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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의 기준이 앞으로 3자녀에서 2자녀로 바뀐다. 자녀가 둘만 있어도 아파트 분양 시 다자녀 특별공급(특공) 청약을 넣을 수 있고, 차를 구입할 때 취득세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정부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다자녀 가구 지원정책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현재 3자녀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는 각종 다자녀 혜택을 2자녀까지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2자녀 가구도 공공분양주택뿐 아니라 민영주택(민간 아파트 등)의 다자녀 특별공급 청약에 지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차량 취득세 감면 혜택도 받는다. 국립극장, 미술관 등 국립 문화시설을 이용할 때 할인도 받는다. 지금까지 ‘3자녀 이상’만 받던 혜택들이다. 정부는 특히 다자녀 가구가 어려움을 겪는 주거, 양육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올 12월까지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공공분양주택의 다자녀 특별공급 기준을 2자녀로 완화하겠다고 했다. 16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는 이 같은 혜택을 민영주택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18세 미만 자녀가 셋 이상이면 차를 구입할 때 취득세를 면제·감면받는다. 정부는 이를 2자녀 가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2025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지방 세수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뒤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자녀 수에 따라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18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 중 자녀가 ‘둘 이상’인 비중은 2017년 60.5%에서 2022년 57.6%로 줄었다. 2자녀부터 민간 아파트도 ‘특공’ 혜택… 초등돌봄교실 신청 가능 정부, 다자녀 지원 기준 완화아이돌봄 본인부담금 추가 할인초중고 교육비 지원도 늘어날 듯문화시설 할인받고 우선 입장 현재 차를 구입하면 차종에 따라 차량 가격의 4∼7% 취득세(등록세 포함)를 내야 한다. 4000만 원짜리 승용차의 경우 내야 할 세금은 280만 원이다. 단, 3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가 정원 7∼10명 승용차나 정원 15명 이하 승합차를 한 대 구입할 때는 이를 면제해준다. 정원이 6인 이하인 차는 취득세가 140만 원 이하면 면제하고, 그 이상이면 140만 원을 감면해준다. 16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내놓은 다자녀 혜택 확대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자녀가 2명만 있어도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용 시점은 이르면 2025년부터다.● ‘2자녀’ 혜택 확대… 주택 구입-세금 등 16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다자녀 혜택 확대 방안 중 주거 관련 내용도 주목을 받았다. 이날 정부는 민영 주택, 즉 민간이 분양하는 아파트도 ‘다자녀 특별공급(특공)’ 지원 조건을 ‘2자녀’로 완화하는 쪽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 3월 공공분양주택에 대해서는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됐으나 민간 아파트에까지 적용하겠다고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다자녀 특공 물량은 아파트 전체 분양 물량의 10%다. 정부는 다만 자녀 수에 따라 가점에 차이를 둘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간 3자녀 이상 가구만 다자녀 특공을 넣을 수 있었는데 이제 자녀가 둘만 돼도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시설 할인 기준도 ‘2자녀’로 통일된다. 증빙 서류는 다자녀 우대카드 외에 가족관계증명서 등도 허용할 계획이다. 국립극장은 올 9월 이후 기획공연부터 가족관계증명서에 2인 이상 자녀가 표기돼 있다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는 영유아 동반자가 문화시설에 우선 입장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 제도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초등돌봄교실 신청 자격에 다자녀 가정도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는 맞벌이, 저소득, 한부모 가정 혹은 담임 추천 대상자가 신청할 수 있고 다자녀 가정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봄 서비스에서도 본인부담금 추가 할인 유형으로 다자녀 가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초중고교 교육비(입학금, 수익자부담경비 등) 지원 대상을 ‘2자녀’까지 확대하는 교육청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3자녀 가구의 셋째 이후’부터 교육비를 지원하는 강원도는 2025년부터 ‘2자녀 이상 첫째부터’ 지원한다. 대전시와 경남도는 ‘2자녀 이상 둘째부터’(각각 2024년, 2025년 실시) 지원할 방침이다. 관련 조례가 없는 부산시는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 ● 역대 최저 출산율… ‘경제적 부담’ 등 원인 정부가 ‘2자녀’ 혜택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저출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처음으로 1.0명 이하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이란 15∼49세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저치인 0.78명까지 떨어졌다. 이 통계로만 보면 ‘2자녀’를 다자녀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저출산 현상의 원인으로는 일·육아 병행의 어려움과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 등이 꼽힌다. 고용 불안, 높은 주거 비용 등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인 점도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앞서 3월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1차 회의에서 △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 비용 △건강 등 저출산 정책의 5대 핵심 분야를 정했다고 발표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주요 대학 반도체학과의 2023학년도 정시 합격 점수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의대 정시 합격 점수와의 격차가 줄었다. 올해(2024학년도) 입시에서도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대와 반도체학과를 집중적으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종로학원이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개된 주요 대학의 2023학년도 정시 합격 점수를 분석했더니,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의 반도체학과 정시 합격 점수가 전년보다 상승했다. 이들 대학의 반도체학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연계된 계약학과로 대학이 기업과 협의해 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반도체 인력을 육성한 뒤 졸업 후 해당 기업에 취업을 보장한다. 2023학년도 정시에서 고려대 반도체공학과에 최종 등록한 합격자의 70% 컷 평균(국어·수학·탐구영역 백분위)은 97.7점으로 2022학년도 96.5점보다 1.2점 상승했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70% 컷 평균 역시 같은 기간 95.8점에서 96.0점으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94.3점에서 95.5점으로 올랐다. 이들 반도체학과의 합격선이 올라가면서 전국 의대 평균 점수와의 격차도 줄었다.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반도체학과의 2023학년도 평균 정시 합격 점수는 96.4점으로 전국 27개 의대 평균 합격점수(98.2점)와의 차이가 1.8점이었다. 2022학년도에는 각각 95.5점, 97.8점으로 격차가 2.3점이었다.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2022, 2023학년도 모두 의대 다음으로 자연계열에서 최고 점수였다. 같은 기간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역시 의대와 약대 다음으로 최고 점수였다. 이런 현상은 2023학년도에 반도체학과가 신설된 서강대와 한양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2023학년도 정시 최종 등록자 70% 컷 평균(국수탐 백분위)이 95.3점으로 자연계열 전체 학과 중 1위였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95.3점으로 의예과,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의 뒤를 이었다. 정부가 계속 반도체 인력 육성 정책을 펴면서 앞으로도 반도체학과에 상위권 학생이 몰릴 것으로 분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현재는 반도체학과 합격 점수가 의대에 밀리지만 우수 학생들이 상당수 반도체학과도 선호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특히 지방 소재 반도체학과는 우수 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학기(9월 1일)부터 모든 유치원 및 초중고 교사들은 학부모가 교사 개인 휴대전화나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민원을 제기해 온 경우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나 유치원을 방문할 땐 반드시 사전에 예약한 뒤 정문에서 신분증을 맡겨야 하는 등 출입 관리가 강화된다. 14일 교육부는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달 발표할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학부모는 교사 개인에게 연락할 수 없고 학교장 직속 ‘학교 민원대응팀’에 온라인 또는 유선으로 연락해야 한다. 교감 등 5명으로 구성된 대응팀이 학부모 상담이 필요하다고 결정하면 학부모는 희망 날짜를 협의해 사전 예약해야 한다. 해당 날짜에는 정문에서 신분증을 제출하고 방문증을 받은 뒤 인솔자를 따라 민원상담실에 들어갈 수 있다. 상담은 교무실, 교실이 아니라 개방형 민원면담실에서 이뤄진다. 학부모의 폭언, 폭행 등을 막고 유사시 증거 수집을 위해 주변 출입문과 복도에는 폐쇄회로(CC)TV가 가동되고, 내부에는 녹음장치가 설치된다. 위법하고 반복적인 민원 상담에는 교사가 교장이나 교감의 동석을 요청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달에 발표하고 9월 공포하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교원이 근무 시간 외나 직무 범위 외의 상담을 거부할 권리 등을 명시할 예정이다. 교사의 ‘응대 거부권’, ‘답변 거부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교권 강화 종합방안도 발표한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에 교권 강화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학부모, 학교 방문때 정문서 신분증 내야… 폭언땐 면담 중단 ‘교권회복 방안’ 9월 시행교사, 근무시간외 면담은 거부 가능학부모, 가정서 학칙준수 지도해야교육부는 교권 강화를 위해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이달 발표하고,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달 1일부터는 교사의 휴대전화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면 교사에게 ‘응대 거부권’을 부여한다. 학부모가 교육활동과 무관한 민원을 제기할 때 교사는 ‘답변 거부권’도 갖는다. 휴대전화로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를 촬영·녹음한다고 협박하는 학생의 휴대전화를 압수할 권한도 생긴다.● 교권 침해 유형에 학부모 악성 민원 추가 교육부가 교사에게 ‘응대 거부권’과 ‘답변 거부권’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하는 이유는 법적 권한은 아니더라도 교사가 악성 민원을 정당하게 거부할 근거를 마련해주려는 것이다. 학부모가 교사와 면담 도중 교사에게 폭언, 폭행 등을 일삼으면 교사가 상담을 도중에 중단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된다. 2학기부터 각 학교에 신설되는 ‘민원 대응팀’은 온라인과 유선으로 운영되는 일종의 ‘민원 고객센터’다. 교감과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이 팀을 이뤄 민원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직접 처리하거나 교사, 관리자, 교육(지원)청에 전달한다. 교육부는 각 학교가 개방형 민원면담실을 9월부터 운영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학교에 따라 상담실에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이 늦어질 수 있지만, 학부모가 학교 방문 전 약속하고 방문증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2학기부터 시행된다. 이달 발표될 학생생활지도 고시에는 학생과 학부모의 책무도 명시된다. 학생은 ‘학칙 준수’ ‘학교장이나 교원의 생활지도 존중’ 의무가 생긴다. 학부모는 교사의 생활지도를 존중하고, 자녀 학교의 학칙을 숙지하고, 가정에서 이를 지도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간다. 교육부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를 2학기 중 개정해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교권 침해 유형으로 신설한다.● 학생부 기재는 여야 합의 필요 교권을 침해한 학생이나 학부모를 강하게 처벌하는 것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여야 합의에 따라 시행 시기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동의 없이 법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원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을 개정해 교권 침해로 학급 교체, 전학, 퇴학 등 중대한 조치를 받은 경우에 이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권을 침해한 학부모에 대한 조치를 신설하는 것도 교원지위법 개정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학부모가 교권 침해 가해자인 경우 서면 사과, 재발 방지 서약, 특별교육 이수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교사들이 억울하게 아동학대로 신고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려면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이 필수다. 교육부는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서는 조사나 수사 전 수사기관이 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는 교육청이 적극 해결해 달라는 것인데 민원 대응팀은 (민원) 부담과 책임을 다시 학교로 떠넘기는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도 “민원 대응팀에 행정실장을 끼워 넣지 말고 교무실 내부에서 담당해야 한다”며 17일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고3 교실 25명 중 수업 듣는 학생은 5명.’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이 일반고 교사들에게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이라고 가정할 때 3학년 교실에서 몇 명이나 수업을 듣느냐’고 물은 결과다. 지난해 9월 전국 일반고 교사 261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36%는 “16∼20명은 수업을 안 듣는다”고 답했다. 17%는 “21∼25명은 안 듣는다”고 답했다.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수업 미참여 형태(복수 응답)를 묻는 질문에서는 ‘수업과 무관한 학습 하기’가 56.7%로 가장 많았다. 교사가 앞에서 수업을 하는데 학생은 다른 과목, 다른 내용을 혼자 공부한다는 것. 다음은 △수업 중 잠자기(33.0%) △학습과 무관한 딴짓하기(28.4%) △일부 교시만 출석 후 조퇴하기(28.0%) 등이었다. 수업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심지어는 잔다는 뜻이다. 자퇴한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학교는 공부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지적한 것과 동일하다. 학생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 생활은 허비하고, 사교육에 돈을 쓰고 있다. 2022년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교과의 사교육 수강 목적은 초중고 모두 ‘학교 수업 보충’(50.0%)이 선행학습(24.1%), 진학 준비(14.2%)를 크게 앞섰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으로 2007년 조사 이래 역대 최고치였다. 학교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할 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력 격차다. 사교육을 받을 여건이 되는 학생들은 미흡한 공부를 학원에서 채울 수 있지만, 학교가 전부인 학생들은 기초학력을 위협받는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중3 국어, 영어, 수학 기초학력 미달 평균 비율은 2012년 2.2%에서 지난해 11.1%로 5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고2는 3.0%에서 10.8%로 증가했다. 무너진 학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교권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집중해서 공부하려면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요즘 학교의 면학 분위기가 엉망이 된 것은 교사가 문제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도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다. 인권 침해, 차별, 아동학대 등 갖가지 이유로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억울한 신고를 당하다 보면 교사들도 학생 지도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교육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중 교권 회복 및 보호 종합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8 교수학습 국제조사연구’에 따르면 한국 교사들의 행정업무 시간은 주당 5.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평균(2.7시간)의 두 배였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열여덟 살 A 군의 하루는 오전 7시 50분 휴대전화를 반납하며 시작된다. 먼저 영어 단어 시험을 보고 오후 10시까지 수업과 자습을 이어간다. 이 생활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반복된다. 고등학교 3학년 나이인 A 군은 올해 재수종합학원에 입학했다. 학교는 1학년 때 자퇴했다. 재수종합학원은 보통 전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실패한 ‘졸업생’들이 오는 곳이지만 요즘은 ‘현역 고교생’이 학교를 버리고 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고3 1학기 성적이 나온 최근에도 학원에 자퇴생들이 여럿 들어왔다. A 군이 자퇴를 결심한 건 ‘학교에서는 더는 배울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수업 내용은 대입 준비에 별 도움이 되지도 않고, 수업 시간에도 떠들고 노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달 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를 본 A 군은 11월 수능을 치른다. 대입 준비에 ‘올인’ 하기 위해 학교를 중도에 떠나 학원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동아일보가 13일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일반고 약 1690곳의 1학년 학업중단율을 종로학원과 함께 분석한 결과 2021년 1.46%, 2022년 1.98%, 2023년 2.40%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2학년은 1.12%→1.68%→2.05%로 늘었다. 3학년(0.17%→0.21%→0.31%)까지 반영하면 3년간 학업을 중단한 일반고 학생은 총 3만7822명이나 된다. 3년간 일반고 전체 재학생 302만1045명의 1.25%다. 서울에서 최근 3년 평균 학업중단율(고1 기준)이 높은 자치구는 강남(3.39%), 서초(3.07%), 송파구(2.71%)였다. 특히 강남구는 2.29%(95명)→3.83%(144명)→4.13%(163명)로 급격히 증가했다. 학업중단은 학교 부적응, 해외 출국, 질병, 학교폭력 등 여러 사유가 있다. 하지만 사교육 과열 지역의 경우 대입 준비를 위한 자퇴가 대부분이라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이 지역들은 내신 경쟁이 치열해 수시 전형으로는 좋은 대학에 가기 힘들고, 부모가 한 달 200만∼300만 원에 달하는 재수종합학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실제로 검정고시를 통한 주요 대학 입학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학알리미 분석 결과 검정고시 출신 전국 4년제대 입학자는 2023년 7690명으로 최근 6년간 최고치였다.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비율 역시 2018년 0.71%(276명)에서 2023년 1.33%(524명)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인성, 사회성, 교우관계, 체력, 문화적 소양까지 학습하는 전인 교육기관이기에 대부분의 학생이 반드시 졸업해야 하는 곳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입 준비를 위해서는 ‘포기해도 되는 곳’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교사가 학생들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교권침해 사건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학급의 학습 분위기를 해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수능 준비’에 올인하는 학생들은 여건만 되면 학교를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학교, 대입 도움 안돼”… ‘高1 자퇴→학원→수능 2번’ 코스 밟아〈상〉 학교 대신 재수학원 선택 증가高1 학업중단률, 高2보다 높아… 강남구 高1 100명중 4명 자퇴“교사가 통제 못해 면학 분위기 엉망”학교는 “건강 문제일것” 속사정 몰라 B 군(17)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해 11월 학교를 자퇴하고 현재 재수종합학원에서 공부 중이다. 학교에서는 ‘학업중단 숙려제’를 안내하며 “1∼7주간 상담을 받으며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숙려제는 학생에게 학업중단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시간과 상담을 제공하는 제도다. 하지만 B 군은 거절했다. 다음 해 검정고시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는 1년에 2번(보통 4, 8월) 실시된다. 퇴학일부터 시험 공고일까지의 기간이 6개월을 넘지 않으면 응시할 수 없다. 6월 초 전후로 공고되는 2회 차 검정고시에 응시하려면 전년도 11월 말까지 자퇴해야 안전하다는 게 불문율이다. B 군은 “학교에서 몇몇 과목은 선생님이 교과서를 읽어 주는 수준이었는데 학원에 오고 한 달 만에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수능 두 번 보려 자퇴… “학교는 낭비”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에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B 군 같은 코스를 밟는다. 우선 1학년 때 자퇴를 한다. 이듬해(2학년 나이) 검정고시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본다. 시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1년 더 학원에 다닌다. 1년 뒤(3학년 나이) 다시 수능을 본다. 수능을 두 번 봤으니 ‘재수’지만 나이로 치면 현역 고3 친구들과 똑같이 수능을 보는 셈이다. 아예 처음부터 이런 ‘2년 계획’을 잡고 자퇴하는 학생들도 있다. 실제 고1 학업중단율은 고2보다 높다. 올해 전국 평균 중단율을 보면 고1은 2.40%(8050명), 고2는 2.05%(6434명)다. 사교육 과열 지역인 서울 강남구는 2023년 고1 학업중단율이 4.13%(163명)였다. 이 지역 고1 학생 100명 중 4명은 자퇴했다는 뜻이다. 송파구는 3.70%(143명)였다. 한 학생은 “방학이 끝나면 자퇴해서 보이지 않는 친구가 많다”며 “내신이 1점대(등급)여도 의대에 가야 한다며 자퇴하고 학원에 가는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자퇴를 결심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낭비”라고 말했다. 고2였던 올해 자퇴한 C 군은 “학생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질문해도 답변을 못하고 수업 때는 교사용 자습서만 보고 줄줄 읽더라. 그래서 학교 수업을 잘 안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원에 다니니 학교에서 쓸데없이 잠자던 시간을 다 공부에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D 군도 “학교를 안 다니면 사회성이 떨어진다는데 학교에 사회성이 떨어지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며 “학생이 선생님께 막 대하고 절도 사건도 자주 발생하는 교실에서 공부를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내신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가기 어렵기에 정시를 노리고 학원에서 수능 준비에 올인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상당수 학원에서는 학생이 내신 성적을 입력하면 남은 학년에 어느 정도 성적을 받아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지 분석해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대평가 과목이 1학년에 46% 몰려 있다. 1학년이 끝나면 내신 성적의 거의 절반은 굳어진 것”이라며 “2, 3학년 때 아무리 잘해도 극복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자퇴, 학원 등록, 정시 올인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227곳의 정시 비중은 21.2%로 수시(78.8%)보다 적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서울 지역 주요 16개 대학은 43.0%다.● “건강-심리적 문제일 것” 속사정 모르는 학교 학원가에 따르면 1학기 성적이 나온 뒤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 재수종합학원 등록생들이 더 늘었다. 이런 ‘자퇴 러시’는 내년에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이달에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 중2부터 적용되는데 현재 수능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입 제도가 크게 바뀌는 만큼 현 중3은 재수로 원하는 학교에 가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임 대표는 “현 중3이 고교에 진학해 내신 점수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으면 자퇴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퇴하는 진짜 이유를 잘 모르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가 대입에 도움이 안 된다” “학원에 간다”는 속사정을 자세히 털어놓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도 상세히 상담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학업중단율이 상위권인 E고 관계자는 “몸이 안 좋아서 검정고시를 봐야겠다거나 규율을 지키는 게 어렵다는 학생이 많았다”고 했다. 서울 F고 관계자는 “내신의 불합리함보다는 심리적, 정신적 문제로 학교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학생이 많았다”고 전했다. 학생은 학교가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안 하고, 학교는 영문도 모른 채 학생을 떠나보내는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다. 대입 준비를 위해 자퇴를 결심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는 ‘학교 부적응자’ 낙인 같은 것은 우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입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한 학부모는 “교사가 통제 못 할 만큼 면학 분위기가 엉망인 학교가 많다. 아이들도 진짜 친구는 대학 가서 사귀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학교를 다니면 내신 준비, 수능에 반영 안 되는 과목 공부로 시간이 낭비되지만 학원에서는 수능만 공부하니 효율적”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2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교사가 학생의 휴대전화를 검사, 압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교육부가 이달 발표할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이러한 내용의 교권 보호 방안이 담길 것으로 10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에 배치되는 학생인권조례(‘사생활의 자유’ 조항)는 개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교원 학생생활지도의 구체적인 범위와 방식 등에 관한 기준을 담은 고시를 제정해 2학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이 다른 학생 및 교원의 교육활동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주의를 주었음에도 불응할 경우 검사와 압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 ‘학생 동의 없이 소지품을 검사, 압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교사의 발언과 행동을 녹음, 녹화하고 협박하는 교권 침해가 발생했다. 앞서 교육부는 서울 서초구 초1 담임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수업중 휴대전화 금지하는 학교 늘듯… 학생 휴식권 제한도 가능 교육부 ‘학생지도 고시’ 이달 발표폰 검사 불응땐 교실서 퇴실 조치… 美日서도 전화 사용-소지 제한민원 전담할 교장 직속팀 신설도 교육부는 학생생활지도 고시에 문제 학생에게 교사가 먼저 주의·경고를 주고, 이후 휴대전화를 검사하고 압수할 수 있으며 불응 시 교실에서 분리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학생이 반발하는 과정에서 교권 침해가 발생하는 만큼 교사가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대응법을 단계적으로 담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는 사용 금지’ 학교 늘 듯 이달 발표될 고시가 학교에서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교육부는 휴대전화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상황을 각 학교가 학칙으로 제정하도록 고시에 명시할 방침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인 7개 시도(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인천)뿐 아니라 여기에 영향을 받아 학칙을 개정한 학교들도 후속 조치가 불가피하다. 고시가 발표되면 ‘수업 중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고 쉬는 시간에만 허용한다’고 학칙으로 정하는 학교가 다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상당수 교사들은 “언제든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한다고 위협하기 때문에 수업 중에 교사를 때리는 학생이 있어도 막는 것을 밀쳤다며 신고할까 봐 제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美 ‘수업 중 휴대전화 금지’, 日 ‘소지’도 제한 미국에서도 최근 휴대전화를 금지하는 지역이 느는 추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캘리포니아주(州) 등이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 일부 학교는 등교 직후 휴대전화를 담임교사에게 제출하고 하교 시 돌려준다. 규정을 어길 시 휴대전화를 1, 2주가량 압수할 수 있는 학교도 있다. 일본에서도 대부분의 학교가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제한한다. 일본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23.1%가 소지 금지, 66.7%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 소지 금지다. 고등학교는 42.4%가 ‘교내 사용 금지’를, 12.1%는 ‘수업 중 사용 금지’를 조건으로 소지를 허용한다. 교육부는 고시에 교사의 수업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방해하는 경우 학생의 휴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을 방침이다.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은 과중한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적절한 휴식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교사가 잠자는 학생을 깨우면 “선생님이 내 휴식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돼 왔다. 교사가 교육적 목적으로 공개적으로 학생을 칭찬하거나 보상할 수 있다는 내용도 고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인권조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근거로 교사의 정당한 칭찬과 격려를 ‘차별이자 정서적 학대’라고 주장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사의 생활지도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할 수 있는 창구도 각 학교나 교육청에 마련할 계획이다. ‘교사가 정당한 생활지도를 한 게 맞다’는 답변을 받고도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는 학생은 교권 침해로 보고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서 조치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도 교육부는 검토 중이다.● 앞으로는 교장 직속 대응팀이 민원 전담 10일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교육부가 어제 ‘학교 민원창구 일원화 체계’를 도입하게 됐다는 입장을 당 측에 밝혀 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모든 학교 민원은 교사가 아니라 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에서 전담한다. 이 팀은 교감과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로 구성된다. 학부모가 교사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제기하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날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본부장은 “교사를 상대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빈번하다”며 “아동복지법에 무고죄에 대한 벌칙 조항을 추가하고, 특히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한 무고는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워싱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관심사는 ‘문해력’이다. 아이들이 글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고 단어를 엉뚱하게 해석하거나 아예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풀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면서다. 초등학생 때 문해력을 기르지 못하면 중학교, 고등학교 때 학교 내신성적을 좋게 받기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잘 보기도 어렵다. 초등학생 사교육 시장에서 문해력 학원이 급격히 늘어난 까닭이다.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정공법은 독서다. 따라서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스스로 찾아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게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초등 독서의 힘’, ‘초등 독서 질문 사전 99’의 저자이자 사단법인 책읽어주기운동본부 대표인 심영면 서울 아현초 교장(59)으로부터 초등학생 자녀의 독서를 위해 부모가 알아야 할 것들을 들어봤다. 심 교장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학교에서 ‘얘들아, 함께 읽자!’라는 책 읽어 주기 운동을 하며 익힌 독서 지도 노하우를 학부모들에게 강의해 오고 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니다. 보통 학부모들이 아이에게 ‘책 읽어’라고 하는데 그러면 아이가 흥미를 잃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책 읽어주는 건 취학 전 아동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을 텐데 아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은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듣는 재미를 느낀다. 그러다 스스로 읽는 재미와 다른 책도 읽고 싶은 마음으로 연결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책이 상당히 두꺼워져 부모가 읽어주기 버거운데…. “조금 두툼한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줄 수 있다. 그게 어렵다면 부모가 10∼20분이라도 읽어주고 ‘나머지는 혼자 끝까지 읽어볼래?’라며 아이 주변에 놓아두면 된다. 책의 일부분이라도 읽어주고 아이 주변에 놔주고 권하는 게 아이가 독서를 하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아이도 두꺼운 책은 시작하는 게 두려운데 부모와 함께 읽기 시작하면 읽는 힘이 생긴다.” ―아이에게 어떤 책을 골라주면 될까.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면 된다. 아이가 곤충에 관한 책을 좋아하면 다양한 생태 도감이나 곤충 그림책을, 고구려 역사에 관심이 많으면 그 당시 활동했던 사람들의 내용을 쓴 책을 권하면 된다. 그리고 아이의 현재 수준보다 약간 높은 책을 권하는 게 좋다. 너무 어려운 책은 안 된다. 아이가 전혀 관심 없던 책을 권할 때는 아이에게 그 책을 사 왔다고 알려주고 ‘지난번에 사준 책도 혹시 읽어 봤니?’라며 기다려줘야 한다. 억지로 읽히려고 하면 안 된다.” ―좋은 책과 나쁜 책은 무엇인가. “아이의 감정을 지나치게 증폭시키거나 불안하게 하는 책은 피해야 한다. 공포물이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표현이 나오는 건 아이에게 상처로 남는다. 이야기 구성이 엉성하거나 불순한 의도가 있는 책도 나쁜 책이다. 부모가 읽어보니 재밌고 아이가 읽었을 때도 재미있겠다 싶은 게 좋은 책이다. 좋은 책만 쏙쏙 골라줘야 한다는 강박에서는 벗어나는 게 좋다. 직접 만든 음식만 좋은 게 아니다. 가끔 배달 음식, 밀키트를 먹이더라도 꾸준히 먹인 힘이 아이를 키운다.” ―‘학습만화’에 빠져 다른 책을 안 읽는데…. “만화는 쉽고 재미있지만 어휘나 문장을 익히기엔 부족하다. 학습만화라고 하지만 그건 만화다. 수십 권 읽어도 그걸로 내용을 다 배울 수는 없다. 아이들이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하는 시간을 학습만화가 너무 빼앗는다. 특히 만화만 읽다 보면 아이들이 줄글로 된 책으로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뻥튀기를 간식으로 먹는 건 괜찮지만 매일 그것만 먹으면 안 되지 않나. 부모는 아이에게 만화책이 왜 안 좋은지 설명해주고 책장에서 만화책을 빼고 다른 책을 읽어줘야 한다. 이건 1∼3년도 가는 긴 싸움일 수 있다.” ―독후 활동은 얼마나 해야 하나. “책을 많이 읽고 독후 활동을 조금 하는 건 의미가 있지만, 조금 읽고 많이 활동시키는 건 안 된다. 부모들은 보통 아이가 제대로 책을 읽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독후 활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독후 활동이 과도해져서 독서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면 안 된다. 그냥 ‘오늘 무슨 책을 읽었다’ 정도의 간단한 기록만 해도 된다. 아니면 부모가 ‘난 그 책에서 주인공이 한 행동이 좀 그렇더라’ 식으로 가볍게 대화를 나눠도 된다. 꼭 독후감, 퀴즈, 골든벨 등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아이가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책을 읽고 있다면 책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어도 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025년 ‘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을 완성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 나누어진 관리 체계를 일원화한다. 중앙정부 단위에선 복지부의 보육 인력과 예산을 교육부로 넘긴다. 지방정부 단위에선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던 보육 인력과 예산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한다.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 당시부터 추진됐던 유보통합이 28년 만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유·보 관리체계 일원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만 0세부터 다니는 어린이집은 복지부와 시도 및 시군구가, 만 3세부터 다니는 유치원 업무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담당해 왔다. 보육 예산과 교육 예산도 복지부와 교육부가 각각 집행해 왔다. 이처럼 관리체계가 이원화되어 있다 보니 아이가 이용하는 기관에 따라 서비스가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역대 정부마다 부처 간 인력과 예산 통합,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간 격차 해소라는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해 ‘유보통합’은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업무 이관은 정부조직법과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통해 중앙부처부터 추진한다. 교육부가 복지부로부터 넘겨받는 업무는 어린이집과 가정양육 지원 서비스다. 이 업무를 맡고 있던 복지부 보육정책관 소속은 3과에 29명 규모다. 다만, 아동수당과 부모급여 등의 사업은 계속 복지부가 맡는다. 10조 원(2023년 기준) 규모의 보육 예산도 차례대로 교육부와 교육청으로 이관된다. 먼저 복지부의 국고 5조1000억 원은 정부조직법 개정 이후 교육부로 넘어온다. 지방비 3조1000억 원은 이후 시도교육청이 집행하게 된다.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은 유보통합 기관의 이용 연령, 교사 자격 및 양성 체계, 예산 등은 연말에 공개되는 시안에서 알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보통합의 대상은 만 0∼5세지만 지역의 인구 구조 등을 고려해 0∼1세, 4∼5세만 운영하는 등 다양한 통합모델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 교육부의 당정협의회에서 당정은 ‘유보통합’을 뒷받침할 정부조직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하반기(7∼12월)부터 유보통합 선도교육청 운영을 통해 일원화 이전이라도 영유아와 학부모, 교사가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과제를 추진해 달라”며 “여기에는 양질의 급식, 급식비와 인건비 지원, 기관 보육료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앞으로 교권 침해를 한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 등 보호자도 특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 중 중대한 조치사항(전학, 퇴학 등)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침해 학생뿐 아니라 보호자에 대한 특별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가해 학생이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로부터 전학 조치를 받으면 특별교육이 의무지만 그 외 조치를 받으면 특별교육이 필수는 아니다. 다만 특별교육을 받을 때는 학부모도 함께 참여해야 하는데, 학부모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과태료 외에는 강제할 수 없었다. 앞으로는 가해 학생의 특별교육을 확대하고 학부모와 함께 받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또 “교사를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매뉴얼을 보급하고 학부모·교원이 상담 과정에서 지켜야 할 표준 상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잇달아 교권 강화 대책을 내놓는 데는 교사 보호 장치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A 씨(25) 역시 이런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A 씨의 유족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A 씨의 메모장에는 ‘어머님, ○○이가 무슨 짓을 하든 그냥 놔둬야 하나요? 그러면 되나요?’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며 “학부모 민원이나 압력으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알 수 있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교권 침해 피해 교원 조치 현황에 따르면 학교로부터 연가나 휴직, 전보 등의 처분을 받은 교사는 지난해 3035명으로 나타났다. 피해 교사 3035명 중에서 연가나 병가 등 휴가 처분을 받은 교사는 1056명이었고, 자신의 희망으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교사가 752명이었다. 59.6%에 이르는 피해 교사 1808명은 별다른 조치 없이 교육 현장으로 복귀해 가해 학생과 마주한 셈이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 중 중대한 조치사항(전학, 퇴학 등)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침해 학생뿐 아니라 보호자에 대한 특별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가해 학생이 학교교권보호위원회로부터 전학 조치를 받으면 특별교육이 의무고 그 외 조치를 받으면 특별교육이 필수는 아니다. 다만 특별교육을 받을 때는 학부모도 함께 참여해야 하는데, 학부모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과태료 외에는 강제할 수 없었다. 이 부총리는 또 “교사를 일부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매뉴얼을 보급하고 학부모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학부모·교원이 상담과정에서 지켜야 할 표준 상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부총리는 초중등교육법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학부모 의무 조항을 신설하고, 교육부 고시에 교사를 괴롭힐 목적의 악성 민원을 교권침해 유형으로 명시하는 방안도 국회에 보고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를 호소하는 교사들이 늘면서 학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025년 ‘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을 완성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 나누어진 관리 체계를 일원화한다. 중앙정부 단위에서는 복지부의 보육 인력과 예산을 교육부로 넘긴다. 지방정부 단위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던 보육 인력과 예산을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한다.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 당시부터 추진됐던 유보통합이 28년 만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유·보 관리체계 일원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만 0세부터 다니는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시도 및 시군구가, 만 3세부터 다니는 유치원 업무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담당해 왔다. 보육 예산과 교육 예산도 복지부와 교육부가 각각 집행해 왔다. 이처럼 관리체계가 이원화되어 있다 보니 아이가 이용하는 기관에 따라 서비스가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역대 정부마다 부처 간 인력과 예산 통합,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간 격차 해소라는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하면서 ‘유보통합’은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업무 이관은 정부조직법과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통해 중앙부처부터 추진한다. 교육부가 복지부로부터 넘겨받는 업무는 어린이집과 가정양육 지원 서비스다. 이 업무를 맡고 있던 복지부 보육정책관 소속은 3과에 29명 규모다. 다만, 아동수당과 부모급여 등의 사업은 계속 복지부가 맡는다. 10조 원(2023년 기준) 규모의 보육 예산도 차례대로 교육부와 교육청으로 이관된다. 먼저 복지부의 국고 5조1000억 원은 정부조직법 개정 이후 교육부로 넘어온다. 지방비 3조1000억 원은 이후 시도교육청이 집행하게 된다.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은 유보통합 기관의 이용 연령, 교사 자격 및 양성 체계, 예산 등은 연말 공개되는 시안에서 알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보통합의 대상은 만 0~5세지만 지역의 인구 구조 등을 고려해 0~1세, 4~5세만 운영하는 등 다양한 통합모델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과 교육부의 당정협의회에선 당정은 ‘유보통합’을 뒷받침할 정부조직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정부에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유보통합 선도교육청 운영을 통해 일원화 이전이라도 영유아와 학부모, 교사가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과제를 추진해 주기를 당부했다”며 “여기에는 양질의 급식, 급식비 지원과 인건비 지원, 기관 보육료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교육부가 교권 침해의 유형에 ‘학부모 등 보호자의 악성 민원’을 새로 포함시켜 관련 고시를 개정한다.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실태가 드러나면서 이를 명시적인 교권 침해 유형으로 정의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5일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 학부모 등 보호자의 악성 민원도 교권 침해 유형으로 신설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고시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에서 교육부 장관이 정하도록 한 교권 침해의 유형과 교권을 침해한 학생에 대한 징계 조치를 담고 있다. 현재 이 고시에선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 조항에서 교권 침해 유형을 6가지로 분류한다.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교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교원의 영상·음성 등을 촬영·녹화·녹음·합성해 무단으로 배포하는 행위 등이다. 올해 3월에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가 신설됐다. 교육부는 여기에 학부모 등 보호자가 하는 악성 민원 관련 내용을 추가할 방침이다. 현재의 고시로도 부당한 학부모의 요구를 교권 침해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교육활동 간섭이 아닌 학부모의 각종 악성 민원을 교권 침해로 보고 학교 내 설치된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악성 민원이 교권 침해 유형으로 추가로 정의되면 앞으로 교권 침해 가해자가 될 학부모는 급격히 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피해 교사가 요청하는 경우 교보위를 반드시 개최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되면 학부모의 교권 침해 건수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교권 침해 가해 학부모를 처벌하는 제도 역시 검토 중인데, 고시가 개정되면 악성 민원을 한 학부모도 처벌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전화·방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할 때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교사가 아닌 별도의 담당자를 정해 민원을 전달하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악성 민원을 교사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교사에 전화-SNS 가능 시간 지정… 학부모 가이드라인 만든다 정부차원 가이드라인 첫 마련무분별한 전화-문자-방문 방지교사 아닌 학교 민원담당자 지정학부모 전화내용 녹음방안도 검토 #1.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학기 초부터 한 학부모로부터 “○○이 한약 보낼 테니 데워 먹여라”, “돈을 보내니 수영 교육 때 모자 사서 씌워라” 등의 전화를 수시로 받았다. 이 학부모는 “선생님이 우리 애한테 잘해주지 않는다”며 소리를 지르기 일쑤였다. #2. 초등학교 교사 B 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당일 오전 7시 반 학부모의 전화를 받았다. “놀러 가야 하는데 애가 방해가 되니 (선생님이) 출근해서 우리 애 봐주고 공부 좀 가르쳐 달라”는 요구였다. 25일 인스타그램 ‘민원스쿨’에 올라온 사례로, 전국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부모로부터 당했다는 민원들이다. 민원스쿨은 교권 침해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현직 교사들이 최근 개설했다. 이달 21∼23일 3일 동안 접수된 2077건이라는 숫자도 놀랍지만 그 내용도 상식을 넘어선다. 교육부가 교권 침해 유형에 학부모 등 보호자의 악성 민원을 추가하고, 학부모가 교사에게 전화·방문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연락할 때의 가이드라인을 만들려는 이유다.● ‘교사에게 연락하는 지침’ 제시정부 차원에서 학부모가 교사에게 연락할 때의 가이드라인까지 나오는 건 처음이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연락할 때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기본 상식이 무너지고 교사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전화나 SNS가 가능한 시간대, 방문을 약속하는 절차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민원스쿨의 ‘학부모 교권침해 민원 사례 모음집’에는 가족 여행 사진을 교사의 카카오톡으로 200장 넘게 보낸 후 “왜 답장이 없냐”고 따진 학부모가 등장한다. 또 크리스마스이브 밤 11시에 부재중 전화가 20통 넘게 찍혀 있어 전화를 받았더니 교사에게 “오늘 아이가 다쳤는데 왜 이야기를 안 해줬냐. 이번에도 안 받으면 교장한테 전화하려고 했다”며 소리를 지른 학부모 사례도 있었다. 교육부는 일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학부모의 의무로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조례나 법으로 정하면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부과 등을 할 수 있다. 다만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할 경우 논란이 예상돼 당장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민원 관련 연락을 바로 할 수 없도록 학교 내 민원 담당자를 지정할 방침이다. 자녀의 일로 흥분해 있는 학부모의 언행을 1차로 걸러주기만 해도 교사들이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다”고 말하는 교권 침해는 덜 발생할 거라고 교육부는 보고 있다. 해당 업무 담당자를 누구로 정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교사보다는 교육공무직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민원은 별도 창구에서 접수하고, 교사들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습을 준비하는 데 더 역량을 쏟게 하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민원통화 녹음제도 도입 교육부는 그럼에도 제기되는 악성 민원에는 교사가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방안도 도입할 예정이다. 콜센터처럼 통화 내용이 녹음되면 악성 민원 소송의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학부모도 더 조심하게 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부모 등 일반인에 의한 교권 침해(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 사안 기준)는 2019년 전체 중 9%, 2020년 10%, 2021년 8%, 2022년 7%다. 나머지는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다. 이 수치는 과소 집계됐을 가능성이 높다. 학부모는 학교 구성원이 아니다 보니 교권 침해에 대한 처분 규정이 없고 교장이 교사에게 참으라고 회유하는 경우가 많아 교보위가 열리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가 상처받는 걸 싫어하는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곧바로 불평을 쏟아내고 때로는 협박을 한다. 문제는 이런 일이 단순히 교사 한 명에 대한 심리적 충격이나 교권 침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교사의 무기력, 공교육 붕괴로 이어진다. 한 교사는 “적극적으로 지도하면 민원을 받는다. 수업 시간만 딱 마치고 그 이상은 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며 “학부모들 스스로 공교육을 망가뜨리고 사교육에 돈을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육부가 교권을 침해당한 피해 교사가 요청하면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반드시 개최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24일 밝혔다. 현재 교보위는 △학교장 △재적 위원 4분의 1 이상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만 소집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정작 피해 교사가 교권 침해를 학교장에게 신고해도 잘 열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학교장이 학부모 눈치를 보면서 문제를 공론화하기를 꺼려서다. 또 교육부는 교보위를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학교장을 징계 등 행정처분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교권 침해도 학교폭력처럼 피해자의 입장에서 적극 대처하고 학교장의 대응 의무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교보위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에 따라 초중고교에 설치된다. 교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사항이 교권 침해가 맞는지와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심의하기 위해 열린다. 현재 교원지위법에는 교권 침해를 저지른 학부모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데 이 조항을 신설하는 것도 교육부는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권 강화를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인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고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학생인권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권에 대한 기준을 담은 고시를 8월 말까지 마련하고, 중대한 교권 침해 사항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교장선생님께 상담했더니 ‘그런 거(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안 열리게 하는 선생님이 능력 있는 선생님’이라며 무안을 주더라고요.” 경기 지역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였던 김모 씨(32)는 학생이 지속적으로 욕설을 하고 수업을 방해하자 교장에게 “교보위를 열어주면 안 되느냐”고 요청했다. 하지만 교장은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용히 넘어가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교사들이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교사들이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교보위의 실효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학교장, 교보위 안 열고 교사 탓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설문조사(응답자 8655명)에 따르면 ‘교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교보위가 개최됐다’고 대답한 교사는 2.2%에 불과했다. 지난해 교권 침해는 3035건 발생했지만, 이는 교보위가 소집된 사안만 집계한 것이다. 교육부조차 “교보위에서 심의되지 않은 것을 반영하면 실제 건수는 훨씬 많다”고 설명하는 이유다. 교사들은 교권 침해에 대응할 유일한 장치인 교보위가 소극적으로 열린다고 지적한다. 한 교사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등 사안이 중대할 경우에만 열리고, 교장이 해당 교사를 회유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도 “네가 스킬이 부족해서 아이를 제대로 못 잡아서 그렇다, 너만 희생하면 조직이 조용해진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교보위가 개최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처분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북의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학기 초부터 남학생으로부터 “선생님을 패고 싶다”, “××년” 등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교보위에서 학생에게 내린 처분은 학급 변경이었다. A 씨는 “병가 3일을 보내고 와서 해당 학생을 매일 마주쳐야 했다”고 말했다.● 가해 학부모 처분도 고려 교보위가 적극 열릴 수 있게 교육부가 법을 개정하려는 건 “교단을 보호하겠다”는 메시지다. 교권 침해로 처벌받는 사례가 계속 나와야 학생과 학부모도 조심할 것이고, 피해 교사는 교권 침해 판정을 받아 심리 상담과 요양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교권 침해도 학교폭력과 유사하게 관련법에서 교보위 소집 요건과 학교장의 의무 조항을 손볼 계획이다. 먼저 피해 교사가 요청하면 교보위를 반드시 개최하도록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현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피해 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도 소집하도록 돼 있다. 반면 교보위는 △학교장 △재적 위원 4분의 1 이상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소집할 수 있다. 교육부는 교보위를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학교장을 징계 등 행정 조치하는 내용도 관련 법에 반영할 계획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교육청에 보고하면서 사건의 내용 축소나 은폐를 시도한 학교장을 교육감이 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교권 침해의 경우 ‘교육청에 보고를 할 때 교권 침해 내용을 축소하거나 은폐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만 규정돼 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현재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에서 ‘교권 침해 신고를 받은 경우 21일 이내에 교보위를 개최’하게 돼 있는 것을 14일 이내로 조정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교권 침해를 저지른 학부모를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교원지위법에는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교내 봉사부터 전학, 퇴학(고교만 해당)까지 7개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학부모는 학교 구성원이 아니라 관련 내용이 없다. 이에 학부모가 가해자인 경우 교보위는 사과 권고, 재발 방지 권유를 할 뿐이다. 다만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할 만큼의 사안이 아닌 이상 교권 침해를 저지른 학부모를 처벌한 전례가 없고 법적 근거가 필요하므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게 교육부 생각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이 “교사의 권리와 지위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교원지위법 등 관련 법률을 반드시 개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서울 서초구 초1 교사 사망사건 이후 교권이 무너졌다는 우려가 커지자 강력한 교권 보호 대책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이 부총리는 본보에 “무너진 교권의 회복 없이는 공교육 정상화도 어렵다는 인식을 교육부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교권침해 학생 징계 조치사항을 학교생활부(학생부)에 기록하는 법 개정에 다소 유보적인 입장인 야당을 향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권 회복의 중요성을 국민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전향적으로 법 개정 문제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부에 교권 침해를 기록하는 방안이 이른 시일 내에 강력히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교권 침해를 학생부에 기록하는 교원지위법, 합법적인 학생 지도 활동에는 아동학대죄 적용을 배제하는 초중등교원법 개정안 등이 발의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의 권한과 면책 사유가 법에 명시되면 ‘학생인권조례’ 개정에도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 개정은 시도교육감과 광역의회에 권한이 있다. 이들이 개정을 거부하면 조례를 고칠 수 없다. 이에 교육부는 조례의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해 조례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교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바뀌면 이에 어긋나는 조례는 힘을 잃는다. 정부 여당은 26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교권보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학생인권조례, 교육감이 개정 거부땐 상위법 고쳐 개선 추진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진보 교육감들 “학생인권 보호” 제정교사의 정당한 학생지도까지 막혀… 교육부 “기울어진 운동장 고쳐야”野 “학생인권조례 탓 몰고가면 안돼” 올해 초 경기의 한 초교에서는 ‘칭찬 스티커’를 못 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아이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며 담임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부모가 이런 ‘악성 민원’을 할 수 있는 배경으로 ‘학생인권조례’가 꼽힌다. 이 조례는 2010년부터 경기도를 시작으로 전국 6개 광역시도로 확대됐다.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 인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이나 최소한의 생활 지도마저 학생 인권 침해로 몰고 가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학생 인권-교권, 기울어진 운동장” 경기는 학생인권조례가 가장 강력한 지역으로 꼽힌다. 2021년 11월 신설된 조항에는 ‘상벌점제를 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기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범을 배우는 곳인데, 학생들에게 어떤 훈육도 할 수 없게 손발을 묶어놨다”고 토로했다. 학생인권조례를 내세운 교권 침해 사례는 현장에서 잇따르고 있다. 조례에는 ‘휴식권’이 보장돼 있다. 지난해 10월 한 초교에서는 수업 중에 자는 학생을 교사가 깨우자 학생이 교사에게 교과서를 두 차례 집어던졌다. 이달 한 초교에서는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이 담긴 욕설을 하자 교사가 훈육했더니 학부모들이 교사 교체와 사과문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학생 인권 중심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교육 환경을 바로잡고 교권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인권조례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교육감들 스스로가 이를 개정하지 않으면 ‘상위법 개정’으로 조례 개정을 압박하겠다는 것이 교육 당국의 기류다.● 교사도 ‘방패’ 필요… 野 협조 관건 상위법이 개정되면 이와 충돌되는 학생인권조례도 수정될 수밖에 없다. 현재는 학생과 학부모가 교권을 침해한 뒤 학생인권조례에 있는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등을 법적 근거로 내세우면 교사는 딱히 대응할 방안이 없다. 현행 교원지위법 등에는 이를 방어할 만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해 학생 즉시 분리, 아동 학대 면책 등 교권 조항이 강화되면 교사에게도 ‘방패’가 생기는 셈이다. 법이 개정되면 교권 침해 상황이 소송으로 이어질 때도 변화가 생긴다. ‘상위 법률’인 교원지위법이 교사의 권한과 지위를 강력히 규정하면 ‘하위 조례’인 학생인권조례는 교원지위법에 배치되는 한 무효다. 이것이 대법원의 판례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교원권리법’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쫓아낼 권리, 학생 훈육에 학부모 참여를 요구할 권리, 교원이 경솔한 소송을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보장하고 있다. 문제는 야당의 협조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교권 침해를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단순 접근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교권과 학생 인권을 서로 충돌하는 제로섬 관계가 아닌, 함께 지키고 신장해야 할 문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뉴욕시의 ‘K-12 학생 권리 및 책임 장전’은 명예 훼손 및 타인의 학습권 침해 금지 등 24개 조항을 학생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 역시 중요하고, 이를 침해하면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조례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고인에게 물어보니 학급 운영이 작년보다 10배 더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소리 지르는 학생이 있다면서 ‘출근할 때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 했어요.”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여교사 A 씨(25)가 극단적 선택을 한 채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생전 고인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취지의 동료 교사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이 공개한 증언에 따르면 이 학교에 근무했거나, 근무 경험이 있는 교사들은 고인이 일부 학부모의 지속적 민원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동료 교사 B 씨는 “A 씨가 학부모로부터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 수십 통을 받았다고 했다. ‘교무실에도 이 번호는 알려준 적 없는데 소름 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를 바꿔야겠다’고 했다”고 노조에 밝혔다. 이 교사에 따르면 최근 A 씨 학급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된 가해자 또는 피해자 학부모가 ‘전화 폭탄’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다른 동료 교사 C 씨는 “연필로 이마를 그은 사건과 관련해 한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A 씨에게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 모인 맘카페에서도 “고인이 맡은 반에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가 있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A 씨가 다녔던 학교에 극성 학부모들이 많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수년 전 이 초교에서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는 한 교사는 “민원 수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한 학부모로부터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변호사야’라는 말도 들은 적 있다”고 노조 측에 밝혔다. 몇 년 전 이곳에서 교육봉사를 했다는 한 현직 교사도 “아이들이 학원 버스에 제대로 탑승했는지 학부모들이 일일이 확인한다. 교사들이 운동장부터 교문까지 같이 가주지 않으면 ‘민원 폭탄’이 들어온다”고 동아일보에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 처음 제정돼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를 교육부가 직접 손보겠다는 방침을 밝힌 건 처음이다.“환청 들리는것 같아… 작년보다 10배 힘들어” 숨진 교사의 절규 동료 교사들 증언“선생님 때문이야 소리치는 학생있어”학부모 찾아와 ‘교사자격 없다’ 발언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검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동료 교사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교 담벼락은 전국 교사들이 보낸 화환 약 1500개로 둘러싸였다. 교직 생활 2년 차에 세상을 떠난 교사 A 씨의 명복을 비는 이들은 담벼락 곳곳에 추모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 수천 개를 붙였다.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공식 분향소에도 조문객과 화환이 밀려들었다. 강남구 분향소에서 만난 김세원 씨(23)는 “올 9월 발령을 앞둔 예비 초등학교 교사인데 먼저 발령받은 동료들로부터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며 “내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펑펑 울다 조문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마련된 추모 게시판에는 이틀 동안 1000명이 넘는 동료 교사들의 추모글이 올라왔다.● ‘신규 임용 교사들의 무덤’으로 불려 A 씨가 다녔던 초교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교사들은 이 학교가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은 것으로 유명했으며 ‘신규 임용 교사들의 무덤’이라고까지 불렸다고 증언했다. 동료 교사 D 씨는 “경력이 많지 않은 교사들이 일하기 매우 힘든 학교였다. 후배 교사가 울면서 찾아와 위로해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료 교사 E 씨는 “A 씨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매우 힘들어했다”고 노조 측에 전했다. A 씨의 지인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아이들 하나만 생각하면서 살았다. 지난주 (숨진 A 씨를) 만난 친구가 ‘평소처럼 밝았다’고 해서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황망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본인을 A 씨의 사촌오빠라고 밝힌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A 씨의) 일기장에 ‘너무 힘들고 괴롭다’는 글과 함께 갑질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 씨의 지인들은 “집이 아니라 자신이 일하던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장과 교감을 포함한 해당 초교 교사 60여 명 전원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교육부는 경찰 조사와 별개로 서울시교육청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해당 학교의 학부모 갑질 여부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24일부터 나흘간 확인하기로 했다.● 교사 87% “1년 내 이직·사직 고민” A 씨가 다녔던 초교뿐 아니라 서초·강남구 일대의 학교는 높은 학구열과 극성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사 전·출입 현황을 보면 지난해 서초·강남구에서 다른 자치구로 옮긴 교사는 346명인 반면 반대의 경우는 298명으로 전출 간 교사보다 전입 온 교사가 48명 적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올 3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한해 ‘5년 이상 근무(1개 학교 이상 근무) 후 전출’ 규정을 ‘10년 이상(2개 학교 이상 근무)’으로 변경하는 행정예고까지 했다. 교사 단체는 A 씨의 사망이 학생 인권을 강조하다 교권 침해가 발생해 생긴 일이란 입장이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도 “학생 인권에 대한 과도한 강조가 비통한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올 5월 발표한 ‘교육현장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권 침해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26.6%였다. 또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87%였다. 이 중에서 ‘거의 매일’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6%에 달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교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6년간 재직 중 자살로 사망한 유초중고교 교사(교감, 교장 포함)가 76명으로 전체 사망자(687명) 중 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교권 추락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교육부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제출한 ‘2016∼2021년 재직 중 사망한 교사 현황 자료’를 사인별로 분석해 보니, 전체 사망자 687명 중 76명(11%)이 자살로 사망했다. 2021년 한국의 전체 사망자 중 자살 비율(4.2%)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다. 연도별로 자살자 수를 보면 2016년 8명, 2017년 16명, 2018년 14명, 2019년 18명, 2020년 17명, 2021년 3명이다. 2020년과 2021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교사들이 처음 해보는 원격수업에 대한 압박과 수업의 질 하락에 대한 비판에 시달리던 시기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5명, 30대 24명, 40대 18명, 50대 25명, 60대 4명이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초구 한 초교의 ‘새내기 교사’처럼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가장 열정적이어야 할 20, 30대 교사가 전체 자살자의 38%를 차지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슬픈 현실이 교사들이 겪고 있는 3중고를 반영한다고 본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최근 교사들은 학생에게 매까지 맞는 교권, 존중받지 못하는 풍토, 실질 임금은 점차 감소하는데 희생만 강요당하는 사회 분위기에 무기력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를 극단적 선택으로 모는 건 학생 지도의 어려움과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급증 탓”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권 침해는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거의 매년 2500건 정도 발생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려 심의된 건수만 고려된 것이라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발생 건수는 더욱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의료계에서도 교권 침해로 인한 교사들의 우울증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서울의 한 정신과 의사는 “직업이 교사인 환자들이 크게 늘어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걸 체감했다”며 “최근 학부모는 자녀 문제로 계속 민원을 넣고 교사들은 그런 학부모를 상대하기 힘들다고 그만둬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는 교감 선생님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전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의 담임교사가 6학년 학생 A 군에게 폭행당한 사건과 관련해 학교 측은 교육청에 해당 학생을 수사기관에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해 A 군에 대해 전학 조치와 특별교육 12시간을 받게 하기로 결정했다. 교권 침해에 소극적이었던 학교가 교권 침해를 저지른 초중고 의무교육 단계의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위 처분인 전학 조치를 내리면서 형사 고발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양천구 모 초등학교는 19일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이번 사안을 심각한 교권 침해 사안으로 정의하고 A 군에 대해 전학 조치 결정을 하면서 교육청에 수사기관에 고발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A 군 부모도 특별교육 5시간을 받게 할 것을 심의·의결했다. 관련 법에 따른 학교의 요청에 의해 서울시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는 이 사안을 다시 심의한 후 최종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해당 학생에 대한 전학이 바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A 군이 징계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이의 제기를 하면 교육청 학생징계조정위원회 재심에서 결정이 날 때까지 전학이 불가능하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피해 교사에 대해 특별휴가 5일, 심리 상담, 치료 및 요양, 필요시 비정기 전보 신청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A 군은 지난달 30일 교실에서 담임교사 B 씨에게 욕설과 함께 얼굴과 몸에 20∼30차례 주먹질과 발길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은 정서·행동장애 학생으로 특수반 수업을 듣고 있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실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번 서울 서초구 한 초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양천구 한 초교의 교사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교사들의 집단적인 분노는 그동안 학생 인권에 비해 교권이 외면받아 온 현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제정됐다. 현재 서울 경기 광주 전북 충남 제주 등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이지만 그 외 지역에서도 관련 내용이 학칙에 반영돼 학교 생활 전반에 자리잡고 있어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교육부는 보고 있다.● 교육부, 6개 지역 교육감에게 개정 요청하기로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에 개정을 요청하려는 학생인권조례 조항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사생활의 자유’다. 해당 조항은 교사가 휴대전화를 비롯한 학생의 전자기기 소지 및 사용을 금지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 조항 때문에 교사에게 “휴대전화로 촬영 중이니 해볼 테면 해보라”는 학생이 나오고, 학부모가 자녀 편에 몰래 녹음기를 보내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신고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접수된 민원들은 ‘사생활의 자유’ 조항이 교사들의 손발을 묶는 상황을 보여준다. 한 교사는 “교사를 때리는 학생이 있어도 저항하기 어려운 게 학생을 스치거나 밀치는 모습이 찍히면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교사는 “수업 방해 행위를 지적했더니 녹음기를 꺼내 켜고 ‘엄마한테 다 말할 거야’라고 하더라”고 했다. ‘휴식권’도 개정을 검토할 조항이다. 학생은 건강하고 개성 있는 자아의 형성·발달을 위해 과중한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적절한 휴식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다. 잠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일으켜 세우면 “선생님이 지금 내 휴식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학생은 성별, 성적,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도 거론된다. 이 부총리가 이날 간담회에서 “교사의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의 차별로 인식되어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잘하는 학생을 칭찬하고 (수준별로) 차별화된 수업을 해주고 싶어도 차별한다고 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학생 인권 비해 교권 보장 미흡 교실 내에서 학생 인권과 교사 권한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1년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중 ‘학교에서 인권을 존중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95.2%였다. 반면 한국교총의 2022년 설문조사에서는 교사의 95.0%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2021년 설문조사에서도 교사 81.8%가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한 교사는 수업 중 큰 소리로 욕설을 하는 학생에게 그만하라고 했더니 “안 멈추면 어쩔 건데. 어차피 아무것도 못 하쥬. 때리지도 못하쥬. 잡지도 못하쥬”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고 전했다. 교권 보호 장치도 미흡하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에는 교권 침해 행위가 형사 처벌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 교원이 요청하면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교육청 역시 지역사회와 학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고발은 2020년 38건, 2021년 1학기 23건에 그쳤다.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의 교권 침해 건수(교육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경기도교육청도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 교육부는 우선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6개 지역 교육감과 협의해 문제 조항에 대한 개정 검토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조례에 대한 권한은 각 교육감에게 있어 그 방향과 속도가 시도교육청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 다만 학생인권조례를 처음 제정한 경기도교육청의 임태희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전면 개정하겠다”고 이날 밝히면서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임 교육감은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됐던 경기도에서 지난해 처음 당선된 보수 성향 교육감이다. 교사가 아동학대로 무고하게 신고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만 통과돼도 교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게 교육계 의견이다. 국민의힘은 교사들이 아동학대 범죄 가해자로 신고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등에 대한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폭력 학생과 피해 교사를 즉시 분리 조치하고 도를 넘는 교권 침해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는 게 학생 인권을 퇴보시키는 일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학생 인권과 교권은 흑백논리로 대립되는 게 아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고인에게 물어보니 학급 운영이 작년보다 10배 더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소리 지르는 학생이 있다면서 ‘출근할 때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 했어요.”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여교사 A 씨(25)가 극단적 선택을 한 채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생전 고인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취지의 동료 교사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이 공개한 증언에 따르면 이 학교에 근무했거나, 근무 경험이 있는 교사들은 고인이 일부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동료 교사 B 씨는 “A 씨가 학부모로부터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 수십 통을 받았다고 했다. ‘교무실에도 이 번호는 알려준 적 없는데 소름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를 바꿔야겠다’고 했다”고 노조에 밝혔다. 이 교사에 따르면 최근 A 씨 학급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된 가해자 또는 피해자 학부모가 ‘전화 폭탄’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다른 동료 교사 C 씨는 “연필로 이마를 그은 사건과 관련해 한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A 씨에게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 모인 맘카페에서도 “고인이 맡은 반에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가 있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A 씨가 다녔던 학교에 극성 학부모들이 많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수년 전 이 초교에서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는 한 교사는 “민원 수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한 학부모로부터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변호사야’라는 말도 들은 적 있다”고 노조 측에 밝혔다. 몇 년 전 이곳에서 교육봉사를 했다는 한 현직 교사도 “아이들이 학원 버스에 제대로 탑승했는지 학부모들이 일일이 확인한다. 교사들이 운동장부터 교문까지 같이 가주지 않으면 ‘민원 폭탄’이 들어온다”고 동아일보에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와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 처음 제정돼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를 교육부가 직접 손보겠다는 방침을 밝힌 건 처음이다.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검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동료 교사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교 담벼락은 전국 교사들이 보낸 화환 약 1500개로 둘러쌓였다. 2년차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교사 A 씨의 명복을 비는 이들은 담벼락 곳곳에 추모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 수천 개를 붙였다.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공식 분향소에도 조문객과 화환이 밀려들었다. 강남구 분향소에서 만난 김세원 씨(23)는 “올 9월 발령을 앞둔 예비 초등학교 교사인데 먼저 발령받은 동료들로부터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며 “내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펑펑 울다 조문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마련된 추모 게시판에는 이틀 동안 1000명이 넘는 동료 교사들의 추모글이 올라왔다.● 신규 임용 교사들의 무덤 A 씨가 다녔던 초교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교사들은 이 학교가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은 것으로 유명했으며 ‘신규 임용 교사들의 무덤’이라고까지 불렸다고 증언했다. 동료 교사 D 씨는 “경력이 많지 않은 교사들이 일하기 매우 힘든 학교였다. 후배 교사가 울면서 찾아와 위로해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른 동료 교사 E 씨는 “A 씨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매우 힘들어 했다”고 노조 측에 전했다. A 씨의 지인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아이들 하나만 생각하면서 살았다. 지난 주 (숨진 A 씨를) 만난 친구가 ‘평소처럼 밝았다’고 해서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황망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본인을 A 씨의 사촌오빠라고 밝힌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A 씨의) 일기장에 ‘너무 힘들고 괴롭다’는 글과 함께 갑질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 씨의 지인들은 “집이 아니라 자신이 일하던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장과 교감을 포함한 해당 초교 교사 60여 명 전원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교육부는 경찰 조사와 별개로 서울시교육청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해당 교의 학부모 갑질 여부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교사 87% “1년 내 이직·사직 고민” A 씨가 다녔던 초교 뿐 아니라 서초구 및 강남구 일대의 학교는 높은 학구열과 극성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사 전·출입 현황을 보면 지난해 서초·강남구에서 다른 자치구로 옮긴 교사는 346명인 반면 반대의 경우는 298명으로 전출 간 교사보다 전입 온 교사가 48명 적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올 3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한해 ‘5년 이상 근무(1개 학교 이상 근무) 후 전출’ 규정을 ‘10년 이상(2개 학교 이상 근무)’으로 변경하는 행정예고까지 했다. 교사 단체는 A 씨의 사망이 학생 인권을 강조하다 교권 침해가 발생해 생긴 일이란 입장이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도 “학생 인권에 대한 과도한 강조가 비통한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올 5월 발표한 ‘교육현장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26.6%였다. 또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87%였다. 이중에서 ‘거의 매일’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5%에 달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