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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로 찔리는 듯한 무릎 통증이 어느새 사라지고 의식마저 또렷해지면서 세상을 모든 가진 것처럼 가슴이 벅찼다. 심장 박동이 강해지면서 온몸에 엔도르핀이 도는 느낌이었다. 지난달 20일 오전 7시 38분(현지 시간), 레위니옹 생드니 르두트(Redoute) 경기장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166km 울트라 트레일러닝 레이스에 종지부를 찍었다. 레위니옹 남부 휴양도시 생피에르 해안에서 17일 오후 10시에 출발한 뒤 57시간38분18초 만에 완주한 것이다. 레위니옹은 아프리카 남동부 마다가스카르 동쪽에 위치한 프랑스령 섬으로 트레일러닝 대회인 ‘그랑 레드(Grand Raid)’가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이 대회 메인 종목인 ‘디아고날 데 푸(Diagonale des Fous)’는 166km 레이스로, 세계 10대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 가운데 하나다. 기자는 직접 이 종목에 참가해 걷고 달리며 온몸으로 레위니옹의 웅장함을 경험했다.○ 고난도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 166km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40여 개국 2715명이 몰려들었다. 디아고날 데 푸는 ‘미친 사람들의 대각선’이라는 뜻으로, 섬 남쪽에서 북쪽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종주하는 코스다. 오르막을 모두 합친 누적 상승고도는 9600m로 수치상으로 본다면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코스(누적 상승고도 1600m)에서 정상인 백록담을 6번을 왕복하는 수준이다. 트레일러닝은 포장도로를 달리는 일반 마라톤과 달리 산악, 들판, 하천, 계곡, 사막 등 자연 속을 달리는 스포츠다.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도 새로운 대회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레이스 출발 신호와 함께 꼬리를 문 선수들의 행렬이 생피에르 라빈 블랑슈 해안 도로에서 펼쳐졌다. 코스 옆에는 레위니옹 주민과 선수 지인들이 외치는 프랑스어 응원 구호인 ‘알리, 알리’ 소리와 함께 다양한 관악기, 아프리카 리듬의 타악기 소리로 가득했다. 산간 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르막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사탕수수 농장 마을 주민들이 나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마을을 벗어난 뒤 선수들이 머리에 착용한 랜턴 불빛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해발 1m에서 2100m까지 39km에 이르는 길은 쉼 없는 오르막이다. 그사이 해가 떠오르면서 어둠에 가려졌던 거대한 화산 분화구 협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아래 시가지로 해가 비치고 양지가 넓어지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고난도 코스로 해발 2000m가량의 정상을 5번을 지나야 했다.○ 제주와 비슷한 풍경의 화산섬 레이스 50km 지점을 지나는 길에 갑자기 낯익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눈 주변이 흰색인 귀여운 동박새였다. 제주의 텃새이기도 한 동박새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레위니옹은 화산섬인 제주와 많이 닮았다. 분화구는 제주의 오름(작은 화산체)과 비슷했고 삼나무 숲, 길가에 핀 개망초, 비파나무, 고비고사리 등도 너무나 익숙했다. 특히 레이스 내내 발을 괴롭혔던 돌길은 한라산국립공원 탐방로나 둘레길 바닥과 다를 바 없었다. 토심이 얕아서 나무뿌리가 그대로 드러난 것도 비슷했다. 하지만 120km 지점 실라오스 협곡에 있는 해발 2030m의 마이도 절벽을 마주했을 때는 낯선 경관에 압도당했다. 올라야 할 상승고도는 1000m가량으로 여의도 63빌딩(높이 250m) 4개를 수직으로 쌓아놓은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발은 천근만근이고 눈꺼풀도 계속 내려앉았다. 오전 11시경 태양은 너무나 뜨거웠다. 5분 걷고 2, 3분 쉬면서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은 덕에 결국 최대 고비를 넘어섰다. 레이스를 시작한 지 38시간이 지난 이때까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코스에 설치된 10여 개 간이휴게소에서 점검하는 제한시간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험악한 코스보다도 밀려드는 졸음과 싸우는 게 더 힘들었다. 깜빡 졸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좁은 능선을 지날 때는 뺨을 수없이 때리고 꼬집었다. 환각과 환청 증상을 경험한 것도 이때였다.○ 졸음과 체력 한계를 이겨낸 완주 최대 고비로 여겼던 마이도를 넘고서야 코스 옆에서 쪽잠을 청했다. 알람을 맞춰 둔 휴대전화에서 울리는 진동에 잠을 깼다. 깨어난 순간 멍한 상태였다가 3, 4분이 지나서야 레이스를 위해 레위니옹에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고 코스에 들어서자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정신이 또렷해졌다. 40분의 쪽잠을 자고 나서인지 몸도 훨씬 가벼워졌다. 120km 지점을 지나면서부터는 코스 옆에 쪽잠을 자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였다. 140km 지점을 통과하자 완주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약도에 그려진 남은 구간은 그리 높지 않아 다소 편할 것으로 여겨졌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상황은 반대로 전개됐다. 몸은 더욱 지쳐 갔다. 이런 예단이 종반 레이스를 힘들게 한 화근이었다. 어둠이 깃든 종반 코스는 사람이 깔아놓은 돌을 밟아서 가는 길이었다. 2, 3km 정도려니 생각했는데 무려 8km가량 꾸불꾸불 이어진 오르막이었다. 1700년대 레위니옹에 처음 만든 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그 딱딱함으로 인해 발바닥과 무릎의 통증이 더해졌다. 세 번의 밤과 세 번의 아침을 맞이하고 나서야 기나긴 레이스를 끝냈다. 시원해지는가 싶더니 추워지고,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더워지는 날씨였지만 비를 맞지 않은 것만은 천만다행이었다. 화산 활동이 만든 경이로운 자연 경관, 그 속에서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의 속살을 체험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바닥까지 탈탈 털어내는 고난도 코스와 장엄한 경관은 세계에서 도전자를 끌어들이는 마력과도 같았다. 166km 레이스 참가자 가운데 완주자는 1953명(72%). 한국인으로는 기자 혼자 참가했다. 그레구아르 퀴르메(프랑스)가 23시간33분45초로 1위를 차지했다. 로베르 시코 그랑 레드 조직위원장은 “1989년 처음 대회가 열린 이후 코스 거리가 늘어나고 참가자도 매년 늘고 있다”며 “레위니옹의 자연을 즐기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도전적인 대회로 축제처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레위니옹=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울트라 트레일러닝 대회 166km 종목이 열린 레위니옹은 인도양 최고봉인 네주 봉우리(해발 3070m)와 세계 5대 활화산으로 꼽히는 푸르네즈 봉우리가 있는 곳이다. 섬의 43%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면적은 제주도의 1.4배, 인구는 80만 명 정도로 해양스포츠와 협곡 트레킹을 즐기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대회가 열린 지난달 17일 오후에 해변코스 주변에서 한국 가수 청하의 노래에 맞춰서 레위니옹 10대 청소년들이 신나게 댄스공연을 펼쳤다. 레이스를 응원하는 9개 공연 가운데 하나로 K팝이 선정됐다. 청소년들은 한류 문화를 배우고 전파하는 레위니옹 ‘김치륀(Kimchi Run)’ 모임의 회원들이다. 륀은 레위니옹의 줄임말로, 김치륀 모임을 창설하고 이끌고 있는 이는 메테 김 씨(48·사회복지사)다. 김 씨는 전남 보성 출신으로 1979년 프랑스로 입양됐다. 2007년 한국 가족과 상봉하면서 한국명은 김경호, 실제 나이는 52세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한국 문화와 뿌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마침 이곳 청소년들도 한류 문화에 관심이 많아 2017년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와 함께 살고 있는 김별 루아마프르 씨(50·여·간호사) 역시 입양된 한국인으로 김치륀 모임을 지원하고 있다. 김치륀은 레위니옹 현지에서 1년에 5, 6차례 댄스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치, 비빔밥 만들기 등 행사도 열고 있다. 현재 회원은 125명. 내년 4월 회원 17명이 한국을 방문해 교류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김 씨는 “레위니옹 청소년 사이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데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홍보 자료나 교재, 영상, 전통 물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원을 당부했다. 한국말이 서툰 김 씨 역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도 밝혔다.레위니옹=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조선시대 대동여지도 등 각종 고지도에는 한라산 정상에 화구호가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연못이 형성된 백록담은 정상에 봉우리가 있는 육지지역 산과 확연히 달라 보였기 때문에 지도에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제주목사를 지낸 이형상은 1704년 저술한 ‘남환박물’에서 한라산 백록담에 대해 ‘물이 불어도 항상 차지 아니하는데, 원천이 없는 물이 고여 못이 된 것이다. 비가 많아서 양이 지나치면 북벽 절벽으로 스며들어 새어 나가는 듯하다’라고 표현했다. 당시로서는 상당한 관찰력인데 실제 조사 결과 땅속 화산암반 틈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백록담의 만수(사진)를 보기는 쉽지 않다. 장마철 집중호우나 태풍 등으로 1000mm 이상 비가 한꺼번에 내렸을 때 만수의 장관이 펼쳐진다. 15일 정도 지나면 담수 상당량이 새나가기 때문에 만수 풍경은 오래가지 않는다. 백록담은 면적 21만 m²의 전형적인 산정화구호로, 둘레가 1700m다. 분화구 최대 높이가 1950m, 분화구 깊이는 108m 정도다. 1970년대까지 백록담 수심은 최고 12m에 이르렀으나 분화구 사면에서 흙과 자갈이 계속 흘러내리면서 최고 수심이 6∼7m가량으로 낮아졌다. 1970년대에는 분화구에서 철쭉제 행사나 야영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통제구역이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올레’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탐방객이 크게 줄었다. 31일부터 시작하는 ‘제주올레걷기축제’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제주올레는 2007년 9월 올레 1코스(시흥초교∼광치기해변) 개장을 시작으로 2012년 마지막 정규 코스가 개설됐다. 제주올레는 21개 정규 코스, 5개 부속 코스 등 모두 26개 코스로 총 길이 425km다. ‘놀멍 쉬멍 걸으멍(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뚜벅뚜벅, 느릿느릿 제주를 들여다보는 코스를 지향했다. 옛길이나 사라진 길을 찾아내고 되살리며 환경 훼손과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했다. 오름(작은 화산체), 바다, 마을, 숲 등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길로 도보여행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올레길이 열리자 반응은 뜨거웠다. 도시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길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탐방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30∼50대 여성이 중심이었던 ‘올레꾼’은 점차 나이와 직업,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해지면서 제주관광의 지형을 바꿔 놓았다. 유명 관광지에 들러 사진을 찍고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는 패턴에서 아기자기한 길을 걸으며 제주의 속살을 만나는 생태여행으로 트렌드가 바뀐 것이다. 저비용 항공사의 증가로 항공비용이 저렴해진 것도 올레를 자주 찾는 요인이 됐다. 고공행진을 하던 올레길 탐방객은 2013년 119만 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4년 118만 명, 2015년 94만 명, 2016년 68만 명, 2018년 58만 명 등으로 감소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측이 적정 탐방객 수로 정한 70만∼80만 명을 밑도는 수치이다. 서귀포 해안 절경이 뛰어나고 접근이 쉬운 올레 6, 7, 8코스에서는 탐방객을 쉽게 볼 수 있지만 14(저지∼한림), 16(고내∼광령), 20(김녕서포구∼제주해녀박물관)코스에서는 탐방객을 보기 힘들다. 올레길 주변에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이 생겨나면서 해안가 난개발을 부추겼다는 지적과 함께 답압(踏壓)에 따른 자연환경 훼손, 코스 내 사유지 소유자와의 갈등, 농작물 서리로 인한 지역주민과의 마찰 등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레길의 소득 창출 효과가 주민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주올레 측은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제주올레걷기축제를 통해 올레길 활성화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열리는 올해 축제는 8(약천사∼논짓물), 9(화순금모래해수욕장∼논짓물), 10(하순금모래해수욕장∼하모체육공원)코스에서 하루에 한 코스씩 걸으면서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지역 먹을거리를 즐기는 이동형 축제이다. 친환경을 표방한 점도 눈길을 끈다. 개인 컵이나 물병을 소지할 수 없으며 무료로 제공되던 차나 음료도 받을 수 없다. 먹을거리 구매 시 개인 수저가 없으면 환경 분담금을 내야 한다. 쓰레기를 치우는 클린올레, 재활용품 자동 수거 보상기 운영, 헌옷으로 만드는 인형 코너 등 환경 캠페인도 진행된다. 제주올레 관계자는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올레길 걷기가 줄어드는 대신 길을 온전히 즐기려는 완주자 등 탐방객은 오히려 늘고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을 특성을 활용한 100년 대계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제주올레’가 지속가능한 친환경 생태여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인간 소외, 지역 문제 등을 휴머니즘으로 풀어낸 영화를 볼 수 있는 ‘2019 제주영화제’가 다음 달 2일부터 30일까지 제주시 제주아트센터와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등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제주영화제가 주최하고 제주영화제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개·폐막식과 트멍(‘틈’의 제주 방언) 섹션, 특별 및 일반 상영, 부대행사 등으로 진행된다. 올해 개막작으로는 제주 출신 고훈 감독의 ‘종이꽃’이 선정됐다. 제주에서 제작된 작품 중 주제 의식이 빛나거나 우수한 작품을 꼽는 트멍 경쟁작 후보로는 임형묵 감독의 ‘조수웅덩이: 바다의 시작’과 박철우 감독의 ‘애월’, 정다운 감독의 ‘이타미준의 바다’ 등이 뽑혔다. 수상작은 제주도민으로 구성된 관객 투표단 300명의 투표 등으로 결정된다. 폐막작은 다음 달 30일 오후 3시 오백장군갤러리에서 상영되는 팀 콜 감독의 ‘스몰 아일랜드 빅 송’이다. 제주영화제는 부문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독립영화제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3회에 걸쳐 제주트멍영화제로 행사를 치르다가 2006년부터 제주영화제로 명칭이 바뀌었다. 2009년 8회를 끝으로 중단됐다가 2013년 부활했고 올해로 15회째를 맞는다. 권범 제주영화제 이사장은 “영화제를 통해 세계 섬지역의 고유성과 독창성에 주목하고 섬들 사이의 교류와 연대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명상수련원에서 40여 일 전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50대 남성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제주서부경찰서는 명상수련원 원장 A 씨(58)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다른 회원 3명은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 등은 유기치사, 사체은닉, 사체은닉방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남성은 8월 30일 명상수련원에서 수련하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선 뒤 지난달 1일 연락이 두절됐다. 남성의 아내는 이후 한 달 이상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자 15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명상수련원을 찾아가 숨진 채 수련실 바닥에 누워 있는 50대 남성을 발견했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이불로 덮여 있었고 위로 모기장이 설치돼 있었다. 당시 A 씨는 경찰에게 “(남성이) 명상 중이다. 들어가면 다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 주변에서는 흑설탕과 주사기 등이 발견됐다. 명상수련원 관계자들은 조사에서 “A 씨가 시신을 닦고 설탕물을 먹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6일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부검을 실시한 결과 외력에 의한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남성이 이전에도 명상하러 해당 명상수련원에 갔으며 수련원은 기숙사처럼 숙식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곳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명상을 하는 곳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약독물 검사 등 추가 감정 의뢰를 했으며 결과는 한 달 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시신을 방치한 이유와 설탕물 주입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관광객이 카약을 타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하천인 제주 서귀포시 쇠소깍(명승 제78호·사진). 현무암 암반 밑을 흐르다 표면으로 솟아난 물이 바닷물과 만나는 곳이다. 쇠는 효돈마을, 소는 물웅덩이, 깍은 끝을 뜻하는 합성어로 ‘하천이 바다를 만나는 효돈마을의 물웅덩이’로 해석할 수 있다. 카약을 타면 밑바닥을 보일 만큼 깨끗하고 계곡 절벽에는 새소리가 가득한 울창한 숲으로 이뤄졌다. 쇠소깍이 있는 하천의 발원지는 한라산 백록담이다. 백록담 옆 방애오름을 휘돌아 깊은 계곡을 형성하며 해안가로 내달린다. 이 계곡은 ‘산벌른내’로 불린다. ‘산을 쪼갠 하천’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으로 맑은 날이면 서귀포시 해안지대에서 선명히 보일 만큼 깊고 크다. 산벌른내 지하를 흐르던 물은 돈내코에 이르러 암반 틈새로 솟아오른다. 연중 물이 흐르는 곳으로 돈내코 원앙폭포는 물맞이 장소로 유명하다. 산벌른내, 돈내코 등이 있는 영천은 효명사 부근에서 발원한 효돈천과 합쳐져 쇠소깍으로 이른다. 영천·효돈천은 2002년 유네스코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 지역으로 지정됐다. 난대·한대 식물상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하천 저지대는 구실잣밤나무 종가시나무 참식나무 등 상록수가 우점종이고 고지대에는 구상나무가 서식하고 있다. 한란, 솔잎난, 만년콩 같은 희귀식물도 자생한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양방언 씨가 국내외 제주인들의 심금을 울릴 무대를 마련한다. 양 씨는 13일 오후 5시부터 열리는 세계제주인대회 ‘화합의 밤’ 공연무대에서 제주도립교향악단, 제주합창단, 메조소프라노 김지선, 소리꾼 김준수 씨 등과 협연을 한다. 이번 무대에서 선보일 곡은 제주의 이미지에 감동을 받아 작곡한 ‘프린스 오브 제주(Prince of Jeju)’, 여러 나라에 흩어진 사람(디아스포라·Diaspora)을 위로하는 ‘디아스포라 로스트 아리랑 2019’ 등이다. 양 씨는 재일 제주인 출신으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양 씨는 “로스트 아리랑은 이국만리 타향에서 어렵게 사는 디아스포라의 비애와 희망을 담았다”며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자리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 씨는 세계제주인대회 홍보대사도 맡고 있다. ‘2019 세계제주인대회’는 15개국 1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12∼14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지에서 열린다. 거리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디아스포라포럼, 제주인 성공 스토리 토크쇼, 차세대 네트워크 교류, 글로벌 제주인 이주사 전시회, 글로벌 제주 제품 전시·판매전, 제주 전통문화 체험 등으로 꾸며진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에 물이 가득 찬 장관이 4일 펼쳐졌다. 담수 최고 수심인 6m 정도로 깊어졌다. 태풍 ‘타파’와 ‘미탁’이 연속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한라산 윗세오름 1219㎜, 어리목 1218㎜ 등의 누적 강우량을 기록하면서 ‘만수’를 보여준 것이다. 백록담에 담긴 빗물은 보름가량 지나면 절반이상 지하 암반 틈새로 빠져나간다. 백록담은 면적 21만m²의 전형적인 산정화구호로 둘레가 1700m다. 분화구 최대 높이가 1950m, 분화구 깊이는 108m 정도다. 1970년대까지 백록담 수심은 최고 12m에 이르렀으나 분화구 사면에서 흙과 자갈이 계속 흘러내리면서 수심이 낮아졌다. 1970년대 분화구에서 철쭉제 행사나 야영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통제구역이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의 대표적인 해돋이 명소인 성산일출봉 옆 해수면 주변으로 붉은 기운이 퍼지다 시뻘건 해(사진)가 솟아올랐다. 머리를 내미는가 싶더니 어느새 눈을 마주하기 힘들 만큼 강한 빛을 쏟아냈다. 지난달 24일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 백록담과 일출을 한 장면에 담은 풍광은 장엄함을 넘어 경이로웠다. 어둠에 묻혔던 백록담 분화구 내부는 해가 오르는 위치에 따라 그림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했다. 제주사람들에게 한라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라는 경관적인 부분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한라산 가치보전 천년대계 수립 용역에서 ‘한라산은 곧 제주’라는 응답이 많았다. ‘탐라지도’(경희대 혜정박물관 소장), ‘제주도도’(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등 고지도에 백록담이 실제보다 크게 그려질 정도로 조선시대에도 특별한 관심 대상이었다. 백록담은 거대한 화구호로 둘레 1700m, 깊이 108m이고 면적은 21만 m²가량이다. 타원형이지만 조면암질 북쪽 사면이 풍화작용 등으로 무너지고 있어서 상당한 시간이 흐르면 말발굽형 분화구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백록담은 구상나무 군락을 비롯해 암매, 한라솜다리, 한라개승마, 한라장구채 등이 자생하는 고산희귀 특산식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매년 1월 1일 새해 첫 해돋이를 백록담에서 맞이하는 특별 행사를 한다. 야간산행, 드론 비행을 위해서는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18호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제주, 남부지방에 최고 3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고 주택 파손, 도로 침수, 항공기 결항 등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일부터 2일 오후 10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제주 윗세오름 369.0mm, 전남 고흥군 276.5mm, 경남 산청군 지리산 281.5mm 등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오후 10시 반 현재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북 성주군에서 농수로 배수 작업을 하던 70대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고 제주 서귀포시에선 주택이 파손되면서 3명이 다쳤다. 주택 101동이 물에 잠겼고, 이재민 30명이 발생했다. 비바람이 몰아친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에선 주택 5채가 파손돼 이재민 25명이 발생했다. 신모 씨(82) 등 3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성산읍 양어장 3곳이 강풍, 폭우로 부서졌으며 제주시 구좌읍 일대에서 949가구가 일시 정전됐다. 제주시 비자림로, 유수암 등에 폭우가 쏟아지는 등 도로 14곳에서 침수가 발생해 한때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 제주시 구좌읍 구좌중앙초등학교 본관 2층 지붕이 파손돼 교실에 물이 새기도 했다.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은 300여 편이 결항했다. 제주 부속 섬을 포함해 부산, 목포 등 다른 지역을 잇는 8개 항로 여객선 14척의 운항이 중단됐으며 한라산국립공원 탐방도 통제됐다. 전남 지역에선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전남도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2일 오전 완도군 완도읍 일부 지역이 물에 잠겨 126가구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한꺼번에 쏟아진 비로 저지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 보닛까지 물이 차올랐고 상점과 주택 안까지 물이 들어왔다. 무안군 삼향읍과 목포시 석현동 인근 마을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일부 주택이 침수됐고 주민들이 가재도구 등을 챙기는 등 피해를 줄여보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해남군과 고흥군, 나주시 등에서도 배수구가 막히거나 넘쳤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보성군에선 야산 토사가 흘러내려 도로 교통이 통제되기도 했다. 목포 완도 여수와 섬을 잇는 모든 여객선의 운항이 중단됐고 무안 여수 광주공항의 항공기 결항도 이어졌다. 무등산 내장산 지리산 다도해 해상 등 국립공원 출입은 전면 통제됐다. 부산항은 2일 오후 6시부터 항만을 폐쇄했고 3000척이 넘는 어선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 부산 해운대구 재반로의 한 4층 건물에선 강풍으로 외벽 타일이 떨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일 오후 9시 40분 전남 해남군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미탁’은 3일 오전 동해안을 통해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태풍이 몰고 온 구름대의 영향으로 3일 오후까지 비가 이어지겠다. 제주와 남부, 서해안의 경우 3일 오전에 비가 그치고 서울 등 수도권은 낮 12시를 전후해 비가 잦아들겠다. 서울의 경우 오전 6시∼낮 12시 10∼20mm의 비가 예보됐다. 제주=임재영 jy788@donga.com / 광주=이형주 / 사지원 기자}

제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지난해 8월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중단된 이후 1년 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삼나무 벌채 보완 대책을 마련했으나 공사 구간에서 법정보호종 동식물이 확인됐다는 시민단체 주장에 따라 정밀 조사와 보호 방안을 마련하느라 공사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주도는 비자림로 주변 식생에 대한 조사반을 편성해 추가 조사를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비자림로 확장공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을 위한 환경저감 대책에 대해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보완 요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천미천 주변 삼림과 공사구간 지역에서 동식물을 보완 조사하고 법정보호종을 비롯해 조류, 포유류, 양서류 등의 생태 특성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하라고 요청했다. 생태 특성에는 분포현황, 번식지, 서식지, 휴식지, 먹이자원, 이동경로, 비행고도, 비행행동 등 광범위한 부분이 포함됐다. 양서·파충류를 포함한 야생생물이 도로를 가로질러 다닐 수 있는 박스형이나 육교형 이동 통로 설치가 가능한지도 검토하도록 했다. 제주도는 보완 요청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동식물 분야 전문가 등으로 정밀조사반을 편성해 조사 범위와 내용, 기간 등을 정한 뒤 현장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공사 구간 가운데 거슨세미오름에서 칡오름 사이에 야생동물 이동통로 설치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추가 조사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발견된다면 보완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장기간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비자림로 확장공사 구간은 대천 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km로, 지난해 6월 28일 착공됐으나 시민단체가 도로 주변 삼나무 벌채 중단을 요구하자 그해 8월 7일 공사가 중단됐다. 제주도는 공사 중단 이후 ‘아름다운 비자림로 조성’ 방침을 세운 뒤 전문가그룹에서 건의한 내용을 받아들여 도로 폭을 당초 24m에서 22m로 줄였다. 삼나무 숲이 우거진 2구간(제2대천교∼세미 교차로) 1.35km는 우회도로를 개설하고 도민과 관광객이 삼나무 수림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숲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삼나무 숲 등 벌채 면적도 당초 4만3467m²에서 2만1050m²로 절반가량 줄였다. 이 같은 보완대책을 마련한 후 올 3월 공사를 재개했으나 시민단체의 반발로 2개월 만에 다시 중단됐다. 시민단체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계획 노선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주요 철새 도래지, 각종 보호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는 없다’고 했지만 멸종위기 생물인 팔색조, 애기뿔쇠똥구리, 으름난초 등이 발견됐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도 공사 중단을 요청하자 제주도는 5월 말 공사를 중단했다. 242억 원이 투입되는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 동부지역과 제주시 사이 원활한 교통과 물류 수송, 겨울철 결빙 해소 등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전체 면적 13만4033m² 가운데 86%인 10만5023m²에 대한 보상이 완료됐다. 2021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잦은 공사 중단으로 완공 시기는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공사 지역은 비자림과 7km가량 떨어져 있는 삼나무 인공조림지, 목장지대지만 여러 가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철저한 조사를 벌인 뒤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제주 동부와 대한해협을 통과하면서 일부 지역에는 이틀 동안 700mm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폭우와 강풍으로 사상자가 발생했고 침수, 정전, 단수, 붕괴 등 피해도 이어졌다.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현재 태풍 타파의 피해로 1명 이상이 숨지고 22명 이상이 다치는 등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제주, 경남 등 8개 권역 8093가구에서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1일부터 22일 오후 8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제주 한라산 어리목 774.5mm, 제주시 윗세오름 679mm, 부산 102.3mm 등이었고 순간최대풍속은 전남 여수시 초속 42.2m, 제주 서귀포시 지귀도 초속 40.6m 등을 기록했다. 특히 강풍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시 화북동 삼화LH아파트 입구 사거리에선 신호등이 꺾였고 건입동과 조천읍 등에선 전신주가 크게 기울었다. 김녕항, 추자항에서는 레저보트가 전복됐고 제주 지역 3335가구에서 전기가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기상청은 부산 해운대 고층빌딩 일대에 초속 50m의 바람이 불었다고 밝혔다. 22일 연제구 거제동에서는 6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강풍에 넘어진 가로등에 부딪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수영구의 한 아파트에선 자전거 보관소 지붕이 바람에 날려 40대 행인이 머리를 다쳤다. 해운대구 반여동의 한 목욕탕에서는 가로 2m, 세로 1.5m의 대형 유리창이 강풍에 깨져 인도로 떨어졌다. 전날 오후 10시 반경 부산 부산진구의 한 주택에서는 기둥이 붕괴돼 1층에 살던 70대 여성이 건물 잔해에 깔려 숨졌다. 울산 울주군에서는 60대 선장이 자신의 배가 표류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배를 인양하기 위해 해경 경비함을 타고 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해경은 곧바로 선장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울산 남구 삼산동의 오피스텔에선 외벽이 떨어져 인근에서 교통통제를 하던 울산남부경찰서 윤모 경장이 파편을 머리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조선 영조 때 조성된 섬진강 소나무숲인 경남 하동군 하동읍 하동송림(천연기념물 445호)에서는 소나무 한 그루가 쓰러졌다. 전남 목포시에선 교회 건물 외벽에서 벽돌이 떨어지면서 50대 여성이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 이 여성은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과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는 강풍으로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농경지 피해도 컸다. 전남도에 따르면 나주 신안 해남 진도 목포에서 496ha의 농경지 침수 피해가 접수됐다. 장성 무안 광양 여수의 논 57ha에서 벼가 쓰러졌다. 전북 지역에서도 논과 밭 49ha에서 농작물이 쓰러지거나 물에 잠겼다. 여객기와 여객선의 결항도 속출했다. 바다에서 계류 중이던 일부 선박은 좌초하기도 했다. 22일 제주국제공항에서 운항 예정이던 항공기 478편 가운데 300여 편이 결항했고 여객선 운항도 중단됐다. 선박 1900여 척도 긴급 피항했다. 김해공항은 192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광주공항과 여수공항에서 오가는 국내선 항공편도 대부분 결항했고 무안공항에서는 국제선 일부만 운항했다. 전남 지역 섬을 잇는 54개 항로 여객선 93척도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울산 일산해수욕장 앞 해상에 계류 중이던 요트 2척은 높은 파도에 떠밀려 백사장에 좌초됐고 부산 기장군 일광조선소 인근 앞바다에서 장기 계류하던 선박도 암초에 좌초됐다. 태풍 타파는 강풍 반경 300km 이상, 중심 최대풍속 초속 30m 이상을 유지하면서 대한해협을 통과해 독도 해상으로 빠져나갔다.울산=정재락 raks@donga.com / 제주=임재영 / 사지원 기자}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제주 동부와 대한해협을 통과하면서 일부 지역에는 이틀 동안 700mm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폭우와 강풍으로 사상자가 발생했고 침수, 정전, 단수, 붕괴 등 피해도 이어졌다.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현재 태풍 타파의 피해로 1명 이상이 숨지고 22명 이상이 다치는 등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제주, 경남 등 8개 권역 8093가구에서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1일부터 22일 오후 8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제주 한라산 어리목 774.5mm, 제주시 윗세오름 679mm, 부산 102.3mm 등이었고 순간최대풍속은 전남 여수시 초속 42.2m, 제주 서귀포시 지귀도 초속 40.6m 등을 기록했다.특히 강풍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시 화북동 삼화LH아파트 입구 사거리에선 신호등이 꺾였고 건입동과 조천읍 등에선 전신주가 크게 기울었다. 김녕항, 추자항에서는 레저보트가 전복됐고 제주 지역 3335가구에서 전기가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기상청은 부산 해운대 고층빌딩 일대에 초속 50m의 바람이 불었다고 밝혔다. 22일 연제구 거제동에서는 6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강풍에 넘어진 가로등에 부딪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수영구의 한 아파트에선 자전거 보관소 지붕이 바람에 날려 40대 행인이 머리를 다쳤다. 해운대구 반여동의 한 목욕탕에서는 가로 2m, 세로 1.5m의 대형 유리창이 강풍에 깨져 인도로 떨어졌다. 전날 오후 10시 반경 부산 부산진구의 한 주택에서는 기둥이 붕괴돼 1층에 살던 70대 여성이 건물 잔해에 깔려 숨졌다.울산 울주군에서는 60대 선장이 자신의 배가 표류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배를 인양하기 위해 해경 경비함을 타고 가는 과정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해경은 곧바로 선장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울산 남구 삼산동의 오피스텔에선 외벽이 떨어져 인근에서 교통통제를 하던 울산남부경찰서 윤모 경장이 파편을 머리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조선 영조 때 조성된 섬진강 소나무숲인 경남 하동군 하동읍 하동송림(천연기념물 445호)에서는 소나무 한 그루가 쓰러졌다.전남 목포시에선 교회 건물 외벽에서 벽돌이 떨어지면서 50대 여성이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재 이 여성은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과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는 강풍으로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농경지 피해도 컸다. 전남도에 따르면 나주 신안 해남 진도 목포에서 496ha의 농경지 침수 피해가 접수됐다. 장성 무안 광양 여수의 논 57ha에서 벼가 쓰러졌다. 전북 지역에서도 논과 밭 49ha에서 농작물이 쓰러지거나 물에 잠겼다.여객기와 여객선의 결항도 속출했다. 바다에서 계류 중이던 일부 선박은 좌초하기도 했다. 22일 제주국제공항에서 운항 예정이던 항공기 478편 가운데 300여 편이 결항했고 여객선 운항도 중단됐다. 선박 1900여 척도 긴급 피항했다. 김해공항은 192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광주공항과 여수공항에서 오가는 국내선 항공편도 대부분 결항했고 무안공항에서는 국제선 일부만 운항했다. 전남 지역 섬을 잇는 54개 항로 여객선 93척도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울산 일산해수욕장 앞 해상에 계류 중이던 요트 2척은 높은 파도에 떠밀려 백사장에 좌초됐고 부산 기장군 일광조선소 인근 앞바다에서 장기 계류하던 선박도 암초에 좌초됐다. 태풍 타파는 강풍 반경 300km 이상, 중심 최대풍속 초속 30m 이상을 유지하면서 대한해협을 통과해 독도 해상으로 빠져나갔다.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제주를 ‘세계환경수도’로 조성하는 사업이 헛돌고 있다. 기본계획을 완료하는 목표 시기가 내년으로 다가왔지만 일부 사업은 실적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세계환경수도를 인증할 만한 기관이나 단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2011년 ‘세계환경수도 조성 및 저탄소 녹색성장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2012년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회원총회에서 ‘세계환경허브 조성과 평가인정 시스템 구축’에 따른 협력을 하기로 하면서 세계환경수도 사업을 본격화했다. 2014년부터 2020년을 목표로 세계환경수도 조성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가 최근 자체 평가한 세계환경수도 조성 세부실행계획 결과에 따르면 환경 33건, 경제 10건, 사회 5건 등 사업 48건 가운데 18.7%인 9건의 추진실적이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수는 25.0%인 12건, 양호는 56.3%인 27건으로 나타났다. 사업수행능력, 예산집행실적 등을 기준으로 추진율이 80% 이상이면 우수, 50∼80% 미만은 양호, 50% 미만은 미흡 등 3단계로 나눠 사업추진 부서가 스스로 평가했다. 미흡으로 평가받은 사업 가운데 제주국립공원 확대지정은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 153km² 면적의 한라산국립공원에 오름(작은 화산체) 일부와 해양도립공원, 곶자왈도립공원 등을 포함시켜 673km²(해상 290km², 육상 383km²)로 확대하는 사업인데 재산권 침해 등을 주장하는 일부 주민의 반발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가 ‘탄소 없는 섬’을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구축은 30% 내외의 실적에 머물러 있다. 인공 어초로 해양생물 보금자리 등을 마련하는 해중림 조성사업을 비롯해 도시생태현황지도 작성, 빗물이용시설 설치 지원사업, 지하수 사후관리 강화, 휴양형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 육성, 친환경 생활을 위한 환경교육 활성화 등도 사업추진율이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다. 제주형 축산사업장 냄새 저감 방제체계 구축, 폐기물 감량 및 재활용 확대를 통한 자원순환 촉진사업은 사업추진 부서가 ‘우수’라고 자평했지만 도민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등 일부 사업에 대한 자체 평가가 형식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들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받을 곳이 없는 실정이다. 제주도는 당초 IUCN에서 인증을 받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IUCN은 올해 초 제주도에 “비영리 환경단체이기 때문에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관련 분야에서 심의를 거쳐 세계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 등의 인증을 하고 있지만 IUCN은 세계의 자원과 자연을 관리하고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력과 연구조사 등을 수행할 뿐 인증 단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위해 내년 세계환경허브도시협의체를 구성하고 평가 시스템을 만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며 “이와 별도로 2020년부터 2030년까지를 목표로 하는 동북아환경수도 계획을 수립해 친환경 섬으로 입지를 굳히겠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제주광어(대표 한용옥)가 운영하는 ‘센터키친’. 서귀포시 한 식당에서 광어 주문이 들어오자 조리사가 수족관으로 달려갔다. 무게 2.5kg에 달하는 1등급 양식 광어를 들어올려 곧바로 해체 작업에 돌입했다. 10여 분 만에 진공 포장된 살코기(필릿)가 식당으로 보내졌다. 식당에서는 싱싱한 광어회와 초밥 등을 식탁에 올렸다. 광어 전시 및 조리 공간인 센터키친은 최근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에서 ‘싱싱한제주씨’라는 이름으로 광어 필릿 판매를 시작했다. 제주는 물론 전국으로 배송한다. 2kg 이상의 양식 광어의 뼈와 가시를 발라낸 필릿을 냉장 상태로 배송한다. 가정은 물론이고 식당, 펜션, 캠핑장, 직장에서도 알맞게 숙성된 회를 맛볼 수 있다. ㈜제주광어 산하 광어관리 전문 연구기관인 피쉬케어연구소는 건강관리 1등급을 받은 광어만을 대상으로 필릿을 공급하고 있다. 김성현 피쉬케어연구소장은 “최근 가격 하락으로 광어 양식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광어 숙성 필릿은 횟집이 아니더라도 가정이나 야외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판매 실적은 아직까지 미미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양식업계를 회생시킬 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지역 양식 광어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뒤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1kg짜리 광어 출하 단가는 1월 8604원, 2월 8869원, 3월 9240원에서 횟감 수요가 높은 7월 9569원으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kg당 생산 비용인 1만 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광어 가격이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외국산 수입 연어의 시장 확장이 꼽힌다. 지난해 연어 국내 수입량은 3만7000t으로 광어 생산량과 비슷하지만 냉동에서 선어로 수입 형태가 변하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연어가 회, 초밥 등으로 다양하게 소비되면서 광어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광어 수입 검사비율을 높인 것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6월부터 광어 수입 신고물량 검사비율을 20%에서 40%로 높였다. 광어에 식중독을 유발하는 물질 검역을 강화하겠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등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조치에 대한 보복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일본 측이 광어의 식중독 유발물질로 지목한 기생충인 ‘쿠도아’에 대해 제주어류양식수협 등에서 조사한 결과 식중독을 유발하는 어떤 근거도 나오지 않았지만 쿠도아 검출 양어장은 대일 수출을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제주는 국내 광어 생산의 60%를 차지하고 지난해 말 총수입이 2781억 원에 달할 정도로 지역경제의 핵심 산업 중 하나다. 한용선 제주어류양식수협조합장은 “경영회생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도산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한 조합원이 수백 명에 달한다”며 “수입 연어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와 함께 유통, 판매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제주지역 광어 양식 산업의 실태와 경제성 분석’ 정책연구에서 양식산업 차별화와 해외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국제적인 수산물 인증인 ASC를 획득하는 것을 비롯해 광어 가공·유통센터 건립 및 6차 산업화를 제안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 사회적 경제 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 확대된다. 제주도는 취약계층 공익사업과 수익사업, 간병 서비스 등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 3000개를 창출하기 위한 ‘제주 사회적 경제 뉴딜 일자리 3000’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이를 위해 민간 전문기관, 사회적 경제 기업, 행정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경제워킹그룹의 토론을 통해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제주사회적경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39개 사업을 마련했다. 지역 현안을 잘 아는 도민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을 설립한 뒤 수익을 창출하고 창출한 수익을 지역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조성해 고용 창출 효과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제주도는 사회적 경제 기업을 이끌어 나갈 기업가 양성을 위해 창업 전 단계부터 성장 단계까지 인큐베이팅, 멘토링, 전문 컨설팅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2022년까지 690억 원을 투자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한 홍보 및 신규 시장 개척과 판로를 확대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사회적 경제 기업 본사와 가맹점 간에 동반성장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사업장을 개설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동어리목골과 남어리목골이 합쳐져 어승생악 옆으로 이어지는 어리목계곡은 흔히 ‘Y계곡’으로 불린다. 백록담 서북벽과 장구목, 민대가리동산 등에서 흘러내린 물이 어리목계곡으로 모아져 어승생수원지에 저장된다. 4일 이 계곡 해발 1120m 절벽 사면 등에 물봉선이 분홍빛 꽃을 피운 가운데 푸른 이끼를 타고 용천수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한라산 비경 가운데 하나인 ‘이끼폭포’(사진)다. 절벽의 흙과 바위를 바짝 움켜쥔 이끼에 물이 흐르면서 긴 수염을 늘어뜨린 것처럼 보였다. 이끼폭포만을 떼어놓고 본다면 육상에 생명체가 생겨난 태초의 모습으로 여겨진다. 이끼는 물속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육지로 올라온 최초의 육상식물이다. 원시적인 식물이어서 꽃이 피지 않고 뿌리와 줄기, 잎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다. 햇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녹색식물로 분류되지만 물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이끼폭포가 형성되려면 경사가 있는 곳에 연중 물이 흘러야 하고 습하고 서늘해야 한다. 국내에서 이끼폭포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라산에서는 어리목계곡과 탐라계곡 이끼폭포가 유명하다. 어리목계곡 이끼폭포가 아기자기한 분위기라면 탐라계곡 이끼폭포는 해발 1000m 지점에 30여 m 높이의 절벽에 형성돼 웅장하게 보인다. 이들 이끼폭포는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으로 한라산국립공원 주요 단속 대상 지역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지역 제1호 투자진흥지구로 관심을 모았던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놓고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 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마을회 임시총회를 갖고 동물테마파크 사업자와 체결한 협약서 무효, 정현철 이장 해임 등 안건을 놓고 투표를 했다. 선흘2리 250여 가구 주민 7000여 명 가운데 130여 명이 투표해 압도적인 찬성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선흘2리 이장 등은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는 ㈜제주동물테마파크와 7월 26일 상생협약서를 교환하고 마을발전기금 7억 원을 받기로 했다. 제주도 환경보전방안검토서 심의위원회가 사업을 조건부로 통과시키면서 보완사항으로 내건 주민협의에 따른 것이다.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 협약이 밀실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주민은 “선흘2리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을 포함해 7개의 오름과 곶자왈이 있는 생태지향적 마을이자 제주 지하수의 원천”이라며 “이런 지역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반생태적, 시대착오적 사고”라고 비난했다. 정 이장과 사업에 찬성하는 선흘2리 찬성대책위원회는 주민들의 총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27일 열린 마을 임시총회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이장 측은 “7월 23일 이장이 총회 소집 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마음대로 4일 뒤 임시총회를 강행했다”며 “임시총회 소집권자인 이장이 이미 총회 안건을 기각했음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논리로 불법 회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동물테마파크를 둘러싼 주민 갈등은 이미 법정 싸움으로 비화됐다. 반대대책위 주민들은 동물테마파크 사업자와 선흘2리 이장 간 맺은 상호협약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소송을 통해 마을 이장이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밀리에 사업자와 체결한 굴욕적인 주민상생방안 협약서가 무효임을 법적 절차를 통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대책위 관계자는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뜻이 확고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업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장 역시 반대대책위 소속 주민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정 이장은 마을에 내걸린 ‘정 이장, 네가 돈 7억에 마을을 팔았구나’라는 현수막을 문제 삼아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찬성대책위 측은 최근 성명에서 “전·현직 이장들은 사업자와 좋은 관계를 형성해 선흘2리 발전과 행복마을 만들기에 동참해 주길 바라고 있다”며 “협약서를 기반으로 더 나은 상생방안을 모색하고 합의하는 데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 간 갈등으로 동물테마파크 공사가 계속 미뤄지면서 2021년 4월 개장을 목표로 한 1단계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주도 관계자는 “사업내용 변경에 따라 환경보전방안 검토서 심의위원회에서 제시한 주민협의 등 13개 항의 조건이 이행된 것을 확인한 후 사업 추진 여부를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테마파크 사업 면적은 58만1841m²로 2007년 개발사업시행 승인을 받았지만 2011년 공사가 중단됐으며 투자자가 바뀐 뒤 2017년 다시 사업이 추진됐다. 사업내용은 말 산업 중심 테마파크에서 사자, 호랑이, 불곰, 코뿔소, 코끼리 등 23종 500여 마리를 실내외에서 관람하는 것으로 수정됐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전 남편(36)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수감 중)이 두 번째 참석한 재판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 검출이 쟁점이 됐다. 검찰 측에서는 졸피뎀이 든 음식물을 먹인 뒤 범행을 했다고 밝힌 반면 고유정 측은 관련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 심리로 2일 오후 2시부터 1시간가량 열린 재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한 인정여부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힌데 이어 증거조사를 통해 졸피뎀 성분에 대한 증거능력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고유정 차량에 있는 붉은 색 담요에서 18개의 흔적이 나왔고 이 가운데 13개에서 혈흔 등 범행과 관련된 흔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 감정서에 따르면 혈흔 8개에서 전 남편 혈흔과 DNA가 나왔고 1개 흔적에서는 전 남편, 고유정 DNA가 섞여서 나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상대적으로 다량인 혈흔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인 “18개를 포함한 20개에 대해 감정결과를 냈는데 믹서기와 비닐팩에서 혈흔이 검출됐지만 졸피뎀이 나오지 않았다. 붉은 담요에서 졸피뎀 성분이 나왔지만 피고인 혈흔도 나왔고, (수사 자료를 보면) 누구 피에서 졸피뎀이 나왔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졸피뎀은 계획적인 범행여부를 가리는 핵심 증거 가운데 하나다. 전 남편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됐다면 사전에 범행을 준비했다는 유력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고유정은 그동안 사체훼손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계획 범행이 아니라 성폭행을 피하려다 발생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졸피뎀 성분 검출 등 감정결과에 대한 진위를 가리기 위해 16일 오후 2시30분 열리는 재판에 국과수 감정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날 재판에서 고유정은 자리에 앉을 때 방청석으로 잠시 얼굴이 비쳤을 뿐 첫 번째 출석과 마찬가지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였다. 검찰이 스크린에 띄운 대검찰청 감정서를 보려고 몸을 사선으로 돌렸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재판이 끝날 즈음 방청석에서는 “영원히 없어져라”, “사형시켜라” 등의 고함이 나오기도 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