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근호

여근호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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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여근호 기자입니다. 사람과 현장을 담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yeoroot@donga.com

취재분야

2026-01-10~2026-02-09
검찰-법원판결57%
정치일반29%
사건·범죄6%
사회일반4%
노동1%
인사일반1%
대통령1%
기타1%
  • 재학생 73% 집단휴학에 텅빈 의대 캠퍼스

    4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서울대 연건캠퍼스. 텅 빈 의대 건물에선 인기척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새 학기 수강생으로 붐벼야 할 강의실과 해부학 실습실도 조용하기만 했다. 석박사 통합 과정 6년 차 대학원생(30)은 “지난해 이맘때는 학교가 실습 가운을 입은 의대생들로 북적거렸는데 올해는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며 “다른 대학과 함께 진행하던 연구 과제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파업으로 중단돼 저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대 캠퍼스도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다른 단과대가 신입생과 재학생으로 붐비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연세대 관계자는 “개강 연기는 아니고 임시 휴강 형태로 수업을 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의대 재학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집단 휴학계를 내고 학교를 떠나면서 현장에선 수업이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휴학을 신청한 재학생은 1만3698명으로 전체 의대생(1만8793명)의 73%에 달한다. 서울대, 연세대와 달리 개강을 연기한 대학도 많다. 성균관대 의대는 개강을 11일로 한 주 연기했다. 중앙대 의대도 8일로 개강을 미뤘다. 가톨릭대와 고려대 의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만 고려대 의대는 예과(1, 2학년)의 경우 전공이 아닌 교양 수업을 듣기 위해 등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대부분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받고 유급된다. 이 때문에 의대 안팎에서 대규모 유급 사태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학생 사이에서도 “이러다 유급되면 후배들과 같은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원하는 과에 가기 어려워질 것 같다”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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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군의관, 대형병원 투입

    전공의 병원 근무 중단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사상 처음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하고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첫 회의를 열었다. 범정부 총력 대응을 위해 전날까지 운영되던 보건복지부 중심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격상한 것이다. 한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집단행동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집단행동은 의료인으로서의 숭고한 사명을 망각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공의들을 향해 “불법 집단행동은 젊은 의사들의 꿈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방법”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비대면진료는 그동안 의원급 병원에서 재진 환자와 의료 소외 지역 주민을 진료할 때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23일부터는 희망하는 병원 어디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진료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시스템 구축 등에 시간이 걸려 병원별로 시행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또 서울의료원 등 전국 공공병원 97곳의 평일 진료시간을 오후 8시 전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주말 및 휴일 진료도 확대한다. 필수의료가 지연되는 대형병원에는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한다. 한편 경찰은 ‘사직 전 처방 등을 삭제하라’는 글이 올라온 인터넷 의사 커뮤니티를 압수수색하며 전공의 사직 관련 첫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또 시민단체가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고발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의협은 정부의 대응에 “평온하던 의료시스템을 재난 상황으로 몰아간 정부가 중대본을 설치하는 것은 코미디”란 입장을 밝혔다. 또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번 주말 이후 전공의들과 함께 병원을 이탈할 수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와 의사단체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2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전국 주요 수련병원 94곳에서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8897명(78.5%)이며, 이 중 7863명(69.4%)은 병원을 이탈했다. 정부는 현장점검 후 총 703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이 중 5976명은 복귀 지시를 거부했다.병원들 “비대면진료 확대 1, 2주 걸려”… 환자들 “미리 준비했어야” [의료 공백 혼란]초진 환자까지 비대면진료 허용… 빅5 병원 “확대 계획 아직 없어”중소형 병원들, 시스템 구축 준비… 비대면 가능 여부 사전 확인해야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오늘부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해 국민들께서 더 편하게 일반진료를 받으실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료를 못 받게 된 상급병원 환자들이 1, 2차 병원으로 몰릴 것으로 보여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점검해 본 결과 이날 당장 비대면 진료 대상을 확대한 병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의원들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어 비대면 진료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비대면 진료 앱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공지과거에는 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 등에 대해서만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모든 의료기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진료 서비스 업체인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등은 이날 오후부터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앱)을 개편하고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등의 공지를 내걸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의원급 의료기관 13곳에 초진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한 의원 관계자는 “초진 환자 중 비대면 진료를 원하는 경우가 아직 없었다. 공지가 갑자기 내려와 관련 내용을 더 알아봐야 할 것”이라며 진료를 거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 비대면 진료를 했던 한 의원은 “코로나19 이후에는 비대면 진료 요청이 거의 없다”며 “대상을 확대해도 이용하는 환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스템 개편에 1, 2주 걸릴 것”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된다고 모든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일단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은 아직 비대면 진료를 확대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정부 방침과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 확대 계획이 없다”며 “확대하더라도 전화로 검진 결과를 안내하고 위험도가 낮은 약을 재처방하는 방식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병원 중 상당수는 이번 주말부터 비대면 진료를 당장 확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최소 1, 2주가량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종합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지역 2차 병원들은 비대면 진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화상 진료 시스템을 설치하려면 시간이 걸려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이 정부의 기대만큼 늘어나진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지방 의료원 등은 입원 환자 위주로 운영돼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 1966곳이 등록돼 있다. 수도권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이모 씨는 “의사 중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해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환자들은 비대면 진료 확대를 반기면서도 “집 근처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을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준 씨(28)는 “의사 파업과 무관하게 미리 확대했어야 했다”며 “한 달간 위가 쓰렸는데 직장을 다니느라 병원에 못 갔다. 비대면 진료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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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취소해놓고 검사비 환불 거부”… 피해신고 하루에 58건 쏟아져

    “상급 병원에서 추가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중 갑자기 ‘수술을 못 하게 됐다’며 하급 병원으로 전원을 당했습니다. 이 병원에선 수술 일정은 논의조차 못 하고 있어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8층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 수술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가 전화를 걸어 와 “환자 안전을 내팽개친 병원은 행정 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보건복지부가 19일 오전 9시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곳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등 10여 명이 파견돼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피해를 접수하고 지원 방안을 안내하고 있었다. 20일에만 58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되는 등 총 136건의 상담이 밀려오며 센터 전화는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울렸다. 특히 환자의 생명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수술 관련 신고가 이날 하루 동안 44건이나 접수되는 등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환자는 “검사를 다 마쳤는데도 갑자기 수술을 취소당했다”며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비 등 검사비 환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환자는 “어머니가 간병해 주시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무기한 수술 연기’ 통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정금호 센터장은 “수술 지연으로 피해 신고를 한 환자 대부분은 암 환자로 파악됐다”며 “피해 신고자 모두 ‘빨리 상황이 종식되게 해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대란은 이른바 ‘빅5’를 제외한 나머지 종합·대학병원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21일 오전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portal.nemc.or.kr)의 ‘응급실종합상황판’에선 응급실 진료가 불가하다는 ‘응급실 메시지’를 띄운 병원 목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응급실은 20일부터 소아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고, 광진구 건국대병원은 외과 응급수술 환자나 급성 뇌경색 환자 등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까지 받을 수 없다고 공지했다. 정부가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운영을 확대하고 있는 공공병원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서울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이 맡아야 하는 중증 환자가 올 경우 치료 장비나 공간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지속되면 더 큰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른바 빅5 병원은 규모가 커서 며칠은 버틸 수 있지만 다른 병원의 경우 전공의 사직 여파가 더 빠르게 올 것”이라며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대학병원 간호사나 교수들도 누적된 과로로 언제 포기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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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공의들 병원 떠났다… 정부 ‘진료유지명령’

    전국 대형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19일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세브란스병원과 대전성모병원 등에선 전공의들이 이날부터 근무를 중단했다. 정부는 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화되자 전국 전공의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내리고,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 2명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했다. 또 전공의들에게 병원을 이탈할 경우 “상응하는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한 전국 병원에서 전공의 수천 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전공의 612명 중 600여 명이 사직서를 내고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과는 이날부터 병원을 떠났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 525명 중 160여 명, 서울성모병원은 290명 중 19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빅5 병원에서만 전공의 2745명 중 1000명 이상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병원을 떠나지 말라는 진료유지명령과 함께 병원을 이탈한 경우 문자메시지 등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했다. 그래도 복귀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상당수는 예고한 대로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한다는 방침이어서 의료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의 3년 차 외과 전공의는 “응급수술이 많은 신경외과나 중환자실 등은 일부 남아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병원을 같이 떠나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대형병원들은 잡혀 있던 수술과 입원 일정을 속속 연기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하루 200건가량 수술이 진행되는데 19일에 20건, 20일엔 70건가량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의료대란을 막기 위한 비상진료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전국 12개 군병원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고 공공병원 진료 시간을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상황이 심각해지면 현재 제한적으로 허용 중인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의료는 국방이나 치안과 다름 없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응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또 복지부는 의협 지도부 2명에 대해 전공의 집단 사직을 부추겼다며 의사 면허정지를 위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법무부와 경찰은 의료계 파업에 대해 주동자 구속 수사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반면 의협은 “(정부가) 잘못된 제도를 만들고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텅 빈 소아병동… “심장병 두살배기 딸 어쩌나” 아빠는 한숨만 [‘전공의 집단 사직’ 의료 혼란]예정됐던 암수술도 갑자기 취소… 입원 환자들 퇴원 요구받기도심전도실 진료 대기 평소 2배일부 병원선 교수들이 당직 근무… “사태 장기화땐 버티기 힘들어”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 1층 로비. 심실중격결손과 대동맥축착 등 심장질환을 앓는 두 살배기 딸을 둔 아버지 김모 씨(34)가 대기 공간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유모차에 태우고 있었다. 그는 “전공의 파업과 관련된 설명을 병원으로부터 자세히 듣지 못했다”며 “앞으로 딸의 진료가 어떻게 변동될지 알 수 없어 모든 게 너무 막연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것을 모른 채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날까지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600여 명은 사직서를 냈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등은 이날부터 병원을 떠났다. 김 씨의 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수술 등 치료를 받아 왔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언제 증상이 심해져 다시 입원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는 “파업이 계속된다면 딸의 입원이나 수술에 지장이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 개시를 하루 앞둔 19일 일선 대학병원 곳곳에선 환자들의 불안감이 감지됐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나간 자리를 메우고 있는 교수와 간호사 등은 열흘에서 2주가량 대체 근무표를 짜놨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의료 현장은 폭풍전야를 맞았다.● “병원 30년 다녔지만 이런 적 처음”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심전도실 앞엔 진료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40명을 웃돌았다. 30년째 이 병원을 다닌다는 순환기내과 환자 김명환 씨(77)는 “평소 7개 전부 운영되던 검사실이 현재 4개만 운영되고 있다”며 “평소엔 10∼20분만 기다리면 검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오늘은 이미 20분을 기다렸는데 2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충남 홍성군에 살지만 인근 병원에선 협심증 치료가 불가능해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왕복 5시간이 걸려 하룻밤을 묵고 이틀 일정으로 오간다. 김 씨는 “이렇게 오래 기다린 적은 처음”이라며 “20일에 잡혀 있는 진료마저 미뤄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암환우 온라인 커뮤니티 ‘아름다운 동행’을 운영해 온 최한중 대표는 “수술은 간병인까지 일정을 다 맞춰 두기 때문에 갑자기 취소되면 난감한 경우가 많은데 예정된 수술이 취소됐다는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며 “현재 입원해 있는 환자들도 퇴원을 종용받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수술이 연기돼 다른 병원을 찾고 있지만 난도가 높은 암 수술 특성상 대체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고 한다. 폐암 4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있는 사진을 공개한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이날 의사들을 향해 “최고의 지성과 명예를 갖춘 집단으로서 부족한 사회에 대한 관용도 보여 달라”며 “당국과 의협은 즉각 협상을 재개하고 서로 양보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남은 의료진 “장기화하면 못 버텨”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는 마취통증의학과 인력이 부족해지자 이미 다음 주 수술을 절반으로 줄인 상태다. 한 이식외과 교수는 “신장 공여자와 스케줄을 미리 맞춘 건데 다 어그러지니까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간 이식 수술 중에서도 미뤄지면 생명이 위독할 환자 먼저 수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교수는 “열흘 이상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 교수들만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은평성모병원도 16일부터 교수들이 당직을 서고 있다. 한 흉부외과 교수는 “밤새 환자 보고 당직 서고, 다음 날 외래 보고 수술까지 해야 하다 보니 하루 이틀이야 버티겠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가천대 길병원의 한 내과 교수는 “응급환자를 줄이거나 입원 환자나 수술을 줄이지 않으면 지금 인력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파업에 비대면 진료 및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간호협회 측은 정부의 PA 간호사 활용과 관련해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간호사 업무 범위와 관련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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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EA 알리던 관광경찰, 11년만에 굿바이

    “여기서 경복궁은 어떻게 가야 하죠?”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입구. 대만 청년 5명이 이렇게 영어로 묻자 관광경찰대 3팀 이진영 경사(46·여)가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검색했다. 이 경사는 “앞에 표지판이 보이시죠?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으세요”라고 영어로 설명했다. 이들이 “김치 말고 한국 음식도 더 소개해달라”고 부탁하자 이 경사는 “떡볶이를 꼭 먹고 가세요”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이날 3팀은 베레모를 쓰고 가슴엔 ‘POLICE’ 명찰을 단 채 신동주 팀장(55·경위)의 지휘 아래 한옥마을 일대를 순찰했다. 일부 외국인들은 이들에게 ‘셀카’를 찍자고 제안했고, 경찰관들은 익숙한 일인 듯 ‘양손 엄지 척’ 포즈를 하며 응했다.● 11년 만에 해산하는 관광경찰대관광경찰대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보호하고 민원을 지원하기 위해 경찰청 외사계 소속으로 2013년 출범했다. 길 안내 같은 단순 민원부터 절도, ‘쇼핑 강매’, 바가지 요금 등의 사건도 직접 처리한다. 관광 현장에선 외국인 관광객이 엮인 각종 ‘소비자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도 맡아왔다. 서울 부산 인천 등 3곳에서 운영 중인데, 서울의 경우 명동 동대문 홍대 이태원 등 7곳에서 59명이 근무한다. 상인과 관광객 간 오해를 바로잡는 것도 이들의 업무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명동 관광경찰대엔 필리핀 남성과 상점 업주가 함께 찾아와 언쟁을 벌였다. 남성은 5만 원권을 냈다고 주장했지만, 업주는 5000원권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상조 경장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5000원권으로 확인돼 남성이 사과하며 종결 처리됐다. 이 경장은 “두 지폐의 색깔이 비슷해 관광객들이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관광경찰대는 이달 중 공식 해체되고 현장 근무를 원하는 대원들은 지구대 등에 재배치될 예정이다. 지난해 흉기 난동 사건이 이어지면서 지구대 등 치안 현장의 인력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다. 관광경찰의 업무는 기동순찰대가 담당한다. 출범 때부터 관광경찰로 일한 신 경위는 “(과거에는) 관광객들이 택시비로 50만∼60만 원을 내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며 “한국이 ‘다시 오고 싶은 나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일조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전담 조직 필요” vs “일선 인력 충원 환영”경찰 내부에선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경찰대가 해산돼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103만1665명으로 전년(319만8017명)의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가파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관광경찰대가 해산되더라도 전담 부서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기동순찰대 내에 외국인 관광객을 전담하는 ‘관광경찰팀’을 따로 둬 관광경찰대 인력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반면 일선 지구대에선 관광경찰대 해산에 따른 인력 증원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광지 인근 파출소 관계자는 “관광객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인원이 부족해 힘든 상황”이라며 “관광경찰대 출신이 현장에 배치되면 치안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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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대통령 관저에 한밤 택시 18대 호출, ‘없는 전화번호’로 불러… 용의자 추적

    5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머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없는 번호’로 택시 18대가 호출돼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특히 용의자는 인근 건물의 22년 전 이름을 출발지로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면 정상적으로 호출했을 때와 달리 택시 경로가 관저 검문소를 통과하도록 설정되는 오류가 나타난다. 경찰은 호출자가 의도적으로 택시를 경호구역 내에 진입시키려 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용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반경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된 한 택시가 대통령 관저 1정문 검문소 앞으로 접근했다. 택시 운전사는 검문 직원의 제지로 멈춰 선 뒤 ‘인근 건물로 와달라는 호출을 받고 앱 내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경로대로 운전해서 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로도 오전 4시 18분까지 5∼10분마다 해당 앱으로 호출된 택시 17대가 추가로 검문소로 접근했다. 경비대는 택시를 전부 돌려보내는 한편 관저 인근 경계를 강화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검문소 통과를 시도한 택시 18대는 전부 같은 앱 회원의 호출을 받고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왔다. 이 회원의 휴대전화 번호는 결번이었다. 이 앱은 해외 휴대전화로 가입했어도 이용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호출자가 택시를 부를 때 앱에 입력한 출발지가 ‘○○전문학교’였다는 점이다. 이는 검문소에서 북쪽으로 약 20m 떨어진 한 관서가 2002년까지 사용하던 옛 이름이다. 해당 관서의 현재 이름이나 주소를 출발지로 입력하면 택시는 대통령 관저 검문소를 거치지 않고 큰길가의 정문으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택시 앱이나 인터넷 지도에선 ‘○○전문학교’가 검색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이 앱에서 ‘○○전문학교’를 입력하면 항상 경로가 검문소를 통과하게끔 잘못 설정된다. 또, 이 앱에선 가맹택시 전용 호출을 받으면 운전사가 승객의 위치를 모른 채 반드시 자체 내비게이션의 경로대로 운전해야 한다. ‘손님 가려 태우기’를 막기 위해서다. 경찰은 택시 호출자를 택시 운전사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수사 중이다. 용의자가 확인되면 택시 앱 경로 설정상의 오류와 가맹택시의 특성을 알고 관저 진입을 노린 것인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려 한 것인지, 검문소의 혼란을 틈타 다른 일을 벌이려 한 건지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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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한밤중 대통령 관저로 몰린 택시 18대…22년 전 주소로 호출해 검문소 통과 유도

    5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머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없는 번호’로 택시 18대가 호출돼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특히 용의자는 인근 건물의 22년 전 이름을 출발지로 입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면 정상적으로 호출했을 때와 달리 택시 경로가 관저 검문소를 통과하도록 설정되는 오류가 나타난다. 경찰은 호출자가 의도적으로 택시를 경호구역 내에 진입시키려 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용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반경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된 한 택시가 대통령 관저 1정문 검문소 앞으로 접근했다. 택시 운전사는 검문 직원의 제지로 멈춰 선 뒤 ‘인근 건물로 와달라는 호출을 받고 앱 내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경로대로 운전해서 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로도 4시 18분까지 5~10분마다 17대의 해당 앱으로 호출된 택시가 추가로 검문소로 접근했다. 경비대는 택시를 전부 돌려보내는 한편 관저 인근 경계를 강화했다.경찰 조사 결과 당시 검문소 통과를 시도한 택시 18대는 전부 같은 앱 회원의 호출을 받고 대통령 관저 인근으로 왔다. 이 회원의 휴대전화 번호는 결번이었다. 이 앱은 해외 휴대전화로 가입했어도 이용할 수 있다.주목할 점은 호출자가 택시를 부를 때 앱에 입력한 출발지가 ‘○○전문학교’였다는 점이다. 이는 검문소에서 북쪽으로 약 20m 떨어진 한 공관서가 2002년까지 사용하던 옛 이름이다. 해당 공관서의 현재 이름이나 주소를 출발지로 입력하면 택시는 대통령 관저 검문소를 거치지 않고 큰 길가의 정문으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택시 앱이나 인터넷 지도에선 ‘○○전문학교’가 검색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이 앱에서 ‘○○전문학교’를 입력하면 항상 경로가 검문소를 통과하게끔 잘못 설정된다.또, 이 앱에선 가맹택시 전용 호출을 받으면 운전사가 승객의 위치를 모른 채 반드시 자체 내비게이션의 경로대로 운전해야 한다. ‘손님 가려 태우기’를 막기 위해서다. 승객 연락처도 안전상의 이유로 가상번호로만 제공된다.경찰은 택시 호출자를 택시 운전사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수사 중이다. 용의자가 확인되면 택시 앱 경로 설정상의 오류와 가맹택시의 특성을 알고 관저 진입을 노린 것인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려 한 것인지, 검문소의 혼란을 틈타 다른 일을 벌이려 한 건지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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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제복영웅의 희생 헛되지 않았으면”… 문경 소방관 빈소에 이틀째 추모 발길

    “두 소방관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수광 소방장(27)과 박수훈 소방교(35)의 빈소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두 소방관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의 빈소는 1일 오전 11시 문경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빈소가 차려지자마자 고인들을 추모하려는 동료 소방관 등 조문객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일반 시민들까지 빈소를 찾으며 밤늦게까지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빈소와 그 주변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 등 각계각층이 보낸 화환으로 가득했다. 김 소방장의 아버지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그날따라 아들이 열심히 근무해야겠다며 간만에 아침 식사를 달라고 해 아내가 차려준 국과 밥을 같이 먹었다”면서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수광아, 오늘도 근무 파이팅하자. 안전하게 근무해래이’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소방장의 18년지기 김모 씨(27)도 “중학생 때부터 소방, 경찰을 꿈꾸던 친구 네 명이서 나중에 다 같이 제복 입고 사진 찍자는 말을 나눴었는데…”라며 흐느꼈다. 분향소는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동락관과 문경·구미·상주소방서에도 각각 설치돼 5일까지 추모객을 받는다. 문경소방서는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가 일했던 곳이고, 구미와 상주는 각각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의 고향이다. 도청 분향소에는 수백 명의 시민과 동료 소방관들이 방문해 고인들을 추모했다. 안동시민 김동수 씨(78)는 “나도 지난해 자식을 하나 잃어서 남 일 같지가 않아 찾아왔다”면서 “신년부터 정말 참혹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의 시신을 수습한 경북119특수대응단 소속의 추교민 소방교도 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소방공무원 그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라며 “너무 안타깝다. 이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더 안전한 사회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경소방서 분향소에도 일반 시민과 동료 소방관 200여 명이 방문해 고인들을 추모했다. 두 아이와 함께 온 서아름 씨(41)는 “소방관분들의 희생을 아이들도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60대 남성은 “(소방관들은) 전쟁 나면 국민들 위해서 총칼 들고 싸우는 군인들과 같은 분들”이라고 했다. 두 소방관에 대한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유가족과 동료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진행된다. 영결식 후 순직 소방관들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문경=손준영 기자 hand@donga.com문경=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문경=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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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식용유 180통 쌓인 3층 수색중 ‘펑’… 바닥 무너지며 추락한듯

    지난달 31일 오후 7시 48분경 경북 문경소방서로 화재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불이 난 곳은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한 육가공품 제조공장.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지어진 높이 4층 규모의 공장(4319㎡)은 차량으로 11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 8분 만에 도착한 현장은 공장 안에서 뛰쳐나온 업체 관계자들이 뒤엉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1일 배종혁 문경소방서장은 “현장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가 ‘안에 있던 5명 모두 탈출했다’고 했는데도 불이 난 건물 안에서 관계자 1명이 달려 나왔다. 건물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에 대한 관계자 진술이 바뀌고 우왕좌왕하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소방대원들은 공장 안에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인명을 수색하기 위해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소방 관계자는 “뒤늦게 1명이 나왔지만, 앞서 4명만 탈출했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5명이 모두 빠져나온 게 맞았다”고 설명했다. 찰나의 엇갈린 순간 탓에 당시 건물 안으로 투입됐던 소방대원 4명 중 박수훈 소방사(35)와 김수광 소방교(27)는 동료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 식용유 3200L가 숨죽이고 있던 화약고 최초 불이 발생한 지점은 건물 3층 작업장 내 튀김기. 대원 4명이 건물 내부로 진입한 직후만 해도 불길이 거세지 않아 이들은 인명 수색과 화재 진압을 위해 곧바로 계단실을 통해 3층으로 향했다. 불이 난 건물 옆에서 두부공장을 운영하는 박현승 씨는 당시 대원들에게 진입로를 알려줬다고 한다. 박 씨는 “우리 공장 쪽에도 가스통 등이 많아 불이 옮겨 붙을까 봐 호스를 이용해 물을 계속 뿌리고 있었는데 소방관 4명이 다가오기에 입구를 알려줬다”며 “‘물을 계속 뿌려야 한다’고 조언해 준 뒤 건물로 향했는데, 순직 소식을 듣게 돼 안타깝다. 빈소에 꼭 찾아가 애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3층에 진입한 대원들은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뉜 작업장과 소독실, 탈의실 등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던 중 순식간에 내부에서 상황이 급변했다. 갑자기 폭발음이 나더니 대형 불길이 솟구쳤고 시커먼 연기를 뿜었다. 소방 관계자는 “당시 시야가 완전히 제한됐다고 한다. 대원들이 황급히 탈출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생존한 대원 2명은 가까스로 계단실 1층까지 내려와 창문을 깨고 바깥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계단실을 코앞에 두고 대피에 실패했다. 이들이 계단실로 진입하기 직전에 3층 바닥이 무너지면서 추락해 고립된 것으로 보인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업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3층 작업장은 애초부터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업체 대표 A 씨는 “닭강정 주문이 대량으로 들어와 3층 작업장 안에 재료가 가득 차 있었다. 특히 3층에는 닭강정을 튀기려고 준비한 업소용 18L짜리 식용유 180통 정도가 적재돼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튀김 찌꺼기 배출구에서 열이 발생하면서 불이 났고, 천장 환풍기가 불길을 빨아들여 폭발하며 대형 화재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소방청과 경북소방본부,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와 문경경찰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2일 오전 10시 반부터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로 했다. ● 10년간 소방관 55명 순직…필수장비도 부족 불이 난 공장이 인화성이 강한 샌드위치 패널로 이뤄졌던 것도 화재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지목됐다. 소방 당국이 현장 도착 후 약 30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24분 뒤에 대응 2단계를 발령할 정도로 불길이 순식간에 거세졌다. 그러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고립돼 있던 대원 2명의 구조작업도 더딜 수밖에 없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진압과 동시에 중장비를 동원한 수색작업을 병행한 끝에 1일 오전 1시 1분경, 오전 4시 14분경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된 대원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들은 서로 5m가량 떨어져 있는 곳에서 잔해 더미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먼저 수습된 시신의 신원을 김 소방교로 추정했지만,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유전자(DNA)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방 대응 단계는 이날 오전 9시경 해제됐다. 소방관 순직 사고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방관 순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2022년 1월 기준 총 55명이 순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별로는 30대가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출동 단계별로는 현장 활동에서 43명이 순직했다. 이 의원은 “한 해 평균 5명이 순직하고 400명 넘게 공상으로 다치고 있는데도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의 생명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 장비가 여전히 개별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구조가 필요한 사람의 형체나 화점을 인식하기 위한 열화상카메라나 무전기 등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방관이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문경=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문경=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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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 5명 식당도 내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2년 늦추는 법안이 결국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27일부터는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제조업, 건설업 외에 식당과 카페, 마트 등 서비스 업종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여야가 ‘네 탓’ 공방으로 정치적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 영세 자영업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을 이틀 앞둔 이날 여야는 본회의 도중에도 원내대표가 비공개로 회동하며 막판 협상을 시도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 9월 7일 발의된 유예안은 140일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현실이 수용할 준비가 안 돼 있으면 당연히 보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은) 왜 이렇게 비정하게 정치를 하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2년간 (법 시행) 준비가 안 된 것에 정부의 사과도 없었고, 유예될 2년간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과 예산 투입을 할 것인지 가져오라 했지만 가져온 것이 없다”고 맞섰다.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법이 확대 시행되면 사업체 83만7000곳과 근로자 약 800만 명이 새로 법 적용 대상이 된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2∼25일 상시근로자를 5명 이상 둔 식당과 카페, 미용실, 제조업체, 건설업체 등 30곳을 취재한 결과 27곳이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직원 6명을 두고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38)는 “고용노동부나 구청에서 공문이 온 적도 없다. 확대 적용되는 줄 알았으면 최소한의 대비라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의 안전 지침이 모호해 지키기 어렵다는 호소도 나왔다. 수도권에서 30년 이상 가스 제조업체를 운영해온 A 씨는 “큰 기업은 안전관리자를 따로 둘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직원 한 명 더 뽑을 여력도 없는 곳이 대다수”라고 하소연했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의식해 추진한 총사업비 6조 원대 규모의 대구∼광주 간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재석 216명 중 찬성 211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중대재해법 대비 못해… 직원 수 4명으로 줄여야할 판” 자영업자들 “뭘 해야할지 몰라”직원들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5인미만 사업장으로 전환 고민 중기 “안전관리자 둘 여력 안돼” 정부, 업종별 세부지침 마련 시급 “직원을 개인사업자로 돌려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바꿔야 하나 고민이에요.” 23일 서울 구로구의 한 의류 제조업체에서 만난 현장 관리자 이모 씨(63)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업체엔 이 씨를 포함해 직원이 8명인데,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중대재해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상시 근로자 수를 줄이는 ‘편법’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씨는 “중대재해법에서 ‘유해 요소’를 개선하라는데 뜨겁게 달궈진 나일론 옷도 해당하냐”며 “법을 지키기 위해선 사업장에 ‘가위질 주의’라도 붙여야 할 판”이라고 했다.● “세탁하다 다리미 사고 나도 업주가 실형 사나” 25일 여야가 끝내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 처리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며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이 사실상 확정되자 영세 사업장에선 극심한 혼란을 호소했다. 업주가 중대재해 책임을 피하려면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재해 예방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고 방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카페나 식당, 미용실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재해 예방은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에서 직원 10명인 고깃집을 운영하는 권모 씨(45)는 23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중대재해법의 7가지 핵심 요소’를 읽어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권 씨는 “전문 용어로 가득해 무슨 말인지 이해도 안 된다”며 “대형 가맹점도 아닌데 세세한 지침까지 요구하는 건 장사를 하지 말란 소리”라고 토로했다. 식당 주인 정모 씨는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하라’고 해도 직원들이 듣지 않는데, 사장 입장에서 하나하나 확인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화학, 전기, 건설 등 안전사고 위험성이 큰 제조업계도 초조한 분위기다. 수도권에서 직원 20여 명이 일하는 섬유 제조회사를 운영 중인 A 씨는 “사고가 나진 않을까 두려워 계획보다 일찍 사업을 접으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고용을 줄이고 자동화 장비를 들여놓아 ‘5인 이상 사업장’이 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재해 책임이 하도급 업체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 현장으로 중대재해법이 확대되는데, 원청이 공사 기한을 압박하면서도 안전 관리 부담은 하청에 떠넘길 수 있다는 것. 안전 관리 인력을 확보할 여유가 없다는 호소도 나온다. 직원 9명을 둔 포장공사 업체 대표 황모 씨(68)는 “안전 인력을 두려면 최소한 원청에서 단가의 60%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40%에 불과하다. 관리자를 둘 형편도 안 된다”고 했다.● “업종별 지침 만들어 배포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영세 사업장에서 참고할 만한 업종별 지침을 안내하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중대재해 예방의 주체와 처벌 대상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를 음식점 등 영세 사업장에서 각자 알아서 지키라는 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가) 사업주와 시공사, 하청업체 중 누구에게 있는지 고용부조차 대답하지 못한다”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절차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 교수는 “중대재해법에도 사업체 규모와 특성을 고려하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영세 업체에 대기업 수준의 안전 조치를 요구하지 않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 준수를 위한 컨설팅과 교육, 기술지도 등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다만 사업체 83만7000곳, 약 800만 명이 새로 법 적용 대상이 되는데, 고용부가 제공하는 컨설팅, 교육, 기술지도 대상은 올해 약 31만6000곳에 불과하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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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당현수막 제한법 시행됐는데… 국회 근처서도 5개 정당 ‘위법’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도로 위 차가 잘 보이질 않습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삼거리. 전봇대와 가로수마다 정당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3, 4개씩 어지러이 걸려 있었다. 어떤 현수막은 횡단보도 바로 옆 눈높이에 맞게 걸려있어, 보행자가 목을 빼고 차량이 오는지 살펴야 했다.12일부터 정당 현수막 설치 시 △읍면동별 2개 이하 △한 가로등당 2개 이하 △바닥부터 2.5m 이상 △어린이보호구역 제외 등을 지키게 한 새로운 개정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됐다.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자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규정이지만 서울 곳곳에서는 주말 동안 전혀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2개까지만 설치’ 규정, 5개 당이 위반동아일보 취재팀이 14일 국회 인근과 강남구 등 서울 시내 주요 현수막 설치 장소 38곳을 살펴본 결과 정당 현수막 35개 중 17개(48.5%)가 개정 옥외광고물법상 설치 규정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 정당은 국회의사당 삼거리뿐 아니라 약 1km 떨어진 여의도동의 한 사거리에도 똑같은 문구의 현수막을 2개 설치한 상태였다.‘같은 읍면동 내에는 한 정당의 현수막을 총 2개’까지만 설치할 수 있는 새 규정을 벗어난 것이다. 국회 인근에서 5개 정당이 이 규정을 어겼다. 국회 앞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 씨(25)는 “현수막 때문에 사방이 막혀 있고 답답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강남구 역삼동에선 2개 정당이 이를 위반했다.현수막을 바닥에서 2.5m 이상 띄우게 한 규정을 어겨서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는 경우도 많았다. 강남역 사거리를 지나던 직장인 문모 씨(38)는 “시야가 가려져서 대형차가 와도 모를 것 같다”며 “새 법이 시행됐다고 들어 현수막이 어느 정도 정리될 줄 알았는데 아직 너무 많다”고 말했다. 앞선 2022년 12월 개정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면서 ‘통상적인 정당 활동’에 따른 정당 현수막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고 보름 동안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이후 거리마다 현수막이 난립하며 민원이 빗발치자 여야 합의로 지난해 12월 28일 새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안전 위해 정당 현수막도 신고 대상 포함해야”개정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기 전에 각 정당이 설치한 현수막에는 새 규정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각 지자체는 아직 본격적인 단속 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문제는 법 개정에도 정당 현수막이 여전히 관할 지자체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단속은커녕 설치 현황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각 정당이 정해진 수량 제한에 맞게 현수막을 설치했는지 확인하려면 지자체가 단속 인력을 동원해 읍면동 곳곳을 다니며 일일이 파악해야 하는 구조다.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지자체에선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실제로 강남구는 4명의 인력이 현수막 단속에 배정됐다. 단속 인력 1명당 점검할 면적이 9.9km²나 된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단속 가이드라인도 없어서 시행 첫날 각 정당에 ‘현수막을 어디에 설치할지 장소 리스트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토로했다. 단속 대상에게 ‘법을 지킬 거냐’고 문의하는 형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당에서 아무 사거리에나 설치하지 않기에 단속할 범위가 더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지자체와의 논의를 통해 조례 개정 등 법 시행에 필요한 부분을 다듬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전문가들은 정당 현수막을 지자체 신고 대상에서 제외한 옥외광고물법을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로운 정치 활동 등을 위해 신고 예외를 둔 취지는 이해하지만, 보행자 안전보다 우선시될 순 없다는 얘기다. 송지은 변호사는 “다시 정당 현수막도 신고하도록 해 단속 인력의 낭비를 막고 단속 시 과태료 등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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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소아당뇨 치료병원, 非수도권 시군 90%엔 없어

    “병이 낫게 해달라고 추석 ‘달님’에게 소원을 빌었는데….” 10일 충남 태안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 소아당뇨 투병 중 9일 오전 태안군의 한 주택에서 부모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A 양(8)의 빈소를 찾은 초등학교 담임교사 B 씨(57)는 이렇게 말했다. B 씨는 “A 양은 누구보다 착하고 활발한 학생이었지만 투병으로 많이 힘들어했다”고 했다. 빈소 입구에는 A 양 부모가 딸을 안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정사진이 걸려 있었다.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사진을 보다 이내 눈물을 터뜨렸다. A 양의 유족은 “지난해 8월경부터 A 양이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혈당 조절이 불가능한 제1형 당뇨(소아당뇨) 판정을 받았다”라며 “인근에 소아당뇨를 제대로 치료할 병의원이 없어서 120km 떨어진 대학병원에 열흘간 입원하는 등 고생이 컸다”고 전했다. A 양의 부모가 딸의 투병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가운데 소아당뇨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원정진료’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소아당뇨인협회에 따르면 소아당뇨를 원활히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전국에 76곳뿐인데, 절반인 38곳이 수도권에 있었다. 비수도권 126개 시군 가운데 113개 지역(89.7%)에는 소아당뇨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전무했다. 소아당뇨 병원 찾아 400km 원정진료… 진단 늦어져 악화도 소아당뇨치료 지방 소외非 수도권-광역시 병원 13곳 불과… 의료인프라 모자라 빨리 발견못해“인슐린 투약기 비용만 月 50만원”… 아이 돌보기 위해 직장 그만두기도전남 영광군에서 소아당뇨를 앓는 12세 아들을 키우는 최모 씨(45)는 석 달마다 4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는다. 집 주변엔 소아당뇨를 제대로 치료할 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 의료진 부족해 ‘늦은 진단→악화’ 악순환 소아당뇨 환자를 치료할 병원이 부족한 현실은 지역의료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는 의사가 줄어드는 가운데 의료진 부족이 비수도권, 특히 의료 인프라가 더 열악한 농어촌 지역에서 먼저 나타난 것이다. 한국소아당뇨인협회가 제작한 ‘소아 내분비 병의원 목록’에 따르면 소아당뇨를 원활히 치료할 수 있는 비수도권 병원은 38곳뿐인데 그나마 상당수가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등 대도시에 몰려 있었다. 광역시를 제외한 비수도권 가운데 이런 병원을 둔 곳은 13곳에 불과했다. 이 목록은 협회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실제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안내하기 위해 조사한 결과다. 정부 통계에서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잡혀도 실제론 의사가 없는 등 치료에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아 알음알음으로 만든 것이다. 의료 인프라의 부족은 ‘늦은 진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경남 함안군에서 소아당뇨 아들을 키우는 서모 씨(39)는 “아이가 별다른 이유 없이 살이 빠지기 시작해 동네 병원에 갔더니 ‘애들이 크는 과정이다’라고 했다”며 “상태가 나아지질 않아 서울의 큰 병원에 갔더니 1형 당뇨라고 진단했다”고 했다. 그는 “8개월 만에 살이 20kg 넘게 빠지고 혈당도 낮아져 힘들었을 텐데, 그때 아이 상태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면역력이 낮은 어린 소아당뇨 환자들의 경우 음식 섭취만으로도 상태가 악화돼 급하게 병원을 찾아야 할 일이 많다고 한다. 한 소아당뇨 환자 부모는 “방울토마토만 먹어도 혈당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의사를 만나 상담하려면 100km 넘게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교사 투약 가능 약물에 인슐린 없어 소아당뇨 환자 부모들은 치료비용 중 상당액을 환자가 짊어져야 한다고 호소한다. 현행 건강보험 기준상 ‘중증질환 산정 특례’가 적용되면 본인 부담률이 낮아지지만, 소아당뇨는 ‘진단 및 치료에 드는 경제적 부담이 상당한 경우’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환자들은 현실을 모르는 행정이라고 지적한다. 병의원에서 이뤄지는 진료뿐 아니라 인슐린 주입 펌프와 주사기 등 가정 내에서 해야 하는 관리에 드는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1세짜리 소아당뇨 환자 딸을 키우는 남모 씨(37)는 “펌프와 주삿바늘 등 비용이 석 달에 150만 원 가까이 들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유치원이나 초중고교에 다니는 환자도 매일 인슐린 투약을 위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보건교사가 이를 대신해 줄 수 없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인슐린은 초중고 보건교사가 투약할 수 있는 약물 목록에 없다. 인슐린 투약을 못 해 나타나는 저혈당 쇼크 같은 응급 시에만 보건교사가 쇼크 치료제 등을 투약할 수 있다. 이마저 보건교사들이 혹시 발생할지 모를 법적 책임을 우려해 소극적이다. 소아당뇨를 앓는 딸을 둔 B 씨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장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간호인을 고용하면 매달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들 텐데, 지원이 없다 보니 (고용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1만4480명(2022년 기준)에 달하는 소아당뇨 환자 지원 체계를 하루빨리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윤정 아주대병원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인슐린 투약 장비 구입비 등 병원 외적 비용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보건교사 투약 가능 목록에 인슐린을 넣으면 학부모 부담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태안=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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