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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건 이번에도 인사(人事)였다. 당초 정부 출범 초기 임기 4년 가운데 2년 정도 남은 양건 감사원장의 거취를 놓고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언급한 ‘국정철학 공유’ 원칙에 따라 교체를 검토했다. 그러나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이 야당 등에서 나오자 정치적 부담을 느껴 임기를 보장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양 원장이 임기를 남긴 상태에서 26일 자진 사퇴 형식을 취하며 물러나면서 청와대의 ‘감사원장 임기 보장’은 공언(空言)이 돼버렸다. 양 원장의 사퇴로 출범 6개월이 갓 지난 박근혜 정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사 파동’의 굴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각종 언론과 전문가들은 취임 6개월을 맞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평가하면서 외교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줬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취임을 전후해 발표한 국무위원 인사는 곧바로 박 대통령의 골칫거리가 됐다. 부동산 투기, 해외계좌 보유 등 각종 의혹이 난무한 가운데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줄줄이 낙마했다. 미국 시민권까지 버리고 고국에 봉사하겠다고 찾아온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루설 등 루머에 시달리다 보따리를 쌌다. 이 때문에 부실한 사전 검증 시스템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등 야당은 ‘고집불통 수첩인사’, ‘깜깜이 인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박 대통령은 4월 12일 당시 민주당 지도부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잇단 장차관급 낙마 사태에 대해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해야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점수를 땄다가 곧바로 인사 사고로 까먹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4월 첫째 주 41%까지 떨어졌던 박 대통령 지지율은 5월 초 방미를 계기로 56%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해외 여성 인턴 성추행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5월 셋째 주에는 51%까지 빠졌다. 윤 대변인은 즉각 사퇴했지만 한미 정상회담 등의 성과는 묻혀버렸다. 공공기관 인사는 더 큰 문제다. 주요 공공기관들의 기관장 선임 절차는 6월 이후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다. 올여름 전력난의 근본 원인을 제공했던 한국수력원자력은 사장 공백이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사장 140여 명의 인선이 올스톱돼 있다. 전문가들은 6개월째 계속되는 인사 사고의 해법은 박 대통령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박 대통령은 최근 ‘비정상의 정상화’를 말했다”며 “이 말대로 인사 문제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원장의 사퇴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장훈 중앙대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 문제가 비정상의 사례라고 김 교수는 봤다. 청와대는 지난 정부에서도 장 교수처럼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사람을 감사위원으로 선정했는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했지만 바로 그런 것이 ‘비정상’인데 이를 정상화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익명의 다른 전문가는 “그동안의 인사 실패에서 청와대가 얻은 교훈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현 정부 고위 관계자가 “4대강 보(洑)의 수문을 개방할 경우 지하수에 영향을 줘 주변 토양이 황폐화될 우려가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공식 대응에 나섰다. 이 전 대통령 측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반박 성명을 내고 “보를 개방해 물을 완전히 고갈시키는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전제부터 잘못됐다.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4대강의 강바닥이 모두 드러나 주변 지하수가 고갈될 정도라면 국민의 식수원은 물론이고 생활용수까지 모두 고갈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있어서도 안 되지만 있을 수도 없는 전제”라고 부연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정치적 논란으로 몰고 가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행태”라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역사와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4대강 사업 관련 성명을 내놓은 것은 두 번째다. 지난달 11일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내용의 3차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박 전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문을 열어도 적정 수위를 유지하고 빼는 것이다. 지하수 고갈이라니…어처구니가 없다”라며 “태국의 물관리사업 수주를 앞두고 여권 일각에서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친이(친이명박)계도 반발했다. 조해진 의원은 “‘정부 고위 관계자’란 익명을 이용해 ‘4대강 사업은 대재앙 수준’ 등 극단적 용어로 4대강 사업을 폄훼하고 있다”면서 “국무총리실의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리 결론을 내려 하는 것은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4대강 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이미경 의원은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하수 고갈 가능성은 4대강 사업이 환경파괴뿐만 아니라 국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치명적 재앙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고성호·민동용 기자 sungho@donga.com}
장외투쟁 4주차를 맞는 민주당이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국정조사가 끝난 뒤 “장외투쟁 강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했지만 동력은 자꾸 줄어들고 있다. 민주당은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한 네 번째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 보고대회’ 후 “국회의원 111명, 일반 시민 7000여 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참석자를 2500명으로 추산했다. 앞서 세 번의 보고대회 때 민주당이 “2만 명 이상씩 참석했다”고 주장한 것에 비하면 현격히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23일 집회가 평일인 금요일에 열렸고 갑자기 개최된 것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민주당으로서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론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데다 여론을 환기시킬 전환점이 마땅하지 않은 것도 두통거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실시한 이달 3주차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우리나라의 당면 과제’로 △경기회복, 경제 활성화(13%) △일자리 창출, 실업문제(11%) △서민을 위한 정책 추진(9%) △남북관계 개선, 북핵 해결(7%) 등을 꼽았다. △국정원 대선 개입(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부자 증세 △경제민주화는 각각 3%, 2%, 2%에 그쳤다. 당 관계자는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박근혜 대통령 사과, 국정원 개혁 등의 요구를 해왔다. 결산국회,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빈손으로 회군(回軍)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당내에선 향후 투쟁 방식과 관련해 당 대표 단식 또는 릴레이 단식 투쟁, 지도부 삭발 투쟁, 전국 순회 투쟁, 광화문에서의 미니 의총 개최 등의 아이디어가 거론되지만 참신하지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게다가 주말 촛불집회를 했던 서울광장도 9월에는 주말마다 행사나 집회 예약이 이미 꽉 찬 상태여서 주중으로 집회 날짜를 옮기거나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가급적 광화문 일대나 시청 일대의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66)의 눈은 충혈돼 있었다. 갑작스럽게 큰형수상(喪)을 당해 23일 오후 독일에서 급히 귀국하자마자 빈소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성당으로 달려온 손 고문은 통곡했다고 한다. 10남매의 막내로, 어렸을 때 모친을 여읜 손 고문에게 큰형수는 어머니나 다름이 없었다. 24일 빈소에서 만난 손 고문은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손학규계 의원들은 “손 고문이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 측근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는 의욕이 강하다. (대선에서) 세 번이나 좌절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한길도, 안철수도 “손에 손 잡자” 민주당 김한길 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24일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10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손 고문의 손길을 바라는 야권의 셈법과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오후 5시경 손 고문을 만나러 왔다. 그는 서울시청 앞 광장 장외(場外)투쟁과 관련해 “이번 여름은 특히 더워서 ‘손 고문이 대표로 계실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 무효화 장외투쟁을) 겨울에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했던 분들은 ‘그것도 아니다’고 하더라”며 전현직 대표로서 동병상련의 기억을 부각시켰다. 손 고문은 묵묵히 웃기만 했다. 30분 뒤 방문한 안 의원은 4·24 재·보선에서 당선된 뒤 자신의 집으로 축하 난을 보내 준 손 고문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 상황이 지난해 대선 때보다 훨씬 열악해진 것 같아서 걱정이다. 고문님 혜안이 필요할 때”라며 우회적으로 구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손 고문은 “나는 그냥 쉬고 있으니까… 독일 사회에서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갈지에 대한 참고의 기회를 얻고 있다”고만 했다. 안 의원과의 연대설은 4·24 재·보선 때부터 끊이지 않아 왔다. 그러나 손 고문은 6월 독일을 방문한 손학규계 의원들에게 “지금은 민주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 밖을 기웃거릴 때가 아니다”며 줄기차게 민주당 중심론을 강조했다. 당시 손 고문을 만났던 한 인사는 “손 고문은 ‘내가 어떻게 안철수 신당에 가나’라고도 하더라”며 “손 고문이 독일 연수에서 가장 먼저 연구한 주제도 ‘유럽의 제3정당 성공과 실패’였다”고 했다. 손 고문이 유럽에서조차 제3정당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손 고문 측 관계자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지 않았나. ‘또 어디로 옮긴다고…’ 하는 시선에 부담을 갖고 있다”고 했다. ○ 의미심장한 통합과 연대 발언 손 고문은 빈소에서 만난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정치적 언급은 삼갔지만 독일의 통합 정신은 강조했다고 한다. 우원식 의원이 24일자 동아일보 커버스토리 ‘왜 일본은 독일과 정반대의 길을 갈까’를 언급하자 손 고문은 “빌리 브란트 전 총리가 폴란드에서 과거 나치 저항운동을 했던 희생자들에게 속죄하는 것이 통합의 진정한 모습이다. 그런 정신이 독일을 만들었다”고 했다. 또 “비스마르크와 사민당은 적대적 관계였지만, 사민당의 이념과 정책 기반인 복지국가의 문을 연 것은 비스마르크”라고도 했다. 다음 달 22일 독일 총선과 관련해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집권을 계속할 확률이 90%인데 집권 여부보다 어떤 당과 연대하느냐가 쟁점”이라며 ‘정책연대’에 관심을 보였다. 손 고문은 요즘 독일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통일을 이룩한 독일의 복지, 환경, 노동, 에너지, 정치구조 등이 미래 한국의 밑그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는 것이다. 손 고문은 1월 15일 독일에 도착한 뒤 전문가들을 만나고 현장을 견학할 때마다 두툼한 대학노트에 내용을 쓰고 있다. 복지 문제에 대해서는 각종 수치를 외울 정도가 됐다고 한다. 손 고문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손 고문이)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했다.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김영철 대표는 “2017년 대선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인 듯하다”고 말했다. 종합해 보면 즉각적인 정계 복귀보다는 다시 차기 대선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들이다. 2007년 5월 기자들이 뽑은 ‘바람직한 대통령’으로 선정될 만큼 손 고문은 식자층에서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꼽혔다.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출신의 정치학 교수, 4선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 등 상품성과 진정성은 다른 정치인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 의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손 고문은 2007년과 지난해 두 차례 대선에서 본선도 아닌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손 고문 측 양승조 최고위원은 “손 고문의 대중성이 뛰어났다면 경선 룰이 아무리 불리했더라도 벽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절실하게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인력이나 조직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손 고문의 숙제는 대중적 지지도를 올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 고문의 대중성 부족을 엘리트주의와 연결짓는 측근들도 적지 않다. 한 측근은 “선비의 고민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균형감 있게 갖춰야 하는데 결단이 필요할 때는 체통, 원칙을 따지고 멈칫하면서 ‘고민하는 서생(書生)’ 이미지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7개월여 독일 체류 기간 중 손 고문은 그런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깊이 반성한 듯하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지도자로서) 사람들 선두에 서는 것만이 아니고, 그들과 동행해야 한다고 깨달은 것 같다”고도 했다. 손 고문은 26일 발인이 끝난 뒤 다시 독일로 떠나 현지 생활을 정리하고 다음 달 하순 귀국할 예정이다. 과연 어떤 정치적 메시지와 화두를 던질까.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난 해결을 위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적극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사진)는 21일 “그렇게 가는 것이 맞다”고 긍정 평가했다. 강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언제까지 ‘집 가진 사람=부자, 집 없는 사람=서민’ 같은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할 거냐”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표는 “집을 사서 재산을 증식하는 시기는 지났다. 2주택자, 3주택자이면 징벌적으로 세금을 매기는데 그럼 누가 집을 사서 세를 놓겠느냐”며 “퇴직한 사람들이 집에 투자를 해서 세를 받아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 패턴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세입자에게 임차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한 차례 주고, 연 5% 이내로 전월세금 상승률을 제한하자는 내용)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음성적으로 전월세금을 더 받거나 제도 시행 직전 한꺼번에 올려서 혼란이 더 가중될 수 있다.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겠나”라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제도”라고도 했다. 강 대표는 김대중 정부 때 재정경제부 장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거쳤다. 민주당에서 3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정책위의장 등을 지냈다. 강 대표는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없으면 전월세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집을 사면 투자가 된다’는 믿음을 줘야 전월세 문제, 가계부채 문제, 나아가 경제 침체까지 일거에 해결된다. 단순히 주택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운동권적 시각을 버리고 시민단체 출신 의원들의 반발을 돌파해야 수권정당으로 가는 문이 열린다”고 조언했다. 강 대표는 “당정협의에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까지 참석했다면 뭔가 가시적인 조치를 내놔야 한다”라고 쓴소리를 하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 폐지를 제안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거래가 안 되기 시작한 것이 7년이나 됐는데 한시적으로 세금 감면하는 식으로 해결이 되겠나”라며 “정부 여당도 ‘집값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일지 않겠나’를 걱정만 해서는 안 된다.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민주당의 장외투쟁 등 여야 대치 정국의 중심엔 양당 원내대표가 있다. 꽉 막힌 현 정국을 풀어 나가야 할 핵심 ‘키 플레이어’도 두 사람이다. 22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이들이 생각하는 정국 해법, 또 3선 중진으로서 각자 갖고 있는 정치적 꿈과 비전을 들어봤다. 》▼ 최경환 “민주, 국회서 정책대결 해야… 5자회담? 내가 낄 이유 없어” ▼■ 崔 새누리 원내대표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58)는 6월 20일경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여야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를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이 청와대에 전달된 직후였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를 주장하며 ‘장외투쟁’을 거론했고, 남재준 국정원장은 “정보기관의 국정조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며 ‘사퇴’까지 거론하는 등 배수의 진을 친 상태였다. 최 원내대표는 “청와대도 다른 판단과 이유가 있겠지만 국회 상황도 있다.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보고해 달라”며 국정조사를 수용했다. 국회 파행 직전에 극적으로 숨통이 트였고 6월 임시국회에서 253건의 법안을 처리할 수 있었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실세’ 원내대표였기에 가능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최 원내대표는 다시 칼날 위에 서 있다. 국정조사 파행을 명분으로 민주당이 장외로 뛰쳐나간 지 20일이 지났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그로선 정쟁 국면을 종식하고 결산심사뿐만 아니라 전월세 대책 등 민생 현안에 대한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하는 상황이다. 19, 20일 연이어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그의 머릿속은 ‘정치의 복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국회를 정상화할 복안이 있나. “고민하고 있다. (정치적)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야당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으로 여당과 대결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당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단독 회담 또는 여야 대표를 포함한 3자 회담을 주장한다. “몇 명이 만날지 등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면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위한 의제 설정이나 양측의 기대에 충족되는 지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굳이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 회담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진작부터 내가 꼭 참석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럴 필요도 없고, 의제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뜻을 청와대에도 전달했나. “그렇다.” 그러면서 최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이후부터 주요 국면마다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 보고 간 쓸개 다 내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그는 또 “당과 청와대, 정부의 생각이 늘 똑같을 수는 없지 않나”라며 “국면마다 국민이 상식적으로 봤을 때 뭐가 옳다고 할지를 생각하고, 그런 각도에서 당과 청와대를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과 대화하고 협상할 자세가 돼 있으니 즉각 원내로 복귀해 국정원 국정조사는 국정조사대로 매듭을 짓고 결산심사나 민생 현안 해법 제시 등 국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자는 호소이다. 그에겐 늘 ‘대통령의 측근’ ‘실세’라는 표현이 뒤따른다.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의 면담 요청도 잦다. 이는 최 원내대표에겐 짐이기도 하다. 늘 ‘정치인 최경환’이 아닌 ‘측근’ ‘대리인’이라는 이미지가 앞서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정국이 꼬일수록 당내에선 그를 바라보는 기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출구를 찾지 못하면 새 정부 국정 운영의 차질은 장기화가 불가피하고, 그 부담은 최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박 대통령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최측근인 최 원내대표를 청와대나 행정부에 기용하지 않고 국회로 보낸 것이 무슨 뜻이겠나”라며 “최경환 원내대표 카드는 대통령이 ‘정치인 최경환’에게 준 시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정치적 꿈’을 물어봤다. 그는 “원내대표도 하기에 급급하다. 주어진 책무를 잘하기도 벅차다. 지금은 박근혜 정부 첫 원내대표를 어떻게 잘할 것인가 그 부분만 고민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전병헌 “결산국회 거부 않겠지만… 통과시킬지는 전략의 문제” ▼■ 田 민주당 원내대표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55)는 5월 15일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뒤 잠을 푹 자 본 적이 없다. 최고위원회의, 원내대책회의, 각종 당 행사에 참석하는 것 외에도 당 의원들을 소속 상임위원별로, 모임별로 만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설득한다. 강경파가 모여 있다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과는 종종 김밥을 먹으면서 밤 늦게까지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이달 1일부터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막당사에서 김한길 대표와 장외투쟁을 이끌고 있다. 전 원내대표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불거진 현재의 대치 정국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박 대통령의 사과라는 민주당의 4대 요구사항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12일과 19일 면담과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전 원내대표의 정국 구상을 들어봤다. ―새누리당은 ‘국회로 돌아오라’면서 결산 국회를 단독으로 개최할 수 있다고 했는데…. “민주당은 광장과 국회를 오가고 있다. 원내외 병행 투쟁이다. 정기국회에 대비한 회의를 계속 하고 있다. 제도권 정당은 기본적으로 국회라는 장을 포기해서도 안 되고 포기할 수도 없다. 그러나 국회가 다수당의 일방통행 식으로 가거나 독선에 빠진다면 불가피한 경우 광장의 힘을 빌리는 게 옳다. 소수의 힘만으로 견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산 심의는 당연히 한다. 다만, 통과시켜 줄 거냐는 전략의 문제다. 소수 정당이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시민단체나 당 내부에선 ‘대선 불복’을 전면에 내걸자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는 장외투쟁을 시작할 때부터 ‘대선 불복이 아니다’란 점을 분명히 했다. 주말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고는 있지만 민주당의 기본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과도한 주장에 대해 분명하게 쐐기를 박는 것이 민주당을 보호하고 우리의 투쟁력을 지속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런 데 대해 야유도 나왔지만 다수의 중산층과 시민들은 조용히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변인,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 등을 두루 거쳤다. 흔히 ‘참모형’ ‘전략통’으로 불리지만 리더로서는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우리 시대의 정치인에게 정말 필요한 리더십은 당장의 인기나 지지층의 말초적인 요구에 영합하는 게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극적인 얘기를 하면 팔로어 수가 늘어나겠지만 내공을 키울 수는 없다. 나의 강점은 상황이나 사물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보는 게 습관화돼 있다는 점이다. 이성적 정치 리더십이 과격한 운동가형 리더십, 군림형이나 보스형 리더십을 뛰어넘어야 정상적인 정치문화를 정립할 수 있다. 양은냄비처럼 확 뜨거워지는 게 아니라, 가마솥처럼 서서히 달궈지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다.” ―가장 존경하는 정치 스승을 꼽는다면…. “단연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나는 현직 정치인 중에서 DJ가 주재한 회의를 가장 많이 지켜본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DJ는 늘 ‘정치인은 행동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고 행동하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전 원내대표는 1987년 평민당 당직자로 정치권에 들어와 DJ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행사기획비서관, 국정홍보조사비서관, 국정상황실장 등을 지냈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두 번이나 연패(連敗)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은 정치적 혐오감에 대한 피해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뒤집어쓰고 있다. 거기서 민주당의 위기가 비롯된다. (대선 당시) 무당파층에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층이 결합돼 있었고 패배한 이후에는 ‘이길 수 있었던 선거에서 졌다’는 자책과 비난 때문에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 목표는…. “다음 총선에서 4선이 되면 서울시장에 도전해 보고 싶다. 목표를 꼭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당과의 인연, 민주당의 정통성 측면에서는 내가 적임자라고 본다.”민동용·장강명 기자 mindy@donga.com}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에 관한 국정조사특위의 19일 증인 청문회에서도 정제되지 않은 언사와 고성, 욕설은 끊이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의 조사 동영상을 왜곡·조작했다”고 주장하자 정 의원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더니…”라며 반박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특위 여당 의원들은 삿대질과 큰 소리로 응수했고 나중에 김 의원은 자신의 심문 차례가 다시 돌아오자 “정청래 의원이 돼지라고 부른 김태흠입니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과도 막말 싸움을 벌였다. 정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동안 이 의원이 자꾸 끼어들자 “막말대왕은 이장우 의원이야”라고 쏘아붙였고, 이 의원은 질세라 “어디서 반말이야”라고 소리쳤다. 말싸움이 계속되다 이 의원이 청문회장에 방청 온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떼거지”라는 표현을 쓰자 정 의원은 “이 의원은 ‘선구자’네요. 선천적 구제불능자”라고 공격했다. 김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여성 의원 7명은 청문회 도중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야유를 퍼붓고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결국 막말은 욕설로 변했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 논란과 관련해 김현 의원 대신 증인을 자처해 출석한 강기정 의원에게 이장우 의원이 “폭력의원”이라고 한 게 단초였다. 강 의원은 이 의원 자리로 가서 책상을 내리치며 “내가 폭력의원이야? ××”라고 욕을 했고, 이 의원은 “뭐, ××라고?”라며 맞받은 것. 결국 새누리당 의원들은 “강 의원 사과”를 요구하며 청문회장을 떠나 40분간 개회가 지연됐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대선에 영향을 주기 위한 축소수사 주장에 대해) 동료 경찰들은 다 부인하고 있다”며 “권 전 과장은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라고 물었다. 권 전 과장은 “무슨 말이냐. 당연히 대한민국의 경찰이다”라고 맞받았다. 정청래 의원은 조 의원에게 “지역감정 조장하는 말을 왜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김태흠 의원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번에(16일 청문회에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향해) TK 어쩌고 하지 않았느냐. 광주의 딸이라고 한 것도 민주당이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현직 국정원 증인 4명의 신변보호를 위해 유례가 드물게 가림막을 치고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신경전도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흰색 가림막이 얼굴만 가려야 한다고 주장해 증인의 몸 전체를 가렸던 가림막을 가슴 위로만 치도록 했다. 박영선 의원이 가림막 뒤 여직원 김 씨가 진술이 적힌 종이를 보고 읽는다고 주장하자 김 씨는 종이를 부채로 바꿔 쥐기도 했다. 통진당 이상규 의원은 “여직원 김 씨가 옆자리 민모 국장이 적어준 문건을 읽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진기자들이 가림막 틈새로 김 씨의 얼굴을 찍으려고 해 민 국장이 종이로 가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 26명에 대한 질의는 여야 의원들이 오전 내내 가림막을 왜 쳐야 하느냐를 놓고 공방을 벌이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2시간 반가량 말 한마디 못하고 여야 의원들의 공방을 지켜본 셈이다. 민동용·길진균 기자 mindy@donga.com}

맥 빠진 청문회였다. 16일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의혹 등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는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해 당초 목적인 ‘진상 규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회의 동행명령서를 받고서야 출석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증인선서 자체를 거부하면서 초장부터 김을 뺐다. 엉뚱하게도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주장만 TV 생중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 검찰의 공소장 내용 전면 부인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검찰의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공소장 내용을 부인했다. 두 증인은 대선 개입과 관련한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라며 답변을 피하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은 기소 내용 중 국정원법 위반(국내정치 개입)에 대해 “재판 중이라 답변이 적절치 않다”면서도 “선거 개입은 동의하지 않는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대북심리전단을 대북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한 것에 대해 “2009년 북한이 대남공작부서를 개편해 사이버 공격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고 답했다. 대북심리정보국이 인터넷에 댓글을 달거나 찬반 클릭을 한 데 대해서는 “사후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2007년 남북정상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새누리당의 요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원 전 원장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은 대선 직전 권영세 당시 박근혜 대선 캠프 종합상황실장과 회의록 공개 문제와 관련해 전화로 상의를 했다고 진술해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했을 때 새누리당 의원들이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해 답답해서 정회 중에 친분관계가 있던 권 주중대사에게 전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대사도 ‘네가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에 대해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장이 정보위 정회 중에 권 대사와 통화를 하고 (회의록 공개 문제를) 상의했다는 답변을 듣고 그냥 넘어갈 수가 있느냐”며 “권 대사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전 청장은 시종 “떳떳하고 당당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때때로 비웃는 듯한 표정도 지었다. 지난해 대선 직전인 12월 16일 경찰의 국정원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허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여직원이 제출한 컴퓨터) 분석 결과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한 게시글이나 댓글이 없었기 때문에) ‘없었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12월 16일 밤늦게 급히 수사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서는 “언론의 취재경쟁이 치열해 발표하지 않으면 몇몇 언론이 특종 보도를 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전 청장은 수사 결과 발표 당일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한 차례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민주당은 김 전 청장이 수사 결과 발표 전날인 12월 15일 점심을 누구와 했는지 집요하게 추궁했다. 수사 결과 조작을 누군가와 모의하지 않았겠냐는 것. 그러나 김 전 청장은 “점심을 누구와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선거와 관련된 인물은 결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與는 “선방”, 野도 “얻은 것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해 “북한의 심리전에 대한 정상적 대응”이라며 두 증인을 옹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장우 의원은 “김용판 원세훈은 야당의 엉터리 짜 맞추기 여론 조작의 희생양”이라며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사건은) 야당이 대선에 승복하지 못해 하는 것이다. 억지를 써서 거리로 나가 거리의 친북세력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공세를 ‘제2의 병풍(兵風)사건’으로 규정함으로써 이번 사건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서 ‘실패한 정치공작’이란 프레임에 가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민주당은 벼르고 별러 성사시킨 청문회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원 전 원장과 권 주중대사의 ‘회의록 관련 통화’ 진술 확보라는 소득을 얻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청문회를 참관한 뒤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답답함을 느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민동용·길진균 기자 mindy@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역사에 대한 인식을 두고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거나 철지난 이념을 잣대로 역사를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뒤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을 초청해 가진 청와대 오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 국민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역사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65년 전 오늘은 외세의 도전과 안팎의 혼란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을 건국한 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를 우리가 지향하는 핵심가치로 헌법에 담아 대한민국이 출범한 것이야말로 오늘의 번영과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던 첫걸음이었다”며 ‘건국’의 의미를 강조했다. 일부 진보진영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한 ‘건국 세력’이 민족분단을 주도했다고 비판한다거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국의 꼭두각시로 묘사한 동영상 ‘백년전쟁’을 상영하는 등 이념적 차이를 이유로 현대사 왜곡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건국 직후 전쟁의 상처와 가난에 시달렸고 기술도 자본도 자원도 없었지만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독일의 광산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월남의 정글에서 숱한 역경을 헤치며 국민의 피와 땀으로 기적의 역사를 만들었다”며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역사를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를 낭독하면서 42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경축식에는 검사 시절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육영수 여사를 저격(1974년)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낸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도 참석했다. 모처럼 여야 대표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경축식 직전에 주요 인사들과 인사를 하면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도 악수를 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인사만 했다.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윤완준·민동용 기자 zeitung@donga.com}
남북이 14일 제7차 당국 간 실무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자 민주당의 장외투쟁으로 여야 대치 정국을 이어가던 정치권은 오랜만에 “환영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신뢰와 원칙을 강조한 박근혜 정부의 대북관이 결실을 거뒀다”며 “개성공단이 다시는 정치·군사적 이유로 문 닫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도 “협상 대표단의 노고를 높이 평가한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해서도 남북이 머리를 맞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개성공단이든 남북관계든 절대로 뒷걸음쳐서는 안 된다”고 했고,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남북이 한 발짝씩 물러나 지혜로운 합의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칙을 고수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협상 방식에 사실상 북한이 두 손을 들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협상 태도를 비판해 온 민주당은 내심 당혹스러워했다. 당내에서는 “앞으로 대북정책 이슈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왔다. 대북특사 파견을 요구했던 민주당의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이) 원칙을 고수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화를 권고한 국제 정세가 북한을 움직였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 간 합의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온전한 성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인 셈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부가 연간 급여 5500만 원 이하인 근로자는 근로소득세가 늘지 않도록 세법 개정안 수정안을 내놓았다. 또 정부는 연간 16만 원의 세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설계됐던 연소득 5500만 원 초과∼70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세금 증가분을 2만∼3만 원으로 낮췄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3년 세법 개정 수정안을 발표했다. 현 부총리는 “연소득 5500만 원에서 7000만 원 사이 근로자는 의료비 교육비 등의 지출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세 부담 증가분을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연소득 5500만 원 초과∼6000만 원 이하 근로자는 2만 원, 6000만 원 초과∼7000만 원 이하 근로자는 3만 원 늘어난다. 기재부는 이번 수정안에 따라 연소득 3450만 원 초과∼7000만 원 이하 근로자의 세 부담이 당초 세법 개정안을 적용했을 때에 비해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득세 증가 부담은 연소득 7000만 원 초과 근로자 110만 명(상위 7.2%)에게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줄어드는 세수를 메우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정부 수정안을 보고받고 “서민·중산층의 지나친 세 부담 증가 반대 등 당이 요구한 대로 (정부가) 세제 개편 수정안을 마련해 왔다”며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기업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 기조 철회만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이상훈·민동용 기자 january@donga.com}

13일 기획재정부가 여당에 보고한 세제개편 수정안에 대해 새누리당은 “공감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 지시 하루 만에 번갯불에 콩 볶듯 내놓은 졸속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근로소득세 세액 관련한 정부의 수정안에 공감했다. 반대한 의원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일회성으로 급한 불을 끄는 데 의미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다”라며 “복지정책 공약에 대한 구조조정과 증세 논의 등 근본적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 겸 ‘중산층·서민 세금폭탄저지특위’ 위원장은 “수정안은 세금폭탄에 분노하는 민심을 달래보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한 감세 기조의 철회만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장은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국민의 계속되는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정안에 대해서도 여야의 시각차가 크게 드러나면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의 수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9월 정기국회에서 여야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조정과 대기업 법인세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한 자체적인 세제개편 대안을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연 소득 3억 원 초과에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38%)을 연 소득 1억5000만 원 초과에도 적용하고, 대기업 법인세율은 현행 최고 22%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동용·권오혁 기자 mindy@donga.com}
올해 세제개편안이 중산층의 세 부담을 키운다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대선 당시 약속한 ‘증세 없는 복지’의 도그마에 갇혀 정책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복지공약을 실현하되 증세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두 가지 모순된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니 여러 가지 ‘꼼수 정책’을 양산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주 세법개정안 발표 때는 “국민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해명하더니 막상 ‘그러면 공약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 개편으로 세입 재원은 충분하다”고 말을 바꿨다. 이처럼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것도 스스로 도그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처럼 역대 정부는 금과옥조처럼 지키려던 원칙이나 공약이 끝내 자충수로 작용하는 선례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공약을 손질하든, 증세의 필요성을 인정하든 간에, 국민들에게 솔직히 이해를 구하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획재정부는 일요일인 11일 오후 예정에 없던 ‘보도참고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e메일로 발송했다. “올해 세법개정으로는 135조 원에 이르는 공약 재원을 마련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한 해명이었다. 기재부는 이 자료를 통해 “임기 중 비과세·감면 정비로 조달하기로 한 18조 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올해 세법 개정으로 조달할 수 있다”며 “내년 공약가계부 재원 7조6000억 원 확보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이번 세제개편의 목적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형평성 제고”라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중산층의 추가 부담은 월 1만 원 남짓밖에 안 된다”며 ‘사실상 증세’라는 비판을 어떻게든 피해 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증세가 아니라면 어떻게 국정과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추가로 나오자 이번에는 반대로 올해 개편안의 세수 증대 효과를 선전하고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은 증세가 아니다”와 “이번 개편안으로 공약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정부의 두 가지 핵심 주장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정부는 자꾸 증세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세 부담이 올라가는 것은 증세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현 소장은 또 “지하경제 양성화로 27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과대 포장된 목표에 불과한 만큼 결국 공약을 다 이행하려면 남은 수단은 직접적인 증세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복지를 위해 조금씩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장기적인 방향으로는 맞다”면서도 “하지만 증세가 아니라는 거짓말을 할 게 아니라 차라리 공약 이행을 위해 현 세대가 할 수 있는 한도까지는 부담을 하자고 설득하는 작업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이 정서적으로 ‘증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정부가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국민은 세금의 액수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도 정부는 ‘한 달에 1만여 원 더 내는 것은 감당할 수 있지 않으냐’는 식으로 안이하게 생각했다”고 비판했다.세종=유재동·송충현 기자·민동용 기자 jarrett@donga.com}

민주당 장외투쟁 이틀째인 2일에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문재인 의원(사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장외투쟁으로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문 의원으로선 반드시 가봐야 할 곳임에도 가지 못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은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의 1주기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회장’으로 더 잘 알려진 강 전 회장의 추도식은 이날 오전 11시 충북 충주시 시그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시그너스 골프장은 강 전 회장이 생전에 대표로 있었던 곳으로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첫 결혼식 주례를 섰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날 추도식에는 노무현재단 인사들이 참석했지만 문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의 장외투쟁에도 참석하지 않는 처지에서 추도식에 가기가 껄끄러웠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전날 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네가 내 옆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아팠다. 네가 보고 싶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결이 쳤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속의 햇살은 차랑차랑하였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자신의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시인 안도현 우석대 교수의 글 ‘연어 이야기’의 한 대목이다. 마침 1일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 교수의 첫 공판일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누구 때문에 당이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데 문 의원이 너무 한가한 것 아니냐.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문 의원은 대선불복으로 비칠까 우려한 듯 장외투쟁에 참여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장외투쟁 이틀째인 2일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화력을 집중했다. 또 국가정보원 개혁,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내용 유출 의혹과 관련한 새누리당 인사들 엄벌, 박 대통령 사과, 그리고 남재준 국정원장 문책 등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만이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는 국정원 댓글 의혹 진상 규명 국정조사의 정상화만으로는 회군(回軍)의 명분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 집중 공략 이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병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진실 규명과 국정원 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한다”며 “대통령의 침묵은 결코 덕목이 아니다. 입을 열고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승조 최고위원도 “박 대통령의 비겁한 방관이 끝나지 않는 한 민주당 장외투쟁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이 용기 있게 나서서 국가기관의 국내 정치 개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그리고 대통령 사과”라며 “박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국정을 농단한 남재준(국정원장), 그대로 비호하고 둘 거냐”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원 국정조사라는 판은 엎어졌다. 새로운 판이 시작됐고 상대는 박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 국정조사특위가 (증인 출석 및 진술 보장에) 합의하더라도 당장 국회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한길 대표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만이 지금의 상황을 푸는 열쇠를 갖고 있다”며 박 대통령과의 ‘일대일 담판’을 제안했다.○ ‘박근혜 OUT’ 세력과 결합? 3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은 당원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보고대회 직후 같은 무대에서 열릴 촛불집회, 즉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 규명 촛불 문화제’에 합류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대선 불복’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이다. 촛불집회에서는 공공연하게 ‘박근혜 하야’ 주장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는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간사단체로 해서 209개 사회단체가 구성한 ‘국정원 시국회의’가 매주 토요일 열고 있다. 특히 진보연대는 평택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제주해군기지 반대 등 사실상 ‘반(反)정부 집회’를 주도해 왔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대선 불복이나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며 대선 불복의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김 대표를 찾은 민변 변호사들은 “민주당을 지지한다”면서도 “민주당의 행보는 대선 불복에 대한 비판 여론만 의식해 국민의 힘을 싣지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촛불집회 참석 여부를 놓고 민주당은 이날 밤늦게까지 검토를 거듭했다. 애초 보고대회가 끝난 뒤 김 대표 등 지도부가 자리에 남아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러나 뒤늦게 촛불집회에 ‘종북세력’ 비판을 듣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참석할지 고심을 계속했다는 후문이다.○ 최경환, 서울광장 방문 무산 이날 오후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서울광장을 찾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최 원내대표가 서울광장 근처까지 가서 전화로 ‘가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민주당이 ‘맞이할 사람이 없다’고 해 무산됐다”고 말했다. 여야는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 문제를 놓고 물밑 접촉도 벌였지만 견해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3일까지 협상은 보류”라고 밝혔다. 한편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정국 파행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하게 된 데는 새누리당의 책임도 크다”며 “민생을 돌보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지도부가) 특단의 조치를 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민식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 크게 야당을 껴안아 양보하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민동용·권오혁·조종엽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이 1일 장외투쟁에 돌입하면서 이에 얽힌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묘한 인연이 관심을 끌고 있다. 2005년 12월 9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자 이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그달 13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시작된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은 이듬해 1월까지 이어졌고 국회는 53일 동안 파행했다. 이때 여야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낸 주역 중 한 사람이 김 대표다. 2006년 1월 24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 대표는 그달 30일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 북한산에서 등산을 겸한 회담을 갖고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안을 제출하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국회를 정상화한다는 데 합의했다. 새해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겨 지연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여당 원내대표의 과감한 결정이었다. 이는 한나라당 내 ‘장외투쟁 반대파’에게 “성과도 없이 거리에서 시간만 보냈다”는 불만을 사며 위기에 처했던 박 대통령에게는 마지막 출구였다. 반면에 김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양보를 해줬다”는 당내 친노(친노무현) 측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제 두 사람이 처한 위치는 2006년과 정반대다. 민주당 측에선 새누리당의 강공 드라이브 배후엔 청와대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이 1일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장외투쟁에 나선다.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진상 규명 국정조사의 파행 위기에 직면한 김한길 당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내일(8월 1일 오전 10시) 국민과 함께하는 첫 의원총회를 현장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의 진실 규명과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마당에 더는 참기 어렵게 됐다”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직접 국민운동본부 본부장을 맡아 원내외 투쟁과 협상을 이끌기로 했다. 민주당은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국민운동본부로 삼을 예정이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강행처리 했을 때인 2011년 11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협상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협상이 아니라 협박이 될 수 있다”며 “국정조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자폭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증인 채택 문제를 조율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민동용·최창봉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이 1일 장외투쟁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정국은 삼복더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7월 26일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가 각각 “정쟁 중단”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 종식”을 말한 지 닷새 만의 급반전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회담 제의를 받아 화해 무드를 연출했다 갑작스레 거리에 나서기로 결정한 김한길 대표로서는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사면초가 ‘김한길 민주당’ 의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김 대표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NLL 포기 발언 논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태가 겹친 지난 두 달여 당 안팎의 강경 대응 주장을 일축했다. 여야의 문제는 국회에서 해결해야 하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장외로 나간다면 과거 야당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중요한 것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실상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국정원 국정조사에 무게를 둬왔다. 그러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국정조사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과의 협상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달으면서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코너에 몰리기 시작했다.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따내려 한 열매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여기에 정국 고비마다 김 대표가 과감하게 대처하지 못하거나 강경론에 휘둘려 실기하면서 새누리당에 끌려다녔다는 ‘패배 피로감’도 작용했다. 문재인 의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 열람’ 주장을 받아들였다가 회의록 삭제 의혹 사태로 번지며 주도권을 내줬고, ‘귀태(鬼胎)’ 등 잇단 막말 파문은 리더십 부재의 방증으로 읽혔다. 급기야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하자 ‘촛불집회’를 주도하던 당 밖 시민사회 세력의 반발을 불렀다. 야성(野性)을 기르라는 일부 지지층의 요구와 “너무 물렁물렁하다”고 닦달하는 당내 강경파의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31일 오전의 긴급 비상의원총회는 이를 잘 드러냈다. 발언에 나선 의원 14명 중 장외투쟁을 거론하지 않은 의원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 이석현 의원은 “국회를 보이콧하자. 판을 뒤집어야 한다”고 했고, 박영선 의원은 “문재인 죽이기가 이미 시작됐다. 모두 촛불에 합류해야 한다”고 했다. 이학영 의원은 “빨리 장외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고, 우상호 의원은 “국정조사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강력한 장외투쟁을 동반해야 한다”고 했다.○ 리더십 반등 기회 삼나 치명타는 지난달 30일 황 대표와의 대표회담이 막판에 무산된 것이었다. 궁지에 몰린 김 대표로서는 대표회담을 통한 정국 정상화가 운신의 폭을 넓힐 ‘마지막 출구’였다. 당 핵심관계자는 “김 대표가 버틸 만큼 버텼지만 여당은 손톱만큼도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당 장악력을 반등시키고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의원총회도 사실상 장외투쟁에 들어서는 명분을 얻기 위한 자리였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내외 투쟁과 협상을 당 대표가 직접 이끌겠다. 이 국면을 이끌겠다”고 했다.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을 털어내고 당을 전면에서 끌고 가겠다는 뜻이다. 다만 ‘제1야당이 국회를 버린다’는 부담을 감안해 을(乙)살리기와 민생입법 활동도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휴가철에 어떻게 국민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선 불복종 세력과 결합하나 민주당은 1일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 이름으로 천막을 쳐 가두홍보전을 하고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또 외부 시민단체가 토요일마다 벌이는 서울광장 촛불집회에 3일 당 지도부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하야’나 ‘대선 부정선거’ 등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촛불집회 세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고민이다. 자칫하면 민주당이 대선 불복종 세력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웅래 대표 비서실장은 “대선 불복을 거론하는 프레임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보자는 것”이라며 “이런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너무 무르다”는 비난에도 여당과의 대화를 통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국정조사를 진행하려던 민주당 지도부가 뿔났다.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채택하려 하지 않고 시간만 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 채택이 새누리당 방해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거부가 계속된다면 어떤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다음 달) 7일부터 증인 청문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내일(31일)까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분노 폭발의 ‘인계철선’ 시한은 36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더이상의 용납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증인에게 출석일 7일 전에 출석요구서를 보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늦어도 31일까지는 증인 채택을 끝내야 정상적인 국정조사가 가능하다. 또 민주당은 30일 오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및 실종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법안을 발의해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당 지도부가 그동안의 타협적 자세에서 강경한 태도로 전환한 것은 국정원 국정조사가 자칫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의 장외투쟁 주문을 물리치면서까지 고집한 국정원 국정조사가 성과 없이 끝나면 지도부는 당 장악력에 큰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내 갈등 양상도 번지고 있다. 이날 유은혜, 서영교, 김기식 등 초선의원 7명은 전 원내대표를 찾아 “당장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국정조사가 무산되면 127명 전원이 의원직 사퇴를 걸고 국회 밖으로 나가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요구했다. 반면 ‘귀태(鬼胎)’ 파문의 장본인인 홍익표 의원(초선)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사로운 감정은 털어내고 큰 길에 하나가 되어야 한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 원내대표가 말한 ‘비상한 각오’의 하나로 장외투쟁을 비중 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지도부에서도 말로 할 단계는 지난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식에 대한 최종적인 가닥을 잡기로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9일 당 지도부의 불협화음에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를 마치며 “최고위원들, 남아주세요”라고 했다.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이 하나로 뭉쳐 제대로 역할을 해내야 할 때”라고 했던 김 대표는 비공개로 진행된 이 회의에서 10분 남짓 “당이 어려울 때이니 지도부가 잘해야 한다”는 취지의 경고성 발언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생각에 차이가 있는 부분은 서로 인정하자”고 강조했다고 한다. 김 대표의 경고는 25, 26일 비공개 간담회에서 빚어진 최고위원 간의 의견충돌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경태 최고위원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의원을 공개 비판하겠다고 했고,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특위를 “비공개로라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우원식 최고위원은 “우리 안에 당을 흔드는 세력이 있다”며 “지도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최고위원을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두 최고위원은 김 대표 앞에서 삿대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지도부의 분열상에 역정이 난 것 같다”며 “국정원 국기 문란도 중요하지만 ‘당기 문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인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 대표회담은 국정원 개혁 특별위원회 구성 및 ‘회의록 실종 사태’ 관련 여당의 검찰 고발에 대한 유감 표명의 건을 조율하지 못해 이번 주 개최는 불투명해졌다.민동용·황승택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