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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24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2016년 찾아가는 청년버스’ 출정식과 상담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용호 청년위원장, 김봉진(우아한 형제들 대표) 청년위원, 이지향(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 PD) 청년위원,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 씨(정샘물뷰티 대표) 등이 참석했다. ‘찾아가는 청년버스’는 취업·창업 등 청년들의 진로 상담을 해주는 행사다. 전국 주요 대학 등을 순회하며 열린다. 2013년 시작해 지난해까지 모두 70차례 열린 이 행사는 지금까지 1만1422명의 청년들이 심층 상담을 받았다. 행사에는 고용노동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금융감독원, 대학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모두 13곳의 정부·공공기관이 참여한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KB국민은행, LF(구 LG패션) 패션사업부 관계자들이 나와 청년들과 서비스 분야 관련 특별 상담을 진행했다. 박용호 청년위원장은 “올해는 방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청년의 눈높이에서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권기범기자 kaki@donga.com}




‘부대입니다. 전화 주세요.’ 어느 날 처음 보는 전화번호로 이런 메시지가 날아듭니다. 병사로 의무 복무 중인 친구나 가족, 연인을 둔 분들은 이 메시지를 본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일단 ‘무슨 일이 생긴 건가’라고 걱정하시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요즘 유행하는 신종 보이스피싱인가’라고 생각하실 것 같고요. 어쨌든 썩 반가운 느낌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요즘 군대’를 잘 아시는 분들에게는 이 메시지가 굉장히 반갑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위의 메시지는 장병들이 생활관에서 직접 보내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군 생활관(옛 내무실)에 수신전용 공용 스마트폰이 마련된 이후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언제든 생활관에서 직접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통화 한 번 하기 위해 주임 원사나 소대장 등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요청하거나, 전화가 먼저 걸려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던 예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편리해진 겁니다. 재미있는 점은 스마트폰 공급 비용이 단 1원이라는 것. 지난해 국방부가 사업자를 공모할 때 국내 이동통신 업체인 LG유플러스가 스마트폰 4만4686대와 통화료를 합쳐 입찰가로 ‘1원’을 제시해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목함지뢰 사건 때 전역을 연기한 병사들을 보고 감명을 받아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하네요.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마케팅을 못하는 게 마케팅’이라는 기이한 호평을 듣는 LG그룹의 계열사들답지 않게, LG유플러스는 최근 이 정책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SNS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군 수신용 스마트폰에 얽힌 사연을 받는 행사인데, 생각보다 많은 ‘곰신’(고무신의 준말·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과 가족들이 몰렸습니다. 지금까지 이 이벤트에는 댓글 820여 개, ‘좋아요’ 5400여 개가 달렸고, 공유 300여 건이 이뤄졌습니다. 댓글에는 20대들의 풋풋한 사연이 가득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군화’(군대에 간 남자친구)가 전화하기로 한 시간이 됐는데 전화가 없어 안절부절못하다가 수신용 스마트폰으로 생활관에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생활관 동기를 통해 남자친구가 몸이 안 좋아 입실(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이후에도 자주 통화를 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사연은 지금까지 가장 인기가 많은 댓글로 꼽혔습니다. 이 밖에도 가족들의 근황을 사진으로 알리거나 군인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사진을 보내주는 등 소소한 즐거움이 생겨서 좋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사실 통신 기술이 발달할수록 ‘연락 두절’에 대한 두려움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습니다. 편지, 유선 전화로만 이성친구와 연락해야 했던 시절에는 자기 전에 한 번만 통화를 해도 행복감에 젖곤 했습니다. 휴대전화가 대중화된 뒤에는 이 간격이 조금 좁아졌습니다. ‘(고민 상담) 남자친구가 하루에 문자를 3번도 안 보냅니다’ 같은 글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스마트폰과 SNS가 본격화된 요즘은 한 시간, 아니 30분만 연락이 안 돼도 버럭 화를 낼 때가 많습니다. 모바일 메신저에 ‘1’(안 읽음)이 없어지지 않아 30초에 한 번씩 고통스러워했던 기억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겁니다.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군용 스마트폰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군의 변화 덕분에 유쾌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영상 통화 기능을 이용해 생활관에서 부모님께 세배를 하거나, 관물함에 여자친구 사진을 잘 붙여 놨는지 검사를 받거나, 자신이 이불을 얼마나 칼같이 잘 개 놓았는지 자랑하는 광경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쓸데없는 걱정을 해봅니다. 댓글에 등장하는 군인들 계급이 대부분 일병 또는 상병이더라고요. 선임병 여러분, 설마 이병들이 수신용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게 눈치를 주고 있는 건 아니겠죠?권기범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kaki@donga.com}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항상 바쁘다. 쉴 새 없이 바뀌는 유행과 디자인을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 업체들은 유행을 선도하기 위해, 새로운 해외 브랜드를 발굴하기 위해 항상 애쓴다. 이를 위해 세계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우리 브랜드를 해외로 알리기 위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런 특성 때문에 패션 기업에서 일하려면 그에 걸맞은 영어 능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트렌드를 조사하고 주요 해외 매체를 모니터링하는 데도 영어는 필수다. 패션쇼나 글로벌 박람회 등에 참가해 외국 디자이너, 바이어와 원활히 대화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실제로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평균적인 영어 성적은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YBM의 2014년도 토익(TOEIC) 정기시험 성적 분석 중 패션(의류) 분야의 평균 성적은 664점(전체 평균 652점)으로 32개 업종 중 9위였다.○ 다양한 유럽식 발음 대비해야 패션 기업에서 일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패션업계 관계자, YBM으로부터 패션 기업 종사자로서 갖춰야 할 영어 능력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면 좋을지 들어봤다. 청년드림센터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일하는 곽지운 씨(27·여)를 인터뷰했다. 곽 씨는 2012년 삼성물산(당시 제일모직)에 입사해 편집숍 ‘10꼬르소꼬모’ 등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9월에는 독일 베를린 가전전시회(IFA)에 참석해 해외 바이어와 미디어 관계자 응대를 맡기도 했다. ‘패션 기업에서 사용하는 영어의 특징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곽 씨는 “미국, 캐나다 같은 북미 출신자가 아닌 사람의 영어와 자주 접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곽 씨의 설명은 이렇다. 패션업계의 중심지는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피렌체 같은 유럽 도시들이다. 일을 하다 보면 영어를 쓰는 유럽인을 자주 만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국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중국 국적의 바이어와 영어로 대화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결국 미국식 영어 외에도 다양한 발음과 악센트를 가진 외국인들과 무리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듣기뿐만 아니라 말하기 능력도 중요하다. 곽 씨는 “유럽인들 또한 영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영어 단어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며 “어렵고 생소한 개념은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제일 좋은 것은 현지인과 직접 대화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지만, 여의치 않다면 인터넷을 활용하면 된다. 유튜브에서 ‘French English(프랑스식 영어)’ ‘Italian English(이탈리아식 영어)’ 등으로 검색하면 많은 레슨 영상이 나온다. 이를 흉내 내 따라 말하면서 다양한 언어권의 영어 발음에 익숙해지면 좋다. YBM 종로 e4U센터 정나래 강사는 “영어로 된 긴 글을 짧게 정리해 써 보고, 이를 말하듯 읽는 연습을 하고, 문장에 있는 단어를 다른 말로 바꿔 말하는(paraphrasing)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색깔 표현과 고유 명사 익혀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1월 피렌체에서 글로벌 남성복 브랜드인 ‘준지’의 패션쇼를 열어 화제가 됐다. 이렇듯 국내 패션업체들의 활동 무대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영어로 실무를 볼 수 있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의 실무자와 대화할 때는 명확한 전달력이 중요하다. 수입 브랜드 의류의 경우 현지 업체와 연락해 불량품을 반품하거나 단추 같은 부속물을 수시로 요청해야 한다. 사소한 실수가 2, 3주 업무 지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생소한 단어나 이름이 곧잘 등장한다. 신진 디자이너나 브랜드 이름 같은 고유명사의 경우 미리 읽는 방법 등을 알아둬야 외국 관계자와 대화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패션 트렌드와 관련한 신조어, 색깔을 추상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도 평소에 꾸준히 공부하면 좋다. 패션 전문지 보그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스타일닷컴’ 미국판 홈페이지, 유명 디자이너나 기자들의 블로그 등을 수시로 들여다보면 영어 공부와 업계 분위기를 동시에 익힐 수 있다. 곽 씨는 “해외 브랜드와 일을 할 때는 내년의 의상 콘셉트 등 모호한 정보를 듣고 전달해야 할 경우가 많다”며 “미세한 말투나 뉘앙스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비즈니스 이메일 양식도 익혀둬야 한다고 곽 씨는 강조했다. 토익 지문 등을 참고해 인사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나 단어 등을 알아두면 시험뿐 아니라 실생활에도 유용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극성과 자신감이다. 곽 씨는 “영어 시험을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문법적으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무엇보다 예의 바르고 당당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사람을 만날 때는 현지 언어로 인사말을 익혀두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기획·제작 권기범 기자kaki@donga.com·조형기 인턴}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대한민국 공무원상 시상식에서 현 정부 3년간의 성과로 “공무원연금 개혁, 공공기관 정상화, 창조경제, 맞춤형 복지 도입 등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16년 국정 과제 세미나’에서는 고위공직자 190여 명을 대상으로 46분에 걸쳐 열정적으로 강의를 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 추진 과정에서 처음에는 ‘3가지 대한민국 미스터리 중 하나’라고 했지만 짧은 기간에 성과를 이뤄냈다”며 “처음에는 금융개혁도 포기하다시피 했지만 하니까 되지 않느냐”며 개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25개 개혁과제를 일일이 언급하며 “이걸(국정과제)로 나는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로 업무를 추진해 달라”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큰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개혁 추진에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며 “지난 다보스포럼에선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는데 문제는 속도다. 빠른 물고기가 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표현하더라. 좋은 정책도 중요하지만 모든 게 빨라야 한다”며 ‘속도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정책과 국정기조 설정에 주력하다가 2년 차에는 ‘국가 안전’과 ‘혁신’, 3년 차에는 ‘4대 개혁’과 ‘일자리’로 국정 운영의 중심을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취임 3주년을 맞아 박 대통령 집권 3년간의 주요 공개 발언을 ‘워드클라우드’(단어의 사용 빈도를 분석해 많이 사용한 어휘를 크게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다. 분석 대상은 박 대통령의 연설문, 국무회의 및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등 142건이다.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거나 관용적으로 쓰이는 단어(국민, 우리, 중요, 문제, 대한민국 등)를 제외하면 박 대통령은 3년 내내 ‘경제’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1년 차 225회, 2년 차 352회, 3년 차 320회). 경제 다음으로 많이 쓴 단어를 보면 박 대통령의 집권 연차별 국정 운영의 초점 변화가 한눈에 드러난다. 집권 첫해(2013년 2월 25일∼2014년 2월 24일)에는 ‘정책’(117회)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국정’(103회) ‘세계’(97회) ‘일자리’(95회) ‘문화’(84회) ‘창조경제’(79회) 등 핵심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단어들도 자주 사용했다. 집권 초기 박 대통령은 특정 사안보다는 정책과 국정 운영 전반을 구상하는 데 집중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행복’(79회)이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 행복 시대”를 역설했듯 행복이 국정 철학의 중요한 축이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집권 2년 차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안전’(180회)과 ‘재난’(69회) ‘구조’(47회) 등이 국정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국정 운영 기조가 급변한 것이다. 국민안전처 신설 등 정부조직 개편, 세월호특별법 제정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국회’(124회)를 언급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반면 ‘행복’은 20회만 언급했다. 우울한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셈이다. 집권 3년 차에는 ‘개혁’(258회)이 단연 화두였다. ‘공무원연금’(37회) 개혁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은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법 처리였다. ‘일자리’(205회) ‘청년’(180회) ‘노동’(83회) ‘노사’(77회) ‘노동시장’(65회) ‘대타협’(43회) 등 노동 관련 단어들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경제·민생법안 처리를 거듭 호소하는 과정에서 ‘국회’(160회) ‘통과’(106회)를 언급한 빈도는 더 늘어났다. 지난해 북한의 지뢰 도발에 이어 올해 4차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북한’(103회) ‘테러’(45회) 등을 강조한 것도 3년 차의 특징이다.장택동 will71@donga.com·김아연·권기범 기자}

요즘 집에서 향초를 켜거나 방향제를 사용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이 향초가 자칫하면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영국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카드뉴스로 정리해봤습니다.기획·제작 권기범 기자kaki@donga.com·이세미 인턴}

《 2014년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기부 총액은 연간 13조 원에 이른다. 한국인 특유의 에너지와 정(情)은 남을 돕는 데도 아낌이 없다. 해가 갈수록 기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이성(理性)보다는 감성(感性)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기부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전후한 연말과 새해, 대형 사고가 났을 때 집중되는 것은 물론이고,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따라 특정 단체에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모습이 흔한 외국의 사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 ‘감성 마케팅’에 약한 한국의 기부문화 2000년대 중반부터 TV광고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모금 광고는 이런 전개 방식을 보인다. 우선 파리가 얼굴에 덕지덕지 붙거나 굶주림으로 핏기 없는 얼굴을 한 앙상한 아프리카 어린이가 화면에 등장한다. “죽기 위해 태어나는 아이가 있을까요? 매일 1만9000여 명의 아이가, 5초마다 한 아이가 지금도 헛되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잔잔한 배경음악이 깔리고 책망어린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이 아이를 기억하지 마세요…. 어차피 세상을 떠날 아이니까요”로 시작해 “당신의 나눔만이 이 꺼져 가는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끝난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2012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아프리카를 소재로 한 17편의 광고를 분석해 보니 한국의 기부 광고는 크게 4가지 유형이었다. △특정인의 가정사나 비극적 스토리를 짧은 영상에 담아 풀어내는 일화적 스토리텔링 △기부로 달라진 밝은 모습보다는 현재의 비참한 영상 공개 △죽음의 빈도를 초와 분으로 환산하는 자극적인 계산법 △시청자들에게 지나친 윤리적 책임의식 강요 등이다. 개인 기부 모금액을 기준으로 2015년 상위 50위권 안에 든 기부 단체들도 비슷한 방식의 감성 광고를 많이 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에게 심적 고통을 주는 방식의 광고가 많고 죄책감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를 미개하고 못 사는 곳이란 편견을 가지기도 쉽다. 아동 관련 단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병원에서 치료받는 고통스러운 아기 얼굴 사진을 올리고 부모의 힘든 경제 상황을 낱낱이 공개한다. 목표 모금액을 막대그래프로 그린 뒤 돈이 들어온 만큼 눈금을 시시각각 올린다. 시각적으로 보여 주고 모금을 독려한다는 뜻이지만 이 차이가 클수록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불편해진다. 기부 단체들은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기부 단체 관계자 A 씨는 “우리나라 기부자들은 감정과 동정심에 따른 후원이 많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진을 많이 쓰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기부 액수가 큰 격차가 난다”고 말했다. 기부 선진국에서는 아동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극적인 사진은 거의 쓰지 않는다. 모금액을 어떻게 썼는지 속속들이 이해하기 쉽게 자료를 만들고, 권위 있는 감사기관의 보고서를 공개하는 ‘이성 기부’에 앞장선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부 단체는 정확한 성과를 전달해야 하고 기부자들도 합리적으로 정보를 알아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예인의 기부 영향력 대폭 커져 감성에 약하고 즉흥적인 경향이 있는 한국의 기부문화는 연예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2008년 12월을 기점으로 연예인들의 선행 소식이 많이 소개됐다. 이 시기 상위 10개 기부 연관어를 살펴보면 김장훈, 문근영, 동방신기, 유재석, 현영, 정혜영 등 연예인 이름이 포함돼 있다. 기업인들의 이름도 20년간 꾸준히 오르긴 했지만 인물로 분석할 경우 2008년 이후 전체 상위 70%를 연예인이 차지했다. 기부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연예인은 유재석이다. 동아일보와 인사이터가 2008년 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작성된 기부 관련 SNS 글 650만여 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유재석의 언급량은 85만7167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위는 41만8076건의 가수 김장훈이다. 두 사람 모두 ‘유재석, 위안부 피해자들 위해 4000만 원 기부’, ‘김장훈, 기부 숨기고 독도 알리고’ 등과 같이 기부 활동을 소개하는 기사와 함께 언급된 사례가 많았다. 남성전 인사이터 대표는 “기사에 연예인 선행 소식이 나오면 일반인들이 SNS에 전파하면서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연예인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기부 단체들도 유명인 홍보대사를 모시거나 이들의 도움을 얻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실제로 김혜자(월드비전), 안성기, 김혜수, 소녀시대 윤아(이상 유니세프), 차인표 신애라 부부(컴패션), 션 정혜영 부부(푸르메재단)는 모두 큰 성과를 냈다. 그러나 유명 홍보대사를 내세우는 곳들에만 모금액이 집중될 경우 내실 있는 지역 풀뿌리 단체들에는 기회가 돌아가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은 “기부자들도 어느 단체가 일을 잘하는지 비교하고 투자하는 주주 같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어린이’에 기부 몰려… 관련단체만 급속 성장 ▼한파로 전국이 냉동고처럼 꽁꽁 얼어붙은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지하 보도. 입구마다 기부단체들이 간이 부스를 설치했다. “스티커 하나만 붙여주고 가세요.” 모금활동가들의 간곡한 부탁에 40대 여성이 발길을 멈췄다. 패널에는 ‘더러운 물을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라는 질문과 보기 4개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힘들게 살아가는 제3세계 아이들의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여주면서 마지막으로 “하루 700원, 800원으로 이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며 정기후원 신청서를 내밀었다. 적지 않은 행인들이 월 3만∼7만 원씩 자동이체 후원을 약정했다. 한국인의 기부는 유독 어린이에게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작성된 기부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 650만 건 중 ‘어린이’(아동, 아이 포함)를 언급한 것이 31만8755건이었다. ‘장애인’(3만4927건)이나 ‘노인’(2만9463건)의 1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실제 어린이 관련 단체의 모금액도 크게 늘었다. 국세청에 공시된 2008년과 2014년 개인 기부금 모금액을 비교해 보면 이 기간 아이들과미래는 20억 원에서 109억 원으로 445% 성장했다. 이어 세이브더칠드런(354%)과 유니세프(330%), 한국컴패션(308%)도 3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월드비전(155%) 초록우산어린이재단(104%)도 모금액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부 관련 SNS 글에서 어린이에 이어 많은 키워드는 ‘이웃’(9만1531건) ‘학생’(4만5272건) 등이었다. ※기부 연관어 변화 더 궁금하다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읽으면 20년간 기부와 관련된 주요 연관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컴퓨터 사용자는 구글 크롬을 통해 사이트(donga.insighter.co.kr)에 접속하면 된다. 분석에 사용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는 2월 ‘빅카인즈(BIG Kinds)’란 이름으로 일반에도 공개된다.노지현 isityou@donga.com·박희창·김재형·권기범 기자}

새해를 맞아 ‘부장님(기성세대들의 어법을 통칭하는 인터넷 용어) 덕담’을 하나 소개하려 합니다. 벌써 몇 년째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이야기여서 이미 보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100점짜리 인생을 만드는 법’이라는 글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알파벳 26자에 순서대로 숫자를 대응시킵니다. A는 1, B는 2, Z는 26이 되는 식입니다. 그리고 여러 영어 단어 중 숫자들을 모두 더해 100점이 되는 단어가 무엇이냐고 묻는 겁니다. 이 계산에 따르면 ‘열심히 일하기(hard work)’는 98점이었습니다. 지식(knowledge)은 96점, 돈(money)은 72점입니다. 정확히 100점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정확히 100점을 이루는 단어는? 답은 바로 ‘태도(attitude)’입니다. 나와 남을 대하는 태도가 성공의 기본이라는 겁니다. 원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납니다. 긍정적인 태도로 살자는 교훈과 함께. 하지만 지난해 11월,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에 따르면 100점짜리 인생을 만드는 방법은 바로 ‘고자되기(impotence·발기부전이나 무기력이라는 뜻도 있음)’라는 겁니다. 어차피 성공하기 힘든 세상, 욕망을 버리고 포기하면 편하다는 겁니다. 영어 단어를 적절히 의역한 재치도 돋보였지만 각 알파벳을 더해 보니 정확히 100점입니다. 부장님들이 무릎을 탁 칠 만한 센스입니다. 글에는 지금까지 좋아요 2055개, 댓글 250여 개가 달렸습니다. 공유는 164건입니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점입가경이었습니다. ‘그냥 열심히 일하니까 98점이지. 여어얼심히 일해야(haaard work) 할 것 아니냐’ ‘노력(effort·70점) 말고 노오오력(effooort)을 했어야지’ 등등…. 하나같이 요즘 세태를 비꼬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SNS를 휩쓸었던 많은 유행어와 신조어에는 대개 팍팍한 청년층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 ‘노오력(‘요즘 젊은이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기성세대의 비판을 비꼬는 표현)’ ‘N포 세대(거의 모든 삶의 가치를 포기한 세대)’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누리꾼들이 옛날부터 나라 탓, 환경 탓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2009, 2010년에는 루저(패배자)와 잉여(剩餘)인간이라는 단어가 유행했습니다. 사람들은 성공하지 못한 자신을 인생의 패배자, 또는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존재로 비하했습니다. 삶이 팍팍한 이유를 개인의 부족함이나 잘못에서 찾은 겁니다. 그러자 이듬해부터 이른바 ‘힐링 코드’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유행했고,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미니홈피에 음식이나 여행지, 베스트셀러 같은 사진을 올려놓고 열심히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누리꾼들은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거나 언젠가는 잘될 것이라고 믿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그보다 왜 태어날 때 물었던 수저 색깔에 따라 인생 자체가 달라지는지에 분노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이 싫어서’ 같은 소설에 열광했습니다. ‘너무 상심하지 마. 아프니까 청춘이잖아’라고 말하는 상사에게 ‘아프면 환자지 ×××야(tvN 코미디 프로 SNL코리아 중)’라고 받아치는 사진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성세대는 헬조선을 외치는 젊은이들을 향해 노력을 요구합니다. 한 중소기업의 간부는 “내가 영업사원일 때는 영업을 위해서 술집 테이블 위에 쏟아진 술도 핥아먹었다”며 “요즘에 그런 노력을 하는 친구가 있느냐”고 되물으시더군요. 맞습니다.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성세대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반문하게 됩니다. 젊은이들이 노력만 하면 되도록 한국 사회에 깔린 수많은 걸림돌을 얼마나 치워줬는지 말입니다. 설마 자식이나 손자 세대가 취직을 위해 술집 테이블을 핥길 바라는 건 아니겠죠.권기범 디지털통합뉴스센터 기자 kaki@donga.com}
판사님, 저는 그냥 칼럼을 쓸 뿐입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요?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댓글을 따라해 본 겁니다. 댓글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유심히 지켜보는 편이라면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최근 들어 ‘판사님’을 찾는 표현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뭔가 위험해 보이는 글에 ‘판사님,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판사님, 저는 실수로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같은 댓글을 다는 겁니다. 이 댓글의 시작에는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설’입니다. 2015년 3월 한 여자 연예인의 사진이 외국의 성매매 홍보에 도용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여기에 누군가 ‘판사님 저는 웃기만 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후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는 글을 올리거나 여기에 댓글을 달 때, 몇몇 이용자가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나는 죄가 없다’는 것을 비꼬아 말하던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방송자막설’입니다. 한 방송사에서 2013년 초 방영했던 ‘학교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캡처 화면에서 시작됐다는 겁니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법정에서 판사를 향해 ‘판사님 한 번 봐 주세요’ ‘판사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을 패러디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외에도 ‘디시인사이드(인터넷 커뮤니티) 기원설’ 등 많은 추측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기원(?)’은 여전히 불명확합니다(유행의 신호탄이 된 가장 유력한 후보를 아시는 분은 제게 알려주세요. 저도 궁금합니다). ‘판사님’ 시리즈의 인기는 7월부터 급상승했습니다. 검색 빈도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판사님’이라는 단어의 관심도(검색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상대적 지표)는 7월(52점)부터 높아지기 시작해 8월 최대치(100점)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7월에는 인기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 씨가 악플러들에게 강경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알렸습니다. 8월에는 웹툰 작가 강풀 씨가 가족을 비방하는 등 악플을 단 사람들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해 이슈가 됐습니다. 그동안 악성 댓글에 대해 ‘무대응’ 또는 ‘소극적 반박’을 하는 데 그쳤던 연예인들이 강경한 대응에 나서자 누리꾼들이 ‘판사님’ 댓글을 유행처럼 사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들은 명예훼손, 모욕, 허위사실 유포 등의 소지가 있을 것 같은 글에는 ‘판사님’을 운운하며 자신에게 죄가 없음을 미리 주장했습니다. 인기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로 범위가 확대되면서 증폭됐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두렵다’ ‘위험한 글이다’라는 의미로 쓰이던 이 댓글이, 정부와 관련한 글에서는 풍자의 의미로 변형돼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8월 페이스북 페이지 ‘박근혜 번역기’에는 ‘판사님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페이지 운영자는 한 모의고사 문제지에 박근혜 대통령의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줄 것’이라는 말이 등장했다는 사진을 올리면서 이 같은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이 글은 좋아요 3000여 개, 공유 140건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누리꾼들은 ‘판사님 저는 시력이 없습니다(게시물을 봤지만 못 본 체하겠다는 뜻)’ ‘판사님 그냥 웃자고 올린 겁니다ㅋㅋㅋ’ 같은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 밖에도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조롱하는 글에서 ‘판사님’의 등장 빈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높은 인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이 단순 유행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리꾼들의 법적 책임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인 동시에 인터넷에서 쓴 글이 법적 문제로 비화하는 데 대해 비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어쨌든 누리꾼들이 인터넷 게시물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깨달은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판사님’ 댓글의 유행이 단순히 풍자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댓글 문화의 성숙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권기범 디지털퍼스트팀 기자 kaki@donga.com}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잘못 태어난 남성’입니다. 뭔가 모자란 존재라는 말이죠.’ 위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당장 저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시려 마음먹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저를 비난하지는 말아주세요. 사실 저 말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다고 알려진 말을 조금 바꾼 거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 풀리지 않으셨다면, 제가 훌륭한 ‘떡밥(인터넷에서 누리꾼을 도발하기 위해 던지는 낚시성 소재를 뜻하는 말)’을 던진 셈이 되겠네요. 사실 ‘이성 혐오’를 조장하는 떡밥은 최근 온라인에서 가장 유행하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누리꾼을 ‘발끈’ 하게 만들기에 이만한 소재가 없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볼까요. 지난달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베스트도전 웹툰(아마추어 웹툰 작가들이 창작 만화를 올리는 공간) 코너에 올라온 한 웹툰이 난데없이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웹툰 내용은 라섹 수술을 했다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글 중간에 여성 혐오 용어로 오해받을 수 있는 ‘아몰랑(아, 몰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글의 전체적인 맥락은 여성 혐오 현상과 아무 관련이 없었지만, 이 웹툰 작가는 몇몇 누리꾼으로부터 ‘여성 혐오자’라는 질타를 받았습니다. 결국 해당 웹툰의 작가는 해명이 담긴 사과문을 올려야 했습니다. 비슷한 일은 많습니다. 지난주 동아일보 페이스북에는 ‘회원 이름도 직업도… 아몰랑 동호회’라는 제목의 카드 뉴스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취미 생활을 공유하고는 싶지만 신상 노출이나 적극적인 교류는 꺼리는 무(無)교류 동호회가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게시물에 달린 반응은 없고, 제목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내용만이 댓글로 달렸습니다. 여성 혐오 현상에 발끈한 일부 누리꾼은 더욱 강력한 떡밥을 던집니다. ‘남성 혐오’에 대한 글을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나 웹사이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들은 각종 성범죄 기사나 여성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게시물을 퍼 나르면서 남성들을 비판합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에 올라온 여성 혐오 게시물을 그대로 퍼온 다음, ‘여성’을 ‘남성’으로만 바꾸는 식으로 남성 혐오 게시물을 만들기도 합니다. ‘가슴이 작은 여자는 매력이 없다’는 내용을 ‘성기가 작은 남성은 매력이 없다’라고 바꾸는 식입니다. 이른바 ‘미러링(Mirroring)’ 활동입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런 활동을 ‘남성 혐오’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성 혐오 현상을 다룬 게시물을 올렸더니 여기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남성 혐오 현상은 사실 ‘여혐혐’ 현상이라고 해야 옳다”고 말입니다. 발음도 어려운 이 말은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줄인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일본의 사회학자인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도쿄대 명예교수)의 책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에서 따온 표현인 것 같습니다. 즉 ‘남성 혐오’ 현상은 드러내 놓고 여성을 비하하는 일부 남성에 대한 저항과 비판의 의미이지, 맹목적으로 특정 성별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이성 혐오 현상은 과연 우리 사회의 분열을 보여주는 부정적인 현상에 불과한 걸까요? 저는 이런 현상이 오히려 양성 평등사회로 나아가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숨겨져 왔던 양성 평등에 대한 고민이 익명성과 참여라는 SNS의 특성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실제로 이성 혐오의 역사는 꽤 깁니다. 옥스퍼드사전 인터넷판을 보면, 여성 혐오를 뜻하는 영어 단어 미소지니(Misogyny)는 17세기 중반에, 남성 혐오를 뜻하는 미산드리(Misandry)는 19세기 후반에 각각 출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의 이성 혐오 현상이 유별난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물론 과격한 표현들, 때로는 범죄에 가까울 정도로 극단적인 글이 많아 눈살이 찌푸려지긴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떡밥’일 뿐이죠. 그 안에 숨어 있는 우리의 욕망은 이성을 보다 잘 이해하고, 잘 어우러져 살고 싶은 욕구가 아닐까요. 누리꾼들이 극단적 주장을 잘 걸러 내고, 결국은 우리 사회의 그릇된 성 관념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습니다.권기범 디지털퍼스트팀 기자 kaki@donga.com}

“시장에서 잘나간다는 이유로 남의 피와 땀을 훔쳐가는 미디어는 ‘소매치기 미디어’에 불과합니다.” 저는 두어 달 전 문화연대 등이 주최한 ‘디지털 생태계 진단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이 행사에서는 교수와 언론 관계자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가 참석해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와 저작권 문제 등을 두고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가 뭐기에 이렇게 격렬한 토론이 일어났던 걸까요.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란 재미있거나 의미 있는 게시물만을 골라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인터넷 서비스를 말합니다. 국내에서는 ‘피키캐스트’와 ‘카카오톡 채널’이 대표적입니다. 피키캐스트는 론칭 1년 3개월인 지난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달성해 화제가 됐고, 카카오톡 채널은 다음카카오가 국내 모바일 메신저 분야에서 부동의 1위인 카카오톡과 연계해 6월 말 선보인 서비스입니다.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골라준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 또한 뜨겁습니다. 사람들의 반응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다 보니 저작권을 무시한 ‘펌질(게시물을 복사해 가는 것을 비하해서 이르는 말)’을 일삼는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이런 비판의 화살은 대부분 피키캐스트를 향해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세미나의 부제가 ‘피키캐스트와 뉴스 큐레이션’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사실 모든 큐레이션 서비스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채널도 마찬가집니다. 카카오톡 채널은 다음 카페의 가입자들이 올린 글 중 재미있는 것을 골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런 글 중 대부분이 방송 화면이나 인터넷 기사 등을 짜깁기한 것들입니다. 이렇다 보니 같은 큐레이션 서비스인 피키캐스트의 게시물이 그대로 복제돼 올라오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집니다. 일반 이용자가 카페에 글을 쓴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비영리적인 목적인 때가 많고, 원저작물의 시장가치를 크게 떨어뜨리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카카오톡 채널에 이 게시물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영리 활동이냐 비영리 활동이냐, 게시물에 대한 법적 책임이 게시물 등록자에게 있느냐 다음카카오에 있느냐 같은 문제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과격한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2월에는 한 인터넷 미디어 대표가 “저작권 개념은 앞으로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라고 말해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적절한 지적”이라는 의견과 “‘펌질’ 매체의 비겁한 변명”이라는 비판이 엇갈렸습니다. 저작권 개념이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저작권에 대한 통념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바야흐로 기존의 저작권 개념으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규정짓기 어려운 시대가 다가온 건 아닐까요? 큐레이션 서비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저작권 논쟁은 어쩌면 콘텐츠 유통의 새로운 시대를 앞둔 산고(産苦)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은 어떠신가요. 내 글, 내 영상이 큐레이션 서비스와 SNS를 통해 전 세계를 떠돕니다. 이때 발달된 정보통신기술(ICT)이 내 콘텐츠를 직·간접적으로 인용한 모든 생산물을 추적하고, 나의 원본 콘텐츠에 자동으로 연결해줍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원저작자인 나에게 유·무형의 이익을 되돌려주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어떨까요. 원본 제작자의 마음(혹은 통장 사정)이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요?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사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외국 서비스는 이런 ‘건강한 펌질’이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피키캐스트나 카카오톡 채널이 보다 진화한 저작권 개념을 만들어 주길, 그래서 역설적으로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강한 콘텐츠 유통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권기범 디지털퍼스트팀 기자 kaki@donga.com}

최근 5년동안 무단으로 병역을 기피한 사람이 51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병무청이 다음달 1일부터 이들 병역 기피자에 대한 신상 공개 제도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사람이 대상이 되고, 어떻게 공개되는 걸까요? 동아일보가 병무청과 함께 새로 시작되는 이번 제도의 주요 내용을 카드뉴스로 꾸며 보았습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제2연평해전 13주년, 그날 참수리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국내 첫 특수촬영제2연평해전 13주년제2연평해전 13주년을 맞아 동아일보가 국내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참수리 357호를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기술을 이용해 촬영했다. 동아일보 디지털퍼스트팀은 제2연평해전의 생존자인 이희완 소령(39)의 도움을 받아 참수리 357호의 내외부 모습 중 전쟁의 상흔이 선명히 남아 있는 7곳을 29일 소개했다.① ‘첫 공격’ 당한 조타실② 윤영하 소령 전사한 노천갑판③ 함포 중 가장 먼저 당한 22포④ 피격 흔적 남은 21포⑤ 아찔했던 내부 통로⑥ 폭발 피한 탄약고⑦ 2명 쓰러진 기관총 거치대동아일보 디지털퍼스트팀이 영상콘텐츠 전문업체인 아바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가상현실 보도 ‘VR 참수리 357호’는 PC 인터넷 주소창에 http://player.360do.tv를 입력하면 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360DO’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된다. 아이폰용 앱은 추후 제공할 예정이다.제2연평해전 13주년. 사진=동아일보/아바엔터테인먼트 제공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제2연평해전 13주년, VR 체험으로 본 참수리호 내부…‘첫 공격’ 당한 조타실 보니제2연평해전 13주년제2연평해전 13주년을 맞아 동아일보가 국내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참수리 357호를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기술을 이용해 촬영했다. 동아일보 디지털퍼스트팀은 제2연평해전의 생존자인 이희완 소령(39)의 도움을 받아 참수리 357호의 내외부 모습 중 전쟁의 상흔이 선명히 남아 있는 7곳을 29일 소개했다.① ‘첫 공격’ 당한 조타실② 윤영하 소령 전사한 노천갑판③ 함포 중 가장 먼저 당한 22포④ 피격 흔적 남은 21포⑤ 아찔했던 내부 통로⑥ 폭발 피한 탄약고⑦ 2명 쓰러진 기관총 거치대동아일보 디지털퍼스트팀이 영상콘텐츠 전문업체인 아바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가상현실 보도 ‘VR 참수리 357호’는 PC 인터넷 주소창에 http://player.360do.tv를 입력하면 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360DO’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된다. 아이폰용 앱은 추후 제공할 예정이다.제2연평해전 13주년. 사진=동아일보/아바엔터테인먼트 제공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제2연평해전 13주년, 그날 참수리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국내 첫 특수촬영제2연평해전 13주년제2연평해전 13주년을 맞아 동아일보가 국내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참수리 357호를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기술을 이용해 촬영했다. 동아일보 디지털퍼스트팀은 제2연평해전의 생존자인 이희완 소령(39)의 도움을 받아 참수리 357호의 내외부 모습 중 전쟁의 상흔이 선명히 남아 있는 7곳을 29일 소개했다.① ‘첫 공격’ 당한 조타실② 윤영하 소령 전사한 노천갑판③ 함포 중 가장 먼저 당한 22포④ 피격 흔적 남은 21포⑤ 아찔했던 내부 통로⑥ 폭발 피한 탄약고⑦ 2명 쓰러진 기관총 거치대동아일보 디지털퍼스트팀이 영상콘텐츠 전문업체인 아바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가상현실 보도 ‘VR 참수리 357호’는 PC 인터넷 주소창에 http://player.360do.tv를 입력하면 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360DO’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된다. 아이폰용 앱은 추후 제공할 예정이다.제2연평해전 13주년. 사진=동아일보/아바엔터테인먼트 제공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제2연평해전 13주년, 가상현실로 체험한 피습 참수리호 357호 내부 전면 공개제2연평해전 13주년제2연평해전 13주년을 맞아 동아일보가 국내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참수리 357호를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기술을 이용해 촬영했다. 동아일보 디지털퍼스트팀은 제2연평해전의 생존자인 이희완 소령(39)의 도움을 받아 참수리 357호의 내외부 모습 중 전쟁의 상흔이 선명히 남아 있는 7곳을 29일 소개했다.① ‘첫 공격’ 당한 조타실② 윤영하 소령 전사한 노천갑판③ 함포 중 가장 먼저 당한 22포④ 피격 흔적 남은 21포⑤ 아찔했던 내부 통로⑥ 폭발 피한 탄약고⑦ 2명 쓰러진 기관총 거치대동아일보 디지털퍼스트팀이 영상콘텐츠 전문업체인 아바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가상현실 보도 ‘VR 참수리 357호’는 PC 인터넷 주소창에 http://player.360do.tv를 입력하면 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360DO’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된다. 아이폰용 앱은 추후 제공할 예정이다.제2연평해전 13주년. 사진=동아일보/아바엔터테인먼트 제공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