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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사진)가 북-중 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8일 공개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으로 사실상 데뷔를 한 셈이다. ‘중국 정부의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의 의미’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태 전 공사는 “중국의 석탄 수입 금지 조치는 북한을 압박해 중국의 의도에 맞게 끌고 나가자는 것”이라며 “북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자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중국을 제일 화나게 하는 것은 북한이 중국을 은근히 무시하면서 ‘1.5트랙’ 등을 통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새로운 대화선을 모색하고 있는 점”이라며 “중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에만 다가가려고 하는 북한을 단단히 자극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기본 속내는 최근 조성된 대북 압박 분위기를 이용해 북한을 6자회담장으로 끌어내어 동북아시아에서 ‘메인 플레이어’의 전략적인 지위를 다시 차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석탄 수입 금지 조치로 인한 북한의 경제적 손실도 크지만 “가장 큰 타격은 심리적 자극”이라고 지적했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한 것이 이달 초 뉴욕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미국과 북한의 트랙 1.5(반관반민) 대화가 무산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사임을 하루 앞두고 7일(현지 시간) 연 고별 회견에서 “북-미 간 비공식 대화가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옆구리를 들이받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 전 공사는 8일 서울에서 일본 특파원들과 만나 일본이 생존해 있다고 주장하는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橫田惠·1977년 실종) 씨가 사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전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윤완준 기자}
북한이 7일 자국 내에 머물고 있는 말레이시아 국민의 출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말레이시아는 자국 내 북한인 출국 금지라는 맞대응 조치를 내놓은 데 이어 북한과의 단교라는 초강수 조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외무성 의례국은 해당 기관의 요청에 따라 조선 경내에 있는 말레이시아 공민들의 출국을 임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주조(주북한) 말레이시아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에 따르면 현재 말레이시아인 11명이 북한에 체류 중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은신 중인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 현광성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인질카드’를 꺼내 들자 말레이시아 역시 즉각 자국 내 북한인들의 출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우리 국민을 인질로 잡은 이런 혐오스러운 조치는 국제법과 외교 관행들을 총체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나아가 아맛 자힛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10일 내각회의를 소집해 북한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주성하 zsh75@donga.com·황인찬 기자}

북한이 6일 쏘아올린 탄도미사일 발사가 주일 미군기지를 겨냥한 핵탄두 발사 훈련이라고 밝힘에 따라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주목된다. 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현장에서 발사를 참관한 김정은은 “이제는 화력타격의 신속성과 일치성을 철저히 보장한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북한군 미사일 부대는 이 자리에서 “원수들을 무자비한 핵 강타로 죽탕쳐 버릴 수 있는 최강의 핵 공격무력으로 강화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 능력이 한 단계 발전했고 핵탄두 소형화에 진전이 있었다는 주장으로 분석된다. 국방부는 북한이 발사한 4발의 탄도미사일을 사거리 1000km인 중거리미사일 ‘스커드-ER’로 파악했다. 스커드-ER에 탑재할 수 있는 탄두의 중량은 500kg 정도다. 500kg 중량의 핵탄두 위력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핵폭탄의 폭발력(15kt)과 비슷할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스커드에 장착 가능한 소형 핵탄두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일반적으로 핵탄두의 무게를 1000kg 이하, 지름 90cm 이내 수준으로 줄이게 되면 소형화를 이룬 것으로 평가하지만 500kg 이하로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북한의 탄두 기술로 봤을 때 핵탄두 소형화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핵탄두를 스커드-ER에 실을 수 있다면 동북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스커드-ER 발사는 일본의 미군기지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 미사일을 강원 원산 인근에서 발사하면 일본의 미군기지 일부를 타격할 수 있다. 전날 미사일 발사 현장에서 한 북한군 장성은 지도를 보며 일본 아오모리 현 미사와 미군기지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미사와 기지엔 글로벌호크 정찰기와 F-16 전투기를 보유한 미군 35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1000기 이상의 각종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여러 발의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향해 발사하고, 일부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한다면 일본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으로도 완전히 막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현황’ 보고서는 “북한이 무게 300kg의 핵탄두 소형화를 이뤘고 8∼2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연이은 미사일 발사 실패로 숙청설이 돌기도 했던 북한 미사일의 총사령탑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이 6개월 만에 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월부터 연이은 미사일 발사 성공에 힘을 얻어 다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외무성이 6일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대사를 추방한다고 발표했다.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서로 대사를 추방하면서 양국 관계는 단교 직전의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외무성은 주조(북한 주재) 말레이시아특명전권대사를 외교관계에 관한 윈협약(빈협약)의 해당 조항에 준하여 환영할 수 없는 인물로 결정했다”며 “5일(일요일) 10시부터 48시간 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떠날 것을 요구하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4일 자국 주재 강철 북한대사를 ‘외교적 무례’를 이유로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인물)’로 지정하면서 ‘48시간 내 추방령’을 내린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강 대사는 6일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출국 직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정부에 의한 극단적 조치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한다”며 “양국 관계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 피살 사건 일주일 뒤인 지난달 20일 모하맛 니잔 북한 주재 자국 대사를 이미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2일에는 북한과의 무비자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6일 “북한과의 공식적 외교 관계 문제에 대해선 한번에 한 단계씩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6일 오전 7시 20분경.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장 인근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 4대가 한미 정보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한미 군 당국은 정찰위성과 무인기(UAV) 등 감시전력을 총동원해 초를 다투며 TEL의 이동 경로와 배치 형태 등 관련 동향을 밀착 감시했다.○ 신형 IRBM보다는 스커드-ER에 무게 같은 시각 동해에 배치된 세종대왕함(이지스함)과 육상 기지의 장거리레이더(그린파인)도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동창리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곳이다. 북한이 지난달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북극성-2형)에 이어 이동식 신형 ICBM을 쏴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군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신형 ICBM의 연속 발사가 성공할 경우 북한의 대미 핵위협은 ‘루비콘 강’을 건널 것이라는 긴박감이 군을 휘감았다. 10여 분 뒤인 오전 7시 34분경부터 TEL에서 약 10분 동안 4발의 탄도미사일이 순차적으로 발사되자 군 당국의 추적 작전이 시작됐다. 첫 발사 2분 뒤인 오전 7시 36분경 세종대왕함의 탐지 레이더와 그린파인 레이더에 미사일들의 비행 궤도가 최초 포착됐다. 이어 동해와 남해 공해상에서 대기하던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들도 미사일 궤도를 잡아 한국군 당국과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고 한다. 같은 시각 일부 언론에서 북한이 쏜 미사일이 ICBM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지만 군은 미사일 최종 낙하 때까지 신중을 기했다. 미사일 낙하 뒤 군 당국은 신형 IRBM이거나 개량형일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종은 추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발사 전후 포착된 미사일의 외형이 신형 IRBM과 흡사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늦게 군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스커드-ER급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와 비행 궤도, 비행 속도 등 전반적 성능이 신형 IRBM에 조금 못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스커드-ER일 가능성이 높지만 최종 결론은 좀 더 시간을 들여 관련 정보를 정밀 분석한 뒤 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일미군 기지와 사드 기지 집중 타격 위협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사거리는 ICBM이나 IRBM보다 짧지만 유사시 핵으로 한국 전역과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이번 도발은 한반도 전역의 미 증원 전력 출입 통로(항구, 비행장)는 물론이고 주일미군 기지를 겨냥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군 당국자는 “유사시 전략무기 등 미 증원 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4발을 같은 지점에 쏜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무력화와 더불어 경북 성주골프장 등 특정 표적에 대한 집중 타격 능력을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 도발을 한 것은 한미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에 대한 반발성 무력시위로 보인다. 북한은 매년 두 훈련 기간에 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를 연이어 발사해 긴장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에도 9차례에 걸쳐 미사일 20여 발을 쏴 올리면서 대남·대미 협박을 했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이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내부를 결속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류에 대한 ‘맞불 시위’이거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인 김정남의 암살 국면을 전환하려는 꼼수라는 분석도 있다.○ 태양절이나 대선 기간에 신형 ICBM 도발하나 북한은 향후 한국과 미국의 대응 수위를 봐 가며 추가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고조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현실화될 경우 KN-08이나 KN-14 등 신형 ICBM 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 시기는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이나 한국의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5월경이 유력하게 거론된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주성하 기자}
정부가 북한의 중요 비밀을 갖고 탈북한 사람에게 주는 ‘보로금(報勞金)’을 최대 10억 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현행 최대 2억5000만 원 지급에서 한꺼번에 4배 오르는 셈이다. 보로금 한도가 오른 것은 1997년 이후 20년 만이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와 같은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더 많은 고위급 인사의 탈북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5일 탈북민이 제공한 정보나 장비에 대한 보상금 성격인 보로금 지급액을 대폭 인상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탈북민 지원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탈북민 지원법은 ‘통일부 장관은 탈북민이 제공한 정보나 가지고 온 장비의 활용 가치에 따라 등급을 정해 보로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구체적인 기준을 시행령에서 정하게 돼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안전 보장에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한 탈북민에게 주는 보로금 한도액이 현행 2억5000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오른고, 군사 장비를 가지고 탈북한 이들에 대한 보로금 한도도 크게 인상된다. 군함이나 전투폭격기를 몰고 탈북한 경우는 1억5000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전차·유도무기 및 그 밖의 비행기는 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포·기관총·소총 등 무기류는 1000만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오른다. 통일부는 보로금 인상 이유에 대해 “1997년 관련법 제정 당시 처음 정한 보로금 한도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어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지급 한도를 현실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보로금 인상에 나선 데는 고위급 인사들의 탈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태영호 전 공사는 한국 입국 직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고위급 탈북민이 탈북을 주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북에서 가진 것을 포기하고 남으로 가는데 과연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보로금이 오르면 고위급 탈북자들이 귀순을 결심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히 있다. 1997년 법이 제정된 이후 보로금 최대치를 지급받은 이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로 2억5000만 원을 받았다. 황 전 비서를 제외하면 1억 원 이상 보로금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부가 1997년 이후 20년 가까이 탈북민들에게 지급한 보로금은 연 평균 3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약 3억 원을 수백 명에게 지급하다보니 1인당 차례지는 금액은 수백 만 원에 불과하다. 보로금이 탈북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닌 셈이다. 보로금에 대한 지급 기준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아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는 “탈북민이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는 국정원 등 합동신문기관에서 먼저 평가하고 통일부에서 과거 사례를 참고해 최종 심의한다”고 밝혔다. 심의하는 사람의 재량에 액수가 결정되는데다,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마를 지급했는지도 비밀이어서 인물별 호불호에 따라 지급 액수가 들쑥날쑥해질 여지는 있는 것이다. 또 이러한 보로금 지급이 일반 탈북민들에겐 위화감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보로금을 받을 위치에 있던 탈북자는 북한에서도 간부 출신이 태반이다. 북한에서의 지위 차이에 따라 한국에 와서도 받는 돈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탈북민 사회에서는 “북한에서 출신성분이 좋았다는 이유로 높은 자리에 올라가 우리를 착취하던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도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축사에서 대북 메시지로 전한 “차별 없는 동등한 대우”의 원칙과도 어긋난다. 보로금 액수가 한꺼번에 4배나 상향되면 일반 탈북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계약 체결에 대한 중국의 전방위 경제보복으로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관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드의 실제 배치, 한국 대선 결과 등 변수에 따라 6월 말까지 최소 3개월간 경제 외교 군사 분야로 보복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왜?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드 배치를 미중 간 힘겨루기 차원에서 대(對)중국 봉쇄의 한 축으로 보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저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사드 배치를 미국이 동북아지역에 미사일방어체계(MD)를 구축하는 2단계의 첫 단추로 본다”고 말했다. 1단계는 대만과 일본에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한 것이고 2단계는 한반도에 요격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드를 배치하지 말라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요구가 거절당했다고 보고 이것이 올해 10월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권력을 강화 중인 시 주석의 체면을 구겼다는 인식이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한국 방문 당시와 지난해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사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드 보복에 국내 정치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만큼 외교적 유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앞으로 중국의 움직임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사드 실제 배치 전까지는 국민 정서를 앞세워 한국 기업 등에 대한 제재를 묵인하는 방식으로 한국 여론을 흔들 것이라고 봤다. 사드 배치 이후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 경제 외교 군사적 압박을 전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확산을 방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법을 위반했다는 구실로 ‘제2의 롯데’를 찾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조사하거나 제재하는, 준법투쟁 방식의 준법제재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다. 통상 제재 역시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규정을 명시적으로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교묘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에 맞서 자유무역 대변자로 나선 만큼 WTO 규정 위배는 중국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비관세 장벽을 높이거나 지식재산권·상표권 침해를 묵인하는 방식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중 간 합의한 통화스와프를 중단할 수도 있다.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사드 배치 이후에는 주한 중국대사 소환 등 외교 단절 조치뿐 아니라 군사적 압박까지 공식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책은?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 문제를 ‘강 대 강’의 치킨게임처럼 만드는 현재의 한중 양자 구도만으로 해결할 단계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의 또 다른 당사자인 미국도 나서 한중 관계와 미중 관계 차원에서 동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 때문에 사드 배치 결정이 나온 만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중 협의 채널이 가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은 한국이 국내 정치적 의도로 사드 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여기고, 한국은 중국이 일방적 강요를 한다고 여겨 협상 공간이 매우 작다”며 “한중-미중 간 전략적 협의를 ‘투트랙’으로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을 우리만 직접 상대하기가 어려워졌다. 미국을 통한 중국 압박도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에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한국 정부가 중국의 사드 제재가 WTO 자유무역 정신을 위배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체면과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실질적 제재보다는 상징적 조치 위주로 보복하면서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흔들 정도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한국 경제에 타격이 크지 않은 부분까지 사태를 과장해서는 안 되며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윤완준 zeitung@donga.com·주성하 기자}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에 맞서 북한이 희귀광물 대중 수출 중단으로 보복에 나섰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3일 보도했다. 하지만 광물을 제외하면 중국에 수출할만한 것이 별로 없는 북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일시적인 조치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2일 “무산에서 나오는 몰리브덴과 회령에서 생산되는 코발트 수출은 완전히 중단됐다”며 “중앙에서 희귀광물 수출을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가 하달된 시점은 2월 20일경”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조해 우리의(북한) 석탄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데 대한 중앙의 보복조치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함경북도는 몰리브덴과 코발트 광물 수출로 적지 않은 이익을 보고 있었는데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광물 수출이 중단되면서 광산 노동자 가족들의 배급까지 끊겨 당장 대책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희귀광물 수출 중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어 광산 노동자들이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출근을 하지 않고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강도의 다른 소식통은 1일 “양강도 역시 얼마 전부터 중국을 상대로 한 광물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며 “양강도에서 나오는 광물들은 전부 희귀광물인데 수출 중단으로 인한 타격이 크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혜산광산의 구리정광과 아연정광, 대봉광산의 중석, 용화광산의 몰리브덴까지 모든 광물이 수출중단 됐다”며 “혜산광산에 필요한 전기는 여전히 중국에서 받아쓰고 있어 지금의 수출중단 조치가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북한군 총참모부가 2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날 시작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비난하면서 “이미 선포한 대로 초강경 대응조치로 맞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담화는 “우리 영역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날린다면 즉시 무자비한 군사적 대응이 개시될 것”이라며 “우리 혁명무력이 가질 것은 다 가지고 있고, 항시적인 격동상태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매년 한미 군사 훈련 때마다 대남 위협을 반복해왔다. 오히려 올해는 국방위원회나 최고사령부의 성명이 아닌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로 과거보다 수위를 낮췄다. 아직 준전시 상태나 전투동원준비태세 선포 등 대응 행동에 나선 징후도 포착되지 않았다. 이에 북한군이 훈련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물자 부족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중국이 최근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석탄 수출 대금의 상당 부분을 갖고 가던 북한의 군부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이 지난해 말에는 북부 지역 수해 복구에, 올해는 4월 평양 여명거리 건설 완공과 북한군 창건 85주년 열병식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훈련을 할 여력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협박에 대해 “독수리훈련 등 한미 연합 훈련은 방어적인 성격의 연례적 훈련”이라며 “북한이 도발을 자행한다면 주저 없이 단호하게 응징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은 미군의 압도적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군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도발은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도발 주체를 확인하기 어렵도록 화학무기를 이용한 도심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zsh75@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 위한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FE)이 1일 시작됐다. 이번 훈련에서는 미군이 전략자산을 사상 최대 규모로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카드를 빼들거나 생화학무기를 이용한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독수리훈련에는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핵우산으로 제공하는 대표적 전략자산인 핵항공모함 전단이 투입되고, 미 본토 및 태평양 지역 등에 배치된 미군 3600여 명이 증원 전력으로 참가한다. 독수리훈련과 13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 키리졸브(KR)에 참가하는 증원전력 및 주한미군을 모두 합치면 미군 1만5000∼2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 참가 규모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30만 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독수리훈련은 야외 기동 훈련인 반면 키리졸브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 지휘소훈련(CPX)이다. 독수리훈련은 다음 달 말까지, 키리졸브는 2주가량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니미츠급 핵항공모함 칼빈슨함(9만7000t급)은 이달 중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길이 333m, 너비 40.8m에 달하는 칼빈슨함은 FA-18E/F 슈퍼 호닛 전투기, E-2 호크아이 공중조기경보기 등 항공기 70여 대를 탑재하고 있다. 어지간한 중소 국가 공군력에 맞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1월 주일미군에 전진 배치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 10대 중 일부도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에 출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탄두 장착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B-52를 비롯해 B-1B, B-2 등 ‘폭격기 3총사’를 기습 전개해 북한 핵·미사일 기지를 언제라도 정밀 타격해 초토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언제 어떤 전략자산이 투입될지 철저히 함구하는 전략으로 김정은 등 북한 지휘부를 압박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독수리훈련 실시를 비난하며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과 괴뢰패당이 전쟁 연습 소동을 벌이며 침략 야망을 버리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려는 우리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은도 평양방어사령부를 찾아 노동당 지도부 보호와 전쟁 준비를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이 “조선인민군 제966대연합부대 지휘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966대연합부대 또는 ‘91훈련소’는 평양방어사령부의 위장 명칭이다. 김정은은 “불의에 공중 강습하는 적들을 무자비하게 타격 소멸할 수 있는 대책들을 빠짐없이 세워놓을 데 대한 문제” 등 전투 과제를 하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정은이 공중 강습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최근 한미 일각에서 ‘김정은 참수 작전’이 거론되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주성하 기자}

국가정보원이 27일 김정남 암살에 북한 국가보위성 요원이 대거 가담했다고 밝힘에 따라 왜 이 시점에 많은 흔적을 남긴 엉성한 테러를 저질렀는지를 가늠할 단서가 잡혔다. 국정원은 “어느 기관이 암살을 주도했는지 추적 중”이라고 했다. 존폐 위기에 놓인 보위성이 ‘실적’을 내기 위해 조급하게 일을 꾸몄을 가능성과 함께 다른 기관이 보위성과 외무성 요원을 동원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최대 위기 맞은 보위성 현재 보위성은 김정은 집권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주민 통제를 너무 강하게 하고, 특히 (고위) 간부를 고문해 죽인 사건을 허위 보고해 들통이 났기 때문”이라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27일 설명했다. 당 조직지도부가 이런 사실을 보고하자 격노한 김정은은 보위성에 대한 집중 검열을 지시했고 지난해 12월 초부터 검열이 시작됐다. 올 1월 중순 김원홍 보위상은 해임 뒤 연금 상태에 들어갔고, 그를 보좌했던 부상급(차관급) 간부 5명이 고사총으로 잔인하게 처형됐다. 김정일 생존 시기인 2011년 1월 류경 당시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 부하 10여 명과 함께 처형된 이후 6년 만에 다시 보위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은 “너희들은 동상을 모실 정도도 안 된다”며 보위성 구내에 있던 김정일 동상도 다른 곳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의 신임을 완전히 잃은 보위성은 살아남기 위해 조직이 쓸모가 있는 존재임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원래 보위성은 해외 및 대남 공작 기능이 없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김원홍 보위상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정찰총국 등이 갖고 있던 해외 공작 기능까지 일부 가로챘다. 이 때문에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과 감정의 골이 깊어져 헤게모니 싸움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7월 김정은은 김영철을 혁명화교육에 보내며 김원홍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보위성으로서는 해외 작전을 잘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도부가 궤멸된 상황에서 김정남 암살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힘이 빠진 보위성 요원 및 외무성 요원을 정찰총국 등 다른 기관이 지휘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 김정남 테러의 재구성 1월 김정남 살해 임무를 받은 두 개 팀이 해외에 파견됐다. 국정원에 따르면 1조는 보위성 소속 리재남(57), 외무성 소속 리지현(33)으로 구성돼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29)을 포섭했고. 2조는 보위성 오정길(55)과 외무성 홍성학(34)으로 구성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5)를 포섭했다. 외무성 소속으로 외국어에 능숙하고 젊은 리지현과 홍성학은 외국인 여성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보인다. 2개 조는 2월 초 살수(殺手)로 포섭한 외국인 여성 2명을 데리고 말레이시아에서 합류했다. 국정원은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보위성 주재관인 현광성 등 4명으로 구성된 지원조가 암살조의 이동과 김정남 동향 추적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에 체포된 리정철(47)도 보위성 소속의 해외 파견 요원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은 보위성 4명, 외무성 2명 외에 고려항공과 내각 직속 신광무역 소속 직원들이 협력해 저질렀다는 게 국정원의 결론이다. 그동안 이번 사건의 최대 의문은 김정남을 조용한 곳으로 유인해 흔적 없이 살해하지 않고 사람이 많은 공항에서 일을 벌였느냐 하는 점이다. 또 한두 명의 전문 킬러가 접근해 해결하는 대신 인원을 대거 동원해 흔적을 남겼는지도 의문이었다. 보위성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김정남을 급히 살해했다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정교한 살해 계획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보다 빨리, 확실하게 죽이는 것이 급했기 때문이다. 김정남 살해로 보위성은 존재 가치를 입증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김정은의 신임을 회복했을지, 아니면 분노만 더 샀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정찰총국이 말레이시아에 위장업체를 세우고 해외에 무기를 밀거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남 피살을 계기로 말레이시아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면 북한으로서는 해외 무기 밀거래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 상황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은 “북한이 해외 위장업체들을 통해 국제 금융망에 계속 접근하며 금지 물품들을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유엔 안보리에 제출된 100여 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정찰총국 산하 기업이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에 세운 위장업체를 통해 군용 통신장비들을 담은 45개 상자를 아프리카 에리트레아로 항공 운송하다 적발됐다고 적시돼 있다. 이 기업은 중국과 싱가포르에도 거점을 두고 아프리카 국가들과 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보고서를 입수한 로이터통신 등은 25일 “북한 정권이 고도로 숙련된 요원들을 통해 무기 및 관련 금지 물품들을 거래하며 제재를 회피하는 증거들을 보고서가 자세히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 정부가 지난해 8월 북한 선박에서 휴대용 로켓탄 3만 발과 대량의 철광석을 압수하는 등 북한의 무기 밀거래는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적발됐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이 해외 위장업체를 설립하는 데 최적의 요건을 갖고 있다. 북한과 비자면제협정을 맺고 있는 데다 직통 항로가 개설돼 있어 북한 요원들이 무기 샘플을 갖고 나와 거래 상대방과 만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노동당의 대남부서인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통일연구원(이하 연구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4년을 맞아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백서를 발간했다. “4년 전 2월 25일은 박근혜가 비렬한(비열한) 여론조작과 민심 기만의 정치 쿠데타로 청와대를 강탈한 날”이라며 서두를 뗀 원고지 약 60매 분량의 백서는 한미군사훈련, 개성공단 폐쇄 등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백서는 북한의 정식 대남기관이 작성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악당X’, ‘늙다리상판대기’ 등 박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저급한 욕설로 가득 차 있다. 백서는 “청와대 지붕이 아무리 삼각산 만큼 높다 해도 하늘아래 뫼라는 것을 모르는 박근혜는 ‘대통령’ 벙거지를 쓰자마자 지난날 평양에 와서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을 쥐어짜던 일이 언제인가 싶게 대결의 독이빨을 드러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권 4년간 공개장소에서만도 무려 수백차례에 걸쳐 공화국의 존엄과 체제를 무엄하게 걸고드는 망발들을 줴쳐댔다(함부로 말했다)”고 비난했다.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해선 “주름을 펴는 데는 온 신경을 쏟아 부을지언정 조국통일을 위해서는 고민 한번 해본 적이 없고 통일오작교를 놓는 일에 흙 한 삽 뜬 적도 없으면서 온 민족의 피와 땀으로 무르익힌 통일의 고귀한 결실들을 무참히 짓밟고 북남관계의 길목에 독사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겨레의 운명을 농락한 그 만고죄악은 천추만대를 두고 용서 받을 수 없다”고 저주를 퍼부었다. 연구원은 지난해 8월과 10월에도 원고지 약 60매 분량의 백서에서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표현을 써가며 박 대통령을 맹비난한 바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23일 하루 동안 중국과 말레이시아, 한국을 동시에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김정남 테러 이후 조성된 수세적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중국을 향해 “북한을 붕괴시키려 한다”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통신은 이날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이란 제목의 글에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의 시험발사 성공을 과시한 뒤 “그런데 유독 말끝마다 ‘친선적인 이웃’이라는 주변 나라에서는 우리의 이번 발사의 의의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법률적 근거도 없는 유엔 제재 결의를 구실로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되는 대외무역도 완전히 막아치우는 비인도주의적인 조치들도 서슴없이 취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중국이란 국명만 거명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글이다. 통신은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사실상 우리 제도를 붕괴시키려는 적들의 책동과 다를 바 없다”며 “명색이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가 주대(줏대)도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추고 있다”고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할 때 북한이 ‘일부 대국’이란 표현을 쓰며 에둘러 비판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놓고 이웃나라라고 지칭하며 비난한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중국이 최근 석탄 수입 전면중단 조치를 취한 것에 북한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조성될 대북 압박 국면에 중국마저 동참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협박 전술을 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비공개 방문설이 나돌던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3주 만에 나타난 날에 맞춰 중국을 비난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최 부위원장이 중국에서 수모를 당하고 왔을 가능성도 있다. 또 김정남 피살 이후 열흘 동안 침묵하던 북한은 이날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말레이시아를 겨냥해 “우리 공민이 말레이시아 땅에서 사망한 것만큼 그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말레이시아 정부에 있다”고 적반하장식 주장을 폈다. 김정남 부검 및 시신 이관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고 인권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며 인륜도덕에도 어긋나는 반인륜적인 행위”라며 “말레이시아의 앞으로의 태도를 보겠다”고 위협했다. 말레이시아도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맞대응했다. 모하멧 나즈리 압둘 아지즈 말레이시아 문화관광부 장관은 이날 현지 매체인 말레이메일에 “이 나라(북한)는 예측 불가능한 나라고 어떤 불가능한 짓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인들은 그곳에 가지 말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추방하거나 북한 대사관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레이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은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이번 사건은 우리 공화국의 영상(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박근혜 역도의 숨통을 열어주며 국제사회의 이목을 딴 데로 돌려보려는 데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고 억지 주장을 폈다. 심지어 북한은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사건을 이미 전부터 예견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태도는) 이미 예상했던 내용이고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이세형 기자}

말레이시아 당국이 사건 초기부터 김정남과 유전자(DNA)가 일치하는 사람에게 시신을 인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유가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한솔(사진)이 끝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기자회견 때마다 “김철이라는 이름의 북한 국적자가 사망했다고만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피살자가 김정남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있다. 북한은 23일 김정남 사망 관련 첫 공식 반응에서도 실명을 언급하지 않은 채 ‘공화국 공민’이라고만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숨진 사람이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란 점이 가족의 DNA 검사를 통해 밝혀지면, 북한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점이 증명된다. 북한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고, 이번 사건에 왜 8명의 북한 요원이 동원됐는지도 명확하게 설명된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가족의 DNA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20일 김한솔이 몰래 말레이시아에 왔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23일에는 일부 현지 매체가 ‘김한솔의 DNA 채취를 위해 마카오에 경찰 3명을 파견했다’고 보도했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부인했다. 김정남의 가족 중 DNA를 제출할 수 있는 사람은 김한솔과 그의 여동생 김솔희, 김정남과 첫째 부인 사이에 태어난 김금솔 등이 있다. 가족이 끝내 나타나지 않으면 김정남의 시신은 북한이 인수할 수도 있다. 김한솔이 나타나지 못하는 것은 다른 가족을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탈북 인사는 “유가족 DNA가 나타나는 순간 큰 타격을 입을 북한은 김정남의 부인이자 김한솔의 모친인 리혜경에게 필사적으로 전방위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DNA를 제공하는 순간 북한에 있는 리 씨의 가족 전부를 국가 반역자 가족으로 몰아 처형하거나 수용소로 보낸다고 위협했을 수 있다. 이런 협박이 이뤄졌다면 김한솔로서는 어머니를 외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유가족 DNA 확보에 협조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주성하 zsh75@donga.com·이세형 기자}
북한이 23일 김정남 사망 열흘 만에 내놓은 첫 공식 반응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독살 사건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말레이시아 장관이 북한을 ‘깡패국가’(rogue nation)라고 맹비난하는 등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번 사건이 “남조선의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했다. 담화는 김정남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공화국 공민’으로 지칭했다. 담화는 특히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외교 여권 소지자인 우리 공화국 공민이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갑자기 쇼크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사망한 것은 뜻밖의 불상사가 아닐 수 없다”며 자신들이 독살한 것이 아니라 자연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망자가 외교여권 소지자로서 빈 협약에 따라 치외법권 대상이므로 절대로 부검을 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말레이시아 측은 부검을 강행했다”며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고 인권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며 인륜도덕에도 어긋나는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말레이시아를 비난했다. 말레이시아도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현지 매체인 말레이메일에 따르면 나스리 아지즈 말레이시아 문화관광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나는 북한이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는 깡패국가로 생각한다”며 “이 나라(북한)는 예측 불가능한 나라고 어떤 불가능한 짓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인들에게 그곳(북한)에 가지 말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추방하거나 북한 대사관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말레이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강철 대사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난했었다. 다툭 세리 히사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국방장관도 이날 “어떤 범죄든 발생한 국가의 법에 따라 조사돼야 한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 대사가 도를 넘어섰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남 암살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된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이 사건 당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배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싱가포르 방송인 ‘채널뉴스아시아’는 말레이시아 경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광성의 배웅 장면이 공항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며 또 다른 용의자인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도 함께 있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현광성과 김욱일이 치외법권 지역인 북한대사관 안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고, 북한 측에 이들을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인 현광성은 김정남 암살을 현장에서 지휘 감독하고 이를 북한대사에게 보고하는 등 핵심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말레이시아 수사의 신뢰성을 부정하며 일절 협조하지 않고 있다. 현광성의 경우 북한이 외교관 면책특권을 내세울 경우 말레이시아 당국이 조사할 방법도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면책특권을 지닌 현광성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면책특권이 없는 김욱일에 대해선 “법적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해 체포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쳤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외교여권 소지자인 우리 공화국 공민이 심장쇼크에 의한 사망이며, 남조선 당국의 반공화국 모략 책동이다. 우리 공민이 말레이시아 땅에서 사망한 것만큼 그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말레이시아 정부에 있다.” 북한이 긴 침묵을 깨고 김정남 사망 열흘 만에 첫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북한 중앙통신은 23일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김정남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은 채 ‘공화국 공민’으로만 지칭하면서 이번 사건이 “남조선의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했다. 심지어 김정남 사망의 가장 큰 책임이 말레이시아 정부에 있다고 억지 주장을 폈다.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외교여권 소지자인 우리 공화국 공민이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갑자기 쇼크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사망한 것은 뜻밖의 불상사가 아닐 수 없다”로 시작되는 대변인 담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궤변으로 일관돼 있다. 담화는 말레이시아 외무성과 병원 측이 사건 초기 ‘심장쇼크에 의한 사망’임을 확인해 시신 이관을 요구했으나, 한국 보수언론이 ‘독살’을 주장한 뒤 “말레이시아 비밀경찰이 개입하여 시신부검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 문제가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 대사관이 “사망자가 외교여권 소지자로서 빈 협약에 따라 치외 법권 대상이므로 절대로 부검을 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말레이시아 측은 부검을 강행했다“며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고 인권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며 인륜도덕에도 어긋나는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명백히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사건을 이미 전부터 예견하고 있었으며 그 대본까지 미리 짜놓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억지를 부렸다. 이번 사건이 ”우리 공화국의 영상에 먹칠을 하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박근혜 역도의 숨통을 열어주며 국제사회의 이목을 딴 데로 돌려보려는 데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는 것. 담화는 말레이시아 측이 북한에 시신 이관을 거부하는 것은 ”문제를 정치화하여 그 어떤 불순한 목적을 이루어보려 한다는 것“이고, 북한 국적자를 용의선상에 올려 체포한 것은 ‘표적수사’라고 규정했다. 이어 ”어이없는 것은 살인용의자들이 진술했다고 하는 ‘손바닥에 짜주는 기름 같은 액체를 머리에 발라주었기’ 때문에 사망자가 독살 당했다는 것인데 손에 바른 여성은 살고 그것을 발린 사람은 죽는 그런 독약이 어디에 있는가“라고 강변했다. 담화에서 가장 황당한 대목은 ”우리 공민이 말레이시아 땅에서 사망한 것만큼 그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말레이시아 정부에 있다“고 한 것이다. 담화는 ”이것은 말레이시아측이 국제법과 인륜 도덕은 안중에도 없이 시신 이관문제를 정치화하여 그 어떤 불순한 목적을 이루어보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말레이시아의 앞으로의 태도를 보겠다“는 협박성 발언으로 끝을 맺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남이냐, 김정은이냐. 김정일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정은을 선택한 것이 합리적인 듯 보인다. 정남은 장자이고 김일성도 인정한 손자이나 약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열 살 때 스위스로 유학을 보냈더니 자유분방한 청년이 돼 돌아왔다. 20대엔 여자를 뒤에 태우고 오토바이로 평양시내를 질주했다. 그것까진 부전자전이라 친다 해도 북한에 시장경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북한에선 용납되기 힘든 생각이다. 정남이 집권하면 기득권층인 간부들이 단합해 제거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걸 이겨낼 권력 의지가 정남에겐 없어 보였다. 유약한 성격 때문에 애초에 지도자감이 아닌 차남 정철은 제쳐놓고, 3남 정은은 어떤가. 나이가 어린 게 최대 약점이지만 권력 의지가 강하다. 그러면 제거되기 전에 먼저 남을 제거할 수 있고, 사회주의니 자본주의니 상관없이 제도도 필요한 대로 고쳐서 활용할 수 있다. 정남은 혈통을 따져도 치명적 약점이 있다. 그가 김정일이 딸까지 있는 유부녀를 가로채 낳은 자식이란 소문이 퍼지면 김정일은 죽어서까지 파렴치한 불륜범으로 매도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성혜림은 유명 배우였던지라 이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북한에 너무 많다. 김정일은 그에 비하면 정은의 혈통이 훨씬 낫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사람들은 김정은이 집권 5년이 넘도록 가계 우상화를 못하는 이유를 두고 어머니가 재일교포 출신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살아본 나는 그 분석에 동의하기 어렵다. 재일교포 출신이 간부 임용 등에서 불이익을 받긴 하지만 무조건 숨겨야 할 치명적인 약점은 아니다. 재일교포가 그렇게 천대를 받는다면 고용희가 누구나 선망하는 만수대예술단 메인 무용수가 될 수 있었을까. 일본 출생이란 점은 북한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주에 속한다고 본다. 노동당 선전부가 2000년대 초반과 2012년 초반 두 차례나 고용희를 우상화하려 했던 것도 그들 딴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상화는 그때마다 중단됐다. 왜일까. 그동안 난 그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 김정남 살해를 보면서 갑자기 ‘정은은 고용희의 아들이 맞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2010년 6월 정남은 국내 모 언론 기자와 마카오에서 만났다. 이 기자의 첫 번째 질문이 “아우님(정은)이 김옥 여사의 아드님이라는 말씀을 하고 다니신다는 얘기를 마카오에서 들었습니다”였다. 기자가 그렇게 물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두 달 동안 정남을 추적한 이 기자는 그의 마카오 지인들로부터 “정은은 김옥의 아들로 1984년생”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정남은 또 “정은을 고용희가 데려다 키웠는데 이를 아는 사람은 장성택 김경희 등 몇 명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엔 정은의 생일이 1982년으로 알려졌을 때였는데 정남은 정확한 나이를 알고 있었다. 정남이 생전에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한 일은 없다. 그러나 김옥이 정은의 생모라고 가정하면 갑자기 많은 것이 이해된다. 첫째, 정은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던 사람은 다 죽었다. 장성택과 정남은 죽었고 김경희는 매장된 상황인 만큼 곧 김정은 가계 우상화가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둘째, 김정일도 정은도 왜 고용희 우상화를 꺼렸는지 이해가 될 수 있다. 비밀을 아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데 가짜 생모를 만들긴 멋쩍었을 것 같다. 셋째, 김정일이 한 여자를 오래 옆에 두는 성격이 아닌데도 왜 김옥만이 그가 사망할 때까지 30년 넘게 그의 곁에 있었는지 이해된다. 고용희조차 30년을 같이 살지 못했다. 넷째, 정은이 제일 먼저 없앨 거라 생각했던 모친의 연적 김옥이 2012년 2월 최고 훈장인 김일성훈장을 받고 그해 7월까지 공식 석상에 나타난 연유도 알 것 같다. 김옥은 정은을 후계자로 준비하는 기간 내내 김정일 옆을 지켰다. 다섯째, 정철과 정은이 성격과 체형이 왜 그리 다른지도 이해될 것 같다. 정철은 감수성도 예민하고 잔인할 것 같지 않을뿐더러 아무리 먹어도 살찔 체질 같진 않다. 끝으로 정남이 왜 굳이 죽었어야 했는지도 알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출생의 비밀은 메가톤급 폭탄이다. 그의 입에서 황당한 족보 이야기가 나오면 북한에 소문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정은은 얼굴 들고 다니기 어려울 것이다. 정은은 돈 떨어진 정남이 망명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들은 것은 아닐까. 가설의 정답을 알고 있는 정남은 죽었다. 그러나 어쩐지 비망록을 남겼을 것 같다. 그의 아들 김한솔도 이런 비밀을 전해 들었을지 모른다. 한솔이 말하면 사람들은 믿을 것이다. 그래서 한솔의 목숨은 더욱 위태로워졌다. 비망록이 공개되든가, 또는 한솔이 망명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최근 북-중 국경 일대 기업들을 상대로 ‘조중(북-중)관계의 파국을 준비하라’는 내용의 군중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고 대북 인터넷 매체 데일리NK가 21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평북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 신의주시 인민위원회 산하 기업소에서 열린 군중 강연에서 ‘중국과의 사이가 이전보다 더 좋아지진 않을 테니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여러 번 강조됐다”고 전했다. 강연에서는 “조중 관계가 최악이니 파국을 준비하라는 말까지 나왔고 앞으로 중국을 전혀 바라볼 수 없고 믿어서도 안 된다는 내용이 여러 번 강조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강연은 직원이 100명 이상인 기업소들을 상대로 진행됐으며 우리의 자강력으로 강성대국을 이루자는 것으로 결론 났다”고 전했다. 통상 북한의 강연 자료는 노동당 중앙선전부에서 작성돼 하달되기 때문에 북한 전역에서 같은 내용의 강연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함북 회령시 유선노동자구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강연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북-중 교역만큼은 계속될 것이란 생각에 국제사회 제재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왔던 사람들이 갑자기 ‘중국도 믿지 말라’는 내용의 강연이 진행되자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한은 김정남 살해 소식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긴급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들이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은 신의주 소식통을 인용해 “무역업자들과 불법 밀수를 통해 국경 지역에 김정은의 형(김정남) 살해 사건이 빠르게 확산되자 국가보위성에서 검열이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검열단은 각 인민반을 돌며 “남조선으로 도망친 탈북자들과 내통하는 자들에 대한 신고 체계를 세우는 동시에 그 어떤 유언비어도 확산시키지 말고 보고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국경경비대에도 같은 내용이 전달됐고, 군인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감시조’를 새롭게 조직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군관 한 명과 초급 간부·병사 두 명이 한 조가 된 감시조는 군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북한 당국이 국경을 감시하는 장병을 믿지 못해 이들을 감시하는 조직을 만든 것은 이례적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남이 2010년 김정일에게 편지를 보내 ‘김정은이 나를 위협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1일 보도했다. 김정남은 편지에서 “얼마 전 저와 저희 가족과 연관 있는 사람이면 모조리 ‘살생부’에 올려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것들이 잡아갔다”면서 “보위부의 후계자(김정은)에 대한 과잉 충성 때문인지, 후계자의 지시인지 모르나 인터넷상에도 이러한 내용이 나오고 있다”고 썼다. 이는 2009년 4월 발생한 ‘우암각 습격 사건’ 이후 김정남과 그의 측근을 겨냥한 위협이 1년 넘게 지속됐다는 의미라고 정보 관계자는 분석했다. 우암각 사건은 평양에 있는 특각에서 김정남의 측근들이 보위부 요원들에게 체포된 것이다. 김정남은 이어 “후계자는 큰 그림을 그리듯 원대한 구상을 가지고 빠빠(김정일)의 위대한 업적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당시 권력 2인자로 간주되던 장성택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수양대군’께서도 이러한 상황이 초래되지 않도록 약속했는데 너무 세지니까 다 잊어버린 듯하다”고 적혀 있다는 것. 김정남은 권력욕이 없다는 점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저는 빠빠의 아들로 태어났을 뿐 혁명 위업을 계승할 후계자 반열에 서본 적이 없다”면서 “자질 부족과 자유분방하고 방종스러운 생활습관으로 심려 끼쳐드리고 엄청난 사고도 많이 저질렀다”고 반성했다. 당시 편지를 확보해 분석한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정남이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김정남은 이 편지를 마카오에서 평양으로 팩스를 이용해 보냈으며, 김정일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