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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전남 목포. 소리에 재능이 있지만 형편이 넉넉잖은 16세 소녀 윤정년은 우연히 여성 소리꾼들로 구성된 매란국극단의 공연을 본다. 감탄한 정년은 그 길로 국극단을 따라 서울로 향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신의 실력에 이내 좌절하지만 동료들과 경쟁하고 또 힘을 모으며 자기 안의 소리를 발견해 나간다. 국립창극단이 17∼2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창극 ‘정년이’ 줄거리다. 2019년부터 3년간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여성 국악인들의 연대와 성장을 그린다. 드라마 제작도 확정돼 배우 김태리가 윤정년 역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웹툰 137화 분량의 서사는 소리 50여 곡으로 재탄생됐다. 창작 판소리극 ‘사천가’와 ‘억척가’로 만났던 남인우 연출가와 이자람 음악감독이 호흡을 맞췄다. 창극 ‘정년이’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판소리와 신민요 등 다채로운 음악이 매력이다. 웹툰 특유의 유머러스함도 놓치지 않는다. 이 음악감독은 “판소리의 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각 캐릭터가 ‘만화적 군상’으로서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음악을 썼다”고 했다. 극 중 극으로 나오는 ‘자명고’ 등 일부 판소리는 현대적 관점으로 각색됐다. 기존 ‘자명고’에서 낙랑공주는 호동왕자와의 사랑을 위해 조국을 배신하고 북을 찢는다. 하지만 ‘정년이’ 속 낙랑공주는 북을 지키고 호동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택한다. 윤정년 역은 국립창극단의 간판 소리꾼 이소연과 목포에서 고교 시절을 보낸 조유아가 맡는다. 이소연은 “오디션 대본 첫 대사를 읽을 때 눈물이 났다”며 “정년이처럼 창극 배우를 꿈꾸던 시절이 떠올랐다”고 했다. 2만∼5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금도 잠은 하루 4시간만 잡니다. 대금부터 소금, 피리, 태평소 등등… 관악기 6종을 1시간씩만 연습해도 7~8시간은 훌쩍 가요. 남들 잘 때 다 자고 놀 때 다 놀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우리나라 대금 연주의 대가 죽향(竹鄕) 이생강 명인(86)은 지난달 27일 이렇게 말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 보유자인 그는 이생강류 대금산조의 창시자다. 맑은 음색과 구슬 같은 새소리 표현이 백미로 평가받고 있다. 이달 22일 그는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열리는 국악 명인 기획공연 ‘일이관지’에서 독주곡인 대금산조를 연주한다. 피리 이종대, 아쟁 이태백과 합을 맞춰 시나위도 선보인다. 서울 성북구 전수원에서 만난 그의 등은 대나무만큼이나 꼿꼿했다. 한 가락 시연한 아리랑은 한 호흡으로 깔끔하게 불어냈다.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올곧은 모습은 치열한 관리 덕이었다. 그는 “예전처럼 격한 운동은 못하지만 물 없는 욕조에서 팔굽혀펴기를 매일 2000개씩 한다”며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일본에선 일본말을, 한국에선 한국말을 못 한다는 이유로 동네 애들한테 두들겨 맞던 게 싫어 오랫동안 유도를 단련한 게 지금도 체력의 밑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이 명인은 다섯 살에 처음 단소를 잡은 이후 80년간 국악 외길을 걸었다. 제도권 음악 교육을 받지 못해 스승을 찾아다니며 실력을 키웠다. 일본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단소를 불던 아버지를 위로하려고 따라 분 것이 시작이 됐다. 그 즈음 아버지는 그에게 본명 이규식 대신 굳셀 강(剛) 자를 쓴 지금의 이름을 지어줬다. 그는 “대나무처럼 강해도 부러지지 말란 의미에서 강할 강 대신 굳셀 강을 썼다”며 “강자에 지지 말고 살라 하셨다”고 회고했다. 1945년 해방이 되자 그는 연락선을 타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의 권유로 ‘예인’이 많은 전라도로 향했다. 전주역 앞에서 태평소를 불던 그는 우연히 대금 연주자 고(故) 한주환 선생을 만난다. 본격적으로 대금을 배우게 된 출발점이다.“밤이 되면 야시장에 나가 은행 앞 계단에서 피리를 불었어요. 아버지가 만든 피리를 팔며 푼돈을 벌었죠. 경찰 단속이라도 나올까 친구들이 망을 봐줬고요. 민속악은 음악 축에도 안 끼워주던 시절이라 사람들은 연주에 감탄하면서도 저를 ‘피리쟁이’라고 부르며 무시했습니다. 그럼에도 연주하니 좋았죠. (웃음)” 국악 관악기 7종을 섭렵했지만 그에게 대금은 더욱 특별하다. 음악적 표현에 한계가 없는 악기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대금에는 중·임·무·황·태 5음계뿐이지만 미분음으로 나눠 불면 무궁무진한 음을 낼 수 있다”며 “국악은 물론이고 서양 음악과 현대 음악까지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엔 퉁소, 일본엔 단소와 흡사한 악기가 있지만 대금은 우리나라에만 있어 선조의 얼이 담긴 악기”라고 했다. 이 명인은 자신의 호 ‘죽향(竹鄕)’을 따라 남은 생을 대금 연주에 바칠 것이라고 했다. 죽향에는 대금의 원형인 대나무라는 의미와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모두 담겨있다. 우리 기악을 연주하는 제자들을 양성하는 데도 꾸준히 힘쓴다는 계획이다. “자식들에게 ‘나 죽으면 어디 묻지 말고 대나무 속에 넣어달라’고 했어요. 이승 아닌 곳에서도 대금과 함께하고 싶어서요. 대금은 제 숨이나 다름없어요. 평생 힘닿는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을 겁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춤은 ‘꽝’인지라 배운 걸 잊지 않으려고 길을 걷거나 지하철을 기다리다가도 동작을 반복했어요. 악보를 볼 줄 몰라 작곡가가 직접 불러 녹음해 준 걸 하루 종일 들으며 외웠습니다(웃음).”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실비아, 살다’에서 주인공 실비아의 가부장적인 남편 테드 역을 맡은 배우 김세환(35)이 말했다. 연극 ‘한남(韓男)의 광시곡(狂詩曲)’으로 제59회 동아연극상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그는 이번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23일 만난 그는 “춤을 제대로 춰본 적 없어 합쳐봐야 불과 2분 남짓한 안무를 외우지 못해 같은 배역을 맡은 문지수 씨를 붙들고 연습했다”며 웃었다. 그는 2015년 연극 ‘백세개의 모노로그’로 데뷔해 ‘빵야’(2023년),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2021년) 등 30여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작품을 고를 때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 아픔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했다. 뮤지컬 데뷔작으로 선택한 ‘실비아, 살다’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제한됐던 1950, 60년대에 불운한 삶을 산 미국의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4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2관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에서 그는 실비아와 사랑에 빠질 때의 달콤한 모습, 갈등을 겪다 돌아서는 매몰찬 모습에서 확연히 달라지는 감정의 온도차를 눈빛을 통해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배우를 꿈꾼 건 고등학생 때부터다. 친구 따라 들어간 연극반은 ‘학교 끝나면 축구만 하던’ 그에게 연기의 꿈을 심어줬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어머니와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간 게 결정적인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부유해 보이는 학생에게 친절하던 상담 선생님이 추레한 행색의 우리에게 건성으로 답하는 걸 보는 순간 오기가 생겼어요.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후 학교에서 먹고 자며 연습만 했습니다.” 최근 드라마로도 영역을 넓혀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최치열(정경호)에게 술집에서 시비 거는 인물로 등장했다. 정경호와는 지난해 2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호흡을 맞췄다. 4월부터는 서울시극단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키스’에 객원 단원으로 참여한다. “지질한 역을 많이 했는데 새 작품에서도 구차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웃음). 비겁한 어른이 되지 말자고 다짐하며 제 안의 면면을 들여다볼 겁니다. 어릴 때부터 연극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왔어요. 관객이 평소 생각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게 연극과 배우의 역할 아닐까요. 스스로에게도 끊임없이 질문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제이홉(29·사진)이 입대한다. 팀에서 진에 이어 두 번째다. 26일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제이홉은 최근 입영 연기를 자진 취소했다. 제이홉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에 따라 만 30세가 되는 내년 말까지 입영이 미뤄진 상태였다. 제이홉은 입영통지서가 나오는 대로 현역 입대한다. 지난해 BTS는 멤버별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입대하겠다고 밝혔다. 진은 지난해 12월 입대해 현재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 중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프랑스 파리의 정신질환자 주간보호시설을 다룬 다큐멘터리 ‘아다망에서’가 25일(현지 시간) 열린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아다망에서’는 센강 위를 떠다니는 주간보호시설의 정신질환자와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매일 바지선에서 노래 부르고 그림을 그리며 치료받는 환자들의 모습이 담겼다. ‘아다망에서’를 연출한 니콜라 필리베르 감독은 수상 소식에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찍는 40년간 끝없이 인정투쟁을 벌여왔는데 당신들 오늘 미친 것 아닌가”라며 기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미친 사람들에게 갖는 편견을 바꿔보려 노력했다. 같은 세상에 사는 존재로서 ‘가장 미친 사람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식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최우수주연상(은곰상)은 8세 아역 배우 소피아 오테로가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베를린 영화제 사상 최연소 수상자다. 오테로는 스페인 에스티발리스 우레솔라 솔라구렌 감독의 영화 ‘2만 종의 벌들’에서 여름방학을 양봉장에서 보내며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소녀를 연기했다. 오테로는 “제 인생을 연기에 바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물 안에서’로 베를린 영화제 인카운터스 부문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은 상을 받지 못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어릴 때부터 줄곧 연극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왔어요. 관객이 평소 생각지 못했던 걸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게 연극과 배우의 역할 아닐까요.” 이달 1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2관에서 뮤지컬 ‘실비아, 살다’가 개막했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제한됐던 1950~1960년대에 불운한 삶을 산 미국의 여류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창작했다. 지난해 7월 초연이 관객 호평을 받으며 약 6개월 만에 다시 공연된다. 당대 최고의 시인이자 실비아의 가부장적인 남편 테드 역할을 맡은 배우 김세환(35)을 23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살면서 춤을 제대로 춰본 적 없다는 그에게 ‘실비아, 살다’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5년 연극 ‘백세개의 모노로그’로 데뷔 이후 30여 개 작품에서 활약했지만 뮤지컬은 처음이다. 전부 합쳐봐야 2분 남짓에 불과한 안무를 좀처럼 외우지 못해 같은 배역을 맡은 동료 배우 문지수를 계속 붙들고 연습했다. “춤은 영 ‘꽝’인지라 배운 걸 잊지 않으려고 대학로를 걷다가도,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가도 동작을 반복했어요. 악보를 볼 줄 몰라서 넘버 익히는 것도 난관이었죠. 작곡가가 직접 불러준 AR을 하루 종일 들으며 외웠습니다(웃음).” 다양한 캐릭터를 오가는 가운데서도 그는 자신만의 메시지가 확고한 배우다.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희생된 삶들을 다룬 연극 ‘빵야(2023)’, 퀴어소설 원작의 연극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2021)’ 등에 출연했다. 올해 제59회 동아연극상에선 한국 남성의 정체성과 여성 차별의 역사를 짚어낸 연극 ‘한남(韓男)의 광시곡(狂詩曲)’으로 연기상을 수상했다. ”작품을 고를 때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 아픔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작품 앞에서의 태도와 평상시의 태도가 일치하도록 노력도 하고요. 뮤지컬은 해본 적 없어 두려웠지만 여성서사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실비아, 살다’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그가 배우의 꿈을 꾸게 된 건 고등학생 때부터다. 친구 따라 들어간 연극반에서 학생극 ‘다녀오겠습니다’의 조연을 맡은 이후 꿈도 목표도 없던 그에게 연기라는 꿈이 생긴 것. 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어머니와 입시 상담을 받은 것이 트리거(trigger·방아쇠)가 됐다. 그는 “다른 학생에겐 친절하던 상담 선생님이 추레한 우리 행색을 보자 돌변하던 순간 오기가 생겼다”며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이후에도 학교에서 먹고 자며 계속 연습에만 매진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드라마에도 발을 담그며 작품 영역을 넓히고 있다.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최치열 역의 배우 정경호에게 술집에서 시비 거는 인물로 등장했다. 정경호와는 지난해 2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호흡을 맞추며 연이 닿았다. 그는 “놀라게 해주려고 경호 형한테는 비밀로 한 채 오디션에 참가했다”며 “카메라에 둘러싸여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 너무 떨렸는데 경호 형과 다흰이 형(전종렬 역) 덕에 무사히 끝냈다”고 했다. 차기작은 서울시극단이 4월부터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선보이는 연극 ‘키스’다. 객원 단원으로 참여해 주연 유세프 역을 맡는다. 칠레 극작가 기예르모 칼데론 원작 연극으로 지난해 새로 발탁된 고선웅 예술감독과 우종희 연출이 국내 초연을 이끈다. “배우라면 누구나 관객에게 사랑받는 역을 맡고 싶죠. 하지만 새 작품에서도 비겁하고 찌질한 연기를 보여드리게 될 것 같아요(웃음). 비겁한 어른이 되지 말자는 다짐으로 제 안의 비슷한 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할 겁니다.” 4월16일까지, 5만~6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파우스트는 사실 ‘흉내’라는 연기의 영역으로 닿을 수 없는 배역입니다. 개막 직전까지 끊임없이 고민할 겁니다.”(유인촌) “즐거운 악몽(?) 같은 작품이에요. 감사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박해수) 연극 ‘파우스트’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다음 달 31일부터 4월 29일까지 공연된다. 독일 문호 괴테의 희곡이 원작인 이 작품은 배우 유인촌(72)과 박해수(42)가 각각 파우스트 박사 역과 악마 메피스토 역으로 호흡을 맞춰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LG아트센터 서울이 마곡으로 이전한 후 처음 선보이는 제작 연극이기도 하다. 작품은 선악이 공존하는 존재인 인간이 악마와 계약하며 좌절하고 또 극복하는 이야기다. 유인촌은 파우스트와 인연이 깊다. 10년 전 동명의 오페라 낭독극에서 파우스트 겸 메피스토를 연기했고, 1997년 직접 제작한 연극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 역을 맡았다. 유인촌은 파우스트에 대해 “최고의 지성을 갖췄으면서도 끊임없이 뭔가를 열망하는 복합적 캐릭터라 연기하기 어렵지만 인간의 여러 면모를 표현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극 ‘햄릿’(2022년) ‘페리클레스’(2016년) 등에서 선굵은 연기로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 작품은 4주간 단일 캐스팅으로 공연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수리남’ 등에서 활약한 박해수는 ‘2018 이타주의자’ 이후 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2007년 연극 ‘최강 코미디 미스터로비’로 데뷔한 뒤 연극계 간판 배우로 활약했다. 그는 “무대에서 어떻게 하면 고전극으로 관객에게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데서 재미와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서 2013년과 2014년엔 각각 오이디푸스 역과 맥베스 역을 연기했다. 박해수는 2012년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상을 받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데뷔 50년 차 배우인 유인촌과 함께 투톱 주연으로 연기하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유인촌 선생님의 연기를 보며 자랐습니다. 첫 리딩 때 선생님의 대사를 듣는데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선생님이 ‘기쁨’과 ‘환희’라는 단어를 읽는데 장음과 단음, 고저 등이 기쁨과 환희를 안겨줬죠. 곧바로 녹음기로 대사를 읊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녹음했어요. 공부하려고요. 하하.”(박해수) 이를 듣던 유인촌은 “세대가 다른 배우들이 한데 모인 작품은 서로 배울 수 있어 좋다”며 “이번 작품 역시 박해수 씨를 비롯해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와 표현방식을 보며 저 역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연출은 연극 ‘코리올라누스’(2021년) ‘로미오와 줄리엣’(2016년) 등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많이 선보였던 양정웅이 맡았다. 4만4000∼9만9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더 룸’의 장르는 현대무용도 한국무용도 아닌 초현실주의예요.”(김설진) “작품은 한국무용의 범위 내에서 끊임없이 탈출을 도전해요. 어떤 동작을 할 때 ‘왜 이렇게 해야 하지?’를 계속 묻습니다.”(최호종) 다음 달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국립무용단의 ‘더 룸’이 5년 만에 재공연된다. 2018년 초연 당시 독특한 미장센 등으로 호평을 받으며 객석 점유율 99.5%를 기록한 작품이다. 벨기에 피핑 톰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현대무용가 김설진(42)이 안무 및 연출을 맡아 한국무용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립극장에서 작품의 안무와 연출을 맡은 김설진과 무용수 최호종(29)을 20일 만났다. 2016년 동아무용콩쿠르 한국무용 남자 창작부문 금상 수상자인 최호종은 이번 무대에서는 무용수 중 막내다. 이들은 ‘더 룸’에 대해 “여러 사람이 들어왔다 나가며 그들의 흔적이 남는 ‘방’을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방을 배경으로 무용수들이 직접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몸짓으로 풀어냈다. 작품에서 방은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숱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개인의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두 사람은 ‘더 룸’ 작업 과정이 일이 아닌 놀이에 가까웠다고 고백했다. 전통무용과 현대무용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2014년 춤 경연 방송 프로그램 ‘댄싱9’ 시즌2 우승자로 이름을 알린 김설진은 이후 드라마 ‘빈센조’(2021년), 연극 ‘그때도 오늘’(2022년) 등에서 배우로 활약해 왔다. 최호종은 고등학생 시절 극단에서 연기를 하다 세종대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대중가요 등을 토대로 댄스필름도 활발히 제작 중이다. “비틀린 안무와 연출이 좋아서 재공연을 목 놓아 기다린 작품이에요. 매일 아침 똑같은 동작을 해도 매번 새롭고 즐거워요. 아무도 안 웃어도 혼자 웃고 있을 정도로요.”(최호종) ‘더 룸’은 단원들의 춤 선에 배어 있는 한국무용의 ‘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무용 공연에서 으레 사용되는 국악은 단 한 곡도 활용하지 않았다.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의 음악 ‘고 슬롤리(Go Slowly)’부터 재즈 ‘아임 인 더 무드 포 러브’,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까지 다양한 장르를 변화무쌍하게 오간다. 김설진은 “국악과 재즈는 연주자들이 언제든 주거니 받거니 변주를 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며 “그래서인지 한국무용에 재즈를 가미해도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초연 무용수 8명이 그대로 등장하지만, 이번 공연에는 지난 5년간 출연진이 겪은 변화들이 오롯이 녹아 있다. 작품이 무용수 개개인의 삶에 기반한 만큼 시간이 흐르며 바뀐 생각들을 반영한 것. 대사가 없는 만큼 서사가 보다 선명하게 읽히도록 등·퇴장 순서, 배우들의 손짓 등 작은 부분도 고쳤다. “올해 최호종 씨를 보고 ‘나이가 좀 들었네’ 싶더라고요. 기술적으로, 정신적으로 깊이 숙성된 느낌이랄까요. 무용수들이 발전한 데 맞춰 안무나 연출을 손봤죠. 배배 꼬여서 제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은 쉽게 풀었습니다.”(김설진) 한국무용에 현대무용이 녹아든 작품이 자칫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관객들에게 이들은 “자신의 해석이 맞는지 틀렸는지 판단하기보단 ‘더 룸’을 통해 자기 삶을 들여다보면 된다”고 했다. 3만∼4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자 외딴 곳에 홀로 떨어진 것 같았다. 정처 없이 걷다 작은 집에 들어섰다. 창문 하나 달린 원룸이다. 시야각을 보아 하니 가상의 나는 방바닥에 앉아 있는 듯하다. 현실의 나도 덩달아 무대 바닥에 주저앉는다. 눈앞에 널브러진 과자 봉지와 옷가지 사이로 가상의 무용수가 등장한다. 그는 나와 부딪칠 듯 부딪치지 않으며 홀로 춤을 춘다. 고립된 느낌은 덜하지만 만질 수 없으니 온기는 느낄 수 없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이 24일부터 26일까지 선보이는 VR 기술융합공연 ‘이십삼각삼각’의 일부다. 총 3막으로 구성된 공연 중 2막에서 관객 50명은 VR 기기를 쓰고 가상현실을 체험한다. 지난해 초연이 화제를 모으며 당초 4회로 예정됐던 올해 공연은 5회로 늘렸다. 표는 예매 시작 당일 전석 매진됐다. 예술의전당에 있는 리허설 현장을 16일 찾아 송주원 안무가(50)를 만났다. 송 안무가는 도시 곳곳에 투영된 존재의 의미를 현대무용과 영상, 기술과 엮어 풀어내고 있다. 그에게 VR 기술은 가상과 현실 간 경계를 지우는 단순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VR 기술은 사람들이 통상 정면(180도)으로만 보는 세상을 360도로 보여준다”며 “팬데믹은 이 세상이 사실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온라인 소통만으로는 고립감이 해소될 수 없음을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이십삼각삼각’은 고립된 사람들이 연결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제목 속 삼각형은 고립된 개인을, 20개 삼각형으로 이뤄진 정이십면체는 하나로 이어진 세계를 각각 의미한다. 송 안무가는 관객―무용수, 무대―객석, 현실―가상 간 경계를 허물었다. 공연은 무대 중앙에 선 관객들을 무용수 8명이 둘러싸며 춤을 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2막 VR 영상에서 독무를 추던 무용수들은 관객과 3막에서 ‘진짜로’ 만난다. 나란히 앉아 눈을 맞추거나 가볍게 손을 잡고 걸으며 누군가와 연결될 때의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 공연을 위해 무대를 없애고 1층 객석도 전부 치워 관객과 무용수 간 장애물이 없는 공간을 만들었다. 관객은 텅 빈 공간에 앉거나 걸어 다니며 작품에 스며들게 된다. 이는 조명이 꺼진 무대에 다 같이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마지막에서 절정에 이른다. 2014년부터 영상작업을 해 온 송 안무가에게도 이번 작품은 쉽지 않았다. 초연에 비해 관객 수는 20명에서 50명으로 늘었고 무대 면적은 줄었다. 그는 “무대 위 안무뿐 아니라 VR 영상에서 무용수들이 어떻게 춤출지, 카메라는 그에 맞춰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등을 정교하게 계획해야 했다”며 “바뀐 극장 환경에 맞춰 관객 동선을 새로 구상하는 것이 특히 까다로웠다”고 했다. 안무는 무용수 8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짰다. 각자 고립을 느꼈던 순간을 이야기한 후 이를 토대로 캐릭터와 동작을 구성했다. 송 안무가는 “무용수와 제작진의 도움 없이는 완성하지 못했을 작품”이라고 했다. 3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VR(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자 외딴 곳에 홀로 떨어진 것 같았다. 정처 없이 걷다 작은 집에 들어섰다. 창문 하나 달린 원룸이다. 시야각을 보아하니 가상의 나는 방바닥에 앉아있는 듯하다. 현실의 나도 덩달아 무대 바닥에 주저앉는다. 눈앞에 널브러진 과자 봉지와 옷가지 사이로 가상의 무용수가 등장한다. 그는 나와 부딪칠 듯 부딪치지 않으며 홀로 춤을 춘다. 고립된 느낌은 덜하지만 만질 수 없으니 온기는 느낄 수 없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이 24일부터 선보이는 VR 기술 융합 공연 ‘이십삼각삼각’의 일부다. 총 3막으로 구성된 공연 중 2막에서 관객 50명은 VR 기기를 쓰고 가상현실을 체험한다. 지난해 초연이 화제를 모으며 기존 4회로 예정됐던 올해 공연은 예매 시작 당일 전석 매진돼 총 5회로 늘렸다.‘이십삼각삼각’은 고립된 사람들이 연결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팬데믹으로 경험한 상호연결의 의미를 표현하고자 관객-무용수, 무대-객석, 현실-가상 간 경계를 허문 것이 특징. 공연은 무대 중앙에 선 관객들을 무용수 8명이 둘러싸며 춤을 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2막 VR 영상에서 독무를 추던 무용수들은 관객과 3막에서 ‘진짜로’ 만난다. 나란히 앉아 눈을 맞추거나 가볍게 손을 잡고 걸으며 누군가와 연결될 때의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 16일 리허설 현장을 찾아 송주원 안무가(50)를 만났다. 송 안무가는 도시 곳곳에 투영된 존재의 의미를 현대무용과 영상, 기술과 얽어 풀어내는 아티스트다. 그에게 VR 기술은 가상과 현실 간 경계를 지우는 단순 장치에 그치지 않는다. 송 안무가는 “VR 기술은 사람들이 통상 정면(180도)으로만 보는 세상을 360도로 보여주기 위함”이라며 “팬데믹은 이 세상이 사실 하나로 연결돼있으며 온라인 소통만으로는 고립감이 해소될 수 없음을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경계를 허물고자 전통적인 무대도 없앴다. 관객이 정면을 바라보도록 만들어진 무대 대신 자유소극장 1층 객석을 전부 치워 관객과 무용수 사이 장애물 하나 없는 공간을 만든 것. 관객은 텅 빈 공간에 앉거나 걸어 다니며 작품 속에 스며들게 된다. 이는 3부 엔딩에서 절정에 이른다. 조명이 꺼진 무대에 다같이 누워 정이십면체 모양 천장을 바라본다. 송 안무가는 “불안하고 고립된 삼각형 같은 순간들을 지나 원형의 세계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영상작업을 지속한 그에게도 각종 경계를 넘나드는 ‘이십삼각삼각’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초연대비 VR 기기와 관객 수는 늘었고 무대 면적은 줄었다. 초연에서 20대였던 VR 기기는 올해 50대로 늘었다. 그는 “무대 위 안무뿐 아니라 VR 영상에서 무용수들이 어떻게 춤출 것인지, 카메라는 그에 맞춰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등을 정교하게 계획해야 했다”며 “특히 바뀐 극장 환경에 맞춰 관객을 무대에 세우기 위해 공간 동선을 새로 짜는 것이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안무는 무용수 8명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축했다. 살면서 고립을 느꼈던 순간을 이야기한 후 이를 토대로 캐릭터와 동작을 구성했다. 무용수별로 주어진 가상의 방 8개 역시 캐릭터에 맞춰 디자인됐다. 실제 원룸 한 곳을 빌려 무대 디자이너가 이불, 커튼 등을 매번 바꿔 꾸민 뒤 촬영했다. 송 안무가는 “배우와 제작진 도움 없이는 완성하지 못했을 어려운 작품”이라며 “향후 더 많은 관객에게, 더 오랜 기간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2월 24일~26일, 3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청계천은 점심 때가 되면 주변 직장인과 주민들로 활기를 띤다. 1년 365일, 인간은 물론이고 청둥오리의 쉼터가 돼주는 청계천은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차들이 달리는 복개도로였다. 당시 청계천은 대기오염의 발원지이자 역사유적이 함몰된 공간, 노후화된 상업지로 인식됐다. 그랬던 청계천이 2005년 ‘걷고 싶은 거리’로 돌아왔다. 시민에게 ‘도시에 살 권리’를 돌려준 것이다. 책은 도시의 조건을 다시 정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가 말하는 도시란 구역 내 어디에 살든 집, 일자리, 상점, 병원, 학교, 문화시설 등 6가지 사회적 필수기능건물에 도보 및 자전거로 15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도시 속 중심축을 늘리고 하나의 건물에 여러 기능을 부여하면 도시로서의 조건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사람과 동식물이 숨쉴 수 있도록 무분별한 개발을 멈추고 자연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프랑스 파리시 도시정책고문이자 파리 제1대학 팡테옹-소르본의 교수다. 세계 대도시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협의체인 ‘C40 도시기후리더십그룹’이 감염병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전략으로 채택한 ‘15분 도시, 30분 영토’ 개념을 창안한 인물이다. 그는 주거 양극화, 자원 고갈 등 각종 문제가 곪아터진 세계 도시들이 이타주의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한 결과를 책에 담았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2050년까지 지구상에 거주하는 83억 인구 중 약 60억 명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측한다. 세계는 대부분 도시화됐고 도시생활 관련 문제는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가 됐다. 지구에서 도시들이 차지하는 표면적은 2%에 불과하지만 그곳에 인구 절반이 모여 살며 전 세계 에너지의 78%를 소비한다. 저자는 “살아있는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물과 공기, 성찰과 침묵 등 공동의 자산을 되찾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다수의 현대인에게 좀 더 건강한 생활을 위해선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기업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17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50만 달러(약 6억5000만 원)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기부금은 삶의 터전을 잃은 현지 어린이들을 위해 쓰인다. 한세실업도 이재민 지원과 피해 지역 재건 등을 위해 10만 달러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전달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 피해를 겪는 주민을 위해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에 성금 2억 원을 기부했다. 하이브는 앞서 13일에도 세이브더칠드런에 지진 피해 성금 5억 원을 기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강진으로 국가적 재난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를 돕기 위해 구호금 10만 달러를 지원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주한 튀르키예대사관을 찾아 지진 희생자를 애도한 뒤 기부금을 전달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튀르키예를 돕기 위한 긴급 구호 성금 5000만 원을 모금했다고 17일 밝혔다. 변협은 곧 적당한 기부처를 찾아 이 성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엠에이치앤코(모던하우스),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와 함께 방한용품과 영유아 물품 등 긴급 구호물품 약 1000점을 기부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공연은 종합예술이에요. 엄마처럼 두루두루 잘 챙기고 섬세하게 다루는 게 중요합니다. 그 지점에서 제가 빛을 발한 게 아닐까요.”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13일 만난 김미혜 샘컴퍼니 대표(53)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남성 공연제작자들이 넘쳐나는 공연계에서 손에 꼽는 여성 프로듀서다. 지난달 열린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선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신춘수 오디뮤지컬 대표 등 쟁쟁한 남성 후보들을 제치고 박민선 스튜디오 선데이 대표와 함께 창작부문 프로듀서상을 받았다. 지난달 막을 내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96년 국내 초연 이후 서울 공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냈다. 김 대표는 1991년 뮤지컬 ‘넌센스’로 데뷔한 배우 출신이다. 계원예고와 성균관대 무용과를 졸업한 뒤 ‘넌센스’의 발레리나 수녀 역으로 공연계 첫발을 뗐다. 배우로 활약하던 그는 고교 동창이던 배우 황정민(53)과 2004년 결혼한 뒤 ‘같이 무대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꿈을 꾸준히 키워나갔다. 그리고 2010년 공연 제작사 겸 연예기획사를 세웠다. “우리가 만든 공연으로 신인 배우를 키워 영화, 드라마로 진출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던 신인 시절에는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단 꿈도 있었지만 좌초됐거든요. 방법을 몰랐고 기회도 없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회사를 꾸렸습니다.”‘천만 배우’의 아내이지만 무엇 하나 쉽게 이룬 것은 없었다. 2004년 결혼 당시 그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여주인공 페기 소여를 맡아 연기했다. 결혼식 이틀 전, 그는 부산에서 낮 공연과 저녁 공연을 모두 끝낸 다음 날에야 서울로 돌아왔다. 임신 6개월 차엔 출연 배우의 사정으로 지방 공연이 펑크 났을 때 대역을 서기도 했다.“프로듀서로서 첫 작품은 ‘넌센스’ 시리즈였어요. 그땐 홍보 전단을 아파트 꼭대기에서부터 집집마다 붙이면서 내려왔어요. 경비원에게 의심받지 않으려고 비싼 모피코트를 입고 뛰어다녔죠. 전화로 티켓을 예매하던 시절이라 제법 성공률이 높았습니다. 하하.” 차기작은 다음 달 31일부터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연극 ‘파우스트’다. 괴테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배우 유인촌, 박해수가 주연을 맡았다. 그는 “어려운 글도 배우들의 대사로 들으면 이해가 잘 되고 금세 애정이 생긴다”며 “가장 아름다운 희곡이라고 생각하는 ‘맥베스’를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뮤지컬 ‘베토벤’이 배우 사정으로 시작 시간이 20분 지연됐다. 이날 공연은 오후 2시 반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결국 관객들은 좌석에서 멍하니 20분간 대기해야만 했다. 제작사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별도의 보상은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상 공연의 경우 ‘30분 이상 지연 시 보상’이라고 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EMK 관계자는 “초과 주차비는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뮤지컬 제작사들이 공연 지연, 캐스팅 당일 변경 등이 발생해도 관객에게 제대로 배상하지 않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공연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각종 사고가 발생하는 데다 이에 대한 대책도 부실해 관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과문만 덩그러니 게재 지난해 성탄절에는 뮤지컬 ‘물랑루즈’가 기계 결함으로 공연이 중단됐다. 2막 공연 중반 크리스티안과 사틴이 넘버 ‘크레이지롤링’을 부르던 중 갑자기 노래가 끊기고 공연장 불이 켜진 것. 결국 “기계 결함으로 잠시 공연을 중단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 뒤 3분간 기기를 정비한 후 공연이 재개됐다. 제작사인 CJ ENM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불편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문만 올렸을 뿐 별도의 보상은 없었다. 관련 게시물엔 항의성 댓글 80여 개가 달렸다. 주연 배우가 갑작스럽게 교체돼도 보상은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데 그친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지난달 17일과 이달 9일 각각 러빗 부인 역과 토비아스 역의 배우가 건강상의 이유로 공연에 참여하지 못해 공연 당일 배우가 변경됐다. 보상은 예매 환불·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건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상 제작사의 보상 기준이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공연이 30분 이상 지연·중단되면 티켓 값 110%를 배상해야 하지만 30분 미만일 경우 제작사가 자율적으로 보상안을 결정한다. 주요 출연자가 바뀔 때도 자율적으로 110%를 돌려주게 돼 있다. 지난달 13일 음향기기 오류로 공연이 30분 지연된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경우 1막까지만 본 후 환불을 요청한 관객에게 제작사 쇼노트 측이 티켓 값의 110%를 돌려줬다.●해외에선 ‘프리뷰 공연’으로 완성도 높여 제작사들은 사고가 날 때마다 관객에게 배상할 경우 손실이 클 뿐 아니라 사고의 유형과 규모가 천차만별이라 범주를 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쇼노트 관계자는 “초연은 회당 들어가는 제작비가 막대하다. 전석 매진돼도 남는 게 많지 않아 환불까지 해주면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또 다른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무대장치 결함, 배우 컨디션은 예측이 어렵고 사고의 경중을 계량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외 역시 환불이 수월하진 않지만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프리뷰 제도’를 운영해 사고에 대비한다. 프리뷰는 본공연 전에 미리 문제점을 파악해 보완하기 위한 시범공연으로, 관객은 대신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볼 수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파이더맨’은 2010년 초연 당시 안전을 이유로 프리뷰만 무려 7개월간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일부 작품의 경우 프리뷰를 2∼4일 정도 하고 티켓을 할인해주고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프리뷰를 통해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사고 유형을 파악하고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며 “국내는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탓에 단기공연 위주로 열려 제작사들은 프리뷰에 관심이 없고 치열한 티켓 예매 전쟁에 지친 팬들은 이해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공연은 종합예술이에요. 엄마처럼 두루두루 잘 챙기고 섬세하게 다루는 게 중요합니다. 거기서 제가 빛을 발한 게 아닐까요.” ‘남초’ 공연계에서 손에 꼽는 여성 프로듀서인 김미혜(53) 샘컴퍼니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올해 열린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그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박명성, 신춘수 등 쟁쟁한 남성 후보들을 제치고 박민선 스튜디오 선데이 대표와 함께 창작부문 프로듀서상을 받았다. 지난달 막을 내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96년 국내 초연 이후 서울 공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냈다. 1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운이 좋았다”며 소탈하게 웃었지만 그 뒤엔 쉼 없는 뜀박질이 숨어있었다. 김 대표는 1991년 뮤지컬 ‘넌센스’로 데뷔한 배우 출신 프로듀서다. 계원예고와 성균관대 무용과를 졸업해 ‘넌센스’의 발레리나 수녀 역으로 첫발을 뗐다. 공연예술에 대한 애정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근처에서 학교를 다니며 자연스럽게 깊어졌다. 그는 “극장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기본으로 갔다”며 “나중에 직접 출연까지 하게 된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당시 한 시즌에만 30번을 봤다”고 했다. 배우로 활약하던 그는 2010년 공연 제작 겸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리게 된다. 샘컴퍼니는 배우 박정민과 강하늘, 김도훈 등을 발굴해낸 소속사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배우 황정민과 2004년 결혼한 뒤 이들은 ‘같이 무대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꿈을 꾸준히 키워나갔다. “우리가 만든 공연으로 신인 배우를 키워 대중매체로 진출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뮤지컬 배우 초반에는 TV나 영화에 진출하고 싶단 꿈도 있었지만 좌초됐거든요. 방법을 몰랐고 기회도 없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회사를 꾸렸습니다.” 유명인의 아내지만 무엇 하나 쉽게 이룬 것은 없었다. 2004년 결혼 당시 그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열연하는 중이었다. 결혼식 이틀 전, 그는 부산에서 낮 공연과 저녁 공연을 모두 끝내고 다음날에야 서울로 돌아왔다. 예식장에서 ‘딱 한 가지’ 준비해달라던 흰색 스타킹을 살 시간조차 없어 동네 편의점에서 급하게 구했다. 임신 6개월 차엔 지방 공연이 펑크났을 때 대역을 서주기도 했다. 2010년 회사 법인을 설립한 뒤엔 몸으로 뛰었다. “작품 홍보 전단지를 아파트 꼭대기에서부터 집집마다 붙이면서 내려왔어요. 경비원에게 의심받지 않으려고 비싼 모피코트를 입고 뛰어다녔죠. 전화로 티켓을 예매하던 시절이라 제법 성공률이 높았습니다(웃음)” 프로듀서로서 첫 작품은 데뷔작인 ‘넌센스’ 시리즈였다. 가장 잘 아는 작품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오래된 작품이지만 시대에 꼭 맞게 바꾸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작품 기획 단계부터 배우를 염두에 뒀다. 배우를 작품에 끼워 맞추는 대신 그에 맞게 작품 색깔을 조정했다. 그는 “배우로 키워준 조민 뮤지컬컴퍼니대중 대표가 2009년 별세 직전 ‘같이 넌센스 연출해보자’던 제안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한 게 마음의 빚이 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제작사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수익성보단 작품 완성도에 무게를 둔다. 라이선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원작 제작사를 1년간 설득한 끝에 무대를 재창작했다. 코미디 장르 특성상 한국어 대사와 넘버를 현지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무대 회의만 54번, 각색 회의는 20번 가까이 했다. 온갖 작품 레퍼런스를 휴대폰에 저장해둔 탓인지 최근엔 고장이 났다. 그는 “여러 변수 때문에 작품은 예상보다 잘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지만 잘 만든 작품은 언젠간 통한다”고 했다. 차기작은 다음달 31일부터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파우스트’다. 괴테 희곡이 원작으로 배우 유인촌, 박해수 등이 주역을 맡는다. 사람들이 연극을 통해 좋은 작품에 더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정했다. “어려운 글도 배우들의 대사로 들으면 이해가 잘 되고 금세 애정이 생겨요. 가장 아름다운 희곡이라고 생각하는 ‘맥베스’를 무대에 올려보는 것이 목표입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베토벤’은 배우 사정으로 공연이 예정보다 20분간 지연됐다. 이로 인해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은 좌석에서 멍하니 20분간 대기해야만 했다. 심지어 제작사측의 공연 지연 안내는 예정됐던 본 공연을 고작 10여분 앞두고 이뤄졌다. 지방에서 온 일부 관객은 돌아갈 차편 시간 등의 이유로 커튼콜을 못 본 채 뛰어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보상은 없었다. 제작사측의 사과문이 전부였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30분 이상 지연 시 보상’이란 이유에서다. EMK 관계자는 “초과 주차비는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했다.최근 국내 뮤지컬 제작사들이 공연 지연, 캐스팅 당일 변경 등 사고가 벌어져도 관객에게 제대로 된 배상 없이 ‘나 몰라라’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VIP석 장당 2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티켓 값을 감수하면서도 공연을 관람하는 팬덤 수요 덕분에 팬데믹 이후 회복된 시장의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대책 탓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연 클라이맥스서 멈췄는데 사과문만 덩그러니공연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고는 부지기수다. 지난해 성탄절에는 뮤지컬 ‘물랑루즈’가 기계 결함으로 공연이 중단되기도 했다. 2막 공연 중반부쯤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은 크리스티안과 사틴이 넘버 ‘크레이지롤링’을 부르던 중 갑자기 노래가 끊기고 공연장 불이 켜진 것. 결국 공연은 중단됐고 “기계 결함으로 잠시 공연을 중단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 뒤 3분간의 기기 정비 끝에 공연이 재개됐다.제작사인 CJ ENM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불편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문만 올렸을 뿐 이날 이후 보상은 없었다. 관련 게시물엔 항의성 댓글 80여 개가 달렸다.주연 배우가 갑작스럽게 교체됐을 때도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수준에 그친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이달 9일과 지난달 17일 각각 러빗부인 역과 토비아스 역 배우가 건강상의 이유로 공연 당일 변경됐다. 보상은 예매 환불·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오디컴퍼니는 “별도 보상이 없는 데 대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했다.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배경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제작사의 보상 기준이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공연이 30분 이상 지연·중단되면 티켓 값 110%를 배상해야 하지만 30분이 지나지 않았다면 제작사가 자율적으로 보상안을 결정한다. 주요 출연자가 바뀔 때도 자율적으로 110%를 돌려주게 돼있다. 지난달 13일 음향기기 오류로 공연 시작이 30분 지연된 쇼노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경우 인터미션까지 환불을 요청한 관객에게 티켓 값의 110%를 돌려줬다.●해외에선 ‘프리뷰 공연’으로 관객과 합의제작사들은 사고마다 일일이 관객에게 배상할 경우 손실이 클 뿐 아니라 실시간 공연 특성상 사고의 유형과 규모가 천차만별이라 범주를 나누기도 힘들단 입장이다. 쇼노트 관계자는 “특히 초연일 경우 회당 들어가는 제작비가 막대하다”며 “해당 회차 티켓을 전부 팔아도 남는 게 많지 않아 환불까지 해주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무대장치 결함, 배우 컨디션 등은 예측이 어렵고 사고의 경중을 계량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이는 해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만 국내 공연계의 수익 창출의 큰 축이 스타캐스팅을 토대로 한 두터운 팬덤이란 측면에서 철저한 관객 보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스타캐스팅, 해외 라이선스 등에 지불하는 막대한 비용을 값비싼 티켓으로 충당한다. 2000여 석 안팎 규모 대극장에서 열리는 뮤지컬의 VIP석 가격은 15~19만 원까지 치솟았다. 해외 역시 환불이 수월하진 않지만 ‘프리뷰 제도’를 운영해 사고에 대비한다. 본공연 전에 미리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하기 위한 시범공연으로 관객은 대신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파이더맨’은 2010년 초연 당시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자 프리뷰만 7개월을 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프리뷰를 통해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공연은 실시간 예술’이라는 암묵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며 “수익성 높은 단기공연 위주라 초장부터 티켓을 팔아야 하는 국내 공연계는 프리뷰에 관심이 없고 ‘피켓팅’에 지친 팬들은 이해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헌책방 한구석, 1984년 출간돼 누렇게 바랜 시인 김수영의 시집이 있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 가까운 책의 맨 뒷장에 누군가 까만 잉크로 단정한 손글씨를 적어 놨다. “춥다. 에피날(Epinal), 역전. 겨울에 집에 가야 하는지 이곳에 남아야 하는지 결정할 수가 없다. 15일간 난 과연 무얼 할 수 있을까. 1984년 12월 3일.” 보통 사람이라면 ‘헌책에 낙서가 있다’며 투덜댈 일이다. 그러나 ‘헌책 낙서 수집광’은 과거 책 주인이 남긴 작은 흔적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책 주인은 왜 프랑스 북동부의 작은 도시 에피날에 갔을까….’ 40년 전 프랑스에선 국내 도서를 구하기 어려웠으니 한국에서 책을 사갔을 것이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한겨울 기차역에서 우리말로 된 시를 읽었던 걸까. 서울 은평구에서 17년째 헌책방을 운영 중인 저자가 헌책 속에서 발견한 낙서와 편지의 사연에 관해 상상한 책이다. 저자는 대형 중고서점에서라면 훼손도서로 규정돼 매입조차 안 될 흔적 많고 사연 많은 책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속엔 비록 유명인은 아닐지라도 평범해서 더 값진 우리들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며 “흔적은 앞서 책을 읽은 사람을 상상하게 만들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고 말한다. 이름 모를 옛 주인이 책 여백에 남긴 메모는 책 본문의 어느 대목보다도 개인적이고 고백적이다. 책 내용과 당시 자신의 삶을 결부해 ‘그 순간’ 느낀 감상을 간직한다. 헌책 읽기가 남의 일기를 몰래 보는 듯한 재미를 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1987년 출간된 권정생 작가의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 속지에 남아있는 독후감이 그렇다. 독후감은 “권정생의 동화를 읽다가 문밖에도 나가지 못한 채 울면서 하루를 보내버렸다. 삶의 바닥이 가장 맑은 물이 흐를 수도 있는 지하수로임을 그의 삶을 통해 맛본다”고 했다. 겉보기에 낡아빠진 책들이 “책을 읽고 흔적을 남기며 하루를 위로했을 평범한 사람들”을 증언한다고 생각하면 생생한 역사책처럼 다가올 것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말 폭설에 갇힌 한국인 관광객들을 도운 미국인 부부가 한국관광공사의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찾는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지사장 박재석)는 한국인 관광객 9명에게 2박 3일 동안 집을 내어준 알렉산더 캠파냐 씨(41) 부부를 초청한다고 6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 뉴욕주 윌리엄즈빌에 사는 이 부부는 지난해 12월 눈 쌓인 도로에 갇힌 한국인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한식 마니아였던 부부는 한국인들과 함께 제육볶음을 비롯한 한식을 만들어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캠파냐 씨 부부는 5월 14일부터 일주일간 한국을 여행할 예정이다. 자신들이 도운 한국인 9명과 다시 만나고 한국의 주요 관광지를 방문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가수 이승기(36)와 배우 이다인(31)이 4월 결혼한다. 이승기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사랑하는 이다인 씨와 이제 연인이 아닌 부부로서 남은 생을 함께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자필로 쓴 글에선 “이다인 씨는 마음이 따뜻하고 사랑이 많은, 영원히 제 편에 두고 싶은 사람”이라고 했다. 결혼식은 4월 7일 열린다. 이다인은 배우 견미리(58)의 딸이자 배우 이유비(33)의 동생이다. 2014년 드라마 ‘스무 살’로 데뷔해 드라마 ‘앨리스’ ‘닥터 프리즈너’에 출연했다. 이승기와 이다인은 2020년 말부터 만남을 이어왔고, 2021년 5월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공통된 취미인 골프를 통해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연말 폭설에 갇힌 한국인 관광객들을 도운 미국인 부부가 한국관광공사의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찾는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는 한국인 관광객 9명에게 2박3일간 집을 내어준 알렉산더 캠파냐 씨(41) 부부를 초청한다고 6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 뉴욕주 윌리엄즈빌에 사는 이들 부부는 지난해 12월 눈 쌓인 도로에 갇힌 한국인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한식 매니아였던 부부는 한국인들과 함께 제육볶음을 비롯한 한식을 만들어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캠파 냐 씨 부부는 5월 14일부터 일주일간 한국을 여행할 예정이다. 자신들이 도운 한국인 9명과 다시 만나고 한국의 주요 관광지를 방문한다. 한식 요리 강좌도 들을 계획이다. 박재석 관광공사 뉴욕지사장은 “위기에 처한 한국인 관광객들을 구해준 일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한국 여행을 마련했다”고 말했다.이지윤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