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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는 두려움의 부재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의 인생은 그의 말처럼 소신을 지키려는 용감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히든밸리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향년 82세로 눈을 감은 미국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6선). 그는 말기 뇌종양 소식이 알려진 지 9일 만인 지난해 7월 28일 ‘오바마케어(전 국민 건강보험법) 폐지’ 법안 찬반 투표가 진행 중이던 상원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혈전 제거 수술로 왼쪽 눈썹 위엔 아물지 않은 수술 자국이 선명했다. 그는 조용히 상원 투표 관리자들에게 다가가 오른손 엄지를 아래로 떨어뜨리며 “노”라고 말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당론으로 밀던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은 1표 차로 부결됐다. 매케인은 “대체 입법이 없는 오바마케어 폐지는 반대한다”며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1982년 공화당 하원의원, 1986년부터 6선 상원의원을 지낸 그는 ‘매버릭(독불장군)’이라고 불렸다. 뼛속까지 보수주의자였지만 때로는 당파 논리에 맞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그는 공화당 내 몇 안 되는 ‘트럼프 저격수’였다. 지난해 10월 ‘필라델피아 자유의 메달’을 수상한 그는 수상 소감을 통해 “어설프고 거짓된 민족주의를 위해 세계 리더십 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비애국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출간된 그의 회고록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의 가치를 못 지킨 인물”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는 상대방을 음해하지는 않는 품격 있는 정치인이었다. 2000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조지 W 부시에게 밀린 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됐던 그는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를 깎아내리지 않았다. 대선 출구조사 결과 패색이 짙자 그는 지지자들 앞에서 “흑인 대통령을 선출한 미국인은 위대한 국민”이라며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오바마를 돕겠다”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쉽지 않은 싸움에 늘 뛰어들었던 그는 군인 출신이다. 1936년 미국령 파나마 운하를 지키는 코코솔로 해군기지에서 출생한 그는 해군 제독이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1958년 졸업한 뒤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했다. 1967년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그는 폭격 작전 수행 중 전투기가 격추되면서 월맹(북베트남)에 전쟁포로로 붙잡혔다. 월맹은 이듬해 그의 아버지 잭 매케인이 미 태평양사령관이 되자 그의 석방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미군 수칙을 들어 “나보다 먼저 들어온 군인들이 나가기 전까진 나갈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는 5년 반 동안 수용소에서 모진 고문을 견뎠다. 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1973년 베트남전이 끝난 뒤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전쟁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싸움에선 결국 이기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의정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병마와 싸웠지만 24일 의학 치료 중단을 선택한 지 약 하루 만에 숨을 거뒀다. 전 세계에서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매케인 의원의 가족에게 가장 깊은 연민과 존경을 전한다”고 썼고, 백악관은 조기를 게양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서로 달랐지만 수 세대의 미국인과 이민자들이 지키기 위해 싸우고, 행진하고, 희생해온 이상을 공유해 왔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6일 “고인은 한미 동맹의 굳은 지지자이며 양국 간 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장례식은 워싱턴국립성당에서 거행되며 시신은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묘역에 묻힐 예정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추도 연설을 부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을 원치 않는다는 그의 뜻에 따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신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위은지 wizi@donga.com·전채은 기자}

“일론, 테슬라의 미래는 당신이 얼마나 오래 깨어있느냐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정기적으로 재충전할 시간을 갖는다면 테슬라는 더 나아질 것입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의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17일 세계적인 혁신가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머스크가 전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일주일에 최대 120시간을 일하고 있다. 이번 생일에도 24시간 일했다”며 과중한 업무로 인해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었다. 허핑턴은 20일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이 문제는 머스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을 소진시키는 것이 성공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이라는 오해에 대한 것”이라며 공개서한을 보낸 이유를 설명했다. 허핑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직장에서 장시간, 많이 일하는 것이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CNBC는 14일 “회사들이 직원들의 번아웃(Burnout·극도의 피로) 위기에 직면했다”며 갤럽의 최근 연구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 내 정규직 직원 75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23%는 직장에서 항상 혹은 매우 자주 번아웃 증상을 느끼고 있으며, 44%는 때때로 번아웃 증상을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다. 일을 많이 할수록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프랑스 ESCP 유럽 경영대학원과 영국 런던 시티대 카스 경영대학원 공동 연구팀은 유럽 근로환경조사(EWCS)에 참여한 36개국 직장인 5만189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긴 시간 동안 높은 업무 강도의 일을 수행한 사람들은 덜 행복할 뿐만 아니라 직업 만족도도 낮고, 승진에 대한 기대도 낮은 경향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FT에 “미래의 커리어 전망을 향상시키겠다는 희망으로 현재의 행복이 희생되는 것을 감수하는 건 실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번아웃 증상을 느끼는 직원이 늘어나면 기업 차원에서도 비용이 늘 수밖에 없다. 갤럽에 따르면 항상 혹은 매우 자주 번아웃 증상을 느끼는 직원들은 번아웃 증상이 없는 직원에 비해 △병가를 낼 확률이 63% 높고 △업무 수행 자신감이 13% 낮으며 △관리자와 업무 수행 방법에 대해 논의할 확률이 50% 낮고 △응급실을 방문할 확률이 23% 높다. 이에 정부와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업무 시간 줄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가장 먼저 대책을 마련한 곳은 프랑스다. 2017년부터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업무 이메일을 주고받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했다. 독일은 2014년부터 근무시간 외 직원에게 연락을 금하는 ‘안티 스트레스 법안’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올 3월 미국 뉴욕시 의회에는 10인 이상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제출됐다. 기업에서도 비슷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2012년 독일 폴크스바겐은 오후 6시 15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개인에게 사내 이메일 발송이 되지 않도록 막았다. 2014년 독일 다임러는 휴가를 떠난 사원에게 발송되는 이메일이 다 삭제되도록 조치했다. 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BOA메릴린치 등도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전 세계에 유엔의 인지도를 높이며 ‘외교계의 록 스타’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 시간)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향년 80세. 아프리카계 흑인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직에 오른 그는 10년간 뛰어난 지도력과 중재력으로 유엔을 이끌며 빈곤과 에이즈 퇴치 등 전 세계의 안정을 위해 힘썼다. 이 공로로 2001년 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1938년 가나에서 태어난 그는 1962년 세계보건기구(WHO) 예산행정 담당관으로 유엔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1990년 걸프전 당시 사무총장 특사로 임명된 뒤 이라크에 억류돼 있던 인질 900여 명의 석방을 이끌어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3년 평화유지군 담당 사무차장으로 전격 발탁됐고, 1997년 유엔 제7대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다. 유엔 평직원 출신 최초의 사무총장이었다. 유엔 내부 사정에 밝았던 그는 파산 직전에 놓여 있던 유엔을 되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에 가장 먼저 손을 댔다. 유엔 사무국 내 1000개의 직책을 없앴고 중복되는 프로그램을 통폐합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힘을 쏟았다. 또한 그는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엔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인도주의적 개입’을 확산시켰다. 이전까지 유엔은 회원국의 국내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평화유지군 담당 사무차장을 맡고 있던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그는 ‘비극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유엔의 입장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친미 사무총장’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지만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두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날엔 “유엔과 국제사회에 모두 슬픈 날”이라며 탄식했다. 이듬해엔 이라크 침공을 “불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임기 말 그는 이른바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평판이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그는 2006년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뒤 이듬해 부인의 모국 스위스에 코피 아난 재단을 세우고 평화 전도사로 활동하며 여생을 보냈다. 그의 별세 소식에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고단한 길을 걸었던 친구를 잃었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그의 응원도 특별히 가슴에 새겨 넣을 것”이라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3차례에 걸쳐 인도 총리를 지낸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전 총리가 16일(현지 시간) 오후 뉴델리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향년 93세. 인도 정치계의 거인으로 평가받는 바지파이 전 총리는 ‘정직한 정치인’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인도 정계 인사 중에서는 드물게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적이 없다. 정적으로부터 “나쁜 당에 속한 좋은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는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BJP)을 이끌고 1996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처음으로 총리직에 올랐다. 하지만 내부 불화로 연정이 붕괴되면서 총리직에 오른 지 13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1998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해 총리가 됐다. 1999년 4월 신임투표에서 패배해 11개월 만에 다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같은 해 9월 총선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며 2004년까지 인도를 통치했다. 1942년 정계에 입문한 그는 1957년부터 약 40년간 하원의원을 지냈다. 그는 총리 재직 기간에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시장 개방, 경제구조 개혁 등을 추진해 오늘날 인도가 신흥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1998년 2번째 총리직에 오른 해에 5번에 걸친 2차 핵실험을 강행해 이웃 국가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는 인도가 1974년 첫 핵실험을 한 지 24년만이다. 이로 인해 미국, 캐나다 등 서방 국가의 경제제재를 자초하기도 했으며,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하는 명분을 제공하면서 파키스탄과 군사 경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집권 후반부엔 오랜 시간 적대 관계에 있었던 파키스탄과 관계 개선에 힘썼다. 그는 유머가 넘치며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표현하는 연설로 청중을 사로잡았으며, 수준 높은 정치토론을 이끌었다. 시집을 출판한 시인이기도 했다. 2005년 정계 은퇴를 선언한 그는 2009년 뇌졸중을 앓은 뒤 의사소통이 어렵게 됐다. 그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으며, 딸을 입양해 딸의 가족과 함께 살았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당신들(기성세대)은 집을 갖고 있지만, 우리(밀레니얼 세대)는 당신들보다 조금 더 좋은 샴푸를 갖고 있을 뿐이다.” 영국 최대 광고업체 WPP의 콘퍼런스 부문장인 엘라 키런(31)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같이 말했다.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을 오가며 일하는 그는 성공한 30대이지만 무주택자다. FT는 “저비용 항공사, 에어비앤비 등의 등장으로 여행 비용은 예전에 비해 저렴해졌을지 몰라도 인생의 중요한 요소인 주거 비용은 매우 비싸졌다”고 전했다. FT는 2주 전 기획 시리즈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2000년 이후 성인이 된 2030세대)가 겪는 주거 불안을 집중 조명했다.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를 외치며 해외여행을 즐기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밀레니얼 세대 이미지의 뒤편엔 ‘내 평생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좌절과 분노가 있다. “영국 밀레니얼 세대의 3분의 1은 평생 집을 사지 못할 수도 있다.” 영국 싱크탱크 레절루션 파운데이션은 최근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자기 집을 소유한 비율은 베이비붐 세대(1945∼1964년 출생)에 비해 낮다. 지난달 미국 싱크탱크 어번인스티튜트는 미국의 25∼34세 인구의 자기 집 소유 비율이 1990년 45%, 2000년 45.4%에서 2015년 37%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영국 싱크탱크 IFS가 올 2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1996년 연봉 1만7900∼2만4600파운드(약 2500만∼3550만 원)이던 25∼34세 영국 베이비붐 세대의 65%는 자기 집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6년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20년 전 연봉과 비슷한 수준인 2만2200∼3만600파운드(약 3200만∼4400만 원)를 버는 25∼34세 밀레니얼 세대 중 자가 소유자는 27%에 불과하다. 집 장만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임금 상승률이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는 집값 상승률이다. 5월 미국 아파트 정보업체 ‘아파트먼트 리스트’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집값과 집세는 2000년 대비 각각 75%, 61% 상승했지만 35세 이하 가구 소득은 같은 기간 31% 오르는 데 그쳤다. 영국 통계청은 22∼29세 런던 직장인의 연봉과 런던 집값을 비교했는데 1999년 집값은 연봉의 3.9배였지만 2017년엔 13배로 뛰었다. 캐나다의 한 부동산업체는 밴쿠버, 토론토 등 대도시 7곳에서 밀레니얼 세대 부부가 월급을 모아 집값을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이달 내놓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덕을 보지 않으면 자기 집을 마련하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금융위기 이후 모기지론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목돈을 빌리기 위해 ‘부모 은행’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지난해 HSBC은행 조사에 따르면 호주 밀레니얼 세대 중 자가 소유자의 3분의 1은 부모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집세를 아끼기 위해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도 느는 추세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자기 집을 소유하지 못한 4명 중 1명은 돈을 모으기 위해 여전히 부모와 살고 있다. 미국에서도 부모나 친척 집에 사는 25∼34세 비율이 2000년 15.3%에서 2016년 26.3%로 훌쩍 뛰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내 집 마련 꿈’이 점점 멀어지면 부모 세대의 빈부가 자식 세대에 대물림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세대 간 갈등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각국 정부도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생애 첫 집 구매자에게 집값의 최대 20%를 대출해주는 ‘헬프 투 바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너무 비싸 효과는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민주당 주지사 후보들은 각 도시가 집값을 통제할 수 있는 법안을 도입하고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반(反)백신주의자들은 지역사회에 위험 요소다. 나는 당신들의 살인법을 원하지 않고, 당신들의 돈도 필요 없다.” 6일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키아바리에 있는 젤라토 가게에 이런 공지가 내걸렸다. 가게 주인인 마테오 스피놀라 씨는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법안이 통과된 것을 보고 더 이상 조용히 있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좌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당의 연정으로 6월 출범한 이탈리아 정부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백신 접종 의무화 법안 폐지’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법안은 홍역, 볼거리, 수두 등 10가지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법으로 의무화한 것으로, 지난해 대량 홍역 발병 사태를 겪은 뒤 지난 정부가 입법한 법이다. 그러나 상원은 3일 유치원 입학 전 아이들이 10가지 예방접종을 마쳤다는 서류 제출 의무화를 1년 유예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12일 이탈리아의 반백신 기조가 전 세계로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 논쟁의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쓴 “홍역 예방주사가 아이들의 자폐증을 야기한다”는 내용의 논문이 학술지에 공개되면서다. 이후 이 논문은 거짓으로 밝혀졌고 웨이크필드의 의사 자격도 박탈됐다. 그러나 반백신주의자들은 이 논문을 인용해 ‘모든 예방주사는 믿을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터키와 호주에서 백신 음모론이 널리 퍼지면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터키에선 백신에 돼지의 피가 들어갔다는 등 음모론이 확산하면서 지난해 백신 접종을 거부한 가족 수가 2만3000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재작년(1만1000가구)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이에 터키 보건부가 백신 관련 사실을 제공하는 팩트체크 사이트를 열었다고 터키 일간 휘리예트가 9일 전했다. 호주는 지난달 아이들에게 제때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부모를 대상으로 세액 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자연주의 육아 방식을 주장하며 백신 접종 등을 거부한 인터넷 카페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나오미 스미스 호주 페더레이션대 교수는 액시오스에 “이탈리아의 행보가 다른 나라에서 반백신 감정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어린아이들이 한번에 너무 많은 백신을 맞아 면역 체계가 오히려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진위는 확실하지 않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냄새 나는 음식 꺼내고 뷔페 커피 따로 담고 이러시면 안돼요얼마 전에 동네 엄마들과 서유럽 8일 패키지여행을 다녀왔어요. TV에서만 보던 에펠탑, 콜로세움을 실제로 본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대가 됐는지 몰라요. 하지만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맞더라고요. 음식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관광 첫날부터 세 끼를 빵과 면으로 때우니 소화가 안 돼 배 속이 부글부글 끓더군요. 결국 둘째 날 점심을 먹으러 간 현지 식당에서 반찬통에 싸온 김치를 꺼냈어요. 파스타에 김치를 한 점 얹어 먹으니 좀 살겠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저희 테이블 옆을 지나가던 웨이터가 화들짝 놀라 “노! 노! 김치!”라고 소리치는 거 있죠. 소란을 듣고 가이드가 달려와 “여기서 김치를 드시면 안 된다”고 하는데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더라고요.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김치를 가져간 건데, 그렇게나 에티켓 없는 행동인가요? 해외여행을 할 때 어디까지는 되고, 어떤 행동은 안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 여행은 관광 아닌 그 나라 문화체험… 에티켓 지켜주세요아아∼ 여러분. 제 목소리 잘 들리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앞으로 일주일간 여러분의 유럽 여행을 책임질 경력 30년 차 가이드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짝짝짝) 긴 시간 비행하느라 힘드셨죠? 주무시고 싶겠지만 저에게 딱 5분만 내주시면 ‘즐겁게 여행하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외국 나오면 제일 고생하는 게 음식이죠? 한국에선 절대 내 돈 주고 사먹지 않는 느끼한 음식을 먹다 보면 왜 한국 음식 생각이 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유럽 식당에선 외부 음식을 반입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요. 특히 저희한테 친숙한 김치 냄새가 그들에겐 고역일 수 있어요. 유럽 관광객이 한국 식당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치즈를 꺼낸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도 눈살 찌푸리겠죠? 그래도 현지 음식을 먹기가 정 힘드시면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 김이나 고추장 정도 들고 가세요. 그 대신 식당 종업원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게 예의겠죠. 호텔에서 라면 드실 때도 마찬가지예요. 라면 냄새가 호텔 방에 밸 수 있으니 먼저 호텔에 취식해도 되는지 물어보는 게 좋아요. 좋은 거 구경하다 보면 절로 술 생각이 나죠. 캐리어에 소주 많이 챙겨 오셨죠? 하지만 외부 주류도 식당 반입 금지예요. 저희가 한국 식당 갈 때도 슈퍼에서 소주 사들고 가진 않잖아요. 특히 유럽은 엄격해서 식당 쓰레기통에서 초록 소주병이 발견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벌금을 부과해요. 그 벌금은 고스란히 저희 여행사가 물어야 해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페트병에 몰래 소주 담아 오시는 분들이 꼭 계신데, 한국인 관광객을 많이 받는 식당들은 그 수법을 다 알아요. 비싼 해외여행, 조금이라도 돈 아끼면 좋죠.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민폐예요. 호텔에서 조식 뷔페 드실 때 보온병에 식당 커피 담아 오시는 분, 빵에 햄이랑 채소 넣은 샌드위치 만들어 들고 나오시는 분들 아직도 있어요. 심지어 어떤 분들은 식당에 커피믹스를 챙겨 가 종업원에게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한 뒤 타 먹기도 해요. 한국에선 공짜로 커피 주는 식당이 있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아요. 식당에서 커피를 드시고 싶으면 제 값 주고 사먹어야 해요. 현지 커피 맛을 보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이제 앞으로 모르는 분들끼리 같이 여행 다니려면 서로 배려해야 트러블이 없겠죠? 요즘은 다들 잘 지켜주시지만 시간 약속은 기본이에요. 일정이 밀리지 않아야 최대한 많이 보실 수 있어요. 또 버스 이동이 많다 보니 한 사람이 버스에서 두 자리를 차지하려다가 자리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간혹 있어요. 지난번엔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집합 시간 1시간 전부터 버스 앞에서 줄을 서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어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한 사람이 한 자리씩 앉아 주시면 좋겠어요. 현지에서 만나는 외국 사람들에 대한 예의도 잊지 않았으면 해요.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건 주변 사람들에게 실례예요. 특히 아이를 부를 땐 본인이 직접 가서 데려오시고, 호텔 방은 방음이 잘되지 않는 곳이 많으니 안에선 소곤소곤 말하는 게 좋아요. 한국에서 하듯이 식당에서 ‘헤이!’ 하고 웨이터를 부르는 것은 실례예요. 조용히 손을 들고 웨이터를 보고 있으면 웨이터가 와요. 그리고 카페나 식당에서 음식이 나왔을 때나 현지인이 문을 잡아 주면 ‘생큐’ 한마디 건네주세요. 영어 쓰는 게 어색하겠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영어로 말해보겠어요. 만약 길을 가다가 현지인과 부딪치거나 발을 밟았다면 먼저 ‘소리’ 하고 사과하세요. 관광객도 민간 외교관이라잖아요. 지금까지 제가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이것 하나만 꼭 기억해 주세요. 여행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일이에요. ‘이 나라는 왜 이래?’가 아니라 ‘이 나라는 이렇구나’라고 생각하면 더 즐거운 여행이 될 거예요. 그사이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네요. 이제 버스에서 내릴까요?위은지 기자 wizi@donga.com※하수엽 모두투어 인솔자, 조용수 온라인투어 유럽인솔자 등의 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동네 엄마들하고 서유럽 8일 패키지여행을 다녀왔어요. TV에서만 보던 에펠탑, 콜로세움을 실제로 본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대가 됐는지 몰라요. 하지만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맞더라고요. 음식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관광 첫날부터 세 끼를 빵과 면으로 때우니 소화가 안돼 배 속이 부글부글 끓더군요. 결국 둘째 날 점심을 먹으러 간 현지 식당에서 반찬통에 싸온 김치를 꺼냈어요. 파스타에 김치를 한 점 얹어 먹으니 좀 살겠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저희 테이블을 지나가던 웨이터가 화들짝 놀라 “노! 노! 김치!”라고 소리치는 거 있죠. 소란을 듣고 가이드가 달려와 “여기서 김치를 드시면 안 된다”고 하는데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더라고요.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김치를 가져간 건데, 그렇게나 에티켓 없는 행동인가요? 해외여행을 할 때 어디까지는 되고, 어떤 행동은 안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아아~ 여러분. 제 목소리 잘 들리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앞으로 일주일간 여러분의 유럽 여행을 책임질 경력 30년차 가이드 OOO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짝짝짝) 긴 시간 비행하느라 힘드셨죠? 주무시고 싶겠지만 저한테 딱 5분만 내주시면 ‘즐겁게 여행하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외국 나오면 제일 고생하는 게 음식이죠? 한국에선 절대 내 돈 주고 사먹지 않는 느끼한 음식을 먹다 보면 왜 한국 음식 생각이 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유럽 식당에선 외부 음식을 반입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요. 특히 저희한테 친숙한 김치 냄새가 그들에겐 고역일 수 있어요. 유럽 관광객이 한국 식당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치즈를 꺼낸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도 눈살 찌푸리겠죠? 그래도 현지 음식을 먹기가 정 힘드시면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 김이나 고추장 정도 들고 가세요. 대신 식당 종업원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게 예의겠죠. 호텔에서 라면 드실 때도 마찬가지예요. 라면 냄새가 호텔 방에 밸 수 있으니 먼저 호텔에 취식해도 되는지 물어보는 게 좋아요. 좋은 거 구경하다 보면 절로 술 생각이 나죠. 캐리어에 소주 많이 챙겨오셨죠? 하지만 외부 주류도 식당 반입 금지예요. 저희가 한국 식당 갈 때도 슈퍼에서 소주 사들고 가진 않잖아요. 특히 유럽은 엄격해서 식당 쓰레기통에서 초록 소주병이 발견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벌금을 부과해요. 그 벌금은 고스란히 저희 여행사가 물어야 해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페트병에 몰래 소주 담아 오시는 분들 꼭 계신데, 한국인 관광객을 많이 받는 식당들은 그 수법을 다 알아요. 비싼 해외여행, 조금이라도 돈 아끼면 좋죠.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민폐예요. 호텔에서 조식 뷔페 드실 때 보온병에 식당 커피 담아 오시는 분, 빵에 햄이랑 채소 넣은 샌드위치 만들어 들고 나오시는 분들 아직도 있어요. 호텔 조식은 투숙객 수를 기준으로 준비하는 거라 여러분이 음식을 많이 갖고 나오면 다른 손님들이 식사를 못할 수도 있어요.심지어 어떤 분들은 식당에 커피믹스를 챙겨가 종업원에게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한 뒤 타먹기도 해요. 한국에선 공짜로 커피 주는 식당이 있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아요. 식당에서 커피를 드시고 싶으면 제 값 주고 사먹어야 해요. 현지 커피 맛을 보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이제 앞으로 모르는 분들끼리 같이 여행 다니려면 서로 배려해야 트러블이 없겠죠? 요즘은 다들 잘 지켜주시지만 시간 약속은 기본이에요. 일정이 밀리지 않아야 최대한 많이 보실 수 있으세요. 또 버스 이동이 많다 보니 한 사람이 버스에서 두 자리를 차지하려다가 자리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간혹 있어요. 지난번엔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집합 시간 1시간 전부터 버스 앞에서 줄을 서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어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한 사람이 한 자리씩 앉아 주시면 좋겠어요. 현지에서 만나는 외국 사람들에 대한 예의도 잊지 않았으면 해요.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하는 건 주변 사람들에게 실례예요. 특히 아이를 부를 땐 본인이 직접 가서 데려오시고, 호텔 방은 방음이 잘 안되는 곳이 많으니 안에선 소곤소곤 말하는 게 좋아요. 한국에서 하듯이 식당에서 ‘헤이!’ 하고 웨이터를 부르는 것은 실례예요. 조용히 손을 들고 웨이터를 보고 있으면 웨이터가 와요. 그리고 카페나 식당에서 음식 나왔을 때나 현지인이 문을 잡아 주면 ‘생큐’ 한 마디 건네주세요. 영어 쓰는 게 어색하겠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영어로 말해보겠어요. 만약 길을 가다가 현지인과 부딪치거나 발을 밟았다면 먼저 ‘소리’ 하고 사과하세요. 관광객도 민간 외교관이라잖아요. 지금까지 제가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이거 하나만 꼭 기억해 주세요. 여행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일이에요. ‘이 나라는 왜 이래?’가 아니라 ‘이 나라는 이렇구나’라고 생각하면 더 즐거운 여행이 될 거예요. 그사이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네요. 이제 버스에서 내릴까요?※하수엽 모두투어 인솔자, 조용수 온라인투어 유럽인솔자 등의 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패키지 해외여행 시 이것만은 안돼요1. 현지 식당에서 김치 등 냄새가 강한 음식이나 소주 등 한국에서 가져간 술을 꺼내 먹는 것2. 호텔 조식 시 빵이나 커피를 잔뜩 싸가는 것 3. 식당에서 목청 높여 웨이터를 부르는 것4. 약속된 집합시간을 지키지 않고 늦는 것5. 현지인에게 도움을 받거나 폐를 끼치고도 ‘땡큐’ ‘쏘리’ 등 인사를 건네지 않는 것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된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불법 반입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가 조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9일(현지 시간)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서는 북한산 석탄의 한국 반입에 대한 질문이 북-미 대화보다 많았다. 나워트 대변인은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흘러들어간 것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 정부와 훌륭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들이 이 보도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나라가 제재를 유지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등 뒤에서 석탄을 밀반입한 한국을 어떻게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들이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한 걸 신뢰한다. 우리는 그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그들은 오랜 동맹이며 파트너”라고 답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새 가이드라인 채택으로 한국 정부가 약속한 800만 달러의 대북 지원 집행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과 관련해 미 국무부는 “경제적 혹은 외교적 압박을 성급히 완화하는 것은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을 줄어들게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1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한국은 지난해 9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세계식량기구(WFP), 유니세프에 총 800만 달러를 공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북한의 도발로 집행이 미뤄져 왔다. 익명의 미 국무부 관계자는 전날 VOA의 관련 질문에 “압박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보장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답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위은지 기자}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현직 경찰관들을 불러 모은 뒤 살해 협박을 했다고 CNN 등이 8일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각종 범죄에 연루된 경찰관 102명을 마닐라 대통령궁 앞마당에 집결시켜 놓고 “개새끼(son of a bitch)들아,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난 진짜로 당신들을 죽일 것”이라고 욕을 하며 협박했다. “쓸모없고 사회에 필요 없는 존재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의 욕설은 TV로 생중계됐다. CNN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서 살해 협박을 받은 이들은 강간, 납치, 마약 거래 가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경찰관들이 대부분이며, 휴가 신청을 하지 않고 자리를 비우는 등 업무상 과실을 저지른 경찰관도 일부 포함됐다고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신들이 하는 것처럼 사람을 죽이는 건 쉽다. 그 사람을 따라가 뒤에서 총을 쏘고 조용히 자리를 뜨면 그만”이라며 “나에겐 당신들을 평생 감시할 특수부대가 있다. 만약 당신들이 조그마한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나는 당신들을 죽이라고 할 것”이라고 거듭 위협했다. 이어 경찰관들의 가족들을 향해 “이 개새끼들이 죽는다고 해서 나에게 와서 ‘인권’이니 ‘정당한 법 절차’니 소리치지 말라. 이미 나는 당신들에게 경고했다”고 말했다. 2016년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마약사범 소탕 작전을 벌였다. 그 결과 현재까지 4500명 이상의 마약 사범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43)가 이혼 소송 중인 남편 브래드 피트(55)를 상대로 자녀 양육비 지급을 청구하는 서류를 법원에 냈다. 7일(현지 시간)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졸리는 변호인 서맨사 블레이 드진이 로스앤젤레스 고등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피트는) 아버지로서 자녀 양육비를 지급할 법적인 의무가 있는데도 별거 이후 유의미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의미한 양육비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졸리 측은 “(피트가) 1년 반 넘게 양육비 지급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양육비 소급 지급에 대한 강제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졸리의 대변인 민디 니비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대해 “두 사람이 다음 단계의 삶으로 나가기 위해 혼인 관계를 빨리 정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브랜젤리나’로 불리며 할리우드 커플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두 사람은 2년째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05년 개봉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 함께 출연하면서 교제를 시작한 피트와 졸리는 약 10년간 사실혼 관계로 지내다가 2014년 결혼식을 올렸으나 2016년 9월 졸리가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쉐린 가이드 스타를 받으며 ‘세기의 셰프’라는 명성을 얻은 조엘 로뷔숑이 6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암으로 사망했다고 영국 BBC 등이 보도했다. 그는 1년 이상 췌장암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향년 73세. 미식의 나라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타 셰프로 꼽혀온 로뷔숑은 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 등 14개 도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총 31개의 미쉐린 스타를 보유하고 있었다. 2016년엔 32개의 미쉐린 스타 보유라는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90년 레스토랑 가이드북 ‘고미요’로부터 이미 ‘세기의 셰프’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의 요리 철학은 적은 재료로 완벽한 맛을 내자는 것이다. 하나의 음식엔 3~4개의 재료만을 사용하려 한다. 2014년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이가 들수록 깨닫게 되는 진실은 요리는 단순할수록 더욱 훌륭해진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대표 요리는 매쉬드 포테이토다. 1945년 프랑스 마을 푸아티에에서 태어난 그는 성직자가 되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신학교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동료 학생들에게 요리를 해주다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됐고, 15세에 고향의 한 레스토랑에 견습 셰프로 취직하면서 요리 세계에 입문했다. 1974년 29세의 나이에 파리 콩코드 라파예트 호텔 총주방장 자리에 올랐고, 1981년 프랑스 파리 에펠탑 근처에 문을 연 레스토랑 ‘자맹(Jamin)’은 오픈 첫 해 바로 미쉐린 스타 1개를 얻었다. 오픈 3년 만에 3스타 반열에 올랐는데, 이는 세계 역사상 최단 기록이었다. 요리업계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돌연 1996년 은퇴 선언을 한다. 하지만 2003년 일본 도쿄와 프랑스 파리에 ‘라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을 오픈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의 사망 소식에 프랑스 정부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쉐린 스타를 받은 요리의 선구자 조엘 로뷔숑이 우리를 떠났다”며 “그의 솜씨는 프랑스식 미식을 가능하게 한 예술이며 다음 세대 요리사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지난달 3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북미버스(BookMeBus)’ 사무실에서 만난 랑다 체아 북미버스 창립자(29)는 회사 소개를 부탁하자 회사가 마주한 문제들에 대해 얘기했다. A를 해결했더니 B 문제가 생겼고, B를 해결하니 또다시 C 문제가 생겼다는 식이었다. 캄보디아 대표 스타트업으로 떠올랐지만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그는 그럼에도 자신 있게 말했다. “시간이 걸릴 뿐, 결국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2015년 10월 설립된 북미버스는 캄보디아 내 버스, 보트, 사설 택시 예약을 도와주는 온라인 티켓 가격비교 플랫폼이다. 출발지와 도착지, 출발 날짜를 지정해 검색하면 해당하는 버스회사들의 티켓을 보여준다. 이용자들은 버스회사에 별점이나 리뷰를 남길 수 있다. 티켓을 사기 위해 터미널이나 매표소를 직접 찾아 손짓 발짓을 동원해 소통해야 하는 불편함을 줄여줘 캄보디아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 사이에 인기다. 북미버스는 현재 40곳 이상 현지 운송 업체에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체아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 일상에서 겪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프놈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녔던 그는 차로 5시간 거리에 있는 고향 바탐방 지역에 가기 위해 프놈펜 기차역에서 택시를 합승하곤 했다. 하지만 택시 기사들은 승객 4명을 모집해야만 출발했다. 그는 “고향에 가기 위해 택시 기사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바탐방 지역에 언제쯤 갈 것인지 손님은 얼마나 모였는지를 물어봐야 해 시간낭비였다”며 “웹사이트를 만들어 택시 스케줄이나 요금을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말했다. 체아는 2013년 어느 날 택시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 5시간 동안 자신의 아이디어가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지를 기사에게 물었다. 택시 기사도 “그런 서비스가 있으면 하루 종일 역 앞에서 기다리며 시간 낭비할 필요 없겠다”는 반응이었다. 아이디어를 품고 있다가 2015년 초 회사에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했다.대학에서 IT와 영어 교육을 전공한 그는 기업 경영과 관련한 지식이 없었다. 그는 “사업계획 없이 무작정 창업했고 문제에 부딪히면 그때 가서 해결책을 생각해 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운 좋게 4명의 주주를 확보해 총 2만 달러를 투자받았는데 6개월 만에 돈을 다 써버렸다”며 “집에 마련한 사무실을 꾸미는데 돈을 많이 썼다. 그게 창업하는 사람들의 꿈 아니겠냐”며 웃었다. 하지만 죄책감을 느낀 그는 ‘이 사람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사업을 키워가기 시작했다.북미버스는 출발 시간과 티켓 가격이 정해진 버스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종이로 인쇄된 티켓에 익숙한 버스회사들은 북미버스를 쉽게 믿지 않았다. 그는 영세 버스업체들도 북미버스 플랫폼을 이용하면 웹사이트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인지도가 낮은 버스업체도 고객을 보다 쉽게 유치해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설득했다. 그는 “이제는 버스가 2대밖에 없는 영세 업체도 좌석을 모두 판매할 수 있게 됐다”며 “북미버스의 등장으로 운송업계가 디지털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북미버스 서비스가 아직 생소하다보니 웹사이트에서 구매하는 티켓이 실제 유효한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용자들이 있었다. 티켓을 손에 넣기 전에는 돈을 미리 지급할 수 없다는 이용자들도 있었다. 고민 끝에 그는 캄보디아의 모바일 송금 업체들과 협력해 업체의 에이전트를 통해 티켓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들은 프놈펜 시내 곳곳에 있는 에이전트를 찾아가 돈을 지불하고 실물 티켓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누구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다. 그 문제에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창업 초기 하루 10건 가량이던 거래량이 올해 초 300건 이상으로 늘어난 북미버스는 2016년 캄보디아 정보통신기술(ICT) 어워드 등 각종 스타트업 대회에서 우승했다. 다음달 중 호텔 픽업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는 그는 궁극적으로 캄보디아의 ‘그랩(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업체)’ ‘우버’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표준 시간대를 설정하는 기준 도시를 보면 방콕이나 자카르타는 있지만 프놈펜은 없어요. 그만큼 캄보디아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예요. 북미버스를 세계적인 모델로 키워 ‘캄보디아도 세계시장에 내놓을 것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프놈펜=위은지기자 wizi@donga.com}

“최근 2년 사이 ‘그랩’으로 툭툭(오토바이 택시)을 부르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 바가지요금을 쓰는 경우가 없거든요.” 지난달 3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대학생 소넨 씨(20·여)는 툭툭을 탈 때 주로 그랩을 이용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차량 호출 앱이다. 소넨 씨가 앱으로 툭툭을 호출한 지 3분 후, 프놈펜 독립기념탑 인근 호출 위치로 초록색 툭툭 한 대가 도착했다. 운전사의 운전대 앞엔 툭툭의 실시간 위치가 나타나는 스마트폰이 부착돼 있었다. 프놈펜 길거리에서 툭툭을 잡기 위해 손을 흔드는 모습은 더 이상 찾기 어렵다. ○ ‘독재국가’ 비판에도 경제는 급성장 제1야당을 강제 해산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면서 지난달 29일 총선에서 또다시 승리한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전 세계적으로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 경제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1인당 국민소득이 1384달러(약 156만 원)에 불과한 아시아 최빈국 중 한 곳이지만 최근 5년간(2012∼2017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7%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6.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캄보디아 정부가 공을 들이는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이다. 2023년까지 ‘디지털 경제’로의 체질 변화를 목표로 세웠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도시 전체, 지방의 70%에 데이터 통신망을 보급하고 ‘전자정부’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스마트폰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캄보디아 비영리단체 ‘오픈인스티튜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5∼65세 캄보디아 인구 중 48%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전년 대비 2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청년 인구가 많은 ‘젊은 국가’라는 것도 강점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캄보디아 총인구 1620만 명 중 14세 이하가 약 31%, 15∼24세가 약 18.4%다.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24세 이하다. 청년들 사이에선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영어는 필수라는 인식이 강하다. 학교가 부족해 캄보디아 공립학교는 대부분 오전·오후반 2부제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프놈펜에서는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오후에 사설 영어학원에 가는 학생이 많다. 사설 영어 교육기관 CAM-ASEAN의 소파냐 세앙 회장은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거나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선 영어가 필수이다 보니 다른 아시아 지역 학생들보다 영어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 부는 스타트업 열풍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현재 프놈펜 내 코워킹 스페이스(공유 사무실)는 10곳 이상, 스타트업 수는 4000곳가량으로 추정된다. 2015년 10월 설립된 ‘북미버스(BookMeBus)’는 캄보디아의 대표 스타트업 중 하나다. 인터넷 및 모바일 앱을 통해 캄보디아 내 버스, 보트, 개인택시 업체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기반 플랫폼이다. 티켓을 사기 위해 터미널을 직접 찾아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줘 캄보디아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설립 4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이 업체는 현재 40곳 이상의 운송 업체에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랑다 체아 북미버스 창업자(29)는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개발하기엔 자금이 부족한 영세 운송업체들이 북미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며 “북미버스의 등장으로 운송 시장이 디지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6월 캄보디아 내 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목표로 벤처캐피털 ‘옥탄’을 설립한 르티 세아 월드브리지그룹 회장은 “캄보디아의 젊은 기업가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아 부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다”며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사업 노하우도 함께 전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수준 높은 핀테크 기업들이 캄보디아에 진출하길 희망했다. 그는 “한국의 핀테크 기술이 캄보디아에도 전수되었으면 한다”며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만큼 캄보디아의 스타트업 인프라에 투자하면 ‘신뢰’를 중시하는 캄보디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프놈펜=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호캉스 기분 취해 뒷정리 나몰라라… 정말 곤란해요 저는 일주일 중 토요일 오후가 제일 무섭습니다. 저뿐 아니라 저와 같은 일을 하는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 제 직업이 궁금하다고요? 전 호텔에서 ‘메이드’라고 불리는, 객실청소 담당 직원입니다. 저희가 토요일 오후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전날 밤 ‘불금’을 보내는 한국 손님들이 집중되기 때문이에요. 호텔방을 빌려 지인들과 파티를 즐기는 ‘룸파티’나 ‘호캉스(호텔+바캉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말엔 한국인으로 넘쳐나거든요. 이들이 떠난 자리는 충격적일 때가 많아요. 카펫 바닥과 침대 위에 토사물이 있는가 하면, 청소하러 들어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바닥에 술병이 널브러져 있기도 하죠.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풍선을 떼려 했는지 벽지가 찢어진 방도 있어요. 카펫 위에 케이크가 통째로 짓이겨진 모습도 봤어요. 문을 여는 순간 ‘헉’ 소리가 난다니까요. 한국 손님들은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내 돈 내고 왔는데 뭐가 문제냐.’ ‘대신 치워달라고 비싼 돈 낸 것 아니냐.’ 하지만 같은 돈을 낸 손님 중에 그렇지 않은 손님들도 많답니다. 메이드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라별 투숙객 문화가 비교되더라고요. 이제 우리도 경제력에 걸맞은 숙소 사용 예절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 ‘떠나면 그만’, 생각 버리고 배려도 챙기세요 직장인 윤호영 씨는 5년 전 대학생 때 해외연수를 갔다가 일본과 대만 등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그들의 숙소 사용 매너다. 윤 씨는 “퇴실할 때 사용한 이불을 마치 자신의 침대를 정리하듯 각 잡아 정돈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그동안 내가 숙소를 얼마나 함부로 사용했는지 처음으로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많은 한국인에게 여행은 삶의 일부다. 지난해 해외여행에 나선 국민은 26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여행이 보편화된 데 반해 숙소 사용 예절은 일천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이들은 여러 나라 투숙객을 접하는 호텔 직원들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I호텔 직원 이모 씨는 “숙소 예절은 예약 단계부터 시작된다”며 “투숙객 인원을 속이고 예약하거나 흡연자이면서 비흡연자로 체크하는 일 등 난감한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흡연자이면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상쾌한 방을 얻기 위해 비흡연룸에 투숙한 뒤 담배를 피울 경우 냄새 제거가 쉽지 않아 큰 문제가 된다. 이 씨는 “보통 방 하나를 청소하는 데 40분을 잡는데 이런 방은 3시간 이상 별도의 환기장비를 돌려도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 않는다”며 “최악의 경우 다음 손님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화장실 사용 매너도 메이드들에겐 골칫거리다. 대다수의 외국 호텔과 외국계 국내 호텔들은 배수관 냄새 등 위생상 이유로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샤워커튼도 치지 않은 채 샤워를 하다가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기 일쑤다. 서울 M호텔 관계자는 “화장실 밖 객실 카펫까지 다 젖으면 일이 아주 복잡해진다”며 “샤워커튼을 반드시 욕조 안쪽으로 치는 것은 호텔 이용 시 필수 매너”라고 말했다. 메이드들은 이것을 보면 투숙객의 매너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수건’이다. 작은 부분이지만 다 쓴 수건을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를 보면 투숙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H호텔 관계자는 “한국 손님들은 쓰고 난 수건과 샤워가운을 주로 바닥에 던져 놓는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지역 투숙객들은 대부분 사용한 수건을 욕조 안에 넣거나 세면대 위 한쪽에 쌓아둔다. H호텔 관계자는 “수건을 한쪽에 모아놓으면 치우는 사람도 편하고 바닥에 있는 것보다 위생상으로도 좋다”며 “다음 손님을 위한 일종의 배려인 셈”이라고 말했다. 보통 매일 갈게 돼 있는 침대 시트나 이불 커버를 하루 이상 쓰겠다고 의사 표시를 하는 것도 좋은 매너다. 시트를 갈 때 힘이 들기도 하지만 한 번 갈 때마다 나오는 엄청난 양의 빨래를 줄일 수 있어 환경오염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인색한 한국인의 ‘칭찬문화’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숙객의 경우 객실 상태나 서비스에 만족했을 때 적극적으로 감사 메시지를 남기거나 칭찬카드를 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C호텔 관계자는 “프런트에 남긴 칭찬 메시지는 객실부를 통해 해당 메이드에게 모두 전달된다”며 “그 무엇보다 메이드들이 고마워하는 것이 칭찬이다. 비록 손님은 떠나도 손님의 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좋게 남는다”고 말했다. 여행 시 이용하는 숙소는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가정집을 숙소로 공유하는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나의 숙소예절이 단순한 매너를 넘어 다음 숙소 예약 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김지윤 씨는 “숙소 공유 경제의 대표 주자인 에어비앤비의 경우 손님만 집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집주인도 손님을 평가해 별점을 준다”며 “집을 함부로 쓰는 ‘진상 고객’은 다른 집주인들이 꺼려 추후 원하는 숙소 예약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위은지 기자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최근 2년 사이 ‘그랩’으로 툭툭(오토바이 택시)을 부르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이 어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 바가지요금을 쓰는 경우가 없거든요.” 지난달 3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대학생 소넨(20·여)은 툭툭을 탈 때 주로 그랩을 이용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차량 호출 앱이다. 소넨이 앱으로 툭툭을 호출한지 3분 뒤 프놈펜 독립기념탑 인근의 호출 위치로 초록색 툭툭 한 대가 도착했다. 기사의 운전대 앞엔 툭툭의 실시간 위치가 나타나는 스마트폰이 부착돼 있었다. 툭툭을 잡기 위해 프놈펜 길거리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 ‘독재국가’ 비판에도 경제는 급성장 제1야당을 강제 해산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면서 지난달 29일 총선에서 또다시 승리한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전 세계적으로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 경제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1인당 국민소득 1384달러(약 156만3920원)에 불과한 아시아 최빈국 중 한 곳이지만 최근 5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7%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6.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캄보디아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이다. 2023년까지 ‘디지털 경제’로의 체질 변화를 목표로 세웠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도시 전체, 지방의 70%에 데이터 통신망을 보급하고 ‘전자 정부’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스마트폰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캄보디아 비영리단체 ‘오픈인스티튜트’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5~65세 캄보디아 인구 중 48%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전년 대비 21%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청년인구가 많은 ‘젊은 국가’라는 것도 강점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캄보디아 총인구 1620만 명 중 14세 이하가 약 31%, 15~24세가 약 18.4%다.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24세 이하다. 청년들 사이에선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영어는 필수라는 인식이 강하다. 학교가 부족해 캄보디아 공립학교는 대부분 오전·오후반 2부제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프놈펜에서는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오후에 사설 영어학원에 가는 학생들이 많다. 사설 영어교육기관 CAM-ASEAN의 소파냐 세앙 회장은 “캄보디아 젊은이들에게 영어는 ‘생존’의 문제”라며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거나 좋은 일자리를 위해 영어가 필수이다 보니 다른 아시아 지역 학생들보다 영어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 부는 스타트업 열풍 이런 배경에서 캄보디아에서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현재 프놈펜 내 코워킹 스페이스(공유 사무실)는 10곳 이상, 스타트업의 수는 4000곳 가량으로 추정된다. 스타트업 대회 이외 이렇다할 정부의 지원책이 없고, 민간 분야의 스타트업 투자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수준이지만 두각을 보이는 스타트업 업체들이 있다. 2015년 10월 설립된 ‘북미버스(BookMeBus)’는 캄보디아의 대표 스타트업 중 하나다. 인터넷 및 모바일 앱을 통해 캄보디아 내 버스, 보트, 개인택시 업체와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공유경제 기반 플랫폼이다. 티켓을 사기 위해 터미널이나 매표소를 직접 찾아야 하는 불편함을 줄여줘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설립 4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이 업체는 현재 40곳 이상의 운송 업체에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랑다 체아 북미버스 창업자(29)는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개발하기엔 자금이 부족한 영세 운송 업체들이 북미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며 “북미버스의 등장으로 운송 시장이 점점 디지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계속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면서도 “어떤 문제든 결국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 6월 캄보디아 내 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목표로 벤처캐피털 ‘옥탄’을 설립한 릇티 씨어 월드브릿지그룹 회장은 “캄보디아의 젊은 기업가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쉽지 않아 부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에 총 500만 달러(약 56억5000만 원)를 투자할 계획인 그는 “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사업 노하우도 함께 전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준 높은 한국의 핀테크 기업들이 캄보디아에 진출하길 희망했다. 그는 “한국의 핀테크 기술이 캄보디아에도 전수되었으면 한다”며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만큼 캄보디아의 스타트업 인프라에 투자한다면 ‘신뢰’를 중시하는 캄보디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놈펜=위은지기자 wizi@donga.com}

저는 일주일 중 토요일 오후가 제일 무섭습니다. 저뿐 아니라 저랑 같은 일하는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 제 직업이 궁금하다고요? 전 호텔에서 ‘메이드’라고 불리는, 객실청소 담당 직원입니다. 저희가 토요일 오후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전날 밤 ‘불금’을 보내는 한국 손님들이 집중되기 때문이에요. 호텔방을 빌려 지인들과 파티를 즐기는 ‘룸파티’나 ‘호캉스(호텔+바캉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말엔 한국인으로 넘쳐나거든요. 이들이 떠난 자리는 충격적일 때가 많아요. 카펫 바닥과 침대 위에 토사물이 있는가 하면, 청소하러 들어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바닥에 술병이 널브러져 있기도 하죠.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풍선을 떼려 했는지 벽지가 찢겨진 방도 있어요. 카펫 위에 케이크가 통째로 짓이겨진 모습도 봤어요. 문을 여는 순간 ‘헉’소리가 난다니까요. 한국 손님들은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내 돈 내고 왔는데 뭐가 문제냐.’ ‘대신 치워달라고 비싼 돈 낸 것 아니냐.’ 하지만 같은 돈을 낸 손님 중에 그렇지 않은 손님들도 많답니다. 메이드 일을 오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라별 투숙객 문화가 비교되더라고요. 이제 우리도 경제력에 걸맞는 숙소 사용 예절을 갖춰야 하지 아닐까요? 직장인 윤호영 씨는 5년 전 대학생 때 해외연수를 갔다가 일본과 대만 등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그들의 숙소사용 매너다. 윤 씨는 “퇴실할 때 사용한 이불을 마치 자신의 침대를 정리하듯 각 잡아 정돈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그동안 내가 숙소를 얼마나 함부로 사용했는지 처음으로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많은 한국인에게 여행은 삶의 일부다. 지난해 해외여행에 나선 국민은 26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여행이 보편화된 데 반해 숙소 사용 예절은 일천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이들은 여러 나라 투숙객을 접하는 호텔 직원들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I호텔 직원 이모 씨는 “숙소 예절은 예약 단계부터 시작된다”며 “투숙객 인원을 속이고 예약하거나 흡연자이면서 비흡연자로 체크하는 일 등 난감한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흡연자이면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상쾌한 방을 얻기 위해 비흡연룸에 투숙한 뒤 담배를 피울 경우 냄새 제거가 쉽지 않아 큰 문제가 된다. 이 씨는 “보통 한 방을 청소하는 데 40분을 잡는데 이런 방은 3시간 이상 별도의 환기장비를 돌려도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 않는다”며 “최악의 경우 다음 손님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화장실 사용매너도 메이드들에겐 골칫거리다. 대다수의 해외호텔과 외국계 국내호텔들은 배수관 냄새 등 위생상 이유로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샤워커튼도 치지 않은 채 샤워를 하다가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기 일쑤다. 서울 M호텔 관계자는 “화장실 밖 객실 카펫까지 다 젖으면 일이 아주 복잡해진다”며 “샤워커튼을 반드시 욕조 안쪽으로 치는 것은 호텔 이용 시 필수매너”라고 말했다. 메이드들은 이것을 보면 투숙객의 매너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수건’이다. 작은 부분이지만 다 쓴 수건을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를 보면 투숙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H호텔 관계자는 “한국 손님들은 쓰고 난 수건과 샤워가운을 주로 바닥에 던져 놓는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지역 투숙객들은 대부분 사용한 수건을 욕조 안에 넣거나 세면대 위 한쪽에 쌓아둔다. H호텔 관계자는 “수건을 한쪽에 모아놓으면 치우는 사람도 편하고 바닥에 있는 것보다 위생상으로도 좋다”며 “다음 손님을 위한 일종의 배려인 셈”이라고 말했다. 보통 매일 갈게 돼 있는 침대 시트나 이불커버를 하루 이상 쓰겠다고 의사표시 하는 것도 좋은 매너다. 시트를 갈 때 힘이 들기도 하지만 한번 갈 때마다 나오는 엄청난 양의 빨래를 줄일 수 있어 환경오염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인색한 한국인의 ‘칭찬문화’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외국 투숙객의 경우 객실 상태나 서비스에 만족했을 때 적극적으로 감사 메시지를 남기거나 칭찬카드를 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C호텔 관계자는 “프론트에 남긴 칭찬메시지는 객실부를 통해 해당 메이드에게 모두 전달된다”며 “그 무엇보다 메이드들이 고마워하는 것이 칭찬이다. 비록 손님은 떠나도 손님의 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좋게 남는다”고 말했다. 여행 시 이용하는 숙소는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가정집을 숙소로 공유하는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나의 숙소예절이 단순한 매너를 넘어 다음 숙소 예약 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김지윤 씨는 “숙소 공유 경제의 대표주자인 에어비앤비의 경우 손님만 집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집주인도 손님을 평가해 별점을 준다”며 “집을 함부로 쓰는 ‘진상고객’은 다른 집주인들이 꺼려 추후 원하는 숙소예약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글로벌 특급호텔 메이드들이 알려주는 숙소사용예절 10계명>1. 예약 시 객실 당 정원과 흡연 여부를 솔직히 밝히자.2.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가 없으면 샤워 시 샤워커튼을 반드시 치자.3. 사용한 수건은 바닥 말고 세면대나 욕조 한 곳에 쌓아두자.4. 침대 시트를 하루 이상 쓰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청소 수고를 덜뿐 아니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5. 외출할 시 여행가방을 전용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바닥 청소가 한결 쉽다.6. 전기포트에 우유를 넣는 것은 금물, 물만 끓인다.7. 수건이나 헤어드라이어, 비상용 플래시 등 공용 비품을 가져가지 않는다.8. 아이를 동반했거나 파티를 할 경우 너무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스스로 유의한다.9. 퇴실 시간을 지켜줘야 다음 손님을 위한 객실 청소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10. 퇴실 시 칭찬카드를 작성하거나 메시지를 남겨주면 큰 힘이 된다.}

지난달 30일 기자가 찾은 캄보디아 프놈펜의 ‘캄보디아 기록센터(DC-CAM)’ 소장의 사무실 책장과 바닥엔 책이 가득했다. 제목에 적힌 홀로코스트,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같은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육 창 DC-CAM 소장(57)은 “이 책들은 제노사이드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창 소장은 ‘킬링필드’로 상징되는 1975∼1979년 크메르루주 공산정권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자료를 수집해 온 공로로 지난달 26일 ‘아시아의 노벨 평화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비가 쏟아질 때면 비가 나쁜 기억을 모두 씻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39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기억은 얼룩처럼 남아 있어요.” 창 소장 역시 킬링필드의 피해자였다. 캄보디아에 크메르루주 정권이 들어선 이듬해, 당시 15세이던 그는 굶고 있는 누이를 위해 버섯을 훔치다 붙잡혀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고문을 당했다. 크메르루주가 학살한 약 200만 명의 양민 중엔 그의 아버지와 형제 5명, 60명 가까이 되는 친척들도 있었다. 그는 “프놈펜의 중산층 집안에서 자란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고 싶었다”며 자료 수집 계기를 설명했다. 1995년 DC-CAM을 설립한 그는 크메르루주 정권과 관련된 수백만 건의 자료와 사진을 모았다. 그는 캄보디아전범재판소(ECCC)에 자료를 제공했고 직접 증언대에도 서 크메르루주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단죄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그는 캄보디아가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피해자도 많고, 젊은이들은 당시 상황을 부모로부터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다. 그는 “끔찍한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교육”이라며 “사람들에게 크메르루주 정권에 대해 객관적으로 교육할 때 피해자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2009년부터 고교에서 크메르루주 정권이 저지른 대량 학살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 당시의 전쟁 범죄로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는 한 그 누구도 범죄가 있었다는 사실을 지워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피해자의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도 전쟁 범죄를 인정함으로써 스스로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노사이드는 킬링필드, 홀로코스트 등 다양한 형태로 역사에서 반복돼 왔다. 1948년 유엔은 제노사이드 금지 협약을 채택했지만 이후 국제사회가 제노사이드를 막는 데 성공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는 “제노사이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세계 각국이 제노사이드의 역사를 교육하고 이를 방지할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세계에 번지고 있는 ‘무슬림 혐오’를 걱정했다. “혐오를 방치한다면 사람들은 계속 편견을 갖게 될 것이고, 결국 제노사이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프놈펜=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지난달 30일 기자가 찾은 캄보디아 프놈펜의 ‘캄보디아 기록센터(DC-CAM)’ 소장의 사무실 책장과 바닥엔 책이 가득했다. 제목에 적힌 홀로코스트,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같은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육 창 DC-CAM 소장(57)은 “이 책들은 제노사이드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창 소장은 ‘킬링필드’로 상징되는 1975~1979년 크메르루주 공산정권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자료를 수집해 온 공로로 지난달 26일 ‘아시아의 노벨 평화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비가 쏟아질 때면 비가 나쁜 기억을 모두 씻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39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기억은 얼룩처럼 남아있어요.” 창 소장 역시 킬링필드의 피해자였다. 크메르루주 정권이 들어선 이듬해, 당시 15세이던 그는 굶고 있는 누이를 위해 버섯을 훔치다 붙잡혀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고문을 당했다. 크메르루주가 학살한 약 200만 명의 양민 중엔 그의 아버지와 형제 5명, 60명 가까이 되는 친척들도 있었다. 그는 “프놈펜의 중산층 집안에서 자란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고 싶었다”며 자료 수집 계기를 설명했다. 1995년 DC-CAM을 설립한 그는 크메르루주 정권과 관련된 수백만 건의 자료와 사진을 모았다. 그는 캄보디아전범재판소(ECCC)에 자료를 제공했고 직접 증언대에도 서 크메르루주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단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는 캄보디아가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젊은이들은 부모로부터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해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끔찍한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교육”이라며 “과거의 실패를 배우고 이해해야 더 나은 미래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2009년부터 고교에서 크메르루주 정권 관련 내용을 필수로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 당시의 전쟁 범죄로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그는 “(전쟁 범죄가) 일어나지 않은 척 할 수는 없다”며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피해자의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힘들어도 희망을 버려선 안 된다”며 “피해자들이 죽어도 기억은 이어지기 때문에 역사를 지워버릴 순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48년 유엔에서 제노사이드 금지 협약이 채택됐지만 이후 세계가 제노사이드를 예방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세계에 번지고 있는 ‘무슬림 혐오’ 현상과 관련해 “혐오를 방치한다면 사람들은 계속 편견을 갖게 될 것이고 제노사이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세계 각국이 제노사이드에 대해 교육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놈펜=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최고기온 기록 경신’ 소식이 낯설지 않은 하루하루가 거듭되면서 세계 각 지역 사람들의 생활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5일(현지 시간) “건조한 공기 탓에 산불이 빈발해 소방관들이 잦은 출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잉글랜드 남동부의 낮 최고기온이 27일쯤 섭씨 38.5도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툭하면 불… 야외 바비큐 주의보 톰 조지 런던 소방청장은 “옥외화재로 인한 소방관 출동 횟수가 이미 2017년 총출동 횟수의 6배를 넘겼다”며 “야외에서 흡연, 바비큐 요리를 할 때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상 활동 중 잠깐의 실수가 막대한 피해를 부르기 쉬운 날씨라는 설명이다. 뙤약볕에 노출돼 섭씨 48도 정도로 뜨겁게 달궈진 지상 철로를 달리는 영국의 기차들은 열에 의해 팽창한 철로가 휘면서 탈선할 위험이 높아지자 속도를 줄여 운행하고 있다. 자동차 도로 사정도 다르지 않다. BBC는 “지난주 웨일스 일부 도로의 아스팔트 포장이 녹아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외 스포츠 활동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에식스주 크리켓 팀과 인도 대표팀은 최근 예정됐던 연습경기를 하루 전에 취소했다. 펄펄 끓는 폭염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폭염 대피소 오세요” 무료셔틀 운영 미국에서는 ‘폭염 대피소’를 설치하는 도시가 늘고 있다. 텍사스주 휴스턴시는 최근 에어컨 없는 집에 거주하는 시민을 위한 대피소 5곳을 개방했다. 시 당국은 “55세 이상 성인과 5세 이하 어린이는 낮 동안에 가급적 야외 활동을 피하고 대피소에 머물러 달라”고 권고했다.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피해가 심각한 캘리포니아주의 프레즈노시는 냉방 설비를 갖춘 대피소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폭염이 도시 공간 전체의 ‘색깔’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지역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도 아마다바드시와 하이데라바드시에서는 실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건물 주석(朱錫) 지붕을 흰색 반사질 방수재로 칠해 덮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이데라바드시 당국은 “이 작업으로 실내 온도가 2도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붕뿐 아니라 건물 외벽도 같은 방식으로 칠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는 빈 병 품귀 현상으로 양조업체들이 애를 먹고 있다. 병맥주 수요는 한없이 늘어난 반면 맥주를 담을 빈 병이 부족해 공장 생산 라인을 어쩔 수 없이 자주 멈추고 있다는 것. 보훔시 양조업체 모리츠 피게 브루어리는 회사 페이스북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병이 부족합니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 빈 모리츠 병을 반납해 주세요!”라는 호소문을 올리기도 했다.도쿄올림픽 낮경기 일정 변경 검토 2020년 7, 8월에 여름 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 도쿄시 당국도 고민에 빠졌다. 미국 CNN방송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마라톤 경기 코스 주변에 나무를 빽빽이 심어 그늘을 만들고 트랙에 물을 살포하는 설비를 마련할 계획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낮 시간대 야외 경기를 피하는 방안, 아예 올림픽 개최 일자를 가을철로 미루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문제는 이렇게 지독한 폭염이 올해만의 이상기후 현상으로 그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이다. 기상학자들은 올여름의 무더위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항구적 양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영국 런던정경대 그랜트햄연구소의 밥 워드 정책담당관은 25일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여름 영국에서만 폭염 피해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길 것으로 에상된다”며 “농업과 자연생태계도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투표할때 폭염 대응능력 따질것” 폭염이 삶에 입히는 직접적 피해가 커지면서 앞으로는 ‘기후’가 정치적 선택의 중요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프리더리크 오토 옥스퍼드대 기상학 연구위원은 “온실가스 등 지구온난화 원인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폭염의 무한 반복을 피하기 위해 누구에게 투표해야 할지, 모두가 더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손택균 sohn@donga.com·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