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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가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국 주가가 폭락한 데 이어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평균주가가 1년여 만에 20,000엔 선이 무너지는 등 전 세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24일(현지 시간) 미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폐쇄)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개장한 뉴욕 증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비판 트윗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금융당국 회의 소집 등 워싱턴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세계 증시 폭락 촉발한 ‘트럼프 리스크’ 뉴욕 증시는 1930년대 이후 12월 기준으로 최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후 상승세를 타는 ‘산타 랠리’조차 실종됐다. 122년 역사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날처럼 큰 폭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24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2.9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71%, 나스닥지수는 2.21% 급락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3대 지수가 1% 이상 급락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 언론들은 이날 뉴욕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연방정부 셧다운,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설 등 ‘트럼프 리스크’를 지목했다. 미 정부는 국경 장벽 예산을 놓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해 22일부터 셧다운에 돌입했다. 백악관 안팎에서는 셧다운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과 파월 의장의 해임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는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우리 경제의 유일한 문제는 연준”이라며 “연준은 공을 맞히지 못해 점수를 낼 수 없는 힘센 골퍼와 같다. 그는 퍼팅을 못 한다”고 다시 맹비난했다. 다우지수는 트럼프 트윗이 전해지자 하락 폭을 키웠다. 뉴욕 증시 급락에 따라 25일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도쿄 증시는 거래 개시 직후부터 매도 주문이 이어졌다. 한국 증시는 휴일인 이날 문을 닫았지만 향후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전문가들은 연말 상승장을 뜻하는 ‘산타 랠리’가 실종된 데 이어 연초의 ‘1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마지막까지 버티던 미국 증시도 강세장이 무너진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도 현금 보유와 안전자산을 늘리려는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유가도 폭락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주가 급락까지 겹치면서 국제 유가는 또다시 폭락했다. 내년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06달러(6.7%) 폭락한 42.53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브렌트유도 6.2% 폭락한 50.47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며 50달러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주요 산유국이 감산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유가의 급락세를 막지 못했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쿠웨이트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쿠웨이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평균 120만 배럴의 감산 조치가 내년 상반기 공급 과잉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유가가 계속 하락할 경우 추가 억제책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성향 확산으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박성민 기자}

미국 증시 급락의 여파로 일본 증시가 5% 이상 폭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블랙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촉발한 ‘정치 리스크’가 연말 글로벌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25일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평균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10.45엔(5.01%) 급락한 19,155.74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지수가 2만 엔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크리스마스로 휴장한 한국을 제외하고 대만(―1.17%), 중국(―0.88%) 등 주요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전날 뉴욕 증시의 급락세가 아시아 증시를 강타한 것이다. 24일(현지 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1% 급락한 21,792.2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2.71%), 나스닥지수(―2.21%)도 동반 하락했다. 세계 경기둔화 우려에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폐쇄),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 공격 등 미국발 정치적 리스크가 맞물려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한국 증시도 이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급락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국제유가도 24일 6% 넘게 폭락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영어를 못하니 말도 못하게 고생했습니다. 닭고기가 먹고 싶으면 날개를 치는 모습을, 생선 요리가 생각나면 물고기가 헤엄치는 걸 흉내 냈어요.” 1959년 한국 걸그룹 최초로 미국 연예계에 진출한 김시스터즈의 맏언니 숙자 씨(79)는 미국에 처음 오던 날을 ‘깜깜한 밤’에 비유했다. 호텔 몇 개와 먼지 풀풀 날리던 도로만 있던 라스베이거스, 아는 사람이라곤 미국인 매니저뿐이고 언어 음식 문화 모두 낯설었다. “동생 애자(작고)는 음식이 안 맞아 병이 났어요. 하도 고생을 하니 엄마(‘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 씨)가 깡통에 총각김치를 담아 미국으로 보내주셨어요. 그런데 안 오는 거예요. 공항 직원들이 깡통이 새서 냄새가 심하고 썩은 것 같아 버렸다는 거예요. ‘아, 이 사람들아, 그게 제일 맛있는 건데’라며 발을 굴렀습니다.” 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미국인들의 차가운 시선에 눈물도 흘릴 만큼 흘렸다. “한국에서 들고 온 악보를 미국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보여줬더니 어설프다고 비웃어요. 하도 억울해 셋이서 구석에서 울었습니다. 일본 여성 단원이 ‘울지 말아요. 당신들은 언젠가 빅스타가 될 겁니다’라고 말해주더군요. 그 말이 참 고마웠습니다.” 실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무대는 두렵지 않았다. 천재 작곡가로 알려진 아버지 김해송 씨와 어머니 이난영 씨의 무대를 어려서부터 봤고, 가야금 장구 북부터 기타 색소폰 드럼 등 각종 악기를 다뤘다. 발레까지 배워 미국에 왔다. 매일 8시간을 연습에 매달렸다. “1959년 2월 3일 라스베이거스 스타더스트호텔에서 처음 공연할 때 무대 배경 세트가 잘못돼 쓰러졌어요. 그런데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공연을 끝내던 우리를 매니저가 보고 ‘이 아이들은 반드시 성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대요.” 도저히 힘에 부칠 때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어 울기만 했어요. 엄마가 ‘숙자야, 무슨 일이 있어도 힘내고 성공해야 한다’고 해요. 전화기에 대고 ‘네, 네, 네’만 반복했습니다. 곁에 있던 매니저가 ‘너희들은 노(No)라는 말은 모르냐’고 하더라고요.(웃음)” 먹고살기 위해 각자의 사연을 안고 미국으로, 중동으로, 전 세계로 떠났던 다른 한국 근로자들과 해외 동포들도 그랬을 것이다. 4주 계약으로 미국 땅을 밟은 김시스터즈는 미국인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으며 8개월 반 연장 공연을 하고, 미국 최고의 TV쇼에 출연하면서 ‘케이팝의 전설’이 됐다. “미국에 와서 엄청난 규모의 후버댐을 보고 ‘저건 도저히 사람 힘으로 지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별을 보며 ‘내가 미국을 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게 생각나더군요. 후버댐이 지어지고 제가 여기서 성공한 걸 보면 ‘꿈을 가지면 누구나 힘이 생긴다’는 걸 알 수 있죠.” 숙자 씨는 데뷔 60주년이 되는 내년 김시스터즈 뮤지컬 제작을 논의하고 있다.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루커스 포스터 씨는 “김시스터즈의 여정은 ‘여러분이 재주가 있고 그것을 믿는다면,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해 매일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면 꿈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고 말했다. 숙자 씨는 자신과 형제들이 3가지 인생의 복권에 당첨됐다고 말한다. 그 3대 복권은 미국에 와서 도전할 수 있었던 것, 미국에서 성공한 것, 미국에서 계속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을 몰고 온 영국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처럼 39년생 숙자 씨도 여전히 외치고 있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고….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지난 주말 내내 24일 증시 개장에 앞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설’을 진화하려고 진땀을 뺐다. CNN방송은 23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월요일(24일) 월가가 문을 열면 시장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미국 대형 은행의 몇몇 최고경영자들과 전화 통화를 하며 일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므누신 장관이 “시스템은 여전히 정상적”이라는 메시지를 대형 은행장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22일엔 “나는 제이(제롬) 파월 의장의 해고를 제안한 적도 없으며 그렇게 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연준 수장 해임설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워 지난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세를 보인 뉴욕증시가 더 추락할 수도 있다고 보고 적극적 해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겸 예산국장도 23일 ABC방송 디스위크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날 므누신 장관이 전달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되풀이했다. 참모들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연준의 금리 인상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휴전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관세폭탄 카드 등을 꺼내기 어렵게 돼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므누신 장관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연준의 정책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금리 인상과 연준의 포트폴리오(국채 및 모기지 증권) 축소는 특히 나의 주요한 무역협상이 진행 중인 때에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이 나를 후버로 만들려고 한다’고 참모진에게 전에 말했다”고 전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대공황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는 얘기다. 12월의 미 증시는 올 고점인 9월의 증시에 비해 약 15% 떨어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오던 부자들도 증시 불안 여파로 등을 돌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CNBC는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갖고 있는 투자자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백만장자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34%에 불과했다. 이 중 공화당원의 62%가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혔는데, 일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의 트럼프 지지도는 80∼90%에 이른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한기재 기자}

“영어를 못하니 말도 못하게 고생했습니다. 닭고기가 먹고 싶으면 날개를 치는 모습을, 생선 요리가 생각나면 물고기가 헤엄치는 걸 흉내 냈어요.” 1959년 한국 걸그룹 최초로 미국 연예계에 진출한 김시스터즈의 맏언니 숙자 씨(79)는 미국에 처음 오던 날을 ‘깜깜한 밤’에 비유했다. 호텔 몇 개와 먼지 풀풀 날리던 도로만 있던 라스베이거스, 아는 사람이라곤 미국인 매니저뿐이고 언어 음식 문화 모두 낯설었다. “동생 애자(작고)는 음식이 안 맞아 병이 났어요. 하도 고생을 하니 엄마(‘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 씨)가 깡통에 총각김치를 담아 미국으로 보내주셨어요. 그런데 안 오는 거예요. 공항 직원들이 깡통이 새서 냄새가 심하고 썩은 것 같아 버렸다는 거예요. ‘아, 이 사람들아, 그게 제일 맛있는 건데’라며 발을 굴렀습니다.” 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미국인들의 차가운 시선에 눈물도 흘릴 만큼 흘렸다. “한국에서 들고 온 악보를 미국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보여줬더니 어설프다고 비웃어요. 하도 억울해 셋이서 구석에서 울었습니다. 일본 여성 단원이 ‘울지 말아요. 당신들은 언젠가 빅스타가 될 겁니다’라고 말해주더군요. 그 말이 참 고마웠습니다.” 실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무대는 두렵지 않았다. 천재 작곡가로 알려진 아버지 김해송 씨와 어머니 이난영 씨의 무대를 어려서부터 봤고, 가야금 장구 북부터 기타 색소폰 드럼 등 각종 악기를 다뤘다. 발레까지 배워 미국에 왔다. 잠자고 먹는 시간 빼고 매일 8시간을 연습에 매달렸다. “1959년 2월 3일 라스베이거스 스타더스트호텔에서 처음 공연할 때 무대 배경 세트가 잘못돼 쓰러졌어요. 그런데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공연을 끝내던 우리를 매니저가 보고 ‘이 아이들은 반드시 성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대요.” 도저히 힘에 부칠 때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어 울기만 했어요. 엄마가 ‘숙자야, 무슨 일이 있어도 힘내고 성공해야 한다’고 해요. 전화기에 대고 ‘네, 네, 네’만 반복했습니다. 곁에 있던 매니저가 ‘너희들은 노(No)라는 말은 모르냐’고 하더라고요.(웃음)” 먹고살기 위해 각자의 사연을 안고 미국으로, 중동으로, 전 세계로 떠났던 다른 한국 근로자들과 해외 동포들도 그랬을 것이다. 4주 계약으로 미국 땅을 밟은 김시스터즈는 미국인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으며 8개월 반 연장 공연을 하고, 미국 최고의 TV쇼에 출연하면서 ‘케이팝의 전설’이 됐다. “미국에 와서 엄청난 규모의 후버댐을 보고 ‘저건 도저히 사람 힘으로 지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별을 보며 ‘내가 미국을 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게 생각나더군요. 후버댐이 지어지고 제가 여기서 성공한 걸 보면 ‘꿈을 가지면 누구나 힘이 생긴다’는 걸 알 수 있죠.” 숙자 씨는 데뷔 60주년이 되는 내년 김시스터즈 뮤지컬 제작을 논의하고 있다.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루커스 포스터 씨는 “김시스터즈의 여정은 ‘여러분이 재주가 있고 그것을 믿는다면,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해 매일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면 꿈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고 말했다. 숙자 씨는 자신과 형제들이 3가지 인생의 복권에 당첨됐다고 말한다. 그 3대 복권은 미국에 와서 도전할 수 있었던 것, 미국에서 성공한 것, 미국에서 계속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을 몰고 온 영국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처럼 39년생 숙자 씨도 여전히 외치고 있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고….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부동산 시장은 두 달째 펄펄 끓고 있다. 맨해튼과 이스트강을 사이에 두고 맞대고 있는 이곳에 아마존 제2본사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10년간 25억 달러(약 2조8100억 원)를 투자해 억대 연봉자 2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아마존 특수’로 세계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침체를 걱정하던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3년 전 롱아일랜드시티에 1층 상가를 구입한 한 부동산 투자자는 17일(현지 시간) 기자와 만나 “아마존 제2본사 건설이 확정된 뒤 구입 당시 가격의 갑절로 쳐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며 “3배는 줘야 한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을 키워낸 시애틀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시애틀은 아마존 본사가 들어선 지난 8년간 ‘아마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아마존 제2본사가 롱아일랜드시티와 워싱턴 근처 버지니아주 북부 내셔널랜딩으로 결정되면서 2001년 보잉이 본사를 시애틀에서 시카고로 옮길 때의 ‘보잉 쇼크’와 비슷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아마존 때문에 희비 엇갈린 도시들 시애틀 인구는 아마존이 들어선 뒤 인구가 40% 늘고, 주택 가격은 50% 올랐다. 아마존 직원만 4만 명이 증가했다. 시애틀 일자리 3개 중 하나가 아마존 직원이거나 아마존과 관련된 일자리다. 2010년 이후 미국 가구의 소득은 21% 증가했지만 시애틀은 32% 상승했다. 시애틀 시의회는 인구가 급증하고 집값이 급등하자 최저 임금을 미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직원 1인당 일정액의 세금을 대기업에서 거둬 저소득층 주택 지원이나 대중교통 확충에 쓰는 ‘대기업세’ 신설까지 추진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제2본사를 다른 곳에 짓기로 하면서 이제는 ‘아마존 엑소더스’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부동산리서치회사 그린스트리트어드바이저스는 “아마존은 제2본사를 향후 15년간 시애틀 본사와 맞먹게 키우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력 증가는 시애틀 밖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중개회사 레드핀에 따르면 아마존 직원 20명 중 1명이 집을 내놓으면 시애틀 전체 매물이 10%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공급 과잉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 일부 집주인들은 일정 기간 무료 임대나 2500달러 선불카드 등을 제공하면서 세입자 잡기에 나섰다. ○ 아마존 유치 위해 40년 금기까지 깬 뉴욕 지난해 10월 시작된 아마존 제2본사 유치 경쟁은 미국 캐나다 등 북미 도시 238곳이 도전장을 낼 정도로 치열했다. 뉴욕시는 20억 달러의 세금 혜택 등의 지원과 40년간 지켜온 ‘금기’까지 깼다. 1977년 팬암빌딩 헬기 추락사고 이후 금지된 고층빌딩 헬기장을 아마존 제2본사에 한해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필요한 일이라면 ‘아마존 쿠오모’로 이름을 바꿀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미국에서 포천 500대 기업 본사가 가장 많은 도시가 ‘세금 낭비’ 비판을 무릅쓰고 아마존 제2본사 유치에 나선 것은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기술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벤처 캐피털회사 터스크 벤처의 브래들리 터스커 창업자는 “뉴욕은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이 기술 허브를 목표로 노력한 덕분에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졌다”며 “20년 전만 해도 (뉴욕은) 아마존 제2본사 유치 지원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가 뉴욕에 진출했고 인스타그램도 얼마 전 뉴욕 사무실을 냈다. 구글은 새로 개발되고 있는 맨해튼 서쪽 허드슨야드 지역에 건물을 사들여 7000여 명 이상을 채용하기로 했다. 기술기업들이 몰려들면서 뉴욕에선 ‘기술인력 품귀’ 걱정까지 나온다. 뉴욕경제개발공사(NYCEDC)에 따르면 뉴욕은 올해 8월에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4.1%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일자리는 교육의료 다음으로 정보기술 분야에서 많이 늘었다.○ ‘악마의 계약’ 비판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 나서 미국의 기업투자 감시단체 굿잡퍼스트에 따르면 도시들이 기업 유치를 위해 5000만 달러 이상 보조금을 지급한 ‘메가딜(mega deal)’은 2008년 이전 연평균 12개 미만이었지만 2008년 이후 연평균 25개로 크게 늘었다. 미국 도시들이 ‘악마의 계약’이라는 비판과 ‘승자의 저주’ 우려를 무릅쓰고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일자리 기근과 중산층 몰락 현상과 관련이 있다. 2006∼2010년 사이 미국 제조업 취업자 수는 1420만 명에서 1130만 명으로 20% 감소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제2의 러스트벨트’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새로운 산업 육성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서게 한 것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와 임금은 물론 미국의 정신까지 고양된다”며 해외 도시들과의 일자리 전쟁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패션 1번지인 소호 거리의 한 상점에 관광객과 쇼핑객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디트로이트’라고 적힌 커다란 깃발을 내건 이곳은 2013년 디트로이트에서 시계 제작을 시작한 패션 브랜드 ‘샤이놀라(Shinola)’ 매장. 직원은 고급 시계와 가방, 지갑, 자전거 등 디트로이트 글자가 선명하게 찍힌 상품들을 소개하며 “모든 상품이 ‘메이드 인 디트로이트’”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샤이놀라는 19세기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설립됐다가 1960년대 사라진 구두약 브랜드다. 추억의 브랜드를 다시 사서 디트로이트에서 시계 제조에 도전한 것이 지금의 샤이놀라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 세계 50개국에도 진출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신청 등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면서 무너진 디트로이트 경제는 최근 부활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실업률이 2009년 16%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미국 평균인 3.7%로 안정됐다. 디트로이트는 기업이 문을 닫고 부자들과 중산층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거리 가로등조차 켜지 못할 정도로 재정이 악화돼 2013년 파산신청을 했다. 올해 파산 도시의 굴레를 벗었다. 4월부턴 미시간주와 연방정부 감독을 벗어나 선출직 시장이 다시 시 재정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디트로이트는 첨단 산업 유치를 위해 아마존 제2본사 유치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열악한 대중교통에 발목이 잡혀 최종 후보에도 들지 못하고 탈락하자 시 관리들과 지역 상공인들은 발 빠르게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2014년 파산에서 벗어난 이후 처음으로 이달 4일 자체 신용으로 1억3000만 달러 규모의 20년 만기 채권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디트로이트는 이 돈으로 공원, 소방서, 대중교통 확충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디트로이트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등이 끝나지 않았고 학교 등 사회기반시설도 열악해 인구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다행히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2012년 가동을 멈춘 디트로이트 맥 애비뉴 엔진 공장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는 완성차 공장으로 전환해 재가동할 계획이다. 27년 만에 새 자동차 조립라인이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19, 20세 소녀 3명이 1959년 1월 어느 날 김포비행장에서 추위와 긴장에 몸을 떨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들은 ‘동양에서 온 마녀’로 불리며 뛰어난 노래, 춤, 연주 실력으로 미국인들을 사로잡았다. ‘케이팝의 전설’이 됐다. 한국 최초로 미국 연예계에 진출해 빌보드 차트 7위까지 올랐던 3인조 걸그룹 ‘김시스터즈’ 이야기다.》 ‘원조 케이팝 걸그룹’인 김시스터즈의 스토리가 미국 데뷔 60주년이 되는 2019년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제작된다. “한국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정식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처음”이라고 공연계 인사들은 말한다. 미국 뉴욕의 제작사 ‘디모킴뮤지컬시어터팩토리’는 22일(현지 시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컴포트 우먼’ 감독인 김현준 연출자(27)와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루커스 포스터가 김시스터즈 스토리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함께 제작한다”고 밝혔다. 김시스터즈 스토리는 미국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계획이다. 뮤지컬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김시스터즈의 맏언니 김숙자 씨(79)를 15일 네바다주 헨더슨 자택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데뷔 60주년에 뮤지컬 제작이 추진된다. “평생 꿈이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볼 때마다 남편에게 ‘언젠가 꼭 브로드웨이에 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우리 얘기는 이민자 스토리다. 6·25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7남매 데리고 고생하다가 우리를 미국에 보내 성공한 이야기다. 꿈을 꾸면 성취할 수 있다는 걸 믿는다. 뮤지컬 제작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김시스터즈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천재로 불리는 작곡가 김해송 씨와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가수 이난영 씨의 두 딸 숙자와 애자 씨(작고), 조카 민자 씨(헝가리 거주)로 결성된 3인조 걸그룹이다. ―미국은 어떻게 진출했나. “어머니가 1951년 김시스터즈를 만들어 미군 무대에서 함께 공연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미군들이 ‘김시스터즈 잘한다’고 소문을 냈다. 미국인 에이전트가 한국으로 와서 우리를 캐스팅했다. 캄캄한 밤을 걷는 심정으로 미국에 갔다. 4주 계약을 하고 잘되면 추가 공연을 하기로 하고 1959년 2월 3일 라스베이거스 스타더스트호텔에서 첫 공연을 했다. 그게 잘돼 8개월 반을 더 공연하고, 뉴욕의 유명한 TV쇼인 에드 설리번 쇼까지 출연했다.” 김시스터즈는 비틀스, 프랭크 시내트라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이 출연하던 에드 설리번 쇼에 25번 출연했다. 역대 최다 출연 기록이다. 그녀는 “쓰고 있는 회고록 제목을 ‘4주 그리고 옵션(4 Weeks and Option)’이라고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시에 미국에 걸그룹이 많았는데…. “당시 앤드루스 시스터스 등 걸그룹이 많았다. 어머니는 미국에 갈 때 ‘노래만 갖고 성공할 수 없다. 다른 재주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가야금 북 장구 등 한국 악기부터 기타 색소폰까지 배우게 했다. 발레도 배웠다. 그걸 미국에서 다 썼다. 얼마나 똑똑하셨나. 엄마는 천재였다. 에드 설리번 쇼에 나갈 때마다 다른 악기를 들고 오라고 해서 백파이프까지 연주했다. 내가 악기 13개를 연주했다.” ―어떻게 짧은 시간에 악기 연주를 할 수 있었나. “우리는 가사 리듬 박자까지 다 외웠다. 뜻도 모르고 영어 노래를 불렀다. 다 외우니 악보를 보지 않고 춤을 추며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할 수 있었다. 하루에 8시간씩 연습했다. 어머니가 미국으로 떠날 때 남자 친구가 생기면 그룹이 깨진다며 ‘23세 때까지 연애를 하지 말라’고 하셨다. 4년간 지켰다. 미국 사람들은 굉장히 놀라더라. 4년 뒤 어머니가 미국에 와서 우리가 성공한 걸 보고 처음 데이트를 승낙했다.” ―어머니 이난영 씨가 큰 도움이 되셨던 것 같다. “엄마가 1963년 미국에 오셔서 에드 설리번 쇼에 처음 같이 나갔다. 시간이 없어서 영어 가사를 외우지 못하신 어머니가 ‘너희들은 걱정 마라.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하셨다. 무대에 올라가서는 어머니 파트에서 ‘아리랑 아리랑 고개는, 님이 넘던 고개요’라며 우리말로 박자까지 맞춰 노래를 척척 불렀다. 미국 공연을 할 때 객석에 앉아 계시다가 우리가 ‘한국에서 온 어머니’라고 소개하면 무대에 올라오셨는데, 늘 기립박수가 나왔다.” ―당시 인기가 얼마나 있었나. “TV쇼를 끝내고 거리에 나가면 미국인들이 알아보고 박수를 쳐줬다. 미국에 진출한 윤복희 씨(가수)를 위해 김치를 싸서 차를 몰고 가다가 경찰 단속에 걸렸는데, 경찰이 ‘김시스터즈 멤버 아니냐’며 그냥 보내준 적도 있다. 발레파킹을 맡겼다가 호텔 잘못으로 차가 바뀌었는데, 노발대발하던 차 주인이 우리를 알아보고 ‘김시스터즈가 내 차를 운전했다’고 좋아했던 일도 있다. 인기가 있었지만 으스대는 건 질색이다. 어머니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신 말씀을 지키려고 했다.” ―그런 어머니가 1965년 돌아가셨을 때 왜 한국에 가지 않았나. “비행기 표를 끊어 로스앤젤레스로 갔다. 공연과 TV 출연 스케줄이 1년 치가 잡혀 있었다. 매니저가 ‘이대로 공연을 포기하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무엇을 원했겠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라면 어땠을까. 아마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공연은 계속돼야 한다), 킵 고잉(Keep going·계속해라)’이라고 하셨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지 않았다. 굉장히 힘든 결정이었다. 2006년 한국에 가서 어머니를 수목장으로 다시 모실 때 ‘엄마 다 이해하시죠?’ 하고 펑펑 울었다. 어머니는 ‘스테이지 어머니(무대의 어머니)’였기 때문에 이해하셨을 것이다.” ―한복을 입고 한국어 가사를 넣은 이유는…. “우리는 한인이기 때문에 애국심이 있었다. 미국 공연기획자가 한복을 입으면 몸동작이 잘 보이지 않으니 중국옷을 입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공연을 시작할 때 늘 한복을 입고 아리랑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복을 벗고 중국옷을 입으면 미국 노래를 불렀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자는 어머니의 아이디어였다. 미국 사람은 한복을 기모노로 알았다. ‘우리가 성공해야 그게 한복이라는 걸 안다’고 동생들과 다짐했다. 애자가 ‘찰리 브라운’ 노래를 부를 때 ‘전부 다 왜 나를 못살게 구나’라는 우리말 가사를 넣은 적도 있다.” 숙자 씨는 라스베이거스에서 한인 여성들과 함께 한미여성회를 만들어 자원봉사와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우리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팝이 미국에서 인기다. “방탄소년단(BTS)을 잘 안다. 빌보드 순위에 오르고 상을 받는 걸 보면서 감개무량했다. 외모가 좋고 춤동작이 자연스럽다. 사운드도 굉장하다. 남편 친구의 딸이 BTS 때문에 한국어를 배운다고 하더라. 내게 BTS 사인까지 받아달라고 했다. 보이그룹이지만 ‘제2의 김시스터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기회가 되면 꼭 만나서 격려해 주고 싶다. 미국에서 공연을 더 많이 했으면 한다.” 그는 1968년 남편 존 보니파지오 씨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그는 6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숙자 씨는 “이제 하나님에게 간다고 했더니 남편이 따라오겠다고 하더라. 거긴 쫓아오지 말라고 했다”며 웃었다. 넉 달 전부터 회고록을 쓰기 위해 학교에 등록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손자에게 ‘엘리제를 위하여’를 들려주고 싶어 피아노 레슨도 받고 있다. 헨더슨=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방 수장의 사퇴를 부른 시리아 철군에 이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미군 병력 감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철수를 철회하라는 워싱턴 조야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미국 국방정책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대북 정책과 주한미군 위상 등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20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에 이어 내년 1월 아프간 주둔 미군의 대규모 감축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익명의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7000명 이상의 병력이 수주 안에 미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프간에 미군이 약 1만4000명 주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철군시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철군 방침을 사전에 브리핑 받지 못한 아프간 당국자들은 크게 당황했다”고 전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와 아프간 철군 방침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반발하며 사표를 던진 가운데 워싱턴 조야에서는 미군 철수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이란과 러시아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프간 정부와 쿠르드민병대 등 우군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공화)은 이날 트위터에 “만약 (아프간 철군이라는) 현재 노선을 고수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얻은 모든 것을 잃고 ‘제2의 9·11’로 향하는 길을 놓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시리아와 아프간 철군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린지 그레이엄이 군인들의 목숨과 수십억 달러를 아낄 수 있는 길을 반대하는 걸 믿을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리아에서 미군의 철수, 아프간에서 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매티스 장관 사임이 이란 북한 등 문제에 대한 행정부 선택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했다”며 “누가 후임이 되든 매티스 장관이 쌓아온 위상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극도의 전략적 유연성을 보이면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더 심각한 난항을 겪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수전 디마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은 20일 트위터에 “(시리아 철군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만 협상하려는 북한의 성향이 더 강화될 것”이라며 “외교 협상의 진행이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철군 소식에) 북한이 ‘(비핵화) 합의 전에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게 어떠냐’고 으스대는 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시리아의 경우를 보고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기재 기자}

미국 국방 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에 반발해 사표를 던졌다. 미국 국방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20일(현지 시간) 제임스 매티스 장관(사진)의 사퇴 서한을 공개했다. 매티스 장관은 서한에서 “동맹국과 파트너국으로 이뤄진 독특하고 포괄적인 체제와 떼어놓고는 미국의 힘을 생각할 수 없다고 믿어왔다”며 “(대통령은) 일치하는 견해를 가진 국방장관을 가질 권리가 있기 때문에 내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밝힌 시리아 주둔 미군의 전면 철수를 비롯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북한, 이란 문제 등 주요 안보 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의 견해차로 물러난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매티스 장관이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항의해 사임했다”고 전했다. 매티스 장관이 이날 오후 백악관을 찾아 시리아에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대통령을 설득했으나 퇴짜를 맞자 사임 의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오후 트위터에 “짐(제임스) 매티스 장군이 나의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으로 2년간 근무한 뒤 (내년) 2월 말 훌륭하게 퇴임할 것”이라고 썼다. 워싱턴포스트(WP)는 후임 장관으로 친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에서 국방 관련 해설가로 활동 중인 4성 장군 출신 잭 킨 전쟁연구소(ISW) 이사장을 꼽았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과 톰 코튼 상원의원도 후보로 꼽힌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은 2.3%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이에 따라 내년 기준금리 인상횟수를 당초 밝힌 3회에서 2회로 줄이며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미중(美中) 무역전쟁의 여파가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가뜩이나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마당에 미국발 경기 하강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부메랑이 된 미중 무역전쟁 충격 연준은 19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로 한미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연준은 이날 “노동시장과 경제활동이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연준은 미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당초 2.5%에서 2.3%로 낮춰 잡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세제개편 효과가 감소하고 미중 분쟁 장기화 등이 미국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2000억 달러(약 226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내년 3월로 연기했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다. 미국 월평균 실업률이 60년 만에 가장 낮은 3%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런 우려로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경기 둔화 우려에 미국 금리인상 속도 조절 이날 금리 인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시장을 느껴라”라며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비판한 가운데 이뤄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 무엇도 우리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며 금리 동결 압박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향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3개월 전만 해도 내년 3번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이번에 2번으로 하향 조정했다. 12월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당연시하고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경기 둔화 조짐과 주식시장 침체를 감안하면 내년 이후 인상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연준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져도 미국 경기 둔화는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는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수출이 감소하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 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고민에 빠진 한국 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90% 하락한 2,060.12에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2.8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52%), 홍콩 항셍지수(―0.94%)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 정부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꺾일 가능성이 작지 않고 미국뿐 아니라 유럽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불확실성에 빠져 있는 등 세계 곳곳에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 한미 간 금리 차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도 여전하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중 통상 갈등, 브렉시트 등 국내에 영향을 미칠 글로벌 경기 동향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김성모 기자}

내년 1월 미국 연방 하원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하는 한인 2세 앤디 김 당선자(36·민주·뉴저지·사진)가 “한인 청년들의 멘토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18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의 뉴욕한인회관을 방문해 “정치나 외교정책에 관심이 있는 한인 청년들에게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창준 전 의원(공화) 이후 20년 만에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한인 2세 최초, 민주당 소속 최초, 캘리포니아 이외 지역 최초 연방 하원의원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김 당선자는 이날 미주 한인 이민사박물관, 위안부 소녀상 등을 둘러봤다. 그는 “피부색, 인종 등과 무관하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며 “한인들이 이민사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역사회, 가족, 국가에 봉사하는 공직에 진출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부모님의 말에 따라 살려고 노력했다”며 “젊은 한국계 미국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18일 발생한 강원 강릉시 펜션 사고는 일산화탄소 누출을 알려주는 감지기만 설치돼 있었어도 피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사고가 난 숙박시설인 농어촌 민박에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했지만 감지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설치 규정이 없어 정부 발표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관광진흥법상의 펜션과 호텔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부 대책이 없어 가스 누출 사고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은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농어촌정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농촌관광시설 기준에 포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펜션업자가 사업자 등록을 신청하거나, 정기 안전점검 때 감지기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주택이나 호텔, 펜션 등을 포함한 어떤 시설에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다만, 야영장은 텐트 안에서 숯불을 피우거나 가연 물질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이 개정법은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주택이나 펜션은 여전히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일산화탄소는 액화천연가스(LNG)나 액화석유가스(LPG) 등이 연소하며 나오는 일종의 폐가스로 일반적인 가연성 가스 감지기와는 별도로 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현재 가연성 가스 감지기나 차단기 등은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농어촌정비법상 민박시설인 펜션에 감지기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지만 관광진흥법상의 펜션 등 숙박시설에는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2017년 기준 농어촌민박 형태의 펜션은 2만6578개다. 반면 관광진흥법상 펜션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관광편의시설업으로 분류된 4114개 업체 중 일부가 해당 숙박시설이다. 전체 펜션에서 농어촌민박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셈이다. 해외에서는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추세다. 미국의 전미주의회연맹(NCSL)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등 27개 주가 민간 주거시설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1981년에 도시가스와 LPG 등을 사용하는 모든 지하도, 지하실, 공동주택, 학교, 병원, 음식점 등의 건축물에 가스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다만, 일반 가정은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스는 종류에 따라 특성이 달라 감지기 설치와 관리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시가스인 LNG는 공기보다 가벼워 천장에서 30cm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LPG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서 30cm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일산화탄소는 이 같은 규정이 아직 없다. 한 소방 관계자는 “일산화탄소 감지기는 필터를 꾸준히 교체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데 각 가정이나 숙박업소에 의무적으로 설치한다고 해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의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는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권고하면서도 감지기 설치만으로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완벽히 막을 수 없다고 본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숙박시설에 감지기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최지선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 축소의 길을 가면서 선글라스를 끼고 깜깜한 방을 걷고 있다면 천천히 걷는 것이 타당하다.”(월스트리트저널) 18일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자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월가를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다. 금리 인상에 불만을 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틀째 연준을 압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연준이 멈춰야 할 때’라는 사설을 통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은 수개월 동안 ‘연준이 이번 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경제와 금융은 그가 멈춰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연준의 임무인데 인플레이션 속도는 여전히 느린 데다 물가도 통제를 벗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비판적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연준 사람들은 또 실수하기 전에 오늘자 WSJ 사설을 읽어보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그는 “지금도 부족한 시장 유동성을 더 부족하게 만들지 마라. 50B(500억 달러 긴축프로그램)를 중단하라. 시장을 피부로 느끼고 의미 없는 통계 숫자를 따라가지 마라. 행운을 빈다”며 연준을 압박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해 세 차례 인상해 2.00∼2.25%로 끌어올렸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연준이 19일 올 들어 네 번째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는 관측이 많다.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는 CNN에 출연해 “현재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할 매우 타당한 근거가 있지만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연준이 압박받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는 이유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편에 섰다. 시장에서는 내년에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한 연준이 경기 둔화 우려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두 차례로 줄이는 속도 조절에 대한 신호를 보낼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1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증시가 안정을 되찾고 다시 오른다면 매우 놀라울 것”이라며 강세장이 끝났다고 진단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실내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당한 사람이 연간 2만 명 이상 발생하는 미국은 주택이나 호텔 학교 등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추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2만 명 이상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고 있으며 4000여 명이 입원하고 있다. 사망자도 연간 43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 사망자가 많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의 대부분은 주택이나 빌딩 내에서 발생한다.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공간에서 가스 난로 등을 사용하다가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중독 환자가 발생한다. 뉴욕 시에 사는 김모 씨(46)는 “2014년 캘리포니아 주 아파트에 살면서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작동해 신속하게 대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아파트 등은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작동하면 911에 신고한 뒤 신속하게 집에서 대피하도록 권하고 있다. 안전이 확인된 뒤에 집에 들어가야 하며, 중독 증상이 없을 경우 창문을 열고 환기하고 가스 난로나 발전기 등을 끄도록 권한다. 미국에서는 일산화탄소 사망자가 증가 추세다. 이 때문에 주별로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주들이 늘고 있다. 전미주의회연맹(NCSL)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등 27개 주가 주 법률로 민간 주거시설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알래스카 주는 소방당국이 승인한 감지기를 모든 주거시설에 설치해야 한다. 코네티컷 뉴햄프셔 오리건 펜실베이니아 주 등은 새 건축물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의 경우 신규 건축물 중 보일러가 설치된 모든 방에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학교나 호텔 등의 다중 이용시설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주도 있다.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일리노이 메인 메릴랜드 주에서는 학교 건물에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19개 주는 주 법률이나 행정규칙 등을 통해 호텔이나 모텔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은 1981년에 도시가스 액화석유가스(LPG) 등을 사용하는 모든 지하도, 지하실, 공동주택, 학교, 병원, 음식점 등의 건축물에 가스 누출을 탐지해 경보를 울리는 가스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일반가정은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나 일본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 대부분의 가정은 자비로 설치하고 있다. 영국의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는 보일러와 히터, 가스레인지 등의 경우 반드시 전문 엔지니어가 설치하고, 설치 후로도 정기적인 점검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NHS는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권고하고 있으나 감지기 설치만으로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완벽히 막을 수 없다고 보고 보일러 시설과 가전 기구의 정확한 설치와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강조하고 있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이 된 후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1억 달러(약 1조2400억 원)의 배상금을 요구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웜비어 유족은 10월 재판부에 징벌적 손해배상금과 웜비어의 부모에 대한 위자료 등 4가지 항목에 대해 북한이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청구 금액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은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변호인단은 당사자인 웜비어와 부모인 프레드, 신디 웜비어의 몫으로 각각 3억5000만 달러씩 모두 10억50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승소하더라도 북한이 배상금을 지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 연방법원은 2015년 탈북자 지원활동을 하다가 북한에 납치돼 사망한 김동식 목사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3억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당시 북한은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유엔총회는 17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 인권 문제의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은 올해로 14년째로,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합의) 방식으로 채택됐다. 우리 정부는 올해도 61개 공동 제안국으로 결의안 채택에 동의했다. 결의안은 “북한에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침해가 오랜 기간,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강제수용소 폐쇄, 모든 정치범 석방 등 인권 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또 5년 연속으로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사실상 지칭하는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선별적 제재 등도 거론됐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유엔총회 회의에서 결의안에 거론된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결의안을 전면 배격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북한 인권 문제의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 결의안이 14년째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다. 이에 북한은 즉각 “인권 침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부인하며 여론전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지난달 15일 총회의 인권담당인 제3위원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 결의안이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합의) 방식으로 채택됐다. 북한인권 결의안은 2005년부터 14년째 채택됐으며 컨센서스 방식 채택은 2012, 2013, 2016, 2017년에 이어 5번째다. 북한 인권 상황이 나아진 게 없다는 국제 사회의 전반적인 기류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는 올해도 61개 공동 제안국으로 결의안 채택에 동의했다. 올해 결의안은 한반도 대화 분위기를 반영해 ‘현재 진행중인 외교적 노력을 환영한다’ ‘8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환영한다’ 등의 문구가 새로 포함됐지만 전체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기조와 문구로 북한을 압박했다. 결의안은 “북한에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침해가 오랜 기간,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강제수용소 폐쇄, 모든 정치범 석방 등 인권 문제에 대한 즉각 개선을 촉구했다. 또 5년 연속으로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사실상 지칭하는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선별적 제재 등도 거론됐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결의안에 거론된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결의안을 전면 배격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대사는 의제 순서를 착각해 같은 발언을 두 차례 반복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북한 유엔대표부는 이날 유엔 기자실에 배포한 성명에서 최근 미국이 요청한 ‘안보리 북한인권 토의 개최’가 무산된 것을 거론하며 “우리의 요구가 정당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는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장소나 대립을 격화시키기 위해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는 무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미국이 유엔 안보리를 도용하여 2014년부터 매해 12월 초에 조선 인권문제를 논의하던 놀음이 올해에는 파탄되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2014년부터 세계 인권의 날(12월 10일)에 열던 안보리 북한 인권 토의 개최를 올해도 요구했지만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8개국만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그치자 요청을 철회했다. 안보리에서 의제 채택을 위한 절차투표에선 9표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보리 북한 인권 토의가 5년 만에 무산된 것이다. 북한이 뒤늦게 미국의 안보리 북한 인권 토의 개최 시도를 비난한 것은 미국이 이 회의를 다시 개최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여론전으로 해석된다. AFP통신은 “북한 대표부는 안보리 북한 인권 토의를 열려는 미국의 의지를 비난했다”며 “하지만 미국은 북한 인권토의에 더 우호적인 새 비상임이사국이 선출되는 1월에 회의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캐나다는 미국의 요청을 받고 중국 최대 통신기업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46) 부회장을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했다가 미중 무역전쟁의 급류에 빨려 들어갔다. 중국은 캐나다인 2명을 억류하며 압박했고, 멍 부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중국의 뒤끝이 얼마나 심했는지 캐나다 고가 패딩 브랜드인 ‘캐나다구스’ 주가마저 급락했다. 절대 강자인 미국엔 침묵하면서 미국을 돕는 동맹국에는 가차 없이 보복하는 대국의 민낯이 드러난 게 처음은 아니다. 북한 미사일을 막기 위해 미국이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했을 때 중국은 한국을 때렸다. 중국이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막으며 한국 경제를 압박했을 때 그들을 평생 친구로 생각했던 한국인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유엔과 같은 국제무대에선 서구의 패권에 대항하는 수평적 다자주의를 강조하지만 실제 행보는 혼란스럽다. 봉건시대 제후국을 대하듯이 중국 중심의 수직적 위계질서를 강조하고 역린(逆鱗)을 건드리면 크건 작건 본때를 보이는 패권국가의 전근대성도 보인다. 인구 2만여 명의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팔라우도 중국에 그렇게 당했다. 하루에 태어나는 중국 신생아 수의 절반도 안 되는 인구를 가진 이 작은 섬나라가 대만과 국교를 맺고 있으니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중국에는 눈에 든 가시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외교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팔라우 단체여행을 막았다. 대만 항공사가 운영하는 팔라우 퍼시픽에어웨이스는 중국인 여행객이 절반으로 줄어들자 올해 7월 중국 노선을 폐지했다. 섬에 호텔을 짓고 건물을 사들이던 중국인 큰손 투자자도 손을 놓았다. 관광 등 서비스업 비중이 경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팔라우가 받은 타격은 엄청났다. 중국은 세계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인구대국이라는 점에서 소수의 인구로 세계 패권을 쥐었던 영국이나 미국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관광산업마저 무기화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와 힘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위안화가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 반열에 오른다면 미국의 독자제재처럼 중국 금융시스템에서 퇴출시키는 것만으로 한 나라 경제를 위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 캐나다, 팔라우에서 일어난 일들은 어쩌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벌어질 일의 예고편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런 중국과 싫든 좋든 등을 맞대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게 한반도의 운명이다. 대중 외교를 강화하려고 한다면 한쪽으로 기울어진 ‘친중파’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면서 잠재적 위험 요인까지 따지는 ‘낙관적 현실주의자’가 훨씬 더 많아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쏠림은 없는지 점검하고 대비하는 중장기 국가 전략시스템도 가동해야 한다. 팔라우는 중국인 관광객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커진 뒤에야 중국에 의존하는 자국 관광산업의 취약점을 깨달았다. 뒤늦게 중국의 위협에 맞서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신 1인당 매출액이 훨씬 큰 유럽이나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친환경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시작했다.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하와이에 이어 선크림 사용을 선제적으로 금지한 이유다. 최근 팔라우 당국은 중국인 관광객은 줄었지만 1인당 매출액이 늘면서 전체 관광 매출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섬나라 팔라우에서 일어난 일들은 ‘전쟁의 승패는 싸우기 전에 판가름 난다’고 했던 손자의 말을 곱씹어 보게 한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전략인 ‘중국제조 2025’가 미중 무역협상 합의 여부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중국제조 2025’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던 중국이 1일 미중 정상의 ‘관세 전쟁 90일 휴전’ 회담 이후 양보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라는 표면적인 마찰 이면에 미중 간 미래 첨단기술 패권경쟁이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로 숨어 있음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중국 “중국제조 2025 대체할 계획 내년 초 발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맹렬히 비판하고 있는 산업정책을 외국 기업의 접근을 확대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중국 고위층과 자문관들이 정보기술, 청정에너지 자동차,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 산업에서 선두가 되기 위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청사진인 중국제조 2025 대체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WSJ는 중국제조 2025를 대체할 새로운 계획이 미중이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할 내년 초에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또 소식통은 “중국이 현재 검토 중인 핵심 양보안은 중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 목표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WSJ에 전했다. 중국제조 2025는 주요 부품과 재료의 국산화를 2020년 40%, 2025년 7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한 첨단기술 발전 계획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첨단기술 의존도에서 벗어나 세계 제일의 첨단기술 자급자족 국가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이 목표는 중국 국유기업들에 보조금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하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등 불공정한 시장 경쟁을 야기해 미국 기업들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주장이다. 중국은 또 미국이 올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을 맺으면서 강조한 ‘경쟁 중립성’ 원칙을 바탕으로 중국 국영기업과 민간기업, 외국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중립성 원칙에 따르면 정부가 국영기업에 혜택을 줄 수 없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중 일부의 달성 목표 시한을 2035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 국무원은 10일 발표한 ‘지방정부 장려 및 지원 강화 관련 통지’에서 2016년 통지에 있었던 중국제조 2025 관련 대목을 삭제했다. 2016년 발표한 같은 통지에서 국무원은 “중국제조 2025 시행을 촉진하고 산업 성장과 향상을 장려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우선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번에 발표한 통지에서는 관련 부분이 빠졌다. 국무원은 이번 통지에서 “새로운 정세와 임무의 요구에 근거해 2016년 실시한 24가지 감독 및 장려 조치를 30개 조치로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13일 오후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고 “경제 체제 개혁 가속화” “시장화 개혁의 심화 견지” “전방위 대외개방 추동” “높은 수준의 개방 확대” 등을 결정해 미국이 요구한 구조개혁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中 변화 겉치레 그칠 가능성” 회의론도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12일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이 첨단기술 (발전)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정말 반대하는 것은 기술 기밀을 훔치거나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경쟁 조건이 공정하다면 중국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정면으로 맞서 경쟁하는 데 완전히 찬성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중국제조 2025의 완전한 포기가 아니라 미국 기업들에 피해를 주는 독소조항 제거에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의 실제 의도는 미국의 첨단기술 산업을 위협할 수 있는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 자체를 억제하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중국이 세계 경제를 제패하는 것을 뜻하고 우리는 이 계획이 무례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미 중국제조 2025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에서는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은 올해 중복 투자 등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국가 주도의 발전 계획인 중국제조 2025를 좀 더 시장 친화적인 방식으로 개선해야 경제 회복과 제조업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대미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런 주장을 내놓는 그룹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하지만 국가 주도 발전으로 경제성장률을 떠받쳐 온 중국이 국영기업의 반발을 무마하고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한계 때문에 중국이 미국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분식 개혁’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WSJ는 “일부 미국 관리는 (중국 정부의) 변화를 진실이라기보다는 겉치레(cosmetic)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중국제조 2025 ::2025년까지 중국을 인공지능(AI), 로봇, 정보통신, 청정에너지 자동차 등 첨단기술 산업의 리더로 만들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청사진. 첨단기술 산업의 핵심 기술, 부품, 소재 자급도를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 즉, 단순한 첨단기술 발전 계획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첨단기술 의존도에서 벗어나 세계 제일의 첨단기술 자급자족 국가가 되겠다는 원대한 계획.}

미국과 중동의 바레인을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지 않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숙제를 금지하거나, 숙제를 내주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끝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시에 거주하는 케빈 풀턴 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 딸을 사립학교로 전학시켰다. 사이프러스 페어뱅크 독립교육구의 공립학교들이 숙제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풀턴 씨는 “숙제는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는지 알아보는 수단”이라며 “(숙제를 금지하는 것은) 부모들을 상황에서 배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교육구들이 숙제를 금지하거나 성적에 반영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일부 부모와 교사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 공립학교들 사이에서 특정한 날에 방과 후 숙제를 내주는 것을 금지하거나 성적에 반영하지 못하게 하는 ‘숙제 없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코네티컷주 리지필드의 공립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 주말이나 방학, 휴일에 숙제를 내줄 수 없다. 숙제는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루이지애나주 라피엣 교육구는 숙제를 성적에 반영하지 않는 규칙을 1학년에만 적용하다 12학년까지로 확대했다. ‘숙제 없는 학교’가 늘어나는 이유는 학생들이 숙제를 하느라 집에서 씨름하는 대신 잠을 자거나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 늘리고 독서를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학생 4만3000명이 속해 있는 플로리다주 매리언카운티 교육구는 소속 교사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의미 없는 숙제’를 내주는 대신 최소 20분간 독서를 하도록 했다. 10월 ‘숙제 없는 주말’ 제도를 도입한 마크 토백 뉴저지주 웨인타운십 교육구 교육감은 “학생들의 웰빙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생들이 일주일에 숙제를 하는 데 쓰는 평균 시간은 2007년 6.8시간에서 2016년 7.5시간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지나친 숙제 부담을 반대하는 일부 학부모와 교육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그럼에도 모든 학부모와 교육전문가가 ‘숙제 없는 학교’를 반기는 건 아니다. 일부 교사와 학부모는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할 수단이 없어져 아이들의 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학교가 숙제 부담을 떠안는 식의 절충안도 나오고 있다. 텍사스주 클리번의 차터스쿨(자율형 공립학교)인 카우프만 리더십 아카데미는 5∼12학년의 경우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숙제를 갖고 집에 가지 않는 ‘숙제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업을 학교에서 늦게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바레인도 내년부터 ‘숙제 없는 학교’를 시작한다. 11일 바레인 교육부는 “내년부터 모든 국립학교에서 수업 후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줄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 학교 내에서 모든 학습을 마칠 수 있도록 새로운 교과 과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마지드 빈 알리 알 누아이미 바레인 교육장관은 이날 “새로운 교과 과정은 모든 수업의 마지막에 학생들이 복습을 할 수 있도록 일정 시간을 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일부 사립학교도 ‘숙제 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은 숙제가 학생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수면 부족이나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카이로=서동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