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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투표에서 경쟁도시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큰 표 차이로 패할 수 있다는 판세 분석이 올해 하반기에도 정부 내부에 보고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사우디 중 지지 국가가 명확하지 않은 부동표를 제외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세를 분석한 예측치도 있었던 것. 다만 개최지 투표가 임박했던 최근까지 2차 투표에서 역전이 가능하다는 식의 낙관적인 예측치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 되는 등 민관의 ‘엑스포 올인’ 분위기 속에 객관적인 정보 수집과 판세 판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하반기에도 정부 내부에선 부산이 리야드에 큰 표 차이로 패할 수 있다는 외교부와 정보당국 등의 예측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부동표를 50표 안팎으로 잡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투표 결과를 보면 부동표가 모두 사우디 표로 간 것으로 보인다. 확실하게 사우디를 지지하는 국가들 수도 보수적으로 예측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또 정부보다 기업 등 민간에서 판세를 보다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등 민관의 판세 분석에도 온도차가 있었다고 한다.정부 관계자는 “개최지 투표가 임박해오면서 정부의 판세 판단도 낙관적으로 흘러간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정부는 이달 초를 기준으로 문서 등으로 부산 지지를 표명한 국가를 최소 44개국으로 파악했다. 여기에 구두로 지지 의사를 표명한 국가까지 포함하면 50개국가량의 지지표를 확실하게 확보했다는 계산이었다. 1차에서 미리 확보한 50여 표에 2차 때 사우디와 이탈리아를 지지했던 국가 표까지 흡수하면 결선 투표에서 역전극을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구상이었던 것. 하지만 실제 부산에 표를 던진 국가는 정부 예상보다 한참 적은 29개국에 그쳤다. 당초 예상과 달리 투표권을 행사한 국가가 165개국으로 줄어든 점도 우리 정부엔 악재가 됐다.앞서 윤 대통령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브리핑을 열고 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에 대해 “예측 실패”라고 털어놨다. 윤 대통령은 “저 역시도 96개국 정상과 한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는 직접 전화 통화도 했지만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했다. 여러 판세 분석 중 보수적인 판세 예측치가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29일 엑스포 표결 결과가 기존에 보고받은 정세 판단과 다르게 나오자 격앙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부산을 지지하는 나라들이 있었다. 서면으로, 구두로 지지했다”면서 “그런 판세를 가급적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읽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외교부 재외공관이 있고 외국 중앙정부를 상대로 유치전을 벌였기에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객관적이고 신중하게 판단해 정부 기관 내, 유치위원회와 공유했다. 완벽했다고 말하진 않지만 두세번 크로스체크했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기대한 만큼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겸허히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박 장관은 또 결과에 대해 “저희가 상대하는 국가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엇갈린 국가도 있었고 정부가 교체돼서 입장이 바뀐 국가도 있었다”면서 “막판에 어떤 이유인지 입장을 바꾼 국가도 있었고 투표 당일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국가도 있었다”고도 했다.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든 국민이 성원했는데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해 유감스럽다”며 “어려울 거라고는 예측했지만 이렇게 많은 표 차가 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답했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민관이 한 팀으로 최선을 다했기에 책임을 따지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 “다만 우리가 다른 국제행사를 유치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이번 유치전의 판단들을 되짚어보는 리뷰를 할 필요성은 있다”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이 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박람회가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E홀에서 개최된다. 탈북민을 위한 일자리박람회가 열리는 건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30일 통일부에 따르면 통일부가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 남북하나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는 141개 기업과 기관이 온·오프라인으로 참가 등록을 했고, 하나재단 구직 등록자, 하나원 교육생 등 1500여명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고 현장엔 87개 기업 부스가 들어선다. 통일부 관계자는 “(탈북민을) 더 많이 채용할 계획이 있거나 탈북민들과 매칭이 될 수 있는 기업 위주로 선별했다”고 전했다.이번 행사는 탈북민 취업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노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금 남북관계 등 한반도 상황이 전반적으로 어렵지만 탈북민 정착지원업무가 통일부의 고유 업무로 (이를 문제없이) 해나가기 위한 취지”라면서 “하반기 열리는 가장 큰 행사”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취업 지원을 국정과제로 지정해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입사 지원은 ‘북한이탈주민 일자리박람회’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도 가능하다. 통일부 관계자는 채용 규모에 대해선 “기업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5명 내외로 파악된다”고 전했다.‘채용관’에선 채용 및 구인정보 안내, 현장 면접, 면담 등이 진행된다. 또 ‘취업지원관’에선 이력서 작성 및 정보 검색, 이력서 사진 촬영 등이 이뤄진다. 메이크업 및 네일아트 직업을 체험해볼 수 있는 ‘직업체험관’이나 면접에 도움이 되는 컬러 진단 등 이미지 메이킹을 해주는 ‘부대행사관’도 현장에 마련된다.또 행사 당일 오후에는 문승현 통일부 차관 주관으로 국내 정착에 성공한 탈북민들이 각자의 경험을 소개하는 공개 좌담회도 열린다. 개막행사에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 국민의힘 태영호 지성호 의원 등이 참석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우리 편이라 판단했던 국가 상당수가 실제로는 경쟁 도시인 사우디아라비아 쪽으로 표심이 기울어 있었던 것이다.”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투표에서 경쟁 도시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119 대 29’라는 큰 표 차로 패배한 원인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이같이 분석했다. 정부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앞두고 전체 182개국 중 최소 50개국이 1차 투표부터 부산을 지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1차 투표에서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 개최지로 곧장 결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실제 부산에 표를 던진 국가는 정부 예상보다 한참 적은 29개국에 그쳤다. 한 당국자는 “처음부터 판세를 잘못 읽은 것일 수도 있고, 우리를 지지하기로 했던 국가들이 막판에 마음을 바꿔 사우디에 표를 던졌을 수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새벽 엑스포 표결 결과가 기존에 보고받은 표결 정세 판단과 다르게 나오자 격앙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2차 때 부산 투표해 달라” 전략 펼쳤지만 역부족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이달 초를 기준으로 문서 등으로 부산 지지를 표명한 국가를 최소 44개국으로 파악했다. 여기에 구두로 지지 의사를 표명한 국가까지 포함하면 50개국가량의 지지표를 확보했다는 계산이었다. 엑스포는 1차 투표에 참가한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은 도시가 나오면 개최지로 확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가장 적은 표를 받은 한 곳이 탈락한 뒤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정부는 사우디와의 결선 투표행을 예상하고 각국을 상대로 “1차 투표는 어쩔 수 없더라도, 2차 때는 부산을 지지해 달라”는 ‘교차투표’ 전략을 세웠다. 1차에서 미리 확보한 50여 표에 2차 때 사우디와 이탈리아를 지지했던 국가 표까지 흡수하면 결선 투표에서 역전극을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엑스포유치위원회 관계자가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2차 투표에선 한국 95표, 사우디 67표로 앞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배경이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이 같은 판세 분석과 크게 달랐다. 정부 소식통은 “부산으로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부동표’라고 생각했던 국가들이 실제로는 흔들리지 않는 사우디 지지표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결선에 가면 한국을 지지하겠다는 외교적 발언을 근거로 낙관적인 판세 예측을 한 면도 없지 않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브리핑을 열고 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에 대해 “예측 실패”라고 털어놨다. 윤 대통령은 “저 역시도 96개국 정상과 한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는 직접 전화 통화도 했지만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했다.● “52개국이 본국서 직접 ‘투표자’ 파견” ‘오일 머니’를 내세운 사우디의 강력한 막판 ‘표 단속’에 밀린 결과란 분석도 나왔다. 사우디는 11일 ‘캐스팅 보트’로 꼽히던 아프리카 50개국 정상을 초청해 “아프리카에만 2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 당국자는 “우리가 한 국가에 ‘공항 건설 관련 기술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더니, 곧바로 사우디가 해당 국가에 ‘공항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하러 간 일도 있었다”고 했다. 정부는 투표에 참여하는 각국 대사 등을 직접 공략하는 ‘파리 전략’도 펼쳤지만 판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우디는 이탈표를 막기 위해 자국을 지지하는 국가들에 “본국에서 직접 장차관급을 보내 투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번 BIE 총회에는 52개국이 본국에서 직접 투표자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엑스포 개최지 투표 때 5∼10개국 정도만 본국에서 투표자를 보내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많은 숫자다. 엑스포 유치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들을 대상으로 했던 ‘저인망 유치전’이 추후 외교 인프라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에 총리, 장차관이 해외 공관이 없는 국가들까지도 직접 방문하면서 네트워크를 다졌다”며 “대한민국 국익과 경제의 지평을 넓힐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방글라데시와 콩고민주공화국 주재 대사관을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지난달 이후 폐쇄한 공관은 우간다 앙골라 스페인 등 7곳에 이른다. 북한의 공관 감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이어지면서 북한이 재외공관 중심으로 벌여온 불법적인 외화벌이 활동에 제약을 받자 운영비 부족 등을 이유로 공관 폐쇄를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9일 방글라데시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북한이 한 달 전 외교 서한을 통해 방글라데시 정부에 대사관 폐쇄 사실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관련 업무는 인도 주재 북한대사관이 대행한다. 북한은 아프리카 콩고 주재 대사관도 폐쇄하기로 했다. 지난달 이후 7개 공관 철수가 이뤄짐에 따라 북한의 재외공관은 기존 53개에서 46개로 줄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북한의 재외공관 중 최대 12곳이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향후 북한의 공관 추가 폐쇄과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공관 철수에 대해 “외교 역량의 효율적 재배치”라고 주장해왔으나 대북제재 강화로 공관 운영 경비 조달 등 외화벌이가 쉽지 않아 철수가 이뤄지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개발을 강행하면서 경제난이 이어지자 ‘뒷배’인 러시아, 중국 등에 비중을 두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외교적으로 생존을 모색하려고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도 “대북제재 강화로 인해 공관이 벌여오던 외화벌이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어 더는 공관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통적인 우방국들과 최소한의 외교 관계도 유지하기 벅찬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정부와 재계가 총출동한 ‘민관(民官) 코리아 원팀’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에 총력전을 기울였지만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들은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총회 투표 결과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선택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 번영을 이뤄낸 만큼 엑스포를 통해 전 세계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불리는 등록엑스포 유치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삼으려던 포부를 다음 기회로 돌리게 됐다. 부산은 이날 파리 이시레물리노시 ‘팔레 데 콩그레 디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73차 BIE 총회에서 무기명 전자투표 방식으로 이뤄진 투표 결과 29표를 얻어 119표를 획득한 리야드에 뒤졌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었다. 기권은 없었다. 사우디는 BIE 회원국 182개국 중 165개국이 참가한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111표)을 얻어 한국을 따돌리며 결선 투표 없이 유치권을 따냈다. 투표 결과가 나온 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치 실패 소식을 접한뒤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막판 총력 유치전을 펼친 인사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투표에 앞서 진행된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을 2014년부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해 온 발자취를 담은 영상 ‘부산 갈매기의 꿈’으로 시작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한 총리,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 대변인 출신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등 5명이 연사로 나섰다. 반 전 총장은 PT에서 “부산 엑스포는 자연과 인간, 기술의 시너지에 대한 약속이다. 부산 엑스포가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판세를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민관 509일 총력전도 역부족… 사우디 10조원 공세에 1차투표 고배 사우디보다 1년 늦게 경쟁 뛰어들어韓총리 “국민 기대 못미쳐 송구”하루새 지지국 바뀌는 등 경쟁 치열“산업인프라 역량 어필 소기의 성과” 부산이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2030년 엑스포 유치권을 내줬다. 회원국 182개국 중 165개국이 참가한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이상(111표)을 얻어 29표를 얻은 한국을 따돌린 것. 민관이 ‘코리아 원 팀’으로 509일 동안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사우디보다 1년 늦게 교섭 활동에 뛰어든 우리 정부가 사우디의 오일 머니 공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우디는 엑스포 유치를 위해 ‘변화의 시대’란 슬로건을 걸고 78억 달러(약 10조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현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유치위 민간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한 총리가 발언하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 오일 머니 공세 뒤집기에 역부족 한국 대표단은 예상과 달리 사우디가 1차 투표에서 승리한 투표 결과가 모니터에 뜨자 당황하며 무거운 분위기였다. 반면 사우디 대표단은 환호성을 질렀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7월 민관 합동으로 엑스포 유치위원회를 꾸린 뒤부터 한국과 사우디의 유치전은 ‘카드 뒤집기 게임’의 연속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한 나라 지지를 확보하면 사우디가 다시 되돌리고, 그걸 우리가 다시 찾아오는 상황이 전 대륙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면서 “하루 이틀 새 지지 국가가 바뀐 나라가 있다는 보고가 들어온 적도 있다”고 전했다. 28일 투표 직전 총회장에선 한국 대표단과 인사하고 돌아서는 회원국 대표를 사우디 측이 곧바로 낚아채 데리고 나가는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미디어룸에서도 개최 후보국들 간 신경전이 감지됐다. 미디어룸에서 한국 대표단 반대쪽에 자리 잡은 사우디 대표단은 자국 PT가 진행될 때마다 미디어룸이 떠나갈 정도로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각국 BIE 대표단이 파리로 속속 집결한 이달 중순부터는 지지 국가의 표를 다지면서 상대 표를 끌어오기 위한 양국의 정보전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사우디 측에서 한국을 지지하는 국가를 강하게 압박한다는 정보도 입수돼 정부는 접촉하는 국가 수와 국가명도 비밀에 부쳤다. 사우디는 특히 파리 주재 대사가 투표할 경우 표가 이탈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자국을 지지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해당 국가의 장차관급 관료를 투표자로 파견해달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부산을 지지하는 국가들에 본국 관료 파견을 요청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유치엔 실패했지만 사우디의 공격적인 오일 머니 교섭에 휩쓸리지 않고 꿋꿋하게 엑스포 취지에 맞는 산업 인프라 역량과 글로벌 가치를 타국에 적극적으로 어필한 점은 소기의 성과라고 본다”고 전했다.● “尹, 유치 실패 정치적 부담에도 최선” 엑스포 유치엔 실패했지만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를 필두로 한 정부는 총력전을 벌였다. 윤 대통령은 1년 4개월 동안 12개국을 찾아 96개국 462명(정상 110명)을, 한 총리는 25개국을 방문해 112개국 203명(정상 74명)을 만났다. 장관 등 국무위원, 특사들까지 전 세계 각지로 파견한 거리를 합하면 976만8194km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47개국 정상과 대면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23∼24일 파리를 방문했을 땐 행사 때마다 모든 테이블을 돌며 BIE 대표단 등 참석자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눴다.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에도 릴레이 통화는 계속됐다. 한 총리도 투표가 임박한 이달에만 매일 4∼5개국 정상급 인사들과 늦은 밤까지 통화하며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치 실패 시 정치적 부담에 대한 우려도 내부에서 제기됐으나 윤 대통령은 몸을 사리지 않고 국가 정상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북한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강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조선의 샛별 여장군’으로 불린 정황이 포착됐다. 과거 김일성 주석의 초기 혁명 활동을 선전하는 과정에 등장한 ‘조선의 샛별’이라는 표현이 북한의 ‘최고 존엄’ 자제에게 붙은 것으로 사실상 김 위원장의 후계자를 염두에 둔 주애 우상화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평양의 한 소식통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성공을 자축하기 위해 당 조직지도부가 23일 평양시당,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간부들을 대상으로 연 기념강연회에 이런 표현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강연회에선 “우주강국 시대의 미래는 ‘조선의 샛별 여장군’에 의해 앞으로 더 빛날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주애는 지난해 11월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당시 처음 등장해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불렸다. 이후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호칭이 격상됐다. 북한은 통상 해(태양)를 지도자로, 별(샛별, 광명성)을 후계자를 의미하는 상징으로 써 왔는데 샛별 칭호가 주애에게 붙은 것. 김 위원장도 어린 시절 북한 내부에서 ‘샛별 장군’으로 불리다가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엔 ‘김 대장’으로 지칭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엔 ‘위대한 영도자’라는 칭호가 붙었다. 탈북민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북한이 위성 발사 성공을 김 위원장의 10대 딸을 신격화, 우상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면 지도부 최고위층에서 주애를 후계자로 임명하는 내부 절차를 끝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해당 발언이 사실일 경우 주애에 대한 우상화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칭호가 실제 사용됐는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후계구도와 관련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계 기관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등장한 주애는 1년 동안 북한 공개보도에 18회나 등장하면서 후계자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를 보여 왔다. 올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일 기념 열병식에서 주석단에 앉은 주애에게 군 서열 2위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무릎을 꿇고 속닥이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후계자 시절) 김정일에게 오진우 당시 인민무력부장이 무릎을 꿇는 장면이 박정천이 주애에게 무릎 꿇는 장면으로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화성-17형을 발사한 11월 18일을 ‘미사일공업절’로 제정한 것도 주애의 첫 등장을 기념하는 의도란 평가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못해본 주애의 열병식 ‘단독샷’이 노동신문에 보도된 적도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첫째 아들 존재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주애를 후계자로 특정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있다. 앞서 2017년 김 위원장에게 장남이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국가정보원은 올해 3월 “김정은 첫째 자녀가 아들이라는 첩보가 있어 계속 확인 중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일단 통일부는 “주애 외에 자녀 유무는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국가정보원이 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홍장원 1차장 주재로 28일 새벽 긴급 전체 부서장 회의를 열었다. 26일 김규현 전 국정원장과 권춘택 전 1차장 등 수뇌부에 대한 전격 경질이 이뤄진 뒤 임명된 홍 1차장이 즉각 조직 기강 다잡기에 나선 것.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원장 후보자 지명 전 1, 2차장을 먼저 임명하면서 당분간 국정원을 ‘용산 직할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가운데, 이번 긴급회의는 인사 파동을 수습하고 개혁의 틀을 마련하라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홍 1차장은 이날 새벽 서울 서초구 내곡동 본청에서 열린 긴급 전 부서장 회의에서 각 부서 현안을 면밀히 점검한 뒤 직원들의 적극적인 임무 수행을 지시했다. 특히 “철저한 조직 기강 확립을 주문하면서 원장 직무대행 체제에선 한 치의 정보 공백과 국민 불안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이날 회의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고,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거론하면서 최전방 감시초소(GP) 중무장에 나선 북한의 후속 동향을 주시해 군사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홍 1차장과 황원진 신임 2차장은 모두 대북 업무 전문가로 평가되는 만큼 대북 업무 역량 강화를 최우선으로 강조한 것.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글로벌 공급망 위기, 사이버 해킹 등 안보 위협에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가자고 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국가정보원이 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홍장원 1차장 주재로 28일 새벽 긴급 전체 부서장 회의를 열었다. 26일 김규현 전 국정원장과 권춘택 1차장 등 수뇌부에 대한 전격 경질이 이뤄진 뒤 임명된 홍 차장이 즉각 조직 기강 다잡기에 나선 것.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원장 후보자 지명 전 1·2차장을 먼저 임명하면서 당분간 국정원을 ‘용산 직할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가운데 이번 긴급회의는 인사 파동을 수습하고 개혁의 틀을 마련하라는 윤 대통령 의중이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홍 1차장은 이날 새벽 서울 서초구 내곡동 본청에서 열린 긴급 전 부서장 회의에서 각 부서 현안을 면밀히 점검한 뒤 직원들의 적극적인 임무 수행을 지시했다. 특히 “철저한 조직 기강 확립을 주문하면서 원장 직무대행 체제에선 한 치의 정보 공백과 국민 불안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이날 회의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고, 9·19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거론하면서 최전방 감시초소(GP) 중무장에 나선 북한의 후속 동향을 주시해 군사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홍 직무대행과 황원진 신임 2차장은 모두 대북 업무 전문가로 평가되는 만큼 대북 업무 역량 강화를 최우선으로 강조한 것.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글로벌 공급망 위기, 사이버 해킹 등 안보 위협에 발 빠르게 대응해나가자고 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국정원장 공석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국가안보를 수호하자는 국정원 직원들의 결의를 다진 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심해서 일할 의욕도 없는 분위기다.” 국가정보원 직원 A 씨는 중견 직원들의 반응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간부 인사를 둘러싼 파벌 싸움이 외부에 고스란히 노출된 끝에 김규현 국정원장과 권춘택 1차장이 동시에 경질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와 자긍심이 땅에 떨어져 있다”는 것.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 쇄신을 계기로 국정원이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전 정부를 거치며 약화된 대북 업무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인사를 위해 마치 조직이 있는 것 같은,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계속됐다”면서 “62년 동안 유지된 인사 시스템 문제가 이번에 터져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계급 정년으로 인해 인사 때마다 ‘라인’이 중요하고 승진에 목매는 분위기가 인사 갈등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남 교수는 “정보 수집, 분석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직급 체계 등 인사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직 국정원 간부 B 씨는 “북한의 도발 위협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동맹 복원 등 안보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상반기에 정리됐어야 할 내홍이 너무 길게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김규현 전 원장을 한 차례 신임했는데도 조직을 다잡지 못하고 인사를 둘러싼 파벌 싸움이 지속돼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초래했다는 것. 전직 국정원 간부 C 씨는 “원래 국정원은 인사 갈등이 드문 조직이지만 전임 정부 시절 특히 인사 유연성이라면서 엉뚱한 사람이 발탁되고, 2∼3년 만에 4급에서 1급으로 특정인에게 직급 승진이 초고속으로 이뤄졌다”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전문가를 특수 보직에 앉히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 약화된 정보 수집이나 휴민트 관리 등 대북 업무 역량을 회복하는 과정이 인사 파동 등을 거치면서 더디게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직 국정원 간부 D 씨는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정원의 대북 업무 역량에 의구심이 들게 한 이벤트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대북 역량은 절반 수준밖에 회복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원장은 27일 이임식에서 “지난 정부에서 길을 잃고 방황했던 국정원의 방향을 정하고 직원 모두가 큰 걸음을 내딛은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을 사실상 경질한 가운데 후임에는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등 군 출신 인사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긴장이 고조된 안보 상황에 대응하고, 누적된 국정원 혼선을 쇄신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기 위한 고심이 이어지는 것. 후임 원장 지명 없이 김 전 원장이 경질된 것은 국가 정보 수장 적임자를 찾기 어려운 윤 대통령의 고심이 묻어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처장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경호처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윤 대통령을 보좌해 왔다. 육군 3성 장군 출신으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수도방위사령관 등 군 요직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실 용산 이전 작업을 주도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여권 내에서는 “충암고 선배라는 점이 국정원장 발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처장은 주변에 “그럴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고 한다. 동시에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고 있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의 이름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올해 10월 물러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과 국회 정보위원장을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도 거론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난 김관진 전 실장,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외교관 출신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무대행 체제를 일단 택한 건 후임 인선에 대한 고심이 계속되고 있고,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장 자리가 막중하기에 윤 대통령이 더욱 신중하게 후임 인선을 할 것 같다”며 “한동안은 직무대행 체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원장 직무대행을 겸해 임명된 홍장원 신임 국정원 1차장은 국정원 재직 중 대북 공작 파트에서 첩보 수집이나 휴민트(인적정보) 관련 업무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영국 대사관 공사를 지냈고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맡는 등 박근혜 정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육사 43기 출신인 그는 육사 교수, 훈육 장교 등이 선발하는 대표화랑으로 임관한 이력이 있다. 황원진 신임 국정원 2차장도 국정원 재직 중 북한정보국장을 거치는 등 박근혜 정부에서 중용된 대북 관련 업무 전문가로 알려졌다. 김규현 전 국정원장의 특별보좌관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과도 지속적으로 교감을 해왔다.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는 “통상 국정원 차장에 미국 전문가를 기용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1, 2차장을 모두 북한 전문가로 임명한 건 한미 동맹이 강화되고, 북한의 위협이 고도화된 현 상황을 반영한 인사”라고 평가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국가정보원장, 차장 전원 교체 인사안을 준비해 두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영국 국빈 방문과 프랑스 순방을 앞두고 참모들에게 이같이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26일 오전 순방에서 귀국한 지 불과 9시간 반 뒤인 오후 4시 반 대통령실은 이 같은 국정원장 교체를 공식 발표했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이날 오전까지도 자신에 대한 교체 기류를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인사 파동이 처음 드러난 이후 한 차례 윤 대통령이 김 원장을 신임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갈등이 사그라지기는커녕 대통령 순방 기간에도 간부 인사를 둘러싼 김 원장과 권춘택 1차장을 중심으로 한 조직 난맥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자 수뇌부인 원장과 해외 파트를 총괄하는 1차장, 대북 파트 담당 2차장을 이례적으로 동시에 경질하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수뇌부 중에서는 과학기술, 사이버안보를 담당하는 백종욱 3차장과 조직·예산·인사를 담당하는 김남우 기획조정실장만 유임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원장이든, 1차장이든, 그들을 위시한 다른 세력이든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며 “무엇보다 ‘일’이 돌아가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차례 신임에도 2차 진흙탕 파벌 싸움6월 윤 대통령은 자신이 재가했던 국정원 1급 7명에 대한 인사를 전격 철회했다. 해당 인사에 김 원장 비서실장 출신으로 방첩센터장을 맡았던 김 원장 최측근 K 씨의 전횡이 개입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보기관 사상 초유의 인사 파동이자 인사 번복 사태였다. 이런 인사 파동에서 국정원 내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자 윤 대통령은 K 씨 등을 면직 처분했다. 김 원장 교체설이 나오던 중 윤 대통령은 김 원장으로부터 국정원 조직 정비 방안을 보고받은 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헌신하라”고 주문한 사실을 공개하며 김 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그럼에도 해외정보관 인사, 대기 발령 후 6개월 교육 이수자에 대한 재교육 명령 등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 불거졌다. 급기야 인사 파동이 일어난 지 불과 5개월 만인 이달 K 씨가 김 원장을 통해 다시 국정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직을 떠난 K 씨와 가까운 이들이 국정원 3, 4급 인사에서 혜택을 봤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외교관 출신인 김 원장과 국정원 공채 출신인 권 1차장이 국정원 간부 인사를 두고 대립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다. 김 원장 측은 권 1차장을 위시한 일부 세력이 ‘원장 흔들기’를 위해 내부 인사 문제를 언론에 흘린다고 의심했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원 개혁 방향에 대한 이견이 두 사람의 대리전 양상으로 불거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때 국정원장 물망에 올랐던 권 1차장 입장에서도 국정원 개혁 방향이 다른 김 원장과의 관계에서 내적인 갈등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대통령실 주변 기류가 묘하게 달라진 건 이 무렵이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정보기관 수장이 자신의 비서에게 휘둘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후임 적임자의 문제이지, 대통령 입장에서도 여러 문제를 고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교체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尹 순방 중 감찰처장 등 교체가 방아쇠” 이후 김 원장 측에서는 권 1차장을 비롯한 국정원 인사기획관 S 씨를 둘러싼 의혹을 들고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요직에 있던 S 씨가 6월 인사 파동을 기점으로 새로 인사기획관으로 임명됐는데, 그의 인사를 둘러싼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 윤 대통령이 이달 해외 순방 중이던 시기 여권 일각에서는 “S 씨를 비롯해 감찰실장, 외부 핵심 기관 파견자 등 3명이 모두 요직에 있으며 김 원장 체제를 흔들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 원장이 권 1차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권 1차장이 감찰을 받기 시작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본보 확인 결과 이 같은 논란 속에 최근 S 씨가 사의를 표명했으며 이에 사표가 수리됐다고 한다. S 씨에 더해 최근 K 씨 등을 둘러싼 비위 의혹 감찰을 주도해온 국정원 감찰처장도 윤 대통령 순방 중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S 씨는 주요 대기업으로 이직을 시도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김 원장의 인사 조치가 윤 대통령 순방 중에 벌어진 것이 김 원장 경질의 방아쇠로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 尹, 원장-1차장 동시 경질로 난맥 타개 결국 국정원 내홍이 끊이지 않자 윤 대통령이 김 원장과 1, 2차장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 내부 갈등이 발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논란이 외부에 무분별하게 유출되는 상황도 심각하게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장은 일단 공석이지만 향후 원장 인선에는 대북 정보 기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될 수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초 윤 대통령은 정보기관에 대해 이스라엘의 ‘모사드’같이 정보 수집을 제대로 하는 조직으로 갈지, 아니면 우방국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갈지 고심했다”며 “문재인 정부 때 손상됐던 이런 협력 시스템이 김 원장 시기 복원된 만큼 이제 대북, 정보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26일 부산에서 개최된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은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법원 판결이 양국 합의와 국제법에 반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가미카와 외상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국제법상 주권 면제 원칙이 부정되고 원고의 소(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23일 위안부 피해자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일본 정부에 2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를 통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보는 만큼 이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하게 항의한 것. 이에 박 장관은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존중하는 만큼 앞으로 양국이 소통해 가자”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위안부 합의를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향후 외교적 틀 안에서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법적인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가장 중시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양국이 노력한다는 것”이라며 “양국간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소통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예정된 한 시간을 훌쩍 넘겨 85분간 진행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쟁점이 돌출돼 공방을 벌인 것이 아니라 제반 사안에 대한 협력 평가 및 나아갈 방향을 양 장관이 조목조목 말하다 보니 (시간이) 초과된 것”이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긴 행진곡 중 마지막 악장만 남기고 있는 심정이다. 제 마음은 차분하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이틀 앞둔 26일(현지 시간) 한덕수 국무총리가 개최지 최종 투표가 열릴 프랑스 파리 출국에 앞서 “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파리를 방문(23∼25일)한 데 이어 한 총리가 바통을 넘겨 받아 현지에서 재계 총수들과 ‘코리아 원 팀’으로 막판 총력전에 나선다. 개최지 투표가 실시되는 28일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27일, 만 하루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 막판까지 지지·우호국 표심 다잡기 유력한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파리에 도착한 한 총리는 26일 오후부터 쉴 틈 없이 곧바로 ‘맨투맨 세일즈’에 나섰다. 한 총리는 부산 엑스포가 국제사회의 개발·기후·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연대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 등 정부 인사들은 개최지 선정 투표를 위해 파리에 모여든 BIE 회원국 대표들 가운데 한국에 비공식적으로 지지를 선언했거나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대표들의 표심도 최종 확인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BIE 회원국 대표단을 상대로 양국이 엎치락뒤치락 미팅을 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고 전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20일부터 파리에 머물며 한국이 빠른 시간 경제·문화적 발전을 이뤄낸 경험을 세계와 공유한다는 뜻을 담은 ‘부산 이니셔티브’를 설파하고 있다. 재계 총수들도 현지에서 부산 엑스포가 한국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프랑스에 남아 28일 최종 발표 때까지 현지에서 유치 활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투표일까지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고 파리에서 막판까지 가능한 한 많은 국가의 관계자들을 면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사업 관계가 있는 국가들의 막판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도 프랑스에 남아 각국 대사들을 만나고 있다. 이날 귀국한 구광모 ㈜LG 대표 역시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의 BIE 대표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차(결선) 투표가 열릴 것으로 보고 1차 투표로 탈락이 예상되는 이탈리아 로마 표 흡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BIE 182개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 이상 득표(122표)하는 후보지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득표 후보지끼리 2차 투표가 진행된다. ● 민관 ‘원팀’ 500여 일간 지구 495바퀴 정부 안팎에선 전방위적인 민관의 유치 총력전으로 “한번 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26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정부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는 모든 기업이 힘을 합쳐서 ‘원팀 코리아’로 정말 열심히 했다”며 “추격자 입장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많이 추격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엑스포유치위원회가 꾸려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1월까지 민관이 부산 유치를 위해 지구를 495바퀴 돌았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총리, 국무위원·특사 등 정부 측에서 976만8194km(지구 243바퀴), 13개 기업 최고경영자(CEO)·임직원 등 기업이 1012만3385km(지구 252바퀴)로 총 1989만1579km(지구 495바퀴)를 돌았다는 것. 특히 윤 대통령은 1년 4개월여 동안 12개국을 찾아 96개국 462명(정상 110명)을, 한 총리는 25개국을 방문해 112개국 203명(정상 74명)을 만나 부산 유치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전을 함께한 13개 기업도 총 174개국을 찾아 2807명(정상 382명)을 만났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매일 1%씩 유치 가능성을 높이려고 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정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국제박람회기구(BIE) 182개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 이상 득표(122표)하는 것을 막아 2차(결선) 투표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결선 투표에서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는 유럽연합(EU), 아프리카 국가 등에 최근 집중적으로 부산 선택을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엑스포 개최지는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BIE 총회에서 결정된다. 한국 부산과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3개 후보지가 경쟁에 나선 가운데 부산과 리야드의 2파전으로 판세는 굳어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사우디가 부산에 앞서 있다는 평가는 여전하다. 사우디 정부는 우리보다 1년 앞서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외교전을 벌였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경제발전, 인프라 등에서 한국의 비교우위를 살려 막판 스퍼트한 게 회원국들에 충분히 통한 것 같다”면서 “결선 투표로 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우디가 결선 투표에 가게 되면 관건은 1차 투표에서 이탈리아를 찍었던 표를 어디가 흡수하느냐다. 정부는 이탈리아를 상대적으로 많이 지지하는 EU 소속 국가들을 집중 공략한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1차 투표는 28일 오후 4시(한국 시간 29일 0시)경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3분의 2 이상 득표하는 국가가 안 나오면 결선 투표로 간다. 1차 투표에서 각 후보지의 대표가 프레젠테이션(PT)을 한다.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내세워 PT를 진행할 방침이다. 쇼비즈니스 성격을 앞세우기보단 명확하고 진지한 메시지를 내세워 진심을 전하겠다는 전략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5월 1차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핵심 부품에 한국산 전자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은 5월 31일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과 여기에 탑재된 정찰위성 만리경-1호 잔해를 서해에서 수거한 뒤 한미 공동으로 분석을 진행한 결과 만리경-1호 핵심 부품에 한국산 장비가 포함된 사실을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해외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전자기기를 중국 등을 통해 밀반입한 뒤 관련 기술을 정찰위성 개발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북한의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정찰위성 제작과 관련한 부품 조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당시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된 정찰위성은 10분간 비행한 뒤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쪽 200여 km 해상에 추락했다. 군이 인양한 잔해에는 발사체 2단부 동체, 위성체에 달린 카메라 등 광학 장비와 관련 부품, 광학 카메라가 들어가는 경통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7월 인양 장비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만리경-1호가 매우 조악한 수준으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군사정찰위성으로서 성능을 발휘하는 최소 조건인 서브미터급(가로세로 1m 미만의 물체 식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본 것. 다만 당시 군은 인양한 만리경-1호 실물이나 북한 정찰위성 수준에 대한 판단 배경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달 21일 3차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해 만리경-1호를 지구 궤도에 안착시켰다. 러시아가 실패한 1, 2차 발사 데이터를 분석해 발사 성공을 도운 것으로 확인된 만큼 위성 기술은 1차 때 우리 정부가 파악한 수준보다 향상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제대로 된 정찰위성 기술을 확보하는 데 최소 3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의 정찰위성 기술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서브미터급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3차 발사에 성공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대적인 자축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정찰위성 기술력을 북한이 자체적으로 확보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한국산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위성 관련 부품과 장비들도 전자기기에 사용되던 것들을 밀반입한 뒤 짜깁기해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北위성 한국산 전자부품, 제재 피해 中 등서 밀반입 가능성” 北 1차 위성서 韓 전자부품 발견北 5월 쏜 위성 정찰 성능 떨어져… 석달 만에 획기적 기술 진전 의문3차 발사 위성, 러 지원이 변수… 위성사진 공개돼야 기술력 판가름 북한이 5월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에 한국산 전자부품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된 건 대북 제재를 회피해 여러 국가의 부품을 몰래 들여온 뒤 이를 짜깁기해 위성을 완성한 실태를 보여준다. 북한은 5월과 8월 두 차례 실패 끝에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아 이달 21일 만리경-1호를 지구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군사정찰위성으로서 제 기능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서브미터(가로세로 1m 미만의 물체 식별)급 위성을 개발할 자체 기술을 보유했을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북한이 앞선 발사 실패 후 3개월 만에 한미에 위협이 될 만한 수준으로 정찰위성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정찰위성 발사를 앞두고 러시아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정황이 확인된 만큼 북한 위성 기술이 진전됐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결국 기술력 검증은 북한이 현재 지구 궤도에 오른 만리경-1호로 촬영된 위성사진을 공개해야 확인될 전망이다.● “제재 피해 한국산 부품 밀반입”북한은 외국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전자기기에 사용된 전자부품을 밀반입해 만리경-1호 완성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중국 등을 통해 관련 부품을 들여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앞서 2012년 12월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 3호를 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로켓 은하 3호는 서해상으로 추락했다. 이때도 이를 인양한 우리 군은 부품 가운데 한국산 반도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2014년 유엔 안보리 산하 북한제재위원회에 따르면 은하 3호엔 한국산 반도체 SD램을 포함해 6개국에서 제조한 14개 품목의 부품이 포함됐다. 정부는 5월 발사된 만리경-1호 추정 물체 인양 분석 결과와 동일하게 이번 정찰위성 성능도 조악한 수준일 수도 있다고 일단 추정하고 있다. 앞서 23일 국가정보원도 “새로운 인공위성의 발전 속도가 통상 3년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북한이 괌 사진을 촬영했다는 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한 인공위성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은 되지 못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2021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을 공표하면서 정찰위성 개발 사업이 5대 핵심 과제에 포함됐는데, 북한이 2년 만에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위협할 만한 대남 감시의 ‘눈’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 현재까지 북한이 대내외에 공개한 위성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 일대를 촬영한 ‘위성 시험품’ 사진이 전부다. 당시 공개된 사진의 해상도는 20m 수준으로 일반 상업용 위성 성능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올해 두 차례 발사 실패 이후 9월 북-러 정상회담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러시아가 북한에 기술 진전에 도움을 준 점이 변수다.● 하루 최소 2회 한반도 상공 통과 예상 실시간 위성추적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현재 만리경-1호는 고도 500km 내외에서 초당 7.61km로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94분 만에 지구를 1바퀴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지구를 15바퀴 돌고 있는 셈이다. 만리경-1호는 하루 2∼4회 한반도 상공을 계속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우주군은 22일(현지 시간) 만리경-1호에 공식 번호(58400)와 식별 번호(2023-179A)를 부여하면서 지구 궤도를 회전하는 공식 위성임을 인정했다. 다만 만리경-1호의 실제 정상 작동 여부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만리경-1호와 평양 지상기지국 간 교신과 사진 및 영상 등 수신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2012년과 2016년 북한이 쏴 올린 광명성 3·4호도 북한 주장과 달리 지상과의 교신이 전무해 작동 불능 상태로 판명된 바 있다. 한미는 이르면 주말쯤 만리경-1호가 정상 작동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23일 9·19남북군사합의 무효화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대남 군사행동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북한 국방성은 이날 일반 담화가 아니라 정부 방침을 피력하는 성명 형식으로 2018년 9·19합의에 따라 중단된 모든 군사적 조치를 원상 복구하겠다고 위협했다. 특히 육상·해상·공중의 완충구역을 사실상 무효화하며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를 군사분계선 지역에 전진 배치하겠다”는 구체적인 군사행동 방향까지 예고했다. 앞서 2020년 6월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비무장화 지대 전력화’를 경고하는 등 긴장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 바 있다. 우리 정부 당국은 그때보다 북한의 위협 수위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 총참모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가 예고했던 대남 군사행동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보류됐지만 이번 경고는 실제 액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남 공격용 3종 미사일 전방 배치 가능성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성명 발표 당일인 오늘 도발 임박 징후는 없다”면서도 “조만간 육해공에서 동시다발 도발에 나서며 위협 선전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미 최전방에 우리 수도권 타격용으로 자주포·방사포 등 장사정포를 배치해놓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전술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신형 근거리·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대거 전방 지역에 배치한 뒤 이를 공개할 가능성을 우리 군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 전역을 초토화할 목적으로 개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북한판 에이태큼스’ ‘초대형 방사포’ 등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미사일은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지난해와 올해 시험 발사한 사거리 100여 km의 신형전술유도무기 등도 전방에 배치할 이른바 ‘강력한 무력’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열병식에서 잇달아 공개한 ‘북한판 K-9 자주포’인 신형 152mm 자주포, 차량을 신형으로 교체한 240mm 방사포, 신형 전차·장갑차 등을 북한이 전방 주요 기계화 부대에 대거 배치한 뒤 군사분계선(MDL) 수 km 이내에서 대대적인 화력 훈련을 실시할 가능성도 높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은 육군 전력의 약 70%를 평양-원산선 이남에 배치해 언제든 기습공격을 감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이번엔 이들 전력을 대거 MDL과 가까운 전방으로 임시 전진 배치해 한국 사회의 불안감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9·19합의로 설정된 육해공 완충구역을 무시하겠다고 노골적인 경고장을 날린 만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접한 곳에서의 해상·수중 도발도 가능성 높은 도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특히 해안포 등 기존의 구식 무기보단 최근 공개한 수중 기습 타격용 무기인 핵어뢰 ‘해일’을 동원해 서해 NLL 인근에서 수중 폭파시키는 모습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 9월 진수한 신형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제 발사 장면을 공개해 군사적 긴장 조성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군은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복구하거나 공동경비구역(JSA)을 재무장하는 등 9·19합의를 통해 남북이 상호 조치한 2가지 군사행동을 원상 복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18년 남북 합의로 철거한 고성 철원 등 GP 11곳을 복원하고 여기에 화기를 증강 배치하거나 JSA 인원을 무장시키고 병력을 진입시키는 등 방식으로 국지 도발해 긴장 수위를 확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9·19 일부 효력 정지 직후 북 미사일 도발 한동안 뜸했던 북한의 미사일 ‘릴레이 도발’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우리 군의 9·19합의 효력정지 8시간 만인 22일 오후 11시 5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다만 한미 당국은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이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최근 고체연료 엔진을 시험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는 만큼 관련 동향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IRBM용 고체연료 시험은 사실상 성공에 근접했다는 게 한미의 평가”라고 전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도 김 위원장의 판단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이날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내년이 되면 김 위원장 결심에 따라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23일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지상·해상·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한다”고 기습 통보했다. 이틀 전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기습 발사에 대응해 우리 군이 하루 뒤 대북 정찰용 무인기를 띄우는 등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 카드로 대응하자 북한이 이날 다시 9·19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며 긴장을 대폭 고조시킨 것. 북한 국방성은 이날 성명에서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국을 직접 겨냥한 북한의 국지 도발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은 정부의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 발표 이후인 전날 밤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발사 직후 공중폭발한 이 미사일은 단거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군은 보고 있다. 이에 23일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휴전선 최전방 지역의 K-9 자주포 등의 화력대기태세를 격상하며 대응 태세를 강화했다. 군사분계선에서 북한의 자주포, 고사포 사격 가능성 등 다양한 국지 도발 시나리오를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날 선언에 따라 한국 타격용 단거리 미사일 3종 세트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을 휴전선 이북 수십 km 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무력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우리 군은 북한의 해상 도발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핵어뢰 ‘해일’이나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 등 수중·해상 신형 무기에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뒤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군사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인 ‘분단을 넘어’는 이날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 마양도 잠수함 기지에 잠수함 여러 척 등을 배치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이 분야별로 9·19합의 파기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해당 합의 조항 효력을 정지해 맞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북한이 NLL 인근 서해상에서 수중 도발을 하면 백령도 연평도에 배치된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3차 정찰위성 발사 성공에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실패한 1, 2차 정찰위성 발사체 관련 데이터를 받아 분석한 결과를 북한에 제공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3차 정찰위성 발사 직후에도 러시아 기술자가 북한으로 건너간 정황이 포착됐다”고 했다.北, 핵탑재미사일 전방 배치 가능성… 핵잠서 SLBM 도발할수도 ‘對南 군사조치 원상복구’ 위협 단거리탄도미사일 3종세트 배치서해 NLL 수중도발 가능성도미사일 ‘릴레이 도발’ 재개 관측… 고체연료 IRBM 발사도 예의주시 북한이 23일 9·19남북군사합의 무효화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대남 군사행동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북한 국방성은 이날 일반 담화가 아니라 정부 방침을 피력하는 성명 형식으로 2018년 9·19합의에 따라 중단된 모든 군사적 조치를 원상 복구하겠다고 위협했다. 특히 육상·해상·공중의 완충구역을 사실상 무효화하며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를 군사분계선 지역에 전진 배치하겠다”는 구체적인 군사행동 방향까지 예고했다. 앞서 2020년 6월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비무장화 지대 전력화’를 경고하는 등 긴장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 바 있다. 우리 정부 당국은 그때보다 북한의 위협 수위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 총참모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가 예고했던 대남 군사행동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보류됐지만 이번 경고는 실제 액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남 공격용 3종 미사일 전방 배치 가능성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성명 발표 당일인 오늘 도발 임박 징후는 없다”면서도 “조만간 육해공에서 동시다발 도발에 나서며 위협 선전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미 최전방에 우리 수도권 타격용으로 자주포·방사포 등 장사정포를 배치해놓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전술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신형 근거리·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대거 전방 지역에 배치한 뒤 이를 공개할 가능성을 우리 군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 전역을 초토화할 목적으로 개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북한판 에이태큼스’ ‘초대형 방사포’ 등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미사일은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지난해와 올해 시험 발사한 사거리 100여 km의 신형전술유도무기 등도 전방에 배치할 이른바 ‘강력한 무력’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열병식에서 잇달아 공개한 ‘북한판 K-9 자주포’인 신형 152mm 자주포, 차량을 신형으로 교체한 240mm 방사포, 신형 전차·장갑차 등을 북한이 전방 주요 기계화 부대에 대거 배치한 뒤 군사분계선(MDL) 수 km 이내에서 대대적인 화력 훈련을 실시할 가능성도 높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은 육군 전력의 약 70%를 평양-원산선 이남에 배치해 언제든 기습공격을 감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이번엔 이들 전력을 대거 MDL과 가까운 전방으로 임시 전진 배치해 한국 사회의 불안감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9·19합의로 설정된 육해공 완충구역을 무시하겠다고 노골적인 경고장을 날린 만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접한 곳에서의 해상·수중 도발도 가능성 높은 도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특히 해안포 등 기존의 구식 무기보단 최근 공개한 수중 기습 타격용 무기인 핵어뢰 ‘해일’을 동원해 서해 NLL 인근에서 수중 폭파시키는 모습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 9월 진수한 신형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제 발사 장면을 공개해 군사적 긴장 조성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군은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복구하거나 공동경비구역(JSA)을 재무장하는 등 9·19합의를 통해 남북이 상호 조치한 2가지 군사행동을 원상 복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18년 남북 합의로 철거한 고성 철원 등 GP 11곳을 복원하고 여기에 화기를 증강 배치하거나 JSA 인원을 무장시키고 병력을 진입시키는 등 방식으로 국지 도발해 긴장 수위를 확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9·19 일부 효력 정지 직후 북 미사일 도발 한동안 뜸했던 북한의 미사일 ‘릴레이 도발’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우리 군의 9·19합의 효력정지 8시간 만인 22일 오후 11시 5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다만 한미 당국은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이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최근 고체연료 엔진을 시험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는 만큼 관련 동향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IRBM용 고체연료 시험은 사실상 성공에 근접했다는 게 한미의 평가”라고 전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도 김 위원장의 판단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이날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내년이 되면 김 위원장 결심에 따라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다음 날인 22일 북한은 향후 군사정찰위성을 추가로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을 방문해 “다양한 정찰위성을 더 많이 발사해 궤도에 배치하고 적에 대한 가치 있는 실시간 정보를 풍부히 제공하고 대응 태세를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남조선 및 태평양 주변 지역’에 대한 정찰능력 조성 계획을 연내로 관측되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제출하고, 내년도 정찰위성 발사계획을 심의·결정할 것이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대남 감시는 물론이고 한미일을 모두 겨냥해 내년 초에도 다수의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겠다는 것. 촘촘한 감시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정찰위성 추가 발사 외에도 북한이 머지않아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한미 정보당국은 높게 보고 있다. 북한은 최근 IRBM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한 바 있다. 한미는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를 섞어 동시다발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실시한 IRBM용 고체연료 시험은 완전하진 않지만 성공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형 IRBM을 당초 미사일공업절(18일)에 쏠 수 있다고 봤던 만큼 곧 발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정찰위성 발사에 우리 정부가 9·19남북군사합의의 공중정찰 금지조항 효력 정지로 맞대응한 만큼 북한이 이를 명분으로 국지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해안포 사격 재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구 등을 통해 9·19합의 이전 상태로 회귀시키는 수준으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접경지역에서 인명 피해를 직접 노린 도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22일 주장한 가운데 우리 군은 이달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기지에서 첫 번째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다. 2025년까지 5기의 정찰위성을 발사하는 사업(425사업)의 첫 단계를 진행하는 것. 이 사업이 계획대로 완료되면 북한 미사일 기지, 핵실험장 등 주요 시설을 2시간 단위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실시간 대북 감시가 가능한 ‘눈’을 갖게 되는 것. 군은 우리 정찰위성 발사 시점을 의식해 북한이 이번에 발사 시기를 앞당긴 정황을 포착했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남북 간 감시 역량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정찰위성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北 군인 들고 있는 소총까지 식별”우리 군의 전자광학(EO)·적외선(IR) 위성인 정찰위성 1호기는 30일 500km 안팎 고도로 발사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린다. 이 위성은 수백 km 고도에서 3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군이 들고 있는 소총까지 식별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우리 군은 북한 정찰위성(만리경-1호)의 최고 해상도가 서브미터급(가로세로 1m 미만의 물체 식별)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정찰위성 업그레이드에 실패했다면 우리 정찰위성이 해상도에서 100배 이상 성능이 앞선다는 의미다. 군은 내년 4월부터 2025년까진 고성능 영상레이더(SAR) 정찰위성 4기를 스페이스X의 로켓으로 궤도에 안착시켜 더 촘촘한 대북 감시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SAR 위성은 악천후에도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로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5기의 정찰위성이 수백 km 고도에 안착하면 북한의 미사일발사차량(TEL) 움직임이나 병력 이동은 물론이고 북한 지휘부에 대한 밀착 감시도 가능해진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도발 양상을 다변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공격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이를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Kill-Chain)’의 핵심 전력이 구축되는 것. 정부 소식통은 “정찰위성 외에도 고고도무인정찰기 등 정찰자산과 미 측 자산을 총동원하면 사실상 북한 전역에 대한 실시간 수준의 감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 군은 미국의 정찰위성을 통해 파악한 정보를 공유받는 등 영상 정보 수집 역량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해 왔다. 군은 425사업 외에 초소형 군사위성 30여 대 추가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425사업 위성이 한반도 상공은 살필 수 있지만 위성체 통과와 통과 사이 공백 시간이 있는 만큼 이를 메우기 위해서다. 군은 2030년까지 초소형 위성체 사업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 북, 韓 정찰위성 발사 의식해 발사 서둘러북한은 이러한 우리 정찰위성 개발을 의식하며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모습이다. 우리 정찰위성 개발 상황을 의식해 이번 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서두른 정황도 우리 군에 포착됐다. 최근 북한 고위급 지도부가 “한국보다 정찰위성을 먼저 쏘라”는 취지로 지시한 정황을 우리 군 당국이 확인한 것. 북한은 발사 지점인 동창리로 발사체 등 장비를 이동시킨 뒤 실제 발사까지 단시간에 진행하며 발사 프로세스를 최대한 단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앞서 8월 실패한 2차 정찰위성 발사 때도 북한은 우리 위성 개발을 의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아 북한이 20일이 소요되는 준비 과정을 수일로 단축하는 등 조급하게 발사를 감행했다고 국가정보원이 평가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문재인 정부에서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증 없이 나온 수치였다는 게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앞서 2021년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6.3% 감축하겠다던 기존 목표치를 40%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번 높인 NDC는 파리기후협정의 ‘진전 원칙’에 따라 다시 낮추기 어려운 만큼 객관적으로 작성된 통계를 기반으로 실현 가능성을 검토, 검증해야하지만 이 과정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감사원은 21일 공개한 ‘온실가스 감축 분야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 실태’ 감사보고서에서 2021년 정부의 NDC 발표가 있기 전 당시 환경부는 감축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20년 11월 문 전 대통령이 2015년 국제사회에 공표했던 NDC를 더 높이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감축 목표치를 크게 상향하는 방안을 만들어야했다. 하지만 센터는 NDC 초안을 작성하면서 과거 자료, 언론 보도 등을 참고해 임의로 감축 수단과 목표율을 결정했다. 기존에 NDC를 도출할 때 해왔던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것.검증 시스템이 없다보니 환경부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실현하기 어려운 감축 목표를 제출 받고도 별도의 검토 없이 NDC에 이를 반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산업부는 산업부문의 철강업종 에너지 절감율을 2018년 수립했던 11%에서 13%로 목표치를 2%p 상향했는데, 실현 가능성이나 달성 방안에 대한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산업부가 2030년까지 감축하기로 계획했던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3790만t 중 2129만t(56.16%)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환경부는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내년 상반기부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체계를 마련하고 2035년 NCD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