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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천만장학회(이사장 문정일)가 예술계 인재를 후원하는 공모전 ‘천만 아트 포 영(ChunMan Art for Young)’ 수상자 전시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삼천리 본사 1층에서 열린다. 천만장학회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대학이나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평면 입체 설치 뉴미디어 디자인 등 시각예술 전 분야에서 작품 공모를 진행했다. 켈리 롱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 로라 브레이브먼 전 뉴욕현대미술관(MoMA) 큐레이터 등 국내외 전문가가 심사를 거쳐 515명 지원자 중 30명을 선발했다. 최고상인 천(天)은 정주원, 지(地)는 최재혁·노오경, 해(海)는 송석우·곽지수 작가가 받았다. 조유경 외 작가 24명은 인(人)을 수상했다. 수상자들은 천(天) 장학금 1000만 원, 지(地) 700만 원, 해(海) 500만 원, 인(人) 300만 원을 받는다. 또 전시 기간 중 투표를 진행해 인기상 1명에게는 추가 장학금을 제공한다. 천만장학회는 삼천리그룹 창업주 이장균 회장의 아들 이천득, 이만득(현 삼천리그룹 회장) 형제가 사재를 출연해 1987년 5월 1일 설립했다. 두 형제의 이름을 따 만든 천만장학회는 형편이 어렵지만 성적이 뛰어난 고등학생을 후원하는 등 장학 사업을 해왔으며, 시각 예술 공모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26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 방의 주인이었던 찰스 랭 프리어(1854∼1919)는 아시아와 서양 미술을 같은 선에 놓고자 했습니다. 미국 화가가 디자인한 방에 한국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시리아 도자기까지 놓았죠.”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의 큐레이터 다이애나 그린월드가 미술관의 가장 화려하고 역사적인 공간 ‘피콕 룸’(The Peacock Room·공작새의 방)을 소개하며 말했다. 피콕 룸은 NMAA에 미국과 아시아 미술품 약 9500점을 기증한 재력가 프리어의 디트로이트 자택 방을 해체해 미술관으로 옮겨온 것이다. 프리어의 대규모 기증으로 1923년 미국 내셔널 몰에 처음으로 생긴 미술관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아시아 미술관인 NMAA가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NMAA는 1일부터 14일까지 100주년 기념 축제를 개최하며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세계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전시관과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동아일보는 국내 언론사로 유일하게 이곳을 찾았다.● 고려청자와 휘슬러의 만남직접 찾은 피콕 룸에는 미국 화가 제임스 휘슬러(1834∼1903)의 회화 ‘도자기 나라의 공주’가 걸려 있고, 공작새 두 마리가 노니는 벽화가 푸른 배경에 금빛 물감으로 그려져 있었다. 아시아의 창호를 연상케 하는 격자무늬 진열장에는 고려청자, 중국 균요 자기, 일본 사쓰마 자기와 시리아 라까 자기 등 아시아의 문화재급 도자기가 놓여 있었다. 피콕 룸의 정식 명칭은 ‘파란색과 금색의 조화: 피콕 룸’. 이 방은 1876년 영국 리버풀에서 휘슬러가 처음 만들었고, 프리어가 1904년 매입해 27개 상자에 담아 배로 미국에 가져왔다. 그린월드 큐레이터는 “과거 이 방엔 중국 청화백자가 놓여 있었으나 프리어가 다양한 아시아 지역의 도자기로 바꾸었다”며 “현 모습은 1908년 사진을 참고해 복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콕 룸은 지난해 30년 만에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9월 재개관했다. 프리어는 휘슬러와 가까이 지내며 아시아 미술에 눈을 떴다. 1892년부터 사망한 1919년까지 한국 중국 일본과 이슬람 국가 도자기 1300여 점을 수집했다. 한국 미술품은 1890년대 일본 갤러리 야마나카 앤드 컴퍼니의 뉴욕 분점에서 처음 접했고 1907년에는 조선의 미국인 외교관이었던 호러스 알렌의 도자기 컬렉션도 매입했다. 그는 이렇게 모은 미술품들을 비교하며 감상했다. NMAA는 프리어의 이런 정신을 받들어 아시아 미술의 다양성과 연결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체이스 로빈슨 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김건희 여사가 미술관을 찾았다. 예정에 없었지만 양해를 구한 뒤 김 여사에게 피콕 룸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김 여사가 피콕 룸을 보는 순간 탄성을 질렀다”며 “피콕 룸으로 우리 미술관의 소장품과 역사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국 미술 연구 박차” 미술관에 따르면 소장품 중 한국 미술품은 총 800여 점이다. 이는 중국(1만3000점), 일본(1만5000점)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국보급 문화재들이 포함돼 있다. 고려청자가 다수를 차지하며, 고려 불화도 3점이 있다. 고려 불화는 세계적으로 200여 점이 남아 있다. 한국관에서는 전 세계에 단 3점뿐인 명품 ‘청자 진사 주전자’를 볼 수 있었다. 나머지 두 점은 한국의 리움미술관, 독일 함부르크 미술공예박물관에 있다. 리움 소장품은 국보다. 담당 큐레이터 키스 윌슨은 “청자 진사 주전자의 붉은빛은 동(銅)을 안료로 사용해 내는데, 가마의 온도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까다로운 기법”이라며 “12, 13세기 고려의 선진 기술을 볼 수 있는 사례”라고 했다. 로빈슨 관장은 “미술관은 현재 한국 미술 전담 큐레이터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 내외 관련 기관과 협업하고 한국 미술 소장품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2025년말 ‘이건희 컬렉션’ 2개층에 대규모 전시”NMAA 관장-큐레이터 인터뷰“외부 소장품 기획전 최대규모 될 것韓작가 2인, 미술관 새 100년 열어” “한국 현대미술 작가 두 명이 우리 미술관의 향후 100년의 문을 열게 됩니다.”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에서 2일(현지 시간) 만난 현대미술 큐레이터 캐럴 허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올해 10월 NMAA에 새롭게 문을 여는 현대미술 갤러리의 개관전인 ‘박찬경 개인전’의 전시 기획을 맡았다. 미술관 곳곳에서 열린 100주년 기념 축제에는 갓 만들기, K팝 댄스 클래스 등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김치 만들기 강좌는 가장 먼저 신청 표가 매진될 정도였다. 허 큐레이터와 체이스 로빈슨 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로빈슨 관장에게 먼저 NMAA에서 선보일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 대해 물었다. 그는 “2025년 말∼2026년 초 새클러 갤러리 2개 층을 이용할 예정으로, 외부 소장품 기획전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며 “컬렉터 이건희의 비전은 물론이고 우리 미술관 소장품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NMAA에서 열린 뒤 미국 시카고미술관,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허 큐레이터가 담당하는 박찬경 개인전에서는 ‘늦게 온 보살’ ‘후쿠시마’ ‘소년병’ ‘모임’ ‘시민의 숲’ 등 영상·설치 작품 5점을 선보인다. 허 큐레이터는 “1980년대 어두운 역사부터 세월호 사고, 또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까지 다루는 박찬경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시대와 지역 간의 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2024년에는 미술관 입구에 한국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 공간은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얼굴’과도 같은 곳이다. 약 30년 전까지는 근대 일본 조각가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허 큐레이터는 “워싱턴의 역사적 공간인 내셔널 몰과 맞닿은 아주 상징적이고 중요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로빈슨 관장은 한국의 미술과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이유로 한국계 미국인들의 정치 경제 문화적 성장을 꼽았다. 그는 “최근 ‘한국계 미국인 위원회’를 비롯한 전국적 단체가 결성되는 등 한국계 미국인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미술관도 위원회와 협업해 올가을 추석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로빈슨 관장은 세계적으로 K팝, 한국 음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문화는 일반인이 어렵게 느끼는 미술관에 쉽게 다가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관객들이 아시아 문화를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워싱턴=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23년 8월 전남 신안의 작은 섬 암태도 농민들은 지주 문재철에게 7∼8할(70∼80%)에 달하는 소작료를 4할(40%)로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문재철이 소작료 강제 징수에 나섰고 일제 경찰은 농민들을 위협했다. 1924년 7월 7일 암태도 농민 500여 명이 배 10척을 타고 전남 목포로 향했다. 이후 농민 13명이 구속되자 이번엔 단식투쟁에 나섰다. 1920년대 항일운동으로 꼽히는 ‘암태도 소작항쟁’이다. 항쟁 100주년을 맞아 암태도의 옛 암태농협창고에서 벽화로 그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서용선 작가(72·사진)를 6일 현장에서 만났다. 이번 프로젝트는 신안군이 서 작가에게 옛 암태농협창고에서 작업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창고를 둘러본 서 작가는 송기숙 작가의 장편소설 ‘암태도’에서 그린 암태도 소작항쟁을 떠올렸다. 관련 논문 및 자료를 찾고 현지 주민 인터뷰를 통해 작품 주제를 정했다.● 가까이 정밀하게, 멀리서 조망하듯 묘사서 작가는 암태도 소작항쟁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다. 약 330㎡ 규모의 옛 암태농협창고 벽면의 그림들은 모두 보는 시점이 달랐다. 가장 먼저 보이는 입구 오른쪽에는 3·1운동과 동학에 관한 인물과 장소가 상징적으로 묘사됐다. 그 다음엔 배를 타고 목포로 떠나는 농민들을 가까이서 본 모습으로, 또 목포 시내 풍경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형태로 표현됐다. 돋보기 혹은 망원경을 번갈아 사용하며 당시 현장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식투쟁에 나선 농민들의 모습. 다른 부분은 옛 창고의 콘크리트 벽면 위에 바로 그림을 그렸지만, 이 장면은 흰 배경 위에 얼굴을 그려 표정이 더욱 극적으로 드러난다. 서 작가는 “당시 여성 농민 고백화가 ‘우리만 돌아간 데도 소작권을 다 빼앗긴 몸으로 살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연설했던 기록이 있다”며 “죽음을 무릅쓰고 목포지청까지 나온 심정을 생생하게,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다양한 이들 작업 참여단식투쟁 작품 옆으로는 항쟁 주도자들의 재판 장면이 펼쳐진다. 이 그림은 서 작가가 드로잉 밑그림만 그리고 25개 조각으로 나눠 여러 사람이 색칠하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목수현 근현대미술연구소장, 박치호 안혜경 작가, 주부 홍미경 서혜숙 씨 등 다양한 이들이 손을 보탰다. 사건의 의미가 여러 참여자들의 몫으로 확대된 것이다.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서태석(1885∼1943)이다. 독립운동가인 서태석은 7년간 암태도 면장을 지내며 신망받던 인물로 소작인회를 조직했다. 그와 함께 동아일보 목포지국에서 일했던 독립운동가 박복영이 암태도 소작항쟁의 주도적 역할을 맡았고, 동아일보가 대대적으로 보도해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소작료는 4할로 타결돼 농민들이 승리했다. 이후에도 독립운동을 이어가던 서태석은 수차례 수감 생활과 고문으로 정신분열증을 앓게 된다. 서 작가는 “동네 서당에서 큰 소리를 치는 등 증상이 심했다. 누이가 있던 압해도 밭두렁에서 숨졌는데, 일설에 의하면 벼를 움켜쥐고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이런 장면은 벽면에 크고 강렬하게 묘사됐다. 창고의 출구 옆에 그려진 마지막 장면에서 암태도 소작항쟁은 서태석이라는 한 인간이 겪었던 인생의 한 사건으로 마무리된다. 서 작가의 작업은 현재 60∼70% 진행된 상태다. 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암태도 소작항쟁을 알리고, 일제의 압제와 수탈에 맞섰던 농민들이 당시 느꼈을 여러 감정을 다각도로 표현해 역사를 사람들의 이야기로 풍부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완성된 작품은 항쟁 100주년을 맞는 8월쯤 공개될 예정이다. 암태도=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배우 강수연(1966∼2022)의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이 6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고인의 생전 작품을 상영하는 추모전은 6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7∼9일 메가박스 성수에서 각각 진행된다.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경마장 가는 길’ ‘그대 안의 블루’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을 상영한다. 영화 상영에는 이창동 감독과 배우 김여진, 박중훈, 예지원이 참석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며 강수연을 회고한다. 이달 중순에는 강수연 추모집도 발간된다. 강수연의 앨범에 있던 미공개 사진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 배우 설경구 등 영화인의 추모글이 수록된다. 추모전을 기획한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김동호)는 학술서 발간을 비롯해 추모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강수연은 지난해 5월 7일 뇌출혈로 별세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들이 2025년 11월∼2026년 1월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에서 전시된다. ‘이건희 컬렉션’ 국외 순회 특별전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이 전시에서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사진)를 비롯한 미술품 250여 점이 소개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7일(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미국 스미스소니언재단과 양국 문화기관의 교류와 협력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스미스소니언재단 소속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진행된 체결식에는 박보균 문체부 장관과 머로이 박 스미스소니언재단 부총장이 참석했다. 양해각서에 따라 문체부 산하 23개 국립박물관·미술관 등 국내 문화예술기관과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기관인 스미스소니언재단 산하 21개 문화예술기관은 학예 연구와 전문성 함양을 위한 인력 교류, 예술·역사·고고학·문화·보존과학 등 분야의 공동 연구, 전시 및 소장품 대여, 역사·문화 관련 대중 프로그램 공동 주최 등에서 협력하게 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1945∼2006)과 이태석 신부(1962∼2010)를 기리는 특별전 ‘바로 우리’를 기념한 앨범(사진)이 28일 공개된다. 가수 이이언, 밴드 크르르, 함병선, 황푸하, 김사월 등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타이틀곡 ‘We All In This Together’로 참여한 이이언은 “지금의 인류는 무인도에 표류하지 않는 이상 완전히 독립적 개인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됐다”며 “가장 연약하고 취약한 곳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밴드 크르르는 첫 번째 트랙 ‘그림일기’, 함병선은 봄날의 따스했던 기억을 담은 ‘우수수’로 참여했다. 함병선은 “(음악을 만들며) 누군가 날 꼭 안아주었던 일을 떠올렸다”며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여러분의 마음도 그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푸하가 작사·작곡한 마지막 곡 ‘용감한 사랑’은 김사월이 편곡과 특별참여로 함께했다. 이 곡의 가사 ‘모든 총부리 녹여 빛나는 나팔 만들어 불자’는 대목은 내전으로 피폐해진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청소년 브라스밴드를 만들었던 이태석 신부의 삶을 연상케 한다. 음원은 28일 오후 6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공개되고, LP 앨범도 6월 15일 나온다. ‘바로 우리’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층에서도 곡을 들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이태석 신부 제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부활’과 이종욱 전 사무총장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백신 황제 이종욱, 나는 행동한다’도 상영된다. 전시는 5월 8일까지 이어지며 윤형근 김창열 천경자 박서보 등 유명 작가와 콰야 잠산 김지희 기안84 등 신진 작가, 이갑철 민현우 이다영 등 사진가의 작품도 볼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95세에 처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올해 98세가 된 정옥희 씨가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 라메르는 다음 달 2일까지 정옥희 개인전 ‘자연의 풍경’을 개최한다. 3년 반 동안 정 씨가 그린 수채화 200여 점 중 50여 점을 골라 선보인다. 1925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7남매를 키워 온 정 씨의 그림에는 기억 속 시골의 정겨운 풍경과 집, 사람들과 동물들이 소박하게 펼쳐져 있다. 박명인 미술평론가는 “인물이나 인간과 같이 생활하는 동물들은 가식이 없고, 마음이 가는 대로 연상되는 대로 묘사해 순수하다”고 평했다. 5년 전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이 정 씨가 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됐다. 입원 중 “일제강점기 초등학생 때 그림을 잘 그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정 씨의 사위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이 수채화 물감과 붓을 선물했던 것. 이들 받아든 정 씨는 휠체어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매일 혼자 2∼3시간씩 그림에 집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됐을 때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덕분에 건강까지 회복하면서 100세를 앞두고 전시회까지 열게 됐다. 무료.}

동그란 구슬이 굴러가며 노란 원뿔, 긴 복도, 원형 공간을 지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나선 램프, 원형 정원 등 주요 건축물을 빗대어 만든 모형이다. 작품은 건축가 박희찬이 만든 ‘리추얼 머신’. 그는 “과천관 특성상 동선을 따라 순례하듯 전시를 보는 관객을 순례자에 빗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인 ‘젊은 모색’전이 올해는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라는 주제로 27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는 김경태, 김동신, 김현종, 뭎(손민선 조형준), 박희찬, 백종관, 씨오엠(김세중 한주원), 오혜진, 이다미, 정현, 조규엽, 추미림, 황동욱 등 13인(팀)이 참여해 미술관의 공간, 전시, 경험을 사유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작가들은 미술관 공간의 특성, 전시 과정에서 생기는 디자인적 요소, 미술관에 대한 관객의 경험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는 그간 ‘젊은 모색’이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개성 있게 보여준 것과 달리, 미술관이라는 큰 주제가 좀 더 두드러진다. 1981년 ‘청년작가전’으로 시작된 ‘젊은 모색’은 이불 최정화 서도호 등 유명 작가를 배출해왔다. 특히 주제를 먼저 정하고 작가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2년간 주목받는 신진 작가를 선정하고 그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라는 고유한 특성이 있었다. 이번에는 장르가 건축, 디자인, 사진, 영상으로 한정됐다. 정다영 학예연구사는 “건축 디자인을 그간 다룬 적이 없었고, 장소로서 미술관을 탐색하는 전시를 꾸리려다 보니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9월 10일까지. 입장료 2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리움미술관은 한국미술사학회와 29일 오전 10시 ‘조선백자 연구의 현재’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은 세션 1,2로 나누어져 있고 연구자 6명의 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조선시대 백자에 대해 논의한다. 현재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과 연계된 세미나다. 오전 시간에는 백자 기종별로 담긴 의미에 초점을 둔 세션 1 발표가 이어진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의 구혜인 박사가 ‘조선 왕실 혼례용 백자용준의 용도와 조형’을 발표한다. 이화여대 윤효정 교수는 ‘조선 왕실의 주기와 다기로 사용된 백자 잔과 받침’ 연구를, 경기도자박물관 김경중 학예연구사는 ‘백자 ‘제(祭)’명 접시의 변천‘ 연구를 발표한다. 심포지엄 후반부인 세션 2에서는 백자를 둘러싼 다양한 논점을 다룬다. 박정민 명지대 교수는 ‘조선 전기 관요 백자의 최대 소비지, 한양도성’을, 김은경 덕성여대 교수는 ‘다채백자와 단색백자 - 조선 후기 신(新)채색 백자의 출현과 전개’를,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정은진 학예원은 ‘근대 일본인에 의한 조선백자 수집과 연구’를 발표한다. 학술대회는 온라인을 통해 사전 예약 후 참가할 수 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미술평론가 겸 작가 윤진섭(68)의 개인전 ‘예술은 심심한 물이다’가 서울 성동구의 어린이미술관인 헬로우뮤지움에서 열리고 있다. 윤진섭은 미술평론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1977년 실험미술 집단이었던 ST(Space and Time)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작가로도 활동한 바 있다. 같은 ST 그룹 멤버인 이건용, 성능경과 함께 2019년 하반기부터 헬로우뮤지엄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10회에 걸쳐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국수를 쏟아놓고 케첩으로 색을 칠하거나, 커다란 종이를 유리창에 붙여놓고 즉흥 그림을 그리는 등 여러 활동의 결과물을 이번 전시에서 영상과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이들 자료와 윤진섭이 그린 회화, 드로잉 등 총 12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 제목은 2014년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개최한 개인전 서문에 쓴 구절, ‘예술은 경전이 아니며 그저 심심한 물’이라는 문장에서 따왔다. 윤진섭은 “아이들이 미술을 친숙하게 여기도록 교육하는 방법을 생각해오던 중 열게 된 전시”라고 밝혔다. 어린이날인 5월 5일부터 7일까지는 ‘가족오락관’ ‘미술관피크닉’ 등 프로그램과 윤진섭의 퍼포먼스가 열린다.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참가할 수 있다. 전시는 5월 13일까지. 입장료 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은 미국 미술, 특히 살아있는 작가들의 예술 세계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기관입니다. 미술관이 흔히 역사에 기록된 작가를 다루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죠. 이런 방식은 미술관의 설립자였던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 여사(1875∼1942)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휘트니 여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였던 밴더빌트가의 자제였습니다. 집안 사람들은 유럽 거장들의 작품을 사들였지만, 자신도 미술가였던 그녀는 주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후원했죠. 그중 한 명이 바로 에드워드 호퍼(1882∼1967)였습니다. 이런 휘트니미술관에서 30년 전 큐레이터로 일을 시작해 20년 동안 관장을 맡아 온 애덤 와인버그(69)를 만났습니다. 그에게 미술관 운영과 미국 미술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미술관은 오케스트라와인버그 관장에게 한국에도 많은 미술관이 지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미술관은 많은 관객이 오도록 해야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꼭 봐야 할 미술을 소개하는 역할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이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물었습니다. “호퍼도 동시대에는 유명한 화가가 아니었어요. 작가들이 살아있는 시대에는 사람들이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미술관이 먼저 그것을 이해하고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죠. 맥락을 모르면 예술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죠.” 그러면서 유명 작가를 소개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동시대에 응답하는 작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와인버그 관장이 재임하는 동안 미술관의 연간 방문객은 40만 명에서 120만 명으로 늘었고, 멤버십과 기부금도 확장되었는데요. 그 비결에 관해 물었습니다. “휘트니미술관이 건물을 확장한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또 여러 큐레이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충실히 따르며 미국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려고 했죠.” 특히 그는 오랫동안 미술관의 비전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술관장들이 2∼3년 동안만 일하고 떠나곤 하는데, 사람들은 오랫동안 무언가가 유지되면 신뢰를 가져요. 훌륭한 기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영과 예술 측면에서 모두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미술관의 비전은 관장의 직감뿐 아니라 많은 큐레이터의 오케스트라 같은 협업으로 이뤄진다고 비유했습니다. “오케스트라를 보면 드럼만 있는 게 아니라 브라스 등 다양한 악기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것을 연주하고, 시간에 따라 변해야 합니다.”미술관 작품의 조건미술관장에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미술관에는 어떤 작품이 전시되느냐’일 것입니다. 상업 갤러리는 컬렉터들의 취향에 따라 작품을 거래하지만, 미술관은 공공 자금으로 운영되기에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휘트니미술관은 ‘미국 미술’을 중심으로 하는 곳이기에, 미국 미술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는지를 먼저 물었습니다. 와인버그 관장은 “고정된 정의는 없다”며 “미국 출신 작가, 혹은 출신이 아니라도 미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한 작가의 작품을 미국 미술로 본다”고 했습니다. 제가 좀 더 구체적인 답을 원하자 그는 “아티초크 같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티초크는 마치 양파처럼 여러 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는 식물입니다. “아티초크의 잎들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나면 그 중심에 남는 무언가가 미국 미술이 아닐까요?” 그래서 이번엔 “미술관에는 어떤 기준을 갖춘 작품이 전시되느냐”고 물었습니다. 와인버그 관장의 답입니다. “작품이 신선한 비전을 갖고 있느냐, 새로운 표현 방식을 보여주고 있느냐가 중요하죠. 또 그것이 단순히 표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진정한 목소리를 담는 게 꼭 필요합니다. 당신이 기자이고, 여성이고, 한국인이며, 한때는 학생이었고…. 이런 다양한 정체성을 그 사람만의 구체적인 무언가로 담아내야죠.” 이는 다른 해외 미술관장들도 비슷하게 갖고 있는 시각이었습니다. 즉, ‘미국 미술은 무엇이다’라며 정의하고 그 틀에 맞는 예술 작품을 선별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인에게 초점을 두고, 그만이 가진 정체성을 신선하면서 깊이 있는 방식으로 다룬 예술을 좋은 것으로 봅니다. 그런 개별성이 한데 모여 구성하는 무언가가 집단의 정체성이라고 보는 것이죠. 그 다양성 속에서 비교를 통해 관객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좀 더 정교하게 생각하게 되고, 또 나만의 삶을 일궈나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와인버그 관장은 “자신의 본질에 접근한 사람은 자연스레 좋은 작품을 하게 된다”며 “친구가 말할 때 진심인지 아닌지 우리가 알 수 있듯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도 미술관에서 작품을 본다면, 그곳에 어떤 진심이 들어있는지 한번 들어보세요.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하시면 이메일로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화랑 일을 배우던 1970년대에 아버지가 도쿄에 있는 네즈 미술관의 고려 불상을 보라고 권하셨죠. 직접 본 뒤 고려 불상의 섬세한 아름다움에 반했던 기억이 납니다.”(야마모토 호즈·75) 1950년부터 일본 도쿄에서 현대미술을 다룬 1세대 화랑이자, 한국 미술을 소개했던 도쿄화랑의 두 대표 야마모토 호즈, 다바타 유키히토(73)가 한국을 찾았다. 도쿄화랑이 국립현대미술관에 한국미술 관련 기록 4500여 점을 기증한 것을 계기로 열린 학술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형제인 두 사람은 아버지 야마모토 다카시(1920∼1988)가 세운 도쿄화랑을 2대째 운영 중이다. 동생인 다바타 유키히토는 어머니의 성을 따랐다. 서울 종로구의 미술관 후지시로세이지 북촌스페이스에서 20일 두 대표를 만났다. 도쿄화랑은 루초 폰타나, 이브 클랭, 잭슨 폴록 등 서양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다뤘다. 이와 함께 1960, 70년대에는 비평가·이론가와 협업한 기획 전시를 다수 선보이면서 일본 현대미술의 흐름과 호흡을 함께했다. 1968년 ‘트릭 앤드 비전: 도둑맞은 눈’ 전시를 기점으로는 모노하 예술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모노하는 자연 혹은 사물을 마주하며 발생하는 ‘만남의 미학’을 보여준 예술로, 이우환이 이론을 정립했다. 두 대표는 젊은 시절부터 이우환, 다카마쓰 지로(1936∼1998) 등 모노하 작가들이 서로 철학적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자주 봤다고 했다. 야마모토는 “이우환과 다카마쓰가 영향을 받은 회화 작가 사이토 요시시게(1904∼2001)도 중국 철학을 공부했고, 이우환은 다카마쓰와 아틀리에에서 논어 연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미술가 세키네 노부오(1942∼2019)가 이우환이 쓴 평론 ‘존재와 무를 넘어서’를 보고 신주쿠의 찻집에 직접 이우환을 데려가서 모노하 작가들에게 소개해주었다는 이야기도 해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바타는 “이우환을 비롯한 모노하 작가들은 직접 자기 작품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글까지 쓸 수 있었는데 이는 당시로서는 드문 경우”라고 했다. 1970년대 도쿄화랑은 윤형근, 김창열, 김환기, 박서보 등 한국 작가의 개인전도 열었다. 야마모토는 “아버지가 고미술상에서 일할 때부터 조선 시대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후 갤러리를 열고 서양 외에서 가능성을 찾기 위해 아시아를 다니다가 본인의 취향에도 맞고 고유한 특성이 있다고 본 한국 작품을 다루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도쿄화랑은 2019년에 한국 작가들의 전시 사진, 리플릿, 도록 등 4200여 점을, 지난해에는 도쿄화랑의 역대 전시 리플릿 등 3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각각 기증했다. 한국 작가들과 화랑이 주고받은 서신 자료도 포함됐다. 1973년 이우환의 전시 리플릿은 선과 점이 그어진 그의 작품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어떤 작품이 전시되었는지 상세하게 기록된 데다 사진도 다수 남아 있어 향후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바타는 “아버지가 오래전부터 한중일 예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애쓴 노력이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기증으로 인정받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사진)의 첫 공식 솔로 앨범인 ‘D-DAY’가 일본 오리콘 일간 차트 정상에 올랐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21일 공개된 ‘D-DAY’가 11만 장 이상 판매되며 오리콘 ‘데일리 앨범 랭킹’ 1위를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타이틀곡 ‘해금’은 ‘데일리 디지털 싱글 랭킹’ 3위에 올랐고, 수록곡 ‘Snooze’ ‘HUH?!’ ‘D-Day’ ‘Life goes on’도 20위 안에 들었다. 슈가가 어거스트 디(August D)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이번 앨범은 2020년 무료로 배포한 믹스테이프 ‘D-2’ 이후 3년 만에 발매한 솔로 음반이다. 슈가가 앨범 전곡의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았다. BTS 멤버 제이홉을 비롯해 가수 아이유, 지난달 별세한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피처링에 참여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화랑일을 배우던 1970년대에 아버지가 네즈 미술관의 고려 불상을 보라해 갔다가 섬세한 아름다움에 반했던 기억이 납니다.”(야마모토 호즈) 1950년부터 일본 도쿄에서 현대미술을 다룬 1세대 화랑이자, 한국 미술을 소개했던 도쿄화랑의 두 대표 야마모토 호즈(75), 타바타 유키히토(73)가 한국을 찾았다. 두 사람은 창업자인 야마모토 다카시(1920~1988)의 아들로, 국립현대미술관에 화랑이 한국미술 관련 기록 4500여 점을 기증하면서 관련 학술 세미나에 참석했다. 20일 서울 종로구의 미술관 후지시로세이지 북촌스페이스에서 두 대표를 만났다. 일본 현대미술과 함께한 화랑 도쿄화랑은 루치오 폰타나, 이브 클랭, 잭슨 폴록 등 서양 현대미술 작품을 취급했다. 이와 동시에 1960~1970년대에는 비평가·이론가와 협업한 기획 전시를 다수 선보이면서 일본 현대미술의 흐름과 호흡을 함께 했다. 1968년 ‘트릭 앤 비전 : 도둑맞은 눈’ 전시를 기점으로는 모노하 예술을 적극 소개했다. 모노하는 자연 혹은 사물을 마주하며 발생되는 ‘만남의 미학’을 보여준 예술로 이우환이 대표적이다. 두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이우환, 다카마쓰 지로(1936~1998) 등 모노하 작가들이 서로 철학적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자주 봤다고 했다. 야마모토는 “이우환과 다카마쓰가 영향을 받은 사이토 요시시게(1904~2001)도 중국 철학을 공부했고, 이우환은 다카마쓰와 아틀리에에서 논어 연구를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세키네 노부오(1942~2019)가 이우환이 쓴 평론 ‘존재와 무를 넘어서’를 보고 신주쿠의 찻집에 직접 이우환을 데려가 모노하 작가들에게 소개해주었다는 이야기를 세키네가 해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타바타는 “이우환을 비롯한 모노하 작가들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 글까지 쓸 수 있었는데 이는 당시로서는 드문 경우”라고 했다.한국 작가도 일본에 소개 이밖에도 1970년대 도쿄화랑은 윤형근, 김창열, 김환기, 박서보 등 한국 작가의 개인전을 열었다. 야마모토는 “아버지께서 고미술상에서 일할 때부터 조선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며 “이후 갤러리를 열고 서양 외 가능성을 찾기 위해 아시아를 다니다 본인의 취향에도 맞고 고유한 특성이 있다고 보고 취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도쿄화랑은 1975년에는 박서보, 서승원, 허황, 이동엽, 권영우 작가가 참여한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개의 흰색’전도 열었다. 이에 대해 타바타는 “전시 당시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2년 뒤 도쿄센트럴미술관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전을 통해 관심을 갖는 분이 많아졌다”며 “이 전시를 박서보 작가가 꼭 해야 한다고 말했고, 한국 대사관에서도 지원을 해 전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이런 한국 작가들의 전시 사진, 리플릿, 도록 등 관련 자료가 2019년에 4200여 점, 도쿄화랑의 역대 전시 리플릿 등 자료 300여 점이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1973년 이우환의 전시 리플릿은 선과 점이 그어진 그의 작품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어떤 작품이 전시되었는지 상세한 기록에 사진도 다수 남아 있어 향후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타바타는 “아버지가 오래 전부터 한중일 예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일을 해온 흐름을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기증으로 인정받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2003년부터 20년 동안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을 이끌어 온 애덤 와인버그 관장과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와인버그 관장은 에드워드 호퍼 전시 개막을 맞아 한국을 찾았습니다.휘트니미술관은 미국 미술, 특히 살아있는 작가들의 예술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기관입니다. 미술관이 흔히 역사에 기록된 작가를 다루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죠. 이런 방식은 미술관의 설립자였던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 여사(1875~1942)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휘트니 여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였던 밴더빌트가의 자제였습니다. 그녀의 집안사람들은 대대로 과거 유럽 거장들의 작품을 사들였지만, 스스로도 조각가였던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후원했죠.이런 미술관에서 30년 전부터 큐레이터로 계속 있었고, 또 20년 동안 관장을 맡아 온 애덤 와인버그(69)를 만났습니다. 그로부터 미술관 운영과 미국 미술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호퍼가 주는 감각 - 시간, 기대, 고요함물론 호퍼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사로 이미 소개했지만,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전하겠습니다.김민(민): 호퍼의 작품에 미국인들에게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나요?와인버그(와): 호퍼의 작품들은 아주 정적이고 고요하게 보이는 것이 많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일상을 붙잡고 그곳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닐까, 일상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을 해요. 그의 작품엔 분명 미국의 변화하는 시대상이 있지만, 그가 그 변화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죠.민: 그때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 되기 직전이었잖아요. 그런데 왜 호퍼는 과거를 봤을까요?와: 그가 무엇을 중요하고 가치 있게 여겼는지의 문제라고 봅니다. 도시 생활에서 사람들은 항상 서두르고, 바쁘고, 대화할 시간도 부족하죠. 그런 것을 호퍼는 불편하다고 느꼈고 어떤 점에서는 폭력적이라고도 느꼈을 거예요.그는 변화의 페이스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뉴욕 시외 허드슨강 변 작은 마을에서 자란 과거를 회상했을 겁니다. 물론 그가 평생 도시에 살며 그곳을 떠나진 않았지만 동시에 간결한 일상을 그리워했던 것이죠. 그는 변화를 싫어했지만, 시간을 멈출 수 없다는 것도 알았던 것 같아요.민: 한국인들도 그의 작품을 공감할 것이라고 보시나요?와: 서울처럼 큰 도시에 살면 항상 모든 것이 변하잖아요. 도시인들은 큰 변화를 앞둔 상황에서 조금만 천천히 가고 싶은 마음을 공감할 겁니다. 케이프코드의 집을 그린 작품을 보면, 그건 부자의 집도 가난한 사람의 집도 아니에요. 호퍼는 아주 작고 단순한 것도 모든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일상의 평범한 사람에게도 시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민: 그런 것을 보면 호퍼는 보수적인 사람이었을 것 같습니다.와: 맞아요. 정치적으로도 아주 보수적이었죠. 변화를 원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럼에도 동시대의 일상을 외면하지 않았어요. ‘철길의 석양’이라는 작품은 평범한 기차역을 상징적인 장소로, 또 ‘밤의 창문’은 지금은 사라진 뉴욕의 고가 전철을 즐겨 탔던 호퍼가 본 도시 풍경을 그린 작품이니까요.미술관은 오케스트라민: 휘트니에 오래 계셨어요.와: 30년을 있었습니다.민: 한국에도 많은 미술관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미술관에는 당연히 관객이 많이 와야 하지만, 또 너무 대중적인 입맛에만 맞추다 보면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균형을 어떻게 맞추셨나요?와: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는 사람들이 온전히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요. 그런 것을 미술관이 먼저 이해하고, 동시대에 응답하는 작가들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죠. 물론 때때로 잘 알려진 작가도 보여줘야겠지만요. 사람들이 예술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해요.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죠.민: 휘트니 여사가 생전 모은 미국 미술 작품을 메트로폴리탄에 기증하려고 했는데 거절당하기도 했잖아요. 그래서 새 미술관을 지었고요.와: 작품 기증뿐 아니라 100만 달러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했었어요. 여기엔 호퍼 작품도 당연히 있었고요. 그럼에도 당시엔 이해받지 못했죠. 미술 기관들이 열려있는 태도를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민: 재임 동안 연간 방문객이 40만에서 120만 명으로 늘고, 멤버십과 기부금도 확장되었어요. 비결이 무엇인가요?와: 그동안 휘트니 건물을 확장한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비결은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저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큐레이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충실히 보여줘 미국 미술의 다채로운 범위를 보여주려고 했죠.또 오랜 기간 동안 ‘비전’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미술관장들이 2~3년 동안만 머물고 떠나고는 하는데, 사람들은 오랫동안 무언가 유지되면 신뢰를 가져요. 훌륭한 기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영이나 예술 측면에서 모두 시간이 필요합니다.민: 기관에 관한 비전은 관장의 직감에서 주로 나오나요?와: 그렇기도 하지만, 또 미술관에는 많은 큐레이터가 있어요. 그들이 각자의 비전을 갖고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움직이죠. 오케스트라를 보면 드럼만 있는 게 아니라 브라스 등 다양한 악기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서로 다른 것을 연주하고 또 시간에 따라 변해야 하죠.민: 예술에 관한 정보는 어떻게 수집하나요?와: 많이 봐야죠. 보고 보고 보고 보는 것이 큐레이터와 디렉터의 일이에요. 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해요. 내가 좋아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것도 생각보다 가치 있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합니다. 미술관에 들어가는 작품의 조건민: 미국 미술의 정체성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즘 미술사의 시각으로 본다면, 특징을 정의하기보다 어떤 과정이나 플랫폼으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와: 고정된 정의는 없어요. 다만 휘트니미술관은 미국 출신의 작가, 혹은 출신이 아니더라도 미국에서 수년간 활동한 작가의 작품을 다 미국 미술로 봅니다. 민 씨가 지금 미국으로 가서 2~3년간 작업을 하면 휘트니에서 전시를 할 자격이 있어요. 만약 미국 미술의 정의가 있다고 해도 그건 끊임없이 변화할 거예요. 아티초크라는 식물 아시죠? (양파와 비슷한 식물) 아티초크의 잎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나면 그 중심에 남은 무언가가 미국 미술이 아닐까요?민: 이렇게 여쭤볼게요. 미국에 작업하는 수많은 작가가 있습니다. 그중 선택된 사람들만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게 되죠. 그 기준은 무엇인가요?와: 그 사람의 작품이 신선한 비전을 갖고 있느냐, 새로운 표현 방식을 보여주고 있느냐가 중요하죠. 또 그것이 단순히 표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진정한 목소리를 담고 있느냐가 꼭 필요합니다.민 씨가 기자이고, 여성이고, 한국인이고, 또 한때는 학생이었고…. 이런 다양한 정체성들을 그 사람만의 구체적인 무언가로 담아내야죠. 그러한 자신의 본질에 접근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좋은 작품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친구들이 말할 때 그가 진심으로 하는지 안 그런지 다 알 수 있잖아요?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11월을 마지막으로 휘트니에서 떠나는 와인버그 관장은 남은 임기 동안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업실을 예술가 레지던시로 사용하는 프로젝트 등 여러 일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떠나는 기분에 대해 ‘기쁘면서 슬프다’(bittersweet)고 표현했고요.한국에 있는 동안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 여러 기관은 물론 광주비엔날레까지 돌아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5번 한국에 왔는데 앞으로 5번은 더 오고 싶다”고 말했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뉴스레터 구독 신청 구독자 의견(지난주 김윤신 인터뷰에 대한 의견입니다)🔸 그렇게 훌쩍 떠나서 뭔가에 몰입하고 싶은데….🔸 일희일비하는 이 시대에 묵직함을 안겨주시네요^^🔸80년대 마음으로 아직까지 작품활동의 근간은 지지않는 열정이라 생각합니다🔸전쟁을 겪고 자란 유년 시절을 읽는데 왠지 다른 전쟁 이야기보다도 와닿았습니다. 그시절 힘들었던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죠. 뉴스레터 읽을 때 직접 소리내서 읽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은 울먹이며 읽었네요. 그러다 ‘’노래하는 나무‘를 봤는데 작품이 너무 귀엽고 발랄해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나무 조각은 생소해서 마음이 가지 않았는데 이 작품을 보니 전시에 가고 싶어졌습니다.(진녹)🔸삶과 예술이 함께 스며든 작품들과 평생 진정한 예술가로서 살아오신 선생님의 인생을 존경합니다. (꿈꾸는예술인)🔸 작가의 삶이 남미대룩의 거대하고 강인한 나무가 있는 곳으로 이끌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찾은 한국에서 이 곳의 나무를 만져보고 이야기할 때 한국과 한국인을 표현하시는것 같았습니다. 얌전하고 착하고 연하고… 섬세하며 친절한 나무와 함께하는 업을 하다보면 나무에 동화되어간다고 해요. (felix)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번 전시가 이종욱 박사와 이태석 신부가 남긴 사랑과 섬김의 정신을 퍼뜨리는 불씨가 되길 바랍니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헌신한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1945∼2006)과 이태석 신부(1962∼2010)를 기리는 특별전 ‘바로 우리’의 개막식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가운데 구수환 이태석재단 이사장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상을 떠난 두 분이 전시로 만나는 오늘이 감격스럽다”고 덧붙였다. 5월 8일까지 열리는 ‘바로 우리’전은 사단법인 이태석재단과 동아일보가 주최한다. 이날 개막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안관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사무총장,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등 인사와 이 전 총장의 동생 이종오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 교수, 이태석 신부의 누나 이영숙 씨 등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혼탁한 시대에 이 전 총장과 이 신부님 같은 분들이 계셨다는 게 큰 위안을 준다”며 “전시회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두 분의 좋은 뜻이 공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우리 아이들이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는 공감능력, 연대 정신과 헌신의 미덕이 있어야 한다”며 “두 분을 주제로 교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감이 되는 분들”이라고 했다. 이종오 교수는 “제가 아는 이종욱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잘 사귀고 리더십이 있었으며, 어떤 상황이 와도 쉽게 낙심하지 않았다”며 “그의 못 다한 뜻을 기리고 있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과 의료계 후학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영숙 씨는 “(사진으로) 두 분의 얼굴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었다는 느낌이 든다”며 “두 분을 사랑하는 여러분들의 마음 덕분에 가족 잔치에 온 듯하다”고 했다. 이 전 총장은 세계 각지에서 의료 봉사를 하다 WHO에서 질병 퇴치와 빈민 구제에 힘써 ‘아시아의 슈바이처’라고 불렸다. 이 신부는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남수단에서 가톨릭 사제이자 의사, 교육자, 음악가, 건축가로 헌신했다. 이번 전시는 이 전 총장과 이 신부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 WHO 백신 기금과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보건소 및 학교 설립, 페루의 레이코 여사(이 전 총장의 부인) 공방 지원 등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열린다. 이 전 총장, 이 신부의 사진 등 기록과 함께 이우환, 김창열, 윤형근, 천경자, 박서보, 에바 알머슨, 마리 로랭생 등 국내외 작가 75명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입장료 6000∼1만2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는 생전 말수가 적었고 교류도 적었다. 그저 도시를 배회하며 관찰한 뒤 그림으로 남겼다. 그런 작품들은 지난해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전시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휘트니미술관 전시와는 다른 호퍼의 작품 160여 점과 관련 기록 110여 점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일부터 서울 중구 서소문본관에서 해외소장품 걸작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개최한다. 국내 최초의 호퍼 개인전으로 큰 관심을 끈 전시는 개막 전 이미 티켓 13만 장이 팔렸다. 호퍼의 어떤 작품이 한국을 찾았는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됐다.● 도시 안팎의 호퍼를 만나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휘트니미술관과 공동 기획했다. 기획 초기 단계에서 나온 전시의 주제는 ‘뉴욕 앤드 비욘드’로 뉴욕은 물론이고 이 지역을 벗어난 호퍼의 작품도 다양하게 조명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는 후문이다. 이승아 학예연구사는 “휘트니 전시가 뉴욕에 집중했다면 서울 전시는 프랑스 파리, 뉴욕 등을 배경으로 도시와 자연을 아우르는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호퍼의 초기 드로잉과 자화상을 담은 섹션인 ‘에드워드 호퍼’로 시작한 전시는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조세핀 호퍼’ ‘호퍼의 삶과 업’ 등 총 7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섹션에서 언급된 장소들은 호퍼가 머물며 그림을 그렸던 곳이다. 1906∼1910년 호퍼는 당시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를 세 차례 방문했다. 파리에서 보았던 여러 풍경을 기억하며 야심 차게 그린 ‘푸른 저녁’(1914년)도 파리 섹션에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작가 생전에 단 한 번만 전시된 작품이다. 파리 센강의 다리와 운하, 루브르 박물관 등 도시 풍경을 차분하게 그린 작품도 있다. 관객이 가장 기대할 섹션인 ‘뉴욕’에서도 차가운 건물 풍경이 이어진다. ‘도시의 지붕들’(1932년)은 휘트니미술관의 최근 소장작이다. 킴 코너티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는 “북적이는 도시에서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뉴잉글랜드’와 ‘케이프코드’ 섹션은 도시를 벗어난 호퍼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이곳의 해안과 어촌 마을, 섬을 방문하며 그렸던 스케치 소품, 호퍼 부부의 여름 별장이 있었던 미국 매사추세츠 케이프코드의 풍경이 펼쳐진다. 번잡한 뉴욕에서 벗어난 그는 ‘오전 7시’(1948년), ‘이층에 내리는 햇빛’(1960년) 등의 작품을 남겼다. ● 소품과 드로잉 비중 높아 ‘밤의 창문’(1928년), ‘황혼의 집’(1935년), ‘이층에 내리는 햇빛’, ‘햇빛 속의 여인’(1961년)은 호퍼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대표적 작품들이다. 다만 전체 작품 160여 점 중 유화는 57점, 드로잉·수채화는 89점, 판화는 14점이며 소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 대신 작품 옆에 이와 관련된 드로잉과 기록을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호퍼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942년·시카고미술관 소장)은 이번 전시엔 출품되지 않았지만 습작 드로잉과 수첩에 남긴 기록이 전시됐다. 수첩에서 호퍼는 이 작품에 대해 ‘유리창 경계를 따라 가게 안의 밝은 천장이 어두운 바깥 거리에 대비됨’이라고 적어, 실내등이 밤을 비추는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볼 수 있다. 이 연구사는 “휘트니미술관이 특별한 이유는 호퍼 관련 기록도 40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소장품, 기록을 가진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연구 측면에서 깊이가 더해졌다”고 했다. 그는 “호퍼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8월 20일까지. 사전 예약제. 1만2000∼1만7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는 생전 말수가 적었고 교류도 적었다. 그저 도시를 배회하며 관찰한 뒤 그림으로 남겼다. 그런 작품들은 지난해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전시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휘트니미술관 전시와는 다른 호퍼의 작품 160여 점과 관련 기록 110여 점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일부터 서소문본관에서 해외소장품 걸작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개최한다. 국내 최초 호퍼 개인전으로, 연초부터 관심을 모은 전시는 개막 전 이미 티켓 13만 장(얼리버드 티켓 10만 장 포함)이 팔렸다. 호퍼의 어떤 작품이 한국을 찾았는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됐다.● 도시 안팎의 호퍼를 만나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휘트니미술관과 공동 기획했다. 기획 초기 단계에서 나온 전시의 주제는 ‘뉴욕 앤드 비욘드’로 뉴욕은 물론 이 지역을 벗어난 호퍼의 작품도 다양하게 조명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는 후문이다. 이승아 학예연구사는 “휘트니 전시가 뉴욕에 집중했다면, 서울 전시는 파리 뉴욕 등 도시와 자연을 아우르는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호퍼의 초기 드로잉과 자화상을 담은 섹션인 ‘에드워드 호퍼’로 시작한 전시는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조세핀 호퍼’, ‘호퍼의 삶과 업’ 등 총 7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이 장소들은 호퍼가 머물며 그림을 그렸던 곳이다. 1906~1910년 호퍼는 당시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를 세 차례 방문했다. 파리에서 보았던 여러 풍경을 기억하며 야심차게 그린 ‘푸른 저녁’도 파리 섹션에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호퍼 생전 한 번만 전시된 작품이다. 파리 센 강의 다리와 운하, 루브르 등 도시 풍경을 차분하게 그린 작품도 있다. 관객이 가장 기대할 섹션인 ‘뉴욕’에서도 차가운 건물 풍경이 이어진다. ‘도시의 지붕들’(1932년)은 휘트니미술관의 최근 소장작이다. 킴 코너티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는 “북적이는 도시 환경 속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라고 했다.‘뉴잉글랜드’와 ‘케이프코드’ 섹션은 도시를 벗어난 호퍼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이곳의 해안과 어촌 마을, 섬을 방문하며 그렸던 스케치 소품, 호퍼 부부의 여름 별장이 있었던 케이프코드의 풍경이 펼쳐진다. 번잡한 뉴욕에서 벗어난 그는 ‘오전 7시’(1948년), ‘이층에 내리는 햇빛’(1960년) 등의 작품을 남겼다. ● 소품과 드로잉 비중 높아‘밤의 창문’(1928년), ‘황혼의 집’(1935년), ‘이층에 내리는 햇빛’, ‘햇빛 속의 여인’(1961년)은 호퍼를 좋아하는 관객이 좋아할 대표적 스타일의 작품이다. 다만 전체 작품 160여 점 중 유화는 57점, 드로잉·수채화는 89점, 판화 14점이며 소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신 작품의 옆에 이에 관련된 드로잉과 기록을 배치해 이해를 도왔다. 가장 유명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942년·시카고미술관 소장)은 이번 전시엔 출품되지 않았지만, 습작 드로잉과 수첩에 남긴 기록이 전시됐다. 수첩에서 호퍼는 이 작품에 대해 ‘유리창 경계를 따라 가게 안의 밝은 천장이 어두운 바깥 거리에 대비됨’이라고 적어, 실내등이 밤을 비추는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이승아 학예연구사는 “휘트니미술관이 특별한 이유는 호퍼 관련 기록도 40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세계 최대 규모 소장품, 기록을 가진 기관과 협업을 통해 연구적 측면에서 깊이가 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호퍼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8월 20일까지. 유료 사전 예약제.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헌신한 고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1945∼2006)과 이태석 신부(1962∼2010)를 기리는 전시가 열린다. 사단법인 이태석재단과 동아일보는 22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이종욱 전 총장과 이태석 신부의 삶을 조명하는 특별전시 ‘바로 우리’전을 개최한다. 이 전 총장과 이 신부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 WHO 백신기금,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보건소·학교 설립, 페루 레이코(이 전 총장의 부인) 공방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서다. 전시는 의사로서 두 사람의 삶을 사진과 기록을 통해 조명한다. 이 전 총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세계 각지에서 의료 활동에 헌신하다가 2003년 WHO 제6대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이 된 그는 WHO에서 질병 퇴치와 빈민 구제에 힘써 ‘아시아의 슈바이처’라고 불렸다. 인제대 의대를 나온 이 신부는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남수단에서 가톨릭 사제이자 의사, 교육자, 음악가, 건축가로 활동했다. 그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 마 톤즈’(2010년)를 통해 많은 이들이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선 이 전 총장의 유년기부터 국제 보건 무대에서의 활동을 사진과 그가 남긴 메시지를 통해 선보인다. 이 신부와 관련해선 남수단에 움막 진료소를 짓고 환자들을 돌봤던 자취들, 이 신부의 제자들이 의사 약사 기자 공무원이 돼 그의 뒤를 이어가는 모습을 소개한다. 전시 기간 내내 이 신부 제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부활’(2020년)과 2021년 채널A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백신 황제 이종욱, 나는 행동한다’도 상영된다. 미술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이우환, 김창열, 윤형근, 천경자, 박서보를 비롯해 오태학, 콰야, 김지희, 에바 알머슨, 마리 로랭생, 만화가 기안84 등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작가 이갑철, 민현우, 황문성의 사진 작품도 선보인다. 관람객에게 이 전 총장과 이 신부의 삶을 전하는 오디오 도슨트 녹음은 배우 신애라와 최수종이 맡았다. 신애라와 최수종은 “두 분의 삶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우광훈 영화감독과 박일호 북칼럼니스트, 에니어그램(성격유형검사) 전문가 류지연 교수의 강의도 준비돼 있다. 배우 겸 화가 윤송아와 권도경 작가의 드로잉 퍼포먼스, 소프라노 최경아, 바리톤 석상근, 테너 김기선이 준비한 미니 콘서트, 출품작 스페셜 경매도 열린다. 전시와 연계된 음원 및 음반(LP) 발매도 눈길을 끈다. 가수 이이언, 그룹 위아더나잇의 9z와 릴피쉬를 비롯해 크르르, 황푸하, 김사월이 기념 앨범 제작에 참여했다. 음원은 전시장에서 들을 수 있고, 공식 음원은 30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공개된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6일 진행되는 ‘문화가 흐르는 예술마당’에서는 가수 황푸하와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무대를 꾸민다. 입장료 6000∼1만2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사단법인 이태석재단과 동아일보는 22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고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태석 신부 특별전시 ‘바로 우리’전을 개최한다. 이종욱 전 사무총장(1945~2006)과 이태석 신부(1962~2010)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 WHO 백신기금,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보건소·학교 설립, 페루 레이코(이 전 사무총장 부인) 공방 지원 등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서다. 이 전 총장은 한국인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으로, WHO에서 질병 퇴치와 빈민 구제에 헌신해 ‘아시아의 슈바이처’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이 신부는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가톨릭 사제이자 의사, 교육자, 음악가, 건축가 등으로 활동하며 큰 존경을 받은 인물이다. 특히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년)를 통해 많은 이에게 깊은 감동을 준 바 있다.전시는 두 사람의 삶을 사진과 기록을 통해 조명한다. 이 전 총장은 2003년 제6대 WHO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뒤 그 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면서 신속 대응을 위한 컨트롤 타워인 ‘전략보건운영센터’(SHOC)를 만들었다. 그가 별세한 후 WHO는 이 기관의 이름을 ‘이종욱 전략보건운영센터’(JW LEE SHOC)로 바꿨다. 이번 전시에는 이 전 총장의 유년기부터 국제 보건 무대의 활약상, 주요 사진과 그가 남긴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또한 이 신부가 수단에서 움막 진료소를 짓고 환자들을 돌봤던 흔적들, 또 영화 ‘부활’을 통해 알려진 제자들이 의사 약사 기자 공무원으로 그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도 함께 전시된다. 미술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이우환, 김창열, 윤형근, 천경자, 박서보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오태학, 콰야, 김지희, 기안84, 에바 알머슨, 마리 로랭생 등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작가 이갑철 민현우 황문성의 사진 작품도 선보인다. 이 신부 제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부활’(2020년)과 이 전 총장의 삶을 소개한 다큐멘터리 ‘백신 황제 이종욱, 나는 행동한다’도 전시기간 내내 상영된다. 전시장에서 이 전 총장과 이 신부의 삶을 전하는 오디오 도슨트 녹음은 배우 신애라와 최수종이 맡았다. 두 사람은 “두 분의 삶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신부의 ‘섬김의 리더십’과 이 전 총장의 ‘글로벌 리더십’을 주제로 한 강의는 각급 학교 단체 관람시 요청할 경우 일정 협의를 통해 진행 가능하다. 우광훈 영화감독과 박일호 북칼럼니스트, 애니어그램 전문가 류지연 교수의 강의도 준비돼 있다. 이밖에도 배우 겸 화가 윤송아와 권도경 작가의 드로잉 퍼포먼스, 소프라노 최경아, 바리톤 석상근, 테너 김기선 등이 준비한 미니 콘서트, 출품작 스페셜 경매 등 프로그램이 열린다. 전시와 연계된 음원 및 음반(LP) 발매도 눈길을 끈다. 이이언, 위아더나잇(9z, 릴피쉬), 크르르, 황푸하&김사월 등 음악인들이 기념 앨범 제작에 참여했다. 음원은 전시장에서 들을 수 있고, 공식 음원은 30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공개된다.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되는 ‘문화가 흐르는 예술마당’에는 기념앨범에 참여한 가수 황푸하와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무대를 꾸민다. 전시는 5월 8일까지. 입장료 6000~1만2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