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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를 피운 사람은 일반 담배 흡연자보다 기관지 유전자가 6배나 더 많이 변이됐다는 해외 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가 국내에 공개됐다. 기관지 세포의 유전자 변이는 폐섬유화 등 기관지 질환을 일으키거나 폐의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도록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다는 통념을 깨는 결과다. 최혜숙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최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세계 금연의 날 학술포럼’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진이 미국생리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2016년 일반 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를 각각 6개월 이상 사용한 흡연자의 기관지 상피 세포를 채취해 비흡연자의 것과 비교했다. 일반 담배 흡연자의 하루 평균 흡연량은 12개비(약 144회 흡입)였고, 전자담배 사용자의 흡입 횟수는 평균 200회였다. 두 종류의 담배를 동시에 사용한 사람은 실험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일반 담배 흡연자의 기관지에선 변형된 유전자가 총 53개 발견된 반면 전자담배 사용자의 것에선 358개가 발견됐다. 이 유전자를 ‘발현량 분석기법(FC)’으로 비교해보니 전자담배 사용자 측은 유전자의 변형 정도가 일반 담배 흡연자에 비해 낮게는 1.2배에서 높게는 3배 더 심했다. 가장 심하게 변형된 유전자는 우리 몸에서 암을 억제하는 ‘EGR-1’이었다. 전자담배를 피운 사람의 폐와 후두에서 유전자 변이가 폭넓게 나타났을 뿐 아니라 그 수준마저 더 심했다는 뜻이다. 어떤 담배든 하루 평균 사용량이 많을수록 유전자 변이는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담뱃잎을 불로 태운 일반 담배 연기보다 니코틴 용액을 끓인 전자담배의 증기가 덜 해로울 것’이라는 상당수 흡연자의 생각과 다른 결과다. 전문가들은 니코틴 용액이 기화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유해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니코틴 용액을 니켈 등 유해물질로 도금한 코일로 가열하는 과정에서 중금속이 섞이고, 가열 후 증기가 차가운 공기와 만나 응축하면서 몸에 나쁜 물질의 농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전자담배가 인기를 끈 지 10여 년밖에 되지 않아 이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아직까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끊기 힘들면 차라리 전자담배를 피우라’는 일부 전자담배 업체의 마케팅에 넘어갔다가 20년 뒤 어떤 부작용을 겪게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목 넘김 부드럽고요, 연무량(증기량)은 ‘대박’입니다.” 유튜버 A 씨는 전자담배 증기를 화면 가득 내뱉으며 이렇게 말했다. A 씨가 소개한 것은 신종 전자담배 ‘쥴(JUUL)’에 고농도 니코틴 용액이 담긴 카트리지를 연결해 피우는 ‘신종 흡연법’이다. 이 영상은 쥴이 국내에 출시되기 다섯 달 전인 지난해 12월 게재돼 이달 17일 현재까지 4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쥴은 손가락 정도 길이(9.6cm)의 몸체에 ‘포드’라고 불리는 카트리지를 끼워 피우는 방식이다.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 포드의 니코틴 함량은 0.7mL로 미국에서 출시된 제품의 함량(1∼5mL)보다 적다. 이 때문에 ‘쥴은 일반 담배보다 니코틴이 덜 들어있어 몸에 덜 해롭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 있다. 하지만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흡연자들은 이미 온라인에서 빈 카트리지를 뜻하는 ‘공팟(空+pod)’에 니코틴 함량을 수십 배로 늘린 용액을 담아 피우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쥴’과 ‘공팟’이라는 검색어를 함께 입력하면 관련 동영상이 수십 건 나타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팟’ 등의 이름을 붙인 여러 종류의 유사 제품이 팔리고 있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니코틴 용액은 ‘담배’로 분류돼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다. 적발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하지만 니코틴 용액을 담는 카트리지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담배사업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담배의 잎이 아닌 뿌리나 줄기로 만든 합성 니코틴 용액도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카트리지에 합성 니코틴 용액을 넣어 피우면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정부는 쥴이 출시된 날에 맞춰 ‘신종 전자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불법 판매 단속에 나섰지만 법망을 피하는 편법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담배 꼼수는 세수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관세청에 따르면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세금을 부과할 수 없는 니코틴은 지난해에만 175t(약 120억 원)가량 수입됐다. 이 때문에 합성 니코틴 용액과 카트리지를 전부 담배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한국 여자배구의 간판인 ‘배구 여제’ 김연경 씨가 동아일보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에 참여했다. 김 씨는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2019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하기 위해 훈련하던 중 소생 캠페인의 취지를 전해 듣고 동참을 선뜻 결정했다. 2005년 프로로 입문한 김 씨는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일본과 중국 리그 등에서도 맹활약했고, 현재는 터키 ‘엑자시바시’ 클럽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이 4강에 오르는 데 압도적으로 기여했다. 현재는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맹훈련 중이다. 또 MBC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 ‘싱글벙글 쇼’의 진행자인 김혜영 씨도 소생 캠페인에 참여했다. 김 씨는 직접 풍선을 터트리며 “이 정도의 소음이 (닥터헬기가) 이착륙할 때 발생하는 소리”라며 “닥터헬기가 보다 많이 운행될 수 있게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의 캠페인 참여 영상은 11일 오후 9시 반 채널A ‘나는 몸신이다’에서 방영된다. 김연경 씨와 요리연구가인 ‘빅마마’ 이혜정 씨는 동시에 다음 캠페인 참여자로 개그우먼 김숙 씨를 지명했다. 김숙 씨는 “(두 분으로부터 동시에 지명을 받아) 너무나 영광”이라며 풍선을 터트리는 퍼포먼스에 동참했다. 그는 “(다음 주자로는) 저의 닮은꼴을 지정하겠다”며 개그우먼 박나래 씨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박 씨는 MBC ‘나 혼자 산다’ 등에 출연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채널A ‘하트시그널’에서 이른바 ‘연애 프로파일러 MC’로 활약한 양재웅 W진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소생 캠페인에 힘을 보탰다. 양 원장은 이원용 청담리원클리닉 대표원장을 다음 주자로 지명했다. 가수 레이디제인 씨는 채널A ‘하트시그널’에 매력적인 변호사로 출연한 장천 씨를 다음 참여자로 지정했다. 소생 캠페인은 풍선을 터뜨리며 소음을 참는 것으로, ‘타인의 생명을 위해 닥터헬기의 소음을 감내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이다. 풍선을 터뜨릴 때 나는 소리는 닥터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리를 상징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에 해시태그 #소생캠페인 #닥터헬기응원 #닥터헬기소리는생명입니다를 덧붙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누구나 소생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다음 달부터 ‘자궁 외 임신’ 진단 시 건강보험 본인부담 진료비 일부를 지원한다. 수정란이 착상한 위치가 자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유산 진료비를 지원받지 못했던 연간 1만5000여 명의 자궁 외 임신 환자가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임산부가 아이를 낳거나 사산 또는 유산하는 경우 ‘국민행복카드’를 발급해 관련 진료비의 본인부담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원 금액은 아이가 한 명이면 60만 원, 쌍둥이면 100만 원이다. 하지만 난관이 비정상적으로 막히는 등의 이유로 수정란이 자궁으로 이동하지 못한 채 다른 곳에 착상해 유산하면 이 진료비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복지부는 다음 달 1일부터 개정된 ‘임신 출산 진료비 지원에 관한 기준’을 적용해 자궁 외 임신의 경우에도 똑같이 국민행복카드를 발급해줄 예정이다. 국민행복카드는 BC카드나 롯데카드, 삼성카드 등에 전화해 신청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다음 달부터 ‘자궁 외 임신’ 진단 시 건강보험 본인부담 진료비 일부를 지원한다. 수정란이 착상한 위치가 자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유산 진료비를 지원받지 못했던 연간 1만5000여 명의 자궁 외 임신 환자가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임산부가 아이를 낳거나 사산 또는 유산하는 경우 ‘국민행복카드’를 발급해 관련 진료비의 본인부담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원 금액은 아이가 한 명이면 60만 원, 쌍둥이면 100만 원이다. 하지만 난관이 비정상적으로 막히는 등의 이유로 수정란이 자궁으로 이동하지 못한 채 다른 곳에 착상해 유산하면 이 진료비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복지부는 다음 달 1일부터 개정된 ‘임신 출산 진료비 지원에 관한 기준’을 적용해 자궁 외 임신의 경우에도 똑같이 국민행복카드를 발급해줄 예정이다. 국민행복카드는 BC카드나 롯데카드, 삼성카드 등에 전화해 신청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부가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15년간 종양 발생 등 부작용 여부를 추적 조사하기로 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5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약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인보사와 관련해 허가 및 사후 관리에 철저를 기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식약처가 인보사 사태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처장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투약 환자들에 대해 장기 추적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인보사는 골관절염 치료를 위한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2017년 7월 허가를 받았지만 올해 3월 말 주성분 중 하나가 종양 유발 우려가 있는 신장(콩팥)세포였다는 점이 확인돼 품목 허가가 취소됐다. 임상시험을 포함해 총 3000여 명의 환자에게 3957건의 투약이 이뤄졌다. 식약처는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의 명단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등록하고 △6개월 내에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무릎 엑스레이와 콩팥세포 생존 여부 등을 검사한 뒤 △향후 15년간 매년 방문 검사를 실시해 인보사로 인한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감시하기로 했다. 이 처장은 “15년이라는 기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이드라인 중 가장 엄격한 기준을 준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장기 추적 조사를 진행할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코오롱생명과학이 직접 선정한다는 점이다. CRO가 검사 결과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제출하면 식약처 산하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이를 토대로 이상 반응 여부를 가려낼 계획이다. 결국 인보사 사태에 책임이 있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가 각각 용역업체와 산하기관을 통해 인보사 투약 환자의 부작용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추적 조사를 식약처나 코오롱생명과학이 아닌 국립중앙의료원이나 보건소 등 별도 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최소한 CRO를 선정하는 과정에라도 인보사 투약 환자나 객관적인 전문가가 참여해야 최종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조사비용을 부담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CRO 선정 권한이 있는 데다 CRO 선정에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며 “추적 조사를 맡을 CRO는 코오롱과 별개의 독립 업체이고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현재 국내에서 의약품 부작용에 관한 최고의 전문성과 정보를 갖춘 기관”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최악의 경우 폐업으로 인해 추적 조사 비용을 부담할 수 없게 되면 누가 이를 떠안을지도 논란거리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자체적으로 계산해 밝힌 추적 조사 비용은 15년간 800억 원가량이다. 일부 병의원이 인보사 투약 환자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식약처가 인보사를 납품받은 병의원 438곳에 투약 환자의 정보를 요청했지만 4일까지 병의원 297곳(환자 1303명)만 요청에 응했다. 나머지 141곳은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환자 명단 제출을 거부하고 있거나 이미 폐업해 투약 환자 명단을 구할 길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의원이 정보 제공을 끝까지 거부한다면 일부 환자는 자기가 인보사를 투약했는지도 모른 채 장기추적 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015년 유방암 2기 판정을 받은 하모 씨(37·여)는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모두 마치고 지난해 말부터는 투병 전에 몸담았던 판촉물 디자인 업계에서 다시 일하기 위해 입사지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면접에서 3년간 업무 공백이 생긴 이유를 솔직하게 답했더니 그 이후 면접 회사에선 채용에 대한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투병 사실을 숨기고 들어간 한 회사에선 정기검진을 받으려 연차를 쓰는 것도 눈치가 보여 스스로 그만뒀다. 하 씨는 “암은 이겼지만 편견을 어떻게 이겨낼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대한암협회와 국립암센터가 지난달 암이 발병한 지 1년 이상 경과한 20∼60대 암 생존자 중 회사에 다니거나 취업 활동을 하고 있는 8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업무나 채용 과정에서 암 투병 경험을 이유로 차별을 겪었다는 응답이 69.5%로 나타났다. 암 생존자 중 근로자와 구직자만 대상으로 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차별 경험자 가운데 채용에서 탈락하는 등 능력 발휘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60.9%였다. △단합에서 배제되거나(37.1%) △퇴직을 권하는 말을 듣거나(33.6%) △승진에서 불이익을 겪는(27.2%)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고용정책기본법에 따르면 질병을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 차별을 둬선 안 된다. 하지만 실제 면접을 앞둔 암 생존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2017년 말 고환암 수술을 받은 A 씨(27)는 올해 초 한 건축사사무소에 사실상 합격 통보를 받았다가 돌연 “나오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 A 씨는 “신체검사 때 수술 사실을 적은 것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터에 투병 경험을 숨기는 암 생존자의 비율은 26.4%였고 특히 20, 30대에선 이 비율이 40.7%로 높았다. 암 생존자들은 발병 초기엔 진료를 위한 업무 조정이나 유연근로가 절실하지만 발병 후 3년이 지나면 일반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발병 후 4년이 지난 생존자 중 54.5%는 회사와 동료에게 바라는 사항 1위로 ‘차별이나 배려 없는 동등한 대우’를 꼽았다. ‘업무 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46%로 그 뒤를 이었다. 노동영 대한암협회장(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은 “암 생존자 대다수는 투병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암 생존자는 유약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2000년 44%에서 2016년 70.6%로 높아진 반면 ‘암은 불치병’이라는 직장 내 인식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남대 연구팀이 지난해 3월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토대로 암 생존자 567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328명(57.8%)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직장으로 복귀하는 암 생존자는 30.5% 수준으로 유럽 평균(63.5%)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은숙 국립암센터장은 “암이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파묻혀있기 보단 활발히 사회생활을 지속하는 게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대한암협회와 국립암센터의 암 생존자 대상 조사 결과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최로 열리는 ‘암 생존자의 사회복귀 장려를 위한 간담회’에서 공개된다. 윤 의원은 “암 생존자가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지원하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빈곤을 막을 뿐 아니라 생산가능인구의 증대로 이어져 사회적 이득도 크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내년에 환자가 한의원에서 첫 외래 진료를 받을 때 부담할 돈이 올해보다 100원 오른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본인부담 건보료도 월평균 약 4000원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병의원 등이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지불하는 ‘수가’를 내년에 평균 2.29% 인상하기로 대한병원협회 등 7개 단체와 합의했다고 2일 밝혔다. 인상률은 약국 3.5%, 치과 3.1%, 한방 3%, 병원 1.7% 등이다. 한의원의 외래 초진료는 올해 1만2890원에서 내년 1만3270원으로 오르고, 이 중 본인 부담금은 3800원에서 3900원으로 100원 오른다. 건보공단은 동네 의원의 외래 초진료 본인 부담금도 4700원에서 4800원으로 100원 올리려고 했지만 대한의사협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건보료도 3% 이상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성준(가명)이가 공부 열심히 하면 아빠가 살아 돌아오실 거야.” 대학생 이성준 씨(20)는 초등학교 3, 4학년 시절 어머니의 이런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학교와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책상에 앉아 눈에 불을 켜고 문제집을 풀었다. 학교에선 우등생으로 꼽혔고 전국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적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걸 깨달았지만 하늘나라에 있을 아빠가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 졸업을 앞둔 2011년 겨울, 어머니는 이 씨에게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아버지가 사실은 살아있지만 이혼한 뒤 이 씨를 보러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서운함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지금까지 뭘 위해 공부를 한 거지?’ 허탈감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이때부터 이 씨는 공부와 담을 쌓았다. 학원 수업과 자습으로 이어진 방과 후 스케줄이 텅텅 비자 이 씨는 게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온라인 전략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는 그의 ‘최애(최고 애정)’였다. 한번 마우스를 잡으면 8시간은 기본이었다. 이기면 기분이 좋아서, 아슬아슬하게 지면 아쉬워서 ‘마지막 한 판만 더’를 계속 외쳐댔다. 피곤해서 곯아떨어져도 게임을 충분히 한 것 같지 않았다. 이 씨의 일상은 빠르게 무너졌다. 수업이 있는 평일에도 오전 11시경 일어나 곧장 게임에 접속했다. 밥도 먹지 않고 이튿날 새벽 3시까지 게임을 하다가 잠들곤 했다. 어머니와 다투지 않은 날이 없었다. 어머니가 애원하다시피 학교에 보내도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게임 전략을 구상했다. 시험지는 백지로 냈다. 이런 일상이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반복됐다. 양쪽 시력은 1.2에서 0.7로 떨어졌다. 수업일수가 부족해 중학교를 졸업할 수 없게 될 지경에 처하자 이 씨는 2013년 3월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에 입교했다. 4개월간 게임과 물리적으로 차단된 환경에서 치료를 받으며 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가장 가까운 PC방이 걸어서 2시간 거리인 터라 이 씨의 생활은 산책과 명상으로 채워졌다. 마당에서 푸들과 놀거나 다른 입교생들과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게임 없는 일상은 상상도 못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게임 생각이 나지 않았다. 4개월의 교육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등산이나 절권도, 피아노 등 각종 취미활동을 공유할 수 있는 동호회를 찾아다녔다. 디딤센터 최경찬 치료팀장의 조언대로 게임을 대체할 여가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 씨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취미를 붙였다. 몸에 근육이 붙자 자신감도 커졌다. 그렇게 무사히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자기처럼 게임에 푹 빠진 청소년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는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이 씨는 지금도 간혹 온라인 게임을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게임보다 청소년지도사의 꿈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게임을 자제하기 어려워하는 청소년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얘들아, 너희가 사회에서 하고 싶은 역할이 생기면 언젠가는 게임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올 거야. ‘다들 나처럼 살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둘러보면 그렇지 않아. 혹시 부모님의 잔소리 때문에 독립하고 싶니? 부모님이 PC방 갈 용돈 주실 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 너희가 스스로 벌어서 PC방비라도 내려면 게임은 적당히 해야 해.”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아이의 장래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닌지 혼란스럽네요.”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40·여)는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엔씨소프트 본사를 방문해 게임 제작 과정을 체험하는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이 회사 직원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A 씨는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아들을 적극 지원하고 싶은데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는 것 같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국내 정보기술(IT) 분야의 메카인 판교는 게임산업의 성지로도 손꼽힌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넥슨 등 다수의 대형 게임사가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있다. 지난달 28일 WHO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11차 개정안(ICD-11)을 의결한 이후 판교는 동요하고 있다. ○ 질병 등재 놓고 엇갈리는 해석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판교 일대에 ‘게임 중독은 질병이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윤 의원실 측은 “전날 WHO의 결정에 환영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게임 중독은 엄연히 존재하는 질병이지만 국내 게임업계가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해 현수막으로 소신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인근에 지역구를 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게임에 과몰입하는 수많은 원인과 환경을 무시하고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게임으로 치부하는 것이 과연 건강한 사회인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영화를 많이 본다고 ‘영화 중독’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게임도 질병이 아닌 놀이문화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판단하는 진단 기준을 놓고서도 논란이다. “추가 연구를 통해 세부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정신건강의학계 평가와 “저마다 다른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모호한 문구”라는 게임업계의 비판이 맞서는 것이다. WHO는 게임이용장애의 진단 기준을 △게임 시간과 빈도 등을 통제하지 못하고 △게임을 일상생활보다 우선하고 △게임 과몰입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와도 게임을 멈추지 못하는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라고 제시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핵심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올 정도로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해 있는지와 게임을 안 했을 때 불안하거나 초조해하는 금단증상이 발생하는지 여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WHO가 이번에 진단기준을 마련하면서 이에 맞춰 국내 게임이용장애 현황을 조사하고 한국의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표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게임업계는 아직 의학계 내부에서도 게임 과몰입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사회 전반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의사마다 아전인수식으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2017년 영국 옥스퍼드대를 비롯해 해외 의료계의 교수 30여 명은 WHO에 서한을 보내 “게임중독을 질병이라 규정한 보고서는 근거가 부족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이런 식이면 낚시에 빠지거나 유튜브에 열중하는 개인에게도 똑같이 중독이라는 타이틀을 줄 수 있다”며 “프로게이머는 게임이 직업이라 질환자가 아니라고 진단한 의사가 프로게이머 지망생은 어떻게 판단할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기감 감도는 국내 게임업계 WHO의 이번 결정 직후 국내 게임업계는 “질병이라는 낙인을 안고 가야 한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인재 영입이 어려워지고 게임 세금을 비롯한 추가 규제 움직임도 가시화될 것이란 우려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는 없는 ‘강제 셧다운제’를 도입하는 등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의 규모(매출액 기준)는 전년도보다 6.5% 상승한 13조9904억 원이다. 올해와 내년의 국내 게임산업 매출 증가율은 각각 3.9%, 2.4%로 추정되지만 성장세는 이미 주춤해지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중국이 국내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자국의 게임 판호(유통 허가권) 발급을 몇 년째 막으면서 한국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게임이용장애의 질병 등재까지 겹치면서 한국 게임산업은 난관에 부닥쳤다”고 진단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덕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내고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 이후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산업의 경제적 손실이 1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덕주 교수는 “2011년 셧다운제 도입 이후 매출이 줄어든 사례를 기반으로 질병코드화로 인한 게임시장 위축 규모를 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매출 감소가 예상되면서도 대부분의 게임업체는 별다른 대처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 국내 게임산업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 국내 도입까지 남은 절차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은 권고안에 불과하지만 한국질병분류코드(KCD)는 ICD를 기초로 만들어진다. KCD는 진료 기록이나 사망원인을 분류하기 위해 질병 등을 성질에 따라 유형화한 것으로 통계청이 5년마다 개정한다. 현재 의료 현장과 학계에선 7차 개정본을 사용한다. 8차 개정본은 2020년 7월경 고시될 예정. 보건복지부는 당초 게임이용장애를 KCD 8차 개정본에 넣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통계청이 “한국 사정에 맞게 기준을 바꾸는 등 3년가량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해 2025년 고시될 9차 개정본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WHO가 제시한 진단기준을 KCD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논의 대상이다. 복지부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진단기준 등에 합의점을 도출하겠다고 나섰지만 게임산업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보건당국 주도의 민관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거부하고 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이용장애가 KCD에 정식으로 등재되면) 혼자만의 힘으로 과몰입에서 벗어나기 힘든 개인을 약물치료로 돕고 의학적으로 대처 방법을 연구할 기반이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김재형 monami@donga.com·조건희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아이의 장래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닌지 혼란스럽네요.”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40·여)는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엔씨소프트 본사를 방문해 게임 제작 과정을 체험하는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이 회사 직원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A 씨는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아들을 적극 지원하고 싶은데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는 것 같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국내 정보기술(IT)분야의 메카인 판교는 게임산업의 성지로도 손꼽힌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넥슨 등 다수의 대형 게임사가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있다. 지난달 28일 WHO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 11차 개정안(ICD-11)을 의결한 이후 판교는 동요하고 있다. ● 질병 등재 놓고 엇갈리는 해석 지난달 29일 판교 일대에는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게임 중독은 질병이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윤 의원실 측은 “전날 WHO의 결정에 환영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게임 중독은 엄연히 존재하는 질병이지만 국내 게임업계가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해 현수막으로 소신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인근에 지역구를 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게임에 과몰입하는 수많은 원인과 환경을 무시하고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게임으로 치부하는 것이 과연 건강한 사회인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영화를 많이 본다고 ‘영화 중독’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게임도 질병이 아닌 놀이문화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판단하는 진단 기준을 놓고서도 논란이다. “추가 연구를 통해 세부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정신의학계 평가와 “저마다 다른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모호한 문구”라는 게임 업계의 비판이 맞서는 것이다. WHO는 게임이용장애의 진단 기준을 △게임 시간과 빈도 등을 통제하지 못하고 △게임을 일상생활보다 우선하고 △게임 과몰입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와도 게임을 멈추지 못하는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라고 제시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핵심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올 정도로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해 있는지와 게임을 안 했을 때 불안하거나 초조해하는 금단증상이 발생하는지 여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WHO가 이번에 진단기준을 마련하면서 이에 맞춰 국내 게임이용장애 현황을 조사하고 한국의 현실에 맞는 구체적인 표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게임 업계는 아직 의학계 내부에서도 게임 과몰입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사회 전반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의사마다 아전인수식으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2017년 영국 옥스퍼드대를 비롯해 해외 의료계의 교수 30여 명은 WHO에 서한을 보내 “게임중독을 질병이라 규정한 보고서는 근거가 부족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이런 식이면 낚시에 빠지거나 유튜브에 열중하는 개인에게도 똑같이 중독이라는 타이틀을 줄 수 있다”며 “프로게이머는 게임이 직업이라 질환자가 아니라고 진단한 의사가 프로게이머 지망생은 어떻게 판단할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기감 감도는 국내 게임 업계 WHO의 이번 결정 직후 국내 게임업계는 “질병이라는 낙인을 안고 가야 한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인재 영입이 어려워지고 게임 세금을 비롯한 추가 규제 움직임도 가시화될 것이란 우려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는 없는 ‘강제 셧다운제’를 도입하는 등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의 규모(매출액 기준)는 전년도보다 6.5% 상승한 13조9904억 원이다. 올해와 내년의 국내 게임산업 매출 증가율은 각각 3.9%, 2.4%로 추정되지만 성장세는 이미 주춤해지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중국이 국내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자국의 게임 판호(유통 허가권) 발급을 몇 년째 막으면서 한국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게임이용장애의 질병 등재까지 겹치면서 한국 게임 산업은 난관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덕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내고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 이후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 산업의 경제적 손실이 1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덕주 교수는 “2011년 셧다운제 도입 이후 매출이 줄어든 사례를 기반으로 질병코드화로 인한 게임시장 위축 규모를 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매출 감소가 예상되면서도 대부분의 게임 업체는 별다른 대처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 국내 게임산업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 국내 도입까지 남은 절차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는 권고안에 불과하지만 한국질병분류코드(KCD)는 ICD를 기초로 만들어진다. KCD는 진료 기록이나 사망원인을 분류하기 위해 질병 등을 성질에 따라 유형화한 것으로 통계청이 5년마다 개정한다. 현재 의료 현장과 학계에선 7차 개정본을 사용한다. 8차 개정본은 2020년 7월경 고시될 예정. 보건복지부는 당초 게임이용장애를 KCD 8차 개정본에 넣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통계청이 “한국 사정에 맞게 기준을 바꾸는 등 3년가량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해 2025년 고시될 9차 개정본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WHO가 제시한 진단기준을 KCD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논의 대상이다. 보건복지부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진단기준 등에 합의점을 도출하겠다고 나섰지만 게임산업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보건당국 주도의 민관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거부하고 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이용장애가 KCD에 정식으로 등재되면) 혼자만의 힘으로 과몰입에서 벗어나기 힘든 개인을 약물치료로 돕고 의학적으로 대처 방법을 연구할 기반이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이 이끄는 중증외상팀이 올 8월 국내 최초로 야간에도 출동하는 응급의료 전용 헬기(닥터헬기·사진)를 띄운다. 우리나라에 7번째로 도입되는 이 닥터헬기에는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이름이 새겨진다. 윤 센터장은 올 2월 4일 설 연휴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병원을 지키다가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보건복지부는 아주대병원 닥터헬기의 기종을 대형 헬기인 H225로 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현재 인천 가천대 길병원 등이 운영 중인 기존 닥터헬기 6대보다 크다. 최장 1135km까지 비행할 수 있어 전국 어디든 날아갈 수 있다. 환자를 공중에서 끌어올리는 호이스트(권상기)도 장착할 수 있다. 기령(機齡)이 7년 이상이지만 “새 헬기보단 환자를 더 많이 구조할 수 있는 헬기가 중요하다”는 이 교수의 주장이 관철됐다. 2020년 이후엔 기종을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생산한 수리온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아주대병원은 닥터헬기를 밤낮없이 띄우기 위해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함께 이착륙장 조명 시설 등을 점검하고 있다. 현재 닥터헬기 출동 시간은 일출 후, 일몰 전으로 제한돼 있다. 복지부는 아주대병원 닥터헬기를 통해 시범적으로 24시간 운항을 해본 뒤 전국으로 확대할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아주대병원 닥터헬기엔 또 윤 센터장의 이름과 함께 그리스 신화에서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거인 ‘아틀라스(Atlas)’를 새긴다. 윤 센터장이 홀로 짊어졌던 짐을 이어받겠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30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영국 등 선진국처럼 ‘언제 어디든’ 출동하는 닥터헬기를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아일보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A 씨(21)는 고교 2학년 시절 심한 게임 이용장애(게임중독)에 시달렸다. 1인칭 슈팅게임에 푹 빠져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다. PC방에 가려고 수업을 빼먹는 일도 있었다. 자려고 누워도 게임 장면만 생각났다. 누적 가입자가 100만 명이 넘는 게임에서 전국 랭킹 100위 안에 들 정도로 몰두했지만 게임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게임 시간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결국 A 씨는 무단결석으로 고교 졸업에 필요한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할 수준에 이르자 2017년 선생님의 설득으로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의 게임중독 치료 과정에 입교했다. 4개월간 PC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전혀 쓰지 않았다. 처음에는 견디기 어려웠지만 진로 교육을 받으며 게임이 아닌 자신의 미래로 눈을 돌리게 됐다. A 씨는 현재 한 대학 청소년지도학과에 진학해 청소년 상담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5일(현지 시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어떻게 하면 게임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청소년 상담가 등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게임중독이 우려되는 자녀를 도울 방법을 정리했다.① 장기전을 각오하라 게임을 하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돼 쾌감을 느낀다. 같은 자극을 얻으려면 전보다 더 오래, 더 자주 게임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반복돼 게임에 점차 몰입하면 게임중독에 빠질 수 있다. WHO는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게임중독으로 본다는 기준을 내놓았다. 명심할 점은 게임을 통해 쾌감을 얻는 뇌 속 ‘보상 회로’가 수개월에 걸쳐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 회로를 끊고 뇌를 게임중독 이전의 상태로 정상화하는 데에는 통상 12개월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소희 정신건강의학과장은 “부모가 인내를 갖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게임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처음부터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② 게임 대신 즐길 수 있는 활동을 함께 고민하라 일시적으로 PC나 스마트폰을 완전히 차단하는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해독)’는 극약처방이지만 게임 과몰입에서 벗어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디딤센터(031-333-1900)나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063-324-2293)에선 청소년을 대상으로 짧게는 열흘, 길게는 4개월가량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숙식형 치료 과정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미 게임에 심각하게 중독돼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잠시 PC를 못 쓰게 하는 것만으로 실질적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부모 눈을 피해 게임을 하려다가 관계만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궁극적으로는 운동이나 보드게임 등 다른 여가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게임을 잊도록 해야 한다. 디딤센터 최경찬 치료팀장은 “게임에만 빠져 있을 땐 잊고 살던 교우관계의 즐거움과 진로에 대한 고민, 목표의식을 되찾아주는 데 초점을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③ 게임일지를 스스로 쓰게 하라 게임을 얼마나 자주, 오래 하는지 자녀가 스스로 기록하는 건 그 자체로도 효과가 있다. 폭식증 등 섭식장애를 치료할 때 하루에 먹은 음식을 모두 기록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식습관의 문제를 알도록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녀가 자신의 게임 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 게임 이용 규칙을 만드는 게 다음 단계다. 일주일에 몇 시간 게임을 할지 구체적으로 합의하고 반드시 숙제 등 할 일을 끝낸 후에 게임을 하도록 약속하는 방식이다.④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라 청소년 중 상당수는 학업이나 교우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게임에 몰입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게임을 하는 이유 1위는 ‘게임이 재밌어서’(34.7%)지만 2위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31.3%)였다. 문제는 게임에 중독되면 점점 더 친구 사이에서 고립되는 등 악순환에 빠진다는 점이다. 국제성모병원 기선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는 “이런 경우 게임에 빠지게 된 근본 원인을 찾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A 씨(21)는 고교 2학년 시절 심한 게임 이용장애(게임중독)에 시달렸다. 1인칭 슈팅게임에 푹 빠져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다. PC방에 가려고 수업을 빼먹는 일도 있었다. 자려고 누워도 게임 장면만 생각났다. 누적 가입자가 100만 명이 넘는 게임에서 전국 랭킹 100위 안에 들 정도로 몰두했지만 게임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게임 시간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결국 A 씨는 무단결석으로 고교 졸업에 필요한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할 수준에 이르자 2017년 선생님의 설득으로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의 게임중독 치료 과정에 입교했다. 4개월간 PC는 물론 스마트폰을 전혀 쓰지 않았다. 처음에는 견디기 어려웠지만 진로 교육을 받으며 게임이 아닌 자신의 미래로 눈을 돌리게 됐다. A 씨는 현재 한 대학 청소년지도학과에 진학해 청소년 상담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5일(현지 시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어떻게 하면 게임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청소년 상담가 등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게임중독이 우려되는 자녀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정리했다. ① 장기전을 각오하라 게임을 하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돼 쾌감을 느낀다. 같은 자극을 얻으려면 전보다 더 오래, 더 자주 게임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반복돼 게임에 점차 몰입하면 게임중독에 빠질 수 있다. WHO는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게임중독으로 본다는 기준을 내놓았다. 명심할 점은 게임을 통해 쾌감을 얻는 뇌 속 ‘보상 회로’가 수개월에 걸쳐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 회로를 끊고 뇌를 게임중독 이전의 상태로 정상화하는 데에는 통상 12개월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소희 정신건강의학과장은 “부모가 인내를 갖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게임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처음부터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 게임 대신 즐길 수 있는 활동을 함께 고민하라 일시적으로 PC나 스마트폰을 완전히 차단하는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해독)’는 극약처방이지만 게임 과몰입에서 벗어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디딤센터(031-333-1900)나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063-324-2293)에선 청소년을 대상으로 짧게는 열흘, 길게는 4개월가량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숙식형 치료 과정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미 게임에 심각하게 중독돼 금단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잠시 PC를 못 쓰게 하는 것만으로 실질적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부모 눈을 피해 게임을 하려다가 관계만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궁극적으로는 운동이나 보드게임 등 다른 여가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게임을 잊도록 해야 한다. 디딤센터 최경찬 치료팀장은 “게임에만 빠져있을 땐 잊고 살던 교우관계의 즐거움과 진로에 대한 고민, 목표의식을 되찾아주는 데 초점을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③ 게임 일지를 스스로 쓰게 하라 게임을 얼마나 자주, 오래 하는지 자녀가 스스로 기록하는 건 그 자체로도 효과가 있다. 폭식증 등 섭식장애를 치료할 때 하루에 먹은 음식을 모두 기록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식습관의 문제를 알도록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녀가 자신의 게임 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 게임 이용 규칙을 만드는 게 다음 단계다. 일주일에 몇 시간 게임을 할지 구체적으로 합의하고 반드시 숙제 등 할 일을 끝낸 후에 게임을 하도록 약속하는 방식이다. ④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라 청소년 중 상당수는 학업이나 교우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게임에 몰입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게임을 하는 이유 1위(34.7%)는 ‘게임이 재밌어서’지만 2위(31.3%)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게임에 중독되면 점점 더 친구 사이에서 고립되는 등 악순환에 빠진다는 점이다. 국제성모병원 기선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는 “이런 경우 게임에 빠지게 된 근본 원인을 찾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단기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결핵 환자에 대한 무상 치료를 이르면 7월부터 중단한다. 반면 건강보험 가입자에겐 내년부터 잠복결핵 치료비를 면제해준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결핵예방관리 강화대책을 28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결핵 환자는 총 3만6044명으로, 이 중 1816명이 결핵으로 사망했다. 인구 10만 명당 결핵 환자 수는 70.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다. 정부는 결핵 환자를 2030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인구 10만 명당 11.1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단기 관광객의 무상 치료를 중단하기로 한 것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국립 결핵병원은 일반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다제(多劑) 내성 결핵 환자가 치료를 받으러 오면 국적을 따지지 않고 무료로 치료해왔다. 하지만 무료 치료를 노리고 입국하는 외국인으로 오히려 결핵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본보 지난해 3월 6일자 A16면 참조). 이에 정부는 단기 관광객이 결핵으로 검진되면 2주간 응급치료를 해준 뒤 출국시키기로 했다. 91일 이상 체류 비자로 들어오는 외국인에 대한 결핵 검진도 강화한다. 반면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자에겐 내년부터 잠복결핵 치료비(7만∼8만 원)와 결핵 확진 검사료(4만∼6만 원)의 본인 부담금을 면제해준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균이 몸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상태다. 잠복결핵은 일생 동안 평균 10%의 확률로 활동성 결핵으로 악화된다. 2021년부터는 당뇨병이나 암, 에이즈 등 고위험 환자가 결핵 검진 시 연 1회 건강보험 혜택을 준다. 결핵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무료 결핵 검진도 강화한다. 요양병원이나 복지시설 등 단체생활 시설에 들어간 노인과 거동이 어려워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환자가 그 대상이다. 20, 30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비정규직도 무료로 결핵 검진을 받을 수 있다. 활동성 결핵 환자 중 영세 자영업자나 일용직 등 취약계층엔 치료를 위한 격리기간 중 생활비 지원을 늘릴 예정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단기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결핵 환자에 대한 무상 치료를 이르면 7월부터 중단한다. 반면 건강보험 가입자에겐 내년부터 잠복결핵 치료비를 면제해준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결핵예방관리 강화대책을 28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결핵 환자는 총 3만6044명으로, 이 중 1816명이 결핵으로 사망했다. 인구 10만 명당 결핵 환자 수는 70.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다. 정부는 결핵 환자를 2030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인구 10만 명당 11.1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단기 관광객의 무상 치료를 중단하기로 한 것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국립 결핵병원은 일반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다제(多劑) 내성 결핵 환자가 치료를 받으러 오면 국적을 따지지 않고 무료로 치료해왔다. 하지만 무료 치료를 노리고 입국하는 외국인으로 오히려 결핵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본보 지난해 3월 6일자 A16면 참조) 이에 정부는 단기 관광객이 결핵으로 검진되면 2주간 응급치료를 해준 뒤 출국시키기로 했다. 91일 이상 체류 비자로 들어오는 외국인에 대한 결핵 검진도 강화한다. 반면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자에겐 내년부터 잠복결핵 치료비(7만~8만 원)와 결핵 확진 검사료(4만~6만 원)의 본인 부담금을 면제해준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균이 몸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상태다. 잠복결핵은 일생동안 평균 10%의 확률로 활동성 결핵으로 악화된다. 2021년부터는 당뇨병이나 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등 고위험 환자가 결핵 검진 시 연 1회 건강보험 혜택을 준다. 결핵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무료 결핵 검진도 강화한다. 요양병원이나 복지시설 등 단체생활 시설에 들어간 노인과 거동이 어려워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환자가 그 대상이다. 20, 30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비정규직도 무료로 결핵 검진을 받을 수 있다. 활동성 결핵 환자 중 영세 자영업자나 일용직 등 취약계층에겐 치료를 위한 격리기간 중 생활비 지원을 늘릴 예정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올 1월 개봉한 ‘극한직업’을 포함해 총 네 편의 영화에서 각각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은 배우 류승룡 씨(사진)가 동아일보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에 참여했다. 류 씨는 차기작인 코미디 영화 ‘입술은 안 돼요’(가제)를 준비하던 중 배우 송옥숙 씨에게 이달 8일 소생 캠페인 참여 대상자로 지목을 받고 최근 동참을 결정했다. 류 씨는 ‘입술은 안 돼요’에 함께 출연하는 오나라 씨를 다음 참가자로 지목했다. 류 씨의 캠페인 참여 영상은 28일 오후 9시 반 채널A ‘나는 몸신이다’에서 공개된다. 소생 캠페인은 풍선을 터뜨리며 소음을 참는 것으로 ‘타인의 생명을 위해 닥터헬기의 소음을 감내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이다. 풍선을 터뜨릴 때 나는 소리는 닥터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리를 상징한다. 소생 캠페인에는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인 안정환 씨와 배우 정보석 이창훈 씨, 성우 서유리 씨 등도 참여해 화제를 낳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에 해시태그 #소생캠페인 #닥터헬기응원 #닥터헬기소리는생명입니다를 덧붙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누구나 소생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다. 재밌는 영상은 동아닷컴에 소개할 예정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4일 국내에 출시된 미국의 신종 전자담배 ‘쥴(JUUL)’에 대해 보건당국이 불법 판매 여부 등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쥴은 USB메모리(휴대용저장장치)와 생김새가 비슷해 불법 판매나 ‘몰래 흡연’에 악용되기 쉽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이 청소년에게 쥴을 판매하는지도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과 함께 다음 달까지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특히 청소년이 애용하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내 불법 판촉 활동도 감시 대상이다. 금연구역 내에서 쥴을 피우는 행위는 7월 말까지 집중 단속한다. 흡연자가 쥴을 금연건물 내부나 실외 금연구역에서 피우다가 적발되면 일반 담배를 피웠을 때와 마찬가지로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아이의 엉덩이를 때리며) 너도 맞으니까 아프지? 힘없는 친구를 때리면 되겠어, 안 되겠어?” 부모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며 체벌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런 훈육을 위한 체벌도 법으로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3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불합리한 체벌이 더 이상 부모의 법적 권리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부모 입장에선 ‘내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 때리는데 그게 죄라고?’라며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바로 정부의 의도다. 부모 스스로 합리적 훈육이 어디까지인지 고민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상당수는 부모 2013년 10월 이서현 양(당시 8세)이 계모의 구타로 갈비뼈 16개가 부러져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이듬해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돼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하거나 크게 다치게 한 사람을 가중 처벌한다. 하지만 민법상 부모의 아동 ‘징계권’ 조항은 1958년 민법이 제정된 이래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다. ‘사랑의 매’로 포장된 가정 내 학대는 광범위하고 상습적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자녀를 학대해 신고된 부모는 2013년 5454명에서 2017년 1만7177명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2017년 두 차례 이상 신고된 ‘재학대’ 사례 2160건 중 2053건(95%)을 부모가 저질렀다. 아동에 대한 친권자의 징계권을 명문화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 외에 찾기 힘들다. 스웨덴 등 54개국은 아동 체벌을 법으로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일본도 예의범절을 가르친다면서 체벌하는 ‘시쓰케(仕付) 문화’로 아동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가정 내 체벌 금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한국 정부에 체벌 금지 법안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59년 만에 민법 조항을 개정해 부모라도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자식을 체벌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합리적 체벌’ 기준은 논란 부모의 체벌로 아동이 다치거나 숨지면 부모는 직계존속 폭행죄(5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 원 이하의 벌금)나 아동학대치사죄(무기 혹은 5년 이상의 징역)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때 ‘합리적인 체벌’이었느냐가 쟁점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합리적 체벌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참 어려운 대목”이라며 “사회통념상 어디까지 체벌을 허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14년 발표한 ‘아동학대 관련 공동업무 수행지침’에 따르면 훈육의 합리성을 판단할 때 △훈육자가 평정심을 유지했는지 △아동의 실수가 아닌 잘못을 교정하려 한 것인지 △도구를 사용했는지 △상처가 났는지 등이 기준이다. 경기도교육청은 2010년 제정한 학생인권조례 해설서에서 “직접적인 신체적 고통을 주지 않아도 언어적 폭력이나 협박, 위협 등을 가하는 행위도 체벌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아이 받은 병원이 출생 통보 이날 정부가 내놓은 아동정책에는 아이를 분만한 병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추진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불법체류 이주여성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앞서 본보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투명인간’으로 살다 숨진 하은이의 사연(사진)을 소개했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출산을 숨기려는 임산부가 병원이 아닌 곳에서 출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상담 등 엄격한 과정을 거친 경우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를 병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아동 실태조사에서 청소년기 평균 친구 수는 5.4명으로, 2013년 조사(7.8명)보다 크게 줄었다. 정부는 이런 ‘관계 결핍’이 놀 시간과 공간이 부족해서라고 보고 내년에 시군구 20곳을 ‘놀이혁신 선도지역’으로 선정해 혁신놀이터 설치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2022년까지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과정에 놀이시간을 포함할 계획이다. 현재 생후 4개월에 처음 받는 영아 건강검진은 생후 4∼6주로 앞당겨진다. 우울증이나 알코올중독 탓에 아이를 혼자 돌보기 어려운 고위험 임산부는 아이가 만 2세가 될 때까지 간호사가 집으로 방문해 임산부와 아이를 관리해준다.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아동과 청소년에겐 심리 상담과 학자금을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연내 시작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사랑의 매’는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교육부 등은 23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고 현행 민법상 친권자의 권리인 ‘징계권’에서 체벌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학교와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아동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아동복지법에는 이미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해선 안 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반면 민법상 징계권은 ‘보호 혹은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로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부모가 학대에 해당하는 폭력을 훈육 수단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신고가 접수된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 중 76.8%가 부모였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동학대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은 강해졌지만 가정 내 체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대한 편”이라며 “당연히 체벌도 가능하다는 인식을 바로잡고,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합리적인 범위에서만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예외적이고 합리적인 체벌’의 범위를 두고는 논란이 예상된다. 복지부가 2017년 12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체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8.3%로 우세했다. 법무부는 내년 말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체벌의 범위를 담은 민법 개정안을 만들 계획이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부부나 연인 사이에선 ‘사랑하기 때문에 때린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데, 여전히 아동에게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번 대책은 시대 변화를 명확히 보여주자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그림자 아이’로 사는 아동이 없도록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고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과정에 놀이시간을 포함하며 △영아의 생애 첫 건강검진을 생후 4개월에서 1개월로 앞당기는 내용의 대책을 함께 발표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