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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이르면 6일 교원 징계위원회를 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 징계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교원 징계위원회(징계위)가 6일 정도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대는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며 조 전 장관에 대한 징계 논의를 미뤄 왔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이 3일 입시비리 및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등의 혐의를 인정해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한 만큼 서울대 차원의 징계 처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서울대는 2019년 12월 조 전 장관이 기소되자 1개월 후인 2020년 1월 서울대 교수직에서 직위 해제했다. 당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검찰이 통보한 공소사실만으론 혐의 내용 입증에 한계가 있다”며 징계 의결 요구를 미뤘다. 서울대 정관에 따르면 총장이 징계 의결을 요구해야 징계위에서 관련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징계 논의가 2년 넘게 미뤄지자 교육부는 오 전 총장의 늑장 대응을 문제 삼으며 지난해 서울대 측에 “오 전 총장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오 전 총장은 지난해 7월 조 전 장관에 대한 징계 의결을 뒤늦게 요구했고 지금까지 징계위 회의가 총 2차례 열렸다. 하지만 징계위 역시 “조 전 장관의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며 의결을 미뤘다. 의결이 미뤄지며 오 전 총장은 지난달 말 임기를 마쳤고 유홍림 신임 총장이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징계가 미뤄지면서 조 전 장관은 직위 해제 후에도 관련 규정에 따라 지금까지 총 8628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규정상 해임, 파면 등의 징계 처분이 결정되거나 사표가 수리되지 않는 이상 급여 일부가 지급된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이 현재 65세인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출퇴근 시간대 등에 노인들의 무임승차 제한, 전액 보전이 아닌 할인제 도입, 지방자치단체 적자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등 방안도 검토한다. 서울시가 무임승차 운영 등에 따른 적자를 이유로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선언하자 정부 여당이 제도 개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 오세훈 서울시장은 3일 이와 관련해 “대중교통 요금 체계 개편에 대해 이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인 무임승차 연령 상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는)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가 고스란히 감당하기엔 사정이 많이 어렵다”며 “이제는 공격적으로 (제도 개선책을) 정리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무임승차 운영에 따른 적자를 감당하는 지자체의 부담이 누적되는 만큼 이제 ‘65세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하겠다는 것. 국민의힘은 그간 지자체들이 요구해온 중앙정부의 무임승차 재정 지원도 논의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연령별, 소득계층별, 이용시간대별로 가장 바람직한 감면 범위를 정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민사회, 국회,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했다.당정, 기준 상향 논의 고령층 늘며 지자체 부담 눈덩이교통요금 인상땐 시민들 물가부담노인들 “대책도 없이” 반발이 변수 3일 국민의힘이 노인들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노인 무임승차 연령의 상향 조정 검토 방침을 밝힌 건 서울시와 다른 지자체들이 적자를 이유로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면 물가상승 부담이 커져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시민의 교통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이제라도 기획재정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서야 한다”면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지난해부터 중앙정부를 향해 무임승차 적자에 대한 보전 대책을 압박한 서울시는 올해 4월 약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 300∼400원을 인상하는 계획을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지자체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당 “무임승차 연령 상향 조정 명분 커져” 국민의힘은 일단 제도 개선에 대한 사회적 명분은 커진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무임승차 제도 도입 후 39년이 지나 노인 인구가 늘고 평균수명이 늘어났지만 법적 무임승차 기준은 65세 그대로라는 것. 1984년 제도 도입 당시 5.9%였던 전체 인구 대비 노인 비율은 지난해 17.5%로 늘었다.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도입 당시에는 노인이 아주 적었고 지원 금액이나 경제 성장으로 봤을 때 지자체가 부담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며 “한 달에 무임승차를 몇 회로 제한할지, 거리 제한을 둘지에 대한 논의 자체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대한 공론화에 즉각 나설 방침이다. 오 시장은 이날 “노인회와 연초부터 논의를 시작했다”며 “2월 중순으로 토론회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면 1524억 원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는 현재 무임승차 기준이 되는 65세 노인 연령이 법률로 정해져 있어 지자체 차원에서 무임승차 연령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65세 이상에게 100% 할인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어 이를 자체적으로 올리면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박탈하는 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홍 시장은 “(무임승차 규정이) 65세부터가 아닌 이상으로 돼 있기 때문에 70세로 규정하더라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무임승차의 근거가 되는 노인복지법과 시행령에 ‘65세 이상의 자’라고 쓰여 있어 지자체가 상향할 수 있다는 의미다.●노인들 거센 반발이 변수 무임승차 연령 상향 논의가 본격화되면 노인들의 반발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노인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부분 일터에서 정년 연령이 60세인데 일자리가 없는 노인들에 대한 대책 없이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는 것은 전철에서 노인을 몰아내는 것밖에 더 되느냐”며 “연령을 높인다면 그에 맞는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거나 노령 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선자 씨(68)는 “4월이 되면 대중교통 비용도 오른다고 들었다”며 “연금 빼면 어떤 노후자금도 없는 노인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노인 일자리 대책 등 교통비를 충당해줄 수 있는 대안도 없이 무턱대고 연령만 올리면 돈 없는 노인들이 길바닥에 나앉을 것”이라고도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이 현재 65세인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출퇴근 시간대 등에 노인들의 무임승차 제한, 전액 보전이 아닌 할인제 도입, 지방자치단체 적자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등 방안도 검토한다. 서울시가 무임승차 운영 등에 따른 적자를 이유로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선언하자 정부 여당이 제도 개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이와 관련해 “대중교통 요금 체계 개편에 대해 이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인 무임승차 연령 상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3일 기자들과 만나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는)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가 고스란히 감당하기엔 많이 어려운 사정”이라며 “이제는 공격적으로 (제도 개선책을) 정리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무임승차 운영에 따른 적자를 감당하는 지자제의 부담이 누적되는 만큼 이제 ‘65세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하겠다는 것. 국민의힘은 그간 지자체들이 요구해온 중앙정부의 무임승차 재정 지원도 논의하기로 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적자를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오 시장은 이날 “연령별, 소득 계층별, 이용시간대별로 가장 바람직한 감면 범위를 정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민사회, 국회,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이제라도 동생들을 만나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네요.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춤을 추시면서 기뻐하셨을 텐데….” 헤어졌던 여동생들과 58년 만에 만난 장희재 씨(69·여)는 31일 오후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셋째 희란 씨(65), 막내 경인 씨(63)를 끌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둘째 택훈 씨(67)도 여동생들 손을 꼭 잡고 감격스러워했다. 이날 동작서에선 1965년 3월 서울 노원구 태릉 인근에서 생이별했던 4남매의 상봉식이 열렸다. 희란 씨는 “가족들과 함께 전차를 타고 가다 어머니 손을 놓친 후 막내와 함께 노량진역 대합실에서 발견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동보호소에 맡겨진 두 자매는 보호소에서 지어준 ‘혜정’, ‘정인’이란 이름으로 살아온 탓에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희재 씨는 동생들을 찾기 위해 KBS 방송국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1983년)와 ‘아침마당’(2005년)에 출연했다. 하지만 연락이 없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021년 11월 동작서에 실종 신고를 냈다. 동작서 실종팀은 서울시내 보육원과 서울역, 영등포역 인근 노숙인 쉼터 등을 수색하고 건강보험 자료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가족을 찾아준 것은 유전자(DNA) 정보였다. 경찰은 마지막으로 희재 씨의 DNA를 채취해 실종자 정보를 관리하는 아동권리보장원에 보냈다. 그런데 마침 막내 경인 씨도 2021년 7월경 거주지 근처인 인천 연수경찰서를 찾아 “가족을 찾아 달라”며 DNA를 제출한 상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6일 두 사람의 혈연관계가 최종 확인됐다. 희재 씨는 “더 나이가 들었다면 동생들을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가족을 찾아준 경찰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셋째 희란 씨는 “죽기 전 엄마 손 한번 잡아보는 게 소원이었다. 소원은 이루지 못했지만 언니 오빠를 찾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막내 경인 씨도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세월이 짧겠지만 그래도 언니 오빠들과 잘 살아보겠다”고 했다. 홍재영 동작서 실종수사팀장은 “두 자매가 가족과 떨어진 후 다른 이름과 생년월일로 주민등록을 하고 생활해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그래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이제라도 동생들을 만나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네요.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춤을 추시면서 기뻐하셨을 텐데….” 헤어졌던 여동생들과 58년 만에 만난 장희재 씨(69·여)는 31일 오후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셋째 희란 씨(65·여), 막내 경인 씨(63·여)를 끌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둘째 택훈 씨(67)도 여동생들 손을 꼭 잡고 감격스러워했다. 이날 동작서에선 1965년 3월 서울 노원구 태릉 인근에서 생이별했던 4남매의 상봉식이 열렸다. 희란 씨는 “가족들과 함께 전차를 타고 가다 어머니 손을 놓친 후 막내와 함께 노량진역 대합실에서 발견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동 보호소에 맡겨진 두 자매는 보호소에서 지어준 ‘혜정’, ‘정인’이란 이름으로 바꾸고 살아온 탓에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희재 씨는 동생들을 찾기 위해 KBS 방송국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1983년)’와 ‘아침마당(2005년)’에 출연했다. 하지만 연락이 없자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2021년 11월 동작서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동작서 실종팀은 서울시내 보육원과 서울역, 영등포역 인근 노숙인 쉼터 등을 수색하고 건강보험자료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가족을 찾아준 것은 유전자(DNA) 정보였다. 경찰은 마지막으로 희재 씨의 DNA를 채취해 실종자 정보를 관리하는 아동권리보장원에 보냈다. 그런데 마침 막내 경인 씨도 2021년 7월경 거주지 근처인 인천 연수경찰서를 찾아 “가족을 찾아달라”며 DNA를 제출한 상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6일 두 사람의 혈연관계가 최종 확인됐다. 희재 씨는 “더 나이가 들었다면 동생들을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가족을 찾아준 경찰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셋째 희란 씨는 “죽기 전 엄마 손을 한 번 잡아보는 게 소원이었다. 소원은 이루지 못했지만 언니 오빠를 찾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막내 경인 씨도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세월이 짧겠지만 그래도 언니 오빠들과 잘 살아 보겠다”고 했다. 홍재영 동작서 실종수사팀장은 “두 자매가 가족과 떨어진 후 다른 이름과 생년월일로 주민등록을 한 후 생활하느라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그래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전국 학교에선 839일 만에 ‘노 마스크’ 등교가 이뤄졌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는 것이 어색한 다수의 학생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을 듣는 모습이었다. 출근하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 대다수도 여전히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이날 서울 광진구 광장초에선 오전 8시경부터 등교가 시작됐다. 하지만 한두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이 예전처럼 마스크를 쓴 채 교문을 통과했다. 2학년 1반 교실에서는 담임 교사가 “마스크를 벗고 싶은 사람은 벗어도 된다”고 안내했지만 학생 20명 중 8명 정도만 마스크를 벗었다. 학생들 사이에선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과 “감염이 걱정된다”는 우려가 교차했다. 최현서 양(12)은 “3학년 때부터 마스크를 써서 마스크를 벗기가 어색하다”며 “친구들과 마스크 없이 뛰어놀면서 서로 얼굴을 익히고 싶다”고 했다. 이후남 광장초 교장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때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학부모들도 아직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덜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개학한 일부 학교는 마스크 착용 관련 안내를 학부모에게 하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전날까지 학교에서 아무런 공지가 없었다”며 “결국 아이에게 마스크를 들려 보내면서 선생님 말씀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코로나19 자문기구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는 올 5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전히 해제되고 이르면 10월께 일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문위가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시점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언제 벗고 언제 착용하나” 곳곳 혼선일부 마스크 벗고 버스 타려다 제지다중이용시설 대부분 “아직은 불안”실내체육시설선 “벗으니 너무 편해” “주변에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저도 언제 벗고 언제 써야 하는지 헷갈려서 그냥 출근길에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네요.” 경기 광명시에서 서울 회현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연중 씨(35)는 이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음에도 출근길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 강남역 등에서 만난 출근길 시민 200여 명 중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너무 헷갈린다” 곳곳에서 혼선 이날부터 바뀐 방역 지침에 따르면 지하철 승강장이나 버스 정류장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만 열차나 버스를 탈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을 제대로 몰라 낭패를 겪었다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김우영 씨(30)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 줄 알고 집에 마스크를 두고 나왔는데 마스크를 안 쓰면 버스를 탈 수 없다고 해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일부 지하철역에선 마스크를 벗은 채 지하철에 타려던 승객을 주변 사람들이 제지하기도 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시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대형마트 식자재코너를 방문한 시민 20명 중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1명뿐이었다. 두 살배기 손자와 장을 보러 나왔다는 유재훈 씨(68)는 “마스크를 두고 나왔는데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없어서 눈치가 보였다”며 “당분간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하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트 내에선 마스크 착용을 안 해도 되지만 마트 내 약국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등 복잡한 규정 때문에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 대형마트 내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 허모 씨(71)는 “마스크를 벗은 손님에게 착용해 달라고 했더니 갑자기 화를 내서 당황했다”며 “앞으로 마스크 벗는 사람이 더 많아질 텐데 착용 기준을 명확히 모르는 분들이 많아 걱정”이라고 했다. 식당가 풍경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점심시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시민 20명 중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식당 사장 김애리 씨는 “다들 평소와 같아서 차이를 전혀 못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 의류매장 점원 이모 씨(32)는 “매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라고 말씀드려도 주변에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없다 보니 눈치가 보여서 계속 착용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헬스장에선 “마스크 벗을 날만 기다렸다” 반색 헬스장 등 실내 체육시설을 찾은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고 운동할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모습이었다. 이날 취재팀이 방문한 서울 종로구 소재 헬스장 8곳에서 운동하던 시민 100여 명 중 마스크를 벗고 운동하는 사람은 16명이었다. 직장인 백승호 씨(30)는 “마스크를 쓰면 운동할 때 축축하게 젖어 찝찝했는데 이제 너무 편하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한 실내 암벽장을 찾은 정모 씨(33)도 “마스크를 벗고 운동할 수 있는 날만을 기다렸다”며 “앞으로 평소보다 더 자주 운동을 즐길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프로농구 캐롯과 삼성의 경기가 열린 경기 고양체육관을 찾은 관중 1350명의 3분의 1 가량이 마스크를 벗고 경기를 관전했다. 프로농구는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 직후 무관중 경기를 하다 시즌을 조기 종료했고 2020∼2021시즌부터 관중이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봤다. 이날 마스크를 벗고 경기장을 찾은 김동현 씨(36)는 “오랜만에 제약 없이 농구를 보고 목청껏 응원할 수 있어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고양=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정부가 예고한 대로 30일 0시부터 의료시설, 대중교통 등 일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실내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유행을 막기 위해 2020년 10월 마스크 착용 지침이 도입된 지 약 2년 3개월 만이다. 대유행 이전의 일상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환영하지만 학교 등 일부 현장에서는 혼란도 감지됐다. 이날부터 쇼핑몰 등 각종 실내 시설과 음식점, 카페, 버스 터미널, 지하철역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뀌었다.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도 회의 시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포함한 지침을 내부에 전달했다. 버스 내부, 병원, 요양원 등 감염 취약 시설에는 의무 착용 지침이 유지됐다. 다만 요양원 내부 다인실 입원 환자의 경우 의료진이나 방문객이 없을 때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등 방역이 유연하게 적용된다. 의무 착용 지침 해제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계속 마스크를 쓰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입시학원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마스크 착용을 고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직원이 민원인을 대면할 경우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확진자 7일 격리 등 남은 방역 조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에 달려 있다. WHO는 30일(현지 시간) 코로나19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 해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WHO가 비상사태를 해제하면 한국 보건당국 역시 추가 방역 조치 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 “회의실-통근버스선 마스크 써야”… 일부 학교 “계속 착용” 주요 대학 대부분 착용 해제학원가는 “마스크 안 벗겠다”은행 “창구직원 마스크 쓰라”마트도 매장 직원 착용 권고 “회사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홀가분한 마음도 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2만 명 안팎으로 나오는데 집단감염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 씨(30)는 29일 “회사에서 개인 자리에 있을 때는 마스크를 벗고 회의할 때는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30일 0시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가운데 기업, 학교, 지방자치단체 등은 자체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사무실에선 마스크를 벗더라도 고객을 상대하거나 회의를 할 때는 여전히 쓰라는 곳이 적지 않다.● 일부 학교 “계속 마스크 쓰라” 안내30일부터 적용된 정부의 실내 마스크 착용 지침에 따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는 원칙적으로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선 자체적으로 착용 유지 방침을 세우고 학부모 등에게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도 세부 방침은 ‘학교장 재량’에 맡긴 상태다. 다음 달 9일 강당에서 대면 졸업식을 여는 서울 배재고 고진영 교장은 “졸업식 동안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학원가도 마스크를 벗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대형 학원인 종로학원과 메가스터디는 수강생 마스크 착용 지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경기 양주시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하여 설문조사를 해 보니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마스크 착용을 선호해 실내 마스크 착용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주요 대학들은 대부분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하고 있다. 연세대는 도서관 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고, 중앙대도 강의실과 도서관 내에서 마스크를 벗은 학생을 제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체적인 마스크 착용 기준을 마련해 안내하고 있다. 서울시는 회의실과 엘리베이터 등 사람이 여럿 모이는 곳과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의 경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기업 “공용 공간에선 써야” 삼성전자는 개인 좌석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지만 회의실, 통근버스 등에선 의무 착용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공지했다. 구내 식당에선 한 칸 띄어 앉기를 해제했지만 좌석 간 차단막은 그대로 유지했다. 현대자동차와 SK, LG의 경우 통근버스 등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다만 LG 관계자는 “고객 대면 업무 종사자의 경우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의무”라고 했다. 이날부터 점포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로 정상화한 은행은 창구 직원들에게는 마스크를 쓰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 방침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순 없지만 창구 직원들에게는 자발적으로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 역시 매장 직원들에게는 마스크를 쓰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마트는 고객을 대면하는 매장 근무자 및 판매사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도 매장과 물류센터에서 당분간 기존처럼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자영업자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쳤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지훈 씨(40)는 “식사 중일 때가 아니면 항상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안내하면서 항의를 많이 받았는데 이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졌다. 손님도 늘어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서울 중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윤모 씨(63)는 “직원들은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손님들에게도 최대한 식사시간 외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 것”이라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외관상으로는 실내 사격장을 비롯해 드럼, 피아노 등 공연시설이 마련된 파티룸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대마 재배부터 유통까지 ‘원스톱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곳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대는 경기 김포시의 한 창고를 급습했다. 파티룸 바로 옆방에는 붉은 조명 아래 재배 중인 대마초 화분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대마를 구입한 후 직접 말려 흡입까지 할 수 있는 공간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창고에서 생대마 13kg, 대마 건초 5.3kg 등 18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대마를 압수했다. 또 마약을 유통하고 투약한 5명을 대마관리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이 중 운영자 A 씨 부부 2명은 구속했다. 경찰은 “마약 재배부터 말려서 피우기까지 한곳에서 할 수 있는 구조여서 놀랐다”며 “일반인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파티룸을 운영하기 전 지인들을 상대로 시범 운영을 하다 검거됐다”고 설명했다.● 성인 판매책 부린 10대 마약 판매상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8∼12월 마약류 범죄 집중 단속 기간 동안 마약사범 5702명을 검거하고 791명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검거된 마약사범 수는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8.2%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총 검거 인원은 1만2387명으로 전년 대비 11.6% 늘었다. 특히 미성년자 마약사범은 2018년 104명에서 지난해 294명으로 최근 4년 동안 3배 가까이로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능숙한 젊은층 마약사범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호기심으로 투약하는 행위를 넘어 유통 범죄까지 가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을 유통한 10대 마약 판매상 3명을 붙잡았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로 인천 소재 학원에서 서로 알게 됐다는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을 구한 뒤 20, 30대 중간 판매책 6명을 고용해 마약류를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유통한 것으로 조사된 4억900만 원 상당의 필로폰은 약 1만2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중에는 14세 청소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클럽 내 외국인 집단 투약도외국인 마약사범도 2018년 596명에서 지난해 1757명으로 3배 가까이가 됐다. 특히 공단 일대 등 외국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공장 기숙사나 외국인 클럽 등에서 집단 투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경남에선 마약류를 초콜릿 포장지 등에 숨겨 국제우편으로 밀반입한 후 외국인 클럽에서 판매하거나 투약한 외국인 유학생 등 40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네덜란드 공급책으로부터 필로폰을 사들여 유흥업소 종사자 등에게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을 구매한 외국인은 SNS 등을 통해 이를 재유통하거나 클럽에서 집단 투약했다고 한다. 같은 달 경찰은 경기 김포시의 한 공장 기숙사 내에서 필로폰을 판매한 태국인 A 씨와 투약자 32명을 붙잡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사범이 증가 추세인 만큼 향후 강도 높은 마약 수사를 이어가기 위해 마약 전문 수사팀을 전국 경찰청에 확대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평소 20분이면 갈 거리를 40분 넘게 걸렸네요. 계단 내려올 때마다 미끄러질까봐 아찔했어요.” 26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출근길을 서두르던 직장인 조서현 씨(31)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조 씨는 “경기 시흥시에서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으로 출근한다”며 “폭설 때문에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는데도 간신히 지각을 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부터 서울 등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폭설이 내리며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설이 예상되자 26일 자정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가동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서울 3.2cm, 인천 6.5cm의 눈이 쌓였고 수도권과 강원, 충북 등 34개 시·군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파주시 포천시 연천군 등 경기 북동부지역 7개 시군에는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시는 인력 9405명과 제설 장비 1394대를 투입해 제설작업에 나섰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시내버스 집중배차 시간도 30분 연장했다. 인천시도 이날 새벽부터 두 차례에 걸쳐 도로 제설제를 살포했다. 인천 연수구에서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이모 씨(43)는 “곳곳이 빙판길이라 평소보다 차들이 서행하다 보니 한 번 만에 지나갔던 교차로 신호등을 4번 만에 겨우 통과했다”며 “사고 없이 도착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폭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자가용 출퇴근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버스역과 전철역 등에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기 부천시에서 서울 여의도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했다는 직장인 이영환 씨(52)는 “평소보다 1.5배는 더 많은 사람이 지하철로 몰린 것 같았다”며 “평소보다 출근 시간이 2배 정도 더 걸렸다”고 말했다. 폭설과 함께 한파 피해까지 이어지면서 크고 작은 사고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날 경기 용인시와 파주시 등에서 저체온증이나 동상 등의 한랭 질환자 6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인천소방본부는 이날 빙판길 낙상 사고 4건과 교통사고 1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천 서구 오류동에서 1t 트럭과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발생한 교통사고로 경상자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서울과 인천에서 계량기 동파가 524건 발생했다. 수도관 동파 피해는 16건이 접수됐다.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이소정기자 sojee@donga.com인천=공승배기자 ksb@donga.com}

“설 명절을 맞아 1년 만에 아들과 손자가 온다고 해서 과일이랑 고기를 잔뜩 사뒀는데…. 한순간에 싹 타버렸네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이연우 씨(73)는 잿더미가 된 집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6시 반경 “불이야”란 고함과 함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부리나케 놀라 잠옷만 입은 채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했다. 이 씨는 “남은 옷이 한 벌도 없는데 어디서 설날을 보내고 어떻게 겨울을 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갈 곳 잃은 주민 62명…10년 동안 21건 화재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6시 27분경 구룡마을 4지구에 화재가 발생해 주택 60채가 전소됐다. 빈집도 있어 화재 피해를 입은 건 44가구였다. 주민 50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화재는 5시간 19분 만인 오전 11시 46분경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거처를 잃은 주민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몇몇은 잠옷 차림으로 잿더미가 된 집터를 연신 뒤지기도 했다. 하지만 멀쩡하게 남은 가재도구가 거의 없다 보니 그을린 가구와 옷들을 보며 허탈한 표정만 지었다. 최초 신고자인 주민 신모 씨(71)는 “아침에 화장실에 있다가 형광등이 갑자기 깜빡거리는 걸 보고 불안해 나와 보니 옆집에서 불이 치솟고 있었다”며 “내복만 입고 나온 뒤 주변 집 문을 두드려 주민들에게 알리고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새벽에 현장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집이 잿더미만 남아 있었다는 주민 육천일 씨(63)는 “순식간에 집이 없어져 황당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주민 지홍수 씨(73)도 “급하게 나오느라 가족들에게 줄 설날 선물이나 지갑을 하나도 챙겨오지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소방 당국은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197명을 포함해 918명의 인력과 헬기 10대 등 장비 68대를 동원해 화재 진압 및 주민 대피에 나섰다.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 62명 중 57명은 강남구가 일주일 동안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한 인근 숙박시설로 향했고, 나머지 5명은 가족 및 지인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구룡마을에선 최근 10년간 2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합판 등으로 지어진 판잣집들이 밀집해 있어 화재 피해가 잦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지난 여름 침수에 이어 화재까지” 지난해 여름 폭우 피해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화재를 겪게 된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35년 동안 구룡마을에 거주했다는 장원식 씨(72)는 “지난해 8월 침수로 집이 잠겨 복구하느라 2주 넘게 진땀을 뺐다. 이번에 화재까지 당하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화재 초기 소방대원들과 함께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불을 끄려 했으나 한파로 수도관이 얼어붙어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주민 김승한 씨(69)는 “소화전이 얼어붙어 작동하지 않다 보니 나중에 헬기가 와서야 불이 잡혔다”며 “물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최소한 옷가지라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소방 관계자는 “경찰과의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초기 소화전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발화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강남구 등에 이재민 주거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조속한 피해 수습을 위해 특별교부세 5억 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본격적인 설 연휴 귀성 행렬이 시작된 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와 통근버스 등 버스 5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 16분경 경기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서울요금소 부근 1차로에서 버스 5중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중상을 입고 40여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20여 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가 난 차량은 고속버스, 중앙경찰학교 셔틀버스, 기업체 통근버스 등 이며 이들 버스에는 총 90여 명의 승객이 탑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10분 만인 오후 6시 26분 소방헬기를 출동 대기시키고 재난의료지원팀(DMAT)을 가동했다. 또 소방대원 등 인력 104명과 구급차 18대 등 소방 장비 36대를 사고 현장에 투입했다. 소방 관계자는 “중상자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10시경까지 5개 차로 중 1, 2개 차로를 막고 사고를 수습했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아이스로 인한 빙판길 사고는 아니며 뒤따라오던 버스들이 앞차가 멈추는 걸 확인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한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설 명절을 맞아 1년 만에 아들과 손자가 온다고 해서 과일이랑 고기를 잔뜩 사뒀는데···. 한순간에 싹 타버렸네요.”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이연우 씨(73)는 잿더미가 된 집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6시 반경 “불이야”라는 고함과 함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부리나케 놀라 잠옷만 입은 채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했다. 이 씨는 “남은 옷도 한 벌 없는데 어디서 설날을 보내고 어떻게 겨울을 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갈 곳 잃은 주민 62명···10년 동안 21건 화재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6시 27분경 구룡마을 4지구에 화재가 발생해 주택 60채가 전소됐다. 빈집도 있어 화재 피해를 입은 건 44가구였다. 주민 50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화재는 5시간 19분 만인 오전 11시 46분경 진화됐다.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거처를 잃은 주민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몇몇은 잠옷 차림으로 잿더미가 된 집터를 연신 뒤지기도 했다. 하지만 멀쩡하게 남은 가재도구가 거의 없다 보니그을린 가구와 옷들을 보며 허탈한 표정만 지었다.최초 신고자인 주민 신모 씨(71)는 “아침에 화장실에 있다가 형광등이 갑자기 깜빡거리는 걸 보고 불안해 나와 보니 옆집에서 불이 치솟고 있었다”라며 “내복만 입고 나온 뒤 주변 집 문을 두드려 주민들에게 알리고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새벽에 현장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집이 잿더미만 남아 있었다는 주민 육천일 씨(63)는 “순식간에 집이 없어져 황당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주민 지홍수 씨(73)도 “급하게 나오느라 가족들에게 줄 설날 선물이나 지갑을 하나도 챙겨오지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이날 소방 당국은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197명을 포함해 918명의 인력과 헬기 10대 등 장비 68대를 동원해 화재 진압 및 주민 대피에 나섰다.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 62명 중 57명은 강남구가 일주일 동안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한 인근 숙박시설로 향했고, 나머지 5명은 가족 및 지인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구룡마을에선 최근 10년 간 2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합판 등으로 지어진 판잣집들이 밀집해 있어 화재 피해가 잦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지난 여름 침수에 이어 화재까지”지난해 여름 폭우 피해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화재를 겪게 된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35년 동안 구룡마을에 거주했다는 장원식 씨(72)는 “지난해 8월 침수로 집이 잠겨 복구하느라 2주 넘게 진땀을 뺐다. 이번에 화재까지 당하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주민들은 화재 초기 소방대원들과 함께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불을 끄려 했으나 한파로 수도관이 얼어붙어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주민 김승한 씨(69)는 “소화전이 얼어붙어 작동하지 않다 보니 나중에 헬기가 와서야 불이 잡혔다”며 “물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최소한 옷가지라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소방 관계자는 “경찰과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초기 소화전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발화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날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강남구 등에 이재민 주거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조속한 피해 수습을 위해 특별교부세 5억 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의 18일 압수수색은 1995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창립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이뤄진 첫 압수수색이다. 과거 민노총에 대한 수사 당국의 압수수색은 2차례 있었는데 모두 총파업 등 불법 집회 및 시위를 벌인 혐의와 관련된 것이었다. 첫 압수수색은 법외노조였던 민노총이 정리해고제 도입 등에 반발하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진행했던 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1997년 1월 이뤄졌다. 1999년 민노총이 합법화된 이후에도 경찰 등은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제 집행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2001년 대우자동차가 1750여 명을 정리해고하면서 벌어졌던 총파업과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경찰은 불법 시위 혐의로 민노총 본부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았지만 실제로 집행하진 않았다. 두 번째 압수수색은 2015년 11월 이뤄졌다. 당시 서울경찰청은 민노총 본부 등 전국 8개 단체 사무실 12곳을 압수수색해 시위용품, 컴퓨터, 외장 하드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민중총궐기 집회 때 발생한 불법 폭력 시위의 사전모의 여부와 배후세력을 밝히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은 아니었지만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사무실에 강제 진입한 적도 있었다. 2013년 12월 경찰은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당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과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기동대 등 5000여 명을 동원해 민노총 본부 사무실에 강제 진입했지만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블랙아이스’ 이럴 때 주의를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44대 연쇄 추돌 사고 원인으로 경찰과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를 거론하고 있다. 블랙아이스는 갑자기 온도가 떨어지는 저녁이나 새벽 시간대 터널 등 도로 위 그늘진 구간에 주로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로가 미끄러울 경우 앞차와의 간격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어운전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충주에서 외할머니 49재를 모시고 가족들과 집에 오던 중 사고를 당했어요. 평소 시어머니도 잘 모시고 아이들에게도 늘 좋은 엄마였는데….” 구리포천고속도로 연쇄 추돌사고로 숨진 문모 씨(42·여)의 시삼촌 권모 씨(61)는 16일 경기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권 씨는 “운전을 했던 남편은 혼수상태인데 뇌사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며 “설을 앞두고 충주까지 동행했던 문 씨의 시어머니는 다리가 부러졌다. 일가족에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삼켰다. 차에 함께 타고 있던 두 딸과 막내아들은 타박상을 입었다. 문 씨가 탄 차량은 15일 오후 9시 15분경 구리포천고속도로 포천 방면에서 앞서 가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빙판길에 1차로에서 3차로로 미끄러지며 속도를 급격히 줄이자 이를 피하려다가 중앙분리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구리포천고속도로 축석령터널 인근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문 씨가 숨지고, 문 씨의 남편 등 3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28명이 경상을 당했다. 경찰은 도로 위에 얇게 얼어붙은 이른바 ‘블랙아이스’를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블랙아이스’에 차량 44대 연쇄 추돌 블랙아이스는 녹은 눈이나 비가 얼어붙으면서 도로가 빙판이 되는 현상이다. 매연과 함께 얼면서 검은색을 띠기 때문에 운전자가 식별하기 쉽지 않다. 사고 당일 오후 11시경 동아일보 기자가 방문한 사고 현장 인근 도로 곳곳에는 스케이트장 같은 빙판이 조성돼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블랙아이스가 생기기 쉬운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블랙아이스는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에 따라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장 안전조치 관계자는 “15일 오후 4시부터 제설 작업을 했지만 급격하게 온도가 떨어지면서 도로에 남아 있던 수증기와 눈이 얼어붙어 블랙아이스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블랙아이스는 저녁이나 새벽 등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터널과 야산 부근 등 그늘진 구간에 주로 발생한다”며 “이번 사고도 저녁 시간대 급격한 온도 저하로 터널 인근 도로 위 아스팔트 틈새에 녹은 물이 얼어붙어 차량이 미끄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맨 앞에서 미끄러진 SUV를 뒤따르던 차량 2대가 급하게 속도를 줄이다가 가드레일에 충돌했고, 뒤에서 주행하던 44대가 연쇄 추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사고 2시간 전인 오후 7시경 포천 어하터널 앞에서도 빙판길에 미끄러진 차량 14대가 연쇄 추돌해 3명이 경상을 입었다.● “빙판길 사고가 치사율 1.5배 높아” 블랙아이스 빙판길 사고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치사율이 높다. 도로교통공단이 2017∼2021년 교통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총 4932건의 빙판길 교통사고로 122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환산한 치사율은 빙판길 사고(2.5)가 일반 교통사고(1.6)의 1.5배나 됐다. 빙판길의 경우 제동거리가 길기 때문에 연쇄 추돌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2021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빙판길 제동거리 실험’에 따르면 빙판길 제동거리는 일반 도로에서보다 최대 7배나 길었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질 경우 운전자 스스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고 서행하는 ‘방어운전’에 힘써야 한다”며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거나 타이어의 마모 상태도 꾸준히 점검하는 게 좋다”고 했다.포천=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의정부=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충주에서 외할머니 49재를 모시고 가족들과 집에 오던 중 사고를 당했어요. 평소 시어머니도 잘 모시고 아이들에게도 늘 좋은 엄마였는데···.” 구리포천고속도로 연쇄 추돌사고로 숨진 문모 씨(42·여)의 시삼촌 권모 씨(61)는 16일 경기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권 씨는 “운전을 했던 남편도 혼수상태인데 뇌사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며 “설을 맞아 충주까지 동행했던 문 씨의 시어머니는 다리가 부러졌다. 일가족이 무슨 날벼락을 맞은 건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삼켰다. 차에 함께 타고 있던 두 딸과 막내아들도 타박상을 입었다. 문 씨가 탄 차량은 15일 오후 9시 15분경 구리포천고속도로 포천 방면에서 앞서 가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빙판길에 1차로에서 3차로로 미끄러지며 속도를 급격히 줄이자 이를 피하려다 중앙분리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구리포천고속도로 축석령터널 인근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문 씨가 숨지고, 문 씨의 남편 등 3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28명이 경상을 당했다. 경찰은 도로 위에 얇게 얼어붙은 이른바 ‘블랙아이스’를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블랙아이스’에 차량 44대 연쇄 추돌 블랙아이스는 녹은 눈이나 비가 얼어붙으면서 도로가 빙판이 되는 현상이다. 매연과 함께 얼면서 검은색을 띠기 때문에 운전자가 식별하기 쉽지 않다. 사고 당일 오후 11시경 동아일보 기자가 방문한 사고 현장 인근 도로 곳곳에는 스케이트장같은 빙판이 조성돼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블랙아이스가 발생하기 쉬운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블랙아이스는 통상적으로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에 따라 발생한다. 현장 안전조치 관계자는 “15일 오후 4시부터 제설작업을 실시했지만 급격하게 온도가 떨어지면서 도로에 남아있던 수증기와 눈이 얼어붙어 블랙아이스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블랙아이스는 저녁이나 새벽 등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터널과 야산 부근 등 그늘진 구간에 주로 발생한다”며 “이번 사고도 저녁시간대 급격한 온도저하로 터널 인근 도로 위 아스팔트 틈새에 녹은 물이 얼어붙으면서 차량이미끄러진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경찰은맨 앞에서 미끄러진 SUV를 뒤따르던 차량 2대가 급하게 속도를 줄이다가 가드레일에 충돌했고,뒤에서 주행하던 44대가 연쇄 추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빙판길 사고가 치사율 1.5배 높아” 블랙아이스 빙판길 사고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치사율이 높다. 도로교통공단이 2017~2021년 교통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총 4932건의 빙판길 교통사고로 122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환산한 치사율은 빙판길 사고(2.5)가 일반 교통사고(1.6)의 1.5배나 됐다. 빙판길의 경우 제동거리도 길기 때문에 연쇄 추돌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2021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빙판길 제동거리실험’에 따르면 빙판길 제동거리는 일반 도로에서보다 최대7배나 됐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질 경우 운전자 스스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고 서행하는 ‘방어운전’에 힘써야 한다”며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거나 타이어의 마모 상태도 꾸준히 점검하는 게 좋다”고 했다.포천=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의정부=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네팔에서 한국인 2명을 포함해 72명이 탑승한 항공기가 15일(현지 시간) 포카라 공항 인근에서 추락해 최소 68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한국인 남성 2명이 탑승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현지 대사관 직원을 사고 현장에 급파했다. 한국인 탑승자는 육군 상사인 유모 씨(45)와 아들(14)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팔 예티항공 소속 ATR72기는 이날 오전 10시 반경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포카라 공항으로 향하던 중 공항에서 약 1.5km 떨어진 협곡 근처에서 추락했다.네팔機 탑승 한국인 2명은 육군 상사 아버지와 14세 아들한국인 2명 탄 항공기 추락“포카라로 트레킹 가던 중 사고”이날 네팔 항공당국은 “사고 여객기에 승객 68명과 승무원 4명 등 총 72명이 탑승했다”며 “현재까지 68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네팔 항공청이 공개한 사망자 명단에는 둘 다 성이 유 씨인 한국인 남성 2명이 포함돼 있다. 네팔 현지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이 한국에서 카트만두로 들어온 후 트레킹을 위해 포카라로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며 “아버지 시신은 수습했지만 아들 시신은 아직 못 찾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탑승객 중 외국인은 한국인 2명을 포함해 인도인 5명, 러시아인 4명 등 15명이다. 어린이도 6명 타고 있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는 좌우로 흔들리며 공항 쪽으로 접근해 오다 갑자기 급강하했고, 폭발과 함께 거대한 화염이 솟구쳐 올랐다고 한다. 예티항공 대변인은 “추락 시점은 착륙 예정 시각으로부터 10∼20초 전”이라고 밝혔다. 가우라브 구룽 씨는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한 후 공중에서 격렬하게 흔들렸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사고 항공기가 주거지역 위로 불안정하게 저고도 비행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주민 아룬 타무 씨는 로이터통신에 “비행기가 추락과 동시에 두 동강이 났다. 절반은 산비탈에 있고 나머지 절반은 세티강의 협곡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추락한 여객기인 ATR72기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합작회사인 ATR가 생산한 쌍발 프로펠러를 장착한 기종으로, 제작된 지 15년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해발 8000m급 고봉 8곳이 있는 네팔에서는 항공기 사고가 빈번히 일어난다. 특히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등 고봉에서 불과 수십 km 떨어진 고지대여서 항공기가 여러 산 사이로 곡예하듯 비행해야 한다. 로이터통신은 1992년 카트만두에 접근하던 파키스탄항공의 에어버스 A300기가 추락해 탑승자 167명 전원이 사망한 이후 네팔에서 일어난 최악의 여객기 추락 참사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5월에도 네팔 타라에어 소속 소형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22명 전원이 사망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15일까지 강원 산간 지역에 최고 60㎝ 이상의 눈이 내리며 일부 주민들이 고립되고, 도로가 통제되는 등 폭설 피해가 이어졌다. 눈길 교통사고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40여 대 연쇄 추돌 기상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9시까지 강원 고성군 미시령에 60.1㎝, 향로봉 54.8㎝, 진부령에 39㎝의 눈이 내렸다. 속초시 설악동 적설량도 39.9㎝에 달했다. 이에 따라 설악산, 치악산, 오대산, 태백산 등 4개 국립공원 내 55개 탐방로의 출입이 통제됐다. 원주공항은 항공편이 전편 결항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낮 12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폭설로 강원 및 수도권 지역에선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15일 낮 12시 4분경 강원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 잼버리도로에선 차량 12대, 40여 명이 폭설에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고성군과 군부대 제설차가 긴급 투입돼 약 1시간 30분 만에 구조를 마쳤다. 눈길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까지 강원도에서만 총 10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14일 오후 7시 33분경 강릉시 옥계면 동해고속도로 속초 방향 강릉1터널에선 눈길에 7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다쳤다. 15일 오전 1시경 충북 옥천군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에서 1t 트럭이 제설차를 들이받는 등 4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4명이 경상을 입었다. 강원 홍천군 서석면과 양양군 강현면에선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원소방본부는 이날 35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22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9시 15분경에는 경기 포천시 구리포천고속도로 포천 방향에서 차량 수십 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도로 결빙으로 인해 차량 40대가량이 추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오후 11시 반 기준으로 40대 여성 1명이 사망했고 중상자(의식 없음) 3명, 경상자 14명이 발생했다.● 16일 강원은 폭설, 수도권은 한파 예고 15일 오후 귀경 차량이 몰리면서 서울∼양양 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에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면 만종 분기점 인근과 서울양양고속도로 양양 방면 등에서 접촉사고가 발생해 정체를 가중시켰다. 강원 및 경북 북동쪽 등 산지에는 여전히 대설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16일까지 눈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눈이 강약을 반복하면서 지역에 따라 시간당 2∼3㎝의 폭설이 쏟아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까지 누적 적설량은 강원 산지와 강원 북부 동해안이 20∼50cm(많은 곳 70㎝ 이상), 강원 중남부 동해안·경북 북동 산지가 10∼30cm(많은 곳 40cm 이상)로 예상된다. 고성과 태백 등 일부 지역 병설유치원은 16일 휴원 또는 자율 등원을 결정했다. 눈은 15일 오전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충북 북부, 경북 북부 지역 등에도 내렸지만 오후 들어 대부분 그쳤다. 오후 9시 기준으로 수도권 적설량은 경기 동두천시 3.7㎝, 광주시 2.7㎝, 이천시 2.4㎝, 서울 0.4㎝ 등이었다. 폭설에 이어 한파도 예고됐다. 서울과 경기, 강원 지역에는 15일 오후 6시를 기해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16일 아침기온은 서울 영하 8도, 강원 철원 영하 12도, 대전 영하 7도, 광주 영하 3도 등으로 예보됐다.고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대북 송금 등 쌍방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키맨’으로 꼽혀 온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17일 송환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재명 때문에 인생이 초토화됐는데 (이 대표와는) 전화통화도 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회장은 15일 보도된 K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태국에서 소송전에 돌입하는 대신 한국 송환을 결심한 이유로 “수사 환경이나 가족들 환경이 너무 안 좋아 제가 빨리 들어가 사실대로 밝히려는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친동생(김 모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 같고, 여동생 남편(김 모 자금본부장)은 태국 파타야 감옥에 있고 사촌형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은 저랑 같이 구속돼 집안이 완전히 초토화 됐다”고 했다. 검찰이 조사 중인 배임 혐의에 대해선 “배임 이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에 가서 해명할 건 해명하고 책임질 건 책임지겠다”고 했다. 또 “저는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건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8년경 김영철 당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의혹을 두고선 “당시에는 단둥과 심양에 한국 기업들이 많이 나가 있었다. 비즈니스를 하려고 (했던 것이고) 개인 돈을 준 거니 제 돈을 날린 거지 회삿돈 날린 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권 때는 남북관계가 좋았다, 누구도 이렇게까지 안 좋아질 거로 생각한 적 없다”고 했다. 다만 ‘개인 돈을 줬다고 해도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건 처벌받아야죠”라며 혐의를 인정했다.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해선 “만날만한 계기도 없고 만날만한 이유도 없는데 내가 그 사람을 왜 만나냐”며 만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싱가포르로 출국해 8개월 동안 도피하다 10일 태국의 한 골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1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국적기에 탑승하는 순간 체포해 조사한 뒤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

주말 서울 도심 곳곳에서 수도관이 파열돼 주민 약 340세대가 단수로 불편을 겪었다. 13일 오후 4시경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세검정로에 있는 한 아파트 인근에서 상수도관이 파열돼 약 300세대가 14일 반나절 동안 단수 피해를 입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당초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3일 오후 11시부터 14일 새벽 4시까지 단수한 뒤 복구 작업을 실시하려 했다. 하지만 강한 수압 탓에 작업에 어려움을 겪어 14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복구 작업을 실시했다. 이 시간 인근 주민들은 단수로 불편을 겪었다. 14일 오전 8시경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오거리 인근 동북선도시철도 공사현장에서도 상수도관 파열로 누수가 발생하며 일대 40세대에 수돗물이 끊겼다. 이날 오후 4시 넘어서야 복구 작업이 완료돼 인근 주민과 상인 등이 불편을 겪었다. 성동구청 근처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채영근 씨(51)는 “물이 나오지 않는 바람에 이미 받아뒀던 예약을 다 취소하고 점심 장사를 접었다”고 하소연했다.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급격한 기온 변화로 (상수도관) 이음새가 벌어지면서 파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더 적극적으로 시설을 점검해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손준영기자 hand@donga.com}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4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를 열었다. 보수·진보 단체도 주말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이어갔다. 시민추모제에 모인 유가족과 시민 500여 명(경찰 추산)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이 적힌 손팻말을 든 채 겨울비를 맞으며 “잊지 않겠다, 함께 하겠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전날(13일) 발표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 결과가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고 반발하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유가족 측은 이 자리에서 “참사 발생 100일을 맞아 다음달 4일 대규모 추모제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 도심에선 보수·진보단체의 집회와 행진으로 일부 차로가 통제되며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진보 성향 단체들로 구성된 민주시민촛불연대 회원 5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 집회를 열었다. 이에 맞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등 보수 단체 지지자 7000여 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이 대표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비슷한 시각 진보 성향인 촛불승리전환행동 4000여 명(경찰 추산)도 숭례문 일대에서 집회를 개최했지만 양측의 충돌은 없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