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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 살인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모 씨 부부가 주범 이경우(36·수감 중)의 납치 살인 계획을 승인하고 착수금 등으로 7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당들은 피해자 A 씨뿐만 아니라 A 씨의 남편까지 범행 대상에 올려놓고 살인 계획을 모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경우가 유 씨 부부에게 피해자 부부를 납치, 살해할 것을 제안했고 유 씨 부부가 동의해 착수금 2000만 원을 포함해 총 7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 씨 부부가 “피해자에게 코인이 몇십억 원 있을 것이다. 잘해 보자. 코인을 옮기고 현금 세탁하는 걸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강도살인 교사 혐의로 이미 구속된 유 씨 외에 부인 황모 씨도 8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퓨리에버 코인 폭락 사태를 계기로 A 씨와 원한 관계를 갖게 된 유 씨 부부가 이경우와 공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유 씨의 부인 황 씨 계좌에서 7000만 원이 인출되고, 이경우의 아내 B 씨 계좌로 현금 수백만 원씩 약 4300만 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간호사인 B 씨는 지난달 29일 피해자 납치 직전 자신이 일하던 병원에서 마취제를 몰래 가져나와 이경우에게 건넨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이 마취제가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찰 조사 결과 이경우는 공범 황대한(36·수감 중)과 연지호(30·수감 중)가 A 씨를 납치한 직후인 지난달 30일 오전 1시경 경기 용인시의 한 호텔 객실에서 유 씨를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씨와 이경우는 사건의 발단이 된 퓨리에버 코인뿐 아니라 A 씨가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를 모두 탈취하려고 했지만 정작 A 씨가 코인을 보유한 흔적이 없는 걸 확인한 후 A 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는 같은 날 오후 2시에도 서울 강남구에서 유 씨를 만나 “도피 자금 6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유 씨는 “당장 그런 돈을 구할 수 없다. (밀항) 배편을 알아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경우가 범행 직후 A 씨 휴대전화 등을 쇼핑백에 담아 B 씨에게 줬고, B 씨는 이경우가 체포된 후 유 씨의 부인 황 씨에게 이 쇼핑백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진위를 수사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경우와 황대한, 연지호, 미행 과정에 가담했던 이모 씨(수감 중) 등 4명을 9일 검찰에 송치했다. 연지호는 검찰에 이송되며 취재진에게 범행 가담 이유에 대해 “3억 원 넘게 받기로 했다”며 “황대한과 이경우가 ‘너도 (범행 모의를) 알고 있어 죽을 수 있다’고 협박해 (가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경우는 “고인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범행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유모 씨가 구속된 가운데, 유 씨는 주범으로 지목된 이경우(36)를 두고 ‘언제든 청부살인이 가능한 사람’이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찰은 이경우가 유 씨의 지시를 받은 후 자신의 대학 동문인 공범 황대한(36)과 연지호(30)를 끌어들여 피해자 A 씨를 납치, 살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납치, 살인을 청부했다는 의심을 받는 유 씨 부부와 A 씨는 가상화폐 퓨리에버가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 함께 투자한 초기 멤버였다. 유 씨 부부는 “퓨리에버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라며 지인들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거래소 상장 전 유 씨 부부와 A 씨가 유치한 투자금만 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1월 거래소 상장 직후 급등했던 시세는 2021년 1월 폭락했고 투자 손실 책임을 놓고 유 씨 부부와 피해자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유 씨 부부는 당시 자신의 권유로 퓨리에버를 산 투자자들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초기 투자자는 “유 씨의 아내가 조직폭력배들에게도 투자를 종용했는데 (가격이 폭락하자) 굉장히 난감해하고 다급해했다”며 “건달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왜 안 오르냐고 따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 씨 부부는 A 씨가 폭락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A 씨에 대한 원한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유 씨는 2021년 초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로 A 씨를 제외한 다른 초기 투자자들을 불러 모았다고 한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한 투자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씨가 당시 A 씨를 ‘나쁜 ×’이라고 부르면서 특수부대를 나온 이경우가 중국 교도소에 있는 죄수들을 빼내서 사람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 씨의 부인 황모 씨는 한 투자자와의 통화에서 A 씨를 ‘죽이겠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2021년 2월 25일 유 씨의 부인 황 씨는 “A 씨가 가지고 있는 코인 때문에 MM(Market Making·시세 조작)을 못 하고 있다”며 “저 미친 × 내가 직(죽)일 거다”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오전 0시 57분경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유 씨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 씨가 자신들 부부와 A 씨 사이의 갈등을 잘 알고 있는 이경우에게 4000만 원을 건넸고, 범행 직후 두 차례 만난 점 등을 토대로 유 씨가 살인을 청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 씨와 이경우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일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 씨의 신병을 확보한만큼 피해자와의 관계와 이경우에게 범행을 지시한 동기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정자교가 무너지는 걸 보고 너무 불안해 탄천으로 내려가 돌다리를 건넜어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70대 남성 정모 씨는 전날 분당구 정자교 붕괴 사고로 2명의 사상자가 난 걸 보고 불안해 탄천 위 교량 건너기를 포기했다고 6일 밝혔다. 정 씨는 “지하철을 타려면 매일 탄천을 건너야 하는데 수내교와 불정교에서도 침하 현상이 나타나 걱정이 크다”며 “전날 사망한 김모 씨도 출근 중이었다는데 날벼락 아닌가. 정밀 진단이 끝날 때까지는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돌다리만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정자교·불정교·수내교 보행로 차단 분당구 내 탄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24개 중 문제가 발견돼 통제 조치가 내려진 교량은 6일 현재 총 3개다. 성남시는 5일 오전 9시 45분경 정자교 붕괴 사고 발생 직후 탄천 교량을 긴급 점검한 결과 상류 방향으로 약 900m 떨어진 불정교에서도 보행로 침하 현상이 확인돼 차도와 보행로 양방향 통행을 전면 차단하고 있다. 이후 정자교에서 하류 방향으로 약 1.7km 떨어진 수내교에서도 보행로 일부가 기울어 5일 오후 8시경부터 보행로 양방향을 통제 중이다. 6일 오전에 찾은 수내교는 한눈에 보기에도 보행로가 울퉁불퉁한 상태였다. 수내교 앞에서 만난 20대 여성 신모 씨는 “평소 수내교를 지나갈 때 난간 일부가 끊어진 걸 보고 불안감을 느낀 적 있다”며 “정자교 같은 사고가 다른 교량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통제 중인 교량 3곳의 공통점은 30여 년 전 분당 개발 당시 지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분당구의 다른 교량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주민 불안이 확산되면서 성남시와 경찰, 소방에는 탄천 주변 교량의 안전에 대한 민원이 수십 건 접수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추가 다리 붕괴 우려가 나온다. 이재훈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회장(영남대 교수)은 “분당 개발 당시 돈이 적게 들지만 한 번에 무너질 위험이 큰 겹침 이음(철근을 겹쳐서 철사로 묶는 연결) 방식이 보행로 설계에 활용됐다”며 “해당 방식으로 설계된 교량에 대해 정밀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당구의 탄천 횡단 교량은 과거 정밀점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년 전 정밀점검에서 정자교와 수내교는 ‘보통(C)’ 등급을, 불정교는 ‘양호(B)’ 등급을 받았다. 분당구에 있는 탄천 횡단 교량은 모두 20개인데 2021년 정밀점검을 받은 16곳 중 9곳(56%)은 ‘보통’ 등급을, 7곳(44%)은 ‘양호’ 등급을 받았다. 다만 이 다리들은 지난해 하반기 정기점검에선 모두 ‘양호’ 등급을 받았다. 정밀점검은 2년에 한 번씩 장비를 동원해 실시하는 것이고 정기점검은 육안 등으로 외관만 확인하는 것이다. 김영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균열이 생기는 부분은 아스팔트로 덮여 있어 정기점검에선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성남시와 분당구 교량 업무 담당자를 불러 정기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은 배경과 그동안의 안전 정비 및 보수 과정을 조사 중이다. ● 중대재해법 적용도 검토 경기남부청은 정자교 붕괴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이 가능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중대시민재해는 길이 100m 이상의 교량에서 사망자 1명 이상 또는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할 경우 해당된다. 정자교는 총길이가 108m이고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법이 적용될 경우 신상진 성남시장이 고발될 수 있다. 다만 사고 원인이 지자체의 관리 소홀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성남시는 시내 전체 교량 211개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성남시 관계자는 “2주 안에 수내교 등 탄천변 인근 교량 전수 조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나머지도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노후 교량 안전점검에 착수한 상태다.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정자교가 무너지는 걸 보고 너무 불안해 탄천으로 내려가 돌 다리를 건넜어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70대 남성 정모 씨는 전날 분당구 정자교 붕괴사고로 2명의 사상자가 나는 걸 보고 불안해 탄천 위 교량을 건너기를 포기했다고 6일 밝혔다. 정 씨는 “지하철을 타려면 매일 탄천을 건너야 하는데 수내교와 불정교에서도 침하 현상이 나타나 걱정이 크다”며 “전날 사망한 김모 씨도 출근 중이었다는데 날벼락 아닌가. 정밀 진단이 끝날 때까지는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돌 다리만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정자교·불정교·수내교 보행로 차단 분당구 내 탄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24개 중 문제가 발견돼 통제 조치가 내려진 교량은 6일 현재 총 3개다. 성남시는 5일 오전 9시 45분경 정자교 붕괴 사고 발생 직후 탄천 교량을 긴급 점검한 결과 상류 방향으로 약 900m 떨어진 불정교에서도 보행로 침하 현상이 확인돼 차도와 보행로 양방향 통행을 전면 차단하고 있다. 이후 정자교에서 하류 방향으로 약 1.7km 떨어진 수내교에서도 보행로 일부가 기울어 5일 오후 8시경부터 보행로 양방향을 통제 중이다. 6일 오전 찾은 수내교는 한 눈에 보기에도 보행로가 울퉁불퉁한 상태였다. 수내교 앞에서 만난 20대 여성 신모 씨는 “평소 수내교를 지나갈 때 난간 일부가 끊어진 걸 보고 불안감을 느낀 적 있다”며 “정자교 같은 사고가 다른 교량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통제 중인 교량 3곳의 공통점은 30여년 전 분당 개발 당시 지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분당구의 다른 교량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주민 불안이 확산되면서 성남시와 경찰, 소방에는 탄천 주변 교량의 안전에 대한 민원이 수십 건 접수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추가 다리 붕괴 우려가 나온다. 이재훈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회장(영남대 교수)은 “분당 개발 당시 돈이 적게 들지만 한 번에 무너질 위험이 큰 겹침 이음 방식이 보행로 설계에 활용됐다”며 “해당 방식으로 설계된 교량에 대해 정밀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당구의 탄천 횡단 교량은 과거 정밀점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년 전 정밀점검에서 정자교와 수내교는 ‘보통(C)’ 등급을, 불정교는 ‘양호(B)’ 등급을 받았다. 분당구에 있는 탄천 횡단 교량은 모두 20개인데 2021년 정밀점검을 받은 16곳 중 9곳(56%)은 ‘보통(C)’ 등급을, 7곳(44%)은 ‘양호(B)’ 등급을 받았다. 다만 이들 다리들은 지난해 하반기 정기점검에선 모두 ‘양호(B)’ 등급을 받았다. 정밀점검은 2년에 한 번씩 장비를 동원해 실시하는 것이고 정기점검은 육안 등으로 외관만 확인하는 것이다. 김영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균열이 생기는 부분은 아스팔트로 덮여 있어 정기검진에선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성남시와 분당구 교량 업무 담당자를 불러 정기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은 배경과 그동안의 안전 정비 및 보수 과정을 조사 중이다. ● 중대재해법 적용도 검토 경기남부청은 정자교 붕괴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이 가능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중대시민재해는 길이 100m 이상의 교량에서 사망자 1명 이상 또는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할 경우 해당된다. 정자교는 총길이가 108m이고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법이 적용될 경우 신상진 성남시장이 고발될 수 있다. 다만 사고 원인이 지자체의 관리 소홀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성남시는 시내 전체 교량 211개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성남시 관계자는 “2주 안에 수내교 등 탄천변 인근 교량 전수 조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나머지도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노후 교량 안전검검에 착수한 상태다.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아이들에게 ‘How are you today?(오늘 어때?)’라고 물었을 때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하는 한국 아이들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저 학원 가야 해요’, ‘오늘 학원 3개 가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교사 애덤 돈 씨(50·미국)는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돈 씨는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각자 원하는 것을 할 선택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이런 추세를 반전시킬 만한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발표한 대책도 대부분 기존 정책을 보완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동아일보는 저출산의 원인과 해법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보고자 지난달 23∼29일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심층 인터뷰했다. 직업을 갖고 있어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아이와 부모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서울시교육청 소속 원어민 교사 16명이 대상이었다.● “한국은 ‘열 살까지만’ 아이 키우기 좋아” 외국인들은 ‘수능(K-SAT)’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한 과도한 경쟁과 비싼 ‘학원 문화(Hakwon culture)’,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한국은 이미 태어난 아이조차 행복하게 키울 수 없는 환경이라고 봤다. 이들은 이 같은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겠느냐고 반문했다. 주한 외국인은 부모보다 아이 시점에서 저출산 현상을 바라본 셈이다. 이들이 본 한국은 한마디로 ‘아이가 행복할 수 없는 나라’였다. 생후 17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알렉산드라 바르 씨(31·미국)는 “한국이 아이를 낳고 기르기에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단, 아이가 열 살이 될 때까지만”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건강보험 제도가 잘돼 있고 어린이집 비용도 정부가 전부 지원해 준다는 점이 좋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이 심해져서 아들이 중학생 때부터는 학원을 다니면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혼인 스카일라 케터링 씨(30·미국)도 “아이를 낳게 된다면 초등학교까지만 한국에서 보내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다니게 하고 싶다”며 “한국의 시험에 대한 심한 압박과 경쟁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쌍둥이 아들을 키우는 토머스 앨런 던라비 씨(41·미국)는 “한국에는 이웃과 자신을 비교하는 ‘옆집(Yeopgip) 바이러스’가 있다”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들은 자녀들이 어떤 학원과 유치원에 다니는지에 대해서 너무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은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규모는 26조 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7년 이후 역대 최고치였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수당 등의 정부 지원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받아도 결국 학원비로 다 쓰인다면 체감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서 뚜렷한 사교육비 절감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저고위 대책에서도 “수준 높은 방과 후 프로그램 제공 등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개빈 이스턴 씨(45·영국)는 “영국에선 사교육이 불필요하다”며 “고등학교 시험이 (한국과 달리) 암기를 통한 객관식 시험이 아니라 2시간 동안 자신의 생각을 쓰는 형식이라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 아빠는 ‘주말 아빠(Weekend father)’ 외국인들이 꼽은 또 다른 한국의 저출산 원인은 붕괴된 부모들의 워라밸이었다. 16명에게 국내 저출산 정책 5개 분야(의료비, 현금, 보육, 일·가정 균형, 주거 지원) 중 가장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물었을 때 ‘일·가정 균형’(7명)을 1위로 꼽았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현재 자녀가 없는 A 씨는(37·미국)는 한국인 직장 동료들을 통해 알게 된 한국 아빠의 모습을 ‘주말 아빠(Weekend father)’, 혹은 ‘가끔 보는 아빠(Visiting father)’라고 표현했다. 평일에 한국 아빠들은 자녀가 잠든 아침에 출근해, 자녀가 잠든 늦은 밤 귀가한다는 것이다. A 씨는 “직장 동료들이 자주 ‘아이를 낳지 말고 그냥 자유를 즐겨라’라고 한다”며 “만약 아빠와 아이가 함께할 시간이 더 많이 생긴다면 사람들이 아이를 가지는 데 열린 마음가짐을 갖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도 출산의 걸림돌이라고 꼽았다. 샐리 우 씨(30·미국)는 한국에서 여성 교사가 출산휴가와 방학 때문에 결혼 상대로 최고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는 “미국에서는 그런 이유로 교사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다른 직장인들도 교사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혜택을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한국의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유럽 국가에 비해 손색이 없는데 실제로 직장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이행력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인 사건의 공범이 추가로 붙잡혔다고 경찰이 3일 밝혔다. 이로써 범행 가담 혐의를 받는 피의자는 모두 4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35)의 윗선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 씨의 아내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코인 탈취하려다 미수 그쳐” 서울 수서경찰서는 피해자를 납치 살해한 황모(36), 연모 씨(30)와 함께 범행 수개월 전부터 렌터카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미행하고 감시했던 A 씨(24)를 강도살인 예비 및 방조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황 씨가 ‘범행에 가담하면 승용차 한 대를 사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경 마음을 바꿔 손을 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A 씨는 배달 대행 일을 하다 황 씨 및 연 씨와 알게 됐다고 한다. 경찰은 핵심 피의자인 이 씨의 아내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씨가 아내가 간호사로 일하던 성형외과 옆 건물 옥상에서 체포된 경위와, 범행 도구로 쓰인 주사기와 진정제 등을 이 씨에게 건넸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씨의 변호인은 “이 씨 아내는 범행 자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의 아내는 연차를 내고 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 씨는 황 씨 등에게 범행을 사주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다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황 씨와 연 씨가 피해자를 납치한 직후 암매장 장소로 향하던 중 경기 용인시에서 이들을 만나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사건 이후 3시간 가까이 지난 지난달 30일 오전 2시 35분경 꺼졌는데 경찰은 피의자들이 코인을 탈취하려다 실패한 뒤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황 씨는 “지난해 9월경 (이 씨로부터) 현금 500만 원을 받았고, 이후 200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황 씨는 착수금만 받고 그만두려 했는데 연 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이 씨와 황 씨, 연 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이 씨 윗선으로 수사 확대” 이 씨 측에 따르면 이 씨는 2021년 가상화폐 P코인에 약 9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약 8000만 원을 손해본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12월 1만 원을 넘어서 최고가를 경신했던 P코인은 불과 6개월 만에 17원까지 폭락했다. P코인은 미세먼지 관련 친환경 분야 코인이다. 이 씨는 P코인 폭락 당시 관계자를 찾아가 항의하다가 주거침입과 감금,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피해자는 한때 P코인 판매 영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 씨가 가상화폐 손실을 둘러싼 원한 때문에 범행을 사주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씨의 변호인은 “이 씨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도움을 받은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씨가 2021년 6월경 피해자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피해자는 “코인 채굴 관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니 와서 일해 보라”며 이 씨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이 업체에서 3개월간 일하며 업체 대표를 맡고 있던 피해자의 남편도 알게 됐다고 한다. 한편 경찰은 40대 여성 B 씨를 출국금지하고 행방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이 씨와 피해자를 함께 알고 있으며 최근 다른 사람들을 모아 소송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윗선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살인 사건의 공범이 추가로 붙잡혔다고 경찰이 3일 밝혔다. 이로써 범행 가담 혐의를 받는 피의자는 모두 4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35)에게 범행을 지시한 윗선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씨의 아내에 대해서도 범행에 연루됐는지 조사했다.● “코인 탈취하려다 미수 그쳐” 서울 수서경찰서는 피해자를 납치 살해한 황모 씨(36), 연모 씨(30)와 함께 범행 수개월 전부터 렌터카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미행하고 감시했던 A 씨(24)를 강도살인 예비 및 방조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황 씨가 ‘범행에 가담하면 승용차 한 대를 사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경 마음을 바꿔 손을 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A 씨는 배달 대행 일을 하다 황 씨 및 연 씨와 알게 됐다고 한다. 경찰은 핵심 피의자인 이 씨의 아내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씨가 아내가 간호사로 일하던 성형외과 옆 건물 옥상에서 체포된 경위와, 범행 도구로 쓰인 주사기와 진정제 등을 이 씨에게 건넸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씨의 변호인은 “이 씨 아내는 범행 자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의 아내는 연차를 내고 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 씨는 황 씨 등에게 범행을 사주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다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황 씨와 연 씨가 피해자를 납치한 직후 암매장 장소로 향하던 중 경기 용인시에서 이들을 만나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사건 이후 3시간 가까이 지난 지난달 30일 오전 2시 35분경 꺼졌는데 경찰은 피의자들이 코인을 탈취하려다 실패한 뒤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황 씨는 “지난해 9월경 (이 씨로부터) 현금 500만 원을 받았고, 이후 200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황 씨는 착수금만 받고 그만두려 했는데 연 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이 씨와 황 씨, 연 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이 씨 윗선으로 수사 확대”경찰은 이 씨에게 범행을 사주한 윗선을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40대 여성 B 씨를 출국금지하고 행방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이 씨와 피해자를 함께 알고 있으며 최근 다른 사람들을 모아 소송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의 배후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 씨 주도로 홀로 벌인 범행이었으면 이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씨 측에 따르면 이 씨는 2021년 가상화폐 P 코인에 약 9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약 8000만 원을 손해 본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12월 1만 원을 넘어서 최고가를 경신했던 P 코인은 불과 6개월 만에 17원까지 폭락했다. P 코인은 미세먼지 관련 친환경 분야 코인이다. 이 씨는 P 코인 폭락 당시 관계자를 찾아가 항의하다가 주거침입과 감금, 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경찰은 P 코인을 연결고리로 이 씨의 윗선과 피해자가 알고 지내던 사이였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실제로 피해자는 한때 P 코인 판매 영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2021년 6월경 피해자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피해자는 “코인 채굴 관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니 와서 일해 보라”며 이 씨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이 업체에서 3개월간 일하며 업체 대표를 맡고 있던 피해자의 남편도 알게 됐다고 한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이 납치돼 살해된 사건이 피해자의 재산을 노리고 수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 범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붙잡힌 피의자 3명 외에도 추가 공범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피해자 가상화폐 빼앗으려 범행” 2일 서울경찰청과 수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모 씨(35·법률사무소 직원), 황모 씨(36·주류업체 직원), 연모 씨(30·무직) 등 일당 3명이 3개월 전부터 피해자를 미행하며 사전에 범죄를 계획한 정황을 파악했다. 황 씨와 연 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4시부터 피해자 사무실 주변에서 대기하다 오후 7시경 퇴근하는 피해자를 쫓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연 씨는 “처음부터 금품을 뺏은 후 살해하려고 납치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씨가 피해자 납치 살해 과정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지만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가 대학 동창 사이였던 황 씨를 통해 범행을 기획했고, 황 씨가 배달 대행 업무를 하며 알게 된 연 씨를 범행에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피해자를 지목해 황 씨에게 (납치·살해를)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씨가 범행 도구를 제공하고 납치 후 공범들과 만난 정황이 있다”고 했다. 연 씨는 경찰 조사에서 “황 씨가 ‘(내게 갚아야 할) 빚 3600만 원을 탕감해주겠다’고 약속해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번 납치·살해가 피해자의 가상화폐 자산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황 씨와 연 씨는 피해자의 가상화폐 자산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고, 이 씨는 일당 중 유일하게 피해자와 가상화폐에서 비롯된 원한 관계로 얽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가상화폐 관련 업체 대표인 피해자 남편(수감 중)과 피해자, 이 씨 사이의 금전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연 씨와 황 씨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씨는 피해자와의 관계에 대해 일절 진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편은 가상화폐 관련 복수의 투자업체를 운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제4의 인물이 신상정보 넘긴 정황 포착” 경찰은 추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실제로 가상화폐 투자를 하던 ‘제4의 인물’이 피해자 자택 주소 등 신상 정보를 이 씨에게 넘긴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관계자라고 볼 만한 인물들이 더 있다”고 했다. 피해자의 정확한 사인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버리고 달아난 차량에서 혈흔이 묻은 둔기와 주사기 등이 발견된 점에 비춰 볼 때 피해자에게 진정제 성분을 투여한 뒤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오전 6시 전후에 피해자를 암매장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이 살해 전 피해자의 가상화폐 자산을 실제로 탈취했는지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자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치명적 외상은 없고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씨 등 3명에 대해 강도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 등으로 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3일 오전 11시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대전=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이 납치돼 살해된 사건이 피해자의 재산을 노리고 수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 범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붙잡힌 피의자 3명 외에도 추가 공범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피해자 가상화폐 빼앗으려 범행” 2일 서울경찰청과 수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모 씨(35·법률사무소 직원), 황모 씨(36·주류업체 직원), 연모 씨(30·무직) 등 일당 3명이 3개월 전부터 피해자를 미행하며 사전에 범죄를 계획한 정황을 파악했다. 황 씨와 연 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4시부터 피해자 사무실 주변에서 대기하다 오후 7시경 퇴근하는 피해자를 쫓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연 씨는 “처음부터 금품을 뺏은 후 살해하려고 납치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씨가 피해자 납치 살해 과정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지만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가 대학 동창 사이였던 황 씨를 통해 범행을 기획했고, 황 씨가 배달 대행 업무를 하며 알게 된 연 씨를 범행에 끌여들였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피해자를 지목해 황 씨에게 (납치·살해를)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씨가 범행 도구를 제공하고 납치 후 공범들과 만난 정황이 있다”고 했다. 연 씨는 경찰 조사에서 “황 씨가 ‘(내게 갚아야 할) 빚 3600만 원을 탕감해주겠다’고 약속해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번 납치·살해가 피해자의 가상화폐 자산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황 씨와 연 씨는 피해자의 가상화폐 자산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고, 이 씨는 일당 중 유일하게 피해자와 가상화폐에서 비롯된 원한 관계로 얽혀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가상화폐 관련 업체 대표인 피해자 남편(수감 중)과 피해자, 이 씨 사이의 금전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연 씨와 황 씨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씨는 피해자와의 관계에 대해 일절 진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4의 인물이 신상정보 넘긴 정황 포착”경찰은 추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실제로 가상화폐 투자를 하던 ‘제4의 인물’이 피해자 자택 주소 등 신상 정보를 이 씨에게 넘긴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관계자라고 볼 만한 인물들이 더 있다”고 했다. 피해자의 정확한 사인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버리고 달아난 차량 에서 혈흔이 묻은 둔기와 주사기 등이 발견된 점에 비춰볼 때 피해자에게 진정제 성분을 투여한 뒤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오전 6시 전후에 피해자를 암매장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이 살해 전 피해자의 가상화폐 자산을 실제로 탈취했는지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자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치명적 외상은 없고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씨 등 3명에 대해 강도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 등으로 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3일 오전 11시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대전=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27·사진)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28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전 씨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체포한 뒤, 소변과 모발 등을 채취해 마약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 직후 전 씨를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연행해 마약 투약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전 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신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경찰은 미국에 체류 중이던 전 씨가 16일(현지시간)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마약으로 추정되는 알약 등을 복용한 뒤 전 씨에 대해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해왔다. 당시 전 씨는 마약 추정 알약을 복용한 뒤 “방송에서 마약을 먹어야지, 검사를 받고 형을 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환각 증세를 보이다 현지 경찰에 의해 병원에 실려갔고, 한때 생명이 위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의 체포로 이날 전 씨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및 유족 간 만남도 무산될 전망이다. 전 씨는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족에게 직접 사죄하겠다며 전날 귀국길에 올랐다. 출국 직전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찍은 영상을 올리며 “인천국제공항에 화요일 오전 5시 20분경 도착 예정이다. 도착하자마자 5·18기념재단에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전 씨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통해 마약을 투약했다고 지목한 지인 중 국내에 거주하는 2명을 불러 조사했다. 해외에 체류 중인 나머지 인물들은 국내에 입국하면 추후 조사할 방침이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27·사진)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및 유족을 만나 직접 사죄하겠다며 귀국길에 올랐다. 전 씨는 27일 0시경(현지 시간)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찍은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5·18기념재단에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 씨는 25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국 정부기관에 잡혀가지 않을 경우 5·18기념문화센터에 들러 유가족과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간으로 28일 오전 5시 20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전 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5·18 관련 단체들에 방문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항에서 언론 인터뷰를 갖고 “(어릴 때) 집에서 5·18은 폭동이었고 우리 가족이 피해자란 교육을 받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된 사죄와 회개를 하고 싶다”고 했다. 5·18 관련 단체들은 전 씨의 광주 방문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양재혁 5·18유족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할아버지를 대신해 손자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 역시 “전 씨가 광주를 방문하면 따뜻하게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5·18 관련 단체들은 전 씨를 국립5·18민주묘지 등으로 안내해 참배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 씨는 이달 14일부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등에 대한 폭로를 이어왔다. 하지만 28일 전 씨의 광주 방문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전 씨가 폭로한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으며, 경찰은 전 씨의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전 씨가 입국 후 곧바로 조사를 받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전 씨는 17일 미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중 마약으로 추정되는 알약 등을 잇달아 복용한 후 현지 경찰에 의해 병원에 실려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경찰 수사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 2대 본부장에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55·사진)이 내정됐다. 당초 임명됐던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지난달 25일 사의를 밝힌 지 약 한 달 만이다. 26일 정부 관계자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우 청장이 내정됐다. 27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 청장은 경찰 내부에서 ‘국수본부장 1순위’란 평가를 받던 수사통이다. 서울 출신이며 행정고시(38회) 특채로 1999년 경찰에 입직해 서울 용산경찰서장, 경찰청 인사담당관, 경찰청 형사국장, 경찰청 차장 등을 지냈다. 2018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당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지휘했다. 우 청장 내정을 두고 정부 내에선 “정 변호사 낙마 후 외부 인사 영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검증 부담 등을 고려해 대통령실에서 내부 인사 발탁으로 기조를 잡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경찰 고위직에 외부 인사가 임명되는 것에 대한 경찰 내부 불만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내부 출신을 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청장은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 변호사 낙마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가능하면 내부에서 역량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게 제 의견이라고 (대통령실에) 말씀드린 바 있다”고 했다. 임기 2년인 국수본부장(치안정감)은 2021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신설된 직위로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과 각 지역 경찰서장 등 3만 명이 넘는 전국 수사경찰을 지휘한다. 경찰청장이 추천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청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 정부의 경찰대 견제 및 비경찰대 중용 기조가 반영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 폐지’를 거론해 오던 현 정부로선 우 청장이 고시 출신이란 점 때문에 좋은 선택지였을 것”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 임명 발표 후 반발했던 경찰 내부에선 우 청장 내정에 대해 “될 사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까지 경찰청 형사국장과 서울청 수사차장을 지내 수사 현안을 잘 알고 있는 데다 경기남부경찰청장 재임 중 평판도 괜찮았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 변호사 낙마 후 동요를 잠재우고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경찰 조직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는데 적절한 선택”이라고 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경찰 수사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 2대 본부장에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55·사진)이 내정됐다. 당초 임명됐던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지난달 25일 사의를 밝힌 지 약 한 달 만이다.26일 정부 관계자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우 청장이 내정됐다. 27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우 청장은 경찰 내부에서 ‘국수본부장 1순위’란 평가를 받던 수사통이다. 서울 출신이며 행정고시(38회) 특채로 1999년 경찰에 입직해 서울 용산경찰서장, 경찰청 인사담당관, 경찰청 형사국장, 경찰청 차장 등을 지냈다. 2018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당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지휘했다.우 청장 내정을 두고 정부 내에선 “정 변호사 낙마 후 외부 인사 영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검증 부담 등을 고려해 대통령실에서 내부 인사 발탁으로 기조를 잡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경찰 고위직에 외부 인사가 임명되는 것에 대한 경찰 내부 불만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윤희근 경찰청장도 내부 출신을 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청장은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 변호사 낙마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가능하면 내부에서 역량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게 제 의견이라고 (대통령실에) 말씀드린 바 있다”고 했다.임기 2년인 국수본부장(치안정감)은 2021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신설된 직위로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과 각 지역 경찰서장 등 3만 명 넘는 전국 수사경찰을 지휘한다. 경찰청장이 추천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청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현 정부의 경찰대 견제 및 비경찰대 중용 기조가 반영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 폐지’를 거론해 오던 현 정부로선 우 청장이 고시 출신이란 점 때문에 좋은 선택지였을 것”이라고 했다.정 변호사 임명 발표 후 반발했던 경찰 내부에선 우 청장 내정에 대해 “될 사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까지 경찰청 형사국장과 서울청 수사차장을 지내 수사 현안을 잘 알고 있는 데다 경기남부경찰청장 재임 중 평판도 괜찮았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 변호사 낙마 후 동요를 잠재우고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경찰 조직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는데 적절한 선택”이라고 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승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저부터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타시더라고요.”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시내버스 5714번에 올라타자 ‘노 마스크’ 버스기사 추정일 씨(50)가 손님을 맞았다. 교통카드로 요금을 낼 때마다 울렸던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라는 알림음도 사라졌다. 추 씨는 “시민들이 버스를 탈 때 마스크 때문에 답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지만 정작 버스에 탄 승객 20명 중 마스크를 벗고 있었던 사람은 2명뿐이었다.● 888일 만에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시행됐던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20일 사라졌다. 2020년 10월 13일 이후 888일 만인데 실제로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날 오전 7시 반경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도착한 열차 1칸에서 내린 승객 100여 명 중에서 단 3명만 마스크를 안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안 쓴 채 내린 직장인 강수연 씨(30)는 “오늘부터 다들 안 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대부분 쓰고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 만난 직장인 문경석 씨(32)도 “그동안 답답했는데 마스크를 벗으니 후련했다”면서도 “남들이 다 쓰고 있다 보니 눈치도 보였다”고 말했다. 여전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그 이유로 코로나19 확산 우려, 초미세먼지 등을 들었다. 강남역에서 만난 유성남 씨(61)는 “나이가 있다 보니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돼 마스크를 썼다. 앞으로도 계속 쓰고 다닐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이모 씨(28)는 “초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21, 22일도 수도권 등에는 미세먼지가 심각할 것으로 보여 상당수 시민들은 마스크를 계속 쓸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는 그냥 익숙하기 때문에 계속 쓴다고 했다. 용산구에 사는 김영진 씨(28)는 “2년 동안 마스크를 쓰는 데 익숙해져 실내든 실외든 계속 쓰고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벗는 게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버스 및 택시 기사들도 제각각이었다. 60대 택시기사 A 씨는 “아직은 불안하다. 앞으로 당분간 마스크를 쓰고 운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택시기사 이승원 씨(60)는 “차량을 자주 소독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마스크를 벗은 채 손님을 맞았다.● 전문가 “노인과 기저질환자는 당분간 착용” 이날 대형마트나 기차역, 터미널 등에 있는 개방형 약국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하지만 영등포구와 중구, 서대문구에 있는 개방형 약국 4곳을 둘러본 결과 손님 10명 중 8명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출퇴근 시 착용 적극 권고’라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침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직장인 B 씨(26)는 “해외와 달리 유독 우리나라만 계속 마스크 착용을 강제해 왔다”며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서도 ‘적극 권고’라고 하니 마스크를 계속 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건강한 일반인들은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되는 시점이 됐다”면서도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은 출퇴근 시간대만이라도 당분간 대중교통 내에서 마스크를 계속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윤선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기저질환이 있거나 다른 질병을 진단받아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가급적 마스크를 쓸 것을 권한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교통통제 협조해주신 시민께 감사드립니다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이 19일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교통 통제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고 대회를 성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서울시, 서울경찰청, 대한육상연맹, 자원봉사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이 4년 만에 다시 ‘마스터스 러너들의 축제’로 열렸다. 40개국 3만1500여 명의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이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에 이르는 42.195km 풀코스를 비롯해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출발한 10km 부문에 참가하면서 ‘봄날의 서울 도심 레이스’를 즐겼다. 풀코스를 2명 또는 4명이 나눠 달리는 릴레이도 함께 열렸다. 세계육상연맹(WA)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이자 세계육상문화유산인 서울마라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지난 3년간 마스터스 부문이 정상 개최되지 못했다. 그 대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앱을 이용해 각자 원하는 코스를 달린 뒤 완주 기록을 온라인에 등록하는 비대면 버추얼 레이스로 진행됐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공식 엠블럼이 새겨진 등번호를 달고 뛰었다. 해외 초청 엘리트 남자 선수들이 출전한 국제 부문에서는 에티오피아의 암듀오르크 와레렝 타디스(24)가 2시간5분27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국제 부문 1∼5위를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휩쓸었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참전국이다. 국내 엘리트 선수 남자부에선 박민호(24·코오롱)가 2시간10분13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케냐 출신 귀화 선수인 오주한(청양군청)을 제외한 한국 선수로는 2011년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9분28초를 찍은 정진혁 이후 가장 좋은 기록이다. 여자부에서는 정다은(26·K-water)이 2시간28분32초로 1위를 했다.“마라톤이 삶의 원동력” 84세부터 10세까지 서울 달렸다 서울마라톤 시민들 참가 열기 엄마 손 잡은 어린이 “10km 완주”외국인 “뛰면서 서울 풍경 감상”안철수-권오갑 등 정재계도 참가 “꼭 완주하고 싶어요!”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운동복을 입은 김태영 군(10)이 어머니 이소희 씨(40)의 손을 꼭 잡은 채 각오를 다졌다. 이날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10km 코스에 참가한 김 군은 “마라톤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지난해 5km 코스를 두 번 달렸다. 완주하면 엄마 아빠에게 ‘포켓몬 카드’를 사달라고 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 군은 이날 1시간 28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4년 만의 도심 축제 즐긴 시민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 만에 정상 개최된 이날 대회에는 마스터스(일반인) 부문에 남녀노소 3만15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출발 3시간 전인 오전 6시경부터 풀코스(42.195km) 출발점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는 참가자가 하나둘 모였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2도로 쌀쌀한 편이었지만 모인 이들은 쉴 새 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운을 북돋웠다. 오철환 씨(76)는 “4년 만에 참가하는 이번 대회를 위해 서울 광진구 집에서 경기 고양시까지 뛰며 몸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2011년 동아마라톤을 뛰면서 마라톤을 시작해 고지혈증과 당뇨가 완치됐다”며 “건강과 함께 어떤 어려운 일도 열심히 하면 이뤄낼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고 밝혔다. 최고령 참가자인 이종대 씨(84)는 올림픽공원에서 출발하는 10km 코스에 참가했는데 ‘인생은 60부터, 건강하게 삽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달려 눈길을 끌었다. 이 씨는 “주변에서 나이가 많다며 말리지만 죽기 직전까지 달리고 싶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12km를 뛰며 연습했기 때문에 오늘도 자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1시간 5분 만에 코스를 완주했다.● “K팝 좋아해 K마라톤에 도전”국내 유일의 세계육상연맹 최고 등급(플래티넘 라벨) 대회로 세계 육상 문화유산에도 선정된 만큼 외국인 참가자도 많았다. 자신을 ‘K팝 마니아’로 소개한 태국인 푼자윗 삐띠시리팍 씨(27)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마라톤 10km 코스에 참가하게 됐다. 오늘 뛰면서 둘러볼 도심의 모습이 기대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영국인 티머시 반드카스타르 씨(33)는 “한국인 아내와 두 살 아이의 응원을 받으며 참가했다”며 “서울 풍경이 예쁘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오늘 마라톤 풀코스를 통해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색 복장을 한 러너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마블 캐릭터 ‘아이언맨’ 복장을 한 성기민 씨(35)는 약 40km 지점부터 ‘플로깅’(달리면서 쓰레기 줍는 활동)을 하며 달렸다. 그는 “특이한 복장을 활용해 ‘환경 보호에 힘쓰자’는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마블 캐릭터 ‘헐크’ 복장과 가면을 쓴 안종천 씨(42)는 “같이 달리는 많은 분들께 힘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헐크 코스프레를 결심했다”며 “오늘로 마라톤 대회 출전 150번째인데 4년 동안 코로나19로 뛰지 못했던 한을 풀었다”고 했다. 이날 대회에는 정재계 인사와 연예인 등도 참여했다. 2인 릴레이 코스에 참가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42.195km를 아내와 절반씩 나눠 4시간 55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고 말했다. 이날 10km 코스를 1시간 13분에 완주한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13년 만의 마라톤 도전이라 걱정했지만 달려 보니 15, 20km도 뛸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엔 1시간 안에 들어오고 싶다”고 했다. 배우 박보검과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10km 코스를 45분대에 완주했다.1117회 풀코스 완주 노익장 “2000회가 목표” “죽기 전까지 마라톤 풀코스 완주 2000회를 채우는 게 목표입니다.”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한옥두 전 동아창호 회장(82·사진)은 달리기 전 몸을 풀며 각오를 다졌다. 1980년대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42.195km 풀코스만 1116회 완주한 한 전 회장은 “젊은 시절 앞만 보고 일했는데, 함께 사업을 하던 아들이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 때문에 세상을 떠났고 사업까지 부도가 났다. 정말 살고 싶지 않았다”며 “그때 술독에 빠져 살 뻔한 나에게 마라톤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었다. 마라톤은 내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한 전 회장은 또 “마라톤은 남다른 각오가 없으면 못 뛰는 운동인 만큼 이번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릴 것”이라며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마음껏 뛰고 싶다”고 했다. 이날 한 전 회장은 5시간 30여 분 만에 결승점을 통과하며 1117회 완주를 기록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의사 출신 변호사라는 장점을 살려 수사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16일 경찰에 임용된 이병철 경감(35)은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과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와 2013년 변호사 시험, 2021년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기도 했고, 병원을 개업해 2년 동안 운영도 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공부와 경력을 통해 쌓은 전문지식을 토대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6일 충남 아산시 경찰대에서 열린 합동 임용식에선 이 경감을 포함해 경찰대 졸업생 89명과 간부후보생 50명, 변호사·회계사 등 경력 채용자 41명 등 총 180명이 임용됐다. 임용식에선 할아버지 고 신덕선 경사, 아버지 신순철 경감에 이어 3대째 경찰이 된 신동원 경위(23)도 화제가 됐다. 신 경위의 큰아버지인 신병철 경감은 정읍경찰서, 작은아버지 신한철 경위는 김제경찰서, 사촌인 신동한 경장은 대통령실 경호를 담당하는 101경비단에 몸담은 경찰 가족이다. 신 경위는 “어릴 적부터 경찰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성장했다”며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퇴직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치안을 지키는 훌륭한 경찰관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밖에도 차세대 보안수사 전문가를 꿈꾸는 김민정 경위(23)는 각종 데이터 분석, 사이버 보안 관련 대회와 포럼 등에서 거둔 화려한 수상 실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임용식에 참석해 “정부는 제복 입은 영웅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대 출신과 간부후보생 중 각각 최우수 성적으로 임용된 주형진 경위(24)와 소우정 경위(33)는 대통령상을 받았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의사 출신 변호사라는 장점을 살려 수사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16일 경찰에 임용된 이병철 경감(34)은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과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와 2013년 변호사 시험, 2021년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기도 했고, 병원을 개업해 2년 동안 운영도 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공부와 경력을 통해 쌓은 전문지식을 토대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6일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교에서 열린 합동 임용식에선 이 경감을 포함해 경찰대 졸업생 89명과 간부후보생 50명, 변호사·회계사 등 경력 채용자 41명 등 총 180명이 임용됐다. 임용식에선 할아버지 고 신덕선 경사, 아버지 신순철 경감에 이어 3대째 경찰이 된 신동원 경위(23)도 화제가 됐다. 신 경위의 큰아버지인 신병철 경감은 정읍경찰서, 작은아버지 신한철 경위는 김제경찰서, 사촌인 신동한 경장은 대통령실 경호를 담당하는 101경비단에 몸 담은 경찰 가족이다. 신 경위는 “어릴 적부터 경찰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성장했다”며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퇴직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치안을 지키는 훌륭한 경찰관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밖에도 차세대 보안수사 전문가를 꿈꾸는 김민정 경위(23)는 각종 데이터 분석, 사이버 보안 관련 대회와 포럼 등에서 거둔 화려한 수상 실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임용식에 참석해 “정부는 제복 입은 영웅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대 출신과 간부후보생 중 각각 최우수 성적으로 임용된 주형진 경위(24)와 소우정 경위(33)는 대통령상을 받았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2021년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27)가 “돈이 없다던 우리 가족들은 어디선지 모를 검은돈이 계속 나와 아직도 잘 먹고 잘살고 있다”며 가족 친지 등을 비판하는 글과 사진,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은 여전히 925억8000만 원이 미납된 상태다. 전 씨는 14일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에서 자신을 “전 전 대통령의 손자이자 전재용 씨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뒤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범죄자”라며 폭로를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그는 어린 시절 전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자신의 미국 영주권과 운전면허증을 공개했다. 전 씨는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로 추정되는 여성이 스크린골프장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영상을 올리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전 전 대통령) 자택 내 구비된 시설”이라고 했다. 또 15일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며 “할머니(이 씨)가 학자금을 지원해 줄 때 연희동 자택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계좌를 사용해 돈을 보냈다”면서 “어머니(최정애 씨)가 아버지와 이혼하고 위자료를 받았는데 은행에서 인출을 못 하고 지인들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추징금 때문에 정상적 은행 거래 대신 제3자를 통해 송금 등을 해 왔다는 것이다. “연희동 자택에 상상도 못 할 비자금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어머니로부터 들었다”고도 했다. 전 씨는 또 “아버지와 새어머니(박상아 씨)는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법의 심판으로부터 도망가려는 계획이 있다”고 폭로했다. 역대 대통령 자녀 중 외국 시민권을 취득한 전례가 없어 전재용 씨 부부가 실제로 시민권을 취득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전 씨의 주장에 대해 전재용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정신 질환과 마약 투약 문제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또 자신의 미국 시민권 취득에 대해선 “절차가 진행 중인 건 맞다”면서도 “전과자가 되면서 미국 비자가 말소됐는데 시민권을 받은 첫째 아들이 저를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전재용 씨는 조세포탈 혐의로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 원을 선고받았다. 연희동 자택의 스크린골프 시설에 대해선 “부친 생전에 자식들이 돈을 모아 선물로 해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1997년 대법원은 전 전 대통령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추징금 2205억 원을 확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 추징 금액은 상속되지 않아 남은 925억8000만 원은 현실적으로 받아내기 어렵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2021년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돈이 없다던 우리 가족들은 어디선지 모를 검은돈이 계속 나와서 아직도 잘 먹고 잘살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을 올렸다. 전 전 대통령 일가는 추징금 2205억 원 중 925억8000만 원을 미납했다.전 씨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전 전 대통령의 손자이자 전재용 씨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뒤 “제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라고 밝혔다. 이어 “제 아버지와 새어머니(박상아 씨)는 출처 모를 검은돈을 사용해 가며 삶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제는 곧 미국에서 시민권을 획득하여 법의 심판으로부터 도망가려는 계획이 있다”고 주장했다. 역대 대통령 자녀 중 외국 시민권을 취득한 전례가 없어 실제로 시민권을 취득하게 되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전 씨는 전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 전재만 씨에 대해선 “현재 캘리포니아 내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와이너리는 정말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다. 검은돈의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에 사는 전 씨는 15일 오후 약 1시간 40분간 유튜브에서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며 “친어머니(최정애 씨)가 ‘연희동 자택에 상상도 못 할 양의 비자금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며 “채권, 현금 등 형태로 비자금이 있는데 적발되지 않는 건 친척, 지인 명의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나 역시 범죄자”라며 “미국이든 한국이든 처벌이 더 강한 곳에 있겠다”고 말했다. 전 씨는 어린 시절 전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도 여러 장 올렸다. 그는 “미국 뉴욕의 한 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지난해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치료 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진단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도 제시했다. 그는 이순자 여사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스크린 골프를 치는 동영상을 올리며 “호화 생활을 지속해 왔다”고도 했다.전 씨의 주장에 대해 전재용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민권 취득 절차가 진행 중인 건 맞다”면서도 “전과자가 되면서 미국 비자가 말소됐는데 시민권을 받은 첫째 아들이 저를 초청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들이 정신 질환과 마약 투약 문제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아들에게 한국에 들어오라고 했지만 내게 욕설을 보내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전 씨가 “연희동 사저에 스크린골프 시설이 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전재용 씨는 “부모님(전 전 대통령 부부)이 외부에 출입할 수 없는 상황이 오래돼서 형제들이 집에 설치를 해드렸다”며 “이후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졌고 치매 등 질병이 생겨 현재 스크린골프 시설은 없다”고 설명했다.1997년 대법원은 전 전 대통령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추징금 2205억 원을 확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 추징 금액은 상속이 되지 않는다”며 “남은 금액은 대부분 받아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3명이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공식 거부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양금덕 할머니(94)와 김성주 할머니(94), 이춘식 할아버지(99)를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찾아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증명 문서를 전달했다. 정부가 포스코를 비롯한 한일청구권협정의 수혜 기업들로부터 기금을 조성해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겠다는 ‘제3자 변제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피해자 측 임재성 변호사는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 중) 반대 의사 표시가 확실해지는 분들이 있으면 추가 의사표시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부가 배상금을 수령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배상금을 맡기는 공탁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임 변호사는 “우리 법률 해석에 따르면 공탁이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공탁을 한다면 제3자 변제가 불가능하다는 의사표시를 법원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법에 따르면 당사자가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으면 제3자가 채무를 변제할 수 없다. 반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앞서 “제3자인 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해도 법률적 문제가 없다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서 해법을 마련한 만큼 소송이 제기되면 그에 맞게 대응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3자 변제안을 놓고 정부와 피해자 측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지루한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법원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공탁이 수리될 순 있지만 곧바로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공탁이 유효한지는 당사자가 제기하는 소송에서 판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