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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9일 결국 사임하면서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외교가에서 나왔다. 앞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는 가운데 호주로 부임한 이 대사는 논란이 확산되자 방산 재외공관장 회의를 이유로 21일 급히 귀국했다. 이때 외교가에선 이 회의를 두고 정부가 급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 때문이 아닌, 정상적 업무 수행차 이 대사가 귀국한다는 명분을 만들고자 급조한 회의란 것. 실제 이 회의는 이 대사 귀국 하루 전(20일)에야 일정이 최종 확정됐다고 한다. 이 대사는 급조 회의 논란을 의식한 듯 귀국 직후 외교부·국방부 장관 등을 잇따라 면담했다. 28일에는 자신을 포함해 방산 관련 주요 6개국 대사가 소환된 공관장 회의에도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이 회의에 앞서 방산업체들로부터 수출 지원 건의사항 등도 급하게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사가 돌연 사퇴하면서 이러한 일정들의 의미는 크게 퇴색됐다. 외교 소식통은 “이 대사를 위해 다른 공관장들까지 귀국시킨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 대사 없이 방산 일정들이 이어져도 이미 힘은 쭉 빠졌다”고 지적했다. 25일 만에 주요국 대사가 이례적으로 사퇴한 자체가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사는 앞서 호주로 출국한 지 11일 만에 귀국한 바 있다. 호주에 신임장 사본만 제정(제출)했을 뿐 공식 업무를 거의 하지 못한 채 귀국한 것. 이때문에 대사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이 당시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돌연 사퇴 소식까지 전하게 돼 호주 입장에선 불편하게 받아들일 거란 우려가 정부 내에서 나왔다. 정부 소식통은 “논란이 된 인사를 호주로 무리해서 보낸 데다 그 인사가 한국에서 사퇴까지 했으니 호주에는 두 번 결례를 범한 꼴”이라고 지적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인 21일 귀국했던 이 대사가 귀국 후 8일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 대사 측은 이날 “외교부 장관께 사의를 표명하였음을 알려드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사 측 변호인에 따르면 이 대사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다”며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덧붙였다.이 대사는 귀국한 21일 당일 국방부 장관을 만났고,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 장관, 25일 방위사업청장과 면담하는 등 기관장 면담 일정을 주로 이어왔다. 또 28일에는 방산 공관장 전체회의를 가졌지만 이 대사 체류를 위한 ‘급조된 회의’란 지적이 나왔다.이 대사는 공수처가 출국금지를 했음에도 호주 대사로 부임해 논란이 됐다. 이날 전격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총선을 눈앞에 두고 이번 논란이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 등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러시아 정보당국 수장인 세르게이 나리시킨 대외정보국(SVR) 국장(사진)이 평양을 전격 방문했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가운데, 러시아의 핵심 정보 당국자까지 이번에 방북한 것.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대거 제공 중인 가운데,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나리시킨 국장이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나 전투기 개량 등과 관련해 협력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태양절)인 다음 달 15일을 전후해 4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적대 세력 정탐 모략 책동 대처” 28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나리시킨 국장은 25∼27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 국가보위상 리창대와 회담했고, SVR 대표단과 국가보위성 간부들 간 실무 회담도 이뤄졌다. SVR은 러시아 대통령 직속의 해외 첩보기관이고, 국가보위성은 북한의 공안·첩보기관이다. SVR은 연방보안국(FSB)과 함께 러시아의 양대 정보기관으로,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통신은 북-러 정보 수장이 이번 회담을 통해 “적대 세력들의 가증되는 정탐 모략 책동에 대처하여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들을 폭넓고 진지하게 토의했다”고 주장했다. 또 “시종 동지적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회담들에선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완전한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도 했다. 북한이 나리시킨 국장의 방문을 공개한 건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통상 정보당국 수장의 방문은 공개하지 않는 게 관례지만 최근 양국 간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기 위해 나리시킨 국장이 평양을 떠난 지 하루 만에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리시킨 국장은 이번 방북에서 우크라이나 정세를 교환하고 양국 군사협력을 한 단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이 곧 4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와 관련한 협력을 약속했을 가능성도 크다. 우리 당국은 러시아가 이미 북한에 정찰위성 발사 관련 기술적 지원을 해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북한이 정찰위성을 탑재해 발사할 로켓 동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서해 동창리 발사장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 등을 최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미 방북을 약속한 만큼 나리시킨 국장이 이번에 푸틴 대통령 방북 관련 메시지를 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경제대표단이 27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이 밝히는 등 북-러는 최근 각급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 韓에 “패트리엇 미사일 지원” 요구 이런 가운데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우리 정부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살상무기인 포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게 전략적 안보 이익이라고 주장한 것. 쿨레바 장관은 27일(현지 시간) 온라인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체계와 관련해 요격 미사일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한다”며 “이는 본질적으로 매우 인도주의적인 원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아는 한 한국은 패트리엇 방공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패트리엇은 미사일을 격추하고 미사일을 제외한 아무도 파괴하지 않는 비살상무기”라고도 했다. 쿨레바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면 한국의 안보도 불리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성공하면 결국 세계적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다”라며 “내 생각에 이는 북한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며 최고의 안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것(패트리엇 미사일 지원)은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는 치명적인 탄도미사일로부터 아이와 가족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정상 간 만남은 조심스럽다. 일정, 의제 등이 웬만큼 조율돼도 섣불리 공개하지 않는다. 의전 업무에 잔뼈가 굵은 외교 당국자는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취소되지 않을 수준으로 조율돼야 일정을 알리는 게 정상회담”이라고 했다. 요즘 이런 상식에 역주행하는 관계가 있다. 북한과 일본이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지난달 담화를 내고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달 25일엔 한술 더 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김정은에게 만남을 제안했다고 돌연 공개했다. 그러더니 바로 다음 날 “조일(북-일) 수뇌 회담은 우리에게 있어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하루 만에 또 말을 바꿨다. 정상 간 기류가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북 치고 장구 치는 김여정의 ‘현황 중계’를 지켜보는 일본 입장에선 불쾌하고 불편할 법하다. 그런데 반응이 묘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구체적으로 (정상회담 관련)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띄우더니 김여정의 25일 기습 담화에는 “북한과 모든 현안을 해결하려면 정상회담이 중요하다”며 오히려 결을 맞췄다. 정상회담 준비 프로세스는 동맹끼리도 어렵고 조심스럽다. 서로 좋아할 구석이 별로 없는 북한과 일본은 왜 요즘 공개 ‘밀당’ 중일까. 일본이 회담의 끈을 붙들고 있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9월에 임기가 끝나는 기시다 총리에겐 몇 안 되는 지지율 반전 카드 중 하나가 김정은과의 협상 테이블이다. 정부 소식통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북한이 납북자 문제에 성의를 보인다면 20%대 지지율 수렁에 빠진 기시다에겐 대박 카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공개 거론하는 이유는 다층적이다. 우선 물밑 교섭 사실을 주도적으로 공개해 일본을 흔들어 보겠다는 심산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한미일 중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일본을 흔들면 한미일 3각 고리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하는 듯하다. 외교 당국자는 “기시다가 대화를 구걸하는 것처럼 노출해 선전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국제적 외교 고립을 탈피하려는 속셈도 북한에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접촉하기 위한 통로로 활용하고자 일본을 떠보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당장 북-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결정적으로 일본인 납치 문제를 두고 입장 차가 여전하다. 북한은 회담 전제 조건으로 “납치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고 거듭 밝혔지만 일본은 이 의제를 올리지 않으면 회담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김여정이 26일 돌연 회담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양측의 이러한 간극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북-일 정상회담이 옆집들 얘기라고 손 놓고 있을 건 아니다. 당장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고 먼 산을 바라볼 때도 아니다. 양측의 절실한 필요가 맞아떨어지면 기류가 급진전될 수 있는 게 또 정상회담이다. 넋 놓고 있다가 패싱당하지 않으려면 북-일 기류부터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북-일 대화 움직임이 있다면 북한의 속내를 파악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한미일 정보 공조 수준을 높여 김정은의 수작에 일본이 말려들지 않도록 살피고 조언하는 것도 중요하다.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군이 2026년부터 10여 기의 소형 정찰위성을 발사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킬체인(Kill Chain·선제타격)의 ‘눈’이자 핵심 전력인 중대형 군사정찰위성 5기를 배치하는 ‘425사업’이 끝난 직후 추가로 소형 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것. 중대형에 이어 소형까지 모두 실전 배치되면 정찰위성을 활용한 우리 군의 대북 정밀감시 주기는 1시간 이내로 단축될 전망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 징후를 더 자주 촘촘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만큼 대북 킬체인 역량도 크게 업그레이드된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군은 2025년 상반기까지 425사업을 완료하고, 그 이듬해(2026년)부터 곧바로 소형 정찰위성 발사에 나선다. 2028년까지 최소 10여 기, 최대 20기 미만의 소형 정찰위성(500kg 미만)을 지구 저궤도(고도 500km 안팎)에 순차적으로 올린다는 것. 군이 현재 추진 중인 425사업은 800kg∼1t 규모의 중대형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12월 이미 1호기를 발사해 최근 북한 평양 중심부 등을 정밀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군은 다음 달 초 2호기를 발사하는 등 2025년까지 총 5기를 쏴 올린다. 425사업의 중대형 정찰위성들은 모두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서 미 본토에서 발사된다. 위성이 크고 무거워 우리가 자체적으로 발사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소형 정찰위성의 경우 군이 2025년까지 개발을 끝내는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에 실려 우리 땅에서 발사된다. 군은 앞서 지난해 12월 4일 제주 인근 해상에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의 3차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현재 개발이 마무리 단계인 소형 정찰위성에는 고성능 영상레이더(SAR)가 장착된다. 영상레이더 위성은 레이더 전자파를 지상에 쏜 뒤 반사된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구현한다. 야간은 물론이고 악천후에도 구름과 안개를 뚫고 지상의 표적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소형 정찰위성에 장착되는 영상레이더의 해상도는 425사업의 중대형 영상레이더 위성과 동급인 30cm 수준(가로세로 30cm 크기 물체를 한 점으로 식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의 차량 종류와 인력의 움직임까지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인 것. 군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4∼2028 국방 중기계획’을 통해 2028년까지 100kg 미만의 대북 감시용 초소형 위성을 개발해 2030년까지 40여 기를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로 쏴 올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소형 정찰위성은 425사업(2023∼2025년)과 초소형 위성 체계 확보 사업(2028∼2030년) 사이 갭을 메우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중대형과 소형 정찰위성에 이어 초소형 위성들이 2030년까지 지구 저궤도에 촘촘히 배치되면 우리의 독자적인 대북 감시 역량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5일 밝혔다. 일본과 미국이 주일미군사령부 확대 등 미일안보조약 체결 이래 최대 규모의 동맹 업그레이드를 계획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 시간) 보도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 제안 사실을 전격 공개한 것. 북-일 물밑교섭 사실을 끄집어내 한미일 3국의 대북 공조를 흔들고 ‘통일봉남(通日封南)’ 전술로 한국을 위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김여정이 담화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알고 있다”며 “북한과 모든 현안을 해결하려면 정상회담이 중요하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상대가 있는 얘기”라며 “지금, 결정된 것은 없다”고도 했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최근에도 기시다 총리는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우리에게 전해왔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이 밝힌 ‘또 다른 경로’와 관련해 우리 정부 소식통은 “올해 초부터 일본 고위급에서 북한 측에 만나자는 의사를 몇 차례 타진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북-일이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수차례 실무 접촉에 나선 이후 올해 일본이 고위급에서 직접 접촉을 타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기시다 총리도 이날 “총리 직할 수준에서 북한에 대해 여러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일은 올해 들어 정상회담 가능성을 꾸준히 높여 왔다. 1월 김 위원장은 기시다 총리를 “각하”라고 부르며 일본 노토반도 대지진과 관련해 위로 전문을 보냈다. 지난달에는 김여정이 담화를 통해 일본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두고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일 협상 가능성을 강조해 한국이 대화에서 배제되고 있음을 위협하는 동시에 한미일 3국 공조를 이간질해 균열을 내는 갈라치기 포석이라고 봤다. “북한이 한미일 3각 관계를 깨려면 북-일 접촉이 필수이기 때문에 북한이 (접촉 등 사실을) 언론에 공개해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정진 일본 쓰다주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한은 결국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과 접촉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에 의지를 보이는 건 국내정치적인 이유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기시다는 하락한 지지율 회복 등이 상당히 시급한 상황”이라며 “국민적 관심사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인식되는 북-일 정상회담으로 만회해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일 정상회담이 실제 성사될진 불투명하다. 김여정은 이날 “일전에도 말했듯 조일(북-일)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 나가는 데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실제적인 정치적 결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지금처럼 우리의 주권적 권리행사에 간섭하려 들고 더 이상 해결할 것도, 알 재간도 없는 납치 문제에 의연 골몰한다면 총리의 구상은 인기 끌기에 불과하다는 평판을 피할수 없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은 북-일 정상회담의 목적이 납북자 문제 해결인데, 북한은 회담이 성사되려면 납북자 문제를 언급하지 말라는 전제 조건을 내건 것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러시아가 북한 전투기 개량을 일부 도와준 정황을 우리 정부 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러시아 기술자들이 북한에 체류하기 시작했는데 이들 중 일부가 관련 기술을 이전한 정황이 있다는 것. 특히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 공군 주력인 미그-29 개량에 도움을 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군사기술 이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사항이다. 5선 연임을 확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만간 평양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러 군사협력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북한 전투기의 기반은 러시아제로, 상당수가 노후화됐다. 북한의 조립 기술 등은 매우 열악해 이들을 제대로 운용하려면 러시아의 지원이 필수다. 특히 미그-29의 경우 북한 핵심 공군 전력임에도 부품 조달 등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북한 내 이 전투기를 조립하는 공장도 사실상 가동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급선무는 현재 있는 전투기부터 제대로 운용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북한에 ‘원포인트 업그레이드’ 지원을 해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2022년부터 러시아에 미그-29 현대화 요청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그-29는 러시아의 4세대 전투기다. 우리 군이 운용하는 F-15K, KF-16 등이 같은 세대다. 러시아는 현재 첨단 5세대 전투기인 수호이-57 등을 생산하고 있다.“北, 미그-29 조립공장 방치… 러에 2년 전부터 현대화 요청” 러, 北 주력 전투기 개량 지원 정황北에 포탄지원 요청한 때와 맞물려… “러, 대가로 첨단기술 대신 개량-수리”북한판 리퍼 등 北공군력 증강 속도… 유사시 한미안보에 큰 위협될 수도 러시아가 북한 전투기 개량에 일부 도움을 준 정황이 우리 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가속화된 양국 군사협력이 북한의 실질적인 공군력 증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북한의 주력 전투기인 미그-29 개량 등에 러시아가 도움을 줬다면 한미 연합방위 태세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사시 북한은 고도화한 핵·미사일 전력으로 우리 공군 시설들을 우선 공격한 뒤 자신들이 보유한 공군력을 집중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그동안 한미 공군력에 크게 열세로 평가된 북한 공군력이 업그레이드될 경우 한미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北, 2022년부터 미그-29 현대화 요청” 21일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러시아에 미그-29 성능 개량 등 현대화 요청을 2022년부터 꾸준히 해왔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기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북한에 포탄 등 무기 지원을 처음 요청한 시기와도 맞아떨어진다. 북한은 대북제재 장기화 등으로 공군 전력 노후화가 극심한 상황이다. 부품 및 항공유 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전투기 수리가 힘들고 전투기를 자주 띄울 형편도 안 된다는 것.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공군은 810여 대의 전투기를 보유해 우리 공군 전력보다 규모로는 2배 많다. 하지만 미그-19·21·23이나 수호이-25 등 구소련의 낡은 전투기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북한은 2022년 한미 연합훈련 대응 차원에서 전투기 100여 대를 동원한 대규모 항공 훈련을 실시했지만 훈련 도중 전투기가 추락했고, 일부 기종은 정상적으로 훈련을 마치지도 못했다. 특히 미그-29는 평양 상공 방어를 주로 담당하는 북한의 주력 전투기지만 개량, 보수가 시급한 상황이다. 미그-29는 우리 공군의 F-15K, KF-16 등과 같이 4세대 전투기로 분류되지만 1980년대 도입된 기계식 구형 레이더를 여전히 사용하는 등 실제 성능은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미그-29는 부품을 돌려 막는 식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미그-29 전투기 도입 과정에서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동에 전투기 조립 공장을 만들었지만 부품 조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가동 불가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조립 라인이 철거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대규모로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선 이에 대한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면 구형 전투기 개량 등을 도와주는 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할 수 있다. 러시아는 260여 대의 미그-29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보다 우수한 5세대 전투기를 주력으로 삼아 실제 운용 중인 미그-29는 70여 대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 소식통은 “첨단 전투기가 주력인 러시아 공군력을 감안하면 미그-29 성능 개량·수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추진잠수함 기술 등을 주는 것보단 훨씬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전했다.● 北, 공군력 현대화 속도 높일 듯 북한은 러시아의 지원을 바탕으로 전투기 성능 개량 및 자체 생산 등 공군력 현대화 속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북한은 북한판 글로벌호크 ‘새별-4형’과 북한판 리퍼 ‘새별-9형’을 공개하면서 감시 정찰과 무인기 등 공군력 강화 의지를 노골화했다. 2021년 국방발전전람회에선 2종의 신형 공대공 미사일을 선보였고, 평양 방어용 공군기지로 운용했던 순천 군사비행장의 활주로 확장 등 개·보수 공사도 사실상 마무리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러 정상회담 후 5세대 전투기 수호이-57 조립 공정 등을 참관하며 최첨단 전투기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게임 체인저’로 평가되는 첨단 전투기 도입·개발 등에 러시아가 적극 나서줄 가능성은 아직 적어 보인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러시아 당국이 간첩 혐의로 체포해 구금하고 있는 한국인 백모 씨는 러시아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현지 탈북민과 북한의 파견 노동자 탈북 등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씨가 올해 초 체포될 당시 그의 아내와 현지 상사(商社)의 지사장인 한국인 교민 A 씨도 체포됐다. 두 사람은 현재 풀려난 상태다. 우리 당국은 북한이 올해 초 러시아에 현지 탈북민 통제 강화 등을 요청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백 씨는 국내 한 사단법인(소외계층지원단체)의 블라디보스토크 지회 소속이다. 중국에서 선교사 활동을 하다 2020년 육로로 러시아에 넘어와 현지 북한 벌목공 등에게 의약품, 의류 등 생필품을 지원해 왔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백 씨가 현지에서 북한 노동자들에게 선교 활동을 하며 탈북민 구출 활동에도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백 씨는 2020년부터 연해주에 여행사를 세운 것으로 파악됐지만 실제 활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백 씨의 활동이 우리 당국과 관련 있을 가능성에 대해선 정부 소식통은 “그렇지 않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백 씨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한 후 소식통으로부터 러시아 국가 기밀을 입수했다”고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다만 “간첩 혐의”라는 러시아 측 주장과 달리 실제론 탈북민 지원 활동 등을 문제 삼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군사협력 등으로 밀착하는 양국 관계 속에 북한은 올해 초 러시아에 탈북민 단속 강화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문서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으로부터 백 씨 체포 사실을 통보받은 뒤 공관을 중심으로 영사 조력 등을 제공 중이다.“체포 선교사, 北벌목공 6명 탈출 도와”… 러, 北요청에 단속 강화 러, 한국인 선교사 이례적 체포中 추방된 뒤 2020년부터 러 활동… 北벌목공-식당 종업원 인도적 지원러매체 “작가 사칭해 기밀정보 받아… 외국 정보기관에 보내려해” 주장北, 러 당국에 직접 신고 가능성도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올해 초 체포돼 구금돼 있는 선교사 백모 씨는 국내의 한 사단법인(소외계층 지원단체) 소속으로 2020년부터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벌목공 등 파견 근로자와 탈북민들을 지원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지원단체로부터 의약품, 식료품 등 생필품을 제공받아 현지의 북한 노동자와 탈북민 등에게 전달한 것. 백 씨는 이러한 인도적 물품 지원 외에 탈북민 구출 등 활동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의 북한 벌목공 등 6명의 탈출도 도왔다고 한다. 러시아는 올해 초 북한 요청에 따라 특히 북한과 국경을 맞댄 연해주 지역의 탈북민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백 씨가 체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 씨를 구금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 관영매체인 타스통신은 12일(현지 시간) “백 씨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면서 소식통으로부터 국가 기밀 정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가 이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보낼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탈북민·파견 노동자 등에 인도 지원”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에서 선교사 활동을 하던 백 씨는 2020년부터 러시아로 넘어와 현지에 있는 북한 벌목공 노동자나 식당 종업원 등을 상대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왔다. 러시아 현지 소식통은 “중국 베이징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들이 2019년 무렵 중국에서 추방당한 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으로 대거 넘어왔는데 백 선교사도 그중 한 분”이라며 “탈북민과 북한의 파견 노동자, 식당 종업원 등을 가리지 않고 만나왔다”고 전했다. 백 씨는 현지에서 한인들과는 거의 교류하지 않았고 북한 근로자와 탈북민들만 주로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백 씨는 현지 한인회나 연해주선교사협의회 등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백 씨는 2020년부터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유한회사 ‘벨라 카멘’(흰 돌이라는 뜻)이란 여행사를 세운 뒤 운영해왔다. 이 회사의 지난해 재무제표에 따르면 회사 직원은 3명인데, 영업 손실액은 450만 루블(6500여만 원) 수준이었다. 탈북민 구출 업무를 해온 한 선교사는 “탈북민 구출 및 지원 업무를 하는 선교사들이 현지 체류 자격을 얻는 동시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행사 등의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北 당국이 백 씨 활동 신고 가능성도 백 씨가 체포됐을 당시 그의 부인과 현지 상사의 지사장인 한국인 교민 A 씨도 체포됐다가 풀려난 것으로 파악됐다. 백 씨와 마찬가지로 그의 부인도 간첩 혐의를 받았지만 러시아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벗고 풀려났다고 한다. A 씨도 체포 2주 만에 무혐의로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 당국이 한국인 선교사에 대해 추방 조치를 하지 않고 간첩 혐의로 체포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현지 소식통은 “백 씨가 누군가로부터 악의적인 모함을 당해 억울하게 잡힌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북-러는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등 관계가 긴밀해졌다. 우리 당국은 북한이 올해 초 탈북민 통제 강화 등을 러시아에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백 씨 활동과 관련해 러시아 당국에 직접 신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국경이 봉쇄돼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한국인과 접촉이 의심되는 북한 근로자를 꾸준히 보고해왔다”고 했다. 러시아에선 지난해 6월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식당인 고려관 부지배인 모자가 탈북을 시도한 이후로 러시아 내 탈북민들과 이들을 돕는 한국인 지원단체에 대한 당국의 경계가 더욱 삼엄해졌다고 한다. 외교가에선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 등을 늘려가자 러시아가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일종의 ‘인질 작전’을 펼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외교 갈등 국면에서 간첩 혐의로 외국인을 체포해 압박한 경우가 있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감시팀을 구성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상황실장을 맡은 김민석 의원이 지난달 국회 브리핑을 열고 한 말이다. 김 의원은 “과거 댓글·총풍·북풍 같은 선거공작에 대비하겠다”면서 “선거공작에 관련될 가능성이 있는 국정원 직원이 있다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공개 경고장까지 날렸다. 그동안 선거 개입 등 국정원의 정치 개입 논란은 잊을 때마다 반복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검사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맡았다가 상부 외압을 폭로하며 이름을 날리지 않았던가. 집권당이 아닌 민주당 입장에선 ‘국정원이 또’란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그에 따른 불안감 역시 이해된다. 다만 현 국회의 다수당이 정보기관을 노골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나선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민주당은 “국정원직원법 비밀엄수 조항을 지키겠다”고 전제를 달았지만 “국정원 선거 개입 제보를 수집·조사·고발하는 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파적 판단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당이 국정원 관련 제보를 받고 조사까지 직접 하겠단 얘기다. 위험한 발상이다. 정보기관인 국정원에 대한 감시·통제는 정치적 목적이나 해석이 개입돼선 안 되는 영역이다. 국회에 통제 장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보위원회가 있다. ‘국가정보업무에 대한 국회의 효율적인 통제’는 정보위 활동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굳이 민주당이 직접 완장을 찰 필요가 없고, 차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밝힌 감시팀 면면을 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팀장은 총선 영입 인재로 당에 발을 들인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이 맡는다. 최소 5명 이상으로 구성된 팀원 전원은 경력 25년 이상의 국정원 전직자라고 민주당은 소개했다. 국정원의 공금횡령 사건을 고발한 전 해외 공작관 등도 포함됐다고 한다. 정보요원이라도 퇴직 후 정치에 관여하는 걸 문제 삼을 순 없다. 다만 그 관여의 범위가 현재 국정원 업무와 직접 맞닿아 있다면 문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관여하는 주체가 전직 베테랑 국정원 직원으로, 현직과 줄이 닿을 만한 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국정원은 지난해 수개월 넘게 인사파동 내홍을 겪었다. 결국 원장까지 교체됐다. 그 상처는 여태 아물지 않았다. 올해부턴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돼 국정원 내부 사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런 가운데 전직 베테랑 선배들이 선거 개입 감시를 명목으로 으름장을 놓는 걸 바라보는 현직들의 심정은 착잡함을 넘어 참담할지 모른다. 이런 우려가 신경이 쓰였는지 김 의원은 “만반의 준비를 다 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당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에 허튼수작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국정원을 실시간으로 사찰하자는 게 아니라, ‘리스크 예방’ 차원에서 이런 팀을 만들었다고 선제적으로 알린 거란 의미다. 그렇다 해도 이미 공개적으로 ‘국정원 감시팀’ 존재 사실을 밝힌 이상 그 활동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혹시 조직에 불만이 있거나 정치적 욕심이 앞선 일부 정보요원이 허위, 과장 제보라도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그 검증은 누가 하고 책임은 누가 질지 민주당은 답해야 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 외무성 대표단이 몽골을 방문하기 위해 9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이 10일 보도했다. 몽골은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 중 하나로, 북한은 최근 중국, 러시아 등 전통적인 우방국은 물론이고 서방과 유엔에도 외교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북한과 64년간 긴밀한 우방 관계를 다져온 쿠바가 지난달 한국과 전격 수교하자 이에 자극받은 북한 당국이 우방국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9일 외무성 간부들과 북한 주재 몽골 임시대리대사는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박명호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전송했다. 몽골은 북한의 우방국 중 하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기간에도 평양 내 공관을 운영하며 관계를 유지해 왔다. 몽골은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통제 국면에 접어들자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북한 주재 대사의 신임장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번 대표단의 몽골 방문은 북한 노동자 파견 재개를 논의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 앞서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폐쇄하기 전까진 몽골에 꾸준히 노동자들을 파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외교적으로 ‘관계 다지기’에 나서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협력까지 강화하는 등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다지고 있다. 최근 서방과도 외교 활동을 재개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이 잇따라 포착됐다. 독일 외교부 대표단은 4년간 비어있던 공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최근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 주재 스웨덴대사 내정자도 북한을 찾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 외무성 대표단이 몽골을 방문하기 위해 9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이 10일 보도했다. 몽골은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 중 하나로, 북한은 최근 중국·러시아 등 전통적인 우방국은 물론 서방과 유엔에도 외교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북한과 64년간 긴밀한 우방관계를 다져온 쿠바가 지난달 한국과 전격 수교하자 이에 자극 받은 북한 당국이 우방국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9일 외무성 간부들과 북한 주재 몽골 임시대리대사는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박명호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전송했다. 몽골은 북한의 우방국 중 하나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기간에도 평양 내 공관을 운영하며 관계를 유지해왔다. 몽골은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통제 국면에 접어들자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북한 주재 대사의 신임장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번 대표단의 몽골 방문은 북한 노동자 파견 재개를 논의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 앞서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 폐쇄 전까진 몽골에 꾸준히 노동자들을 파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외교적으로 ‘관계 다지기’에 나서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협력까지 강화하는 등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다지고 있다. 최근 서방과도 외교 활동을 재개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이 잇따라 포착됐다. 독일 외무부 대표단은 4년간 비어있던 공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최근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 내정자도 북한을 찾았다. 평양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의 입국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북한의 외교 정상화 움직임이 꾸준히 감지되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이미 출국금지된 상황에서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실 검증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4일 이 전 장관은 대사로 임명됐지만 그가 이미 1월부터 출국금지된 사실이 6일 뒤늦게 알려졌다. 이어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이 전 장관은 이미 외교관 여권을 발급받았으며, 8일 출국 일정을 잡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는 공수처가 철회하기보다는 법무부가 해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출국금지업무 처리규칙상 출국금지는 △당사자의 이의 신청에 따른 출국금지심의위원회의 심사 △법무부 장관의 직권 해제 등으로 가능하다. 이 전 장관은 6일 법무부에 출국금지 관련 이의 신청을 냈다. 법무부는 7일 이와 관련해 내부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이날 저녁 “아직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지 관련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직업 외교관이 아니어서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는 특임공관장이다. 특임공관장의 경우 대통령실이 검증 프로세스의 핵심이다. 대통령실은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된 상황을 몰랐다고 설명하고 있어 검증 과정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특임공관장의 경우 임명 전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인사 검증에 나서고 외교부의 자격심사 대상에선 제외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 때문에 특임공관장 임명은 대통령의 판단과 대통령실의 검증에 따라 좌우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수처법상 대통령, 대통령비서실 공무원은 공수처 사무에 관한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지시·의견제시 등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면서 “출국금지 여부를 공수처에 (우리가) 확인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 전 장관이 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인 데다 주호주 대사로 임명하려면 해외 출국이 필요한 만큼 대통령실이 출국금지 여부 정도는 파악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호주 측에서 (이 대사 임명에 대해) 문제 또는 이의를 제기한 바는 없다”고 했다. 다만 호주 당국도 이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내줄 당시 출국금지 사실은 몰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추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공수처는 이날 이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4시간 동안 약식 조사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발생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채모 상병 순직 사고와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용서류 무효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도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가 출국금지 해제를 위한 ‘명분 쌓기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장관이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것을 겨냥해 “인사 검증 과정에서 출국금지 사실을 모를 수 없다”며 “대통령 본인이 해병대 장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의 몸통인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핵심 공범을 해외로 도피시키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일상 속에서 보훈 문화를 확산하는 ‘모두의 보훈’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다.”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근무자(MIU)를 예우하는 건 국가의 책무다. 많은 국민과 기업들이 이들에 대한 기부 의사를 밝혀왔다”며 “이런 뜻을 모으겠다”고 이같이 밝혔다. 강 장관은 “이를 위해 기부금을 보훈기금 내에서 별도 관리할 수 있도록 보훈기금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까지 이 법령 개정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국민과 기업의 기부금을 제복근무자 지원에 효과적으로 쓸 수 있도록 보훈기금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MIU 존중 문화를 위한 정책이 있는가. “제복근무자의 헌신에 걸맞게 예우를 강화해야 한다. 장기복무 경찰·소방관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한 법령이 최근 공포됐다. 군 복무기간을 호봉 산정 시 근무경력에 포함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등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강화해 나가려고 한다. 제복근무자분들이 전국 보훈병원 등에서 편리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범부처 제복근무자 통합의료체계’도 구축하려고 한다.” ―최근 대한민국이 쿠바와 수교했다. 쿠바 내 독립유공자 후손 등에게도 보훈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쿠바는 6·25전쟁 때 27만 달러를 지원한 물자지원국이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우리와 관계가 단절돼 쿠바 내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수교를 계기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쿠바 내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분은 43명이다. 여기서 34명의 후손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이분들 후손을 한 분이라도 더 찾아 예우하겠다. 해외 전문위원 운영 지역을 쿠바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쿠바 내 독립유공자 묘소 실태조사나 찾은 후손들에 대해선 영주귀국 지원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이달 26일이 안중근 의사 순국 114주기다. “안중근 의사 유해를 발굴하려면 유해 매장지를 특정할 명확한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일본, 중국에 자료 조사나 발굴 협조 등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내년이 광복 80주년인 만큼 보훈부는 끝까지 유해 발굴을 위해 노력하겠다. 독립운동사에서 절대적 영웅을 대한민국으로 모시는 그날까지 끝까지 멈추지 않겠다.” 지난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을 보훈부 산하 기관인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광주시가 북한 인민군·중공군의 군가를 작곡한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문제도 논란이 컸다.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은 어디로 가는 게 가장 적절한가. “국방부에서 보훈부에 공식적으로 흉상 이전을 요청한 적은 없다. 요청이 오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 다만 독립기념관으로만 한정하진 않고 여러 가지 대안을 논의해 볼 필요는 있다.” ―보훈부는 지난해 정율성 기념시설 철거를 권고했다. 법적 강제조치 방침도 밝혔는데 추가 조치 계획이 있나. “정율성은 독립유공자가 아니다. 우리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인물이다.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기념하고 기릴 인물이 아닌 건 명백하다. 다만 지난해 10월 보훈부 권고 이후 광주시가 해당 사업을 대폭 축소·폐지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법적 강제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진 않다.” ―민주화운동 공헌자를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어떤 사건을 민주유공사건으로 인정할 것인지 기준이나 범위가 이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다.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 있어야 한다.” ―지난달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보훈에는 좌도 우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박민식 전 장관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보훈은 정쟁이나 이념대립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이건 평소의 내 소신이다. 보훈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논란이 일고, 보훈이 정쟁의 소재로 활용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보훈 기조·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난 정부에서 전임 광복회장의 비리, 독립유공자 서훈 등 과정에서 이념 논쟁과 잡음이 많았다. 앞으로 이런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강 장관은 “미래 보훈의 방향을 설정하려면 보훈정책 연구개발을 총괄할 싱크탱크가 있어야 한다”며 “국가 보훈정책을 연구하고 보훈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보훈정책개발원을 설립해 보훈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도 했다. 국립외교원·통일연구원·한국국방연구원 등은 각각 외교·통일·국방 관련 핵심 싱크탱크로 자리 잡았다. 보훈부 역시 지난해 부(部)로 승격된 만큼 보훈 정책에 특화된 싱크탱크가 있어야 한다는 게 강 장관의 생각이다. 그는 “관련 설립 내용이 담긴 국가보훈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설립준비위원회부터 구성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립서울현충원은 지난해 70년 만에 국방부로부터 보훈부로 이관이 확정됐다. 보훈부는 이관 준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이관을 준비 중이다. ―달라질 서울현충원의 모습은 어떤가. “서울현충원을 세계 최대의 추모공간이자 국민들의 문화·힐링 공간으로 조성하려고 한다. ‘서울현충원 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일단 올해 그 첫걸음으로 국내외 선진 사례를 반영한 기본구상안을 마련한다. 대형 디지털 전광판도 설치할 예정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화제다. 이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나도 영화를 봤다. 대학에서 조직행동, 리더십 등을 강의했다. 대한민국이 지도자를 귀하게 여기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적 과오가 있지만 독립유공자다. 초대 대통령으로 자유 대한민국의 초석도 놓았다. 보훈부가 올해 ‘1월의 독립운동가’로 이 전 대통령을 선정하자 이번이 처음으로 뽑혔다는 사실에 놀랍단 반응이 주변에서 많았다. 영화가 화제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참전수당을 기존 35만 원에서 두 배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참전명예수당의 경우 지난해 3만 원, 올해 이미 4만 원 인상했다. 앞으로도 인상을 위해 재정당국과 적극 협의하겠다. 아울러 저소득 참전유공자분들을 포함해 생계가 곤란하신 분들의 생계 안정을 위해 생활조정수당은 10% 인상했다. 앞으로 더 높이려고 한다. 올해부턴 생활조정수당과 생계지원금 수급 신청자가 65세 이상이면 부양의무자 기준도 폐지했다. 1만여 명이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할 계획이다.” 강 장관은 숙명여대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이다. 대학에선 경영학을 전공했다. 강 장관의 부친은 6·25전쟁에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았다. 시아버지는 독립유공자고, 시할아버지인 백인 권준 장군은 일제강점기에 의열단에서 활동했다. 강 장관 집안에서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은 사람은 직계로만 9명이다. 인척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25명으로 늘어난다는 게 강 장관의 설명이다. ―장관 취임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호남 유일의 생존 독립유공자인 이석규 지사님을 찾아뵀다. 작고하신 시아버님을 뵙는 것 같아 반가웠고, 또 존경스러웠다. 보훈 가족을 보듬는 매 순간순간이 의미 있고 소중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 공작기관이 중국 등 해외에 사이버 공작 거점을 잇따라 개설해 인터넷 댓글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중국의 댓글 부대가 중국 우월주의 강조, 남남갈등 조장 등의 내용을 한국 인터넷에 올리며 활동 중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의 언론 홍보업체들이 국내 언론사처럼 위장해 운용하는 웹사이트는 216곳에 달한다. 이들 웹사이트는 친중·반미 콘텐츠 확산을 목적으로 개설됐다. 28일 국정원 등에 따르면 북한의 공작기관인 문화교류국과 정찰총국 등은 해외 거점에서 댓글 공작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엔 이 공직기관들이 직접 운영하는 위장 매체들을 개설해 남남갈등 조장 콘텐츠를 지속 게시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willow 200man’ 등은 자주시보 등 친북 성향 매체 기사를 반복적으로 소개하면서 허위 정보를 확산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 있다. 국정원은 이들이 국내 기사를 그대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반미·반정부 집회 및 시위 내용을 집중 부각하면서 국내 정치·사회 실상을 왜곡·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가짜 뉴스 유포를 준비하는 동향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정원은 중국의 언론 홍보업체들이 국내 언론사처럼 위장해 운용 중인 ‘가짜 언론사 웹사이트’ 38곳을 공개한 바 있다. 국정원은 이와 유사한 웹사이트 178곳을 추가로 확인했는데, 이들 웹사이트는 국내 지역 언론사와 유사한 매체명을 달고 국내 언론 기사를 무단으로 게재하거나 한국디지털뉴스협회 회원사인 것처럼 사칭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특히 150곳은 지난해 4월 일시에 개설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콘텐츠가 거의 게시되진 않았지만 총선 등 민감한 시기에 맞춰 허위 뉴스 게재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확산하는 등 공작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 있다. 국정원은 “가짜 언론사 웹사이트 차단을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이를 차단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차단 등 대응이 당장 이뤄지진 않고 있다.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해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공작에 대응하는 근거 법률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내용을 수행하는 정보’에 한해서만 차단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2016년 국내 방위산업 업체에서 탈취한 콜드론치(Cold Launch·발사관에서 미사일을 물 밖으로 밀어낸 뒤 엔진을 점화시키는 방식) 기술 등을 적용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한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이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지난해 세 차례 시도 끝에 지구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한 첫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와 이 위성을 실은 로켓 ‘천리마-1형’에도 국내외 위성업체에서 탈취한 발사체·광학장비 기술 등이 대거 활용된 것으로 우리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의 대남·대미 핵심 전략무기에 우리 방산업체 기술이 적용됐다는 정보당국의 판단이 나온 건 처음이다. 26일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정찰위성 개발에 국내외 조선·위성업체에서 탈취한 기술들을 다수 활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6년 4월 북한은 대우조선해양을 해킹해 군사기밀 60여 건, 4만 건의 내부 자료를 탈취했다. 당시 북한은 우리 해군 핵심 전력인 이지스함 및 잠수함 기술 일부와 SLBM의 핵심 기술인 한국형수직발사기(KVLS) 설계도뿐만 아니라 콜드론치 관련 기술까지 탈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KVLS와 관련한 핵심 기술이 북한의 SLBM 개발에 직접적으로 이용됐다는 게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2015년 5월 ‘북극성’이라는 SLBM을 처음 공개한 북한은 대우조선해양을 해킹한 지 넉 달 만인 2016년 8월 신포급 잠수함에서 SLBM 1발을 500km가량 쏴 올렸다. 또 2019년엔 SLBM인 북극성-3형을 바지선에서 발사한 데 이어 완전한 모형의 북극성-4, 5 등 대형 SLBM 3개 기종 등을 열병식 등에서 공개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 업체의 잠수함 기술을 토대로 북한이 SLBM 성능을 개량하고 기종을 다변화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새로운 지시사항을 전달한 정황도 포착됐다. 우리 당국은 외교전략·첨단기술 절취를 위한 해킹 관련 지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北, 기술 탈취후 개량 SLBM 시험… 다음 타깃은 핵잠될 가능성” 北, 콜드론치 기술 탈취올들어 北 악성코드 유포 더 기승“김정은, 南총선 앞두고 새로운 지시”선거시스템 해킹 등 시도 가능성 “해킹은 북한 무기 개발의 혈을 뚫어줬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사이버 해킹으로 우리 방산 업체 기술 등을 적극 탈취해 전략무기 개발에 활용하는 상황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북한은 대북제재 장기화 등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해 자체 기술 개발이 힘들어졌다. 여기에 중국 러시아 등 우방국들이 기술 이전 장벽까지 높이면서 한미를 겨냥한 전략무기 개발 통로가 더욱 막혔다. 해킹을 통한 기술 탈취가 그 답답한 국면을 돌파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해킹을 전략무기 개발 및 업그레이드를 위한 ‘저비용 고효율’ 수단으로 인식해 집중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해킹으로 기술 탈취 후 SLBM 500km 날려”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이 우리 방산 업체 기술로 핵심 전략무기를 고도화시킨 대표적인 사례가 SLBM이다. 앞서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 SLBM 개발 징후를 정보자산으로 처음 포착한 건 2014년이다. 그해 7월 미국 정찰위성이 신포급(2000t) 잠수함 함교에서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 SLBM 발사관과 유사한 장치를 포착했다. 이후 북한은 이듬해인 2015년 5월 콜드론치 기술인 수중 사출로 SLBM인 북극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SLBM 성능이 크게 개량된 건 2016년이다. 그해 4월 고체추진 SLBM을 발사해 30km를 날렸고, 같은 해 8월에는 기존보다 대형화된 SLBM을 쏘아올렸다. 8월 SLBM은 500km를 날아갔다. 북한은 그해 4월 대우조선해양을 해킹해 KVLS 설계도는 물론 콜드론치 관련 기술 등까지 탈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만큼 이때 탈취한 기술을 같은 해 바로 활용해 SLBM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5년 뒤인 2021년 10월 북한은 바지선이 아닌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했다. 당시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을 SLBM으로 개량한 ‘화성-11ㅅ’을 잠수함에서 발사했다. 정보당국은 한국 업체에 대한 해킹 등을 통해 북한이 잠수함·SLBM 관련 주요 기술들을 구석구석 보강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해킹을 통해 확보한 자료로 SLBM 성능 개량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무기 다변화 및 기술 안정화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이 해킹으로 노리는 다음 타깃은 핵추진잠수함 관련 기술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2021년 이미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필수적인 소형 원자로 개발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한국원자력연구원을 해킹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김 위원장이 핵잠수함 건조 사업과 관련한 중대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 北 소행 추정 악성코드 유포 증가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악성코드 유포도 올해 들어 더욱 증가한 것으로 우리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정부 다른 소식통은 “한국을 겨냥한 악성코드 유포 시도가 가장 많지만 (북한은)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도 전방위적 공격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독일 사이버 보안업체 DCSO는 온라인에 퍼진 악성코드를 조사해 북한 해커 조직이 우방인 러시아 정부의 내부 정보를 캐내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당국은 최근 집중 활동 중인 새로운 북한 해커 조직도 포착해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첨단기술 탈취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새 지시사항을 내린 정황도 주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4월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국민 생활 밀접 기반시설·행정 서비스 등을 마비시키거나 선거 시스템 해킹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인도네시아 국적 연구원 A 씨에 대한 우리 당국의 조사가 막바지 단계라고 한다. 관계 당국자는 “빠르면 이달 중에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A 씨는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관련 자료 유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17일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미인가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소지하다 적발됐다. A 씨가 외부 반출을 시도한 USB메모리 안에는 자료 파일만 49개로, 그 내용이 방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의 정보 유출 시도는 이달 초 뒤늦게 알려졌다. 후폭풍은 거셌다. 2016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KAI와 KF-21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비의 약 20%(1조7000억여 원)를 부담키로 했다. 약속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지난달까지 무려 1조 원을 체납했다. 가뜩이나 상습 체납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던 차에 이번 A 씨의 자료 유출 시도 사실까지 알려지자 인도네시아 당국을 향한 비난 여론이 국내에서 끓어올랐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인도네시아 당국은 곤혹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즉각 인도네시아 국방부 관계자가 “한국과 협력을 지속할 의지가 있다”고 손을 내밀었다. 난감해진 건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참에 인도네시아를 털어내고 ‘독자 개발’ 하자는 강성 여론이 힘을 받고 있어서다. 개발 상황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이제 와서 독자 개발로 노선 전환하긴 힘들다.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인도네시아는 K방산 수출의 핵심 국가 중 하나다. 이 일로 관계가 틀어지면 향후 방산 수출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결국 분담금 체납이나 기술 유출 가능성에 대한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계속 인도네시아와 함께 가야 할까. 일단 A 씨에 대한 조사 결과부터 지켜봐야 한다. KF-21 개발에는 미국으로부터 수출 승인받은 미국 방산업체의 기술이 다수 적용된다. A 씨의 USB메모리에 미국이 인도네시아에 이전을 허용하지 않은 기술 등이 담겨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미국이 훨씬 엄격한 제약 조건을 내밀어 공동 개발 환경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 다행히 아직 A 씨의 파일에 문제가 될 만한 기밀 자료가 포함돼 있단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우리와 인도네시아 측 모두 협력 사업을 이어 나가겠단 의지도 강한 편이다. 다만 이번 유출 사건을 덮고 가더라도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인도네시아 측이 계약 파기 수준으로 체납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곧 결과가 나올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전투기 개발보다 구매에 관심을 더 많이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찜찜하다. 앞서 일부 외신에선 한국이 KF-21 공동 개발을 위한 파트너로 인도네시아 대신 아랍에미리트나 폴란드 등과 손잡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공동 개발에 관심 있는 국가들이 몇 군데 있는 건 사실이라고 한다. 공동 개발 파트너로 인도네시아를 우선 순위에 두는 기조는 현실적이다. 다만 득보다 실이 큰 상황까지 닥칠 가능성에 대비는 해야 한다. 다른 옵션도 충분히 검토해 둬야 한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 측 의중을 파악하고자 꾸준히 외교·정보 채널을 가동하는 노력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북한의 산업 가동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2012년) 이래 최저 수준이라고 우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량난, 배급망 붕괴에 더해 만성적인 전력난, 설비 노후, 대북 제재 등으로 인해 산업 가동률이 바닥을 찍고 있다는 것. 정보 당국은 북한 경제를 떠받드는 중화학공업 등 기간산업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최대 철강 생산기지인 김책제철소도 가동률이 10%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2020년과 비교해 국내총생산(GDP)이 40% 성장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산업 현장 사정은 오히려 열악해졌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생산을 독려했던 순천인비료공장 등 국가적인 대형 사업 관련 공장들도 수년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지난달 일부 지방의 산업 책임자를 엄중 문책한 정황을 우리 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공장 연평균 가동률 10∼20% 하락” 18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책제철소 등 주요 공장들의 연평균 가동률은 10∼20%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대북 소식통은 “전력이나 원자재가 부족해 가동을 하지 않는 날이 많다”며 “김책제철소뿐 아니라 다른 대형 공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김책제철소의 경우 지난해 새 용광로 등이 건설됐다고 홍보하는 등 정상 가동을 강조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현장 지도에 나선 적이 없다”면서 “그만큼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인민경제발전 12개 고지를 모두 점령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러면서 알곡(103%), 전력·석탄·질소비료(100%), 압연강재(102%), 유색금속(131%) 등 분야별 실적을 나열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 수치가 부풀려진 측면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북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까지 겹쳐 공장들은 연료·원자재를 수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전력난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더욱 악화돼 공장 가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이 직접 챙긴 국책 사업에서 차질이 빚어지는 동향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건강 이상설로 한동한 보이지 않다가 잠행을 깨고 2020년 5월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그 첫 행보가 바로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이었다. 하지만 이 공장은 이후 4년째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 정면 돌파전’의 첫 성과로 내세운 이 대규모 공장마저 정상적으로 돌리기 어려운 형편이란 것. 대북 소식통은 “식량난에 시달리던 북한은 이 공장에 대규모 자원을 투입했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깜짝 등장한 준공식 당시조차 비료 생산이 안 되는 상황에서 행사가 급하게 준비됐단 말이 북한 내부에서 나왔다”고 했다. 북한이 첫 삽을 뜬 지 4년째 진척 없는 평양종합병원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은 2020년 3월 평양 가운데에 위치한 이 대형 병원 착공식에 참석했지만 아직 병원은 완공되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대북 제재와 국경 봉쇄 등으로 내부 의료 설비 등도 조달하지 못해 병원이 건물만 있고 사실상 비어 있는 상태”라고 했다.● 소규모 지방공장 상황 더 열악 지방의 소규모 공장 상황은 이보다 더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수공업과 직결돼 자원이 우선 배분되는 중화학공업 시설 등보다 상황이 더 바닥 수준이란 것. 김 위원장은 지난달 배급망 붕괴와 평양-지방 격차를 시인하면서 ‘지방발전 20×10’이라는 장기 정책을 들고나왔다.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 공장을 10년 동안 건설하겠다는 것. 하지만 통일부는 재정이 부족한 북한이 설비·자재 확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북한이 2026년 제9차 당대회까지 식료품·소비품 중심으로 공장건물 외관 준공 등에만 주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수교합시다.”이달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주유엔 한국대표부 황준국 대사에게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주유엔 쿠바대표부 헤라르도 페날베르 포르탈 대사. 그는 “일단 만나자”는 뜻을 전했다. 8일 황 대사를 만난 포르탈 대사는 “한국과 의미 있는 교류를 원한다”며 수교 의사를 전하고 양국 주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을 교환하자는 구체적인 수교 방식까지 제안했다. 지난해 집중적으로 우리 측의 수교 의사를 전했지만 ‘형제 국가’ 북한을 의식한 듯 “다른 고려 사항이 있다”며 거절하던 쿠바였기에 갑작스러운 전화에 우리 당국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고위 소식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교에 대한 쿠바의 태도가 조금 열려 가는 분위기가 있어 수교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었다”면서도 “예상보다 빠른 깜짝 수교 제안에 대표부 안에서도 흥분과 당황하는 기류가 교차했다”고 전했다.정부는 지난해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이 5월 과테말라에서 쿠바 외교차관, 9월 유엔 총회에서 쿠바 외교장관 등 쿠바 측 고위 인사를 비공개로 3차례 만나는 등 집중적으로 수교를 설득해 왔다. 주멕시코 한국대사도 비공개로 쿠바를 방문해 당국자와 협의하고 국·과장급 실무진에서도 여러 번 쿠바 측과 접촉했다고 한다.쿠바 당국은 비밀리에 이뤄진 수교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여러 차례 강하게 “외부에 절대 알리면 안 된다”며 ‘로키(low-key)’ 접촉을 요구했다고 한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한국에서 관련 기사가 나가면 수교 협상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생각에 뉴욕 접촉 과정에서 보안 유지에 힘을 쏟았다. 유엔 한국대표부 안에서도 극소수만 수교 협상 내용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쿠바가 64년간 긴밀한 우방 관계를 이어온 북한의 반발과 방해 공작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쿠바가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음에도 (수교에) 선뜻 응하지 않은 건 오랜 기간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은 우방국이자 형제국인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한국과 쿠바 간 수교를 위한 외교 공한 교환도 한국이나 쿠바가 아닌 뉴욕의 유엔 대표부에서 비공개로 진행했다. 정부는 미국 측에도 수교 당일인 14일에야 이 사실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날 밤 수교를 발표하기 수시간 전에야 통보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브리핑에서 양국 간 수교에 대해 “과거 동유럽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했다.“정보 새면 안돼” 쿠바와 직통 가능한 뉴욕서 협상… 分단위 조율[긴박했던 수교 협상]8일 유엔 쿠바대사 “수교하자”… 韓 황준국 대사 포함 3명만 내용 공유尹, 설연휴 최종합의 보고 받고 승인… 14일 외교공한 교환 방식 전격 수교“한번 삐끗하면 쿠바 당국이 바로 등을 보일 것 같았다.”정부 고위 소식통은 14일 밤 쿠바와 전격 수교하기까지 비밀 협상 과정을 언급하며 15일 이같이 전했다. 쿠바는 수교 직전까지도 협상 사실을 외부에 절대 알리지 말라고 강하게 요청했다고 한다. 알려지면 뒤따를 ‘형제 국가’ 북한의 거센 반발과 방해공작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통은 “007 작전하듯 진행된 보안 유지 과정은 협상 자체 못지않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지난해 양국 간 회동이 이어졌지만 쿠바는 우리의 수교 제안에 만족할 만한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미국 뉴욕의 유엔 주재 쿠바대표부 대사가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에게 “수교하자”고 제안한 것.이후 우리 당국은 쿠바 측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수교를 위한 외교 공한을 언제 교환하고 수교 사실을 몇 시 몇 분에 공표할지 등까지 합의했다. 이어 쿠바가 수교 의사를 처음 밝힌 지 6일 만인 14일 전격 수교했다.수교 장소는 한국이나 쿠바, 제3국이 아니라 양국 유엔 대표부가 있는 뉴욕이었다. 황준국 대사와 쿠바의 헤라르도 페냘베르 포르탈 대사가 외교 공한을 교환했다. 그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설 연휴 기간 쿠바와 최종 합의 결과를 보고받고 승인했다.● 쿠바 “수교 협상 사실 외부 나가면 안 돼”수교 협상은 물론이고 최종 서명까지 뉴욕 유엔 대표부에서 하자는 제안은 쿠바 측에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 수도인 아바나에서 자국 대표단과 직통으로 연결이 가능한 만큼 신속하게 수교 절차를 진행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엔 대표부가 보안 유지에 좋다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크다. 뉴욕에는 북한 대표부도 있다. 하지만 제3국에서 비밀리에 만나다 어색하게 동선이 노출되는 것보다 오히려 각국 대표부가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뉴욕에서 협상하는 게 북한 측 의심을 피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한국은 1959년 피델 카스트로 공산 정권 등장 이후 쿠바와 교류가 단절됐다. 쿠바에 수교를 처음 타진한 건 2014년 무렵이다. 이후 꾸준히 문을 두드려도 쿠바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항상 쿠바 측은 ‘얘기하면 들어보겠지만 답을 주긴 어렵다’는 식으로 답을 피했다”고 했다.윤석열 정부도 출범 후 쿠바와의 수교를 적극 타진했다. 그러다 쿠바 당국에서 “일단 직접 만나보자”는 답변이 온 건 지난해 초였다고 한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엔 집중 물밑 교섭이 이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 인사와 3차례 접촉했다”고 했다.다만 이러한 물밑 접촉에도 쿠바는 수교 제안에 대해선 “다른 고려할 사항이 있다”는 취지로 답하며 당장 어렵다는 자세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5일 자세를 바꿔 우리 측에 수교를 전격 제안한 것이다. 이후 양국은 심도 있게 수교 협상을 이어갔고 보안은 더욱 강화됐다. 유엔 한국대표부 안에서도 황 대사를 포함해 3명만 내용을 공유했다고 한다. 특히 쿠바 측은 우리 측과 소통할 때마다 한국 언론 등을 통해 내용이 새나갈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관련 당국자들은 수교 전까지 보안 전화를 사용할 때도 조심스러웠다”고도 했다.14일 밤 공식적으로 수교 사실을 알렸지만 그에 앞서 엠바고(보도 유예)를 걸고 제공되는 사전 자료도 없었다. 이 역시 쿠바 측이 수교 직전까지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재집권 염두에 두고 韓 손잡은 듯북한과 ‘형제 국가’로 통하는 쿠바가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됨에도 전격적으로 한국에 손을 내민 건 심각한 경제난이 결정적인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혁명의 주역인 카스트로 형제의 통치가 2018년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고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권력의 중심에 섰지만 쿠바의 경제난은 여전하다. 정부 당국자는 “국내적으론 경제난 타개책이 보이지 않자 외부로 눈을 돌렸고, 한국이 눈에 들어온 것”이라며 “지난해 만난 쿠바 당국자가 우리 자동차, 중공업 산업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놀랐다”고 했다.정부 소식통은 쿠바가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제재 수위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제 협력이 가능한 한국과 수교를 결정한 것으로 봤다. 쿠바는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과 관계가 개선돼 2015년 4% 경제 성장을 기록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때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됐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한번 삐끗하면 쿠바 당국이 바로 등을 보일 것 같았다.”정부 고위 소식통은 14일 밤 쿠바와 전격 수교하기까지 비밀 협상 과정을 언급하며 15일 이같이 전했다. 쿠바는 수교 직전까지도 협상 사실을 외부에 절대 알리지 말라고 강하게 요청했다고 한다. 알려지면 뒤따를 ‘형제 국가’ 북한의 거센 반발과 방해공작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통은 “007 작전하듯 진행된 보안 유지 과정은 협상 자체 못지않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지난해 양국 간 회동이 이어졌지만 쿠바는 우리의 수교 제안에 만족할 만한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미국 뉴욕의 유엔 주재 쿠바대표부 대사가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에게 “수교하자”고 제안한 것.이후 우리 당국은 쿠바 측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수교를 위한 외교 공한을 언제 교환하고 수교 사실을 몇 시 몇 분에 공표할지 등까지 합의했다. 이어 쿠바가 수교 의사를 처음 밝힌 지 6일 만인 14일 전격 수교했다.수교 장소는 한국이나 쿠바, 제3국이 아니라 양국 유엔 대표부가 있는 뉴욕이었다. 황준국 대사와 쿠바의 헤라르도 페냘베르 포르탈 대사가 외교 공한을 교환했다. 그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설 연휴 기간 쿠바와 최종 합의 결과를 보고받고 승인했다.● 쿠바 “수교 협상 사실 외부 나가면 안 돼”수교 협상은 물론이고 최종 서명까지 뉴욕 유엔 대표부에서 하자는 제안은 쿠바 측에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 수도인 아바나에서 자국 대표단과 직통으로 연결이 가능한 만큼 신속하게 수교 절차를 진행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엔 대표부가 보안 유지에 좋다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크다. 뉴욕에는 북한 대표부도 있다. 하지만 제3국에서 비밀리에 만나다 어색하게 동선이 노출되는 것보다 오히려 각국 대표부가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뉴욕에서 협상하는 게 북한 측 의심을 피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한국은 1959년 피델 카스트로 공산 정권 등장 이후 쿠바와 교류가 단절됐다. 쿠바에 수교를 처음 타진한 건 2014년 무렵이다. 이후 꾸준히 문을 두드려도 쿠바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항상 쿠바 측은 ‘얘기하면 들어보겠지만 답을 주긴 어렵다’는 식으로 답을 피했다”고 했다.윤석열 정부도 출범 후 쿠바와의 수교를 적극 타진했다. 그러다 쿠바 당국에서 “일단 직접 만나보자”는 답변이 온 건 지난해 초였다고 한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엔 집중 물밑 교섭이 이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 인사와 3차례 접촉했다”고 했다.다만 이러한 물밑 접촉에도 쿠바는 수교 제안에 대해선 “다른 고려할 사항이 있다”는 취지로 답하며 당장 어렵다는 자세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5일 자세를 바꿔 우리 측에 수교를 전격 제안한 것이다. 이후 양국은 심도 있게 수교 협상을 이어갔고 보안은 더욱 강화됐다. 유엔 한국대표부 안에서도 황 대사를 포함해 3명만 내용을 공유했다고 한다. 특히 쿠바 측은 우리 측과 소통할 때마다 한국 언론 등을 통해 내용이 새나갈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관련 당국자들은 수교 전까지 보안 전화를 사용할 때도 조심스러웠다”고도 했다.14일 밤 공식적으로 수교 사실을 알렸지만 그에 앞서 엠바고(보도 유예)를 걸고 제공되는 사전 자료도 없었다. 이 역시 쿠바 측이 수교 직전까지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재집권 염두에 두고 韓 손잡은 듯북한과 ‘형제 국가’로 통하는 쿠바가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됨에도 전격적으로 한국에 손을 내민 건 심각한 경제난이 결정적인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혁명의 주역인 카스트로 형제의 통치가 2018년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고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권력의 중심에 섰지만 쿠바의 경제난은 여전하다. 정부 당국자는 “국내적으론 경제난 타개책이 보이지 않자 외부로 눈을 돌렸고, 한국이 눈에 들어온 것”이라며 “지난해 만난 쿠바 당국자가 우리 자동차, 중공업 산업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놀랐다”고 했다.정부 소식통은 쿠바가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제재 수위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제 협력이 가능한 한국과 수교를 결정한 것으로 봤다. 쿠바는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과 관계가 개선돼 2015년 4% 경제 성장을 기록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때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됐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로 예정된 독일·덴마크 순방 계획을 출국 나흘 전인 14일 전격 연기했다. 취임 뒤 16차례 해외 순방에 나섰던 윤 대통령이 국빈 방문이 포함된 주요국 정상 외교 일정을 출국 나흘 전에 순연한 것은 처음이다. 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독일 국빈 방문과 덴마크 공식 방문을 계획하다 13일 오후 순연 결정을 내렸다. ‘소재·부품·장비’ 협력 관련 양국 기업 양해각서(MOU) 체결, 비즈니스 포럼 참석을 위해 기업인 수십 명으로 구성했던 경제사절단의 방문도 불발됐다. 정부는 독일·덴마크에 순방 순연 결정을 알리며 양해를 구했지만 순방 재추진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순방 연기 및 이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따른 의료계 집단행동 가능성 대비,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민생 일정을 늘리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순연은 정무적 결단에 따른 것”이라며 “국제적, 국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윤 대통령이 순방 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한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김 여사가 순방에 동행해 전면에 등장할 경우 야당의 공세로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순방 동행 여부를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연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실 내부 의견도 분분했다. 독일·덴마크와 일정을 조율한 국가안보실은 순방 필요성에 무게를 둔 반면, 정무 라인은 “총선 앞 정쟁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총선 국면에서 순방 자체가 자칫 정쟁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순방 추진에 따른 여론 악화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정부 내에서는 외국 정상을 최대로 예우하는 국빈 방문을 출발 나흘 전 취소했다는 점에서 ‘외교 결례’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상대국에서 (순방 연기를) 이해한 면이 있으니 외교적인 파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외교적 결례는 맞다. 순방을 준비하던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민생 챙기고 정쟁 차단” 순방 미뤄… 디올백 여론 악화 우려한듯[尹, 독일-덴마크 순방 연기]순방 출국 4일전 돌연 “순연”“안보실은 추진-정무라인은 순연”… ‘尹대통령 혼자 국빈방문’도 고려“金여사 리스크, 정상외교에 영향”… 13일 상대국에 알려 ‘외교결례’ 논란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독일·덴마크 순방 동선을 막판까지 점검하다가 순연한 것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녹록지 않은 국내 정치 환경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각종 민생 현안과 정무적 요소들을 다각도로 검토한 결단”이라는 대통령실의 설명이지만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을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순방을 강행했을 때 불거질 여론 악화를 우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정쟁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결례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민생과 정책 드라이브를 이어가는 게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 “51 대 49… 순방 놓고 대통령실 의견 갈려” 대통령실과 재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참모들과 13일 막판까지 순방 진행 여부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순방을 갈지 안 갈지는 사실 ‘51 대 49의 상황’과도 같았다”며 “일정을 계속 조율하고 참모들의 의견을 듣고 고민해 오다 마지노선에 이르러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상대국과 일정을 긴밀히 논의해온 국가안보실은 순방 추진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다”며 “정치 상황과 국면을 종합 판단하는 정무라인에서는 순방 순연에 무게를 둔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순방 여부를 두고 내부 여론이 분분하게 나뉜 정황을 보여 준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대통령실에 순방 진행에 따른 민심 악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독일 베를린 국빈 방문은 분단국가의 경험을 공유하며 안보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심국인 만큼 양국 간 안보 정보 공유를 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문제가 안보당국 간 논의 의제에 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나토와의 ‘전장(戰場) 정보 수립·수집 활용 체계(BICES)’ 참여 확대를 공언한 상황에서, 이 같은 논의 수준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었던 모멘텀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2014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연설(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 회자됐듯, 한국 정상의 독일 방문은 안보에 중요한 의미를 드러내는 계기”라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소재 부품 장비 등의 강화 협력에 대해 자동차 산업 부활을 꿈꾸는 독일은 한국 대기업과 정보기술(IT), 배터리 등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여기에 덴마크 방문은 바이오 협력에 더해 세계 2위 제약회사, 해상풍력 세계 1위 기업 보유국 간 경제협력이 모토였다고 한다. ● 13일 밤 상대국에 알려… “외교 결례” 논란도 그러나 윤 대통령은 고심 끝에 순방 취소로 가닥을 잡았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반발, 물가와 국제유가 급등 등 민생 현안과 정무적 요소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다”는 게 여권의 설명이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 민생 행보 일정을 더욱 늘리겠다는 분위기도 보인다. 그럼에도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달 넘게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김 여사가 순방에 동행할 경우 야당의 공세로 자칫 여론이 악화될 수 있음을 우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흔히들 ‘정쟁은 국경에서 멈춘다’고들 하는데, 선거를 앞둔 현재 국내 상황은 평상시와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공군 1호기를 혼자 타고 가든 뭘 했든 적당히 대응했다”고 했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지나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혼자 국빈 방문에 나서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이 역시 이례적인 만큼 김 여사 동행 여부를 최근까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김 여사 리스크’가 정상외교에 영향을 끼친 사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여사 논란 등 국내 정치 문제가 정상외교에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라며 “상대국이 (연기를) 양해했다면 국내 현안에 집중하려는 대통령실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짧게는 한 달, 길면 두 달도 더 걸리는 순방 준비를 해왔는데 출국을 불과 며칠 앞두고 상대국에 순연 사실을 알리면서 ‘외교 결례’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설 연휴 전에 순방 연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독일과 덴마크 측에 순연 사실을 알린 건 한국 시간으로 13일 밤이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직접 상대국에 연락해서 불가피하게 갈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알렸다는 것. 정부 내에서도 순방 직전에 순연 사실을 상대국에 알린 자체가 “외교 결례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