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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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5~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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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적 방법으로 일군 한국의 변혁, 세계사에 기록될 것”

    “의석이 한 석도 없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과반 의석이 없는) 문재인 대통령은 적극적인 소통이 없이는 어떤 개혁도 불가능합니다. 프랑스건 한국이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7)가 23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비슷하면서도 차별점이 있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포퓰리즘은 인종차별주의, 외국인에 대한 혐오, 낡은 정치에 대한 환멸과 반동에서 나온 것입니다. 반면 한국에서의 정권 교체는 국민이 의지를 모아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려 한 열망의 표시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앞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이메일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40세의 중도파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데 대해 “극우 포퓰리즘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이러한 투표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젊은 데다 어느 정당에도 당적이 없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르 클레지오는 “‘나를 반대할지라도 재능 있는 사람은 제거할 것이 아니라 타협해서 내 편을 만들 것’이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방침은 문 대통령도 참고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정치로 부를 축적하지 않고, 진실한 민주주의와 균형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이라며 “군사적 위협이 존재하는 매우 혼란스러운 시대에 한국을 잘 이끌어 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겨울 한국을 방문해 광화문 촛불집회를 목격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침묵 속에 잔잔한 빛을 통해, 무언가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의지를 보여주었다”며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통합에 성공한 것은 세계 정치사에 기록될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인도양의 모리셔스에서 태어난 르 클레지오는 지난해 “르펜이 당선된다면 프랑스 여권을 반납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영국과 미국을 넘어 유럽 대륙을 휩쓸던 포퓰리즘의 바람을 프랑스가 멈추게 한 것은 ‘지성의 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의 경험은 포퓰리즘이라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백신”이라며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배타적 민족주의의 사도들이 초래한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르 클레지오는 2007년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지내는 등 대표적인 지한파 작가로 꼽힌다. 그는 8월경 서울을 배경으로 한 중편소설 ‘하늘 아래 빛나(Bitna sous le Ciel)’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신촌, 여의도, 잠실 등 서울의 동네에서 박스를 줍는 할머니, 허름한 점집, 휴대전화 수리점에서 일하는 서민들의 이야기”라며 “서울에 전해오는 귀신, 선녀, 용 이야기 등 신화와 전설, 상상력이 담긴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파리에 가면 늘 고정되고, 변화가 없어 마치 왕정과 고전주의 시대의 시간이 그대로 흐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반면 서울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사는 데다 엄청난 속도로 변화가 일어납니다. 매일 새로운 신화와 판타지가 생기죠.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은 파리보다 서울입니다.” 그는 한강 김애란 등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 대해 “일제와 6·25전쟁을 겪은 선배들과는 다르게 ‘한(恨)’과 복수심에서 벗어난 듯하다”며 “소통의 부재, 사회적 소속감의 상실, 윤리적 경제적 위기 등 현대 세계의 보편적 자기 성찰이 담긴 문학”이라고 평가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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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승훈 기자의 지금, 여기]“文대통령 연설, 盧 前대통령보다 강렬함 빼고 감성은 더해”

    《 “리더는 글을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글을 못 쓴다는 것은 국정의 향방을 결정할 자신의 시각과 견해, 관점이 정리가 안 돼 있다는 뜻이죠.”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8년간 대통령 연설을 담당했던 강원국 전 대통령연설비서관(55). 그는 2014년 초 김대중(DJ),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쓰기를 회고한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를 펴냈다. 그런데 이 책은 지난해 말 최순실 비선 실세 파문을 계기로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출간 3년 만에 10만 부를 넘겼다. 그와 17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리더는 글을 쓸 줄 알아야”―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보고 느낀 소감은…. “취임사를 읽어 보니 노무현 스타일이 짙게 배어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담백하고 소탈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연설을 좋아했다. 보통 취임사는 전직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보여 주려고 하는데,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계승한다는 의미를 더 앞세운 것 같다.” ―두 번째인 5·18 기념식 연설은 어땠나. “본격적인 ‘문재인 스타일’이 시작된 듯했다.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받았던 것은 (5.18 당시 구속됐던) 문 대통령이 제3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감정이입이 된 연설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문 대통령이 광주시민들에게 ‘당신들이 먼저 국민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고, 정의로운 국민 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말한 것이다. 피해자인 광주시민들이 먼저 용서해 달라는 것은 매우 어려운 말이다. 통합이란 사실 거기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리더로서 그걸 용기 있게 말한 것이 감동적이었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연설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가. “문 대통령의 연설은 노 전 대통령보다 강렬함은 좀 빼고, 감성을 더했다. 5·18 기념사에서 희생자 네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유가족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사람이 먼저다’란 슬로건을 떠올리게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살가운 말이나 행동은 체질적으로 쑥스러워했다. ‘악수하고 다닌다고 개혁이 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정책을 만들고,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사람이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DJ의 균형감, 노 전 대통령의 소탈함에 자신만의 감성을 더했다.” 강 전 비서관은 “DJ는 연설문 초안을 받으면 검은색, 빨간색 펜으로 빼곡하게 수정해서 보냈다. 너무 고칠 것이 많을 경우에는 아예 녹음을 해서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설을 쓰면서 직접적인 DJ와의 대면은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아예 연설비서관은 비서동이 아닌 본관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그는 “비서실장도 통하지 않고 노 전 대통령과 늘 독대하면서 글을 다듬었다”고 말했다. ―DJ와 노 전 대통령은 연설을 어떻게 준비했는가. “DJ는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연설에 담았고,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방점을 두었다. DJ는 ‘지도자는 반 보만 앞서가야 한다’는 철학이 있는 분이다. 연설문을 만들기 전에 각 부처를 통해 늘 여론 수렴을 먼저 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여론 수렴을 하지는 않았다. ‘리더는 어젠다를 던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연설비서관을 불러 연설 내용을 직접 구술해 주었다. 이를 토대로 연설문 초안을 만들면 컴퓨터 화면에 띄워 놓고 대통령과 함께 수차례 수정하는 작업을 벌였다.”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도 연설문 작업에 참여했는가. “비서실장은 연설문이 다 완성된 후 독회 과정에야 참여했다. 독회에는 청와대 수석, 관련 장관들이 참여한다. 주로 ‘신문의 제목이 뭐라고 뽑힐 것인가’ ‘빠진 내용은 없나’ ‘사실관계 오류는 없나’ 정도를 점검한다.” 강 전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안중근 의사의 순국 장소를 뤼순 감옥이 아닌 하얼빈 감옥으로 잘못 쓴 오류는 정상적인 독회 절차를 거쳤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종 단계에서 부속실에서 수정돼 나오면 대통령이 손댄 것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게 취미’라는 말이 사실로 밝혀졌을 때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다. “대통령의 말은 권력 그 자체다. 대통령의 말에 손을 댔다는 것은 누군가가 대신해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보통 대통령 연설문을 쓸 때면 각 부처에서 수많은 민원이 들어온다. 제발 이 문구 한 줄만 연설문에 넣어 달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기획예산처에서 예산도 따고, 뭐든 다 할 수 있다. 최순실의 연설문 고치기는 뽑히지 않은 권력이 국정을 농단한 증거였기 때문에 실망감이 더욱 컸다.”“양정철은 전리품 잔치 막는 논개” ―문 대통령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인가. “평생 변론문을 직접 써온 사람이다. 변호사들은 말과 글을 다루는 직업이다. 변론문을 누가 대신 써 줄 수도 없다.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 때도 자기 글은 직접 꼼꼼히 고쳤다. 청와대에서 매년 대통령 연설문집을 내는데 비서실장의 인사말이 들어간다. 솔직히 비서실장의 인사말을 누가 읽겠는가. 그런데도 비서실에서 초안을 만들어 드리면 그대로 나가는 법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아무리 사소한 글이라도 자기 이름으로 나가는 글은 앉아서 꼼꼼히 고쳤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란 말은 귀에 쏙 들어오는 명문이다. 이를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같은 식으로 썼다면 식상했을 것이다. 메시지는 간결해야 한다. 문장은 단문으로 쪼개야 한다. 꾸밈말은 줄여야 한다.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볼테르)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취임사 준비위원회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기억은…. “노 전 대통령이 취임사를 위해 구술해준 내용은 20∼30시간 분량이었다. 이를 15분 분량의 취임사로 만들어 내야 했다. 조기숙 전 홍보수석, 김호기 교수를 비롯해 6, 7명이 각기 다른 버전으로 취임사를 썼는데도 대통령에게 OK 사인이 나지 않았다. 결국 취임식 이틀을 앞두고 당선인 대변인이었던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게 취임사를 손보게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취임사를 극찬하며 토씨 하나 고치지 않았다. 이 후보자의 글에 대한 완벽주의는 전남도지사 시절 공무원들에게도 유명하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열흘을 어떻게 보았나. “참여정부의 아쉬웠던 점을 제대로 ‘복기(復棋)’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요즘 뉴스를 보면 다들 이렇게 생각한다. 봐, 저렇게 하면 되잖아. 왜 그동안은 그렇게 안 했지? 그동안 국민이 불만을 갖고 있던 것들, 답답해했던 것들을 절묘하게 탁탁 건드려 준다. DJ는 항상 ‘선비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소탈함과 결기를 물려받았으면서도 DJ의 균형감도 갖춘 것 같다.” ―양정철 이호철 등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공직을 맡지 않고 떠난 이유는…. “단지 패권주의 우려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 전 비서관이 선거캠프에서 논공행상을 바라는 사람들을 논개처럼 모두 껴안고 들어가는 효과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유력 주자였기 때문에 선거캠프 참여 인력이 매머드급이었다. 자칫 논공행상으로 전리품을 나눠주다가 다 망가진다. 그가 떠난 것은 함부로 숟가락 얹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경계다.” “사이다 연설이 최선은 아냐” ―지난 대선 캠페인 때 가장 연설을 잘한 후보는 누구인가. “누구나 심상정 후보를 꼽는다. 논리가 확실하고 메시지도 선명했다. 그러나 그분은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서 ‘사이다 발언’을 할 수 있었다. 홍준표 후보가 ‘코카콜라 발언’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 진영만 보고 이야기했다. 문재인 후보는 상대 진영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애매하고, 답답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다. 전략적 연설은 누구한테는 몇 점 따고, 누구에겐 몇 점 잃고 하는 것을 종합 계산해서 최적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TV토론에서 추락한 이유는…. “의대 출신인 안 후보는 기업경영과 정계에 뛰어들면서 뒤늦게 인문학 공부도 많이 하고 토론도 많이 했다. 그러나 TV토론에서 결정적인 국면이 되니까 한계가 드러났다. 이과 출신의 한계로 보였다. 학습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 향후 극복하리라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명연설가인가. “트럼프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은 매우 심플하다. 나와 내 편이 얻게 되는 이익만 강조하는 것이다. 이익 앞에서는 세계 평화니 동맹국도 필요 없다.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국정은 이익만 따지는 장사가 아니다. 현재의 실리를 위해 전 세계에서 존경받아 온 미국의 가치를 잃어버린다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대통령의 명연설이 나오지 않는가. “서구에서는 별 내용이 없어도 박수쳐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연설이 나오면 잘근잘근 씹어서 묵사발을 만든다. 명연설은 대통령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왜 유머감각이 없는가. 웃어줘야 유머를 한다. 좌우로 분열된 적대적인 분위기에서는 명연설도, 성공한 대통령도 나올 수 없다. 미래를 위해 대립의 정치에서 협치로 바뀌어야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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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준희 YTN 사장 전격 사퇴

    조준희 YTN 사장이 19일 전격 사퇴했다. IBK기업은행장 출신인 조 사장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임기를 10개월여 남겨놓은 상태였다. 조 사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비록 임기가 남았지만 조금 일찍 비켜서는 것이 YTN을 변화의 중심으로 추동해 화합 속에 희망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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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윌리엄 리 “행복지수 1위 부탄의 비결은 Small-Slow-Smile-Simple”

    국토의 70%는 산림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헌법에 규정돼 있는 나라, 벌목과 도축, 낚시가 국법으로 금지돼 있는 나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 국토가 금연인 나라, 온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전통복을 입는 나라,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지구촌에서 행복지수 1위의 나라…. 히말라야 산기슭에 자리 잡은 인구 70만 명의 작은 불교왕국 부탄의 이야기다. 1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윌리엄 리 주한 부탄문화원장(37)은 “부탄이 가난해서 국민들이 정신적으로만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란 생각은 오해”라고 잘라 말했다. “부탄은 히말라야의 풍부한 수력발전으로 남아도는 전기를 수출하는 남아시아의 경제중진국입니다. 사회·경제적 기반이 탄탄해 전 국민이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부탄은 1970년대부터 국민총생산(GDP)이 아니라 국민총행복(GNH) 지수를 중요시해 4개 차원, 9개 분야, 33개 지표를 통해 다양한 물질적 정신적 행복도를 높이려 노력해왔습니다.” 리 원장은 미국 월가에서 12년 동안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티베트불교 명상에 심취해 부탄의 스승을 찾아가면서 부탄과 인연을 맺었다. 2015년부터 한부탄우호협회장 겸 주한 부탄문화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리 원장은 “부탄에서는 악기를 배우듯, 헬스장에서 근육을 키우듯 ‘행복해지는 것’을 하나의 기술처럼 습득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며 “종교가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불교의 명상법을 통해 행복해지는 방법을 체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탄문화원은 24일부터 7월 12일까지 8주간 서울 시청역 인근 대한성공회 성당 프란시스코홀에서 ‘부탄행복아카데미’를 개설한다. 8주간의 강의와 부탄 현지 7박 8일간의 워크숍이 결합된 프로그램으로 수료자는 부탄 정부에서 인증하는 ‘부탄행복명상 입문지도사’ 수료증을 받는다. 부탄의 국가행복위원회와 부탄학연구소의 쿤장 라돈, 부탄의 고승인 남다크 린포체, 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 ‘싱잉볼’(부탄 전통악기) 명상가 천시아 씨 등이 강사로 나서며 전남 보성 대원사에서 현장 스님(티벳박물관장)이 진행하는 템플스테이도 마련된다. 마가 스님은 “부탄의 행복 비결은 Small(작은 것), Slow(느리게), Smile(미소), Simple(단순함) 등 4S로 요약된다”라며 “나와 내 가족이 아니라 다른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먼저 자비를 베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도 사회적 행복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한다”고 설명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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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동대성당 ‘꼬스트홀’ 재개관… 기념음악회 14, 17, 22일 열려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주임 고찬근 신부)은 14, 17, 22일 문화관인 ‘꼬스트홀’ 재개관 기념 음악회를 연다.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 꼬스트홀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음악회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함께하는 실내악 공연(14일 오후 7시) △노영심의 이야기 피아노, PIANO SOLO(17일 오후 7시 반) △이병우 콘서트, 기타로 드리는 기도(22일 오후 7시 반)로 구성됐다. 입장료는 전석 2만 원. 티켓 수익금은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된다. 꼬스트홀은 2002년 명동대성당을 설계하고 건축한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코스트 신부의 이름을 따 개관했다. 지난 4개월간 증개축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하는 꼬스트홀은 종교를 초월해 일반인을 위한 다양한 문화 공연장과 학술 행사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02-774-1784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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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빈자의 등불 하나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면 찾는 절이 있다. 충남 논산의 도원암이다. 처가의 가까운 친척이 비구니 스님으로 계신 자그마한 암자다. 불자는 아니지만 사월 초파일에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아름다운 연등 때문이다. 요즘 사찰 주변엔 비에도 젖지 않는 둥그런 비닐등이 대세다. 대낮처럼 환한 LED등도 있다. 그러나 도원암의 지원 스님은 연분홍빛 색종이를 한 잎 한 잎 비벼서 만든 연잎을 풀로 붙여서 연꽃 모양의 등(사진)을 직접 피워 냈다.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아이들도 함께 도왔다. 해질 무렵이면 연등 안에 촛불을 붙였다. 초가 조금이라도 기울면 연꽃이 홀라당 타버리기 때문에 여간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윽고 어두워진 마당을 가득 채운 연등. 바람에 흔들리며 일렁이는 아련한 불빛은 숨이 막힐 듯 아름다웠다. 촛불이 스스로 꺼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시간.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정 무렵이 돼서야 돌아오곤 했다. 내 맘속에 ‘빈자의 일등(貧者一燈)’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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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주 스님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도, 맑게 하는 것도 우리”

    《“우리 모두가 부처임을 자각해야만 세상은 밝아지고,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닫힌 사회가 열린 사회로 전환되고, 종속된 삶이 독립된 삶으로, 경직된 삶이 창조적인 삶으로, 구속된 삶이 자유로운 삶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1980년과 1994년 두 차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월주 스님(금산사·영화사·실상사 조실)은 “부처님은 ‘중생이 곧 부처’임을 일깨우려 이 세상에 오셨다”고 말했다. 3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월주 스님을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아차산 자락의 영화사(永華寺)에서 만났다.》  “부처님은 법화경(法華經)에서 이 세상에 부처님이 오신 까닭을 묻는 질문에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이라고 답했습니다. 중생들에게 진리의 세계를 열어서 보여주고 깨닫게 해 중생들이 당신과 같은 대자유와 대자비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분열망상을 걷어내고 ‘나’와 ‘내 것’이라는 옹졸한 욕심과 한계만 떨쳐내면 우리는 부처님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아름답고 당당한 부처가 될 수 있습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대선 캠페인 기간과 겹쳤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된 데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주변 정세도 일촉즉발의 위기다. 월주 스님은 “이즈막의 세상이 너무나 소란하고 시끄럽다”며 “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진보와 보수의 극렬한 투쟁이 국론을 쪼개놓을 정도로 우리 사회 갈등의 불은 지금도 쉬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월주 스님은 대선 기간에 각 후보 캠프 간에 벌어진 막말과 네거티브 공방으로 인한 갈등과 상처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의 발달은 우리에게 풍부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했지만 그만큼 유해한 정보와 왜곡된 지식마저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처님이 가장 경계하라고 가르쳐주신 ‘십악(十惡)’에는 살생, 도둑질, 사음과 함께 망어(妄語·거짓말), 기어(綺語·꾸며낸 말), 양설(兩舌·이간질), 악구(惡口·험담) 같은 사람의 말과 언어로 짓는 죄가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인격살인에 해당하는 언어폭력과 저질의 루머는 가장 사악하고 부도덕한 행위로 반드시 사회에서 퇴출돼야 합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월주 스님은 “대통령 유고로 인한 비상상황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튼튼한 안보와 국가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지도자의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질서를 바로 세우고, 성장과 분배가 골고루 안배된 경제정책을 펼치며 복지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 선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월주 스님은 또한 “현행 대통령 중심제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고 대선 주자인 5당 대표들이 약속한 분권형 권력구조 개편으로 헌법체계를 갖춰 다음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줄 것”을 당부했다. 스님은 또 “단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통합”이라며 “죄를 지은 이에겐 엄격하게 죄를 묻되, 그것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이어야지 누군가를 증오하기 위한 발길질이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월주 스님은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불교가 유린당했던 ‘10·27 법난(法難)’ 당시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끌려가 조사를 받고 총무원장 직에서 물러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근 회고록에서 “10·27 법난을 몰랐다”고 말한 데 대해 월주 스님은 “당시에 수많은 스님이 서빙고에 끌려가 조사를 받아서 1주일 이상 모든 신문 방송에 대서특필됐는데 모를 수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전두환 이순자 부부가 조계사에서 참회의 100일 기도를 한다고 찾아와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에 이순자 여사는 ‘불교계에 대한 수사는 노태우 보안사령관이 주도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나는 백담사에서 처음 들었던 일이다. 아랫사람이 했지만 대통령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월주 스님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등을 맡으며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 종교지도자로서 사회적 발언을 해왔다. 현재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집’과 빈곤 국가를 돕는 ‘지구촌공생회’ 등 비정부기구(NGO)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월주 스님은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도 우리들이지만 세상을 맑히는 것도 우리들 자신”이라며 “아무리 어렵더라도 서로 나누고 소통하면서 살아간다면 세상을 휩싸고 있는 어둠은 조금씩 걷힐 것”이라며 차기 대통령이 사회 통합을 위해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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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승훈 기자의 지금, 여기]“사드비용은 부담 불가… FTA 재협상 요청 오면 조목조목 따져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을 청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해야 한다고 한 발언이 대선의 변수로 떠올랐다.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이 풀어야 할 한미 간의 난제가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던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78)을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미래한미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이 당연시되던 때에 트럼프의 당선을 맞혔던 김 전 의원에게 한미관계 전략에 대해 물었다. 김 전 의원은 “다음 주 선출되는 한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을 보다 깊이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의 항모 칼빈슨함과 핵잠수함 미시간함이 와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했다. 미국의 대북 공격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 보통 공격할 때는 예고 없이 한다. 이렇게 잔뜩 갖다놓고는 절대 안 한다. 북한이 김정남을 죽일 때나 미국의 시리아 폭격을 보라. 칠 때는 말없이 갑자기 친다. 미국이 항공모함과 잠수함 다 모아놓고 세를 과시하고 있는 것은 안 치겠다는 얘기다. 북한이 미국의 화력을 눈으로 확인하고, 제발 좀 핵실험을 그만두라는 의미다.” ―트럼프가 한국에 사드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요구한 배경은…. “한국은 절대 낼 필요가 없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다. 외교든 정치든 모든 것을 협상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새 정부와 협상을 앞두고 한 기선 제압용 발언이다.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 미국의 정식 요구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협상하면 된다. 사드는 우리 소유도 아니고, 미국이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갖다놓은 것 아닌가. 미 의회에 따지고 전 세계가 알도록 공개적으로 협상하라.”트럼프 전술에 일희일비 마라 ―먼저 크게 한번 질러본 후 협상을 시작하는 게 트럼프의 스타일 아닌가. “맞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협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 나토 비용의 73%를 미국이 부담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펄펄 뛰었다. 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쓰기로 약속했는데, 독일이 1.2%만 부담했다면서 이자까지 합쳐 420조 원의 청구서를 내밀었다. 그런데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서는 ‘사실 나토가 있어야 유럽 평화가 유지된다’고 인정했고 적절한 협상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한미 FTA도 재협상 또는 폐기하겠다고 했는데…. “마찬가지다. 정식 요청이 오면 조목조목 따지면 된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1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우리가 투자한 것도 많다.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해 돈으로 계산해 보라. 우리가 전혀 꿇릴 게 없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모두 14개의 FTA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한미 FTA만 타깃은 아니다.” 김 전 의원은 트럼프 취임 100일 지지율이 40%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여론조사가 언제는 맞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지난해 내가 ‘트럼프에 대비하라’는 책을 썼을 때 개표 전날까지 하루에 한 권밖에 안 팔렸다”며 “그런데 트럼프 당선 후 하루에 500권씩 팔렸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트럼프는 미중 정상회담 중에 시리아를 폭격했는데…. “본때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는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지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했으면서도 필요할 때 행동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시리아 독재자가 자국민에게 독가스를 사용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김정은 정권도 김정남을 독가스 무기인 ‘VX’로 죽였다. 유엔이 화학무기를 금지했다. 시리아를 그대로 둔다면 북한도 마음 놓고 도발할 것이기 때문에 단호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지난 미국 대선 때는 트럼프가 러시아와 친하다고 해서 ‘트럼푸틴’이란 말이 나왔다. 그러나 취임 후에는 중국과 더 가깝게 협력하고 있는데…. “국가 간에는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맹이 되고, 내일은 또 적이 된다.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7년간 단짝 친구로 지내 왔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를 앞장서 비판하고 있다. 제1, 2차 세계대전을 봐라. 국가 간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중국인이 트럼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즈니스맨인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주는 대신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빼주겠다는 빅딜을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중국에 민주정치를 하라든가, 홍콩이나 대만, 티베트를 독립시키라는 정치적인 발언은 하지 않는다. 중국에 치명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오직 무역만을 이야기한다. 장사꾼 기질이 있는 중국인도 협상을 좋아한다. 국가 간에 이념 문제는 대화로 풀기 어려워도 돈 문제는 앉아서 풀 수 있다.”국가 간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어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전략으로 ‘최고의 압박과 개입’을 내걸었다. 버락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어떻게 다른가. “오바마는 8년 동안 사실상 한 게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는 대화를 안 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했는가. 반면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다. 내가 힘이 있어야 평화협상도 타결되는 것이다. 힘도 없이 대화에 나서면 상대방 눈치만 보다가 끝난다. 미국의 무력시위 때문에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4월 25일)에 아무 도발도 없이 꼬리를 내리지 않았나. 트럼프의 압박과 협상이 오바마의 인내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북한을 변화시키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는 개혁안을 발표했다. 법인세를 한 번에 20%포인트 낮추는 것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보다 더 급진적인 조치다. ―트럼프가 법인세율을 파격적으로 낮추려는 배경은…. “트럼프는 기업이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멕시코 국경에는 수많은 미국, 한국, 중국, 일본, 유럽 기업들의 공장이 있다. 중남미의 싼 인건비와 NAFTA의 무관세 혜택을 얻고자 하는 기업들이다. 트럼프는 NAFTA 때문에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며, NAFTA를 폐기하고 멕시코 생산 제품에 3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그 대신 자국으로 돌아오는 기업은 법인세를 20%포인트 깎아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향후 멕시코 국경지대의 공장들이 텅 빌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이 공장들을 싼값에 인수해 중남미 시장 개척의 교두보로 활용할 만하다.” ―한국의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법인세 인상을 약속하고 있는데…. “기업 유치를 위한 법인세 인하는 글로벌 추세다. 반면 한국에서는 반(反)대기업 정서 때문에 법인세 인하를 약속하면 표가 떨어질까 봐 못 한다. 트럼프는 기업이 법인세를 인하한 만큼 고용 창출에 투자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고용 증가로 세수가 더 늘어나길 기대하는 것이다.” ―프랑스 대선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이나 마린 르펜 같은 기존 주류 정당 소속이 아닌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성 정치인이 아닌 후보가 주목받는 것은 시대적인 현상이다. 기존의 낡은 이념이나 부패한 정치 시스템에 유권자들이 환멸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한국 대선은 60일 만에 치러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기 어렵다.”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 김 전 의원은 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전략에 대해 “트럼프는 항상 자기가 가진 히든카드까지 전부 트위터에 올리면서 협상하는 것을 즐긴다”며 “우리도 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협상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와 잇따라 회담을 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가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우려도 나온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선거 때 어떤 주장을 했더라도 취임하고 나면 현실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후보도 있는데, 형제까지 죽이는 공포정치를 펼치는 김정은과 무슨 대화를 할 수 있겠는가. 한미동맹 강화하라고 해서 무조건 친미(親美)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과 당당하게 협상하기 위해서라도 새 대통령은 트럼프를 배척하기보다는 좀 더 깊이 연구해야 한다.” ―이번 한국 대선 TV토론을 본 소감은….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 후보들의 안보전략이 가장 큰 관심이었다. 그런데 ‘외교’를 주제로 한 TV토론에서 돼지 흥분제 논란 등 처음부터 끝까지 인신공격만 하는 걸 보고 실망했다. 후보들뿐 아니라 사회자도 자질이 떨어진다. 미국 같으면 어림도 없다.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할 때는 사회자가 ‘소리(sorry)’ 하면서 딱 잘라낸다.” 김 전 의원은 1961년 미국에 건너가 사업을 하다가 1992년 한국계 최초로 캘리포니아 주 연방 하원의원에 공화당 후보로 당선돼 내리 3선을 했다. ―당신 이후 미 하원의원에 당선된 한국계 정치인이 없는데,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국계 정치인들은 대부분 소수 인종 보호를 내건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한인타운에는 낮에는 일하는 한인들이 많지만, 이들은 대부분 자녀 교육에 좋은 학군을 찾아 백인 거주 지역에 산다. 그래서 한인타운에서 출마해도 한인 표를 못 얻는다. 공화당에 들어가 주류 백인들과 정정당당히 승부해야 희망이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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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님오신날]“다른 이의 낯선 모습도 끌어안아야”

    “나와 다르다고 해서 선을 긋고 경계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다른 이의 낯선 모습을 포용하고, 화합하고, 끌어안아야만 진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행할 수 있습니다.”(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 경기 부천 원미산 중턱에 위치한 대한불교 조계종 석왕사는 이주 노동자들의 쉼터이자 다문화 가정을 위한 포교활동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사찰이다. 이곳에서 다음 달 3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미얀마 민주화의 대부(代父) 민코나잉(55)의 ‘나의 꿈’ 전시회가 열린다. 이 전시회는 영담 스님이 2012년 10월에 설립한 사단법인 하얀코끼리가 주최하는 전시회다. 하얀코끼리는 미얀마, 태국, 중국, 인도 등에서 국적과 인종, 종교 등 모든 경계를 초월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부처의 자비를 실천하기 위한 조직이다. 영담 스님이 이 단체를 설립하게 된 것은 20여 년 전부터 부천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미얀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후 미얀마 난민촌 교육 지원을 비롯해 문화교류, 봉사활동, 기부, 복지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부천은 성남, 안산 등과 함께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었습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불교가 해야 할 시대의 의무라고 생각했어요.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끌었던 NLD(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가 부천에 있었는데, 석왕사에서 이들에게 공간을 내주고 보호하기 시작했죠.” 영담 스님은 미얀마 출신의 불법체류 노동자와 민주화운동단체 NLD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던 중 민코나잉과도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게 됐다. 민코나잉은 1980년대부터 미얀마의 독재 권력에 맞서 예술을 통한 저항운동을 벌여왔다. 그는 예술가인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그림을 배웠다. 그는 양곤미술과학대에 다닐 무렵 당시 군부정권에 저항하는 풍자만화나 단막극 등을 공연하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1988년 8월 28일 ‘버마학생연합’을 조직해 군사정권에 맞선 최대 민주화운동이었던 ‘8888시위’를 주도했다. 당시 수배 중이었던 수천 명의 학생들이 국경으로 탈출했지만 그는 탈출을 거부했고 2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국제사면위원회의석방캠페인 등으로 2004년 11월19일 15년간의 투옥생활 끝에 풀려났다. 그러나 석방된 후에도 끊임없이 다른 정치범들의 석방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다 수차례 투옥과 석방을 반복해왔다. 결국 2007년 군정이 연료비를 5배나 인상하자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종신형인 6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감 중인 2009년 ‘5·18 광주 인권상’을 비롯해 존 험프리 자유상, 프랑스의 노벨상인 국립 오더 훈장(National Order of Merit)을 수상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를 통해 “저는 죽지 않을 것입니다. 몸은 죽는다고 하더라도 저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저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20년이 넘는 수감생활 끝에 2012년에 석방됐다. 그가 수감 중 작업한 그림과 시가 석왕사 천상법당에서 전시된다. ‘8888민주화 운동’의 상징 숫자인 88점의 작품이다. 영담 스님은 “아웅산 수지 여사의 최측근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고 있는 민코나잉의 그림은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이 많다”며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왔던 NLD가 달력으로 만들어 기념하고 있는 민코나잉의 그림을 통해 부처님의 평화와 자비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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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님오신날]10년째 다문화 가정 한마음 축제… 세월호 희생자들 추모제도 열어

    대한불교조계종 석왕사(주지 영담 스님)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 석왕사는 30일 오후 4∼6시 사회복지법인 ‘석왕사 룸비니’와 부천이주민지원센터가 주관하는 ‘다문화 가정과 함께하는 한마음 축제’를 개최한다. 10년째 이어온 행사에서는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 12개국의 나라별 전통 문화공연과 전시와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제를 봉행한다. 추모제는 경내마당에서 추모 진혼굿, 세월호 영상 메시지 시간의 기억, 추모사, 추모가(조가), 세월호 노래합창 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추모제는 세월호 참사 발생 다음 달인 2014년 5월 석왕사에서 엄수한 세월호 희생자 천도재에 이은 행사다. 이번 추모제는 세월호 인양을 맞아 마련된다. 영담 스님은 “세월호 참사는 종교와 이념 등을 떠나 온 국민의 아픔과 슬픔이다. 종교시설로서 고통을 같이 나누고 치유하며 다시는 우리사회에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석왕사는 부처님오신날인 다음 달 3일에는 오전 10시 봉축법요식을 한다. 오후 12시 반부터는 쌍계총림 방장 고산 스님이 봉축 설법을 한다. 오후 3시 반부터는 부천 청소년 ‘Fantastic Youth’, 오후 5시부터는 미얀마 민주화의 대부 ‘민 코 나잉 나의 꿈’ 전시회를 개최한다. 오후 7시부터는 ‘부처님 오셨네’를 주제로 가수 조영남의 작은 음악회 세 번째가 열린다. 음악회에는 조영남과 바리톤 박정민, 테너 임철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여성 5중창(김현민 김민지 서다혜 백자현 이도희) 등이 출연한다. 오후 9시에는 불꽃놀이가 열린다. 부천=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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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님오신날]“진정한 행복은 내 안에서 발견하는 것”

    ‘국지대찰 불지종가(國之大刹 佛之宗家)’.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에 있는 통도사의 산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는 2.5km 길은 시원하게 뻗어 있었다. 아름드리 천년송은 얽히고설켜 있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바람에 흘려보냈다. 약 1400년 전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佛寶) 사찰로 한국불교의 종가라고 불릴 만했다. 그런데 소나무 숲 사이에 웬 하얀 학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숲 속에 숨어 있는가 하면, 가지에 앉아 있고, 떼 지어 날아가기도 했다. 자세히 보니 학 모양으로 된 장엄등이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절 입구에 울긋불긋한 연등을 다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솔숲 사이로 날아다니는 학 모양의 등은 처음이라 무척 신선했다. “예부터 소나무에 앉아 있는 학을 송학(松鶴)이라고 불렀습니다. 소나무하고 학은 잘 어울립니다. 우리 총무스님이 문학적, 예술적 기질이 남달라요. 학 모양 등 200개를 설치하고 산문을 야간(오후 6∼9시)에도 개방하니 젊은 연인들도 통도사를 무척 많이 찾습니다.” 약 2년 전 통도사 주지로 부임한 영배 스님은 문화를 통해 불교를 알리는 일에 힘써 왔다. 산문에서 들어오는 ‘무풍한송로’ 중간에 스피커 없이 자연음향으로 즐길 수 있는 야외공연장과 명상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사업도 올해 안에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영배 스님은 “서양에 이어 국내에서도 점차 종교 인구가 감소한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며 “과연 젊은이들을 어떻게 하면 사찰로 오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문화를 통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잠깐의 눈요기와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하고 정적인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인은 너무 들떠 있습니다. 마음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기쁨과 행복은 내 안에서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꾸 남을 통해서 나를 쳐다보니까 행복하지 않고, 분노에 가득 차게 되는 겁니다. 나는 이 세상의 주인입니다. 나를 오롯이 찾는 명상과 침묵의 시간을 갖는 것이 행복해지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고요한 산사에서 자연의 물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으며 명상하는 것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을까. 영배 스님은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는 아무리 아름다워도 몇 번 보면 지겨워진다”며 “그러나 자연의 풍경과 물소리는 거센 폭포든, 잔잔한 시냇물이든 전혀 시끄럽지 않은 이유는 감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엔 감정이 담겨 있어요. 감정은 부딪치게 돼 있습니다. 불교 용어로 사람의 몸은 색신(色身)이라고 합니다. 눈, 귀, 코, 혀, 몸 뚱아리, 생각 등이 모두 감정의 지배를 받아요. 그런데 감정 없이 바라만 볼 수 있는 것이 자연입니다.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분노를 가라앉히고, 내 안의 행복을 발견해 가는 것이 바로 현대인에게 필요한 불교의 수행법이지요.” 영배 스님은 올해 국가적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대선 기간 중에 든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후보들이 부처님의 가장 큰 가르침인 ‘사람이 곧 부처다’라는 ‘인불(人佛) 사상’을 마음에 새길 것을 당부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딱 하나, 모든 사람은 나와 같은 불성(佛性·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처란 무엇입니까. 일체 중생의 고통을 전부 다 자기가 짊어지고, 자기의 즐거움은 중생에게 나눠주겠다고 한 사람입니다. 대통령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고통을 짊어지고 해소해 주려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대통령이 될 사람은 더욱 겸손하고,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해야 합니다.” 양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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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수정 추기경 “무죄한 죽음 반복되지 않길”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사진)은 부활절(16일)이자 세월호 참사 3주년을 앞두고 “이 나라에 더는 무죄한 이들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생명을 더욱 귀중하게 여기고, 이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메시지를 12일 발표했다. 염 추기경은 이어 제19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은 새로운 지도자가 갈등과 분열을 뒤로하고, 화해와 일치를 통해 화합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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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자유-정의의 부활에 대한 갈망

    그리스도교 교회력에서 부활절은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뜬 다음에 오는 주일(일요일)로 정해진다. 이 때문에 매년 날짜가 바뀐다. 보통 부활절이 있는 4, 5월은 격동의 현대사와 관련된 기념일이 적지 않다. 올해 부활절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3주년 날짜와 겹쳤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미사와 예배를 열 예정이다. 30년 전인 1987년에는 마침 4·19 때였다. 당시 개신교 원로였던 강원용 목사(1917∼2006)는 4·19를 앞두고 동아일보에 ‘자유(自由) 정의(正義)의 부활’이란 칼럼을 썼다. “부활 신앙은 억압 속에서 자유가, 부정 속에서 정의가, 분열 대립 전쟁 속에서 평화가, 허위와 과장된 선전 속에서 진리가, 증오와 편견 속에서 사랑이, 그리고 죽음과 무덤 속에서 부활이 승리함을 믿는 신앙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뀐 올해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격변기를 맞고 있다. 원로의 그 목소리도 여전히 되새겨야 할 듯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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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년 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 오롯이

    경기 양평군의 복합기독교 문화공간인 ‘더블유 스토리(W Story)’에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사진)가 건립됐다. 신앙을 통한 가정회복 운동을 전개해온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59)는 10일 “500년 전 마르틴 루터에게서 비롯된 종교개혁 정신을 이 시대에 되새겨 보자는 의미에서 뜻있는 분들과 힘을 합쳐 기념교회를 세우게 됐다”며 “부활절인 16일 봉헌예배를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축가 박민철이 설계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는 연면적 2000여 m²의 3층 규모 건물이다. 흰색 외벽에는 하늘나라에서 예수가 아이들과 강강술래를 하며 뛰노는 모습을 부조로 새겼다. 교회 밖에는 천사상 8개가 합창하는 모습을 이루고 있다. 교회 안에는 12마리의 물고기가 헤엄치는 듯한 형상으로 곡선미를 살린 4.5m 높이의 십자가상을 세웠다. 송 목사는 “해가 질 무렵이면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에 의해 마치 ‘섀도 아트’처럼 흰 콘크리트 벽면에 십자가 형상을 드리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루터 시대의 파이프오르간을 재현해 설치하는 작업도 국내 기술로 구현됐다. 홍성훈 오르겔바우마이스터가 제작한 이 파이프오르간은 366개의 파이프로 구성됐으며 폭 3m, 높이 4.5m로 무게만 2t에 이른다. 송 목사는 “파이프오르간은 신자 개개인이 제사장이라는 루터의 만인제사장설을 뒷받침하는 표현수단으로서 평등사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송 목사는 그동안 특정한 한 교회의 담임목사를 맡는 대신 ‘가정사역’을 내세워 비정부기구(NGO) ‘하이패밀리’를 만들어 활동해왔다. 이 교회는 송 목사의 모교인 고려신학대학원 38회 동기들이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 공동 개척을 결의하고 지원했다. 송 목사는 “종교개혁가들이 당시 발견한 세계관은 일상, 가정, 직업의 거룩함이었는데 물신주의에 무릎을 꿇은 듯한 지금의 교회 모습은 또 하나의 면죄부 판매인 셈”이라며 “삶과 신앙의 괴리를 극복하고 통일시대를 앞당기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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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양최대 목조건축물 분당 대광사 미륵보전 완공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광사(주지 월도 스님)에 17m 높이의 거대 미륵불상을 봉안한 동양 최대 규모의 단일 목조건축물인 미륵보전이 들어섰다. 10일 오전 대광사에서 열린 미륵보전 낙성식과 미륵존불 봉안 대법회에는 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 총무원장 춘광 스님을 비롯해 1만여 명이 참석했다. 미륵보전은 1층 연면적 661m²(약 200평), 높이 33m의 외형상 3층 건축물로, 내부는 통층 구조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인 신응수 대목장이 도편수를 맡아 14년 만에 불사를 마쳤다. 11t 트럭 200대(총 2200t) 분량의 목재가 사용된 미륵보전은 단일 목조건물로는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대들보로 사용한 목재는 수령 453년의 캐나다산 홍송(紅松)이다. 건물 1층에는 용화회상, 2층에는 미륵보전, 3층에는 도솔천궁이라는 현판이 각각 걸렸다. 신 대목장은 “국내의 금산사 미륵전과 경복궁 근정전 및 중국과 일본의 대형 목조건축물 등 유수의 대형 건축물을 참고해 이번 대작 불사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통층 구조의 미륵보전 내부에는 미륵존불 좌상을 모셨다. 높이 17m의 좌불상은 김용섭 씨가 조성했다. 이 좌불상에는 청동 88t, 정사각형 11cm짜리 금박 15만 장이 사용됐다. 사용된 금가루만도 1.6kg에 이른다. 미륵불은 석가모니 부처가 열반에 들고 56억7000만 년 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고 알려진 ‘미래의 부처’로, 미륵신앙은 미륵불이 출현해 모든 고통을 소멸하고 세상을 구원한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 대광사 주지 월도 스님은 10일 “현대인의 좌절과 포기,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에서 미래의 희망을 보여주는 미륵불을 조성하게 됐다”며 “미륵불이 국운을 융성시키고, 남북 평화통일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거룩한 부처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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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승훈 기자의 지금, 여기]“믿고 싶은 뉴스만 끼리끼리 주고받는 SNS가 가짜 뉴스 온상”

    《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미국 대선에서도 ‘가짜 뉴스(fake news)’가 맹위를 떨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고 있는 국내 대선에서도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가짜 뉴스를 가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와 동아일보, 채널A 등 국내 16개 언론사가 협업해 뉴스의 진위를 가려내는 ‘SNU 팩트체크’(factcheck.snu.ac.kr)가 출범했다. ‘SNU 팩트체크’는 정치인의 발언, 정치인과 관련된 의혹 제기, 기타 주요 현안에 대한 뉴스의 진위를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참여하는 16개 언론사에 실리는 ‘팩트체크’ 기사의 검증결과를 사실부터 거짓까지 5점 척도로 점수를 매겨 계기반의 바늘로 보여 준다. 10일부터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도 서비스된다. 지난 6개월 동안 팩트체크 시스템을 개발해 온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장(54)을 4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예전부터 유언비어, 괴담이 있었다. 그런데 가짜 뉴스 문제가 갑자기 심각하게 떠오른 이유는 무엇인가. “예전의 유언비어는 그냥 떠돌아다니는 소문이었다. 그런데 가짜 뉴스는 외형상으로는 방송 뉴스나 신문 기사의 형태와 똑같아 구별이 불가능하다. 마치 프로 언론인이 쓴 것처럼 육하원칙에 맞고, 리드 문장과 헤드라인도 붙이고, 발언도 인용하고, 외신이나 과학저널 같은 소스까지 붙인다. 심지어 방송사나 신문사의 로고까지 붙여 유포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일반인뿐 아니라 전문가들이 봐도 깜빡 속을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언론재단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6%는 가짜 뉴스 때문에 진짜 뉴스를 볼 때도 가짜로 의심한다고 답했는데…. “보이스피싱 전화에 한번 당하고 나면,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는 무조건 겁이 난다. 이처럼 가짜 뉴스에 한번 속고 나면, 모든 뉴스가 가짜처럼 보인다.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흐려지면 진짜 뉴스까지 사람들에게 의심받는 것이다. 이른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고, 민주주의의 기반이 흔들린다.” “짧은 대선 탓 네거티브 더 치열” ―가짜 뉴스는 주로 어떤 경로로 유통되는가.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주요 통로다. 요즘 사람들은 SNS로 가까운 지인들이 보내 주는 뉴스만 주로 받아 본다. 퍼스널 네트워크를 통해 받은 뉴스는 가까운 사람에 대한 신뢰가 더해지기 때문에 더 믿게 된다. 가짜 뉴스는 100% 가짜가 아니다. 90%는 진짜를 넣고 결정적인 내용만 가짜 뉴스를 섞어 교묘하게 포장한다. 이 때문에 보낸 사람도, 받는 사람도 가짜인 줄 모르고 퍼 나르게 되는 것이다.” ―SNS를 통한 뉴스 소비의 문제는…. “필터버블(Filter Bubble) 현상이다. 사람들이 비눗방울 같은 곳에 갇혀 있는 상태를 말한다. SNS에서 1촌, 2촌을 맺은 사람들이 보내 주는 뉴스에만 의존하면 자기 세계에 갇힌다. 이번에 촛불 시위, 태극기 시위 때도 필터버블 현상이 심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 있는 관계가 형성되면 가짜 뉴스가 틈새를 파고들 가능성이 커진다. 집단 내부에서 믿고 싶은 것, 보고 싶은 내용의 가짜 뉴스가 맞춤형으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이런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강화하게 된다.” ―필터버블로 인한 가짜 뉴스 사례는…. “태극기 시위 군중의 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졌던 ‘박영수 특검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에게 90도로 절하는 사진’, 촛불 시위 군중에게 퍼졌던 ‘반기문 전 총장의 퇴주잔 마시는 영상’ 같은 게 대표적이다. 사진 속 인물은 박영수 특검이 아니라 다른 인물이었고, 반 총장의 퇴주잔 영상은 중간 과정을 삭제해 교묘하게 편집한 것이다. 나중에 이것이 가짜 뉴스로 밝혀진다고 해도, 이미 사람들은 비웃고, 조롱하고, 부정적 정서를 잔뜩 만족시킨 다음이다. 가짜 뉴스는 진실에 관계없이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된다.” 지난해 미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뉴스 5개 중 4개가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를 발표했다’(1위), ‘클린턴 후보가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판매했다’(3위)는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미국 대선 3개월간 가짜 뉴스 20개의 페이스북 내 공유, 반응, 댓글 수는 871만여 건으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매체보다 더 많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고 한다. 윤 교수는 “5월 9일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검증할 기간이 짧은 탓에 어느 때보다도 ‘아니면 말고 식’의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인의 발언을 검증하는 이유는…. “지난해 11월 1일 YTN이 ‘도널드 트럼프, 여성 대통령의 끝을 보려면 한국의 여성 대통령을 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트럼프가 연설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여성 대통령으로 뽑으면 한국에서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는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공식석상에서 인용해 정치 외교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기사는 국내의 한 누리꾼이 ‘트럼프가 이렇게 말하면 선거에서 이기지 않을까’라고 가정하며 트럼프 연설 사진에 문구를 합성해 페이스북에 올린 가짜 뉴스였다. 가짜 뉴스가 정치인의 발언을 거치면 순식간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아주 잘 만든 가짜 뉴스” ―정치인의 발언 중에 어떤 것을 검증하나. “예를 들면 문재인 후보가 3월 7일 채널A ‘외부자들’에 나와 ‘안보 문제와 관련해 내가 모든 후보자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 중에서 문 후보가 자신에게 유리한 조사 결과만 인용하지 않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정치인의 말실수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검증 대상이 아니다. 이를테면 안철수 후보의 ‘사면 검토’,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선의’, 문재인 후보의 ‘전두환 표창’ 발언 등은 맥락을 거두절미한 채 시빗거리를 만든 측면이 강하다. 오히려 정치권에서 그 발언에 대해 악의를 갖고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행위를 팩트체크 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시사 정치를 다루는 팟캐스트, 유튜브, 페이스북 등 ‘1인 미디어’가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1인 미디어가 가져온 긍정적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런 매체는 인력과 예산에 한계가 있어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가짜 뉴스는 특별한 것은 아니다. 팩트체크를 소홀히 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다든가, 충분히 취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하면 가짜 뉴스가 되는 것이다.” ―세월호가 인양된 후 외부에서 충격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잠수함 충돌설’을 제기한 자로의 다큐멘터리 ‘세월X’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 “8시간이 넘는 분량인 다큐멘터리 ‘세월X’는 한 개인이 진짜 굉장히 오랜 시간 노력을 들여 방대한 자료를 모아서 만든 콘텐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이 혼자 할 수 있는 검증 능력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일부 방송이 자로의 주장을 특집 프로그램으로 다루는 것을 보고 사실 굉장히 놀랐다. 그걸 방송에 내려면 근거 자료 하나하나까지 타당성, 신뢰성에 대해 굉장히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한 것 같지가 않다. 결과적으로 ‘아주 잘 만든 가짜 뉴스’에 넘어간 측면이 크다.” 해외에서도 팩트체크 시스템 개발이 활발하다. 프랑스는 지난달 AFP, 르몽드, 프랑스텔레비지옹 등 17개 언론사가 참여하는 ‘크로스체크(CrossCheck)’를 출범시켰다. 하나의 팩트를 놓고 참여 언론사가 교차 검증하고, 취재수첩도 공유하고, AFP 출신의 에디터가 최종 데스킹을 한 뒤 공동 기사 형태로 출고한다. 미국에서는 폴리티팩트(Politifact), 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크, 펜실베이니아대의 ‘팩트체크오아르지(FactCheck.org)’가 3대 팩트체커로 꼽힌다. ―팩트체크 시스템 개발에 참고한 해외 모델은. “프랑스의 ‘크로스체크’는 참여 언론사가 완전 협력해 교차 검증하는 이상적인 모델이다. 그러나 국내 언론계의 협력 분위기가 그 정도로 무르익지는 않았다. 펜실베이니아대는 공공정책연구소 내에 전문 팩트체커를 고용해 자체적으로 기사를 검증한다. 그러나 서울대에 팩트체커 5∼10명을 연구원으로 둔다고 해도 방대한 팩트체크를 다 수행할 수는 없다. 팩트체커는 단기간에 양성하기가 어렵다. 언론사에 입사해서 수많은 경험을 쌓으며 언론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바로 능력 있는 팩트체커를 길러 내는 과정이다. 기존 언론사의 팩트체크 활동을 네트워크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팩트체크는 언론의 영역” ―각사의 팩트체크 기사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큰 효과가 있을까. “독자들은 각 언론사의 팩트체크 기사를 보며 어느 언론사가 더 신중하게 팩트를 검증했는지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언론사 간의 이념적 편향성이 존재하더라도, 팩트 검증의 엄정성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16개 언론사가 모범을 보인다면 자연스럽게 ‘낙수효과’가 일어나 전체 언론계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다.” ―청와대 등 정부기관에서도 팩트에 대한 해명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정부기관은 팩트체크에 참여할 수 있는가. “팩트체크는 언론의 영역이다. 정부기관 또는 기업은 팩트체크에 참여할 수 없다. 국가기관이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는 건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사태를 통해 확인하지 않았는가. 가짜 뉴스의 온상인 정치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치권에서 ‘가짜 뉴스와의 싸움’에 나서겠다고 하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팩트체크는 언론과 대학 같은 공공 영역에서 맡는 것이 맞다.” 윤 교수는 “우리 사회에 아마 오래전부터 가짜 뉴스는 굉장히 많이 돌아다녔고, 가짜 뉴스인 줄도 모르고 소비한 경우도 많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오히려 요즘 들어 가짜 뉴스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면서 가짜 뉴스를 주목하고 제대로 검증하기 시작한 것이 희망”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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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와 한평생, 행복했노라”…‘현역 문인 최고령’ 황금찬 시인, 향년 99세로 별세

    현역 문인 가운데 최고령으로 활동해 온 시인 황금찬(黃錦燦) 씨가 8일 오전 강원 횡성의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세계와 인간을 조망하는 낭만주의 시인으로 평가받아온 고인은 8000여 편의 시를 남긴 다작의 시인으로 통한다. 시인은 격월간지 ‘한국문인’(2003년 89월호)에 실은 가상유언장에서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시비(詩碑)에 새겨 달라며 시 한편을 남겼다. ‘네가 떠난/ 빈 자리// 하이얀 태양이/ 말이 없고// 구름 길/ 겨울 파도 소리’ (‘빈 자리’) 강원 속초 출신인 시인은 소작농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함경북도 성진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1939년 ‘문장’에 시 추천을 의뢰했다 떨어지자 그해 가을 문학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 유학길에 나섰다. 부두 노동을 하며 번 돈으로 일본 다이도(大東) 학원을 다니던 중 시인은 1943년 ‘아시아문학발표회’ 참석차 도쿄를 방문한 춘원 이광수를 만나게 된다. 시인은 춘원에게 “우리 말이 없고 우리 글이 없는데 어떻게 글을 쓸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고 “슬픈 일이지만 남의 말과 남의 글자라도 빌려서 문학을 해야 한다. 이럴수록 희망을 가지고 우리 문학을 지켜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조국을 사랑하는 길이다”라는 답을 얻었다. 훗날 시인은 이 일을 회상하며 “큰 위로와 격려가 됐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4년간의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성진으로 돌아 온 시인은 노동운동에 뛰어들기도 했고, 625 전쟁으로 월남한 뒤에는 강릉농업학교 동성고교 등에서 국어교사로 일했다. 1948년 월간 ‘새사람’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51년 강릉에서 ‘청포도’ 동인을 결성했고 이듬해 청록파 시인 박목월(1915~1978)의 추천을 받아 ‘문예’로 등단했다. 그는 1953년 ‘문예’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해 ‘현장’ ‘오월나무’(1969) ‘나비와 분수’(1971) ‘오후의 한강’(1973) ‘호수와 시인’(2003)을 비롯해 ‘추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2013)까지 모두 39권의 시집을 발표했다. 시인은 마흔 번째 시집을 엮어내는 게 소원이라며 말년까지 작품활동을 했다고 제자와 유족이 전했다. 또 ‘행복과 불행 사이’ 등 산문집 15권도 펴냈다. ‘동해안 시인’으로 불린 고인은 오랫동안 해변시인학교 교장으로 활동했다. 재작년에는 시인의 업적을 기리는 황금찬문학상이 제정됐고 그의 이름을 딴 문학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제자와 후배 문인들이 그를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젊은 시절 박목월, 박두진, 피천득 등 동료 문인과 함께 시와 문학을 이야기하고, 모든 동료를 떠나보낸 뒤에도 홀로 시집을 향한 열정을 불태웠다. 후배 문인들에게 존경 받는 선배로 지난해 백수연 행사에서 제자 등에게 2018편의 필사집을 헌정 받기도 했다. 지난 2015년 황금찬 문학상이 창설됐다. 시인은 숭의여대 추계예대 강사, 크리스천문학가협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월탄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문화보관훈장, 한국기독교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 도정 도원 애경 씨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0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1일. 장지는 경기도 안성 초동교회묘지. 02-2258-594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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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람이 되고 싶은 로봇의 인간 관찰기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의 발전이 눈부시다. 그러나 과연 기계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은 미래의 로봇 ‘안드로이드 잭’이다. 그의 절체절명의 미션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어 3주 후 소멸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다. 잭은 엄청난 학습능력으로 직장, 돈, 종교, 섹스, 예술, 유머 등 인간 삶의 다양한 면면을 탐구하며 ‘인간이 되는 법’을 공부한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처럼 보이려면 따라해야 하는 인간의 행동은 때로는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인간처럼 보이려면 싱크대에는 반드시 그릇을 몇 개 쌓아 두어야 하고, 식재료는 곰팡이가 피기 전까지 냉장고에서 꺼내면 안 된다. 연인관계에서는 상대방의 몸에 되도록 자주 밀착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멀리 떨어지고 눈도 마주치지 않아야만 사람이 아니라는 의심을 받지 않는다. “직장에서는 일하는 것처럼 보이되, 일을 정말로 끝내야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실제로 일을 끝내선 안 된다. 인간은 이 같은 전략을 ‘미루기’라고 하는데, 사람처럼 보이려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이다. 그럼 일하는 시간에는 뭘 해야 하나? 인터넷으로 고양이 사진이나 다른 사람의 아기 사진, 혹은 스포츠, 게임, 성적 자극을 주는 사진처럼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들을 찾아보면 된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저자가 로봇의 눈으로 본 인간 관찰기에는 유머가 넘친다. 잭이 찾아내는 인간성은 가식적인 모습, 허영에 가득 찬 모습이다. 그러나 부정하고 싶어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나 자신의 인간성을 돌아보게 만든다. 잭은 결국 자기 이익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하는 사람 따위는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의 스승이자 멘토, 연인이었던 그녀를 구하기 위해 더 이상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기로 결심했을 때…. 잭은 진정한 사람이 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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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새 원로의원 7명 선출

    대한불교 조계종의 새 원로의원 7명이 선출됐다. 조계종 원로회의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철웅 스님(마곡사), 설정 스님(수덕사), 법타 스님(은해사), 성타 스님(불국사), 지하 스님(쌍계사), 월주 스님(금산사), 보선 스님(대흥사)을 만장일치로 새 원로의원으로 선출했다. 이번 새 원로의원 선출은 원로의장 밀운 스님을 비롯해 부의장 원명 스님과 명선 스님 등 원로의원 9명의 임기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원로회의 새 부의장으로는 세민 스님이 선출됐다. 원로회의는 종정 추대권과 종헌 개정안 인준권, 총무원장 인준권 등의 권한을 가진다. 원로회의 의원 자격은 승랍 45년 이상, 연령 70세 이상 원로 비구로, 중앙종회의 추천을 받아 원로회의에서 재적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한다. 임기는 10년이며 중임할 수 없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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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적 아픔 신앙으로 감싸안아… ‘기독교사상’ 700호 발행

    국내 개신교계의 대표적인 초교파 신학 사상지로서 가장 오래된 월간지인 ‘기독교사상’(사진)이 지령 700호(표지)를 맞았다. 대한기독교서회(대표 서진한)가 발행하는 이 책은 1957년 8월 창간됐으며 올해 창간 60주년을 맞았다. 4년 먼저 창간된 ‘사상계(思想界)’와 함께 1950∼1960년대 한국 지성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며 1960년대에는 토착화신학 논쟁을 이끌었고, 1970년대 민중 신학, 1980년대에는 평화통일 논의를 주도했다. 기독교사상은 개신교 교단교파를 초월해 활동하는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와 연합) 운동을 주도해 온 신학 사상지다. 진보 성향의 원로인 김천배 김관석 박형규 목사, 유석종 유동식 장병일 교수 등이 차례로 역대 주간을 맡았다. 1985년 전두환 정권 당시에는 산업선교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다가 6개월 동안 정간을 당하기도 했다. 700호에는 ‘기독교사상과 나’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가 실렸다. 박근원 한신대 명예교수, 지명관 전 일본 도쿄여대 교수,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 5명이 이 잡지가 걸어온 길과 자신의 경험에 대해 회고하는 글이다. 발행인인 서진한 목사는 4월호 권두언에서 “700호를 이어온 기본 생각은 신앙의 과제와 사회적 과제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믿음”이라며 “기독교사상은 장래에도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 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흥수 편집주간(67·목원대 명예교수)은 통권 700호 발행에 대해 “교회 내부 문제만을 다루지 않고 분단과 독재라는 시대적 아픔을 성경적으로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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