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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홍콩인을 송환하는 ‘범죄인 인도법’에 홍콩 인구 7분의 1이 참가한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 등으로 홍콩 시민들이 저항하는 데 놀란 홍콩 정부가 “법안 추진 잠정 중단”을 전격 선언하며 일단 물러섰다. 이로써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로 80여 명의 부사자가 발생하는 등 혼란에 빠졌던 홍콩 사태가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인도법’ 반대파는 16일 오후에 예정된 대규모 시위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 “법안추진 위한 새로운 시간표 안 만든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15일 오후 홍콩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논의 절차를 잠정 중단할 것이며 입법회(국회) 심의를 위한 새로운 시간표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법안 추진의 무기한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그는 “법안을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9일 103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반대 시위 이후에도 법안 추진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던 람 장관은 12일 경찰의 무력 진압으로 대규모 충돌 사태가 벌어진 시위 이후 48시간 만에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5일 자정경 정부 핵심 인사들과 회의한 뒤 이날 오전 친중파 의원들과 만나 법안 잠정 중단 입장을 결정했다. ● 캐리람 “사회 안정 빨리 회복 위해” 람 장관은 법안 잠정 중단 이유에 대해 “법안에 대한 양극화된 시각이 12일의 폭력을 일으키고 심가한 대립을 일으켰다”며 “사회 안정을 최대한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잠정 중단하지 않으면) 앞으로 경찰과 시민 사이에 더 심각한 충돌과 부상이 일어날 것이며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캐리람 “슬프고 유감느낀다”면서도 “폭동” 맞아 그는 법안 추진에 대해 사과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진심으로 겸허하게 비판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부적절함 때문에 큰 충돌이 일어났다”며 “이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고 슬퍼했다. 나도 슬프고 유감을 느낀다”고 말햇다.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도 그는 피해갔다. 그는 “우리(정부)는 우리는 사회와 소통할 것이고. 더 많이 설명하고 열린 자세로 더 많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견 수렴을 거쳐 향후 법안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홍콩 경찰이 12일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데 대해서는 “법을 집행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며 옹호했다. ● 잠정 중단 결정에 대만의 결단이 직접 영향 대만이 최근 “인도법이 통과되더라도 살인법 송환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람 장관이 법안 추진 잠정 중단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법안은 지난해 한 홍콩인이 대만에 사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홍콩으로 도피했으나 홍콩과 대만 간 범죄인 인도 조약이 없어 살인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됐다고 홍콩 정부는 설명한다. 람 장관은 “나는 최선을 다했다”며 “대만 당국이 법안이 통과되도 살인 용의자를 송환하지 안겠다고 해서 법안은 더 이상 긴급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 중국, 잠정 중단 과정에도 개입 그는 자신의 잠정 중단 결정에 대해 중국 정부가 “이해하고 믿고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람 장관은 이 잠정 중단 결정을 위해 중국 최고지도부 중 홍콩 문제를 담당하는 한정 상무위원과 최근 광둥성 선전시에서 만났는지 질문이 나오자 부인도 확인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중국 정부에 잠정 중단 계획을 전했고 중국 정부는 이에 내 판단을 신뢰하고 지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정책이든 중국과 관련된 것은 (홍콩에서) 대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홍콩 내 반중 정서를 인정했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평가받는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사진)이 중국에 대한 강한 압박을 시사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커들로 위원장은 13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공동설립자 프레드 버그스텐과의 대담에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어떻게 가는지 아느냐. 누군가의 엉덩이를 걷어차면 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면 추가 관세 등 강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커들로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트럼프 대통령)는 회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시사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가 대사급 미국 외교관을 청사로 불러 미국이 홍콩 반중(反中) 시위를 지지하는 것과 관련해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14일 오후 “러위청(樂玉成) 외교부 부부장이 긴급하게 로버트 포든 주중 미국대사 대리를 불러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무책임한 언행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항의했다)”며 “미국의 행동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대사급 외교관을 직접 불러 항의한 것은 지난해 12월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화웨이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체포하자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들인 이후 처음이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위은지 기자}

홍콩 정부가 중국에 홍콩인을 소환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반대로 일어난 반중(反中) 시위를 ‘색깔혁명’으로 규정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색깔혁명은 1990년대 말부터 중앙아시아 동유럽 중동 등에서 일어난 비폭력 정권교체 운동이다. 인터넷매체 ‘홍콩01’은 13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 정부가 이번 시위를 홍콩 독립을 추진하기 위한 색깔혁명으로 규정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유력지 롄허(聯合)조보는 “홍콩 정부가 시위대를 적대 세력으로 규정할 근거가 된다. 중국 정부는 강경한 방법으로 홍콩 정권의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말인 16일 오후 홍콩 도심에서 다시 대규모 시위가 열릴 예정이어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우려된다. 시위를 주도하는 홍콩민간인권전선(陳線)은 상복을 뜻하는 검은 옷을 입고 홍콩 정부 청사까지 행진하는 ‘검은 대행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인권전선은 17일 홍콩 시민들이 ‘3파업’(노동자 파업, 상인 파업, 학생 수업 거부)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입법회는 20일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었지만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표결을 다음 달로 미루거나 법안 추진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도 정부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친중파인 버나드 찬 홍콩 행정회의 의장은 14일 한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법안을 논의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립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시위대를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들’이라고 말했다가 “행정장관은 시민의 어머니가 아니라 시민의 공복(公僕)”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상원은 13일 법 집행, 투자, 무역 등에서 홍콩을 중국과 다르게 취급하는 특별 대우가 정당한지 평가하기 위해 미 국무장관이 매년 홍콩의 자치권을 확인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에 혼란을 일으키려는 계략은 모두 실패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에 대해 처음으로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중국은 “시위는 폭동이며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홍콩을 상징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문제가 이달 말 열릴 것으로 알려진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국양제는 중국이 홍콩과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지만 체제는 다르다는 뜻이다. 무역 관세, 화웨이, 대만에 이어 홍콩까지 양국 갈등이 심화되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메이 시위 지지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9일 시위는) 100만 명이 참가한 시위였다. 내가 여태껏 본 시위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시위를 한 이유를 이해한다”며 사실상 반중 시위를 지지했다. 그는 “그들(홍콩 시위대)이 중국과 잘 해결하기를 희망한다.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홍콩 경찰이 처음으로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해 약 80명의 부상자(2명 중상)가 발생한 직후에 나왔다. 중국에 홍콩인을 송환하는 길을 열 수 있는 ‘범죄인 인도 법’의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홍콩 젊은이들이 대거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과 홍콩 정부에 사태 악화와 무력 진압을 하지 말도록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 시 주석에게 이(홍콩)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이 문제는 확실히 백악관의 주의를 끌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만난다. 미 국무부는 “홍콩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사람들이 평화롭게 집회할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압박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 18명 이상의 의원은 홍콩 시위 지지에 가세하면서 더 강한 톤으로 중국과 홍콩 정부를 비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이날 중국 정부에 “홍콩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촉구했고 유럽연합(EU)은 반중 시위 지지 성명을 냈다. ○ 중국, 무력진압 명분 만드나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외국의 내정 간섭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홍콩 경찰이 최루탄 등 무기로 시위대를 해산한 것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뒤 “중국 정부는 폭동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고 홍콩 정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치는 행위는 모두 홍콩의 주류 민의에 맞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홍콩 정부에 무력 진압의 명분을 주려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사설에서 “(홍콩 시위가) 아군에게 고통을, 적에게 기쁨을 줬다”고 규정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3일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에서) 미국의 부적절한 영향력이 약화되고 정부와 시민 사이에서 마찰과 충돌을 일으키는 외부 세력의 대리인(시위대)이 더 효과적으로 처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범죄인 인도 법 개정을 지지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 홍콩 경찰 “폭동은 사람 죽일 것” 홍콩 정부는 12일 연기된 입법회(의회)의 인도 법안 2차 심의를 언제 재개할지 밝히지 않았다. ‘친중파’가 다수인 입법회는 20일 예정된 법안 표결을 강행할 태세다. 행정수반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폭동에 참가한 젊은이들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도 유혈 사태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위대는 입법회를 포위해 법안 통과를 저지할 방침으로 13일 입법회 주변에는 수천 명이 모였고 일부가 경찰과 충돌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과 달리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뚜렷한 지도자 없이도 자율적이고 평등하게 조직화됐다”고 전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고율 관세를 피해 구글이 일부 하드웨어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고 있다고 12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에 따라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의 탈중국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네스트 온도계, 서버 하드웨어의 일부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대만 및 말레이시아로 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이 앞서 ‘메인보드(회로기관)’ 생산 시설 상당 부분을 대만으로 옮겼다고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5% 관세를 부과하는 2500억 달러의 중국산 물품에는 메인보드도 포함돼 있다. 애플 아이폰 등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도 “애플이 요구하면 중국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할 능력을 갖췄다”고 밝혔다고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WSJ에 따르면 류양웨이 폭스콘 반도체 담당 이사는 10일 타이베이 본사에서 “회사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전 세계 공장에서 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외에 멕시코 태국 일본 대만 등에 생산기지가 있지만 폭스콘 주력 공장은 정저우(鄭州) 청두(成都) 등 중국에 있다. 중국에서 130만 명을 고용한 폭스콘의 전체 매출에서 애플 위탁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다. 로이터통신도 세계 3위 반도체장비업체인 일본 도쿄일렉트론이 미국 제재를 받는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28,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중국 압박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중국은 협상을 매우 간절히(desperately) 원하고 있다. 훌륭한 합의가 아니면 우리는 중국과 아예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중국과 무역 합의가 없어도 올해 미국 경제는 3%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앙아시아를 찾아 미국에 맞설 우군 확보에 나선다. 그는 13, 14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시 주석의 5∼7일 러시아 방문에 이어 이달 말 G20에서도 만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푸틴 대통령과는 한 달에 무려 3차례 회동하는 셈이다. 희토류를 활용한 반격도 본격화된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희토류 업계 관계자들이 “희토류 자석의 대미(對美) 수출을 제한하면 미 산업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대학생 등 젊은층이 주도해 주요 도심을 점거하고 입법회(의회)를 포위한 12일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는 2014년 홍콩의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을 연상시켰다. 홍콩 경찰은 이날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 강제 해산에 나섰다. 이날 대학생, 상인, 예술인 등 각계각층이 참여한 시위대 수만 명은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를 외치며 입법회를 둘러싸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에 홍콩 정부는 예정됐던 법안 심의를 연기했다. 시위대는 법안 표결이 예정된 20일까지 입법회를 포위한 채 무기한 농성을 이어 가겠다고 밝혀 제2의 우산혁명으로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법안은 홍콩이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인권 악화 우려를 낳고 있다. 홍콩 매체들은 이날 오후 4시 홍콩 경찰청장이 시위를 “폭동으로 선포”한 뒤 경찰이 무력 진압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최루탄, 최루액, 고무총뿐 아니라 살상력은 낮지만 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으로 타박상을 입힐 수 있는 ‘빈백건(bean bag gun)’까지 동원했다. 경찰이 시위대 강제 해산에 돌입할 때의 충돌로 최소 22명이 다치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이 입법회를 포위하겠다고 밝혔으며, 대학생 등 시민 수백 명은 전날 저녁부터 입법회 주변으로 몰려왔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색 옷을 입었으며 일부는 노란색 헬멧과 고글을 썼다. 시위대가 도로의 블록을 깨서 모으는 장면도 포착됐다. 버스 통행도 전면 중단됐다. 2014년 우산혁명 당시 79일 동안 홍콩 도심을 점거한 후 처음으로 시위대가 도로를 막아 점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젊은 시위대는 “법안을 폐기할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우리를 과소평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위대가 정부를 겨냥해 “홍콩을 팔아넘기는 배신자들”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대형 은행은 직원들이 시위에 참여하도록 유연 근무제를 허용했다. 인터넷에는 중국이 홍콩으로 군대를 투입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공포를 조성하기 위한 악의적 가짜 정보”라고 반박했다. 시위대는 중국 인민해방군 주둔지 인근인 하코트로드에서 경찰과의 밤샘 대치를 준비했다. 70석의 입법회는 대부분 친중파 의원들이 장악해 이날 2차 심사 연기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상정하는 대로 곧바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극단적 분리주의자들이 9일 대규모 시위 같은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정면충돌한 것은 중국이 내정 간섭으로 판단하는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 문제까지 양국 갈등이 확산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은 대만뿐 아니라 티베트, 신장위구르 등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까지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무력시위도 시작했다.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중국에서도 “갈등을 해결할 동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공공연히 나왔다.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반중 시위가 벌어지자 중국 외교부는 “외부 세력은 간섭하지 말라”며 미국에 경고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일국양제가 침해당하고 있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국무부는 “이 법안은 중국이 본토로 개인을 송환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 홍콩의 자치를 파괴할 것이고 인권, 기본적 자유, 민주적 자치 보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중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들은 12일 법안에 대한 2차 심의를 진행하는 입법회(의회)를 포위하고 시위하겠다며 파업, 상인의 동맹파업, 대학생의 동맹파업(수업 거부) 등 ‘3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00곳 이상의 식당과 가게들이 직원의 시위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문을 닫을 계획이다. 홍콩 경찰은 3만 명 전체 경찰력 가운데 5000명을 입법회 봉쇄에 투입할 계획이어서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향후 시위가 2014년 홍콩 도심 전역에서 일어난 우산혁명처럼 확대되고 중국이 개입한다면 미중 충돌 범위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일본 NHK는 11일 오전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과 052D형 이지스 구축함 등 함정 6척이 일본 남단 오키나와섬과 미야코해협 사이를 거쳐 서태평양으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홍콩과 대만이 있는 중국 동남쪽 해역에 항공모함을 보낸 배경에는 미국에 홍콩 대만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성 무력시위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랴오닝함이 이 경로로 항해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또 중국의 과학자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千人計劃)’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기술 탈취에 제동을 거는 전방위 압박도 병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미 에너지부가 소속 과학자와 연구원들이 중국 및 다른 국가가 후원하는 인재 채용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못하게 금지했다”고 전했다. 에너지부는 직원들이 외국 군 관련 프로그램에 채용되며 수백만 달러의 지원 유혹을 받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뒤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WSJ가 입수한 에너지부의 새로운 명령은 중국 외에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적국으로 간주되는 국가들이 인재 프로그램을 활용해 미국 과학자를 유혹하거나 보상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2009년부터 추진한 천인계획은 해외로 나갔던 인재가 귀국할 때 최대 100만 위안(약 1억7000만 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WSJ는 “중국 정부는 중국계에만 국한하지 않고 미국과 외국인 과학자들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환추(環球)시보는 11일 사설에서 “미중 관계에는 큰 긴장 완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무역협상에) 합의해도 얼마 안 가 새로운 충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해 9일 벌어진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정면충돌했다. 미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약화됐다”며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온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은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며 강력 반발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 정부의 법안에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홍콩의 일국양제가 계속 침해당하고 있으며 이는 홍콩이 오랫동안 확립해온 특수한 지위를 위태롭게 한다”고 중국을 겨냥했다. 일국양제는 하나의 국가이지만 두 개의 다른 체제로 운영되는 것을 뜻한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홍콩 반환 이후 일국양제는 확실히 이행됐다”며 “미국이 홍콩 문제에 대해 계속 제멋대로 지껄이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시위를 주도한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입법회(의회)가 법안 2차 심의를 진행하는 12일 대규모 시위를 통해 입법회를 포위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시위는 홍콩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해 경찰과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1일 사설에서 “미국이 중국을 무너뜨리려 하면 중국의 반격은 반드시 전략적인 선택이 될 것이고 21세기는 비극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중국이 톈안먼(天安門) 사태 30주년(4일)을 전후로 한국의 네이버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지난해 다음 접속을 전면 차단하고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접속을 막은 데 이은 조치로 한국의 양대 포털 모두 중국 내 접속이 막혔다. 이는 중국이 정보를 통제해온 톈안먼 사태 30주년 뉴스 등 중국에 비판적인 민감한 이슈를 네이버 등을 통해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보인다. 9일 홍콩의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가 겹치면서 차단 기간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경부터 중국 내에서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외에도 기사, 메일, 쇼핑, 지식백과 등 서비스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베이징 현지 소식통은 11일 “일반 접속 방식인 ‘http’ 사이트는 차단됐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제공되는 암호화 접속 방식 ‘https’ 사이트에는 일부 접속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 네이버와 다음에 대한 접속 차단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네이버 차단 관련 질문에 “주관 부서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거부하며 “중국은 법에 의거에 인터넷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구글, 유튜브 등 주요 검색엔진과 소셜미디어도 차단했다. 미국의 무역·기술 보호주의를 비난하면서 대외 개방을 주장하는 중국이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10일에는 미중 간 사이버 전쟁 가능성을 들고나왔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국가인터넷응급센터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의 트로이목마 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서버 1만4000개가 중국의 호스트 컴퓨터 334만 대를 통제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90% 급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홍콩 시민의 약 7분의 1에 해당하는 103만 명이 참가한 반중(反中) 시위가 대만 문제에 이어 미중 갈등의 새로운 요소로 떠올랐다. 중국은 반중 시위의 도화선이 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사용하는 칩’이라고 규정하고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반대한다”며 반발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 법안이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9일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홍콩 언론들은 전했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반체제 인사와 인권운동가를 중국에 송환하는 데 악용돼 홍콩의 민주주의와 법치를 침해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6년간 강화돼온 홍콩 통제에 대한 불만도 시위를 통해 폭발했다. 10일 새벽까지 이어진 시위에서 수백 명이 홍콩 입법회(국회) 앞에서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했고 100명 이상 연행됐다. 중국 등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법안 개정을 추진해온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10일 “개정 절차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법회가 12일 법안을 심의한 뒤 회기가 끝나는 다음 달 10일 이전에 법안을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의 입법을 간섭하는 어떤 외부 세력의 잘못된 행위도 모두 결연히 반대한다”며 법안 개정을 지지했다. 그는 ‘외부 세력’을 묻는 질문에 “일부 국가들이 무책임한 발언을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 中외교부 “일부 국가가 무책임 발언” 美 겨냥 ▼홍콩 100만명 反中시위… 中매체 “입법반대파 서방과 결탁”겅솽(耿爽) 대변인은 대만 기자가 홍콩에 대해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아니라 일국일제(一國一制)’라고 반복해 지적하자 “절대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 향후 시위가 불거지면 미중 갈등 구도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반대파가 서방과 결탁하는 것은 홍콩의 대세를 흔들지 못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외부 세력’을 미국으로 적시했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7일 칼럼에서 “(미국에 항복하자는) 투항론자는 큰길을 건너는 쥐처럼 때려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부의 대화파에 공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16일 워싱턴에서 홍콩의 민주화 지도자인 마틴 리 씨를 만난 뒤 “홍콩 정부가 제안한 인도 법안은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오랫동안 보장된 홍콩의 인권 보호, 기본권인 자유, 민주적 가치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9일 미국 호주 독일 대만 일본 등 12개국 29개 도시에서 인도 법안 반대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다. 홍콩 반중 시위와 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홍콩 일국양제 문제까지 미중 갈등의 전선이 제한 없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들고 있다. 중국은 대만과 홍콩 문제는 외세의 간섭을 거부하는 ‘내정’의 문제로 접근해 왔다. 그런 점에서 미중 갈등이 무역, 첨단기술, 외교안보뿐 아니라 중국 정치 문제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미 국방부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10일 “미국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해 잘못을 고칠 것을 요구했다”며 “중국은 ‘2개의 중국’을 만들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답했다. ‘엄중한 교섭’은 중국이 주중 미국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항의했다는 뜻이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도 홍콩 갈등에 가세했다. 그는 9일 밤 페이스북에 홍콩 시위를 언급하면서 “일국양제의 22년 동안 홍콩인들은 자유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못하게 됐다”며 “대만인은 민주를 소중히 여기고 우리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견지한다”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홍콩 시민의 약 7분의 1에 해당하는 103만 명이 참가한 반중(反中) 시위가 대만 문제에 이어 미중 갈등의 새로운 요소로 떠올랐다. 중국은 반중 시위의 도화선이 된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사용하는 카드라고 주장했다. 미국 행정부는 앞서 이 법안이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9일 홍콩에서 103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시위는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홍콩 언론들을 전했다. 10일 새벽 시위대 수백 명이 홍콩 입법회(국회) 앞에서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하고 100명 이상 연행됐다. 홍콩 정부는 중국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는 국가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입법회가 12일 법안을 표결한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반체제 인사와 인권운동가를 중국에 송환하는 데 악용돼 홍콩의 민주주의 법치를 침해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호주, 독일, 대만, 일본 등 12개국 29개 도시에서 인도 법안 반대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還球)시보는 10일 이 시위를 비난한 사설에서 “미국이 홍콩 문제에 대한 간섭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는 분명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환추시보는 “미국이 홍콩을 미중 게임의 카드로 쓰고 있다”며 “홍콩의 인도법안 반대파들이 3월 및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각각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고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이 법안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16일 “(범죄인) 인도 법안은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정부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말 것을 경고한 자리에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부른 것은 미중 간 기술 패권 전쟁에 미국 기업은 물론이고 제3국인 한국 기업들까지 휘말려 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중 양국 정상의 만남에 앞서 두 나라가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방위 보복 조치를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글로벌 기업들과 세계 경제가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진퇴양난 삼성, 하이닉스 반독점 벌금 불똥 우려 중국 정부는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말라는 경고를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민감한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미국 마이크론과 함께 중국으로부터 가격담합을 의심받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중국이 마이크론을 ‘믿을 수 없는 기업’이라고 낙인을 찍는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매체들은 마이크론 삼성 SK하이닉스 3개사에 최대 80억 달러(약 9조420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총리, 부총리 등이 중국과의 고위급 회담 때마다 10차례 이상 ‘반독점 조사는 정치적 의도와 연관시키지 말아 달라’고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가 곧 발표할 ‘신뢰할 수 없는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에’에 한국 기업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제재가 가시화되면 그나마 손해를 덜 보는 쪽으로 계산해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 미국과 그 밖의 기업 ‘투 트랙’ 압박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대기업 압박을 ‘외교 수단’으로 써왔다.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무역갈등을 빚고 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하기 전 시애틀에 들러 미국과 중국 기술 기업 임직원들을 만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를 따르면 ‘심각한 결과(dire consequences)’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행정부의 조치를 철회시키기 위한 로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 이외 기업들에는 현재의 관계를 유지하고 중국 기업에 정상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한 부정적인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희토류’, 미국은 ‘환율’ 보복 카드 남겨둬 중국은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차와 제트엔진, 위성, 레이저 설비 등 군용무기에 쓰이는 희토류 수출 제한을 위한 법제화에 착수했다. 중국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8일 ‘국가안보법’에 근거해 “국가안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제거하기 위한 ‘국가기술안보 리스트 제도’를 만들 것”이라며 “구체적인 조치를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환추시보는 9일 사설에서 “중국이 미국이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미국은 현재 희토류 수입의 80% 이상(2014∼2017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남겨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 중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 생각에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6.30위안에서 6.90위안으로 움직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위안화 환율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므누신 장관은 올해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어느 시점에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김지현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르며 “중미(미중) 모두 완전한 단절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시 주석을 종종 ‘친구’라고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시 주석이 공개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7일 오후(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 본회의에서 “중미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뿐 아니라 우리의 미국 친구들도 (이런 상황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내 친구다. 그 역시 이런 상황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메시지여서 주목된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는 대미 강경책으로 미국을 압박하되 정상 차원에서는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투 트랙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시 주석은 “현재 무역마찰이 있지만 중미는 이미 ‘너 안에 나 있고 내 안에 너 있다’의 관계”라며 “우리는 서로 최대의 투자자이고 무역협력 파트너다. 매일 1만여 명이 오간다”고도 말했다. 시 주석은 “현재 중국과 전 세계가 모두 친구”라며 러시아, 유럽, 아세안, 아프리카, 남미, 남태평양을 거론했지만 한국과 일본이 포함된 동북아는 따로 ‘친구’로 거론하지 않았다. 한편 시 주석은 러시아에 이어 중앙아시아를 방문해 우군 확보에 나선다. 중국 외교부는 9일 시 주석이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을 국빈 방문한다고 밝혔다. 그는 12∼14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14∼16일에는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리는 아시아상호협력신뢰회의에 참석한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국 국방부가 1일(현지 시간)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대만을 협력해야 할 대상 ‘국가(country)’로 표기했다. 이는 미국이 지금까지 인정해 온 ‘하나의 중국(one China)’ 정책에서 선회해 사실상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것으로,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외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건드려 대중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방부는 이 보고서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 국가로서 싱가포르, 대만, 뉴질랜드, 몽골은 신뢰할 수 있고 역량이 있는 미국의 파트너들”이라며 “네 개의 국가는 전 세계에서 미국의 미션 수행에 기여하고 있으며,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이는 기존 동맹국가인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을 언급한 데 이어 추가로 협력을 확대하고 강화할 대상 국가들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국교를 정상화한 후 ‘하나의 중국’ 정책에 의거해 그동안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에 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개발도상국과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을 공유하겠다며 사실상 ‘화웨이 개발도상국 동맹’을 선언했다. 시 주석은 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 연설에서 “중국은 개발도상국을 위해 더 많은 기회를 만들 것”이라며 “(개발도상국과) 최신 5G 기술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싶다. 함께 핵심 경쟁력을 키우고 (개발도상국) 경제를 성장 모델로 바꾸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 자리에서 “화웨이를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다. 매우 깊은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미국을 겨냥해) 어떤 국가가 화웨이를 시장에서 쫓아내고 있다. 어떤 국가가 새로운 장애를 만들었다”며 이례적으로 화웨이를 직접 거론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시진핑, ‘왜 중러가 안전보장 못해주냐’ 질문에 “그 문제도 연구해야”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 본회의에서 ‘왜 핵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안전보장을 해주지 못하나’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함께 합리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속에서 여러 기제를 만들어 관련국(북한)의 주요한 의심과 염려를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자가 질문한 내용을 포함해 모두 앞으로 (북핵 해결) 추진 과정에서 함께 연구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시 주석과) 어제(6일 중러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대북 안전보장 제공)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어떻게 북한의 안보를 보장할지 얘기해야 한다”며 “(미국에 공격 당한) 이라크와 리비아의 사례를 볼 때 어떤 보장이 필요한지 그들(북한)은 매우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 시진핑 일대일로 영향권 개도국에서 화웨이 동맹 추진 시 주석은 또 이날 본회의 연설에서 “중국은 광범한 개발도상국을 위해 더 많은 기회를 만들 것”이라며 “중국은 (개발도상국) 각국과 차세대(5G) 기술 내의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기를 원한다. (개발도상국과) 함께 핵심 경쟁력을 배양하고 경제를 성장 모델로 전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5G 기술은 화웨이가 가장 앞서 있기 때문에 시 주석이 개발도상국과 5G 최신 기술 공유를 거론한 것은 화웨이의 개발도상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직면한 시 주석이) 이동통신을 매개로 한 한 ‘화웨이 개발도상국 동맹’ 추진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가 일본 등 미국 동맹국과 일부 서방 국가의 배제 압박에 직면하자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 ‘화웨이 진영’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충돌은 미국 동맹 및 서방 대 중국 러시아 및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간의 ‘화웨이 냉전’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시 주석은 “반세계화와 패권주의 강권정치가 고개를 들었다. 새로운 과제와 도전이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인류는 갈림길에 섰다”고 말했다. 같은 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화웨이를 직접 거론하면서 지지를 선언했다. ‘중-러 화웨이 동맹’을 직접 선언한 것이다. 그는 “화웨이를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다. 매우 깊은 압박을 받고 있다”며 미국을 겨냥해 “어떤 국가가 화웨이를 시장에서 쫓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는 전날 두 정상의 회담 직후 러시아 최대 통신사 모바일텔레시스템스(MTS)와 내년까지 러시아 전역에 5G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 시진핑, “전 세계 모두 친구”라면서 한국은 거론 안 해 시 주석은 이날 본회의에서 “중국은 계속해서 ‘친구 국가 그룹’을 확대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전 세계 어떤 지역이 (중국과) 생각이 맞지 않는 곳이 있는가. 내가 생각해볼 때 (세계 모두) 친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유럽, 아세안, 아프리카, 남미, 남태평양을 들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 대해서는 “무역마찰 있지만 미국과 중국은 ‘너 안에 나 있고 나 안에 너 있다’의 관계다. 서로 최대 투자자이고 무역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중이 완전히 갈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런 황을 보고 싶지 않고 내 친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북한의 안전보장 및 경제발전을 맞교환해야 한다”며 미국의 ‘선(先)비핵화 후(後)대북제재 완화’ 입장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중-러 정상은 5일(현지 시간) 공동성명이라는 공식 문서로 중-러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작 북한의 지난달 두 차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북핵 해법에서 한국과 미국이 엇박자를 내는 상황에서 북한과 가까운 중-러도 미국의 북핵 해법을 거부하고 나서면서 북핵 협상은 더욱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이 커졌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중-러 신(新)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은 비핵화와 안보 및 발전을 교환하는 목표를 견지해야 하고 종합적, 균형적으로 각 측의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수립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러는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해야 할 긍정적인 역할을 발휘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북한 체제보장 조치와 대북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미국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 방침과 배치된다.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북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종전선언 등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함께 안보리의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통해 북한 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가 풀려야 북-중, 북-러 무역도 재개될 수 있다는 셈법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올해 12월까지 자국 내 북한 근로자들을 모두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근로자 송환이 실제 시행되면 중국 및 러시아와 북한 관계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양국의 공동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중-러 정상이 공식화한 북핵 공동전선은 2017년 7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던 시기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내놓은 북핵 해법 로드맵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중-러는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한미가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게 하려는 비핵화·평화체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는 중-러 로드맵의 첫 번째 단계가 실현됐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로드맵을 제시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에 자제를 요구해야 했지만 미국의 비핵화 해법에 반대하면서도 북한의 부정적인 행위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6자회담 체계 복원을 제기했지만 그와 관련된 사항은 이번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과거 실패한 6자회담보다는 북-미 직접 담판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중-러 공동성명에선 시리아 내전, 이란 핵협상 위기, 베네수엘라 사태 등 지역 안보 문제가 거론됐는데 모두 미국에 반대하는 목소리였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국의 전방위적 제재와 무역분쟁으로 수세에 몰리던 중국이 러시아와 ‘화웨이 연대’를 본격화했다. 중국 화웨이 궈핑(郭平) 순환회장은 5일 오후(현지 시간)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러시아 최대 통신사 모바일텔레시스템스(MTS) 알렉세이 코르냐 최고경영자(CEO)와 러시아 전역에 내년까지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협력을 약속했다. 두 정상이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였다. 푸틴 대통령이 화웨이를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란 듯 화웨이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보낸 장면이었다. 궈 회장은 “5G처럼 전략적 중요성이 있는 분야에서 러시아와 계약 서명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중-러 신(新)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공동성명에서 “국가 안보를 구실로 정보통신기술 제품의 시장 진입과 첨단기술 상품의 수출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미국의 화웨이 제재를 비판했다. 중국은 화웨이가 공산당 정부와 관계없다고 항변해 왔다. 하지만 화웨이가 시 주석 앞에서 러시아의 5G 시장을 확보한 데 이어 6일 화웨이가 혜택을 보는 자국 내 5G 영업 허가를 예정보다 빠른 시기에 받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이 직접 나서면서 국가 차원에서 화웨이 구하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두 정상은 같은 성명에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은 비핵화와 (북한의) 안보, 발전을 교환하는 목표를 견지해야 한다”며 ‘선(先)북한 비핵화’를 고수해온 미국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또 다른 성명에서 미국에 “제약 없이 글로벌 미사일방어체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임을 예고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중단을 요구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평가했다. 중-러가 함께 사드 배치 중단을 요구한 셈이어서 한국 외교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5일 오후(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3시간여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중-러 간 당대 글로벌전략 안정 강화’ 공동성명에서 미국을 겨냥해 “핵무기 국가는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을 포기하고, 제약 없는 글로벌 미사일방어체계 개발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관을 양성하는 외교학원의 쑤하오(蘇浩) 교수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러가 중단을 요구한 미사일방어체계에 한국에 배치한 사드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포함돼 있다고 본다. 다만 (이번 성명 내용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성명은 미-러 중거리핵전력폐기(INF)조약 탈퇴, 우주군 창설 등 미국이 추진하는 모든 군사정책을 반대하면서 “핵전쟁 위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러가 손잡고 핵을 포함해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을 억제하는 ‘반미(反美) 안보 선언‘을 발표한 셈이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미국은) 핵공유 정책을 포기하고 핵보유 국가(미국)밖에 배치한 모든 핵무기를 본토(미국)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한국, 일본 등에 대한 핵우산을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또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 중국은 수입처를 러시아로 대체하는 등 양국은 30여 건의 협력문서에 서명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미국과 첨예한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세계 및 지역 주요 이슈에서 미국의 압박에 맞서 공동 대응하는 행보를 본격화했다. 중국 정부는 또 이날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의 중국 합작법인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약 277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제재를 강화하는 데 대한 일종의 ‘맞불’ 성격이어서 두 나라의 패권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진핑 “중-러 관계 신시대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림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중-러 관계를 신(新)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전했다. 양국 매체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 전 “중-러 관계 발전에는 한계가 없다”며 “양국 관계를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더 크게 발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는 국제 정세의 어떤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양국이 상대의 핵심 이익과 각자 관심을 갖는 중대 문제에서 서로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며 진한 우정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미중 무역전쟁, 이란 핵합의 무산 위기, 베네수엘라 사태, 시리아 내전, 북극항로 건설 등 미국이 중-러와 갈등하거나 중-러를 견제하는 주요 문제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국제 및 지역 정세와 안보 안정을 위해 중-러 양국이 공조한다는 내용이 담긴 ‘신시대 전략적 안정성 강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이에 대응하는 중-러 밀착이 더욱 선명해질 것을 예고한 것이다. 시 주석은 중-러 수교 70주년 경축행사 등에 참석한 뒤 6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해 국제경제포럼에서 연설한다. 중국 외교부는 두 정상은 시 주석의 2013년 국가주석 취임 이후 6년여간 28차례 만났고 이번이 시 주석의 8번째 러시아 방문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이 지난해 국가주석을 연임한 뒤 첫 러시아 국빈 방문이다. 미국의 압박에 직면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밀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러시아 방문 직전 타스통신 등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내가 교류하는 가장 가까운 외국 동료이고, 내 마음을 아는 가장 좋은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中정부 “희토류 수출 통제해야” 이날 중국 반(反)독점 조사기관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포드의 중국 합작법인 창안(長安)포드에 1억6280만 위안(약 277억2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 중국 내 한국 기업에 행정 규제권을 동원한 것처럼 미국 기업에 보복성 제재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 대상 블랙리스트에 오른 세계 통신장비 1위 기업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론과의 담합을 의심받는 한국 기업에까지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업들을 조사하고 있고 최대 80억 달러(약 9조4200억 원) 벌금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에 대한 보복이 이뤄지면 한국 기업에도 피해가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이 외에도 희토류의 미국 수출 제한을 거듭 시사하고, 미 여행 및 유학 자제령을 잇달아 발표하며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4, 5일 희토류 전문가 및 기업가 좌담회에서 “국가가 희토류 수출 관리 통제를 강화하고 희토류 관련 우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걸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는 건의가 나왔다”고 밝혔다. 미국은 첨단기술 제품에 꼭 필요한 희토류를 중국에서 80% 수입하고 있다. 런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5일 사설에서 “미국 여행과 유학을 직접 금지해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미국과 도박할 수는 없다. 대외 개방은 중국의 변하지 않는 국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또 이날 인공위성 로켓의 해상 발사에 처음 성공하고 ‘항공모함 킬러’인 신형 대함 미사일 ‘둥펑(東風)-21D’ 10발의 모습을 공개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김지현 기자}

미국과 중국이 톈안먼(天安門) 사건 30주년을 맞은 4일 톈안먼 사건 및 중국 정부의 미중 무역갈등 관련 백서를 둘러싸고 노골적이고 거친 언사로 정면충돌했다. 중국은 갑자기 미국 여행이 위험하다는 경보를 발령하며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한국에 대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처럼 ‘유커’들의 관광까지 보복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3일 중국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6·4 톈안먼 사건 30주년을 맞아 중국의 인권 개선을 강력히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명의로 발표된 성명은 “수십 년간 미국은 중국이 보다 개방적이고 관대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희망했지만, 이런 희망은 내동댕이쳐졌다”며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망자와 실종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국무부는 톈안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매년 발표해 오다가 지난해부터 국무장관 명의로 격상시켰다. 올해 성명은 지난해보다 3배 정도 늘어난 2800자에 달하며 중국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단어들이 곳곳에 포진했다. 미무역대표부(USTR)와 재무부는 무역협상을 패권국 미국의 횡포로 규정한 중국 측의 미중 무역갈등 관련 백서(2일)에 대해 3일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백서를 통해 무역협상의 본질을 왜곡하는 비난전을 추진하려고 한 데 실망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성명에 대해 “악랄하게 중국 정치 체제를 공격하고 인권과 종교 상황에 대해 험담을 퍼부어 내정을 심각하게 간섭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미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혀 주중 미국대사관 관계자를 외교부로 부르는 등 직접 항의했음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폼페이오 장관을 겨냥해 “이런 사람들은 중국에 대해 제멋대로 지껄일(說三道四) 자격이 없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미치광이처럼 황당무계하게 지껄이는(痴人說夢) 허튼소리(胡言亂語)는 모두 역사의 쓰레기더미에 버려질 것”이라는 노골적인 표현까지 썼다. 외신 기자들의 톈안먼 사건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겅 대변인은 “끝까지 따져 물으려 하는 것이냐”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톈안먼 사건이 다시 발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걱정까지 하느냐”고 반문했다. 겅 대변인은 미국의 중국 백서 비판에 대해서도 “중국이 협상 중 역행했다는 미국의 지적은 완전히 사실을 왜곡하는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항하는 남중국해 주변 4개국에 정찰용 드론 판매에 나섰다. 중국은 보복 카드를 관광 분야로 확대했다. 중국 외교부는 4일 오후 “미국 법 집행 기관들이 출입국 검문, 방문 면담 등으로 중국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미국 여행자들과 미국 내 중국 기관들은 안전 의식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중국 문화여유부도 같은 시간 ‘미국 여행자에 대한 안전주의보’를 통해 “미국에서 총격, 강도, 절도 사건이 빈번하다”며 “(미국 여행을 고려한다면) 출국 전에 위험성을 충분히 평가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라”며 사실상 여행 자제를 요구했다. 외교부와 문화여유부의 주의보 모두 올해 12월 31일까지 유지된다. 중국이 미국 여행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 사실상 미국 여행을 막아 보복성 자제령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교육부는 3일 미국 유학 경계령을 발령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정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