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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할 때 만세를 부르려고 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니 기자가 아무도 없더라.” 태영호 전 공사는 지난해 12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만세를 부른 사연을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나는 정말 오랜 심리적 고충과 준비를 거쳐 한국에 왔다. 한국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노예에서 해방된 희열을 만세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중 나온 관계기관 요원들이 “지금은 만세 부르고 그런 시절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태 전 공사는 “내 심정을 알릴 기회가 사라졌다”고 아쉬웠다며, 그 생각 때문에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만세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 대한 비판을 접하고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네티즌(누리꾼) 반응을 좀 봤는데, ‘잘 오셨다, 환영한다’는 말보단 ‘누구의 사촉을 받아 왜 이 시점에 기자간담회 하냐, 정부가 만세 부르라고 시켰냐’는 이런 반응들이 눈에 더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이것만은 좀 똑바로 밝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이 만세를 불렀던 사연을 설명했다. 그는 “아직 한국 실정이나 정서를 몰라서 더 많이 공부해야겠지만, 정말 나의 마음은 만세를 부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해외 공관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를 본 소감도 다시 털어놓았다. 그는 “동아일보는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계속 봤는데, 통일정책과 탈북민 정착 관련 글에 신뢰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유튜브로 접한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에 관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태 전 공사는 “유튜브에서 ‘북한’이라고 검색해보니 ‘이만갑’의 조회수가 상당히 많더라. 나는 이만갑이 누구 이름인지 한참을 고민했다(웃음). 앞으로 이만갑 출연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황장엽 선생도 당신처럼 단순하게 생각하고 그러다가 정권의 희생양이 됐다”, “앞으로 당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고, 누구 편에 서서 말하는지 아느냐”고 하는 글도 읽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 전 공사는 “민족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에 좌우를 따지며 정파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엔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정권이 교체될 경우 자신의 활동도 고민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미사일) 시험 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 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해 국방력 강화를 위한 경이적인 사변들이 다계단으로, 연발적으로 이룩됐다”며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과시했다. 북한이 8일 김정은 생일이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일인 20일 이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능력을 과시한 뒤 3월 진행될 ‘키리졸브’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계기로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는 벌써 5번째다. 그는 이번에도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 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위협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트럼프 차기 미 행정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 눈길을 끌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실장은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하고만 대화하면서 남한과의 대화는 거부하는 ‘통미배남(通美排南)’ 정책 대신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는 ‘선남후미(先南後美)’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김정은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들어 ‘반통일 사대 매국 세력’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나섰다. 또 한국의 촛불시위에 대해 “지난해 대중적인 반정부 투쟁이 세차게 일어나 남조선 인민 투쟁사에 뚜렷한 자욱(자국)을 새긴 지난해의 전민항쟁은 파쇼 독재와 반인민적 정책, 사대 매국과 동족 대결을 일삼아 온 보수 당국에 대한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김정은은 자신의 ‘능력 부족’을 거론하면서 자아비판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은 28분간 이어진 신년사 말미에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에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자리에 서고 보니 나를 굳게 믿어주고 한마음 한뜻으로 열렬히 지지해주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인민을 어떻게 하면 신성히, 더 높이 떠받들 수 있겠는가 하는 근심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고도 했다. 지도자가 결점이 없는 절대적 최고 존엄으로 떠받들리는 북한에서 김정은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능력 부족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책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일성, 김정일 시절에는 찾아볼 수 없던 모습이다. 김정은은 또 “나는 전체 인민이 앞날을 낙관하며 ‘세상에 부럼 없어라’의 노래를 부르던 시대가 지나간 역사 속의 순간이 아닌 오늘의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헌신 분투할 것”이라고 했다. 김일성 시대 향수를 다시금 자극하며 ‘애민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려 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집권 5년 차가 됐는데도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 것에 대한 주민의 불만을 크게 의식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됐다고도 풀이해볼 수 있다. 정리=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 집권 5년 동안 처형된 북한 고위 간부와 일반 주민이 34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당정군 고위 간부 140여 명이 숙청됐고 당 중앙위원회는 54.9%가 충성파 인물들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9일 ‘2016년도 정세 평가와 2017년도 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탈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일하고 있어 북한 내부 동향을 그 어느 곳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곳이다.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도 내년 초부터 이곳에서 일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은 숙청 공포로 인해 외형적으론 안정세를 유지하지만 내구력은 약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또 내년에는 김정은 체제를 지탱해 온 김원홍 국가안전보위상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 핵심 측근들이 토사구팽돼 ‘제2의 장성택’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정은이 고위급 인물에 대한 ‘정치 속죄양’식 처형 확대로 권력층에 ‘2인자는 없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파하고 충성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고 연구원은 보고 있다. 연구원은 “김정은이 경제 회생을 외면하고 29회의 핵·미사일 발사에 3억 달러, 김씨 일족 동상 건립 등 460여 개 우상물 제작에 1억80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고 했다. 올해 북한이 4, 5차 핵실험을 통해 최소 증폭 핵분열탄 수준의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고 이런 핵탄두를 10개 내외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논란이 예상되는 새로운 책을 하나 알게 됐다. ‘김일성평전(상·하편)’. 상편만 700쪽이 넘는다. 저자 유순호는 중국 옌볜에서 나서 자랐고 오래전부터 항일투쟁사에 천착했다. 동북항일연군 군장 조상지의 전기 ‘비운의 장군’(1998년)을 쓴 지 3년 뒤 중국에서 “사회주의 문화시장을 교란한다”는 죄목으로 활동 금지를 당해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이후 조상지의 후임인 허형식 군장의 전기 ‘만주 항일 파르티잔’(2009년)을 출판했고 이번에 김일성평전을 마무리했다. 난 김일성 연구의 한 획을 그은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서대숙)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와다 하루키)은 물론이고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8권까지를 모두 정독했다. 이 중 유순호의 김일성평전은 과거 모든 김일성 연구서를 뛰어넘는 ‘끝판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저서들이 광복 이전의 기록물 중심인 데 반해 김일성평전은 항일 연고자들의 회고, 중국 공산당의 비밀자료실에 보관된 문헌들과 수백 장의 진귀한 사진 등 과거 김일성 연구자들이 접할 수 없었던 생생한 중국 측 자료들로 채워져 있다. 동북의 항일투쟁사를 논함에 있어서 중국 측 자료의 중요성은 거의 절대적인데 드디어 그 빗장이 풀린 것이다. 저자는 1980년대부터 20년 넘게 관련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당시엔 김일성의 상관이던 인물들이 중국에 많이 생존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이 거의 다 세상을 떠나 더 이상 만나거나 얘기를 들을 수 없다. 김일성평전은 김일성 신화의 거품을 걷어내고 있다. 혁명 모금을 한다며 부자들을 협박하던 10대의 김성주도, 만주에 퍼진 김일성 신화를 이용하려 이름을 개명한 20대의 김성주도 당시 함께했던 이들의 증언으로 밝혀내고 있다. 앞서 만주에서 김일성으로 활동했던 인물들이 누구였는지도 책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북한이 크게 선전하는 ‘북만원정’도 사형 당할 위기에 처하자 야반도주한 것이며 1938년에 김일성이 일제에 항복하려 했다는 증언도 들어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1920, 30년대 만주는 거대한 항일의 바다였고, 김일성은 작은 실개천이었다. 김일성의 가장 큰 업적은 죽거나 사로잡히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최후까지 살아남은 김일성은 수많은 항일 선배들의 업적을 가로채 실개천을 바다로 둔갑시켰다. 이런 신화 조작은 지금도 3대 세습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한 중국인 연고자는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일성이 자기가 하지 않은 일, 남이 한 일도 자기가 한 일이라고 거짓말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 이것은 도적질과 같은 행위가 아니고 뭐겠는가.” 나는 통일 후 북한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김일성 신화를 벗겨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은 옛날 반공교육 시대에 만들어진 김일성 가짜설로는 어림도 없다. 김일성과 함께했던 이들의 증언은 빼고, 그냥 ‘카더라’식 위주로 채워진 주장은 북한 역사보관소의 원본 문헌들만 공개돼도 즉시 생명력을 잃을 것이다. 김일성평전은 통일 후엔 북한에서 밀리언셀러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 책이 완전무결한 것은 아닐지라도 이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는 책은 찾기가 어렵다. 북한은 김일성평전의 출판을 막기 위해 원고를 사겠다는 등 각종 회유를 했고, 사료를 갖고 뉴욕까지 날아와 이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는 진실이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원고를 들고 서울로 왔다. 하지만 그가 100여 개의 출판사와 접촉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국가보안법 때문에” “보수단체가 고소하면 변호사비로 큰돈을 날릴 것”이란 이유라고 한다. 자비로 우여곡절 끝에 겨우 상편 30부만 찍었지만 이대로라면 이 책은 출판사를 찾지 못해 묻힐 처지다. 이미 1980, 90년대에 김일성의 항일투쟁사를 담은 책들이 출판됐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2016년의 대한민국에 접어든 마당에 김일성 신화를 무너뜨릴 저서가 김일성의 항일활동을 다뤘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다.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우리는 진보한 것인가, 퇴보한 것인가. 역사 앞에 정직하게 대할 자세와 준비는 돼 있는 것인가. 북한의 역사 왜곡을 당당히 단죄할 수 있을까. 김일성평전 하나 찍을 아량조차 사라진 곳이 된 것일까. 난 김일성평전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때 공산주의자였던 사람이 어떻게 인민을 철저히 배신했는지를 통일 후의 북한 사람들이 다시 배워야 할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사진)는 27일 “김정은은 2017년까지 핵개발을 완성한다는 시간표까지 정해 놓고 위험천만한 핵 질주의 마지막 직선주로에 들어섰다”며 “김정은이 있는 한 북한은 1조, 10조 달러를 준다 해도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7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 전 공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정권은 곧 핵무기라고 보면 되며 이를 폐기시키는 문제는 인센티브의 질과 양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태 전 공사는 한국에 입국한 뒤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보였다. 1997년 4월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같은 해 7월 기자회견을 한 이후 약 20년 만의 고위급 탈북민 기자회견이었다. 태 전 공사는 “5월 7차 당 대회 이후 김정은은 한국 대통령 선거, 미국 선거 후 정권 인수 과정인 2016년부터 2017년 말까지를 핵무기 완성의 가장 적기로 판단했다”며 “국내 정치 일정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물리적 군사적 조치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타산(계산)이 깔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새로 집권한 미국, 한국 정부와 핵보유국 지위에서 새로운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 정부가 유지한 선(先)비핵화 도식을 깨고 제재 해제와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을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개성공단에 대해 “북한 주민에게 남한의 실상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았으면 다른 나라들이 대북제재를 안 따라왔을 것”이라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해외에서 공부한 김정은이 합리적, 이성적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으나, 고모부(장성택 전 노동당 부장)는 물론 측근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행태에 절망했고 민족을 핵 참화에서 구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탈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인권 압박 효과 있다” 태 전 공사는 “북한과 북한 외교 전반을 가장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것은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라며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김정은이 ICC 재판에 넘겨진다는 소문이 북한 내부에 흘러들어갔다고 생각해 보라”며 “북한의 아이들도 재판에 선다는 것은 범죄자가 끌려간다는 것임을 안다”고 설명했다. 이는 김정은이 범죄자라는 것을 의미하며 김정은 정권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직선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태 전 공사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김정은 정권이 상당한 위기에 몰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의 대북제재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가를 판단할 때 절대로 경제적인 숫자를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대북제재가 효과가 있다는 증거로 김정은이 대북제재의 무용론을 보여주기 위해 전 주민과 간부들 앞에서 올해 10월 10일까지 완공하겠다고 호언한 여명거리 건설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점을 들었다. 그는 “북한은 2017년 말까지 핵개발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 대북제재 무용론을 확산시키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끊임없는 도발과 핵실험으로 북한에 약(해법)이 없다는 인식을 심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각국 외교관들에게 탈북자들이 현지에서 여는 북한 인권 폭로 청문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외교관들이 반발해 결국 지시를 철회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 명분 잃은 공포선행통치’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체제는 선대가 유지해 오던 ‘명분’과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오직 공포정치와 처형을 통해서만 유지되는 ‘공포선행 통치체제’라고 진단했다. 태 전 공사는 사람이 갖고 있는 공포심을 자극해 절대 먼저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북한의 공포선행통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김정일 시절만 해도 김일성광장에 행사가 있을 때 양복을 입은 보안요원들이 신분증을 공손히 검사했지만 이제는 군복을 입고 있고 입구 앞에서는 기관총까지 겨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총구 앞을 지나가면 행동을 조심해야겠다고 몸이 움츠러드는데 김정은은 바로 이런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북한 엘리트층 사이엔 이미 김씨 일가와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이 사라졌다는 것이 태 전 공사의 평가다. 그는 “북한은 외부 정보가 유입된다면 스스로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며 “만약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이 김정일의 맏아들이 아니고, 김정일의 여러 여인 가운데 한 명이 낳은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수령의 신격화는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생모인 고영희의 이름을 주민에게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차마 자기 어머니가 김정일의 정식 부인이 아니라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귀순이나 탈북 아닌 항복” 태 전 공사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귀순이나 탈북을 한 게 아니다. 나는 한국 정부에 항복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탈북 결정이 남북 외교 대결의 최전선에서 ‘투항’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북한을 거대한 세트장이라고 평가한 그는 “북한 체제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북에 남겨둔 가족과 일가친척이 연좌제 처벌을 받을까 봐 차마 박차고 오지 못했다. 정작 와 보니 왜 진작 오지 못했을까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향후 활동에 대해 “북에 두고 온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방구석에 앉아서 눈물 흘리고 가슴 쥐어뜯는다고 달라질 것 하나도 없다”며 공개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낭독한 성명서에서 “탈북민은 통일되는 순간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노예 해방자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받게 될 것이며 이들이 통일 선봉에 나설 때 김정은 정권의 연좌제는 허물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정부는 북한이 내년에 핵탄두 모형을 탑재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핵 능력 고도화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김일성, 김정일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우상화 행사를 열어 정통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미 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탐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부는 26일 발표한 ‘2016년 북한 정세 평가 및 2017년 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예상하면서 북한이 국내외 상황에 따라 직간접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이 기술적 차원에서 핵 능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무수단·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탄두 모형 탑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략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아직까지는 핵탄두 모형을 탑재한 미사일 발사를 시도하지는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실험 또는 핵 투발 수단 발사 시험은 기술적 차원에서 언제든지 가능하다”라며 “대내외 정치 상황을 보면서 시기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올 3월 북한군 산하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시찰하면서 핵폭탄 모형이라고 주장하는 커다란 은빛 원형물체와 KN-08 미사일 탑재용으로 추정되는 핵탄두 설계도를 공개한 뒤 핵탄두 소형화 규격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처럼 핵탄두 모형을 탑재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다면 핵탄두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는 의미이거나, 북한이 그렇게 외부에 비치기를 바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권은 물론이고 갓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중대한 정책적 결단을 강요하는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강화된 핵무기 능력을 과시하면서 한편으론 미국을 향해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관계 개선을 탐색할 것이라고 통일부는 전망했다. 북한은 또 한국의 정권 교체기를 틈 타 남북 관계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방위적 공세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현 정부의 대북 정책 전반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는 한편 연초에 ‘전 민족 대회’를 개최한다면서 일부 남측 단체들에 선별적 접촉을 시도해 한국 내부의 갈등을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우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통일부는 전망했다. 김일성 생일 105돌(4월 15일), 김정일 생일 75돌(2월 16일), 김정숙 생일 100돌(12월 24일) 등 북한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正)주년 명절이 내년에 대거 몰려 있어 이를 계기로 국가 자원을 총동원하는 대대적 우상화 작업을 벌일 것이란 진단이다. 특히 8월 ‘백두산 위인 칭송대회’를 통해 지금까지 김일성, 김정일에게만 붙였던 호칭인 ‘백두산 위인’의 반열에 김정은도 공식으로 올려놓을 것으로 관측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10대 어린 나이에 인신매매로 중국에 갔던 한 탈북 여성이 ‘제가 팔려간 것도 인권침해 당한 건가요’라고 되물었을 때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올해 9월부터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치된 통일부 소속 북한인권기록센터의 A 조사관은 25일 탈북자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듣곤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신이 인신매매를 당한 줄도 모르는 탈북 여성들을 보면서 만약 내가 북에 태어났으면 이들과 다르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슬퍼진다”고 털어놨다.○ 아픈 기억까지… 북한 인권침해 사례 낱낱이 기록 기록센터는 11월 말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입소해 정착교육을 받는 탈북민 전원을 대상으로 북한인권 실태 예비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 1월부터는 본격적인 북한인권 실태 조사에 착수한다. A 조사관이 접한 탈북민의 사연도 이번 예비조사 과정에서 접한 얘기였다. B 조사관은 “탈북 여성들이 처음엔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말문을 튼 뒤엔 점점 편안하게 속내를 터놓는다”며 “조사관이기 이전에 같은 여성으로서 슬픔을 공감해주니 마음을 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탈북여성이 자신이 겪은 충격적인 경험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그들이 하루빨리 과거의 아픈 상처를 치유받고 이 땅에서 밝고 희망찬 삶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아픈 사연을 지닌 탈북민들을 대해야 하는 만큼 이들은 조사관 역할과 탈북민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심리상담사 역할도 동시에 해야 한다. 하지만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힘들어하는 탈북 여성을 달래주고 위로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한 조사관은 “끔찍한 이야기들을 계속 듣다 보면 조사관 자신도 탈북민의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동화될 수밖에 없다”며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라고 고백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록센터는 정기적으로 조사관들이 심리 치료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기록센터는 국내 입국 탈북민의 약 80%가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해 인권 조사관 절대 다수를 여성으로 충원했다. 기록센터에서 만난 조사관 5명은 모두 정부가 임명한 북한 인권 조사의 첫 기록자로 선발된 사실에 크게 고무돼 있었다. 북한이탈주민 관련 업무의 특성상 조사관들의 얼굴과 이름은 비밀이어서 실명을 공개하지 못한다. 이들은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개발한 140여 문항을 놓고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관 1명이 하루 탈북자 2, 3명을 각각 2시간가량 별도의 방에서 따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조사 자체가 북한인권 정책 수립을 위한 실태 파악뿐만 아니라 통일 후 인권 범죄 가담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까지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진술인 경우 녹음을 하며 필요시 본인의 동의를 얻어 진술 영상도 남긴다. 개인별 문답서 작성이 끝나면 본인의 지장을 받아 기록으로서의 공신력도 높인다. 조사관들은 인터뷰가 없는 날엔 조사기법을 교육받고, 작성한 자료를 재정리하는 등 하루 종일 바쁘게 보낸다.○ 북한인권 실태 기록해 인권침해자 압박 이들이 조사한 북한인권 실태 기록은 기록센터에 축적된 뒤 데이터베이스(DB)로 옮겨진다. 기록센터는 DB를 활용해 북한인권 실태를 분석하고, 북한인권 실태 정례보고서 및 사례보고서 발간, 인권 침해 관련 인명기록카드 작성에 나설 예정이다. 축적된 자료는 북한인권법에 따라 출범한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로 3개월마다 한 번씩 이관된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탈북자 관련 업무를 10년 이상 해온 C 조사관은 “우리 민족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에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13건이나 등재시킨 기록의 민족”이라며 “그런 조상을 가진 우리가 북한 동포가 겪은 인권침해 실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두현 기록센터장은 “센터가 추구하는 중요한 목적이 북한 주민에게 희망을 주고 존엄성을 찾아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조사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축적된 자료들을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한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것과 동시에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를 대내외에 적극 알려 인권침해 가담자들을 위축시키는 방안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D 조사관은 “외부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효과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지만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것처럼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한다면 북한의 행동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법에 따라 당초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재단이 함께 출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본격 활동에 나선 기록센터와는 달리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법 제정 100일이 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서 센터장은 “비록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지연되고 있지만 기록센터 차원에서는 북한인권법의 취지를 이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동해상을 표류하다 한국 해경에 구조된 북한 어부 8명이 19일 북방한계선(NLL) 인근 공해상에서 북한으로 송환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9시 50분경 북한 선원 8명과 선박 2척을 해상에서 (북측에) 인계했다”며 “북측은 경비정 2척과 예인선 2척을 NLL에 보내 9시 58분경 예인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해상에서 구조한 북한 선원을 송환한 것은 지난해 12월 29일 동해에서 구조한 북한 선원 3명을 판문점에서 인도한 이후 약 1년 만이다. 앞서 해경은 11, 12일 이틀간 동해에서 표류하는 북한 선박 3척을 발견하고 선원 8명을 구조했다. 구조된 북한 선박들은 기관 고장 등으로 최대 3개월간 표류했고, 약 10명의 선원들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선박 3척 중 1척은 수리가 불가능해 북한 선원의 동의하에 해상에서 폐기했다. 생존한 북한 선원 8명은 조사 과정에서 모두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올해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결정에 반발해 남북 연락 채널을 모두 단절했기 때문에 정부는 15일 판문점에서 휴대용 확성기로 북한 선원을 송환하겠다고 통보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사진)는 “김정은 폭압 공포 통치 아래 노예생활을 하는 북한의 참담한 현실을 인식하면서 체제에 대한 환멸감이 커져 귀순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은 19일 서울 모처에서 여야 간사와 함께 태 전 공사를 3시간가량 만난 뒤 이같이 전했다. 태 전 공사가 7월 말 한국으로 망명한 지 약 5개월 만의 첫 외부 접촉이다. 국가정보원은 태 전 공사가 23일부터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에 찍히면 일거수일투족 감시 태 전 공사는 “북한에선 직위가 올라갈수록 감시가 심해져서 자택 내 도청이 일상화돼 있다”며 “김정은의 나이가 어려 자신의 자식, 손자 대까지 노예 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절망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간부들도 많다”고 말했다고 이 위원장이 전했다. 태 전 공사는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이 지난해 5월 총살당한 것도 집에서 했던 이야기가 도청됐기 때문”이라며 북한 공포통치에 동요하는 엘리트들의 실상을 공개했다. 당시 한국에는 현 전 부장이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에서 졸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로 제시됐지만 또 다른 속사정이 있었던 셈이다. 한 고위급 탈북자는 “일단 특정인이 김정은의 눈에 찍히면 은밀하게 조사하라는 지시가 하달되며 이때부터 숙청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고위급 군 간부나 보위성 간부 등을 특정 아파트에 같이 거주하게 한 뒤 집집마다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바람에 간부들은 집에 가서 할 말도 못하고 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에 호화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입주자들에 대해 “당의 사랑과 배려”를 받았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입주자들의 목을 죄는 올가미인 셈이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 엘리트층은 체제 붕괴 시 자신들의 운명도 끝난다는 생각에 마지못해 충성하는 시늉만 내고 있으며, 주민들도 낮엔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만 밤엔 이불을 덮어쓰고 한국 드라마를 보며 동경심을 키워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은 2인자가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김정은 한 명만 제거하면 무조건 통일이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이 위원장은 밝혔다. ○ 노예의 사슬을 끊는 탈북 “이 순간부터 너희들에게 노예의 사슬을 끊어 주겠다.” 태 전 공사가 귀순 당시 동행한 두 아들에게 했던 말이라고 한다. 그는 “그렇게 말했는데 (한국에) 와 보니 왜 진작 용기를 내서 오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까지 든다”고 말했다고 이 위원장이 전했다. 이 위원장은 “태 전 공사가 오랜 해외 생활을 통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을 보며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체감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때문에 오래전 탈북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자신의 귀순을 횡령 등 범죄로 규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태 전 공사는 “(북한의) 모략에 대비해 귀순 전 대사관 내 자금 사용 현황을 정산하고 사진까지 다 촬영해 놓았다”고 치밀한 탈북 준비 과정을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했다. 태 전 공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개인의 영달이 아닌, 북한 주민들이 억압과 핍박에서 해방되고 민족 소망인 통일을 앞당기는 일에 일생을 바치겠다. 신변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대외 공개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내가 기여하기도 전에 갑자기 통일이 될까 두렵다”는 농담까지 했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석탄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선박 10여 척이 중국 항구에 입항하지 못한 채 공해 상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북한 근해에서는 평소 포착되던 20여 척의 선박이 일제히 사라졌다고 미국의소리방송(VOA)이 14일 전했다. 북한산 석탄을 수출입하는 항구로 알려진 중국 산둥 성 란샨(嵐山) 항에서 약 20㎞ 떨어진 바다 한 가운데에는 최근 '우리스타'와 '민해', '만정 1', '빅토리 2' 등 북한 선적 혹은 북한 항구만을 오갔던 사실상 북한 선박 4척이 머물고 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우리스타'와 '빅토리 2' 호는 각각 11일 밤과 12일 새벽부터, '민해'와 '만정 1'호는 13일과 14일부터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모두 석탄 등 광물을 실을 수 있는 벌크선으로, 지난 몇 년 간 란샨 항처럼 중국 내 많은 양의 석탄이 야적된 항구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마린트래픽' 지도에는 '빅토리 2'호가 한 자리를 수차례 맴도는 형태의 항적이 나타나 있다. 현재 석탄을 적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선박이 란샨 항을 눈앞에 두고 입항하지 못한 채 길게는 나흘 째 공해 상에 떠있는 것이다, 란샨 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르자오(日照) 시의 한 항구 앞 약 13㎞ 지점에도 북한 선박 '금송' 호가 14일 새벽부터 머물고 있다. 또 펑라이(蓬萊) 항 앞바다에는 북한 국적의 '남포 9'와 '자모산' 호가 11일 밤부터 멈춰 있는 모습이 관측됐고, 남포항을 출발지로 한 '진롱 1', '태안' 호 등은 또 다른 항구인 시다오 항 앞바다에 각각 12일과 13일부터 포착되고 있다. 이밖에 '장진강', '금송 5', '금산' 호 등도 롄윈강 항과 다이롄 항, 친황다오 항 앞 해상에 이틀에서 사흘째 머물고 있다. 이들 선박은 대부분 같은 자리를 유지하는 바람에 '마린트래픽' 지도상에서는 항적이 한 자리를 수차례 맴도는 복잡하게 꼬인 형태로 나타나 있다. 선박이 항구 입항을 앞두고 하루나 이틀 공해상에 대기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최소 12척의 북한 선박이 한꺼번에 장시간 머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입항을 앞둔 이들 선박들은 란샨 항 앞바다에 있는 선박들과 같은 벌크선으로, 위성지도 확인 결과 목적지가 대부분 검은 물체가 가득 쌓여 있는 중국의 '석탄 취급' 항구들이었다. 이들이 입항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가 최근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11일부터 이달 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일시 중단하는 결정을 내린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 선박이 해외 항구 입항을 앞두고 오랜 기간 머물다 본국으로 돌아간 사례는 지난 3월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한 직후에도 목격된 적이 있다. 당시 안보리는 총 31척의 선박을 제재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유엔 회원국 입항을 금지시켰는데, 일부 대상 선박들이 중국과 러시아 바다에 열흘 가까이 떠있다 북한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한편 북한 선박들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북한 영해에서도 관측됐다. 안보리 결의 2321호 채택 직전까지 남포 등 북한 항구에는 북한 선박을 포함해 다양한 선박들이 포착됐지만, 현재 북한 항구에는 단 한 척의 선박도 '마린트래픽'의 지도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평소 20여 척의 선박의 신호가 포착됐던 남포 항 역시 깨끗한 상태다. 이는 선박들이 일제히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송신기를 껐거나, 석탄 수출길이 막힌 선박들이 운항을 전면 중단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앞서 2270호 채택 당시에도 제재 선박들은 AIS를 일제히 끈 상태로 운항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김정은의 세상이 된 지 17일로 딱 5년이 됐다. 당일 낮 12시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다가 김정일 사망 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 회사로 뛰어 올라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르다. 아버지가 급사한 뒤 TV에 나타난 김정은에겐 자신감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 표정은 해마다 달라졌다. 지금은 얼굴에 두려움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지나친 자신감이 불러오는 만용과 객기까지 엿보일 정도다. 그런 사례 중 하나가 김정은이 즐기는 전쟁놀이 규모다. 4, 5년 전엔 포사격을 시켜도 한 개 대대나 연대 정도를 끌고 나왔지만, 요새는 최소 몇 개 군단 산하의 수백 문을 멀리 원산의 자기 집 근처까지 끌고 와서 섬을 향해 포탄을 마구 퍼붓는다. 11일에 김정은이 참관한 청와대 습격 훈련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청와대 모형 3채는 대리석에 청기와까지 얹어 만든 아주 그럴듯한 건물이었다. 크기도 청와대의 절반이라고 한다. 북한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이 정도 건물을 지으려면, 한국으로 치면 빌딩 하나 세우는 셈일 것이다. 그런데 특수전 군인 수십 명이 등장해 마구 총질하고 불을 지르더니 뒤이어 방사포 부대의 무차별 포격으로 순식간에 몽땅 무너뜨렸다. 그걸 보면서 김정은은 크게 웃으며 즐겼다. 적어도 이 놀이에 든 돈을 생각한다면 저렇게 얼굴이 밝을 순 없을 것이다. 그걸 보면서 “5년 뒤엔 서울을 날려 버리는 ‘놀이판’을 벌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지금쯤 김정은은 “5년 해보니 통치 같은 건 별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며칠 동안 아무 일도 안 하고 별장에 틀어박혀 있어도 찾는 사람도,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다. 가끔 머리도 식힐 겸 시찰을 나가 몇 마디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그럴듯한 ‘교시’로 둔갑돼 인민에게 전달된다. 고위급 간부 중 눈빛이 건방져 보이는 자를 가끔 찍어내 죽이면 할아버지뻘인 수하들은 손으로 입을 막고 무릎을 꿇고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뭔 짓을 해도 말릴 사람이 없는 시스템을 세습해준 할아버지, 아버지에게 진심으로 고마울 것이다. 김정일 사망 직후엔 인민의 눈치가 보여 김일성 광장에서 “더는 인민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라고 연설이라도 했지만 5년을 지나 보낸 지금은 그런 거짓말조차 할 필요조차 못 느끼는 것 같다. 인민의 눈이 두렵다면 아버지 5년째 제삿날을 코앞에 두고 돈 들여 건물을 짓고 포탄으로 날려버린 뒤 좋다고 웃을 순 없는 것이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참담한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은 외국물을 꽤 먹은 김정은이 집권 후 개혁개방 정책을 펼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 5년간의 행보는 그와는 정반대였다. 헛된 기대였다. 마치 차디찬 바다에 자식을 수장시킨 부모의 심정을, 부모를 불행히 잃은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이라고 한국인들이 착각했던 것처럼…. 남쪽엔 국민과 담을 쌓고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던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존재한다. 하지만 시리아 상황에 비춰 보면 북한과 같은 공포 독재 체제에선 주민 수십만 명이 죽고 수백만 명이 난민으로 떠돌아도 정권이 붕괴될 것으로 자신할 수 없다. 한국은 권력자의 허상에 잠시 속았을지라도 국민의 힘으로 바로잡을 수 있지만, 북한 인민은 김정은 밑에서 거짓된 줄 알면서도 영원히 속은 척하며 사는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체제가 만드는 차이이다. 더구나 김정은은 요새 남쪽 정세를 보면서 “내가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려면 북쪽엔 민주주의의 ‘민’자도 허용하지 말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것 같다. 한국의 현 상황이 북한에선 공포통치의 고삐를 더 죄는 반면교사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북한 매체들도 아직 주민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음을 전하지 않고 있다. 탄핵 전에는 매일같이 “남쪽에서 전 국민이 떨쳐나선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중계하듯 대대적으로 전했던 것에 비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보도 태도다. 인민이 뭉쳐 일어나면 김정은도 내몰 수 있다는 상상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듯하다. 절망적인 북한을 보면 인민의 삶을 전혀 모르는 김정은 옆에 일반인 비선 실세가 좀 있다면 차라리 상황이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상상마저 해본다. 술에 취해 늙은 군 실세들에게 밤새 반성문을 쓰게 하는 안하무인의 김정은이라면 관저를 드나드는 일반인 비선 실세가 더 망칠 것도 없어 보인다. 농단할 국정도, 파괴할 헌정도 없는 저 북한의 김정은 1인 독재 체제는 순조롭게 5년째를 넘기고 있다. 이런 현실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사랑하는 혈육을 남겨두고 떠나온 고향에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탈북자들의 가슴에선 매일 피눈물이 흐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이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북-미 간 민관 투트랙 접촉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파악하기 전에는 양국 관계를 해칠 수 있는 도발 등 섣부른 행동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7일(현지 시간) 입수한 당시 접촉 관련 문서에 따르면 최 국장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면서 “그에 대해 더 파악하기 전에는 입 다물고 잠자코 있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국장은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나기 전에는 북-미 관계 개선 혹은 협상 가능성의 문을 닫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북한의 입장을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해줄 것을 미국 대표단에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국장은 만일 내년 2월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개최될 경우 북한의 대응은 “매우 거칠 것(very tough)”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다가 16세에 두만강을 넘었던 탈북소년이 대한민국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7급 공무원이 됐다. 통일부는 7일 탈북민 3명을 일반직 7급과 9급 정규직 공무원으로 공개 채용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에게 열린 7급 공무원 공모에는 탈북민 20명이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강원철 씨(34)가 선발됐다. 함북 무산 출신인 강 씨는 6년제 중학교 5학년까지 다니다가 1998년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갔다. 그가 태어난 광산 마을은 당시 홍수 피해 이후에 이어진 경제난인 고난의 행군으로 학교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던 곳이었다. 중국에서 한국의 발전상을 알게 된 강 씨는 남쪽으로 오는 길을 찾다가 1999년 상하이(上海)에서 다른 일행 4명과 함께 체포돼 북송됐다. 같이 체포된 사람들은 모두 2년 이상의 형을 받고 교화소(교도소)에 끌려갔지만 강 씨는 미성년자라고 나이를 속여 6개월 만에 석방될 수 있었다. 감옥에서 몸무게가 38kg까지 줄었던 그는 외아들을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는 어머니를 뒤로한 채 다시 탈북했고, 몽골 고비사막을 넘어 2001년 한국에 왔다. 이후 낮에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면서 고등학교 과정과 대학을 마쳤다. 이런 노력 끝에 어머니와 여동생도 남쪽으로 데려왔다. 강 씨는 “북한에서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 대학 과정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고 몇 번이고 포기하려 했지만 주변에 여러 좋은 분이 이끌어주어 6년 만에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강 씨는 몇 년 동안 북한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에서 북한 관련 잡지 발간에도 참여했다. 동시에 자기계발에도 힘을 써 고려대 북한학과에서 석사 학위도 받았다. 졸업 후 하나은행에서 계장으로 일하던 어느 날 통일부 공무원 공개 채용 공고를 보게 됐다. 그는 “당장 눈앞의 조건만 본다면 은행 직원이 훨씬 나아 보이기도 하지만 평생 통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사명이자 보람이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를 믿어주고 받아준 은행을 갑자기 떠나는 것이 걸렸는데, 은행 임원들과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등을 떠밀며 박수를 쳐주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 업무에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 씨는 “남쪽에 와서 정말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마다 무너지지 않고 이겨낸 저 자신이 자랑스럽고, 통일되면 북한으로 돌아가 고향 사람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통일부는 강 씨에게 통일교육원 교육 담당 업무를 맡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7급 2명과 9급 3명 등 탈북민 5명을 공개 채용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통일부와 공공기관에서 탈북민을 적극 채용할 계획이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올 하반기 4대 근로단체 대회를 30여 년 만에 잇따라 개최했다. 선군정치에 밀려 오랫동안 방치됐던 노동당 외곽단체를 강화해 김정은의 지배 체제를 보다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6일 '조선농업근로자동맹(이하 농근맹)' 8차 대회 개최를 맞아 특집면을 통해 각지 농업분야 성과를 소개했다. 농근맹은 협동농장원과 국영 목장, 농촌에서 직접 복무하는 기관·기업소(공장)의 노동자 및 사무원 중 노동당원이 아닌 만 30세 이상 주민이 가입하는 단체로 회원수가 약 130만 명으로 추산된다. 북한은 8월에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이하 청년동맹)' 대회를, 10월에는 '조선직업총동맹(이하 직맹)' 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11월엔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대회를 개최했다. 청년동맹과 직맹 대회는 35년 만에, 여맹 대회는 33년 만에, 농근맹 대회는 34년 만에 개최된 것이다. 4대 근로단체에는 노동당원과 15세 미만 어린이를 제외한 북한 전체 주민이 가입돼 있지만 1980년대 초반 각 단체별로 대회를 개최한 뒤 지금까지 사실상 방치됐다. 북한은 4대 근로단체 대회를 열어 김정은에게 충성맹세를 하는 한편 김정은 시대에 맞추어 조직 기구도 효율적으로 개편시키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대회가 끝날 때마다 근로단체 명칭도 바뀐 것이다. 청년동맹은 대회를 마친 뒤 단체 명칭을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으로 변경했고, 여맹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으로 바꾸었다. 직맹만 명칭 변경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 농근맹 대회가 끝난 뒤 단체 명칭이 바뀔지도 관심사다. 김정은이 최근 노동당 외곽 단체 조직체계를 정비하기 시작한 것은 김일성 시대로 복귀해 당과 국가 운영을 정상화하기 시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과거 노동당 대회가 끝나면 관례적으로 청년동맹, 직맹, 여맹, 농근맹 순으로 대회를 열고 당 대회에서 제시한 과업 달성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김정일 시대에 완전히 무너졌다. 당 대회조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최근 몇 달 새 근로단체 대회가 잇따라 열린 것은 김정일 사망 5주년을 맞아 북한 주민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과거 국가운영 시스템을 다시 복원해 김정은의 통치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김정은이 최근 한 달간 아홉 차례나 군(軍) 관련 행보에 나서면서 대남 협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4일 북한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우리의 공군) 비행 지휘성원(지휘관)들의 전투비행술 경기대회-2016’을 참관했다. 이 통신은 대회 개최 날짜를 밝히지 않은 채 김정은이 “침략의 본거지들을 가차 없이 초토화해 버리고 남진(南進)하는 인민군 부대들에 진격의 대통로를 열어주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날 대회는 추격기조와 경비행기조로 나눈 편대가 원 모양의 지상표적에 폭격과 사격을 진행하고 돌아오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김정은은 우승자들과 사진을 함께 찍었다. 김정은의 군 관련 행보는 북한 언론이 지난달 4일 제525군 부대 직속 특수작전 대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한 이후 아홉 번째다. 11월 한 달 내내 군부대만 다닌 셈이다. 대남 위협 발언도 ‘남진’은 물론이고 “남조선 것들을 쓸어버리라”는 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전투비행술 대회에는 최근 9개월 동안 언론에서 사라졌던 이설주도 다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부친이 비행사인 것으로 알려진 이설주는 2년 전에도 김정은과 함께 같은 전투비행술 대회를 참관했다. 그가 공식 석상에 등장했던 이전 행사는 3월 28일 평양 보통강변에 새로 건설된 미래상점 방문이었다. 출산 때문이라는 설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견제 때문에 공개 활동을 못 했다는 첩보 등이 있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이와 함께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전날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남쪽이 퇴진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을 구하려 군사도발을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우리를 자극하여 북남 사이에 충격적인 무장충돌사건을 조작해내고, 그것을 구실로 남조선 인민들의 박근혜 퇴진 투쟁을 억누르며 여론의 초점을 안보 문제로 돌려 박근혜 역도를 파멸의 위기에서 건져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올해 5월 평양에서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당과 군의 고위 간부 100여 명에게 스위스제 고급 시계를 선물했다며 4일 사진을 공개했다. 시계 상표가 들어갈 부분엔 노동당을 상징하는 붓, 망치, 낫이 새겨진 마크가 붙어 있으며 아래쪽에는 7차 당 대회를 뜻하는 북두칠성이 새겨져 있었다. 스위스제 시계는 유엔과 한미일 정부가 엄격하게 규제하는 사치품이어서 북한의 유엔 제재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뜻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나 전란 등 급변 사태를 가정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신문이 4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선양(瀋陽)발 기사에서 북-중 국경 지역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난민 유입에 대비해 지린(吉林) 성에서 식량 저장고나 수용시설 확보가 시작됐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김정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 2321호가 발표된 다음 날인 1일 강원 원산에서 열린 포사격 훈련을 참관하며 “남조선 것들 쓸어 버려야 한다”라고 위협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원산 인근 해안에 수백 문의 포를 도열시킨 뒤 한 섬을 향해 일제사격을 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남조선 것들을 저렇게 답새겨야(두들겨 패야) 하오. 우리 포병들이 겨냥하는 곳마다가 적들의 송장더미로 되게 해야 하오”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특히 김정은은 “정의의 전쟁의 발발과 함께 서남전선 포병부대들이 올리는 승전의 포성은 ‘남진(南進)’하는 인민군 부대들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라며 대남 위협 수위를 높였다. 김정은은 우리 군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가 지난달 29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6주년을 맞아 백령도 해병대 6여단과 연평부대가 실시한 실전적 해상 사격 훈련을 겨냥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4월 중국에서 집단 귀순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의 가족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에게 지난달 28일 편지를 보냈다고 공개했다. 이 가족들은 “우리는 4월 중국 절강성(저장 성) 영파(닝보)에서 남조선 당국의 정보원 깡패에게 집단 유인 납치된 여성 공민 12명의 부모입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에서 12명의 실명을 공개하며 “새해를 앞두고 귀여운 자식들의 생사조차 알지 못해 울다 못해 눈물이 말라 버렸다”라고 주장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거론한 데 대한 인권 역공세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 2321호가 발표된 다음날인 1일 강원도 원산에서 열린 포사격 훈련에서 "남조선 것들 쓸어버려야 한다"고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정은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은 강원도 원산 해안가에 수백 문의 포를 도열시킨 뒤 한 섬을 겨냥해 일제사격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남조선 괴뢰 서북도서방위사령부 관하 6해병여단과 연평부대를 쓸어버릴 임무를 맡고 있는 서남전선수역 최전방의 섬방어대 포병구분대들과 서울시를 비롯한 전선 주타격 방향과 보조타격 방향의 남조선 작전지대 군사대상물들과 반동 통치기관들을 타격할 임무를 맡고 있는 전선 중장거리포병 구분대들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은 "희한한 광경이요, 대단하오 대단해, 저속에서 무엇이 남아나겠소"라며 "우리 포병들이 겨냥하는 곳마다가 적들의 송장더미로 되게 해야 하오"라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은 "정의의 전쟁의 발발과 함께 서남전선 포병부대들이 올리는 승전의 포성은 남진하는 인민군 부대들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면서 '남진'을 언급하는 등 대남 위협 강도를 높였다. 통신은 이번 훈련이 "가련한 제 집안의 처지도 모르고 어리석은 망상에 사로잡혀 부질없는 전쟁 객기를 부리며 또다시 서남전선수역 우리의 면전에서 무모하고 졸망스러운 포사격질을 해댄 남측에 엄중한 최후의 경고로 전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 군 서북도서방위사령부(이하 서방사)가 지난달 29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6주기를 맞아 백령도 해병대 6여단과 연평부대에서 실전적 해상사격훈련을 한 것을 겨냥한 언급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올해 3월에도 같은 해안에 수백 문의 포를 끌고 와 청와대를 날려 보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한국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안이 2일 발표됐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외교부·통일부·기획재정부·해양수산부·금융위원회·법무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30일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 2321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선 정부는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등 북한 지도부 핵심인사와 노동당을 비롯해 북한 정권을 떠받치는 핵심기관(단체)을 제재대상에 올렸다. 이번 조치로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대상은 기존 34개 단체와 43명에서 69개 단체와 79명으로 확대됐다. 제재대상 개인과 단체는 우리 국민 혹은 금융기관과의 외환 및 금융거래가 금지되고, 국내 자산은 동결된다. 국내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국내 자산도 없는 북한 지도부를 금융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것은 당장 실질적 효과는 없지만, 제재대상이 된 개인과 단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공표함으로써 '낙인'을 찍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 회담을 할 경우 이번 제재안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과 만날 수밖에 없어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개발에 도움을 준 중국 본토 기업을 처음으로 제재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정부는 유엔 제재대상에 포함된 북한 조선광선은행의 불법 금융활동을 지원한 중국 기업 단둥훙샹(鴻祥)실업발전(이하 훙샹)과 관계자 4명을 제재대상에 추가했다. 이런 조치는 앞으로 북한의 불법 활동을 지원하는 중국의 개인과 단체에 대한 경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또 북한의 제2 외화수입원인 임가공 의류 수출 차단을 위해 국내 의류 수입 관련 협회와 단체를 대상으로 북한 임가공 제품을 중국산으로 속여 수입하는 경우 원산지 표시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계도하기로 했다. 북한의 의류 임가공 수출액은 지난해 8억 달러로 재작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고, 수출 비중도 32.2%로 무연탄(4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밖에 북한산 물품이 제3국을 우회해 위장 반입되는 것을 더 엄격히 차단하기 위해 운영 중인 집중 관리대상품목을 기존 농수산물 22개에서 유엔 제재대상 광물 11개를 추가해 33개 품목으로 확대키로 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 증강을 막기 위해 잠수함 분야 북한 맞춤형 감시대상품목(watch-list)도 작성·발표하고 국제사회와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북한을 기항한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하는 해운제재도 강화됐다. 정부는 기존 국내 입항금지 180일 조건을 두 배로 확대해 최근 1년 이내 북한을 기항한 적이 있는 외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전면 불허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선박은 통상 6개월 이상의 운송계약을 맺고 운영되기 때문에 외국 선사들이 우리나라에 취항하기 위해 북한과의 운송계약을 더욱 기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부분의 제재 조치는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실효적 효과보다는 상징적인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난달 30일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21호를 두고 정부 당국자들은 역대 최강의 대북제재라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대(對)중국 석탄 수출 규모를 연간 4억90만 달러(약 4683억 원) 또는 750만 t 중 낮은 쪽으로 설정한 이번 결의대로라면 북한은 2015년에 비해 석탄에서만 최소 6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제사회의 석탄 가격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예상 피해액은 더욱 커지는 셈이다. 이번에 수출 금지 품목에 포함된 동, 니켈, 은, 아연 등 다른 광물도 북한의 효자 수출 품목이어서 결의 2321호가 제대로 지켜지면 북한 연간 무역 거래의 3분의 1이 증발한다. 하지만 유엔 결의가 잘 집행될지는 미지수이다. 과거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가 발표될 때마다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몇 달만 지나면 도처에 구멍이 뚫리곤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일 “새 대북제재는 상징성은 있겠지만 중국의 지방 밀무역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전수조사도 할 수 없어 그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의지를 갖지 않는 한 북-중 석탄 수출 규모나 액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중국은 정확한 북-중 무역 규모를 밝히지 않는다. 중국은 최근 국제사회에 공개하지 않은 채 수십만 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했다.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넘어가는 석유 규모도 베일에 가려 있다. 새 유엔 결의를 중국이 잘 지키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특히 중국이 제재 결의를 위반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제재에선 국제사회의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중국이 지방정부 통제가 어렵다고 변명하면서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