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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예금 전액 보장을 외치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 차단에 나섰지만 13일(현지 시간) 미 뉴욕 증시에서 지역 중소형 은행 주가가 급락했고 추가로 파산하는 은행이 나올 것이란 불안이 여전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3, 14일 양일간 세계 금융주의 시가총액이 4650억 달러(약 607조 원) 증발했다. 2020년 세계은행 기준 태국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미국발(發) 금융리스크 우려로 14일 국내 주식시장은 2% 넘게 추락하며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증시 개장 직전 연설에서 “미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했지만 투자자의 공포심을 잠재우진 못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기반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애리조나주 피닉스 기반인 웨스턴얼라이언스의 주가는 이날 각각 61.8%, 47.1% 급락했다. 이날 오전 은행주 12곳의 거래도 일시 중단됐다. 전날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담보물만 있다면 1년간 사실상 무제한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SVB, 시그니처은행 등 은행 두 곳이 문을 닫은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14일 아시아 증시도 이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코스피는 전날보다 2.56% 떨어진 2,348.97에 마쳐 아시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지난해 9월 2일(―3.02%) 이후 최대 낙폭이다. 외국인이 약 6400억 원의 주식을 매도하며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코스닥 지수 또한 3.91% 폭락한 758.05에 마감했다. 이는 대표적 안전 자산으로 꼽혔던 미 국채의 잠재적 위험성이 현실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 채권 가격 급락으로 실현되지 않은 장부상 손실만 6200억 달러(약 810조 원)에 이른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연준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노무라증권 등은 연준이 21, 22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세계 금융계 전반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美 중소은행들 주가 반토막… 코스피, 올해 최대폭 2.56% 급락 추가파산 공포, 금융시장 강타美국채금리, 36년만에 최대폭 하락… 日-대만-홍콩 증시도 일제히 출렁지역 기반 은행들 환경변화 취약… 무디스, 시그니처은행 등급 강등 “워싱턴뮤추얼(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은행)도, FTX(지난해 11월 파산한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도 파산 직전까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마불사’ 은행으로 갈아타는 것이 답인가.” 미국의 지역 기반 중소형 은행 예금주들은 1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등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에 동참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12일 시그니처은행 등이 잇따라 파산하고 13일 뉴욕 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지역 은행주 또한 급락하자 예금주와 주주들 사이에 급속도로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3일 증시 개장 직전 대국민 연설을 통해 “SVB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세운 SVB의 ‘가교은행(브리지 뱅크)’도 영업을 시작했다. SVB의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은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에서 일단 벗어났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다음 파산 은행은 어디일까’라는 위기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틈새 공략’ 중소銀, 환경 변화에 취약13일 뉴욕 증시에서 지역 기반 중소형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61.9%), 웨스턴얼라이언스(―47.1%), 지온스(―25.72%)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각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애리조나주 피닉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를 기반으로 한다. 이 은행들은 특수 영역에서 틈새시장을 찾는 방식으로 영업해 왔다. SVB도 테크 산업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베이에어리어 일대 포도주 회사들과 끈끈한 거래를 유지해 왔다. 지난주 뱅크런 우려 속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JP모건으로부터 7억 달러(약 9151억 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받은 퍼스트리퍼블릭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대부호 고객 위주의 영업으로 유명하다. 고급주택 담보대출 비중도 높다. 고객이 특정 그룹에 편중되다 보니 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 거시 환경 변화에는 취약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급증한 예금을 관리할 만한 경영진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위터에 “SVB는 현금(예금)을 쌓아놓고도 전문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어디에서 수익을 내야 할지 몰라 미 국채를 과도하게 매입했다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진단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3일 시그니처은행의 투자등급을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등급인 ‘C’로 부여했다. 퍼스트리퍼블릭 등 5개 미 지역 은행에 대한 등급 강등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추가 파산 없이 48시간 지나야 진정될 것”고객 예금 보증으로 당장의 불안은 잠재웠지만 미 중소형 은행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고객들은 중소형 은행에서 돈을 빼 대형 은행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엘리슨 헤네시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통신에 “이런 상황이 계속 확대되면 중소형 은행에서 유동성이 고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위기가 미 최대 온라인 증권거래업체 ‘찰스슈워브’ 등 장기 채권 보유량이 많은 대형 금융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찰스슈워브 주가 또한 11.6% 하락했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로크 수석시장전략가는 CNN에 “추가 파산 없이 48시간까지 버텨야 현재 가장 큰 문제인 ‘신뢰의 위기’가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VB 사태의 여진은 14일 아시아 증시도 덮쳤다. 1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56% 하락한 2,348.97로 마쳤다.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시장은 더 큰 타격을 입어 전날보다 3.91% 떨어진 758.05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역시 2.19% 떨어졌다. 대만과 홍콩 증시도 1%대 하락했다. 지역 은행을 위기로 몰아넣은 국채 금리는 위기 확산에 크게 흔들렸다. 13일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 완화 전망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장중 한때 약 0.50%포인트 하락해 4%대 밑으로 떨어졌다. 1987년 미 증시 급락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이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잇단 긴급 폐쇄 조치로 미국 금융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기준금리 인상 경로와 수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준은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지속할 것인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트라우마를 진정시킬 것인지 갈림길에 섰다. 14일(현지 시간) 노무라증권은 “다가오는 금융 안정성 위험에 대해 연준이 21, 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견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예측하던 노무라가 동결도 아닌 인하를 전망한 것이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금리 동결”을 예측했다. SVB 파산이 촉발한 미 은행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의 혼란으로 번져 금융 불안전성을 키울 확률이 높다고 노무라는 내다봤다. 물가 안정만큼 중요한 중앙은행의 정책 과제인 금융 안정을 위해 연준이 고강도 긴축 경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다음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여전히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리 선물 거래로 연준 통화정책 향방을 예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한국 시간 14일 오후 4시 현재 시장은 3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우세하게 보는 가운데 동결 가능성도 49.8%까지 올렸다. 연준은 1년간 누적된 고강도 긴축의 피로 속에 연내 금리를 인하하는 ‘피벗(정책 전환)’에 나설 것인지 어려운 결정 앞에 서게 됐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2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6.0%로 시장 예상치(6.0%)에 부합했지만 여전히 근원 서비스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로는 시장 예상치 0.5%에 부합했지만 지난해 12월보다 높은 수치다.미국 노동부는 14일(현지 시간) 2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0%로, 1월의 6.4%에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둔화세를 보인 것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지난해 11월(―1.4%), 12월(―3.1%) 연속으로 내려가던 에너지 물가는 1월에 2.0%로 올랐다가 2월에 다시 0.6% 하락으로 돌아섰다.노동부는 “전년대비 8.1% 상승한 주거비가 2월 CPI 상승을 이끌었다”며 “주거비가 전체 상승분의 70%를 차지한 가운데 식료품, 레저, 가구류 등도 상승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5%로 시장 예상치(0.4%)를 상회한데다 1월(0.4%) 보다도 올랐다. 전년 대비 근원 물가 상승률은 5.5%로 1월에서 0.1%포인트만 내려갔다. 근원 물가는 여전히 높은 더디게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연준이 3월 21, 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릴 결정에 관심이 주목된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잇단 긴급 폐쇄 조치로 미국 금융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금융 안전성 사이의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 노무라 증권은 금리 인하, 골드만삭스는 금리 동결에 베팅한 가운데 시장은 2월 CPI 발표 이후 베이비스텝(0.25%)로 기우는 모양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월 CPI 발표 직후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전날 65%에서 83.4%까지 끌어 올렸다. 전날 60% 이상 폭락했던 퍼스트 리퍼블릭 등 지역 은행주들은 뉴욕증시 개장 전 시간외 거래에서 50%이상 급등하는 등 ‘은행 줄파산’ 공포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은행주 랠리에 힘입어 뉴욕증시 3대 지수 선물도 일제히 1% 안팠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준이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선택지가 사라졌다는 관측이 우세하자 비트코인은 이날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2만6000달러를 넘어섰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워싱턴뮤추얼(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은행)도, FTX(지난해 11월 파산한 미 가상화폐 거래소)도 파산 직전까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은행으로 갈아타는 것이 답인가.” 미국의 지역 기반 중소형 은행 예금주들은 1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등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에 동참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12일 시그니처은행 등이 잇따라 파산하고 13일 뉴욕 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지역 은행주 또한 급락하자 예금주와 주주들 사이 급속도로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3일 증시 개장 직전 대국민 연설을 통해 “SVB 은행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세운 SVB의 ‘가교은행(브리지 뱅크)’도 영업을 시작했다. SVB의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은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에서 일단 벗어났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다음 파산 은행은 어디일까’라는 위기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틈새 공략’ 중소銀, 환경 변화에 취약 13일 뉴욕 증시에서 지역 기반 중소형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61.9%), 웨스턴얼라이언스(-47.1%), 지온스(-25.72%)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각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애리조나주 피닉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를 기반으로 한다. 이 은행들은 특수 영역에서 틈새시장을 찾아는 방식으로 영업해왔다. SVB도 테크 산업 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베이 애어리어 일대 포도주 회사들과 끈끈한 거래를 유지해 왔다. 지난주 뱅크런 우려 속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JP모건으로부터 7억 달러(9151억 원) 긴급 자금 지원을 받은 퍼스트리퍼블릭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대부호 고객 위주의 영업으로 유명하다. 고급주택 담보대출 비중도 높다. 고객이 특정 그룹에 편중되다 보니 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 거시 환경 변화에는 취약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급증한 예금을 관리할 만한 경영진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위터에 “SVB는 현금(예금)을 쌓아놓고도 전문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어디에서 수익을 내야할지 몰라 미 국채를 과도하게 매입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진단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3일 시그니처은행의 투자등급을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등급인 ‘C’로 부여했다. 퍼스트리퍼블릭 등 5개 미 지역 은행에 대한 등급 강등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추가 파산 없이 48시간 지나야 진정될 것” 고객 예금 보증으로 당장의 불안은 잠재웠지만 미 중소형 은행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고객들은 중소형 은행에서 돈을 빼 대형 은행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엘리슨 헤네시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통신에 “이런 상황이 계속 확대되면 중소형 은행에서 유동성이 고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위기가 미 최대 온라인 증권거래업체 ‘찰스 슈왑’ 등 장기 채권 보유량이 많은 대형 금융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찰스 슈왑 주가 또한 11.6% 하락했다.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 시장수석전략가는 CNN에 “추가 파산 없이 48시간까지 버텨야 현재 가장 큰 문제인 ‘신뢰의 위기’가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VB 사태의 여진은 14일 아시아 증시도 덮쳤다. 1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56% 하락한 2,348.97로 마쳤다.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시장은 더 큰 타격을 입어 전날보다 3.91% 떨어진 758.05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역시 2.19% 떨어졌다. 대만과 홍콩 증시도 1%대 하락했다. 지역 은행을 위기로 몰아넣은 국채 금리는 위기 확산에 크게 흔들렸다. 13일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준 고강도 긴축 완화 전망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0.57%포인트 하락한 연 4.03%로 거래를 마쳤다. 1987년 미 증시 급락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잇단 긴급 폐쇄 조치로 미국 금융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기준금리 인상 경로와 수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준은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지속할 것인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트라우마를 진정시킬 것인지 갈림길에 섰다. 14일(현지 시간) 노무라 증권은 “다가오는 금융 안정성 위험에 대해 연준이 21, 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견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예측하던 노무라가 동결도 아닌 인하를 강조한 것이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금리 동결”을 예측했다. SVB 파산이 촉발한 미 은행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의 혼란으로 번져 금융 불안전성을 키울 확률이 높다고 노무라는 본 것이다. 인플레 억제만큼이나 중요한 연준 정책 과제인 ‘금융 안전성’을 위해 연준이 고강도 긴축 경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다음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여전히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리 선물 거래로 연준 통화정책 향방을 예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전날 밤 12시 현재 시장은 3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우세하게 보는 가운데 동결 가능성도 42.4%까지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고민은 최근 금리 동결을 결정한 한국, 캐나다 등 각국 중앙은행이 1년 간 누적된 고강도 긴축의 피로 속에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음을 보여준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테크 기업의 주거래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가상화폐 전문은행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다. 8일(현지 시간) 자진 청산한 실버게이트 캐피털에 이어 며칠 사이 세 번째 미 은행의 파산 소식이다. 미 연방정부는 전면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SVB와 시그니처은행 예금에 대해 전액 보증에 나서기로 했다. 12일 미 뉴욕주 금융서비스부는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그니처은행의 총자산은 1103억6000만 달러(약 146조 원)다. 미 역사상 자산 규모 기준으로 두 번째(SVB), 세 번째(시그니처은행) 큰 은행 붕괴 사태가 이틀 새 잇달아 일어난 것이다.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확산되자 미 연방정부는 조기 진화에 나섰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FDIC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SVB 고객은 예금을 모두 보증받고 13일부터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시그니처은행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자금이 필요한 적격 대상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구제금융을 다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예금은 완전히 보호하겠지만 투자자, 경영진에 대한 지원은 없다”며 “미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팬데믹 시기 형성된 거품이 연준발(發) 고금리 국면으로 급격히 전환된 데 따른 금융 불안 요소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따라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하거나 동결 피벗(정책 전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당국의 개입 발표에 따라 직후 개장한 한국과 아시아 금융시장은 ‘블랙 먼데이’를 피했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67%(16.01포인트) 오른 2,410.60으로 거래를 마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참모들에게 주문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뉴욕에 기반을 둔 시그니처은행은 팬데믹 기간 ‘큰손’으로 부상한 가상화폐 기업을 대상으로 거래를 늘리며 성장했다. 자산 규모는 약 1103억 달러(약 146조 원)로 미 은행 순위 29위의 중소형 은행으로서 틈새시장을 찾은 것이다.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진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이틀 만인 12일(현지 시간) 뉴욕주는 시그니처은행을 폐쇄 조치했다. 다음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증시가 개장하는 13일 월요일 시장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미 연방정부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은 ‘예금 전액 보증’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38년 역사의 샌프란시스코 중소 은행 퍼스트리퍼블릭(FRC)도 생사 기로에 내몰리며 긴급 자금 지원을 받는 등 위기 확산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 미 연방정부 유동성 지원 왜 미 연방정부 금융시장과 관련된 수장들은 주말 내내 대책회의를 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2일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를 소집했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마틴 그루엔버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 로스틴 버냄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미 상업은행 1위인 JP모건 체이스 뱅크의 자산 규모가 3조2000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SVB(2090억 달러)나 시그니처은행(1103억 달러)은 중소형 은행에 속한다. 이들 은행이 월가 ‘대마불사’ 수준의 핵심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중소형 은행으로 위험을 전이시키기엔 충분한 규모라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SVB의 고객이 미 테크 스타트업에 집중돼 있어 줄도산 우려가 깊어지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옐런 장관, 파월 의장 등이 나서 예금보증 및 추가 유동성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등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계 주요 인사들은 정부가 개입해 예금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FDIC는 당초 12일 오후 2시까지 SVB 매각을 시도했지만 매수 희망자들이 발을 빼 사실상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정 은행의 파산이 광범위한 금융권 리스크를 초래할 경우’ 보증 한도(25만 달러)를 초과한 예금도 보호할 수 있다는 연방예금보험법 조항을 이용해 SVB와 시그니처은행을 보증해주기로 한 것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인과 미국 기업은 필요할 때 예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 연준발 고금리 리스크 커지나 이번 SVB 폐쇄 사태가 팬데믹 거품과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보유자산 가치 하락이 원인이 된 만큼 연준은 은행에 긴급 유동성을 제공해주는 기금인 ‘BTFP(Bank Term Funding Program)’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보유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을 액면가 담보로 제공해 연준으로부터 1년 동안 무제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40년 만의 고금리 국면에 따른 ‘금융시스템 위기’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미 금융 당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익률이 높은 부실채권에 투자해 시스템 위기를 초래한 금융기업을 구제해 ‘대마불사’ 비판이 쏟아진 점을 감안해 이번 지원이 세금으로 금융기관을 살리는 구제금융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준과 미 재무부는 성명에서 “투자자와 채권자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 금융당국의 긴급 개입에도 40년 만의 연준발 고강도 긴축에 따른 위험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창업자는 “연준의 SVB 개입에도 더 많은 금융기관이 붕괴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팬데믹 시기 급성장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직격탄을 맞은 테크, 가상화폐, 부동산 관련 금융 기관에서 위험이 확산될 우려도 제기된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 연방정부가 폐쇄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예치된 예금을 전액 보전해주기로 했다. 또 가상화폐에 특화, 지급불능에 빠진 뉴욕주 기반 시그니처뱅크를 12일(현지시간) 폐쇄했다고 밝히며 해당 은행의 예금자 역시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호공사(FDIC)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연준과 FIDC의 권고에 따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대통령과 상의해 하에 예금자를 전원 보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VB 예금주들은 13일 월요일부터 예치 예금을 금액과 상관없이 전액 찾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예금주만 보호할 뿐 주주 등 투자자들에 대한 구제융 지원은 아니다. 미 규제당국은 또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뉴욕에 본부를 둔 시그니처뱅크가 “비슷한 ‘구조적 위기’에 놓여 있어” 뉴욕주 규제 당국이 이날 해당 은행을 폐쇄했음을 밝혔다. 시그니처뱅크는 가상화페 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으로 꼽혀와 지난주 실버게이트은행, SVB 붕괴 이후 뱅크런 우려가 제기돼 왔다. 다만 재무부와 연준 등은 시그니처뱅크 예금도 전액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테크 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인 SVB은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 48시간 만인 10일 폐쇄돼 충격을 줬다. 미 스타트업의 44%가 SVB를 이용할 정도로 테크 고객 중심의 구조속에 스타트업 줄도산 우려가 커지자 미 규제 당국이 예금자 보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SVB 총 예금액 약 1754억 달러(약 232조 원)으로 이 중 95%가 예금자보호 한도(25만 달러)를 넘어선 상태였다. SVB의 주 고객이 기업고객이라 대부분 25만 달러 이상 예금을 예치했던 탓이다. SVB의 폐쇄는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금리에 민감한 섹터 중심으로 취약성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자산 277조 원 규모 40년 역사 SVB는 팬데믹 테크 붐으로 예금이 3배 이상 늘어났지만 대출 판매는 예금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에 유치한 예금으로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다량 투자했다가 고금리 국면에 국채 가격 하락에 손실을 봤고,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뱅크런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이날 폐쇄 조치된 시그니처 뱅크도 가상화폐 기업을 대상으로 틈해 시장을 노려온 중소형 은행이다. 미 샌프란시스코 기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과 더불어 실버게이트은행, SVB 파산 이후 은행의 재무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인 바 있다. 시장의 공포심리가 확산되며 소규모 지역 은행이나 가상화폐, 테크, 부동산 등 연준 금리에 민감한 산업 특화 은행 등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어 미 연방정부가 ‘예금자 보호’ 지원을 내세워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려 나선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개입이 발표된 직후, 미 뉴욕증시 지수 선물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한국 경제는 반도체 침체로 인한 무역적자 확대, 고금리 영향으로 인한 내수 약화 등 복합적 역풍을 맞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만난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는 한국 경제에 닥친 위기를 이같이 분석했다. IMF는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치에 비해 0.3%포인트 낮춘 1.7%로 제시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세 차례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배경으로 대내외 복합 악재를 든 것이다. 고피나트 부총재는 IMF의 2인자이자 IMF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미국에서 떠오르는 ‘스타’ 여성 경제학자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인도 델리대에서 학부를 졸업한 뒤 미 프린스턴대 박사,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를 거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IMF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반면 한국은 내렸는데…. “우리는 몇몇 국가의 성장률을 약간 올렸지만 근본적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특히 반도체의 침체 사이클과 함께 세계 경제 성장 약세가 무역적자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 주택가격 하락 등 내수 약화가 압도적 (경제 둔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재반등 조짐 속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리는 ‘인플레이션 해결은 이제 막 시작됐고, 이를 끝내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장에 동의한다. 미 1월 물가지표는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고, (중앙은행이)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금리는 계속 더 올라야 하고, 오랫동안 충분히 (고강도 긴축의) 제약적인 영역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 물가는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기준금리는 물가 억제에 맞춰져야 한다. 또 한국의 수요 약화, 노동시장 둔화, 한미 금리 차에 따른 환율 효과 등을 고려해 한은은 반드시 전적으로 한국 경제를 보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 경제는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고금리 속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미국 경제가 불황을 피할 수 있는 매우 좁은 길이 존재한다는 게 우리의 견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그것은 매우 좁은 길이다.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고, 더 높은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다.” ―한국 정부의 부채 비율이 50%에 육박하는데 경기 둔화 속 한국 정부의 지출은 어떻게 운용돼야 한다고 보는지…. “한국 정부는 부채 비율을 볼 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지출) 여력이 있다. 향후 더 큰 경제 충격이 있을 때 정부의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또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를 앞두고 있어 재정 측면에서의 중장기적 대응도 고민해야 한다.” ―얼마 전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 세계 각지를 다니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이 가장 걱정이다. 전체 인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대가가 있을 수 있다. 또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세계적 ‘분열’ 현상으로 세계 총생산의 7%, 즉 일본과 독일 규모의 경제를 영원히 잃는 것과 같은 손실이 우려된다. 미중 갈등과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 분열은 심각한 위험이다. 많은 국가가 안보 불안 속에 공급망 안정성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각국이 모든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가져오려고 할 때, 분열의 모든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IMF 최초 여성 수석이코노미스트 등 ‘장벽’을 뛰어넘어왔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장벽을 깨고 싶다면 ‘후츠파(Chutzpah·)’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츠파는 히브리어로 담대함, 뻔뻔함이란 뜻으로 이스라엘 특유의 도전 정신을 의미한다.) 저는 제가 항상 그래왔던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갖고 매우 열심히 알하는 거요. 그리고 사회가 여성을 위해 어떤 기회를 마련해 주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고위직 여성은 다른 여성들에게 큰 차이를 만든다. 내 경우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최초의 여성 IMF 총재)였다. 내가 IMF 최초의 여성 수석 경제학자로 임명된 점도 이런 점에서 매우 중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그들의 능력이 저를 도와준 것처럼 다른 여성들에게 도움이 됐다.”―분 단위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데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워라밸’은 개인전 선택이라 생각한다. 나는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일을 많이 하고 싶었다. 정말 운이 좋은 것이 나의 커리어에 엄청난 도움을 준 배우자가 있고, 저에게는 20살이 다 된 아들이 있는데, 또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되고 있다. 결혼할 때 (개인의 선택을) 지지해줄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었다. 한국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앞을 향해 손을 내밀고, 기회를 포착하며, 사회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라는 것이다. 동시에 사회에 필요한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최근 개선된 점이 있지만 여전히 상당히 큰 성별 격차가 남아있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다시 직장에 복귀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일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를 갖기로 선택했다고 해서 엄청난 손해를 보는 일이 없고, 직장에 돌아올 있어야 한다. 한국의 고령화, 저출산을 생각하면 중요한 문제다.” 워싱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테크 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 48시간 만에 폐쇄됐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보유한 국채 급락 등의 사태에 대응하려다가 자산 277조 원 규모의 은행이 순식간에 붕괴한 것이다.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는 줄도산 공포 속에 정부에 긴급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오전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진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지정했다. 1983년 설립된 SVB는 미 서부지역 벤처캐피털(VC) 및 스타트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은행이다. 테크 기업 예금을 유치하고, 초기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주며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인도, 중국 등 테크 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금리 인상으로 SVB가 보유한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예금 이자 부담이 커지자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한 것이 시장의 공포를 불러왔다. 8일 오후 SVB의 모회사 SVB파이낸셜그룹이 22억5000만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신주 조달 계획 등을 발표하자 ‘뱅크런’이 시작됐다. 고금리로 자금 경색에 시달리던 미 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예금 인출에 나선 것이다. 9일 하루 동안 420억 달러(약 56조 원)가 인출됐고 주가는 60% 이상 급락했다. 결국 48시간 만인 10일 오전 은행 폐쇄로 이어졌다. “2008년 워싱턴뮤추얼 은행 붕괴 이후 미 역사상 두 번째 규모 은행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당장 13일부터 줄도산이 벌어질 수 있다며 서양에서 불길하게 여기는 ‘13일의 금요일’을 빗대 ‘13일의 월요일’을 우려하고 있다. 벤처 투자가 데이비드 색스는 트위터에 “월요일 전에 ‘모든 예금이 안전하다’고 발표하지 않으면 위기는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가 팬데믹 거품과 고금리의 영향임을 감안하면 부동산 대출은행 등이 다음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SVB의 고객이 테크 업계에 한정돼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부도로 금융시스템 전반이 붕괴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것처럼 ‘제2의 리먼 모먼트’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리 금융당국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12일 정례 간담회를 열고 SVB 사태에 대해 집중 점검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SVB의 유동성 위기가 은행 폐쇄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SVB 주식 약 10만 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식 가치가 304억 원가량이지만 9일 주가 폭락으로 반 토막이 났다.美 금융위기 후 최대규모 은행 폐쇄… 스타트업 줄도산 우려‘실리콘밸리 돈줄’ 파산 자산 277조원 美 16위 대형은행가파른 금리 인상에 투자손실 커져“美 금융 전반 위험으로 확산 안될것”“부동산 대출은행 등 위험” 의견 갈려 미국 테크 산업의 ‘자금줄’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팬데믹 거품과 가파른 금리 인상이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부실대출’에서 비롯됐다면 이번 사태는 유동성이 넘쳐나던 시장이 갑작스러운 자금 경색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빚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고강도 긴축 1년 만에 벌어진 대규모 은행 실패가 글로벌 시장에 미칠 파장에 각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277조 원 규모’ 은행 붕괴 어떻게 벌어졌나10일(현지 시간) SVB의 붕괴에 실리콘밸리는 충격에 빠졌다. 자산 규모 2090억 달러(약 277조 원), 총예금액 1754억 달러(약 232조 원)에 달하던 대형 은행이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SVB는 최근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예금이 급증했다. 2020년 1분기(1∼3월) 총예금 600억 달러에서 2022년 1분기 약 2000억 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비대면 산업 확산으로 테크 기업의 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장된 미국 벤처캐피털(VC) 지원 테크·헬스 분야 기업 중 44%가 SVB의 고객이라 다른 은행보다 예금이 더 크게 늘었다. SVB는 다른 일반 은행처럼 예금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방식의 ‘예대 마진’을 통한 수익은 별로 내지 못했다. 투자금이 넘치는 테크 기업들이 SVB에서 돈을 빌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SVB는 안전 자산인 미국 장기 국채에 주로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이뤄진 연준의 고강도 긴축 속에 국채 가격이 급락했다. 손실은 커졌고 금리 인상에 따른 예금 이자 상승 부담까지 겹쳤다. SVB는 8일 유동성 확보를 위해 22억5000만 달러(약 3조 원)의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치명적 악재가 됐다. 은행 예금 지급 능력에 어려움이 있다는 신호에 주 고객인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인출에 나선 것이다. 테크 산업은 최근 지속된 고금리로 자금줄이 말라가는 상태라 공포감이 더욱 컸다. 그 결과 9일 하루 동안 420억 달러(약 56조 원)가 빠져나갔다. ● “제2의 리먼 오나” vs “확산 없을 것” 2008년 금융위기는 부실 채권에 기반한 파생상품이 금융사 전반으로 확산된 상태에서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도화선이 돼 벌어졌다. 당시 미 최대 은행 실패로 기록된 워싱턴뮤추얼 은행은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이 높아 결국 문을 닫았다. 래리 서머스 미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리먼 사태와 달리 SVB는 (예금 지급 불능 위험이) 테크 산업에 집중돼 있어 미 금융 전반으로 위험이 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 주요 은행들은 일반 소비자 비중이 높고, 신용카드 등 사업이 다각화돼 있어 SVB에 비해 위험이 분산돼 있다. 미국 정부도 은행의 연쇄 도산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SVB 뱅크런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발빠르게 파산 조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팬데믹 거품 영향으로 이미 가상화폐 산업이 줄도산 위기를 겪은 만큼 다음은 부동산 대출은행 등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VC인 퍼스트마크캐피털의 릭 하이츠만 창업자는 “40년간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 축이었던 SVB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면 또 무엇이 추락할지 모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대응 논의에 나섰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사태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SVB 영국 지점도 파산 선언을 앞두고 있다. 이에 영국의 180개 스타트업은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에 개입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연방정부가 구제금융에 나서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한국 경제는 반도체 침체로 인한 무역적자 확대, 고금리 영향으로 인한 내수 약화 등 복합적 역풍을 맞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만난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부총재는 한국 경제가 닥친 위기를 이같이 분석했다. IMF는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치에 비해 0.3%포인트 낮춘 1.7%로 제시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세 차례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배경으로 대내외 복합 악재를 든 것이다. 고피나트 부총재는 IMF의 2인자이자 IMF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미국에서 떠오르는 ‘스타’ 여성 경제학자로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인도 델리대에서 학부를 졸업한 뒤 미 프린스턴대 박사,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를 거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IMF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반면 한국은 내렸는데….“우리는 몇몇 국가들의 성장률을 약간 올렸지만 근본적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특히 반도체의 침체 사이클과 함께 세계 경제 성장 약세가 무역적자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 주택 부문 하락 등 내수 약화가 압도적 (경제 둔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재반등 조짐 속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리는 ‘인플레이션 해결은 이제 막 시작됐고, 이를 끝내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장에 동의한다. 미 1월 물가지표는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고, (중앙은행이)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금리는 계속 더 올라야 하고, 오랫동안 충분히 제약적인 영역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 물가는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기준금리는 물가 억제에 맞춰져야 한다. 또 한국의 수요 약화, 노동시장 둔화, 한미 금리 차에 다른 환율 효과 등을 고려해 한국은행은 반드시 전적으로 한국 경제를 보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 경제는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고금리 속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미국 경제가 불황을 피할 수 있는 매우 좁은 길이 존재한다는 게 우리의 견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그것은 매우 좁은 길이다.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고, 더 높은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다.” ―한국 정부 부채 비율이 50%에 육박하는데 경기 둔화 속 한국 정부의 지출은 어떻게 운용돼야 한다고 보는지. “한국 정부는 부채 비율을 볼 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지출) 여력이 있다. 향후 더 큰 경제 충격이 있을 때 정부의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또 한국은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를 앞두고 있어 재정 측면에서의 중장기적 대응도 고민해야 한다.” ―얼마 전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 세계 각지를 다니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이 가장 걱정이다. 전체 인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가를 끌어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대가가 있을 수 있다. 또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세계적 ‘분열’ 현상으로 세계 총생산의 7%, 즉 일본과 독일 규모의 경제를 영원히 잃는 것과 같은 손실이 우려된다. 미중 갈등과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 분열은 심각한 위험이다. 많은 국가들이 안보 불안 속에 공급망 안정성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각국이 모든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가져오려고 할 때, 분열의 모든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 스타트업 ‘돈줄’로 꼽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런 붕괴로 미 테크 산업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워싱턴 뮤추얼 은행 파산 이후 최대의 은행 실패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2의 리먼 모먼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틀 만에 멀쩡한 은행 붕괴, 무슨 일? 1983년 설립된 실리콘밸리은행은 미 서부지역 벤처캐피털(VC) 및 스타트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은행이다. 하지만 10일(현지시간) 예금인출사태 이틀만에 자산 규모가 2090억 달러(277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은행이 순식간에 붕괴했다. 수요일인 8일 오후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이 뱅크런의 빌미를 제공했다. 안전자산인 미 국채를 다량 보유한 실리콘밸리은행은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에 따라 국채 금리 급등(국채 가격 하락)으로 시장가격과 은행 장부가의 차이가 커지자 이를 해소하고자 약 18억 달러(2조4000억 원) 손실을 보고 220억 달러(30조 원)어치의 채권 등 증권을 매각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22억5000만 달러(3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도 발표했다. 예금은 줄어드는데 예금 이자 인상 압박으로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공포는 순식간에 확산됐다. 차입경영과 미래 가능성에 투자하는 모험적 투자에 의존하는 테크산업은 최근 고금리 국면에 자금줄이 말라가는 상태다. 테크 산업에 감원이 집중되는 이유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자금조달 계획은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졌고, 미 언론에 따르면 주요 VC들이 고객사에 예금 인출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하루 동안 420억 달러(56조 원)가 인출됐고, 은행의 자금조달 계획은 실패했으며 주가는 60% 이상 급락했다. 결국 10일 오전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라는 법인을 설립해 실리콘밸리은행의 자산을 이전 받았다. ●미 스타트업 후폭풍… “‘제2의 리먼’은 제한적”2008년 이후 최대 은행 붕괴에 따른 후폭풍에 관심이 집중된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나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등 미 경제계 대표 분석가들은 ‘제 2의 리먼’ 사태로 비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실리콘밸리 은행 고객이 미 테크 산업에 집중돼 있어 전반적 위기 전이는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안 그래도 취약해져 있는 미 테크 스타트업들이다. 미 스타트업 44% 가량이 해당 은행과 거래할 정도로 40년 동안 실리콘밸리 은행은 현지 생태계의 중심축을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예금자 보호 한도가 최대 25만 달러(3억3000만 원)으로 기업 고객으로서는 적은 규모라 당장 직원 월급도 주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월요일인 13일 연쇄 감원마저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명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콤비네이터가 10일 400여개 스타트업을 긴급 조사한 결과 약 100여 곳이 “30일 이내 은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개리 탠 Y컴비네이터 CEO는 WSJ에 “스타트업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며 주로 신생 소규모 스타트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FTX 사태 이후 취약해진 가상화폐 산업도 또다시 충격에 노출됐다. 11일 글로벌 최대 스테이블코인 ‘USDC’ 운영사인 ‘서클’이 4조 원대 금액을 인출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미 달러화와의 1대1 연동이 깨졌다. 블룸버그통신은 “FDIC가 서둘러 자산을 매각해 13일 예금지급보호기준을 넘어서는 예금을 지급하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연방정부 차원의 구제 금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왼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뉴욕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야 ‘뉴요커’가 될 수 있을까요? 가끔 여기저기서 난상토론이 벌어집니다. 8년 이상은 살아야 한다, 길거리 이상한 사람과 위험한 사람을 본능을 알게 될 때다 등등. 솔직히 뉴요커가 뭐라고 그렇게 자부심을 느낄까 싶죠. 뉴욕 특파원으로서 외부인인 제 눈에 뉴요커는 ‘서바이버’입니다. 세계각지에서 성공을 꿈꾸고 모여든 이들이 ‘이 험난한 도시에서 내 자리를 찾고 버텨냈다’는 훈장같은 느낌이요. 서바이버 뉴요커들의 에너지가 담긴 도시, 뉴욕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것들이 있죠. 뉴욕 브로드웨이의 최장기 터줏대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팬텀)’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캣츠’,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등이 하나둘씩 떠나갈 때도 브로드웨이를 지켜왔죠. 하지만 한달 뒤 쯤인 4월 16일 완전히 막을 내립니다. 35년 동안 브로드웨이에서만 2000만 명이 봤고 전 세계적으로는 1억4500만 명이 본 블록버스터급 뮤지컬의 퇴장. 1980년대 화려한 뮤지컬의 한 시대가 이렇게 지나가는 순간입니다.●팬텀 브로드웨이의 마지막 불꽃 한 시대를 상징하는 뮤지컬이 떠난다하니 티켓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1층 오케스트라석 기준으로 200~400달러까지 치솟았으니 메트 오페라랑 맘먹거나 더 비싸죠. 솔직히 뮤지컬을 제값 주고 보는 사람은 주로 관광객이거나 특정 뮤지컬의 팬 뿐이더라고요. 추첨으로 40~60달러 티켓을 구할 수 있는 ‘로터리’나 당일 현장 티켓 등등 할인 창구가 많습니다. 다만 팬텀은 끝이 정해져 있으니 마냥 로터리 당첨을 기다릴 수도 없죠. 그러니 어쩌겠어요. 티켓 값이 비싸져도 저마다 추억이 있는 아이콘의 퇴장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큰걸요. 저 같은 사람이 막판에 몰려서 원래 예정됐던 2월 폐막이 4월로 미뤄졌습니다. 그렇게 찾은 뉴욕 마제스틱 극장. 정말 사람이 바글바글 했습니다. 말 그대로 만석. 오페라의 유령만 35년째 무대에 올린 극장이다보니 요즘 새로 꾸민 극장에 비해 로비도 좁고 화장실 사수 전쟁도 치열했네요. 마지막이라고 몰래 사진을 찍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사진 찍지 말라는 안내원들이 계속 경고하더라고요. 예전과 달라진 점은 마치 야구장처럼 극장 안에서 플라스틱 텀블러에 담긴 와인이나 맥주, 스낵을 판다는 겁니다. 얼마 전 갔던 다른 극장에서는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좌석으로 주류를 가져다주더라고요. 영화관도 장사 안 되는 시대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눈물겨운 살아남기 노력입니다. 팬텀에는 원래 원래 어린이들은 잘 없는데 이번에는 3대가 함께 온 가족들도 눈에 띄었어요. 늘 거기 있을 것 같아서 언젠가 오겠지 했던 공연을 기억하기 위한 저마다의 의식인 듯 했습니다. ● 흑인 크리스틴의 탄생 과거 공연과 완전 달라진 점은 바로 캐스팅. 2021년 팬데믹 셧다운 이후 18개월 만에 문을 열며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 역에 브로드웨이 최초로 흑인 배우 에밀 코앗초우를 캐스팅했습니다. 에밀에 몇 달 앞서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흑인 배우가 캐스팅 됐었죠. 35살 된 팬텀이 최근 공연계의 시대정신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다양성으로 눈을 돌린 겁니다. 이 또한 팬텀이 어떻게든 동시대성을 가져가려고 노력했던 흔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브로드웨이 팬텀에 에밀이 최초의 흑인이 아닙니다. 2014년 팬텀 역의 놈 루이스(최애 배우! 루이스의 ‘The Music of the night’을 찾아 들어보세요)가 캐스팅 됐었고, 2016년 크리스틴과 사랑에 빠지는 라울 역의 조던 도니카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본 뉴욕 메트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 비올레타를 맡은 소프라노도 흑인이었답니다.)하지만 흑인 크리스틴을 두고 약간의 논란도 없지 않았던 것 같아요. 디즈니의 흑인 인어공주 논란처럼 크리스틴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미지에 반한 캐스팅이라는 느낌 때문이겠죠. 특히 시에라 보게스가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공연’ 크리스틴으로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크리스틴의 기준이 그녀에게 맞춰버려졌어요. 초연한 배우 사라 브라이트만 이후 최고의 인기를 얻었죠. 사실 저도 1막 초기에는 조금 어색하더라고요. 다양성을 추구하려면 다른 역할들에 흑인 동양인을 대거 넣든지…… 여주인공이 거의 유일한 흑인이어서 약간 따로 노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저에게도 편견이 작용했던 걸까요? 아니면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싶은 오랜 팬의 마음이었을까요? 처음 팬텀의 던젼에서 크리스틴이 홀린 듯 고음역을 부르는 목소리의 폭발력도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그런데 에밀이 2막에서 괴로운 마음으로 아버지를 그리며 부르는 노래,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 정말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싶었어요. 제 앞 열에 지루한 듯 몸을 움직이던 초고생으로 보이던 소녀가 이 노래를 들으며 아빠에게 기대는 모습도 흐뭇했네요. 점점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그녀가 삐딱한 시선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을 진심이 와 닿아서 마지막 커튼콜에 정말 모두들 혼신을 다해 박수를 쳤습니다. 올해 26살인 에밀은 카메론 이민가정의 딸로 뮤지컬의 꿈을 안고 뉴욕에 왔지만 브로드웨이 주요 배역을 맡기도 전에 팬데믹으로 졸지에 공연 자체가 사라지는 고통을 겪었다고 합니다. 인기 배우는 다음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겠지만 에밀 같은 신인 배우는 거의 미래가 사라지는 고통이었다고 하네요.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야하나 걱정했던 고통의 시간”으로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1년 이상 꿈을 위해 버텼고 결국 35년 팬텀 브로드웨이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마지막 커튼 콜. 이것 때문에도 티켓 값이 아깝지 않았네요. 뭔가 한 시대를 보내는 듯한 오랜 팬들의 팬미팅 같아서 다들 한 마음으로 박수를 치는 그 느낌이 대단했어요. 집에 오는 길에 4월 16일 마지막 공연을 예약해 볼까, 대체 얼마인지나 보자 찾아봤더니 역시나 이미 솔드아웃이었습니다. ●제작비 비싼 뮤지컬은 안녕브로드웨이 팬텀이 떠남에 따라 이제 남게 될 최장수 뮤지컬은 ‘시카고(현 제작버전 1996년~)’, ‘라이언 킹(1997년)’이 남았습니다. ‘위키드(2003년)’도 여전히 인기가 높죠. 특히 라이언 킹은 팬덤의 마지막 불꽃 속에도 지난주 브로드웨이 뮤지컬 24개 공연 중 관객수가 1만3000명을 넘어 가장 많았습니다. 사실 이런 대형 뮤지컬은 관광객 없이는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이 중에서도 팬텀은 관광객 비중이 높은 뮤지컬이었죠. 뉴욕 관광객이 팬데믹 이전의 85%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인플레이션, 고금리까지 겹쳐 브로드웨이도 타격이 적지 않았던 겁니다. 지난해 말 K팝을 주제로 한 첫 브로드웨이 뮤지컬 ‘K-Pop’도 아쉽게 정규 개막 2주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레미제라블’의 제작자이기도 팬텀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은 계기가 됐을 뿐 관광도 경제 상황도 달라진 점이 폐막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네요. 전반적으로 뮤지컬 극장 매출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10~15%씩 적은 가운데 팬텀은 특히 제작 비용이 가장 높은 뮤지컬로 통하니까요. “단순히 팬데믹 때문이 아니에요. 세계가 변했습니다. 서방 세계는 러시아로부터, 또 어느 정도는 중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죠. 세계가 어디로 향할지 지켜보는 중이고, 극장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브로드웨이의 상징이던 팬텀의 퇴장은 정말 한 시대가 갔음을 실감케 합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 2월 고용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뛰어넘었지만 노동참여인구가 늘어나고 임금 상승률이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상승, 하락 시그널이 섞인 이번 2월 미 고용보고서가 나오자 시장은 3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을 택할 것이라는데 더 무게를 뒀다. 1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2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31만100명 개 늘었다고 밝혔다. 이 시장 전망치 22만5000개를 넘어선 것이다. 11개월 연속 미 신규 고용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해 과열 양상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은 3.6%로 54년 만에 가장 낮았던 전월(3.4%)에 비해 다소 올라갔지만 여전히 50년래 최저 수준이라는 평이다. 신규고용은 최근 서비스 분야 수요 과열을 반영해 레저 및 식음료 분야에 집중됐다. 레저 및 접객 부문에서 10만5000개 일자리가 창출됐고 이중 7만 여개가 식음료 서비스업에 서 나왔다. 연준이 우려하는 서비스물가 인플레이션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반면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 신호도 나타났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2%로 시장 예상치(0.4%)를 하회한데다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임금 상승률 4.6%역시 시장 예상치(4.8%)를 밑돌았다. 특히 생산가능 인구 중 고용돼 있거나 구직 중인 인구 비율인 경제활동참가율이 62.5%로 전월(62.4%)보다 소폭 늘어나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팬데믹 이후 노동 시장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라 미 노동시장 구인난이 해소되며 과열 진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측은 베이비스텝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59.0%, 빅스텝 가능성을 41.0%로 내다봤다. 시장 내 관측이 엇갈리고 있어 결국 14일 발표될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빅스텝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8시 30분 고용보고서가 나온 직후 뉴욕증시 지수 선물은 소폭 상승세로 나타났지만 실리콘밸리 은행 뱅크런 사태 여파로 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하락세로 출발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아이폰 모멘트가 찾아왔다.’ 이달 초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투자보고서를 통해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이같이 표현했다. 1990년대에 인터넷, 2000년대 온라인 검색, 2010년대 스마트폰이 새로운 경제를 창출했듯 AI도 세계 경제 지형을 바꾸는 분기점이 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11월 30일 챗GPT가 세상에 공개된 지 100일 만에 나온 평가다. 챗GPT의 등장이 ‘아이폰 모멘트’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대중의 열광이다. 이른바 ‘스마트폰 혁명’ 이후 메타버스나 웹3.0,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같은 혁신은 아직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16%만이 비트코인에 투자했고, 메타의 가상현실(VR) 헤드셋은 많은 사람들이 아직 불편해한다. 챗GPT는 다르다. 등장 5일 만에 사용자 100만 명을 확보했고 현재 1억 명까지 늘어났다. 윤리적 우려 속에서도 글로벌 빅테크들은 앞다퉈 서비스를 내놓는 중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스냅, 메타, 세일즈포스 등이 “서비스 오류가 있을 수 있어 미리 미안하다”고 밝히면서까지 황급히 AI 투자에 나섰다. 한국에서도 SK텔레콤, 네이버 등이 AI 전쟁에 뛰어들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생성형 AI 열풍에 ‘일하는 문화’도 격변“일하는 문화가 완전히 바뀔 겁니다.” 7일(현지 시간) 미 테크 기업 세일즈포스는 기업용 생성형 AI ‘아인슈타인GPT’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아인슈타인GPT는 고객들에게 보내는 e메일을 써주고, 마케팅이나 기업 홍보를 위한 아이디어를 짜는 일도 도와준다. 또 기업용 메신저 슬랙에는 알아서 답변을 만들어 주는 기능이 추가된다. 세일즈포스는 그동안 고객관계관리(CRM)와 슬랙 등 기업용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는데 일반 업무에 AI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검색부터 소셜미디어, 교육에 이어 사무실까지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산된 것이다. 각 서비스는 AI의 윤리적 우려에도 확산 중이다. 소셜미디어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은 최근 자사 유료 구독형 서비스인 스냅챗 플러스에 ‘마이AI’라는 GPT 기반 서비스를 탑재했다. 오픈AI의 언어생성모델 GPT 기반이지만 MS의 ‘빙AI’나 챗GPT와 말투나 성격이 다르다. “나는 너의 친구”라고 소개한 뒤 계속해서 수다를 떨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스냅이 마이AI를 발표하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황급히 페이스북을 통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자체 개발 AI를 병합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생성형 AI의 서비스 모델로 가장 먼저 주목받은 ‘검색’ 분야에선 MS와 구글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중한 구글이 아직 ‘바드’를 대중에게 내놓지 않고 있는 반면 MS의 빙AI는 고객 대기를 받는 형태로 사용자를 늘리고 있다. 인스타카트 등 쇼핑앱은 요리 정보를 알려주는 AI 서비스를, 스픽 등 영어 교육 앱은 AI튜터 등을 공개하고 사용자를 모으고 있다. ● “2030년까지 16조 달러 경제효과 확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대중적 열기를 바탕으로 수많은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점을 들어 AI가 2030년까지 15조7000억 달러(약 2경741조 원)의 부(富)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존재해온 기술이라도 특정 상품을 계기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아이폰 모멘트’로 평가하는 이유다. 오픈AI가 이달 초 개발 소스인 API를 공개함에 따라 일반인들도 간단한 프로그래밍 능력만 있으면 개인 맞춤형 챗GPT까지 만들 수 있게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레딧’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형태의 챗GPT 응용 방법이 나돌 정도다. 수요 확산으로 AI 반도체 등 관련 밸류체인도 주목을 받고 있다. WSJ는 “테크 산업에서는 타이밍이 전부”라며 “데이팅 앱 틴더의 ‘매치그룹’이 아이폰과 함께 대형 기업으로 성공한 것처럼 앞으로 수년 내 많은 서비스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 발언을 쏟아내며 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미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한 데 이어 미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이 42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코스피도 1% 넘게 추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320원대로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했다. 7일(현지 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파월 의장은 “최근 미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강했고 이는 연준이 예상했던 최종 금리 수준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만약 경제지표 전체가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와 식품,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에 대해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2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긴축 속도를 줄여 온 연준이 곧 금리 인상에 브레이크를 걸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무너졌다. 오히려 연준이 21, 22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으로 긴축 고삐를 바짝 조일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연준의 금리에 민감한 채권시장에서는 10년물과 2년물 미 국채 금리 역전 폭이 1%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경기 침체 신호가 커졌다. 뉴욕 증시가 1% 넘게 하락한 여파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8%(31.44포인트) 내린 2,431.91로 마감했다. 투자 심리가 위축된 외국인(―1620억 원)과 기관(―8189억 원)이 1조 원 가까이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0원 오른 1321.4원에 거래를 마쳤다.“美 최종금리 6%대” 전망까지… 한은, 내달 금리 인상 가능성파월 연준의장, 이달 빅스텝 시사강력 긴축→침체 공포에 유가 급락美 빅스텝땐 한미 금리 1.75%P 차환율 상승-자본유출 압박 커질듯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드러낸 ‘매파 본색’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렸다. 연준은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서서히 줄이면서 시장에서는 “기나긴 긴축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곧 금리 인상이 멈출 것이란 기대가 확산됐다. 하지만 7일(현지 시간)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톤을 높이며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조짐을 보이는 데다, 파월의 발언까지 더해지며 시장에선 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복귀를 넘어 최종 금리가 6%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빅스텝 가능성 75% ‘유력’ 투자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 21,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을 결정할 가능성은 74.9%로 나타났다. 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25.1%에 그쳤다.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빅스텝 확률은 31.4%였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 전망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것이다. 파월 의장은 최종 기준금리 전망과 관련해 “지난 점도표 전망치(중간값 5.0∼5.25%)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자 골드만삭스는 최종 금리 전망을 5.5∼5.7%로 상향 조정했고, 블랙록과 슈로더는 6%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경제지표 전체(The totality of the data)’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10, 14일 발표되는 2월 미 고용보고서와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주목하고 있다. 두 핵심 지표가 예상보다 높을 경우 3월 FOMC에서 더 강하게 긴축 고삐를 잡을 수 있다. 연준의 긴축이 예상보다 더 강하게, 오래 이어지면 경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날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16년 만에 5%를 돌파했고, 그에 따라 장단기 국채 금리는 4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역전됐다. 국제유가도 3%대 급락하면서 경기 침체 전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초대형 헤지펀드사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트라우마 수준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우리는 경기 침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환율 ‘다시 1400원대’ 우려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며 금리 인상 행진을 일단 멈춘 한국은행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연준이 이달 빅스텝에 나설 경우 현재 1.25%포인트인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였던 2000년 5∼10월(1.50%포인트)을 넘어 1.75%포인트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고, 외국 투자금이 국내 시장을 탈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환시장에선 이미 ‘킹달러’(달러 가치의 초강세) 공포도 되살아나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원-달러 환율은 3거래일 새 1.97%(25.5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하며 지난해 12월 7일(1321.7원) 이후 1320원 선을 넘었다. 이후 잠시 내림세던 환율은 이날 22원 급등하며 다시 1320원대로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 10월 장중 1440원 넘게 치솟으며 시장의 불안을 키운 바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조정을 받았던 지난해 말 양상이 재연될 수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위기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시장 안정화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일 “금리 격차 자체가 환율과 외국인 자금에 기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환율 오름세가 지속되고 자본 유출이 가속화되면 한은이 4월 다시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월 다시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선회하고, 최종 금리 역시 기존 전망치보다 높일 수 있다고 시사했다. ‘매파 본색’으로 복귀한 파월의 발언에 6% 금리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미 장단기 금리차가 폭이 42년 만에 최대 폭으로 확대되는 등 경기침체 우려까지 덩달아 확산되며 등 글로벌 금융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 파월 “더 큰 인상폭 준비 될 것”7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앞서 미리 준비한 발언문을 읽으며 “최근 미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강했고 이는 연준이 예상했던 최종 금리수준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또 “만약 경제지표 전체가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와 식품,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물가’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이 작심하고 준비한 이번 발언에 글로벌 금융시장을 아수라장이 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이달 21, 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을 기존 30% 수준에서 이날 70%까지 올렸다. 연준은 지난해 6월 부터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12월 빅스텝에서 올해 2월 통상 속도인 베이비스텝(0.25%포인트)로 돌아온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뜨거운 고용 지표, 인플레이션 재반등 조짐에 빅스텝 선회 가능성이 유력해진 것이다. 또 연준이 올해 최종금리를 현재 미 기준금리 4.5~4.75%에서 5.25~5.5%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봤던 시장은 파월 발언 이후 5.5~5.75%로 올렸다. 이날 골드만 삭스는 최종금리 전망을 5.5~5.7%%로 상향 조정했고, 블랙록과 슈로더는 6%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불가능한 수치로 여겨졌던 6%대 금리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의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지난 점도표 전망치(중간값 5.0~5.25%)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경제지표 전체(The totality of the data)’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10일 발표되는 2월 미 고용 보고서, 14일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주목하고 있다. 두 핵심 지표가 예상보다 높을 경우, 3월 FOMC에서 더욱 매파적 금리 전망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 장단기 금리역전 폭 42년 만에 최대 연준 의장의 고강도 긴축으로의 회기, 최종금리 급등 시그널에 미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72%하락한 3만2856.46으로 장을 마쳐 올해들어 총 0.9% 하락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연준 금리에 민감한 채권 시장은 더욱 큰폭으로 흔들렸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한 반면 10년 만기 국채는 3.9% 대를 유지해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이 1981년 이후 42년 만에 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해석돼 왔다. 경기침체 우려의 또 다른 전조 현상은 유가 하락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6% 급락했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3.4% 내려갔다. 중국의 리오프닝에도 중국 1, 2월 수입이 10.2% 급감하는 등 중국 수요 회복이 기대에 못미쳤고, 여기에 미 연준이 고강도 긴축 선회를 강력하게 시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초대형 헤지펀드사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트라우마 수준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우리는 경기침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파월을 비판해 온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금리를 올려서 실업률을 높이면 수백만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 이들에게 뭐라고 할 것인지 말해보라”고 몰아 붙이자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을 위한 우리의 임무를 내려놓는다면 그럼 그들은 더 이익을 얻게될 것이냐”며 맞받아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망 문제로 야기된 인플레이션을 금리만 올리면 되겠느냐며 지적했다. 이에 파월 의원은 “인플레이션 상승 초기에는 공급망 요인이 컸지만 최근에는 수요 공급의 불균형 요인이 도드라진다. 연준의 물가 안정 도구가 제한적이지만 우리는 수요 공급 균형을 맞추는 우리의 임무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사진)은 6일(현지 시간)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으며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는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의 ‘성별 영향평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생성형 AI의 윤리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양성평등 차원에서 AI가 내놓는 답변이 남성이나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대표로 제67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찾은 김 장관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양성평등 관점에서 AI 알고리즘에 어떻게 윤리를 적용할 수 있을지 등도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0.78명을 기록한 한국의 ‘인구 절벽’ 위기와 관련해 김 장관은 “세계 다른 나라 (인구)학자들이 한국 저출산 연구에 나설 정도”라면서 “결혼 기피로 이어져 저출산 원인이 되는” 젠더 갈등 해소 맞춤형 정책과 획기적인 돌봄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젠더 갈등 해소를 위해 지난해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그 원인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갈등 원인에 따라 자산형성 기회 확대, 취업 시 차별 방지, 평등한 양육 문화 확산을 비롯한 맞춤형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 인증 ‘가족친화 최고기업’을 대상으로 남성 육아휴직 강제 할당을 권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또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아이 돌봄 문제”라며 여가부 주도로 내년 7월부터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를 전격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돌봄 인력을 민간에서 대거 확충하는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를 시행하면 획기적으로 달라진 돌봄 서비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원래 2025년 도입할 예정이던 것을 (저출산의 심각성 때문에) 1년 앞당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공공 돌봄 시스템으로는 돌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서 정부가 검증한 민간 인력을 대거 활용해 단시간 돌봄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내년 7월부터 자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하원에 필요한 1시간이라도 부모가 요청하면 바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의 낙태권 논쟁이 임신 중절약(낙태약) 판매 금지를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주 정부마다 낙태 찬반으로 갈려 각각 낙태약 판매 약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낙태약 판매 승인권을 갖고 있는 미 식품의약국(FDA)에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는 CVS와 더불어 미국의 양대 대형 약국 체인인 월그린을 상대로 엄포를 놨다. 그는 6일 트위터에 “우리는 월그린과 모든 사업 관계를 끊겠다. 우리는 끝냈다(We’re done)”고 밝혔다. 월그린이 낙태를 반대하는 공화당의 압박에 못 이겨 공화당 성향의 20개 주에서 임신 중절약 ‘미페프리스톤’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미페프리스톤은 엄격하게 관리돼 오던 약이다. 처방전을 받아 병원이나 일부 지정 약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다. FDA는 올 1월 규제를 일부 완화해 처방전이 있으면 월그린이나 CVS와 같은 체인 약국에서도 이 약을 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미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무효화한 뒤 13개 주에서 낙태를 금지시키자 이뤄진 후속 조치다. 그러자 낙태에 반대하는 텍사스, 플로리다, 유타 등 공화당 성향 20개 주 법무장관들이 월그린과 CVS에 낙태약을 판매하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동 서한을 보냈다. 이에 월그린이 이 20개 주에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히자 낙태권을 지지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월그린에 해당 방침을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FDA 역시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낙태 반대론자와 찬성론자 양쪽에서 소송을 당한 상태다. 지난해 말 ‘낙태 반대’ 의사들은 텍사스 연방법원에 FDA가 20년 전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의 판매를 승인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낙태 찬성’ 12개 주의 민주당 소속 법무장관들은 지난달 워싱턴 연방법원에 “FDA가 낙태약 규제를 모두 풀어야 한다”며 소장을 냈다. 텍사스 법원이 FDA의 미페프리스톤 승인을 취소하라고 결정한다면 대법원 판결 전까지 미 전역에서 이 낙태약 판매가 금지돼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다시 높일 수 있고, ‘최종금리’도 기존 전망치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내달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7일(현지시간) 파월의 발언 직후 미 국채 금리는 치솟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1% 넘게 하락하는 등 시장에 ‘빅스텝’ 공포가 급속히 확산됐다. 특히 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앞서 미리 준비한 발언문을 읽으며 “최근 미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강했고 이는 연준이 예상했던 최종 금리수준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말까지 금리가 5.0~5.25%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4.5~5.75%까지 오른 상태로 향후 최소 0.75%포인트 이상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파월 의장이 확인한 셈이다. 파월 의장은 이후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3월에 발표될) 점도표에서 금리 정점은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달 21, 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내려온 금리 인상폭을 다시 빅스텝으로 조정해 고강도 긴축 모드로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만약 전체적인 경제지표가 더 빠른 긴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동안 8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4.5%포인트를 올렸다. 특히 6월부터 4번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가 지난해 말부터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며 빅스텝(12월)을 거쳐 통상 속도인 베이비스텝(2월)으로 돌아온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재반등 조짐 속에 이달 빅스텝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파월 의장 발언 직후 금리 선물 거래 투자자들은 3월 빅스텝 가능성을 51.3%까지 높였고 오후 뉴욕증시 장 마감에 이르자 70% 이상 치솟았다. 빅스텝 전망이 대세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 금리에 민감한 미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5%를 돌파했고, 미 장단기 금리차도 확대됐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파월 발언 직후 하락폭이 커졌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574.98포인트(1.72%) 하락한 3만2856.46으로 장을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3% 하락한 3986.37로 마감해 4000선을 밑돌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1.25% 내려가 1만1530.3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세로 다우지수는 2023년 들어 0.9% 하락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파월을 비판해 온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금리를 올려서 실업률을 높이면 수백만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 이들에게 뭐라고 할 것인지 말해보라”고 몰아 붙이자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을 위한 우리의 임무를 내려놓는다면 그럼 그들은 더 이익을 얻게될 것이냐”며 맞받아치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망 문제로 야기된 인플레이션을 금리만 올리면 되겠느냐며 지적했다. 이에 파월 의원은 “인플레이션 상승 초기에는 공급망 요인이 컸지만 최근에는 수요 공급의 불균형 요인이 도드라진다. 연준의 물가 안정 도구가 제한적이지만 우리는 수요 공급 균형을 맞추는 우리의 임무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