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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정관장 황진단 팀이 우승했다. 정관장 팀은 마지막 3차전에서 2연패를 당했지만 3연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우승했다. 정관장 팀은 정규리그 1위를 기록했다. 팀 우승 상금은 2억 원. 백은 32부터 그동안 뿌려둔 것을 바탕으로 중앙에 백세를 쌓아가기 시작한다. 백 34 때가 흑으로선 선택의 기로. 참고도 흑 1을 둬 실리를 확실히 차지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백 2로 씌우는 수가 매우 두텁다. 백 6까지 중앙이 하얗게 변한다. 또 백 2 대신 ‘가’로 축머리를 쓴 뒤 ‘나’로 끊는 수단도 있는 등 백의 선택권이 많아진다. 백 40에 흑 41로 받은 것은 중앙을 중시한 것. 42의 곳에 둔 것보다는 집으로 약간 손해지만 백이 조여 붙이는 수단을 막기 위해 이 정도의 손해는 감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백 46까지 중앙 백 진영이 완공 직전에 들어섰다. 흑은 47부터 우변부터 깎아간다. 백 54까진 흑의 권리. 여기서 흑은 55로 중앙 백세를 향해 깊숙이 삭감에 나섰다. 이 돌에 대한 흑백의 공방이 이 판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공격의 키를 잡은 백은 어떻게 이 돌을 압박할까. 승부의 파고가 최고조에 달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은 전보 마지막 수인 ○를 비롯해 계속 공세를 펼친다. 특히 백 18의 끼움이 강력하다. 흑도 물러서지 않고 흑 19로 끊어 반발했다. 흑 21로 백 두 점을 일단 잡았다. 백은 하변에 더 이상 손을 대지 않고 전보부터 숙제로 남겨 뒀던 백 22의 치중을 하고 나섰다. 그런데 흑 23을 선수하고 25로 막자 백 22의 치중도 별 의미 없이 끝난 듯하다. 백 24 대신 참고 1도 백 1로 끊는 것이 강수지만 흑 14까지 진행되면 축이 백에 불리해 백의 무리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백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하변에서 계속 강공으로 나섰는데 손에 잡히는 결과가 없다. 백 실패라고 낙인찍기 전에 조금 더 따라가 보자. 백 26을 선수하고 28, 30을 둔다. 백은 하변에 잡힌 백 석 점을 이용해 외곽을 두텁게 하자는 뜻이다. 흑 31은 신기해 보이는 수지만 지금은 정수. 참고 2도 흑 1로 두면 백 16까지의 진행이 예상되는데 백이 두터운 결과다. 자, 그렇다면 실전에서 백은 어떻게 수확을 거둘 것인가.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지금 상황에선 흑이 104의 곳을 먼저 걸치는 것이 좋아 보였는데 99로 우하 귀에 먼저 손을 댄다. 우하가 더 급하다고 본 모양이지만 백이 104를 선착하자 좌상 쪽에 쌓았던 흑 세력의 위용이 좀 줄어들었다. 수순 중 흑 101이 ‘알파고스러운’ 수. 이곳은 나중에 절대팻감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유보하는 곳인데, 알파고는 ‘앞으로 패는 없다’는 식으로 일찍 교환해 버린다. 그 논리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흑 105로 갑자기 1선에 젖힌 수도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는 전혀 급하지 않은 수로 중반 이후에 끝내기로 둘 자리다. 백이 계속 받아주면 괜찮지만 실전처럼 109에서 백이 손을 빼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다. 흑 107은 A의 호구로 받는 것이 확실했다. 백 108, 110이 놓이면 A로 치중하는 수가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백 108에 흑은 참고도 흑 1로 두는 것이 확실했다. 백 2로 둬 압박해도 흑 9까지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흑이 자잘하지만 여러 번의 실수로 상변에서 벌었던 것을 토해낸 듯한 분위기. 백 110이 오자 우하 흑이 허약해졌다. 이어 흑 111부턴 흔히 등장하는 진행인데 백 116의 압박도 강렬하다. 흑도 나약하게 물러나선 안 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85로 때려 패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백 86의 팻감에 흑 87로 받은 것은 흑 89의 자체 팻감이 있기 때문. 가만 보니 흑은 백을 살려주고 외곽을 더 튼튼히 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 백 86의 팻감을 받지 않고 그냥 ○의 곳을 이어 패를 해소할 수도 있지만 실전처럼 백 90을 한 번 더 두게 한 뒤 ○(실전 93)의 곳을 두면 90이 헛수가 되는 것을 노린 것. 흑은 패를 이기고 백은 94로 대마를 살리는 흥정이 이뤄졌다. 수순 중 백 92의 팻감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A로 두는 것이 맥처럼 보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A를 두고 한 수를 더 두더라도 백이 살 수 없다. 물론 실전처럼 되면 끝내기에서 백 2점이 잡히는 수가 있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다. 흑 95로 마무리하면서 상변 접전이 막을 내렸는데 51 대 49로 흑이 약간 앞선 느낌이다. 백 96은 우변을 백 집으로 만드는 큰 곳이면서 우상 흑 귀에 대한 끝내기까지 보는 수. 여기서 흑도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첫 번째 떠오르는 수는 참고도 흑 1로 걸치는 것. 백이 응수한다면 그 자체로 흑이 이득을 보기 때문에 백 2, 4로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흑은 5로 양걸침해 충분한 모습. 하지만 알파고의 생각은 좀 달랐다. 88 93=○, 91=85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아직 기계의 티를 못 벗은 알파고에게 욕심이라는 개념은 없다. 하지만 흑 71은 인간 바둑이라면 ‘욕심 가득한 수’라는 평가를 받을 법하다. 참고 1도를 보자. 흑 1로 끊으면 백은 살길이 없다. 그렇지만 백 2로 패를 하자고 할 수 있다. 좌상에서 무수한 팻감이 나오기 때문. 그래서 흑은 5로 지키고 백은 6으로 따내 상변 흑을 잡는다. 이 바꿔치기는 흑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흑은 괜찮은 길을 놔두고 71로 백을 크게 잡겠다고 나선 것. 백은 즉각 78까지 패 모양을 만들었다. 흑이 패를 피하려면 참고 2도처럼 흑 1로 단수하고 3으로 이으면 되는데, 이땐 백 4를 선수하고 6으로 두면 크게 살아간다. 그래서 흑 79는 불가피하다. 백 80, 82에 이어 백 84로 본격적인 패가 시작됐다. 흑으로선 져서는 안 되는 패. 그러나 백의 팻감이 많아 대마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참고 1도처럼 두지 않은 게 과연 큰 후회거리가 될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예상대로 59로 밀어간다. 이 수로 흑의 탈출구는 거의 봉쇄된 느낌. 먼저 자체 도생을 시도해보는 것이 우선이다. 백 60, 62는 사활 문제를 많이 풀어본 아마추어 고수들도 익숙한 행마. 여기에 흑 63, 65로 사활 문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살수(殺手)다. 백 66으로 참고 1도 1로 끊으면 흑 넉 점은 잡을 수 있다. 백 5의 마늘모가 급소. 하지만 좀 더 진행해보면 흑이 망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흑 6으로 틀어막을 때 사는 길이 없는 것. 흑 12까지 흔히 보는 ‘매화육궁’의 형태다. 백 66 때 좌상 귀 백 말의 생사와 연관된 응수타진. 흑이 손해 보지 않겠다고 참고 2도 1로 받으면 백 2부터 공작이 시작된다. 백 16까진 외길 수순인데 ‘가’의 선수가 있어 백이 살아간다. 백은 좌상 백 말의 생사를 미끼로 68까지 상변에서 패를 내는 수를 얻어냈다. 그렇다면 좌상은 포기할 것인가. 백은 일단 70으로 젖혀 흑의 대응을 묻는다. 흑 A로 끊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 같은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최근 열린 제19회 농심신라면배에서 한국의 신민준 5단(18)이 6연승을 거두며 오랜만에 한국 바둑의 실력을 보여줬다. 또 중국 기전인 멍바이허(夢百合)배 4강전에서 박정환 박영훈 9단이 동시에 이겨 한국 우승을 확정지었다. 중국에 계속 밀리던 요즘 한국 바둑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백은 흑 ○에 대해 응수하지 않고 42로 둬 상변 흑 진의 약점부터 찔러 간다. 큰 수가 날 것 같지는 않지만 흑 진을 최대한 삭감할 수 있는 있을 듯하다. 백 48까지는 외길 수순인데 흑이 실전 49처럼 물러서지 않고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참고도 흑 1로 버티면 어떻게 될까. 그러나 백 2로 움직인 뒤 6으로 뚫을 때 흑의 응수가 없다. 흑 7로 단수하면 백 8로 나가 흑이 걸려든 모양. 백 50을 단수하는 수순을 얻어낸 것만으로도 백 42는 이미 밥값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흑 45 한 점을 잡는 수도 남아 백은 배가 부른 상황. 이어 백 58까지 두텁게 정리해 우변을 백의 앞마당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흑으로선 아까 둔 흑 ○를 바탕으로 좌상 백을 공략해 이득을 얻어 내야 우변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막상 흑이 A로 막아 노골적으로 잡으러 가면 백이 편안하게 탈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과거 바둑 검토는 정상급 기사가 주도하고 다른 기사들이 의견을 내는 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요즘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열린 LG배 4강전 이야마 유타 9단과 커제 9단의 대결에선 중국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줴이(絶藝)가 한 수 놓일 때마다 승률을 계산하고 다음 수순을 예상했다. 프로기사들도 줴이의 분석에 맞춰 팬들에게 해설하고 의견을 덧붙였다. 그만큼 줴이의 분석이 나름대로 정확하다는 것이다. 줴이와 일본의 딥젠고 역시 알파고처럼 프로기사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평이다. 백 ○에 흑 29는 정수. 우상 귀를 지키다가 흑 한 점을 축으로 잡히면 너무 엷어진다. 백은 예정대로 36까지 우상 흑 진을 뚫어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흑에 불리한 변화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검토실의 중론. 그런데 흑 39로는 참고도 1, 3으로 두는 것이 더 두터워 좋았다고 한다. 백 4로 끼우는 뒷맛이 있긴 하지만 당장은 흑 5로 받아 별다른 수가 없다. 흑은 상변을 지키는 대신 흑 41로 좌상 백 말에 대한 공격을 엿보고 나섰다. 하지만 백은 좌상을 지키는 대신 상변 흑 진의 약점을 노려보고 있었다. 과연 백이 어디부터 찌르고 나설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19는 가벼운 행마. 알파고의 다른 셀프경기에서는 참고 1도 흑 1로 민 경우도 있었다. 흑 7까지 진행됐는데, 실전과 다른 점은 백 좌상귀가 확실히 살아 있는 반면 흑 7로 상변이 흑의 독무대가 됐다는 것. 실전은 백 좌상귀에 대한 뒷맛이 남아 있다. 백 22는 알파고가 애용하는 붙임이다. 흑으로선 상변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23으로 젖혀갔다. 여기서 보통의 감각은 A로 되젖히는 건데 백 24로 한 번 더 붙여간 것이 역시 알파고가 자주 쓰는 맥점이다. 흑 25는 강수. 참고 2도 흑 1로 받는 것은 굴복에 가깝다. 백 2부터 10까지 선수하고 백 12로 두면 흑이 납작하게 눌린 모양이다. 백의 발전성이 훨씬 돋보이는 진행. 그러나 실전도 백 26으로 흑 진을 돌파할 수 있어서 백이 원하는 걸 얻어낸 결과. 이어 백 28로 끊어 축으로 잡는 수와 A로 단수하는 수를 맞보기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상귀 변화는 백에게 유리한 걸까.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 좀 더 지켜보자.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알파고의 전매특허인 ‘이른 삼삼’과 ‘붙임’은 이제 프로바둑계에서 가장 뜨겁게 유행하는 수법이다. 정상권에 있는 기사들일수록 더욱 애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도 이창호 이세돌 9단 등 세계 최고수의 수법을 따라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이젠 단연 세계 1위인 알파고의 수법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도는 최근 정상급 기사들 간의 실전. 백 4의 붙임과 흑 9의 ‘이른 삼삼’을 보면 알파고 셀프 경기를 보는 듯하다. 흑 7의 걸침에 백 8로 반발했다. 흑 9로 두어 백 16까지 일사천리의 진행. 흔한 정석이지만 알파고 때문에 뜨고 있는 정석이다. 알파고 셀프 경기에서 여기까지 수순이 똑같은 기보가 이미 있다. 흑 17은 알파고가 개발한 수다. 과거 인간의 바둑에선 A의 마늘모 행마를 많이 두었는데 실전이 A보다 단단하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백 18의 어깨걸침은 이 장면에서 이 한 수라고 볼 수 있다. 알파고는 다른 기보에서도 이렇게 뒀다. 흑의 응수가 초반 이 판의 골격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중앙에서 승부패가 생겼을 때 흑은 왜 패를 바로 따내지 않았을까. 참고 1도를 보자. 중앙 패는 흑의 입장에서 ‘한 수 늘어진 패’. 흑은 당연히 A로 패를 따낼 자리. 그런데 흑 1(실전 167)로 아까운 팻감 하나를 낭비했다. 이어 흑 3도 A로 따내야 했는데 엉뚱한 곳을 들여다본 꼴. 이 때문에 중앙 패는 ‘한 수 늘어진 패’에서 ‘단패’로 변하고 말았다. 물론 흑이 참고 1도 1, 3 대신 A로 따냈다고 해서 흑이 꼭 이긴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팻감을 낭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아쉬운 대목은 또 있었다. 참고 2도 상황에서 흑은 B(실전 73)로 가일수를 했는데 지금은 1, 3으로 잡아 중앙을 제압하는 것이 좋았다. 물론 흑이 가일수를 하지 않으면 백이 흑 ●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흑으로선 참고 2도가 실전에 비해 훨씬 국면을 활발하게 이끌 수 있는 길이었다. 96=81, 171 179 185=157, 174 182 188=156. 204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의 팻감에 대해 흑 81은 불가피한 응수. 참고 1도 흑 1로 패를 해소하고 싶지만 백 8까지 우변 흑 집을 모두 깬 형태여서 백의 승리가 확정된다. 흑 83의 팻감은 사실 백이 받지 않아도 된다. 백이 패를 해소하면 그 대가로 좌상 흑 일단이 살아갈 수는 있으나 중앙에서 백의 이득이 훨씬 크다. 흑 83을 받은 것은 86의 팻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 흑 89가 마지막으로 짜낸 팻감. 백이 받을 수도 있지만 그냥 여기서 패를 해소해버린다. 흑 95로 백 두 점을 잡으면 흑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불리함을 극복할 수 없다고 보고 흑 95로 한 점을 이어 수상전이 벌어졌다. 백 96으로 늘어 둔 것이 수상전의 맥. 이것으로 백의 수가 한 수 늘어났다. 백 104에 흑이 돌을 던졌는데 계속 진행하면 참고 2도처럼 된다. 흑 1부터 메워야 한다는 것이 흑의 아픔이다. 8까지 백이 한 수 빠른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중앙 패를 백이 해소할 때부터 승부가 결정돼 있었던 것이다. 85=○, 88=82.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누가 팻감이 많은지가 승부를 좌우한다. 일단 흑이 패를 따내야 하는데 갑자기 흑 67을 둔다. 팻감으로 써야 할 수를 그냥 선수로 소비한 것. 이어 흑 69로도 패를 따내지 않고 엉뚱한 곳을 들여다본다. 이때 백이 패를 조여 가면 ‘한 수 늘어진 패’가 ‘단패’가 되는데, 여기서 70으로 응수타진을 한다. 흑이 참고 1도 1, 3으로 두면 백 4로 패를 결행해 흑이 곤란하다. 흑은 이제야 71로 패를 따냈고 백도 72로 자체팻감을 쓰면서 패를 이어가고 있다. 흑 75는 백의 팻감 줄이기. 이곳을 방치하면 백의 팻감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미리 보강한 것이다. 백 76은 거꾸로 팻감 만들기. 흑이 참고 2도 1로 끊으면 백 2로 패를 결행해 4를 팻감으로 쓰겠다는 의도다. 흑 5(◎의 곳)로 패를 해소하면 백 6으로 따내고 8로 둬 흑의 손해가 크다. 흑 77로 최대한 버티자 백은 78로 패를 결행한 뒤 80으로 팻감을 쓴다. 흑은 이 팻감을 받을 수 있을까. 74=○, 79=71.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중앙 백 6점을 잡아서 형세는 미세해졌다. 전보 마지막 수인 백 ○부터 52까지는 중앙 흑 집을 줄이는 수순. 여기서 흑 55는 참고 1도 1로 두는 것이 부분적으로 정수. 하지만 백 2로 흑 집이 부서지면 흑이 유리하다고 하기 어렵다. 그래서 흑이 55로 버티자 백 56으로 끊어 즉각 응징에 들어간다. 58의 곳에 먼저 두지 않고 56으로 끊는 것이 수순의 묘. 58의 곳을 먼저 두면 실전과 같이 패가 나지 않고 백이 그냥 잡힌다. 그 차이를 비교하기 바란다. 백 56에 대해 흑이 참고 1도 1로 단수해 수상전을 꾀하는 건 안 된다. 백 6까지 백이 한 수 빠른 수상전이다. 백 60까지 패가 났다. 흑 61로 나가보지만 백은 66까지 바로 패를 결행한다. ‘한 수 늘어진 패’다. 백으로선 그냥 잡혔던 돌이 패가 됐으니 ‘꽃놀이패’라 할 수 있는데, 한 수 늘어졌다는 것이 변수. 그만큼 흑에게 한 번의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누가 팻감이 많은지가 승부를 가름하는 요소가 됐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21은 하변 백 대마를 봉쇄하면서 좌변에 집을 키우자는 뜻. 그런데 백은 대마 보강 대신 24, 26으로 우변 흑 집부터 깨고 나섰다. 실속을 챙기는 얄미운 수다. 그렇다면 대마 공격에 더욱 거세게 나설 수밖에 없다. 흑 27의 응수타진이 엉뚱해 보이지만 중앙 백 대마 공격과 관련 있다. 조금 뒤에 참고도에서 확인해보자. 흑 29로 하변에서 백의 집 모양을 없앴다. 백은 32로 “계속 잡으러 올 거야”라고 물어보고 있다. 외곽의 포위망이 불확실한 흑이 백 대마를 바로 잡으러 가기는 쉽지 않다. 이때 흑 33, 35라는 이상한 수순이 등장한다. 참고도 백 1로 흑 석 점이 바로 잡히는데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 참고도를 계속 보자. 흑 2가 의외의 비수. 이게 허술한 흑의 포위망을 든든하게 엮는 한 수가 된다. 흑 4, 6으로 파호한 뒤 백이 7부터 탈출을 시도할 때 흑 14로 사생결단에 나설 수 있다. 흑 2의 효과이자 앞서 실전 27의 응수타진을 한 이유다. 백이 36으로 물러나 자중할 때 흑은 37로 석 점을 살리면서 거꾸로 백 7점을 잡아버렸다. 백 우세의 형세가 형세 불명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어 흑은 백 40을 무시하고 43으로 우변마저 지키는 얄미운 수를 둔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지나가는 길에 선수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백이 참고 1도 1로 덜컥 막았다간 사고가 난다. 참고 1도 흑 2∼6으로 진행되면 백 대마의 눈 모양이 사라져 위험해진다. 그래서 실전 백 2로 두고 흑 3을 허락할 수밖에 없다. 흑은 반전의 계기를 잡기 위해 상변에서 5, 7로 붙여 거칠게 나온다. 그에 반해 백은 6, 8로 평화로운 응수를 하고 있다. 백은 여기서 얌전하게 받아 선수를 잡고자 한 것. 백이 선수를 잡아 둔 10, 12가 큰 곳이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흑은 우상 쪽에 한 수 보강해야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흑은 13으로 내려 뻗어 하변과 우하 귀를 동시에 겨냥한다. 백은 먼저 14로 하변부터 보강한다. 그렇다면 우하 귀는? 참고 2도 흑 1로 두면 13까지 패가 난다. 자체로는 흑이 해볼 만한데 백이 중앙 흑 7점을 크게 잡고 다른 큰 곳까지 둔다면 설사 우하 귀 백이 잡힌다고 해도 손해가 아니다. 그래서 일단 흑 17로 보강하고 기회를 엿보는데 백이 재빨리 백 20으로 가일수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마지막 수인 백 ○는 보면 볼수록 꼭 필요한 수라는 생각이 든다. 소홀히 하면 흑 A로 붙여 선수로 끝내기하는 수가 있다. 흑 83, 85는 흑 ○의 축머리. 백 86의 보강이 필수다. 이어 흑 87로 막아 하변과 우하 백을 모두 공격 사정권 안에 두려 한다. 백은 여기서 멋진 행마를 보여준다. 백 88로 붙인 뒤 90으로 끊는 것이 날카로운 수. 여기서 흑은 참고 1도 1, 3으로 백 한 점을 제압할 순 있다. 그러나 ‘가’로 젖히는 것을 내다보면서 백 4로 나오는 자세가 두터워 흑이 불만스럽다. 흑 91로 둔 이후로는 흑 97까지는 정해진 수순(96=○). 백은 중앙 탈출에 성공했고 흑은 우하귀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여기서 백 100으로 지킨 것은 정수. 참고 2도 백 1로 한 발 넓게 지키는 것은 흑 2로 붙일 때 백의 응수가 곤란하다. 백 3으로 버티는 것이 최강인데 흑 20까지 패가 나 백이 견디기 어렵다. 여기서 흑 101로 슬그머니 나온 수가 의미심장하다. 만약 그냥 막는다면?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변 전투의 여파가 마무리 단계다. 백 72까진 예상된 수순인데 흑 73이 검토실 프로기사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물론 흑 73은 의미가 있는 수. 참고 1도를 보자. 흑이 73을 두지 않고 1, 3으로 중앙 백 한 점을 잡으면 백 4로 흑을 조여 간다. 백 8 때 흑은 넉 점을 이을 수가 없다. 백 10까지 흑 전체가 잡히기 때문이다. 수순 중 흑 5로는 7의 곳에 바로 막으면 좋겠지만 백 ‘가’의 단수가 선수여서 성립하지 않는다. 검토실 기사들은 그래도 참고 1도 흑 1, 3을 두고 흑 넉 점을 포기하는 게 훨씬 나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백 74, 76으로 백이 두고 싶은 곳을 모두 둔 결과다. 백 82는 적은 끝내기처럼 보이지만 좌변 뒷맛을 확실히 없앤 수. 참고 2도 흑 1, 3으로 두면 수상전이 되는데 백이 잡히거나 하진 않지만 후수로 물러서야 할 공산이 크다. 백 82는 충분한 한 수의 가치가 있는 곳이다. 흑이 방향을 잡기 어려운 국면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가 강렬한 반격. 놓이고 보니 더 아픈 느낌이 든다. 흑은 53으로 일단 밖으로 탈출할 수밖에 없다. 외곽이 틀어막히면 아까 잡은 백 ○ 다섯 점을 다 놓고 따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앙의 흑 넉 점도 붕 떠 있는 상황이어서 탈출이 여의치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 틈에 백 60이 놓이자 좌상 흑 석 점이 사실상 백의 수중에 떨어졌다. 좌하 백 ○를 잡은 것에 버금가는 이익을 취한 것. 흑 61로 어렵게 탈출의 길을 열어갈 때 백 62가 엉뚱한 붙임이자 응수타진. 흑 63과 교환돼 대단한 손해다. 알파고가 갑자기 에러를 일으킨 것일까. 하지만 이어 백 64를 본 프로기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 64는 흑을 틀어막자는 뜻. 흑이 반발하려면 흑 65, 백 66을 교환한 뒤 참고도 흑 1로 단수해야 한다. 그럼 흑 3으로 좌변 백을 잡을 수는 있는데 아까 잡아둔 백 5점은 12까지 흑 좌하 귀에서 크게 살아버린다. 아까 손해를 보면서도 62를 붙여둔 건 이런 수단을 보고 있었기 때문. 결국 흑은 67로 백 ○를 잡아둔다. 그러나 이것도 뒷맛이 남아 있다. 이렇게 되자 백은 좌상 석 점을 잡고 중앙도 두텁게 막아 백 ○를 잡힌 대가를 톡톡히 얻어냈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백을 여기서 KO시키겠다는 듯 35∼39로 끊어 간다. 이로써 백 5점이 완전히 흑에게 포위됐다. 이 돌들은 자체 삶도 불가능하고 중앙 흑의 약점도 축이 불리해 당장 추궁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바둑 끝? 백 40은 응수타진. 처음 볼 때는 무슨 수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무릎을 치게 만든 수다. 백은 축이 안 돼도 일단 42로 끊는다. 이곳의 약점을 건드려서 균열을 만들어 내야 한다. 흑 47은 장문을 방비하는 수. 백은 48의 단수 한 방이 기분 좋다. 흑 51까지는 외길 수순. 여기서 백은 52로 좌변에 침입한다. 이렇게 되고 보니 백 5점을 흑이 그냥 공짜로 잡을 수는 없을 것처럼 보인다. 백 52 대신 참고 1도 백 1로 두는 것은 흑 2로 넘어가 백이 한 일이 없다. 백 3으로 붙여도 흑 4, 6으로 받아 아무 이상이 없다. 여기서 흑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 참고 2도 흑 1로 두는 것은 2 이하 백이 선수로 좌변에서 이득을 본 뒤 백 12, 14로 중앙도 두게 된다. 백으로선 만족스러운 모습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