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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루피’ 정희단(17·선사고)은 ‘김민선 바라기’다.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속 캐릭터 루피와 닮았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정희단에게는 인생 멘토도, 워너비(닮고 싶은 사람)도 모두 김민선(25·의정부시청)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에서 이미 한솥밥을 먹은 사이인데도 ‘가장 만나고 싶은 선수’ 역시 김민선이다. 김민선은 2016 릴레함메르 겨울 청소년 올림픽 때 여자 500m 금메달을 따면서 ‘포스트 이상화(35·은퇴)’ 선두주자로 뛰어올랐다. 정희단 역시 19일 개막하는 2024 강원 겨울 청소년 올림픽에서 같은 종목 금메달을 따내 ‘포스트 김민선’ 선두주자 자리를 굳히겠다는 각오다.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최근 만난 정희단은 “민선 언니랑 같이 훈련하면서 ‘팬심’이 더 커졌다. 보고 싶어도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 늘 보고 싶다”면서 “(13일 전국겨울체육대회 현장에서 만난) 언니가 ‘청소년 올림픽 때 잘하라’고 예쁜 말을 많이 해줬다. 좋은 결과를 가지고 언니를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번 시즌부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는 정희단은 지난해 12월 열린 2차 대회 때 39초33으로 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 대회 우승자인 나오케 하나(19·일본)는 청소년 올림픽 나이(15∼18세) 제한으로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한다. 3차 대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정희단은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가족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어 큰 힘이 될 것 같다. 딱 개인 최고기록(38초96)만큼만 나왔으면 좋겠다. 후회 없이 타고 오겠다”고 말했다. 정희단은 일곱 살 때 외삼촌이 사준 인라인스케이트로 스케이트를 처음 접했다. 어릴 때부터 순발력이 남달랐던 정희단은 인라인 강습을 받기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바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대회 1등도 곧잘 했다.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다. 정희단은 “인라인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에는 늘 아빠랑 아이스링크에 놀러갔다”며 “어렸을 때부터 이런저런 운동을 많이 해봤다. 그런데 스케이트를 탈 때 유일하게 ‘계속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재미가 없어지면 바로 그만둘 생각이었다. ‘재미있을 때 재미있는 걸 하고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물론 지금도 스케이트가 가장 재미있다”고 했다. 정희단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22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정희단의 아버지는 딸을 태릉선수촌에 데려다 주면서 “희단이 어렸을 때 여기 많이 왔었는데 기억나?”라고 물었다. 정희단의 아버지는 레슬링 국가대표를 지낸 정태균 씨다. 정희단은 “어렸을 때 아빠를 따라 태릉선수촌에 정말 많이 왔었다. 나에게 선수촌은 거의 놀이터였다. 아빠가 여러 훈련장에 직접 데리고 다니시면서 가이드를 해주셨다”며 “늘 아빠를 따라서 왔던 곳에 내 힘으로 다시 들어올 수 있게 돼 정말 뿌듯했다”고 돌아봤다. 국가대표 선수로 들어온 태릉선수촌은 ‘놀이터’가 아니라 ‘전쟁터’였다. 매일 힘든 훈련을 반복해야 했다. 정희단은 “훈련을 끝내면 ‘오늘도 잘 버텼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래도 성실함이 모여 메달이나 좋은 기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안다.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웃고 싶으면 하거라’라고 이야기하는 마음으로 훈련 중”이라며 “팬들이 보시기에는 모든 경기가 다 똑같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다 다르다. 기록이 0.01초라도 빨라지면 너무 기쁘고 부족한 점이 생기면 참 아쉽다. 그래서 경기 하나하나가 다 새롭고, 더욱 집중해서 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화, 민선 언니 같은 대단한 선수들과 나를 함께 언급해 주시는 게 감사하다. 책임감도 생긴다”면서 “(주종목인 500m 경기가 열리는) 22일 이후로는 2024 강원 청소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소개되고 싶다”며 훈련장으로 향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온스 자베르(30·튀니지·세계랭킹 6위)와 같이 연습해 보는 게 꿈이에요.” 미라 안드레예바(러시아·47위)는 16세 1개월 1일이던 지난해 5월 30일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1회전 승리 후 이렇게 말했다. 안드레예바가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승리를 거둔 건 이 경기가 처음이었다. 당시 자베르는 2022년 윔블던과 US오픈에서 연달아 결승에 오르며 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자베르는 지난해에도 윔블던 결승에 올랐다. 안드레예바는 당시 “자베르는 내 우상이다. 자베르의 경기를 보면서 프로 선수를 꿈꿨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채 1년이 지나기 전에 안드레예바는 자베르와 개인 첫 맞대결을 벌일 기회를 얻었다. 결과는 16세 8개월 19일이 된 안드레예바의 승리였다. 안드레예바는 17일 호주오픈 2회전에서 자베르를 상대로 54분 만에 2-0(6-0, 6-2) 완승을 거뒀다. 메이저 대회 경기에서 자베르에게 ‘베이글’(6-0) 승리를 거둔 것도, 딱 두 게임만 내주고 승리를 따낸 것도 안드레예바가 처음이다. 또 안드레예바가 세계랭킹 10위 안에 드는 선수를 물리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안드레예바는 “경기 전에는 정말 긴장을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인생 최고의 경기가 됐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계속해 “경기가 끝나고 자베르가 찾아와 행운을 빌어줬다. 그는 그렇게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 선수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게 내가 자베르를 우러러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올해 대회가 호주오픈 데뷔 무대인 안드레예바는 디안 파리(22·프랑스·72위)와 3회전을 치른다. 지난해 US오픈 챔피언 코코 고프(20·미국·4위)도 이날 캐럴라인 돌레하이드(25·미국·42위)를 2-0(7-6, 6-2)으로 꺾고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을 향해 한 걸음 더 전진했다. 고프는 얼리샤 파크스(24·미국·31위)와 3회전 경기를 치른다. 고프는 2021년 프랑스오픈 16강에서 자베르를 53분 만에 물리친 적이 있다. 자베르의 메이저 대회 최소 시간 패배 기록이다. 안드레예바는 이날 1분 차이로 이 기록은 깨지 못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제2의 클로이 김, 제2의 에일린 구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9일 개막하는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을 위해 한국을 찾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71)은 대회의 성공 개최를 자신하며 이렇게 말했다. 6년 전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렸던 평창, 강릉, 정선, 횡성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79개국 1803명의 선수가 참가해 15개 종목에서 81개의 금메달을 놓고 기량을 뽐낸다.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에선 항상 특별한 일이 생긴다.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에선 미래의 올림픽 스타가 될 재능 많은 어린 선수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당장 2년 뒤인 2026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무대를 누빌 것”이라고 말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엔 역대 겨울청소년올림픽 참가 선수 341명이 출전했다. 스노보드의 클로이 김(24·미국)과 프리스타일 스키의 에일린 구(21·미국 중국 이중 국적)가 대표적이다. 2016 릴레함메르 청소년올림픽 2관왕 클로이 김은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연속 제패했다. 2020 로잔 청소년올림픽 2관왕인 에일린 구 역시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바흐 위원장은 “남자 선수들에 비해 어린 여자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IOC는 이런 선수들이 올림픽의 꿈을 키우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남녀 선수가 거의 같은 비율로 출전한다.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에서는 평창 올림픽 시설을 그대로 사용한다. 바흐 위원장은 “어린 선수들이 평창의 레거시(유산)를 누릴 수 있어 다행이다. 선수들은 6년 전 자신의 영웅들이 뛰었던 곳에서 경기하게 된다. 이번 대회의 레거시는 다시 미래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평창이 눈과 얼음을 보기 힘든 나라 선수들을 위해 ‘드림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바흐 위원장은 “평창기념재단은 모범적인 선례를 만들고 있다. 많은 나라 선수가 도움을 받았다. 포럼과 세미나 등을 통해 올림픽의 가치도 널리 알리고 있다”고 칭찬했다. ‘드림 프로그램’에 참여해 겨울 스포츠를 익힌 아르헨티나, 몽골, 이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네팔 등 6개국 청소년들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바흐 위원장은 IOC가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발맞춰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 올해 7월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브레이킹과 서핑 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는 “IOC는 전통적인 스포츠와 새 시대 스포츠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후 줄곧 그래 왔다”며 “IOC는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e스포츠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e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묻자 그는 “‘예스’이자 ‘노’라고 말할 수 있다. e스포츠의 올림픽 진입은 차츰 논의할 수 있지만 이미 자체적으로 큰 대회를 치르고 있다. 현재로선 관련 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2036년 여름올림픽 유치 의사에 대해서도 바흐 위원장은 “IOC로서는 훌륭한 옵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은 1988년 올림픽의 레거시를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018 평창 겨울올림픽과 올해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의 레거시도 이어갈 수 있다. 세 차례의 올림픽 개최를 통해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행정가들을 배출했다. 2036년 올림픽 유치를 원하는 도시들이 여럿 되지만 서울도 강력한 경쟁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서독 펜싱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딴 바흐 위원장은 은퇴 후 변호사로 일하다가 스포츠 행정가로 변신해 세계 스포츠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상대를 존중하는 법도 배웠다. 이기고 지는 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며 “내 인생엔 수많은 도전이 있었고 항상 성공했던 것도 아니었다. 가끔 패배했지만 모든 위기는 동시에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남자 테니스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는 1987년 5월 22일 세르비아 수도인 베오그라드에서 태어났다. 올해로 37세다. 현재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 가운데 30대는 조코비치뿐이다. 랭킹 2∼10위는 평균 25세로 조코비치보다 열두 살이 어리다. 그런데 오늘 당장 조코비치와 맞붙으면 확실히 이길 거라고 큰소리칠 수 있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테니스 선수로는 ‘환갑’을 넘어 ‘칠순’을 향해 가는 조코비치가 여전히 세계 최고 테니스 선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제일 큰 이유는 ‘식단’이다.》 ● 20대 초반엔 조금만 뛰어도 ‘헉헉’조코비치는 2008년 호주오픈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역대 최다인 24번 정상을 차지했다. 그중 10번(41.7%)이 호주오픈에서 나왔다. 14일 개막한 올해 대회에서도 조코비치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호주오픈에서 조코비치보다 많이 우승한 선수도 없다. 조코비치는 올해 호주오픈을 앞두고 “호주는 행복한 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1년 호주오픈에서 메이저대회 개인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조코비치에게 호주는 ‘피하고 싶은 땅’이었다. 조코비치는 “당시에는 호흡 곤란에 시달리는 일이 많았다. 밤에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호주에만 가면 증상이 특히 심해졌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조코비치가 천식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천식은 알레르기 염증 때문에 기관지가 좁아지는 만성 호흡기 질환이다. 그러나 조코비치의 2010년 호주오픈 8강 경기를 TV로 지켜보고 있던 이고르 체토예비치 박사(영양학)의 진단은 달랐다. 체토예비치 박사는 조코비치가 경기 도중 어깨를 움츠린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쉬는 모습에 주목했다. 그리고 알레르기 때문이 아니라 몸에 에너지가 떨어져 호흡 곤란이 찾아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체토예비치 박사는 조코비치의 아버지를 통해 ‘한번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조코비치는 “그 전까지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는 사이였는데 내 증상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 놀랐다”고 첫 만남을 회상했다. 체토예비치 박사는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소화하느라 몸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고 있다”면서 조코비치에게 “글루텐부터 끊으라”고 조언했다. 글루텐은 밀, 보리, 귀리 같은 곡류에 들어 있는 단백질 혼합물이다. 조코비치가 ‘글루텐 프리’ 식단 효과를 보는 데는 2주면 충분했다. 조코비치는 “글루텐을 끊은 뒤 일단 잠을 푹 잘 수 있게 됐다. 발도 가벼워지고 몸에도 활기가 넘쳤다”고 말했다. 체토예비치 박사는 이후 쇠고기, 양고기 등 붉은 고기와 초콜릿까지 끊어보자고 제안했다. 조코비치는 경기가 끝나면 초콜릿으로 당분을 보충하는 루틴이 있었다. 조코비치는 체토예비치 박사를 코칭스태프에 합류시킨 그해 윔블던에서는 준결승, US오픈에서는 결승까지 올랐다. 그리고 2011년에는 호주오픈을 시작으로 3개 메이저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하면서 ‘전설’을 쓰기 시작했다.● 20대 때보다 더 강해진 서브-스매시조코비치는 20대 마지막 해였던 2016년부터는 닭고기, 오리고기 같은 흰 고기까지 끊었다. 이제는 견과류, 과일, 생선, 씨앗, 오일, 채소, 콩 등이 주식이다. 조코비치는 2013년 펴낸 자서전 ‘이기는 식단(Serve to Win)’에 “나를 움직이게 하는 올바른 연료는 식물 기반이라고 확신한다”고 썼다. 조코비치는 매일 아침 레몬을 담근 따뜻한 물로 신체 독소를 빼내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으로는 제일 먼저 셀러리 주스를 마신 뒤 견과류, 딸기류, 씨앗 같은 ‘슈퍼푸드’와 해조류 등을 섞은 샐러드를 민트, 병아리콩, 사과, 시금치를 갈아 만든 ‘그린 스무디’와 함께 먹는다. 점심은 샐러드 그리고 메밀이나 비건(vegan·채식주의) 치즈가 들어간 무(無)글루텐 채소 파스타다. 저녁에도 샐러드와 생강 수프, 연어구이를 먹는다. 조코비치도 물론 ‘치팅’ 유혹에 시달릴 때가 있다. 2012년 호주오픈 결승 때가 특히 심했다. 5시간 53분에 걸친 혈투 끝에 라파엘 나달(38·스페인)을 물리치자 초콜릿 생각이 간절했던 것. 때마침 누군가 조코비치에게 초콜릿바를 건넸다. 이를 받아든 조코비치는 한참 고민하다 결국 끝부분만 손톱만큼 잘라 혀로 녹여 먹었다. 조코비치는 “나에게 스스로 허락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뿐이었다. 1위 자리를 지키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식단 조절 효과가 좋았다. 2015년 조코비치의 서브 평균 속도는 시속 185.7km였다. 지난해 이 기록은 시속 193.3km로 늘었다. 같은 기간 조코비치의 스매싱 평균 위치는 베이스라인 앞 48cm 지점에서 108cm로 네트 쪽을 향해 60cm 전진했다. 공에 반응하는 속도가 그만큼 빨라진 것이다. 요컨대 조코비치는 나이가 들어 가면서 오히려 더 젊은 선수처럼 공을 치고 있다. 체토예비치 박사는 “인생이 달라지길 원한다면 몇 가지 변화를 주어야 한다.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하고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만이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다”면서 “내 처방을 따른 모든 사람이 성공한 건 물론 아니다. 조코비치는 나만 신뢰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 그래서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선수가 ‘갱년기’를 이겨내는 법조코비치는 곧잘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전설적인 쿼터백 톰 브레이디(47)를 롤 모델로 꼽는다. 조코비치는 “가능하다면 브레이디보다 더 오래 뛰고 싶다”고 말했다. 브레이디는 마흔여섯까지 NFL에서 뛰면서 총 7번 슈퍼볼 정상을 차지했다. NFL 역사상 그보다 우승이 많은 선수는 물론이고 팀도 없다. 브레이디 역시 20년 넘게 글루텐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았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7·인터 마이애미)도 글루텐을 피한다. 메시가 떠난 FC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6)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들 모두 30대 후반까지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연구팀이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포함한 전 세계 운동선수 910명을 대상으로 2015년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1%가 ‘글루텐 프리를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 중 83%는 ‘글루텐 프리 식단 도입 효과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본 공인 스포츠 영양사인 하시모토 레이코는 “글루텐 프리 식단이 운동선수 기량에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는 없다. ‘효과를 느낀다’는 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평가”라면서 “글루텐 프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식단 도입 과정에서 식사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면서 성적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코비치는 글루텐이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셀리악병이 있었다. 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막연히 ‘건강이나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글루텐 프리 식단을 고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글루텐 프리 식단 관련 연구에서는 일반 체질의 사람들이 무작정 글루텐을 피하다 보면 쉽게 포만감을 느끼거나 입맛이 떨어지는 등 오히려 신체 에너지를 낮추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시모토 영양사는 “특히 (글루텐이 없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인은 더욱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운동선수든 일반인이든 자기 몸에 잘 맞는 음식을 알맞게 골라 먹어야 ‘전성기’를 더 오래 지킬 수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셔틀콕 천재’ 안세영(22·삼성생명)이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국제대회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 이후 3개월 만이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14일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말레이시아 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대만의 다이쯔잉(세계 4위)에게 2-1(10-21, 21-10, 21-18)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말레이시아 오픈은 BWF 월드투어 중 등급이 가장 높은 슈퍼1000 시리즈로 세계 1∼8위의 톱 랭커들이 모두 출전했다. 이날 오른쪽 다리에 붕대를 감고 출전한 안세영은 경기 시작부터 셔틀콕을 엔드라인 밖으로 보내는 실수를 3차례 연속 저지르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끝에 1세트를 쉽게 내줬다. 하지만 코트 구석을 찌르는 스매시가 살아나면서 2세트를 따낸 뒤 3세트까지 챙기면서 챔피언 세리머니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승리로 안세영은 부상에서 복귀한 뒤 네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맛봤다. 지난해 12월 16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23 BWF 월드투어 파이널 단식 4강전에서 다이쯔잉에게 당했던 1-2 역전패도 설욕했다. 다이쯔잉 상대 전적 11승 3패를 기록하면서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올해 처음 열린 BWF 주관 대회에서 우승한 안세영은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전망도 밝게 했다. 경기 후 안세영은 “부상 부위는 70% 정도 회복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출발을 좋게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천위페이(세계 2위)를 꺾고 금메달을 땄지만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했다. 부상 치료와 재활을 거친 안세영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구마모토 마스터스를 통해 복귀전을 치렀는데 4강전에서 천위페이에게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같은 달 중국 마스터스에선 16강에서 탈락했다. 14일 앞서 열린 말레이시아 오픈 혼합복식 결승에서는 한국의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 조가 일본의 와타나베 유타-히가시노 아리사 조에 0-2(18-21, 15-21)로 져 준우승을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올해 첫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이 14일 막을 올린다. 올해도 남자 단식 우승 후보 0순위는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세계 랭킹 1위)다. 조코비치는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총 24번 우승했는데, 그중 10번(41.7%)이 호주오픈에서 나왔다. 현재 ‘디펜딩 챔피언’ 역시 조코비치다. 조코비치가 올해 대회서도 우승하면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25승 고지를 정복할 수 있다. 여자부에서도 이런 기록을 남긴 선수는 없다. 다만 조코비치가 3일 남녀 혼성 국가대항전인 유나이티드컵 경기 도중 오른쪽 손목 통증을 호소했던 게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포츠 베팅 결과를 보면 조코비치(47.6%) 다음으로 우승 확률이 높은 선수는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2위·23.1%)다. 지난해 대회 때는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던 알카라스는 올해 대회 우승과 함께 세계 랭킹 1위 복귀를 꿈꾼다. 조코비치가 대회 1번 시드, 알카라스가 2번 시드라 두 선수는 결승전까지 올라가야 맞대결을 펼칠 수 있다. 우승 예상 확률 3위(13.3%)는 얀니크 신네르(22·이탈리아·4위)다. 신네르는 지난해 남자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에서 조코비치를 상대로 개인 첫 승리를 따낸 기세를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조코비치와 신네르가 승리를 이어가면 두 선수는 준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2022년 호주오픈 챔피언 라파엘 나달(38·스페인)은 대회 전초전인 브리즈번 인터내셔널에 참가했다가 허리 통증이 재발해 올해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호주오픈 여자 단식은 이 대회에서 두 번(2019, 2021년) 우승한 오사카 나오미(27·일본)의 메이저 복귀전으로 관심을 모은다. 오사카가 메이저대회에 출전하는 건 2022년 US오픈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지난해 7월에 딸 샤이를 출산한 오사카는 카롤린 가르시아(31·프랑스·20위)와 1회전 경기를 치른다. 2021년 프랑스오픈 1회전을 마친 뒤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던 오사카는 “이젠 사소한 것에도 기쁘다. (대회 메인 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하늘을 보며 ‘여기서 두 번이나 우승을 했다니’ 하는 생각이 들더라.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오사카의 우승 확률을 5.3%(6위) 정도로 보고 있다. 우승 예상 확률 1위(30.8%) 주인공은 세계 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23·폴란드)였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챔피언 LG의 ‘발 야구’가 올 시즌에도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처럼 베이스를 가로세로 3인치(7.62cm)씩 키우기로 했기 때문이다. 베이스가 커지면 누간 거리도 가까워지지고 주자가 터치할 수 있는 면적도 늘어나기 때문에 공격 팀에 유리하다. KBO는 11일 올해 제1차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 중 각 구장에 새 베이스를 설치하기로 뜻을 모았다. KBO는 또 새 시즌부터 수비 시프트도 제한하기로 했다. KBO는 수비 시프트 폐지로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수비 능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흔히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도 예정대로 도입된다. 반면 투구 제한 시간(피치 클록) 정식 도입은 일단 유예하기로 했다. 선수들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KBO는 올 시즌 개막 전까지 경기장에 피치 클록을 설치하고 실제로 계측은 하되 투구 제한 시간을 어겨도 페널티를 부과하지는 않기로 했다. KBO는 전반기에는 이렇게 제도를 시범 운영한 뒤 후반기 도입 여부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퓨처스리그(2군)는 시즌 개막부터 바로 피치 클록을 활용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외계인’ 빅토르 웸반야마(20·샌안토니오)가 21분만 뛰고도 트리플 더블을 작성하며 팀에 귀중한 1승을 안겼다. 웸반야마는 11일 디트로이트와의 2023∼2024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 방문경기에서 16득점 12리바운드 10도움의 트리플 더블 활약으로 팀의 130-108 승리를 이끌었다.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웸반야마가 32경기 만에 기록한 개인 첫 트리플 더블이다. 웸반야마는 ‘최단 시간 트리플 더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 부문 역대 1위는 러셀 웨스트브룩(LA 클리퍼스)으로 2014년 오클라호마시티 시절 20분을 뛰고 트리플 더블을 달성했다. 웸반야마는 NBA가 관련 기록을 집계하기 시작한 1977∼1978시즌 이후로 턴오버 없이 트리플 더블을 작성한 최연소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신인 선수가 턴오버 없이 트리플 더블을 기록한 건 웸반야마가 역대 네 번째다. 웸반야마는 “이기는 경기에서 기록이 나와 기쁘다.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시간에 달성한 (트리플 더블) 기록이라는 건 몰랐다”며 “말이 앞서기보다는 이렇게 경기로 계속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웸반야마는 지난해 6월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힌 신인으로 NBA 현역 선수 중 최장신(2m24)이기도 하다. 서부 콘퍼런스 15개 팀 중 최하위인 샌안토니오는 이날 승리로 시즌 6승(30패)째를 거뒀다. 동부 콘퍼런스 최하위 디트로이트는 6연패에 빠지면서 35패(3승)째를 당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인구 5만이 조금 넘는 경북 의성군은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한국 컬링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은메달)을 딴 여자 단체전 국가대표 ‘팀 킴’ 선수 대부분이 의성여중과 의성여고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언론은 ‘마늘의 고장’ 의성 주민들이 ‘갈릭 걸스’를 응원하는 모습을 전했다. 6년 전 ‘동네 선배’ 팀 킴을 응원했던 초등학생들은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어 “2024 강원 겨울 청소년 올림픽에서도 의성 컬링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19일 막을 올리는 이번 대회 컬링 세부 종목 믹스트 컬링에는 팀 킴 멤버들의 의성여고 후배인 장유빈(리드), 이소원(서드·이상 17)과 의성고 김대현(스킵), 권준이(세컨드·이상 18)가 ‘팀 의성’을 이뤄 출전한다. 컬링은 남녀 단체전이 따로 있는 성인 올림픽과 달리 청소년 올림픽에선 혼성 경기만 치른다. 팀 의성 선수들은 “팀 킴이 은메달을 땄던 곳(강릉컬링센터)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우리도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팀 의성은 지난해 9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보름 정도 앞두고 결성됐다. 국가대표에 도전하는 다른 팀들은 이미 훈련을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급하게 팀을 꾸렸지만 의성고와 의성여고 컬링부 모두 의성컬링센터에서 훈련하기 때문에 서로 낯선 사이는 아니었다. 장유빈은 “모이자마자 ‘국가대표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잘 맞겠다’ 싶었다”면서 “실제 호흡도 좋았다. 선발전을 앞두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연습경기를 했는데 (실업팀) 의성군청 언니들까지 모두 이겼다”고 했다. 팀 의성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6전 전승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주장 김대현은 “우리 네 명 모두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간절함이 컸던 것 같다. 성인 올림픽은 4년마다 한 번씩 기회가 있지만 청소년 올림픽은 평생 한 번밖에 나갈 수 없는 대회라 더욱 그랬다”면서 “아직 한국 남자 컬링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다. 청소년 올림픽에서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경험해서 성인 올림픽 무대 메달까지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믹스트 컬링 경기에서는 남녀 선수가 번갈아 가면서 스톤을 던져야 한다. 이 때문에 포지션이 바뀌는 선수도 나온다. 권준이는 의성고에서는 원래 가장 먼저 스톤을 던지는 리드지만 팀 의성에서는 세컨드를 맡는다. 권준이는 “스위핑(솔질)을 책임지는 세컨드는 팔 힘이 중요하다”며 “리드, 세컨드, 서드 가운데 제일 선배로서 팀 의성의 살림꾼이 되겠다”고 했다. 팀 의성은 14일부터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대회 개막 전까지 합숙 훈련을 한다. 이소원은 “선수촌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다. 선수촌 밥이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다들 기대가 크다”며 웃고는 “컬링을 하기 전에는 태권도를 했다. 태권도에서는 겨루기, 격파, 스피드 발차기 모두 1위를 해봤다. 이번 대회에서도 꼭 1등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의성고 졸업생으로 팀 의성을 지도하고 있는 김치구 코치(30)는 “지역에서 관심과 지원이 워낙 많아 아이들이 자신 있게 하고 있다. 남은 기간 팀워크를 잘 다져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선수들도 “컬링은 팀 스포츠라 앞사람이 실수해도 뒷사람이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다. 팀 의성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의성=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전 세계에서 딱 8명만 받을 수 있는 초대장이 있다. 프리스타일 스노보더라면 누구나 꿈꾸는 ‘X게임’ 초대장이다. 이채운(18·수리고·사진)도 스노보드 선수 생활을 시작한 10세 때부터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이 주최하는 이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 대회 초청장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올 시즌 드디어 꿈에 그리던 초대장이 도착했지만 이채운은 ‘참가할 수 없다’고 답장을 보냈다. 2024 강원 청소년 겨울 올림픽(19일 개회)과 대회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휘닉스 평창에서 새해를 앞두고 만난 이채운은 “당연히 아쉬웠다. ‘드디어 초대장을 받았는데 이걸 못 가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청소년 올림픽이 내게는 한국에서 치르는 첫 세계 대회다. 사람들이 아직 하프파이프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안방 팬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들을 다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노보드는 크게 ‘시간’을 다투는 알파인 부문과 ‘연기’로 승부를 가리는 프리스타일 부문으로 나뉜다. 프리스타일에 속하는 하프파이프는 반원통형 슬로프 위에서 점프와 회전 등 공중 연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이채운은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 최연소(16세 11개월)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 남녀 스키·스노보드 선수가 세계선수권 정상을 차지한 건 이채운이 처음이었다. 이채운은 또 2023∼2024시즌에도 1차 월드컵 동메달, 2차 월드컵 때 은메달을 따면서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백투백 1440’(양방향 4회전 연속 점프)을 앞세워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딴 이채운은 월드컵 시즌 들어서는 현재 하프파이프 최고 기술로 평가받는 ‘트리플콕 1440’(회전축을 세 차례 바꿔가며 4회전 점프)까지 성공시켰다. 현재까지 실전에서 이 기술을 성공시킨 선수는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히라노 아유무(25·일본)와 이채운밖에 없다. 이채운은 “세계선수권 금메달 이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넘어질 것 같은 생각도 안 든다. ‘이제 포디움(시상대)에는 그냥 설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누구든 다 들어와라’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혼자만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이채운은 올 시즌부터 에너지 드링크 업체 ‘레드불’에서 후원을 받고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가 레드불 후원을 받는다는 건 ‘월드 클래스’로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 우러러 봤던 히라노는 이제 함께 식사 약속을 잡는 친한 동료 사이가 됐다. 이채운은 이번 청소년 올림픽 때는 하프파이프뿐 아니라 슬로프 스타일, 빅에어까지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전 종목 석권을 노린다. 슬로프 스타일은 각종 기물과 점프대를 설치한 슬로프 위를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고, 빅에어는 대형 점프대에서 도약해 공중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이채운은 “청소년 올림픽에서 1등을 놓칠 생각이 전혀 없다. 하던 것만 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아 자신감이 충만하다. 동생들에게 멋있게 ‘참교육’ 좀 해야 한다”며 웃었다. 걸림돌이 있다면 ‘빡빡한 일정’이다. 3일 스위스로 출국한 이채운은 17∼20일 3차 월드컵에 나선다. 대회를 마치면 22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그날 오후에 바로 청소년 올림픽 슬로프스타일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한다. 이채운은 “청소년 올림픽과 일정이 겹쳐 4차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다. 시즌 1위 자리를 지키려면 3차 월드컵 우승으로 2위권과 점수 차를 최대한 벌려둬야 한다”고 했다. 자기 이름처럼 세계 최고 스노보더로 가는 이력서를 한 줄 한 줄 채워가고 있는 이채운은 “올림픽 금메달은 물론이고 (시즌 랭킹 1위에게 주는) 크리스털 글로브도 꼭 받겠다”고 다짐했다.평창=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세계랭킹 1위·사진)가 ‘약속의 땅’ 호주에서 2172일 만에 패배를 맛봤다. 조코비치는 3일 호주 퍼스에서 열린 안방팀 호주와의 유나이티드컵 8강전 남자 단식 경기에서 세계 12위 알렉스 드미노(25)에게 0-2(4-6, 4-6)로 완패했다. 유나이티드컵은 남녀 단식과 혼합 복식으로 승부를 가리는 국가 대항전이다. 세르비아는 호주에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조코비치가 호주에서 열린 공식 경기에서 패한 건 2018년 1월 22일 이후 거의 6년 만이다. 조코비치는 당시 호주오픈 4회전에서 정현(28·한국)에게 0-3으로 패한 뒤 호주에서 43연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조코비치는 “패하긴 했지만 별 타격은 없다. 컨디션이 100%가 아닌 상태에서 치른 경기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오른쪽 손목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이날도 1세트 도중 두 차례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14일 개막) 때까지는 손목이 다 나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남자 단식 역대 최다(10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SK가 이번 시즌 프로농구 최다인 8연승을 달렸다. SK는 1일 삼성과의 2023∼2024시즌 정규리그 방문경기에서 80-76으로 이겼다. 시즌 18승(8패)째를 거둔 SK는 2경기 더 치른 선두 DB(23승 5패)와의 승차를 4경기로 좁혔다. SK는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가 31득점, 16리바운드, 4도움의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워니는 가로채기 3개와 블록슛 2개도 기록하며 ‘올라운더’의 면모를 자랑했다. SK는 이날 승리로 서울 잠실을 같은 안방으로 쓰는 삼성과의 ‘S더비’ 9연승 행진도 이어갔다. 또 3라운드를 8승 1패로 마치며 라운드 최고 승률(0.889) 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즌 첫 연승에 도전했던 최하위 삼성은 부상 악재로 힘든 경기를 했다. 삼성은 주력 빅맨인 이원석이 종아리, 외국인 선수 코피 코번이 허벅지 부상으로 이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코번은 이번 시즌 26경기에서 평균 23점을 넣고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해 온 센터다. KT는 이날 KCC를 83-80으로 꺾고 4연승했다. 18승 9패가 된 KT는 LG와 공동 3위가 됐다. KT는 외국인 포워드 패리스 배리가 팀 득점의 절반이 넘는 44점을 몰아치며 승리를 이끌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 디트로이트가 2023년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길었던 연패의 터널에서 벗어나 새해를 맞게 됐다. 디트로이트는 31일 토론토와의 2023∼2024시즌 NBA 정규리그 안방경기에서 129-127로 승리하며 28연패를 끊었다. 지난해 10월 29일 시카고전 승리 후 63일 만에 맛본 승리다. 디트로이트는 주전 가드 케이드 커닝햄이 30득점 12도움, 센터 제일런 더런이 18득점 17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더블더블 활약으로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커닝햄은 “정말 좋다. 오래 기다린 승리였다. 다시는 (연패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더런은 “연패에서 벗어나 행복하다. 우리는 지난 두 달 동안 1승을 얻기 위해 힘겹게 싸워 왔고 많은 역경을 겪었다”고 했다. 몬티 윌리엄스 디트로이트 감독도 이날 승리로 마음고생을 조금 덜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NBA 사령탑 역대 최고 대우인 6년간 7850만 달러(약 1020억 원)에 계약하며 디트로이트 지휘봉을 잡았는데 성적 부진으로 팬들한테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오래했지만 오늘 같은 라커룸 풍경은 처음이었다. 선수들 모두가 소리를 질렀고 나도 울 뻔했다”며 “안도감보다는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마침내’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는 이날 토론토전에서도 패하면 NBA 역대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로 쓰는 불명예를 안는 상황이었다. 필라델피아가 2014∼2015, 2015∼2016 두 시즌에 걸쳐 28연패를 당한 적이 있다. 디트로이트가 이번에 남긴 28연패는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피클볼은 한 번도 안 쳐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쳐본 사람은 없다.” 피클볼 입문 1년 차인 김홍영 씨(57)의 말이다. 김 씨는 미국에서 살던 딸 도희 씨(26)가 지난해 말 귀국하면서 피클볼을 처음 접했다. 김 씨는 “딸이 ‘친구들이랑 쳐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아빠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면서 패들(라켓)을 선물했다. 집 주변 클럽을 찾아 딸과 함께 배우기 시작했는데 대회를 좀 나가다 보니 어느덧 1년이 지나 있더라”라며 웃었다. 도희 씨는 “부녀지간에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이 없는데 아빠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자체로 좋다. 또 입문은 쉽지만 칠수록 배울 게 더 많아 중독성이 크다”고 했다. 올해 피클볼 심판 자격증까지 함께 딴 부녀는 내년 2월 태국 푸껫에서 열리는 아시아오픈 혼성 복식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피클볼은 배드민턴과 똑같은 가로 6.1m, 세로 13.4m 코트 가운데 테니스보다 낮은 높이(86cm)로 네트를 세워 놓고 탁구채보다 큰 패들로 속이 빈 플라스틱 공을 주고받는 스포츠다. 공 크기는 테니스 공보다 크지만 구멍이 뚫려 있어 속도는 3분의 1 수준이다. 원래는 어린이가 ‘뒷마당’에서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게임이었다. 그렇다고 피클볼을 그저 레크리에이션 수준이라고 단정하면 곤란하다. 피클볼 종주국 미국에는 프로피클볼투어(PPA), 메이저리그피클볼(MLP) 등 프로 리그도 있다. 한국에서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 2017년 100여 명이던 피클볼 인구는 현재 2800여 명까지 늘었다. 클럽 숫자도 2017년 3개에서 60개가 됐다. 대한피클볼협회장을 맡고 있는 임채선 샛별중 교장(61)은 “피클볼은 누구나 배우기 쉽다. 우리 학교 학생들도 1학기 자유학기제 때, 그리고 방과 후 수업으로 피클볼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국내 원년 클럽 중 하나인 거창 피클볼 클럽이 학교 체육관 사용 신청을 하면서 피클볼에 입문했다. 다른 라켓 스포츠와 경기 기본 원리가 같다 보니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엘리트 선수의 유입도 많다. 국내 여자 피클볼 랭킹 1위 권미해 씨(23)는 대학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낮에는 테니스 코치, 밤에는 피클볼 선수로 뛴다. 권 씨는 “피클볼이 테니스와 유사하기는 하지만 테니스 기술만으로는 상위 레벨까지 올라가기 어렵고 피클볼에 맞는 전술이 필요하더라”라고 말했다. 현재 남자 랭킹 1위는 서울시청 소속 현역 탁구선수 김응권(24)이다. 대학교 때 피클볼에 빠진 김응권은 실업 탁구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도 패들을 놓지 않았다. 김응권은 “피클볼은 스윙이 크지 않아 탁구에 영향이 없다. 탁구공과 비교하면 공이 더 무겁고 속도도 빨라 넘길 때 손맛이 짜릿하다”고 했다. 권미해와 김응권은 미국 프로 무대도 꿈꾼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오창석 전 마라톤 국가대표 감독(사진)이 대한민국 체육유공자로 지정됐다. 오 전 감독은 케냐 출신의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을 발굴해 가르쳤던 지도자로 2021년 사망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유공자심사위원회를 열어 오 전 감독을 유공자로 지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문체부는 “고인은 약 26년간 한국 마라톤 발전을 위해 선수들을 지도했고 케냐 출신 오주한을 한국으로 귀화시켜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체육유공자는 국가대표 선수 또는 지도자가 국제대회 경기, 훈련, 지도 중 사망하거나 중증 장애를 입은 경우 심사 대상이 된다.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연금과 수당, 사망위로금 등이 지급된다. 오 전 감독은 오주한의 도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2020년 2월부터 케냐에서 훈련하다가 풍토병에 걸려 2021년 4월 귀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격리 중 증세가 악화됐고 지병이던 혈액암이 재발해 그해 5월 사망했다. 오 전 감독의 유족은 고인을 체육유공자로 지정해 달라고 문체부에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러자 유족은 문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이겼고 이 판결에 따라 문체부는 오 전 감독을 체육유공자로 인정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국가대표 김현겸(17·한광고)은 좀처럼 추위를 타지 않는다. 바깥 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진 상태였지만 ‘야외에서 외투 없이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 는 말에 망설임 없이 점퍼를 벗었다. 김현겸은 또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에게서 음악적 소양을, 젊은 시절 검도장을 운영했던 아버지에게서 운동신경을 물려받았다. 그러니 차가운 빙판 위에서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피겨스케이팅을 만난 건 운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현겸은 9일 중국 베이징에서 막을 내린 2023∼20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가 이 대회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이전에는 ‘피겨 왕자’ 차준환(22·고려대)이 2016년 대회를 3위로 마친 게 최고 순위였다. 김현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피겨는 내 운명’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김현겸의 가족은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에서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이사를 갔다. 집에서 국가대표 훈련장인 서울 태릉실내빙상장까지 거리는 약 30km에서 60km로 두 배가 됐다. 많은 피겨 선수들이 태릉과 가까운 경기 남양주시 별내신도시로 이사하는 것과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김현겸은 “쟁쟁한 형들이 많아 국가대표 선발은 상상도 못하던 일”이라며 “국내대회에서도 잘해야 5등이었다”고 말했다. 피겨 국가대표로 뽑히려면 시즌마다 1, 2차 선발전 합계 4위 안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다만 주니어 그랑프리 출전 선수는 별도 선발전을 통해 뽑는다. 김현겸은 2021∼2022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을 치렀지만 2022∼2023시즌에는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김현겸은 “국제대회에 못 나가게 된 게 오히려 잘된 일이다 싶기도 했다. ‘트리플 악셀’(3.5회전) 연습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트리플 악셀을 뛰게 되면서 그 나비효과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겸은 올해 1월 열린 피겨 종합선수권대회 겸 2023∼2024시즌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면서 차준환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현겸은 결국 1, 2차 선발전 합계 4위로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김현겸의 어머니는 일주일에 일요일 딱 하루만 빼고 인천 청라에서 태릉까지 왕복 120km를 매일 운전 중이다. 어머니의 뒷바라지 속에 김현겸은 ‘쿼드러플(4회전) 토’까지 완성했다. 김현겸은 쿼드러플 토를 올 시즌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첫 점프로 배치하면서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 은메달, 5차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파이널 무대에서 이 점프에 실패하면서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김현겸은 “큰 경기였고 (쇼트프로그램 1위로 프리스케이팅 연기 순서가 가장 늦어) 긴장을 오래 하다 보니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김현겸은 이제 2024 강원 청소년 겨울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아직 한국 남자 싱글 선수 누구도 이 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다. 김현겸은 “이렇게 큰 대회에 나가는 게 처음이라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차분하게 하려고 한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때 후회가 많이 남아서 이번에는 후회없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농구 상위 팀들이 크리스마스 경기에서 모두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5위 KCC는 25일 9위 한국가스공사와의 방문경기에서 96-90으로 승리를 거두고 7연승을 달렸다. KCC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체 10개 팀 중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는데 개막 후 12경기에선 4승 8패에 그치면서 12월을 8위로 맞았다. KCC는 12월 들어 10경기에서 9승 1패를 기록하는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12월 성적으로는 리그 1위다. KCC는 이날 7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고른 활약으로 승리를 챙겼다. 전창진 KCC 감독은 경기 후 “힘든 일정의 7경기였다.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잘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한 경기, 한 경기 살아나는 걸 보면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SK도 6연승하면서 LG와 공동 2위로 올라섰다. SK는 이날 서울을 89-74로 눌렀다.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가 28점, 13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더블더블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SK는 서울 잠실을 같은 연고지로 쓰는 삼성과의 크리스마스 매치에서 3년 연속 이겼다. 최하위 삼성은 시즌 20패(4승)째를 당했다. 이번 시즌 리그 선두 DB도 6위 팀 현대모비스를 102-92로 꺾고 2연패 뒤 3연승했다. DB는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36점)과 이선 알바노(25점)가 61점을 합작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DB는 공동 2위 그룹과 4경기 차를 유지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24 강원 겨울 청소년 올림픽은 내년 1월 19일부터 2월 1일까지 2주간 평창, 강릉, 정선, 횡성 등 강원도 일원에서 열린다. 4년마다 개최되는 겨울 청소년 올림픽은 2012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제1회 대회가 열렸다. 2016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2020년엔 스위스 로잔에서 개최됐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강원 대회가 처음이다. 강원 대회에는 70여 개 나라에서 약 2900명(선수 약 1900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15∼18세 선수들이 스케이팅(스피드, 쇼트트랙, 피겨)과 아이스하키, 컬링, 스키(알파인,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노르딕복합),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15개 종목에서 모두 81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기를 치른다. 강원 대회 슬로건은 ‘함께할 때 빛나는 우리(Grow Together, Shine Forever)’, 마스코트는 ‘뭉초’다. 뭉초는 눈싸움할 때 던지는 눈뭉치를 형상화한 것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24 강원 겨울 청소년 올림픽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썰매 대표팀 ‘대관령 5남매’ 김예림, 소재환, 신연수, 정예은, 최시연(이상 17)은 “안방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겨울 청소년 올림픽 첫 메달을 따겠다”며 평창슬라이딩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은 앞선 세 차례 겨울 청소년 올림픽에서 빙상, 설상 종목 메달은 따냈지만 썰매에서는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상지대관령고 2학년 같은 반에 재학 중이기도 한 이 5명 가운데 메달 획득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는 남자 봅슬레이 대표 소재환이다. 2, 4인승 종목이 있는 성인 봅슬레이 대회와 달리 청소년 올림픽 같은 유소년 대회는 모노봅(1인승) 경주만 진행한다. 소재환은 올 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유스 시리즈에 8번 출전해 5번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최근에는 3개 대회 연속 은메달로 페이스가 한풀 꺾인 상태다. 소재환은 “더 큰 대회(청소년 올림픽)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여자 봅슬레이 대표 최시연도 메달 후보다. 최시연은 “메달을 꼭 딸 거다. 마야 보이그트(16·덴마크)라는 선수가 올해 1년 내내 1등만 했다. 그 선수는 인정한다. 그래서 은메달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최시연은 지난달 10일 평창 트랙에서 열린 유스 시리즈 때 보이트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3월에도 역시 평창에서 2위에 오른 적이 있다. 봅슬레이는 ‘안방 어드밴티지’가 적잖이 작용하는 종목이다. 특히 모노봅은 차체가 가볍기 때문에 2, 4인승보다 트랙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또 청소년 올림픽 때는 선수가 자기 썰매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출전 선수에게 맞게 썰매를 준비한 뒤 순번에 따라 한 대를 배정한다. 썰매가 끼치는 영향이 줄어드는 만큼 트랙에 익숙하면 익숙할수록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스켈레톤도 물론 트랙에 익숙할수록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하루에 최소 2, 3번씩 평창 트랙을 달릴 수 있는 대관령 5남매는 다른 선수들보다 유리한 환경에서 이번 대회를 치른다고 할 수 있다. 올해 1월 트랙 주행을 시작해 5명 중 실전 경험이 가장 적은 여자 스켈레톤 대표 정예은도 평창 트랙을 100번 넘게 탔다. 이들은 대회 개막 전까지 최소 50번은 더 주행 경험을 쌓는다는 계획이다. 경기 김포시에 살던 정예은은 지난해 여름 재미 삼아 출전한 ‘스타트 대회’에서 스켈레톤의 매력에 빠져 그해 겨울부터 평창에 눌러 앉았다. 스타트 대회는 이름 그대로 스타트 구간을 누가 빨리 달리는지 겨루는 이벤트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은 유망주 발굴 목적으로 해마다 이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스타트 대회에는 순간 스피드에 자신이 있는 단거리 육상 선수가 참가하는 일이 많다. 남자 스켈레톤 대표 신연수, 여자 스켈레톤 대표 김예림 모두 단거리 육상 선수 출신이다. 최시연도 마찬가지다. 반면 정예은은 패들보트 동호회 활동은 했지만 육상선수로 뛴 적은 없었다. 정예은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게 이번 대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썰매 1, 2세대는 성인이 된 뒤에 종목을 처음 접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8 평창 겨울 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아이언맨’ 윤성빈(29)도 고3이 돼서야 스켈레톤을 처음 접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스켈레톤을 시작한 ‘스파이더맨’ 정승기(24)가 ‘육성 단계’를 거친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다. 2016 릴레함메르 청소년 올림픽에서 8위를 했던 정승기는 올 시즌 랭킹 1위로 성장했다. 대관령 5남매도 같은 미래를 꿈꾼다.평창=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번 우승 과정에서 가장 고마운 분은 김용일 코치(57)다.” 차명석 프로야구 LG 단장은 팀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뒤 이렇게 말했다. 김 코치는 1989년 LG 전신인 MBC에 트레이너로 입단한 뒤 1990, 1994, 2023년 우승을 모두 함께했다. LG의 세 차례 우승을 모두 함께한 인물은 김 코치뿐이다. LG 안방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1일 만난 김 코치는 “내게는 차 단장이 가장 감사한 분”이라며 “29년 만에 다시 우승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윗분께 대들다가 잘리기도 하고…. (2019년) 미국에 갈 때도 사실 LG를 떠난다는 생각이었는데 (차 단장 덕분에) 복귀하고 우승까지 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2000년 현대로 팀을 옮겼던 김 코치는 삼성을 거쳐 2009년 LG로 돌아왔다. 그러다 2019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서 뛰던 류현진(36)의 개인 트레이너가 되면서 다시 팀을 떠났다. 차 단장은 2020년 바로 김 코치에게 ‘팀에 돌아와 달라’고 부탁하면서 국내 1호 ‘수석’ 트레이닝 코치 직함을 달아줬다. 김 코치는 “구단에서 ‘당신을 믿을 테니 알아서 하세요’라고 전권을 준 것이다. 트레이닝 파트가 못하면 안 되는, 변명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양궁 특기생으로 경북체육고, 안동대에 입학했지만 대학교 1학년 때 운동을 접었다. 고3 때 다친 허리가 끝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부상을 당한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트레이너 길에 들어섰다. 김 코치는 “처음에는 야구 선수들 부상을 너무 몰랐다. 일상생활은 멀쩡히 하는데 야구할 때만 아프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프로야구 무대에서 첫 시즌을 보낸 뒤 자비 500만 원을 들여 일본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첫 월급이 40만 원이었으니 1년 동안 번 돈을 모두 연수에 쓴 셈이다. 김 코치가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구단도 트레이닝 파트를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당시 2명이던 LG 트레이닝 파트는 현재 12명까지 늘었다. 반대로 김 코치의 머리숱은 눈에 띄게 줄었다. 김 코치는 “LG에 머리카락을 바쳤다”며 웃었다. 이어 “올해 한국시리즈 준비 과정에서도 선수들 부상 걱정으로 머리카락이 남아나지 않았다. 박동원, 신민재, 켈리, 함덕주 모두 회복에만 집중해야 했다. 김진성도 팔꿈치가 많이 안 좋았다”면서 “옛날 같았으면 ‘선수가 지금쯤은 뛸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겠지만 지금은 트레이닝 파트에 다 맡겨준다.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때 제대로 못 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모두 잘 뛰어줬다”고 했다. 김 코치는 우승 이후에도 딱 하루만 쉬고 매일 잠실구장으로 출근 중이다.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선수들에게 비시즌 프로그램을 짜주려면 일정이 빠듯하다. 김 코치는 “스프링캠프 전까지는 선수들이 굳이 잠실로 안 와도 된다. 그런데 우리를 찾아준다는 건 우리가 몸을 가장 잘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믿음에 보답하는 게 우리 일”이라며 “‘노력했으니 알아 달라’고 하면 아마추어다. 선수들을 도와주는 ‘프로’로서 다음 시즌에도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걸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1년 내내 야구장에 붙어 있느라 아내가 아들 둘을 사실상 홀로 키웠다. 아내와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