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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11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막판 협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임위 공익위원들이 ‘동결 이상∼10% 미만 인상’을 1차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에 반발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 4명이 회의에 불참했다가 밤늦게 복귀하는 등 진통을 거듭했다. 최임위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재개했다. 전날 10차 회의에서 최저임금(시급) 1차 수정안(노동계 9570원, 경영계 8185원)이 제시된 후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이날 내부 논의를 거쳐 1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공익위원들은 노동계에 한 자릿수 퍼센트 인상률을, 경영계에 동결 이상의 인상률을 2차 수정안으로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인상 구간을 0∼10% 미만으로 제시한 것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동결) 이상∼9185원(10% 인상) 미만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최저임금(7530원)은 전년보다 16.4%, 올해 최저임금(8350원)은 지난해보다 10.9% 올라 2년 새 29.1% 급등했다. 민노총 추천 위원 4명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반발하며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가 오후 9시 반부터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최임위 심의에서도 최종 표결에 불참했다. 민노총은 청사 인근에서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위원들을 복귀시키기로 결론을 내리는 한편 ‘최저임금 1만 원 쟁취’ 결의대회를 여는 등 ‘장외 압박’에도 나섰다. 민노총 추천 위원들의 복귀로 최임위 회의는 정상화됐지만 노사 양측의 내부 논의를 위해 30분 만에 정회한 뒤 오후 10시 반 재개됐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먼 길을 왔다. 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결정 시한은 15일이다. 최저임금법상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 이듬해 최저임금액을 고시한다. 행정절차를 감안하면 15일까지 결정해야 법적 효력을 갖는다. 공익위원이 제시한 중재구간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최종 금액을 제시하고 전체 위원 27명의 표결(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로 의결한다.세종=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 유성열 기자}
직원 1000명 이상인 대기업의 근로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인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조사하는 고용형태 공시제도에 따른 통계다. 경영계는 고용형태 공시가 기업의 인력 운용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1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도 고용형태 공시 결과’에 따르면 직원 1000인 이상 기업 815곳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40.3%로 300인 이상 기업 3454곳의 평균(38.5%)보다 1.8%포인트 높았다. 비정규직 가운데 간접고용 근로자 비율은 1000인 이상 기업(20.9%)이 300인 이상 기업 평균(18.1%)보다 2.8%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0인 이상 기업이 간접고용을 한 근로자의 주요 업무는 청소(408곳)가 가장 많았고, 경호·경비(313곳), 경영·행정·사무(194곳), 운전·운송(184곳) 순이었다. 이들 업무는 외주를 주거나 파견을 받는 기업이 많아 통계에서 간접고용으로 잡히고 있다. 2014년 7월 시행된 고용형태 공시제도는 비정규직 고용을 억제하기 위해 300인 이상 기업의 정규직 및 비정규직 현황을 전면 공개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1000인 이상 기업은 사업장별 고용형태와 간접고용 근로자의 주요 업무까지 공개해야 한다. 경영계는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고용형태 공시를 활용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경영상 필요에 따라 외주를 준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비정규직으로 분류하는 것은 기업의 인력 운용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실제 간접고용 근로자를 제외하면 1000인 이상 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19.4%로 떨어진다. 경영계 관계자는 “고용형태 공시제도는 세계 주요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이 9일 예고했던 총파업을 철회했다. 우려했던 ‘우편 대란’은 일어나지 않게 됐다. 이동호 위원장을 비롯한 우정노조 집행부는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집배원 과로사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고 파업을 하면 국민께 드리는 불편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이렇게 밝혔다. 우정노조는 정부가 제시한 △집배원 988명 증원(위탁 택배원 750명 포함) △농어촌 지역부터 주 5일 근무 시행 △우체국 예금 수익의 우편사업 집행 등을 수용했다. 그동안 우정노조는 토요일 집배 업무 폐지와 주 5일제 전면 시행, 집배원 2000명 증원 등을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100%의 결과는 아니지만 국민을 위해 현장에 복귀해서 최선을 다해 우편 서비스를 하겠다”며 “합의 사항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내년도 예산 심의에서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 노사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우정노조는 지난달 24일 재적 조합원 87.7%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한 뒤 이달 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이 결렬되면서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었다. 1958년 출범한 우정노조는 61년간 총파업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넉 달간 파행을 빚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4일 또 무산됐다. 경사노위는 3일 오후 3시 31분 “4일 5차 본위원회를 개최한다”고 공지했지만 오후 9시 54분 “위원 간 이견으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를 책임지는 대통령직속 경사노위의 의결기구가 6시간여 만에 전격 무산된 것이다. 경사노위는 이날 본위원회에서 버스운수산업위원회 등 5개 위원회를 신규로 설치하고 국민연금특별위원회 등 기존 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는 안건을 처리하려고 했다. 올해 2월 노사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안(3개월→6개월)도 안건 중 하나였다. 그러나 본위원회 위원 중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센터 소장 등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3명이 “본위원회는 참석하되 탄력근로제 확대안 표결에는 불참하겠다”고 경사노위에 통보했고 경사노위는 본위원회 자체를 연기했다. 경사노위법상 노동계위원의 과반수가 참석해야 표결할 수 있어서다. 총 5명으로 구성하려고 했던 노동계 위원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불참하면서 현재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과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등 4명이 참여하고 있다.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3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의결정족수에 미달돼 표결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들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2차 본위원회를 비롯해 3, 4, 5차 본위원회를 모두 무산시켰다. 17명의 본위원회가 탄력근로제 확대안을 표결하면 자신들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본위원회에 아예 불참해 표결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두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민노총이 이들을 압박해 경사노위의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총파업으로 노동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조직이 사회 소외계층 대표들을 겁박하고 회유해 사회적 대화를 무산시킨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며 민노총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사회적 대화란 노사정이 한 발씩 양보해 노동시장의 미래를 그려 나가는 작업이다. 노사정 대표가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한 것은 그것이 주 52시간제를 안착시키고 노동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이어서다.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3인은 더 이상 몸통을 흔들려고 하지 말고 사회적 대화의 진정한 의미부터 되새겨봐야 한다.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ryu@donga.com}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선 배경에는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이 주요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노동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가 던진 ‘비정규직 제로’ 약속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공공부문에서 더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2017년 5월 11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정부는 2020년까지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고 올해까지 17만7000명을 전환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정규직 전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 숫자에만 집착하고 내용은 부실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정규직 직접 고용 △무기계약직 전환 △자회사 정규직 고용 등 세 가지 방식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각 공공기관이 상황에 맞게 선택하도록 했다. 정부는 무기계약직과 자회사 고용도 정규직 전환의 일종이라고 판단하고 공식통계에서 정규직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직접 고용’이 아닌 무기계약직과 자회사 고용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반 정규직보다 처우가 낮은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이번 학교 비정규직 파업은 무기계약직에 대한 낮은 처우로 갈등이 불거진 대표적 사례다. 학교 비정규직은 2017년부터 무기계약직이 됐지만 임금은 9급 공무원의 69%(기본급 167만 원)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협상에서 9급 공무원 임금의 80% 수준이 되도록 기본급 6.24% 인상을 요구했다. 또 ‘교육공무직’을 법제화해 신분을 명확히 하고 교육공무원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같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비정규직과 전국 고용센터의 직업상담원도 무기계약직이지만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동참했다. 정부는 노동계의 이런 요구가 무리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은 엄연한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며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일단 고용 안정을 이룬 뒤 처우는 점진적으로 높이는 게 정부의 정책 방향인데 노동계가 성급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고용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자회사를 설립해 요금소 수납원 약 6500명을 고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직접 고용을 요구한 1400여 명을 1일 모두 해고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등도 자회사 고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과 민간 위탁을 맺은 민간회사 노조 112곳은 공공기관이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라고 요구하는 등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근로조건이나 직장문화 개선 등과 관련된 로드맵을 만들지 않았던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유성열 ryu@donga.com·전주영 기자·안동준 인턴기자 건국대 행정학과 4학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일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전국 초중고교의 급식과 돌봄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교육당국은 간편식과 도시락으로 급식을 대체하거나 오전 수업만 하고 점심 전에 귀가시키는 등의 임시방편적 조치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됐다. 2일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공립유치원을 포함해 3857개교(37.0%)에서 파업 첫날인 3일 급식이 중단될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3637곳은 대체급식을 제공하고 220곳은 단축수업을 할 예정이다. 경기지역에서는 전체 2260개교 가운데 1683곳(74.5%)에서 급식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급식이 중단된 학교 수와 참여율 모두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어 강원(464곳 급식 중단·72.0%), 세종(74곳·57.4%) 등도 3일 급식 중단 비율이 높은 지방자치단체로 꼽혔다. 서울은 공립유치원과 초중고교, 특수학교 1026곳 가운데 10.2% 수준인 105개교에서 급식이 중단된다. 77개교는 빵과 우유 등의 대체식을 제공하고 25개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싸 오도록 했다. 3개교는 오전 수업만 한다. 경남은 도내 공립학교의 28% 수준인 247곳에서 정상 급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북은 공립학교 769곳 중 159곳의 급식이 중단될 예정이다. 광주(132개교), 전남(200개교), 대구(47개교) 등에서도 급식에 차질을 빚는 학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일 교육당국은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측에 추가 교섭을 시도했지만 기본급 6.24% 인상을 요구하는 학비연대 측과 1.8% 인상안을 고수하는 교육당국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되지만 양측은 9일부터 이틀간 다시 협상하기로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학교 비정규직의 파업에 발맞춰 3∼5일 공공 부문 비정규직 10만여 명이 참여하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을 강행한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청소원,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영역에서 일하고 있어 파업의 여파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민노총의 요구는 △정규직의 80%까지 임금 인상 △비정규직 직접 고용 △노정 교섭의 틀 구축 등 세 가지다. 그러나 정부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규직 전환 역시 개별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과 ‘자회사 고용’ 중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민노총의 세 번째 요구(노정 교섭의 틀 구축)가 결국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는 각 지자체와 교육청, 공공기관이 각 노조와 개별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기획재정부 등 예산권을 쥔 정부 당국이 직접 교섭에 응하라는 게 민노총의 요구다. 정부가 ‘실질적 사용자’인 만큼 직접 협상에 나서라는 게 이번 파업의 핵심 주장인 셈이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민중당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 모범적인 사용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회 앞 폭력시위 등 강경 투쟁을 고집하고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민노총과의 직접 교섭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정부 관계자는 “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들어오면 노정 교섭도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김수연 sykim@donga.com·유성열·강동웅 기자}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이 28일 “정부는 촛불 정부라고 자임할 뿐 촛불정신을 실현할 능력도, 책임감도 없다”며 “한국 사회 대개혁을 염원하는 모든 세력과 폭넓게 연대해 촛불의 과제를 온전히 이루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석방 이틀째인 이날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열린 전국 단위사업장 비상대표자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3, 4월 국회에서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21일 구속됐다가 27일 법원의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김 위원장은 28일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민노총은 7월 3∼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과 같은 달 18일 전국 총파업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민노총은 결의문에서 “7·18 전국 총파업 투쟁은 문재인 정부와 노동탄압 공격을 산산이 깨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민노총 중요 간부와 단위사업장 대표자 등 800여 명이 참여해 현 정부에 대한 공세적 발언을 쏟아냈다. 민노총 산하 한 노조 간부는 “7월 총파업 타이틀을 ‘문재인 정권 퇴진’으로 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석방되면서 총파업 동력이 오히려 약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국내 기업들이 올해 신규 채용을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다. 고용노동부가 27일 내놓은 ‘상반기(1∼6월)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업체의 올해 2, 3분기(4∼9월) 신규 채용 계획 인원은 25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만4000)명보다 6만3000명(20.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부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27만7000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이 조사는 상용직(1년 이상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이 5명 이상인 사업체 3만2000곳을 대상으로 1년에 두 차례 진행한다. 300인 미만 사업체는 올해 2, 3분기 22만 명만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혀 지난해(28만1000명)보다 6만1000명(21.7%) 감소했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같은 기간 채용 계획 인원은 3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3000명)보다 2000명(6.1%) 줄어들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확대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자 대기업들까지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A 씨는 수습기간 한 선배로부터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꼬집히고 등짝을 맞았다. 하지만 A 씨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수습 기간 ‘태움’은 간호사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통과의례였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수습 간호사를 엄하게 교육하는 규율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2월부터 전국 종합병원 11곳을 근로감독 한 결과 이런 태움 문화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11개 병원 모두 이른바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 24일 고용부에 따르면 서울의 종합병원 4곳에서 일하는 간호사 13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환자들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의 인격 모독 △선배 간호사의 지속적인 폭언 등 간호사들의 태움 관행이 상당수 확인됐다. 또 병원 11곳 모두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공짜 노동’을 시켜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병원은 간호사들의 조기출근을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는 방법으로 263명의 연장근로수당 1억9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은 병원도 있었다. 11개 병원이 체불한 임금은 총 62억9100만 원에 달했다. 고용부는 11개 병원에서 37건을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 가운데 3건은 정식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이른바 ‘빅5’라 꼽히는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들은 이번에 근로감독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1차 감독 후 자율개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장만 이번 감독 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다음 달 1일부터 1인 사업자나 특수고용직(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 형태), 프리랜서로 일하는 여성도 아이를 낳으면 출산급여를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일하고 있으면서도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여성에게 월 50만 원씩 석 달간 출산급여 15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정부 예산 375억 원이 투입되며 올해 지원 규모는 약 2만5000명이다. 1인 사업자는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직원이나 동업자 없이 홀로 사업을 하고 있어야 한다. 다만 부동산임대사업자는 출산을 해도 임대소득이 계속 발생해 1인 사업자라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는 출산 전 18개월 중 3개월 이상 소득을 올린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이런 직종은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그동안 아이를 낳더라도 출산급여를 받지 못했다. 또 월 6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근로자, 공사 금액 2000만 원 미만인 공사장의 근로자 등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근로자도 아이를 낳으면 출산급여를 받게 된다. 유산 또는 사산한 경우도 임신 기간에 따라 차등해 출산급여를 지급한다. 출산급여 지원 희망자는 다음 달 1일부터 고용보험 웹사이트나 관할 고용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출산 후 30일(출산일 포함)이 지나면 신청이 가능하며 출산일로부터 1년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7월 1일부터 방송과 연구개발, 교육 서비스 등 21개 업종과 노선버스 업종 중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다만 당분간 주 52시간제를 지키지 못하더라도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이 면제된다. 이 업종들은 지금까지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이었던 만큼 주 52시간제를 안착시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전국기관장회의를 열고 “특례 제외 업종에 대한 선별적인 계도 기간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탄력근로(현행 최대 3개월), 재량근로, 선택근로 등 유연근로제를 도입하기 위해 노사 협의가 진행 중인 사업장은 올해 9월까지 처벌이 면제된다. 탄력근로란 작업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렸다 줄이면서 주 52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재량근로는 실제 일한 시간과 상관없이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선택근로는 근로자 스스로 일하는 시간을 조정하면서 법정근로시간을 맞추는 방식이다. 만약 탄력근로를 3개월 초과해 운영하려는 기업은 국회가 관련법을 개정하고 법이 시행될 때까지 형사 처벌을 면제받는다. 탄력근로의 운영 기간을 최대 6개월로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열리지 못하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다만 계도 기간을 부여받으려면 이달 말까지 관할 노동청에 주 52시간제 시행을 위한 ‘개선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노동당국이 계도 기간을 부여한 사업장은 근로감독이 면제되고, 근로시간을 위반하더라도 최장 6개월까지 시정 기간이 주어진다. 정부는 또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 금융전문직을 재량근로 직무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런 직무는 전문성이 높고 근로자가 재량껏 일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어 주 52시간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금융업계의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재 재량근로는 정부가 고시로 정한 기자와 프로듀서(PD), 연구원 등 일부 직무에만 도입할 수 있다. 요금 인상과 근무체계 개편, 신규 인력 채용을 추진 중인 노선버스 업종도 9월까지 계도 기간이 부여된다. 경기 등 일부 지역 버스 노조가 추가 파업을 경고하는 등 주 52시간제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한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이 장관은 “유연근로를 도입하려고 해도 적용 요건과 범위 등이 명확치 않아 활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많다”며 “재량근로 등 유연근로제와 관련한 세부 지침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적 정년(현행 만 60세) 연장은 시기상조라는 뜻을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은 다음 달 중 외교부에 비준을 의뢰하고, 하반기 정기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13일 ILO 제108차 총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용부 공동취재단과 인터뷰를 갖고 “정년 연장은 중장기 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아직 에코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와 청년 인구가 늘고 있어 청년 고용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앞으로 몇 년 더 지나야 (청년 실업난이) 해소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의 임금체계가 연공서열이 굉장히 강해서 (정년 연장을) 바로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년 연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건 아니고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측면에서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7월 외교부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의뢰한 뒤 법제처 심사를 거쳐 9월 정기국회 때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자기들이 일을 다 가져가겠다고 하면 우리는 숟가락이나 빨고 있으란 말입니까.” 지난달 10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 재건축 현장. 공사장 앞 식당에서 라면을 먹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조합원 A 씨가 주먹으로 식탁을 치며 말했다. A 씨와 동료 조합원 3명은 이날 일을 하기 위해 출근했지만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건설노조 조합원 50여 명이 “우리 조합원만 고용하라”며 출입게이트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끝내 공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A 씨 일행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민노총의 동향만 살피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국노총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새벽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 B 씨는 “우리 조합원도 같이 고용하라”고 요구하며 이 현장의 타워크레인을 기습 점거했다. 고공농성은 사흘간 이어졌고, 국회의원들까지 중재에 나서 “한국노총 조합원도 고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에야 B 씨는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양측의 갈등은 급기야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 4월 23일 양대 노총 조합원 1000여 명이 집회를 열어 12시간 가까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나 한 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달 9일엔 두 노조가 소화기를 뿌리며 충돌해 13명이 다쳤다. 이 현장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사 현장 곳곳은 최근 두 노조의 ‘일자리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건설현장은 ‘노조 천국’ 양대 노총이 폭력까지 서슴지 않으며 싸우는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다. 현 정부 들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이 줄면서 지난해 7∼9월 전년 동기 대비 건설투자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6.7%)를 기록했다. 올해 1∼3월(―0.8%) 증가율 역시 마이너스다. 건설 투자가 줄어들자 건설 일자리도 줄었다. 건설업 취업자는 올해 1월과 2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만9000명, 3000명 감소했다. 3월엔 반짝 상승했지만 4월엔 취업자가 다시 지난해보다 3만 명 줄었다. 일감이 줄어드니 일자리를 사수한다는 명목으로 공사 방해도 서슴지 않는 ‘일자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노총 건설노조는 아예 자신들의 조합원만 채용하는 단체협약을 맺자고 건설업체들을 압박한다. 특정 노조의 조합원만 채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건설노조는 막무가내로 이를 요구한다. 만약 건설사가 이를 거부하면 현장마다 집회를 열고 공사를 방해한다. 출입문을 막고 자기 소속이 아닌 근로자의 출입을 막는가 하면, 합법적 체류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신분증을 검사한다. 건설노조의 이런 압박에 ‘약자’인 건설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단협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실제 타워크레인조합은 2017년 건설노조와 이런 단협을 맺었다가 이사장 한모 씨가 노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 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한 씨가 특정 노조 조합원만 채용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작 단협의 또 다른 당사자인 건설노조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현행 노조법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 인정하고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아서다. 결국 형사처벌에서 자유로운 건설노조가 이런 불법 단협을 체결하라고 사측에 계속 강요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건설노조와 같은 내용의 단협을 체결한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민노총이 다른 건 몰라도 조합원 채용만큼은 끝까지 사수하려고 한다”며 “전국 어디든 붉은 띠를 두른 노조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위기에 양대 노총 ‘공동 투쟁’도 벼랑 끝 전쟁을 벌이던 양대 노총이 최근 돌연 손을 잡은 적도 있다.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는 전국 건설현장의 대형 타워크레인 2500여 대를 점거하며 이틀간 파업을 벌였다. 표면상으로는 임금협상 결렬이 이유였지만, 핵심 갈등은 소형 타워크레인이었다. 소형 타워크레인이 안전사고가 잦으니 아예 쓰지 못하게 해달라는 게 양대 노총의 주장이다. 그러나 두 노조 조합원은 대부분 대형 크레인 기사인 반면 소형 크레인은 비노조원이 많다. 건설업계가 소형 타워크레인을 많이 쓸수록 양대 노총 조합원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구조다. 전쟁을 벌이던 양대 노총이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위협받자 ‘휴전’을 선언하고 손을 맞잡은 것이다. 양대 노총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소형 크레인의 안전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에야 5일 파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향후 구성될 협의체의 협상 결과에 따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양대 노총이 국토부와의 합의를 ‘잠정 합의’라고 표현한 것 역시 향후 언제든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뒷짐 지고 눈치 보는 정부 전국의 공사 현장이 이렇게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노조법상 위법 단협을 맺은 노조를 부당노동행위로는 처벌할 수 없어도 시정명령 불응(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는 처벌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건설노조가 타워크레인조합과 맺은 단협에 대해 지난해 10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노조는 여태껏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고, 고용부는 추가 조치 없이 관망하는 상황이다. 건설노조의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채용절차법 개정안이 7월 17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채용 강요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 채용절차법에 따르면 위법하게 채용을 청탁하거나 압력을 넣고, 강요할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처벌 수위가 너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불법 외국인 고용 규탄 집회’,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등 다른 구실로 집회를 열어 공사를 방해하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정부가 제재를 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설업계에서는 노사갈등에 적극 개입하지 않고 노동계 눈치만 보는 정부에 대한 불신도 크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고용부는 물론이고 경찰도 노조의 눈치만 보고 불법행위를 관리하지 않는데, 법이 새로 생기면 뭐 하겠느냐”고 말했다.○ 하도급 구조에 하청업체 큰 피해 건설업계 특유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갈등 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현장 한 곳에는 원청 건설사와 함께 골조, 건축, 설비 등 각 분야 공사를 맡는 수십 개의 협력업체가 들어간다. 타워크레인도 대형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으면 근로자는 임대업체와 근로계약을 맺는 구조로 돼 있다. 엄밀히 따지면 원청과 근로자는 아무 관계가 없고, 하청업체와 근로자만 근로계약 관계를 갖는다. 그럼에도 노조는 사실상 공사현장의 전권을 쥔 원청을 찾아가 집회를 벌인다. 이에 원청 건설사들은 “하청업체와 노조의 일이라 우리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업체가 떠맡는다. 서울 지역의 한 아파트공사 하청업체 관계자는 “원청 입장에서도 현장이 시끄러워지면 곤란하니까 상황을 얼른 해결하라고 우리를 압박한다”며 “노조가 집회비용을 주면 집회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1억여 원을 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 탓에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비조합원 근로자들 역시 하청업체와 같은 피해자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노조의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야 하청업체와 비조합원 근로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상 고용부로서도 별다른 수단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노조의 불법행위는 사법당국이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채용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ryu@donga.com}

“자기들이 일을 다 가져가겠다고 하면 우리는 숟가락이나 빨고 있으란 말입니까.” 지난달 10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재건축 현장. 공사장 앞 식당에서 라면을 먹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조합원 A 씨가 주먹으로 식탁을 치며 말했다. A 씨와 동료 조합원 3명은 이날 일을 하기 위해 출근했지만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건설노조 조합원 50여 명이 “우리 조합원만 고용하라”며 출입게이트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끝내 공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A 씨 일행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민노총의 동향만 살피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국노총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새벽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 B 씨는 “우리 조합원도 같이 고용하라”고 요구하며 이 현장의 타워크레인을 기습 점거했다. 고공농성은 사흘간 이어졌고, 국회의원들까지 중재에 나서 “한국노총 조합원도 고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에야 B 씨는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양측의 갈등은 급기야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 4월 23일 양대 노총 조합원 1000여명이 집회를 열어 12시간 가까이 대치하는 과정에서서 몸싸움이 일어나 한 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달 9일엔 두 노조가 소화기를 뿌리며 충돌해 13명이 다쳤다. 이 현장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사 현장 곳곳은 최근 두 노조의 ‘일자리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건설현장은 ‘노조 천국’ 양대 노총이 폭력까지 서슴지 않으며 싸우는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다. 현 정부 들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이 줄면서 지난해 7~9월 전년 대비 건설투자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6.7%)를 기록했다. 올해 1~3월(―0.8%) 증가율 역시 마이너스다. 건설 투자가 줄어들자 건설 일자리도 줄었다. 건설업 취업자는 올해 1월과 2월 전년 동월대비 각각 1만 9000명, 3000명 감소했다. 3월엔 반짝 상승했지만 4월엔 취업자가 다시 지난해보다 3만 명 줄었다. 일감이 줄어드니 일자리를 사수한다는 명목으로 공사 방해도 서슴지 않는 ‘일자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노총 건설노조는 아예 자신들의 조합원만 채용하는 단체협약을 맺자고 건설업체들을 압박한다. 특정 노조의 조합원만 채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건설노조는 막무가내로 이를 요구한다. 만약 건설사가 이를 거부하면 현장마다 집회를 열고 공사를 방해한다. 출입문을 막고 자기 소속이 아닌 근로자의 출입을 막는가하면, 합법적 체류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신분증을 검사한다. 건설노조의 이런 압박에 ‘약자’인 건설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단협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실제 타워크레인조합은 2017년 건설노조와 이런 단협을 맺었다가 이사장 한모 씨가 노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 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한 씨가 특정 노조 조합원만 채용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작 단협의 또 다른 당사자인 건설노조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현행 노조법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 인정하고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아서다. 결국 형사처벌에서 자유로워진 건설노조가 이런 불법 단협을 체결하라고 사측에 계속 강요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건설노조와 같은 내용의 단협을 체결한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민노총이 다른 건 몰라도 조합원 채용만큼은 끝까지 사수하려고 한다”며 “전국 어디든 붉은 띠를 두른 노조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위기에 양대 노총 ‘공동 투쟁’도 벼랑 끝 전쟁을 벌이던 양대 노총이 최근 돌연 손을 잡은 적도 있다.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는 전국 건설현장의 2500여 대 대형 타워크레인을 점거하며 이틀 간 파업을 벌였다. 표면상으로는 임금협상 결렬이 이유였지만, 핵심 갈등은 소형 타워크레인이었다. 소형 타워크레인이 안전사고가 잦으니 아예 쓰지 못하게 해달라는 게 양대 노총의 주장이다. 그러나 두 노조 조합원은 대부분 대형크레인 기사인 반면 소형크레인은 비노조원이 많다. 건설업계가 소형타워크레인을 많이 쓸수록 양대 노총 조합원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구조다. 전쟁을 벌이던 양대 노총이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위협받자 ‘휴전’을 선언하고 손을 맞잡은 것이다. 양대 노총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소형크레인의 안전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에야 5일 파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향후 구성될 협의체의 협상 결과에 따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양대 노총이 국토부와의 합의를 ‘잠정 합의’라고 표현한 것 역시 향후 언제든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뒷짐만 지고 눈치만 보는 정부 전국의 공사 현장이 이렇게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노조법상 위법 단협을 맺은 노조를 부당노동행위로는 처벌할 수 없어도 시정명령 불응(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는 처벌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건설노조가 타워크레인조합과 맺은 단협에 대해 지난해 10월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노조는 여태껏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고, 고용부는 추가 조치 없이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노조의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채용절차법 개정안이 7월 17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채용 강요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 채용절차법에 따르면 위법하게 채용을 청탁하거나 압력을 넣고, 강요할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처벌 수위가 너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불법 외국인 고용 규탄 집회’,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등 다른 구실로 집회를 열어 공사를 방해하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정부가 제재를 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설업계에서는 노사갈등에 적극 개입하지 않고 노동계 눈치만 보는 정부에 대한 불신도 크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고용부는 물론이고 경찰도 노조의 눈치만 보고 불법행위를 관리하지 않는데, 법이 새로 생기면 뭐하겠느냐”고 말했다.● 하도급 구조에 하청업체 큰 피해 건설업계 특유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갈등 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현장 한 곳에는 원청 건설사와 함께 골조, 건축, 설비 등 각 분야 공사를 도맡는 수십 개의 협력업체가 들어간다. 타워크레인도 대형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으면 근로자는 임대업체와 근로계약을 맺는 구조로 돼 있다. 엄밀히 따지면 원청과 근로자는 아무 관계가 없고, 하청업체와 근로자만 근로계약관계를 갖는다. 그럼에도 노조는 사실상 공사현장의 전권을 쥔 원청을 찾아가 집회를 벌인다. 이에 원청 건설사들은 “하청업체와 노조의 일이라 우리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업체가 떠맡는다. 서울 지역의 한 아파트공사 하청업체 관계자는 “원청 입장에서도 현장이 시끄러워지면 곤란하니까 상황을 얼른 해결하라고 우리를 압박한다”며 “노조가 집회비용을 주면 집회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1억여 원을 준적도 있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 때문에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비조합원 근로자들 역시 하청업체와 같은 피해자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노조의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해야 하청업체와 비조합원 근로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상 고용부로서도 별다른 수단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노조의 불법행위는 사법당국이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채용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고용안전망은 실업급여가 유일하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자 가운데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근로자만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의 재원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납부한 고용보험료(고용보험기금)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와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등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일종의 사회보험인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들만 고용안전망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취업자 2700만 명 가운데 고용보험 미가입 취업자는 자영업자(547만 명)와 특수고용직(50만6000명)을 포함해 1200만 명에 이른다. 2명 중 1명꼴로 고용안전망 밖에 있는 탓에 실직하면 바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라는 ‘한국형 실업부조’를 통해 고용보험 미가입자도 고용안전망 안으로 흡수할 방침이다. 반쪽짜리인 현재의 고용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만들겠다는 취지다.○ 고용보험 미가입자도 구직수당 받는다 한국형 실업부조의 핵심인 구직촉진수당은 만 18∼64세 구직자 가운데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이면서 최근 2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으면 받을 수 있다. 재산 기준은 최대 6억 원 이내에서 정부가 시행령으로 정할 계획이다. 수당은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지급되며 취업에 성공하면 150만 원의 성공수당을 지급한다. 연간 총액(300만 원) 내에서 1년 동안 나눠 받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 계획대로 내년 7월부터 시행되면 일단 20만 명이 지급 대상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한 경험의 ‘기간’을 시행령으로 정해야 하는데 ‘6개월’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래 중위소득 60% 이하까지 수당을 주려 했다. 하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올해 3월 한국형 실업부조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도출하면서 중위소득 50% 이하만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만큼 지원 대상을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원 대상을 2022년까지 중위소득 60% 이하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원 규모도 연간 50만 명으로 늘어난다. 소득과 재산 기준이 충족되더라도 최근 2년간 일한 경험이 없다면 정부 심사를 통과해야 실업부조를 받을 수 있다. 소득이 적고, 실직 기간이 길고, 정부 지원을 적게 받은 구직자를 우선 선발해 지원한다. 특히 청년층(만 18∼34세)은 한시적으로 중위소득 120%까지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것에 따른 한시적(3년 유력) 특례다. 다만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중위소득 30% 이하)와 실업급여 수급자(고용보험 가입자)는 요건을 갖췄더라도 실업부조를 받을 수 없다. 즉, 고용보험 미가입 구직자 중 가구의 중위소득이 30% 이하면 생계급여를, 30% 초과 50% 이하면 실업부조를 받게 되는 셈이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실직하면 현재와 같이 실업급여만 지급되고, 취업성공패키지(정부의 취업지원 서비스)와 청년수당은 모두 실업부조 제도로 통합된다.○ 구직활동 안 하면 지급 중단 그렇다고 ‘구직 의사’가 없는 사람까지 실업부조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업부조를 받으려면 먼저 지방고용센터의 전문가와 논의해 취업활동계획을 세워야 한다. 진로 상담과 직업심리검사도 받아야 하고 고용센터가 제공하는 각종 취업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야 한다. 실업부조는 이런 단계를 거쳐 구직활동을 성실히 이행하는 구직자에게만 지급한다. 실업부조를 받기 시작한 뒤 구직활동을 게을리 하면 수당 지급은 정지된다. 정부는 실업부조 지급이 중단된 횟수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아예 수급자격을 박탈할 계획이다. 또 구직활동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거짓으로 수당을 탄 부정수급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미 받은 수당은 모두 반환해야 하고 5년 동안 정부의 취업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국형 실업부조는 선진국이 운영하는 제도의 장점을 ‘한국적으로’ 섞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독일 영국 호주 등은 실업부조를 말 그대로 ‘공적 부조’로 운영한다. 별다른 요건 없이도 실직 상태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기간에 제한 없이 전일제 근로자 평균 임금의 10∼17%(임금대체율)를 계속 지급한다. 반면 스웨덴 핀란드 스페인 등은 취업 경험이 있어야 하는 대신 임금대체율이 18∼24%로 높은 편이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임금대체율을 15.2∼20.4% 정도에 맞추고 지급 기간을 6개월로 제한하되 취업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일부만 선발해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선진국보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만큼 지원 대상을 넓히되 요건을 엄격히 해 취업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한국형 실업부조가 도입되면 빈곤층이 36만 명가량 감소하고 빈곤층 취업률이 16.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되면 1995년 고용보험 제도가 시행된 이후 20여 년 만에 고용안전망 제도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르면 내년 7월부터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구직자 20만 명이 월 50만 원씩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받게 된다. 1995년 시행된 고용보험 제도에 이어 고용안전망이 완결되는 의미가 있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국민취업지원제도(한국형 실업부조) 추진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를 거쳐 관련법을 입법예고했다. 올해 정기국회 때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는 게 목표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대리운전 기사 등), 미취업 청년 등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구직자에게 구직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구직수당을 받으려면 만 18∼64세 구직자 중 중위소득(올해 4인 가구 기준 461만3536원)의 50% 이하이고, 과거 2년간 일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또 취업 경험이 없는 구직자와 중위소득 50∼120%에 속하는 청년층(만 18∼34세)도 정부 심사를 통과하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정한 취업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고 수당을 받는 동안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 지급이 중단된다. 정부는 실업부조의 소득 기준을 2022년까지 중위소득의 60% 이하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경우 수급 인원이 50만 명으로 늘어나 매년 1조2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실업부조는 고용보험기금이 재원인 실업급여와 달리 당장 내년에 5040억 원이 들어가는 등 전액 정부 예산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현금 복지’만 고집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유성열 ryu@donga.com·박은서 기자}

이르면 내년 7월부터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구직자 20만 명이 월 50만 원씩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받게 된다. 1995년 시행된 고용보험 제도에 이어 고용안전망이 완결되는 의미가 있다. 다만 당장 내년에 5040억 원이 들어가는 재원은 전액 국민 세금으로 충당할 계획이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국민취업지원제도(한국형 실업부조) 추진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를 거쳐 관련법을 입법예고했다. 올해 정기국회 때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는 게 목표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대리운전 기사 등), 미취업 청년, 경력단절여성 등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구직자에게 취업지원서비스와 함께 구직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고용보험 가입자만 보호하는 실업급여 제도에다 실업부조를 추가해 고용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실업부조 지원 대상은 만 18~64세 구직자 중 중위소득(올해 4인 가구 기준 461만3536원)의 50% 이하이고, 신청일 기준으로 과거 2년간 일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취업에 성공하면 근속기간에 따라 최대 150만 원의 성공수당을 지급한다. 또 취업 경험이 없는 구직자와 중위소득 50~120%에 속하는 청년층(만 18~34세)도 정부 심사를 통과하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정한 취업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또 수당을 받는 동안 구직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지급이 중단된다. 부정수급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중위소득의 50~60% 수준에 해당하는 구직자와, 중위소득의 120% 이상인 청년은 구직수당 대신 구직활동비만 일부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실업부조의 소득 기준을 2022년까지 중위소득의 60% 이하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경우 수급 인원이 50만 명으로 늘어나 매년 1조2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실업부조는 고용보험기금이 재원인 실업급여와 달리 정부 예산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현금 복지’만 고집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박은서기자 clue@donga.com}
정부는 현대중공업(현중)의 법인 분할을 막겠다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현중 지부가 벌이는 파업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노조가 부분파업을 시작한 지 14일 만이다. 법원은 현중의 31일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주총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 대한 노조의 무단 점거를 해제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노조는 철야농성에 들어가 전운이 감돌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0일 “현중 노조의 파업은 목적과 절차 모두 불법”이라며 “사측이 노조를 형사 고소한 만큼 검경 수사를 통해 형사처벌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법상 쟁의행위는 임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 등 ‘근로조건 향상’을 관철시키려는 목적으로만 허용돼 경영권 개입 목적의 파업은 불법이다. 특히 현중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중 노조는 16일부터 부분파업을 벌이다가 28일부터 전면파업으로 전환했다. 다만 정부는 ‘엄정 대응’ 같은 별도의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사측은 노조의 불법 파업과 한마음회관 점거, 보안요원 폭행 등을 이유로 노조 지도부 60여 명을 업무방해와 상해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30일 울산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서경희)는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낸 부동산명도단행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노조가 회관을 적법하게 점유할 권한이나 근거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현중 노조와 전국에서 모인 금속노조 조합원 등 1만여 명(주최 측 주장)은 30일 오후 5시부터 한마음회관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31일까지 철야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전날 삭발한 송철호 울산시장은 “현중이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에 두겠다고 밝히면 노사 충돌을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유성열 ryu@donga.com / 울산=정재락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키를 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8명이 24일 새로 위촉됐다. 중도, 보수 성향 전문가들이 대거 위촉되면서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1대 최저임금위 27명 가운데 공익위원 8명, 사용자위원 2명, 근로자위원 1명을 이날 새로 위촉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며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갖게 된다. 새로 위촉된 공익위원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이승열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인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등 8명이다. 사회학 전공자들이 많았던 전임 공익위원들과 달리 새 공익위원들은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많이 포함돼 비교적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중도와 보수 성향 전문가도 위촉되면서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다. 최저임금위원장에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 위원장인 박준식 한림대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게 대화를 통해 최선의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사용자위원 중 2명은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와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으로 교체됐고, 근로자위원 중 김만재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임기 만료로 재위촉됐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용노동부가 22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4개 중 3개에 대한 비준동의안과 관련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야당과 경영계는 “정부가 선(先)입법, 후(後)비준 약속을 뒤집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제는 정부가 책임지고 비준과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그러나 23일 한 노동계 인사는 “국회로 모든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라며 “완벽한 출구전략”이라고 촌평했다. 이 인사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렇다.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노동계는 대통령 권한으로 협약부터 비준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정부는 경사노위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국회가 관련법을 개정하면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밝혀왔다. ‘선입법, 후비준’ 구상이다. 한데 문제가 생겼다. 정부와 국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자 올해부터 산입범위(최저임금 산정에 들어가는 임금의 항목)를 넓혔다. 주 52시간제의 부작용은 탄력근로제 확대로 보완하려고 했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에는 두 차례 총파업을 벌였다. 노동 친화 정부의 노정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게 된 것이다. 약속을 지키라는 노동계의 압박에 코너로 몰린 정부는 결국 비준과 법 개정 ‘동시 추진’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초 방침대로 법부터 바꾸자니 노동계 반발이 거세질 게 뻔하고, 국회 동의 없이 비준부터 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는 데다 경영계 반발이 우려돼 정부 나름의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마침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은 지난달 15일 경영계가 요구한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등을 받아들이지 않고, 노조 권리만 대폭 확대하는 비준 권고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23일 “권고안을 토대로 비준동의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결국 정부로서는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노동계에 ‘성의’를 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관련법 개정을 동시에 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경영계의 우려도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 하지만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비준동의안과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절충안이 아니라 국회로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의 출구전략이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정부로서는 명분만큼은 확실히 챙기는 ‘묘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책임 있는 정부라면 이제부터라도 노사를 끝까지 설득해 ‘합의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출구전략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공정한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정공법이다.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