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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매체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하면서 ‘주요 외신의 실명 보도’를 근거로 들었지만 외신도 유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최대한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 “유족 동의 있어야만 실명 보도”민들레 측은 13일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선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민들레는 “이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여러 외신은 국내외 희생자 상당수의 사진과 사연을 실명 보도한 바 있다”면서 명단 공개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확인한 결과 주요 외신의 실명 보도는 민들레 등과 달리 유족의 동의를 구한 뒤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외신 기자는 ‘최근 실명 보도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의 사연은 모두 유족들의 동의를 구했다. 공개를 거절한 경우에는 보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보도 가이드라인에서 “실명 보도는 취재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워싱턴포스트도 내부 방침으로 “기자는 실명을 기록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취재원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승선 한국언론법학회장은 “주요 외신은 희생자 실명 공개 시 유족의 동의를 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공인 아니면 실명 보도 자제”민들레는 “한국 언론도 과거 대형 참사에선 희생자 이름과 나이, 성별 등 명단을 공개했다”면서 과거 언론 보도 사례를 들었다. 실제로 서해훼리호 침몰(1993년)과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등 대형 참사가 벌어졌을 때 다수의 언론이 희생자 명단을 보도했다. 당시 언론의 희생자 명단 보도는 가족들에게 사망 및 구조 여부 등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인이 아닌 이들에 대한 실명 보도를 자제하는 추세다.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당시 동의 없이 부상자 사진을 보도한 언론사가 ‘초상권 침해’ 손해를 배상했다. 민들레가 언급한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에도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언론은 소수에 그쳤다. 이후 발생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2019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2020년) 때 희생자 명단을 보도한 곳은 거의 없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마련된 ‘재난보도준칙’ 역시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긴요한 것인지를 사안별로 따져봐야 한다”며 “과거의 관행은 당시의 필요성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름만으로는 법률상 개인정보 아냐”민들레 측은 명단을 공개하면서 “얼굴 사진, 나이 등 다른 인적 사항 정보 없이 이름만 기재해 희생자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름만 공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 관계자에 따르면 사망자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도 “유족이 개인정보 침해를 인정받으려면 실명 공개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다른 인적 사항이 없는 명단만으로는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더불어민주당의 강경파 의원들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온라인 추모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매체들이 유가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야당 의원이 논란을 더 키우고 나선 것. 안민석 김용민 등 20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으로 구성된 ‘10·29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의원 모임’은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도입을 촉구하는 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참사로부터 열엿새가 흐른 어제(14일) 희생자 가운데 155분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며 “어제 저녁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추모미사에서야 비로소 그 넋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호명됐고 이제야 비로소 희생자를 제대로 추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10·29 참사 희생자 온라인 기억관’ 개설을 준비하겠다”며 “희생자 정보는 각 유가족의 뜻에 따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로 사촌동생을 잃은 A 씨는 온라인 추모공간 개설 추진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면서 “아무리 온라인상이라도 최소한 유족을 찾아와서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목적에 추모를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유족도 “특정 정당이 (온라인 추모관 개설을) 결정하는 건 누가 봐도 정치적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아닌 것 같다”고 반발했다. 일방적인 명단 공개에 진보 진영에서도 지적이 계속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온라인 매체의 명단 공개와 관련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부 여당도 성토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명단을 공개한 매체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단을 구해 공개해야 한다는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주장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유가족분들의 동의조차 완전히 구하지 않고 공개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예결위에서 “(명단) 유출 경로에서 불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며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외국인 희생자의 실명이 공개된 것에 대해 주한 일본대사관 등 일부 주한 공관도 외교부를 통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부 대사관으로부터 항의와 시정 요구가 있어 해당 매체에 곧바로 전달했다”고 밝혔다.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서울시가 2016년 풍수해저감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해까지 집행하겠다고 밝혔던 수해 대책 예산이 절반도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가 그치면 수해대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속설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 관심과 장기적 투자 없이는 침수 피해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서울시가 2016년 수립한 풍수해저감종합계획을 입수해 분석했다. 풍수해저감종합계획(2018년부터 ‘자연재해저감종합대책’으로 명칭 변경)은 지방자치단체의 방재 분야 최상위 계획이다. 당시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총 1조1117억 원을 들여 하천 정비와 펌프장 설치 등 수해 방지 사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올 2월 공개된 서울시의 ‘자연재해저감종합대책 시행계획’에 따르면 실제 집행된 예산은 5070억 원(45.6%)에 그쳤다. 또 서울시는 2026년까지 총 240개 지구의 수해방지 사업을 계획했으나 이 중 134곳(55.8%)은 아직 사업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까지 사업이 완료된 지구는 83곳(34.6%)이었고, 23곳(9.6%)은 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서초구 방배동 등이 포함된 ‘사당역 일대’는 2011년 폭우 당시 큰 피해를 입어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계획대로라면 2019년까지 1659억여 원이 투입돼 대심도 터널과 빗물 저류조 설치 등이 완료됐어야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2019년에야 사당천 단면 확장 사업 등이 시작돼 지난해까지 130억4000만 원만 투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비 확보 등 예산 문제와 지역 주민의 (사업 반대) 민원, 부지 선정 지연 등의 문제로 사업 착수가 지체됐다”고 해명했다.대림동, 5년간 수해방지 예산 집행 ‘0원’… 올 침수 신고 2520건 예산 수립하고도 실제 사업 전무‘1위’ 신림동도 예산의 22%만 투입“사업 집행 과정, 수시로 공개해야”정부 “위험지구 지정에 신고 수 반영” 수해 방지 사업이 지연된 곳에선 집중호우 때마다 어김없이 침수 피해가 되풀이됐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사당동은 2011년 주택 침수 피해 신고가 총 1174건(전국 3위) 접수됐는데, 올해도 8월까지 1442건(전국 3위)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이 미비해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팀이 지난달 찾은 사당동 주민 최준열 씨(57)의 집 1층 벽면에는 성인 허리 높이의 얼룩이 가로로 길게 새겨져 있었다. 올여름 폭우로 침수됐던 흔적이다. 최 씨는 2011년 폭우 때 빌라 1층 차고에 뒀던 자가용이 침수돼 폐차했는데, 올 8월에도 같은 이유로 차를 폐차했다고 하소연했다. 사당동에 30년 넘게 살았다는 그는 “이 동네 사람들은 항상 비 걱정을 안고 산다”고 했다. 인근에 사는 안송자 씨(73)도 “15년 동안 거주하면서 침수 피해만 벌써 세 번 입었다”며 “(침수 피해 반복을 호소해도) 공무원들이 우리 같은 사람 말은 안 들어 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투자 미뤄지며 침수 피해 반복동작구 상도동 역시 2016년 서울시가 세운 계획에 따르면 ‘상도동 지구’로 지정돼 하수관로 정비 사업 등에 2020∼2022년 75억3000만 원이 투입됐어야 한다. 하지만 사업 투자액은 2017년 7억 원에 그쳤다. 계획예산 대비 10분의 1도 투입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올해도 피해가 되풀이됐다. 상도동은 2010년 344건(20위)의 주택 침수 신고가 있었는데 올해도 8월까지만 1147건(6위)의 침수 신고가 접수됐다. 상도동 성내시장 인근 반지하에 24년간 거주한 유모 씨(72)는 “올 8월 폭우 때 집의 절반가량이 물에 잠겼다”며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바닥에 고일 정도로 물이 찼다”고 털어놨다. 올해 침수 신고 건수 전국 1위였던 관악구 신림동(3601건)과 2위였던 영등포구 대림동(2520건)도 계획 대비 투자가 적은 편이었다. 신림동은 ‘도림천4지구’로 지정돼 2020∼2022년 373억3300만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까지 80억9000만 원(21.7%)만 집행됐다. 대림동은 2020년에 5억3200만 원의 투자가 집행될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한 푼도 투입되지 않았다.○ 5곳 중 4곳은 10년 전 기준도 못 맞춰서울시는 지난달 수방 대책을 발표하며 서울 전역의 방재성능목표를 현재 시간당 95mm에서 100mm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방재성능목표는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강우량 목표치로 하수관로와 빗물펌프장 등 방재설비를 설계할 때 기준이 된다. 하지만 이 역시 말이 앞선 것으로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시 자료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지역이 여전히 10년 전 세운 시간당 95mm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010, 2011년 집중호우 당시에도 방재성능목표를 75mm에서 95mm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전역 239개 배수분구(빗물이 모여 빠져나가는 구역) 중 시간당 처리 강수량 95mm 기준을 충족한 곳은 올 11월 현재 55곳(23%)에 불과했다. 174곳(72.8%)은 정비 사업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올해 침수 피해가 컸던 신림동의 경우 관내 배수분구 5곳 중 1곳만 정비가 완료됐고 나머지 4곳은 기준 미달이었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대규모 수해가 발생할 때마다 지자체가 방재성능목표를 높이겠다고 발표하는데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제로 침수위험지역의 방재성능이 향상됐는지 점검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방 예산, 예산 30% 정도만 실제로 투입”전문가들은 폭우 직후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각종 대책이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해 방지 예산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라고 지적한다. 이승수 충북대 토목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수해 방지 사업은 다른 사안에 밀려 계획된 예산의 30% 정도만 실제 투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결국 수해 방지 사업이 성과를 내려면 정확한 사업성 평가를 기반으로 계획을 수립한 후 지속적인 관심과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석환 대진대 스마트토목공학과 교수는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계획된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주민들에게 수시로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실제 침수 지역과 침수위험지구 지정이 동떨어져 있다는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14일 설명자료를 내고 “현행 침수위험지구 지정 기준에 지역별 침수신고 현황 등 과거 피해 지역이 우선 포함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읍면동별 주택 침수 신고 건수와 침수위험지구 지정 내역은 동아닷컴 홈페이지(www.donga.com/dspecial/1)에서 확인할 수 있다. 英-美, 주민 의견 수렴 거쳐 ‘침수 지도’ 만들어 공개 “정보공개, 재산권 악영향” 여론에 대책마련 단계부터 주민참여 보장“시간 걸려도 합의된 결론 도출해야” 올 8월 기록적 폭우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수해 방지 대책을 다수 발표했다. 하지만 해외 사례 등을 보면 수해방지 대책의 핵심은 ‘대규모 공사’가 아니라 ‘주민 공감대 형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민들의 공감이 있어야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수해방지 대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침수 위험 지역으로 지정되면 재산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민 반대가 수해방지 대책 추진의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주요국들은 침수 지도 작성 및 수해방지 대책 수립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해 나간다. 영국은 2007년 약 6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안긴 대홍수가 발생하자 ‘다목적 침수 관리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물길과 호우를 분석한 뒤 ‘침수 지역’을 설정했다. 영국 역시 처음에는 침수 지역 공개가 재산권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민 반대 여론이 상당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토론회를 여는 등 1년 넘게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한 끝에 대책을 수립했고, 2009년부터 계획을 시행할 수 있었다. 영국은 또 2010년 ‘침수 및 물 관리법’을 제정하고 지자체마다 ‘지역 침수 위원회’를 두게 했다. 지자체는 주민 동의 없이는 침수 방지 계획을 시행할 수 없고, 침수 대책을 수립하려면 이 위원회를 통해 주민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 법은 또 정부가 침수 위험성과 개선 목표, 상세 투입 예산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허리케인 등으로 인한 침수 피해가 잦은 미국은 1968년부터 국가침수보험프로그램(NFIP)을 통해 침수 관련 정보를 정기적으로 수집해 위험지역을 정하고, 침수지도(Flood Maps)를 작성하고 있다. 침수지도 공개 전에는 침수위험지역으로 선정된 지역 주민 의견을 반드시 수렴해야 한다. 지자체 의견이 반영된 예비 침수지도가 만들어지면 이를 지역 주민에게 공개한 후 90일의 이의 신청 기간을 갖게 한 것이다. 이 기간 위험지역 지정의 타당성부터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폭넓은 의견이 오고 간다. 주민 의견이 반영된 침수지도가 만들어지면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수해 방지 대책을 세운다. 또 침수지도는 주민 공동체 등으로 구성된 ‘협력기술파트너’가 의견을 제시하면 수시로 수정될 수 있다. 이승수 충북대 토목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영국의 경우 위험지구 지정 및 대책 수립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넘어 합의된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것”이라며 “한국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주민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침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QR코드를 스캔하면 ‘서울시 침수지도’ 디지털 페이지(www.donga.com/dspecial/1)로 연결됩니다.특별취재팀 ▽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yesbro@donga.com▽취재: 최미송 이승우 사회부 기자▽데이터 분석: 김현지 디지털뉴스팀 차장 특별취재팀조응형 사회부 기자 yesbro@donga.com최미송 사회부 기자 cms@donga.com이승우 사회부 기자 suwoong2@donga.com김현지 디지털뉴스팀 차장}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사진·수배 중)이 11일 위치추적 장치를 끊고 달아나기 직전까지 조카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치밀한 도주 계획을 세운 후 ‘범죄를 저지른 친족의 도주를 도운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법 규정을 마지막 순간까지 활용한 것이다. 또 검찰이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김 전 회장 도주 전날 법원에 “하루빨리 보석을 취소해달라”는 의견서까지 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서둘러 보석 취소 결정을 내렸다면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카 동석 차량에서 위치추적 장치 끊었나1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자신의 결심 공판이 예정된 11일 오후 1시 경 조카 A 씨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남단으로 향했다. 이후 팔당대교 남단 부근에 도착하자 손목시계형 위치추적 장치를 끊고 달아났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위치추적 장치를 파손하는 순간 A 씨가 차량 안에 동석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A 씨는 검찰에서 “김 전 회장이 위치추적 장치를 끊은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2일 A 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A 씨의 휴대전화와 블랙박스를 가져온 후 포렌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A 씨는 김 전 회장을 태웠던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빼 놨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A 씨와 휴대전화 유심도 바꿔 끼운 것으로 전해졌다.○ “새 변호인단 선임” 얘기에 변호인단 집단 사임 서울남부지검이 지난달 26일 청구한 김 전 회장의 보석 취소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달라는 의견서를 이달 10일 법원에 제출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달 8일 김 전 회장 변호인단이 집단 사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주가 임박한 정황이라고 판단해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 측은 김 전 회장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기 위해 새 변호인단을 선임하겠다고 해 사임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2019년 12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국내에서 도주했다가 5개월 만에 체포된 전력이 있다. 또 김 전 회장이 배후로 지목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49·수배 중)은 2019년 말 해외로 나가 지금까지 도피 중이다. 그럼에도 서울남부지법은 결정을 미루다가 김 전 회장의 도주 사실을 통보받은 뒤에야 보석을 취소했다. 법원은 앞서 검찰이 2차례 청구한 구속영장과 밀항 준비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대포폰에 대한 통신영장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과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및 통신영장을 기각했던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고교 동문이며 같은 법원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관예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B 변호사는 “고교 동문인 건 맞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해명했다.○ “아직 밀항 의심 선박 발견 안 돼”11일 김 전 회장 도주 직후 담당 검사가 “극단적 선택이 의심된다”며 112에 신고했던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에 정식 공조 요청을 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임기응변으로 대응한 것이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출동할 수 있고,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 이후 법무부 보호관찰소가 경찰에 김 전 회장을 위치추적 장치를 훼손한 혐의(공용물건손상)로 수사 의뢰했고, 서울경찰청은 김 전 회장의 주거지와 가까운 서울 수서경찰서에 배당했다. 검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해양경찰청은 중국 일본 동남아 등 김 전 회장이 밀항할 수 있는 국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감시 중이다. 해경 관계자는 “아직 밀항 의심 선박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검찰이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사진)의 도주를 도운 것으로 추정되는 조카 A 씨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11일 위치추적장치를 끊고 달아난 김 전 회장의 행방을 사흘째 쫓고 있다. 13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A 씨의 서울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김 전 회장은 11일 오후 1시 반경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남단 부근에서 손목시계형 위치추적장치를 끊고 도주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주 과정에서 조카인 A 씨와 휴대전화 유심칩을 바꿔 끼우고, A 씨 소유의 차량 블랙박스에서 메모리카드를 빼놓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 밖에도 A 씨가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정황을 포착했지만 ‘범죄를 저지른 친족의 도주를 도운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법 규정에 따라 A 씨를 체포하진 않았다. A 씨는 “팔당대교에 가자고 해서 운전했을 뿐이며 팔당대교에서 다시 태우고 서울로 왔다”고 진술한 걸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밀항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해경과 함께 전국 항구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국경 감시가 강화된 중국 대신 일본, 베트남 등으로 밀항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2007년 이후 서울에서 침수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 10개 동 중 관내가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곳은 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침수위험지구 지정에 기초해 이뤄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수해 방지 대책이 실제 침수 피해 지역과 동떨어진 채 추진돼 온 것이다. 동아일보는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입수한 전국 읍면동별 주택 침수 신고 건수 자료와 자연재해대책법상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635곳을 비교했다. 그 결과 2007년 이후 서울에서 침수 신고가 많이 접수된 10곳 중 관내가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됐던 곳은 동작구 사당동, 양천구 신월동, 강서구 화곡동, 서초구 방배동 등 4곳에 불과했다. 관악구 신림동(7665건)과 영등포구 대림동(3447건)의 경우 침수 신고 건수가 전국 1, 2위였음에도 1998년 제도 도입 후 한 번도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적이 없었다. 전국적으로도 침수 신고 상위 30개 읍면동 가운데 한 번이라도 위험지구로 지정됐던 곳은 12곳뿐이었다. 지자체의 방재 예산 투입도 실제 피해 지역과 괴리가 있었다. 서울시의 풍수해종합계획상 투자 우선순위에서 신림동은 17위, 대림동은 36위에 불과했다. 동아일보는 재해에 대비한 정보 공개 및 공유가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전국 읍면동별 주택 침수 신고 건수와 침수위험지구 지정 내역을 동아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갖고 있었음에도 주택 가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등 주민 반발을 우려해 한 번도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던 자료다. 전국 635곳 침수위험지구에 없어실제 피해 많아도 대책은 후순위투자우선순위 각각 17, 36위 그쳐 동아일보는 행정안전부로부터 2007년∼2022년 8월 전국 읍면동 주택 침수 신고 건수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상습 침수 지역으로 많이 알려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1위·7665건), 양천구 신월동(4위·2400건) 등 외에도 사각지대에 있던 침수 지역들이 다수 드러났다.○ 새로 드러난 침수 지역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경우 분석 기간에 주택 침수가 3447건 신고돼 신림동에 이어 전국 2위였다. 지난달 대림동 자택에서 만난 정모 씨(62)는 “기록적 폭우가 내린 올여름은 물론이고 6, 7년 전에도 비가 많이 와 집에 물이 들어찼다”고 했다. 하지만 대림동은 그동안 침수 피해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 검색 결과 2006년 이후 ‘침수’와 ‘대림’이 함께 언급된 언론 보도는 72건에 불과했다. 전국 침수 신고 건수 39위인 서초동(575건)이나 245위인 잠실동(60건)의 보도 건수가 각각 765건, 379건으로 훨씬 많았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7위·1990건)과 강남구 개포동(14위·1413건)도 이번 분석을 통해 보도 대비 침수 피해 신고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외 지역에선 경기 광명시 광명동의 침수 신고 건수가 2169건(6위)으로 가장 많았다. 안양천 지류인 목감천 범람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광명동에 20년간 거주한 조영자 씨(81)는 “2011년 추석 무렵 집이 침수돼 도배와 장판을 새로 했는데, 올 8월 집중호우 때도 배수구에서 물이 역류했다”고 했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부평구 부평동도 각각 침수 신고가 1538건(13위), 1173건(16위)으로 많은 편이었다.○ 침수위험지구, 실제 피해 지역과 괴리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지정되는 침수위험지구는 침수 피해가 발생했거나, 향후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방재 사업을 벌이기 위해 시장, 군수, 구청장이 지정한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침수위험지구 주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실제 주택 침수 피해가 많았던 지역과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이 밀집한 서울은 분석 기간 침수 신고가 5만5777건으로 전체(15만1989건)의 36.7%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10월 현재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635곳 중 서울 지역은 3곳에 불과했다. 주택 침수 건수가 전국 1, 2위인 신림동과 대림동 역시 한 번도 침수위험지구에 지정된 적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각 기초단체장이 장기적 안목에서 침수위험지구를 지정해야 하는데 ‘표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정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구청 치수과 공무원은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되면 ‘재산상 피해를 입는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다 주택 및 상가 밀집 지역은 하수관거를 정비하려 해도 주민 동의 등 과정이 복잡해 효과를 보기까지 오래 걸린다”며 “단체장 입장에선 굳이 나서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남역에 투자순위 밀린 신림·대림동서울시의 풍수해종합계획(2016년)에서도 실제 피해 지역과 투자우선순위의 괴리가 드러난다. 이 계획은 과거 수해를 분석해 향후 예산 투입 지역과 투자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10년마다 수립되고, 수립 후 5년이 지나면 변경할 수 있지만 서울의 경우 지난해 변화가 없었다. 이 계획은 관악구 신림동(도림천4지구)과 대림동(도림천1지구)을 투자우선순위에서 각각 17, 36위로 설정했고 투자 시기는 2단계(2019∼2021년)로 미뤘다. 둘 다 투자순위 산정 기준 가운데 ‘인명손실도’에서 25점 만점에 5점을 받아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이에 따라 도림천 일부 구간 하천 단면 확장 사업은 올 연말에야 끝날 예정이다. 그 대신 투자 1단계에 포함된 곳은 강남역 일대(1순위), 서초동(2순위), 사당역 일대(3순위) 등이었다. 하지만 올 8월 폭우 당시 신림동에선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된 2013년까지 인명 피해가 잦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강남역 일대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이라며 “풍수해종합계획 수립까지 기다리지 않고 (신림동과 대림동을 지나는) 도림천 등에 2027년까지 대심도 빗물 배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읍면동별 주택 침수 신고 건수와 침수위험지구 지정 내역은 동아닷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특별취재팀▽ 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yesbro@donga.com▽ 취재: 최미송 이승우 사회부 기자▽ 데이터 분석: 김현지 디지털뉴스팀 차장특별취재팀조응형 사회부 기자 yesbro@donga.com최미송 사회부 기자 cms@donga.com이승우 사회부 기자 suwoong2@donga.com김현지 디지털뉴스팀 차장}

검찰이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주를 도운 것으로 추정되는 조카 A 씨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11일 위치추적장치를 끊고 달아난 김 전 회장의 행방을 사흘 째 쫓고 있다. 13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A 씨의 서울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김 전 회장은 11일 오후 1시 반경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남단 부근에서 손목시계형 위치추적장치를 끊고 도주했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 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이날 오후 3시 서울남부지법에서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주 과정에서 조카인 A 씨와 휴대전화 유심칩을 바꾸는 등 A 씨가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범죄를 저지른 친족의 도주를 도운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법 규정에 따라 A 씨를 체포하진 않았다. A 씨는 “팔당대교에 가자고 해서 운전했을 뿐이며 팔당대교에서 다시 태우고 서울로 왔다“고 진술한 걸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밀항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해경과 함께 전국 항구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김 전 회장 구속 당시 함께 수감생활을 한 지인으로부터 ‘김 전 회장이 중국 밀항을 준비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국경 감시가 강화된 중국 대신 일본, 베트남 등으로 밀항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3년 만에 마스크 벗고 한국시리즈를 즐길 기회였는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게 무서워서 예매를 취소했어요.” 직장인 김현성 씨(25)는 어렵게 구한 2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 티켓을 취소했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달 29일 ‘광클’(컴퓨터 마우스를 빠르게 누른다는 뜻) 끝에 인천 SSG 랜더스필드 야구장에서 열리는 경기 티켓을 구했는데 그날 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식을 접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참사 영상과 시시각각 올라오는 뉴스를 본 그는 아비규환이었던 광경이 떠올라 이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김 씨는 “야구도 보고 싶었지만 마음 편한 게 제일인 것 같았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군중이 밀집하는 스포츠 경기장이나 콘서트장이 불안하다며 방문을 기피하는 이가 적지 않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이모 씨(62)는 19일 열리는 콘서트를 보러 갈지 막판 고민 중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사위가 어렵게 구해줬는데, 콘서트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중 참사 소식을 접했다. 이 씨는 “실내에 많은 사람이 모이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가족과 지인의 만류에 콘서트 관람을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참사 당일 현장 인근에 있었던 이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 씨(24)는 지난달 29일 오후 9시경 이태원에 있었다. 김 씨는 인파에 떠밀리다 간신히 빠져 나왔지만 자칫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계속 마음이 편치 않았다. 김 씨는 “사람들이 줄 선 것만 봐도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을 잘 쉬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며 “당분간 사람 많은 곳은 가급적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사회적으로 애도 분위기가 조성된 데다 인파 밀집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되면서 예정됐던 콘서트가 취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수 에일리와 코요태는 5, 6일 계획했던 콘서트를 내년 1월로 연기했고 미국 가수 마이클 볼턴도 8, 9일 예정됐던 내한 공연을 내년 1월로 연기했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연말은 공연 성수기인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피하면서 흥행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참사를 직간접으로 체험해 충격을 받았다면 인파가 많은 상황 자체가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다”며 “사람이 많은 곳은 일단 피하고, 인파가 적은 곳부터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파 때문에 몸이나 마음이 이상 반응을 보일 경우 복식호흡이나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심한 경우 병원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3년 만에 마스크 벗고 한국시리즈를 즐길 기회였는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게 무서워서 예매를 취소했어요.” 직장인 김현성 씨(25)는 어렵게 구한 2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 티켓을 취소했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달 29일 ‘광클’(컴퓨터 마우스를 빠르게 누른다는 뜻) 끝에 인천 SSG 랜더스필드 야구장에서 열리는 경기 티켓을 구했는데 그날 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참사 영상과 시시각각 올라오는 뉴스를 본 그는 아비규환이었던 광경이 떠올라 이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김 씨는 “야구도 보고 싶었지만 마음 편한 게 제일인 것 같았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군중이 밀집하는 스포츠 경기장이나 콘서트장이 불안하다며 방문을 기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이모 씨(62)는 오는 19일 열리는 콘서트를 보러갈지 막판 고민 중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사위가 어렵게 구해줬는데, 콘서트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중 참사 소식을 접했다. 이 씨는 “실내에 많은 사람이 모이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가족과 지인의 만류에 콘서트 관람을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참사 당일 현장 인근에 있었던 이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 씨(24)는 지난달 29일 오후 9시경 이태원에 있었다. 김 씨는 인파에 떠밀리다 간신히 빠져 나왔지만 자칫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계속 마음이 편치 않았다. 김 씨는 “사람들이 줄 선 것만 봐도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을 잘 쉬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며 “당분간 사람 많은 곳은 가급적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사회적으로 애도 분위기가 조성된 데다 인파 밀집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되면서 예정됐던 콘서트가 취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수 에일리와 코요태는 5, 6일 계획했던 콘서트를 내년 1월로 연기했고 미국 가수 마이클 볼튼도 8, 9일 예정됐던 내한 공연을 내년 1월로 연기했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연말은 공연 성수기인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피하면서 흥행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해 충격을 받았다면 인파가 많은 상황 자체가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다”며 “사람이 많은 곳은 일단 피하고, 인파가 적은 곳부터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파 때문에 몸이나 마음이 이상 반응을 보일 경우 복식호흡이나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심한 경우 병원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최근 경찰청 특수수사본부(특수본)에서 진행 중인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수사를 놓고 소방과 경찰에서 반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소방의 경우 9일이 ‘소방의 날’ 60주년이었지만 일선 소방관 사이에선 자축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대신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를 지휘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수본은 9일 브리핑에서 최 서장에 대해 “소방 내부 문건과 보디캠 현장 영상, 소방 무전 녹취록 등 수사 상황을 종합해 입건했다”고 밝혔다. 최 서장은 사고 발생 30분가량 지난 오후 10시 43분경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오후 11시 13분경 2단계로 상향했는데 각 단계 발령이 늦어 구조 인력이 신속히 투입되지 못했다는 게 특수본의 판단이다. 하지만 참사 당일 현장에서 근무했던 서울의 한 일선 소방관은 동아일보 기자와 가진 통화에서 “최 서장은 당일 오후 7시 반부터 이태원 119안전센터에 나와 현장을 살폈다”면서 “당시 최선을 다해 지휘했던 사람에게 참사의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백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장도 “최 서장은 당일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일선 지휘관 역할을 다했다”며 “(경찰의 서장 입건은) ‘꼬리 자르기’식 책임 전가”라고 반발했다. 7∼9일 서울소방재난본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최 서장을 응원한다는 시민 등의 글이 약 1100개 올라왔다. 이에 대해 특수본 관계자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의 강한 질책에 따라 고위 관계자가 잇달아 입건되고 압수수색까지 당한 경찰 내부에선 ‘잘못한 건 맞지만 우리가 다 책임질 일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의 일선 경찰관 A 씨는 8일 오전 경찰 내부망 폴넷에 올린 글에서 “관련 법령에는 국가적 재난의 책임자가 지방자치단체장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왜 경찰만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경기남부경찰청에 근무하는 경찰관 B 씨는 9일 오전 “재난 사태의 근본 책임은 경찰뿐 아니라 용산구청장, 서울시, 상인회,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에게 있다”는 글을 올렸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법령에 국가적 재난의 책임자는 지방자치단체, 행안부장관 등으로 명시돼 있는데, 왜 경찰만 책임져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8일 한 일선 경찰관 A 씨가 경찰 내부망 ‘폴넷’에 실명으로 올린 글 내용이다. A 씨는 이 글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경찰도 책임이 있지만 다른 책임자도 있다”며 “책임 규명을 위해서는 재난관리책임기관인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등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지적했다. ● 경찰 “지자체 등 책임자들도 책임져야”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참사 관련해 경찰을 질책하고, 8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경찰 수뇌부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경찰 내부망에는 참사 책임을 경찰에만 지우냐고 비판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 B 씨는 8일 오후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이후 참사 관련 법안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국회의원들도 직무 유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국가적 재난에 대한 책임을 경찰에만 지우는 것이 부당하다는 글도 이어졌다. 경기남부청 직원 C 씨는 8일 오후 내부망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범죄나 사건·사고가 아니라 재난 사태다”며 “사태의 근본 책임은 경찰뿐 아니라 용산구청장, 서울시청, 상인회,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에게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찰 업무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의 한 파출소 경찰 D 씨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행안부 장관, 용산구청, CCTV 관제 직원 등 책임질 사람 많은데 왜 현장에서 고생한 경찰에만 총구가 겨누는지 모르겠다”며 “경찰에 모든 책임을 지우기 전에 구체적으로 누가 뭘 잘못했는지를 먼저 밝히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 “현장 꼬리 자르기는 지양해야” 일선 소방관들 사이에선 참사 당일 구조 현장을 지휘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건 부당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는 8일 “용산소방서장 입건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 백호상 지부장은 9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용산소방서장은 사고 당일 자원해서 이태원 119 센터에서 대기했으며 사고 후에는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지휘했다”며 “지휘 책임자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신 분들에게만 꼬리자르기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권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제도적 문제를 현장 최일선에 있던 용산소방서장 등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안타깝다”며 “공무원 모두가 잘못을 인정하고 철저한 현장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제도와 정책을 변화시켜 향후 참사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서장이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서울소방재난본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최 서장을 응원하는 게시글이 1000개(9일 낮 12시 기준) 가까이 올라왔다. 게시글을 올린 한 시민은 “국가는 몰라도 국민은 소방관분들이 현장에서 고생한 노고를 다 알고 있다”며 “참사 당일 국민을 지켜주신 것처럼 이번에는 국민이 소방관분들을 지켜드리겠다”고 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국가애도기간을 맞아 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규모 보수단체 집회는 연기됐지만, 진보단체는 대대적인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 대규모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매주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진보성향 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은 5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추모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당초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가 허가하지 않아 장소를 변경했다. 주최 측은 경찰에 10만 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이날 서울 도심에선 청년진보당의 희생자 추모행사를 포함해 집회 약 20건이 열린다. 경찰은 기동대 20개 부대(1200명)를 배치해 질서 유지에 나설 예정이다. 반면 전광훈 목사가 대표인 자유통일당 등은 매주 종로구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대규모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이어왔지만 참사 이후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5일에는 집회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같은 날 숭례문 인근에서 열 예정이었던 전국노동자대회를 취소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 첫 집회를 예고했던 촛불중고생시민연대도 “추모 뜻에 함께하기 위해 집회를 12일로 연기했다”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참사 직후 대규모 도심 집회를 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직장인 김우성 씨(31)는 “애도의 뜻은 좋지만 추모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 씨(24)도 “지난달 촛불행동 집회에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애도의 뜻을 담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캠핑장에서 취침하는 동안 참사 관련 보고를 2차례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이어 윤 청장까지 야간 보고를 수차례 놓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 지휘부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청장은 사고 당일 휴일을 맞아 과거 경찰서장을 지냈던 충북 제천을 방문했다. 윤 청장은 이날 정오 무렵부터 지인 3명가량과 함께 월악산을 등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현지 경찰 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소주와 맥주가 섞인 ‘폭탄주’를 두 잔가량 마시고 오후 11시경 잠들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윤 청장은 사고 발생 1시간 17분 뒤인 오후 11시 32분 경찰청 상황담당관이 보낸 참사 관련 첫 보고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다. 20분 후 걸려온 상황담당관의 전화도 못 받았다. 다음 날 0시 14분에야 상황담당관과 통화가 된 윤 청장은 즉시 서울로 출발했고 사고 후 4시간 이상 지난 30일 오전 2시 반에 지휘부 회의를 소집했다. 서울 치안 총책임자인 김 청장도 제때 보고를 받지 못했다. 사고 당일 오후 9시경 퇴근해 서울 강남구 자택에 머물던 김 청장은 오후 11시 34분경 3차례 걸려온 이임재 서울 용산경찰서장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2분 뒤 다시 온 4번째 전화를 받고서야 참사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경찰과 함께 재난 대응을 맡은 소방당국은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3분 후인 오후 10시 18분부터 2시간 동안 총 15차례 경찰에 인력 투입과 현장 통제 등을 요청했다.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이 사고를 인지하기 전에도 이미 공동대응 요청이 10차례 있었다. 경찰 내부 보고 및 지휘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윤 청장에게 보고한 경찰청 상황담당관도 소방당국을 통해 참사 사실을 알게 됐다. 당초 지난달 29일 사고 발생 5분 만인 오후 10시 20분경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보고됐던 이임재 서장이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1시 5분이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사고 직후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상황 보고서에는 이 서장의 도착 시각이 ‘10시 20분’으로 적혀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6일 만에 공식 석상에서 처음 사과한 것이다.경찰청장, 등산후 캠핑장서 취침문자-전화보고에 응답 못해서울청장도 보고 전화 3차례 놓쳐5분뒤 왔다던 용산서장, 50분뒤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소방당국이 경찰에 처음 공조 요청을 한 것은 참사 발생(오후 10시 15분) 3분 후였다. 이어 수차례 현장 통제와 인력 지원을 요청하는 동안에도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참사가 발생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소방청이 “다수가 운집해 현장 통제가 안 된다”며 12번째로 다급하게 ‘최대 인력 동원’을 요청하던 오후 11시 43분 윤 청장은 사고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김 청장은 불과 7분 전 첫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 잠든 윤희근, 보고 놓친 김광호경찰에 따르면 윤 청장은 참사 발생 당시 충북 제천의 한 캠핑장에 머물고 있었다. 지인들과 산행차 월악산을 찾은 윤 청장은 하산 후 오후 5, 6시경부터 지인의 펜션에 들러 저녁 식사를 했다. 과거 제천경찰서장을 지낼 때부터 알고 지내던 경찰들도 함께였다. 윤 청장은 소주와 맥주가 섞인 폭탄주 두 잔가량을 곁들여 파전, 도토리묵 등으로 식사를 하고 오후 7시경 일행과 함께 캠핑장 숙소로 돌아갔다고 한다. 당시 윤 청장이 식사를 했던 펜션의 관계자는 “당시 5, 6명과 함께였는데 윤 청장이 ‘피곤해 일찍 캠핑장 숙소로 돌아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행은 맥주 2, 3병과 소주 1병 정도를 (나눠) 마셨다”고 덧붙였다. 이 캠핑장은 가건물들로 이뤄져 투숙객이 텐트를 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윤 청장은 숙소에서 혼자 쉬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청장은 이날 오후 11시경 잠이 들었는데 이미 참사가 발생한 지 45분이 지난 뒤였다. 이날 오후 10시 56분과 오후 11시 21분 소방으로부터 두 차례 인력 지원 및 차량 통제를 요청받았던 경찰청 상황담당관은 오후 11시 32분경에야 윤 청장에게 문자로 상황을 보고했다. 하지만 잠들었던 윤 청장은 문자를 보지 못했고 20분 후 걸려온 전화도 받지 못했다. 다음 날 0시 14분경이 돼서야 상황담당관과 통화가 이뤄져 처음 상황을 보고받았다. 5분 뒤 윤 청장은 김 청장에게 전화해 총력 대응을 지시했고, 바로 서울로 복귀했다. 한편 사고 당일 오후 9시경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사무실에서 집회 대응을 마치고 서울 강남구의 자택으로 퇴근한 김 청장은 오후 11시 34분경 3차례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2분 뒤 4번째 전화를 받고서야 사고 사실을 파악했고, 참사 2시간 10분이 지난 30일 0시 25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도심 집회는 일반적으로 서울청장이 지휘하며 상황을 총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대규모 인원이 몰리거나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는 경찰청장도 사무실로 나와 보고를 챙기는데 국정감사가 끝난 후 미뤄둔 산행을 가느라 윤 청장은 29일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지휘부 수사로 이어지나이날 오후 8시 반경까지 이어진 집회 관리를 위해 삼각지역 인근에 있었던 이 서장은 오후 9시 반경 용산서 상황실 연락을 받고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그런데 삼각지역에서 약 2km 떨어진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건 참사 발생 50분 만인 오후 11시 5분경이었다. 하지만 사고 후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오후 10시 20분, 서장 현장 도착’으로 적혀 있었다. 현장에 늦은 걸 숨기기 위해 시간을 허위 보고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별감찰팀 관계자는 “차량 블랙박스 등을 제출받아 구체적인 동선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이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브리핑에서 윤 청장과 김 청장 등 지휘부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 감찰이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특수본 관계자는 지휘부에 대한 수사 관련 질문에 “수사와 감찰은 별개일 수 있다”면서도 “중복으로 할 경우 비효율적이어서 기다리고 있다. 수사에 필요한 준비는 다 하고 있다”고 답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제천=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상황을 판단하고 경력(경찰 인력)을 지원해줄 권한과 책임이 있는 지휘관들은 어디에 계셨는지요.” 경북의 한 일선 경찰 A 씨는 2일 오후 경찰 내부망 ‘폴넷’에 실명으로 글을 올리며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경찰 지휘부의 대처를 비판했다. A 씨는 이 글에서 “현장 직원들이 목이 터져라, 몸이 부서져라 혼신의 힘을 다할 동안 믿고 의지할 지휘부가 없었다”며 “현장 경찰관들이 몸부림치는 동안 지휘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망 등에는 2, 3일 이번 참사와 관련해 지휘부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는 일선 경찰들의 게시물이 쏟아졌다. 경기 지역 일선 경찰 B 씨는 3일 오전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지휘부가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대규모 인력을 동원했어야 한다. 지구대 경찰 몇 명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태원파출소에 대한 경찰의 특별 감찰을 비판하는 글도 잇따랐다. 일선 경찰관 C 씨는 2일 오전 “감찰조사를 하려면 서울경찰청장 등 책임자를 해야지, 왜 현장에서 죽을 만큼 고생한 직원들을 불러다 조사하느냐”고 썼다. 수도권의 일선 경찰관 D 씨 역시 3일 오전 쓴 글에서 “현장에 책임부터 지우려는 지휘부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이 밖에도 ‘청장이 먼저 옷 벗는 용기를 보여 달라’ 등의 글이 게재돼 2000∼1만7000회가량 조회됐다. 서울의 한 파출소 경찰 E 씨는 3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휘부는 현장 경찰만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당시 지휘부가 무엇을 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국민들 앞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지적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상황을 판단하고 경력(경찰 인력)을 지원해줄 권한과 책임이 있는 지휘관들은 어디에 계셨는지요.” 경북의 한 일선 경찰 A 씨는 2일 오후 경찰 내부망 ‘폴넷’에 실명으로 글을 올리며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경찰 지휘부의 대처를 비판했다. A 씨는 이 글에서 “현장 직원들이 목이 터져라, 몸이 부셔져라 혼신의 힘을 다할 동안 믿고 의지할 지휘부가 없었다”며 “현장 경찰관들이 몸부림치는 동안 지휘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망 등에는 2, 3일 이번 참사와 관련해 지휘부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는 일선 경찰들의 게시물이 쏟아졌다. 경기 지역 일선 경찰 B 씨는 3일 오전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지휘부가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대규모 인력을 동원했어야 한다. 지구대 경찰 몇 명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태원파출소에 대한 경찰의 특별 감찰을 비판하는 글도 잇따랐다. 일선 경찰관 C 씨는 2일 오전 “감찰조사를 하려면 서울경찰청장 등 책임자를 해야지, 왜 현장에서 죽을 만큼 고생한 직원들을 불러다 조사하느냐”고 썼다. 수도권의 일선 경찰관 D 씨 역시 3일 오전 쓴 글에서 “현장에 책임부터 지우려는 지휘부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이밖에도 ‘청장이 먼저 옷 벗는 용기를 보여 달라’ 등의 글이 게재돼 2000~1만 7000회 가량 조회됐다. 서울의 한 파출소 경찰 E 씨는 3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휘부는 현장 경찰만 ‘꼬리 자르기’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당시 지휘부가 무었을 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국민들 앞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저는 그렇게 영웅이라 불릴 사람이 아니에요. 저로 인해 유족분들의 슬픔이 가려지는 게 아닐까 우려될 뿐입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에서 근무했던 김백겸 경사(31)는 2일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간신히 눈물을 참으며 이같이 말했다. 참사 당시를 떠올리던 김 경사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그는 “지금도 누우면 구하지 못했던 분들이 떠오른다“며 “당시에 더 좋은 판단을 했다면 한 분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공개한 112 신고 기록에 따르면 참사 당일 약 13만 명이 몰린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신고 처리는 당시 근무자가 20여 명에 불과했던 이태원파출소의 몫이었다. 서울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이나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에서는 파출소에 출동 지령만 내릴 뿐이었다. 동아일보가 참사 당일 오후 10시 반부터 30분 동안 이태원파출소 인근에 머물며 내부 동향을 살펴보니 근무자들은 주취자나 모의 총기를 사용하다 적발된 시민을 조사하는 등 크고 작은 민원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 A 씨는 경찰 내부망에 “대부분 직원은 현장 곳곳에서 인파를 통제 중이었고 안전사고 우려 외에 다른 신고도 처리했다”라고 했다. 참사 당시 근무했던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더 살리지 못해 죄송해” 참사 이후 온라인에서 한 경찰관이 인파 속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제발 이동해달라”고 외치며 통행 지도를 하는 영상이 올라오며 화제가 됐다. 댓글에는 “표창을 줘야 한다”, “명예로운 경찰관이다”라는 칭찬이 쏟아졌다. 영상의 주인공인 김 경사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0분경 판촉물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원과 행인 간 시비가 벌어졌다는 신고받고 해밀턴 호텔 옆 골목길로 출동을 갔다가 참사 현장을 목격했다. 김 경사는 “당시 사람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고 비명과 함께 사람들이 카메라로 무언가를 촬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후배 경찰 2명과 함께 인파를 헤집고 골목길 안으로 진입한 김 경사가 마주한 건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많은 사람이 깔리고 뒤엉켜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김 경사와 후배 경찰들이 서둘러 구조에 나섰지만 많은 인파가 깔려있어 3명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무전으로 추가 지원을 요청한 김 경사는 출동한 다른 파출소 경찰들과 함께 구조 활동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사고 발생을 모르던 시민들이 끊임없이 골목길로 밀려오는 탓에 구조가 쉽지 않았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뿐만 아니라 골목의 끝자락인 세계음식문화거리 인근에서도 구조활동을 해야 했으나 골목을 가득 메운 인파로 인해 인력 자체가 어려웠다. 김 경사는 “사람이 죽어간다”, “이동해달라”고 외치며 질서 유지에 나섰다. 단순 시비가 벌어졌다는 신고만 받고 나오다 보니 확성기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워낙 급박한 상황이 목청껏 소리 질렀다고 했다. 김 경사는 “다행히 거의 모든 시민분이 질서 통제에 협조해줘서 요청한 위치로 이동하셨다”며 “구조 활동에 협조해주신 시민분들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구조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파출소 직원들이 당시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고는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며 “유족분들께 면목이 없고 항상 죄송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인력 충원만 됐다면 사고 방지했을지도 몰라” 김 경사와 함께 이태원파출소에서 근무하는 A 팀장은 2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요청한 대로 인력이 충원됐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A 씨는 “지난달 25일부터 이태원 파출소에서 경찰 인력 지원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기동대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서울청에서 지원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와 관리 체계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파출소 차원에서의 (경찰 인력 지원) 요청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A 팀장은 “이태원파출소는 평소 주말에도 너무 바빠 인력 부족을 종종 느꼈다”며 “핼러윈 당일인 29일은 평소 주말보다도 4배 이상의 많은 신고가 접수돼 주간팀과 야간 팀이 교대도 하지 않고 계속 남아 근무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기동대 증원을 20여명 정도 해줬었는데 올해는 해주지 않아 그 점이 가장 아쉽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핼러윈 당시 방역 관리를 위해 기동대를 이태원 일대에 투입했다. A 팀장은 이번 참사에 대해 “책임 여부를 떠나 한 명의 경찰관으로서 이태원 참사 관련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기자 cms@donga.com}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흘 전 작성해 배포한 내부 보고서에서 핼러윈 기간 중 ‘토요일’과 ‘오후 10시경’을 112 신고가 가장 집중되는 시간대로 특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토요일 오후 8시∼다음 날 오전 3시’가 가장 위험한 시간대라며 주의를 당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서울 용산경찰서의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됐던 지난해 핼러윈 기간 112 신고 추이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태원 참사는 실제로 토요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경 발생했다. 경찰 내부에선 위험 징후에 대한 보고가 있었음에도 사전에 대비하지 않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핼러윈, ‘토요일 오후 10시경’ 위험 분석 마쳐보고서는 2019년 핼러윈(10월 31일 목요일)과 인접한 토요일(11월 2일) 112 신고 건수가 195건으로 다른 요일(47∼109건)에 비해 2∼4배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핼러윈 당일이 일요일이었던 지난해에도 토요일(10월 30일) 신고 건수가 184건으로 다른 요일에 비해 가장 많았다. 경찰은 토요일 중에도 신고가 폭증하는 시간대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보고서는 “토요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가 전체 일일신고 건수의 76%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는 오후 10시∼밤 12시에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같은 112 신고 양상은 이태원 참사 당일에도 되풀이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미 당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행인들이 안전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이모 씨(27)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후 8시 반경 사고가 난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서 사람들이 한 차례 밀려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3명이 연쇄적으로 넘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1일 경찰이 공개한 참사 당일 112 신고 녹취록 11건을 보면 최초 신고는 오후 6시 반경 접수됐는데 오후 8시 이후 3건, 오후 9시 이후 5건 등으로 점차 증가세를 보였다.○ ‘신고 2배’ 예상된 참사 당일에도 차이 없는 대응동아일보가 입수한 보고서는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용산서가 작성해 형사·교통과 등 용산서 내 유관 부서 7곳과 지구대·파출소 7곳,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등에 공유되거나 보고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 같은 보고서를 받고도 대응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용산서의 ‘종합치안 대책’ 자료와 서울경찰청이 지난달 26일 작성한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핼러윈 기간(지난달 28∼30일) 야간 근무 인원을 현원 대비 80% 늘리고 여러 부문이 협업해 현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112 신고가 2배 가까이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 ‘토요일 오후 8시 이후’와 나머지 시간대 대응 방안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자료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금요일은 88명, 토요일은 104명, 일요일은 59명 등으로 투입 인력에 차이를 두는 계획을 세웠다”고 해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인력을 일부 늘린 것만으론 충분한 대응이라 할 수 없다”며 “지자체와 협업해 행사 당일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일방통행하게 하는 등 더 세밀한 대응방안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이태원 지역 상인회인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연합회)가 핼러윈을 앞두고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정황이 경찰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그러나 연합회 측은 “문건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방을 이어갔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이태원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주요 내용’에는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연합회와 이태원역장 등이 핼러윈을 앞두고 지난달 26일 진행한 간담회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은 당일 참석한 경찰 관계자들의 증언과 메모 등을 종합해 경찰청 위기관리센터가 작성했다. 문건에 따르면 연합회 측은 “지난해 경찰 기동대를 (이태원) 거리에 배치해 영업을 중단시키고 인파를 해산시켰다”며 “사정은 이해하나 과도한 조치였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한다”고 경찰에 요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간담회에 참석했던 송병주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도 2일 기자들과 만나 “연합회 부회장이 지난해 ‘경찰과 기동대가 너무 과도하게 배치돼 영업이 안 됐다’며 과도한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 따르면 연합회는 용산구청에도 “(지난달 15∼16일 열린) 이태원 지구촌축제는 사실상 상인들에게 손해임에도 불구하고 ‘핼러윈 특수’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적극 조력해온 만큼 핼러윈 기간 구청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한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경찰은 연합회 측에 “가드(안전요원) 배치 등 자체적인 자정을 해 달라”고 촉구했고, 용산구청에는 질서 유지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연합회 측은 “(질서 유지) 필요 시 구청장에게 직접 요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연합회 관계자는 2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대로변에 기동대 차량이나 경찰차를 주차하면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으니 골목 등 안 보이는 곳에 주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태원역 인근 환풍기 추락 사고 가능성을 우려해 연합회가 가드를 자체 고용해서 배치시키기도 했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선 이태원 일부 상인이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직후 경찰 통제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태원파출소에 근무 중이라고 밝힌 한 경찰관은 1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사건 발생 후 영업을 종료하도록 협조를 요청했지만 일부 업소가 협조를 거부하고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 통제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제복 코스튬 플레이를 하고 거리에 나온 사람들로 인해 구조 상황이 실제였는지 몰랐을 거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온라인에서 경찰제복 등을 대여, 판매하는 업체가 다수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일반인이 경찰제복을 구매하거나 소지하는 건 불법이다. 1일 동아일보가 포털 온라인쇼핑 코너에서 ‘핼러윈 경찰’을 검색한 결과 경찰제복과 소품 등 1만8882개의 상품이 나왔다. 이 중에는 실제 경찰제복과 구별되지 않는 상품도 많았다. 가격은 1만5000원에서 15만 원까지 다양했다. 일부 업체는 “경찰제복 대여에 사용 목적을 기재한 공문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인증 절차 없이 제복 의상을 구매 또는 대여할 수 있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3만 원 상당의 경찰제복 의상을 구매 직전 단계까지 진행하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결제 외에 신분증 검사 등 어떤 절차도 필요하지 않았다. 판매자는 “추가금 5000원을 내면 수갑, 2만5000원을 내면 권총 모형까지 함께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 제복장비법에 따르면 경찰이 아니면서 경찰제복이나 경찰 장비를 착용 또는 소지하는 건 불법이다. 법에는 “유사경찰제복을 착용해 경찰과 식별이 곤란하게 해선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소방제복의 경우에도 경범죄 처벌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지난달 29일 참사 현장을 목격한 김모 씨(26)는 31일 이태원역 추모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경찰이 현장에 들어와도 주변에 비슷한 제복을 입은 사람이 많아 핼러윈 코스프레인 줄 알고 비켜주지 않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참사 당시 제복 착용 논란이 커지자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1일 오후부터 제복 판매를 중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제복을 입은 시민을 경찰로 오해해 대응이 늦어질 수도 있다”며 “공익광고 촬영 등 공적 목적 외에는 (제복 착용이) 위법이니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 112에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 있던 시민의 신고였는데 “너무 불안하다. 압사당할 것 같으니 통제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전화를 시작으로 참사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 11분까지 총 11차례 참사를 예고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가 ‘압사’ 위험을 언급한 것만 9차례였다. 하지만 경찰이 11회의 신고에 현장 출동으로 대응한 것은 4회에 불과했다. 그나마 비교적 초반인 1, 2, 5, 6번째 전화에는 출동했지만 상황이 심각해진 사고 발생 1시간 이내에는 더 이상 출동하지 않았다. 또 경찰은 자체 규정에 따라 112 신고를 5단계(코드 0∼4)로 분류하는데 11건 중 위급한 상황임을 의미하는 ‘코드 0’이 1건, ‘코드 1’이 7건이었지만 이 중 실제로 출동한 건 1건에 불과했다. 위급한 상황에 오히려 출동을 하지 않은 것이다.○ 4시간 전 “압사” 언급 신고경찰이 1일 공개한 참사 당일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신고자들은 구체적으로 위험 상황을 신고하면서 경찰의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되풀이해 강조했다. 최초 신고자는 인파 밀집 장소를 ‘해밀톤호텔 옆 편의점’이라고 지목하면서 ‘압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로 3시간 40분 후 참사가 발생한 장소다. 이 신고자는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이태원역에서 내리는 인구가 올라오면서 빠져나오는 인구, 클럽 줄과 섞여 있다”며 “아무도 통제를 안 한다. 너무 소름 끼친다”고 했다. 참사 원인까지 예고한 것이다. 이에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출동해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중앙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 전화를 두고 “일반적인 불편 신고 정도에 불과했다”고 했다. 경찰의 이 같은 안이한 태도가 참사를 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2시간 전 신고 “넘어지고 다치고”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심각해졌다. 오후 8시 9분 접수된 2번째 신고에는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신고자는 ‘이태원역 3번 출구 맞은편’이라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밀치고 난리가 나서 막 넘어지고 다치고 있다”고 했다. 또 “단속을 좀 해 달라”고 요청했다. 24분 후 신고한 3번째 시민은 “진짜 심각하다”며 “영상 찍어놓은 걸 보내드리고 싶다”고 했다. 경찰은 “112 문자로 보내면 된다”고 했지만 출동하진 않았다. 이후 걸려온 오후 8시 53분 신고에는 “아수라장이다”란 표현이 담겼고, 오후 9시에 신고한 시민은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라고까지 했다. 이날 신고 내용에는 ‘밀리다’ 및 ‘밀치다’란 표현이 7번, ‘난리’ 및 ‘사고’란 표현이 8번 등장했다. 또 신고자 중 8명은 ‘통제’ 등을 언급하며 즉각적 조치를 요구했다. 신고 위치는 11건 모두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서측 골목 100m 이내였다. 이태원 일대가 전반적으로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후 9시 10분 신고자가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다”고 하자 전화를 받던 경찰은 “위치가 어디냐” “상호명을 불러 달라”며 총 5차례 위치를 묻는 질문을 했다. 신고자는 답답한 듯 “상호명이 (문제가) 아니라, 여기 거리 전체가 그렇다고, 지금”이라고 했다.○ 사고 직전 ‘욕설’과 ‘비명’ 터져사고 발생(오후 10시 15분) 직전 걸려온 전화는 욕설과 비명으로 채워졌다. 오후 10시에 전화를 건 신고자는 “아, ××. 신고 좀 하려고요”라며 “압사당할 것 같으니 통제 좀 해달라”고 사정했다. 사고 직전인 오후 10시 11분 신고자는 “아, 아” 하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경찰은 2번 모두 출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참사 전까지 4시간여 동안 이태원파출소가 처리한 신고 79건 가운데 인파 관련 ‘위험 방지’ 신고 11건을 공개했다. 그러나 ‘교통 불편’ 등으로 분류된 나머지 신고 중에도 핼러윈 혼잡 상황과 관련된 신고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 4차례 출동한 경찰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록상 출동한 경찰은 ‘시민 통제’ ‘인도로 안내’ 등의 조치를 한 것으로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각 신고 건마다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감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