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소재로 한 다큐 영화 ‘오 ! 다람살라’가 21일 서울 대한극장에서 무료 상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주한 중국대사관이 영화 상영에 대해 극장측에 항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대한극장 등에 따르면 주한 중국 대사관 관계자는 최근 서울 대한극장에 전화를 걸어 종교적인 색깔이 강한 영화를 일반에 무료로 상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달해 사실상 영화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불교계 내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달라이라마와 대립적 관계라고 하더라도 우리 내부의 문화 예술 행위까지 문제를 삼은 것은 내정 간섭으로 볼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 ‘오 ! 다람살라’는 지난해 8월 한국인 200여 명이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린 ‘달라이라마의 아시아 법회’를 찾았던 4일간의 생생한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달라이라마 방한추진회가 제작에 동참했다. 이 영화는 당초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 공중파TV 방영을 전제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방송사 내부 문제로 방영이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무산됐다. 그 대신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의 후원으로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중구 대한극장에서 무료 상영하기로 결정됐다. ‘오 ! 다람살라’는 이후 부산,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상영하고 자체 상영을 원하는 각 단체에도 영상이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김병만이 스카이다이빙 훈련 중 척추 뼈 골절 부상을 당했다. 김병만의 소속사 SM C&CM측은 21일 “김병만 씨가 20일(현지시각) 미국에서 국내 스카이 다이빙 국가대표 세계대회준비를 위한 탠덤 자격증을 취득 후 팀 훈련을 받았다. 급변하는 바람 방향으로 랜딩 시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소속사에 따르면 김병만은 사고 후 빠른 응급처치로 2차 부상을 예방했고 응급처치 중 병원으로 이송돼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척추 뼈의 골절이 있으나 신경 손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만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SBS TV ‘정글의 법칙 인 코모도’와 ‘주먹쥐고 뱃고동’이다. ‘정글의 법칙’의 경우 현지 촬영이 선행됐지만, ‘주먹쥐고 뱃고동’은 방송 일정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병만은 현지에서 수술 후 1~2주의 회복기를 거친뒤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소속사는 “완전한 회복 기간은 2달 정도로 예상한다. 예정된 방송 스케줄은 수술경과를 지켜 본 후 김병만 씨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협의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2010년부터 7년간 국립극장에서 열린 ‘여우樂(락) 페스티벌’은 국악의 현대화, 크로스오버, 퓨전음악 실험의 대표적인 무대로 자리 잡았다. 22일까지 열리는 제8회 여우락 페스티벌의 주제는 ‘우리 음악의 자기 진화’로 2주간 총 15개 공연이 펼쳐진다. 7일 밤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개막공연 ‘장단 DNA: 김용배적 감각’은 때마침 쏟아진 억수 같은 소나기와 바람, 천둥소리를 방불케 하는 사물놀이의 향연이었다. 1978년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김덕수(장구) 이광수(북) 최종실(징)과 함께 사물놀이를 창시한 명인으로 유명한 고 김용배(상쇠)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이날 공연에서 올해 ‘여우락’ 예술감독이자 타악기 피리 연주자인 원일은 화끈하고 애달픈 장단의 뜨거운 헌정곡 ‘꽃상여’를 통해 김용배를 추모했다. 15일에는 월드뮤직 1세대로 1990년대부터 세계 속 우리 음악의 가능성을 제시해 온 ‘공명’의 창단 20주년 콘서트가 펼쳐진다. 최근 유럽 최대 재즈 레이블 ACT와 음반 계약을 한 ‘블랙스트링’은 21일 공연에서 한국 전통음악과 재즈의 즉흥성의 조화를 이룬 현대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인디밴드 ‘단편선과 선원들’이 피리 연주자 김시율, 거문고 연주자 이재하와 만나 시도하는 ‘불의 제전’(11일)도 주목할 만한 무대다. ‘불의 제전’은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단편선의 ‘불’에서 영감을 받아 생명의 탄생과 죽음, 부활의 이미지를 무대에서 표현할 예정이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와 경기민요 스타 소리꾼 이희문 등으로 구성된 민요록밴드 ‘씽씽’은 경기민요 대모 이춘희와 함께 14일 무대를 꾸민다. 경서도 민요와 서울 굿의 구성진 입담을 다양한 스타일의 록으로 편곡해 전통음악을 모르는 관객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7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 원일은 “여우락은 한국 음악의 가장 과감한 진화를 이끌어온 페스티벌”이라며 “새롭고 신선하면서도 오래되고 신화적인 사운드와 원초적인 힘을 동시에 지닌 현대 음악을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02-2280-4114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강원 강릉 출신인 조순 전 서울시장(89)은 한학자인 부친에게 어릴 적부터 유학을 배웠다. 그에게 ‘강릉엔 예부터 훌륭한 선비가 많이 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아주 멋진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 전 시장은 “율곡이 어머니 신사임당에 대해 쓴 ‘선비행장(先비行狀)’을 보면 사임당이 남성 위주의 시대에 ‘자유’를 확보한 여성이란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임당의 아버지 신명화는 딸을 결혼시키면서 사돈댁에 “친정에 오고 싶을 때마다 오게 해주고, 시서화(詩書畵) 공부도 맘껏 하게 해주라”고 요구해 약조를 받았다고 한다. 여성은 배움이 금지됐던 시대에 사임당에겐 맘껏 예술적 기질을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던 것이다. ‘신사임당 그녀를 위한 변명’(다산기획)에 따르면 사임당의 이미지는 시대와 권력에 따라 변화했다. ‘대학자 율곡의 어머니’(조선 후기)에서 ‘현모양처’(근대화 교육 시기)로, ‘군국의 어머니’(일제강점기 말)에서 ‘민족 주체성을 구현한 국가 영웅’(1970년대)으로 이미지화됐다. 그런가 하면 21세기엔 일과 가정에 모두 성공한 ‘슈퍼우먼’으로 재해석된다. 그러나 사임당의 참모습에 가장 가까운 키워드는 ‘자유’가 아닐까.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서울 관악구 봉천6동(행운동)의 ‘소천서사(少泉書舍)’.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36년 동안 살아온 집이다. 장맛비가 촉촉이 내리는 가운데 조그마한 정원의 나무들이 싱그러운 빛깔을 띠었다. 조 전 부총리는 “대문 앞의 소나무는 수령이 한 45년쯤 됐을 것”이라며 “내가 직접 심었는데 무지무지 잘 큰다”고 말했다. 조 전 부총리는 한국은행 총재, 서울시장과 국회의원, 민족문화추진위원회장까지 평생 정력적인 활동을 해왔다. 올해 구순을 맞은 그는 ‘관악산 산신령’ ‘판관 포청천’이란 별명답게 흰 눈썹이 더욱 희게 빛났다. 》 ―구순을 맞으신 소감은…. “올해 우리나이로 아흔 살입니다. 제가 1928년생이니까 내년 2월에 만 90세가 돼요. 사실 제게 남겨진 날들이 이제 많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구순을 앞두고 책을 쓰고 있어요. 죽는 날까지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나아져야지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가슴에 품고 사는 말은 ‘자성(自省)’입니다. ‘내가 젊었을 때 여러 가지 과오가 많았잖아. 늙어가면서 계속해서 그걸 되풀이해서야 되겠어?’ 하루하루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부끄러움을 반성하지요.” ―어떤 책을 쓰고 계신가요. “자본주의의 미래에 관한 책입니다. 현대사회에는 자본주의도 민주주의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초고를 써놨는데 교정을 제대로 보려면 2, 3개월은 더 작업해야 할 것 같아요. 책을 완성할 시간이 제게 남아 있을지는 하늘에 맡겨야지요.”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제일 큰 것은 분배와 양극화의 문제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된 자유주의식 자본주의하에서는 양극화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경제적인 소득의 양극화는 문화의 양극화를 불러오고, 결국 사회 전체가 내부에서 파열하게 됩니다. 양극화로 인해 공동체 의식이 해체되면서 민주주의의 위기도 불러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언론을 믿지 않는 것이 대표적 현상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 해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과 같은 정통 미디어를 인정하지 않고 트위터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공무원 늘리기는 일시적 대책”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J노믹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까지 국민적 지지율도 높고 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높은 평가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고 국민들이 만족 못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은 추진해야 합니다. 5년 동안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습니다. 최저임금, 비정규직 문제 같은 각론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긴 안목 속에서 해결해야 할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합니다.” ―일자리를 위한 추경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세금으로 공무원을 뽑는 것은 가장 손쉬운 대책이긴 하지만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추경으로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일시적이고 숫자상의 효과밖에 없습니다. 만약 실업 문제가 심각하면 내년에는 더 많은 공무원을 뽑을 건가요? 임기응변식 추경은 또다시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좋은 정책은 무엇입니까. “최종적으로 일자리 확대는 민간 부문이 해야 할 일이지 정부의 몫이 아닙니다. 전 정부에서 대기업을 동원했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으로 연결이 안 되니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일자리 확대에서 가장 큰 것은 중소기업과 벤처 창업입니다. 그런데 기술이 있어도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정부가 나서서 창업을 돕는 채널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창업’이란 말을 신문에서 아예 찾을 수가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해외에서 공부 마치고 귀국한 학생들이 대부분 창업을 합니다. 중국에서는 2014∼2015년 하루에 1만 개씩 1년에 365만 개의 기업이 창업됐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는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 명이 몰린다고 하니 정상이 아니지요.”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등을 놓고 민노총이 대규모 거리행진을 하고, 반면 기업에서는 상황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는데요. “대통령도, 국민도, 노조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해결하려 하면 오히려 더 어려워집니다. 새 대통령에게도 특효약은 없습니다. 대통령이 능력 없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상황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한쪽 방향으로 강요해선 안 됩니다. 기업은 기업가에게, 교육은 교육자에게 맡겨야 합니다.”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학생 시절부터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던 모습까지 잘 알고 있습니다. 머리가 명석한 분이라 큰 무리를 할 분이 아닙니다. 재벌 개혁은 대기업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한국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야 합니다. 대기업은 돈 있고, 사람 있으니 두부 장사도, 빵 장사도 물론 잘할 수 있겠죠. 그러나 재벌은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기보다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학계 1세대 대표주자인 조 전 부총리는 1960년대 미국 유학 후 서울대 상대에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박세일 전 서울대 교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제자들이 ‘조순학파’를 형성하기도 했다. ―‘조순학파’란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순학파란 없습니다. 나를 따르던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온 말 같아요. 그러나 나는 그런 학파를 만든 적이 없어요. 나는 항상 개인일 뿐이고, 사람은 사람마다 다른 것입니다. 나보다 훨씬 머리 좋은 학생들도 많았고, 그분들이 공부하고 살아가는 방식이 나와 똑같을 필요도 없고, 내 것을 본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는 “경제학은 사실 먹고사는 문제일 뿐 높은 수준의 학문은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람을 어떻게 교육시키고, 키운 사람을 어떻게 쓸 것이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교육의 목적은 제대로 된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가정교육은 완전히 역행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말을 배우기가 무섭게 영어, 속셈, 피아노 배우느라 정신을 못 차려요. 나중에는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까 아이를 낳지도 못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성취동기’를 키울 기회가 없다 보니 창업보다 공무원 시험밖에 생각을 못 해요. 교육은 나라를 이끌어갈 엘리트 그룹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엘리트 그룹이란 무엇인가요. “이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과 도덕성,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또한 실제로 그런 일을 하고 존경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제도하에서는 엘리트 그룹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서울대를 졸업한 학생이나 지방대를 나온 학생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학교 교육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교육부가 학교 교육에 간섭을 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평준화와 대학입시 통제가 문제입니다. 수능 성적이 0.5포인트 높고 낮은 것으로 경쟁하는 그런 유치한 짓 좀 하지 맙시다. 만점을 맞아도 낙방하는 시험이 어디에 있습니까. 잘하는 자사고가 있으면 좀 더 잘하라고 격려해야지 왜 없애려 합니까. 모든 학교가 똑같으면 획일화된 인재밖에 길러낼 수 없습니다.”“잘하는 자사고 왜 없애려 하나” 조 전 부총리는 대입시험의 ‘지역별 쿼터제’를 “우리 사회의 중앙집권화와 양극화,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정책이 될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서울, 부산, 강원, 전라, 인천 등등 지역별로 쿼터제를 두고 지역별로 경쟁해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겁니다. 강원도 시골 학교에서 자란 학생이 서울 강남에서 사교육받은 학생보다 학습 능력이 떨어질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미국의 대학들은 이미 전국적으로 지역별 쿼터제에 맞춰 뽑습니다. 대학의 입학처장은 매년 전국을 돌면서 우수 학생을 유치하지요. 교육 문제에 있어서 과거의 도그마에 갇혀 있지 말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감히 실천해야 합니다.” 조 전 부총리는 어릴 적 부친으로부터 한학을 배웠다. 논어 맹자 등도 일찌감치 터득했다. 그는 “한글 전용으로는 한국, 중국, 일본의 역사를 알 수가 없어서 제대로 된 인재 교육을 할 수 없다”며 한자 공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어릴 적에 부친에게 배운 가르침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소학(小學)’에는 인생에서 지켜야 할 것이 세 가지가 나옵니다. 첫째는 근면할 근(勤), 둘째는 화목할 화(和), 셋째가 핵심입니다. 바로 느릴 완(緩)입니다. 절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아이들보고 자꾸 빨리 공부해라, 빨리 출세해라, 빨리 돈 벌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것 좀 그만두었으면 좋겠어요.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도 손자에게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그러니 너무 서두르면 몇 발자국 못 간다. 천천히 힘을 길러가면서 짐을 지고 가라’고 이야기해 줬습니다. 살아보니 인생은 짧고도 긴 것입니다.” 조 전 부총리는 인터뷰를 마치며 아흔을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직접 쓴 ‘노회(老懷)’라는 제목의 한시(漢詩)를 들려주었다. ‘평생의 내 구상 아주 공허한 것은 아냐(平生構想未全空)/운에 따라 작은 기회에 우연히 적중한 것도 있다네(隨運微機遇適中)/구십을 바라보며 몸은 늙어도 본성은 그대로 남아(望九老身留本性)/해가 가도 하루 일과는 젊을 때와 같구나(年重日課少時同)’ ::조순은::△1928년 강릉 출생△서울대 졸업,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1988∼1990년), 한국은행 총재(1992∼1993년)△초대 민선 서울시장(1995년), 제15대 국회의원△민족문화추진회(현 고전번역원) 회장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종교 지도자이자 평화 운동가인 여해(如海) 강원용(1917∼2006) 목사의 평전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됐다. 평전(한길사)은 강 목사의 활동을 △목회 △사회운동 △방송 등 세 분야로 나눠 7명의 학자가 집필에 참여했다. 정치학자 박명림·장훈각 연세대 교수가 쓴 ‘강원용 인간화의 길 평화의 길’(사진)은 강 목사의 사회운동에 초점을 맞췄다. 여해의 사상인 ‘인간화’ ‘사이 너머’ ‘대화운동’ 등을 분석하며 그가 평생 펼친 평화와 상생 운동의 뿌리를 따라간다. 여해는 사회운동을 전개할 때 대립된 양쪽이 아닌 ‘제3지대’를 추구했다. 그는 ‘중간집단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중간집단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민중 속에서, 민중에 의해 장기적으로 개혁의 원동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강원용과 한국 방송’은 3차례 방송기구의 수장을 맡았던 강 목사의 방송 분야 활동을 담았다. ‘여해 강원용 목사 평전’은 박근원 한신대 명예교수가 “격동의 시대를 산 복음 증언의 선두주자”로서의 강 목사를 그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사무실 내 책상에서 이끼(사진)가 자란다. 4월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작가가 비무장지대(DMZ)의 이끼를 모판에 키운 작품을 전시한 것을 보고 나도 이끼를 키워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휩싸였다. 이끼가 어디에 살고 있을까. 무심코 지나쳤던 도심의 그늘진 보도블록에서, 숲 속의 바위에서, 개울가에서 살고 있던 이끼들이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조금씩 떼어낸 이끼를 사무실 컴퓨터 앞에 놓인 흰색 플라스틱 접시 위에 담았다. 이끼는 매일 아침 물만 주면 짙은 초록색으로 되살아난다. 사무실에서 난초를 키울 땐 늘 얼마 안 가 말라 죽곤 했는데, 이끼는 물만 주면 엄청난 생명력을 뿜어낸다. 골프장 그린처럼 부드럽고, 반짝반짝 빛나는 이끼. 고급스러운 에메랄드빛 융단 같은 이끼 옆에 오래된 고목과 차돌까지 주워 와 장식해 놓으니 마치 원시림을 축소해놓은 듯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신비로운 숲처럼. 내 책상 어디에선가 토토로가 튀어나오고, 고양이 버스가 지나가지 않을까?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종교도 과학보다 못한 가르침이라면 앞으로 도태될 것입니다. 불교계에서 밝은 지혜를 대중에게 전해주기 위한 선(禪) 수행자의 공부와 정진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 불교의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 온 수불 스님을 이달 15일 서울 종로구 안국선원에서 만났다. 그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에 대해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중이 더 떠나기 전에 끊임없이 공부하는 수행자 중심의 집단으로 불교와 조계종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그가 이끌고 있는 동국대 국제선센터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는 27∼28일 ‘세계 속의 선불교’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로버트 쇼 호주국립대 교수, 마크 블룸 미국 버클리대 교수, 라트네시 카툴칸 인도사회연구소 교수 등이 발표하고, 29일부터 6일 동안 강원 인제 백담사 선원에서는 수불 스님이 해외불교 학자 등 80명을 상대로 간화선 실참수행을 직접 지도한다. 수불 스님은 1989년 안국선원을 개원해 산사(山寺) 스님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간화선을 재가불자들도 할 수 있는 대중적 수행법으로 확산시켰다. 그는 “수행은 도시든 산속이든 가리지 않는다”며 “내 몸이 있는 곳이 수행처소”라고 말했다. 수불 스님은 특히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간화선 수행을 권했다. “불안함은 내 앞에 놓인 물리적인 벽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갇혀 있는 정신적인 벽이 얼마나 두껍고, 오래된 것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간화선 수행을 하면 ‘아, 이게 벽이었구나’ 하는 것을 비로소 깨닫죠. 마침내 그 벽이 한꺼번에 깨지는 순간 평생을 짊어진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아, 내가 살아 있구나’ 하는 생명이 요동치는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수불 스님은 최근 수년간 불교의 신도 수가 300만 명이나 줄어들고, 출가자도 급감한 데 대해 불교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 불교 가르침의 핵심인 간화선 수행은 인류정신문화의 정화로서 전 세계의 지식인들이 미래사회의 대안으로 요청해오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한국 불교는 내부의 부패와 물질적 탐욕으로 인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조계종은 10월 최고 행정수반을 뽑는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수불 스님은 현재 조계종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권력의 집중화”라고 지적했다. 조계종의 전통은 교구별로 분산된 존경받는 수행자들이 이끌어가는 것인데 권력이 지나치게 중앙종단에 집중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불 스님은 종단 개혁을 위해서 빛과 어둠을 한꺼번에 포용하는 ‘불교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는 어둠을 비춰서 밝아지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빛이 너무 밝으면 눈이 멀어버리죠. 생명이 손상되는 것은 지혜가 아닙니다. 지혜는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동시에 비추는 힘입니다. 한쪽을 죽이거나 생명을 해치지 않고서도, 크고 올바른 가치관을 눈뜨게 하는 힘이 거기서 나옵니다.” 수불 스님은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종단이 앞서서 사회와 소통하고 미래에 대한 지혜를 제시하며 리드해도 부족할 판인데, 스님들이 불교 안에만 갇혀 종권 다툼에만 몰두하느라 손가락질 받는 데서 위기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종헌이 개정이 안 된다면 기존 방식대로 총무원장을 간선제로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계종이 구태의연한 모습을 과감히 개혁하기 위해서는 선방 수행자들이 원하고 있는 직선제 종헌 개정 요구도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국내 포탈사이트가 신문 뉴스 등을 활용해 벌어들이든 수익이 1년에 약 3528억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15일 대전 유성구 한 호텔에서 한국신문협회(회장 이병규)가 개최한 창립 기념 발행인 세미나에서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 저작물의 기여도에 관한 계량적 분석’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안 교수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디지털 뉴스 소비 지수’를 통해 한국인의 디지털 뉴스 이용 형태를 분석한 결과 국내 온라인 이용자는 PC와 모바일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일주일에 272.53분 동안 뉴스에 접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털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의 약 40%는 뉴스 이용과 관련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는 약 3060억 원, 다음 카카오는 468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얻는 것으로 추산됐다. 안 교수는 “포털 사이트는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정확한 수익 구조나 매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합리적 협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신문업계 공동의 전략적 대응과 규제 기관의 적극적 개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신문협회 관계자는 “뉴스를 생산하는 핵심 주체인 신문사가 포털 사이트로부터 받는 전재 비용이 한 해 300억 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심각한 불공정 구도”라고 지적했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도 이날 ‘선진 외국의 신문 지원 정책의 현황과 시사점’이란 주제로 발표하며 “유럽의 신문 지원 정책은 신문을 시민민주주의를 위한 인프라를 되살리는 민주주의 진흥 정책으로 접근해 지원을 늘려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신문이 저널리즘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고 재원과 수익을 공평하게 나누도록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충북 음성에 있는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 ‘꽃동네’의 성직자와 봉사자들이 최근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신의 축복을 빌어주는 강복(降福)을 받아 화제다. 꽃동네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와 윤시몬 수녀 등 꽃동네 관계자들은 7일(현지 시간) 수요일마다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순례객들의 교황 알현시간에 단상에 초대돼 교황을 만났다. 특히 꽃동네 사람들은 이날 무게가 각각 12kg에 이르는 ‘교황 프란치스코 센터’와 ‘추기경 정진석 센터’의 머릿돌을 배낭에 메고 들고 가 강복을 받았다. 교황 프란치스코 센터는 2014년 교황의 방한 당시 꽃동네 방문을 기념해 강화도에 건축 중인 남북평화통일을 위한 기도의 집이다. 추기경 정진석 센터는 꽃동네 가족들과 길에서 죽은 무연고자들을 위한 묘원인 ‘꽃동네낙원’의 ‘봉안당’이다. 교황은 이날 “가난한 이들과 가까이 하는 꽃동네의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이미 한국과 로마, 필리핀에서 세 번이나 만나 잘 알고 있다”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2014년 8월 한국의 꽃동네를 방문했던 교황은 이듬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에도 꽃동네와 인연을 이어왔다. 2013년 태풍 ‘하이옌’이 강타해 폐허가 되다시피 한 필리핀 중부지역인 레이테섬 팔로시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복지시설을 건립했고, 꽃동네에 위탁 운영을 맡긴 것. 필리핀의 사회복지시설 프란치스코센터는 현재 꽃동네가 수도자들을 파견해 운영하고 있다. 앞서 1일에는 꽃동네의 성직자와 봉사자들은 로마의 노숙인 50여 명을 초대해 특별한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는 부채춤과 사물놀이가 공연되고, 식사 대접과 함께 신발을 노숙인들에게 선물했다. 오웅진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성령쇄신은 가난한 이들에게 가까이 가십시오, 가톨릭교회의 순례여정에 가난한 이들을 중심에 두라’고 하신 권고말씀에 따라 외국인들을 상대로 꽃동네가 그동안 해온 일과 영성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3일에는 로마 대전차 경기장이었던 치르코마시모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하는 가톨릭성령쇄신 50주년 전야제 기도행사에도 노숙인들은 첫 번째 줄에 앉도록 배려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꽃동네의 수도자와 청년봉사회원 등 총 30여 명이 참석했다. 로마에 유학 중인 꽃동네 수녀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으로 만든 로마 노숙인들을 위한 샤워장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봉사를 하고 있다. 윤시몬 수녀는 “행사에 참가한 로마의 노숙인들이 상처가 치유되는 체험을 했고, 노숙생활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날이었다고 고백했다”고 전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이종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회장(81)을 7일 서울 종로구 우당(友堂)기념관에서 만났다. 김대중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이었던 그는 요즘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 회장의 집안은 일제강점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대표적 명문가로 꼽힌다. 그의 할아버지인 우당 이회영 선생(1867∼1932)은 현재 가치로 600억 원 가까운 재산을 처분한 뒤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고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또 임시정부 법무총장, 재무총장을 지내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 선생(1869∼1953)이 작은할아버지다. 임시정부기념관은 상하이, 항저우, 충칭, 창사 등 중국에만 5곳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임시정부를 기리는 변변한 기념관 하나 없는 실정이다. 이 회장은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내 서대문구의회 부지에 임정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 ―임정기념관 추진의 경과는….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상하이 임정기념관 재개관식에 참석했을 때다. 김우전 전 광복회장(95)이 ‘서울에도 임정기념관이 세워지는 걸 보고 죽는 게 소원’이라는 뜻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내가 당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나 이야기했더니 ‘좋은 계획’이라며 동의했다. 국회에서 2016년 예산에 임정기념관 건립 조사·설계비 명목으로 10억 원이 배정됐다. 그런데 이후 국가보훈처에서 공사 발주를 하지 않아 아무런 진척이 되지 않았다. 보훈처는 지난해 10억 원 예산 중에서 2000만 원만 쓰고 9억8000만 원을 그냥 반납하더라. 또다시 국회를 설득해 2017년 10억 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그랬더니 보훈처에서는 ‘민간에서 추진하면 예산만 지원하겠다’고 했다. 올해 2월 서울시가 서대문구의회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나섰지만 2019년까지 완공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서대문 독립공원에 임정기념관” ―서대문 독립공원에 임정기념관을 짓는 의미는…. “서대문 독립공원 내 형무소에는 연간 10만 명의 관람객이 온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고문을 받았던 형무소를 둘러본 관람객들은 대부분 울적한 마음만 갖고 돌아가게 된다. 여기에 임정기념관이 들어서게 되면 관람객들이 ‘아, 이런 정부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투쟁했구나’ 하며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가 소중하게 키워 온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해보는 공간이 될 것이다.” ―3·1운동 100주년의 의미는 무엇인가. “1919년 기미독립선언은 국내 정신사적으로는 왕정을 청산하고 민주공화제가 자리 잡은 사건이었다. 1910년 국권피탈 후 독립운동이 시작됐지만 당시만 해도 왕정을 복고하려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1919년 고종 황제의 승하를 계기로 국민은 ‘왕정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 대신 민주공화제가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3·1운동과 임시정부의 관계는…. “기미독립선언서는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을 선언하노라’라고 밝히고 있다. 독립국이라면 정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서울에서 한성임시정부가 수립됐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대한국민의회(大韓國民議會) 임시정부,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졌다. 1919년 9월 각지의 임시정부가 상하이 임시정부로 완전히 통합됐다.” ―임정기념관을 세우는 원칙은…. “2015년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할 때 원칙을 정했다. ‘임시정부=김구’로만 생각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임정은 더 큰 것이다. 이승만 안창호 여운형 이시영 이동녕까지 다 임정이다. 솔직하게 DJ(김대중 대통령)의 잘못은 백범기념관을 먼저 지은 것이다. 임정기념관을 먼저 짓고 백범기념관을 짓든지, 임정기념관 내 백범 기념홀을 만들었어야 했다. 임정 초대 대통령이 이승만 박사 아닌가? 내가 이화장을 찾아가 이 박사의 양자인 이인수 씨를 만나서 함께하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요즘 “이승만과 백범을 화해시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임정을 기념하고 복원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화해와 통일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승만·김구 화해 추진” ―임정기념관 건립이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무엇이었나. “건국절 논란의 여파가 컸다. 건국절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앞세우는데 정작 이 전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승만 박사는 건국은 1948년이 아니라 1919년 임시정부 건립 때라고 확언했다. 이 박사는 1948년 제헌국회 개회사에서 ‘우리 정부는 기미년(1919년)에 서울에서 수립된 민국(民國) 임시정부를 29년 만에 부활시키는 것이며, 민국 연호는 기미년에서 기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1948년 9월에 발행된 관보 1호에 ‘대한민국 30년’으로 썼다. 이 박사는 대통령 취임 선서, 국무총리 임명안, 대법원장 임명승인안 같은 정부 문서에도 1948년 대신 ‘대한민국 30년’이라고 표기했다.” 이 회장은 “초대 부통령이었던 이시영 할아버지가 이 박사와 정면충돌하고 스스로 사임했기 때문에 우리 집안은 반(反)이승만적 분위기가 강했다”며 “그러나 알고 보니 국제법 박사였던 이 박사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굉장히 큰 포석을 해놨다”고 평가했다. ―임정기념관은 어떤 분들을 조명할 계획인가. “임정 당시에는 분단이 없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신익희 국회의장, 이범석 초대 국무총리, 안창호 여운형 이동녕 이시영 선생은 물론이고 납북당한 조소앙 선생, 월북했다가 숙청당한 의열단장 약산 김원봉 선생까지 임정에 참여한 모든 분들을 포괄한다.” ―북한에서는 임시정부를 어떻게 보는가. “북한에서는 1926년 김일성이 14세 때 만주에서 결성한 ‘타도 제국주의동맹’(ㅌ·ㄷ동맹)으로부터 사회주의 조선이 탄생했다고 본다. 김일성 이전의 어떤 독립운동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은 임시정부도 인정하지 않고 사설단체로 본다. 그런데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김용직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도 ‘임시정부는 민족운동 단체지, 정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엄청난 항의를 받고 사과했지만 그런 인식 자체가 문제다.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적통을 잇는 대한민국이 북한처럼 1948년에 건국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종북 행위나 다름없다.” ―2020년에는 동아일보도 창간 100주년을 맞는다. 3·1운동과 임시정부, 동아일보 창간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민족언론도 3·1운동의 여파로 탄생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3·1운동과 관련해 체포된 민족지도자는 총 45인이었다. 훗날 동아일보 사장을 했던 고하(古下) 송진우를 비롯해 인촌 김성수가 설립한 중앙학교 사람들이 3·1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도쿄에서 2·8독립선언 후 밀사로 파견된 송계백이 서울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이 중앙학교 교사 현상윤이었다. 이들은 중앙학교 교장 송진우, 최남선 등과 함께 중앙학교 숙직실에서 3·1운동의 거사를 계획했다. 그런데 독립선언서에 민족대표 이름은 종교인(천도교 15명, 개신교 16명, 불교 2명)의 이름을 넣기로 했다. 종교인들은 탄압을 해도 아무래도 조금 덜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33인이 감옥에 들어가면 45인 중 남은 사람들이 2차로 독립운동을 계속 밀고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제의 조사 결과 45인이 모두 체포돼 재판을 받았다.”“동아는 독립운동의 국내 거점” 이 회장은 1936년 상하이에서 출생했다. 그는 임시정부 산하 인성학교에서 한글을 배웠다. 그는 “아버지는 동아일보를 안 보면 입맛이 없어서 밥을 못 먹을 정도였다”며 “아버지는 이승만 정권 이후에도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던 동아일보를 늘 보셨다”고 말했다. ―임시정부 관계자들의 동아일보에 대한 기억은…. “동아일보는 해외로 나간 독립운동가들의 개인사를 돕는 국내의 거점 역할을 했다.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 작은할아버지가 임정에 계실 때 둘째 아들이 장가를 가게 됐다. 신부가 서울에 있었기 때문에 신랑만 입국시켜 결혼을 시켰다. 당시 송진우 동아일보 사장이 주례를 섰고, 동아일보에서 결혼 비용도 대주었다. 나중에 이시영 할아버지의 큰아들이 병을 얻어 귀국할 때도 동아일보에 편지를 썼다. 그 양반이 한문을 잘하니까 동아일보에서 교열부 기자로 취직시켜 주었다. ‘백범일지’에 보면 김구 선생의 모친도 1926년 상하이에서 귀국했을 때 고향 가는 여비가 떨어져 무작정 동아일보에 찾아갔는데 극진한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인촌 선생과 임시정부의 관계는…. “인촌 선생은 재산을 독립운동에 쓰신 분이다. 인촌이 임시정부 산하의 인성학교를 위해 자금을 지원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나도 인성학교에서 한글을 깨쳤다. 그러나 인촌은 독립운동가들에게 자금을 지원할 때 일경의 눈을 피하기 위해 근거를 남기지 않고 신중히 진행했다. 그래서 그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회장은 현재 우당장학회뿐 아니라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도 맡고 있다. 7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봉오동 전투 전승 97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6일 현충일 기념식에서 “항일의 의병부터 광복군까지 국권회복과 자주독립의 신념이 태극기에 새겨져 있다”고 말한 구절이 무척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미 군정하 군사영어학교와 국방경비대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1907년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된 뒤 일어난 항일의병이 독립군이 됐고, 독립군이 광복군이 됐고, 광복군이 국군으로 이어져야 우리가 강한 군대가 될 수 있습니다. 임정에서부터 이어지는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복원해야 합니다.” :: 이종찬은 ::△1936년 중국 상하이 출생△육군 소령 예편 △제11∼14대 국회의원(4선)△국가정보원장(김대중 정부)△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회장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국 개신교계의 큰 스승으로 꼽히는 여해(如海) 강원용 목사(1917∼2006·사진)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린다. 재단법인 여해와함께는 9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강원용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 여해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이날 행사는 ‘강원용 목사 평전 시리즈’ 출간 기념행사와 제1회 여해상 시상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강 목사는 광복과 분단, 전쟁과 가난, 혁명과 독재정권의 격변기에서 소외된 자를 보듬으며 살아갔다. 일제강점기인 1917년 10월 30일 함경남도 이원군에서 출생한 강 목사는 1931년 개신교에 입교했고 1935년 만주 북간도 용정중학교에서 윤동주 시인, 문익환 목사 등과 교우했다. 이 무렵 은진중학교 교사였던 김재준 목사를 만나 개신교 신앙에 눈을 떴다. 강 목사는 1945년 12월 김 목사와 함께 야고보교회(경동교회)를 설립했다. 복음의 실천과 행동을 중시한 그는 현대사의 격동기를 보내며 교회연합과 일치 운동, 종교 간 화해와 민주화 운동 등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여해상 운영위원회는 “여해상은 강 목사가 이 땅에 구현하고자 했던 인간화와 평화의 가치를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나 기관에 수여하는 상”이라고 밝혔다. 제1회 여해상 본상 수상자는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이사장 이부영)가 선정됐고, 특별상은 노베르트 한스 클라인 목사와 한송죽 경동교회 전도사가 받게 됐다. 운영위원회는 “몽양 여운형은 좌와 우의 갈등을 넘어 민족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며 “몽양의 사상을 계승 발전하는 일에 힘쓰고 있는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를 제1회 여해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독일 출신의 노베르트 한스 클라인 목사는 한국의 민주화를 이끈 크리스챤아카데미 설립 과정에 물심양면으로 공헌한 점을, 한송죽 전도사는 그리스도교 복음 전파에 일생을 헌신한 점을 선정 사유로 꼽았다. 이번 문화제에는 ‘강원용 인간화의 길 평화의 길’(박명림, 장훈각), ‘여해 강원용 목사 평전’(박근원), ‘강원용과 한국방송’(이경자 외 3인), ‘여해 강원용 아카이브 북’(강영숙) 등 평전 시리즈 저자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했다. 또한 강 목사가 시무했던 서울 중구 경동교회에서는 올해 12월까지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종교개혁 500주년 강원용 목사 탄신 100주년 기념 평신도 포럼’이 개최된다. 여해와함께 관계자는 “이번 문화제는 강 목사가 남긴 인간화와 평화의 메시지와 유산을 오늘의 시점에서 재점검하고 평가하며 미래 세대와 어떻게 공명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해볼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세계교회협의회(WCC) 올라브 퓍세 트베이트(56) 총무는 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북한과 언제나 새로운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트베이트 총무와 피터 프루브(54) 국제교회국 국장 등 WCC 대표단은 지난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평화 문제 등을 주제로 4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면담에는 장상 WCC 아시아 의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인 조성암 주교, NCCK 총무 김영주 목사, NCCK 국제협력국장 신승민 목사 등이 함께했다. 트베이트 총무는 앞서 31일 국내 교계 인사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바로 지금이 한반도 통일 로드맵을 시작할 수 있는 최적기란 확신이 들었다”며 “한반도 통일을 위해 1980년대 초반부터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한국교회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 온 WCC가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트베이트 총무는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며 “다만 한반도의 긴장과 갈등이 군사적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에 문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트베이트 총무는 “문 대통령이 취임 한 달도 안돼 대표단을 맞아주신 것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WCC의 노력을 높이 평가해주신 덕분”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화인권통일운동에 기여한 WCC의 노력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전했다. 면담에 동석했던 프루브 국장도 “북한과 대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을 확인했다”면서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대화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남북 간 대화의 창을 열기 위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WCC는 교파교리와 관계없이 기독교 교회를 통일하고자 하는 세계적 에큐메니컬(교회 연합과 일치) 운동 단체다. 1948년 창설된 WCC는 한국 교회의 사회선교활동을 지원하고 북한 선교의 중재자 역할을 맡는 등 한국과 밀접한 연관을 맺어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파견한 교황청 특사인 김희중 대주교(70·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가 6박 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7일 귀국했다. 김 대주교는 공항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만남을 통해 한반도를 외교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교황청의 바람을 더욱 생생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바티칸 방문 기간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두 차례 만났다. 24일 교황의 일반알현 직후 연단에 올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고, 26일에는 교황 숙소인 산타마르타에서 함께 미사를 집전한 뒤 짧은 대화를 나눴다. 김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특사단의 의견을 메모로까지 남기며 한반도 평화와 새 정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김 대주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황을 알현하기에 앞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우리나라의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 대주교는 “교황께서 직접적인 중재보다는 남북이 대화 국면으로 돌아설 수 있도록 기도해주고 도와주시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기도해달라는 말에 모든 것이 함축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사단에 동행한 성염 전 바티칸대사는 “북한은 바티칸과 수교하고 있지 않다”는 한계를 전제한 뒤 “정신적 지도자로서 영향을 미쳐주길 바란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대주교는 친서를 통해 교황에게 남북정상회담 중재 요청이 들어갔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 정상들이 직접 만난다면 훨씬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란 이야기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했던 적이 있다”며 “이런 부분들이 와전된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미국의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23·사진)가 영국 맨체스터에서 발생한 콘서트 테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자선콘서트를 열겠다고 밝혔다. 맨체스터 테러는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과 카페 테러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파리 특파원으로 현장 취재를 했을 때 길거리에 흥건한 핏자국과 도망치던 시민들의 붉은 신발 자국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 충격이었다. 장소는 영국과 프랑스였지만 테러범이 노린 것은 미국의 팝음악 콘서트장이었다. 시리아 락까에서 음악을 금지한 이슬람국가(IS)는 “매춘과 악마의 음악을 즐기는 이교도에 대한 응징”이라며 문화가 테러의 목표임을 밝혔다. 그러나 테러를 이기는 방법은 평소와 똑같이 일상의 문화를 즐기는 것이었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때에도 프랑스 지상파 TV는 예능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송했다. 미국의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테러 후 1주년에 참가자와 관람객이 두 배로 늘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테러의 공포가 커질수록 우리는 더 사랑하고 더 크게 노래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국제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단법인 하얀코끼리(이사장 영담 스님)는 17∼22일 미얀마를 방문해 빈민층을 위한 옷과 의료지원비를 전달했다. 이번 방문은 미얀마 시타구 재단의 대표 시타구 사야도기 스님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영담 스님은 3억3700만 원 상당의 의류 400박스와 의료지원비 2만 달러를 재단에 기부했다. 의류는 미얀마 친 주에 있는 17개 학교에 다니는 1300여 명의 학생을 위한 것이다. 의료지원비는 약 1000명의 안과 환자들을 위한 치료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하얀코끼리에 따르면 특히 환자 66명이 이번 안과 치료를 통해 시력을 회복한다. 영담 스님은 전달식에서 “지속적인 손길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고 배울 수 있도록 학교 시설 개보수와 놀이터 건립을 위한 지원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달 초 부천 석왕사에서 전시회를 연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대부 민코나잉 부부는 22일 영담 스님과 함께 미얀마 양곤 북쪽에 있는 만킨 보육원 학교를 방문해 신생아 분유와 숙소 보수를 위해 6000달러를 기부했다. 이 보육원은 부모에게서 버려졌거나 정신적 질환이 있는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시설이다. 하얀코끼리는 2003년부터 미얀마 누포 난민촌과 태국-미얀마 국경지대 매솟 지역의 어린이 교육시설을 짓는 등 구호 사업을 펼쳐왔다. 올 하반기에는 양곤 근처의 탄린, 판찬콩, 슈웨구지 등 세 학교의 시설 개보수를 위해 10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역대 정부에서 여러 차례 추진돼 온 종교인 과세가 새 정권 출범 직후 뒤집힐 가능성이 커져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법대로라면 2018년 1월 1일부터 종교인에 대해 과세가 시작되지만,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도입 유예 방침을 밝히면서 과세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개세(皆稅)주의 원칙에 따라 추진된 정책을 종교계 등 일각의 반발만을 의식해 철회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익집단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때마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정책을 포기하면 정책 추진 동력은 갈수록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종교인 과세, ‘실세 의원’ 한마디에 뒤집힐 판 국정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하면) 불 보듯이 각종 갈등과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종교인 과세 법안이 종교계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과세를 2020년으로 2년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만들어 현재 의원 서명을 받고 있다. 여당의 실세 의원인 김 위원장이 과세 유예 방침을 분명히 밝히면서 새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원안대로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종교인 과세는 50여 년 전부터 정부에 의해 추진됐다가 종교계 반발 등으로 철회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은 “목사, 신부 등 성직자에게 갑종 근로소득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과세 의사를 밝혔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종교인 과세 논의는 2000년대 들어 다시 불붙었다. 2012년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 개개인이 세금 부과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과세 의지를 밝혔다. 기재부는 이듬해 다시 종교인 과세를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종교계 반발로 처리가 무산됐다. 이후 2015년 12월 종교인의 개인소득에 6∼38% 세율로 세금을 물리는 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처리되며 약 50년 만에 종교인 과세가 현실화되는 듯했다. 이 개정안은 당시 일반 국민과 정책 전문가 등이 평가한 ‘2015년 기재부 최고의 정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새 정부 역시 원안대로 과세를 추진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증세를 통한 복지재원 마련보다는 비과세·감면 제도 손질과 세원 확대 등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 역시 지명 직후인 21일 “조세감면 혜택을 다시 들여다보고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한다든지 세정 측면에서 실효세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먼저”라며 비슷한 의사를 밝혔다.○ “국정 동력 약화될 우려” 하지만 여당 핵심 의원이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과세 방침을 뒤집으면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공평 과세 원칙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2014년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면서 연 100억 원가량의 세수 증대 효과를 기대했지만 이 역시 실현할 수 없게 됐다. 당시 기재부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종교인 23만 명 가운데 20% 정도인 4만6000명이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 당국이 종교인 과세를 반복해서 추진한 것은 세수 확보는 물론 국민개세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서였다”며 “과세가 2년 뒤로 또 미뤄질 경우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종교계 내부에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천주교는 1994년부터 성직자들의 성무활동비와 생활비, 수당, 휴가비 등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도 종교인 납세에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은 “법적 강제성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해야 하며, 종교인 과세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종교인 과세를 법제화하면 종교활동을 근로행위와 동일시하게 된다”며 “종교활동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강제하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장로교에서는 기독교장로회(기장)가 처음으로 2015년 9월 총회에서 종교인 납세 찬성 입장을 공식화했다.세종=천호성 thousand@donga.com / 전승훈·황형준 기자}

“의석이 한 석도 없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과반 의석이 없는) 문재인 대통령은 적극적인 소통이 없이는 어떤 개혁도 불가능합니다. 프랑스건 한국이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7)가 23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비슷하면서도 차별점이 있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포퓰리즘은 인종차별주의, 외국인에 대한 혐오, 낡은 정치에 대한 환멸과 반동에서 나온 것입니다. 반면 한국에서의 정권 교체는 국민이 의지를 모아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려 한 열망의 표시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앞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이메일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40세의 중도파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데 대해 “극우 포퓰리즘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이러한 투표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젊은 데다 어느 정당에도 당적이 없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르 클레지오는 “‘나를 반대할지라도 재능 있는 사람은 제거할 것이 아니라 타협해서 내 편을 만들 것’이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방침은 문 대통령도 참고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정치로 부를 축적하지 않고, 진실한 민주주의와 균형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이라며 “군사적 위협이 존재하는 매우 혼란스러운 시대에 한국을 잘 이끌어 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겨울 한국을 방문해 광화문 촛불집회를 목격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침묵 속에 잔잔한 빛을 통해, 무언가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의지를 보여주었다”며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통합에 성공한 것은 세계 정치사에 기록될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인도양의 모리셔스에서 태어난 르 클레지오는 지난해 “르펜이 당선된다면 프랑스 여권을 반납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영국과 미국을 넘어 유럽 대륙을 휩쓸던 포퓰리즘의 바람을 프랑스가 멈추게 한 것은 ‘지성의 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의 경험은 포퓰리즘이라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백신”이라며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배타적 민족주의의 사도들이 초래한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르 클레지오는 2007년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지내는 등 대표적인 지한파 작가로 꼽힌다. 그는 8월경 서울을 배경으로 한 중편소설 ‘하늘 아래 빛나(Bitna sous le Ciel)’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신촌, 여의도, 잠실 등 서울의 동네에서 박스를 줍는 할머니, 허름한 점집, 휴대전화 수리점에서 일하는 서민들의 이야기”라며 “서울에 전해오는 귀신, 선녀, 용 이야기 등 신화와 전설, 상상력이 담긴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파리에 가면 늘 고정되고, 변화가 없어 마치 왕정과 고전주의 시대의 시간이 그대로 흐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반면 서울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사는 데다 엄청난 속도로 변화가 일어납니다. 매일 새로운 신화와 판타지가 생기죠.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은 파리보다 서울입니다.” 그는 한강 김애란 등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 대해 “일제와 6·25전쟁을 겪은 선배들과는 다르게 ‘한(恨)’과 복수심에서 벗어난 듯하다”며 “소통의 부재, 사회적 소속감의 상실, 윤리적 경제적 위기 등 현대 세계의 보편적 자기 성찰이 담긴 문학”이라고 평가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리더는 글을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글을 못 쓴다는 것은 국정의 향방을 결정할 자신의 시각과 견해, 관점이 정리가 안 돼 있다는 뜻이죠.”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8년간 대통령 연설을 담당했던 강원국 전 대통령연설비서관(55). 그는 2014년 초 김대중(DJ),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쓰기를 회고한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를 펴냈다. 그런데 이 책은 지난해 말 최순실 비선 실세 파문을 계기로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출간 3년 만에 10만 부를 넘겼다. 그와 17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리더는 글을 쓸 줄 알아야”―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보고 느낀 소감은…. “취임사를 읽어 보니 노무현 스타일이 짙게 배어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담백하고 소탈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연설을 좋아했다. 보통 취임사는 전직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보여 주려고 하는데,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계승한다는 의미를 더 앞세운 것 같다.” ―두 번째인 5·18 기념식 연설은 어땠나. “본격적인 ‘문재인 스타일’이 시작된 듯했다.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받았던 것은 (5.18 당시 구속됐던) 문 대통령이 제3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감정이입이 된 연설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문 대통령이 광주시민들에게 ‘당신들이 먼저 국민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고, 정의로운 국민 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말한 것이다. 피해자인 광주시민들이 먼저 용서해 달라는 것은 매우 어려운 말이다. 통합이란 사실 거기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리더로서 그걸 용기 있게 말한 것이 감동적이었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연설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가. “문 대통령의 연설은 노 전 대통령보다 강렬함은 좀 빼고, 감성을 더했다. 5·18 기념사에서 희생자 네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유가족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사람이 먼저다’란 슬로건을 떠올리게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살가운 말이나 행동은 체질적으로 쑥스러워했다. ‘악수하고 다닌다고 개혁이 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정책을 만들고,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사람이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DJ의 균형감, 노 전 대통령의 소탈함에 자신만의 감성을 더했다.” 강 전 비서관은 “DJ는 연설문 초안을 받으면 검은색, 빨간색 펜으로 빼곡하게 수정해서 보냈다. 너무 고칠 것이 많을 경우에는 아예 녹음을 해서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설을 쓰면서 직접적인 DJ와의 대면은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아예 연설비서관은 비서동이 아닌 본관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그는 “비서실장도 통하지 않고 노 전 대통령과 늘 독대하면서 글을 다듬었다”고 말했다. ―DJ와 노 전 대통령은 연설을 어떻게 준비했는가. “DJ는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연설에 담았고,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방점을 두었다. DJ는 ‘지도자는 반 보만 앞서가야 한다’는 철학이 있는 분이다. 연설문을 만들기 전에 각 부처를 통해 늘 여론 수렴을 먼저 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여론 수렴을 하지는 않았다. ‘리더는 어젠다를 던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연설비서관을 불러 연설 내용을 직접 구술해 주었다. 이를 토대로 연설문 초안을 만들면 컴퓨터 화면에 띄워 놓고 대통령과 함께 수차례 수정하는 작업을 벌였다.”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도 연설문 작업에 참여했는가. “비서실장은 연설문이 다 완성된 후 독회 과정에야 참여했다. 독회에는 청와대 수석, 관련 장관들이 참여한다. 주로 ‘신문의 제목이 뭐라고 뽑힐 것인가’ ‘빠진 내용은 없나’ ‘사실관계 오류는 없나’ 정도를 점검한다.” 강 전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안중근 의사의 순국 장소를 뤼순 감옥이 아닌 하얼빈 감옥으로 잘못 쓴 오류는 정상적인 독회 절차를 거쳤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종 단계에서 부속실에서 수정돼 나오면 대통령이 손댄 것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게 취미’라는 말이 사실로 밝혀졌을 때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다. “대통령의 말은 권력 그 자체다. 대통령의 말에 손을 댔다는 것은 누군가가 대신해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보통 대통령 연설문을 쓸 때면 각 부처에서 수많은 민원이 들어온다. 제발 이 문구 한 줄만 연설문에 넣어 달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기획예산처에서 예산도 따고, 뭐든 다 할 수 있다. 최순실의 연설문 고치기는 뽑히지 않은 권력이 국정을 농단한 증거였기 때문에 실망감이 더욱 컸다.”“양정철은 전리품 잔치 막는 논개” ―문 대통령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인가. “평생 변론문을 직접 써온 사람이다. 변호사들은 말과 글을 다루는 직업이다. 변론문을 누가 대신 써 줄 수도 없다.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 때도 자기 글은 직접 꼼꼼히 고쳤다. 청와대에서 매년 대통령 연설문집을 내는데 비서실장의 인사말이 들어간다. 솔직히 비서실장의 인사말을 누가 읽겠는가. 그런데도 비서실에서 초안을 만들어 드리면 그대로 나가는 법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아무리 사소한 글이라도 자기 이름으로 나가는 글은 앉아서 꼼꼼히 고쳤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란 말은 귀에 쏙 들어오는 명문이다. 이를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같은 식으로 썼다면 식상했을 것이다. 메시지는 간결해야 한다. 문장은 단문으로 쪼개야 한다. 꾸밈말은 줄여야 한다.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볼테르)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취임사 준비위원회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기억은…. “노 전 대통령이 취임사를 위해 구술해준 내용은 20∼30시간 분량이었다. 이를 15분 분량의 취임사로 만들어 내야 했다. 조기숙 전 홍보수석, 김호기 교수를 비롯해 6, 7명이 각기 다른 버전으로 취임사를 썼는데도 대통령에게 OK 사인이 나지 않았다. 결국 취임식 이틀을 앞두고 당선인 대변인이었던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게 취임사를 손보게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취임사를 극찬하며 토씨 하나 고치지 않았다. 이 후보자의 글에 대한 완벽주의는 전남도지사 시절 공무원들에게도 유명하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열흘을 어떻게 보았나. “참여정부의 아쉬웠던 점을 제대로 ‘복기(復棋)’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요즘 뉴스를 보면 다들 이렇게 생각한다. 봐, 저렇게 하면 되잖아. 왜 그동안은 그렇게 안 했지? 그동안 국민이 불만을 갖고 있던 것들, 답답해했던 것들을 절묘하게 탁탁 건드려 준다. DJ는 항상 ‘선비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소탈함과 결기를 물려받았으면서도 DJ의 균형감도 갖춘 것 같다.” ―양정철 이호철 등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공직을 맡지 않고 떠난 이유는…. “단지 패권주의 우려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 전 비서관이 선거캠프에서 논공행상을 바라는 사람들을 논개처럼 모두 껴안고 들어가는 효과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유력 주자였기 때문에 선거캠프 참여 인력이 매머드급이었다. 자칫 논공행상으로 전리품을 나눠주다가 다 망가진다. 그가 떠난 것은 함부로 숟가락 얹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경계다.” “사이다 연설이 최선은 아냐” ―지난 대선 캠페인 때 가장 연설을 잘한 후보는 누구인가. “누구나 심상정 후보를 꼽는다. 논리가 확실하고 메시지도 선명했다. 그러나 그분은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서 ‘사이다 발언’을 할 수 있었다. 홍준표 후보가 ‘코카콜라 발언’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 진영만 보고 이야기했다. 문재인 후보는 상대 진영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애매하고, 답답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다. 전략적 연설은 누구한테는 몇 점 따고, 누구에겐 몇 점 잃고 하는 것을 종합 계산해서 최적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TV토론에서 추락한 이유는…. “의대 출신인 안 후보는 기업경영과 정계에 뛰어들면서 뒤늦게 인문학 공부도 많이 하고 토론도 많이 했다. 그러나 TV토론에서 결정적인 국면이 되니까 한계가 드러났다. 이과 출신의 한계로 보였다. 학습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 향후 극복하리라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명연설가인가. “트럼프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은 매우 심플하다. 나와 내 편이 얻게 되는 이익만 강조하는 것이다. 이익 앞에서는 세계 평화니 동맹국도 필요 없다.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국정은 이익만 따지는 장사가 아니다. 현재의 실리를 위해 전 세계에서 존경받아 온 미국의 가치를 잃어버린다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대통령의 명연설이 나오지 않는가. “서구에서는 별 내용이 없어도 박수쳐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연설이 나오면 잘근잘근 씹어서 묵사발을 만든다. 명연설은 대통령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왜 유머감각이 없는가. 웃어줘야 유머를 한다. 좌우로 분열된 적대적인 분위기에서는 명연설도, 성공한 대통령도 나올 수 없다. 미래를 위해 대립의 정치에서 협치로 바뀌어야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조준희 YTN 사장이 19일 전격 사퇴했다. IBK기업은행장 출신인 조 사장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임기를 10개월여 남겨놓은 상태였다. 조 사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비록 임기가 남았지만 조금 일찍 비켜서는 것이 YTN을 변화의 중심으로 추동해 화합 속에 희망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