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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술(IT) 스타트업과 주로 거래하는 실리콘밸리의 전문은행 ‘SVB파이낸셜’ 주가가 9일(현지 시간) 나스닥 시장에서 전일 대비 60.4% 급락한 106.04달러로 마감했다. 하루 전 가상화폐 전문은행 ‘실버게이트 캐피털’의 청산에 이어 금융업계의 추가 악재가 겹치면서 이날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미 4대 은행주 가치 또한 520억 달러(약 68조6000억 원) 하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미 금융계에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8일 SVB는 17억5000만 달러의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밝혔고 이것이 하루 뒤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SVB는 그간 남는 돈을 주로 미 국채에 투자해 왔는데 지난해 3월부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보유 자산인 국채 가격이 크게 하락한 여파로 풀이된다. 연준의 거듭된 금리 인상, 미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최근 SVB 같은 소형 은행은 자본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21, 22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암시하면서 소형 금융사의 유동성 우려가 더 커졌다.블룸버그통신은 SVB와 실버게이트 사태가 맞물리면서 금융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지됐다고 진단했다. 실버게이트는 주요 거래처였던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지난해 11월 파산 신청을 한 후 대규모 투자금 이탈을 겪었다. 이 여파로 실버게이트 또한 자진 청산을 택했다. SVB에 돈을 예치한 유명 벤처캐피털 또한 자금 인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기업 등 친환경 기업에 미국 등 제3국과 동일한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역내 기업이 보조금을 많이 주는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지 않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해 세계 각국의 ‘보조금 전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산업계에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도래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U 내 공장이 많은 국내 배터리 업계는 보조금 수혜가 기대된다. 반면 생산시설이 유럽에 없는 기업들은 ‘보조금 장벽’에 막힐 수 있고, 한국 기업의 생산시설 해외 이전 또한 빨라질 수 있어 민관 차원의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U “이전 안 하면 해당 지역만큼 보조금 지급” EU 집행위원회는 9일(현지 시간) 2025년 12월 31일까지 기존의 보조금 지급 규정을 대폭 완화한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역외로 투자를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해당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보조금과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는 이른바 ‘매칭(matching) 보조금’이다.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 전지판, 탄소 포집·이용 기술 등 주요 청정기술 관련 기업이 EU를 떠나지 않고 역내에서 투자를 지속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재생수소 등 아직 개발 중인 청정기술에 대한 지원 조건도 간소화하고 한도 또한 높여주기로 했다. EU는 27개국으로 구성된 공동 시장이라 각 회원국이 자국에 진출한 기업에 보조금을 주기 전에 반드시 EU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보조금 심사 과정이 복잡하고 시일도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대폭 완화한 것이다. 이 혜택을 받는 대기업은 향후 5년간, 중소기업은 3년간 역외로 이전하지 않는 조건이 달릴 것이라고 유로뉴스 등이 전했다. EU는 14일 신규 생산시설에 대한 신속 인허가를 포함한 탄소중립산업법, 핵심광물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핵심원자재법 초안도 공개하기로 하는 등 각종 ‘유럽 우선주의’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올 1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그린딜 산업계획’이라는 친환경 산업 육성 청사진을 공개했고 이번에 그 세부 내용이 발표되는 것이다. 다만 재원 마련을 위한 EU 회원국의 부담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유럽 보조금 전문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아무도 이런 보조금 지급 경쟁을 원치 않는다. 결국 짐은 (EU) 납세자가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韓 기업 희비 교차 국내 기업의 희비는 엇갈린다. 일단 ‘배터리 빅3’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조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 부연구위원은 “이미 EU 내 공장이 있는 업체는 보조금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태양광 관련 기업은 보조금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화큐셀을 비롯해 규모가 큰 국내 태양광 업체 중에는 EU 내에 공장을 가진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풍력발전 업체들도 유럽에 공장이 없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EU는 친환경, 탄소중립 등 대의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역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라며 “이 흐름이 계속되면 보조금을 많이 주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한국 기업이 옮겨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옛 소련 연방이었던 조지아의 집권 여당이 해외 지원을 받는 언론과 시민단체를 통제하는 법안을 추진하다 “러시아식 악법에 반대한다”는 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집권당이 국내외의 반발에 못 이겨 법안 철회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이번 사태로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이후 이어져온 조지아의 반(反)러시아 여론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강제합병당한 우크라이나와 같은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언론-NGO 억압하는 러시아식 악법”미국 CNN 등에 따르면 8일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의회 앞에서는 수만 명이 모여 ‘외국대행기관법’을 철회하라는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 법은 언론과 비정부기구(NGO) 중 연간 수입의 20% 이상을 해외에서 지원받는 단체 및 개인에게 ‘외국대행기관(foreign agent)’ 등록을 의무화하고 자금 내역 등을 제출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위반 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다. 이 법안은 7일 조지아 의회에서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의 주도하에 1차 독회(심의)에서 76-13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조지아의 경우 3차 독회를 거쳐 법안이 통과된다. 이 법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집권한 2012년 러시아에서 통과된 ‘외국대리인법’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당시 정치활동에 참여하며 해외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단체들을 외국대행기관으로 등록해 엄격한 규정을 준수하도록 했으며 이후 등록 대상을 개인으로까지 확대했다. 러시아는 이 법을 악용해 러시아의 언론과 시민사회를 억압해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2년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출신 비지나 이바니슈빌리의 주도로 창당된 ‘조지아의 꿈’은 러시아에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고 있는 친러시아 성향의 정당이다. 내각제인 조지아에서 2012년부터 집권을 시작해 현재까지 집권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은 조지아는 반러시아 감정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2003년 ‘장미혁명’을 통해 친러시아 정권을 몰아내기도 했다. 특히 2008년 러시아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성향이 강한 남오세티야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조지아를 침공한 이후 양국은 단교했다. 이번 사태는 2014년 대규모 친서방 시위 이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으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사태와 유사하다는 시각이 많다. 2013년 11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연합(EU) 가입 논의를 전격 중단하고 친러시아 노선으로 선회하자 우크라이나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유로마이단 혁명’이 일어났다.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세력으로 정권이 교체됐으나 러시아가 이를 빌미 삼아 크림반도를 침공했다.● 시민 저항에 집권당 법안 철회했지만…외국대행기관법 1차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외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조지아 시민들은 의회 밖 장벽을 무너뜨리거나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무소속 출신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대에 지지를 표명한다”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성명을 통해 “EU의 가치와 기준에 맞지 않는 이 법이 최종 통과될 경우 조지아와 EU의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집권당은 이에 9일 “(해당 법안이)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조건 없이 법안을 철회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민들은 계속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운동가인 헬렌 호슈타리아는 트위터에 “여당 측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 이번 시위는 법안 철회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집권 여당의 친러시아 성향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신(新) 패권 경쟁이 치열한 미국과 중국의 애국주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반도체, 전기차에 이어 축산업까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에 이익을 주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이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례 최대 정치 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치르고 있는 중국은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대표 선출을 불허했다. 양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고취하면서 미중 갈등을 버텨낼 힘을 찾고 있는 것이다.● 美, ‘미국산’ 소 돼지 닭 기준 강화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농무부는 6일 육류, 가금류, 계란 등의 ‘미국산(Made in USA)’ 라벨 부착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길렀어도 미국에서 도축하거나 재포장한 소, 돼지, 닭 등에도 붙일 수 있었던 미국산 라벨을 앞으로는 반드시 미국에서 태어나 사육 도축 가공된 제품에만 부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농무부는 8900만 달러(약 1157억 원)를 투입해 육가공업체 신설 및 설비 확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톰 빌색 농무장관은 “라벨 기준 변경은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릴 때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육류 및 가금류의 6%가량은 호주 캐나다 브라질 등에서 온 외국산이다. 미국산 표기가 된 육류, 가금류, 계란은 전체 12%에 이르나 어떤 과정을 거쳐 미국산이 됐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축산업자들은 소비자 혼란, 제품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원산지 표기 기준 강화를 촉구해 왔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사료값 상승 등으로 큰 타격을 받은 미 축산업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다. 이를 통해 다음 달 재선 도전이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이 축산 유권자를 끌어안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이 주도하는 물가 상승) 이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에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번 조치도 그에 따른 미 농축산업 보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中, ‘이중 국적 전국인대 대표 불허’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중국 당국이 BNO 여권을 소지한 일부 홍콩 인사들의 전국인대 대표 자격을 불허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전국인대 대표 2900여 명 명단을 확정할 때 홍콩 대표는 36명이었다. 하지만 이 중 적어도 1명 이상이 BNO 여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대표 자격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중국 국적 순혈주의’를 강조한 것이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홍콩을 통치한 영국은 중국 반환(1997년 7월 1일) 이전에 출생한 홍콩 사람에게는 BNO 여권을 발급해 줬다. 이 여권으로는 당초 영국에서 6개월간 체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홍콩 통제가 본격화하면서 홍콩에서 대규모 반중 시위가 벌어진 2019년부터 BNO 여권을 발급받으려는 홍콩인이 크게 늘자 영국 정부는 체류 기간을 5년으로 늘려 줬고 취업 및 시민권 취득까지 허용했다. FT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최소 16만 명의 홍콩인이 BNO 여권을 신청해 10만5200명이 이미 영국에 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거세게 반발하며 BNO 여권 효력을 정지시키는 각종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번 불허 조치는 홍콩에서 지도층에 이어 입법 분야까지 이중 국적을 금지하며 중국 국가주권을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중국 본토에서도 이중 국적은 엄격히 금지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국가 사무를 다뤄야 하는 전국인대 대표의 정체성 차원에서 BNO는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FT는 BNO 여권 포기 자체가 홍콩인의 중국에 대한 충성도를 시험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되찾은 지 불과 48시간 만에 다시 내줬다고 2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보도했다. 전날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그동안 기대를 모았던 ‘반값’ 신차 ‘모델 2’에 대해 머스크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자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2일 기준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5.85% 하락한 190.90달러를 기록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약 50조 원 줄었다. 머스크는 오너 리스크 등으로 테슬라 주가가 폭락한 지난해 12월 베르나로 아르노 루이비통그룹 회장에게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내줬다. 이후 약 2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이를 되찾으나 이틀 만에 다시 내줬다. 3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아르노 회장의 순자산은 1870억 달러(약 233조7500억 원), 머스크는 1760억 달러(약 220조 원)를 기록했다. 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미국이 주요 7개국(G7) 등 동맹과 함께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려는 중국을 제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거듭된 부인에도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르자 동맹을 결집해 중국을 제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로 백악관을 찾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3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의 연대도 가속화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일 베이징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中무기, 러와 호환 가능해 美 우려 고조로이터통신은 이날 미 관료 4명 등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러시아 무기 지원에 대비해 대중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7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가가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미 고위 인사가 ‘레드라인’(금지선) ‘게임 체인저’ 등의 단어를 써가며 중국의 무기 지원에 반발하는 배경에는 중국의 무기 체계가 러시아군과 호환이 가능한 점이 있다. 옛 소련제 무기가 많은 우크라이나군은 서방 무기를 즉각 사용하기 어렵지만 러시아군은 중국 무기를 곧바로 사용할 수 있어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7∼2021년 5년간 중국 무기 수입의 81%가 러시아제라며 “소총, 전투기, 항공모함 등 중국 군사전력의 상당수가 소련 시대의 설계에 기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나라가 매년 최소 5회의 연합 군사훈련을 하면서 무기 체계의 호환이 강화됐고 중국이 수단 등 전 세계 분쟁 지역에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소총 등 각종 소련제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에 중국이 무기를 지원하면 미국이 이란, 북한 수준의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기에로는 “중국에 ‘러시아 지원과 미 금융체계(달러망) 퇴출 중 하나를 고르라’고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숄츠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이 사안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숄츠 총리는 2일 의회 연설에서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수 있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독일은 물론이고 한국 등의 동맹국도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대중 제재 동참에는 소극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 ‘리틀 푸틴’ 루카셴코 “中 중재안 지지”러시아의 침공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1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겠다는 중국의 제안을 전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하며 ‘리틀 푸틴’으로 불린다. 시 주석은 “전쟁의 유관 국가는 세계 경제의 정치화와 도구화를 중단하고 냉전적 사고를 버리라”며 미국을 겨냥했다. 푸틴 대통령이 상반기 중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 주석을 접대하기 위한 각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1일 보도했다. 특히 중국 국영기업 ‘중국철도건설공사(CRCC)’가 관여한 모스크바 시내 일부 지하철 노선을 보여주며 중국의 기술력을 호평하고 무기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 2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서방 대 중국-러시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양 진영에서는 거친 언사를 동원해 상대방을 비판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지난해 9월 ‘히잡 의문사’를 계기로 이란 전역으로 확산된 반(反)정부 시위가 6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여학생들을 노린 ‘독가스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여학교를 폐쇄하려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테러의 배후라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수도 테헤란 인근 파르디스의 카얌 여학교에서 호흡 곤란, 어지럼증, 구토 증세를 호소한 여학생 37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학생들은 독성 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중독 증세가 나타나기 직전 썩은 생선 냄새 등을 맡았다고 한다. 여학생들을 노린 독가스 테러가 처음 파악된 것은 지난해 11월 30일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콤에서다. 이곳에는 보수 성향의 성직자가 다수 거주하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3곳의 여학교에서 테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들은 병원 치료 이후에도 수일간 어지럼증과 팔다리 마비 증세를 호소했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공포에 떨며 학교 수업의 온라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간 이란 내 최소 15개 도시 30여 개 학교가 공격을 당해 7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당초 “난방 기기 사용에 따른 현상”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가스 테러가 여러 도시로 확산되자 사법 당국은 의도적인 공격 가능성을 인정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유네스 파나히 보건부 차관은 지난달 26일 테러 배후와 관련해 “일부 세력들이 전국의 학교, 그중에서도 여학교를 폐쇄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과거 이란에선 여성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여성의 교육권을 겨냥한 공격은 없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히잡 착용 의무화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여성의 교육권 자체를 부정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이번 가스 테러가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대한 보복성 공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들이 은밀한 맞대응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이란인권센터(CHRI)의 하디 가에미 국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 전반에 퍼진 근본주의 사고가 수면으로 올라온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국무부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9년을 맞아 26일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라고 선언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탈환을 넘어 크림반도의 수복까지 추진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뜻을 강조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같은 날 “크름(크림)으로 돌아가겠다”며 탈환 의지를 강조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9년 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미국은 러시아의 병합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6일은 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 러시아에 저항한 현지인들을 기리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지정한 ‘크름반도 점령 저항의 날’이다. 2014년 2월 26일 수천 명의 크림 주민은 강제병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다음 날 러시아는 크림 의회를 무력으로 장악했고 오늘에 이르렀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사진)은 26일 미 CBS에 출연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에 차 있다. 서방의 정치적 피로가 쌓이면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마치 ‘주의력 결핍 장애’가 있는 것처럼 여긴다. 언젠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다른 문제로 넘어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아닌 2024년 미 대선, 중국과의 패권 경쟁 등에 치중할 것으로 보고 그때를 노린다는 의미다. 최근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것이란 관측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이 확정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25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을 촉구하며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중국의 행보가 북핵 6자 회담 때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겉으로는 중재자인 척했지만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미온적이었고 이번에도 러시아 편만 들 것이란 의미다. WSJ는 “6자 회담은 수년간 질질 끌었고 결국 2009년 북한이 회담에서 철수하면서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26일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1년을 맞아 다큐멘터리 ‘이어(Year)’에 출연해 “러시아가 전쟁에서 밀리면서 푸틴 대통령의 취약점이 드러날 것이고 그의 주변인부터 등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57개국의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27위로 평가됐다. 올해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일본(30위)보다 세 계단 높은 수준이다. 21일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한 국가는 폴란드였으며 영국과 체코, 노르웨이가 그 뒤를 이었다. 영국은 개전 이후 러시아산 수입의 97%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5위를 차지했다. 특히 헝가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옛 소련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군사·경제적 지원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다. 폴란드는 GDP 대비 경제적 지원 규모가 세 번째로 컸다. 체코 역시 보유하고 있는 탱크의 20%에 해당하는 130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텔레그래프는 “옛 소련 국가들이 전쟁을 계기로 서방 편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도는 개전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이 전쟁 이전 대비 8배 늘어난 13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로 나타났다. 중국 역시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이 40% 가까이 늘었다. 이번 평가는 러시아와의 무역,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 중화기 제공 등 4가지 항목에 1(소극적)∼4(적극적)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아직 러시아 수입 관련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이번 분석에서 빠졌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영국 일간지인 텔레그래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57개국의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27위로 평가됐다. 올해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일본(30위)보다 세 계단 높은 수준이다. 21일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한 국가는 폴란드였으며 영국과 체코가 그 뒤를 이었다. 영국은 개전 이후 러시아산 수입의 97%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5위를 차지했다. 특히 헝가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구소련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군사·경제적 지원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국내총생산(GDP) 1%에 달하는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다. 폴란드는 GDP 대비 경제적 지원 규모가 세 번째로 컸다. 체코 역시 보유하고 있는 탱크의 20%에 해당하는 130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텔레그래프는 “구소련 국가들이 전쟁을 계기로 서방의 편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도는 개전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이 전쟁 이전 대비 8배 늘어난 13억 달러(약1조7000억원)로 나타났다. 중국 역시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이 40% 가까이 올랐다. 이번 평가는 러시아와의 무역,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 중화기 제공 등 4가지 항목에 1(소극적)~4(적극적)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아직 러시아 수입 관련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이번 분석에서 빠졌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사흘 앞둔 21일(현지 시간) ‘맞불 연설’에 나섰다.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중국 중심의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이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낮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통해 “서방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확장하고, 그 우산으로 우리를 덮으려 한다”며 “전쟁에 책임 있는 것은 그들이며 우리는 전쟁을 멈추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러 간 핵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연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 전쟁은 (지역 분쟁이 아니라) 민주주의 파괴자들과 지지자들의 경쟁”이라고 규정했다고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아무리 오래 걸려도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시간 차를 두고 이어진 두 정상의 연설에 대해 “극명하게 다른 세계관이 화면 분할이라는 드문 순간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났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냉전 전사(cold warrior)’의 대리전이 됐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전세계가 우크라 편”… 푸틴 “러 패배시키는건 불가능” 美-러 정상 ‘맞불 연설’ 푸틴 “러 핵전력 현대화” 또 핵위협바이든, 서방의 우크라 지지 강조젤렌스키 “中, 러 지원땐 3차대전”美, 바이든 키이우 방문 러에 통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사흘 앞둔 21일(현지 시간) 수도 모스크바 의회 국정연설에서 전쟁 개전 및 확전을 서방 탓으로 돌렸다. 이어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가 올봄 대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전력을 지원하는 서방 국가를 압박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같은 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최전방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맞불 연설’을 통해 서방 진영에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침략자들과의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을 강조했다. 신(新)냉전의 양축인 두 정상이 약 1000km 떨어진 유럽 도시에서 서로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낸 것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의 대립에서 자신들의 승리를 굳히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푸틴, 탈냉전 상징 ‘뉴스타트’ 파기푸틴 대통령은 이날 2시간에 가까운 의회 국정연설에서 “러시아를 전장에서 패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우크라이나를 찾아 “푸틴의 정복 전쟁은 실패했다”고 말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그는 매년 초 국정연설을 통해 정국 운영 방침을 밝혔지만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이유로 국정연설을 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멀리 밀어낼 것”이라며 “러시아의 핵전력은 현대화됐고 국가 방위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며 또다시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 프랑스 영국이 핵무기를 모두 러시아에 겨냥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이어 2011년 발효된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감축 조약인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며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시험하면 러시아도 핵무기를 시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실전 배치한 핵탄두 수를 각 1550기 이하로 줄이고, 상호 핵시설을 사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가 뉴스타트를 거부하면서 탈(脫)냉전을 상징했던 양국의 핵 군축 합의가 모두 무효화됐다.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그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포함해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후 결성된 ‘부쿠레슈티 나인’ 지도자들을 만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에서는 “민주주의는 건재하다. 세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각각 1942년생과 1952년생인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실상 직접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계속 부딪혀 온 냉혈 70대 지도자(푸틴 대통령)와 막 80이 넘은 지도자(바이든 대통령)가 직접 전쟁을 벌이기 직전까지 이르렀다”고 해석했다.● 美, 바이든 키이우 방문 전 러에 통보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독일 유력 일간지 ‘디벨트’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제3차 세계대전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의 추가 지원을 압박했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을 감안할 때 미국이 반드시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이 남긴 각종 후일담도 화제다. 미 언론은 현직 대통령이 미군이나 동맹국 군대가 상황을 통제하지 않는 ‘전쟁 지역(War Zone)’을 방문하는 점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 이틀 전인 17일 직접 우크라이나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안을 우려해 그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 대신 국내 이동에 사용하는 ‘에어포스 투’를 탔다고도 했다. 백악관이 대통령과 동행한 취재기자 2명에게 보낸 일정 안내 이메일의 제목 또한 ‘골프 대회 지침’이었다. 백악관은 러시아와의 충돌을 우려해 대통령의 출발 몇 시간 전 러시아 측에 이를 사전 공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의 반응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언급해 러시아의 격한 반발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사흘 앞둔 21일(현지 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국정 연설을 갖고 전쟁 개전 및 확전의 책임이 모두 서방에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 또한 린 트레이시 러시아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해 “서방 병력과 장비를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했다.특히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조약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며 “미국이 핵실험을 하면 똑같이 할 것”이라고 했다. 올봄 대공세를 앞두고 전쟁 장기화에 지친 자국 여론을 무마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또한 압박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같은 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최전방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의 ‘맞불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침략자들과의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을 강조했다. 신(新)냉전의 양축인 두 정상이 약 1000km 떨어진 유럽 도시에서 서로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낸 것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의 대립에서 자신들의 승리를 굳히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푸틴, 탈냉전 상징 ‘뉴스타트’ 파기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약 2시간의 연설에서 “러시아를 전장에서 패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푸틴의 정복 전쟁은 실패했다”고 일침을 날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그는 매년 초 국정연설을 통해 정국 운영 방침을 밝혔지만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이유로 연설을 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그것을 멀리 밀어낼 것”이라며 거듭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 프랑스 영국의 핵무기가 모두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2011년 발효된 뉴스타트에 대한 참여 중단도 선언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실전 배치한 핵탄두 수를 각 1550기 이하로 줄이고 상호 핵시설을 사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의 뉴스타트 거부로 탈(脫)냉전을 상징했던 양국의 핵 군축 합의가 모두 무효화됐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복귀를 원하면 프랑스와 영국의 핵무기고를 어떻게 할지부터 답하라고도 했다.그는 이날 불리한 전세를 뒤집거나 전쟁 종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서방 제재에도 경제가 잘 버티고 있다며 “돈의 흐름이 마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외부보다 국내 여론을 신경 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레이시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또 트레이시 대사에게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 미국 시민을 포함한 인력까지 모두 러시아 공격의 합법적 목표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발트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건에 대한 공정한 조사도 주문했다. 최근 미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무어 허쉬는 미국이 러시아를 방해하기 위해 노르트스트림에 고의적으로 폭발물을 설치했고 노르웨이와 함께 터트렸다고 주장했다.20일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그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포함해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후 결성된 ‘부쿠레슈티 나인’ 지도자들을 만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9개국은 옛 소련의 압제에 시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각각 1942년생과 1952년생인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실상 직접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계속 부딪혀 온 냉혈 70대 지도자(푸틴 대통령)와 막 80이 넘은 지도자(바이든 대통령)가 직접 전쟁을 벌이기 직전까지 이르렀다”고 해석했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1일 러시아가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것을 두고 “매우 유감스럽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美, 바이든 키이우 방문 전 러에 통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독일 유력 일간지 ‘디벨트’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제3차 세계대전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의 추가 지원을 압박했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을 감안할 때 미국이 반드시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이 남긴 각종 후일담도 화제다. 미 언론은 현직 대통령이 미군이나 동맹국 군대가 상황을 통제하지 않는 ‘전쟁 지역(War Zone)’을 방문하는 점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17일 직접 우크라이나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안을 우려해 그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 대신 국내 이동에 사용하는 ‘에어포스 투’를 탔다고도 했다. 백악관이 대통령과 동행한 취재기자 2명에게 보낸 일정 안내 이메일의 제목 또한 ‘골프 대회 지침’이었다. 백악관은 러시아와의 충돌을 우려해 대통령의 출발 몇 시간 전 러시아 측에 이를 사전 공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의 반응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언급해 격한 반발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을 둘러싼 중남미의 자원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세계 10위 리튬 보유국인 멕시코는 18일 리튬을 국유화하는 법안을 공포했다. 특히 리튬에 관해서는 미국과 중국 중 그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리튬 주산지인 북서부 소노라주 바카데우아치를 찾아 이 일대를 ‘리튬 채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이 광물(리튬)의 주인은 국가가 돼야 한다. 러시아도, 중국도, 미국도 손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멕시코 내 리튬 매장량은 약 170만 t으로 추정된다. 세계 전체 리튬 매장량(8600만 t)의 약 2% 수준이다. 이번 법안으로 리튬 탐사 및 채굴권은 전적으로 국가에 귀속된다. 좌파 성향인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18년 12월 취임했다. 광물자원 개방을 추진했던 전 정부와 달리 리튬은 물론 석유, 전기 등의 자원에 대한 국유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 연방전력청 등에 대한 정부 영향력도 대폭 강화됐다.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캐나다 등 해외 에너지 기업, 야권 등에서 반발하고 있지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역시 좌파 지도자가 집권한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 36세에 집권한 ‘중남미 젊은 좌파의 기수’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부터 리튬 생산을 위한 국영기업 설립, 전략자산 민영화 금지 등을 공약했다. 칠레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와 함께 ‘리튬 삼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60%가 이 삼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을 둘러싼 중남미의 자원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세계 10위 리튬 보유국인 멕시코는 18일(현지 시간) 리튬을 국유화하는 법안을 공포했다. 특히 리튬에 관해서는 미국과 중국 중 그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리튬 주산지인 북서부 소노라주 바카데우아치를 찾아 이 일대를 ‘리튬 채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이 광물(리튬)의 주인은 국가가 돼야 한다. 러시아도, 중국도, 미국도 손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으로 리튬 탐사 및 채굴권은 전적으로 국가에 귀속된다. 좌파 성향인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18년 12월 취임했다. 광물자원 개방을 추진했던 전 정부와 달리 리튬은 물론 석유, 전기 등의 자원에 대한 국유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 연방전력청 등에 대한 정부 영향력도 대폭 강화됐다.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캐나다 등 해외 에너지 기업, 야권 등에서 반발하고 있지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역시 좌파 지도자가 집권한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 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 36세에 집권한 ‘중남미 젊은 좌파의 기수’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부터 리튬 생산을 위한 국영기업 설립, 전략자산 민영화 금지 등을 공약했다. 칠레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와 함께 ‘리튬 삼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60%가 이 삼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당신이 잠든 사이, 오늘 밤에도 세상은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지난밤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세계 각국 소식, ‘세계 한 조각’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합니다.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만사, “잠깐! 왜 이러는 거지?” 여러분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1년째 되는 날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인들이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혈전을 벌일 때 이곳 한국에서도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싸운 ‘전장 밖 전사들’이 있습니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입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부터 약 한 달간 한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 9명을 인터뷰했습니다. 러시아 규탄 시위와 전시회, 고국 지원 모금을 위한 콘서트 및 각종 활동을 통해 평화를 외쳐온 이들은 “조국을 위해선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결연하게 말했습니다. 이들이 1년간 펼친 ‘평화 투쟁기’를 소개합니다.》지난해 2월 2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살던 안나 보크란 씨의 29번째 생일이었다. 보크란 씨는 이날 하루 종일 바빴다. 다음날 인생의 새로운 장(chapter)이 펼쳐질 것이었다. 한국 정부 유학 프로그램에 선발된 그는 24일 한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23일 저녁 그는 부모님과 함께 키이우 시내 레스토랑에서 축하 식사를 했다. 어머니와는 사진을 찍었지만 아버지와는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다.“안나, 전쟁이 터졌어. 러시아가 공격하고 있어!” 24일 오전 6시. 기상까지 두 시간이나 남은 때 걸려 온 전화에 보크란 씨는 눈을 떴다. 동북부 하르키우에 사는 친구였다. ‘이 새벽에 전쟁이라니. 아무리 출국 날이어도 농담이 지나치네’라는 생각도 잠시, 이날 탑승 예정인 폴란드 항공사로부터 “모든 비행편이 취소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내 생각은 또렷해졌다. ‘진짜 전쟁이 터졌다.’ 3월 2일, 우여곡절 끝에 그를 태운 한국행 비행기가 폴란드에서 출발했다. 이제 유학생이자 동시에 피란민이다. 눈을 감으니 그가 타고 있던 차 바로 위를 날아 간 러시아군 미사일, 포격을 받아 산산조각난 건물 등이 자동 재생됐다. ‘살았다’는 안도감 위로 더 무겁게 쏟아지는 잠에 들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되뇌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모두 ‘전장 밖 전사’”어느덧 한국 거주 10년차를 넘긴, 두 아들 엄마 류드밀라 페트렌코 씨(42)는 이달 8일 23kg짜리 수화물 가방을 들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거즈 감기약 연고 같은 비상 의약품이 가득한 가방은 오스트리아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반전(反戰)시위를 하다 만난 우크라이나인이 오스트리아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운이 좋았다.그가 오스트리아 공항에 도착하면 가방을 받기 위해 또 다른 우크라이나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예정이다. 이 친구는 현지에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사람을 찾아 가방을 쥐어 줄 것이다. 페트렌코 씨의 ‘우크라이나 배송 작전’은 말 그대로 손에 손을 거쳐 이뤄졌다.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에 의약품이 부족하다”며 온라인에 올라온 글을 보고 시작한 의약품 배송이 어느새 10회를 넘겼다. 지인의 지인에게까지 물어 물어 유럽에 가는 사람을 찾고, 현지에서 가방을 받아줄 우크라이나 난민 ‘배달원’을 구했다. 배달 작전 경유지는 이제 폴란드 독일 루마니아를 비롯해 유럽 8개국으로까지 늘어났다. 그는 “매순간이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라고 말했다.이제껏 의약품 구입과 배송에 들어간 1000만 원 넘는 비용은 대부분 자신이 냈다. 이를 위해 과거 우크라이나에서 가져온 도자기와 액세서리까지 벼룩시장에서 직접 판매했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가 보낸 의약품을 받고 감사를 표시하는 병사들 사진을 꺼내본다. 그는 “눈물이 날 만큼 힘든 순간의 연속이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나라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평생 28세로 우리에게 남아 있을 거에요”2017년 한국에 와서 일러스트레이터로 근무한 율리아 곤차렌코 씨(30)는 담담하게 지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학교 같은 반이던 소년은 전쟁이 터진 직후인 지난해 3월 바로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가 최전선에서 전사했다. 곤차렌코 씨는 지난 1년간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반전 시위와 각종 모금 활동에 빠지지 않았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 영원히 ‘20대’에 남은 친구들을 기리기 위해서다.곤차렌코 씨는 지난해 6월 인천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기원’ 전시회를 열었다. 그해 봄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어머니와 양아버지를 모두 잃은 16세 소녀 이야기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주변에서 평온하게 인생을 보내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보며 몸에 ‘큰 구멍’이 뚫린 기분이었어요. ‘왜 내 조국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전시회에 내높은 작품 속 ‘소녀’는 조국 우크라이나를 상징한다. 파란 배경에 파란 머리를 한 소녀는 나라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울고 있다. 동시에 소녀는 밝은 노란색 나무를 손에 들고 있다. 파랑과 노랑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색이다. 전쟁이라는 비극에서도 희망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우크라이나처럼 대담하게’.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 지원 모금 활동을 위해 직접 디자인해 판매한 티셔츠에 새긴 문구다. 그는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그럼에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어디에 있든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기자가 만난 우크라이나인들은 모두 “싸우기 위해 울 시간조차 없다”고 했다. 작든 크든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온 마리야 콜레스닉 씨(29)는 전쟁 발발 직후 친구 카트리나와 같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달려가 한국어 번역과 물품 정리를 도왔다. 러시아군이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정황이 드러난 도시 부차에서 지난해 2월 탈출한 마리야 티모센코 씨는 태어나 처음으로 시위라는 것에 참가해 ‘나는 우크라이나인’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폴란드 난민 캠프에 있을 때 매일 울면서 부른 노래”라고 소개한 그는 “노래할 수 있으면 노래하고, 말할 수 있으면 말하는 것이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전쟁 통해 우크라이나 정체성 찾게 돼…우크라 전통 한국에 알리고 싶어”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세계문화축제 결선 무대. 우크라이나 민요 ‘초원에 붉은 칼리나(Oy u lyzi chervona kalyna)’가 울려 퍼졌다. ‘가막살나무 꽃아, 고개 숙이지 마라. 우크라이나야, 걱정하지 마라’는 노랫말이 흐르자 한국인 관객들은 우크라이나 말을 하나하나 이해한다는 듯 조용히 노래에 집중했다. 첫 출전한 우크라이나팀은 우크라이나 전통 민요와 춤으로 구성된 무대를 선보이며 3위를 차지했다. 무대에서 건반을 맡은 고려인 출신 우크라이나인 줄리아 전 씨(30)는 “전쟁은 우리 스스로 우크라이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우크라이나 전통무용 전공자 무용수 율리아 주크 씨(35)는 지난해 2월 이후 한동안 잊고 살았던 전통춤 호팍(전사의 춤)을 다시 추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전 씨는 최근 러시아 작곡가 대신 우크라이나 작곡가들 노래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가수 율리아 스테파넷 씨는 지난해 제주도 자연을 배경으로 한 우크라이나 민요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팝송을 주로 부르던 그 역시 전쟁을 계기로 전통 민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한국에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가 조국을 침공한 이후 더 이상 러시아어를 쓰지 않고 오직 우크라이나어로만 이야기한다고 전했다.(우크라이나는 지역별로 러시아어를 쓰는 인구 비율이 90%까지 올라간다) 주크 씨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하나’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장은 틀렸다”며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투쟁’은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 전쟁은 익숙해질 수 없어”전쟁이 터진 조국에서 멀리 떨어진 타국, 한국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지난 1년의 투쟁은 곧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러시아 규탄 및 반전 시위에 모인 우크라이나인들은 고국의 가족들과 연락이 두절돼 밤을 샌 날들, 사랑하는 이의 죽음, 이유 없이 침공을 받은 울분을 토해내고 함께 고개 숙여 울었다. 곤차렌코 씨는 “고통을 공유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보며 비로소 내가 ‘정상’이라는 평범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현직 심리 상담가인 티모센코 씨는 우크라이나인이 집단 트라우마(common trauma)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유 없는 침공으로 한평생 살던 고향을 뒤로 한 채 낯설고 열악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이들은 공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이미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우크라이나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되지 않을 때, 지인의 부상 소식을 들을 때, 집 근처에 공격이 시작됐다는 공습경보를 확인할 때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침착하다.“이제는 고국 공습 소식을 들어도 더 이상 울지 않습니다” 보크란 씨가 인터뷰 말미에 말했다. “그렇다고 전쟁이 익숙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눈물이 나오지 않을 뿐이에요.”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15일 서울 종로구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만난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63·사진)는 2018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의 뉴질랜드 방문을 “대사로서 가장 영광의 순간”으로 꼽았다. 지난해 한국 뉴질랜드 양국은 수교 60주년을 맞이했다. 현재 뉴질랜드에는 약 3만5000명의 코이(Kowi ·한국계 뉴질랜드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인구의 약 1%로, 아시아계로는 3번째 많은 수준이다. 이날 임기 마지막 인터뷰를 앞두고 터너 대사는 “사찰 음식이 보여준 소박하고 간결한 전통 한식(韓食)의 매력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17일 그는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한-뉴질랜드 양국은 수교 60주년을 맞이했다. 향후 60년 간 양국의 관계를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사람(people). 사람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뉴질랜드에는 이미 3만5000명의 코이(Kowi·한국계 뉴질랜드인)이가 살고 있다. 이들은 이미 뉴질랜드 사회에서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뉴질랜드에서는 2008년부터 한국 태생의 의원(멜리사 리)이 배출돼 현재까지 5선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세계적 골퍼인 리디아 고도 있다. 양국의 언어와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한국과 뉴질랜드 간 교류과 활발해질 수 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그동안 많은 교류가 중단됐다.“(고개를 저으며) 정말 아쉬운 일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뉴질랜드에 한국 유학생만 약 7000명이었다. 지난해부터 학생 비자가 정상화됐으나 아직 그 수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고 있다. 오는 5월 18일부터 워킹 홀리데이 신청도 시작될 예정이다. 연간 3000명 신청이 가능하다. 뉴질랜드 역시 (워킹 홀리데이) 중단으로 여러 분야에서 인력난을 겪였다. 하루빨리 한국 청년들이 뉴질랜드로 다시 돌아오길 희망한다”-최근 양국의 무역 교역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앞으로 주목할 무역 분야가 있다면“2015년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양국의 무역 교역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양국 교역량은 65억 달러(8조1250억 원)로 전년 대비 무려 46% 성장했다. 앞으로 새로운 개척지가 있다면 ‘에너지’와 ‘문화’ 분야라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 분야에서 양국 청년들이 활발하게 ‘창의성’을 교류하길 기대한다”-구체적 계획이 있는지. “뉴질랜드는 영화 그래픽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최근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웨타워크숍(Weta Workshop)’도 수도 웰링턴에 있다. 회사 공동창업자인 리처드 테일러가 특히 한국 청년들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국의 몇몇 도시와 협력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중단됐다. 코로나19가 완화된 만큼 앞으로 이런 문화적 교류도 재개되지 않을까 한다”-5년간의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부임 첫 해인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뉴질랜드를 방문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무려 9년 만의 국빈 방문이었다. 2019년에는 울산에서 뉴질랜드 해군함정 ‘아오테아로아(Aotearoa)’의 명명식이 있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는데, 이 함정에 펫시 레디 당시 뉴질랜드 총독이 올랐었다. 코로나19로 저신다 아던 전 총리가 방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올 5월 한국에서 열릴 ‘제1차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가 현재 방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한국과 뉴질랜드는 태생적인(natural)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자유, 시장주의 등 등 핵심적인 공동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갈수록 국제 정세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양국이 합심해 이러한 가치 수호에 앞장서야 한다” 한편 터너 대사는 1986년부터 뉴질랜드 외교부에서 13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뉴질랜드의 세계적 낙농 기업 ‘폰테라’로 옮겨 낙농개발 등 다양한 업무에 임했다. 2018년 다시 외교부로 돌아와 주한 뉴질랜드 대사로 부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튀르키예(터키), 시리아와 갈등을 빚어온 주변 국가들이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손을 내밀며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에 처한 두 나라에 인도주의적 차원의 구호활동을 지원하면서 각종 외교적 현안을 해결할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양새다. ● ‘앙숙’ 단교국들, 지진에 손 내밀어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교장관과 아라라트 미르조얀 아르메니아 외교장관은 15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경 개방을 포함해 양국 관계를 회복할 의향이 있으며 관련 회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두 나라는 1993년 튀르키예가 아르메니아와 전쟁 중이던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자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아르메니아는 또 1915년 오스만 제국(구 튀르키예)이 자국민 150만여 명을 학살했다고 주장하며 “제1차 세계대전 중 사망자였을 뿐”이라는 튀르키예와 대립해 왔다. 이랬던 두 나라가 지진 피해 구호를 위해 30여 년 만에 국경 검문소를 개방한 것이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아르메니아는 어려운 시기에 우리에게 우정의 손길을 건넸다”며 “인도주의적 분야의 협력이 (양국 간)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지중해 천연가스 개발권과 에게해 영유권 문제 등으로 튀르키예와 대립해 온 그리스도 대규모 구조대원을 파견했다. 12일에는 그리스의 니코스 덴디아스 외교장관이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고 아나돌루 튀르키예 국영통신이 전했다. 두 나라는 오스만 제국이 그리스를 식민 지배한 이후 ‘500년 앙숙 관계’로 알려져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싸고 튀르키예와 갈등을 이어오다 지난해 8월에야 외교관계를 복원한 이스라엘도 이번 지진을 계기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항공 직항편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양국 외교장관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은 (이번 지진에서) 처음으로 튀르키예를 지원한 국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선을 그어 왔던 아랍 국가들의 변화도 감지된다. 2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2011년 시리아 정부의 자국 내 민주화 시위 무력 진압을 비판하며 회원 자격을 정지시켰다. 하지만 시리아와 단교 상태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14일 피해 지역인 알레포에 의약품을 보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도 15일 내전 후 처음으로 시리아를 방문해 아사드 대통령과 피해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 “지진 계기로 관계 개선” 각국 셈법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손을 내밀고 있는 주변국들의 행보에는 인도주의적 동기뿐 아니라 중동 지역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경우 정부 부채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동지중해에 세계 최장 해저가스관 건설을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해선 튀르키예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와 안보를 러시아에 의존해 온 아르메니아는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데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튀르키예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스라엘은 오랜 앙숙인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선 이란과 중동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튀르키예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리아를 지원하려는 것 또한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트위터가 소셜미디어 최초로 미국 주(州) 차원에서 합법화한 대마초 및 대마초 관련 제품 광고를 허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은 미 연방법에 따라 대마초 관련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위터는 이날 자사 웹사이트에 대마초 및 대마초 관련 제품 판매사들이 미국에서 브랜드와 상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광고 정책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다만 만 21세 미만에게는 광고할 수 없으며 대마초의 건강상 효능이나 실제 이용 모습도 묘사할 수 없다. 광고하기 전 관련 당국 및 트위터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미국 21개 주와 수도 워싱턴, 미국령 괌 등이 21세 이상을 대상으로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트위터는 대마초 기업 광고 금액 하한선을 설정하지 않아 대마초 기업에 광고 허용을 넘어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치는 것이라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편 밥 메넨데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14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에 페이스북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마약 판매와 인신매매에 이용되고 있다”며 즉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70·사진)이 최근 자신의 연봉이 19만 달러(약 2억3700만 원) 수준이라고 밝힌 가운데 말 한마디로 세계 시장을 움직이는 미 연준 의장의 연봉이 너무 짠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 블룸버그는 파월 의장의 연봉이 미국 월가 투자은행 어소시에이트 직급의 평균 기본연봉 수준에 불과하다고 14일 보도했다. ‘보너스’까지 고려할 경우 파월 의장은 갓 대학을 졸업한 ‘1년 차’ 애널리스트보다 조금 많이 받는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금융업계 인력 사이트 ‘월스트리트오아시스’에 따르면 4년 차 이상 은행원에 해당하는 어소시에이트 직급의 기본 연봉은 15만∼20만 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월가 임직원 수입의 핵심인 ‘보너스’까지 더하면 30만 달러(약 3억7500만 원)까지 늘어난다. 갓 은행에 입사한 1년 차 애널리스트의 경우 평균 연간 수입이 2021년 기준 17만1000달러(약 2억1300만 원)였다. 파월 의장과 불과 2000여만 원 차이다. 파월 의장의 연봉은 미 의회에서 결정한다. 2022년 기준 연준 의장, 재무부 장관 등 ‘1급(Level I)’으로 분류된 고위 관료 연봉의 상한선은 22만6300달러다. 이는 2014년 이래 8년간 동결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봉은 40만 달러(약 5억 원)다. 파월 의장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연준 의장에 임명된 후 현재까지 의장직을 유지하며 미국의 주요 통화 정책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7일 한 대담에서 “나의 연봉은 19만 달러”라며 “이는 적정한(fair) 수준”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70)이 최근 자신의 연봉이 19만 달러(약 2억3700만 원) 수준이라고 밝힌 가운데 말 한 마디로 세계 시장을 움직이는 미 연준 의장의 연봉이 너무 짠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 블룸버그는 파월 의장의 연봉이 미국 월가 투자은행 어소시에이트(associate) 직급의 평균 기본연봉 수준에 불과하다고 14일 보도했다. ‘보너스’까지 고려할 경우 파월 의장은 갓 대학을 졸업한 ‘1년차’ 애널리스트(analyst)보다 조금 많이 받는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금융업계 인력 사이트 ‘월스트리트오아시스’에 따르면 4년차 이상 은행원에 해당하는 어소시에이트 직급의 기본 연봉은 15만~20만 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월가 임직원 수입의 핵심인 ‘보너스’까지 더하면 30만 달러(3억7500만 원)까지 늘어난다. 갓 은행에 입사한 1년차 애널리스트의 경우 평균 연간 수입이 2021년 기준 17만1000달러(약 2억1300만원)였다. 파월 의장과 불과 2000만원 차이다. 파월 의장의 연봉은 미 의회에서 결정한다. 2022년 기준 연준 의장, 재무부 장관 등 ‘1급(Level I)’로 분류된 고위 관료 연봉의 상한선은 22만6300달러다. 이는 2014년 이래 8년간 동결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봉은 40만 달러(약 5억원)다. 파월 의장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연준 의장에 임명된 후 현재까지 의장직을 유지하며 미국의 주요 통화 정책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7일 한 대담에서 “나의 연봉은 19만 달러”라며 “이는 적정한(fair)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