책임자 등을 지냈고, 지난해 SC그룹에 합류했다. 애스핀 씨는 “세계 경기가 2009년을 저점으로 아주 느린 속도로 반등하고 있다”며 “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빅스(VIX)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80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15 이하로 내려왔다”고 소개했다. 수치가 클수록 투자자들이 금융시장에 대해 불안하게 느낀다는 뜻이다. 이어 “2013년에도 ‘머들링 스루(Muddling Through·진흙땅 속을 지나간다는 뜻으로 경기가 획기적으로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다는 의미)’의 가능성이 약 70%”라며 “미국은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중국 경제는 느리게 연착륙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내년에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공공, 기업, 개인의 총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배에 달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유도해 실질 부채의 규모를 줄이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인플레이션 해결보다는 실업문제 해결로 정책 기조를 바꾸고 있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이런 시장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금과 주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들이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는데 금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투자위험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한 좋은 투자처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선진국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비중은 평균 10% 정도인데 반해 중국과 인도는 2%에 그치고 있어 금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중동과 시리아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점도 금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기업의 배당증가율이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 속도를 웃돌고 있어 미국 주식시장은 저(低)평가 상태다. 그는 따라서 “주식은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인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수출비중이 높아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나 중국 등은 아시아 공동 화폐로 통화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宋鴻兵·사진) 환추(環球)재경연구원장은 14일 연세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양적완화 정책의 약발이 다하면 ‘달러 빙하기’가 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주목받은 그는 최근 ‘화폐전쟁4’의 한국 출간을 기념해 방한했다. 쑹 원장은 “미국의 재정절벽(급격한 재정 축소에 따른 경제적 충격) 가능성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우려할 문제는 아니다”며 “진짜 문제는 미국의 재정적자 자체이다”고 주장했다. 미 의회 예산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지급할 국채이자는 세수(稅收) 대비 2011년 9%에서 2020년 20%로 높아진다. 또 “최근의 양적완화 정책도 위기를 늦추는 임시 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며 “실질부채를 줄이기 위한 금리인하로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면 미국이 금리를 다시 올릴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저금리로 상승했던 달러화의 자산가격이 폭락하는 달러 빙하기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달러화 수요가 위축되면서 달러로 표시된 자산가격이 폭락한다는 뜻이다. 그는 “미국은 국채를 팔아 모은 돈을 실물경제가 아닌 금융시장에 투입해 자산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며 “미국이 발행한 국채를 중국이 사들이고, 중국은 미국의 소비로 성장하며 공생(共生)을 이뤘던 ‘차이메리카(Chimerica) 체제’에 파경 조짐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10년이 아시아 국가들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면서 “중국 경제가 아무리 강해져도 위안화는 달러화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해외에 위안화가 충분히 공급돼야 하는데, 현재 전체 위안화의 10% 미만만 유통되고, 나머지는 중국의 중앙은행으로 다시 유입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내수시장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수준에 머문 것도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다. 그는 또 “한국 등 수출 주도형 아시아 국가들은 환율 안정이 중요하지만 지금은 달러의 위치가 공고해 미국이 바둑을 먼저 두면 다른 국가들은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독일이 자국 통화를 포기하고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에 편입돼 더욱 강대한 유로화를 지배한 것처럼 한국과 중국, 일본이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공동기금을 만들고 환율 안정 메커니즘을 구축해 정치적, 경제적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세팅(업무 종료) 30분 전입니다. 얼른 마무리하세요.”13일 오후 6시 30분 경기 화성시 정남면 IBK기업은행 화성정남지점. 조명희 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외치자 조용하던 사무실이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개인용컴퓨터(PC)의 자판 소리가 커졌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20분이 흐르자 PC에 ‘업무 종료 10분 전입니다’라는 자막이 떴다. 서류를 만지던 손길은 더욱 빨라졌다. 이윽고 7시가 되자 PC가 꺼졌다. 서류 정리정돈을 끝낸 직원들은 하나둘 가방을 챙겨 사무실을 떠났다. 15분 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정남지점 사무실 셔터가 내려졌다. 마지막에 사무실을 나선 조 과장은 “헬스장을 들렀다가 집에 갈 예정이다”며 “3, 4년 전만 해도 밤 12시까지 사무실에 머물러야 했는데 이제는 저녁에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한 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2009년부터 ‘PC오프제’를 도입한 기업은행의 전국 모든 지점에서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오후 7시 ‘칼퇴근’을 유도하기 위해 PC를 강제로 끄고, 야근이 필요한 사람은 지점장의 사전결재를 받도록 한 게 핵심이다. 이후 불필요한 보고서나 회의가 줄어들고 생산성은 올랐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기업은행의 성공을 눈여겨본 다른 은행들도 PC오프제 동참에 나설 예정이어서 칼퇴근 풍경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긴 노동 시간과 낮은 생산성’으로 요약되는 한국 직장인들의 근무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습관적인 야근, 떨어지는 능률한국인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4.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다. 그렇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은 23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은행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화성정남지점은 2008년까지 평균 퇴근시간이 오후 11시 40분이었다. 공단에 위치한 특성상 중소기업의 대출 비중이 높아 신용분석보고서나 대출약정서 등 작성할 서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매일 저녁 구내식당은 야근자들로 바글거렸다. 인터넷 검색을 하며 적당히 눈치를 보다가 상사가 퇴근해야 집에 가는 직원도 적잖았다. 반복되는 야근을 하면서도 시간외수당은 신청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야근을 관례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당연히 피로는 누적되고 능률은 떨어졌다.▼야근 없애자 근무문화 혁명… 서서 회의하고 보고는 요점만▼2009년 10월 기업은행은 이런 관행을 깨기로 하고, 칼을 뽑았다. PC오프제를 도입한 것이다. 초기에는 ‘기존의 야근 없애기 캠페인과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노조가 확성기를 들고 사무실 곳곳을 돌며 ‘근무시간을 줄이자’고 외치고, 사내 방송으로 야근 줄이기 메시지를 줄기차게 내보냈지만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들은 ‘무식한 방법’이라며 비아냥거렸다. ○ PC가 꺼지자 변화가 시작됐다 하지만 상황은 이들의 예측과 다르게 흘러갔다. 업무 처리에 필수적인 PC가 꺼지고 원칙적으로 야근이 허용되지 않자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빈둥거릴 수 없게 됐다. 당장 근무문화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보고를 위한 보고’가 사라졌다. 김경희 반월지점장은 “예전에는 보고서 형식이나 글자 크기가 잘못됐다며 몇 번씩 수정을 요구하는 상사도 있었다”며 “요즘에는 일할 시간이 빠듯하다 보니 핵심만 요약한 메모식 보고서를 많이 쓰게 된다”고 전했다. 의사 결정 속도도 빨라졌다. 김재홍 화성정남지점장은 “업무처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부하직원이 보고하는 자리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시간은 짧아졌다. 예전에는 저녁 먹고 회사로 들어와 3, 4시간 회의를 하는 지점이 많았다.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내용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퇴근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PC오프제 이후 출근 직후인 오전 8시에 시작하는 오전회의는 길어도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내용도 직원들이 공유해야 할 중요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내실을 다졌다. 사무실 한곳에 모여 서서 10분 정도 대화하는 ‘스탠딩 회의’가 확산됐다. 권선주 기업은행 리스크관리본부장은 “간부들은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서에 투입할 시간에 고객을 한 명 더 만나라고 한다”고 전했다. 은행도 제도적으로 거들고 나섰다. 부서장의 업무실적 평가에 직원 퇴근시간을 포함시켰다. 평가비중이 전체 점수의 3%로 작지 않다. 승진심사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정도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퇴근시간이 지속적으로 늦은 지점장들을 본점으로 불러들여 “단순히 시간만 투자하면 성과가 높아질 것이라는 낡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줄기차게 당부했다. 지인(知人) 대상 영업 관행도 없앴다. 반월지점에 근무하는 윤장원 대리는 “예전에는 낮 시간에는 일반 회사업무를 보고, 저녁에는 카드나 방카쉬랑스 고객 유치를 위해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려야만 했다”며 “지인 영업이 없어지니 야근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당겨진 퇴근시간, 오르는 업무능률PC오프제가 가져온 가장 확실한 변화는 퇴근시간이다. 평균 오후 9시가 넘었던 퇴근시간이 오후 6시 57분(9월 말 현재)으로 앞당겨졌다. PC오프제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시화옥구지점의 유영주 계장은 “퇴근 후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거나 남편과 동네 공원을 산책한다”며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봤던 직장인의 생활이 이제는 나의 일상이 됐다”고 자랑했다. 오산지점에 있는 김진 계장은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낮아져 업무시간 능률이 많이 오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은행권 노사는 기업은행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내년부터 PC오프제를 전면 실시하기로 했다. PC가 꺼지는 시간이나 PC 종료 시간에 대한 평가 비중은 개별 은행 노사가 다시 협상해야 한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최근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근로시간 단축 관련 공약을 내걸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 사항으로 내걸었고, 새누리당은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중소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 박근혜 후보에게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수준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100만 개 안팎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2193시간)을 OECD 평균(1749시간)으로 낮추면 약 444시간 줄고, 근로시간의 절반이 일자리로 전환된다고 가정할 때 169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의 30%만 일자리로 전환된다 해도 97만70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이런 분석이 현실로 이어지려면 노사 양측의 양보가 필요하다. 은행 임직원이 연차휴가를 20% 사용하고, 시간외 수당을 20% 삭감해야만 4800명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다. 이는 전체 은행 직원(12만9000명)의 3.7%에 해당한다. 하지만 올해 협상에서 은행노조는 수당 삭감에 반대했다. 사측도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고용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아 추가 고용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남홍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처장은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일자리 추가 창출에 대한 노사 공감대가 형성돼야만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덜란드도 1980년대 실업률이 치솟자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삭감, 추가 고용을 골자로 하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일자리를 창출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반드시 고용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공정의 효율화나 자동화, 혁신 등을 통해 인력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영세 중소기업은 인력 수요가 늘어도 낮은 수준의 임금이나 복지 때문에 취업하려는 인력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대효과가 일자리 창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근로자의 생활의 질 제고와 함께 업무 몰입도의 향상에 따른 생산성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은행이 직원 1500여 명을 대상으로 PC오프제의 효과에 대해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62.4%는 ‘업무 몰입도가 향상됐다’고 답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집값이 30% 이상 떨어지고 금융기관들이 대출채권의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는다면 담보주택을 법원경매에 부쳐도 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고위험 주택담보대출가구’(깡통대출가구)가 최대 9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은 13일 서울대금융경제연구원 정책심포지엄에서 이런 내용의 보고서 ‘가구별 주택담보대출 자료를 이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보유가구의 대출상환위험도를 일본의 부동산 침체기(1991∼1995년), 미국의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한국의 외환위기(1997∼1998년) 등 세 가지 상황별로 분석했다. 대상은 올해 6월 기준 일시상환대출 보유가구 162만9000가구 중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120만 가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대출만기가 연장되지 않고 일본 부동산 침체기처럼 집값이 36.1% 급락하고, 법원경매 평균 낙찰가율이 50%에 머물면 깡통대출가구는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72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상황에서 예상되는 깡통대출가구(7.02%)보다 8.5배가 늘어난 것이다. 반면 금융권이 대출만기 연장만 해주면 집값이 떨어져도 깡통대출가구 증가율은 0.1%포인트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기관의 상환 압박만 줄어도 깡통대출가구로 전락할 가구 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