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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퇴직연금은 꼭 필요한 노후대비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가입이 어려운 사각지대가 아직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영세 사업장이다. 영세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회사가 도산하면 퇴직금조차 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 이 때문에 고용 퇴직연금 가입이 꼭 필요하다. 특히 퇴직연금의 경우 납입금 전액이 비용 처리돼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준다. 근로자들도 매년 추가 납입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에 가입하기는 쉽지 않다. 민간 금융회사는 소규모 사업장과의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익보다 지출해야 하는 고정 비용이 커 적극적으로 계약 유치에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에 정부가 근로복지 공단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근로자들의 퇴직급여 체불을 막기 위해 퇴직연금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화재도 근로복지공단과 업무협약을 하고 퇴직연금 자산관리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화재 측은 “그간 다양한 사업주 또는 근로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본 결과 퇴직연금 제도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리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를 바탕으로 근로복지공단과 퇴직연금 설명회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와 근로복지공단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이 설명회는 상·하반기(1∼6월, 7∼12월)로 프로그램을 나눠 전국 각지에서 이루어진다. 설명 내용은 퇴직연금 관련 법적 이슈, 제도, 노무, 세무 등에 대한 내용 위주로 구성했다. 현재 상반기 설명회가 진행 중이다. 김현기 삼성화재 퇴직연금영업부 책임은 “삼성화재는 2006년 퇴직연금 제도가 첫 뿌리를 내릴 때부터 수천 건의 다양한 현장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설명회에서 사업주와 근로자 각각의 관점에서 장단점을 짚어주고 있다”고 말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다음 달 1일부터 지역 농협이나 신협 등 모든 상호금융권에서 만기 3년 이상 주택담보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1년 뒤부터 원금을 나눠 갚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소득 증빙 절차도 엄격해진다. 3월 13일 자산 1000억 원 이상 조합에서 우선 적용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다음 달부터 모든 상호금융권에 적용되는 것이다. 달라지는 내용을 문답으로 소개한다. Q.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적용되나. A. 3월부터 농협 신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중 자산 1000억 원 이상인 조합 1658곳(46.3%)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우선 적용됐다. 다음 달부터는 이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이 나머지 1925곳으로 확대돼 총 3583곳이 모두 적용받게 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농협과 수협은 3월에 전체 조합의 75% 안팎, 산림조합은 2.9%(4곳)에 이 가이드라인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대상 확대로 산림조합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Q. 원금을 나눠 갚아야 하는 대출의 종류는…. A. 만기 3년 이상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은 매년 전체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나눠 갚아야 한다. 거치 기간은 최대 1년이다. 또 담보 물건이 전 금융회사를 통틀어 3건 이상(이번 건 포함)인 경우 올해 1월 1일 이후 공고된 분양 물량에 대한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은 원금 전체를 만기 내에 모두 갚아야 한다. Q. 분할 상환에 예외는 없나. A. 의료비와 학자금 등 불가피한 생활자금은 제외된다. 또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가 사업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집단대출 중 중도금 대출과 이주비 대출인 경우는 예외로 인정받는다. Q. 소득 증빙은 어떻게 하나. A. 원천징수영수증 등 증빙소득을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납부 명세 등의 인정소득을 활용할 수도 있다. 농어업인은 정부의 농지경작면적당 산출량, 어업소득률 자료 등을 인정소득으로 사용하면 된다. 이마저 어려우면 신용평가사의 소득예측모형을 통해 연소득을 추정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소득추정액이 3000만 원으로 제한된다. Q. 대출절벽에 대한 우려는 없나. A. 소득 증빙이 깐깐해지고 원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아야 하는 만큼 대출 기회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3월 이후 약 2개월간 하루 평균 주택담보대출 신청액이 시행 직전(3월 6∼10일)에 비해 45.7%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 신청액(5조3000억 원) 중 분할상환 비중은 51.8%로 집계됐다. 직전 기간엔 18.0%였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KEB하나은행은 국내 프로축구 리그인 K리그의 흥행과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K리그 팬사랑 적금’ 상품 가입 행사를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열었다. 하나은행은 K리그의 타이틀 스폰서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손잡고 내놓은 K리그 팬사랑 적금은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2.6%(1년제, 23일 기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가입자에게 K리그 전 경기 입장권을 30% 할인해준다. 적금 수익 중 일부는 축구 발전기금으로 조성돼 K리그 구단에 지원된다. 8월 31일까지 판매한다. K리그 팬들은 적금 가입을 통해 우대금리 등 금융 혜택과 각종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한국 축구문화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날 열린 적금 가입 행사에는 FC서울의 황선홍 감독과 곽태휘 선수, 수원삼성의 서정원 감독과 염기훈 선수, 울산현대의 김도훈 감독과 이종호 선수, 포항스틸러스의 최순호 감독과 손준호 선수 등이 참석해 적금 가입에 동참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이 자리에서 “하나은행이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22개 구단과 함께 힘을 모아 축구팬들을 위한 첫 번째 공동 상품을 내놓게 됐다”며 “K리그 팬사랑 적금이 K리그 활성화 및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이번 적금 가입 행사가 끝난 뒤 K리그 22개 구단의 선수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포츠 전담 PB팀이 함께하는 ‘재테크 투어’도 개최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3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2020년 시즌까지 총 4년간 K리그 타이틀 스폰서 공식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1998년부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공식 후원해 오고 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한국은행은 경제 성장 흐름이 완만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전망에 따라 5월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경제 정책, 대북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 리스크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파킹 통장(단기간 자금을 굴릴 수 있고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이 여유 자금을 잠시 넣어둘 방편으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일부 수시 입출금 통장은 보통예금 통장보다 월등한 금리에 적금이나 정기예금과 달리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해 단기성 목돈 활용에 최적화돼 있다. SC제일은행은 대표적 고금리 수시 입출금 통장으로 자사의 ‘마이플러스 통장’을 추천했다. 마이플러스 통장은 선보인 지 1년 9개월 만에 수신액 4조 원을 돌파하며 각광받고 있다. 전월과 비교해 평균 잔액이 줄지 않는 조건을 충족하면, 1000만 원 이상 잔액을 보유할 경우 연 1.3%(이하 세전)의 금리를 제공한다. 300만∼1000만 원 금액에 대해서도 연 0.9%의 금리를 제공한다.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보장하면서 유동성까지 확보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SC제일은행은 마이플러스 통장 수신액 4조 원 돌파를 기념해 신규 개설 계좌에 대해 6월 30일까지 특별금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벤트 기간 중 마이플러스 통장을 신규 개설하면 개설한 달의 다음 달부터 2개월간 특별금리를 제공한다. 1000만 원 이상 예치하고 전월과 비교해 평균 잔액이 줄지 않는 조건을 충족하면 통장을 개설한 뒤 다음 달엔 연 1.4%, 그 다음 달엔 연 1.5%의 특별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김용남 SC제일은행 수신상품팀 이사는 “마이플러스 통장이 불안한 투자 환경에서 단기적으로 자금을 맡겨둘 곳으로 주목받으면서 수신 4조 원을 돌파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금융당국이 인터넷·스마트폰 뱅킹의 해킹이나 공인인증서 위·변조 등에 따른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사고가 나면 금융회사에 포괄적인 책임을 묻거나 소비자 과실의 범위를 축소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공약과 맞물려 금융사 배상책임을 강화하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김학균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2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전자금융 관련 금융회사의 배상책임 확대에 관한 세미나’에서 “(전자금융 거래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 보호라는 당초 취지가 발휘되기 어려워 배상 책임 문제에 대해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소비자가 법(전자금융거래법)에 열거된 금융사고로 피해를 봤음을 입증해야 하고, 어렵게 이를 입증했다 하더라도 고의·중과실 여부를 판단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07년 전자금융거래법을 제정해 금융회사가 과실이 없더라도 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무과실 책임주의’를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사고의 유형이 해킹, 스미싱, 파밍 등으로 다양해졌는데도 소비자 보호 장치는 10년 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자금융 사고의 배상 책임을 금융회사가 포괄적으로 부담하거나 소비자의 고의·중과실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과 △금융사고의 유형에 내부자 정보 유출을 포함시키는 등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행법에서는 손해배상이 되는 전자금융사고 유형을 △접근매체(공인인증서 등) 위·변조 사고 △거래 지시의 전자적 전송이나 처리 과정상 사고 △해킹 등으로 인한 사고 등으로 좁게 인정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의 고의 중과실은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 소비자 심리가 3년여 전 세월호 참사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취업 여건에 대한 기대 수준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8.0으로 2014년 4월(108.4)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2014년 4월 CCSI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전 조사가 이뤄졌다. CCSI가 기준치인 100을 넘어서면 소비자 심리가 평균치(2003∼2016년)보다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이달 CCSI는 지난달보다 6.8포인트 오르며 2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달 오름폭은 2009년 8월(7.5포인트) 이후 7년 9개월 만에 가장 크다. 이 조사가 대선 직후인 12∼19일(2042명 응답)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수출 호조와 코스피의 고공 행진 등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취업 여건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높아졌다. ‘6개월 후 사회 전반적으로 취업 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보는지’를 나타내는 취업기회전망CSI는 이달 113으로 조사됐다. 한은이 월별 조사를 시작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다. 4월 대비 상승 폭도 27포인트로 역대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공공부문에서 8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는 등 정부가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 주도 성장’을 내건 것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임금수준전망CSI도 120으로 2013년 1월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 경기 회복세에 문 대통령의 임금 격차 해소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들은 6개월 뒤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경기전망CSI는 이달 111로, 4월(89)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2014년 8월(100) 이후 처음으로 기준치인 100을 넘었고, 2010년 7월(111) 이후로는 최고치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여신 회수’ 카드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압박에 나섰다. 금호타이어 우선협상 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와의 협상 기한까지만 대출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박 회장 측에 더블스타의 ‘금호’ 상표권 사용 허가를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박 회장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채권단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26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6월 30일 만기가 돌아오는 1조3000억 원 규모의 채권 만기를 3개월 연장하는 데 사실상 합의했다. 더블스타와의 매각 협상 시한인 9월 23일까지는 금호타이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채권단은 다음 달 초 주주협의회에서 만기 연장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동시에 채권단은 박 회장 측에 상표권 사용 허가도 요구하기로 했다. 앞서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9550억 원에 인수하기 위한 조건으로 20년간 상표권 사용 허가를 요구했다. 그러나 금호 측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상표권 문제로 매각이 무산되면 금호타이어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이 2010년 금호타이어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돌입 이후 1조1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추가 지원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현금 유동성은 500억 원 수준에 그친다. 채권단은 매각에 실패할 경우 박 회장의 경영권을 환수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채권단이) 상표권 사용 연한을 20년으로 해 달라고 정식 요청도 하지 않았다. 그냥 협조하라고만 하면 어떻게 협조하라는 이야기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회장 측은 다음 주 초까지 채권단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강유현 yhkang@donga.com·이은택 기자}

《 정부가 창업 실패자의 재기를 돕는 ‘삼세번 재기(재창업) 지원 펀드’를 총 5000억 원 규모로 조성한다. 창업한 지 7년 이내의 기업이 정책자금을 받을 때 연대보증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창업을 북돋아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 주도 성장을 이끌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방침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5일 진행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포함된 재기 지원 펀드와 연대보증 폐지 계획을 공개했다. 가계부채, 산업 구조조정 등 굵직한 현안을 담은 업무보고 내용 중 이 두 가지를 가장 먼저 발표한 것은 국정과제 1순위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새 정부의 강한 의지를 내보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이날 “금융위 보고 중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고 창업을 지원해 젊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관련한) 등 새로운 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삼세번 재기 지원 펀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대선 공약으로, 실패한 창업자의 재창업을 세 번까지 지원하기 위해 조성하는 펀드다. 금융위는 8월 3000억 원 규모의 펀드 운용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대출과 투자 등의 형태로 창업자 재기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재창업한 지 7년 이내의 기업, 신용회복위원회 또는 회생법원에서 채무조정을 받은 창업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만 빚을 진 창업자 등이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중소기업청이 24일 업무보고에서 밝힌 연간 2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합하면 펀드 규모는 총 5000억 원 정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연대보증 폐지 범위도 확대된다. 연말부터 창업 7년 이내 기업은 신보·기보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지원받은 정책자금에 대한 연대보증이 전면 면제된다. 지난달 금융위가 창업 5년 이내 기업에 대해 연대보증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계획에서 대상을 더 확대한 것이다. 창업 후 7년이 지났더라도 책임경영 심사 등을 거치면 연대보증을 면제받을 길도 내년부터 열린다. 금융위는 시중은행의 보증부대출에 대해서도 연대보증 폐지를 유도하겠다고 보고했다. 금융위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금융인프라 3종 세트’도 도입하기로 했다. 혁신적인 금융사업자에 규제 특례와 연구개발(R&D) 등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핀테크진흥원 설립, 빅데이터 통합지원센터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납품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중소기업 납품결제시스템도 개선할 계획이다. 만기가 1년으로 제한된 전자어음 의무사용기업을 자산 10억 원 미만 회사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날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가계부채와 구조조정도 중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새 정부에서는 대출자가 연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을 따진 뒤 상환 능력에 따라 빌려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정기획위는 이날 “정부조직 개편안 대상은 중소벤처기업부,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관, 소방과 해양경찰의 분리 독립에 국한한다”고 밝혀 금융위 개편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강유현 yhkang@donga.com·최혜령 기자}
한미약품의 법무팀 직원 E 씨는 지난해 9월 회사가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계약이 해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한미사이언스 직원 F 씨에게 전달했다. F 씨는 이 정보를 알고 지내던 A 씨에게 전화로 알려줬다. 흘러나온 정보는 빠르게 퍼져 나갔다. A 씨는 고등학교 동창 B 씨에게, B 씨는 고등학교 후배 C 씨에게, C 씨는 다시 과거 직장 동료 D 씨에게 이 정보를 전달했다. 이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 한미약품의 계약 해지 공시가 나기 전 이 회사 주식을 내다팔아 손실을 피했다. 이들의 ‘짬짜미’는 금융 당국의 추적으로 드러났다. 시장 질서를 교란한 혐의로 D 씨가 과징금 13억4520만 원을 부과받는 등 이 4명은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한미약품 사태’에서 2명 이상을 거쳐 미공개 정보를 입수해 주식을 내다판 개인투자자 14명에게 총 2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2차 이상의 정보 수령자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2015년 관련 법률이 개정된 뒤 이 규정이 적용된 두 번째 사례다. 한미약품 사태는 지난해 9월 29일 한미약품이 호재성 공시를 낸 뒤 이튿날인 30일 계약 해지 내용을 공시해 주가가 18% 폭락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한미약품이 고의적으로 장 개시 후 30분 뒤에 공시해 미리 정보를 입수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회피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에 처벌을 받은 14명은 직장 동료, 지인 등으로부터 전화, 사내 메신저, 카카오톡 등을 통해 미리 계약 해지 사실을 입수하고 주식을 팔아치워 총 20억 원대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내부 정보를 유출한 임직원과 이 정보를 받아 주식 거래를 한 1차 정보 수령자는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토종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가 ‘국내 1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관이 됐다. 이달 중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해설서가 발간되면 기관투자가들의 참여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지배구조원은 24일 JKL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2014년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을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 방침을 밝혔다. 2001년 설립한 JKL은 총 8819억 원 규모로 9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2015년엔 하림그룹과 팬오션을 공동 인수했다. 절삭공구업체 와이지원, 골프웨어 업체 까스텔바쟉 등에도 투자했다. 정장근 JKL 대표는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로서 추구하는 방향이 스튜어드십 코드와 일치해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입을 공식화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사회 규정으로 정비하면서 펀드 운용 인력들에게 더 많은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투자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PEF 운용사 입장에서 KDB산업은행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에 가점을 주기로 했고,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점 등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8곳이 기업지배구조원에 참여 예정서를 제출하고 도입 의사를 공식화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1월, TS인베스트먼트는 9월, LB인베스트먼트는 내년 3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외환위기 20주년을 맞은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규제 개혁을 통한 4차 산업혁명 대비, 일자리 창출을 통한 내수 활성화와 가계부채 완화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또 정치 시스템 개혁을 통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장기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네거티브 규제 통한 구조 혁신 시급” 이날 오후 세션에서 첫 번째 연사로 나선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저하된 원인으로 과잉 규제와 부실기업 지원을 들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전 규제는 풀고 사후 관리를 강화해 민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2년 화장품법을 개정해 사용 가능한 원료를 미리 정해주는 방식에서 국민 건강에 위험이 되는 특정 원료를 제외하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꿨더니 화장품 산업의 생산액이 2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KDI 조사 결과 규제의 질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만 올려도 국내총생산(GDP)이 1.2%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퍼주기식’ 지원을 없애고 성과가 있는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채권단 주도의 채무조정과 중장기적 사업 재편을 위한 자원 재배치가 동반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치 시스템과 기업들의 경영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 회장은 “국내 정부 부처 장관을 비롯해 담당 공무원들이 1, 2년이면 바뀌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연말만 되면 내년 인사를 걱정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외 기업과 맺은 양해각서(MOU)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이뤄지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관료 순환보직제도 폐지와 기업 CEO의 최소 임기를 보장하는 법을 제안했다. 또 해외협력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손을 잡고 해외협력합작공사를 설립하는 등의 ‘산정(産政)협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인공지능(AI), 3, 4년 내 일상화될 것” 이성용 전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대표는 핀테크 시대를 대비한 금융회사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자동차가 처음 개발된 뒤 일상화되기까지 65년, 전기는 40년, PC는 20년, 스마트폰은 7년이 걸렸다”며 “AI는 2021년이면 일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강연이 끝난 뒤엔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의 사회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내용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에서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은 예산을 투입한 일자리 창출은 일시적 효과에 그치는 만큼 기업의 장기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지침을 따라 수출주도형 성장을 이끈 국내 기업들이 외환위기 때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합병을 겪으면서 정책당국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며 “20년이 지난 지금 당시 합병이 문제가 돼 재판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 정부는 ‘기업 때리기’식 재벌개혁보다 기업들이 20년 뒤를 내다보고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고 부의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 및 복지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노후 소득을 현재 직장에서 마련하려고 하다 보니 (노조가)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요구하면서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연금 및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일자리와 복지, 성장이 삼위일체가 되는 ‘골드 트라이앵글’을 만들어가는 것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라고 밝혔다.강유현 yhkang@donga.com·주애진 기자}

국내 자산운용업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기관투자가에게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는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1호 도입이라는 타이틀을 따내기 위한 속도 경쟁에 나섰다. 새 정부 경제팀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주장해 온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자 이들 대형사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2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에 따르면 이달 말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스튜어드십 코드의 가이드라인인 실무, 법령 해설서를 발행할 예정이다. 조명현 CGS 원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은 “쟁점이 됐던 미공개 정보 이용,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의 단순투자와 경영참여를 구분하는 기준 등 기관투자가들의 궁금증이 모두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CGS는 지난해 11월 16일 7개 조항으로 된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초안 마련에 참여했던 미래에셋은 1호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법령 해설서가 공개되는 대로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신속하게 도입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 회사는 당초 해설서를 신중히 검토하고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바꿔 1호 도입을 노려보기로 했다. 소규모 기관투자가들도 움직이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제브라투자자문을 비롯해 PEF운용사인 JKL파트너스, IMM PE 등도 초기 가입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프라이빗에쿼티(PE), 벤처캐피털(VC) 위탁운용사 선정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가 가산점 항목으로 반영됐다. 가점을 받기 위해 PE와 VC업계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4년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에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담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A 씨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가 활발해진 건 새 정부 출범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관건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다. 102조4000억 원 규모(지난해 말 기준)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결정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이달 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검토를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으나, 입찰 제안서를 낸 곳이 없어 공고 기간을 연장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기류를 의식해 국민연금이 올해 안에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측은 “용역 결과가 나오기 전 도입은 없다. 자체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효과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도입의 강제성이 없는 데다,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수익률이 잘 나오면 큰 문제를 삼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오히려 운용사의 투자 전략을 제한하고,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건혁 gun@donga.com·강유현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 등에 대해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하는 행동 강령. 기업이 투자자 및 공공 이익을 벗어나지 않도록 감시하고, 의사 결정에도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중소기업 A 사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20년 이상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돈을 썼는데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은행들이 20년 넘은 보증 기업의 보증 업무를 위탁 관리한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A 사장은 은행들이 ‘옥석 가리기’를 통해 보증 문턱을 높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은행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보증 감축 목표를 채우려면 20년간 장기 대출을 이어온 기업 고객의 대출을 조여야 하는 껄끄러운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부터 은행들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을 받은 지 20년 이상 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증 심사를 대신해 주는 ‘위탁보증제’가 시행된다. 위탁보증제는 장기 보증 기업의 추가 보증이나 연장 심사 등을 신보나 기보 대신 은행이 맡는 제도다. 우선 내년 말까지 진행되는 시범사업에는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 6곳이 참여한다. 기업들이 은행의 ‘위탁보증’을 걱정하는 이유는 보증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별로 보증을 받은 지 20년 이상 된 기업들의 보증 총량을 내년 말까지 10∼15%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를 통해 확보한 보증 여력을 초기 기업에 집중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전체 보증 기업에서 보증 총량의 자연 감소치(10∼15%)를 적용한 것이다. 현재 보증 20년 차를 넘어선 기업들의 보증 규모는 약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6개 은행은 7월부터 기업별로 보증 비율을 통상 85%에서 50%까지 낮출 것으로 보인다. 보증 비율이 낮아지고 은행 대출 비중이 높아지면 은행들이 우량기업에는 보증과 대출을 늘려 주고 한계기업에서는 대출을 회수하게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A기업이 8억5000만 원 보증을 받아 10억 원을 대출했다고 치자. A기업이 우량하다면 은행은 보증을 7억 원으로 줄이고 4억 원을 더 빌려줘 보증비율을 50%로 낮출 수 있다. 반면 이 기업이 부실하면 아예 대출을 회수해 버릴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2023년까지 위탁보증제 대상 기업을 10년 이상 보증 기업(9조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기업과 은행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5년 11월 위탁보증제 도입을 발표했지만 은행권의 반발로 시행 시기를 올 초에서 7월로 미뤘다. 적용 기업의 범위도 ‘10년 이상’에서 ‘20년 이상’으로 좁혔다. 기업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은행이 기업들의 대출을 무작정 조이기도 어렵다. 은행권 관계자는 “20년 동안 보증을 갚지 못한 기업 중 다수는 어려운 사정에 놓인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 대출을 갚으라고 하면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손을 놓을 수도 없다. 2019년부터는 기업 부실이 일정 한도(대출액의 4% 안팎)를 넘어서면 은행들이 다음 해 신보 및 기보에 내야 하는 보증 출연료가 올라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증 출연료가 오르면 정상적인 기업들도 대출받을 때 내야 하는 보증료가 올라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장기 보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증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이 1년에 5%씩이라도 보증을 갚아 나가도록 해 보증을 점차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기관에 가점을 부여하려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법원도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고 도입한 성과연봉제에 제동을 걸어 2010년부터 추진된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들도 궤도 수정에 나설 가능성이 커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년 만에 브레이크 걸린 성과연봉제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 하반기(7∼12월) 중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통해 201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서 성과연봉제 관련 가점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성과연봉제는 전체 배점의 3%를 차지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에 도입된 성과연봉제를 연착륙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평가 항목을 두기로 했는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공무원노조총연맹 출범식에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와 성과평가제를 즉각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경영평가 등급은 공공기관 임직원의 성과급 규모와 최고경영자 등의 해임 건의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잣대다. 따라서 가점이 없어지거나 축소되면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유인할 장치가 사실상 사라진다. 또 기재부는 성과연봉제 미이행 기관에 대한 불이익 등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정부의 ‘당근’과 ‘채찍’이 모두 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원도 노사 합의 없이 추진한 성과연봉제 도입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한국노총 금융노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지부가 회사를 상대로 낸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적법한 절차(노조 동의)를 거치지 않은 성과연봉제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HUG 관계자는 “새 정부의 바뀐 노동정책에 따라 기재부가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에 맞춰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혼란에 빠진 공공기관들 불과 몇 달 새 성과연봉제에 대한 기류가 180도 바뀌면서 공공기관들은 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1∼6월 국내 공공기관 120곳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는데,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서부발전 KDB산업은행 등 48곳은 노조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을 거쳤다. 이 중 약 30곳의 노조가 HUG의 사례처럼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도 노조의 반대에 부닥쳤다.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지난해 4월 조합원 총회에서 성과연봉제가 부결됐는데도 직전 노조위원장이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한 주택금융공사 노조도 “금융위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성과연봉제에 찬성했다”며 반대 방침을 밝혔다. 시중은행들의 성과연봉제 시행 준비는 사실상 중단됐다.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 SC제일 씨티 등 시중은행 7곳은 지난해 12월 이사회 의결을 통해 2018년부터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임원은 “탄핵 국면에 접어들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사실상 ‘올 스톱’됐다”고 말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과연봉제 시행은) 위에서부터 강제로 지시하는 ‘톱다운’ 방식은 맞지 않다. 회사별로 조직 문화에 맞는 성과주의를 노동조합과 협의해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 정부가 공공기관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황에서 성과주의가 후퇴되면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견제할 수단이 없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도 대선에서 “연공서열대로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는 맞지 않다. 앞으로 새로운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호봉제 폐지, 성과 문화 정착’이라는 기존의 틀 내에서 새로운 대안이 모색될 가능성도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사가 성과연봉제에 이미 합의했다면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일에 주력해야 하며, 합의를 하지 못한 기관은 대안으로 직무급 제도를 상위 직급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 / 세종=천호성 / 강성휘 기자}

잔고가 얼마 안 남은 ‘자투리 계좌’ 하나쯤은 다들 있으시죠? 깜빡 잊고 이런 소액 계좌를 방치하면 금융사기 등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하니 틈틈이 정리해두는 게 좋습니다. 현재 비활동성 계좌 수는 1만900좌, 잔액만 14조8000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혹시 ‘잠자는 통장’은 없는지 한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은행에 가지 않고도 이런 50만 원 이하의 자투리 계좌를 계좌 통합관리 서비스(어카운드인포) 홈페이지(www.payinfo.or.kr)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손쉽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걸 이용하면 본인 소유 계좌를 조회하고 잔고가 50만 원 이하인 계좌를 기존 계좌와 통폐합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가 시행된 지 5개월 만에 총 400만 명이 399만 계좌를 해지했다고 하니 꽤 쓸만한 것 같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0월부터는 서비스 이용시간이 오전 9시~오후 5시에서 오전 9시~오후 10시로 연장된다고 합니다. 퇴근 후 집에서도 뚝딱 통장을 정리할 수 있다고 하니 참 편리한 세상입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신한금융이 ‘신한 사태’의 당사자인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69)의 25억 원 규모 스톡옵션 행사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0년 임원들 간 경영권 갈등으로 촉발된 ‘신한 사태’가 7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신한금융지주는 18일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신 전 사장이 2005년~2007년 지급 받은 총 23만7678주 중 20만8540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신 전 사장이 대법원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은 위법행위의 발생시점(2008년)에 지급된 2만9138주는 결정이 보류됐다. 다만, 그 동안 주가가 올라 신 전 사장은 스톡옵션 행사로 총 25억 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는 신한 사태로 보류됐던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5만2969주)과 이정원 전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1만5024주)의 스톡옵션에 대해서도 지급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2010년 라응찬 전 회장, 이백순 전 은행장과 신상훈 전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의 내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신한은행은 라 회장 측의 반대편에 선 신 전 사장에 대해 경영자문료 15억6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와 438억 원을 부당 대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재일교포 주주 3명에게 8억600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을 이유로 고소했다. 올해 초 대법원이 횡령과 배임,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등 신 전 사장의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고 일부 횡령 혐의만 인정해 2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명예를 회복한 신 전 사장이 지급이 보류됐던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신한금융 이사들은 전날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신한 사태 당사자들에 대한 스톡옵션 지급 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 전 멤버가 참석한 만찬 자리에서 의장을 맡고 있는 박철 전 한국은행 부총재가 “7년 전 일로 조용병 회장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된다”며 분위기를 이끌면서 이사들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새 회장이 취임했으니 과거 있었던 일들을 잘 봉합하고, 조직을 추스러야 한다는 데 이사들의 의견이 모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전 사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연락을 받지 못했다. 진정성이 있는지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는 월 3000만 원을 3년 간 지급하기로 했던 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의 고문료와 임기를 월 2000만 원, 2년으로 하향 조정했다. 고액 고문료 논란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10월부터 금융회사에 대한 과태료 한도가 현재의 2∼3배로 오른다. 법을 위반한 법인은 최대 1억 원, 개인은 최대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등 11개 주요 금융 관련 개정법의 시행령 개정 작업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그간 금융개혁을 통해 규제 방식을 사전 규제에서 사후 감독으로, 개인 제재에서 기관 및 금전적 제재로 바꾸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을 통해 사전 규제를 풀어주고 사후 감독을 강화하는 ‘네거티브 규제’ 도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을 도입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0월부터 금융회사에 대한 위반 행위별 과태료 상한액이 인상된다. 예를 들어 금융사가 금융감독원의 현장 검사를 방해하면 현재는 최대 5000만 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앞으로는 이 과태료가 1억 원으로 오른다. 이와 함께 과태료를 면제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고,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50∼100%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자살보험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보험사들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했다. 교보생명에 대해선 1개월 영업 일부 정지를 확정했다. 또 △삼성생명에 8억9400만 원 △교보생명에 4억2800만 원 △한화생명에 3억9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금감원은 삼성·한화생명에 대해서는 금감원장 전결로 기관경고를 확정했다. 또한 세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주의적 경고’ 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2014년 ING생명 제재로 시작된 자살보험금 사태는 일단락됐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금융당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소액·장기 연체 채무 소각’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10년 이상, 1000만 원 이하 연체 채무자의 빚을 전액 탕감해 주겠다는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안 등에 대한 분석에 착수한 것이다. 일각에선 대선마다 되풀이되는 ‘신용 사면’ 공약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국민행복기금에서 충당할지, 새로운 기금을 만들지 등 재원 조달 방법과 모럴해저드 방지 등 여러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10년 이상, 1000만 원 이하 요건에 해당하는 연체 채무는 약 1조9000억 원, 대상자는 43만7000명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은 국민행복기금이 인수하지 않은 민간 회사들 소유의 소액·장기 연체 채권과 국민행복기금 인수 시점(2013년) 이후 발생한 채권 등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약은 채무를 전액 탕감해 준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보다 강도가 세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기금을 설립해 연체 채권을 매입하고 원금과 이자를 감면해 분할 상환하게 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2008년 9월 신용회복기금이 출범했고 2013년 3월 국민행복기금으로 전환됐다. 국민행복기금은 올해 2월까지 280만 명의 연체 채권을 매입하고 57만 명(6조3000억 원)에 대해 채무조정을 지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취임 1년 차에 후보 때 내건 채무 재조정 공약 이행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의 채무 소각 공약도 속도감 있게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캠프 특보단장이었던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년 이상, 1000만 원 이하 연체한 채무자라면 그간 충분히 고통받았는데도 상환 능력이 없는 이들로 봐야 한다”며 “이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저소득층의 재기를 돕는 공약의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대선 때마다 신용사면 공약이 되풀이되면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미 채무자의 경제상황에 따라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 회생법원의 개인파산과 개인회생 등 제도를 통해 빚을 성실히 갚고 있거나 불이익을 감내하고 있는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공약을 시행하더라도 소득 증빙과 금융자산, 실물자산 조회 등을 통해 요건을 깐깐히 심사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선마다 채무조정, 탕감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안 갚아도 결국 국가가 해결해 주겠지’ 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채무자들이 소득 창출을 통해 빚을 갚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청사 들어온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또 짐을 싸야 할지 모르겠네요. 금융위원회는 만날 이사만 다니나요.” 요즘 금융위 공무원들이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고 공약했기에 누군가는 방을 빼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근무 인원은 경호 인력까지 합하면 약 1000명입니다. 서울 광화문 일대 정부청사는 본관과 별관, 창성동 청사 등 3개 동이 있습니다. 규모와 시설,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대통령 집무실 등이 이전할 곳으로는 금융위, 행정자치부, 여성가족부, 통일부 등이 입주한 지상 19층 규모의 본관이 유력해 보입니다. 이로 인해 이전할 1순위 부처로는 행자부가 꼽힙니다. 문 대통령이 행자부의 세종시 이전을 공약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금융위 공무원들이 긴장하는 건 과거 정부에서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듯 서울 각지에 흩어진 정부 기관 건물을 전전했던 아픈 기억 때문입니다. 금융위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 보험 증시 등을 감독하는 기능을 통폐합한 뒤 1998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후 10년 뒤 2008년 기획재정부의 일부 기능과 통합된 금융위가 출범하면서 다시 거처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으로 옮겼다가 이듬해 금감원 건물로 되돌아갔습니다. 2012년엔 은행 증권사 등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명목을 앞세워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로 이전했고, 지난해 5월 일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면서 빈 공간이 생긴 정부서울청사로 또다시 이사를 했습니다. 이런 경험에 금융위에선 벌써부터 “이번엔 세종(정부세종청사)이냐, 과천(정부과천청사)이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게다가 금융위 직원들의 우려는 새 정부의 조직 개편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후보 공약에서 금융정책과 감독,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위의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기능과 통합해 금융부를 신설하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에 넘기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올해 2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년마다 조직을 개편하면 공직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가 굉장히 크다. 경제 상황이 그런 일에 매달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청와대의 광화문 이전 소식에 금융시장의 파수꾼이 돼야 할 금융위 직원들의 사기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활동한 김진표 의원과 이용섭 전 의원이 새 정부 경제 정책의 키를 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이 전 의원은 국세청장, 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등을 지낸 김용익 전 의원도 캠프에서 활동했다. 이 전 의원이 주도한 비상경제대책단에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차관보를 지낸 김성진 전 조달청장도 참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장차관을 지낸 전직 관료 20여 명으로 구성된 ‘10년의 힘 위원회’의 역할도 관심사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영탁·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핵심 인물로 거론된다. 당내 인사 중에는 문 대통령의 정책공약집인 ‘나라를 나라답게’를 주도한 윤호중 의원과 홍종학 전 의원에게 눈길이 쏠린다. 윤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맡은 정책통이다. 홍 전 의원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출신 재벌개혁론자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기식 전 의원도 정책 개발에 일조했다.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소장으로 활동한 조윤제 서강대 교수,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무원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자문기구인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았던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및 부위원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거취도 관심사다. 한편 금융업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나온 경남중고교 및 경희대 동문들이 주목받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성복 KPMG삼정회계법인 부회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등이 경남고 출신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경남중 동문이다. 경희대 출신으로는 박종복 SC제일은행장과 김상택 서울보증보험 일시 대표이사 등이 있다.강유현 yhkang@donga.com·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