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조은아 차장

동아일보 경제부

구독 106

추천

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achim@donga.com

취재분야

2025-11-11~2025-12-11
칼럼31%
사회일반14%
국제정세14%
인사일반7%
유럽/EU7%
국제일반7%
미국/북미7%
사고7%
국제정치3%
러시아3%
  • “기후전쟁이 문화전쟁 돼”…美-英 정치권, 탄소중립 정책 놓고 갈등

    영국과 미국 등에서 기후변화 정책을 두고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격화되며 ‘기후 문화전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보 시민단체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 강도를 높이는 반면 보수 성향의 정부나 정치인들은 정책 속도를 늦추거나 추진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좌파의 기후위기 주장은 사기”라는 가짜뉴스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예정된 영국과 미국에서는 탄소중립 정책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첨예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탄소중립 정책, 보수-진보 선명히 갈라”유럽 전문 매체인 유로뉴스는 영국 등이 ‘녹색 공약’ 철회를 검토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두고 정치적 대립이 커지는 ‘기후 문화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20일 보도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최근 언론과 정치인들의 소셜미디어에는 ‘기후 문화전쟁’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과거에는 기후변화 정책에 주로 반발하는 집단은 환경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 친환경 정책이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우파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보수당이 집권한 영국에선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유와 가스 사업을 확대하고 ‘녹색 공약’을 폐기하려는 조짐이 일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북해 석유·가스 사업권 100여 건을 승인할 계획이라고 영국 BBC 등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수낵 내각이 이런 기류를 보이는 이유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지며 ‘에너지 안보’가 중대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수낵 총리는 “2050년 탄소중립이 되더라도 에너지원의 4분의 1 이상이 여전히 석유와 가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국내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쓰는 게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보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경제가 어려워지며 탄소중립 정책이 서민에게 부담을 준다는 일부 여론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은 최근 보궐선거에서 ‘초저배출구역(ULEZ)’ 확대 적용에 대한 우려를 부각해 ‘깜짝 승리’를 거뒀다. ULEZ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노후 차량에 요금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탄소중립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집권 보수당과 야당을 가르는 선명한 선이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美 공화당 집권 시 탄소억제 규정 폐기할 듯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공화당이 집권하면 기후변화 정책이 뒤집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적으로 마련한 공화당 집권 시 첫 180일간의 시나리오인 ‘프로젝트 2025’ 등을 근거로 기후·에너지 정책이 가장 심각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7일 보도했다. 이 시나리오는 자동차, 유정(油井) 및 가스정,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억제하는 규정을 폐기한다는 방침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일부 회원국의 우경화로 기후변화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프란스 티머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일부에서 기후정책을 문화전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EU의 녹색 정책이 회원국의 정치적 분열로 마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미 네덜란드에선 신생 정당인 ‘농민-시민운동당(BBB)’이 “정부의 기후 위기론은 과장”이라고 주장해 지지를 받았고 올 3월 총선에서 상원 제1당이 되는 돌풍을 일으켰다.기후변화 위기는 “세기의 사기” “탄소 사기”라는 거짓뉴스까지 퍼지고 있다. 멜리사 플레밍 유엔 커뮤니케이션 수석은 지난해 5월 유엔 관련 매체 ‘위더피플스’에서 “기후변화 관련 허위정보 생산자들의 전술이 점차 더 교묘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NYT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도 7일 칼럼을 통해 “기후전쟁이 문화전쟁이 돼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1
    • 좋아요
    • 코멘트
  • 고물가에 파리지앵도 ‘못난이 식품’ 사… 佛 식비 최대폭 감소

    “탄산수 6병을 일반 마트보다 50% 저렴하게 샀어요. 1L 한 병이 0.30유로(약 440원)밖에 안 돼요.” 16일 프랑스 파리 도심의 재고 처리 매장 ‘프리마프리’에서 장을 보던 클리오 드 앙젤리스 씨는 “요즘 대형마트는 너무 비싸서 거의 가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리마프리는 일반 대형마트에서 팔고 남은 재고를 일괄적으로 사들여 최대 80% 할인해 파는 재고 처리 매장이다. 파리 외곽에서만 영업했던 이 마트는 올 6월 이례적으로 파리 도심에 문을 열었다. 고급 레스토랑과 식자재 매장이 많은 파리에서조차 고물가 탓에 식비 절약을 위해 ‘못난이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가정은 최근 월간 식비를 사상 최대 폭인 10%가량 줄였다.● 식비 지출 사상 최대 폭 감소 이날 프리마프리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매장 내에는 0.90유로, 0.80유로 등 ‘0’으로 시작되는 가격표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3.09유로(약 4500원)에 판매하는 케첩은 브랜드와 용량이 동일한데도 11% 저렴한 2.75유로(약 2900원)에 팔렸다. 유통기한도, 외양도 일반 마트와 큰 차이가 없다. 혼자 사는 학생 엘로디 포미에르 씨는 “장보기 비용이 1주일에 40유로(약 5만8000원)를 넘기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며 “이곳은 식비를 줄이면서도 선택의 폭이 좁지 않아서 편리하다”고 했다. 회사원 토마 리비에르 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고기도 더 이상 슈퍼마켓에서 사지 않고 전통시장이나 할인매장에서 산다”며 “이렇게 식비를 절약하기 때문에 전체 지출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 마트나 음식점에서 팔고 남은 ‘떨이 음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투굿투고’도 인기다. 프랑스의 카페, 레스토랑, 마트, 빵집은 물론이고 호텔 등 2만2000여 곳이 재고 물량을 내놓는 이 앱은 프랑스에서 980만 명 이상이 사용한다. 재고는 맛이 없을 것이란 편견을 깨려는 듯 ‘먹방’ 유튜버들은 이 앱에서 산 음식을 시식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 레스토랑 가이드 ‘미슐랭 가이드’를 발간하는 미식가의 나라 프랑스에서마저 소비자들이 식비를 줄이면서 가정의 월간 식비 지출은 사상 최대 폭으로 줄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가정의 월간 식비 지출 총액이 2021년 12월과 비교해 올 6월에는 1년 6개월 만에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이 같은 하락 폭은 사상 처음이다. ● “유럽은 가난, 미국은 부유” 자조 음식 품질을 꼼꼼하게 따지기로 유명한 파리지앵조차 식비를 긴축하는 이유는 최근 1년간 매달 전년 동월 대비 5∼6%대로 오르는 고물가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끝없이 오르는 물가에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에 가격 상승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기업들은 이를 거부했다. 정부의 각종 대책으로 7월에는 물가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이를 뒤엎고 7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설문조사 기관인 시르카나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소비자물가는 한 달 전에 비해 0.2% 상승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물가 고공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발표된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 조사에 따르면 유럽 지역의 7월 식음료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0.8% 뛰었다. 유럽 주요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입 통로가 막힌 곡물을 중심으로 가격이 높게 뛰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에선 서방의 다른 한 축인 미국이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자 “유럽은 가난해지고 미국은 부유해졌다”는 푸념이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22일 “미국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사이 영국인들은 혜택을 볼 궁리만 했다”고 지적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특파원칼럼/조은아]파리에서 만난 ‘슬기로운 의사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딸 가족을 찾아오신 친정아버지가 최근 갑자기 몸에 이상 증세가 생겨 파리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 아버지는 ‘골든타임’을 잘 넘기신 덕에 다행히 퇴원해 회복 중이시다. 지옥 같았던 중환자실에서의 긴 시간, 그나마 위안이 된 건 프랑스 의료진의 친절이었다. 의사들은 서두르는 기색 없이 반복되는 보호자의 질문에 성의껏 응했다. 의사와 다시 대화하고 싶을 때 다시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퇴원 수속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아버지의 질환이 무엇인지, 재발을 방지하는 법 등을 담은 내용이었다.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에게까지 따뜻한 위로와 당부의 말을 전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이 과정에서 한국 대형병원에서 겪은 기억이 자꾸 떠올랐다. 두 국가의 의사들이 대조됐기 때문이다. 필자가 본 한국 의사들은 대형병원에서 ‘신(神)’처럼 여겨졌다. 환자가 마주하기 어려운 건 기본, 만나더라도 질문에 대한 답은 짧았다. ‘다음 환자를 봐야 하니 빨리 나가달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지곤 했다. 대개 인턴과 간호사들이 의사를 너무 어려워해 필자까지 불편할 정도였다. 모든 한국 의사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진심과 성의를 다해 대해준 ‘슬기로운 의사’들도 기억한다. 하지만 의사 대부분이 친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초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외래진료 의사 서비스에 대한 긍정적 평가 비율’은 8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86.6%)에 못 미쳤다. 반면 프랑스에서 만난 지인들은 흔히 의사들이 친절하다고들 말한다. 프랑스 의사들은 왜 한국 의사들보다 친절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의사가 상대적으로 많은 점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프랑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4명. 반면 한국은 2.6명으로 OECD 회원국 37곳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의사가 많으면 아무래도 한 환자에게 더 집중할 여유가 생긴다. 의료시장 경쟁을 유도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의사 증원은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심각해진 의료진의 과로를 덜어 줄 것이다. 한국보다 의사가 상대적으로 많은 프랑스는 여전히 ‘의사 증원’을 고민 중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일찍이 2018년 의대생 정원을 제한하는 제도를 폐지했다. 그런데도 올해 초 보건의료 개혁 방안을 내놨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했고 지방 의료 인력은 워낙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의료 보조 인력을 현재 4000명에서 2024년 말 1만 명까지 늘린다는 목표가 담겼다. OECD ‘고령화 속도 1위’인 한국은 고령 환자가 불어날 미래에 얼마나 잘 대비하고 있을까. 국내 의사 수는 2030년 1만4000여 명, 2035년 2만7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의대 증원 논의는 매번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의사협회 안에서만 맴돌다가 흐지부지됐다. 이제 의사뿐 아니라 외부 인사를 논의에 참여시킨다니 늦었지만 반갑다. 논의를 더 미루면 의료계가 ‘밥그릇 지키기’에 매몰되는 바람에 과로하는 의사도, 의사에게 불만스러운 환자도 모두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료의 질을 높이는 데도 힘써야 한다. 마크롱 정부의 이번 개혁안에는 의료진의 주 35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하면서 근로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 담겨 눈길을 끈다. 한국도 밤샘 근무와 격무가 몰려 신입 의사들이 기피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물가에 佛선 와인-獨 고기 소비 줄여”… EU 마이너스성장, 6개국→9개국 늘어

    “프랑스에서 와인을, 스페인에서 올리브오일을, 독일에서 육류와 우유 소비를 줄인다.” 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들은 올 초부터 지난 수십 년간 경험해 보지 못한 경제 둔화와 고물가에 이처럼 소비를 줄이고 있다.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을 뒷받침하듯 이날 유럽연합(EU) 통계 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통계가 취합된 23개국 중 9개국의 올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역(逆)성장을 기록했다. 그리스 크로아티아 룩셈부르크 몰타를 제외한 23개국 GDP 증가율은 1.3%였지만 에스토니아(―3.0%) 스웨덴(―2.4%) 헝가리(―2.3%) 네덜란드(―0.3%) 독일(―0.1%) 등 9개국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낸 것이다. EU 회원국 중 역성장 국가는 지난해 3분기(7∼9월) 1개국에서 4분기(10∼12월) 5개국, 그리고 올 1분기(1∼3월) 6개국으로 계속 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은 지난해부터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흑해 곡물 수출 항구를 봉쇄해 곡물 가격이 치솟았고,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선다며 유럽으로 흐르는 가스관을 잠그면서 자원을 무기화하자 에너지 가격도 급등해 인플레이션을 불렀다. 고물가가 유럽 지역 생산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도 부진해졌다. EU 주요 교역국인 중국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화된 이후에도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더딘 점도 수출 부진에 일조했다. 특히 올 1분기(―0.3%)보다 감소율이 둔화되긴 했지만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은 수출 부진 탓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물가 억제를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릴레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루도빅 수브란 알리안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억누르려는 ECB의 결의는 경기 침체 두려움으로 흐려질 것”이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다만 향후 GDP 증가율 전망치를 고려하면 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라는 시각도 있다. 미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영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OE)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GDP는 올 2개 분기 연속 부진 후 완만하게 확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루블화 가치, 우크라戰 이후 최저… “러 원유수출엔 도움”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1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방 국가들의 의도대로 대(對)러 제재에 따라 교역이 줄어든 탓이란 분석이 나오는 한편 루블화 가치 하락(루블-달러 환율은 상승)이 오히려 러시아의 석유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딜레마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루블화가 1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루블화 환율은 한때 달러당 100루블을 넘기도 했다. 루블화 환율이 달러당 100루블을 넘은 건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이 불안정해지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15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8.5%에서 12%로 올렸다. WSJ는 루블화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서방의 제재에 따른 교역 감소를 들었다. 러시아는 실제 유가 상승 등 유리한 환경 속에서도 올 1∼7월 무역을 통한 수익이 지난해 대비 85%나 감소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지출을 대폭 늘리면서 통화량이 증가해 루블화 가치 하락을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루블화 가치 하락은 러시아 물가를 더 끌어올려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러시아 물가를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노동력 부족 현상도 심각해질 수 있다. 징병된 러시아 남성을 대신해 러시아 노동 현장을 맡은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가치가 하락한 루블화 대신 다른 화폐로 임금을 받으려고 러시아를 떠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루블화가 러시아의 석유 수출용 통화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루블화 약세가 러시아의 원유 수출 경쟁력을 높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 러시아가 해외로 원유를 수출할 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원유 공급을 줄이더라도 러시아는 루블화 약세로 석유 수출을 늘리고 싶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루블화 약세는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엘리제궁도 눈치 보는 거물, ‘프랑스의 삼성’ LVMH의 힘[조은아의 유로노믹스]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요즘 아주 진땀을 빼고 있다네요.”올해 초 2024 파리 올림픽 조직위가 ‘거물’을 올림픽 파트너로 모시려 애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프랑스를 넘어선 세계적 명품 브랜드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얘기다. 조직위는 LVMH가 파트너를 맡으면 올림픽도 ‘명품 올림픽’이 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명품 강자의 지위가 확고한 LVMH로선 올림픽에 발 담그기가 거추장스럽지 않았을까. 이런 예상을 깨고 올림픽 1년을 앞둔 지난달 조직위는 “LVMH가 프리미엄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정·재계에서 LVMH의 힘이 다시금 입증됐다는 평이 나왔다.루이뷔통 백이 혼수 필수품으로 꼽히는 한국에서도 LVMH를 모르는 이는 드물다. 최근 걸그룹 블랙핑크 리사와 열애설이 불거진 프레데릭 아르노가 LVMH의 후계자 후보라고 알려지며 LVMH 집안 사람들까지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33년 만에 매출 25배로 급증프랑스 파리에 기반을 둔 LVMH는 패션·보석·시계·향수·샴페인 등 75개 브랜드를 두고 있다. 1854년에 설립된 패션기업 루이뷔통과 1971년 탄생한 주류기업 모에헤네시가 1987년 합병하며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티파니, 크리스챤 디올, 펜디, 지방시, 셀린, 불가리 등이 모두 이 산하에 있다. LVMH는 미디어 기업 레제코-르파리지앵 그룹도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다.거대한 명품 제국을 세운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74)은 LVMH의 매출을 1989년 32억 유로(약 4조7000억 원)에서 지난해 792억 유로(115조7000억 원)로 키웠다. 설립 33년 만에 매출을 25배로 불린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보복 소비’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 기업 가치가 높아지며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세계 부호 1위 자리에 올랐다. 포브스 ‘억만장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그의 재산 총액은 2110억 달러(약 280조 원)다.LVMH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아르노 회장이 두 번의 결혼에서 낳은 딸 하나와 아들 넷이다. 첫째 딸 델핀(48)은 크리스챤 디올 CEO를, 둘째 앙투안(45)은 크리스챤 디올 SE의 CEO를, 셋째 알렉상드르(30)는 티파니 부사장을 맡고 있다. 리사와 열애설을 낳은 넷째 프레데리크(28)는 태그호이어 CEO, 막내 장(24)은 루이뷔통 시계 임원이다.●“국가 안의 국가”이 명품 거물은 프랑스 정계에서도 큰손이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최근 이 기업의 영향력을 다룬 기획 기사에서 “LVMH는 국가 안의 국가”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친분도 소개했다. 르 몽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2021년 6월 21일 재단장을 마친 파리의 사마리탄 백화점 개점식에 참여했는데 현직 프랑스 대통령이 백화점 개점식에 참석한 건 처음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LVMH는 프랑스의 천재”라고 치켜세웠다.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여사의 행사에도 LVMH 일가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브리지트 여사가 후원하는 어린이 병원 후원 행사에 아르노 회장 일가가 함께 하곤 한다. 올해 1월 파리에서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찍은 사진을 아르노 회장의 한 아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세금, 올림픽 두고 정부와 ‘밀당’명품 거물과 정부는 훈훈한 유대 속에 ‘밀당’도 계속한다. 가브리엘 아탈 예산 장관이 부자들을 ‘탈세자’로 표현하자 아르노 회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클레망 본 교통부 장관은 개인용 제트기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내놔 LVMH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그는 이후 파리의 한 디너 파티에서 아르노 가(家)의 넷째 프레데리크에게 “나는 부유층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대립을 피하려 했다. LVMH의 정계 영향력이 워낙 막대해 장관들도 눈치를 보고 있는 셈이다.정부가 2024 파리 올림픽 파트너로 LVMH를 영입하는 과정에서도 엘리제궁과 LVMH 일가의 긴장이 팽팽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3월 현지 방송 TF1에서 높은 이익을 내는 기업들을 조롱하자 아르노 회장은 올림픽 조직위와 한 때 대화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경전 끝에 아르노 회장은 결국 파트너 요청을 받아들이며 “내가 포기해야 했던 유일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르 몽드는 전했다. 아르노 회장은 요즘 K콘텐츠가 뜨면서 프랑스에서 핫한 한국의 기업들에도 관심을 보였다. 올 6월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 ‘비바테크’에 참여한 중소벤처기업부와 오픈이노베이션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LVMH가 한국 기업들과는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15
    • 좋아요
    • 코멘트
  • ‘파시스트가 되는 법’ 伊작가 미켈라 무르자 암투병 끝 별세…향년 51세

    소셜미디어 시대 파시즘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해학적으로 보여주는 책 ‘파시스트 되는 법’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이탈리아 작가 미켈라 무르자가 10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51세.이탈리아 안사 통신은 무르자가 몇 달 전 신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끝에 이날 수도 로마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출신인 무르자는 소설가, 극작가 등으로 활동했고 성평등, 반파시즘 운동에 앞장서 현존하는 이탈리아 최고의 지성인으로 불렸다. 그는 등단 전 상점 점원, 세무 직원, 야간 경비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2006년 첫 소설 ‘세상은 알아야 한다’는 대기업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며 겪었던 불평등과 비정규직의 현실 등을 바탕으로 출간했으며 연극,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어 안락사를 둘러싼 삶과 죽음의 양면성을 그린 ‘아카바도라’, 여성 폭력을 다룬 ‘사랑해서 죽였다고, 헛소리!’ 등 사회 참여적인 작품을 다수 출간했다. 2018년 ‘파시스트 되는 법’은 반(反)난민, 소수자 혐오 등 세계 각지에서 부상한 극우 포퓰리즘을 풍자적으로 묘사해 이탈리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한국을 비롯한 1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됐다.극우 성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무르자는 나와는 악명이 높을 만큼 다른 자신의 생각을 옹호하기 위해 싸운 여성이었고, 나는 이 점을 매우 존경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무르자는 7월 배우 겸 감독인 로렌초 테렌치와 결혼했다. 무르자의 장례식은 12일 로마 포폴로광장 교회에서 치러진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13
    • 좋아요
    • 코멘트
  • “아름다운 한국 알리려” 푸른눈 사제 伊서 출간

    경기 성남시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푸른 눈의 사제’ 김하종 신부(66·사진)가 최근 고국 이탈리아에서 자전적 에세이 ‘사랑의 요리사(Chef Per Amore)’를 펴냈다. 김 신부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있는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에서 10일(현지 시간) 출판기념회를 열고 “한국과 한국인들이 아름다워서 그 아름다움을 이 책으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2021년 그의 나눔 의지를 밝힌 산문집 ‘사랑이 밥 먹여준다’를 출간한 바 있다. 1987년 사제품을 받은 김 신부는 1990년 오블라티 선교수도회에서 한국에 파견된 최초의 선교사다. 김 신부는 빈첸시오 보르도란 이름을 한국에서 ‘하느님의 종’이란 뜻의 김하종으로 개명했다. 1992년 경기 성남시에서 빈민 사목을 시작했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엔 늘어난 노숙인을 돕기 위해 1998년 ‘안나의 집’을 열었다.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이곳에서 배식 및 설거지 봉사 활동을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조직위 “새만금 떠나면 우리 소관 아니다” 책임회피 논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 측이 대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문의한 공무원에게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립대에 머무는 대만 대원 597명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서울시 팀장급 직원은 10일 오전 조직위 안전관리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대원 중 일부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싶다고 서울시 측에 요청해 검사비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문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조직위 관계자는 “왜 조직위에 전화하나. (대원들이) 새만금을 떠나는 순간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결국 서울시는 내부 논의를 거쳐 “검사 비용은 대원이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대만 측에 안내했다. 이에 조직위 관계자는 “조직위 차원의 즉각 대응이 어렵다는 취지였다”라고 해명했다. 잼버리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직원들이 지원 업무 도중 복귀하는 일도 벌어졌다. 시립대에 파견된 여가부 직원들은 10일 출근한 지 1시간도 안 돼 “본부에서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며 여가부로 복귀했다. 당시 직원들은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야외 활동이 취소되자 급하게 실내 프로그램 섭외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고 한다. 여가부 관계자는 “일부 부서에서 업무 때문에 공무원들을 복귀시키다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프랑스 유력 일간 르몽드는 10일(현지 시간) 이번 잼버리에 대해 1171억 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폭염 등의 준비가 미흡했던 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잼버리의) 공금횡령 의혹으로 ‘정치적 스캔들’로 변했다”고 지적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 2023-08-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阿 난민선, 伊최남단 해역서 침몰… 41명 숨져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 인근 해역에서 난파선이 침몰해 이민자 41명이 숨졌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9일 보도했다. 올해 들어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오는 도중 숨진 이민자가 1800명을 넘어서며 ‘유럽 보트피플’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난파선에서 살아남아 이날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이민자 4명은 구조대원들에게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스팍스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로 가는 도중에 배가 침몰해 같은 배에 타고 있던 4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스팍스는 람페두사에서 약 130km 떨어진 항구도시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가려는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밀항선에 오른다. 이탈리아 당국과 인권단체들은 최근 며칠간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2000명가량을 구조했다. 올해 들어서만 북아프리카에서 1800명 이상이 바다를 통해 유럽으로 건너오다 숨졌다고 BBC는 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이민자는 6월 초 기준 7만1136명으로, 올해 말까지 인원을 합치면 2017년(18만5139명) 이후 6년 만에 최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튀니지는 올 들어 자국 해안에서 발견된 이민자 익사체가 901구에 이른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 중 외국인 이민자가 267명, 튀니지인이 36명이고 나머지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민자들은 인신 매매업자들이 운영하는 열악한 선박을 타고 남유럽으로 밀항하다 사고를 당하고 있다. 선박은 과밀 상태에 안전장치가 거의 없는 데다 침몰 후 구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수가 사망하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탈리아 최남단 해역서 난민선 침몰… 41명 숨져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 인근 해역에서 난파선이 침몰해 이민자 41명이 숨졌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9일 보도했다. 올해 들어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오는 도중 숨진 이민자가 1800명을 넘어서며 ‘유럽 포트피플’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BBC에 따르면 난파선에서 살아남아 이날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이민자 4명은 구조대원들에게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스팍스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로 가는 도중에 배가 침몰해 같은 배에 타고 있던 4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스팍스는 람페두사에서 약 130km 떨어진 항구도시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가려는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밀항선에 오른다. 이탈리아 당국과 인권 단체들은 최근 며칠 간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2000명가량을 구조했다. 올해 들어서만 북아프리카에서 1800명 이상이 바다를 통해 유럽으로 건너오다 숨졌다고 BBC는 전했다.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이민자는 6월 초 기준 7만1136명으로, 올해 말까지 인원을 합치면 2017년(18만5139명) 이후 6년 만에 최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튀니지는 올 들어 자국 해안에서 발견된 이민자 익사체가 901구에 이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 중 외국인 이민자가 267명, 튀니지인은 36명으로 나머지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이민자들은 인신 매매업자들이 운영하는 열악한 선박을 타고 남유럽으로 밀항하다 사고를 당하고 있다. 선박은 과밀 상태에 안전장치가 거의 없는 데다 침몰 후 구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수가 사망하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9
    • 좋아요
    • 코멘트
  • 伊 “이자장사 은행에 40% 횡재세 부과”…유럽 도입 확산

    이탈리아가 고금리로 많은 수익을 얻은 자국 은행에 40%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8일 보도했다. 고물가, 고금리 등에 따른 서민 불만이 가중되면서 이탈리아 외에도 스페인, 헝가리 등 유럽 주요국이 잇달아 횡재세를 도입하고 있다. 다만 ‘세금 폭탄’ 우려에 은행주 주가가 급락하자 조르자 멜로니 정권은 “세금 상한을 두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한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은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에 맞춰 최근 기준금리를 연 4.25%까지 올렸다. 이 기간 동안 일반 은행이 대출 금리를 올리는 만큼 예금 금리는 충분히 올리지 않아 이 ‘이자 장사’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고 멜로니 정권은 보고 있다. 이에 횡재세를 도입해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리도록 유도하고, 세금으로 얻은 수익은 서민 지원에 쓰겠다는 취지다. 이탈리아 금융권은 반발했다. 이들은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경영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8일 이탈리아 은행주 지수 또한 7.3% 급락했다. 유로존 은행지수(SX7E)는 3.7% 하락하는 등 유럽 금융권으로 불안이 확산됐다.시장이 출렁이자 멜로니 정권은 횡재세의 부과 금액에 일정 상한을 두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이 번 돈에 무차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순이자 소득에 대해서만 일정 부분 세금을 매기겠다는 의미다. 한 관계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재무부가 시장 불안을 부분적으로나마 진정시킬 해결책을 찾으려 서둘렀다”고 설명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지난해 영국, 독일 등은 고유가 시대에 많은 이윤을 남긴 주요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했다. 은행권에 횡재세를 도입하는 국가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9
    • 좋아요
    • 코멘트
  • 英스카우트 “폭염-위생 우려 수차례 제기… 개선 안돼”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최대 참가국인 영국 스카우트는 대원들이 1인당 참가비로 약 600만 원을 지출했고, 모금 등을 통해 어렵게 참가비를 마련한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주최 측에 폭염과 위생 문제를 반복해서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맷 하이드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는 7일(현지 시간) 대원들이 이번 잼버리 참가비로 약 3500파운드(약 588만 원)를 지출했고, 모금 활동으로 비용을 마련한 대원들이 많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참가 대원인 개브리엘라 양(16)의 아버지 올라프 클레이턴 씨는 “딸이 참가비 마련을 위해 18개월간 빵을 구워 팔고 영어를 가르치고 식당에서 일했다”며 “철수를 하다니 매우 실망스럽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영국 스카우트 측은 주최 측 대응에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하이드 대표는 “그늘 부족, 식이요법이 필요한 대원들을 위한 음식 미비, 열악한 위생, 의료 서비스 부족 등 4가지가 문제였다”며 “잼버리 참가 전부터, 그리고 행사 중에도 이런 우려를 여러 번 제기했고 시정될 것이란 약속을 받았는데 시정되진 않았다”고 했다. 영국 스카우트연맹의 재정 부담도 호소했다. 하이드 대표는 “(야영장 철수 뒤) 호텔 이동에 100만 파운드(약 16억8000만 원) 이상 들었으며, 이는 앞으로 3∼5년간 영국 스카우트가 계획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라고 털어놨다. 아흐마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8일 성명을 통해 “잼버리 100년 역사상 이렇게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전례 없는 폭염에 이어 태풍까지 겹쳐 운이 좋지 않았다(unlucky)”고 말했다. 이어 야영지 조기 철수에 대해 “계획을 변경하게 돼 실망스럽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英스카우트 “폭염-위생 우려 수차례 제기했지만 개선 안돼”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최대 참가국인 영국 스카우트는 대원들이 1인당 참가비로 약 600만 원을 지출했고, 모금 등을 통해 어렵게 참가비를 마련한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주최 측에 폭염과 위생 문제를 반복해서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맷 하이드 영국 스카우트연맹 대표는 7일(현지 시간) 대원들이 이번 잼버리 참가비로 약 3500파운드(약 588만 원)를 지출했고, 모금 활동으로 비용을 마련한 대원들이 많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참가 대원인 가브리엘라(16) 양의 아버지 올라프 클레이튼 씨는 “딸이 참가비 마련을 위해 18개월간 빵을 구워 팔고 영어를 가르치고 식당에서 일했다”며 “철수를 하다니 매우 실망스럽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영국 스카우트 측은 주최 측 대응에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하이드 대표는 “그늘 부족, 식이요법이 필요한 대원들을 위한 음식 미비, 열악한 위생, 의료 서비스 부족 등 4가지가 문제였다”며 “잼버리 참가 전부터, 그리고 행사 중에도 이런 우려를 여러 번 제기했고 시정될 것이란 약속을 받았는데 시정되진 않았다”고 했다.영국 스카우트연맹의 재정 부담도 호소했다. 하이드 대표는 “호텔 이동으로 인한 비용이 100만 파운드(약 16억8000만 원) 이상이며, 이는 앞으로 3∼5년간 영국 스카우트가 계획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파행에 대한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도 촉구했다.영국 스카우트는 이번 잼버리 참가국들 중 가장 많은 4500여 명의 대원을 파견했다.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가 발생하고 위생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자 4일 참가국 중 처음으로 야영장 철수를 결정하고 5일부터 서울 호텔로 이동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8
    • 좋아요
    • 코멘트
  • ‘38도’ 포르투갈 청년대회, 앱으로 폭염 경고-분수대에 물탱크도

    유럽 대부분이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는 5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러 세계 각국에서 온 청년 가톨릭교도 약 150만 명이 모였다. 한국 못지않은 고온에 온열질환자 발생이 우려됐지만 주최 측은 스마트폰을 통해 폭염 경고를 내리고 탈수 방지를 위한 지침을 안내하는 등 세심하게 대비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리스본 최고기온은 섭씨 38도에 이르렀다. 150만 청년들은 대회장인 리스본 외곽 테호공원에 운집했다. 축구장(7140㎡) 140면 넓이인 100ha에 달하는 대회장에서 참가자들은 6일 예정된 미사에서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주최 측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폭염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경고를 보내고 탈수 증상을 막기 위해 틈틈이 물을 마시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라고 권고하는 등 주의를 기울였다. 앱에서는 현장 기온은 물론이고 응급시설 및 주요국 대사관을 비롯한 비상 연락망도 공지됐다. 대회장에는 그늘을 제공할 만한 나무나 구조물은 없었지만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쉽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분수대를 설치했고 수도 시설도 400군데 새로 설치했다. 참가자들은 분수대 안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또 참가자들에게 모자도 제공했다. 대회장 곳곳에선 물탱크가 달린 트랙터 수십 대를 운행하며 물을 뿌려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포르투갈 국가비상시민안전 당국은 6일 미사 도중에도 폭염에 대비한 분무 시설을 가동할 준비가 됐다고 3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올해 37회째를 맞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는 복음 전파를 위해 열리는 가톨릭 최대 행사로 꼽힌다. 교황이 선정한 도시에서 2∼4년 간격으로 개최되며 교황도 참석한다. 다른 종교를 믿는 청년이나 무신론자도 참석할 수 있다. 올해는 리스본에서 1일부터 6일간 열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우크라, 흑해 러 해군기지 드론 공격… 러 본토로 다가선 전쟁

    ‘흑해’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두 나라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남동부 마리우폴 헤르손 자포리자 등에서 격전을 벌였다. 이 지역에서 양측 모두 교착 국면에 빠진 데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흑해의 러시아군 기간시설에 대한 잇따른 공격으로 주도권 탈환을 노리면서 흑해 일대의 긴장이 부쩍 높아졌다. 5, 6일 양일간 사우디아라비아 2대 도시 지다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및 평화 방안을 논의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회의’가 열렸다. 한국, 미국, 중국, 인도 등 총 40여 개국이 참석했다. 러시아는 불참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회의에서 “지난달 흑해곡물협정을 전격 파기한 러시아로 인해 전 세계적 식량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며 반러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우크라, 흑해서 드론 공격 vs 러는 ‘킨잘’ 보복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4일 해상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흑해 요충지 노보로시스크의 러시아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군함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함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자는 “TNT 폭약 450kg을 적재한 무인기로 공격했다. 군함이 심한 손상을 입어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해안을 공격한 것은 처음이다. 노보로시스크항은 러시아산 원유를 수출하는 주요 통로여서 경제적 가치도 크다. 우크라이나는 5일 흑해와 아조우해를 잇는 크림반도 인근 케르치 해협에서도 러시아 민간 유조선 ‘SIG’를 역시 해상 무인기로 공격했다. 러시아도 반격했다. 러시아군은 5일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순항 미사일 ‘칼리브르’, 유도 폭탄 등을 이용해 남부 자포리자, 서부 흐멜니츠키, 북동부 하르키우 등을 공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으로 우크라이나를 격렬히 비난했다. 유조선 공격에 따른 원유 유출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쓰레기들이 흑해의 ‘생태학적 재앙’을 부추긴다”고 했다. 흑해를 둘러싼 양측 충돌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주 무대를 자국 남동부와 동부에서 러시아 영토로 옮기려 시도하고 있다. 올 6월 육로를 통한 대반격을 시작했지만 러시아의 방어에 밀려 좀처럼 진격 속도를 내지 못하자 상대적으로 비어 있는 흑해를 노린다는 심산이다. 러시아가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주요 산업인 곡물 수출업을 방해하기 위해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안전한 수출을 보장해왔던 ‘흑해곡물협정’의 연장을 전격 파기한 것도 양측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또한 성명을 통해 “노보로시스크, 아나파 등 러시아의 흑해 항구 6곳은 전쟁 위험 지역”이라고 맞섰다. 이 6개 항구로 향하는 모든 러시아 선박을 군사 표적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빈 살만도 ‘우크라 중재자’ 자처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는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어느 편도 들지 않은 중립국 상당수가 참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의에서 식량 안보 의제가 다뤄질 것”이라며 러시아의 곡물협정 파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급받지 못하는 아프리카 빈국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줄곧 인권 탄압 비판을 받아 온 무함마드 왕세자 또한 이번 회의를 통해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중동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지닌 지도자라는 면모를 보일 기회를 얻었다”고 평했다.김보라 기자 puple@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3-08-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38도’ 포르투갈 청년대회, 앱으로 폭염 경고-분수대에 물탱크도

    유럽 대부분이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는 5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하러 세계 각국에서 온 청년 가톨릭교도 약 150만 명이 모였다. 한국 못지 않은 고온에 온열질환자 발생이 우려됐지만 주최 측은 스마트폰을 통해 폭염 경고를 내리고 탈수 방지를 위한 지침을 안내하는 등 세심하게 대비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로이터 통신과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리스본 최고기온은 섭씨 38도에 이르렀다. 150만 청년들은 대회장인 리스본 외곽 테호공원에 운집했다. 축구장(0.714ha) 140면 넒이인 100ha에 달하는 대회장에서 참가자들은 6일 예정된 미사에서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주최 측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폭염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경고를 보내고 탈수 증상을 막기 위해 틈틈이 물을 마시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라고 권고하는 등 주의를 기울였다. 앱에서는 현장 기온은 물론이고 응급시설 및 주요국 대사관을 비롯한 비상 연락망도 공지됐다.대회장에는 그늘을 제공할 만한 나무나 구조물은 없었지만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쉽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분수대를 설치했고 수도 시설도 400군데 새로 설치했다. 참가자들은 분수대 안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또 참가자들에게 모자도 제공했다. 대회장 곳곳에는 물탱크가 달린 트랙터가 수십 대 운행하며 물을 뿌려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포르투갈 국가비상시민안전 당국은 6일 미사 도중에도 폭염에 대비한 분무 시설을 가동할 준비가 됐다고 3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참가자들은 스스로 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란 영 모데스타 청 씨는 “쓰레기통을 이용해 그늘을 만들었다”며 “더럽고 냄새도 나서 불편했지만 어느 순간 우리 텐트처럼 됐다. 일종의 기적 같다”고 말했다.올해 37회째를 맞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는 복음 전파를 위해 열리는 가톨릭 최대 행사로 꼽힌다. 교황이 선정한 도시에서 2~4년 간격으로 개최되며 교황도 참석한다. 다른 종교를 믿는 청년이나 무신론자도 참석할 수 있다. 올해는 리스본에서 1일부터 6일간 열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6
    • 좋아요
    • 코멘트
  • ‘미식가’ 프랑스 사람들도 식비 줄였다[조은아의 유로노믹스]

    며칠 전 프랑스 파리의 한 마트에서 다음 날 아침식사용 식재료를 샀다. 장바구니엔 네 가족이 먹을 샌드위치 재료와 과일과 야채 약간만 담겼다. 지갑을 열 부담이 느껴질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영수증에 찍힌 액수는 거의 30유로(약 4만2000원). 외식비를 아끼려 굳이 장을 보러 갔건만 외식비 만만치 않은 돈이 나가버렸다. 바쁜 아침 샌드위치를 만드는 수고와 이 액수를 생각하면 동네 빵집에서 샌드위치 네 개를 사서 먹는 게 나을 뻔했다.사실 1년 전만 해도 파리의 식재료 가격이 이 정도는 높게 체감되진 않았다. 그간 물가가 많이 뛰긴 뛴 것이다. 오죽하면 음식에 진심인 프랑스인들조차 사상 처음으로 외식비가 아닌 식품 소비마저 줄이기 시작했을까. ● 프랑스인들 식비 처음으로 줄였다프랑스인들은 외식뿐 아니라 집밥 식재료 소비까지 줄이며 ‘짠물 소비’에 안간힘이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올 6월 식품 소비는 2021년 12월 대비 10% 감소했다. 프랑수아 지롤프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OFCE) 경제학자는 “INSEE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0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가정의 식품소비가 감소했다”고 밝혔다.‘미식의 나라’ 프랑스인들이 식비마저 줄일 정도로 소비가 위축된 건 멈추지 않는 물가 고공행진 때문이다. 프랑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1년간 5~6%대를 이어왔다. 프랑스 물가 수준은 유럽 내에선 그나마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유럽 다른 국가들 물가는 더 높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비교를 위해 사용하는 물가지표(HICP)를 보면 6월 프랑스는 5.3% 올랐다. 하지만 EU 회원국 평균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더 높은 6.4%였다. ECB 물가안정 목표치인 2%에 미치려면 한참 멀어 보인다. 단순 비교하긴 힘들지만 미국은 이에 비하면 안정을 찾고 있다. 지난해 여름 8~9%대까지 치솟던 미국 물가상승률은 올 6월 3%대다. ● 유럽 물가가 유독 비싼 이유유럽 물가는 왜 유독 안정을 찾지 못하는 걸까. 소비자 가격에 포함되는 원자재 가격, 인건비가 유럽에서 유독 올랐기 때문이다.우선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같은 유럽 지역 국가들이 ‘곡물가 폭탄’을 안았다. 세계 밀 수출 1위국인 러시아, 4위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며 유럽의 곡물 수급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여기에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며 유럽 국가로 흐르는 가스관을 잠근 영향이 컸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이 가격 폭등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들어 러시아산 에너지 비중을 줄였지만 그간 의존도가 워낙 높았다. 유럽에너지규제위원회(ACER)에 따르면 전쟁 전인 2020년 국가별 가스 공급량 중 러시아산 비중은 핀란드, 라트비아가 각각 90%대, 불가리아는 70%대였다. 특히 유럽 경제의 맏형인 독일마저 가스 공급의 50%가량을 러시아산에 의존했다. 독일 소비자는 물론 기업들은 에너지 값을 감당하지 못해 경영난에 시달렸다. 결국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는 독일 경제를 경기 침체 위험으로 내몰았다.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은 비교적 낮은 반면 인력 수요가 많은 영향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고용주들이 근로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하게 되니 결국 식품 기업을 비롯해 전반적인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달라진 ECB, 금리 인상 멈추나유럽 물가가 여전히 높으니 ECB는 계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억제할 법하다. 하지만 ECB가 최근 들어 금리 인상 기조를 마무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CB는 7월 27일 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올려 9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시장에 예전과 다른 신호를 보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7월 30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다음 통화정책 회의가 열리는) 9월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며 “금리 추가 인상이나 동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기조를 멈출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다만 그는 동시에 “9월이든 언제든 금리를 동결해도 반드시 (금리 동결이)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로 지속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금리의 향방을 알쏭달쏭하게 제시했다. 혹시나 9월 금리가 동결돼도 이후에 여전히 물가가 높으면 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ECB가 여전한 고물가 속에서도 금리 동결 가능성을 내비친 건 경기 침체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CB가 기준금리 동결을 고려한 이유로 유럽 자산 가격의 급락 우려가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ECB가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하면 물가를 다스리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물론 그간 금리를 9회 높인 통화정책의 효과가 앞으로 찬찬히 나타난다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7월 곡물 수출 협정을 일방적으로 종료시켜 곡물가격이 다시 급등했고, 폭염과 폭우 등 세계적 이상기후마저 작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물가 불안 요인이 이처럼 끝없이 터지는데 경기 침체 위험도 도사리고 있어 ECB의 고뇌가 여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8-01
    • 좋아요
    • 코멘트
  • “러시아 가던 北무기, 우크라측서 압수” … 韓정부 “개연성 충분”

    우크라이나군이 북한제 무기를 사용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 시간) 보도하면서 지난해부터 제기된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 의혹의 실체가 더 분명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도 “북한이 무기를 지원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한 북한제 무기는 122mm 다연장 로켓탄이다. 북한은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이 로켓탄을 사용했다. FT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호적 국가’가 러시아군 손에 건너가기 전 이 북한제 탄을 압수해 우크라이나군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러 지원 北 무기는 연평도 포격 때 쓴 방사포탄지난달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전선 일대. 우크라이나군은 ‘방-122’ 등 한글이 찍힌 로켓탄을 정비하며 포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로켓탄에는 러시아어를 발음 나는 대로 한글로 옮긴 북한식 외래어 표기법도 등장한다. 이는 FT가 이번에 사진과 함께 공개한 내용이다. ‘방’은 다연장 로켓의 북한식 명칭인 ‘방사포’를 뜻한다. 122mm 탄은 북한이 서울 등 수도권 타격을 위해 최전방 부대 등에 배치한 방사포용이다. 이 로켓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사용 중인 옛 소련제 다연장 로켓포 그라드(BM-21)에 탑재돼 동시다발적으로 발사된다. 과거 북한은 옛 소련 등에서 그라드 다연장 로켓포와 탄을 들여오면서 이를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포와 탄 등을 자체 제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돼 122mm 탄이 빠르게 소진되자 북한에 이 무기를 여러 차례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선 이 로켓탄 대부분이 30∼40년이 넘은 만큼 골칫덩어리였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 애물단지 탄을 대거 러시아로 보내면서 러시아로부터 식량 지원 등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포병대 지휘관 루슬란은 “북한산 무기는 대부분 1980년대와 1990년대 제조된 것으로 표시돼 있다”며 “불발률이 높아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노후화된 탄을 러시아에 제공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새로운 운송방식 시도하다 발각 가능성북한은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의혹이 제기되면 일관적으로 강하게 부인해왔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미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가담한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그룹이 철도를 통해 북한과 무기를 거래했다며 위성사진 등을 공개했을 때도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엔 로켓탄에 인쇄된 북한어까지 그대로 공개돼 북한이 더이상 무기 지원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호주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29일(현지 시간) “러시아는 가능한 모든 곳에서 절박하게 무기를 찾고 있다”며 “북한에서, 이란에서 (이런 행보를)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에 대해선 “무기 확보 차원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주홍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러시아가 고위급인 국방장관을 보낸 것이나 외교장관이 아닌 국방장관을 보냈다는 사실 등을 보면 군사적 목적의 방북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이미 시리아에 122mm 로켓탄을 공급했고 이란이나 내전 중인 아프리카 국가 등에도 무기를 공급한 전력이 있다”며 “러시아로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이 농후하다”고도 했다. 북한의 대러시아 지원은 주로 북-러를 잇는 철로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번엔 대량 운송을 위해 ‘제3의 운송’ 방법을 시도하다 우크라이나 우방국 병력에 검문검색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단장은 “철로를 이용하면 시베리아를 횡단해야 하는데 속도가 느린 데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까지 너무 멀고 운송량이 적은 단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러가 대량으로 더 빠르게 운송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한 밀거래 방법을 택했다가 이번에 미국 등 제재 모니터링 시스템에 발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2023-07-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폴란드 “바그너용병 100명, 국경 근처로 이동”

    벨라루스에 있는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불법 이주민으로 위장해 국경을 맞댄 폴란드로 침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공격 위협이 잇따르며 동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폴란드 남부 글리비체 무기 공장을 방문해 “바그너그룹 부대 약 100명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에 가까운 벨라루스 서부 그로드노 근처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도 벨라루스 국경수비대로 위장해 불법 이민자들의 폴란드 입국을 돕거나, (스스로) 불법 이민자인 척하고 폴란드에 침투하려 할 것”이라며 “상황이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에서 각각 15km, 3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그로드노는 양국 사이의 길이 96km 육로인 수바우키 회랑(回廊)과도 가깝다. 수바우키 회랑은 발트해 연안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를 연결하면서 동시에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과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를 잇는 유일한 육상 통로다. 러시아가 이곳을 장악하면 발트 3국과 나토의 다른 회원국을 사실상 분리할 수 있는 요충지로 꼽힌다. 폴란드는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정규 및 비정규전과 사이비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공격’으로 보고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벨라루스 방면 국경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마리우시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은 27일 국경 폐쇄 가능성에 대해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협의 중이다. 바그너그룹이 나토와 EU 국경에서 심각한 일을 벌인다면 벨라루스의 완전한 고립을 뜻하는 조처를 결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 충돌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시나리오에도 항상 준비돼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것(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7-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